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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광장]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주지하다시피 복지후진국이다.OECD회원국 가운데 복지비 지출에서 밑바닥에 위치하고 있다.대략 5%에 달하는 1년 사회보장 예산으로는 실상후생과 복지가 수사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 점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생산적 복지의 귀추에 대해 벌써부터기대와 회의가 엇갈리고 있다. 소비적 복지(welfare)를 생산적 복지(workfare)로 바꿔보자는 발상은 물론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그러나 이번 생산적 복지가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것이 중산층 및 서민층 보호육성책이라는 국정기조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 여러 부처는 농어민 빚보증,공무원 처우개선,최저생활자 생계비보조,저소득층 중고생 학비면제 등 여러 가지 민생정책을 내놓고 있다.그러나 제아무리 훌륭한 사회보장정책도 실현가능성의 바탕 위에서 추진되어야뒤탈이 없게 마련이다.우리와 같이 사회안전망이 미약한 나라에서 국가책임에 의해 공적 부조를 확충하려는 정책의지는 높이 평가해 마땅하지만,복지제도는 그 엄청난혜택에도 불구하고 항시 많은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주의를요한다. 여기서 서구의 사민주의적 복지병과 중남미의 민중주의적 복지병이 떠오른다.이 두 유형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자유의 가치가 확립된 가운데국민 모두에게 평등의 이상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유럽의 나라들이 선진국형복지병을 앓아 왔다면,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은 자유의 가치가 정착되기도 전에 평등의 이상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와중에서 후진국형 복지병에 빠져 왔던것이다. 오래전부터 중남미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높은 대외채무,재정적자,인플레의 만성화는 민중주의적 복지병의 결과에 다름 아니다. 지난날 민주주의를 유보하는 대가로 남용된 복지의 배후에 억압적인 권위주의 정권의 권력논리 아래 숨겨진 방만한 정부지출과 과도한 해외차입이라는 악순환이 놓여있다.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그러한 복지정책의 도입이 거의 모두 사회개혁의명분을 띠었다는 점이다. 우리의 어려움은 IMF 관리체제 아래에서 성장을 정상화하면서 분배의 정의를 세워야 되는 이중적 도전에 있다.고용창출과 직업훈련에 못지않게 세제개편과 재벌개혁이 중요한 시점이다.선진국형 ‘일하는 복지’의 도입에 앞서후진국형 ‘베푸는 복지’의 폐해를 걱정해야 된다.그러나 200만개 일자리창출도 알맹이가 빠져 있고,재벌개혁의 내용도 갈팡지팡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일회성 선심정책이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정부는금년 통합수지적자 폭을 GDP의 5% 이내로 묶을 수 있다고 본다.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작년말로 143조원에 이르고 있고,금융 기업 실업 등 구조조정에 아직도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여건에서 정부의 복지기능이 과연제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외환위기가 재정위기와 한 짝을 이루면 그결과가 얼마나 참담한가는 이미 러시아가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에는 다시금 거품이 일고 있다.재고순환에 따른 경기반등이실물경제의 회복으로 인식되면서,수입과 소비 모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기에도 바쁜 형편에서 IMF 이전의 도덕적 해이로 되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시작이 잘 돼도끝이 어려운 것이 후생과 복지제도다.현 정부가 복지사회의초석을 일구어냈다는 역사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정책만은 권력논리로부터 자유롭게 놔둬야 한다.그리고 복지사회로 가는 한국적 길을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보다 구체적이고 항구적인 축적과 형평의 틀을 개발해 내야 한다. 서구적인 제3의 길을 어설프게 모방하기보다 우리식 복지의틀을 원모심려(遠謀深慮)해야 될 것이다. 林玄鎭 서울대 교수·정치사회학
  • 정동극장 청소년음악회‘문화충돌’공연

    푹푹 찌는 한여름 오후,한줄기 소낙비처럼 시원하게 쏟아지는 전통 리듬에흠뻑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우리 풍물가락에 남미 안데스·라틴 민속음악이더해진 흥겨운 무대가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열리고 있다. 정동극장이 여름방학을 맞아 기획한 청소년음악회 ‘문화충돌’이 그것.지난 11일 시작해 오는 19일까지 오후 2시·5시(13·17일은 오후2시만)하루 두차례 공연이 진행된다. 정동극장 전통예술 상설무대를 통해 전천후 무대역량을 자랑해온 극장 전속풍물팀과 에콰도르 출신의 안데스·라틴 민속음악단 ‘시사이밴드’가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들이다. 먼저 풍물팀이 항아리를 타악기로 변형해 원시적인 한국 리듬을 들려주면,시사이밴드는 이를 받아 고대 안데스의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낭만적인 연주와 노래를 선사한다.이어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인,농악리듬과 남미 전통리듬이 한데 어우러지는 ‘문화충돌’의 장이 펼쳐진다. 한바탕 난장뒤에는 대나무를 두드려 새로운 형태의 리듬을 재창조하는 ‘퉁타’와 굿으로 풍물팀이 판을 마무리한다.(02)773-8960∼3. 이순녀기자
  • ‘최초의 순교자’ 여전히 홀대

    한국천주교의 본산이자 올해로 창건 101주년을 맞는 명동성당.명동성당이현재의 명동(明洞) 언덕에 자리를 잡은 까닭은 이곳이 한국 천주교회의 발상지이자 천주교 사상 최초의 순교자인 김범우(金範禹·세례명 토머스·1751∼1787)가 살던 집터로 천주교로서는 성지(聖地)나 다름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순교자인 김범우의 묘소는 지난 89년 발견된 이래 아직도 방치돼있어 그의 묘소에 대한 성역화 작업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초의 순교자’ 김범우는 대대로 역관(譯官)을 지낸 경주 김씨 가문출신으로 그 역시 역관을 지냈다.현 명동성당 자리인 명례방(明禮坊)에 살고있던 그는 이승훈(李承薰)에게 세례를 받은 이벽(李蘗)과 친교를 맺고 지냈는데이벽을 통해 천주교에 입교하였다.입교후 그는 두 동생을 시작으로 중인·양반 등 계층을 막론하고 천주교를 전파하였는데 그의 집은 초창기 집회장소로 이용되었다.1785년 봄 그의 집에서 이승훈과 정약전(丁若銓)·약종(若鍾)·약용(若鏞) 3형제를 포함,양반·중인 등 수십 명이 모여 이벽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마침 그곳을 지나던 추조(형조)의 관리가 이들이 도박을 하는 것으로 여겨 집회현장을 수색,예수 화상(화像)과 천주교 서적들을 압수하였는데천주교에서는 이를 ‘을사추조 적발사건(乙巳秋曹摘發事件)’이라고 부른다. 당시 형조에서는 양반 자제들은 훈계하여 방면하였으나 중인신분의 김범우만은 옥에 가두었다가 밀양으로 귀양을 보냈는데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유배된지 1년만에 사망했다. 한편 밀양군 단장면(丹場面·현 삼랑진읍)에 있는 그의 묘소는 한동안 충북 단양(丹陽)소재로 잘못 알려져 왔다.그러다가 지난 89년 삼랑진 거주 천주교 신자 이성기씨(李聖基·70·성심가축병원원장)의 노력으로 그의 묘소가 밀양에 소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이씨는 밀양 단장면이 고려시대 이후 대표적인 귀양지였다는 사실에 착안,김범우 후손의 호구(戶口)단자 등 관련자료와 현지답사를 통해 현 삼랑진읍 용전리 산102번지 속칭 동이비알에 있는 묘소가 김범우의 묘소임을 확인,교계에 보고하였다.이씨는 “‘단장’을 라틴어로 읽는 과정에서 ‘단양’으로 착각,오기(誤記)한 것같다”고 말했다.지난 89년 5월 이씨는 당시 천주교 부산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송기인 신부(현 부산교회사연구소장)를 비롯해 김범우의 후손 등 200여명이 입회한 가운데 묘소를 발굴,뼈·이빨·수염 등을 수습하였는데유전자 감식결과 이빨은 200년전에 사망한 남자의 것으로 확인됐다.당시 묘소에서는 ‘돌십자가’도 같이 발굴됐는데 이는 순교자 황사연의 묘소에서도발굴된 바 있다. 한편 김범우의 묘소는 발굴된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초라한 형국 그대로다.발굴자 이씨는 “사제 쪽에 무게를 두다보니 순교자 가운데 평신도들은 홀대를 받고 있다”며 “천주교 사상 첫 순교자인 김범우의 묘소에 대한 성역화작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송기인 신부는 “장기적인 계획은 마련돼 있지만 자금문제,인근지역의 지가상승 문제 등으로 당장은 성역화 작업이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삼랑진 정운현기자 jwh59@
  • “섞으면 별미”… 음악무대 크로스오버 열풍

    오케스트라에 맞춰 정통 성악가들이 부르는 뮤지컬·영화음악과 팝.전통 사물놀이단이 만들어내는 록 퍼포먼스. 요즘 음악무대엔 이처럼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공연이 적지않다.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음악계 본류에선 꺼려하던 내용이지만 지금은 어엿하게 무대를 차지하는 흐름이다. 정통 클래식이나 록 콘서트만의 무대와는 다른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공연들을 소개한다. ?99팝스콘서트 19∼21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세종문화회관이재단법인으로 새출발한 뒤 갖는 첫 기획공연.지난 83년 시작된‘팝스콘서트’는 처음 대중적인 성향의 공연을 기피했던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라 논란이됐지만 오히려 크로스오버 공연을 확산시킨 공연. 이번엔 미국의 팝 전문지휘자 앤드류 걸리의 지휘로 서울시향과 출연진이 하모니를 이룬다.오승국의 기타연주 ‘기타와 오케스트라에 의한 아랑후에즈콘체르토 2악장’,이소정의 뮤지컬 음악 ‘카바레’‘내일’,이태원의 뮤지컬 ‘명성왕후’중 ‘왕비의 아리아’,박미경의 대중가요 ‘집착’‘이유같지않은 이유’를 들을 수 있다.유진박의 바이올린,앤드류 걸리의 피아노 연주도 준비돼 있다. ?서울풍물단 두드락공연 22일 오후 3시·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우리장단과 가락을 바탕으로 마임, 코미디,춤을 삽입해 현대적 비트로 꾸민 퍼포먼스.전통 시장의 축제적 분위기에서 무속가락,라틴음악이 등장하는가 하면사물과 막대기,깡통,엿가위,대나무 등 생활소품이 악기로 둔갑하는 흥미있는무대다. 큰 북과 모듬북으로 한민족의 웅장한 기운을 표현한 ‘코리아환타지’와 한국의 풍물가락을 화려하게 재구성한 사물놀이,동해안 무속가락 ‘푸너리’를꽹과리 4개의 합주곡으로 연출한‘댄싱푸너리’가 가장 큰 볼거리.사물 북징장구 바라를 4개의 드럼세트로 개량한 연주 ‘장단is리듬’,개량북과 장구의합주인 모듬북연주도 특이한 볼거리다. ?7인의 성악가들 12일 오후7시30분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99수원국제음악제’의 피날레무대.예일대 교수 함신익씨의 지휘와 한국의 대표적인성악가 7명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않은 자리다. 소프라노김영미·김선영,테너 김남두·임산,베이스 노운병,메조소프라노 이우순,베이스바리톤 윤태현등이 출연한다.1부는 ‘멕베드’‘서부의 아가씨’‘돈 카를로’‘세빌리아의 이발사’‘토스카’‘라 트라비아타’중 귀에익은 아리아들을 부르는 아리아의 향연,2부는 고전적인 뮤지컬 삽입곡들과 외국민요,우리 가곡을 7중창으로 부르는 크로스오버 무대로 꾸며진다. 2부는 이번 무대에 오르는 7인의 성악가들이 세계적인 아카펠라 그룹 ‘킹스싱어즈’를 모델로 삼아 별도의 모임을 결성한 뒤 갖는 첫 공연이기도 하다?이들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클래식과 뮤지컬 음악,가요,민요 등을 함께 하며외국 공연에도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김성호기자 kimus@
  • 소설가 고종석씨 산문집 ‘언문세설’ 펴내

    “ㄹ은 액체성의 자음이다.‘흐르다’와 ‘따르다’에도 이미 이 ㄹ이 있다.…고려속요 ‘청산별곡’은 ㄹ을 타고 흐른다:살어리 살어리랏다/청산에 살어리랏다/멀위랑 다래랑 먹고/청산에 살어리랏다/얄리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그야말로 ㄹ의 향연이라고 할 만하다.유랑민의 이 서글픈 노래는 ㄹ소리로 가멸차다.소리가 의미를 압도한다.‘청산별곡’은 흐르고 흐른다”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고종석씨(41)가 ‘언문세설(諺文細說)’이란 산문집을펴냈다.도서출판 열림원. 그는 한때 국어사전 편찬자가 되기를 꿈꿨다.한국의 웹스터나 라루스가 되겠다는 퍽 야무진 것이었다.그러나 그 꿈은 현실의 몸을 얻지 못했다.이 책은 저자의 좌절된 꿈에 대한 일종의 ‘자위’로 씌어진 한글자모(字母) ‘사전’이다.한국어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여온 그의 언어관 혹은 한국어관은 어떤 것일까.“모든 순결주의가 그렇듯 언어순결주의도 파시즘에 정서의 탯줄을 대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모든 언어는 혼혈이며,순수한 언어는없다는 것이다.그에 논법에 따르면 외래어나 일본제 한자어,북한의 이질적인 언어 등이 뒤섞여 한국어는 더욱 풍부해진다. 한편 고종석은 소설가 복거일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민족어가 가까운 장래에 ‘박물관 언어’화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그러나 그는 대부분의 사회는 서구의 라틴어와 동아시아의 한문이 그랬듯이 민족어와 영어가 함께 공용어로 사용되는 ‘이중언어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글 자모라는 한 주제를 놓고 치열하게 써내려간 ‘언문세설’은 민족어로서의 한국어를 보다 정확하고 아름답게 사용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ㄱ’에서 ‘ㅎ’,‘ㅏ’에서 ‘ㅣ’에 이르는 한글 자모 스물네 자는 그의 붓끝을 따라 새 이미지와 생명을 얻어 파닥거린다.이 책은 한글 자모가 생겨나 변해온 과정,각각의 모양과 소리,고유한 법칙들을 꼼꼼히 살핀다.하지만 국문법 책처럼 딱딱하지는 않다.하나의 글자가 주는 어감을 풍부한 어휘와 시구를 통해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그 한 예로 그는 ㄴ이라는 자음이 얼마나 가볍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가를 김수영과 레미 드 구르몽,황인숙의 시 ‘진눈깨비’를 통해 보여준다. 고종석은 이미 ‘사랑의 말,말들의 사랑’‘감염된 언어’ 등의 에세이집을 통해 국어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사랑을 보여줬다.그는 “나는 어떤 의미에서도 민족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다.그러나 모국어를 사랑하는 것이 민족주의자의 한 징표라면,나는 민족주의자의 인력권 바깥에 있지도 못하다”고 고백한다.그러나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한국어는 그에게 또 다른 감옥으로 다가온다.“모국어는 내 감옥이다.오래도록 나는 그 감옥 속을 어슬렁거렸다. 행복한 산책이었다.‘언문세설’은 그 산책의 기록이다”김종면기자 jmkim@
  • 60억弗 규모 세계 항암제시장 본격 진출/김대기박사

    국내 신약 1호 ‘선플라주’의 개발은 우리 제약업계의 대사건이다.그만큼적지 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선 순수 국내기술진에 의해 항암제가 개발됐다는 점이다.그동안 외국신약의 모방생산 형태에서 탈피해 연간 50억∼70억원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두는것은 물론 우리 제약업계의 위상을 한단계 높인 것이다.다른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의욕을 북돋우는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최수영(崔修榮)의약품안전국장은 “신약개발국으로서 우리 제약업계가 국제경쟁력을 갖는 일대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암퇴치 등 국민건강에 적잖이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국내 암환자의 25%에 달하는 위암 공략에 선플라주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 시스플라틴과 같은 외국신약을 한번 투약하는 데 보통 200만∼300만원이드는 현실에서 선플라주의 판매가격이 40만원 이하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져 암환자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또 60억달러 규모의 세계 항암제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신약 하나가 거둬들이는 순이익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1년치 부가가치(3,000여억원)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한다.그만큼 신약개발은정보통신의 뒤를 잇는 최첨단 미래산업이라는 것이다. 한종태기자 - '선플라주' 신약개발 주역 김대기박사 신약 1호 ‘선플라주’의 개발 주역인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실장 김대기(金大起·43)박사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신약개발분야에서 디딤돌이 됐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폐암으로 돌아가신 최종건(崔鍾建)·최종현(崔鍾賢)회장의 영전에 신약을 바친다”고 말했다. ■신약개발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개발을 시작한 지 3년 동안 휴일도 없이거의 매일 밤 11시에 퇴근할 정도로 연구에 몰두했다.환자들이 임상시험을기피하는 바람에 임상시험 대상자를 구하는 것이 큰 골칫거리였다. ■신약개발 성공에 대한 확신은 언제 들었나 신약개발 성공확률은 5,000분의 1 정도로 무척 어렵다.2상 전기 임상시험에서 2명의 암환자가 선플라주 투여로 완치되는 것을 보고 비로소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개발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인데 91년 개발 당시 가장 유력한 후보물질로 SKI-2034R이 거론됐으나 동물실험에서 이 물질을 투여한 7마리의 개가 위와십이지장에 구멍이 뚫리는 위장장애로 모두 죽자 후보물질을 SKI-2053R(선플라주)로 바꿨다. ■어떤 환자들이 사용하나 선플라주는 우선 위암에 대해서만 허가를 받았기때문에 위암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그러나 선플라주는 암 종양을 평균34% 줄이는 치료효과와 함께 암의 진행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 엄밀한 의미의 신약이 아니라는데 물론 비아그라처럼 완전히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선플라주와 같이 모화합물(시스플라틴)에서 유도해낸 물질에 대해서도 신약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종태기자 jthan@
  • 음악과 함께 하는 여름방학

    여름방학을 맞아 여러 형태의 청소년 음악회가 열린다. 공연 현장을 찾아가는 ‘문화체험’숙제가 아니더라도 이번 방학에는 ‘음악과 친해지기’로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공연장을 찾아다니는 것은 어떨까. 16일 열리는 KBS교향악단의 ‘협주곡의 밤’을 시작으로 8월27일까지 이어지는 청소년 음악회를 특징별로 살펴보자. 악기특성에 따라 편성한 음악회 ‘99 실내악 축제-윈드,윈드!’(8월 8∼12일)‘플루트 앙상블의 밤’(8월16일)‘타악기 앙상블’(8월21일)‘하프의 아름다움-나현선과 앙상블’(8월21일)은 특정 악기로만 편성,각 악기의 특징과 음색을 구분해서 감상할 수 있다.‘…윈드,윈드!’는 8일 서울 목관 5중주단이,9일 코리안 색소폰 앙상블,10일 한음 트럼본 앙상블,11일 서울 금관 5중주,12일 피리 목관 5중주단이 출연,친숙한 곡들을 들려준다. ‘플루트…’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20여명의 국내외 유명 플루티스트들이 나와 모차르트·멘델스존 등 유명작곡가들의 플루트 곡을 들려준다. 강동석은 라벨·드뷔시·크라이슬러의 소품들을연주한다. ‘타악기 앙상블’에는 서울타악기 앙상블과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이 출연한다. ‘하프…’는 하프와 현악기가 만나는 무대.하피스트 나현선과 조이 오브 스트링스가 협연,헨델의 ‘하프협주곡 작품 4-6’을 연주한다.해설자가 나와연주곡과 하프의 특성을 설명해 준다. 해설이 있는 음악회 ‘청소년음악회’(23일)‘서울바로크합주단 음악회’(8월 21∼22일)와 ‘99 여름가족 음악회’(8월24일)가 그것. ‘청소년 음악회’는 클래식 구성작가 김강하의 해설로 진행된다.피아노·플루트 독주,한 대의 피아노에 2명의 연주자가 함께하는 ‘포핸즈’(4hands)등 다양한 연주형태로 아리아,외국가곡,한국가곡,생상의 ‘백조’등을 들려준다. ‘서울바로크…’의 두차례 음악회는 연주곡목이 각기 다르지만 바흐·모차르트·헨델 등 여러 작곡가 곡을 해설을 들으며 비교,감상할 수 있다. ‘99여름…’은 지휘자 금난새가 유라시안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해설한다.바이올리니스트 여은정이 비발디의 ‘사계’중 ‘봄’과 ‘여름’을,오보이스트 이윤정이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나단조’를 독주로 들려준다.레스피기의 ‘루트를 위한 옛무곡과 아리아’도 감상할 수 있다. 교향악단 KBS교향악단의 ‘협주곡의 밤’(16일)은 한양대 박은성 교수가지휘를 맡았다.모차르트 ‘돈 죠반니’서곡,차이코프스키 ‘로코코 주제에의한 변주곡’,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 3번’을 미 커티스 음악원에 재학중인 첼리스트 주연선과 피아니스트 홍기정이 협연한다. 서울시교향악단(8월15일)의 ‘광복절 기념음악회’에서는 장윤성 지휘로 펜데르츠키의 ‘한국교향곡’등을 들을수 있다.‘오케스트라의 밤’(8월19일)에서는 강남교향악단과 협연자들이 들려주는 오페라 아리아,피아노협주곡,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등을 감상할 수 있다. 국악 정동극장에서는 문화다원주의를 표방한 청소년음악회 ‘문화충돌’(8월 11∼19일)을 준비한다.남미의 라틴 민속음악단 ‘시사이밴드’와 극장 전속 풍물팀의 창작 레퍼토리 ‘항아리’와 ‘통타’로 프로그램을 짰다. 국립국악원에서도 국악원 정악·민속·무용단 등이 총출연하는 여름방학 특별공연 프로그램(8월 9∼13일)을 마련했다. 강선임기자sunnyk@
  • 로커 김종서 ‘파격 변신’

    로커 김종서가 1년반만에 내놓은 7집 앨범이 화제다.전곡을 모두 직접 작사·작곡한 이 앨범은,그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긴 생머리를 파마머리로바꾼 것 만큼이나 파격적이다. ‘뭔가 새로운 걸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타이틀곡 ‘실연’은 ‘스카(ska)’로 불리는 자메이카 토속음악에 록을 접목시킨 노래.스카는 90년대 중반 댄스바람을 몰고 온 레게의 원형으로,경쾌한 리듬이 특징이다.해서 제목은 ‘실연’이지만 한여름 해변에서 즐기기 알맞게 적당히 가볍고,적당히 재미있다.‘널 지워버릴꺼야 새로운 나를 위해/넓고 넓은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에/날 기다릴 누군가 있어…’ 이별을 또다른 시작으로 표현하는 가사도 매력적이다.스카의 꽃이라 불리는 간주부분의 관악밴드는 미국 펑크 뮤지션 ‘타워 오브 파워’가 맡아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두번째 곡 ‘러빙유’는 비틀스 마니아인 그가 이들 ‘음악 대선배’에게헌정하는 의미로 만든 작품.60년대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기타,베이스,드럼,하모니카 등으로 악기 배치를 단순하게 했다.하드코어 랩으로 기성사회에 함몰돼가는 386세대의 재기를 부추기는 ‘386’,몽환적인 라틴음악이인상적인 ‘푸른밤의 꿈’도 색다르다. 반면 ‘하나’‘벽’등은 기존의 끈적하고 애잔한 창법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서정성이 물씬 배어나는 록발라드여서 그의 ‘발라드 고정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있다.변신을 고집하되 대중들의 취향도 포기하지 않는 ‘욕심많은’ 김종서가 올 여름 가요계를 점령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순녀기자
  • [이어령의 새 천년읽기]밀레니엄 게이트(上)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는 새이다.하지만 생태학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로렌츠의 보고서를 보면 비둘기의 싸움처럼 잔인하고 치열한 것도 없다.상대방이 죽어 쓰러질 때까지 계속 쪼아대기 때문이다.평화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영어의 경우 peace에 감탄부호를 붙여 동사형으로 사용하면 “비 사이렌트! ”( 입닥쳐,조용히 해 )와 같은 뜻이 된다. 평화의 어원인 라틴어 팍스가 전쟁과 정복의 지배언어로 쓰여왔다는 것은일리치의 지적이 아니라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팍스 로마노나,팍스 브리타니카는 어느 강대한 제국(帝國)이 무력으로 세계를 제패하여 천하를 통치한 시대를 뜻한다.말하자면 로마인이,영국인이 입닥쳐라고 소리치면 온 천하가 숨을 죽이고 조용해지는 것을 평화라고 불렀던 시대이다.그래서 조지 오웰이 그린 1984년의 가상적인 나라에서는 아예 “전쟁”을 “평화”라고 부른다. 20세기초 자유 무역제도가 처음 생겨나게 되었을 때 신문들은 이제 이 지구상에서 전쟁은 영원히 사라지게 되었다고 했다.그리고 소련이 해체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에도 역시 신문들은 전쟁없는 영구한 평화가 도래했다고 보도했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자 마자 1차대전이 일어났고 걸프전이 벌어졌다.결과적으로 20세기의 역사는 전쟁으로 막을 열고 전쟁으로 막을 내린 시대가 되었다.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990년까지 총 2천 340주 가운데 이 지구에서 진정 전쟁으로부터 해방된 주는 겨우 3주간밖에 되지 않는다고 앨빈 토플러는 적고 있다.전쟁을 장마철에 비유하고 평화를 그 먹구름사이로 잠시 내비친 햇빛이라고 정의한 사람은 역시 천재였다. 동양인들도 예외가 아니다.투표 계산을 할 때에도 곧잘 애용되는 한자의 정(正)은 올바르다는 뜻을 지니고 있지만 그 자원(字源)을 분석해보면 군사들이 남의 나라 성을 쳐들어가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갑골문자의 정자는 오늘의 발 足자처럼 썼는데 위의 口는 나라를 에워싼 성벽을 나타낸 것이고 아래의 止자는 발 모양을 그린 것으로 행진을 의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正자는 征服의 征자나 무력의 武자와 뿌리가 같은 것으로 전쟁이 곧 정의라는사상을 담은 글자이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의 父자도 두 손에 도끼를 들고 서있는 전사의 모양이아닌가.그래야만 살았고 그래야만 가정과 나라를 지켰던 것이 ‘삶의 문법’이요 ‘생존의 규칙’이었다.그러나 같은 전쟁의 패러다임이라고 해도 파워폴리틱스의 서구 문명과 문치교화(文治敎化)의 모럴 폴리틱스로 대비되는 유교문명은 서로 다른점을 지니고 있다.볼테르가 부러워한 것처럼 서양에는 글짓기를 하여 관리가 되는 과거(科擧)제 같은 것은 없었다.그 대신 서양에서는 등자(橙子)가 발명되어 말을 타고도 싸움을 할 수 있게 되면 곧 기사(騎士)와 기사도(騎士道)가 생겨나게 되고 그 힘을 밑받침으로하여 봉건제가 생겨난다.그러다가 대포가 발명되면 이번에는 그 견고했던 성채가 무력해지면서 봉건제도도 함께 붕괴하고 만다.이렇게 모든 기술과 사회제도가 전쟁 패러다임에 의해서 부침해온 것이 파워 폴리틱스를 내세운 서구문명의 전쟁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의 근대문명도 모두가 전쟁패러다임에서 파생된 것들이다.베니치아의귀족들이갈릴레오의 망원경에 거금의 지원금을 내준 것은 결코 지구가 도는지 해가 도는지의 지적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다.그것은 오로지 먼 바다에 떠있는 배가 적의 군함인지 아닌지를 식별해 내는 군사장비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을 뿐이다. 남태평양 섬의 어민들은 이상하게도 자기네들이 잡은 싱싱한 물고기를 놓아둔 채 서양에서 들여온 통조림고기를 사 먹는다.그들은 선진 문명의 상징물로 부러워하고 있는 그 통조림이 바로 나폴레옹이 개발한 전쟁 산물이라는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것이다.병사들이 전쟁터에서 먹을 수 있는 보존식을 개발하기 위해서 나폴레옹은 현상금을 걸었고 1804년 아페르가 통조림의 원리를 발명하게 되었다.오늘날 평화로운 도시의 슈퍼마켓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통조림문화에 귀를 기울이면 유럽대륙을 향해 끝없이 쏘아대던나폴레옹의 포성이 울려오고 있는 것이다. 산업문명의 꿈을 실현시킨 공산품의 표준화도 나폴레옹의 전술에서 비롯된것이다.대포의 바퀴를 끼우고 빼낼 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보나파르트의권력은 모든 나트의 홈과 그 크기를 똑같이 만들어내게 한 것이다.서구 근대문명이 만들어낸 온갖 기술과 그 발명품들은 크든 작든 나폴레옹의 발상처럼 전쟁터에서 발명된 것들이다.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비행기가 급속도로 개발되고 실용화된 것은 그것이 적진에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는 전쟁무기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펜실배니어 대학에서 최초로 개발된 아니액 컴퓨터 역시정확하고 빠른 탄도계산을 위해 미 국방성이 발주한 전쟁장비였다. 술집에까지 불황을 가져왔다는 인터네트의 새 문명은 어떤가.그것 역시 “부루터스 너마저”이다.펜타곤의 컴퓨터가 적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를대비하기 위해 미 군부가 그 자료들을 여러 곳에 분산시키고 네트워크화한것이 바로 인터네트의 기원이다.원격 화상회의의 기술개발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군 수뇌부들이 적의 핵 공격을 피해 각지로 흩어져있어도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군사 참모회의를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군사기술이다.더 이상 장황한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군수용 반도체의 수요가없었더라면 어떻게 한가롭던 플람 과수원의 “산타클라라의 골짜기”가 연일 다우 지수의 신기록을 갱신하는 “실리콘 밸리”로 변할 수 있었겠는가. 이렇게 전쟁 패러다임속에서 나온 서구문명의 특성을 세인트 조지 콤플렉스라고 부르기도 한다.그것은 악령을 퇴치하고 공주와 결혼을 하는 서구 영웅전설의 원형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사랑과 평화의 선행사는 언제나 악령 죽이기라는 그 전쟁으로 되어 있다.그러므로 악령이 없을 때에는 악령을 스스로만들어내야만 한다.그것이 이따금 서양사회를 휩쓸고 지나가는 마녀 사냥이며 나치에 있어서의 유태인이다. 소련의 퇴장으로 악령이 사라지게 되었을 때 재빨리 이슬람-유교 커넥션이라는 새로운 악령을 만들어낸 것이 한때 지식계에 선풍을 몰고온 헌팅턴의“문명의 충돌”이다.20세기의 전쟁 책임을 서양 문명에 몰아세우자는 것이아니다.그렇게 하면 우리 자신이 바로 악령만들기의 또 하나의 세인트 조오지 컴플렉스의 감염자가 되는 것이다. 문명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융합 상생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다시 보여줌으로써 서구 문명자체를 탈구축하려는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참여할수 있는 것이다.부국강병으로 상징되어온 20세기 전쟁 패러다임을 땅에묻으려고 하는 것은 양차 대전에 수백만의 사상자를 내고 진저리를 친 서구문화권의 당사자들이다.오히려 그 낡은 패러다임을 뒤늦게 좇으려고 하는 것이 근대화의 무지개를 뒤^^는 그 주변 국가들이다.그 증거로 2차 대전후 계속된 국지전쟁은 모두가 비 서구지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동아시아도 그런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홉스 바움의 말대로 서구중심의 20세기 문명은 끝나가고 있다.“인구면에서만 보아도 20세기의 전성시대에는 인류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유럽 백인들이 이제는 6분의 1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구 식민지에서 유입된 이민들에 둘러싸여 바리케이트 안에서 살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의 사회 조직 하나를 두고 보더라도 그렇다.20세기의 기업은 군대조직을 그대로 빼다 옮겨놓은 것임을 알 수 있다.군대의 총 사령관이 기업에 오면 재벌 총수가 되고 작전 참모실은 기획실이나 비서실이 된다.국 과장의 조직체계는 사단 연대 대대의 피라미트 구조이고 사병은 바로 사원이다.보초대신 수위가 서있는 것까지 똑같다. 그러나 드라카의 지적대로 21세기의 기업은 군대 조직이 아니라 교향학단조직을 모델로 하게 된다고 말한다.서구문명의 파워 폴리틱스 자체가 모럴폴리틱스로 변해가면서 상극의 갈등원리가 상생(相生)의 융합원리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관리체제는 참여체제로, 독점은 분유(쉐어)로, 일방통행은쌍방향으로 탈구축되어 간다.기능을 위주로하는 공장이 이제는 감동을 나누는 예술 무대의 원리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쟁의 패러다임이 평화의 패러다임으로 변한다는 것은 ‘생산’이 ‘창조’ 개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지금까지는 현실주의자들이 한 기업이나 사회를 이끌어갔다면 앞으로 오는 새 천년은 꿈꾸는 자의비저너리에 의해서,그리고 강자(强者)가 아니라 적자(適者)에 의해서 그 자리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전쟁의 시대에 평화를 꿈꾸는 덕치주의를 펴다가민족의 존립마저 상실할 뻔했다.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덕치주의가 새 패러다임으로 부상하려는 이 때에 서구의 낡은 파워 폴리틱스,리얼 폴리틱스의 유산을 상속한입양아처럼 되어 있다.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지구 최후의 분단국에서 살고있으며 북한은 굶주리면서도 핵과 미사일의 무한 강병(强兵)정책을 만방에고하고 있다.그를 빌미로 일본의 극우론자들은 평화헌법에 다시 색칠을 하자고 하고 전쟁의 진저리였던 “기미가요”가 다시 울려퍼지게 되었다. 대체 이런 상황에서 평화의 열두 대문을 세우자는 것이 어리석고 무의미하게 보일는지 모른다.그러나 몽고병의 전화속에서 우리는 그냥 항쟁만 한 것이 아니라 수십년동안 역사상 유례가 없는 팔만대장경을 만들어 냈다.그런평화에의 의지가 이 나라를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이며 21세기 새벽에 온 세계를 향해 평화선언을 하고 평화의 밀레니엄 게이트를 기공할 수 있는 자격을갖게 한 것이다.지금 새 천년을 향해서 떳떳하게 평화를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대체 몇이나 될 것인가.남의 나라 영토를 뺏지 아니하고도,폭력으로 노예를 부리지 아니하고도 이 정도의 부와 문화를 누리며 사는 나라가 한국 말고 대체 또 어느 나라가 있을 것인가. 임진왜란을 겪은 한국이었지만 일본인에 주자학을 가르쳐 병마(兵馬)를 충효로 바꾸는 문승지효(文勝之效)로 3백년간 왜적의 침략을 막을 수 있었던그 힘의 원천은 대체 무엇이었는가. 이제야말로 그 문화의 힘이 새로운 천년을 지배하는 원동력이 되는 세상이다.100만의 한국인이 그 서원(誓願)의 글을 담아 자신의 서명을 평화의 대문 벽위에 새겨갈 수만 있다면 팔만대장경과도 같은 원력은 온 세계 사람들에게 퍼지며 미사일보다 강한 방벽을 만들어 낼 것이다.평화가 한 나라만의 것이 되었을 때에는 한 마리의 양처럼 약하지만 그것이 열 나라 백나라의 것이 되었을 때에는 사자무리보다도 강하게 된다. 낙원을 의미하는 영어의 파라다이스는 원래 아랍말로 나무도 꽃도 없는 황무지를 뜻한 것이라고 한다.전쟁과 환경오염의 20세기 문명의 뒤안길에 버려진 난지도에 이 평화의 대문을 세운다면 우리는 악취속에서 난초의 향내를맡고 쓰레기 더미에서 푸른 잔디의 생명력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힘으로 20세기의 황무지를 21세기의 낙원의 땅으로약속하는 평화의 열두 대문 하나가 이곳에 세워지는날 2002년 월드컵 손님으로 찾아온 온 세계의 젊은이들은 이곳에 모여 새 천년의 평화와 행복을 다짐하고 함께 나누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를 지배해온 세인트 조지 컴플렉스를 푸는 거대한 상생의 사당이 될 것이며 십년마다 평화의 역사를 정리하는 현대사의 타임 터널이 되어줄 것이다.팍스 로마노의 개선문을 뒤집어라,그러면 한국의 평화와 행복의 그 열두 대문 밀레니엄 게이트가 될 것이다.
  • IOC 서울총회 이모저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는 14일 솔트레이크시티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온 호주의 필 콜스가 IOC위원직은 유지하되 앞으로 2년 동안 IOC의 각종 위원회에 임명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호주 올림픽조직위원회 업무에서 손을 떼도록 했다고 발표.이번 조치로 콜스는 IOC위원직 사임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겠으나 국제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됐다. 200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5일 앞둔 이날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시온(스위스)과 토리노(이탈리아)는 막판 세몰이에 총력.두 도시는 서울의 각호텔에 캠프를 차리는 한편 일부는 국내 관련인사와 관련기업까지 동원해 치열한 로비를 벌이기도. 시온은 자국 출신인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한때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마크 호들러 전 국제스키연맹(FIS) 회장이 개최지 선정위원회 위원이어서 유리하다는 평.반면 토리노는 사마란치 우산 아래 있는라틴계와 아시아·아프리카세의 지지 조짐에 고무된 분위기. 한편 일부에서는 ‘제3의 도시’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을 점치기도. 14일 IOC 서울총회 본부인 신라호텔 입구에서 총회개최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려 사무국 직원들이 긴장.전국건설노조연맹과 전국해고투쟁사업장연석회의 소속 회원 50여명은 ‘한국노동자 다 죽는데 IOC총회가 웬말이냐’는 문구가 든 피켓과 깃발을 들고 경찰과 2시간여 동안 대치. 한 사무국 직원은 “총회가 IOC주최로 열려 국고보조가 없는데도 외화를 낭비한다는 오해를 사고 있다”고 하소연. 박해옥기자 hop@
  • [주한 외국대사에 듣는다]이그나시오 곤살레스 칠레대사

    이그나시오 곤살레스 칠레 대사는 5일 대한매일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칠레는 세계경제 무대에서 완벽한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곤살레스 대사는 “자유무역협정 체결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칠레는 한국의 남미시장 진출의 관문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칠레,두나라의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1962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양국관계는 지금이 황금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칠레의 민주주의도 안정 단계에 있기때문에 경제협력도 갈수록 활발해 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양국의 경제협력 현황을 평가해 주십시오. 한국과 칠레의 1997년 무역규모는 18억달러에 달했습니다.이것은 1990년에비해 370%나 늘어난 액수입니다.세계 최대의 구리 수출국인 칠레는 매년 7억달러의 구리를 한국에 수출합니다.칠레는 주요 수출품인 천연자원,연어,포도주를 가지고 한국시장을 넓히려 합니다.한국 또한 칠레에 자동차,가전제품,의류 등 6억 5,000만달러 이상을 수출합니다.칠레는 전품목에 10%의 관세만을 부과하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시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해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 현재의진행상황은 어떻고 언제쯤 협정이 체결되리라고 전망하십니까. 지난해 12월 FTA체결 합의 이후 한국과 칠레는 전문가,정책결정자들로 구성된 3개의 FTA 연구 그룹을 구성했습니다.제1그룹은 무역규칙을,제2그룹은 투자,서비스,지적재산권을,제3그룹은 무역분쟁 조정,법률문제 등을 집중적으로연구했습니다. 오는 6월 말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양국 대표회담에서 FTA 체결의 가시적인 밑그림이 제시될 것이며 9월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 양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협정체결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 양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과 칠레 사이의 무역규제가 대부분 철폐되기 때문에서로 보완하며 세계경제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습니다.칠레와 한국은 각각 아시아와남미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셈입니다. ■아시아와 남미가 최근 경제위기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칠레의 경제상황은. 칠레경제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건실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아시아와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국가들은 각각 칠레 무역의 30%와 20%를 차지하기때문에 아시아와 남미의 위기로 연평균 7%를 구가하던 칠레의 경제성장도 올해는 2.5%에 머물 전망입니다.다행히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어 경제전망은밝습니다. ■한국기업은 남미시장에 관심이 많습니다.한국기업의 남미시장 진출에서 칠레의 역할은. 칠레는 한국기업의 남미시장 진출의 관문입니다.칠레는 4,000km 이상의 긴태평양 해안선에 위치해 있으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회원일 뿐만 아니라 메르코수르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많은 나라들과 이미 자유뮤역협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칠레의 발달된 금융시장과 통신,항구 등의 사회간접자본을 이용해 한국 기업은 안전하게 남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칠레는 북한과도 수교를 맺고 있는데 북한과의 관계는. 1973년 칠레의 군사쿠데타로 칠레와 북한은 외교관계를 단절했고 91년에 다시 수교했습니다.칠레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회원으로 북한의 경제난 극복에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이미 북한에 비료를 지원할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한편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합니다.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칠레의 국익에도 도움이 됩니다. ■칠레의 전 대통령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재임기간중 살인,고문 등의 혐의로 스페인 검사에 의해 기소돼 현재 영국에서 구금된 상태입니다.이와 관련칠레 국민의 입장은. 피노체트와 그가 행한 군사통치,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도있고 부정적인 사람도 있습니다.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그가 칠레 법정에 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12월 12일 칠레의 대선 전망은. 칠레는 군사독재를 경험했지만 200년 이상의 민주정치 경험을 가지고 있고1988년 이후 민주정치는 정착단계에 들어 섰습니다.집권당인 칠레 민주연정의 리카르도 라고스 후보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이창구기자 window2@
  • [굄돌] 밀레니엄의 역사적 현주소

    사람은 대개 낮에 일하고 밤에 잠잔다.이 하루살이(日常生活) 없이 한해살이 없고,한해살이 없이 즈믄해(천년)의 삶을 그릴 순 없다.즈믄해의 삶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살이의 연속일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즈믄해를 강조하는 말이 많아졌다.물론 즈믄해라 하지 않고밀레니엄이란 외국어를 쓴다.또한 왜 밀레니엄인가가 아니라 주로 어떻게 밀레니엄을 맞이할 것인가를 말한다.원래 밀레니엄은 1,000을 가리키는 라틴어 숫자 밀리아에서 온 말이며,‘영원한 행복’을 상징한다.특히 서구기독교문명권에선 이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가령 ‘천년이 하루같다’는 성경 시편의 구절을 비롯하여 메시아의 지배 기간 등이 모두 1,000년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와 게르만 부족의 관습이 결합한 유럽의 중세사회도 5세기부터 15세기까지 1,000년간 지속됐다.비록 현대인처럼 두렵고 불안한 살림살이 속에맞이했지만 그들은 서기 1,000년을 아무 일도 없이 지났다고 한다.그 이전엔 로마인들이 서기 247년에 로마 건설 1000년을 기념하는 축제를 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오늘날 유럽인들의 미래의식 뿌리에는 이러한 오랜 경험과 유산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로맹 롤랑도 “우리는 일종의 밀레니엄을 향해가고 있다”고 했다. 이와같이 서기 2,000년을 맞이하는 밀레니엄의 미래의식이야말로 우리의 과거와는 거리가 먼 서구문명의 연속성과 그 변환의 공간을 뜻한다.그런데 우리의 미래를 낙관하는 수 많은 설명들은 지금 밀레니엄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이미 서구화에 익숙해진 까닭도 있을 것이다.결국 우리의 미래를 강조하고 있는 밀레니엄이란 말도 다른 모든 단어의 가치처럼 어원에 있지 않고 용도에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역사적 체험이 없이 현실적 용도로 남용되는 지적 언어의 감정이다. 화려하게 포장된 밀레니엄이 자신의 하루살이와 한해살이를 속이는 시대의미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안타까운 것은 ‘어제’와 ‘오늘’처럼 미래를 나타내는 우리말 자체가 없다는 사실이다.그렇다면 밀레니엄에 대한 등가어를 찾는 노력 대신 그것을 빌린 안이한 태도에서 도리어 우리 자신의 역사적 현주소를 발견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김운용IOC위원 뇌물스캔들 ‘완전 탈출’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이 뇌물스캔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케바 음바예 IOC윤리위원장은 5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상임집행위원회가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패혐의와 관련,경고조치를 뛰어넘을 만한 새로운 증거가 없다”면서 김운용 위원에 대한 조사를 종결한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아들이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조직위원회로 부터 봉급을 받았다는 혐의로 경고조치를 받았던 김 위원은 면죄부를 받아 새로운 입지 강화를 위한전기를 마련했다.김위원은 오는 6월12∼20일 서울에서 열릴 IOC 제109차 총회를 계기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집행위가 조사종결을 선언한것은 김 위원의 무혐의를 인정한것으로 재론의 여지가 없어진것이다.따라서 김 위원은 서울총회를 계기로 사마란치 이후를 겨냥해 정치적 공격을 가하고 있는 딕 파운드 부위원장 등에 대한 반격을 시도,명예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서울 IOC총회에서는 200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외에 IOC 부위원장과 집행위원 보선이치러질 예정이어서 김 위원이 다시역할을 강화할 수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솔트레이크 스캔들에 대한 보고서가 제출되는 등 또 다시부패혐의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수도 있으나 무더기 퇴출사건 이후 라틴-아프리카 그룹의 단결도 강력해져 김 위원의 입지는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그러나 김 위원과 함께 조사를 받았던 호주의 필 콜스 위원은 96년 아테네올림픽 유치활동과 관련,전 부인이 6,000달러 어치의 보석을 받은 혐의로 계속조사를 받게 됐다. 오병남
  • 조동일교수 중세문학 재인식 다룬 책 3권 펴내

    “서구문학의 잣대로 세계문학을 보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서구 중심의 근대가 갖는 맹점과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구적 보편성을 지녔던 중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서울대 국문과 조동일교수(61)가 ‘중세문학의 재인식’이라는 큰 주제 아래 세 권의 책을 펴냈다.동아시아 한문문명권의 문학을 고찰한 ‘하나이면서 여럿인 동아시아문학’,세계문학사의 일반론을 도출한 ‘공동문어문학과 민족어문학’,각 문명권의 중세문학이 어떻게 같고다른가를 해명한 ‘문명권의 동질성과 이질성’등 3부작.지식산업사에서 펴낸 이 책들은 연작 형식이지만 내용이나 논지는 독립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3부작은 저자가 기획중인 세계문학사 연구 시리즈(전10권) 중 일부.특히 이번 저서는 국내는 물론 세계학계가 소홀히 다뤄온 중세문학을 집중적으로 고찰,서구와 근세 일변도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고 21세기 세계사의 새로운지향점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조 교수는 지난 70년 ‘서사민요연구’를 시작으로 이번까지 모두 40권의저서를냈다.그의 책들은 한결같이 기존의 논거와 논의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독설을 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이번에 펴낸 ‘중세문학의 재인식’ 시리즈는 학문적 논쟁을 유발할 만한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왜 중세를 파고드는 것일까.중세야말로 세계 각 문화와 문명권이 서로 대등하면서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인문학적으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 시기였다고 보기 때문이다.이런 중세가 근세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일방적 독주가 계속되면서‘암흑의 시대’로 폄하됐다는 것이다.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비서구권에서조차 자신들의 역사가 남긴 문명적 가치를 경시하는 가운데 서구문화와 문학에 경도돼 있다는 점이다.조 교수는 ‘오리엔탈리즘’이란 책을 쓴 미국의 문학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 같은 사람은 팔레스타인 출신임에도 아랍권문학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까막눈’이라고 쏘아붙인다.사이드의 비평은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일종의 ‘시비학(是非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중세는 한문·산스크리트·아랍어·라틴어가 두드러진 위치를 차지하며 거대 공동문어권을 형성하고 있었고,팔리어와 그리스어권도 무시할수 없을 만큼 강한 세력을 갖고 있었다고 분석한다.나아가 이들 문명권 안의 소그룹 즉 민족어문학의 우열이 어떻게 교차했는지도 면밀히 살핀다. 각 문명권은 중심부와 중간부,주변부로 대별할 수 있는데,시대와 상황에 따라 서로 자리바꿈하며 동질성과 이질성을 보여왔다는 게 그의 견해.예를 들어 동아시아의 경우 중세까지만 해도 중국이 문명권의 중심부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이 중간부,일본이 주변부를 형성했지만 근세에 들면서는 일본이 중심부로 부상하는 등 역전현상이 나타났다.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이탈리아와영국이 중세에는 중심부와 주변부를 각각 차지했지만 근세들어 형세가 반전됐고,최근들어서는 이탈리아가 문화적 중심부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문학사 연구 시리즈는 86년 ‘세계문학사의 허실’을 첫 권으로 지금까지 모두 7권이 나왔다.‘세계의 철학사와 문학사’‘소설의 사회사 비교론’‘세계문학사의 전개’ 등 나머지 3권은 2002년까지 완간될 예정이다.세계문학사 정립의 대장정에 나선 조 교수는 “이제 ‘수입학’을 배격하고 ‘자립학’을 넘어서 ‘창조학’으로 학문적 지평을 넓혀나가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한다.
  • IOC 물밑 세력다툼 거세질듯

    창설 150년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더욱 거센 물밑 세력다툼에 휩싸일것 같다. IOC는 1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08차 임시총회에서 ‘솔트레이크 스캔들’에 연루된 장 클로드 강가(콩고) 등 위원 6명을 축출함으로써 3개월여에 걸친 진통을 일단락 지었다.더구나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위원장이 압도적인 재신임을 통해 2001년까지의 임기를 보장받아 표면적으로는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사마란치가 “남은 임기동안 개혁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한데서 보듯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 될 전망이며이 과정에서 ‘포스트 사마란치’를 겨냥한 ‘세(勢)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여겨진다. ‘솔트레이크 스캔들’을 주도했던 딕 파운드(캐나다) 부위원장과 자크 로게(벨기에) 등 앵글로 색슨계를 중심으로 한 ‘반(反)사마란치 그룹’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총력을 쏟겟지만 김운용 집행위원과 캐번 고스퍼(호주) 등 제3세계와 라틴계,동구권 IOC위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이들은이번 스캔들을 통해 앵글로 색슨계에 견줘 상대적으로 더 큰 상처를 입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묵시적으로 연대를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앵글로 색슨계에 대한 반격은 오는 6월 서울 총회에서 신호탄이 쏘아 올려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IOC는 개혁작업을 위해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헨리 키신저 전 미국국무장관과 자크 들로르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외부인사도 참여시킬 예정이다. 오병남
  • 中南美“내년 아시아보다 높은 성장”

    중남미 경제는 올해는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로 침체의 늪에 빠지겠지만내년에는 아시아 제국(諸國)보다 훨씬 높은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남미 전체로 확산될 것같은 경제위기의 도미노가 중단될 것이라는 얘기다.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미주개발은행(IDB) 총재는 연차총회 개막 하루 전인 14일 “올해는 라틴 아메리카에게는 성장측면에서 매우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IDB와 IMF 등 국제금융기구들은 올해 중남미 경제의 성장전망을 대체로 평균 0∼1% 사이로 보고 있다.97년의 5.3%나98년의 2.5%에 비하면 대단히 낮다. 올해 중남미 국가의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것은 서너 가지 이유 때문.우선중남미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브라질의 암울한 상황이 지적된다. 브라질은 지난해 11월 IMF로부터 415억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대가로재정적자 축소,증세(增稅),금리인상 등의 긴축정책을 약속했다.이에 따라 성장률은 97년 3%에서 지난해 0.5 %로 떨어진데 이어 올해는 -4%까지 대폭 후퇴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위기에따른 아시아 등 수입국의 원자재 수요감소는 원유 등 중남미 국가의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바로 지역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특히 국가재정 수입의 3분의 2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유가하락으로 올해 -2% 성장이 점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DB 등은 내년전망을 훨씬 밝게 본다.우선 IDB가 100억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어 이들 국가의 보유고 확충 등 위기 확산 차단에 나선게 주효했다.둘째로는 금융부문의 개혁과 개방속도가 빨랐다는 점이다.정부가 인플레를 10%미만에서 억제한 것도 한 몫을 했다.미셸 캉드쉬 IMF 총재는 “금융부문의 조기 개방과 개혁으로 중남미 국가들은 아시아의 전철을 밟지않아 위기를 피했다”고 평가했다.
  • 주한 외국대사에 듣는다-세르지우 세라 브라질대사

    세르지우 세라 주한 브라질대사는 12일 대한매일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브라질 금융위기는 국내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국제자본이 심리적으로 동요하면서 일어난 측면이 크다”면서 “브라질은 강력한 재정정책을 동원,금융시장 불안을 진정시켜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또 한국 정부의 IMF위기 극복 노력에 대해 “대기업,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추진력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 경제는 이미 장기적 성장궤도에 재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브라질도 한차례 금융위기를 겪었다.레알화 절하가 브라질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이란 분석들이 있는데. 페그제(고정환율제)가 시행될 때부터 레알 가치가 너무 높게 책정돼 있는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학자에 따라서 15∼30%까지 과대평가돼 있다는 주장들이 나왔다.자유변동환율제 도입이 금융시장의 불안심리와 겹치면서 레알이 기대치 이상 폭락했다.장기적으로는 30∼35% 절하된 선에서안정되리라고 전망한다. ▒브라질도 IMF자금 지원을 받게 됐다.이는 한국이 먼저 걸은 길인데 한국의경우와 비교한다면. 한국과 브라질 금융위기는 통화절하,경상수지 적자,외환 이탈,고실업률 등유사한 현상을 동반했지만 본질에서 틀리다고 생각한다.한국문제가 재벌 위주의 성장 드라이브정책이 산업고도화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낸 데서 나왔다면 브라질 산업의 현안은 공기업 민영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다.또 한국이 추진중인 은행 구조조정을 우리는 이미 완료한 상황이다. ▒브라질 정부는 지금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어떤 처방을 준비하고 있나. 우리 문제점의 하나는 지나친 재정적자다.98년 공공부문 적자는 GDP 7%에이르렀다.이에 따라 강력한 재정긴축정책이 불가피해졌다. 긴축을 위해서는의회에서의 법령 통과가 필수적인데 여기 걸리는 시간이 짧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 ▒지난 97년 2월 부임한 대사께서는 한국 외환위기의 전말과 이후의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봤다.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에 대한 IMF 지원은 정권교체와 맞물려 더욱 뚜렷하게 기억된다.정통성이 확고한 지도자였기에 金大中대통령이 새로운 아젠다를 세우고 빅딜 등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데 한결 자유로울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전반적으로 한국은 한고비를 넘었으며 앞으로 중국 위안화 절하 등 외부적 악재만 없다면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金大中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은. 전통적으로 정치적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브라질 정부는 金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앞으로 한국과 브라질 두 나라간 협력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지난 59년 라틴아메리카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과 수교한 이래 브라질은줄곧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의 하나였다. 97년 양국간 교역량은 30억달러에 이르렀다.그러던 것이 IMF사태를 맞으며 특히 한국쪽에서 수입이급감했다.브라질에는 삼성 현대 LG 포철 등 한국 대기업이 거의 진출해 있다.경제위기가 수습되고 나면 발전 전망은 매우 밝다.브라질은 한국에 인구 1억6,000만명의 매력적인 시장을 제공하고 대신 한국은 첨단산업 노하우를 브라질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농림수산물 분쟁

    ‘바나나 전쟁’.스필버그류 영화 제목같지만 실은 미국과 EU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붙고 있는 통상분쟁이다. 지난해 미국은 EU가 남·북 아메리카 지역 바나나 업계의 유럽 수출 길을틀어막고 있다며 유럽상품들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공언,분쟁의 포문을 열었다.세계최대 바나나 소비시장인 EU가 그간 아프리카,카리브해,아시아산 바나나에만 무관세 및 보조금 혜택을 집중,옛 식민지 우대조치를 펴왔다는 것이다.주로 라틴 아메리카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미국 기업들이 발끈했다.사태는 EU가 보복관세 부과의 불공정성 여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기한 가운데 미국도 WTO에 ‘공정한 심사’를 하라고 압력을 가해 양국간 전면전으로 번졌다. 바나나 전쟁은 농·림·수산물 등 1차생산품을 둘러싼 통상마찰 대리전의특성을 잘 보여준다.EU와 미국은 각각 영향권 아래 있는 제3세계 시장을 대신해 앞장서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세계의 쌍벽 농업국 블록이 패권다툼을벌이는 셈이다. ‘식량안보’라는 말도 있듯 1차생산품은 안보와 직결된다.이 부문 세계 최대 생산국인 미국이 남의 대문을 부수려 온갖 기를 쓸때 유럽,일본 등이 무엇보다 이를 지키려 버틸 것은 당연하다.특히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때는 더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은 전세계에 유례없이 거센 시장개방 공세를 펴고있다.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임업·어업 조기관세화를 둘러싸고 일본과 심각한 논전을 벌인 뒤 연말에는 쌀 조기관세화와 쇠고기 수입문제로 일본,EU와 각각 혈전을 폈다. 즉 APEC 국가끼리 9개 산업부문 관세 감축을 약속했는데 일본이 임업,어업만은 허용할수 없다며 갑자기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이어 일본은 2000년 말로 잡혀있던 쌀 개방스케줄을 올 4월로 앞당기는 대신 관세 1,000%를 부과하겠다고 나서 미국을 자극시켰다.호르몬을 투여한 미국산 소를 수입 금지해온 EU에 대해 미국 요구대로 WTO가 제동을 걸었지만 들은 척도 않는다며 분노하고 있다.쇠고기 불똥은 한국에도 튀어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같은 개방압력은 우루과이라운드(UR)를 뒤잇는 뉴라운드 협상이 기다리고있어 더 거세질 전망이다.孫靜淑 jssohn@daehanmail.com
  • 담배·제약-경쟁력 강화 총력…판도 예측 불허

    국경을 초월한 기업 인수·합병(M&A)열풍은 세계 담배업계에도 지각변동을가져왔다. 세계시장 2위의 브리티스 아메리칸 토바코(BAT)사는 최근 경쟁사인 세계 4위의 로스만 인터내셔널 BV를 74억8,000만달러에 전격 인수·합병했다. ‘켄트’ 담배로 유명한 BAT사로서는 로스만사의 얼굴인 ‘던힐’,‘윈 필드’ 등의 브랜드를 손에 쥐게 되어 시장점유율이 단번에 16%로 올라섰다.시장점유율 17%로 부동의 1위를 달렸던 미국의 필립 모리스사도 넘볼 수 있는발판을 마련했다. 담배메이저들의 합병 이유는 다른 업종과 다르다.21세기 황금어장인 신흥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주목적.급성장중인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해 자체 경쟁자를 줄이고 비용 절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규모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최대 시장이던 선진국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금연운동과 강화된담배광고규제 등 ‘담배와의 전쟁’은 이들 담배회사에 위기감과 함께 신흥시장의 공략에 사활을 걸도록 하고 있다. BAT사의 경우만해도 이번 합병으로 로스만의 ‘브랜드 프리미엄’과 함께연간 4억1,2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이젠 미국 메이저들의 안마당격인 아시아에서도 필립 모리스나 RJ레이놀즈 등과 감히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제약업계도 마찬가지다.업계 특성상 과다한 연구비 지출과 치열한 시장경쟁 때문에 대규모 인수·합병이 다른 업종보다 더욱 빈번히 일어나지만올해는 정말 예측불허의 상황이 올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올해 세계제약업계의 지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유럽지역에서만 두 건의 인수·합병이 이뤄졌다.독일 획스트와 프랑스의 롱플랑이 합병,세계 1위의 ‘아벤티스’사로 새출발을 한 데 이어 영국의 3위 업체인 제네카사와 스웨덴 1위인 아스트라사가 합병,매출총액 670억달러로 세계 3위의 제약사로 올라섰다.李慶玉ok@
  • 영어 to부정사 분리용법 수용

    ◎옥스퍼드사전 분리불가원칙 공식 포기/‘to jump quickly’대신 ‘to quickly jump’ 가능 【올드 세이브룩(미국 코네티컷주) AP 연합】 앞으로는 ‘to jump quickly’를 ‘to quickly jump’라고 써도 된다. 지금까지는 to 부정사와 동사 원형을 반드시 붙여 ‘to jump quickly’라고만 써야 했다. 이는 현대 영어의 바이블인 옥스퍼드사전이 수백년 동안 고수해왔던 ‘to 부정사 분리불가 원칙’을 공식 포기했기 때문이다. ‘to 부정사 분리불가 원칙’은 to+동사원형으로 그 사이에는 부사 등 어떤 단어도 끼어 넣지 못하는 것으로,라틴어 용법에서 비롯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는 영국판 사전에서 지난해 처음 이 원칙을 포기했으나 미국판 옥스퍼드사전 편집자들은 지난달 발간한 ‘뉴 옥스퍼드 아메리칸 데스크 딕셔너리’에서 뒤늦게 부정사 분리원칙을 수용했다. 옥스퍼드사전은 퀸스 잉글리시(Qeen’s English)로 현재 사용중인 표준 영어의 교과서격이다. 그동안 언어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전치사인 ‘to’와 동사 원형은 항상 붙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그동안 랜덤 하우스나 스트렁크앤 화이트 등 일부 사전들은 to와 동사원형의 분리를 인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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