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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려드는 이민에 “골머리”/프랑스(특파원코너)

    ◎“「실업이민」이 재정 축낸다” 불만 팽배/“이민은 사회당의 생명보험” 자조도/정부선 「불법이주규제법안」 마련등 대책 부심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임을 자부하는 프랑스는 이민 문제에 대해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훨씬 개방적이다.그러나 최근 사회 여론과 이에 힘입은 우파 정당의 정치적 공세에 밀려 사회당 정부가 이민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에 이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과거 프랑스가 지배했던 아프리카 출신들이다.프랑스는 또 그 특유의 인도적 정신으로 수많은 정치적 망명자들을 포용하고 있다. 합법적이건 불법적이건 이민의 증가는 경제가 침체된 프랑스에 큰 짐으로 느껴지고 있다.프랑스의 실업률은 올해 9.5%를 넘어섰다.이런 판에 유입되는 이주자들로 파리 변두리 일부에 새로운 빈민가가 형성되고 있으며 범죄율도 높아지고 있다.일부 지역에서는 이들에 의한 폭동도 일어났었다. 실업자인 이주자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 복지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있다.지난 6월 우파 정치인이며 다음 선거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인 자크 시라크 파리 시장이 한마디 던진 말이 큰 파문을 일으켰었다.그는 오를레앙시에서의 한 연설을 통해 『정부는 프랑스를 이민자의 천국으로 만들 셈이냐』고 공격하고 『3명의 아내와 20여명의 자녀를 거느린 한 아랍계의 가장은 집세와 자녀양육비로 매달 5만프랑(약6백만원)을 정부에서 받아 빈둥빈둥 놀면서 잘 살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지하철역 포스터 가운데는 「우리 주변에는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쓰인,우리식으로 말하면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온정호소의 공익광고가 있다.이 포스터의 그림을 보면 한 나뭇가지에 대여섯마리의 새떼가 오순도순 모여 있고 저만치 떨어져 새 한마리가 외로이 떨고 있다.그런데 이 그림에 누군가가 낙서를 하면서 굶주리며 떨고 있는 새쪽에는 「프랑스인」,행복한 새들 쪽에는 「외국인 이주자」라고 써놓았다. 대중의 불만에 힘입어 이민 문제는 우파 정당에 집권당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이슈가 되고 있다.전대통령이며 프랑스 민주연합의 지도자인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은 수일전 르 피가로 신문 기고를 통해 이민의 증가를 「침공」으로 표현하면서 정부를 신랄하게 공격했다.자크 시라크도 이에 동조하여 다시 포문을 열고 있다.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인 알랭 페르피트도 우익보수 신문인 이 신문에 글을 쓰면서 「이민은 사회당 정부의 생명보험」이라고 비아냥댔다.그는 한해 1만명의 이민자 가운데 8천명이 좌파 지지자가 된다고 주장하고 사회당은 선거를 위해 이민을 받아들인다고 비난했다. 이런 공세에 밀린 사회당은 지난 달말 불법이민 규제법안을 마련하여 다듬고 있다.이 법안은 불법노동력의 유입을 근본적으로 막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불법고용및 알선자에 대한 중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살기 어려운 제3세계 국가에서 더 나은 삶의 기회를 바라고 온갖 방법으로 밀고 들어오는 이주자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분단된 땅으로 남을 수는 없다/노 대통령의 유엔 평화메시지(사설)

    노태우대통령의 24일 유엔총회 연설은 남에 의해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던 타율의 역사가 끝났음을 전세계에 알리면서 한국이 비록 가입은 늦었으나 당당한 경제력을 갖춘 중진회원국으로서 미래가 있는 나라임을 선언한 뜻깊은 기회였다. 노대통령은 「남북한이 각각 다른 의석으로 유엔에 가입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나 그것은 통일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중간단계」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의 연설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공존시대를 맞으며 남북이 해야할 일과 세계 신질서를 주도하는 유엔의 역할속에서 한국은 우리 국력에 걸맞게 동북아 질서재편과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적절한 기여를 해나갈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노대통령의 이번 총회 등단은 유엔이라는 범세계적인 외교무대에서 비록 회원국 가입은 냉전구조의 여파로 늦었으나 교역량면에서 세계 13위,GNP 세계 15위의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중간국가로서 남북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다짐하고 있는 점등은 유엔에서 우리의 위상과 좌표를 당당하게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을 앞당기는 실천 사항으로 그는 첫째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둘째 군사적 신뢰구축을 바탕으로한 군비감축,셋째 사람과 물자정보의 자유로운 교류등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이들 제안들이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그러나 이같은 과정을 통해 서로를 가르는 장벽을 헐어야 한다는 것은 전세계가 공감하고 있는 터로 그 실천방안을 구체화하여 북이 핵무기의 개발을 포기하고 남북간에 신뢰구축 노력이 진전될 경우 재래식 전력의 감축뿐 아니라 한반도의 핵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를 추진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있는 점에 우리는 주목코자 한다.전쟁위험의 제거없이는 상호신뢰구축이 불가능함은 자명한 일로 북한은 우선 모든 핵물질과 그 시설에 대한 국제기구의 사찰에 조건없이 응한 연후라야 상호 협의·화해·협력이 가능할 수 밖에 없다.이점에 대해서는 지금 전세계가 북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국제원자력기구의 모든 회원국이 공동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북이 결국은 승복하게 될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노대통령은 변혁의 물결이 이 세계의 지축을 흔들기 전부터 냉전의 벽을 뛰어넘어 소련·중동부유럽의 모든 나라들과 외교관계를 맺었으며 중국과도 교류협력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그실 중부유럽의 변혁에 서울에서 열린 88올림픽이 상당한 충격과 영향을 줬음이 사실임을 감안하면 우리도 냉전종식의 여파 아닌 냉전해체를 주도해온 한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지나치지 않은 중진국가임을 과시할만도 하다. 우리는 이제 한반도 문제의 건설적인 해결을 강구하는 평화조성의 노력을 계속하면서 성숙한 남북시대를 열고 탈냉전 주체외교의 시발을 알리는 계기가 곧 노대통령의 총회 연설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한반도만이 냉전으로 갈라진 땅으로 남아 있을 수 만은 없을 것이며 우리는 이 역사적인 소임을 주도해 나가야 함을 그는 총회 연설에서 강조하고 있다.
  • 미 재할인율 5%로/경기부양 위해 0.5% 인하

    【워싱턴 로이터 연합】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년동안 침체를 보여온 미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13일 재할인율을 현행 5.5%에서 18년여만에 최저 수준인 5%로 인하했다. 경제전반에 김리인하의 연쇄반응을 일으키려는 이같은 FRB의 재할인율 인하조치가 발표되자 시티뱅크를 비롯한 주요은행들은 우량기업에 대한 대출금리인 프라임레이트를 즉각 8.5%서 8%로 내렸다. 중앙은행인 FRB가 단행한 새 할인율 5%는 지난 73년1월15일부터 2월26일까지 시행됐던 5%의 재할인율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말린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재할인율 인하조치에 대해 『그것은 희소식이다.우리가 불황에서 벗어날 것은 의심할 바 없다』고 논평했다.
  • 발트3국 완전 독립 “산넘어 산”

    ◎수출 60%·원유수입 전량 연방의존/국경문제·러시아인 반발등 난제로 발트해 연안 3국의 탈소독립이 거의 기정사실화되어가고 있다.소련에 강제합병된지 51년만에 주권국가로서 다시 세계무대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연방과 마무리해야할 제반문제를 남겨놓고는 있지만 세계 40여개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했거나 국가인정을 준비중이어서 발트3국의 독립은 이제 돌이킬 수 있는 선을 넘어선 상황이다.강권통치속에서 잠복돼온 독립염원이 페레스트로이카의 물결을 타고 지난 87년말 시작된 독립요구시위로 가시화된 이래 4년만에 열매를 맺은 셈이다. 그러나 정식으로 독립하기까지에는 공화국내 러시아인들의 처리를 포함한 국경문제 등 아직도 숱한 장애들이 남아있다.에스토니아 인구의 40%,라트비아의 35%,리투아니아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자존심 강한 러시아인들이 순순히 약소민족의 지배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 틀림없다. 또 독립후에도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까지에는 한세대 정도의 고난이 불가피하다.발트3국은 제조공업 위주로 특화돼 있어서 소련내 15개 공화국 가운데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잘사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다.그러나 소비원유의 거의 전량을 러시아공의 볼가유전으로부터 국제시장가격의 20%에 불과한 싼 값에 수입하고있기 때문에 독립후 에너지공급에 막대한 추가비용이 소요된다.국민총생산의 60%정도를 소련내에 수출해왔으나 이들의 조악한 공업제품이 앞으로 선진공업국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도 쉽지않은 실정이다. 조상이 서슬라브민족인 발트3국은 러시아·게르만·폴란드·스웨덴·덴마크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끊임없는 침략을 받았고 18세기경부터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오다 제1차세계대전 이후인 1920년을 전후해 차례로 독립했지만 2차대전 직전 독소불가침조약에 따라 40년 소련에 각각 합병됐다. 리투아니아는 인구 3백72만명으로 리투아니아인 비율이 80%를 넘고 정밀기계공업과 금속가공업에 중점을 두고있으며 라트비아는 인구 2백69만명으로 54%가 라트비아인이며 전기·전자 금속·화학공업·자동차 등의 산업이 발달돼 있으며 에스토니아는 인구 1백58만명으로 65%가 에스토니아인이고 식품가공업과 직물 등 경공업 위주다.
  •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무단복제 판매/미 업계,컴퓨터상 2곳 고발

    미국산 소프트웨어프로그램 불법 복제에 대한 미국업계의 법적대응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등 미국의 8개 소프트웨어개발업체로 구성된 미국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BSA)는 19일 미국산 소프트웨어를 무단복사 판매한 국내 2개 컴퓨터 판매상을 고발했으며 이어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국내 기업 태평양패션(주)에 대해서도 형사고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발된 프라임컴퓨터(경기도 송탄시)와 컴퓨터텍(서울 이태원)등 2개 판매상은 지난 4일 서울지방검찰청의 단속을 받고 2명이 구속되고 해적판 플로피디스크 1만여장이 압수됐으며,태평양패션은 12일 검찰의 기습단속에서 애쉬톤 데이트,마이크로 소프트,로터스 디벨롭먼트사등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사용이 적발된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회는 지난 5월 대림오토바이판매(주)와 태영산업(주)에 대해서도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혐의를 들어 고발조치한 바 있다.연합회측은 앞으로도 복제프로그램 사용자는 물론 복제품 재판매상에 대해서 강경한 사법적 대응을 다짐하고 있어 이들 업계의 국내시장 감시활동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외언내언

    2일밤 서울의 컬러TV에 나타난 미국 백악관의 「남쪽뜰」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완벽한 의전례를 갖춘 국빈환영식은 21발의 예포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한국대통령이 미국대통령의 이런 영접을 받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한국국민이 이런 모습을 「색채」로 「동시」에 중계해서 본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대통령직이란 위엄을 인정받는 노예와 같은 것』이라는 미국 잭슨대통령의 말을 노태우대통령은 오찬연설때 인용했다고 한다.컬러TV로 중계방송된 「국빈영접」의 백악관행사 모습을 볼수 있었던 2일밤의 한국 국민들에게는 노대통령의 이 인용구가 실감되는 느낌이었다.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밖에 나가서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은 국민이 대접받는 것을 뜻한다.「위엄을 인정받는 노예」의 자격으로 국민이 파견한 대통령이 받은 대접을 우리는 TV로 즐겼다. ◆노대통령의 답사에는 스스로 한국을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사회주의 경제를 채택해온 나라에는 자유시장경제사회의 우월성을,모든 개발도상국에게는 개방경제와 자유무역의 효율성을 입증하는 빛나는 진열장」이 한국이라고 노대통령은 피력했다.세계인에게 특히 개발이 뒤진 나라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라임을 자부한 것이다. ◆한국인은 여기까지 왔다.체격이 크고 당당한 편인 대통령내외를 파견하여 멋진 의식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고 그걸 구경도 하고 이것저것 양국사이에 걸려있는 현안문제들도 해결해 보라고 당부했다.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서 남들이 보기에 억지로라도 시장개방을 시켜야만 이롭겠다고 느껴질 만한 나라로 성장한 우리.그게 다 우리가 스스로 쌓아온 공이다. ◆독립군복장을 한 고적대의 양키두둘두가 인상적이고 신명나던 이날의 의식에 날씨는 또 어찌 그리 좋았는지.군인들이 일사병을 일으킬만큼 햇빛이 빛났다.국민의 신성한 심부름을 안고 가있는 대통령내외가 부디 건강하게 잘 다녀오기를 빈다.
  • 한·미 관계발전,또 하나의 계기(사설)

    세계는 지금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개방과 개혁,탈냉전·탈이념·화해기운 속에서 국제관계는 날로 새로워진다. 우리 한반도와 남북한 관계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를 택한 노태우 대통령의 미국과 캐나다 방문은 단순한 우호국 정상간의 만남의 의미를 뛰어넘는 것이다. 특히 미국방문은 양국간 시급한 현안의 타결 때문이라기보다는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기 위한 국제정치전략차원의 논의가 한미 두 정상간에 있으리라는 측면에서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오늘날 한미관계의 저울 추는 종래의 수직관계를 벗어나 수평 쪽으로 성큼 이동해서 멎어 있다. 그 동안 불평등 논의 때마다 대두됐던 항공협정과 주한미군 지위협정의 개정이 이뤄진 지도 꽤나 됐다. 유엔관계 차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군사정전위의 유엔군측 대표로 한국군 장성이 활약하고 있고 한미 연합사령부 지상군 사령관의 한군군 장성 보임계획 등 명실상부한 한국방위의 한국화도 실현중에 있다. 한미 관계의 이러한 변화는 한국·소련관계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의 한반도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요인이 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는 지금 분명 변하고 있으나 아직도 그 변화의 주역은 미소일 것이고 한국은 이제 그 미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 능동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방미는 국익 외교측면에서도 시의을 얻고 있다. 북한이 우리와 더불어 유엔에 가입하기로 결정하고 그들 핵시설에 대한 국제기관의 사찰에 다소 긍정적 태도를 표명하고 있는 등 그 「시기성」 때문이다. 한미 두 정상은 이 문제를 깊이 논의하고 남북한 대화발전 전략을 협의할 것이다. 이제 한반도 문제는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남북한 관계이상의 국제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한미 관계는 우리 외교와 대국제협력의 중추이다. 수직이든 수평이든 그 관계의 축을 떠나 우리 외교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오랜 세월 변함없는 우방으로서의 캐나다 또한 우리에게 소중한 나라임은 말할 것도 없다.각기 냉혹한 국익 측면에서 보면 한·미,한·캐나다간 현안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통상문제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우리 대외통상의 핵심관련 당사국이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등 이른바 「장기 경제체제 발전」의 주도국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정상의 방문이 보다 강도높은 통상압력의 부담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포함한 모든 현안들은 상호 전통적인 우호관계 위에서의 진지한 노력에 따라서는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본다. 또 그것이 바로 정상외교의 효율성이라고 본다면 이번 노 대통령의 방문외교가 여간 기대되는 것이 아니다.
  • 외언내언

    유고슬라비아는 국명은 「남슬라브민족의 나라」라는 뜻이다. 6세기경 발칸반도로 남하한 슬라브민족이 세운 나라임을 강조하는 이름.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 7개의 나라에 둘러싸인 6개 공화국연방으로 5개의 주요민족이 있고 4개의 언어 2개의 문자를 쓰며 3개의 종교를 믿는 「모자이크의 나라」다. ◆1918년까지 터키·오스트리아·헝가리 등 주변 강대국의 식민지였다.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에보의 총성」으로도 유명한 나라다. 2차대전 땐 동구에서 유일하게 소련군의 힘을 빌지 않고 빨치산 저항운동으로 나치스군을 몰아낸 자랑스런 역사도 있다. 바로 그 빨치산을 주도한 티토의 나라로도 알려져 있다. 오늘의 유고라는 모자이크국가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그 티토 대통령. ◆국가적 구심점의 역할을 하는 대통령의 선출에 실패하는 등 오늘의 유고가 겪고 있는 국가붕괴의 위기는 80년 티토의 죽음에서 이미 예상되었었다. 티토는 죽기 6년 전인 74년에 오늘의 사태를 걱정,헌법을 개정하고 자신의 사후엔 각 공화국이 동등한 대표권을갖는 집단지도체제를 하도록 하는 한편 대통령직도 각 공화국이 1년씩 돌아가며 맡도록 대비를 했던 것. 덕분에 유고는 그 동안 국가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유고의 모자이크를 뒤흔들어놓은 것이 고르바초프의 동구 해방과 민주화. 작년 4월 복수정당제의 자유선거를 실시한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공화국에 비공산당정부가 수립되면서 연방을 묶어온 공산당의 구심력이 사라진 결과 각 공화국의 대립갈등이 노골화됨으로써 사분오열의 붕괴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 ◆유고가 하나의 국가로 유지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진통의 루마니아·알바니아 등과 함께 유고의 혼돈이 유혈사태로라도 발전하면 발칸반도는 또 한차례 「세계의 화약고」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고르바초프의 민주화 개혁과 동구 해방이 세계의 화해와 공존을 가져온 반면 소련 자신과 유고 등 해방된 동구에선 민족대립과 갈등을 첨예화시키고 있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란 생각이 든다.
  • 뉴욕 주가 상승세로/미 은행들 우대금리 0.5% 인하 영향

    【워싱턴 AP AFP 연합】 시티뱅크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은행들은 1일 프라임 레이트(기업우대금리)를 종전보다 0.5%포인트 내린 8.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EED)가 할인율 인하를 발표한 뒤 하루뒤인 이날 모건 개런티 트러스트를 시작으로 시티뱅크와 케미컬 뱅크·체이스 맨해턴뱅크 등 주요 은행들은 일제히 프라임 레이트의 인하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미국 민간은행들이 신용상태가 우수한 법인 고객에게 적용하는 금리인 프라임레이트가 인하된 것은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올 들어 3번째이며 이번에 8.5%로 조정된 금리는 지난 88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뉴욕 증시의 주가는 미국의 주요은행들이 프라임레이트를 인하한 것과 함께 미국 경제회복 조짐이 나타났음을 시사하는 발표 등에 힘입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주가지표인 다우 존스 공업평균지수는 42.33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상무부는 이날 발표를 통해 미국의 경기선행지표가 지난 2월에 1.5%포인트가 오른 데 이어 3월에도 다시 0.5%포인트가 오름으로써 올해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을 나타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9월 이전 유엔가입 신청”/노창희대사

    ◎안보리에 각서 전달… 회원국 배포 【뉴욕 연합】 노창희 주유엔 대표부 대사는 지난 5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폴 노테르담 의장(벨기에 대사)에게 유엔가입문제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설명하고 특히 남한이 올해 안에 유엔가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각서를 전달,각서가 안보리문서로 유엔회원국 및 산하기구에 배포되도록 요청했다. 노 대사의 요청에 따라 한국정부 각서는 금주초 유엔회원국 및 산하기구에 배포될 예정이다. 한국정부는 노 대사가 안보리의장에게 전달한 이 각서에서 올해 제46차 유엔총회가 개막되는 9월17일 이전에 유엔가입을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노 대사는 『9월17일 개막되는 46차 유엔총회 때는 한국이 유엔의 당당한 회원국으로 참석하고 싶다는 게 우리 정부의 희망이며 그 이전에 가입원 제출 등 유엔가입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정부각서는 한국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고 세계 12번째의 무역국일 뿐 아니라 유엔헌장을 준수할 평화애호국으로 유엔의 정회원국이 될 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춘 나라임을 강조하고 특히 냉전시대 이후 세계에 부는 화해와 협조정신에 비춰 한국의 유엔회원국 문제가 이제 해결돼야 할 것임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각서는 또 한국정부가 북한과 함께 유엔에 가입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별 성과가 없었음에 유감을 표하면서 앞으로도 북한과 함께 유엔에 가입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나 여전히 우리의 노력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단독가입이 불가피함을 분명히했다. 작년 유엔 총회기간 동안 자국의 외교방침을 밝힌 1백14개 회원국 가운데 71개국이 한국의 유엔가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 「신년호」를 보면서…(사설)

    우리의 신년은 걱정으로 출발하고 있다. 모든 매체들이 어두운 새해를 점치는 특집으로 채워졌다. 이렇게 침체된채 새해를 맞은 경험이 최근 몇년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새해 원단부터 우리는 불안하고 우울하다. 우리가 정치적으로 민주화하고 경제적으로 중진국에 진입한 나라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스스로도 확신하고 있고,남들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이런 수준에 이르렀음이 분명한데도 20세기의 마지막 10년이며 21세기를 준비하는 결정적인 시기인 90년대의 벽두에 우리가 이토록 불길한 미래를 생각하며 우울한 새해를 맞아야 하는 것은 무엇때문인가 하는 강한 회의가 든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 불길한 징조들은 발전단계에서 만나는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도성장을 지향하며 고속화도로를 달려왔고 그 달림의 속도에 짐스럽다고 한때 벗어 던지고 외면했던 「민주화」를 되찾아 짊어지고 「걷기」시작했다. 짐이 무거우면 달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달릴 수 없어지면 뒤처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어진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현실이 필연성을 지녔다고해서 그것이 노력없이도 극복될 수 있는 시련인 것은 아니다. 이 갈림길을 극복하는 방법에 따라 우리는 중진에서 도약하여 선진으로 진입할 수도 있고,그 역으로 퇴행의 늪으로 함몰될 수도 있다. 우리가 특히 불길을 예측하는 것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발밑이 도약을 하기에는 매우 부실하고,오히려 미끄러져 퇴행하기에 십상인 입지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약보다는 추락을 더많이 예측시키는 원인이 무엇인가. 신년호 매체들은 그 원인을 대체로 국민의식에서 찾고 있다. 부정직한 정치,부도덕한 경제,나태해진 근로자,절도 잃은 시민에게 두고 있는 것이다. 변혁기의 몸살에 미처 적응할 수 없을 만큼 참을성이 없는 국민을 냉정한 계산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하며 갈팡질팡한 정책,민심을 얻기 위해 성숙한 역량도 없는 민심을 너무 추켜 올리는 무책임한 정치,시류에 얹혀서 진실을 말하기에 직무를 태만하는 지식인,선동체질에 중독된 대중운동가까지 합세하여 오늘처럼 어두운 현실에 이르렀음을 우리는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된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새해가 어려움을 잉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제히 적시하고 있는 「신년호」들을 통해 한편으로 우리는 희망의 불씨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잘못되고 있다는 인식으로 부터 바로잡는 노력은 출발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산적하면 극복의 역량도 발휘된다. 통일지상주의 증후군이나 집단이기주의,소유박탈감의 만연으로 혼란과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면 다함께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이 「앎」이 좀더 탄탄하게 하는 노력부터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생사문제인 경제만 해도 우루과이라운드 EC,가트같은 것을 깊이 있는 지식으로 이해의 폭을 넓혀가면 정당한 대응이 이기는 것임을 알게 되고 건전한 도덕성이 사회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힘들지만 정치인도 그것을 노력해야 하고 경제도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성숙해야 하고 참을성 있어야 하고 성실해야 하고 근면해야 한다는 것이 새해의 불길한 의문에 대한 해답이다.
  • 예루살렘의 두 얼굴/강석진 국제부기자(오늘의 눈)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인들은 예루살라임이라고 부르고 아랍인들은 알 쿠즈라고 부른다. 이스라엘이 점령중인 웨스트뱅크지역의 가장 큰 도시 알 할릴도 이스라엘인들은 헤브론이라고 달리 부른다. 이름만 갈라져 있는 것이 아니다. 유태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삶 자체가 완전히 나뉘어 있다. 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차지하게 된 동예루살렘은 아직도 밖에서 안을 잘 들여다보기 어려운 아랍식의 건물과 좁은 골목,그리고 건조한 풍경으로 여늬 아랍시가지와 다를 바 없었다. 요르단의 디나르화가 통용되었고 매달 9일 정기적으로 파업하는 인티파다운동의 관례에 따라 지난 9일에도 전면 철시중이었다. 유태인 거주지역인 서예루살렘 신시가지는 마치 서구의 한 도시인듯 수목이 울창하게 보일만큼 잘 가꾸어져 있었고 번화한 거리모습이 9일에도 거리는 사람이 흘러 넘쳤다. 두 구역을 가르는 곳은 예루살렘 옛 성의 서쪽거리인 자파 로우드,이스라엘은 성위 곳곳에 다윗의 별이 선명한 유태기를 높이높이 휘날리고 있었지만 자파 로우드 동쪽은 아랍의땅,서쪽은 유태의 땅으로 나뉘어 있었다. 지난 9일 예루살렘성과 다마스커스 게이드(아랍지역)에서 택시를 타고 신시가지로 가자고 하니 아랍인 운전사는 신시가지쪽으로 영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다음날 신시가지에서 호텔측에 아랍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니 잘 안불러준다. 호텔 밖으로 나와 유태인 택시를 타니 이것도 구시가지로는 잘 안들어가려 한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는 길도 통하고 경계도 없고 겉으로는 하나였지만 속은 둘이었다. 버스도 유태버스와 아랍버스로 나뉘어 있어 잘 확인한 뒤에 타야 한다. 사람 모습도 완연히 다르다. 아랍인의 가난함은 그들의 집ㆍ옷ㆍ표정ㆍ손 어디에도 묻어 있었다. 웨스트 뱅크 지역의 가장 큰 도시 알 할릴(헤브론)에 아랍버스로 들어가 자칭 팔레스타인 지하신문 발행인을 만났다. 3년이나 복역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2시간여에 걸쳐 점령하의 팔레스타인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오 2시반 그와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자리를 일어나면서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그 시계는 3시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2시반은 이스라엘의 시간으로 서머타임을 실시중인 파리와도 일치하는 시간이고 3시반은 바레인으로부터 이라크 사우디 요르단에 걸쳐 통용되는 「아랍의 시간」이었다. 팔레스타인인과 유태인 그들은 같은 장소에서 시간도 서로 달리쓰고 있었다. 한쪽은 서머타임을 실시중이고 다른 쪽은 아니고. 거의 대부분의 이스라엘인들은 사담 후세인을 「미친놈」이라고 주저하지 않고 불렀지만 팔레스타인인은 이라크를 적극 지지하고 있었다. 그가 보여주는 「아랍의 힘」에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23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양 민족은 합일점을 찾기는 커녕 끝이 점점 벌어지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그래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은 평화와 화합의 길이 아니라 분열과 핍박을 확인하는 길이었다.
  • 일본의 대북한 관계 개선 조건(사설)

    일본의 대북한 관계개선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은 한소 정상회담의 성사등 한국의 대중ㆍ소 북방외교가 성과를 거두고 있고 미ㆍ북한관계가 북한의 6ㆍ25 실종미군유해 5구 송환등으로 진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본의 대북한관계는 7년전 북한군 하사 민홍구씨의 일본망명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일본 화물선 후지산마루(부사산환)의 선원 2명을 북한이 억류한 이후 냉각되어 왔다. 그것이 북한의 KAL기 폭파등으로 더욱 동결되었다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완화의 기미를 보여왔으나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그러던 것이 금년들면서,특히 지난 6월 초순의 한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총리와 외무장관이 의회발언등을 통해 『북한을 비합법정부로 생각한 일은 없으며 북한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전제조건없이 만날 용의가 있을 뿐 아니라 과거 일본의 과오에 대해 북한에도 사죄할 용의가 있다』는 등의 집중적인 대북화해및 관계개선촉구 제스처를보였다. 그리고 12일엔 가이후(해부)총리가 오는 19일부터 북한을 방문하는 일본 사회당 대표단에게 대북한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일본정부의 공식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도록 요청했다. 일본의 대북한 관계창구는 사회당이 주로 맡아왔다. 그러나 금년들면서부터는 정부ㆍ자민당이 직접 나서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지난 5월엔 정부와 자민당,그리고 사회당으로 구성되는 대북한 관계개선을 위한 초당적 「3자협의회」가 구성됐다. 이번 사회당 대표단의 북한방문은 그런 의미에서 일본정부 공식사절의 북한 방문에 비교될 만하다. 이들은 김일성ㆍ허담 등과 만난다. 일본은 이번 대표단의 북한방문이후 답례형식으로 북한 로동당 정치국원급 고위사절의 방일을 실현시킨 뒤 다나베(전변) 사회당부위원장을 다시 방북시킬 계획이다. 그리고 10월이전에 일본 자민당의 원로실력자인 가네마루(김환) 전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자민당 대표단을 파견해 북한 경제지원을 위한 원조계획등을 제안,가능하면 조기수교로까지 끌고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같은 일본의 대북한 관계개선 노력을 보면서 우리는 그것이 북한의 고립을 완화하고 북한을 개방과 개혁으로 유도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그리고 통일에 기여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일본의 노력이 얼마간 조급하고 저돌적이란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나라임을 자처하고 아시아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하려 하고 있는 일본이 한반도문제에서 미ㆍ중ㆍ소에 주도권을 뺏기고 배제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초조감에 쫓기고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유감스러운 일일 것이다. 또 한가지 우리는 일본의 무조건적인 대북한 관계개선의 자세에 대해서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우방의 대북한 관계개선이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의 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거나 적어도 그것을 유도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것을 무시한 맹목적인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기회있을 때마다 분명히해왔음을 일본이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우파연합」 총선승리의 안팎(통독으로 가는길:1)

    ◎“조기통일”… 동독인들의 선택/“절차따지다 때 놓친다”국민열망 반영/경제재건 욕구에 서독측 지원도 큰 몫 3ㆍ18 동독총선은 동ㆍ서독의 조속한 통일과 피폐된 동독경제의 시급한 부활을 촉구하는 동독국민들의 집약된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40년 독재의 호네커 공산당 독재를 무너뜨린 지난해 가을의 개혁요구 시위가 동독에서의 공산주의 몰락의 첫 신호였다면 이번 3ㆍ18총선 결과는 개혁 동구국에서 공산당 패퇴의 현장확인인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처음부터 통독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됐었다. 지난해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동독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은 갈수록 뜨거워졌고 특히 헬무트 콜 서독 총리가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서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어갔다. 이렇게 되자 통일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오던 구공산당(현민사당)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정당들이 통독을 지지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통일의 시기와 방법론 추진속도 등에 대해서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민사당의 단계적 통일안 사민당의 점진적통일정책 그리고 기민당의 신속한 통일추구 노선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선택에 맡겨진 동독 유권자들은 서슴없이 기민당 노선에 표를 몰아 주었다. 절차 따져가며 기다리기보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기민당의 통일정책은 콜총리가 이끄는 서독 기민당의 그것을 그대로 채택하고 있다. 경제ㆍ화폐통합을 서두르고 이어 서독헌법 제23조 규정에 따라 동독의회에서 서독연방에 합칠 것을 의결하면 그것으로 통일절차가 끝나도록 되어 있다. 이번 총선으로 동독의회가 구성되었으므로 국회가 개원하는 날 바로 절차상의 통독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선거는 동독 기민당의 승리가 아니라 서독 기민당이 진정한 승리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지난 40년간 공산당의 들러리 정당으로 같은 죄를 저질러왔기 때문에 동독 기민당은 승리의 축배를 들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표를 준 것은 동독 기민당이 아니라 서독 기민당과 그 통일정책이라는 것이다. 기민당 단독의 선거유세에서는 기천명의 청중을 모으기 힘들었으나 콜총리가 지원유세를 나서는 곳에서는 수십만명이 운집하곤 했던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 그런 점에서 이번 3ㆍ18총선의 직접적인 승리자는 콜총리라고 꼽기도 한다. 여섯 차례씩이나 대규모 유세를 이끌어보기도 한 콜총리는 동독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고도 신속하게 파악했을 뿐더러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선거운동에 적절히 이용한 점이 평가되고 있다. 이에 비해 사민당은 동독국민들이 통일을 희구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주변국가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적절한 대응을 못했으며 민사당 역시 주춤주춤하다 시기를 놓쳤다. 「서독정당들의 대리전」이라고도 불렸던 동독총선에서 콜총리는 또 당근과 채짹을 든 마부의 역할을 착실히 해냈다. 몰락직전의 동독경제 회생을 위해 선심좋게 몫돈 지원 약속을 해놓고도 집행을 늦추는 밀고 당기기식의 작전을 구사했다. 따라서 동독국민들은 통일은 물론 경제적인 궁핍을 벗어나려면 이브라임 뵈메(동독 사민당총재)나 오스카 라퐁텐느(서독 사민당총재)보다는 로타르 데 마이치레 (동독 기민당총재)와 콜을 택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여긴 것이다. 사민당의 입장에서 보면 이같이 기민당으로 돌아서는 유권자들을 되돌릴만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초반의 우세를 유지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사당의 퇴조는 당초부터 예상되던 상황이다. 한스 모드로브 총리 스스로가 야당으로 남겠다고 선거 전부터 패배를 시인했을 정도였다.민사당이 아무리 이름을바꾸었더라도 과거 40여년간 일당독재의 철권을 휘둘러온 공산당의 후신이라는 사실이 유권자들의 뇌리에서 그리 쉽사리 가셔지기가 힘들었다는 사실은 개표결과가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공산당은 싫어요,사회주의도 이제 그만』이라는 보수우파의 선거구호가 아니더라도 유권자들 자신의 손으로 몇개월 전 무너뜨린 공산정권의 후신에 표가 갈 리 없었던 것이다. 다만 득표율이 10%에도 못미치리라던 당초 예상보다 사정이 나아진 것은 「나쁜 정당 안의 좋은 사람들」로 표현되는모드로브총리나 기지당의장의 개인적인 인기에 힘입은 바가 크며 아울러 실업 물가고 사회보장제도 등과 관련,「겁주기 작전」이 먹혀 들어간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나머지 군소 정당들이나 정치단체들은 비록 공식등록을 하고 선거를 치렀으나 엄격히 말해 정당이라고 얘기하기 힘든 정치지망생들의 모임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경험도 조직도 자본도 없고 큰 정당들처럼 서독쪽의 지원도 전무한 상태에서 더이상 어찌해 볼 바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정당에서 한두 명씩 의원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유효투표의 0.25%만 얻으면 1석을 배정하게 되어 있는 묘한 선거제도 덕분이다. 그래서 이번에 구성될 동독의회는 무려 13개정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케 되었다.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동서 양쪽의 뜻있는 사람들이 가장 애석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지난해 10월 개혁운동을 주도,이를 성공으로 이끈 젊은 주역들의 공로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신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개혁운동을 시작한 노이에스 포룸은 몇몇 시민단체들과 연합,「동맹90」이라는 이름으로 선거에 참여했으나 2.9%의 득표에 그쳐 고작 12명의 의원을 내는 데 머물러야 했다. 이번 선거의 또하나의 특징은 높은 투표율이다. 90%의 투표율이란 선거의 경험 많은 어떤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다. 최초로 실시한 자유총선에 대한 호기심,민주주의의 욕구,서독 정당들까지 가세한 선거붐,통독과 경제통합논의의 부상 등이 투표율을 높일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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