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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디오헤드 ‘크립’ 들려줘…스매싱펌킨스 90년대 재현해줘

    라디오헤드 ‘크립’ 들려줘…스매싱펌킨스 90년대 재현해줘

    ●지산밸리 올해 라인업은 역대 최고다. 1993년 1집 타이틀곡 ‘크립’으로 우뚝 선 라디오헤드는 줄곧 내한공연 섭외 0순위였다. 데뷔 이후 처음 타이완-한국(27일)-일본을 잇는 아시아투어에 나선다. 두 가지가 궁금하다. 보컬 겸 리더 톰 요크가 ‘아이디오테크’(Idioteque)에 맞춰 추는 ‘오징어춤’을 볼 수 있을지와 좀처럼 공연에서 부르지 않는 ‘크립’을 들을 수 있을지다. 28일 헤드라이너(그날 무대의 마지막에 서는 간판가수) 제임스 블레이크는 영국에서 가장 ‘핫한’ 프로듀서·싱어송라이터다. 솔(soul)과 일렉트로닉이 결합한 사운드에 내뱉듯 얹은 목소리가 일품이다. 일부는 라디오헤드가 아니라 스톤로지즈(29일)를 보러 지산에 간다고 말한다. 록과 댄스를 결합한 ‘맨체스터 사운드’를 만든 주인공이자 1990년대 브릿팝의 토대를 닦았다.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8월 3일 헤드라이너는 올해 그래미에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니카 앨범 등 3개 부문을 석권한 로커 출신 DJ 스크릴렉스다.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장르이자 일렉트로닉의 헤비메탈로 불리는 ‘덥스텝’을 주류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올해 쉰 살인 DJ 칼 콕스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알파이자 오메가’.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UMF에서 ‘칼 콕스와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하나의 무대를 독점하는 일렉트로닉의 제왕에게 한국에서도 4일 잠실 주경기장 주차장에 세워지는 무대를 통째 내줬다. 4일 헤드라이너 DJ 티에스토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막식 라이브 공연을 했다. 그의 지위는 일렉트로닉의 조용필쯤 된다. ●펜타포트 국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출신의 5인조 밴드 스노패트롤은 최근 유럽 페스티벌 무대의 단골 헤드라이너다. 27일 런던에서 열리는 올림픽 기념공연에 나선 뒤 홍콩-싱가포르-필리핀-한국(새달 11일) 등 아시아투어에 돌입한다. 웨일즈 출신의 3인조 밴드 매닉스트리트프리처스(새달 12일)는 데뷔 26년 만에 처음으로 내한한다. ‘거리의 미친 전도사들’이란 과격한 이름에서 짐작하듯 초기 3장의 앨범에서 노동자 계급의 분노를 표출하면서 ‘좌파밴드’로 불렸다. 하지만, 1995년 기타리스트 리치 에드워즈의 실종 이후 3인조로 재편하면서 ‘날’이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슈퍼소닉 1990년대 얼터너티브록 밴드 중 유일하게 현재진행형인 스매싱펌킨스가 14일의 헤드라이너다. 전 세계 3000만장의 판매고와 1996~1997년 그래미상 연속 수상 등 화려한 시절도 있었지만, 약물 복용과 팀내 시끌벅적한 연애 등으로 2000년에 해체했다. 2006년 재결성 이후 남은 원년 멤버는 리더 겸 보컬, 기타리스트 빌리 코건뿐. 하지만, 코건은 스매싱펌킨스의 독재자였던 만큼 이들의 실력에 의문을 품을 이유는 없다.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신스팝’ 장르의 선구자인 32년차 베테랑 뉴오더는 15일 무대를 책임진다. 영국 역사상 12인치 디스크로는 가장 많이 팔린 ‘블루먼데이’(1983)로 전설이 된 이들은 킬러스, 프란츠 퍼니난드 같은 후배 밴드의 추앙을 받는 존재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윤하 “1년 6개월 공백기 다른 가수들 보니 질투났어요”

    윤하 “1년 6개월 공백기 다른 가수들 보니 질투났어요”

     가수 윤하(24·본명 고윤하)가 1년 6개월만에 4집 앨범을 들고 가요계에 컴백했다. 전 소속사와의 법적 분쟁으로 긴 공백을 가진 그가 오랜 기다림 끝에 내놓은 앨범의 제목은 초음속이라는 뜻의 ‘수퍼소닉’(Supersonic). 빨리 팬들을 만나고 싶었다는 윤하의 바람이 담겨있다. 18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윤하를 만났다.    →오랫만에 발표하는 앨범이라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다.  -비주얼적인 컨셉트 보다는 내 자전적인 스토리가 많이 담긴 앨범이다. 멜로디나 장르는 다르지만, 사운드에 통일성을 갖추고 12곡의 이야기가 한가지 맥락으로 이어지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예전에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압박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버렸다.  →2곡을 작곡하고, 4곡을 작사하는 등 앨범 참여도가 높은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타이틀곡인 ‘런’은 락을 기본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됐다. 팬들과의 재회를 감사하는 뜻이 담겨있다. 브릿팝의 요소가 담겨있는 ‘피플’은 피곤한 얼굴로 여의도에 출근하는 직장인 팬들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그들을 위로하기 위한 곡으로 ‘여의도 블루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셋 미 프리’는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계속 얻어맞는 느낌이 드는 절망적인 시기에 절망을 노래로 표현한 곡이다.  →2006년 피아노록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혜성같이 등장해 ‘비밀번호 486’, ‘텔레파시’ 등의 히트곡을 내고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긴 공백기를 가졌는데.  -지난 1년 반의 공백기에 한번도 무대에 서지 않았다. 떳떳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무대에 오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백기가 길어지다보니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과연 다시 가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올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열여섯살부터 2박 3일 정도를 제외하고 한번도 쉰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니까 당황스러웠다. 또 엄마랑 24시간 있는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던지.(웃음)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DJ를 하면서 매주 가수들이 새 앨범을 가지고 나올 때마다 속으로 많이 부러워하곤 했다,  →그 시간이 내적으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  -그동안은 마치 KTX를 탄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다. 하지만, 쉬는 기간 동안 내가 누리던 것들을 돌아보고 감사하게 됐다. 무엇보다 팬의 소중함을 가장 크게 느꼈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을 것 같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 그때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앨범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작업자인 프로듀서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대변자에 머물렀다면, 이제 내 생각과 기분을 음악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이제는 밴드 음악 안에서 내 가슴이 뛰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여성 솔로 가수 시장에 아이유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데, 위기감을 느끼지 않나.  -아이유가 여성 솔로의 기반을 구축해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쉬는 동안 아이유 활동을 보면서 수적으로 열세인 여성 솔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 같아 좋았다. 솔직히 쉬는 기간 동안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인지 모든 가수에게 질투가 났다.(웃음) 그런데 선배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조언에 공감한다. 예전에 걸그룹에 대적해야겠다는 생각에 머리를 금발로 바꾸고 경락 마사지도 받고 외모에 신경을 썼는데 지금은 팬들이 원하는 모습이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아이돌의 거센 열풍 속에 6년째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느덧 대기실에서 인사하는 후배가 많아지고 책임감도 점점 늘어난다. 처음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활동하는 걸그룹 멤버들이 부럽기도 하고 무대 위에서 시너지를 내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혼자라서 위축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무대에서 나혼자 온전히 보내는 희열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한다. 혼자서 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솔로가 누리는 것도 많은 것 같다.  →‘별이 빛나는 밤에’의 DJ는 어떻게 맡게 됐나.  -마지막 활동을 마치고 한동안 사람 만나는 것을 기피하고 몸도 안좋은 시기가 있었다. 그때 ‘별밤’에서 의외의 섭외가 왔다. DJ 자리가 내게 걸맞는 옷일까 걱정을 많이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물론 노래가 끊긴다거나 광고가 잘못 나가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진심을 담은 가수가 되고 싶다. 이제는 열심히 노래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밖에 보여드릴 게 없다. 어릴 적에는 내가 뭐든지 할 수 있어 이 일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께 보답하고 싶다. 제가 살아가는 모습에 위로를 얻을 수 있도록 존재 자체로 기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저는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연차에 비해 공연 경력이 짧은 편인데, 콘서트장에서 기타나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새음반] 내츄럴 컬러즈 (Natural Colors)

    [새음반] 내츄럴 컬러즈 (Natural Colors)

    ●내츄럴 컬러즈 (Natural Colors) ‘제2의 노라 존스’로 불리는 한국계 여성 싱어송라이터 프리실라 안(28)이 친숙한 팝 명곡과 즐겨 부르던 일본 노래를 다시 부른 커버앨범을 내놓았다. EMI 뮤직 재팬에서 기획한 앨범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이미지송, ‘마녀 배달부 키키’의 엔딩 테마곡 ‘상냥함에 둘러싸인다면’,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삽입된 전설적인 일본 록밴드 해피엔드의 ‘바람을 모아서’ 등 일본 노래와 비틀스의 명곡 ‘노르웨이의 숲’, 몽키스의 히트곡 ‘데이드림 빌리버’(Daydream Believer) 등 팝 명곡, 동일본 대지진 피해 난민을 위해 작곡한 ‘희망의 노래’ 등을 수록했다. 12곡 가운데 10곡은 커버곡인데도 남의 노래란 생각이 안 들만큼 프리실라 안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낸다. 약간의 비음이 곁들여진 청아하고 차분한 목소리는 여전히 듣는 이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진다. 다만 싱어송라이터로서 그의 탁월한 재능을 떠올린다면 기획앨범보다는 정규앨범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워너뮤직.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부고] 포크듀오 ‘그린빈스’ 박재정씨 별세

    1970년대 활동한 남성 포크듀오 ‘그린빈스’의 박재정씨가 지난 10일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다. 56세. 고인은 1974년 한양대 연극영화과 동기인 유익종씨와 그린빈스(산과 들)를 결성해 ‘난 이담에’, ‘안녕 내 사랑’ 등을 발표했다. 미국 포틀랜드신학대학에서 종교 음악, 버클리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뒤 귀국해 명지대 실용음악과 교수 등으로 강단에 섰다. 지난 2008년 자녀의 음악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다시 건너갔다. 고인은 작곡가 박시춘 선생의 3남3녀 중 막내로, 내년 부친의 탄생 100주년에 앞서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56)씨가 집필 중인 ‘박시춘 평전’ 출간과 기록전,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가 10월 9일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 ‘박시춘 탄생 100년 기념음악회’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배우인 아내 이경표(50)씨와 아들 창조(17)군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며 발인은 13일 오전 8시. (02)3010-2263.
  • [새음반] 더 아이들러 윌 이즈 와이저

    ●더 아이들러 윌 이즈 와이저…(The Idler Wheel Is Wiser…) 18살의 나이에 발표한 데뷔앨범 ‘타이들’(Tidal)에서 그는 나이답지 않은 보컬로 고뇌에 찬 가사를 토해냈다. 단박에 앨라니스 모리셋, 토리 에이머스 같은 거물 여성 음악가와 비교됐다. 650만장이 팔려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그래미상 최우수 여성 록보컬 부문을 수상했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피오나 애플(35)이 주인공이다. 7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정규 4집앨범으로 돌아왔다. ‘나사용 드라이버보다는 유동바퀴가 더욱 현명하고, 위핑코즈(요트의 굵은 로프를 바깥에서 묶어주는 가는 끈)는 로프 더미 이상으로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알쏭달쏭한 앨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그의 2집은 기네스북에 역사상 가장 긴 앨범제목으로 올랐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듣노라면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반복적인 읊조림과 절규까지 얹혀 때론 주술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음울하고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묘하게 듣는 이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 말라깽이에 신경질적이던 10대 소녀는 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아티스트’의 범주에 올라선 듯하다. 7년을 기다린 게 아깝지 않다. 소니뮤직.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檢, CNC 금영재 대표 등 임직원 긴급체포

    검찰이 28일 선거비용 부풀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CN커뮤니케이션즈 금영재 대표를 강제 연행해 사기 등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주 두 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에 불응한 금영재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오전 9시쯤 CN커뮤니케이션즈 사무실 앞에서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날 새벽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씨앤피전략그룹에서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던 회계 책임자 3명도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금 대표를 비롯해 모두 6명에 대해 사기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체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금 대표를 비롯해 직원 12명에 대해 소환 통보했지만 CN커뮤니케이션즈 측은 거리 상의 이유로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CN커뮤니케이션즈가 허위 견적서를 이용해 장만채 전남도교육감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측과 서로 짜고 선거비용을 부풀린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이 부분에 대한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금 대표 등 이날 체포한 4명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소환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CN커뮤니케이션즈측은 “관련자 모두가 서울에 있어 서울로 관할을 이송시켜 줄 것을 청구해둔 상태였다.”며 “몇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피의자로 소환한 것은 명백한 정치적 목적의 ‘혐의만들기’ 식 억지수사다.”고 반발하고 있다. 순천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주유구에서 라이터로 장난치던 청년 ‘火들짝’

    주유구에서 라이터로 장난치던 청년 ‘火들짝’

    차량 주유 중 라이터로 장난을 치던 청년의 철없는 행동 때문에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오후 호주 멜버른 교외의 한 주유소에 차량 한대가 주유를 위해 멈춰섰다. 한 청년이 내려 셀프 주유를 시작했고 곧 청년은 심심(?)했던지 뒷좌석의 문을 열고 라이터를 켜며 위험천만한 짓을 벌였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차량에 화염이 일었고 깜짝 놀란 청년은 무책임하게 줄행랑을 쳤다. 불길이 번져 주유소의 탱크로 이어진다면 대형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 이때 근처에 있던 한 남자가 나섰다. 이 남자는 박스에 물을 담아와 재빨리 불길을 잡았고 그제서야 사고를 친 청년이 나타났다. 이같은 장면은 고스란히 주유소 CCTV에 촬영됐으며 방송국을 통해 호주 전역에 보도됐다. 현지언론의 확인 결과 불길을 잡은 남자는 의사인 허세이 제이니 박사로 밝혀졌다. 제이니 박사는 “만약 불을 그냥 지켜봤다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것 같았다.” 면서 “소방차를 기다리는 것 보다 지금 당장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이 주유소 주인인 수지 에이드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에이드는 “주유구 옆에서 라이터를 켜는 바보같은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면서 “초기에 불을 꺼지 못했다면 큰 재앙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 [길섶에서] 호주머니/주병철 논설위원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옷을 사러 가면 내심 눈여겨보는 것 중 하나가 호주머니였다. 호주머니가 많이 달리고 큼지막하면 마음에 쏙 들었다. 반면 아버지는 좀 더 커서도 입을 수 있어야 한다며 헐렁한 옷을 선호했다. 결국 구매력을 가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옷은 결정됐다. 그래서 옷을 사고 난 뒤에는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어른이 돼서도 옷을 고를 때면 으레 호주머니가 어떻게 생겼는지 유심히 보는 버릇이 남아 있다. 종전보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게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담배와 라이터, 만년필, 수첩, 목캔디, 은단, 손수건, 휴대전화 등등. 지난해 초 담배를 끊은 뒤부터는 달라졌다. 묵직한 수첩은 스마트폰이 대행하고, 그나마 손수건 정도다. 근데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선글라스를 갖고 다녔으면 싶은데, 호주머니에 넣자니 불룩하고 손에 들고 다니자니 거추장스럽다. 예전 어른들처럼 허리띠에 안경집을 끼워 다니기도 뭐하고. 유행에 기능성을 가미한 기발한 호주머니가 달린 옷이 있으면 참 좋으련만.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셰익스피어와 인디 음악의 만남

    셰익스피어와 인디 음악의 만남

    EBS FM 책 읽어주는 라디오의 유일한 영미문학 원어 낭독프로그램 ‘영미문학관’이 23일 오후 7시 서울 도곡동 본사 스페이스홀에서 공개방송을 진행한다. 청취자들의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과 영어학습 욕구를 접목시켜, EBS FM 라디오 프로그램 중 청취율과 참여율 모두 첫손에 꼽히는 ‘영미문학관’에서 문학과 음악, 나눔을 주제로 하는 ‘ENGLIT(English literature·영문학) Concert’를 기획한 것이다. 싱어송라이터 이승열과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한 뮤지컬 배우 겸 가수 이소정의 사회로 진행되는 공개방송에서는 영미문학의 대표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독일의 형제작가 야콥·빌헤름 그림의 작품으로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은 동화 ‘백설공주’를 낭독할 예정이다. 또 여성 듀오 옥상달빛(김윤주·박세진)과 모던록 밴드 스웨터의 보컬 이아립, 마이 앤트 메리 출신의 토마스 쿡(정순용), 이한철 등 인디 음악가들이 출연해 문학 정취에 감성을 더할 전망이다. 또한 관객에게 입장료 대신 책을 기부받는다. 기부받은 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책 기부운동 ‘기적의 책꽂이’에 기증해 책을 접하기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영미문학관’ 공개방송은 오는 27일과 28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왕따 당한 초등생, 교실에 불질러

    왕따를 당하던 인천의 한 초등학교 학생이 ‘학교 가기 싫다.’며 교실에 불을 질러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인천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7시 20분쯤 자신이 다니는 학교 교실에 불을 낸 혐의로 인천 모 초등학교 5학년 최모(11)군을 조사 중이다. 불은 교실을 모두 태워 2900만원 상당의 피해를 낸 뒤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최군은 길에서 주운 라이터로 교실에 있는 종이 상자에 불을 붙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최군은 평소 학교 친구들로부터 ‘돼지’, ‘더럽다’는 등의 놀림을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군은 경찰에서 “친구들이 놀려 학교에 가기 싫어 불을 냈다.”고 말했다. 최군은 부모가 이혼한 상태로 할머니, 고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학교에선 조용한 편이었으나 정서적으로 다소 불안한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음악과 하룻밤’ 남이섬의 초대

    ‘음악과 하룻밤’ 남이섬의 초대

    MP3 파일로만 음악을 듣거나 실내 공연장의 라이브만 경험했던 이들은 결코 그 맛을 이해하지 못한다. 야외에서 열리는 뮤직페스티벌은 다른 세계다. 무대 앞 자리를 차지하고 껑충껑충 뛰는 재미도 있겠지만, 멀찍이 떨어진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널브러져 음악을 듣는다면 신선놀음이 부럽지 않을 터. ●9일 美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 음악과 캠핑을 전면에 내세운 신개념 뮤직페스티벌 ‘레인보 아일랜드 2012’가 9~10일 강원 춘천 남이섬에서 열린다. 1980년대 신인가수 등용문이던 강변가요제가 열렸던 그 무대다. 섬 전체가 사유지인 남이섬에서 1년 중 캠핑이 가능한 단 하루이기도 하다. 전 세계 20~30대 여성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가 첫날인 9일 헤드라이너(페스티벌의 하루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수)로 나선다. 절친인 지난해 헤드라이너 케이티 턴스털을 통해 남이섬의 아름다움과 레인보 아일랜드의 특별한 분위기에 매료됐다고 한다. 므라즈는 현재 팝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 가수다. 2002년 데뷔한 그는 2008년 3집 ‘위 싱 위 댄스 위 스틸 싱스’(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빌보드 차트 3위)로 스타덤에 올랐다. 대표곡 ‘아임 유어스’는 빌보드 싱글 차트 100위에 최장기 연속 등재 기록(76주)을 세웠다. 1만장을 넘으면 대박으로 간주되는 국내 음반시장에서 3집 앨범은 10만장 이상 팔릴 만큼 대박이 났다. 최근 발매된 새 앨범 ‘러브 이즈 어 포 레터 워드’(Love Is A Four Letter Word)는 국내 사전예약만으로 1만 5000장이 나갔다. ●10일 이승환·크리스티나 페리 여성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티나 페리는 10일 무대에 오른다. 이별의 아픔을 특유의 저음으로 소화한 ‘자 오브 하트’(Jar of Heart)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7000만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 라인업도 눈에 띈다.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은 팝스타 페리를 밀어내고 10일 헤드라이너로 나선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3’가 배출한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뮤직페스티벌 첫 출연도 남이섬에서 이뤄진다. 이 밖에 015B, 뜨거운 감자, 옐로우몬스터스, 더 칵스, 킹스턴루디스카,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소란 등도 출연한다. 1일권 9만 9000~11만원. 2일권 16만 7000원. 1544-1555.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새 음반] ‘솔’ 충만 존 메이어 3년만에 귀환

    ●본 앤드 레이즈드(Born And Raised) 2000만장의 앨범 판매고, 그래미상 후보에 11번 올라 7번이나 상을 받았다면 수십 년 관록의 노장 가수를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35)라면 얘기가 다르다. 2001년 데뷔 앨범 ‘룸 포 스퀘어스’(Room for squares) 이후 그는 한 번도 평단과 팬들의 지지를 잃지 않았다. 솔(soul)이 듬뿍 담긴 목소리에 웬만한 기타리스트 뺨치는 기타 실력은 물론, 191㎝의 훤칠한 키에 얼굴은 배우 조니 뎁을 닮았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한국의 존 메이어를 꿈꾼다.”는 지망생이 넘쳐났다. 메이어가 3년 만에 정규 5집 앨범을 발표했다. 지난해 가을 발매 예정이었지만 성대 육아종 제거 수술 탓에 연기됐다. 앨범을 빼곡하게 채운 12개의 트랙에는 블루스와 포크, 컨트리음악에 대한 존경심이 짙게 배어 있다. 1960~70년대 전설적인 포크록 밴드 ‘크로스비 스틸스 앤드 내시’의 데이비드 크로스비와 그레이엄 내시가 코러스로 나선 동명 타이틀곡 ‘본 앤드 레이즈드’를 들으면 이 앨범에 임하는 메이어의 생각을 엿볼 수 있을 터. 미국적 색깔이 진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귀에 척척 감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묘하게 반복재생하게 만드는 진중함과 편안함이 있다. 소니뮤직.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문재인 “안철수와 단일화땐 박근혜 이긴다”

    문재인 “안철수와 단일화땐 박근혜 이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30일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도를 넘어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임기 첫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여수엑스포를 관람하고 난 뒤 기자간담회에서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세인 문 고문은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위원장이 사실상 대권 후보로 굳어진 가운데 당까지 이끌어 왔기 때문에 이미 지지도가 절정에 달해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은 아무도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후보들이 흩어져 있어 지지도가 뒤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의원이 된 첫날 민주당 지지 기반인 호남을 방문하게 된 것에 대해 그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원이 된 이후 첫 방문지가 전남이 된 게 아주 기쁘다.”면서 “여수엑스포는 국민의 정부 때 추진했다가 실패하고 참여정부가 그 뒤를 이어서 다시 추진해 유치에 성공해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문 고문 지지 모임으로 알려진 포럼도 이날 출범했다. 정책연구단체인 ‘담쟁이포럼’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1차 발기인 300여명 가운데 50여명이 참석, 첫 모임을 가졌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가 대표를 맡았다. 연구위원장은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무국장은 정철 카피라이터가 맡게 된다. 포럼 측은 “담쟁이는 아무리 높은 벽일지라도,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한 몸이 돼 오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이 애송했던 도종환 의원의 시 ‘담쟁이’의 주제이기도 하다. 최근 정국 상황은 문 고문에게 부담스럽다. 그는 부인하지만 주류가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체제를 만들어 문 고문을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 한다는 인식이 당 안팎에 퍼져 있다. ‘문재인 대망론’도 의심받고 있다.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그의 대선 다자구도 지지율은 20%를 넘어 야권 1위였고, 박 전 위원장과의 양자대결 구도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최근엔 다자구도에서는 10%대 초반이고, 박 전 위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는 15% 포인트 안팎 차이로 벌어졌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부고] 美 ‘포크음악 전설’ 덕 왓슨

    ‘미국 포크 및 컨트리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맹인 기타리스트 겸 싱어 송 라이터 덕 왓슨이 사망했다. 89세. 왓슨은 29일(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AP·AFP통신이 병원 대변인과 그의 매니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지난주 복부 수술을 받은 뒤 심각한 후유증이 생겨 현지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의 웨이크 포레스 밥티스트 메디컬센터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1923년 3월 3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난 왓슨은 첫돌을 맞기도 전에 눈병을 앓는 바람에 시력을 잃었다. 그가 받은 정식 교육이라곤 맹인을 위한 롤리 학교를 고작 몇 년간 다닌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불우한 환경과 장애를 딛고 왓슨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경쾌하면서도 빠른 스타일의 ‘플랫 피킹’ 연주 기법을 선보이며 기타리스트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딥 리버 블루스’ ‘하우스 오브 더 라이징 선’ 등이 대표곡인 그는 1973년, 1974년, 1986년, 1990년 등 4차례 그래미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주말 영화]

    ●어거스트 러쉬(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1995년, 첼리스트인 라일라는 한 파티에서 코넬리 브러더스의 리드 싱어인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왼쪽)를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엄격한 라일라의 아버지는 그녀의 행동에 분노를 표하고, 라일라는 자신을 찾아온 루이스를 모른 척한다. 그 동안 라일라는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버지와 말다툼 끝에 길거리로 뛰쳐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라일라의 아버지는 조산된 아이를 몰래 입양시켜버린다. 그로부터 11년 후, 뉴욕 외곽의 한 고아원에 있는 소년 에반 테일러는 음악이라면 어디서든지 포착해내는 재능을 나타낸다. 에반은 음악이 언젠가 자신을 친부모에게로 이끌어줄 거라 믿고 뉴욕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길거리 음악가 아서와 맥스웰 위저드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음악적 재능을 키워나간다. 한편 루이스는 밴드를 해산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리고 라일라는 연주를 그만두고 시카고에서 생활한다. ●코요테 어글리(OBS 토요일 밤 11시 25분) 21살의 바이올렛은 빼어난 미모 만큼이나 목소리가 아름답다. 그녀의 꿈은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것이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뉴욕으로 떠난 바이올렛은 자신이 만든 곡을 들고 음반사를 찾아다닌다. 그러나 음반사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용기를 잃어갈 무렵 바이올렛은 여러 명의 미녀들이 바텐더로 일하는 ‘코요테 어글리’란 이름의 바를 발견한다. 마련해 온 돈이 바닥나고 앞날이 막막해진 바이올렛은 일자리를 찾아 코요테 어글리를 찾아간다. 코요테 어글리의 주인 릴은 바이올렛에게 오디션 기회를 준다. 그러나 바텐더 경험이 없는 바이올렛은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실수를 연발한다. 그리고 노련한 바텐더 캐미와 레이첼의 현란한 쇼 앞에서 주눅이 들어버린 바이올렛은 코요테 어글리를 떠나려한다. ●인 어 베러 월드(EBS 토요일 밤 11시) 의사인 안톤은 아내 마리안느와 별거 중으로, 덴마크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의료봉사를 하며 혼자 살아간다. 10살 난 그의 아들 엘리아스는 학교에서 상습적인 따돌림과 폭력을 당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학 온 크리스티안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나면서 둘은 급속히 친해진다. 최근 암으로 엄마를 잃은 크리스티안은 가족과 세상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 온순하고 침착한 엘리아스에게 자신만의 분노 해결법을 가르친다. 한편 아프리카 캠프의 안톤은 반군지도자의 심각한 부상을 치료하게 된다. 안톤은 의사로서 도덕적 책무와 양심 사이에서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 이들은 그렇게 폭력적이고 잔인한 현실 앞에 마주하게 되면서 복수와 용서, 결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이 두 갈래길 앞에 서게 된다.
  • “8시간 하이힐 강행군 탓 다리 퉁퉁 그래도 국제적 행사 봉사기회 뿌듯”

    “8시간 하이힐 강행군 탓 다리 퉁퉁 그래도 국제적 행사 봉사기회 뿌듯”

    “입장카드를 미리 준비해 주세요” “라이터를 내놓고 들어가세요.” ‘여수 엑스포의 꽃’인 500여명의 통역·안내 도우미들은 행사를 이끄는 숨은 ‘일꾼’이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반복된 일상에 고단함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국제적 행사에 참여한 것 자체가 보람”이라며 “우리나라의 홍보대사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일요일인 지난 13일 여수세계박람회장 주 출입구인 ‘게이트 3’에서 만난 유지원(22·경기 일산·대학 3년)씨는 하얀색 유니폼에 마이크를 목에 걸고 쉼없이 들고 나는 관람객을 맞는다. 중국어를 전공하는 김씨는 “세계여행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곳에서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며 “이번 경험이 진로를 결정하는데도 보탬이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출입구 검색대를 거쳐 들어오는 입장객을 맞는 구미영(30·대전시)씨는 방송영상학과를 졸업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도우미에 지원한 사례다. 구씨는 오후 3~11시 8시간 동안 꼿꼿한 자세로 서서 관람객들의 입·퇴장을 돕고 각종 질문에 답변한다. 그는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장시간 서 있다 보면 다리가 퉁퉁 부을 정도로 힘들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여수 출신인 채선화(27·회사원)씨는 “고향 발전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며 “어렸을 때 뛰놀던 항구가 지구촌 축제장으로 변한 게 꿈만 같다.”고 말했다. 중국어를 전공한 채씨는 “이번 도우미 경험을 통해 통·번역 일을 하고 싶다.”며 “행사 기간 외국사람들과 많이 접촉할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여수세계엑스포조직위는 행사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전문통역과 안내 도우미 500여명을 선발, 80여개 전시관과 종합안내소 등에 배치했다. 여수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노라 존스의 차분한 변신

    노라 존스의 차분한 변신

    2002년 발표된 ‘컴 어웨이 위드 미’(Come Away With Me) 앨범은 신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노라 존스(33)에게 그래미상 8개 부문 수상을 안겼다. 이후 존스는 팝, 컨트리,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과 협업을 통해 한 장르로 규정짓기 어려운 보컬리스트로 진화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뇌리에는 ‘재즈 취향의 팝 가수’ 이미지가 짙게 남았다. 존스가 정규 5집 ‘리틀 브로큰 하츠’(Little Broken Hearts)를 내놓았다. 새 앨범의 포인트는 수록곡 전체를 존스와 공동작곡한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의 등장이다. 시 로 그린과 결성한 프로젝트 듀오 날스 바클리로 호평받았던 데인저 마우스의 솔 취향이 존스와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궁금하다는 얘기다. 앨범은 가상의 영화 사운드트랙이라고 할 만큼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주인공인 한 여자는 남자친구가 자신보다 어린 여자와 만나다 발각되지만, 끝내 잡아떼자 결별한다. 앨범 작업 당시 애인과 결별했던 존스의 상황이 반영된 셈. 밝고 행복한 노래는 한 곡도 없다. 노랫말은 좌절과 상심, 우울과 분노로 가득하다. 하지만 존스의 보컬은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담담하다. 솔의 느낌과도 묘하게 궁합이 맞는다. 워너뮤직.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인조 밴드 ‘페퍼톤스’ 감성충만·행복충전

    2인조 밴드 ‘페퍼톤스’ 감성충만·행복충전

    맑고 화창한 봄날, 이유없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고 우울하다면 이들의 음악을 들어 볼 것을 권한다. 청량제처럼 명랑한 음악으로 위로를 건네는 2인조 밴드 ‘페퍼톤스’(신재평·기타, 이장원·베이스)다.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라고 소개할 만큼 밝고 경쾌한 음악을 표방하는 이들은 최근 정규 4집 앨범을 내고 대중과 만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신문사를 찾은 ‘페퍼톤스’와 음악 이야기를 나눠봤다. →‘비기너스 럭’(초심자의 행운)이라는 새 앨범 제목부터 독특하다. 어떤 의미인가. -신재평(31·이하 신) :‘비기너스 럭’은 게임에서 초심자에게 행운이 따르는 것을 말한다. 내겐 볼링이 그랬다. 학교에서 사회로 나오거나 결혼이나 육아 등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동시대의 2030 또래들에게 행운을 빌어 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전 앨범들과 비교해 어떤 차별점이 있나. -이장원(31·이하 이) :화장기가 없어지고 군살이 빠졌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전에는 대책 없이 광대한 편곡을 즐겨 썼다면 이번에는 그런 음악적 치장을 다 없앴다. 원래 일렉트로니카나 하우스처럼 화려한 음악을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중학교 때 들었던 밴드 음악처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악기 편성도 단출하게 하고 노래도 객원 보컬도 쓰지 않고 직접 불렀다. -신:그동안 다양한 세대와 장르에 걸쳐 매력적인 요소를 뽑아내 버무리는 음악을 하면서 우리의 음악적 알맹이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그래서 이번에 밴드 음악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 음악은 심플하고 명료하게, 가사와 정서는 무게감 있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했다. →타이틀곡 ‘행운을 빌어요’는 가사 내용은 슬픈데, 음악은 상당히 신나는 곡으로 전형적인 페퍼톤스표 음악인 것 같다. -신:이번 앨범은 주로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가사를 썼다. ‘행운을 빌어요’는 작별에 관한 곡으로 배웅의 순간을 노래했다. 라디오 DJ를 떠나면서 청취자들과의 이별, 해외로 장기간 떠나는 친구와의 이별 등 일상의 이별을 겪으면서 너무 신파가 아닌 작별인사를 고른 것이다. →이번에 객원 보컬을 쓰지 않고 노래를 직접 부르니까 어떤 점이 달랐나. -이:밴드 음악을 하면서 보컬도 우리가 소화하자는 차원에서 노래를 불렀다. 과거에는 공연을 할 때 객원가수들을 섭외하느라 전화비가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신:가창력으로 승부를 내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과욕을 부리지 않고 정확한 멜로디를 표현하려고 했다. 저 역시 화려한 기교의 보컬리스트를 좋아하지만, 사람의 타고난 재능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덤덤하고 진솔하게 싱어송 라이터로서 접근했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밝고 명랑한 음악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유는. -이:다른 사람들은 다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한번 규칙을 정하면 따르는 편이다. 둘 다 신나는 음악을 좋아했고 밴드를 만들 때 ‘화려한, 정신없는, 빠른, 경쾌한’ 등의 키워드를 나열하고 그것이 ‘페퍼톤스’라는 규칙을 정했다. 가끔 서정적인 이야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의 음악적 태도는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로 인해서 힘을 받는다는 반응이 오면서 고맙기도 하고 일종의 사명감까지 생겼다. -신:처음 캠퍼스에서 만났을 때 수업을 빼먹고 낮술도 마시고 한량 흉내도 내보면서 신나게 놀았다. 그런 낙천적인 태도로 만들어 낸 음악이 어둡고 암담할 수는 없었다. 염세적인 이야기나 비난하고 저주하는 음악은 어울리지 않았다. 이번 앨범의 ‘검은 산’처럼 밤의 음악들이 생겨났지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비관적이거나 염세적으로 이야기하지는 말자는 철학엔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흔들리는 순간들은 따로 모아두고 남에게 들려 주고픈 이야기만 모아서 작품을 만들고 싶다. →다음 달 21일부터 시작되는 소극장 공연이 매진 조짐을 보이고 있다던데. -이:데뷔한 이후 최장기 공연인데 8회를 한다. 음반보다 공연이 더 좋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앨범에 참여한 객원 연주자를 합쳐 5인조 밴드가 앨범 구성 그대로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신:5인조 밴드가 앨범의 전 곡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소극장 무대로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하기 때문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조명과 영상을 통해서 생동감을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노래에서 떠오르는 심상과 우리가 만든 비주얼을 맞춰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카이스트 전산학과 동기로 이장원씨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공학도가 음악을 하게 된 이유는. -이:현재 카이스트에서 음악기술에 관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밴드를 하는데도 관련이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 대부분의 음악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안하면 죽게 생겨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신:저는 정말 재미있어서 음악을 하는데 고민도 안 했다. 내가 음악을 선택했다기보다 선택된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늘 20대 후반에 음악을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안정된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지만 그것은 제 변덕을 검증하는 단계였다고 생각한다. →홍대 인디 밴드에서 출발해 2009년부터 유희열, 루시드폴, 정재형 등이 소속된 안테나 뮤직으로 옮겼는데 달라진 점은. -신:(유)희열이 형은 음악과 방송으로도 바쁜데, 후배들의 음악에 관심을 갖고 잘 챙겨줬다. 자신이 직접 우리 앨범 타이틀곡을 정하는 회의를 소집해 투표용지를 만들고 무기명 투표를 하기도 했다. 그 결과대로 정해지지는 않았다(웃음). 청바지 등 패션부터 이번 음반이 갖는 의미와 프로모션 방향까지 세심하게 조언해줬다. 루시드폴은 시대의 지성인 것 같다. 하는 이야기나 태도 등에서 배울 점이 많다. 후추처럼 톡 쏘는 음색으로 양념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페퍼톤스’. 이들은 살면서 얻어지는 것들을 토대로 진하게 여운이 남고 노래도 자주 꺼내 들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한번쯤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만화는 내 사랑] (3) ‘슈퍼스타 K’ 가수 김지수

    [만화는 내 사랑] (3) ‘슈퍼스타 K’ 가수 김지수

    “저에게 만화는 음악과 비슷해요. 음악은 들을 때 행복하고 할 때도 기분 좋고, 마치 쉬는 것과 같죠. 만화도 울고 웃고 감동을 느끼고 위로를 받을 수 있잖아요.” 튀는 개성을 가진 싱어송라이터 김지수(22)에게 만화는 소통의 수단이다. 학교를 다닐 때 만화는 친구들과 즐거움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도구였다. 이후 음악에 몰두하면서 만화와 다소 멀어졌지만 지금도 만화는 마음의 안식처이자 팬들과 교감하는 통로 중 하나다. “어려서 만화에 빠져 살았어요. ‘날아라 슈퍼보드’, ‘검정 고무신’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는데 주제가까지 선명하게 생각나네요.” 학창 시절 그의 미술과 음악 성적은 다른 과목 성적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만화는 보는 것만큼이나 그리는 것도 즐겼다. 어머니가 떼밀어 보낸 미술학원은 그가 그림 그리기에 더 많은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틈이 날 때마다 만화를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 주곤 했단다. 일기를 만화로 채우기도 했다.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 진학한 것도 이 같은 주위 여건의 영향이 컸다. 고등학교 때 만화를 그리면 옆 반의 친구들이 구경을 와서 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황당한 내용을 많이 그렸어요. 한 강아지가 불이 난 집에서 사람을 구하고 죽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강아지 캐릭터에 담임 선생님 이름을 붙여 혼나기도 했죠.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물리치고 학교를 정복하는 이야기를 그리기도 했어요. ‘미안하다, 사랑한다’처럼 결말이 애매한 드라마를 확실하게 끝나는 내용으로 바꿔 그리기도 했죠.” 음악 쪽으로 삶의 물줄기를 돌리지 않았다면 코믹 액션 웹툰을 그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김지수. 지금도 만화는 그와 함께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작은 수첩과 4B 연필을 항상 갖고 다니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직접 그려 액자에 담아 걸어 놓는 것을 즐긴다. 이 같은 취미를 아는 팬들은 스케치북이나 색연필을 선물하곤 한다. “전 제 얼굴은 잘 못 그리는 데 이따금 제 캐리커처를 그려 보내 주시는 팬들이 있어요. 그럴 땐 더 재미있고 힘이 나죠.” 요즘엔 웹툰 보는 재미가 여간한 게 아니란다. 즐겨 보는 웹툰을 묻자 ‘갓 오브 하이스쿨’, ‘이말년 씨리즈’, ‘패션왕’, ‘폭풍의 전학생’, ‘고3이 집 나갔다’ 등을 줄줄이 쏟아낸다. 한번에 보는 분량이 짧은 게 아쉽지만 인터넷에 실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는 “‘이말년 씨리즈’는 한국의 코믹 개그 캐릭터인 점이 마음에 들고 ‘패션왕’은 요즘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한 소재를 색다른 그림체로 다뤄서 좋다.”고 평가했다. 김지수는 만화를 보고 그리며 키워 온 상상력과 감수성, 섬세함이 자신의 음악 활동에 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처음으로 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을 도맡은 두 번째 미니앨범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앨범에서 그는 앨범 디자인을 꾸미는 작업에까지 도전했다. 노래의 느낌을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을 직접 그려 앨범 표지와 해설지에 채운 것. “가사도 손글씨로 써넣었더니 앨범이 제 자신처럼 소중히 느껴져요. 여기에다 도와준 형, 누나들의 얼굴도 하나하나 그려 넣었는데, 조금도 안 닮았다네요. 그래도 보람은 있어요. 하하하.”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영화프리뷰] ‘멜랑콜리아’

    [영화프리뷰] ‘멜랑콜리아’

    유능한 광고 카피라이터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은 18홀 골프코스가 달린 대저택에서 마이클(알렉산데르 스카스고드)과 결혼식을 올리려 한다. 하지만 우울증 탓일까. 저스틴은 조금씩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결국 결혼식은 엉망진창이 된다. 상태가 심각해진 저스틴은 언니 클레어(샤를로트 갱스부르) 부부와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멜랑콜리아’라는 행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면서 클레어마저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을 드러낸다. 지난해 칸 영화제 인기 검색어를 꼽자면 ‘멜랑콜리아’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내가 진짜 나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 가족은 독일인이었는데 이것이 나에게 기쁨을 주기도 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게다가 그는 “히틀러를 이해한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그를 많이 이해한다. 조금은 그에게 공감도 한다.”고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해 칸 영화제의 또 다른 이슈메이커가 김기덕 감독이란 점. 김 감독은 칸에서 처음 공개된 ‘아리랑’에서 제자인 장훈 감독과 충무로를 겨냥해 섬뜩한 비판을 날렸다. 표현 방식과 주제의식의 차이를 떠나 김 감독과 폰 트리에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파문을 일으킨 것은 물론 평단 내에서 추종자와 경멸하는 진영이 명확하게 갈린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닌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 전미비평가협회상 작품상을 받은 ‘멜랑콜리아’는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영화 시작은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과 함께한다. 하늘에 세 개의 달이 떠 있고 말은 주저앉고 미지의 행성과 지구가 충돌하는 시퀀스로 끝을 맺는다. 무려 8분 분량의 이미지가 이어진다. 할리우드의 은둔자 테런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느낀 생경함과 당황스러움이 데자뷔처럼 떠오르는 대목. 관객들은 감탄할 수도, 영화를 보려는 의욕이 꺾일 수도 있다. 폰 트리에 감독은 “하나의 전체 그림에서 미학적인 면의 집합체”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우울증이다. 폰 트리에 감독은 어릴 적에는 비행기 소리를 들을 때마다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것이라 믿었고 일생 동안 불안이 떠나지 않았던 우울증 환자다. 그는 “저스틴은 거의 나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을 경험한 내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환자는 평시에는 행동 방식이 튀지만 재앙적인 상황이 닥쳤을 때 외려 보통 사람보다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 저스틴과 클레어의 상반된 모습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화려한 캐스팅은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폰 트리에 감독의 분신으로 불리는 갱스부르(프랑스)는 물론 칸 영화제와 전미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던스트, 키퍼 서덜랜드, 존 허트(미국), 스텔란-알렉산데르 스카스고드 부자(스웨덴), 샬럿 램플링(영국) 등 다국적 명배우들의 호흡이 인상적이다. 17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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