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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탄주 열잔먹고 티샷 했더니…”

    국가인권위원회 고위 간부가 방송사 앵커, 여성 골프 사업가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골프를 친 뒤 이를 권장하는 글을 써서 물의를 빚고 있다. 인권위는 이 간부에 대해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인권위 간부 한모씨는 골프 월간지 10월호에 ‘음주 골프’라는 제목으로 폭탄주를 마시고 골프를 친 경험담을 소개해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씨는 에세이에서 기자출신 방송사 앵커 A씨와 골프 관련 여성 사업가 2명과 함께 올 8월 경기도 한 골프장에서 골프 모임을 가졌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씨는 “18홀 여성분들에게 충분한 핸디를 주었지만 여성골퍼들이 돈을 잃었다. 이어 내실에서 음식을 먹으며 골프 결과를 반추하다가 술 잘하기로 소문난 앵커분이 폭탄주를 하자고 제안하였다.”고 썼다. 이어 한씨는 “술에 강한 A가 (여성 골퍼들에게)복수를 하려면 한달 후까지 기다릴 것 없이 이 상태로 9홀을 추가 라운딩하자고 제안했다.”면서 “10잔 이상의 폭탄주에 정신이 혼미한 필자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플레이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씨는 “기회가 되면 직접들 한번쯤 경험하며 골프와 술의 상관관계를 겪어 보심이 어떠하실지. 또 다른 골프의 세계를 느끼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음주 골프를 예찬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경기비용 및 술값을 모두 각자 부담했다는 등의 당사자 해명을 토대로 골프장측에 이 주장이 사실인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부동산플러스] 골프장 회원 100계좌 모집

    현대훼미리리조트는 국내외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을 1549만원에 선착순 100계좌 모집한다.100% 전액 보증금으로 전액 반환되며 7년간 주중 회원으로 국내 골프장 회원가격으로 부킹·그린피를 지원받는다. 필리핀 등 해외골프 라운딩도 무료 제공하고 콘도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02)541-9300.
  • 24시간 대기 2시간 라운딩

    24시간 대기 2시간 라운딩

    금요일인 7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골프장.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속에 승용차 20여대가 정문 앞 도로에 꼬리를 물고 서 있다. 선착순 부킹이 시작되는 다음날 새벽 3시까지는 무려 12시간이 남아 있지만 이렇게 기다려서라도 공짜 골프를 쳐보겠다는 사람들이다. 갑자기 견인차가 등장했다. 차들이 일제히 흩어져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와중에 주인 없던 차 4대가 견인돼 갔다. 그러나 30분이 채 안돼 차들은 똑같은 자리에 몰려들었다. ●첫 주말 라운딩…평일 3배 몰려 지난 4일 국내 첫 도심속 무료 골프장으로 문을 연 이곳은 첫 주말 개장을 앞두고 혼잡 그 자체였다. 관리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부킹을 하려는 사람이 평일의 3배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단은 골프 한 팀이 4명인 점을 감안해 차 한 대당 4명까지 손목에 부착하는 입장띠를 준다. 입장띠 순서에 따라 티오프 시간을 정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번이 세번째 부킹 시도라는 조영삼(41)씨는 “이전에 오후 11시쯤 나왔다 허탕을 쳤기 때문에 오늘은 부킹시작보다 15시간이나 이른 낮 12시에 나왔다.”고 말했다. 승용차는 오후 6시쯤 80대를 넘어섰다. 하루 수용인원이 240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완전히 차버린 셈이다. ●새치기에 불법주차, 주먹다짐까지 자리다툼이 치열하다보니 감정이 예민해져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오후 6시40분쯤 50대 여성(53)이 정문 출입을 위해 비워둔 30번째 차량 뒤 빈 공간에 슬쩍 차를 갖다댔다. 뒤차들이 일제히 경적을 울렸다. 경비원 고모(60)씨가 “정문 앞이니 차를 빼라.”고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과 완력이 오갔다. 결국 순찰차가 출동,50대 여성은 폭력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오후 7시. 대기차량이 계속 늘어 120여대가 됐다. 슬슬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이맘 때가 되면 차량견인 등 야간 주차단속이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차주의 반 정도가 차만 대놓은 뒤 새벽 3시에 맞춰 돌아오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현장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장면, 통닭 등 음식점 오토바이들이 속속 등장했다. ●“인터넷 예약이나 추첨등 도입해야” 드디어 8일 새벽 3시에 부킹이 시작됐다. 티켓을 손에 넣은 것은 62번째 차량까지였다. 허탕을 친 박철수(39)씨는 “공정성을 위해 선착순을 택한 것은 이해하지만 운영자나 이용자나 모두 피곤한 방법”이라면서 “인터넷이나 추첨 등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8일 오후 상암골프장 앞은 전날과 달리 한산했다. 일요일은 쉬기 때문이었다.9홀 라운딩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시간. 반응은 엇갈렸다. 김모(42)씨는 “15시간을 기다려 오전 6시44분에 라운딩을 시작했지만 밤을 꼬박 새운 탓에 제대로 못쳤다.”면서 “이번 한번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처음 줄을 선 지 꼬박 24시간 만에 골프장에서 나온 이모(35)씨는 “우리가 봐도 요지경 같긴 하지만 공짜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는 것 같다.”면서 “친구들을 모아 다시 올 생각”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서민들은 이용 불가능” 한편 난지도시민연대와 서울환경연합은 9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난지골프장을 가족공원으로 돌리라는 캠페인을 폈다. 이들은 “5만평 규모 하늘공원에는 주말이면 10만여명이 찾아와 휴일을 즐기는데 11만평 규모의 노을공원에는 하루 240명의 골프 동호인만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와 체육공단은 택시기사도 골프를 칠 수 있다고 선전하지만 먹고 살기 바쁜 택시기사가 밤새 줄서서 골프를 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면서 “이는 서민을 우롱하는 선전일 뿐”이라고 말했다. 운영방식을 놓고 빚어진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갈등에 이어 난지골프장을 둘러싼 홍역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난지골프장 무료개장 첫날

    난지골프장 무료개장 첫날

    ‘쓰레기산’을 메워 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으로 지은 가족공원 겸 난지골프장이 1년6개월만인 4일 문을 열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옆으로 난 난지도 골프장. 입구에는 개장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현수막이 손님을 맞았다. 피자를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휑하니 지나간 길 옆에는 ‘우리는 골프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하루 10만명이 즐길 수 있는 노을공원을 우리의 가족과 아이들에게 돌려주기 위함이다.’라는 글귀가 나부끼고 있었다. 난지골프장의 가족공원화를 위한 시민연대 명의로 ‘240명을 위한 골프장’이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난지도 골프장을 사랑하는 모임이 띄운 ‘300만 골퍼도 시민이다’라는 플래카드가 여러개 걸려 대조를 보였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개장을 강행한 골프장에는 전날 밤부터 라운딩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선착순 모집 때문이다. 오전 3시부터 입장객 순위를 가린 뒤 5시 입장자격(?)이 있음을 알리는 손목띠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8분 간격으로 티오프에 들어갔다. 골프장 이용인원이 4인 1조 60개 팀으로 제한돼 240명밖에 수용할 수 없었지만 200여대의 차량이 몰리는 등 성황을 이뤘다. 1번 손목띠를 받아 오전 6시28분 티오프한 월드컵경기장 인근 김종현(46·마포구 망원동)씨는 “어젯 밤 8시30분부터 차량 안에서 기다렸다.”면서 “하루 빨리 정상으로 개장돼 많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새벽 2시40분에 도착했는데, 길게 줄이 이어져 걱정했지만 다행히 154번에 배정돼 쉬었다가 지금 나오는 길”이라며 웃었다. 골프장은 189대를 세워둘 수 있는 주차장 옆으로 언덕길을 따라 10분쯤 걸어가면 나온다.9홀 3013야드 길이의 골프장은 ‘하늘 아래 첫 골프장’이라는 느낌을 줬다. 해발 90∼100m에 자리해 서쪽으로 아파트단지 윗부분만 보였을 뿐 한강의 잔물결과 뭉게구름이 손에 잡힐 듯 바라다보였다. 난지골프장은 월∼토요일 일출시간부터 일몰 3시간 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정상개장이 되기 전까지 ‘공짜 개방’을 계속한다. 마지막 티오프는 오후 2시20분으로, 한 라운딩에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44개 시민·환경단체로 된 ‘난지도 골프장의 가족공원화를 위한 시민연대’도 이날 골프장 입구와 시청 앞에서 공원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시는 공단의 골프장 개장이 불법이라며 지방재정법에 따라 연간 약 11억원의 변상금을 물릴 예정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골프소식]

    ●테일러메이드코리아가 프리미엄 드라이버 r7-XR를 새달 출시한다. 기존의 r7시리즈 모델에 견줘 방향성과 반발력을 높였고, 사용자의 구질에 따라 드로와 뉴트럴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헤드 용량은 남성용 440㏄, 여성용 380㏄. 가격은 똑같이 90만원.(02)3468-7600.●니켄트골프가 국내 출시 1주년을 기념, 주조이면서도 단조아이언의 타구감을 극대화시킨 ‘ARC 티타늄’ 아이언 세트를 100세트 한정으로 내놓았다. 구입시 55만원 상당의 캐디백 세트를 증정한다.11월31일까지. 그라파이트 샤프트 135만원, 스틸 샤프트 125만원.(02)529-9674.●강원랜드가 새달 4일부터 11월13일까지 라운딩과 골프텔을 동시 예약할 경우 주중 20%, 주말 10%를 할인해 준다.2박3일까지 혜택이 가능하다. 기간은 27∼29일 3일간. 개장기념일인 10월31일에는 지역 골퍼들을 위한 예약도 실시한다.(033)591-7300.●대명설악골프장이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36홀 라운드와 콘도(28평형) 숙박,2차례 식사를 묶은 A형은 1인당 23만 5000원, 아쿠아월드 1회 이용이나 파3 코스 9홀을 추가한 B형은 25만 3000원. 월∼목요일까지만 이용 가능하다.(033)639-3271.
  • 고유가 딛고 하늘길 개척 ‘선두다툼’

    고유가 딛고 하늘길 개척 ‘선두다툼’

    ‘창 VS 방패’ 국내 두 항공업계 사령탑의 경영스타일을 이르는 말이다. 대한항공 이종희(63) 총괄사장은 과감한 결단력으로 강한 추진력을 발휘, 업무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박찬법(60) 사장은 ‘합리와 순리에 의한 고도의 설득작업이 최선의 리더십’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현장 경영이 최고 이처럼 두 사람의 경영스타일은 대조적이지만 현장을 중시한다는 점에는 궤를 같이한다. 이 사장은 지난 69년 대한항공 설립과 동시에 공채 1기 정비분야로 입사했다.30여년간 정비, 운항, 자재, 기획, 영업 등 각 분야를 섭렵했다. 특히 여객영업 분야에서만 20여년간 몸담아 아직도 신규 노선 개척 및 세계 항공사와의 제휴 업무를 직접 챙기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기업인 ㈜금호의 영업담당이사를 거치는 등 ‘영업통’으로 잔뼈가 굵은 박 사장도 현장을 누비는 체험 경영에 대해서는 누구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박 사장은 “항공사는 조종사, 정비, 캐빈서비스, 예약, 발권, 공항서비스, 화물, 시스템, 케이터링, 영업 등 다양한 직종과 부문에 따른 업무와 특성을 갖고 있어 CEO가 현장체험에서 배어 나오는 각 부문별 특성을 조율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시장이 블루오션 요즘 세계적으로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는 죽을 맛이다.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대형 항공사들이 고유가 등의 여파로 줄줄이 파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7대 항공사 중 델타, 노스웨스트, 유나이티드, 유에스에어웨이 등 4개 항공사가 이미 파산보호 중인 상태다. 그러면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국내 항공사들의 생존책은 뭘까. 실제로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매출액 7조 2100억원을 달성한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382억원으로 전년대비 281억원이 줄었고, 아시아나도 상반기 매출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936억원(6.8%)이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404억원이나 감소했다. 두 사장은 모두 중국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이 사장은 “세계 항공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중에도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의 항공 수요는 꾸준한 증가하고 있다.”며 “2014년까지 중국시장에서 매출 2조원을 달성하고, 취항도시를 30여개로 확대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박 사장도 “중국의 경우 연간 대략 1200만명이 넘는 신혼여행객이 생겨나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출범 이후 해왔던 대로 중국과 일본시장 개척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저가항공 아직은 신경안써 국내 항공시장도 한성항공과 제주에어가 영업을 시작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등 저가항공의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이를 바라 보는 두 CEO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이 사장과 박 사장은 저가항공사의 등장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자연스러운 추세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이 사장과 박 사장은 상대 회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비결도 공개했다. 이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A380을 비롯해 B787,B777 등 차세대 첨단 항공기 도입, 기내 서비스 향상, 기내 IT투자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사장은 “대한항공에 비해 열세인 노선망 확보를 ‘스타 얼라이언스’라는 세계 최대의 항공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극복해나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사람이 되자.”는 좌우명을 마음에 새기고 다닌다는 이 사장은 등산·골프가 취미다. 골프 라운딩이 없을 때는 서울·경기 일원의 산들을 찾는 걸로 건강을 관리한다. 삼시 세끼 거르지 않고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걸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박 사장은 틈틈이 골프로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핸디캡 10개 정도의 수준이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하수처리장 위에 9홀 골프장

    하수처리장 위에 9홀 골프장

    ■ 땅밑엔 하수처리장 땅위엔 9홀골프장 “하수종말처리장에서 골프를 즐기자.” 이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인가. 아니다.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송산리에 있는 수원시 하수종말처리장 ‘화산체육공원’에 가면 그 말뜻을 알게 된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 보면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있어야 할 하수처리장이 보이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하수를 처리할 때 발생하는 악취 등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 모든 하수 처리시설을 지하에 건설하고 그 위에 골프장을 비롯한 축구장 등 체육시설과 생태공원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봐선 하수처리장인지 전혀 낌새조차 챌 수 없다. 서울 난지도처럼 쓰레기매립장에 만든 골프장은 있다. 그러나 하수종말처리장을 복개해 골프장을 조성한 경우는 이곳이 국내 처음이다. ●골프장 6일 오픈 화산체육공원은 5만평의 하수종말처리장 부지 가운데 2만평을 복개해 조성했다. 이는 크게 골프장 및 골프연습장과 체육공원, 생태공원의 3가지 시설로 나뉜다. 골프연습장과 체육·생태공원은 올초 완공돼 일반에 개방됐으며 골프장은 잔디 보호를 위해 뿌리가 활착할 수 있도록 개장을 미뤄왔다 6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시는 당초 2만평 부지 전체에 골프장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골프를 치지 않는 시민들이 레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규모를 줄여 9140평 규모의 파 3 골프장을 만들었다. 총연장 690m의 골프장(9홀)은 홀마다 거리가 50∼100m로 짧은 편이지만 어프로치 등 쇼트게임 향상을 위해 난이도를 높였다. 특히 그린 크기가 작은 데다 뒤쪽으로 갈수록 경사도가 낮기 때문에 한번에 공을 올려도 그린 밖을 벗어나기 십상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린 바로 앞에 공을 떨어뜨려 굴려서 올리고 싶어도 벙커나 해저드가 입을 딱 벌리고 있어 낙하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치밀한 공략법 요구 벙커는 각 홀마다 1∼2개씩 모두 13개가 설치돼 있는 데다 턱이 높아 탈출이 만만찮다. 1번홀(핸디캡 1번)은 거리가 100m에 불과하지만 한번에 올리기가 쉽지 않도록 설계됐다.6·4·8번홀의 경우 거리가 짧은 대신 그린이 매우 작기 때문에 섬세한 공략법이 요구된다. 거리 100m의 5번 홀도 해저드가 크고 벙커가 그린 좌·우측에 도사리고 있어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느끼게 한다. 박수연 골프장 프로는 “골프장 규모는 작지만 홀 전체가 아기자기하면서도 까다롭게 꾸며져 치밀한 공략법이 요구된다.”며 “거리가 짧다고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 다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규정타수 27인 이곳 골프장에서는 30타수 이하의 성적을 내면 싱글,33∼36타수면 보기플레이어 정도의 실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박 프로는 덧붙였다. ●여유있는 티오프 간격 골프장 티오프는 10분 간격. 여유있게 라운딩을 할 수 있도록 일반 골프장보다 3분 이상 늘려 잡았다. 다른 사람과 조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꼭 4명을 맞추지 않아도 라운딩이 가능하다.1시간 정도면 9홀을 모두 돌 수 있다. 그러나 홀간 간격이 좁아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남자는 9번, 여자는 8번 이상의 아이언을 사용할 수 없다. 이용료는 주중에는 9홀 기준 1만 5000원, 주말과 공휴일에는 2만원이다. 이용시간은 하절기(4∼9월)에는 오전 6시∼오후 7시, 동절기에는 오전 7시∼오후 6시까지 이다. 잔디보호를 위해 매주 월요일에는 휴장한다. 이재린 팀장은 “체육공원이 환경친화적으로 조성됐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오는 10월 시장배 파3 골프대회를 개최하는 등 각종 이벤트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프연습장도 인기 골프장 바로 옆에 들어선 연습장은 개장 초기부터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1·2층 31타석씩 모두 62타석을 갖추고 있으며 비거리 250m로, 수도권에서 손에 꼽는 시설과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6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주중에는 하루 350명, 주말에는 420명이 이용하고 있다. 퇴근 시간 후에는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용요금(1개월 기준)은 남자와 여자가 각 13만원과 10만원으로 다른 골프연습장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이용시간도 1회당 90분으로 충분하다. 김모(43·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씨는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는 데다 깨끗하고 비거리도 괜찮아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습장 내에 실내 스크린 골프장도 설치돼 다양한 골프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크린골프 연습은 18홀(4인 기준)에 5만원,36홀에 10만원이다. 라커사용료 5000원은 따로 받는다. 연습장 뒤편에는 실제 그린과 똑같이 만들어진 퍼팅 연습장과 벙커 연습장을 설치, 실전에 가까운 연습을 할 수도 있어 편리하다. 골프연습장에는 이밖에 648대의 차량이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해놓고 있다. ●나들이 코스로 적당 하수종말처리장 복개 부지에는 골프시설 외에도 축구는 물론 각종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다목적 운동장이 있다. 나아가 테니스장(2면), 농구장(2면), 게이트볼장, 우레탄 고무소재로 꾸며진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각종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제 규격의 다목적 운동장(인조잔디구장)은 평일 13만원, 주말 및 공휴일은 17만원을, 테니스장은 평일 2만원, 주말 및 공휴일 3만원을 각각 받는다. 체육공원 바로 옆에 조성된 생태공원에는 500평 규모의 무궁화 정원과 생태연못, 산책로, 놀이마당, 어린이놀이광장, 피크닉광장, 환경생태원 등으로 꾸며져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이 때문에 인근 태안지구, 영통 및 신영통 지구 등 대단위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쉼터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생태공원의 경우 주말에 300∼400명이 찾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원 하수종말처리장은 1단계 22만t,2단계 30만t 등 하루 52만t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됐다.1단계는 1992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했고 2단계는 2003년 11월부터 가동해 현재 하루 43만t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시는 이 중 2단계 하수종말처리장 하수처리시설을 지하 6m 아래에 설치하고 이를 복개한 뒤 체육공원을 꾸몄다. 수원시 시설관리공단 신진호 이사장은 “하수종말처리장 위에 체육시설을 설치한 후 혐오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자랑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생각 바꾸니 모두 이익 님비 해소 새모델 제시 “발상을 전환하면 주민 기피시설을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웰빙 공간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 김용서 수원시장은 5일 “처음에는 하수종말처리장 증설에 대해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체육 및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 후에는 주민 쉼터로 각광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 건설과 관련,“하수종말처리장을 가동하는 데 연간 150억원, 생태공원과 체육시설을 관리하는 데 연간 1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세수입은 한정돼 있다.”며 “따라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수익사업으로 골프장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체육공원에서 얻게 될 수입금을 연간 18억원선으로 추정, 공원 관리비용이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외신기자클럽 관계자들을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초정, 체육행사를 가졌는데 골프장 등을 둘러보고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설이라고 깜짝 놀라더군요.” 김 시장은 “요즘 전국 곳곳에서 하수종말처리장 등 주민 기피시설과 관련된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데 수원 하수종말처리장 체육공원이 님비현상을 해결 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뿌듯해했다. 수원시는 이 덕분에 지난해 정부부처와 시민단체에서 주는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6월 환경부로부터 환경경영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같은 달 환경실천연합이 주는 환경기초시설 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환경부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그린시티 우수상을 받았다. 또한 전국의 각 지자체와 주민들의 벤치마킹 발길도 줄을 잇는다. 김 시장은 “이제는 혐오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앞으로 계획 중인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3단계 하수종말처리장도 같은 방식으로 건설할 계획이며 이를 주민들도 기꺼이 용인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골프소식]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호주지부를 창설, 호주 시드니 김포교통 유기만 대표를 지부장으로 위촉했다. 지부는 앞으로 국내 선수들의 전지훈련 지원과 호주프로골프협회와의 교류 등을 담당하게 된다. 유 지부장은 시드니 글렌모어헤리티지밸리골프장(27홀)을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경기도 광주의 뉴서울골프장이 직원과 캐디들의 현장 경험담을 담은 책 ‘월화수목금금금’을 펴냈다. 골퍼들과의 라운딩에서 생긴 에피소드와 서비스 노하우 등이 담겨 있다. 뉴서울골프장은 프로숍은 물론 시중 서점에서도 책을 판매, 수익금을 전액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나눔운동에 기탁할 계획이다.(031)762-5672∼5.
  • [브리티시여자오픈] “골프오락으로 긴장풀고 경기에 나서”

    올시즌 LPGA 마지막 메이저대회를 생애 첫 우승무대로 만든 장정은 경기 직후 “정말 환상적인 기분”이라면서 “골프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고 벅찬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장정은 “내일 한국으로 들어가는데 우승컵을 갖고 갈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장정은 2주간의 휴식을 위해 2일 오후 일시 귀국한다.▶축하한다. 메이저대회에서 첫 승을 일궜다. 메이저 승격 이후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전 라운드 단독 선두)’와 전 라운드 60대 우승 기록도 세웠다.-정말 재미있었다. 대단하고 기분좋다는 느낌 말고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악천후에서도 첫 라운드부터 좋은 성적을 냈다. 비결은 뭔가.-파 또는 버디 찬스에서도 이를 만들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고 주어진 조건을 즐겼다. 좋은 점수가 나오게 된 배경이 아닌가 생각한다.▶마지막 라운드에서 소렌스탐과 맞붙어 긴장되지 않았나.-무척 긴장됐다. 아침 7시30분에 일어났는데 2~3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골프 오락 게임을 하며 긴장을 풀었다.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라운딩 중에도 내내 긴장했다.▶라운딩하면서 리더보드를 바라봤나.-그렇다. 무의식중에 열 번쯤은 봤던 것 같다. 캐디가 “보지마.”라고 얘기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볼 것 같다.▶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고 근접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비결은.-글쎄 뭐라고 말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결코 흔들리지 않고 그 자리를 유지했던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는데, 박세리 같은 선수가 될 것인가.-장정은 장정일 뿐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LPGA 역사에 남는 훌륭한 선수가 되고자 한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브리티시여자오픈] ‘여제’ 장타쇼 ‘또박打’로 넘다

    1일 새벽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골프링크스(파72·6436야드) 18번홀(파5). 세번째샷을 홀 1.8m에 붙여 버디를 잡아낸 뒤 우승을 자축하는 장정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났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180만달러) 우승. 이날만 3타를 줄인 결과 스코어는 합계 16언더파 272타.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로 장식한 장정의 뒤로는 4타나 뒤진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이 있었고, 김영과 미셸 위(16)가 6타차 공동 3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그보다 1타 적은 공동 5위에 머물렀다. 장타와 정확성을 겸비한 내로라하는 대스타들을 제치고 메이저 정상에 오른 비결은 강자에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과 차분한 마인드콘트롤이었다. 소렌스탐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원동력이자 소렌스탐이 스스로 무너지도록 한 전략이기도 했다. 장정은 1번홀(파4)부터 바람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강하게 불자 9번 우드를 들고 엉뚱해 보이는 왼쪽을 겨냥, 온그린을 시켰고, 이어서 12m짜리 먼 거리 버디 퍼트까지 성공시키며 소렌스탐의 기를 죽였다. 이에 긴장한 탓인지 소렌스탐은 손쉬운 1m 버디 찬스를 놓치고 말았다. 노련하게 경기를 지배하는 장정 앞에 초조해진 소렌스탐의 자멸은 필연이었다.16번홀(파4)에서 벙커에 빠진 볼은 2번만에 겨우 빠져나오며 보기를 기록했고,18번홀에서도 티샷을 깊숙한 러프에 빠트려 잃어버리는 등 더블보기를 범하며 결국 미셸 위, 김영에게조차 밀리고 말았다. 장정은 경기를 마친 뒤 “긴장이 많이 됐다.”면서도 “라운딩 도중 일부러 소렌스탐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통의 선수가 소렌스탐과 최종 라운드 이전 소감에 대해 흔히 말하는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식의 자세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한다는 필승 의지와 전술을 갖고 있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골프소식]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최경주 김종덕을 비롯, 올시즌 투어 챔피언들의 애장품을 모은 뒤 연말 경매를 통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기로 했다. 김종덕은 스카이힐제주오픈 우승 때 사용한 혼마 웨지를, 최경주는 닛산오픈 때 썼던 나이키 드라이버를 기증했다. 남영우와 최상호 정준도 우승 때 사용한 드라이버를 맡겼고, 신용진은 호남오픈 때 쓴 퍼터를 내놓았다.●지난해 북코스 18홀을 먼저 개장한 경기도 포천의 몽베르골프장이 최근 남코스 18홀 공사를 모두 마치고 30일부터 36홀 시범 라운드를 시작한다. 새로 완공된 남코스에는 북코스와 마찬가지로 양잔디를 심었다. 앞으로 콘도미니엄과 스키장도 조성할 예정.(02)-798-6666.●타이거 우즈가 한국에서 첫 라운딩한 제주도 라온GC가 북제주군의 곽지해수욕장에 여름 비치 캠프를 열었다. 회원 및 골프텔 투숙객은 사전 예약만 하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남녀 탈의실과 라커 등 편의시설은 물론 도내 유일한 용천 노천탕도 이용할 수 있다.(064)-795-8000.
  • “두산관련 물의 죄송”

    박용오 전 두산 회장이 그룹에서 퇴출된 뒤 처음으로 두산 주최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전 회장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자격으로 26일 두산베어스가 춘천CC에서 주최한 프로야구 구단주 및 사장단 골프모임에 참석했다. 박 전 회장은 골프를 마친 뒤 구단 관계자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최근 두산그룹의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해 언급하면서 “KBO 총재로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이밖에 회사 사태와 관련한 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으며, 주로 야구와 관련한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참석자들은 덧붙였다. 박 전 회장은 라운딩 중에도 내내 깊은 상념에 잠겨 일행과 별다른 대화를 주고받지 않았으며, 평소 핸디 10 수준의 골프실력에 훨씬 못 미치는 부진한 스코어를 기록했다는 후문이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가 (2)-농심 등 형제기업들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가 (2)-농심 등 형제기업들

    “형님, 새로운 사업으로 라면을 해볼라카는데 형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1960년대 초 젊은 춘호씨는 조심스럽게 큰형(신격호)의 기색을 살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라면이라 캤나. 그거 누가 사서 묵을 끼라고 만들라카는데. 치아라마.” 형의 조언을 잔뜩 기대하고 일본땅을 찾았던 춘호씨는 머쓱해져 돌아나와야 했다. “그래. 형이 안된다고 하는 사업을 내가 반드시 성공시켜 보이겠다.” 라면으로 2조원대의 중견그룹을 일군 농심 신춘호(75) 회장은 ‘철학을 가진 장이는 행복하다.’라는 제목의 자서전(비매품)에서 라면사업의 시작을 이렇듯 생생하게 되짚었다.“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였던 큰형이 반대하자 일종의 오기가 생겼다.”는 회고도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신 회장은 당초 시계공장을 차리려고 마련해 두었던 서울 영등포구 신대방동 370번지 지금의 농심사옥 부지에 라면 뽑는 기계를 들여놓았다. 롯데공업사라는 간판도 내걸었다. 자본금은 단돈 500만원이었다. 그가 큰형과 둘째형(신철호)의 그늘을 벗어나 창업가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1965년 9월18일의 일이다. 그의 나이 서른다섯. “누가 밥 놔두고 사먹겠느냐.”고 했던 라면은 소고기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신라면 등 숱한 히트상품을 탄생시키며 그룹 매출액을 지난해 2조 862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물론 새우깡 등 스낵시장 매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달에는 미국에 라면공장을 세우기까지 했다. 올해로 창립 40년을 맞는 농심-78년 사명 변경-은 이제 롯데가(家)에서 맏형 사업체 다음으로 튼실한 기업군을 이루고 있다. 혼맥은 10형제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신 회장,“장이가 돼라” 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장이’를 강조한다. 스스로도 자신을 “라면장이” “스낵장이”라고 부른다. 실속없는 겉치레를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언뜻 봐서는 대기업 총수라기 보다는 영낙없는 촌로(村老)다. 지방공장을 둘러볼 때도 “일하는 사람들에게 방해된다.”며 웬만해서는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한번은 새벽녘에 경기도 안양공장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길래 살짝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새 직원이 뛰쳐나와 “아저씨,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돼요.”하며 제지했다. 신 회장은 할 수 없이 “내가 회장입니다.”하고 신분을 밝혀야 했다. 임직원들 사이에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그를 오랫동안 보좌한 한 임원은 “역발상의 대가”라고 말한다.“남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것도 반드시 한번씩 뒤틀어 보신다. 젊은 사람들도 그분의 창의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가 ‘새우깡’이다.1971년 당시 세 살짜리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으로 잘못 발음하는 것을 듣고 신 회장은 “이거다.”며 무릎을 쳤다. 말문이 갓 트인 어린아이들조차 쉽게 발음하는 ‘깡’을 과자 이름으로 착안한 것. 새우깡, 고구마깡, 감자깡, 이른바 깡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회의 도중에 갑자기 “교남동 도가니탕 맛이 좋으니 그런 맛이 나는 라면을 개발해 보라.”고 지시해 소고기라면을 탄생시킨 것이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롯데쥬스가 키스보다 좋아’라는 ‘야한’ 광고 문구를 선보인 것도 그의 기발함을 보여주는 예다. 언론에 나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은 큰형과 매우 닮은 점이다. ●실질적 가장 역할-“신라면 개발때는 성씨 팔아먹는다.” 힐난도 10남매의 다섯째인 그는 일찍이 일본으로 건너간 큰형과 몸이 약한 둘째형을 대신해 집안의 실질적 가장 역할을 했다고 훗날 자서전에서 털어놓았다. 몇년전 아버지(신진수)의 유해가 증발했을 때, 도굴범에게서 되찾아온 유해를 모셔간 사람도 신 회장이었다. 그는 자서전에 이렇게 적고 있다. “어릴 때부터 무슨 벼슬같은 것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못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상머리에 앉아서 머리 싸매고 하는 일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것이 있으면 손으로 만져보고 입으로 맛을 봐서 좋으면 직접 한번 만들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였다.” 신라면을 처음 개발했을 때의 일이다. 실무자들은 ‘매울 辛’을 라면 이름으로 염두에 두고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오너의 성씨를 함부로 상품화했다가 ‘불경죄’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아주 좋다.”며 흔쾌히 수용했다. 막상 제품이 나오자 이번엔 문중에서 난리가 났다.“라면장사 하려고 성까지 팔아먹는다.”는 힐난이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한번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가 그였다. 당시 식품위생법상 라면봉지에 한글(신)보다 한자(辛)를 더 크게 쓸 수 없게 되자 부당한 규제라며 끝까지 싸워 법개정(88년)을 끌어냈을 정도다. ●경영에 참여하는 2세들 신 회장은 두 살 아래의-원래 신 회장은 1930년생이지만 호적에는 1932년생으로 2년 늦게 올라갔다-고향처녀(김낙양)와 결혼했다. 같은 경남 울주군 출신이지만 면(面)이 달라 서로 일면식은 없었다고 한다. 김 여사는 다소 깐깐하다는 평이다. 사이에 3남 2녀를 두었다. 막내딸을 제외하고는 4남매가 모두 그룹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딸 현주(50)씨는 광고회사인 농심기획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전업주부에서 10년전쯤 출근을 시작했다. 큰아들 동원(47)씨는 그룹의 중추인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쌍둥이 둘째아들 동윤(47)씨는 포장재를 납품하는 율촌화학의 사장이다. 율촌은 신 회장의 호다. 셋째아들 동익(45)씨는 할인점 메가마트(옛 농심가)와 골프장 일동레이크를 운영하는 농심개발의 부회장이다. 신 회장은 그룹의 큰 방향이나 핵심전략만 직접 챙긴다. 나머지는 자식들에게 맡기고, 사냥이나 골프 등 여가를 즐긴다. 골프는 핸디 7의 싱글 실력이다. 일주일에 네번 라운딩을 나가는 주사파(週四派)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밑바닥에서 기업을 일군 창업총수들이 으레 그렇듯 실질적으로는 일을 놓지 못한다. 한 아들이 웃으면서 전하는 얘기다.“말씀으로는 너네가 다 알아서 하라고 하시면서도 소소한 것까지 꼼꼼히 챙기신다. 골프를 치시다가도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보곤 하신다.” ●1·2세 매주 월요 점심회동 신 회장은 매주 월요일마다 그룹 구내식당에서 2세들과 점심을 함께 한다.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4남매가 정규 멤버다. 밥값은 물론 아버지가 낸다. 그룹 전략회의겸 가족 친목모임인 셈이다. 이화여대 서양미술학과를 나온 큰딸만 빼고는 4남매가 모두 고려대 동문이다. 동원씨는 화학공학과, 동윤씨는 산업공학과, 동익씨는 경영학과, 윤경씨는 심리학과다. 신 회장은 동아대 법학과를 나왔다. 아버지를 닮아 세 아들 모두 운동을 잘한다. 큰아들 동원씨는 어렸을 때 축구선수로도 활약했다. 5남매가 모두 서울 한남동의 신 회장 자택 주위에 모여 살아 ‘농심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바로 옆은 잘 알려진 대로 ‘삼성 타운’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부녀가 새로 이사를 오면서 이웃사촌이 됐다. 한때 공사 소음 등을 둘러싸고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은 깨끗이 화해했다. ●쌍둥이 형제에 얽힌 일화 동원씨와 동윤씨는 일란성 쌍둥이다.10분 차이로 태어났다. 대학 1학년때, 동윤씨가 태권도 승단 시험을 봐야하는데 마침 대학시험과 날짜가 겹쳤다. 형인 동원씨가 대신 시험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동원씨의 학과 조교가 시험감독으로 들어왔다. 시험지의 이름이 틀린 것을 보고 조교는 “너, 화공과 신동원 아니야?” 하고 의심했다. 동원씨는 내심 당황했지만 “신동원은 내 쌍둥이 형이다. 나는 동생 동윤이다.”라고 뚝 잡아뗐다. 쌍둥이라는데 어쩔 것인가. 조교의 의심은 더이상 뻗어가지 못했다. 임원들은 쌍둥이 형제의 느낌이 달라 알아보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성격도 다소 다르다. 한 임원은 “동원 부회장은 큰 방향만 맞으면 아랫사람들에게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다. 반면 동윤 사장은 매우 꼼꼼하고 세심하다.”고 전했다. ●조양상선·동부·태평양…화려한 혼맥 신 회장의 5남매는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집안에, 모두 중매로 결혼했다. 큰딸 현주씨는 79년 박남규(작고) 조양상선 회장의 넷째아들 재준(53)씨와 결혼했다. 재준씨는 한때 조양상선그룹 부회장을 지냈으나 그룹 부도 이후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조양상선은 김치열 전 내무·법무장관과도 사돈사이다. 김 전 장관은 다시 효성·동방유량 등과 사돈을 맺고 있어 혼맥 고리가 끝이 없다. 낯가림이 심한 현주씨와 달리 박 부회장은 “술 좋아하고 풍채 좋고 성격도 좋다.”는 게 공통된 평이다. 딸만 둘을 두었다. 큰딸 혜성(24)씨는 일본 성심여대를 나와 와세다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어머니가 설립한 그룹 계열사 ‘쓰리에스포유’(시설관리전문)의 등기이사이기도 하다. 역시 쓰리에스포유의 주주인 둘째딸 혜정(20)씨는 가을학기부터 미국 대학에 입학한다. ●송복 교수가 맏며느리 중매 큰아들 동원씨는 연세대 영어영문과를 나온 민선영(43)씨와 결혼했다. 선영씨는 민철호 전 동양창업투자 사장의 큰딸이다. 친구 사이인 율촌화학 한규상 부회장과 연세대 송복 교수가 각자 아끼는 총각처녀를 소개시킨 것이 인연이 됐다. 맞선은 86년 5월초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이뤄졌다. 동원씨가 훗날 사석에서 털어놓은 얘기다.“커피를 시켰는데 그 사람 앞쪽에 있던 설탕과 크림통을 내쪽으로 먼저 밀어주는 것을 보고 이정도면 됐다 싶었다.” 그주 주말 볼링장으로 맞선본 아가씨를 불러낸 그는 혜화동 집앞까지 바래다준다는 핑계 아래 붙잡고 있다가 새벽 3∼4시쯤에야 집으로 들여보냈다. 은근히 걱정이 돼 전화를 걸었다가 예비 장인어른에게 엄청나게 혼났다고 한다. 이때부터 당사자들보다 집안에서 더 서둘러 선본 지 3주만에 약혼하고 두달반만에 결혼(86년 5월26일)했다. 중·고등학생인 두 딸(수정·수현)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초등학생인 외아들(상열)은 올 가을에 미국으로 유학간다. ●사돈통해 정계·언론계와도 연결 둘째아들 동윤씨는 국회 부의장을 지낸 김진만 민족중흥회장의 딸 희선(44)씨와 결혼했다. 희선씨의 큰오빠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둘째오빠는 김택기 전 국회의원이다. 김 회장은 삼양사의, 김 의원은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사위이기도 하다. 농심은 동부를 통해 삼양사는 물론 정계 인맥과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사조산업과도 다리 건너 사돈 사이다. 희선씨는 이화여대 음대를 나왔다. 성격이 매우 적극적이다. 셋째아들 동익씨는 노창희 전 영국 대사의 조카인 재경(41)씨와 결혼했다. 노홍희 전 신명전기 사장의 큰딸이다. 큰동서(민선영)의 연대 영문학과 후배다. 말수가 적고 조용한 편이다. ‘아리깡’ 일화의 주인공인 막내딸 윤경(37)씨는 서성환 태평양그룹 회장의 둘째아들 경배(42)씨와 결혼했다. 경배씨는 ㈜태평양 사장이다. 성격이 수더분해 처남들이 좋아한다. 경배씨의 형인 영배(태평양그룹 회장)씨는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사위여서 농심은 또다시 언론계와도 연결된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보란듯이 세도가를 골라 사돈을 맺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을 펄쩍 뛴다.“혼사가 화려하다보니 남들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집안을 따져 결혼한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부모님이 옛날분들이다보니 연애결혼을 싫어하셔서 평범하게 선을 봤을 뿐이다. 정략적으로 집안을 따져 결혼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한진·KCC…형제들의 혼맥도 화려 신 회장의 둘째형인 철호(작고)씨는 유난히 법조인과 사돈을 많이 맺었다.8명의 사위 며느리 가운데 법조인이 4명이나 된다. 큰딸 혜경(58)씨는 서울고등법원장과 공적자금관리위원을 지낸 조용완(60) 변호사와 결혼했다. 법무법인 송백 소속이다. 셋째딸 미진(47)씨와 넷째딸 혜승(41)씨의 남편도 장대규(48)·정경언 변호사다. 정 변호사는 터키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아들 동림(43)씨의 부인은 정승원(41) 서울가정법원 판사이다. 철호씨는 1960년대초 동생인 춘호씨와 함께 서울 갈월동에서 껌 공장을 함께 운영하기도 했으나 경영방식에서 이견을 보여 각자 사업체를 차렸다. 10남매의 일곱째인 신선호(72) 일본 산사스㈜ 사장은 큰형을 도와 롯데에 몸담던 시절, 롯데리아를 일군 주역이다. 지금은 일본에서 면발 제조업체인 산사스를 독자 경영하고 있다. 심정섭 전 민국일보 편집국장의 큰딸 정자씨와 결혼해 2남2녀를 두었다. 큰아들 동우(40)씨가 산사스 전무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딸 유나(41)씨는 이호진(43) 태광산업 회장과 결혼했다. 10남매의 아홉째인 신준호(64) 롯데햄·우유 부회장은 한순용 전 한대산업 회장의 딸 일랑(58)씨와 결혼했다.‘프라이드 사건’ 등으로 적잖이 속을 끓였던 큰아들 동학씨가 얼마전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하는 바람에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둘째아들 동환씨는 대선주조 집안의 딸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여동생 동화면세점 경영 여자형제들 가운데는 경숙(72)·정숙(68)·정희(59)씨의 혼사가 눈에 띈다. 경숙씨는 박성황(작고) 한일향료 사장과 결혼해 1남1녀를 두었다. 다산(多産)인 롯데가에서는 단촐한 자식 농사다. 딸 기(51)씨는 개인사업을 하는 김영대(59)씨와, 국민대 교수인 아들 기택(47)씨는 정일영 전 국민대 총장의 딸 형은(45)씨와 결혼했다. 정숙씨는 NK(남경)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최두열 전 치안국장의 동생인 최현열 전 남경그룹 회장이 남편이다. 사이에 1남 3녀를 두었는데 사위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큰딸 은영(43)씨는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3남 수호(51·한진해운 부회장)씨와, 둘째딸 은정(42)씨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동생인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의 둘째아들 몽익(43·KCC 부사장)씨와, 셋째딸 은진(37)씨는 동갑내기인 김유진 재원테크 사장과 각각 결혼했다. 맏이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과 스물네살이나 차이나는 막내 정희씨는 여자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 동화면세점 사장이다. 남편은 경제관료 출신의 김기병(57) 롯데관광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의 형은 김기형 전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정통 관료 집안이다. 롯데관광은 이름만 같을 뿐, 롯데그룹과는 무관하다. 동화면세점도 이곳 계열사다. 큰아들 한성(35)씨가 동화면세점 상무이다. 둘째아들 한준(33)씨는 롯데관광 이사로, 미혼이다. hyun@seoul.co.kr ■ ‘농심 맏형’ 신동원 부회장 롯데가는 형제간에 크고 작은 송사를 치렀다. 물론 지금이야 모두 ‘옛날 얘기’가 됐지만 생채기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을 의식, 젊은 2세들이 주축이 돼 모임을 만들었다. 집안의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영산 신씨 초당공파 28대손 모임’이다. 몇년전 이 모임을 앞장서 만든 이가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다.‘동(東)’자 돌림들이 주된 멤버다.27대손인 ‘호(浩)’자 돌림들이 아직 거리가 있는 것과 달리,28대손들은 수시로 뭉치며 허물없이 지낸다. 이들은 “영산 신씨는 경상도에서 남신북권(南辛北權)이라 불릴 만큼 명문가였다.”며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신 부회장은 모임을 결성하면서 초대 총무를 쌍둥이 동생(신동윤)에게 맡겼다. 그만큼 집안일에 적극적이다. 지금은 사촌동생인 우탁(신격호 회장의 셋째동생인 신경애 여사의 외아들) 휴네시스 사장이 총무를 맡고 있다. 얼마전 사촌형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신격호 회장의 아들)도 모임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한다. 신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도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대학 2학년 여름방학때인 77년,“놀면 뭐하느냐.”는 아버지(신춘호)의 한마디에 대신공장(대방동 옛 자동차학원 자리)에서 호되게 신입사원 교육을 미리 받았다.79년 12월에 농심 평사원으로 입사, 이듬해 3월부터 정식 출근을 시작했다. 경영을 맡고부터는 매년 봄 전국 5개 생산공장을 돌아본다.10년 가까이 계속해온 연례행사다. 순례가 끝나면 ‘올해의 공장’을 뽑아 상을 준다. 그러다보니 서로 경쟁이 붙어 자체 혁신 활동이 치열하다. 일본 도요타의 가이젠(개선)을 능가한다는 게 자체 평가다. 이어 가을에는 전국 영업지점을 돈다. 직원들과 폭탄주도 곧잘 한다. 그가 즐겨 제조하는 방식은 ‘회오리주’. 짧은 시간에 분위기를 빨리 띄울 수 있어서다.90년대 중반, 그룹내의 생산·영업·관리 등 전산정보 시스템을 한꺼번에 뜯어고쳐 칭찬에 인색한 아버지에게서 “고생했다.”는 얘기를 끌어내기도 했다.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추진력이 강하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골프장 대동여지도’ 쓴 코스박사 조학재

    ‘골프장 대동여지도’ 쓴 코스박사 조학재

    “아마추어 골퍼들의 자신있는 라운딩을 위해 국내 모든 골프장 모든 코스의 공략법을 담았습니다.” 골프와 함께 20여년을 살아온 조학재(49·리얼골프 기술고문)씨. 그는 국내 135개 골프장 2880홀을 샅샅이 훑고 종이에 옮긴 골프장 코스 가이드 ‘프로 캐디’로 유명한 골퍼이자 저술가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평생 동안 우리나라를 돌며 ‘대동여지도’를 완성했다면 그는 ‘골프판 대동여지도’를 만든 셈이다. 그가 ‘대업’을 완성한 것은 5년 전 일이다. 하지만 그의 책은 아직도 잔잔하게 그만의 향기를 발산하고 있다. 아무리 온라인이 발달하고 컴퓨터 속 코스들에 대한 클릭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전체 골프장을 한곳에 모아둔 곳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호주 유학 시절 우연히 쥐어본 7번 ‘쇠막대기’에 이끌려 골프에 미쳐버린 그는 전공인 부동산학을 골프에까지 접목시켰다. 현재 직함은 골프장 컨설팅사인 ‘리얼 골프’ 기술 고문. 새로 태어나는 골프 코스마다 그의 눈길에서 벗어나는 곳은 없다. 유학생에서 프로골퍼로, 또 연습장 주인과 티칭프로로 골프와의 인연을 놓지 않던 그는 집까지 팔아 만든 노잣돈으로 골프장을 ‘방랑’하며 책을 만든 저자로 변신을 거듭한 뒤 이제 시니어골퍼들을 위한 전혀 새로운 개념의 골프 연습장 개발에 자신의 골프 인생 마지막 라운드를 걸고 있다. ●1번홀-골프인생의 ‘서비스홀’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같은 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지난 1977년 혈혈단신으로 호주땅을 밟기 전까지는 골프가 어떤 운동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우연히 잡은 골프채가 ‘화근’이었다. 넓다란 옆집 잔디 마당에서 아침마다 클럽을 휘두르던 노인의 스윙을 지켜보다 그만 자신도 모르게 빗자루를 집어 들었고, 그 노인으로부터 7번 아이언을 건네받아 무작정 연습을 따라했다. 그의 첫 골프 스승은 호주의 70대 할아버지였던 셈이다. 6개월 만에 비기너에서 싱글 수준으로 올라선 조학재는 ‘스승’으로부터 프로 전향을 권유받았다. 그러나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한 건 8년 뒤. 병역 문제도 해결해야 했고, 세인트조지대학에서 시작한 부동산학 공부도 마쳐야 했다. 국내에 돌아와 군대를 마친 조씨는 85년 대학을 졸업하고 호주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프로 골퍼 생활은 순탄했다.“미국프로골프(PGA)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규모가 초라해 벌어들인 상금으로 겨우 생활을 꾸리는 정도”였다고는 하지만 당시 평균 한 해 수입은 5만달러를 웃돌았다. 돈도 벌고, 치고 싶은 골프도 마음껏 친 그는 또 WGTF(World Golf Teachers Federation) 자격증도 따 향후 다가올 인생 후반에도 대비했다. 그의 호주 생활은 그의 골프 인생 가운데 ‘거리도 짧고 핸디캡도 낮은 서비스홀’이었던 셈이다. ●10번홀-‘대장정’ 롱홀에 도전 5년간의 호주 프로 생활을 접은 조씨는 국내로 돌아와 경기도 일산에 골프연습장을 열었다. 티칭 프로 겸 주인으로 한창 불기 시작한 골프바람을 타고 돈도 짭짤하게 모았다. 자신의 대학 전공인 부동산학을 바탕으로 골프장과 연습장에 대한 개장 컨설팅도 해주는 등 ‘전문가’로 변신해 갔다. 동진, 한탄강, 뉴스프링골프장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됐다. 하지만 그는 목이 말랐다. 국내 골프장 모두를 알고 싶었다. 결국 그는 연습장을 남의 손에 맡긴 뒤 골프장 순례에 나섰다.“골프장을 운영하다 보니 연습에 나서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인상이 운동이 아니라 노동을 하는 듯했다.”는 게 초보 골퍼들에 대한 그의 기억들. 그는 또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코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인데 초보자들은 연습장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것에만 치중하고 있었다.”고 짚어냈다. 무작정 ‘대장정’에 나섰다. 신설 골프장들은 카트까지 내주는 등 협조적이었지만 콧대가 센 일부 골프장에 들어가기 위해 다른 팀에 끼어든 뒤 코스에서 ‘딴 짓’을 해야 했다. 시작한 뒤 2년 만에 가진 돈이 바닥나 여의도에 사놓은 7억원짜리 아파트도 처분했다.5년의 ‘골프장 순례’에 든 돈은 모두 5억여원.1년에 1억원씩 길과 골프 코스에 뿌린 것이다. ●18번홀-‘세상 물정 해저드’에서 풍덩, 다시 19번홀에 5년의 산고 끝에 태어난 골프코스 안내서인 ‘프로 캐디’는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인터넷에 뜨기 시작한 ‘코스 가이드’에 밀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마케팅 전략에서 처지고, 저작권을 둘러싼 조씨와 해당 업체와의 알력 때문이었다.‘출간 뒤 출판권 5억원을 받는 대신 저자의 이름을 뺀다.’는 조건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 조씨는 “당시 조금만 고집을 꺾고 책을 팔았더라면 지금은 좀 더 살림이 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골프에 대한 조씨의 철학은 남다르다.“가장 비싼 골프채와 가장 싼 그것과의 타수는 2타차에 불과하다.”고 장비에 얽매이는 골퍼들을 질책하기 일쑤다. 무엇보다 “골프는 자연과의 싸움”이라면서 “코스에 대한 전략은 물론 코스를 둘러싼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골퍼의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역설한다. 그는 이제 그의 골프 인생 18개홀을 넘고 건너 19번홀 티박스에 섰다. 시니어골퍼들을 위한 연습장 솔루션 개발에 나선 것.“스크린을 설치한 한 홀당 100여평에 불과한 좁은 장소에서 모든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연습장”이라고 말할 뿐 “더 이상은 말하기 힘든 비밀”이라고 입을 다문다.150여개에 달하는 골프장 가운데 첫 홀 티박스에만 올라서면 그것이 ‘아널드 파머류’의 호쾌한 코스인지 ‘잭 니클로스류’의 아기자기한 코스인지 훤히 꿰뚫고 있는 ‘코스 박사’ 조학재씨.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건 “골프클럽보다 코스를 더 사랑하라.”는 한마디였다. 글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李총리 “2억 후원금 벌써 바닥”

    이해찬 국무총리의 후원금 통장 잔고가 1년 만에 거의 바닥났다고 한다. 이 총리는 최근 측근에게 “후원금이 거의 바닥난 것 같다.”면서 “후원회라도 다시 열어야 할 판”이라고 농을 건넸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6월 30일 취임했다. 이 총리의 지난해 후원금 모금액은 2억 2158만원이다. 후원금을 거둔 국회의원 285명 가운데 52번째였다. 이 총리(당시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람은 모두 350명. 기부자 수로 따져 국회의원 285명 중 140위로, 다른 의원들에 비해 비교적 다수로부터 적은 돈을 모금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 총리는 지난 1년 동안 공식적인 업무추진비 외에 개인 후원금에서 매월 2000만원 가까이 써 온 셈이다. 과연 이 총리는 이 돈을 어디에 썼을까. 이강진 공보수석은 20일 “총리 신분을 벗어난 일체의 활동 비용을 후원금과 개인 비용으로 지출해 왔다.”고 귀띔했다. 국회의원으로서 통상적인 경조사 비용이나 정치인들과의 회동 비용, 지역구(서울 관악을) 의원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썼다는 것이다.이 총리는 최근 구설수에 오른 골프 라운딩 비용도 그 성격에 따라 후원금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이 수석은 “관계장관이나 국회의원들과의 라운딩처럼 정책협의 성격을 지닌 경우 후원금을 적극 활용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 총리 취임 직후 비서관이 판공비를 담은 신용카드로 이 총리의 라운딩 비용을 지불했다가 뒤늦게 이 총리로부터 혼쭐이 났던 일화도 전해진다. 이기우 비서실장은 “총리는 돈에 관한 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만큼 결벽증을 지니고 있다.”면서 “야당이 총리에 대해 숱한 공세를 펴도 돈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조만간 후원금이 완전 바닥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강진 수석은 “후원금이 떨어져도 총리로 있는 한 후원회를 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신격호 롯데 회장은 빚을 몸속의 열에 비유하곤 한다. “몸에 열이 오르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 특히 잘하지도 못하는 업종에 빚을 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과다한 차입경영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신 회장의 말은 울림이 크다. 일각에서는 “껌 팔아 부자됐다.”며 롯데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얕잡아 보기도 하지만, 기여도가 높다는 삼성·현대·LG 등이 저마다 골칫덩이 자식 한두 개 때문에 국가경제에 고통을 줄 때도 롯데는 어느 계열사 하나 그런 곳이 없었다.“실패하더라도 빚을 돌려줄 수 있는 범위에서만 투자한다.”는 신 회장의 무차입 경영 덕분이다. 롯데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70.3%. 삼성(50.0%) 다음으로 재무구조가 튼실하다.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땅에 건너가 ‘조센징 장사꾼’이라는 멸시를 받아가며 부(富)를 일군 신 회장. 그렇게해서 번 돈으로 고국에서 다시 기업을 일으킨 그는 한·일 양국에 사업체를 갖고 있지만 지금껏 과실송금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한국에서 번 돈은 고스란히 한국에 재투자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중후장대 기간산업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경박단소 첨단산업을 일으켰다면, 신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산업을 개척한 선구자다. 몇 안되는 생존 창업주인 그는 여든을 훌쩍 넘긴 지금에도 여전히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고 있다. ●또다른 이름 시게미쓰상 그는 홀수달에는 신격호, 짝수달에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가 된다. 홀수달에는 한국에서, 짝수달에는 일본에서 일한다. 그의 셔틀경영이 언제쯤 시작됐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주위에서는 모국 투자가 시작된 1960년대 말부터라고 짐작한다. 벌써 30년째다. 월말이 되면 수행원도 없이 혼자 공항에 나가 훌쩍 비행기를 탄다. 생활철학인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이 엿보이는 단면이다. 한국에 머무를 때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쓴다. 집무실 겸 숙소다.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바로 옆의 롯데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는 정도다. 올빼미족에게 반가운 얘기 한가지. 신 회장은 창업주 총수로는 드물게 ‘새벽형 인간’이 아니다. 오전 8시쯤 일어나 9시에 호텔방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임원들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말수가 적다. 칭찬에도 인색하다.“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지론”이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완벽주의자다. 타고난 내성적 성격에 오랜 일본생활까지 겹쳐 웬만해서는 ‘혼네’(속내)를 내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때로 냉정하다는 얘기도 듣는다. 둘째아들인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결단코 자상한 분은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다. 언론에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단돈 83엔 들고 일본으로 신 회장은 1922년-원래는 1921년생이지만 호적에 1년 늦게 올랐다-경남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울산농업보습학교를 나와 경남도립 종축장에 기수보로 취직했지만 “박봉의 삶이 싫어” 1941년 일본행 관부연락선을 탔다. 이 때가 열아홉살. 고향친구 자취방에 얹혀 살며 신문·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잡일을 했다. 돈이 모이면 헌책방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작가 지망생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문학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배워야 했다.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 화학과에 입학했다. 일본 패전의 기색이 짙어가던 1944년 어느날, 조선인 청년의 성실성을 평소 눈여겨보던 한 일본인 노인이 “커팅오일(기계를 갈고 자르는 선반용 기름) 사업을 해보라.”며 선뜻 6만엔을 내놓았다. 그러나 첫 사업체는 공습을 맞아 완전히 불타버렸다.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친구들은 “귀국선을 타자.”고 종용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는 살 수 없는 게 그였다. 빚을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1946년 5월 도쿄 스기나미구(區)의 낡은 창고에 가마솥을 내걸었다. 그럴 듯한 간판(히카리특수화학연구소)도 달았다. 커팅오일을 응용해 만든 비누와 크림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1년반만에 노인에게 진 빚을 모두 갚았다. 내친 김에 비누를 만들던 가마솥과 국수를 뽑아내던 기계로 껌을 만들었다. 또다시 대박. 신주쿠 허허벌판에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탄생했다. 껌회사에 소설 여주인공(‘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샬로테) 이름을 붙인 발상이 생뚱맞아 보이지만, 못다한 문학청년의 꿈은 그렇게 해서 다소 풀렸다.1948년 6월28일의 일이다. 신 회장은 훗날 “롯데라는 이름은 내 일생일대의 최대수확이자 최고의 선택”이라며 흡족해했다. 그가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을 때, 일각에서는 “고국에 대한 첫 투자가 겨우 소비재 사업이냐.”며 비판했다. 신 회장은 이렇게 항변한다.“한·일 수교로 모국 투자길이 열리자 당시 정부는 내게 종합제철소를 지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후지제철소(현 신일본제철)의 도움을 받아 설계도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직접 제철소(포항제철)를 짓겠다고 했다.” 어찌됐든 그렇게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로 고국에 진출한 그는 한국롯데를 국내 재계서열 5위의 ‘유통 명가’로 키워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 29조 7000억원, 계열사수 41개, 종업원수 3만 5000명이다. 일본롯데에 비교도 안됐던 매출액(26조원)은 7대3 규모로 역전됐다. ●일본인 아내와 재혼 신 회장은 조혼 풍습에 따라 1940년 둔기리의 고향처녀(노순화)와 결혼했다. 신혼생활은 신 회장의 일본행 가출로 1년여만에 끝났다. 노 여사는 남편의 금의환향을 끝내 보지 못하고 1951년 29살에 요절했다. 신주쿠 허허벌판에서 일본 1위의 껌업체 하리스와 10년 상전(商戰)을 벌이는 동안, 신 회장에게 큰 힘이 돼준 이는 1952년 재혼한 일본인 아내 다케모리 하쓰코(竹森初子·78)씨였다. 결혼후 남편성을 따 시게미쓰로 바꿨다. 당시 일본 외무성 대신의 여동생이었다.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시게미쓰 여사는 성품이 온화하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우리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알아듣기는 한다. 신 회장은 노 여사와의 사이에 맏딸 영자씨를, 시게미쓰 여사와의 사이에 동주·동빈 두 아들을 두었다. 롯데가의 한 인사는 “동주와 동빈이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집안에서는 히로유키, 아키오라는 일본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렸다.”고 전했다. ●백화점 주역 신영자 부사장 모녀 신 회장의 맏딸 영자(63)씨는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 겸 호텔롯데 면세점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부산여고와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나왔다. 유통업계의 라이벌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는 대학 동창이다.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모델인 ‘욘사마’ 배용준씨의 사진전에 직접 참석했을 만큼 회사일에 적극적이다. 유통 사업가답게 의상과 화장이 화려하다. 다소 깐깐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어머니인 시게미쓰 여사와는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다.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해 1남3녀를 두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자녀 혼사는 막내딸 정안(31)씨. 지난해 5월 영국계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이승환(37) 변호사와 결혼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케이블TV 대구방송 회장과 영남일보 주필을 지낸 이종명씨의 아들.‘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회원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잡화 바이어(차장)로 일하던 정안씨는 결혼후 휴직, 남편과 함께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친구 소개로 이 변호사를 만나 2년간 연애했다. 주례는 시아버지의 절친한 ‘지기’ 한완상 한성대 총장이 맡았다. 한 총장과 이 전 회장은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신 부사장이 사업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이는 둘째딸 선윤(34)씨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나와 97년 롯데쇼핑에 입사, 올해 초 이사로 승진했다. 명품관 ‘에비뉴엘’ 개관의 일등공신이다. 외할아버지를 닮아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다. 성격도 소탈해 직원들 사이에 평이 좋다. 인테리어 회사 사장과 결혼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외아들 재영(38)씨는 롯데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인쇄업체 ‘재영상공’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맏딸 혜선(36)씨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선윤씨처럼 독신이다. ●일본롯데 이끄는 큰아들 동주 동주(51)씨는 일본롯데 부사장이다. 결혼이 다소 늦었다. 서른여덟살이던 92년 3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둘째딸 은주(41)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동주씨가 일본롯데의 미국법인 지사장으로 발령나면서. 아버지를 닮아 내성적인 그는 의외로 열살 연하의 거래처 여직원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가 주례를 본 두 사람의 결혼식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아들(정훈·12)만 하나다.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동주씨는 아오야마(靑山)학원과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했다. 롯데와 무관한 미쓰비시 상사에서 10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87년 한국롯데에 입사했다.“순수하고 학자 같다.”는 게 주위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롯데 이끄는 둘째아들 동빈 동빈(50)씨는 형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역시 형이 다닌 아오야마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88년 일본 롯데상사의 이사로 롯데에 합류하기까지,8년을 다른 회사(노무라증권)에서 일한 것도 형과 같다. 한국무대에 데뷔한 것은 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면서. 증권사에 오래 있어서인지 수치에 매우 밝다.97년 2월 한국롯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중국적자이던 그는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일본 국적을 정리했다. 처음엔 우리말이 서툴렀으나 지금은 발음이 조금 어색할 뿐, 대화를 주고받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와인을 즐기지만 폭탄주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문학 기질을 이어받아 사석에서 가끔 괴테의 시를 영어로 읊기도 한다. 이승엽 프로야구 선수가 뛰고 있는 일본 롯데 지바 마린스의 구단주 대행도 맡고 있다. 세간에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으나 집안 인사의 얘기는 다소 다르다.“형인 동주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다. 원래 신씨 집안 남자들이 활달한 편은 못된다.” ●한·일 넘나든 현해탄 혼맥 롯데가는 물론 재벌가를 통틀어 화려한 혼맥의 정수로 꼽히는 게 동빈씨의 결혼이다.85년 형보다 먼저 일본에서 다섯시간에 걸친 일본전통 혼례식을 치렀다. 신부는 일본의 대형 건설사 다이세이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둘째딸 마나미(眞奈美·46)씨. 일본 귀족학교인 가쿠슈잉(학습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일본황실의 며느리감 후보로도 거론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가 중매를 서고 주례까지 맡았다. 결혼식에 나카소네 당시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일본 총리가 세 명이나 참석해 한·일 양국에서 떠들썩한 화제가 됐다. 마나미씨를 만나본 한 인사는 “평범하고 참한 인상”이라고 전했다. 아들 유열(19)군과 규미(17)·승은(13) 두 딸을 두고 있다. 부인과 자녀들은 일본에 살고 있다. 한달에 두세번 신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신 회장이 ‘셔틀 기업경영’을 하고 있다면, 신 부회장은 ‘셔틀 가족경영’인 셈. 수행원 없이 다니는 것은 부자(父子)가 똑같다. ●남다른 고향사랑과 초고층 건물에의 꿈 해마다 5월이면 신 회장은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호숫가의 너른 잔디밭에서 사재를 들여 잔치를 벌인다.69년 대암댐 건설로 고향마을이 물에 잠기자 전국에 흩어진 고향사람들을 수소문,1971년 5월 돼지머리에 막걸리를 기울인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지금껏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모임 이름도 고향에서 따 ‘둔기회’라고 지었다. 처음엔 수십명이던 회원수가 아들·며느리·손자의 가세로 지금은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고향 못지 않게 신 회장에게는 애틋한 대상이 있다. 파리 에펠탑 같은 세계 최고층 건물이다. 여든살이 되던 해인 2002년,112층 건물 청사진을 내보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교통영향 평가 등에 걸려 지금껏 삽도 떠보지 못했다. 신 회장은 ‘건설통’ 서울시장에게 기대를 걸며 초고층 건물을 재추진하고 있다. ●유통명가 떠받치는 롯데맨들 롯데에는 사장단 회의가 따로 없다. 지난해 신설된 정책본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계열사간 조정자 역할을 한다. 호텔롯데 소속의 김병일(62) 사장이 신동빈 부회장(본부장)을 도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73년 호텔롯데 경리부장으로 입사해 81년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신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신 회장 부자의 심중을 가장 정확히 읽어낸다는 핵심참모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전무가로 말수가 적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는 경리분야에서 20년 잔뼈가 굵은 한수길(64) 사장이 맡고 있다. 자일리톨껌 등 ‘연타석 홈런’으로 경영성과를 끌어올렸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삼성 출신의 장경작(62) 사장과 ‘젊은’ 이인원(58) 사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 사장을 지낸 장 사장은 올 2월 롯데맨으로 변신했다. 수익사업의 귀재라는 수식어를 달고다닌다. 평균 연령이 60대인 롯데 경영진 사이에 드물게 50대인 이 사장은 97년 CEO(최고경영자)로 파격 발탁돼 8년간 장수하고 있다. 관리·영업·매입 등 백화점 3대 요직을 모두 거쳤다.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친다. 할인점 업계 최초로 중소기업 박람회를 연 롯데마트 이철우(62) 사장과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대석유화학 인수 주역인 호남석유화학 이영일(64) 사장도 눈에 띈다. 신 회장의 가족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친동생인 신준호(64) 롯데햄·우유 부회장과 5촌조카 신동인(59)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지금의 롯데를 일구는데 일조했으나 지금은 한발 물러나 있다. 음료업계 최초로 순 매출액 1조원 돌파의 대기록을 세운 롯데칠성음료 이종원(61) 대표이사 부사장,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한 롯데건설 이창배(58) 대표이사 부사장, 워커홀릭(일중독자)으로 불리는 롯데삼강 이광훈(57) 대표이사 전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롯데맨이다. 황각규(51) 롯데쇼핑 상무와 강현구(45) 롯데닷컴 상무 등은 신 부회장의 관심사업을 보좌하고 있다. ●“평창면옥에 해답이 있다” 이철우 사장의 회고다. “잠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백화점을 짓기는 했는데 신세계의 세 배인 드넓은 매장을 채울 일이 걱정이었다. 회장님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며 타박하시더니 평창면옥에서 해답을 찾으라고 했다.” 당시 서울 평창동에 있던 평창면옥은 5000원짜리 밥맛이 워낙 좋아 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사람들이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곳까지 가겠는가.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상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훌륭한 상품을 만들면 문제는 절로 해결되기 마련이다.” 신 회장의 이 얘기는 지금도 롯데 임직원들 사이에 자주 회자된다. hyun@seoul.co.kr ■ 절친했던 신격호·정주영 회장 신격호 회장은 생전의 정주영(왕회장) 현대 창업주와 절친했다. 왕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직접 추도사를 쓰기도 했다. 신 회장이 일곱살 아래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은 매우 닮았다. 우선 대가족의 장남이다. 신 회장은 동생이 9명, 왕회장은 7명이다. 중농·빈농의 아들로 농사규모는 달랐지만 식솔이 워낙 많아 삶이 퍽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공 신화의 시작이 가출이라는 것도 같다. 두 사람 모두 열아홉살 때 “앞이 안보인다.”며 집을 뛰쳐나왔다. 사업 시작후 최대의 시련도 ‘불’이었다. 신 회장은 처음 차린 커팅오일 공장이 불에 몽땅 타버려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왕회장도 첫 사업인 자동차수리공장이 불에 타는 바람에 고초를 겪어야 했다. 신 회장은 이 때문에 지금도 임직원들에게 자나깨나 불조심을 외친다. 롯데호텔 준공 때 멀쩡한 새 건물의 복도 천장을 뜯게 한 뒤 손전등으로 직접 방화 장치를 확인한 일화는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죽을 고비도 한차례씩 넘겼다. 여든이 다 될 때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다녔던 신 회장은 언젠가 밤길에 귀가하다가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왕회장도 새벽에 울산공장을 시찰하러 직접 운전하고 가다가 차가 바닷물에 빠져 죽을뻔 했다. 발상도 기발하다. 신 회장은 풍선껌에 대나무 대롱을 함께 포장해 장난감처럼 불 수 있게 했다. 왕회장은 겨울 골프에 빨간 골프공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이 유명한 빨간공 일화를 남긴 1970년 초봄 라운딩의 동반자가 바로 신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훗날 “폭설이 내려 (하얀 골프공을 찾을 수 없는 만큼)의당 약속이 취소된 것으로 여겨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고 회고했다. M&A(인수합병)보다는 직접 공장말뚝 박기를 즐겼던 것이나 귀향잔치(둔기회·소떼방북)를 벌인 점도 똑같다. 다만, 신 회장은 언제나 소리가 나지 않았고 왕회장은 늘 요란했다. 대선 출마 등 말년에 한눈을 판 왕회장과 달리 신 회장이 사업에만 전념하는 것도 결정적 차이다. hyun@seoul.co.kr ■ 신동빈 부회장 ‘큰어머니’ 제사 해마다 직접 지내 지난달 21일 저녁 서울 성북동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자택. 검정 옷차림의 신씨가문 후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 날은 종손인 신격호 회장의 첫 부인 노순화 여사의 기일이었다. 신동빈 부회장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어머니’의 제사를 주관했다. 누나인 신 부사장은 말없이 ‘생모’의 제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느 재벌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신 회장이 재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얻은 동빈씨는 한국에 정착한 이후 노 여사의 제사를 꼬박꼬박 지내고 있다. 집안에서나, 그룹에서나,‘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굳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후계구도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언급을 회피하던 그룹측은 이제 공공연하게 “후계구도 작업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신 부회장이 일본인 아내를 맞은 점 등을 들어 일본롯데를,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장남인 점 등을 들어 한국롯데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한때 유력했지만 현재로서는 뒤집힌 셈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설된 정책본부의 장(長)을 맡으면서 후계자 논란을 확실하게 잠재웠다. 재계는 “그룹 대권을 둘째아들에게 넘기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로 해석했다. 신 부회장은 온라인쇼핑몰·편의점 사업 등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KP케피칼·현대석유화학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아버지의 신임을 굳혔다. 현장을 중시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지난 4월에는 롯데마트 금천점에 불쑥 나타나 한 시간 동안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현장에서 지시한 내용은 나중에 꼭 확인한다. 상장(6개사)에 인색한 기업 문화와 보수적인 토양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김후년의 클럽하우스] 궂은 날의 해피라운딩

    장마로 궂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그린에 공이 떠다닐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면 당연히 라운드를 포기하겠지만 비옷이나 우산으로 가릴 수 있을 정도라면 대부분 강행할 것이다. 바람난 사람이 복상사를 무서워할 리 없듯이 라운드 도중 풀 위에서 죽는 초상사(?)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골퍼들인 만큼 장마철 한복판에도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골프장 문턱을 넘나드는 마니아들이 적잖다. 낙뢰에 의한 불상사, 주행 사고의 위험이 높은 카트 도로, 잦은 안개, 물기를 잔뜩 머금은 잔디…. 위험이 많이 도사리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필드 나들이를 강행하는 골퍼들의 심리를 일반인에게 이해해 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장마철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는 폭우는 물론 짙은 안개도 골퍼들의 적이다.20∼30야드 앞에 있는 레이디스 티박스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도우미에게 공 보낼 곳을 묻고 클럽을 휘두르는 자신의 모습에 묘한 웃음이 입가에 머무는 것을 금할 수 없다.“프로로 나설 것도 아니고 골프에 환장한 것도 아닌데 내가 이 무슨 참….” 그러나 빠져나올 수 없는 골프의 매력을 만끽하는 것은 바로 다음 순간. 페어웨이 한복판이나 그린 중앙에 놓인 공을 발견했을 때다. 평소 좋은 날씨에도 좌우로 휘어지면서 넓은 페어웨이를 외면하던 공이 짙은 안개 속에도 똑바로 날아간 것이 신기하다. 물론 코스 곳곳을 꿰뚫고 있는 도우미의 조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짙은 안개는 공을 보내야 할 방향이나 거리를 알 수 없게 하지만 도우미의 조언대로 스윙하면 공은 보내고자 하는 방향으로 날아간다. 짙은 안개 속에선 벙커나 해저드의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또 날이 궂은 만큼 공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고 자신이 알고 있는 스윙에 대한 최대한의 지식을 충동원해 평소보다 신중하게 스윙하게 된다. 헤드업도 없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니 처음부터 머리를 쳐들 필요조차 없다. 짙은 안개 속의 라운딩은 늦은 티오프 때문에 한두 홀을 남겨 놓고 어둠 속으로 공을 날릴 때와 흡사한 상황이다. 한 사람은 티박스 뒤에 쪼그리고 앉아 낙하 지점을 확인하고,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대로 걷다 보면 골프화에 차이는 공에 키스라도 해주고 싶은, 그런 묘미라고나 할까. 짙은 안개나 일몰 이후 등 비정상적인 날의 라운딩은 불편하지만 집중력은 높아진다. 궂은 날의 라운드.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즐길 일이다. 스윙 도중 집중력이 높아지는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될 것이다.골프 칼럼니스트 golf21@golf21.com
  • 李총리 “장마철 골프 않겠다”

    잇따른 골프 구설수로 곤욕을 치른 이해찬 국무총리가 잠시 골프채를 놓는다고 한다.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총리가 장마철인 7월에는 골프를 치지 않기로 했다.”면서 “장마철을 맞아 철저히 수해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뜻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강원도에 대형산불이 일어난 지난 4월 골프를 쳐 물의를 빚은데 이어 지난 2일에는 남부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제주도에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과 골프를 쳐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총리는 제주 골프 직후 비난여론이 들끓자 곧바로 ‘골프자제’를 결심했다는 귀띔이다. 이 총리가 공개적으로 골프 중단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수해에 대비할 목적으로 골프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 역시 이달 중에는 그린에 나가기 어려울 듯하다. 한편 지난 9일로 예정됐던 김종빈 검찰총장과 허준영 경찰청장의 골프 회동도 무산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김 총장과 허 청장이 지난 9일 함께 골프를 치기로 했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날짜 이외의 구체적 계획을 잡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검찰 쪽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검·경 총수의 골프 회동 무산은 최근 두 기관의 관계가 다시 악화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두 기관에 공개논쟁을 중단할 것을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경 수뇌부는 지난달 초 이 총리 등과의 ‘5자회동’에서 이달 초 이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라운딩을 함께 하기로 했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강원랜드 골프장 인기 폭발

    19일 개장 예정인 강원랜드 골프장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강원랜드 골프장은 지난 5일 접수한 오는 20∼24일분 첫 예약이 접수 5시간만에 모두 완료됐다고 7일 밝혔다. 강원랜드 골프장은 라운딩 2주전(두번째 예약일은 오는 12일) 화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선전화에 한해 선착순으로 접수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해발 1100m 고산지대에 위치한 강원랜드 골프장은 파 72, 코스길이 6519m의 18홀 대중골프장으로 그린피는 주중 10만원, 주말 13만원이지만 올 시즌에 한해 주중 7만원, 주말 10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강원랜드 골프장 관계자는 “신규골프장에 대한 호기심과 여름 휴가철, 저렴한 이용료 등으로 인해 골퍼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정선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국민 무서워했다면 어찌 골프를…”

    이해찬 국무총리의 지난 2일 ‘제주 골프’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다산연구소측이 5일 고건 전 총리의 ‘골프일화’를 들어 이 총리를 따끔하게 꼬집었다. 고 전 총리는 이 연구소의 고문으로 있다. 단국대 이사장인 박석무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산연구소 김용정 대표는 ‘다산포럼’에 실은 글을 통해 “이번 제주도 골프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무분별하고 무책임하고 오만방자하기까지 한 행태로 비춰진다.”면서 “정말로 국민을 무서워하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어려워했다면 재해 비상상황에서의 골프는 자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 전 총리가 전남지사로 있던 시절의 일화를 들었다. 휴일을 맞아 오래 전에 약속한 지역 기관장 등과의 골프회동을 위해 비좁은 시골길을 달리다 양수기를 싣고 가던 농민과 택시기사의 실랑이를 목격했고, 그 순간 고씨는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어 티업만 지켜본 뒤 도청으로 되돌아와 ‘가뭄 비상령’을 내리고 20여일간 철야근무를 했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가 그 뒤 골프를 끊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목민관의 자세는 모름지기 그와 같아야 하지 않느냐.”면서 “자타가 인정하는 실세 총리로서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까지 떨어진 마당에 이 총리는 근신하는 자세로 국정과 민생과제를 보다 꼼꼼히 챙겨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대해 이 총리의 측근은 “총리는 라운딩조차 주요정책을 협의하는 기회로 삼을 정도의 일 중독자로, 비상연락 체계가 갖춰져 있어 돌발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대책을 지시할 수 있던 상황”이라며 “다만 총리로서 국민들의 정서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점에서 비난여론이 곤혹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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