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여진 공포속 정부 ‘지진 예측 묵살’ 도마에
6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강진으로 이탈리아가 ‘아비규환’에 빠져 있다. 사망자는 200여명을 넘어섰고 4000여명의 대원들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큰 탓에 구조작업은 순탄치 않다. 이 가운데 정부가 한 지진 예측을 묵살해 참사를 초래했다는 의견이 제기돼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수개월내 추가 지진 경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립핵물리학 연구소의 지진학자인 조아키노 줄리아니가 최근 기체 가운데 가장 무거운 물질로 알려진 ‘라돈’의 방출량 변화를 통해 지진발생을 예측, 정부에 알렸지만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묵살당했다. 통신은 “사회불안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되고. 웹사이트에 올려 놓은 연구 결과물까지 강제로 삭제당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줄리아니의 경고는 과학적 근거를 결여하고 있었다.”고 해명했으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지진의 예측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히 신문도 아베 가쓰유키 도쿄대학 지진학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 “라돈과 지진의 관계는 예부터 지적되고 있다.”면서도 “아직 메커니즘이 해명되지 않았다. 우연히 맞았을 뿐 실증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 앞으로 수개월 내에 추가 지진이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AFP통신은 북아일랜드 얼스터 대학의 존 매클로스키 교수의 말을 인용, “이 지역이 복잡한 지질 구조를 지니고 있어 큰 규모의 추가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진으로 유적지 ‘잿더미’
7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치 주(州)의 중세 산간도시 라퀼라 시(市) 인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지금까지 207명이 목숨을 잃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아직 15명의 실종자가 있으며 1000여명에 달하는 부상자 가운데 100명 이상이 중상”이라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는 7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1만여채의 건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원 파악이 어려운 외국인 이민자들이 몰려 살고 있어 희생자 집계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현지 ANSA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 이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4.7의 지진이 발생, 이미 전날 강진으로 파괴된 일부 건물들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전날 강진이 발생한 이래 28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 주민들의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중세의 유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라퀼라 지역의 지진으로 주요 유적지도 한 순간에 무너져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16세기 성 안에 건설된 아브루초 국립박물관의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현재 추가 붕괴 위험으로 박물관 접근이 어려워 문화재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정부는 작품 보호를 위해 전국의 유적 관리 전문가들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