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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세대차 단상/구본영 논설위원

    설날 연휴에 초등학교 동기들과 아주 오랜만에 ‘학사주점’에 들렀다. 부지불식간 막걸리 사발과 소주잔을 함께 기울이던 옛 추억을 더듬기 위해서였는지 모르겠다. 드럼통 식탁이 번듯한 통나무 테이블로 바뀌었을 뿐 머리 벗겨진 주방장 겸 주인장이 건재해 반가웠다. 그러나 달라진 기본 안주와 분위기에 놀랐다. 번데기와 생고구마, 콩나물 등을 기대했건만 방울 토마토와 떡볶이, 느끼한 돈가스 몇 조각이 전부였다. 왜 김치가 없느냐는 타박에 주방장은 “요즘 학생들은 찾지 않는다.”며 우물에서 숭늉을 찾느냐는 표정이었다. “손님들은 진작 이곳을 졸업한 분들”이라는 농과 함께. 문득 시대 변화에 둔감해졌을 수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혹여 집에서도 아이들에게 세대차를 무시한 채 모범적 생활태도만 ‘설교’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었다. “바뀌어야 할 것은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이건만 사람들은 삶 자체만 바뀌기를 바란다.”는 예반의 말이 떠올랐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도봉 창포원 주변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도봉 창포원 주변

    서울에서 가장 외곽, 아직도 깨끗한 물과 공기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도봉구다. 이번 주말에 지하철을 타고 도봉구의 숨겨진 명소로 떠나 보면 어떨까. 각종 식물들의 천국인 서울창포원을 시작으로 우리 전통 그릇인 옹기에 대해 알 수 있는 옹기박물관, 우리네 삶이 묻어나는 방학동 도깨비시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만원짜리 한 장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만드는 일정이 될 것이다. 발품을 들여 맨 먼저 찾은 곳은 하얀 눈으로 뒤덮힌 서울창포원이었다. 올망졸망한 꽃들은 아직 잠들어 있지만 아이들과 설경을 감상하며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꽁꽁 얼어버린 작은 연못, 그 위에 살포시 얹어진 구름다리에 서면 겨울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약용식물, 붓꽃 등이 만발하는 따뜻한 봄에 찾을 걸’하는 아쉬움도 생기지만 도심에서 자연 그대로의 겨울 정취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서울창포원은 지난해 6월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 인근 5만 2417㎡에 조성된 대형 특수식물원이다. 이곳은 노랑꽃창포, 부채붓꽃, 타래붓꽃, 범부채 등 꽃봉오리가 ‘붓’ 모양을 한 붓꽃류 130여종 30만포기가 1만 5000㎡에 식재되어 있다. 특히 노랑무늬붓꽃, 노랑붓꽃, 대청붓꽃 3종류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식물2급으로 지정된 귀중한 식물자원이다. 또 ‘약용식물원’에는 당귀, 삼지구엽초, 복분자, 산마늘 등 약용식물 70종 13만포기가 심어져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약용식물 대부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또 습지식물 7만포기가 심어져 있는 ‘습지원’과 군락지 식생을 관찰할 수 있는 ‘천이관찰원’ 등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 식재된 식물들을 소재로 약용식물 채집방법과 가정에서의 재배법, 약초를 활용한 민간요법, 약초차 제조방법 등 각종 생태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쌍문동 옹기박물관으로 가 보자. 전국에서 유일한 옹기 전문 박물관으로 지방별로 다양한 형태의 옹기 200여종을 비롯, 민속용품 200여종 등 총 40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또 주말에는 옹기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간단한 옹기를 만드는 일일체험프로그램이 열린다. 미리 홈페이지로 예약하면 된다. 옹기박물관은 입장료가 성인 3000원, 학생 2000원이다. 방학동 도깨비시장은 1980년대 초 의정부나 동두천에서 미군들 물자를 파는 상인들에 의해 형성됐다. 그들이 도깨비처럼 도망 다니면서 판다고 해서 도깨비시장이라고 불리게 됐다. 2004년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새롭게 단장해 옛날 멋은 사라졌지만 100여개의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옷부터 생필품까지 대형할인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또 떡볶이, 순대, 국수 등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분식부터 순대국, 홍어회 등 안주거리까지 넉넉한 인심이 느껴지는 곳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이천희, 사랑앞에선 ‘진지남’으로

    이천희, 사랑앞에선 ‘진지남’으로

    이천희가 귀여운 한량 이미지를 벗고 사랑 앞에 성숙해지는 남자의 모습을 선보인다. SBS 주말극 ‘그대 웃어요’ 에서 극중 프로 골퍼 지망생 성준으로 출연 중인 이천희는 그동안의 살짝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에서 진지한 사랑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주 방송분에서 지수(전혜진 분)는 고아에다 전과가 있다는 자신의 과거와 지금의 처지 때문에 성준을 떠나기로 결심한 후 떡볶이 레시피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동안 성준과 지수는 나이와 환경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연인이 됐고 식구들의 눈을 피해 사랑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이에 성준은 미친 듯이 지수를 찾아 헤매지만 지수가 이미 흔적을 감춘 후이다. 하지만 성준은 지수가 돌아올 것을 확신하며 그녀가 남긴 레시피를 선보이며 씩씩하게 떡볶이 가게를 꾸려나간다. 이로 인해 평생 진지한 사랑을 모르고 살았던 성준은 지수를 기다리며 진짜 어른이 되어 간다. 사랑의 위기 앞에서도 씩씩하면서도 유쾌한 이천희의 모습은 SBS ‘그대 웃어요’ 를 통해 매주 토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조형기·박준규 “막장토크 NO, 공감토크 OK”

    조형기·박준규 “막장토크 NO, 공감토크 OK”

    연예계의 큰형님 조형기와 아우 박준규가 배는 채워주고 고민은 덜어주는 공감토크로 공중파에 도전장을 던졌다. 9일 홍대의 한 오뎅바에서 열린 SBSE!TV ‘조형기&박준규의 형님식당’ 기자간담회에서 조형기는 “케이블 방송이라고 해서 공중파보다 ‘마이너’ 라는 생각을 불식시키고 싶다.” 며 “막장 토크는 싫다. 여자 분들이 미장원에서 수다를 떨 듯 편안한 정통 토크쇼를 만들겠다.” 고 강조했다. 공동 MC를 맡은 박준규도 “우리는 형제 같다.” 며 조형기와 함께 각오를 다졌다. 박준규는 형님 조형기가 재치있는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이끌면 애교 섞인 멘트로 친근감있게 다가설 예정이다. 이에 조형기는 “내가 쉬엄쉬엄 할 수 있게 준규가 좀 많이 챙겨줬음 좋겠다.” 며 너스레를 떨기도. 게스트들을 위한 요리는 조형기와 박준규가 직접 선보인다. 메뉴도 게스트들의 기호를 고려해 그 때 그 때 달라진다. 요리를 함께 편안하게 즐기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것. 게스트들이 원하면 술잔을 한 잔씩 기울이기도 한다고. 형님들의 첫 번째 손님은 아이돌 스타 슈퍼주니어와 중년돌 틴틴파이브이다. 이들은 형님들이 직접 만들어 주는 ‘돌판 낙지볶음과 소면’ 을 먹으며 장수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비법을 전수받는다. 아이돌과 중년돌들의 비교 토크와 개인기 대결, 댄스 배틀 등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두 번째 손님은 수십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27세 인터넷 쇼핑몰 CEO 장환희, 26세 모델출신 최지혜, 구두 인터넷 쇼핑몰 CEO 강혜란으로 이들의 성공 스토리와 노하우를 ‘돈대박 해물 떡볶이’ 를 먹으며 들어본다. 맛있는 야식과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조형기&박준규의 형님식당’ 은 오는 17일 밤 12시에 그 문을 연다. 사진 = SBSE!TV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강동구 생태보존·복원지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강동구 생태보존·복원지

    지난 18일 해질녘 길동 생태공원. 100여년만의 폭설로 눈밭으로 변한 습지는 맑은 빛을 토해냈다. 숨죽인 숲이 뿜어내는 거친 정적을 이따금 산새 소리가 깨뜨렸다. 고단한 하루를 마감한 일꾼들은 얼어붙은 손발을 녹이러 공원 사무소를 찾았다. 먹이를 찾아 내려온 고라니떼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오는 길이란다. 폭설과 한파로 마음까지 얼어붙은 올겨울. 단돈 만원으로 반나절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생태학습코스가 관심을 끌고 있다. 별도로 입장료를 받지 않아 교통비만 손에 쥐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곳들이다. ●길동 생태공원서 습지·삼림체험 강동구 길동과 고덕동, 둔촌동에 걸쳐 있는 생태보존·복원지와 공원들이 추천 코스다. 번거롭게 야외까지 나가지 않고 대자연과 호흡하는 데 제격이다. 강서지역에서도 지하철로 40여분이면 닿을 수 있다. 길동생태공원(472-2770)은 서울에서 하남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8만여㎡에 이르는 공원은 수생식물과 곤충, 개구리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습지와 민물고기와 조류를 공부할 수 있는 저수지,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산림, 농촌 풍경을 복원한 초지로 나뉜다. 공원 사무소 옆 관찰대에선 겨울철새도 탐조할 수 있다. 조성현 녹지사업소 팀장은 “계절별 특성을 살린 생태학교를 운영하는데 전화로 예약하면 공원 관리인이 친절한 해설을 곁들여 안내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5호선 강동역 4번출구나 천호역 6번 출구로 나와 시내버스(300·341·361·370)나 마을버스를 타면 5분이면 닿는다. ●고덕동 멸종위기 털발말똥가리 관찰 겨울철새 탐조여행을 원한다면 32만여㎡의 고덕수변생태복원지를 찾으면 된다. 천연기념물 323호인 황조롱이를 생태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관찰할 수 있다. 멸종위기종인 털발말똥가리와 서울시 보호종인 박새와 꾀꼬리도 관찰된다. 이름도 생소한 낙지다리와 큰물통이, 애기부들, 괴불주머니 등 다양한 식물도 접할 수 있다. ‘생태보전시민모임’에선 이곳에서 다양한 생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시 생태정보시스템(http://ecoinfo.seoul.go.kr)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승용차로 올림픽대로 미사리 방향 상일IC쪽으로 가다 음식물재활용센터 부지로 진입하면 된다. 둔촌습지는 둔촌 주공아파트 뒤편 야산에 자리한 도심형 생태보존지다. 갈대 스치는 소리부터 상모솔새, 개똥지빠귀, 노랑지빠귀 등 겨울철새를 만날 수 있다. 주부 이혜정(36·명일동)씨는 “이곳을 찾으면 좋아하는 딸 아이 모습에 즐겁기만 하다.”고 전했다. 지하철 5호선 둔촌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15분 걸린다. 구 푸른도시과 생태팀(480-1397)으로 문의하면 된다. ●천호동 떡볶이집서 몸 녹이자 생태공원 순례 뒤에는 따끈한 ‘어묵국물’과 떡볶이로 몸을 녹일 수 있다. 인근 천호동 떡볶이촌이 마지막 추천코스. 가격은 떡볶이와 순대 1인분에 2000~3000원선. 라면은 한 그릇에 2000~2500원, 튀김은 1000원에 3개를 집어준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그대 웃어요’ 정경호 1등 사윗감

    ‘그대 웃어요’ 정경호 1등 사윗감

    SBS 주말연속극 ‘그대 웃어요’ 의 현수(정경호 분)가 귀여우면서도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사윗감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랑을 지키려는 강인한 마초 현수에서 180도 변신, 귀엽고 능글맞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그와 정길(강석우 분)의 코믹한 호흡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주말 방송에서 정경호는 정인(이민정 분)의 가족이 일하는 떡볶이 가게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고군분투한 끝에 결국 정길에게 사윗감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강석우와의 연기호흡이 돋보였다. 현수에게서 정인에 대한 진심을 느끼고 사위로 받아들이기로 한 정길과 합심해 결혼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자극한 것.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항상 흔들림 없는 현수의 모습이 변함없으면 좋겠다.” “주변에 현수 같은 남자 없나?” “현수 역은 딱 정경호여야만 한다.” 는 등의 호평을 남겼다. 정인· 현수의 사랑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지는 SBS ‘그대 웃어요’ 는 매주 토, 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사진 = N·O·A 매니지먼트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日 하루나 아이, 김현중 ´손 먹는´ 애정공세

    日 하루나 아이, 김현중 ´손 먹는´ 애정공세

    日 유명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루나 아이가 방송 도중 SS501 김현중의 손가락을 덥석 물었다.지난 5일 일본 후지 TV 요리 프로그램 ‘구루멘’S 테이블’에 게스트로 초대받은 김현중을 직접 본 출연자들이 “한국 인기스타가 왔다.”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이날 방송에서 김현중은 한국의 보양식인 삼계탕과 떡볶이를 손수 요리해 출연진들과 팬들에게 선사했고 삼계탕은 직접 뜯어서 먹여주는 과정에 하루나 아이가 닭과 함께 김현중의 손가락까지 먹어버리는 해프닝이 일어난 것.이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이자 김현중의 팬임을 밝힌 하루나 아이의 돌발 행동에 놀란 개그맨 타무라 아츠시는 “손가락 없어지지 않았냐?”고 물었고 이에 김현중은 웃으며 괜찮다고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센스를 발휘했다.한편 하루나 아이는 유명한 미녀 트랜스젠더 스타로 2009년 태국에서 열린 세계 트랜스젠더 미인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사진 = 일본 후지TV ‘구루멘’S 테이블’ 캡처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등장인물 변신남(남·46세), 조사원(남·30세), 여직원, 남직원, 젊은 여인, 교복1·2, 양복남자, 전당포주인, 딸(변신남의), 아내(변신남의), 문신 남자, 교도관, 사람들1·2·3·4, 노숙자들 ※변신남과 조사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배역은 1인 다역을 하도록 한다(젊은 여인?변신남의 아내/여직원?변신남의 딸, 사람들2, 노숙자/교복1·2?사람들3·4, 노숙자/양복남자?문신남자/전당포주인?교도관, 노숙자/남직원?사람들1, 노숙자). 시 간 현재 무 대 무대는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장소들은 각각 구체적으로 재현되기보다는 공간·디테일·조명 등으로 처리되며, 소도구는 극의 진행에 따라 사용한다. 시간과 장소의 전환은 ‘변신남’의 회상을 재현하는 것에 바탕을 두며 특별한 논리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물의 이동 또한 사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여행하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민원실 민원창구에 앉아 있는 여직원. 한 젊은 여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여직원 어서 오십시오. 시민의 안전을 지켜드리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입니다. 젊은여인 (가쁜 숨을 내쉬며) 내 남편 어디 있어요? 여직원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젊은여인 내 남편이요. 여직원 연락을 받고 오셨습니까? 젊은여인 전화요. 전화가 왔었어요. 여직원 아, 그럼 남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젊은여인 김상수. 여직원 김상수님…(컴퓨터로 조회해 보고) 두 분이신데…, 혹시 관리번호 받으셨습니까? 젊은여인 번호요? 아, 번호.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주며) 이건가요? 여직원 네, 맞습니다. 3-17이면··· (찾고) 아, 저희 쪽에 계시네요. 잠시만요. (인터폰으로) 3-17번 보호자 분 오셨습니다. (끊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젊은여인 내 남편, 괜찮은 거죠? 여직원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고 있었습니다. 젊은여인 어디 다친 데는 없구요? 여직원 그러시리라 예상되지만, 나중에 정확한 검진은 필요하실 겁니다. 젊은여인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얼마나 걸리나요? 여직원 …네? 젊은여인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요. 여직원 개인차가 좀 심해서, 보통은 일주일에서 한 달인데 요즘은 더 짧거나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직원이 상자를 들고 나온다. 젊은여인 (남직원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들듯) 자기야. 남직원이 상자를 내밀고는 뚜껑을 열어 젊은 여인에게 보인다. 상자 안에는 덩그러니 머그컵 하나가 들어 있다. 젊은여인 (여직원을 쳐다보고는) 컵이네요? 여직원 (한번 들여다보고는) 네, 컵이네요. 뭘로 변신하셨는지 전해 듣지 못하셨나요? 젊은여인 (컵을 본다) 남직원 남편 분은 오늘 아침 을지로2가 대로변에서 컵으로 변신하셨습니다. 젊은여인 머그컵으로요? 남직원 예. 젊은여인 이게 설마 내 남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죠? 남직원 (주머니에서 남편의 신분증을 꺼내 건네며) 정확한 변신 추정시간은 오전 8시 50분경이고, 운전을 하시던 중에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을지로 일대가 잠시 마비가 됐었습니다만, 다행히 저희 관리국의 발 빠른 긴급대응으로 출근 대란은 없었습니다. 젊은여인 말도 안 돼…. 아침까지 말짱했는데요. 남직원 요즘 유행하는 변신의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옷도 소지품도 남기지 않은 채 신분증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죠. 젊은여인 (컵을 받아들고 바라보다가) 남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직원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젊은여인 돌아오기는 하는 거예요? 남직원 (여직원에게) 안내를 충분히 안 해드렸나요? 여직원 그게…. 젊은여인 영영 안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남직원 대개는 돌아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죠.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발생한 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질병이라서 아직 임상 단계입니다. 통계도 잡혀 있지 않고, 아직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도 뭣하고 해서 지켜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젊은여인 그건 안 돌아온 사람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남직원 너무 염려 마십시오, 돌아오실 겁니다. 다만 깨지지 않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으로 변신하셨을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거든요. 잘못하다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도 어느 한 곳이 불구가 될 수도 있고, 기억이나 신경들이 뒤엉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젊은여인 (컵을 보며 울먹이는) 자기야…. 남직원 자동차는 신청서를 작성해주시면 일주일 이내에 순서에 따라 댁으로 배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남편 분께서 본 모습으로 돌아오시면 저희 본부민원실이나 희망2과로 연락 주십시오. 그럼 저희가 직접 방문하여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직원 언제든지 전화 주시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종이를 내밀며) 여기 인수증에 사인해주시겠어요? 남직원, 머그컵을 챙겨 상자에 담으려고 하는데 젊은 여인이 컵을 들어 바라본다. 젊은여인 (컵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곰이에요. 남직원 예? 여직원 (그림을 보고) 어머 그러네요. 젊은여인 남편이 동물을 아주 좋아했는데…. 곰처럼 묵묵히 일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늦었다고 그러면서 헐레벌떡 나갔었는데. (남직원을 향해) 그런데 왜 곰이 되지 않고, 하필 머그컵이 됐을까요? 남직원 …. 젊은여인 머그컵이 된 사람도 있었나요? 남직원 글쎄요. (여직원을 쳐다보며) …잘 모르겠습니다. 여직원 머그컵이 흔한 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어떤 분은 칫솔이 되기도 하셨고 선풍기나 베개가 된 분도 계시거든요. 심지어는 스티커가 된 분도 계시는걸요. 젊은여인 스티커요? 여직원 네. 다섯 살짜리 따님의 장난감 휴대폰에 안전하게 붙어 있다가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젊은여인 그렇구나. (그림을 보며) 당신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잖아. 곰처럼 생기진 않았었는데. 여직원 외모와 변신은 별개랍니다. 젊은여인 그래도 컵은 좀. 남직원 왠지 여유로워 보이시는데요, 남편 분. 젊은여인 …. 남직원 꿀을 넣은 차 한 잔을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죠. 변신하던 그 순간에요. 여직원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 짓는) 남직원 머그컵은 아주 낭만적인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여인 그런가요? 남직원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여직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희망2과도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젊은 여인은 남직원과 여직원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둡다. 상심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머그컵을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 젊은 여인. 그러다가 그만 손에서 머그컵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머그컵. 놀라서 얼어붙은 세 사람. 젊은 여인이 비명을 지른다. 암전. 어둠 속에서 뉴스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캐스터(목소리) 최근 무작위적인 변신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오후 2시경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으로 몰고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양동에 사는 서른두 살 박모 여인은 오늘 오전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인수받기 위해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를 찾았습니다. 인수증에 사인을 하기 전, 남편임을 확인하기 위해 컵을 들고 자세히 살피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려 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인데요. 검찰은 직원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수를 범한 박모 여인을 구속하고 실수가 아닌 고의적 훼손, 즉 살인이 아닌지를 검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모 여인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서는 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사건인 만큼 박모 여인에게 무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뉴스가 시작되고 잠시 후, 희미하게 조사실이 보이기 시작하면 변심남과 조사원이 문서를 작성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가 끝나면 무대 완전히 밝아진다. 컴퓨터에 뭔가 기록하는 조사원과 맞은편에 앉아있는 변신남. 변신남은 반팔 남방차림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사원 (자판을 두드리며) 깨어났는데 새벽이었단 말씀이시네요. 변신남 그렇다니까요. 조사원 쓰레기 집하장에서 말이죠. 변신남 정확히는 쓰레기 더미 사이였어요. 사방이 쓰레기봉투였고 머리 위로도 몇 덩이 쌓여 있었습니다. 조사원 얼마 동안이나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걸 알고 싶어서 여기 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그걸 알려 드리려면 저희 쪽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변신남 하고 있잖아요. 8월 1일. 그게 마지막 기억입니다. 조사원 휴대폰의 마지막 문자기록과도 일치하네요. 변신남 다 말했잖아요. 8월 1일 저녁에 마누라랑 딸이랑 쇼핑 간다고 문자가 왔어요. 바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직자에겐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천국이거든요. 조사원 그리고 집에서 맥주를 한잔 하신 것 같다고 했는데 어떤 맥줍니까? 변신남 맥주가 우리 집 찾는 거랑 뭔 상관입니까? 조사원 알코올 성분이 선생님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켜서 변신 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변신남 나 술 쎄요. 맥주 세 캔에 필름 끊기고 그런 거 안 해요. 조사원 (기록하며) 세 캔이라··· 아까는 하나 드셨다고 안 하셨나요? 변신남 하나고 셋이고 그 정도로는 멀쩡하다니까요. 이건 술과는 상관이 없어요. 어느 순간 머리가 띵하더니 깨지게 아팠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다니까요. 조사원 예 알았습니다. 어떤 걸로 변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냥 깨어나 보니까 처음 와 본 곳이었고, 그 전의 모습을 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니까요. 조사원 변신 순간에도 혼자셨나요? 변신남 그걸 기억하면 내가 여기서 똑같은 얘기 반복하고 있겠어요? 조사원 오늘이 9월 30일입니다. 두 달 만에 돌아오신 분도 흔치 않지만 이렇게 전혀 기억을 못하시는 분은 없었거든요. 사람에 따라 기억이 돌아오는 속도가 다르긴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변신 후 복귀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구요. 변신남 미치겠네 진짜. 휴대폰 기록과도 일치한다면서요. 조사원 잘 생각해보세요. 변신했다가 돌아온 분들은 긴 악몽을 꾼 것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개 기억하고들 있었습니다. 변신남 이유가 있을 거 아뇨. 이렇게 사람들이 변신하는 이유를 알면, 나도 그러그러해서 변했겠구나 추측도 하고, 그러면 자연히 내가 변신했었는지 단순 기억상실인지 분간도 가능하고. 조사원 저희도 원인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더 이상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변신남 최선만 다하면 뭐해요. 밝혀진 건 모두에게 알려서 스스로 원인을 제거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서 치료하도록 해야지. 뭐든 불투명해서 좋을 거 없잖아요. 조사원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그런 거죠. 아니면 밝힐 단계가 아니거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예요. 질병은 만방에 알려 함께 고쳐나가는 게 맞는 거 아니요? 나 같은 케이스의 변신이 또 있을지 누가 알아요. 조사원 저희도 이게 변종인지 조사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변신남 마누라랑 집 찾아달라고 했더니 이제 변태취급까지 하는 거요? 여기서 하는 일이 뭔데. 변신한 사람들, 아니 물건들, 집 찾아서 안전하게 돌려보내주고, 돌아오면 변신한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구요. 조사원 진정하십시오. 안 도와드리겠다는 게 아니라 집에서 변신했는데 깨어나 보니 쓰레기장이었다는 건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아닙니까. 거기다가 변신해 계셨던 기간도 길고, 어떤 걸로 변신해 있었는지조차 모르신다면서요. 변신남 나도 이상하니까 이렇게 찾아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보통은 변신을 했을 경우 신고가 들어옵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시민들이 발견하고 신고를 해주시거든요. 저희 직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선생님께선 변신이 아니라 단순한 기억상실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막중한 책임감 같은 걸 느끼셨냐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하셨잖습니까. 변신남 내 마누라랑 딸이 없어지고 집이 이사를 갔다니까요. 조사원 그 점도 이상하구요. 변신남 변신이 틀림없어요. 내 기억에서 지워진 두 달 사이에 뭔 일이 생긴 겁니다. 집이 사라지고 가족들도 연락이 안 되고. 뭔가 사고가 있는 게 틀림없다구요. 조사원 집에서 변신했다면 왜 사모님이 신고를 안 하셨겠어요. 변신남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겁니다. 조사원 혹시 몽유병 같은 거 앓으신 적은 없으시죠? 변신남 지금 장난합니까? 조사원 병력 사항 질문란에 적혀 있어서 그럽니다. (뭔가 기록하고)쓰레기장 주변 CCTV를 조사 중이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겁니다. 누군가 쓰레기장에 선생님을 옮겨 놓은 게 포착되면 역추적을 통해서 이동 경로가 파악되겠죠. 스스로 쓰레기장에 들어가지는 않으셨을 거 아닙니까. 변신남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내 발로 쓰레기장에 들어가겠어요? 조사원 알겠습니다. 변신남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냈다거나 하는 건 다시 알아볼 순 없습니까? 조사원 아까 알아봐 드렸잖아요. 변심남 그 사이에 또 뭐가 들어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조사원 경찰서 조회 결과로도 확인되는 게 없고. 저희 쪽에도 신고된 게 아직 없습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돼서 바로 뜨거든요. 변신남 …. 조사원 조만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리다 보니까 신고를 하지 못한 걸 수도 있으니까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변신남 (풀이 죽는다) 조사원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제일 빠릅니다. 변신남이 기억을 더듬어 회상으로 넘어간다. 그 때, 돌멩이 하나가 변신남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온다. 돌을 주워드는 변신남.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변신남 그날도 다른 날처럼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고 집을 나왔던 것 같아요. 월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화요일이었나? 회사에 안 나가면서부터 요일 구별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요. 딸은 방학이라 오전에 영어학원을 갔을 테고, 마누라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에어로빅에 갔을 겁니다. 구립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다 나왔는데,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육교가 하나 있어요. 그 앞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경찰이랑 얘기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무대는 육교가 서 있는 도로가로 바뀌고 변신남이 돌멩이를 들고 육교 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다. 경찰의 모습은 관객에게 보이지 않고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만 경찰과 인터뷰하듯 이야기한다. 변신남은 육교 건너편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교복1 진짜예요. 한순간에 변했다니까요. 교복2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교복1 바로 이 육교예요. 교복2 저기 위에 보이시죠? 우린 그냥 걸어가고 있었어요. 교복1 독서실은 반대쪽인데 떡볶이랑 순대 먹으려면 여기로 지나가야 되거든요. 교복2 그 시간에는 원래 육교에 사람이 없어요.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횡단보도가 있거든요. 교복1 우리는 그냥 여기로 건너요. 조금 편하자고 돌아가고 그러는 거 우린 안 하거든요. 이런 날씨에는 육교로 건너고 그러는 게 더 낭만적이잖아요. 교복2 오늘은 다른 날보다 사람도 없고 거리가 한산하면서 묘하게 나른했어요. 교복1 네, 그냥 단순히 여름이라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아지랑이가 세상을 녹일 것 같은 그런 날 있잖아요. (교복2에게) 좀 영화 같지 않았냐? 교복2 많이 영화 같았지. 교복1 그치그치. (앞을 보며) 한 아저씨가 육교로 올라오고 있더라구요. 와이셔츠를 입고, 보통 키에 그냥 흔한 아저씨였는데요, 우리는 반대쪽에서 올라갔고요. 교복2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그 아저씨 몸이 흐물거려 보였거든요. 교복1 아냐. 희미해 보이는 것 같았어. 옅어졌달까. 교복2 흐물거리던데. 교복1 희미해졌다니까. 교복2,1 (동시에 강하게 부정하며) 아니에요. 거짓말 아니라니깐요. 교복1 얘랑 저랑 말이 다른 게 아니라 표현방식이 다른 거예요. 교복2 원래 같은 걸 봐도 느끼는 회로 방식이 달라서 그래요. 교복1 아무튼요··· 그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다가, 점점 줄어들더니··· 교복2 한순간에 펑. 교복1 ‘펑’은 맞는데 스모그는 없었지? 교복2 맞아. 스모그가 없어서 더 마술 같았어요. 교복1 만화영화 보면 사이즈가 팍팍 줄어들면서 변신하는 장면 있잖아요. 교복2 슬로모션처럼요. 촤르르르륵. 교복1 딱 그랬다니까요. 그러더니 호호아줌마처럼 펑, 교복2 하고, 돌멩이가 됐다니까요. 교복1 네? 아, 네. 저희가 원래 호흡이 척척 맞아요. 돌멩이요? 교복2 그게요…. 교복1 사실 그 돌멩이 때문에 저희가 제보를 드린 건데요…. (교복2에게) 내가 말해? 교복2 (끄덕인다) 교복1 얘가요…, 장난으로 그 돌멩이를 차버렸거든요. 교복2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그 아저씨가 돌멩이로 변해서, 그걸 보는 순간 제 눈을 믿기 힘들어서, 한번 건드려본다는 게 그만…. 진짜 살짝 찼는데 밑으로 굴러 떨어지더라구요. 교복1 육교에서 차니까 당연히 밑으로 떨어지죠. 제가 봐도 진짜 살짝 찼거든요. 교복2 그래서 우리가 막 찾았는데 이 돌멩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교복1 가로수 밑이랑 인도 쪽도 샅샅이 뒤져 봤어요. 교복2 근데 그 아저씨 진짜 돌멩이로 변한 거 맞죠. 교복1 사람들이 이상한 걸로 변한다는 얘긴 되게 많이 들었는데, 우린 말만 들었지 처음 봤거든요. 교복2 당근 처음이지. 왕 놀랐다니까요. 교복1 나도 완전 놀랐잖아. 교복2 아니라구요? 왜요? 맞는 거 같은데. 교복1 우리가 직접 봤다니까요. 교복2 그 돌멩이는 어디 있는지 우리가 모르죠··· 몰라서 경찰서에 신고한 거죠. 교복1 아,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에도 신고하려고 했는데요 교복2 일단 돌멩이부터 찾아야 될 거 같아서요. 원래 뭐 찾는 건 경찰아저씨들이 더 잘하잖아요. 교복1 돌멩이 어딨냐고 물어보시는 거 보니까, 변한 거 맞죠. 그거 변신이죠? 교복2 맞아 맞아. 아저씨 얼굴 굳어지는 거 보니까 맞다. 교복1 (깜짝 놀라며)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우리는 그냥…. 그럼 직접 찾아보시면 되잖아요. 돌멩이를 들고 가서 신고 안 한 건 우리 잘못이지만, 그래도 목격자 신고는 했잖아요. 도서관도 안 가고 조사까지 받고. 교복2 그런데… 그 돌멩이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교복1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변신남이 두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변신남 혹시, 이 돌멩이 찾나? 교복1, 2 (눈이 휘둥그레져서) 오 마이 갓! 바로 이거예요. (뺏듯이 가져가서 경찰에게 보여주는) 이 돌멩이예요. 확실해요. 육교 위에 굴러다닐 만한 돌이 아니잖아요. 변신남 …그냥 돌멩인데. 교복1 이런 짱돌이 육교에 있는 거 보셨어요? 교복2 (돌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짝 차본다) 맞아요. 느낌이 똑같아요. 교복1 경찰서로요? 교복2 우린 무죄인 거죠? 그냥 참고인으로요? 교복1, 2 재잘거리며 경찰을 따라 나간다. 교복1, 2 (나가면서) 그러지 말고 변신대책본부로 가면 어때요. 거기가 어떤 덴가 구경하고 싶어요. 포상 같은 건 없나요? 사회봉사 가산점 같은 건요? 무대 중앙은 어두워지고 조사원이 앉아 있는 조사실 쪽이 밝아진다. 변신남이 원래 있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 돌멩이라면 저도 기억합니다. 유일했었죠. 변신남 그 사람은 돌아왔습니까? 조사원 일주일 쯤 뒤에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제 담당은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살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변신남 자살이요? 조사원 뛰어내리려고 점찍어둔 산에 큰 바위가 있는 절벽이 있었는데, 거기로 가는 길이었답니다. 그러다가 변신을 하게 됐구요. 변신남 다시 뛰어내린 건 아니겠죠? 조사원 별 소식 없는 걸 보면 힘내서 잘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행이군요. 하필 돌멩이라니…, 그걸 보니까, 혹시 변하게 되더라도 돌멩이로는 변하지 말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멩이는 좀…, 씁쓸하지 않겠습니까? 조사원 그러네요. 사이. 남직원 그 다음엔 어디로 가셨습니까? 노숙자들이 무대 위로 나온다. 한 줄로 서서 변신남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노숙자들. 그들은 공원에서 배식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다. 변신남,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뒤에 서서 따라간다. 변신남 늘 가던 공원에 갔습니다. 점심은 항상 여기 와서 먹거든요. 점심값도 아낄 겸 해서요. 그런데 그날은 어떤 양복 입은 남자와 밥을 같이 먹게 됐습니다. 무대는 공원 벤치로 바뀐다. 변심남이 사랑의 밥차에서 타온 도시락을 들고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똑같은 도시락을 든 양복 남자가 벤치에 다가온다. 양복남자 다른 벤치가 꽉 차서. 변신남 (자리를 조금 비켜준다) 양복남자 (앉으며) 찬이 점점 부실해지네요. 변신남 예, 뭐.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우리 구면이죠? 변신남 (양복남자를 한번 쳐다보고) 그런 것도 같고…. 양복남자 대개는 얼굴 익힐 만하면 안 보입니다. 노숙자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밥 타먹기 뻘쭘하니까 그렇죠. 변신남 …. 양복남자 실례지만, 뒤쪽에 있는 인력 사무소에 나오십니까? 변신남 아닙니다. 양복남자 옷차림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저도 아닙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하지만 일자리는 구하고 있죠. 변신남 면접이 있으셨나 봅니다. 양복남자 웬걸요. 이 나이에 면접 볼 데나 있겠습니까. 변신남 그럼…,(넥타이를 바라보는) 양복남자 아, 이거요? 뭐 흔한 케이습니다. 정리해고 당한 걸 집사람도 아는데, 제가 집에 있는 걸 도무지 싫어해서요.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한 옷이라도 입고 나갈라치면 티 좀 내지 말라고 해서 늘 이런 차림입니다. 변신남 예…. 양복남자 (서류가방을 들어 보이며) 만화책도 몇 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빌려드리죠. 변신남 예, 그럼 있다가.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들으셨어요? 변신남 뭘요? 양복남자 어제 뉴스에 나왔잖아요. 회의실 단체 변신 사건. 변신남 아, 그거요. 양복남자 거기, 제가 다녔던 회삽니다. 아침마다 매출신장 몇 퍼센트 달성을 외치며 으쌰으쌰하는 회의가 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세뇌 같은 건데 그게 또 서로 경쟁이 붙고 분위기를 그쪽으로 몰아가면 압도되는 묘한 마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그 회의실에서 무려 다섯 명이나, 똑같은 시간에, 변신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돼지저금통으로 변한 사람은 분명 박부장일 거예요. 원래 돼지같이 생긴 데다가 먹는 거랑 돈에만 욕심이 많았거든요.  변신남 . 복남자 (먹으며) 밥통으로 변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누군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아침을 안 먹고 왔을까요? 아니면 가족들 굶기게 될까봐 걱정을 했었나. 아무튼 월요일 아침마다 회의실 벽에 영업실적표가 나붙는데, 아침을 든든히 먹어도 그거 보면 속이 쓰리죠. 쇠주걱으로 긁어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제가 쓸데없는 얘길 했나요? 식사하시는데.  변신남 괜찮습니다. 어딜 가나 그런 얘기들뿐인데요.  양복남자 보건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곳이면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불안해서야 원.  변신남 국가재난설정 단계도 경계단계로 올라갔다고 하던데요.  양복남자 아무리 봐도 질병본부보다는 처음부터 재난본부에서 나섰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어요.  변신남 재난이든 질병이든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할 텐데 말이죠.  양복남자 (먹으며) 신기하지 않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변하잖아요.  변신남 우리 같은 사람들이요?  양복남자 이치가 그렇잖아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 더 많이 변신을 한다 이겁니다.  변신남 그만큼 피로가 쌓인 사람들이니까, 몸의 변화도 다르겠지요.  양복남자 우리는요? 나야말로 피로가 켜켜이 쌓인 사람인데.  변신남 사람마다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어떻게 재겠습니까.  양복남자 물론 상대적이겠죠. 그래도 노숙자는 안전하답니다. 걱정이 덜하니까요.  변신남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요.  양복남자 예술가는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막중한 책임의식 같은 걸 가지진 않을 테니까.  변신남 꼭 그렇지만도 않겠죠.  양복남자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래도 이건 뭐 소설 같은 데가 있지 않습니까?  변신남 .  양복남자 일하는 사람들 위주로만 변신한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그 사람들 일자리, 우리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변신남 그럼 우리도 변하겠죠.  양복남자 그래도 좋으니까 그 자리를 꿰차고 싶은 심정입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이렇게는 더 못살겠어요.  변신남 아직 다른 도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양복남자 서울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대책일 수 있겠네요.  변신남 그렇게 되면 서울 경제는 누가 돌립니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도 줄어들고.  양복남자 팔팔한 젊은 인력을 마구 뽑지 않을까요?  변신남 젊은 사람도 일하게 되면 똑같아지는 거 아닐까요? 살아남으려면 사회화되고 기성화될 테니까요.  양복남자 이럴 땐 내가 사회적 동물이란 게 싫어진다니까요.  변신남 사는 거, 퍽퍽하죠.  양복남자 예. 밥도 퍽퍽하고. (기합을 넣듯) 그래도 우리 주눅들지는 말자구요. 서로 변하지 말고, 매일 여기 나와서 밥 먹읍시다. 사랑의 밥.  변신남 긍정적으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양복남자 다 살아지는 법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변신남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여유가 생깁니까.  양복남자 그런 게 있습니다.  변신남 (씁쓸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덮는다)  양복남자 흠흠. 이건 비밀이라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해주는 건데, 처지도 비슷하고 나쁜 분도 아닌 것 같으니 내가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변신남 방법이요?  양복남자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입니다. 쓸모 있는 걸로 변신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법이 있어요. 나 같은 경우는 금으로 된 롤렉스시계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마누라한테 전당포에 맡기라고 하는 거죠. 밤이 되면 몰래 변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되고요.  변신남 그게 가능합니까?  양복남자 내가 이 더운 날 밥차에서 도시락까지 얻어먹으면서 거짓말 하겠어요? 불법으로 변신 기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는데, 관심 있으면 소개해 주리다. 하지만 그걸 연마하려면 보통 수행으로는 어림없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의 기를 몽땅 정수리에다 모으려면 (가슴을 탁 치며) 여기랑 (머리를 치며) 여기가 타들어가는 거 같거든요. 이런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니죠.  변신남 믿기지는 않지만, 가능만 하다면야 뭘 못하겠습니까.  양복남자 아니, 가능은 한데, 먼저 믿어야 연마가 가능하다니까요.  변신남 그런 얘기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요.  양복남자 계속,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나는 왜 이렇게 사나, 나는 우리 가족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차라리 금덩어리로 변해라. 그런 생각을 아주 간절히 혼신을 다해서 하는 거죠. 그러면서 나에게 주어진 많은 짐들을 머리 가득 넣고 가슴으로 우는 거예요.  변신남 가슴으로 울어요? (모르겠다는 표정)  양복남자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의무 같은 것들을 가슴에 채우고. 아 이거 말로 설명하려니까 어렵네. (주위를 살피더니) 내가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잘 봐요. 어차피 최소 한 시간은 변신해 있어야 하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만화책 보면서 기다리슈.  변신남 (못미덥게 쳐다본다)  양복남자 참 나. 내 기술을 무시하시네. 변신한 거 보고 놀라지나 마시라니까.    양복남자, 벤치에 앉아 양손을 맞잡고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한다. 한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언어로 중얼거리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미세하게 경련하기 시작한다.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불똥이 튀는 것을 느끼는 변신남. 그 순간, 눈앞에서 양복남자가 사라진다. 순식간이다. 벤치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황금 롤렉스시계.    변신남 (시계에 대고 다급히) 이봐요. 이봐요. 괜찮아요? 이봐요! (시계에 귀를 대보고) 이봐요, 괜찮은 거예요? (안절부절못하고) 이거 어떡하지? 진짜 변한 건가? 그럼(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다가) 거기 변신대책본부죠? 저기(엉겁결에 전화를 끊는다) 아니지. 아, 이거 어떡하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시계에 대고) 이봐요, 말 좀 해봐요. (시계를 흔들어보는) 괜찮아요? 대답 좀 해요.  변신남은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구에게 도움이라도 청하려는 것처럼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되돌아오더니, 주위를 살피고 롤렉스시계를 잽싸게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뜬다.    무대 어두워지고 조사실 창구만 밝아지면, 거기 조사원이 앉아 있다. 변신남,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조사원 아니 진짜로 그렇게 변신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변신남 (끄덕인다) 내 눈으로 봤다니까요.  조사원 말이 안 되죠. 그런 일이 있다면 왜 저희가 몰랐겠어요.  변신남 진짜라니까요.  조사원 그 양복 입은 남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변신남 나야 모르죠.  조사원 모르다니요? 주머니에 넣으셨잖아요. 신고는 하셨습니까?  변신남 (고개를 젓는다) 신고는 안 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조사원 아까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잖아요.  변신남 얘기하다 보니까 생각이 난 거죠.  조사원 하지만 아직까지 변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모두 유언비어예요.  변신남 결혼하셨습니까?  조사원 아니요.  변신남 혼자 사쇼?  조사원 부모님이랑 함께 삽니다. 신남 변신 자격미달이네요. 우리 조사원님은 어깨에 짊어질 무게가 하나도 없으시니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조사원 아직 증명된 원인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신남 중년의 남자들이 왜 그렇게 많이 변한다고 생각합니까.  조사원 드물긴 하지만 젊은 남자들도 종종 변합니다. 여성 가장들의 변신도 늘고 있는 추세구요.  변신남 그 사람들이야 특별 케이스고.  조사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긴 하겠지만, 유럽에선 사람이 벌레로도 변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필요하면 막 변했습니다.  변신남 그 사람이 왜 벌레로 변했겠습니까? 소설이나 신화 속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왜 지금 일어날까요?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변신하는 거 보셨습니까?  조사원 (고개를 가로젓는다)  변신남 행정하시는 분들이 이러니까 문제라구요. 사회 곳곳에 골고루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정확히 봐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거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 줄 알아요?    갑자기 무대 중앙이 밝아지면서, 변신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교도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 남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서 웃옷을 벗어붙인다. 온몸은 문신투성이지만 어딘가 둔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는 이소룡 흉내를 내듯 기를 모으고 변신 기술을 연마 중이다. 그러다가 비장한 각오를 밝히듯,    문신남자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변신에 성공해서 여기만 나가면 엄마 호강시켜 줄게. (다시 기를 모으고 숨을 후 내뱉으며) 아자!  교도관 거기 3113번. 허튼수작하지 말랬지?  문신남자 우리 엄마가 집에 혼자 계세요. 우리 엄만 너무 나이가 많아서 거동도 불편하다구요. 끼니도 제때 못 챙겨먹을 텐데. 연탄불은 꺼지지 않았는지.  교도관 한여름에 무슨 연탄불이야. 너는 앞으로 5년은 더 썩어야 돼.  문신남자 여름이요? 제가 여기 들어온 지 한 계절도 안 지났단 얘깁니까?  교도관 이상한 변신 같은 거 연마했다간 가만 안 둘 줄 알어. 힘은 아껴뒀다가 노동 시간에나 쓰란 말야.    교도소 옆방에서 철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재소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져 폭동처럼 들려온다.    소리 우리에게 변신의 자유를 허용하라! 허용하라! 우리의 변신 권리를 사수하자! 사수하자!    거리의 사람들 인터뷰가 이어진다.    사람들1 언제 변신할지 모르니까 불안할 수밖에요.  사람들2 그게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3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숨을 참으면 된대요.  사람들4 한번 변신하면 면역이 생긴다고 하던데요.  사람들1 내성이 생긴 변종변신도 생겨났다면서요?  사람들2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데 일부러 임상실험을 안 하는 거 맞죠. 사람들3 복수하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대요. 변신하면 죽이려고요. 사람들4 날 감시하는 게 틀림없어요. 내가 변신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사람들1 변신하면 배설은 어떻게 해결하죠? 사람들2 우리 아이랑 기르던 개가 이상해요. 변신한 것 같아요. 사람들3 언젠가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변할까봐 걱정돼요. 사람들4 변신 기술을 개발해서 정치적 무기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1 우리에게는 농업적 근면성이 있으니까 그 정도 변신 기술 개발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사람들2 전쟁시엔 적군을 모두 사물로 변신시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사람들3 노력하면 애완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 잘 만나면 애완동물로 사는 게 나을 때도 많잖아요. 사람들4 내 남편은 똑같은 모습의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어요. 외모는 똑같은데 분명 그이는 아니거든요. 사람들1 우리 집 가전제품들은 모두 사람들이 변신한 것 같아서 쓰질 못하겠어요. 사람들2 잘못 건드렸다가는 살인죄가 적용되는 거잖아요. 사람들3 남성을 중심으로 바뀌는 거면 여자 동성애자들은 안전한 거죠? 사람들4 저는 열두 살 소녀가장이에요. 무료백신은 안 놔 주나요? 사람들이 우왕좌왕 거리를 왔다갔다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변신한 사람들로 거리가 일대 혼란을 일으키고 마비가 된다. 사람들이 질러대는 소리들과 자동차들의 클랙슨 소리가 뒤섞여 정신없다. 사람들1·2·3·4 도와줘요, 청소기로 변했어요. / 여기 점퍼로 변한 사람이 있어요. / 어머, 이게 웬 모자지? / 장롱이에요, 거리 한가운데 장롱이 서 있다구요. / 와, 예쁜 목걸이네. / 앗! 오물 묻은 양말. 으윽 드러워. / 볼펜이다. / 장갑이에요. / 가위를 찾아주세요. / 여기 일회용 면도기가 한 무더기 있어요. / 마우스잖아. / 자전거로 변한 남편을 어떤 여자가 타고 갔어요. / 부서진 카세트네. / 사람이 두통약으로 변신한 거예요. 먹으면 안돼요. / 찢어진 천사 날개 못 보셨나요? / 무슨 의자가 이렇게 딱딱해. / 스카이 콩콩이요? 변신한 사람들로 일대 혼란을 일으키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바닥에는 변신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변신대책본부 직원들이 거리로 나가 떨어진 물건들을 수거하느라 정신없다. 조사실에 있던 조사원도 거리로 나가 직원들과 물건을 수거하고 그들과 함께 무대 밖으로 나간다. 조사원이 없는 조사실에 혼자 남겨진 변신남. 변신남만의 회상은 전당포로 이어진다. 무대는 전당포가 된다. 변신남, 전당포로 들어간다. 변신남, 주머니에서 롤렉스시계를 꺼내 주인에게 내밀면 주인, 확대경을 한쪽 눈에 끼고 시계를 감정하기 시작한다. 변신남 시곗줄만 보지 말고 문자판도 좀 보세요. 전당포주인 …(살핀다) 변신남 전체가 18K예요. 나사 하나까지 다. 전당포주인 …어디서 난 거요? 변신남 게다가 문자판은…. 전당포주인 그러니까 어디서 난 거냐구. 변신남 사업하시던 형님이 물려주신 겁니다. 전당포주인 다들 물려받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변신남 장물 아닙니다. 전당포주인 (확대경을 뺀다) 변신남 아니, 좀 더 자세히 보시라니까요. 안쪽에는 순금이에요, 순금. 전당포주인 갖고 가쇼. 변신남 예에? 전당포주인 그냥 가져가시라고요. 변신남 왜 그러시는데요. 훔쳐오거나 흠집 있는 물건 아니라니까요. 전당포주인 (쳐다본다) 변신남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전당포주인 훔치지 않았으면 어디서, 주웠소? 변신남 예? 전당포주인 그런가보네. 변신남 됐습니다. 전당포가 여기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귀한 물건 들고 나와서 푼돈 좀 만들어보자고 이런 모욕까지 들을 건 없잖습니까. 전당포주인 (시계를 다시 본다) 변신남 막말로 이 정도 물건이면 사장님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전당포주인 신데렐라 얘기 아쇼? 변신남 뭔데렐라요? 전당포주인 12시만 넘으면 호박으로 변하는 신데렐라 말이오. 변신남 왜요, 금시계 보니까 갑자기 금마차라도 생각나십니까? 전당포주인 호박이면 죽이라도 쑤어 먹지만 사람으로 변해버리면 난처해지죠. 요즘 전당포에 변신사기가 판을 칩니다. 변신남 …. 전당포주인 어떻게 장담하시겠소? 변신품이 아니라는 거 말이오. 변신남 속고만 사셨나. 사람이 이렇게 좋은 시계로 변하는 거 보셨습니까? 전당포주인 팔찌, 목걸이, 순금 트로피. 더한 걸로도 변할 수 있지요. 변신남 이건 우리 형님이 사업차 외국에 갔다 오시면서…. 전당포주인 (말 자르듯 망치를 내놓는다) 이걸로 한번 내리쳐 보시든가. 변신남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전당포주인 증명을 해보시라구요. 변신남 내가 못할 거 같아요? 전당포주인 그야 나는 모르지요. 변신남 시계가 망가지면 가격이 떨어질 텐데 그건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전당포주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보다야 덜 손해죠. 망가져도 제값은 쳐 드리지. 만약 사람이 변신한 거라면, 그 사람이 다시는 못 돌아오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쇼. 이 세상과는 영영 빠이빠이란 말이요. 저번엔 진짜로 내리친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나 끔찍했던지. 돌아오긴 했는데 반병신이 되었습디다. 평생을 병원에 누워 사는 수밖에. 변신남 그럴 일 없습니다. 이건 진짜 시계니까. 전당포주인 그럼 쳐 보시오. (빨리 쳐보라는 시늉) 변신남 (망설인다) 전당포주인 (떠보듯)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아까우면 그냥 갖고 가시든가. 변신남 (결정한 듯 내리치려 하지만 망치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전당포주인 뭐해요 안 내리치고. 변신남 진짜 이거 망가져도 제값 쳐주는 거죠? 전당포주인 증명만 해 보인다면야. 변신남 (심호흡.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얏! 전당포주인 (순간적으로 변신남의 팔목을 잡아채는) 잠깐! 변신남 (멈칫) 전당포주인 됐소. 맡겠소. (시계를 종이 상자에 넣으며) 길에서 변신한 사람들 주워다 돈벌이 하는 사람들 숱하게 봤지. 나도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 도리는 지키고 살아야 될 거 아뇨. 사람이 있어야 사람한테 사기도 치고 돈도 뜯고 그럴 거 아니요. (돈을 지불한다) 양심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는 복귀가 안 되는 거 알죠? 당신을 믿어보리다.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소중한 것일 테니까 꼭 찾으러 오쇼. 변신남 …(돈을 받아든다) 전당포주인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만 변신한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죠? 변신남, 대답 없이 돈을 들고 나간다.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무대 어두워지고, 다시 조사실만이 밝아진다. 변신남, 조사실 의자에 앉는다. 조사원, 땀을 닦으며 들어와, 정장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앉는다. 조사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본부 수거담당 쪽에서 급히 사람이 모자란다고 해서…. 그런데 어디까지 했었죠? 아, 그래서 그 시계는 어떻게 했습니까. 변신남 시계는… 내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그 벤치에 갖다 뒀습니다. 그 사람은 한 시간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구요. 그날 밤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조사원 (엷게 웃으며) 여전히 마음대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군요. 최대한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선생님뿐만 아니라 조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변신남 …. 조사원 그 다음엔 바로 집으로 가셨습니까? 변신남 예. 집에 가보니까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조사원 만나신 거네요? 변신남 그런 거나 마찬가지죠. 이제 생각 났습니다. 조사원 아까는 혼자 술을 드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그게··· 조사원 말을 자꾸 바꾸시면 안 됩니다. 변신남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는 겁니다. 조사원 예. 일단 얘기를 해보세요. 변신남 집에 갔는데 딸이 밥을 먹고 있었어요. 무대는 변신남의 집.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딸. 변신남이 집으로 들어간다. 변신남 나 왔어. 딸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는다) 변신남 학원은 어떠냐? 딸 (대답 없다) 변신남 요즘 대학생들은 배낭여행 많이 가던데. 넌 안 가도 되니? 딸 (아빠를 무시하며) 엄마, 국 좀 더 줘. 아내, 나온다. 아내 (변신남에게 왔냐는 인사도 없이) 그만 먹어. 살쪄. 딸 배고파. 변신남 나는 밖에서 먹고 왔어. 장 과장이 삼계탕 잘하는 집을 안다고 해서. (아내와 딸은 듣지도 않는데 과장되게) 어휴, 배부르다. 딸 (엄마에게 말하지만 아빠에게 들으라는 듯) 한밤중에 밥 먹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지금 먹어두면 좀 좋아. 덜그럭 덜그럭 잠이나 깨우고. 아내 (밥을 퍼서 변신남 앞쪽에 갖다 놓는다) 변신남 (침을 꿀꺽 삼키며) 배부른데···. 아내 먹어. 변신남 오이냉국 맛있어 보이네. 그럼 조금만 먹어볼까. 변신남이 못이기는 척 식탁에 앉자 딸이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변신남 (돈을 꺼내 놓으며) 저번에 맡았던 공사 말야. 그 쪽 업체에서 대금이 들어왔나봐. 월급도 제때 못줘서 미안하다고…. 보너스다 생각하라면서 주더라구. 아내 (남편을 돌아본다) 변신남 아파트 융자금 밀린 거 꽤 되잖아. 부족하겠지만 좀 보태라고. 아내는 남편을 돌아보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돈을 들고 들어간다. 혼자 남아 밥을 먹는 변신남. 공원에서 도시락을 타먹을 때보다 더 퍽퍽한 느낌이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시간이 구름처럼 흩어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둘러봐도 피아노는 없다. 밥을 먹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는 변신남. 보이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닮은 형체도 색깔도 없는 허공뿐…. 피아노 소리가 변신남의 가슴을 쓰다듬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힘들다….’ 식탁 위의 조명이 꺼질락 말락 불안하게 깜박인다. 변신남 어, 이게 왜 이러지? 변신남이 일어나서 전구를 이리저리 만지며 돌려본다. 피아노 소리 점점 커지다가 뚝 멈추면, 짧은 암전과 함께 변신남이 변신한다. 그가 앉아 있던 식탁의자 위엔 장난감 피아노 하나가 놓여 있다. 아내와 딸이 나온다. 아내가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뉴스캐스터(목소리) …머그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박모 여인에게 무죄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죽은 김씨와 아내 박모 여인은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밝혀졌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박모 여인은 남편의 변신 소식을 듣자마자 변신대책본부를 찾았다가 이런 변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어떤 정황으로도 남편에 대한 고의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박모 여인의 사례를 ‘매우 특이한 사건’으로 보고 그녀에게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박모 여인은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적 쇼크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그녀에게 시민들의 위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 (TV를 끄고) 저건 당연히 무죄 아냐? 고의로 죽인 것도 아니잖아. 아내 고의가 아니었는지는 저 여자밖에 모르지. 딸 던진 것도 아니고 미끄러져서 놓친 건데. 아내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야. 딸 대체 어떤 사람들이 변신을 하는 걸까. 아내 글쎄다. (빈 식탁을 보고는) 니 아빤 밥 먹다 말고 또 어디 갔대니? 딸 자주 없어지잖아. 아내 아빠가 돈을 주더라? 딸 어디서 구했을까. 이제 더는 빌릴 사람도 없을 텐데. 아내 먼저 얘길 안 하니, 아는 척 할 수도 없고. 회사 잘린 지가 얼마야. 딸 (장난감 피아노를 발견하고) 이게 뭐야? 아내 그게 뭐니? (살펴보는) 하여튼 이런 걸 왜. 딸 (피아노를 눌러보며) 소리도 안 나네.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해. 아빠가 주워온 것들로,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야. 아내 고장 난 걸 왜 들고 왔대니. 점점 이상한 버릇만 생기고. 딸 어떻게 좀 해봐. 언제까지 아빠 저러는 거 모른 척 할 건데. 아내 우리가 이런데 아빠는 오죽하겠니. 딸 아빠도 힘들지만 우리도 힘들잖아. 나…, 아빠가 매일 노숙자들이랑 밥 먹는 거 싫어. 아내 …. 딸 우리 이 집 팔고 이사 가면 안 돼? 더 작은 집으로. 아내 이게 어떤 집인데. 아빠가 젊을 때부터 벌어서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집이야. 여길 어떻게 나가. 딸 갚을 돈이 더 많잖아. 아내 생각 좀 해보자. 딸 아빠도 참, 그냥 확 터놓고 얘기를 하든가. 거짓말도 하루 이틀이지, 6개월을 뭐하는 거냐구. 아내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아빠야. 그거라도 없으면 니네 아빤, 죽어. 딸 그런 모습 더는 못 보겠어. (흉내를 내며) 삼계탕 먹었더니, 아휴 배부르다. 아내 (장난감 피아노를 가리키며) 이거 어따 치워라. 딸 몰라. 고장난 거, 갖다 버려. 아내 니가 버리든가. (방으로 들어간다) 딸 (따라 들어가며) 저런 것 좀 주워오지 말라고 해 제발.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은 장난감 피아노. 옆에 서서 아내와 딸을 바라보는 변신남의 모습처럼 쓸쓸하다. 딸이 눌러보던 버튼이 뒤늦게 작동하는지 장난감 피아노에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텅 빈 공간에 홀로 선 변신남만이 그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변신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전화벨소리. 조사실의 불이 켜지고 조사원이 전화를 받는다. 변신남은 다시 조사실의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래? 알았어. (끊고) 찾았답니다. 변신남 뭐를요? 조사원 사모님과 따님 찾았답니다. 이제 힘들게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 전에 여기로 출발하셨다니까 잠시 후면 도착하겠는데요? 변신남 그래요? (표정 어두워진다) 조사원 기쁘지 않으십니까? 표정이 왜 그러세요? 변신남 아니요. 그냥··· 조사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게 돼서 그러신가보네요. 오후 내내 조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는 변신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뭘로 변신하셨는지만 기억하시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 끝난 건가요? 조사원 집도 찾으신 것 같으니까, 먼저 가족들 만나보시고 마무리하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사원 밖으로 나가고 변신남 초조해한다. 긴장한 얼굴.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인다. 밖에서 조사원의 목소리 들린다. 조사원(목소리) 오셨습니까? 허영범씨는 안에 계십니다. 사모님이랑 따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얼마나 걱정을 하시던지. 이쪽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모시고 나오겠습니다. 조사실의 불빛이 깜박인다. 변신남, 고개를 들어 깜박이는 불빛을 쳐다본다. 불이 꺼진다. 짧은 암전 후, 조사원 들어온다. 조사원 어? 왜 불이 꺼져 있지? 조사원, 불을 켠다. 변신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변신남이 앉았던 자리 옆에 똑같은 의자가 하나 더 놓여 있다. 조사원 원래 여기 의자가 두 개였었나? (주위를 둘러보며) 허영범씨. 허영범씨. 어디 계세요? 허영범 씨. 허영범씨. 변심남을 찾는 조사원의 목소리만 허공에 가 부딪친다. <끝>
  • [2010 신춘문예-동화 당선작]별똥별 떨어지면 스마일-이 나 영

    [2010 신춘문예-동화 당선작]별똥별 떨어지면 스마일-이 나 영

    우리 옆집에 연예인이 산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놀랍게도 나와 친하다. 과연 누굴까? 오빠는 영화배우도, 가수도 아닌 바로 개그맨이다. 그렇다면 메뚜기 유재석? 무릎팍 강호동? 혹시 독설 왕비호?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내가 아는 오빠는 아쉽게도 그들이 아니다. 오빠의 이름은 있지만. 아직 개그맨의 이름은 없다. 송희동, 오빠의 이름이다. 오빠는 어엿한 방송사 공채 개그맨이다. 내가 아주 어려서 기억도 못 할 때, 공채 개그맨 모집에 당당히 합격했다고 한다. 동네 아줌마들이 자주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 후, 오빠는 자랑스럽게 자신이 이제 개그맨이라고, 뜨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들떠서 다녔다고 한다. 아마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빠의 가장 활기차고 적극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한 일 년은 신바람에 실려 다녔고, 삼사 년 동안은 조금만 기다려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하며 다녔다고 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좀 기대를 했었지만, 나중에는 오빠에게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냐고 아쉬움 섞인 농담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 벌써 칠년이 되었다. 모두는 오빠를 연예인이라는 특별함을 잊어가고, 그저 웃기게 생긴 옆집 총각으로 기억하게 되었고, 오빠도 지쳤는지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사실 오빠는 성격이 그렇게 적극적이고, 활발한 것은 아니었다. 굳이 특기라면, 그저 잘 웃는다는 것, 얼마나 잘 웃었으면 웃는 것으로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을까? 어느 날, 오빠가 내게 말해주었다. “근데, 오빠는 뭐로 개그맨이 된 거야? 잘하는 성대모사라도 있어?” “아니, 난 그런 것 없어.” “그럼 어떻게 그 어려운 시험을 한 번에 합격한 거야?” “몰라. 그냥 웃었더니, 심사 보시는 선생님들이 같이 웃더라. 그러더니 그놈 참 잘 웃네 하며 나가보라고 하더라.” “뭐야? 그게 끝이야?” “응.” “정말?” “그렇다니까!” “뭐야? 공채 개그맨 시험은 어려운 게 아니었어?” 내가 보기에도 오빠는 웃는 것 말고는 그다지 썩 눈에 띄게 잘하는 것이 없어 보였다. 기뻐도 웃고, 놀라도 웃고, 미안해도 웃고, 심지어 화가 나도 웃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가끔 놀린다. “바보 아니야?” 희동 오빠는 어머니와 살고 있었다. 우리 할머니와 오빠 어머니는 아주 오랜 친구셨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라고 부른다. 우린 가족 같다. 오빠는 내게 사촌 오빠같이 편하게 해주고, 잘해준다. 내게 매번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깍쟁이! 예쁘게 생겨 갖고.” 그럼 내가 콧방귀를 뀌고 걸어가면, 오빠는 내 뒤통수를 보고 계속 웃었다. 희동 오빠네 할머니는 몸이 좀 불편하셨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오빠네 할머니는 동네에서 오랫동안 분식집을 하시며 홀로 희동 오빠를 키우셨다. 할머니가 만드신 떡볶이와 만두가 정말 맛있어서 분식집은 동네 학생들에게 인기가 최고였다고 했다. 바쁘게 몇 년을 일만 하셨던 할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분식집에서 쓰러지셨다. 너무 힘드셔서 그랬을 것이라고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할머니가 쓰러지고서 분식집은 닫아야 했다. 할머니는 몸의 반쪽을 잃으셨다. 걸음도 잘 못 걸으시고, 한 손도 잘 못 쓰시고, 말도 정확하게 못 하셨다. 지금까지 말이다. 할머니가 쓰러졌던 해는 희동 오빠가 공채 개그맨으로 합격한 해였다. 희동 오빠는 개그맨으로 성공해 어머니를 모셔야겠다고 생각해서, 할 수 있는 노력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매번 회의에서 오빠의 개성 없는 착한 개그는 번번이 밀려났고, 오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을 기회도 찾지 못했다. 오빠는 오랫동안 야간 알바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매일 오빠는 할머니를 부축하고 동네를 산책했다. 할머니를 하루에 한 번씩 운동을 시켜 드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어딜 가느냐고 물을 때면, 오빠는 웃으며 말했다. “미녀와 데이트 가요!” 낮에는 할머니와 함께 있기도 하고, 포기할 수 없는 개그맨의 기회를 계속 찾아보고 다녔다. 힘들 텐데, 오빠는 항상 좋다. 그 누가 저 얼굴을 아픈 어머니가 계신 얼굴이라 할까? 누가 저 얼굴이 무명에 서러운 얼굴이라고 할까? 정말 오빠를 보고 있으면 울지도, 웃지도 못하겠다. “무슨 저런 눈물 나는 개그맨이 다 있어?” 동네 사람들은 오빠를 보며 자주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희동 오빠가 꼭 잘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주고 있었다. “저렇게 착한 애가 또 어디 있어? 저런 애가 잘되어야 하는데…….” 희동 오빠의 꿈은 어쩌면 언제부턴가 우리 모두의 꿈이 되어 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의 별이 어둠에서 돋아나 반짝이는 빛을 내는 것처럼 언젠간 희동 오빠도 별처럼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희동 오빠의 눈물겨운 소원이 이루어지면 그 별에서 별똥별이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힘든 어둠 속 같은 지금을 잘 뚫고 갈 수 있게, 오빠와 함께 웃어주고, 그 웃음으로 힘을 주고, 격려를 해주고, 조금 기다려 주었다. 오빠가 반짝거리는 그날을! 그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희동 오빠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 아직 동네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오빠네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만 알고 있으라고 하며 은근히 자랑을 하셨던 모양이다. 그 비밀 같지 않은 비밀을 할머니는 또 나만 알고 있으라고 하며 알려주셨다. 참 어른들이 더 웃기다니까! 내가 들은 비밀이란, 희동 오빠가 만든 개그 아이디어를 요즘 인기 좋은 선배가 뽑아주어 토요일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개그 프로그램 무대에 올리고, 오빠가 역할을 맡아 나온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 두 할머니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텔레비전에, 오직 방송에 나올 수 있다는 그 한마디에 흥분하고 계셨다. 나도 물론 좋고, 기쁘다. 기다렸던 그날이 오는 걸까? 잘 되길 오늘 밤부터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희동 오빠는 여전히 웃고 다녔다. 특별히 좋아서 웃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오빠는 매일 저렇게 웃었으니까. “오빠! 좋은 일 있다며?” “아, 그거….엄마만 알고 있으라니까.” 오빠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웃었다. “오, 오빠, 정말 이번에 뜨는 것 아냐? 확 뜨면, 나 오빠 펜클럽 회장 시켜줘야 해. 내가 오빠 팬 일호니까!” “야, 너 왜 그래? 부끄럽잖아.” 오빠의 뚱뚱한 몸으로 나를 밀어서 넘어질 뻔했다. 오빠가 나를 안아주며 환하게 웃었다. 오빠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하고 싶었던 일이었을까? 나도 벌써 떨리고, 기대가 되었다. 오빠가 말한 녹화하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오빠는 매일 연습하러 가서 우리 할머니가 오빠네로 출근을 하셨다. 모두가 오빠 때문에 생긴 힘든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은 날들이었다. 저녁이 되었다. 오빠가 집에 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 할머니 두 분이 걱정을 하기 시작하셨다. 두 할머니의 걱정이 시작되면,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그것을 아는 나는 얼른 말했다. “제가 오빠 마중 나가 볼게요. 오빠는 제가 나가면 금방 오더라고요.” 나는 할머니들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 휙 돌아 뛰어나왔다. “왜 안 오는 거야?” 어둠 속에서 가로등 불이 한 줄기 내리고 있었다. 그 아래 누군가의 그림자가 길게 서 있다. 그림자는 길어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다. 누군가 자세히 봤더니 긴 그림자의 정반대로 짧고, 뚱뚱한 희동 오빠가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희동 오빠?” 오빠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웃었다. 그런데 어쩐지 오빠는 활짝 웃지 않았다. “수연이구나?” “왜 이렇게 늦었어?” “오빠 마중 나온 거야? 우리 예쁜이.” 오빠는 동네 편의점에 나를 데려가 내가 좋아하는 딸기 우유를 사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놀이터 그네에 앉았다. 나는 신나서 딸기 우유를 먹으며 말했다. “오빠, 방송 준비는 잘 돼가?” 무심코 던진 내 물음에 오빠의 대답은 빨리 돌아오지 않았다. 오빠는 씁쓸하게 웃었다. “오빠, 못하게 됐어.” “왜?” 나는 앉아 있던 그네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음에 하자고 하더라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럼 다음이 언제야?”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잘할 수 있었는데…. 웃길 수 있었는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빠는 내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우리 엄마는 모르게 해줘. 일단, 방송만 못 보고 지나가게 하게. 너한테 거짓말 시켜서 정말 미안해.” “아니야. 힘내, 오빠.” 오빠의 부탁에 나는 알았다고 했다. 선의의 거짓말이니까. 그것으로라도 힘든 오빠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난 알고 있었다. 이 비밀 또한 이미 비밀로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다렸던 녹화 날은 왔다. 오빠는 할머니에게 말하지 않고, 녹화하러 가는 것처럼 외출했다. 나는 마음의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이 비밀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말이다.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나도 오빠의 안 좋은 일 때문인지 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학교 끝나고 빨리 집에 가서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굣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사거리가 있었다. 그곳은 상가가 있어 평소에도 복잡해서 꼭 엄마들이 자원봉사로 아침에 교통정리를 해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복잡한 그대로였다. 아니, 더 시끄럽고,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좀 걸어 보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둘러 서 있었다. 건널목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 나는 궁금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길바닥에 케이크 상자가 덩그러니 떨어져 터진 옆구리로 하얀 생크림이 새어 나와 있었다. 앞으로 좀 더 가보니, 헬멧 쓴 아저씨가 쓰러진 오토바이를 세우고 있었다. 나는 다른 쪽을 보았다. 그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내 눈앞에 오토바이에 치여서 쓰러져 있는 사람이 바로 희동 오빠의 엄마였다. “할머니!” 나는 우리 가족들에게 연락해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다. 살짝 부딪힌 접촉 사고였다. 할머니는 가뜩이나 불편한 다리 한쪽에 깁스를 하게 되었다. 다리에 조금 금 간 것 빼고 괜찮다고 하셨다. 천만다행이었다. 병원에서 오빠에게 연락했다. 오빠가 헐레벌떡 병실로 뛰어들어 왔다. “엄마!” “희동이 왔구나?” “엄마, 어떻게 된 거야? 왜 그랬어?” “우리 희동이 첫 녹화 축하해주고 싶어서….” 할머니는 떨리는 입술로 목소리를 내셨다. 오빠는 손으로 엄마의 얼굴을 만져 드렸다. 할머니는 오빠를 축하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제과점에 걸어가 케이크를 사오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나는 내가 한 거짓말을 후회했다. 그날 저녁, 조금 늦은 시간에 우리 할머니가 죽을 쑤셔서 가져다 드리려고 하셨다. 병원이 가까워서 내가 심부름을 하겠다고 했다. 난, 지금 마음이 아플 오빠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다행인지, 오빠의 비밀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병실 문을 스르르 살짝 열었다. 틈이 조금 생기고, 더 밀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잠시 서서 내 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 있었다. 촛불 하나 밝힌 케이크를 가운데 두고 할머니가 침대에 기대앉아 계셨고, 오빠는 서서 케이크를 바라보고 환하게 웃고 촛불을 후 불었다. 그들은 소리 안 나게 박수를 치며 마주 보고 웃었다. 그들은 웃었지만, 할머니는 행복해 보였고, 오빠는 더 슬퍼 보였다. 오빠네 할머니는 얼마 후 퇴원하셨다. 오빠는 또 원래 그 모습대로 돌아와 항상 웃고 다녔다. 변함없이 열심히 엄마를 돌봐 드리고, 밤에 일하고, 언제나 머릿속은 개그 아이디어를 찾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오빠가 그동안 열심히 만든 새로운 개그 아이디어를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희동 오빠가 무대에 서고 싶은 역할은 다름 아닌 스마일이었다. 노란 둥근 테를 두른 스마일 얼굴을 떠올려 보니 오빠와 딱 맞았다. 나는 오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아본다. 순간, 환한 조명이 무대 위의 주인공인 스마일을 비추어준다. 관객석에서 스마일을 향한 웃음이 빵빵 터진다. 드디어 어둠 속을 뚫고 별이 뜬다. 스타다! 사람들은 스마일을 보고 있지만, 나는 스마일의 웃는 얼굴에 흐르는 땀과 눈물을 보고 있다.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진다. 스마일의 눈물이었다. <끝>
  • 종로대로변 김·떡·순 이사갑니다

    ‘김·떡·순(김치전, 떡볶이, 순대)’ 등 독특한 아이템으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종로 일대 대로변 노점상들이 새해부터 자리를 옮긴다. 서울시는 종로 일대 대로변의 노점상이 종로 이면도로의 특화거리로 모두 이전하는 ‘종로대로 노점 비우기 사업’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시는 종로구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걷기 편한 종로거리 만들기’ 사업을 추진, 수십년간 종로 대로변에서 영업해 온 647개 노점상을 주변 이면도로 등지로 옮겨 특화거리 조성작업을 벌여 왔다. 특히 시는 이 과정에서 영업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종로노점상연합회의 반발과 특화거리를 거부하는 주변상가 상인들의 항의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시 관계자는 “노점 측에 종로대로를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당위성을 계속 설득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워크숍을 열어 서비스에 대한 의식전환 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시와 종로구는 종로2가 이면도로에 젊음의거리(150m), 공평동에 화신먹거리(40m), 관수동에 빛의거리(180m), 원남동에 만물거리(232m)를 조성해 현재까지 종로 노점 341개를 옮겼다. 또 나머지 노점 306개는 올해 말까지만 영업하고 내년 1월까지 조성되는 낙원동 다문화거리(390m), 종로 5·6가의 화훼·묘목거리(231m)와 대학천남길(50m)로 모두 이전하게 된다. 시와 종로구, 종로노점상연합회는 이 같은 절차에 합의하고 노점 영업 때 법질서를 준수하고 상호우호관계를 유지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지난 16일 체결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종로거리가 관광객들을 깨끗한 이미지로 맞을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노점 특화거리가 종로구의 새로운 명물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데스크 시각] MB정부, 서민정부가 답이다/이종락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MB정부, 서민정부가 답이다/이종락 경제부 차장

    온통 장밋빛이다.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그렇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을 4.6%로 전망했다. 정부는 5%, 국제통화기금(IMF)은 4.5%다. 5%대 달성이 현실화한다면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호재가 될까. 정부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성장률에 너무 도취해 있다고 일갈한다. 내년 우리 경제가 회복과정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복병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극화와 가계 부실 문제다. 결국 서민문제다. 국민경제의 가장 기초 단위인 가계가 건강하지 못하면 탄탄한 경제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각종 통계를 살펴보면 이런 우려가 이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중 전국 가구의 명목 근로소득은 월평균 227만 6390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3% 줄었다. 명목 근로소득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근로소득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줄었다. 역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최대의 감소율이다. 한국은행은 15일 지난 3·4분기 중 개인 금융부채가 836조 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7조 1000억원(2.1%)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9년 통계청 추계인구 4875만명으로 나눈 1인당 빚은 1716만원이다. 전분기보다 35만원이 늘었다. 실업률도 비상이다. 8월 현재 정부 공식 통계상 실업자는 90만 5000명(실업률 3.7%)이다. 하지만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하면 317만 9000명 정도가 일자리가 없다는 분석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우리 경제가 5% 성장한다고 해도 서민들의 미래가 밝지 않을 수도 있다는 추론이 나올 법하다. 3%에 가까운 물가상승률과 올해 소득감소분 등을 고려할 때 서민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장밋빛 성장률에 무덤덤한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40~50%대로 소폭 상승했다. 촛불시위 등으로 20~30%의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 친서민 행보를 보이면서 상승세를 탔다. 이 대통령이 서울 이문동 재래시장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사먹고, 남대문시장에서 손녀에게 줄 어린이 한복과 무화과 등을 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서민금융(미소금융)정책, 사교육비 경감 대책, 보금자리주택 확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등 친서민 정책도 이때 쏟아졌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불행하게 임기를 마쳤다. 이 대통령은 최초의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고 싶어 한다. 지난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내년 회의’를 유치한 뒤 돌아오며 특별기에서 만세삼창을 불렀다. 국격(國格)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계기가 됐다며 감격해했다. 하지만 내년 성장률이 4~5%를 기록하고, G20 정상회의를 성공리에 개최한다고 해서 나라가 금방 달라질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뭘까. 당연히 서민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내년 우리 경제정책의 중점을 가계 살리기에 둬야 한다. 경기를 살려놓더라도 서민살림이 어려우면 또 한번 ‘강부자 정부’라는 비난만 듣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세종시와 4대강에 빠져 이 점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는 비상경제상황실 운영시한을 내년 6월30일까지로 연장했다. 지하벙커 내 상황실 4개 팀 중 일자리·사회안전망팀이 가장 부각될 시점이다. 윤진식 정책실장과 이수원 비상경제상황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의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종락 경제부 차장 jrlee@seoul.co.kr
  • 종로통서 내몰린 노점상 “어떻게 살라고”

    종로통서 내몰린 노점상 “어떻게 살라고”

    “저녁 6시가 넘었는데 개시도 못했어요. 날씨가 추워지면 손님이 더 없을 텐데…. 겨울을 날 걱정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6일 오후 서울 혜화동 창경궁로 세운스퀘어 뒷길(만물거리). 종로4가 대로변에 있던 노점상 150여개가 서울시의 ‘거리 미관개선’ 계획에 따라 이곳으로 이주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손님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영업을 포기한 채 문을 닫은 노점이 절반을 넘었고, 그나마 장사를 나온 상인들도 “옮기기 전보다 매출이 50% 아래도 떨어져 도저히 수지를 맞추지 못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곳은 일방통행 4차로로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호떡을 판매하는 김모(56·여)씨는 “종로통에 있을 때만 해도 하루 매출이 10만원으로 제일 잘 되는 노점상 가운데 하나였다.”면서 “요즘 매출은 잘해야 5만원이다. 하루에 1만원도 못 파는 노점이 부지기수”라며 고개를 떨궜다. 노점상들의 숨통을 죄는 것은 급감하는 매출뿐만이 아니다. 추가로 돈 들어갈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 모든 노점상들은 서울시의 노점 규격화 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300만원짜리 새 리어카를 구입해야 했다. 구청이 100만원을 지원하지만 자비로 200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는 노점상들은 빚을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노점상은 전기요금이 겁나 추운 날씨 속에서도 새 리어카에 달린 히터를 켤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로 점유료도 걱정이다. 서울시는 노점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린다는 취지로 내년 3월부터 공시지가에 따라 도로 점유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인형을 파는 노점상 정모(52)씨는 “가뜩이나 매출이 떨어진 마당에 도로점유료까지 내라니 너무 부담스럽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 장사가 안 되면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년 1월쯤 빛의 거리와 다문화 거리로 이동할 종로3가의 김떡순(김밥·떡볶이·순대) 노점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떡볶이를 파는 김모(46·여)씨는 “종로4가 상인들 이동하고 나서 파리만 날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서울시랑 종로구가 옮기라고 하니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호소했다. 지난 6월 젊음의 거리(구 피아노거리)로 옮긴 노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액세서리를 파는 김모(47)씨는 “집단 이주한 지 반년이 돼 가지만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며 “예전만큼만 장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 노점상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서울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사람이 넘쳐나는 종로 대로변에 자연발생적으로 들어선 노점상들을 한적한 이면도로로 옮겼기 때문에 단시일내 매출을 높이는 방안은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제대로 된 홍보 입간판 하나 없다.’는 노점상들의 지적에 따라 만물거리 등에 안내 간판과 플래카드를 이달 중 설치하겠다.”면서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순회 공연도 펼치면서 적극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부산 관광 맡겨주세요”…최지우 홍보대사 위촉

    “부산 관광 맡겨주세요”…최지우 홍보대사 위촉

    한류스타 최지우가 부산시의 관광홍보대사로 위촉돼 일본 관광객 유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부산시는 “3일 오후 4시 부산시청 국제의전실에서 최지우를 부산관광홍보대사로 위촉한다.”고 밝혔다. 최지우는 이날 허남식 부산시장으로부터 위촉패를 받고,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개최되는 ‘최지우와 함께하는 부산 종합관광안내소’의 개소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최지우와 부산의 인연은 지난 2월 종영한 드라마 ‘스타의 연인’에서 비롯됐다. 최지우는 극중 고향으로 설정된 부산 남구 이기대를 비롯, 해운대해수욕장, 동백섬 등 부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영상과 함께 전한 바 있다. 특히 최지우가 극중 연인인 유지태와 함께 남포동 피프(PIFF) 광장에서 호떡과 떡볶이를 먹는 장면이 방영된 이후 이곳을 찾는 일본 관광객들이 종전보다 70%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지우의 이미지와 캐릭터를 활용해 사인이 들어간 기념 홍보 엽서, 브로마이드 등 다양한 관광기념품 개발을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최지우는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여배우들’의 홍보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문화마당] 매운맛의 유혹/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문화마당] 매운맛의 유혹/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요즘 외식업의 열쇠말은 ‘가격 싸고(Go), 푸짐하고(Go), 재미 있고(Go)’를 가리키는 이른바 ‘3Go’라고 한다. 경기 침체 속에서 이 ‘3Go’ 마케팅을 적절히 활용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업종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곳이 짬뽕 전문점들이다. 최근 2, 3개월 사이에 개업해서 빠르게 점포수를 늘려가고 있는 이 전문점들은 음식과 관련한 여러 TV프로그램과 잡지, 신문 등에서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짬뽕의 인기야 새삼스러울 것이 없을지 모른다. 19세기 말 일본 나가사키의 어느 중국식당에서 탄생한 짬뽕은 일제 때 이미 한반도에 상륙하였고, 자장면과 함께 한국식 중화요리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은 지도 반세기를 넘겼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몇 해 전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 슈퍼볼 스타 하인스 워드가 가장 먹고 싶은 한국 음식으로 짬뽕을 꼽았을까. 그러나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짬뽕은 전통적인 짬뽕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특히 한층 강도가 더해진 매운 맛이 두드러진다. 각종 야채와 해산물을 볶은 뒤 돼지뼈와 닭뼈를 곤 맑은 육수를 끼얹어 끓여낸 짬뽕은 원래 매운 음식이 아니었다. 나가사키의 중국식당 시카이로(四海樓)의 원조 짬뽕이 그러하고, 한국 짬뽕도 해방 전까지는 맵지 않았다. 우동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짬뽕은 해방 전후로 고추기름을 넣은 매운 음식으로 진화하면서 비로소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청양 고추와 태국 고추를 듬뿍 넣고 메뉴 옆자리에 매운 정도에 따라 고추를 세 개까지 그려 넣은 전문점들의 짬뽕은 매운맛을 향한 또 한 차례의 변신인 셈이다. 중남미가 원산지인 고추는 유럽을 거쳐 임진왜란을 전후로 한반도에 유입되었다. 처음에 독초로 여겨져 외면 받던 고추는 18세기 이후 선조들의 식탁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하였다. 야채를 소금에 절였다 먹는 백김치 ‘디히’에 고추를 섞어, 비슷한 야채 저장 식품인 중국의 ‘파오차이’(泡菜)나 일본의 ‘즈게모노’(漬物)와는 전혀 다른 음식으로 발전시켰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한국인들은 더욱 매운맛에 열광하였다. 간장에 졸인 음식이던 떡볶이가 한국전쟁 이후 고추장과 뒤범벅인 음식으로 변모한 것을 시작으로 낙지볶음, 곱창, 불고기, 닭볶음도 고추와 결합한 퓨전 음식으로 거듭났다. 라면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는 매운맛을 이름으로 내세운 라면의 차지다. 현재 매운맛의 선호는 전세계적이고 초문화적인 외식업의 트렌드이다. 얼마 전까지 ‘불닭’이라는 이름으로 위세를 떨치던 매운 닭볶음의 유행도 멕시코의 칠리페퍼에 새롭게 눈을 뜬 미국의 유행이 일본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이 여성들의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풍문도 초문화적인 매운맛 유행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인만큼 매운맛을 즐기는 이들도 없다. 현재 한국인의 1인당 연간 고추 소비량은 약 4㎏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인 김치, 비빔밥, 떡볶이, 불고기의 공통점은 맵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왜 이토록 매운맛에 열광하는가. 혀의 통각 세포에서 매운맛을 지각하면 이를 중화시키기 위한 반작용으로 엔돌핀을 분비한다고 한다. 엔돌핀은 스트레스와 우울한 기분을 해소시켜주는 중독성이 강한 호르몬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매운 음식을 찾는 것은 반복된 학습 효과인 셈이다. 불황에는 매운 음식이 잘 팔린다는 속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한국인들의 매운맛에 대한 눈뜸은 근대화의 징후였고, 매운맛에 대한 열광은 ‘압축 성장’으로 상징되는 급속한 산업화의 산물일 터이다. 근래 거듭되는 불황의 스트레스를 더 자극적인 매운맛으로 해소하고 싶은 유혹에 우리는 번번이 무너지고 만다. 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 [여행가방]

    ■수험표는 ‘할인 티켓’ Go… Go… Go… 高3 수능이 끝났다. 그저 말없이 어깨 두드려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그리고 최소 1년 이상을 팽팽하게 지탱시켜준 불안과 희망, 긴장의 끈을 잠시 놓아도 좋다. 수험표만 잘 가지고 있으면 많은 혜택이 뒤따른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다음달 18일까지 ‘수험생 파이팅 이벤트’를 진행한다. 수험표 지참시 무료로 스파를 즐길 수 있으며, 동반 가족은 50%, 수험생 친구들은 40% 할인된 가격으로 스파를 이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www.paradisespa.co.kr)온라인 댓글 달기 이벤트를 진행하여 스파 이용권을 증정한다. 문의(041)537-7100. ●이천 테르메덴(www.termeden.co m)은 12일부터 30일까지 수험표나 고3 학생증을 지참한 수험생과 동반가족(본인포함 4인까지)에게 50%할인 행사를 한다. 이와 함께 온라인 포토 이벤트를 통해 가장 스타일리시하게 반 친구와 찍은 사진과 에피소드를 남기면 반 전체가 이용할 수 있는 스파 이용권을 제공한다. 문의 (031)645-2000. ●비발디파크 오션월드는 12일부터 30일까지 수험생들에게 특별 이벤트를 실시한다. 수험생과 함께 오는 동반 3인까지 주중요금 균일가 1만원, 주말 1만5000원(1인당)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떡볶이 레스토랑 베거백(www.beggarback.com)에서는 20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수험표를 지참하면 전 메뉴를 30% 할인해준다. 놀이공원도 빼놓을 수 없다.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는 13일부터 30일까지 수험생들에게 1만 5000원으로 특별 할인해준다. 크리스마스 판타지 축제, 퍼레이드 등 크리스마스의 들뜬 기분을 미리 느껴볼 수 있는 이벤트 등이 준비돼있다. ●롯데월드는 수능시험 당일(12일)에는 수험생에게 자유이용권을 1만원에 제공한다. 13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는 자유이용권을 50% 할인된 가격인 1만 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부활, 휘성, 엠블랙, 유키스 등 인기가수들의 공연도 준비됐다. 문의(02)411-2000. ●서울랜드는 수험표 또는 고3 학생증을 지참한 학생들에게 수능 당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자유이용권을 50% 할인, 1만 2500원에 판매한다. 또 레이저건 서바이벌 게임장인 ‘서든어택’ 경기장에서도 40% 할인된 3000원으로 수능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 문의(02)509-6000.
  • 한정식이 Han Fixed Meal? 엉터리표기 퇴출

    서울의 한 영어학원에서 3년째 강사로 일하는 앤드루 더글러스(35). 이젠 대중교통을 능숙하게 이용할 만큼 서울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입국 초기만 하더라도 식당에 가는 건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메뉴를 봐도 무슨 음식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글러스는 “비빔밥을 소리나는 대로 ‘Bibim bob’으로 써 놓으면 이를 알 수 있는 관광객은 많지 않다.”면서 “요즘도 식당마다 표현이 제각각이라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게 어려운 만큼 방콕이나 파리 등 유명 관광 도시처럼 영문 표현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한식 메뉴 124개에 대한 외국어 표기법의 표준안을 마련했다고 5일 밝혔다. 한식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외국인이 한식을 더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다. 표기안은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 3개 언어로 만들어졌다. 지금까지는 한식의 외국어 표기가 정작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잘못 표현되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오해가 유발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를 들어 칼국수는 ‘칼로 자른 국수’(Knife-cut Noodles)로, 한정식은 한자 뜻대로 ‘한이 정해진 음식’(Han Fixed Meal) 등으로 번역된 사례가 많았다. 바꿔 말하면 탕수육(당초육·糖醋肉)을 ‘사탕식초 고기’라고 표현한 셈이다. 메뉴명 표기 개선 김밥 Dried Seaweed Rolls 김치볶음밥 Kimchi Fried Rice 돌솥비빔밥 Sizzling Stone Pot Bibimbap 비빔밥 Rice Mixed with Vegetables and Beef 전복죽 Rice Porridge with Abalone 물냉면 Chilled Buckwheat Noodle Soup 칼국수 Noodle Soup 갈비탕 Short Rib Soup 떡국 Sliced Rice Cake Soup 삼계탕 Ginseng Chicken Soup 설렁탕 Ox Bone Soup 된장찌개 Soybean Paste Stew 순두부찌개 Spicy Soft Tofu Stew 갈비찜 Braised Short Ribs 족발 Pigs’ Trotters 낙지볶음 Stir-Fried Octopus 떡볶이 Stir-Fried Rice Cake 불고기 Bulgogi 간장게장 Soy Sauce marinated Crab 한정식 Traditional Korean Set Menus Korean Table d’Hote *자료: 농림수산식품부 표준안에 따르면 칼국수는 ‘Noodle Soup’으로, 한정식은 ‘Traditional Korean Set Menus’ 또는 ‘Korean Table d’Hote’로 표기된다. 식당에 따라 ‘Kim bap’과 ‘Rice rolled up in dried seaweed’ 등으로 혼용됐던 김밥은 ‘Dried Seaweed Rolls’로 통일된다. 이밖에 ▲떡국 Sliced Rice Cake Soup ▲설렁탕 Ox Bone Soup ▲갈비탕 Short Rib Soup ▲떡볶이 Stir-Fried Rice Cake 등으로 정리됐다. 대신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불고기는 소리나는 대로 ‘Bul gogi’로 사용된다. 이번 표기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통상부, 한국관광공사 등 관련 기관이 협력해 국립국어원에 로마자 표기에 대해 자문하고 음식·조리·외국어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마련됐다. 농식품부는 표기안에 음식 사진과 주재료, 조리법 등을 함께 소개한 책자를 제작해 국내외 한식당에 보급하고, 식품정보포털(foodinko rea.co.kr)에 전자책 형태로도 실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책자가 나오는 올해 말부터 국내는 물론 재외 공관을 통해 해외 한식당에 보급할 것”이라면서 “조만간 프랑스어와 스페인어판도 마련하는 등 표기안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우리말 여행] 떡볶기? 떡볶이?

    ‘-기’와 ‘-이’는 앞말에 붙어 명사를 만드는 구실을 한다. 의미는 조금 다르다. ‘글짓기, 달리기, 말하기, 줄넘기’에서 ‘-기’는 어떤 ‘행위’의 뜻을 더한다. ‘떡볶기’라고 하면 단지 떡을 볶는 행위를 뜻하는 말이 된다. ‘재떨이, 옷걸이, 목걸이’에서 ‘-이’는 구체적인 ‘사물’을 나타낸다. 당연히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볶아 만든 음식은 ‘떡볶이’가 된다.
  • 손예진 “‘백야행’ 감독, 과거 떡볶이 먹던 사이”

    손예진 “‘백야행’ 감독, 과거 떡볶이 먹던 사이”

    배우 손예진이 영화 ‘백야행’의 박신우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을 털어놨다. 손예진은 2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제작보고회에서 이번 영화에 대해 “운명 같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는 손예진과 박신우 감독이 고등학교 때 함께 어울려 다니던 오빠동생사이였기 때문. 손예진은 “미팅 때 처음 감독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10년 전에 떡볶이 사 주던 독서실 오빠가 감독님이 돼서 정말 운명 같은 작품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손예진과 박신우 감독은 10년 전 서로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박신우 감독은 “당시 조용했던 친구라 배우가 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며 “영화 ‘작업의 정석’때의 캐릭터처럼 밝은 친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의 모습을 알고 있으니까 진짜 연기를 잘한다고 느꼈다. 연기를 할 때 평소와 너무 다른 모습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손예진은 “사실 감독님은 오빠 보다는 언니 같은 존재였다.”며 “떡볶이도 사주고 수다도 잘 떨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원작 소설을 각색한 ‘백야행’은 미호(손예진 분)와 요한(고수 분)의 빛과 그림자처럼 슬픈 사랑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담았다. 손예진, 고수, 한석규, 이민정 등이 출연하는 ‘백야행’은 다음달 19일 개봉한다.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 / 사진=이규하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왜 열심히 일해도 가난할까

    ‘또 다른 미국’은 가능할까? 뜬 구름 잡는, 너무 먼 나라 얘기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또 다른 한국’은 가능할까? 역시나 무슨 소리인가 싶다. 조금만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사례1. 서울 영등포에서 5년째 조그만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최모(47)씨는 매일 오전 11시쯤 부인 김모(41)씨와 함께 장을 본 뒤 오후 3시 남짓부터 새벽 3~4시까지 중·고생부터 취객들까지 상대한다. 튀김, 어묵, 떡볶이에 간단한 부침개, 소주, 막걸리 등을 팔고 나면 매출은 20만~30만원 정도. 하지만 재료값에 청소비에, 수도요금, 무전취식 줄행랑 등등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손에 떨어지는 돈은 많아야 8만~10만원이다. 올해 들어 딱 사흘 쉬었다. 늘 서있다 보니 허리, 무릎은 늘 2500원짜리 파스 신세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 중학교 3학년 딸만 생각하면 한숨부터 앞선다. 학원은 언감생심이며, 대학에 보내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사례2. 16년차 직장인 박모(43)씨는 결혼 이후 11년 동안 벌써 여섯 차례나 짐을 싸고 풀며 집을 옮겨 다녔다. 신촌 학교 근처에서 시작한 살림은 이후 홍은동→합정동→행신동 등으로 외곽으로만 이동했다. 제 방을 갖고 싶은 딸아이가 있어 집을 좁힐 수는 없고 22평 남짓에서 이사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부인이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림에 보탠다지만, 치솟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은 요원하기만 하다. 가끔 구입하는 로또 5000원어치에 허망한 기대를 품어볼 뿐이다. 성실하게 일하는 대한민국 중산층 서민들의 모습이다. 대통령이 끊임없이 유포시키는 ‘국민소득 4만달러’ 주장은 이들에게는 딴나라 얘기일 뿐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혹은 더 심각하다. ‘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나일등 옮김·후마니타스 펴냄)를 쓴 데이비드 K 쉬플러는 미국 사회를 지탱해 왔던 ‘정직하게 부지런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청교도적 직업관과 윤리적 노동관의 환상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정치적으로, 종교적·이념적으로 완고한 미국의 독자들에게 접근하는 쉬플러의 수단은 바로 빈곤의 경계 언저리에 있는 ‘워킹 푸어(근로 빈곤층)’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 547쪽 전권에 걸쳐 이어지는 수십명의 생생한 사례 등 꼼꼼한 취재의 결과물들은 저자가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22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민완기자였음을 확인시키고 남는다. 쉬플러는 “5, 6년간 지속적으로 참여 관찰했으며, 가능한 진보, 보수의 이데올로기적 렌즈를 배제하고 바라보려 노력했다.”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음을 자신있게 말했고, 이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됐다. 실제 개인의 가난을 구조 탓으로 돌려버리기에는 자본주의의 환상이 여전히 크다. 그렇다고 빈곤을 사실상 강요하는 사회 구조의 구체적인 모순을 마냥 눈감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다른 미국이건, 또 다른 한국이건 가능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구체적 현실을 직시하고, 또 다른 세상에 대한 구체적 모습을 그려보지 않는 한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1만 9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덜렁이 할머니와 깔끔이 엄마/박재형

    [엄마와 읽는 동화] 덜렁이 할머니와 깔끔이 엄마/박재형

    “지훈아, 여기 둔 종이 안 봤니? 친목회 돈 받고 적은 걸 놔뒀는데.” 엄마가 당황한 표정으로 방문을 열며 물었다. “아니요. 전 책을 읽고 있었던 걸요.” “그래? 그럼 누가 손을 댔지?” 엄마는 아주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집안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여기 두었는데…….” 엄마는 몇 번이나 응접테이블 위와 아래를 기웃거렸다. 깔끔하게 정리된 테이블 위에는 먼지 하나 앉아 있지 않았다. “잘 생각해 봐. 내가 조금 전에 요 위에다 종이를 놔뒀거든. 그런데 없잖아.” “난 백 번 말해도 안 봤어요.” “귀신이 곡을 하겠네. 그럼 어디로 갔지?” 엄마는 다시 테이블 주위를 살피셨다. “혹시, 네가 보고 시치미 떼는 거 아니냐? 봤으면 얼른 내 놔라.” 엄마는 미심쩍은 얼굴로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만, 난 절대로 보지 않았어요.” 나는 너무나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올 뻔했다. 그동안 엄마의 잔소리에 얼마나 시달렸는데 애꿎은 나에게 덤터기를 씌우려 하다니. 나는 엄마의 물건에는 정말 손끝 하나 대지 않는다. 잘못했다가는 엄마의 잔소리가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혹시 그럼, 엄마가?” 엄마는 의심의 화살을 외할머니에게 겨누었다. “엄마! 왜 또 외할머니를 의심하세요?” 나는 혹시나 하면서도 외할머니 편을 들어드린다는 생각에 큰 소리쳤다. 외할머니는 성격이 찬찬하지 못해서 가끔씩 실수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의심이 가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가 의심하는 건 싫었다. “혹시나 해서 그러는 거지.” 엄마는 사라진 종이를 찾지 못해 다시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는 참 깔끔하다. 뭐든지 어질러진 꼴을 못 보신다. 그런데 외할머니는 물건은 찾기 쉬운데 두어야 한다고 하신다. 그래서 외할머니 방에 들어가면 온갖 물건이 방안 가득 널려 있다. 아니 이부자리만 빼고 약이랑 할머니 소지품, 잡동사니들로 가득하다. “난 건망증이 심해서 안 보이는데 두면 어디에 두었는지 찾을 수가 없어.” 그래서 엄마와 외할머니는 자주 다투시지만 외할머니는 고집을 꺾지 않으신다. 엄마는 청소귀신, 정리귀신이 씌운 모양이다. 가구들은 늘 반질거렸고, 물건이 하나라도 제자리에 없으면 난리를 피운다. “너무 깨끗하면 복이 달아난다. 대충대충 청소해라.” 외할머니가 이따금 엄마에게 잔소리를 해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오죽하면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가 다니러 왔다가 엄마의 깔끔을 떠는 모습에 혀를 차더니 좀처럼 놀러오지도 않는다. 먼지가 보이지 않는데도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냉큼 걸레질을 하니 할머니는 마음이 편치 않으신지 안절부절못하다가 시골로 내려가신 적이 있다. “원 불편해서 다시 가겠냐?” 아빠가 할머니에게 놀러오라고 전화를 하면 할머니는 못마땅한 듯이 말씀하신다. “당신 왜 그래? 어머니가 편하게 지내다 가게 하지.” 아빠가 엄마에게 나무라면 엄마는 “내가 뭐 어머님이 싫어서 그런 게 아녜요. 먼지가 앉아서 닦은 것뿐이지.”하고 변명을 하신다. 그런 엄마가 종이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며 나는 슬그머니 기분이 좋았다. “물건은 제자리에 두어야 해. 그래야 집안이 늘 깨끗하지, 손님이 와도 안 부끄럽고. 찾기도 쉽고. ” 노래를 부르는 엄마가 종이를 찾지 못해 헤매다니 고소하기까지 했다. 엄마가 내 마음에 들지 않은 건 청소나 정리뿐이 아니다. 무엇이든지 정확하지 않으면 엄마는 마음을 놓지 않으신다. 시장에 갈 때에도 정확하게 살 물건을 써서 꼭 그것만 사가지고 온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 싸게 나와도 엄마는 눈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러니 먹고 싶은 과일이나 떡볶이, 어묵 같은 걸 맛볼 수가 없다. 옷이나 신발 같은 걸 살 때도 싸고 좋은 것을 산다면서 하루종일 돌아다녀 진을 다 빼기 때문에 나는 엄마가 사다주신 걸 아무 소리도 안 하고 받아들인다. “신발이 잘 정리되어야 도둑이 안 들어. 도둑이 들어왔다가 아 이 집은 신발장을 보니 물건을 함부로 놔두지 않겠다 하고 가버리지.” 신발이 가지런하지 않으면 엄마의 잔소리 테이프는 자동으로 돌아간다. “책을 읽었으면 제자리에 꽂아야지.” 만일 책을 읽다가 방바닥이나 거실에 두었다가는 잔소리가 금세 날아와 귀에 꽂힌다. 그래서 나는 책에 손도 대지 않는다. 책정리를 안 했다고 꾸중을 듣느니 차라리 안 읽고 말지. 그러면 또 책을 읽지 않는다고 꾸중을 하신다. “너 책을 많이 읽어야 똑똑한 사람 되고, 좋은 대학에 가는 거 알아 몰라? 학생이 책도 안 읽고 무슨 공부를 한다는 거야? 남자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 알지?” 엄마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지만 그래서 더 화가 난다. 그래도 살 맛 나는 건 외할머니 때문이다. 외할머니는 일을 대충대충 하시고, 아니 오히려 덤벙대신다. 빨래를 할 때도 대충대충 하시기 때문에 외할머니가 한 빨래를 엄마가 다시 할 때도 있다. “엄마, 세탁기에 넣어서 빨면 되잖아요. 왜 만날 손으로 빤다면서 잘 문지르지도 않고 비눗물도 잘 헹구지 않는 거예요?” “왜 비싼 전기를 써서 빨래를 하니? 손으로 대충해도 되지. 멋을 낼 옷도 아닌데 좀 더러우면 어때?” 외할머니는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왜 그리 성화냐는 듯이 심드렁하게 대답하여 엄마를 더욱 화나게 만들 때도 있다. 할머니는 잘 잊으신다. 시장에 갔다가 돈만 주고 물건을 안 가지고 올 때도 있고, 돋보기안경은 벌써 몇 개째인지 모른다. 그럴 때면 할머니는 울상을 지으며 건망증 때문이라거나, 노망이 들었다거나, 때로는 치매에 걸린 것 같다고 하시면서 쩔쩔매실 때가 많지만 조금만 지나면 다시 잊으신다. “엄마, 이 종이에 살 물건을 다 썼으니까 꼭 이 종이를 보면서 사야 해요.” 엄마가 바빠서 외할머니에게 시장가는 것을 부탁하면 외할머니는 그중에서 몇 개는 빠뜨리실 때가 많다. 그럴 때는 내가 다시 시장으로 달려가야만 한다. 공부하기 싫을 때는 시장에 가는 핑계로 놀 수 있으니까 나는 횡재를 한 셈이다. “누가 엄마고, 누가 딸인지 모르겠네.” 할머니가 실수를 하면 엄마는 외할머니가 못마땅해서 중얼거릴 때가 많다. 아무튼 잔소리와 청소와 정리하러 태어난 사람처럼 엄마는 극성이시다. 엄마가 종이를 찾으러 방으로 거실로 들락거릴 때, 외할머니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엄마, 혹시 여기 둔 종이 못 봤어요?” “종이? 어질러졌기에 쓰레기봉투에 넣어 아까 버렸는데. 난 또 쓰레긴 줄 알았다.” “정말이에요? 엄마는 물어보지도 않고.” 엄마는 원망스러운 눈길로 외할머니를 쳐다보더니 급히 밖으로 나가셨다. “난 또 네가 종이를 아무렇게나 놔둔 줄 알고 엄마가 보기 전에 얼른 치우려고 했지.” 외할머니는 난처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잘했어요, 할머니. 엄마도 당해 봐야 잔소리가 줄어들지요.” 나는 외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매일매일 깔끔을 떠는 엄마가 종이를 찾지 못해 난리치는 걸 보는 건 흐뭇하기까지 했으니까. 한참 후, 엄마는 종이를 들고 현관문을 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 다시는 아무거나 버리지 마세요. 한참 찾았잖아요. 쓰레기차가 다녀갔으면 어쩔 뻔했어요?” “알았어. 다신 손대지 않으마.” “내 물건에 손대지 말고 엄마 방이나 깨끗하게 치우세요. 누가 오면 엄마 방문을 열어볼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니까요.” 엄마는 기회는 이때라는 듯이 할머니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난 네가 내 물건에 함부로 손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미안한지 변명처럼 이야기했다. “내가 언제요? 난 엄마 물건에 함부로 손댄 적이 없는데요.” 엄마도 변명처럼 대답했다. “내가 말해주랴?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정리를 한다면서 내가 쓰던 물건에 손대서 내가 찾느라 애먹고 있는 걸 넌 모르지? 너도 나이가 들면 다 나처럼 잊기 대장이 돼. 너라고 안 늙을 줄 아냐? 엉엉엉”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말을 하다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엄마에게 당한 설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모양이었다. “엄마도 참.” 엄마는 더 말을 못하고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외할머니가 우는 걸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이나 서 있다가 외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 울지 마세요.” “알았다. 내가 철딱서니 없이 울었구나. 철이 없게.” 외할머니가 눈물을 그쳤다. 나는 눈물을 흘리던 외할머니가 하나도 철이 없어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외할머니는 또 실수를 하실 것이다. 그땐 내가 응원을 해 주어야지. 나는 외할머니의 손을 꼬옥 잡았다. ●작가의 말 몇 년 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철이 들어 많이 후회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대화를 많이 하고 배려를 해드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상대방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헛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가약력 1951년 제주에서 태어남. 아동문예 신인상, 계몽아동문학상, 제주문학상 받음. ‘검둥이를 찾아서’ ‘내 친구 삼례’ ‘이여로 간 해녀’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 ‘까마귀오서방’ 등의 창작집이 있음. 현재 서귀포학생문화원장(http://iyudo.hih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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