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6-30
    검색기록 지우기
  • KBS
    2026-06-30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6-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2,054
  • [프로야구] 이승엽 첫 대포 쾅!… 마지막 시즌, 시작이 좋다

    [프로야구] 이승엽 첫 대포 쾅!… 마지막 시즌, 시작이 좋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레전드’ 이승엽(41·삼성)이 마수걸이 대포를 폭발시켰다. ‘100억원 이적생’ 최형우(KIA)도 ‘친정’ 삼성을 상대로 첫 홈런을 신고했다.이승엽은 2일 대구에서 벌어진 KBO리그 KIA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대포를 쏘아 올렸다. 0-0이던 2회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김윤동의 144㎞짜리 2구째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는 1점 아치를 그렸다. 앞선 두 경기에서 각 4타수 1안타에 그쳤던 이승엽은 3경기 만에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리며 ‘마지막 도전’인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이승엽은 이 홈런으로 KBO리그 통산 444호 대포를 기록해 그가 꿈꾸는 통산 450홈런 고지에 6개 차로 다가섰다. 그러면서 이 부문 2위 양준혁(351개)과의 격차를 93개로 벌렸다. 일본프로야구에서 8년간 159홈런을 작성한 그는 한·일 통산 홈런도 603개로 늘렸다. 이날 최형우도 0-4로 뒤진 4회 상대 선발 윤성환의 2구째 체인지업을 밀어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앞선 두 경기에서 1안타씩을 뽑은 최형우는 이 홈런으로 부진 탈출의 발판을 놓았다. 자유계약선수(FA) 사상 최초로 4년 100억원을 돌파한 그는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개막 2연패했던 삼성은 4회 8안타로 8득점하는 집중력으로 16-3 대승을 거뒀다. 두산은 잠실에서 4-4로 맞선 연장 12회 1사 1, 2루에서 민병헌의 천금 같은 끝내기 안타로 한화에 5-4로 역전승했다. 두산은 최강 면모를 과시했지만 한화으로서는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한화는 줄곧 앞서다 3-1이던 8회 에반스에게 뼈아픈 동점포를 맞아 연장으로 끌려갔다. 연장 11회 초 신성현의 1점포로 승리하는 듯했지만 공수 교대 뒤 에반스에게 다시 동점포를 내줘 땅을 쳤다. LG와 kt는 나란히 개막 3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LG는 고척돔에서 2-1이던 7회 손주인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대거 5득점하며 넥센을 9-2로 눌렀다. LG 선발 윤지웅은 5와 3분의1이닝 동안 2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2년 연속 꼴찌 kt는 문학에서 홈런 2개와 피어밴드(7이닝 3안타 1실점)의 역투에 힘입어 SK를 8-1로 꺾고 시범경기 1위의 돌풍을 이어 갔다. 롯데는 NC와의 마산 ‘경남 더비’에서 강민호의 연타석 대포 등 홈런 5개를 폭죽처럼 쏘아 올리며 12-4로 이겨 1패 뒤 2연승을 기록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기억과 망각의 경계…그 늪에서 건진 풍경

    기억과 망각의 경계…그 늪에서 건진 풍경

    화면의 중앙에 흰 천이 놓여 있고 그 위에 털이 다 벗겨진 돼지가 곤하게 잠을 자고 있다. 그 아래에는 꼭 껴안은 채 숨어 있는 아이와 엄마가 보인다. 엄마 품에 안긴 아이, 경계심을 풀지 않으려는 듯 잔뜩 힘을 준 엄마의 눈빛이 화면 전체에 묘한 긴장감을 준다. 둥치가 잘린 나무들과 마른 나뭇가지, 실에 엮인 돌, 가림망, 검은 숄을 두른 채 등을 돌리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들…. 인과관계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이미지들의 기이한 조합은 초현실적이며 몽환적인 공간을 만든다.감상자에게 수많은 수수께끼를 던지는 이진주(37)의 신작 ‘얇은 찬양’은 암울하지만 무심한 듯이 아름답다. 작가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불분명한 대답’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길에서 로드킬을 당한 고라니를 본 적이 있어요. 검색을 해 봤더니 고라니를 위해동물로 분류해 놓은 거예요. 인간에게 이득인지, 손해인지에 따라 아무 죄도 없는 동물을 위해동물로 규정하는 것이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축도 마찬가지죠. 인간 위주의 삶에서 쉽게 이용하고, 도축하고….” 이 작가는 “권력에 의해 가치 판단이 이뤄지는 비논리적인 세상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순간순간 떠오른 이미지들을 정지된 화면에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국내에서 6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의 기억과 망각에 대한 집요한 고뇌의 결과물이다. 이진주의 작품들은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이미지들에서 시작된다. 그 형상들이 환기시킨 기억의 늪에서 작가는 특유의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워 이야깃거리를 찾아낸다.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있는 아름다움이나 기쁨, 슬픔, 혹은 잊고 싶은 상처나 트라우마에서 길어 올린 이미지들은 캔버스 위에서 극도로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뀐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미지만 보는 게 아니고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순간순간 무심하게 떠오르잖아요. 머릿속에 동시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인지하면서 우리는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고 기억 속에서, 혹은 망각의 늪에서 길어 올린 것들이 진실이라고 생각해요.”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광목에 아교칠을 한 뒤 동양화물감으로 작업한다. “다층적이고 동시적인 이미지들을 정지된 이미지인 회화로 표현하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본다”는 그는 ‘가짜 우물’에서 다른 층위의 이야기들을 각각의 캔버스에 담아 수직으로 설치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지대’는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끝없는 고난을 헤쳐가야 하는 생의 언덕과 같이 비스듬히 경사를 이룬 캔버스에 그렸다. 삶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이라는 작가는 세상도 그렇게 아름답거나 정의롭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세상을 이해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되풀이되는 역사, 비상식적인 정치 상황들과 전쟁, 기아 문제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들여다볼수록 오히려 절망스러운 일들이 너무 많아요. 그럼에도 우리는 잘 살아가기 위해 이 땅에 서 있다는 것이 처참하게 다가와요. 여기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불가해한 삶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좀더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주하는 태도만으로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작업을 합니다.” 그의 작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검은 팬티스타킹의 여인들부터 무언가를 얘기하고 싶어 하는 손, 생 닭고기, 개, 깨진 화분, 화환 등의 이미지들은 그의 뛰어난 드로잉 실력으로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세심한 듯 거칠게 뒤엉킨 오브제들은 본연의 역할을 잊고 작가가 부여한 알레고리를 품은 채 초현실적인 공간에 놓여 있다. 슬프고, 강렬하고, 추상적인 풍경은 우리의 감춰진 내면을 건드린다. 말끝을 흐리는 ‘불분명한 대답’처럼. 전시는 5월 7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기자 lotus@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친구네 집 월부책 많은 책을 어떻게…아저씨 부자세요?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친구네 집 월부책 많은 책을 어떻게…아저씨 부자세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친구가 거의 없었던 초등학생 시절, 유일하게 내가 먼저 친구네 집에 찾아갔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유는 오로지 책 때문이었다. 그 집 거실에는 커다란 책장이 있었고, 마치 학교 도서관처럼 많은 책이 높이를 맞춰 나란히 들어 있었다. 내 눈길을 단번에 잡아끈 것은 동서문화사에서 펴낸 동서추리문고였다. 열심히 헌책방을 돌아다니면서 모았다고는 하지만 보잘것없는 내 책장엔 그때까지 해문출판사의 애거사 크리스티 시리즈가 열 권 남짓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친구 집에는 그 유명한 동서추리문고 128권 전질이 잘 보이는 곳에 진열돼 있는 게 아닌가.그날부터 거의 매일이다시피 학교 숙제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친구 집에 가서 동서추리문고를 1권부터 섭렵했다. 책을 빌려 가는 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 있는 동안 최대한 빨리, 그리고 집중해서 읽어야 했다. 내 기억에 거의 반년 정도는 거기에 매달렸던 것 같다. 그 책이 얼마나 좋았던지 지금도 동서추리문고 앞부분 어느 정도까지는 목록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제1권은 추리소설의 대명사인 셜록 홈스 이야기다. 2권은 ‘Y의 비극’으로, 엘러리 퀸의 대표작이다. 그다음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로 이어진다. 책을 읽는 것도 재밌었지만 몇 권을 읽었는데도 아직 100권도 더 남아 있다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책장 메운 추리문고, 끝 없는 즐거움 ‘바벨의 도서관’ 같았던 그 집에서 나는 처음으로 ‘전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추리소설을 읽느라 거기에 있던 다른 책들은 천천히 훑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대부분은 전집류였다. 거기서 별별 책을 다 보았는데 명확하게 기억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가정판 세계문학전집’(도서출판 영·1982년)이다. 어째서 그걸 기억하고 있는가 하면, 한번은 그 친구 부모님께 이 책들을 전부 어디서 샀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친구의 아버지가 “전집이기 때문에 몇 십 권씩 한꺼번에 산다”면서 책장에 있던 가정판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을 빼내 보여 주셨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책을 사려면 얼마나 큰돈이 필요할까. 나는 책을 받아들면서 아저씨는 부자냐고 물었다. 이때 또 한번 신기한 것을 경험했다. 친구 아버지는 책을 한꺼번에 사려면 비싸지만 달마다 조금씩 나눠서 돈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책을 ‘월부 책’이라고 알려 줬다. 책이 많은 걸 부러워했던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우리도 ‘월부 책’을 사자고 졸랐다가 부모님께 적잖이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 어른이 된 후 용돈이 아닌 내가 번 돈으로 책을 사 모을 수 있게 됐을 때 가장 먼저 해 보고 싶었던 게 전집을 사는 것이었다. 탄탄한 하드커버 장정에 금색으로 칠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 수십 권이 내 책장에 반듯하게 진열돼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몇몇 출판사에서 세계문학전집을 펴내고 있지만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건 1960~1980년대 출판된 것들이다. 당시 나온 전집들 목록을 살펴보면 ‘잘 팔릴 만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명저’들을 찾아 번역하려 했던 노력이 엿보인다.●1958년 정음사서 국내 첫 전집 출판 우리나라에서 세계문학전집을 선보인 것은 1958년 정음사(正音社)판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후 한국전쟁까지 거치면서 완전히 폐허가 된 이 땅에 출판인들은 문화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노력했다. 슬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지식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음사에 이어 을유문화사, 동아출판사도 비슷한 시기에 세계문학전집을 내놓았다. 물론 당시 출간된 전집은 일정 부분 일제강점기 때인 1927년 신초사에서 펴낸 목록에 의지한 면이 있다. 하지만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신구문화사가 열 권짜리 ‘세계전후문학전집’과 ‘세계전기문학전집’(전 12권)을 출간한 것을 포함해 문우출판사가 ‘러시아문학전집’(전 5권)을, 휘문출판사는 ‘흑인문학전집’(전 5권)을 펴내는 등 저마다 개성을 살린 세계문학전집을 선보였다. 전집류 유행은 1970년대까지 이어졌고 고도성장 시기를 거쳐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지식’과 ‘교양’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화’라는 그럴듯한 이름까지 더해져 출판 규모가 정점에 올랐다. 특히 1980년대에는 성인 남성이나 대학생을 독자층으로 겨냥해 출판하던 기존 흐름에서 벗어나 여성과 청소년이 좋아할 만한 전집류 기획도 많아졌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 그 친구네 집에 ‘가정판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던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명화·작품 배경 사진 등 자료도 쏠쏠 가정판 세계문학전집은 1982년에 1차분 열두 권이 출간됐는데, 이름 그대로 가정에 한 질씩 구비해 두고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도록 본문 편집에 주의를 기울인 것이 특징이다.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편집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느껴진다. 책을 읽는 데 도움을 줄 만한 것이라면 영화의 한 장면에서부터 명화, 작가의 친필 원고, 작품 배경이 되는 곳의 실제 사진 등까지 자료를 본문 사이사이에 꼼꼼하게 배치했다. 내친김에 흐릿한 기억을 실마리 삼아 이 책 전질을 구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얼마 전 일이 있어 전주에 갔을 때 한옥마을 근처 헌책방에서 한 권을 입수했다. 서울에 와서 이곳저곳 알아보니 이제 십여 권 정도 모이게 됐다. 전부 서른여섯 권이니까 절반 정도 찾은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 닥쳤다. 책을 모으려면 당연히 목록이 있어야 하는데, 가정판 세계문학전집에는 목록이 따로 없다. 여느 전집류처럼 각 권마다 번호가 붙은 것도 아니라서 아직 찾아내지 못한 책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신문광고에는 1차분의 목록이 나와 있지만 1984년부터 펴낸 2차분에는 어떤 책이 들어 있는지 정보가 없다. 어쩌면 이 책 서른여섯 권을 지금껏 소장하고 있는 애서가도 어딘가 있겠지만 1985년까지 총 36권이 나왔다는 단순한 정보만 갖고 무작정 책을 찾으러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마침내 모든 책을 다 찾아서 멋지게 책장 한곳에 진열해 놓을 생각을 하면 기운이 생긴다. 어떤 독서가가 말했듯이 책은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저 책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돌아온 전집 유행… 번역 등 깔끔해져 세계문학전집 유행이 다시 찾아온 것처럼 서점에 가 보면 여러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 많이 보인다. 예전에 비하면 번역도 매끄럽고 본문은 읽기 편하도록 잘 편집했다. 하지만 책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책을 읽지 않는 건 단지 사람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책은 물건이기에 앞서 그 자체로 철학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둘러싼 철학은 그 옛날 ‘지식’, ‘교양’, ‘세계화’ 같은 말에서 조금도 밖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 미수습자 가족들 “유골 발견 때마다 기대와 절망 반복…버틸 것”

    미수습자 가족들 “유골 발견 때마다 기대와 절망 반복…버틸 것”

    “세월호에서 유골이 발견될 때마다 간이 땅에 떨어졌다 붙었다 하는 기대와 절망이 수천 번 반복되겠지만…버텨야죠.” 세월호를 싣고 목포신항에 도착해 있는 반잠수식 선박 갑판 위에서 2일 오전 유골 9점이 발견됐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관계자로부터 “들어오셔야 할 것 같다. (정확한 것은) 확인해야 알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선체까지 한달음에 뛰어들어갔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다시 가슴을 쳐야 했다. 국립과학수사원 확인 결과 이 유골은 동물 뼈로 확인됐고 가족들은 오열했다. 일부 가족들은 “처음부터 (큰 기대하지 않도록) 동물 뼈로 추정된다고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앞으로 이런 일을 몇 번을 더 겪어야 할는지”라며 더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해수부 입장에선 가족 참관하에 조사하도록 규정이 돼 있으니 미수습자 유해일 가능성이 작더라도 일단 알리고 봤을 것”이라며 반복되는 아픔에 대해 누구도 원망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이들은 “순식간에 기대와 절망이 교차하는 상황이 수십 번, 수천 번 더 나올 거다. 지난 3년을 가족을 찾아 집에 가자는 염원 하나로 견딘 만큼 더 버텨보는 수밖에…”라며 눈물을 삼켰다. 이날 유골은 지난달 28일 오전 동물 뼈가 발견됐던 곳과 같은 지점인 반잠수식 선박 갑판(세월호 선수 좌현 근처) 위에서 발견됐다. 국과수 측은 오전 7시 30분쯤 동물 뼈로 추정된다고 확인 후 해수부에 알렸다. 그러나 해수부는 발견 4시간 이상 지난 오전 9시 27분쯤 가족들에게 유류품과 유골이 나왔다며 현장 조사에 참관하라고 알려 배려 없는 조치를 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아지 사체 땅에 파묻는 오소리 포착

    송아지 사체 땅에 파묻는 오소리 포착

    오소리가 자기보다 몸집이 3배 이상 큰 송아지 사체를 땅속에 파묻는 장면이 포착됐다. 1일 과학 매체 사이언스 데일리 등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립대학 생물학자들은 그레이트 베이슨 사막에서 생태계 관찰 연구 중 이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1월 이 지역에서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동물이 어떤 동물인지 알고자 카메라와 함께 송아지 일곱 마리의 사체를 야생에 흩어놓았다. 일주일 뒤 송아지 사체 한 구가 사라져 연구팀은 코요테나 퓨마 같은 맹수가 물어간 것으로 생각했으나 인근에서는 뼈와 같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하지만 인근에 설치한 카메라에 답이 있었다. 송아지 사체를 발견한 오소리가 닷새 동안 밤낮으로 주변 땅을 파고들어 사체를 완전히 파묻은 것. 오소리는 며칠간 그곳에서 자리를 지키다 떠나고 나서 몇 주 뒤 다시 돌아와 송아지를 뜯어먹는 행동을 몇 달간 반복했다. 식물과 동물 모두를 먹는 오소리는 먹잇감을 다 먹지 못하면 이를 숨기는 습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처럼 자신보다 훨씬 몸집이 큰 동물을 땅굴을 파 감춰두는 모습이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사진·영상=University of Utah/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사설] 日 역사왜곡 무대응 전략 바꿔야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서부터 독도 영유권 주장을 본격화했다. 어이없는 기도는 당연히 좌절됐지만 일본은 1965년 한·일 협상에서도 ‘영토 문제’를 조약에 담으려 획책했다. 이후 일본 정치인들은 잊을 만하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펼쳤다. 그러다 1995년 하시모토 내각은 “독도 영유권 주장의 포기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고 주장의 강도를 한 단계 높였다. 이듬해 자민당은 ‘독도 탈환’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시마네현 의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고교 검정 지도 5종에 처음으로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것도 이때다. 2005년부터 방위백서, 2010년부터 외교청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시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야금야금 독도 영유권 주장을 넓혀 오던 일본 문부과학성은 그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담은 초·중학교 사회과 신학습지도요령을 확정했다. 마침내 허위 사실을 강제로 가르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한?일 협상 당시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그들의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는 반세기가 넘는다. 정부 인사와 정치인의 영유권 주장에도 과거 일본 국민 사이에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인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조금씩 조금씩 문제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상황을 바꾸어 놓았다. 반면 한국은 일본의 독도 시비에 변함 없이 ‘조용한 외교’만 강조해 왔다. 독도 문제가 국제 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피하려면 ‘무대응 정책’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반세기 침묵’의 결과는 사실상 일본의 기(氣)만 살려 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지금 독도 관련 논리에서 여전히 우리가 압도적 우위에 있다고 주장할 당국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현실이 이렇다면 독도 문제 대응에 실패한 것을 통감하고 궤도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그 자체가 역사 왜곡의 결과다. 그렇게 50년 이상 잘못된 역사를 바탕으로 논리를 강화하는 동안 우리는 비난하는 것 말고 무엇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자칫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당시와는 달리 언젠가는 국제사회도 일본의 손을 들어 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마저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도 이제는 50년 계획을 세운다는 마음가짐으로 독도 문제에 장기적이고 조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본의 여론주도층부터 단계적으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역사 왜곡을 스스로 접을 수 있도록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세계인에게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길섶에서] 봄의 일/황수정 논설위원

    큰 길가 플라타너스 굵은 가지들이 뭉텅뭉텅 잘려 나간다. 이른 아침부터 장정 여럿이 대드는 것이 척 봐도 때가 오기를 기다린 모양새다. 이 나무 저 나무 공중을 옮겨 다니는 크레인에서 무심하게 전동톱은 돌아간다. 손발 저릿해지는 기계음에 잠도 깨고 봄도 깬다. 자를 테면 진작에나 자를 일이지. 고달픈 엄동 다 보낸 마당에 이제 와서 무슨 심술 악취미인가 싶고. 잘린 가지는 삭정이가 아니다. 떨어진 가지 더미에서는 수액의 향기 설핏하다. 상처 난 자리에 더욱 맹렬히 자기 치유의 기운이 돋는다니, 더 분발해 싹 틔워 보라고 멀쩡한 생가지를 쳐낸다니. 졸음 같은 소생의 시간에 천둥 같은 생명의 역설. 흙 있는 손바닥만 한 땅 어디에서나 봄이 봄일을 하느라 바쁘다. 봄비 오기도 전에 제 힘으로 부푼 화단 흙에서도 연한 속잎들은 봇물로 솟는다. 쑥 말랐던 자리에 쑥이, 비비추 시들었던 자리에 비비추가 실금을 그어 놓고 착착 다시 돌아오고 있다. 새움 틔우려 제 몸 내어주는 일, 갈 때 올 때 다르게 소리 소문 없이 제자리 찾아와 있는 일, 욕심 없는 봄의 일.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사설] 박 전 대통령 구속, 민주주의 발전의 디딤돌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구속된 전직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이나 임기 중 파면당해 곧바로 구속까지 된 첫 대통령이란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헌정사에 남기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편할 리 없지만 수사를 통해 드러난 혐의들을 대부분 부인해 온 그의 태도에 비춰 보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일 수밖에 없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의 대원칙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또한 ‘법의 지배’로 불리는, 박 전 대통령 스스로 강조했던 법치주의의 천명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그중에서도 최순실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고 그 대가로 수백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앞으로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이게 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시종일관 청탁을 받거나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은 영장 발부로 상당 부분 혐의를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어도 재판 절차가 남아 있다. 판결 확정 전의 피의자는 무죄로 추정되는 원칙과 자기방어권을 행사할 권리는 박 전 대통령에게도 적용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헌법이 권한을 부여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고 국민 앞에 사과의 표시를 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분열과 대립을 두고 본 것은 아쉽다. 이제 우리는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사법부의 최종적인 판단이 나오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도 과격한 시위와 행동을 자제하고 대선 주자들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몇 달간의 촛불집회에 이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우리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는 민주주의와 헌법의 이념을 재확인했다. 이번을 끝으로 이런 불행한 역사가 또다시 되풀이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과 권력을 이용해 재벌들에게 뇌물과 출연을 강요하고 그 대가로 뒤를 봐주는 정경유착의 악습도 더 반복되지 않도록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청와대, 또는 그 측근들이 권한을 남용해 국정에 개입하고 좌지우지하는 일도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재판이나 선거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지금부터는 갈등과 대립을 중단하고 미래를 위해 다 같이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그들이 가진 권력과 권한은 국민이 준 것이지 결코 그들 자신의 것이 아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대선 주자나 정치인들은 이 교훈을 한시도 잊지 말고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기 바란다. 그렇게 할 때 국가원수의 구속이라는 아픔을 거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압해도/서효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압해도/서효인

    압해도/서효인 아침에 이모부가 누운 채 돌아가셨다는 소식 있었다. 섬에는 다리가 놓였고 바다를 누르던 앞발도 서럽게 단단하던 갯벌도 천천히 몸을 돌리던 철선도 사라진다. 영구차가 다리를 건넌다. 섬사람이 없는 섬에서 연기가 올라온다. 바다가 다리 밑에서 조용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이모부는 배 농장을 하던 땅과 놀던 땅 모두를 농협 조합장 선거에 갈아 넣었다. 이모부는 즙처럼 누워 쓸쓸히 편했고 압해는 바다를 꽉 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모는 꽉 눌린 생물이 되어 압, 압, 울음을 찾는다. 웃는 것일지도. 그녀의 표정이 바다를 압도하고 있다. “압해는 바다를 꽉 누르고 있다는 뜻이다”라는 구절 때문에 저녁을 전부 뿌연 하늘을 바다 삼아 바라보는 데 써 버린 날이 있다. 저 새삼스런 문장이 무심하게 시 속에 들어왔을 때, 섬 속을 맴돌던 길과 그 위를 빙빙 돌던 삶이 마치 바닷물이 그리는 조용한 원처럼 머물다가 어느 날 놓인 다리를 따라 연기처럼 죽음처럼 흘러나가는 풍경이 보이는 것이다. 사람을, 삶을, 슬픔과 쓸쓸함을 저 섬으로부터 꽉 눌러 짜냈던 것은 무엇일까? 시간일 수도 있고 운명일 수도 있으며 시쳇말로 문명과 자본과 발전의 이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꽉 누르기 위해 섬 양쪽에 자신의 엄지를 올려놓고서는 가까이 견주는 자의 젖은 눈빛이 봄 햇살 속에는 있는 것만 같았다. 이 고통스런 세계를 관장하는 자가 알 수 없는 언어로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 회한조차 아예 없다면 도대체 우리는 생의 어디쯤에서 분노를 쉴 수 있겠는가. 신용목 시인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벌·나비 없고 새가 노래하지 않는 봄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벌·나비 없고 새가 노래하지 않는 봄

    아내가 풀어 놓은 장바구니에서 생소한 상품 하나가 눈에 띈다. 사양벌꿀. 재빠르게 검색해 보니 설탕을 먹은 벌이 만들어낸 꿀이란다. 도시화와 살충제 과다 사용 등으로 꿀벌이 감소하면서 양봉이 어렵다는 뉴스를 언젠가 들은 적 있다.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진다. 설탕 먹은 벌이 만든 꿀은 꿀일까, 설탕일까.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엄청난 뉴스들 틈바구니로 ‘나비’에 관한 이야기도 눈에 박힌다. 지구온난화로 지난 5년 사이 나비 개체수가 34%나 감소했고, 궁극에는 식량난을 부추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나비 감소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지구온난화지만, 도시의 가로수를 소독하기 위해 빈번하게 뿌리는 살충제 때문에 나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농약을 접촉한 나비 유충들은 조직이 액체처럼 흐물흐물해져 1~3주가 지나면 몰살한단다.꽃이 피지 않는, 나비와 벌이 사라진, 더욱이 새가 노래하지 않는 봄을 일찍이 예견한 사람이 있다. “환경운동의 역사이자 현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레이첼 카슨이다. 이제는 고전 반열에 오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코리브르 펴냄)이 출간된 것은 1962년. ‘침묵의 봄’은 한 편의 ‘잔혹 우화’로 시작된다.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던 뒷마당은 버림받은 듯 쓸쓸했다.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아름다운 한 마을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초토화된 후, 더이상 새가 노래하지 않는 봄이 왔다. 생명이 만개할 봄이건만, 꽃은 피지 않았고 벌과 나비도 사라졌고, 그들을 먹이로 삼았던 새들은 더이상 노래하지 않는다. “이런 마을이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미국이나 세계 곳곳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길한 망령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찾아오며 상상만 하던 비극은 너무나도 쉽게 적나라한 현실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50여년 전 미국에서 벌어진 침묵의 봄은 이제 한반도에서도 시작되었다. 벌과 나비가 사라졌으며, 하늘을 덮은 미세먼지는 찬란한 봄을 기억 저편으로 밀어버렸다.카슨이 밝힌 “침묵의 봄”의 원인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다. 곡물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곤충을 잡으려던 살충제는 곤충의 내성만 키웠고, 이내 더 강력한 살충제를 탄생케 했다.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땅은 물론 지표수, 지하수 모두 오염되었다. 오염된 땅에서 오염된 물과 살충제 범벅인 곡물을 먹는 인간은 온전할 것인가. 유독물질은 모체에서 자식 세대로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특히 살충제는 동물실험 결과 “태아를 해로운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방어벽인 태반을 자유롭게 통과”한다. 그래서 카슨은 살충제 오용을 방사능 낙진 위험만큼 위험하다고 경고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침묵의 봄’ 출간 이후 세계 각국이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을 줄였다. 하지만 살충제 사용이 줄었다고 능사는 아니다. 인류가 고안해낸 살충제보다 더 독한 화학물질은, 더하여 탐욕으로 충만한 자본으로 뿌려 놓은 악마적 소산은 이미 도처에 차고 넘친다. 녹색 외투 지구를 파괴하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그것을 막을 방법은 신통치 않다. 카슨의 말을 빌리자면 “고속도로를 달릴 것이 아니라 좀 낯설더라도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 곧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일찌감치 자본이라는 고속도로에 편입된 우리의 몸과 마음은 과연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소군원’(昭君怨)에서 노래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오늘 우리 현실이 되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英 기득권층 키워낸 우익 경제 카르텔

    英 기득권층 키워낸 우익 경제 카르텔

    기득권층/오언 존스 지음/조은혜 옮김/북인더갭/528쪽/1만 9500원포털사이트에서 ‘기득권층’을 검색하면 영어 ‘Establishment’가 가장 먼저 나온다. 영국에서 특히 잘 쓰인다는 영어 표현이다. 왕족, 귀족이 여전하고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를 합쳐 부르는 말) 출신들의 끈끈한 커넥션이 존재하는 영국의 상황을 반영한 듯하다. 새 책 ‘기득권층’은 이 같은 영국 내 기득권층의 세계를 들춰내고 있다. 목차를 보면 대략 짐작이 간다. 정치인 카르텔, 언론 귀족, 갑부와 세금 포탈범 등 대충 일별해도 ‘한 폭의 그림’이 그려진다. 거대한 철벽 안에 소수의 사람이 있고, 그 주변을 검·경과 언론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 말이다. 우리나라 신문 만평에서 흔히 봤던 장면이다. 한데 독특한 게 있다. 제1장에 나오는 ‘선동자들’이다. 이들이 누굴까. 영국 기득권층의 역사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기득권층이 짧은 시간에 확고히 뿌리내리려면 공신이 필요했을 터다. 저자는 이들이 ‘선동가들’(The Outriders)이라 불리는 우익 이론가들이라고 본다.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등의 자유방임주의자들과 자유주의 싱크탱크는 부자 감세와 민영화 등을 주장했고, 거물 사업가들은 이들에게 돈을 기부하며 활동을 도왔다. 여기에 정치인과 언론도 힘을 보탰다. 이 같은 지원을 등에 업고 자유방임주의자들의 사상이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고, 기득권층 역시 구조화됐다는 게 책의 분석이다. 책은 영국의 사례가 중심이다. 영국과 웨일스 땅의 3분의1 이상, 그리고 시골 땅의 50% 이상이 3만 6000여명의 귀족들 손에 있다. 성직자가 자동으로 입법기관에 들어가기도 한다. 영국 초등학교 4개 가운데 하나는 성공회에서 운영하고 성공회 주교는 당연직 상원의원이다. 저자는 이 같은 상황을 뒤집어엎기 위해서는 유능한 ‘우리의 선동자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장점이 많은 책이긴 하나 이 대목은 선뜻 와닿지 않는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민주주의를 보다 앞당길 수 있는 장면들이 몇 차례 있었다. 한데 선동가가 없어서, 이론가가 없어서 우리가 끝내야 할 순간에 끝내지 못했던 건 아니었지 싶다. 영국이나 우리나 현 상황이 탐탁지 않은 건 비슷하다. 하지만 해소, 혹은 완화를 위한 지향점은 좀 달라야 하지 싶다. 예컨대 ‘기득권층’에 대한 개념과 범위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증오사회, 분노사회만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미운 청년 새끼(최서윤·이진송·김송희 지음, 미래의창 펴냄) ‘월간 잉여’, ‘계간 홀로’, ‘캠퍼스 씨네21’ 등 통쾌한 비판의식과 유쾌함을 갖춘 독립잡지 편집장들이 대한민국 청년들의 오늘을 생생하게 중계한다. 360쪽. 1만 4000원. 현대건축(케네스 프램튼 지음, 송미숙 옮김, 마티 펴냄) 건축이 사회 개혁을 향한 열망을 담고 있다는 믿음이 생겨나고 퍼져나가고 좌절된 뒤 또 다른 가능성을 찾는 현대 건축의 역사를 통찰한다. 840쪽. 3만 3000원. 수컷들의 육아분투기(아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수정 옮김, 윌컴퍼니 펴냄) 수컷이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해마, 수컷 혼자 애를 키우는 에뮤 등 육아 잘하는 수컷에게 자식 사랑의 지혜를 배운다. 232쪽. 1만 4000원. 불타는 얼음(송두율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낙관과 비관 그리고 또 낙관의 열린 과정을 ‘불타는 얼음’이라 지칭하는 경계인 송두율의 자전적 에세이. 396쪽. 1만 8000원. 빠리 정치 서울 정치(최인숙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올해 대선을 치르는 한국과 프랑스의 첨예한 정치, 사회 현상을 비교하며 우리 사회가 개선할 부분을 짚어나간다. 296쪽. 1만 5000원. 지리산 호랑이(정수인 지음, 어문학사 펴냄) 역사소설을 써 온 선원 출신 작가가 남한 땅에서 멸종된 줄 알았던 호랑이가 나타나 온 나라를 들끓게 한다는 설정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풀어낸다. 396쪽. 1만 4000원.
  • 1080일만에 항구로 돌아온 세월호… 6일 뭍으로

    1080일만에 항구로 돌아온 세월호… 6일 뭍으로

    반잠수식 운반선(화이트말린호)에 실린 세월호 선체가 31일 오후 1시 전남 목포신항에 도착해 ‘마지막 여정’을 끝냈다. 출항 1080일 만에 항구로 돌아온 것이다. 세월호는 오는 6일 운반선에서 내려져 땅으로 옮겨질 예정이다.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화이트말린호는 이날 오전 7시 출항해 예정보다 1시간 30분 빠른 오후 1시쯤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새벽부터 비가 내렸지만 파도가 1m 이내로 잠잠해 속도를 더 냈다.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브리핑에서 “세월호 선내 유류혼합물 제거와 배수 등의 준비 작업을 거쳐 6일쯤 세월호를 육상에 거치할 것”이라면서 “거치 작업이 끝나면 방역과 선체 안전 조사 등을 거쳐 선체정리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수습자 수습은 세월호 인양의 가장 큰 목적”이라면서 “효율적인 수색과 조속한 수습은 해수부와 세월호선체조사위가 공동으로 지향하는 가치이기에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세월호의 객실 부분을 잘라내 바로 세우는 ‘객실직립 방식’의 수색과 관련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수색 방식 변경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색 시기에 대해서는 “미수습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을 최우선으로 수색할 수 있도록 선체 진입로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명확한 수색 개시 날짜는 내놓지 않았다. 앞서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오는 10일쯤 미수습자 수색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장수습본부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해경 직원 등으로 신원확인팀이 꾸려졌다. 목포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日 “독도는 일본땅” 영토 왜곡 의무교육 확정

    日 “독도는 일본땅” 영토 왜곡 의무교육 확정

    외교부·교육부 성명내고 ‘즉각 철회’ 촉구 일본 정부가 31일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영토 왜곡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학습지도요령’을 최종 확정했다. 이날 관보를 통해 공개된 학습지도요령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 과목에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했다.일본은 이미 2008년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2014년에는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현재 초·중·고교 교과서 사회 교과서 대부분이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점에서 학습지도요령과는 다르다. 학습지도요령은 초·중·고교 교육 내용에 대해 문부과학성이 정한 기준으로 통상 10년 단위로 개정되며, 수업 및 교과서 제작 과정에서 지침 역할을 한다. 그만큼 학교 교육에 영향을 주고, 구속력을 갖는다. 현행 학습지도요령은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해서는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도록 하고 있지만, 독도나 센카쿠열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이번 개정안은 일본의 영토를 다루는 초등학교 5학년 사회에서 ‘독도와 센카쿠열도, 그리고 북방영토를 일본의 영토’라고 하도록 명시했다. 중학교 사회의 지리 분야도 같은 내용을 담되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과 분쟁을 겪는 센카쿠열도에 대해서는 ‘영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교육하도록 했다. 공민 분야에서는 ‘일본이 독도와 북방영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과 ‘센카쿠열도는 영유권 문제가 없다’는 점도 포함시켰다. 지난주 교과서 검정을 통해 고교 사회과 전 과목에서 독도의 일본 영유권 주장을 담도록 한 데 이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학습지도요령에도 사상 처음으로 이를 명기함으로써 독도와 북방영토를 분쟁 지역화하려는 시도가 역력히 드러났다. 외교부와 교육부는 이날 각각 성명을 내고 일본에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외교부는 통상 일본에 항의할 때 동북아국장이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이번에는 이정규 차관보가 스즈키 히데오 총괄공사를 ‘대사 대리’ 자격으로 불러 항의하는 방식으로 강도를 높였다. 교육부는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함께 외국 교과서의 동해·독도 오류를 바로잡는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을 강화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6월쯤 일본에 시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서울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바다에서 2달 간 표류한 어부, 이끼 먹으며 극적 생환

    바다에서 두 달 가까이 표류된 한 젊은 어부가 극적으로 구출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필리핀 어부 롤란도 오몬고스(21)가 바다에서 표류된 지 56일 만에 구조돼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파푸아뉴기니쪽으로 3000km 떨어진 작은 배 위에서 발견됐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21일 오몬고스와 그의 삼촌 레니엘(31)이 필리핀 남코타바토주 인근에서 어업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당시 오몬고스는 모선에, 삼촌은 낚시선에 승선했는데 1월 10일 강풍이 불어닥쳐 서로 떨어지게 됐다. 5일 후, 배의 연료까지 바닥나자 오몬고스는 엔진을 배 밖으로 던져 체류기한을 연장했고, 큰 파도에 휩쓸릴 뻔한 상황도 모면해 나갔다. 하지만 악전고투 끝에 삼촌이 배고픔과 체온 저하로 먼저 사망하고 말았다. 그는 며칠 동안 삼촌의 시체를 배 위에 붙들어 뒀지만, 냄새가 나기 시작해 결국 물 속에 흘려보냈다. 자신이라도 살아남아야 했기에 그는 배위에 표류하며 빗물과 배 선체에서 자라는 이끼만 먹고 갈증과 굶주림을 버텼다. 그 과정에서 몸무게가 41kg이나 빠져 20kg을 조금 넘을 정도였지만, 때마침 인근을 지나던 일본 선원들에 의해 구조돼 고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그는 “신에게 삼촌을 잘 돌봐달라고, 부디 내가 꼭 살아남아 다른 친척들에게 이 소식이 전해질 수 있도록 기도했다”면서 “집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 스스로 되뇌이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생존 소감을 밝혔다. 이어 "삼촌을 잃어서 슬프지만 가족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이 일을 계기로 배 위에 다시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비행기 놓쳤다고 국제공항에서 노숙한 남자 화제

    비행기 놓쳤다고 국제공항에서 노숙한 남자 화제

    "내 비행기가 떠났다고? 그럼 나 여기서 살래" 비행기를 놓친 외국인관광객이 이런 말을 내뱉고 공항에 살림(?)을 차린다면 어떨까. 믿기 힘들지만 브라질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독일 국적의 스테판 브로드(44)가 브라질 상파울로주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에 내린 건 지난해 12월.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비행기에 오른 그는 브라질을 경유해 미국 뉴욕행 비행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다시 좌석을 잡고 뉴욕으로 가려 했지만 항공사에서 "승객 과실인 만큼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 하자 브로드는 미국행을 포기했다. "그럼 여기에 눌러 앉지~" 브로드의 공항 노숙은 이렇게 시작됐다. 공항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그는 곧바로 골칫거리가 됐다. 남자는 걸핏하면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이나 항공사 직원에게 위협적인 시비를 걸기 일쑤였다. CCTV에 확인된 사건만 최소한 7건. 경찰이 달려가면 그는 "권투선수가 아니라 사람을 때리지 않는다. 여자에겐 손도 대지 않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대들었다. 공항 직원은 "워낙 덩치도 큰 사람이라 시비를 걸면 겁을 먹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브라질 당국이 적절한 대응을 못한 건 무비자협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입국한 관광객이었기 때문. 말싸움을 이유로 추방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가족을 찾아 연락을 해봤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브로드가 조현병(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다. 아마도 약을 먹지 못해 그런 짓을 하는 것 같다"며 그를 데려가지 않았다.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에서 무법자 행세를 하며 노숙한 브로드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브라질 땅을 밟은 지 정확히 3개월 만에 브라질 당국이 기다렸다는 듯 그를 강제 송환한 것. 그때까지 나몰라라 손을 쓰지 않았던 독일영사관에선 직원 3명을 함께 비행기에 태웠다. 비행기에 오르는 브로드를 지켜본 한 공항 직원은 "남자가 쓰레기통을 뒤져 끼니를 해결했다"며 "조국으로 돌아가 잘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CCTV 캡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작대기로 뭐 이런 운동 하나 했는데… 내가 캐디 됐시요”

    “작대기로 뭐 이런 운동 하나 했는데… 내가 캐디 됐시요”

    “앨버트로스요? 그거 혹시 새 이름 아닙네까?” “저런~ 김 동지님, 공이 거저 물에 빠졌네요.” 봄을 시샘하는 ‘반짝 추위’가 물러가고 따뜻한 햇볕이 골프장 앞마당의 목련 꽃봉오리를 쓰다듬던 지난 28일 경기 안성시 보개면의 골프존카운티 안성H 골프클럽. 고객의 골프백을 카트에 옮겨 실으며 라운드 준비를 하던 라세하(36·이하 L)와 김예은(25·이하 K)은 서로를 마주보며 어제 일이 어이없다는 듯 한참을 깔깔댔다. L과 K는 북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고향을 등지고 남한에서 ‘새터’를 꾸린 북한 이탈 주민이다. 둘은 골프존유원그룹과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탈북민의 사회 정착과 일자리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2015년부터 시행한 이른바 ‘탈북 주민 캐디 만들기’의 세 번째 수료생이다. 골프존유원그룹은 첫해 1기생 4명을 배출한 이후 지난해 2기생 5명에 이어 올해 8명 등 모두 17명을 전국 5개 골프존카운티 골프장에 정식 캐디로 배치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시작된 3개월 동안의 교육을 마치고 22일부터 정식 ‘캐디’로 일해 꼭 일주일째다. 8개월 전 부모, 두 명의 동생과 함께 자란 양강도 혜산 땅을 빠져나와 비교적 일찍 남한의 ‘직업 전선’에 뛰어든 K는 골프의 ‘ㄱ’ 자도 모르는 쑥맥이었다. 한두 번 TV에서 지나가는 그림을 보다가 “뭐하러 작대기 들고 저런 운동을 하나?” 하고 받아 주는 사람 없는 핀잔을 날리던 터였다. 이제까지 북한에서 아는 운동이라곤 축구와 아이스하키뿐이었다. K, 첫날 초짜 고객 덕에 9㎞ 뛰어 말투에는 아직 북한 억양이 남았지만 영락없는 남한의 20대 초반 젊은이다. “보기가 뭔지, 버디는 또 뭔지 알지도 못하는 판국에 교육 도중에 강사 선생이 앨버트로스를 묻더라구요. 예습하다가 책에서 본 기억이 확 떠올라 ‘그거 새 이름 아닙네까’ 하고 소리를 질렀죠”. 그러나 호기당당하게 첫 라운드에 나선 날 호되게 ‘신입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하필 ‘머리를 올리러’ 온 초보자가 포함된 팀에 배정된 것. 한 라운드 18홀을 걸어서 돌게 되면 보통 7㎞ 남짓 되지만 K는 그날 9㎞ 이상을 걸었다. 평지는 뛰어다니고, 숨이 차도록 언덕을 넘어다녔다. 새 공을 써도 될 법한데 기어코 잃은 공을 찾아 달라는 ‘고객’의 한마디에 해저드 너머 낭떠러지 같은 내리막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루 전 L에게 들은 농담이 떠올랐다. “개월별 캐디의 특징이 있다는데 말야, 이거 귀신처럼 맞는 것 같아. 초보 1~2개월 캐디들은 일단 친절하고 고분고분해. 게다가 잘 뛰기까지 하지. 4개월까지는 클럽을 두 개씩 갖다 준대. 고객의 비거리를 모르다 보니 채는 전해 줘야겠고…. 그래서 두 개를 갖다 주는 거야. 6개월쯤 되면 엉뚱한 공을 찾아다 준대. 건방기가 솔솔 들기 시작하고 나름 꾀도 생기는 거지. 그러다 1년이 지나면 먼 산 보면서도 제 공 잘 찾고, 골프채도 1개만 갖다 주게 돼. 그동안 내공이 붙은 거지. 2년쯤 된 캐디들은 아예 고객의 휴대전화까지 빌려 쓸 정도까지 이르게 된다네. 비로소 경지에 오른 거지. 내일 잘해 보자구~.” 어떻게 5시간을 보냈는지 모를 ‘왕초보’ K는 남한에서 처음 벌어 보는 12만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쥐었다. 채 마르지 않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하루 18홀 한 번만 돌지만 본격적인 시즌을 맞으면 오전·오후 두 번을 돌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오늘 수입의 곱절을 벌게 된다. 일주일에 네 번만 그렇게 하면 한 달에 400만원쯤 거뜬하게 벌 수 있겠다고 셈하면서 뛰느라 뻐근해진 다리를 주물렀다. “동지님, 공이 물에 빠졌습니다” 띠동갑 언니뻘인 L은 탈북 13년째인 고참이다. 북한의 핵실험지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함경도 길주 출신인 그는 부모님을 고향에 두고 혼자 중국으로 넘어가 7년 동안 살다가 남한에 둥지를 튼 지 올해로 6년을 맞았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중국어를 3년 동안 공부해 나름 경쟁력도 갖췄지만 골프에 관한 한 초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은 남북한 언어의 정서 차이에서 온 실수였다. 탈북 전까지 군 생활을 하던 L은 라운드에 투입된 첫날 덤불 속으로 들어갔다고 판단한 공이 옆의 해저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나자 당황한 나머지 “동지님, 공이 물속에 빠졌슴다” 하고 소리쳐 4명의 동반자를 아연케 했다며 웃었다. 또 두 번에 나눠서 가야 하는 거리를 “두 번에 꺾어 쳐야 하는 거리”라고 말해 주위를 갸우뚱하게 했다는 L은 “남한에 살다 보니까 외래어가 낯설기 일쑤인데, 가장 심한 게 골프”라면서 “특히 북한 말은 너무 직설적인 데다 낯간지러워 상대를 대놓고 칭찬하지 못하는 점을 좀처럼 쉽게 고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늘 北 가족 생각… 돈 벌어야디요 L의 꿈도 K와 닮았다. 돈 많이 벌어서 남한 땅에서 잘사는 것이다. 하지만 고향을 등진 북한 이탈 주민들은 젊든 늙든, 두고 온 가족을 늘 생각한다. L은 “캐디를 하기 전 직장에서 한 달 120만원을 벌었는데 1년에 한두 번 번 돈의 절반을 부모님에게 보냈다. 30%는 중국에 있는 송금 브로커의 몫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체력·시간 투자 않으면 오래 못 해 L과 K는 이제 캐디로서 ‘남한 드림’을 꿈꾸지만 지난 2년 동안 이 골프장을 거쳐 간 탈북 캐디 모두가 그 꿈을 계속 좇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골프존에 따르면 첫해 캐디 과정을 수료한 4명 가운데 지금껏 절반인 2명만 남았다. 지난해에는 5명 가운데 1명만 캐디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골프존 관계자는 “이제 남한과 북한 청년들의 삶에 대한 의식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 “캐디란 게 단기간 돈을 벌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체력은 물론 버는 돈만큼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유지하기 힘든 직업”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프로야구 개막<하> 외국인 투수] 니, 내가 막는다

    [프로야구 개막<하> 외국인 투수] 니, 내가 막는다

    새 외국인 투수들이 최강 니퍼트(35·두산)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31일 대장정에 돌입하는 2017 KBO리그에서 한국 무대를 처음 밟는 외국인 투수는 모두 10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현역 메이저리거나 다름없는 화려한 경력과 구위를 지녀 거센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타도 니퍼트’를 외치며 올해 판세까지 흔들 기세여서 각 팀은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해 10개 구단은 시즌 개막전 최초로 외국인 투수를 모두 선발 예고했고 이들 중 4명이 새 얼굴이다.가장 관심을 끄는 선수는 한화의 새 ‘원투펀치’ 오간도와 비야누에바(이상 34·도미니카공화국)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활약했던 오간도는 180만 달러(약 20억원)에 한국 땅을 밟았다. 그의 몸값은 니퍼트의 210만 달러에 이어 리그 2위이며 새로 영입된 선수로는 역대 최고 대우다. 실제로 그는 시범 2경기, 7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낚으며 무안타 무실점의 위력투를 과시했다. 비야누에바(140만 달러)는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빅리그에서 뛰며 통산 51승55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4.27을 올렸다. 시범 3경기(11이닝)에선 9안타 4실점했지만 다양한 구종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잠실 개막전에서 지난해 다승왕(22승) 등 3관왕으로 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최강 니퍼트와 맞붙는다. 롯데와의 마산 개막전에 나서는 NC 맨쉽(32·미국·180만 달러)도 주목된다. 지난해 클리블랜드에서 월드시리즈에도 등판했던 그는 시범 2경기(8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으며 5안타 3실점했다. 다양한 변화구에 빠른 공까지 뿌려 2015년 다승왕(19승) 해커를 제치고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다. 밴헤켄과 넥센의 ‘원투펀치’로 활약할 오설리반(31·미국·110만 달러)은 빅리그 7시즌을 뛰며 13승23패, 평균자책점 6.01을 기록했다. 빼어난 성적은 아니나 경험이 풍부하고 150㎞를 웃도는 빠른 공을 던진다. 넥센이 처음으로 용병 1명에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할 만큼 기대가 크다. 그는 시범 3경기(11이닝) 동안 8안타 4실점(1자책)했고 삼진을 무려 14개나 솎아내 기대에 부응했다. SK와의 문학 개막전에 등판하는 kt 로치(28·미국·85만 달러)는 빅리그를 경험한 우완 정통파다. 시범 3경기(15이닝)에서 16안타 6탈삼진 5실점했다. 하지만 ‘퀄리티스타트’에 2승을 챙겨 ‘깜짝’ 활약이 기대된다. KIA 팻딘(30·미국·90만 달러) 역시 시범 3경기(12와3분의1이닝)에서 삼진 12개를 잡으며 6안타 3실점(2자책)해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삼성 1선발로 꼽히던 현역 빅리그 출신 레나도(30·미국·105만 달러)는 시범경기 부상으로 당분간 볼 수 없게 됐다. 시범 무대를 가볍게 통과한 이들이 본 무대에서 몰아칠 바람의 강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원금 2배 현금 드려요” 판치는 청약통장 불법 매매

    “원금 2배 현금 드려요” 판치는 청약통장 불법 매매

    명의 이전 쉬워 현장 적발 불가능 정부 단속 건수·규모 파악 못 해 “인기지구 직접 특별단속해야” “청약통장에 들어 있는 원금의 2배를 현금으로 드릴게요.”●임신·자녀 있으면 100만원 더 줘 30일 청약통장 가입자를 가장해 전화한 기자에게 청약통장 불법 매매 브로커 A씨는 “동사무소에서 만나 주민등록등·초본 등 서류를 건네주면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통장값을 지불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심지어 “임신을 했거나 자녀가 있으면 (58㎡ 이하 아파트 청약 시) 가산점이 붙으니 100만원을 더 얹어 주겠다”고 했다. A씨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 가족 수 등을 꼼꼼하게 물었다. “청약통장 거래는 불법 아니냐”고 물으니 “다들 이렇게 한다. 조용히만 처리하면 문제 될 게 하나도 없으니 생각하고 전화 달라”고 답했다. 오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건설업체들이 4월 조기 분양 물량을 쏟아 내는 가운데 불법 청약통장 매매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사전 적발의 어려움만 호소할 뿐 불법 거래 규모는커녕 단속 건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리서치회사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오는 4월 분양 물량은 2만 9361가구로 지난해 4월(2만 6427가구)보다 11.1% 늘었다. 2000년 이후 4월 물량을 비교할 때 2015년(4만 2973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대선 여론조사 지지도가 높은) 야당 부동산 정책의 경우 가계부채, 전월세 관련 규제책 등이 중심이다 보니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불안 요소가 큰 하반기보다 봄 성수기로 분양을 당기는 것 같다”며 “과천 지식정보타운 등 인기 지역이 (청약통장 불법 매매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자 모두 벌금 또는 징역형 처벌 통상 브로커들은 청약통장을 구매한 뒤 필요한 사람에게 통장을 재판매해 수수료를 챙긴다. 혹은 구매한 청약통장으로 인기 단지에 직접 청약을 넣고, 당첨되면 분양권에 웃돈을 붙여 팔아 전매차익을 남긴다. 2013년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 불렸던 마곡·발산지구 분양 이후 부동산 시장에 큰 호재가 없어 청약통장 불법 매매는 한동안 수면 밑에 있었다. 당시 청약통장의 거래가격은 800만~1000만원 정도였다. 청약통장 매매는 거래 당사자, 알선한 자, 광고 행위를 한 자 모두 처벌 대상이다. 적발되면 거래 당사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공인중개사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의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단속 건수나 시장 규모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매업자들이) 대포폰을 사용하는 까닭에 현장 적발이 쉽지 않고, 현장에서 불법 거래를 한 통장인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며 “지자체나 지방경찰청 등에 협조 요청을 하고 수사 의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환 부동산학회 연구실장은 “전매 규제가 강화됐지만 전매 전 단계에서 사고파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음성적인 시장이 존재한다”며 “단속이 쉽지 않더라도 정부는 분양 인기 지구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특별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미와 부, 남성성의 기준이 ‘불룩한 배’인 나라

    미와 부, 남성성의 기준이 ‘불룩한 배’인 나라

    아름다움을 ‘생존’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보디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미는 색다르다. 다이어트와 성형에 몰두하는 우리와 달리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배 둘레를 키운다. 지난 29일(현지시간)영국 데일리메일은 '남성의 커다란 배 둘레가 부의 척도이자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믿는 에티오피아 남성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매년 여름이면 에티오피아의 오모 계곡에서 부족민들간에 경쟁이 벌어진다. 6개월의 시간동안 가능한한 뚱뚱해지려고 하는 보디족 남성들. 그들은 반년 동안 체중을 늘리기 위해 신선한 우유와 소의 피 외에는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다. 그 기간에는 성관계를 가지지 않고, 집을 떠나기도 한다. 매일 아침 아녀자들은 우유와 피를 항아리나 대나무 통에 담아 부족 남성에게 배달한다. 대회에서 허리둘레가 가장 큰 남성에게 주는 상은 없지만 대신 명예와 자부심을 얻는다. 배와 허리 둘레가 크면 클수록 부족 여성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남성으로 여겨진다. 보디족 남성들이 집착하는 선발대회는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켈(Ka‘el) 축제의 일부다. 모든 가정의 미혼남이 도전할 수 있으나 결혼을 해 아이가 셋인 남성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의식이 치러지는 당일, 부족 남성들은 오두막에서 나오기 전 몸에 흙이나 재를 바르며 치장을 한다. 사진작가 에릭 라포르그는 “보디족에게 소들은 신성한 존재라서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피는 창살로 소의 혈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서 얻고, 필요한 만큼 뽑고 나면 흙으로 그 구멍을 막는다”고 말했다. 에릭은 “뚱뚱한 남성이 온종일 우유와 피를 마신다. 특히 첫 잔은 해가 뜰 때 마신다”면서 “날벌레가 들어가더라도 피가 응고되기 전에 빨리 마셔야 한다. 그러나 모두 들이키지 못해 뱉어내기도 한다”고 말을 이었다. 슬프게도 켈 축제와 보디족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은 에티오피아 정부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전국 각지로부터 30만명의 사람들을 부족의 땅에 이주시킬 계획이다. 당분간 부족은 자신들의 방식을 계속 고수할 예정이며, 매년 6월 열리는 켈 축제 역시 전통 양식대로 열고 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연관검색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