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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 션샤인을 따라간 안동의 두 정자

    미스터 션샤인을 따라간 안동의 두 정자

    드라마에서 눈에 익숙한 풍경이 어딘지 궁금하던 차에 역사다큐에 연산군과 무오사화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만휴정이라는 이름이 번뜩 떠올랐다. 스파트폰으로 “만휴정”을 검색해보니 ‘미스터 션샤인’ 촬영장소라는 제목으로 우르르 정보가 쏟아진다. 같은 안동에 ‘고산정’도 함께 나온다.실제로 그 경치가 신선놀음하기 딱 좋은 곳이라 두 정자를 소개하는 것도 괜찮다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평일 낮시간에 갑자기 가려니 동행을 못 구해 혼자 청승을 떨었다. 우리 전통조경은 마치 바람이 씨를 뿌린 듯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그 대표적인 곳이 창덕궁의 후원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순리라 분수를 만들지 않았다. 나무와 꽃은 땅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제 위치라 분재를 만들지 않았다. 우리 건축물 중 자연 속에 있는 정자는 조경에서 나무의 위치가 그렇듯 그렇게 자연스러운 위치에 지어졌다.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되어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을 듯한 위치에 앉아있다. 그래서 그 정자에 가지 못해도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아쉬움이 없다.안동에 있는 두 정자 역시 산을 오르다 멀리서 보고 지나쳐도 자연 속의 일부라는 느낌을 주는, 마치 화룡점정을 찍은 듯하다. 만휴정(晩休亭)은 글자 그대로 느지막이 쉬는 정자다. 무오사화로 친구 김종직과 제자들을 잃은 후 청렴과 강직함으로 많은 정적이 생겨 각종 모함으로 출사와 파면을 반복하던 보백당 김계행이 낙향해서 70이 넘어 지은 정자다.이이와 이황의 계보를 따라가면 김종직이 있고 김계행은 김종직과 뜻이 제일 잘 통하는 친우며 학문적 교류도 많았으니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고 이이와 이황에게도 그의 영향이 있었으리라. 소나무와 바위가 많아 송암계곡이고 만휴정 아래의 폭포이름 또한 송암 폭포다. 폭포의 아래쪽에서 보면 마치 낙수장(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한 폭포위의 집)을 연상시킨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기 5분 후에 송암폭포를 만난다. 멀리서 보기 아까워 계곡으로 내려가면 폭포 위에 떠 있는 듯 정자가 하나 보인다. 그 순간 관심은 폭포에서 정자로 옮겨간다. 50여 미터를 더 오르니 만휴정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소박하게 숨어있다.만휴정이라는 푯말이 없어도 폭포와 너럭바위가 궁금해서 들어가 볼 수밖에 없는 진입로다. 진입로를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나무에 가려졌던 풍경이 드러나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예쁜 또 하나의 폭포가 보이고 폭포 아래 계곡을 건너는 날렵한 다리와 건너편 정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누구라도 영화를 찍고 싶을 만한 경관이다. 다리 앞에 서니 난간도 없이 겨우 한 사람 지나갈만한 반듯한 통나무 다리는 마치 대문에 꽂힌 듯 방향성이 뚜렷하여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딛게 한다. 좀 여유가 생기는 것은 다리의 끝이 대문과 살짝 비켜있고 몇 단을 올라 서서 문이 있다. 아마도 의도적으로 여유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드라마속 유진초이가 고애신에게 ‘나와 같이 러브하지 않겠냐’는 대사가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라 화면 속에 잘 녹아들어 있다. 좁고 높은 다리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에 대한 암시가 있는 듯하다. 김계행이 내려다보며 두 젊은이의 사랑이 시작되는걸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겠다 싶다.정자 자체는 소박하다. 소박한 주인공이 예뻐 보이는 걸 방해하지 않을 만큼 간결한 다리를 만든 사람은 참 배려심이 많은 사람일 듯하다. 정자는 정면이 여덟자 세 칸 합이 스물네자 7.2m에 측면 역시 여덟자 두 칸 열 여섯자 4.8m의 소박한 정자다. 여섯 간 중 뒤 협간 두 간이 방이고 네 간은 마루며 정면 세간은 기단 없이 기둥을 지반에 직접 내려 누각의 효과를 높였다. 뒤로 돌아가 정자에 오르니 물소리 새소리에 주변은 온통 녹색이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폭포가 보이고 왼쪽에는 폭포에서 떨어지기 직전 겁에 질린 물줄기가 바위 뒤로 숨는 것이 보인다. 뒤의 양쪽 협간에 방을 꾸몄다. 앞뒤 간 두 개의 대들보에 동자주를 얹어 가운데 기둥을 건너지르는 종보를 건 조금 색다른 양식이다. 평일 낮시간에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것을 보니 이제 방안에 비가 새어 흉한 모습은 곧 고쳐지겠지 싶다.고산정은 이황의 제자 금난수가 지은 정자로 그 절경에 시가 저절로 나오는 곳이라 스승인 이황을 비롯한 많은 학자가 이곳을 찾아 함께 시를 짓고 학문적 교류를 하던 곳이다. 가송마을을 지나니 작은 다리가 하나 놓여 있다. 다리를 건너 왼편으로 하천을 따라 가다보면 고산정의 왼쪽 면이 보인다. 정자 옆의 절벽과 강의 풍경에 정자가 살짝 파고들어 제 집인양 앉아있다. 가송마을과 낙동강 가송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으며 청량산을 오르는 길목에 위치한다. 자연석 축대를 높이 쌓아 정자를 만들었다. 전면 세 칸에 측면 두 칸의 정자에 왼쪽 후면은 처마 밑을 달아내었다. 정자의 마루는 높지 않고 마루의 모든 변을 판문으로 막았다. 강 건너 적벽바위 옆 정자는 그 풍경을 더 아름답게 한다. 자연 속에 짓는 건축은 이런 것이다. 자연경관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녹아들어 하나가 되는 건축이어야 한다. 많은 화가가 고산정의 풍경을 그렸으며 정자 안에는 이황을 비롯한 당시 내 노라 하는 문호들이 이곳에서 쓴 시들이 걸려 있다. 이 정자 역시 같은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는 곳이다. 강 건너 나루터에서 애신과 유진이 배를 타고 가마로 출발하는 곳이다. 이곳과 가마터로 나오는 만휴정은 실제 한 시간 거리지만 드라마에서는 마치 고산정이 만휴정인 듯 보인다.칸 수는 전면 세 칸에 측면 두 칸이라 멀리서 보면 만휴정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한 간의 폭이 조금 넓고 뒤 간의 한쪽 방을 처마 밑으로 달아내었다. 전면의 판문을 열면 강이 보이지만 문이 없는 만휴정에 비하면 개방감이 떨어진다. 두 정자를 보면서 우리 건축문화유산이 현대의 문화를 만나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니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의 장소를 찾아낸 제작진의 심미안에 박수를 보낸다. 안동에 있는 이황의 묘역을 찾아 인사하는 것으로 두 정자의 기행을 마친다.글: 최세일 한건축 대표
  • 청와대 불상 원래 위치 경주로 옮겨 질까?

    경북 경주시의회가 3일 청와대 경내의 통일신라시대 석조여래불상(청와대 불상·보물 제1977호)의 경주 반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주시의회는 이날 236회 1차 정례회를 열고 한영태 시의원이 제안한 ‘청와대 소재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반환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청와대 관저 뒤쪽에 안치된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은 일제 강점기인 1913년 부당한 권력에 의해 경주 남산에서 서울 남산 조선총독관사로 옮겨졌다”며 “이 불상은 총독관사가 1927년 현 청와대 자리로 이전하면서 함께 옮겨져 현재까지 그 자리에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총독부 자료에 따르면 경주 남산 아래 도지동 절터에 있던 것을 일본인 오히라가 총독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했다는 문서가 있고 현재 불상 앞 표지석에도 경주 남산에서 옮겨왔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며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가치가 있다”며 반환을 요구했다. 이 불상은 9세기 통일신라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108cm, 어깨너비 54.5cm, 무릎 너비 86cm의 크기로 균형잡힌 신체적 특징과 조각적 양감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불상은 드물게 사각형 연화대좌(蓮華大座)를 갖추고 있는데, 편단우견(偏袒右肩·한쪽 어깨 위에 법의를 걸치고 다른 쪽 어깨는 드러낸 모습)과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왼손을 무릎 위에 얹고 오른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 손 모양)을 한 형태는 경주 석굴암 본존상과 닮았다. 본래 경주에 있었지만, 1913년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이 머물던 서울 남산 총독관저(왜성대)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930년대 현 청와대 위치에 새로운 총독관저가 만들어지면 이 위치로 옮겨졌다.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때는 1974년이다. 불상을 받치던 중대석과 하대석은 손실됐으나 나머지 부분 보존 상태는 괜찮은 편이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당당하고 균형 잡힌 모습과 풍부한 양감이 인상적이고 통일신라시대에 유행한 팔각형 대좌 대신 사각형 연화대좌가 있어 독창적이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공관 뒤편을 산책하다 불상 가치를 재평가해볼 것을 지시해 올해 4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됐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미운우리새끼’ 김건모 맞선녀, 청순 동안 미모에 김건모 ‘장난기 쏙’

    ‘미운우리새끼’ 김건모 맞선녀, 청순 동안 미모에 김건모 ‘장난기 쏙’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한 김건모 맞선녀가 화제다. 2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김건모가 결혼정보업체에서 주선한 김은아 씨와 맞선을 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맞선 상대와 만난 김건모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는 맞선 상대가 들어오자 연습한 대로 인사를 건네며 의자를 빼줬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이 때 김건모가 꺼낸 것은 드론 국가자격증. 이어 김건모는 “그게 있으면 노후는 별 문제 없습니다”라고 어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상형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김건모는 이상형에 대해 “나랑 같이 놀 수 있는 사람”이라며 “나는 만약에 결혼을 하면 아기를 안 낳고 싶다. 결혼해서 애 안 낳고 둘이 여행 다니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진지하게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맞선 상대 역시 “20대 때는 사실 외모를 봤던 것 같다. 키도 컸으면 좋겠고. 흰 셔츠에 청바지가 어울리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외면보다는 정말 내면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라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후에는 김건모를 응원하기 위해 이무송과 태진아가 맞선에 투입됐다. 이무송과 태진아는 맞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태진아는 “두 사람이 결혼할 경우 귀농하고 싶다고 하면 시골에 있는 내 땅을 주겠다”라며 김건모를 적극 돕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김건모는 평소와 달리 진지한 모습으로 맞선에 임했다. VCR를 통해 김건모의 맞선 장면을 지켜보던 패널들은 장난기 없는 김건모의 모습에 “진짜 마음에 드나 보다”라며 기대를 품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불거진 사법농단과 독일의 ‘법 왜곡죄’

    [이종수의 헌법 너머] 불거진 사법농단과 독일의 ‘법 왜곡죄’

    재판의 당사자가 돼 법정에 서는 처지가 누구라도 결코 편치 않다. 재판을 떠맡는 법관과 법원은 사법권을 행사한다. 법원 스스로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재판 기능을 담당할 뿐이라고 때로 항변하지만, 법원의 판결로 개인의 소중한 자유와 재산, 심지어는 생명까지 박탈될 수 있으니 실로 무서운 국가권력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사법권은 오늘날의 국민주권주의하에서 입법권, 집행권과는 달리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그래서 더 자기절제와 공정성에 헌신하는 국가권력이어야 한다. 사법과 법원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지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가 차마 입에 담기조차 주저되는 재판거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이 늘 그렇듯이 헌법은 사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지 않게끔 수동적인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사법권은 재판 당사자의 적법한 소제기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작동한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현재의 사태는 법원이 자신에게 소명으로 주어진 재판과 사법권을 무기로 스스로 능동적인 권력이 돼 상고법원 설치 등 원하는 바를 이루려 했다는 점에서 가히 경악할 일이다. 2008년에 있었던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행한 법원의 숱한 ‘권력형 오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반성하는 도덕적 용기와 자기 쇄신의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고, 그저 피해자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았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성난 민중들의 원성은 부르봉 왕가만을 향하지 않았다. 이후 앙시앙레짐(구체제)으로 상징되던 부패사슬의 한쪽에 이른바 ‘법복귀족’(noblesse de robe)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습직이고 심지어 매관매직의 대상이기도 했다. 혁명 이전에 그나마 시도됐던 일부 개혁 법안들이 이들 법복귀족의 저지로 무산되기 일쑤였다. 당시 황제의 칙령이라도 고등법원에서 이를 공포해야만 비로소 효력을 가졌는데, 법복귀족들이 장악한 고등법원이 이 공포권한을 방패로 삼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끝까지 고집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1779년에 있었던 ‘방앗간쟁이 아놀트 사건’이 유명하다. 아놀트라는 사람이 지역의 어느 귀족으로부터 방앗간을 빌려서 생계를 이어 왔는데, 다른 귀족이 자신의 땅에다 큰 저수지를 만들고 나서는 시냇물이 말라서 더이상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게 됐다. 수입이 없는 아놀트가 밀린 방앗간 임차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그에게서 방앗간을 빼앗는 재판이 시작됐다. 그런데 마침 공교롭게도 재판장이 아놀트에게 방앗간을 빌려준 바로 그 귀족이었다. 재판 결과는 짐작하듯이 뻔했다. 억울한 방앗간쟁이는 후대에 독일 최초의 계몽군주로 일컬어지는 당시 프리드리히 2세 황제에게 직접 탄원서를 올렸고, 딱한 사정을 접한 황제는 다시 재판해 아놀트의 손해를 배상해 줄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법원은 재판에서 같은 판결을 거듭 반복했다. 화가 난 황제는 불의하게 재판하는 법관들이 도적떼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야단치면서 이들을 당장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체포된 법관들은 그저 법률에 충실했다고 강변했다. 현행 독일 형법 제339조는 우리에게는 없는 특별한 범죄로 ‘법 왜곡죄’를 규정하고 있다. 즉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 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하는 데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법 조항은 앞서 언급한 ‘방앗간쟁이 아놀트 사건’이 있고 난 뒤 형법전에 삽입됐다. 우리도 모든 공직 범죄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직권남용죄’와는 별도로 이 ‘법 왜곡죄’가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를 두고 최근 법원 내부에서 판사 비리 수사가 확대되면 법원이 회복 불능의 위기에 처한다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인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 제기된다. 썩어 가는 환부가 있으면 과감하게 도려내야 비로소 환자가 사는 법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오래전에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대했던 법관의 진정한 모습을 다시 되새겨 본다. “재판관은 살아 있는 정의(正義)라고들 하니, (분쟁이 있어서) 재판관에게 간다는 것은 정의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 [색다른 인터뷰] 열심히 독립운동했던 유일한 왕손… 아버지 의친왕은 재평가돼야 한다

    [색다른 인터뷰] 열심히 독립운동했던 유일한 왕손… 아버지 의친왕은 재평가돼야 한다

    “어머니인 의친왕비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조의 마지막은 늘 비극으로 끝났다. 대한제국 왕실의 비운은 당연히 겪어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라’라고 말씀하신 게 아흔이 다 돼서야 받아들여져요. 아버지 의친왕의 잘잘못을 역사가 정확하게 평가했으면 합니다. 그게 제 마지막 바람이에요.” 조선 왕조의 ‘마지막 왕녀’ 이해경(88) 여사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이 여사는 지금 한반도의 상황이 조선왕조 말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어떤 연유에서 이 같은 생각을 떠올릴까 궁금했다. 이 여사는 고종 황제의 친손녀다. 아버지 의친왕은 고종의 다섯째 아들이다. 순종 다음 서열이었으나 일제의 견제 등으로 동생인 영친왕에게 황태자 자리를 빼앗겼다. 동생인 영친왕이 철저하게 일본식 교육을 받은 것과 달리 의친왕은 독립운동에 적극적이었다. 독립운동가와의 접촉이 잦았으며, 1919년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탈출하려고 기도했다가 만주에서 일제에 발각돼 송환되기도 했다. 의친왕은 일제로부터 도일을 강요받았지만 거부하며 항일정신을 사수한 왕족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8·15 독립 이후 이승만 정부가 망국(亡國)의 책임을 물으며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만들었다.이 여사는 “일본과 청나라, 러시아 등 세계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국가의 미래를 바로 세우려 했던 고종 황제나 의친왕과 비슷한 고민을 문재인 대통령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생각한 대로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결과’는 ‘운명’이고 우리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친왕의 13남 9녀 중 다섯째 딸이다. 세 살 때 생모와의 이별, 서울 종로구 관훈동의 사동궁(의친왕부·義親王府) 생활, 그리고 8·15 광복, 이어진 6·25 전쟁, 1956년 가혹한 현실을 피하고자 선택했던 도미(渡美) 등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인생 여정을 보냈다. 특히 그는 순탄치 않은 노년을 보낸 아버지 의친왕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듯했다. 이 여사는 “아버지가 매일 술에 빠져서 살았다는 일제에 의한 역사적 오류가 아직도 그대로”라면서 “항일정신이 강했던 아버지는 일제의 핍박과 삼엄한 감시가 본격화되면서 매일 술집에 다니는 척해야 했다. 그래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의친왕이 1905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이토 히로부미가 대통(大統) 계승을 권유했지만 한마디로 거절했고, 1919년 중국 상해(상하이) 임시정부로 탈출을 시도하는 등 독립운동을 열심히 했던 유일한 ‘왕손’”이라면서 “의친왕의 열정과 행동은 반드시 재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떠난 지 62년, 26살의 꿈도 많고 한도 많았던 앳된 여인에서 이제 미수(米壽)를 넘긴 ‘호호 할머니’로 변한 조선의 마지막 왕녀인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일제 치하에서 의친왕에 대한 기억은. -아버지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사동궁을 찾았다. 그때마다 노래와 춤으로 아버지를 즐겁게 해드린 기억이 있다. 특히 길러주신 의친왕비(이하 지밀 어머니)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궁 밖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의 대외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다. 어린아이가 말을 옮길 수 있어서 조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 역사 문헌 등을 보면 퍼즐처럼 맞춰지는 일들이 있다. 어렸을 때 갑자기 일본 경찰들이 집 주변에 늘었다든지, 해방 직후 김구 선생과 김규식 선생이 사동궁을 찾았던 일 등이 기억난다. →그렇다면 의친왕의 독립운동 행적은 어떻게 아는가. -미 컬럼비아대학 한국학과 사서로 27년간 일하면서 많은 한국 역사책과 자료를 접했다. 거기서 아버지의 흔적을 많이 찾았다. 또 유학 오신 한국 학자들이 나에게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와 자료가 있는 미 도서관 등을 알려줬다. 미국에서 한국의 근대사를 공부했다. →여자로서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있었을 텐데. -맞다. 어렸을 때는 상당히 컸던 것 같다. 그런데 당시 역사 자료 등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심정과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게 됐다. 어쩌면 미국 생활이 아버지와 나를 연결해 준 것 같다.→누구나 인생에 굴곡이 있겠지만 특히 더 했던 것 같다. -한때는 드라마처럼 ‘궁’에서 호강하며 살았다. 어렸을 때 시녀들이 ‘공주마마’라고 부르며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 줬다. 하지만 8·15 독립 이후에 ‘왕족’이 ‘망국의 원흉’으로 인식되면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친북 인사로 몰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미국에 온 지 62년이 지났다. 한국을 몇 번 찾지 않았다고 알려졌는데. -맞다. 사실 떠나면서 다시는 한국 땅을 밟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당시 왕족이라는 굴레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사회에 대한 반감 등 때문에 한국에서 도망치듯 미국으로 건너왔다. 정말 안 가려다 생모가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19년 만인 1975년 한국을 다시 찾았다. →1950년 중반에 미국 유학은 흔치 않은 일이다. 왕족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닌가. -당시 망국(亡國)의 책임을 물어 왕족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었다. 한국전쟁 당시 아버지와 지밀 어머니 등 가족들이 먹을 쌀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지밀 어머니가 나의 혼수품으로 주신 비단을 팔아서 연명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8군의 도서관에서 일할 때 친하게 지냈던 데이비드 스트릿맨이라는 군인의 아버지가 도와줘서 미 유학이 가능했다. →미국 생활은 어땠나. -비행기 값을 마련하고자 지밀 어머니가 사 주신 야마하 피아노를 팔았다. 비행기 표를 사고 남은 돈 80달러를 가지고 무작정 미국으로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했던 것 같다. 다행히 텍사스의 메리 하딘 베일러대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모두가 반대했던 미국행이라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한국과 연락도 끊었다. 사실 도움을 요청할 곳도, 도와줄 사람도 마땅히 없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말과 방학에는 식당과 백화점, 보육원 등 가리지 않고 일했다. 먹고살기 어려웠다.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아무도 내가 조선의 왕녀인 것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어도 누가 쳐다보지 않았다. →의친왕비가 자신의 호적에 이 여사만 올리는 등 총애를 받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생모, 낳아 주신 어머니는 어떤 분이었나. -3살 때 헤어진 생모를 10년 후인 13살 때 화신상회(현 종로 제일은행 본점 자리)에서 만났다. 그 이후로 또 거의 본 적이 없다가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잠시 같이 지냈다. 생모는 박금덕 여사다. 그는 당시 국회의원 선거에 나올 정도로 정·재계의 마당발로 소문난 여성이었다. 의친왕이 한눈에 반할 정도의 미모에 당찼던 것 같다. 내가 궁 생활을 힘들어 했던 것이 자유분방하고 당찬 생모의 성격을 닮아서인 듯하다. →일부에서 ‘공주’라는 호칭을 붙이기도 하는데. -그건 분명히 잘못이다.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국호가 바뀌면서 고종 임금님이 황제가 되고, 왕자인 아버지와 그의 형제들이 의친왕, 영친왕 등으로 봉작됐다. 그러니까 나는 왕자의 딸이지, 왕의 딸이 아니다. 그래서 나에게 ‘마지막 공주’라는 호칭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내 밑으로 여동생들은 궁 생활을 하지 않았고, 위로 언니들은 돌아가셨다. 그래서 ‘마지막 왕녀’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인연을 못 만나서 그런 것 같다. 물론 결혼할까 고민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릴 자신이 없었다. 망설이다 기회를 놓쳤다. 복잡했던 우리 가정사를 보면서 행복한 가정을 꿈꿨는데, 막상 선택의 순간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내가 힘이 미약하고 나서는 것을 싫어해 숨어 있었지만, 일제에 의해 왜곡·날조된 우리의 역사를 되찾는 일에 대한민국이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나도 미력이나마 돕고 싶다. 글 사진 뉴욕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이해경 여사는 누구 -1930년 고종황제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 다섯 번째 딸로 출생. -1933년 생모인 박순덕씨 곁을 떠나 ‘궁’으로 거처 옮김. -1946년 경기여고 졸업 -1950년 이화여대 음악과 졸업 -1953년 미8군 사령부 도서관 사서 근무 -1956년 미국으로 유학 -1959년 미국 텍사스 메리 하딘 베일러대 졸업(성악 전공) -1969년 컬럼비아대 동양학도서관 한국학 사서 취직 -1996년 컬럼비아대 동양학도서관 한국학과장 정년퇴직 -현재 뉴욕의 컬럼비아대 근처 작은 아파트에서 독신으로 살고 있음.
  • 마사회, 4번째 경마장 조성 가속도

    연내 설계 착수… 2023년 개장 목표 10년째 지지부진한 한국마사회의 제4경마장(경북 영천 경마공원) 조성 사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경북도는 2009년부터 영천시 금호읍 성천리 147만 9000㎡ 땅에 조성 중인 영천 경마공원을 2023년 개장하기로 한국마사회와 합의했다고 2일 밝혔다. 마사회는 연내에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마사회는 당초 영천 경마공원 일괄 조성 계획을 변경, 단계별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업 계획안 변경은 경북도·영천시가 경마공원 유치 당시 30년간 레저세 50%(1000억원 상당)를 감면해 주기로 하고는, 관련 법규(지방세특례법)로 인해 이를 지킬 수 없어 수익성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마사회 측은 설명했다. 1단계 사업은 1992억원을 투입해 경마장과 관련 시설을 소규모로 짓는 것이다. 마사회는 레저세 감면의 걸림돌인 지방세특례법이 개정되면 1065억원을 투입해 2단계로 시민 위락시설(공원)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경북도와 영천시는 이미 영천 경마공원 조성을 위해 예산 1037억원을 투입했다.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지방세특례법을 조속히 개정해 영천 경마장이 당초 계획대로 건설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금천구 “땅꺼짐 주변지반 안정”… 주민 불안은 여전

    일부 주민 “신축 공사 당장 중단해야” 대규모 땅꺼짐 사고가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신축 건물 공사 현장의 정밀 안전진단을 맡은 한국지반공학회가 공사 현장 주변 지반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금천구는 사고 현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귀가해도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천구는 2일 가산동 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전문가들이 계측기 측정값을 분석한 결과 이상 징후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지반이 안정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주민들은 자택으로 입주가 가능함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시 복구작업은 수요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나 월요일 비로 인해 1∼2일 지연될 수 있다”면서 “임시 복구공사 완료 후에도 주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별도의 숙박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시행사인 알파하우징과 시공사 대우건설은 공동사과문을 발표했다. 일부 주민은 불만을 나타냈다. 해당 현장의 공사를 당장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4시 38분쯤 가산동 한 아파트 인근 공사장과 도로 주변의 땅이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 규모로 함몰됐다. 이 사고로 이 아파트 주민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고 공사장 축대가 무너졌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금천구 “땅꺼짐 주변지반 안정”…주민 불안은 여전

    금천구 “땅꺼짐 주변지반 안정”…주민 불안은 여전

    대규모 땅꺼짐 사고가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신축 건물 공사 현장의 정밀 안전진단을 맡은 한국지반공학회가 공사 현장 주변 지반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금천구는 사고 현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귀가해도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천구는 2일 가산동 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전문가들이 계측기 측정값을 분석한 결과 이상 징후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지반이 안정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주민들은 자택으로 입주가 가능함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시 복구작업은 수요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나 월요일 비로 인해 1∼2일 지연될 수 있다”면서 “임시 복구공사 완료 후에도 주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별도의 숙박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시행사인 알파하우징과 시공사 대우건설은 공동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4시 38분쯤 가산동 한 아파트 인근 공사장과 도로 주변의 땅이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 규모로 함몰됐다. 이 사고로 이 아파트 주민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고 공사장 축대가 무너졌다. 문제의 공사장은 지하 3층·지상 30층 규모의 오피스텔 건설 공사가 올해 1월부터 진행 중인 곳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불거진 사법농단과 과거의 거울들

    불거진 사법농단과 과거의 거울들

    재판의 당사자가 되어 법정에 서는 처지가 누구라도 결코 편치는 않다. 재판을 떠맡는 법관과 법원은 사법권을 행사한다. 법원 스스로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재판기능을 담당할 뿐이라고 때로 항변하지만, 법원의 판결이 있고서 개인의 소중한 자유와 재산, 심지어는 생명까지 박탈될 수 있으니 실로 무서운 국가권력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사법권은 오늘날의 국민주권주의 하에서 입법권, 집행권과는 달리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그래서 더욱 자기절제와 공정성에 헌신하는 국가권력이어야 한다. 사법과 법원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지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사태가 차마 입에 담기조차 주저되는 재판거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이 늘 그렇듯이 헌법은 사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지 않게끔 수동적인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사법권은 재판 당사자의 적법한 소제기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작동된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현재의 사태는 법원이 자신에게 소명으로 주어진 재판과 사법권을 무기로 삼아 스스로 능동적인 권력이 되어서는 상고법원 설치 등 원하는 바를 이루려 했다는 점에서 가히 경악할 일이다. 2008년에 있었던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행한 법원의 숱한 ‘권력형 오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반성하는 도덕적 용기와 자기쇄신의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고, 그저 피해자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았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에 성난 민중들의 원성은 부르봉 왕가만을 향하지 않았다. 이후 앙시앙레짐(구체제)으로 상징되던 부패사슬의 한쪽에 이른바 ‘법복귀족(noblesse de robe)’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습직이고 심지어 매관매직의 대상이기도 했다. 혁명 이전에 그나마 시도되었던 일부 개혁법안들이 이들 법복귀족의 저지로 무산되기가 일쑤였다. 당시 황제의 칙령이라도 고등법원에서 이를 공포해야만 비로소 효력을 갖는데, 법복귀족들이 장악한 고등법원이 이 공포권한을 방패로 삼고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끝까지 고집한 때문이다. 그래서 그 자신이 또한 법복귀족인 몽테스키외는 권력분립원리를 밝힌 저서 ‘법의 정신’에서 법관을 ‘법률의 단순한 입’으로 제한하고자 했다. 즉 법관은 법전에 적혀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할 뿐이지 해석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후 나폴레옹은 1804년에 근대 최초의 성문 민법전을 만들면서 해석금지령이라는 칙령을 덧붙였다. 법관의 자의적인 법해석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또한 독일에서도 1779년에 있었던 ‘방앗간쟁이 아놀트 사건’이 유명하다. 아놀트라는 사람이 지역의 어느 귀족으로부터 방앗간을 빌려서 생계를 이어왔는데, 다른 귀족이 자신의 땅에다 큰 저수지를 만들고 나서는 시냇물이 말라서 더 이상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게 되었다. 수입이 없는 아놀트가 밀린 방앗간 임차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그에게서 방앗간을 빼앗는 재판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마침 공교롭게도 재판장이 아놀트에게 방앗간을 빌려준 바로 그 귀족이었다. 재판 결과는 짐작하듯이 뻔했다. 억울한 방앗간쟁이는 후대에 독일 최초의 계몽군주로 일컬어지는 당시 프리드리히 2세 황제에게 직접 탄원서를 올렸고, 이 딱한 사정을 접한 황제는 다시 재판해서 아놀트의 손해를 배상해줄 것을 명령했으나, 법원은 재판에서 같은 판결을 거듭 반복하였다. 화가 난 황제는 불의하게 재판하는 법관들이 도적떼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야단치면서 이들을 당장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체포된 법관들은 그저 법률에 충실했다고 강변할 따름이었다. 이 사건은 사법의 독립성과 관련해서 독일에서 지금도 여전히 논란되는데 당시 귀족들은 황제의 월권을 크게 우려했지만, 다수 민중은 황제의 결정에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현행 독일형법 제339조는 우리에게는 없는 특별한 범죄로 ‘법 왜곡죄’를 규정하고 있다. 즉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서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법조항은 앞서 언급한 ‘방앗간쟁이 아놀트사건’이 있고서 형법전에 삽입되었다. 우리도 모든 공직범죄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직권남용죄’와는 별도로 이 ‘법 왜곡죄’가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불거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에서 최근 법원 내부에서 판사 비리 수사가 확대되면 법원이 회복 불능의 위기에 처한다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인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 제기된다. 썩어가는 환부가 있으면 과감하게 도려내어야 비로소 환자가 사는 법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오래전에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대했던 법관의 진정한 모습을 다시 되새겨 본다. “재판관은 살아있는 정의(正義)라고들 하니, (분쟁이 있어서) 재판관에게 간다는 것은 정의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글: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美넷플릭스, ‘日후쿠시마 원전’ 과장·희화화 논란

    美넷플릭스, ‘日후쿠시마 원전’ 과장·희화화 논란

    미국의 넷플릭스(세계 최대의 드라마·영화 온라인 서비스업체)가 제작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현이 강하게 반발, 구체적인 대응을 계획 중이라고 지지통신이 2일 보도했다. 피해 사실을 과장하고 희화화하는 한편 촬영 과정에서도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게 일본 측이 발끈한 이유다.지지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 방송된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외국인 대상의 후쿠시마 투어에 참가한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현지 제공 음식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언급한다든지, 당국의 허가 없이 출입금지 지역에 잠입한다든지 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프로그램은 데이비드 패리어라는 뉴질랜드 출신 기자가 제작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극의 땅’을 돌며 촬영한 대체로 자극적인 내용의 다큐멘터리 ‘다크 투어리스트’다. 후쿠시마 원전 이외에 카자흐스탄의 옛 핵 실험장과 멕시코인의 미국 밀입국 체험 등도 함께 다루고 있다.영상에서는 패리어를 포함한 외국인 투어 참가자가 도미오카초와 나미에마치 등 원전 사고 피해 지역을 돌아본다. 후쿠시마현은 원칙적으로 출입이 금지된 ‘귀환곤란구역’에 제작진이 막무가내로 잠입해 폐허로 변한 게임센터 내부를 촬영한 것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나미에마치의 한 식당에서는 식탁에 오른 음식에 대해 “방사능에 노출된 재료로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투어 참가자가 방사선 피폭 가능성에 겁을 먹는 모습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버스 이동 중에 방사선량 측정기 수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하자 “이제 돌아가자”며 투어를 중단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에 후쿠시마현은 부흥청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전국에 매년 싱크홀 900건…대형싱크홀도 100건 이상

    전국에 매년 싱크홀 900건…대형싱크홀도 100건 이상

    최근 서울 금천구 아파트 인근에서 대형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주민 2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소동을 빚은 가운데 매년 전국에서 900건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총 4580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3년 898건, 2014년 858건, 2015년 1036건, 2016년 828건, 지난해 960건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최근 5년간 전체 싱크홀 발생 건수의 78%인 3581건으로 나타나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도가 255건(5.6%), 광주시 109건(2.4%), 대전시 84건(1.8%), 충북 82건(1.8%) 등의 순이었다. 싱크홀 발생 원인은 하수관 손상이 66%(3027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관로공사 등 공사로 인한 싱크홀 발생이 31%(1434건), 상수관 손상이 3%(119건)로 뒤를 이었다.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960건의 싱크홀 가운데 크기 1㎡ 미만은 53%(505건), 1∼4㎡ 사이는 36%(344건)이었다. 하지만 크기가 4㎡ 이상인 대형 싱크홀도 전체의 12%인 111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싱크홀을 깊이별로 보면 2m 이상이 41%(395건)로 가장 많았고, 1m 미만 38%(361건), 1∼2m 사이가 21%(204건)로 집계됐다. 싱크홀 발생 주범으로 꼽히는 노후 하수관은 서울 전체 하수관의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하수관로의 48%에 해당하는 약 5000㎞가 3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으로 분류되고, 이 숫자는 매년 평균 260㎞씩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하수도 관련 예산의 30%가량을 노후·불량 관로 개선 사업에 투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한 재원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민경욱 의원은 “매설관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돼 도로 함몰 등 싱크홀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싱크홀 발생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노후 하수관로 정비예산을 확대하는 등 지하공간 관리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의 미국, 빈살만의 사우디…삐걱대는 양국 관계

    트럼프의 미국, 빈살만의 사우디…삐걱대는 양국 관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차기 권력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관계가 복잡미묘하다. 표면적으로 양 정상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의 인권 탄압을 암묵적으로 묵인해 왔다. 사우디가 세계 최고의 원유 보유국이자 중동의 부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좀 더 노골적으로 사우디의 편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사우디를 방문해 “우리는 사우디에 (인권) 강의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인간이 돼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종교 의식을 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며 인권이 사우디와의 외교적 의제가 아님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3월 즉위 후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빈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양국 관계가 매우 거대하고 진정으로 깊다. 사우디가 약속한 투자를 모두 이행하면 그 규모는 4000억 달러(약 42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버락 오바마 전 정부에서는 불편한 관계였지만, 지금은 역대 가장 강한, 대단한 우정을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두 지도자는 대(對)이란 제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등 역내 이슈에서도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뉴스위크 최신호는 “양국을 잇는 끈이 부식되고 있다”며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국은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 전쟁에 큰 부담을 느낀다. 최근 사우디가 예멘 통학버스를 폭격해 어린이 40명 등 50명을 살해한 사건이 치명적이었다. 반면 사우디는 원유 증산, 자금 지원 등 미국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답하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6월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 원유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루 50만 배럴을 증산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증산은 없었다. 결국 유가가 다시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올초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북부 지역의 재건과 관련 사우디에 40억 달러와 치안유지군을 지원을 요청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그러나 1억 달러를 지원하고, 병력은 내주지 않았다. 전 사우디 주재 미국대사인 채 프리먼은 “사우디는 우리를 더 이상 믿을 수 있는 보호자로 보지 않는다”라면서 “관계의 끈이 끊어졌다”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비록 적성국이지만, 사우디는 이란과의 핵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우디는 무기 공급자를 다각화 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영국, 러시아, 중국, 터키 등서 무기를 수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가 11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구입에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빈살만 왕세자는 계약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금천구 “싱크홀 아닌 토사유출…오늘 재발 가능성 90% 이상 없어”

    금천구 “싱크홀 아닌 토사유출…오늘 재발 가능성 90% 이상 없어”

    31일 갑작스러운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해 주민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던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와 관련해, 금천구청이 추가 문제 발생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금천구청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의 통합지원본부 지휘소에서 브리핑을 열어 “외부에서 흙을 가져와 쌓아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흙막이 벽채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며 그런 이후 건물에 대한 영향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이 위촉한 토질 분야 외부 전문가는 내달 3일 또 비 소식이 있다는 지적에 “흙을 단순히 앞에만 쌓는 것이 아니고 흙막이 벽채의 밑부분까지 쌓은 다음 위를 채우는 것”이라면서 “(비에) 소실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구청 측은 “싱크홀이라기보다는 ‘흙막이 붕괴에 따른 토사 유출’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면서 “오늘 저녁에 또 무너질 가능성은 90% 이상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건축구조 부분을 맡은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건물(아파트)에 크게 이상 징후는 안 보인다”면서 “하루 정도 더 지켜본 다음 이상 없다고 판단되면 정밀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파트 건물의 기울기는 허용오차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구청장 명으로 공사를 중지했고, 입주자 대표와 협의해 정밀 안전진단 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면서 “임시복구 작업은 1∼2개월 소요될 것이며 이후 공사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나기 전부터 주민들이 구청에 공사장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는 지적에 대해 구청 측은 “일반 우편으로 왔고 처음에는 환경과로 갔다가 환경과가 건축과로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사고가 난 공사현장을 맡은 대우건설 관계자도 브리핑에 나와 “지반을 뚫고 내려가는 과정에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 이를 역으로 돌리고 있다”면서 “현재 파악한 바로는 건물의 추가 변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가 나기 전 새벽에 현장에서 ‘쿵쿵’ 소리가 들렸다는 주민 주장과 관련해 대우건설 측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죄송하다는 말이 먼저”라면서 “현재 나름의 안전성이 보이지만 구청 입장에서는 과학적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복구공사 외의 공사는)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경찰 조사가 별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인허가 관련 문제가 있다면 그것도 포함해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리핑에는 대피한 주민들도 참석해 구청과 대우건설 측의 답변에 항의하기도 했다. 유 구청장 발언 이후 한 주민은 “공무원들 정신 좀 차리기 바란다. 저희가 월급 드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땅이 꺼진 현장과 가장 인접한 동에 대한 진단과 사태 파악을 위주로 설명이 이뤄지자 이웃한 다른 2개 동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또 고3 수험생이 있어서 대피소에 머무를 수 없다거나 호텔에 투숙할 예정이니 실비 정산해달라는 요구 등이 이어지자 대우건설 측이 “알겠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4시 38분쯤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건너편 공사장과 일방통행 도로에서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 사각형의 땅이 꺼졌다. 이 사고로 이웃한 아파트 2개 동 주민 200여 명이 대피했고 공사장 축대가 무너졌으며 아파트단지 주차장도 내려앉아 차량 4대가 견인됐다. 문제의 공사장은 지하 3층·지상 30층 규모 오피스텔 건설 공사가 올해 1월부터 진행 중인 곳이다. 소방당국·금천구청 등은 장비 42대와 인원 195명을 투입해 현장을 수습하고 안전조처를 하고 있다. 구청은 주민센터와 경로당 등을 주민 임시 대피소로 지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광주수영선수권대회 해외 홍보 본격 시동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해외 홍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31일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유럽수영연합(LEN) 마스터즈선수권대회’에서 각국 수영연맹 대표와 참가선수들을 대상으로 광주대회 홍보에 나선다. 조영택 조직위 사무총장은 9월 1일~3일 슬로베니아 크란을 방문해 2018유럽수영연합(LEN) 마스터즈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유럽 각국의 임원과 선수들에게 내년 광주대회를 알리는 등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8월 26일~9월 9일 열리는 LEN 마스터즈선수권대회는 유럽수영연합이 주관하는 대회로 유럽 전역에서 경영·다이빙·수구·아티스틱수영·오픈워터수영 등 5개 종목에 모두 50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조직위는 마스터즈대회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선수·코치를 대상으로 ‘마스터즈 홍보대사 프로그램(peer to peer program)’도 운영한다. 유럽과 아메리카 출신 30명으로 구성될 마스터즈 홍보대사들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이메일, 동호인 미팅, 인쇄물 배포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광주대회 관련 정보도 제공하고 마스터즈 동호인들의 의견과 반응 등을 조직위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조직위는 마스터즈 홍보대사들에게 대회 참가비와 체재비 면제 등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 오는 9월 1일부터 3일까지 경영과 수구 경기가 열리는 슬로베니아 크란 올림픽수영장에 광주대회 홍보관을 설치하고 대회 준비 상황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앞서 광주시의회도 내년 광주대회의 예산 증액과 북한 선수단 참가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상정하는 등 측면 지원에 나섰다.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30일 ‘2019광주수영선수권대회 총 사업비 증액 및 북한선수단 참가 촉구건의안’을 의결해 본회의에서 상정했다. 건의안에는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관련, 총 사업비 538억원이 부족해 대회 준비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정부에 사업비 증액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움튼 평화의 새싹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지나 평화의 땅, 민주의 도시 광주에서 활짝 피어나길 고대한다”며 “북한 선수단, 응원단, 공연단이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서울 금천구 아파트 아찔한 ‘싱크홀’…주민들 “열흘 전부터 조짐”

    서울 금천구 아파트 아찔한 ‘싱크홀’…주민들 “열흘 전부터 조짐”

    주민들 “비 때문 아냐…열흘 전부터 주차장 균열”국토부, 안전 확인 때까지 공사 중단 명령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 대형 싱크홀(땅꺼짐)이 생기면서 주민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31일 오전 4시 38분쯤 이 아파트 인근 공사장과 도로에서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사각형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싱크홀로 아파트 2개 동 주민 200여명이 긴급 대피하고, 2명이 정신적 충격을 호소해 병원에 이송됐다. 또 공사장 축대가 무너지고, 아파트 단지 주차장도 내려앉으면서 차량 4대가 견인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아파트 주민 김모(58·여)씨는 “어제 저녁부터 ‘다다다’하고 지진이 나는 것처럼 소리가 너무 심하게 나면서 잠을 자지 못했다”면서 “새벽에 갑자기 굉음이 들려 집 밖에 나와 봤더니 땅이 무너져 있었다”고 말했다. 싱크홀이 발생한 공사장은 지하 3층·지상 30층 규모의 오피스텔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에는 공사를 하고 있진 않았다. 소방당국은 최근 비가 강하게 내린 것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자정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금천구에는 148.5㎜의 비가 내렸다. 소방당국과 금천구청이 싱크홀과 가장 가까운 아파트 2개 동을 안전진단한 결과 큰 위험 요소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처음 소방당국은 아파트 1개 동이 5도가량 기운 것으로 추정했지만, 현재까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안전진단을 한 동양미래대학 건축과 이수권 교수는 “지하 터파기 공사를 위한 흙막이가 새벽에 무너지면서 도로와 아파트 쪽에 땅 꺼짐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아파트는 땅에 기둥을 박아 지지되기 때문에 토사 유출에 의한 영향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육안상 큰 위험 요소는 없어 보이지만, 계측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정밀조사를 할 예정”이라면서 “아파트 전체 안전 진단은 1~2달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소방당국과 구청은 싱크홀에 흙을 채워 추가 붕괴를 막는 등 임시 조치를 취해 안전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아파트에 이상이 없다는 안전진단 결과가 나옴에 따라 대피했던 주민들의 귀가를 검토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고가 나기 열흘 전 아파트단지 주차장 바닥에 균열이 발생했다며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청이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A씨는 “비가 많이 와서 사고 난 것이 아니다. 이미 열흘 전 주차장에 금이 갔다”며 “공사하면서 계속 소음이 심했고 징후가 있었다. 구청이 졸속으로 오피스텔 인허가를 내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구청에 관련 민원이 접수됐지만 담당 부서는 전날 퇴근 무렵 관련 서류를 받아 확인하지 못했다”며 “정밀 조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보강 조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공사는 당분간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방당국·금천구청 등은 장비 42대와 인원 195명을 투입해 현장을 수습하고 안전조처를 하고 있다. 구청은 주민센터와 경로당 등을 주민 임시 대피소로 지정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공사를 전면 중지하도록 명령했다. 또 사고 현장에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전문가를 출동시켜 기술 지원을 벌이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대형 싱크홀(땅꺼짐)…아파트 주민 150여명 대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대형 싱크홀(땅꺼짐)…아파트 주민 150여명 대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 대형 싱크홀(땅꺼짐)이 생기면서 주민 15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31일 오전 4시 38분쯤 이 아파트 인근 공사장과 도로에서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사각형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싱크홀로 아파트 1개동이 5도가량 기울었고, 소방당국은 76가구 150여명의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이 아파트 단지는 18개동으로 이뤄졌다. 보도된 영상을 보면 지반이 꺼진 부근에 주차된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크게 기울어져 있다. 소방당국은 최근 내린 강한 비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땅이 내려앉은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자정부터 31일 오전 6시까지 금천구에는 148.5㎜의 비가 내렸다. 소방당국과 금천구청은 장비 33대, 인원 131명을 투입해 현장을 수습하고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씨줄날줄] 비밀 접촉/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비밀 접촉/황성기 논설위원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8일(현지시간) 보도한 북한과 일본의 비밀 접촉설이 몇 가지 점에서 흥미를 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타무라 시게루 내각정보조사실 정보관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베트남에서 비밀 접촉을 가졌다. 미국은 이 사실을 일본 정부로부터 통보받지 못하고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보도의 몇 가지 포인트 중 비밀 접촉은 사실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일본의 대북 소식통은 필자에게 “북·일 베트남 접촉은 틀림없다”고 귀띔했다. 기타무라 정보관은 경찰 관료 출신으로 아베 신조 총리의 최측근이다. 그가 외무성을 제치고 대북 접촉에 나섰다면 일본인 납치 문제를 넘어선 의제를 다뤘을 공산이 크다. 즉 아베 총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다. 기타무라의 대화 상대가 남북과 북·미 관계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김영철(노동당 부위원장) 통일전선부장의 직속 부하 김성혜 실장이란 점은 그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일본인 납치가 의제였다면 양측 외무성 창구를 통했을 것이다. 북한이 남포항에서 군사시설을 촬영한 혐의로 구속됐던 일본인 남성을 ‘인도주의 차원’에서 추방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치가 미국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주류였다. 하지만 고위급 베트남 접촉이라는 맥락을 넣고 보면 한동안 얼어붙었던 북·일의 본격 교섭을 앞둔 땅 고르기라는 의미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이 미국에 기타무라 같은 거물 정보맨의 대북 접촉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미 언론의 오보를 가장한 일본 길들이기 측면이 짙다. 총리를 가장 많이 만난 인사로 기록되는 기타무라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지나 해스팰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같은 존재다. CIA 거미줄 정보망이 일본이건 베트남이건 기타무라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 못할 리가 없다. CIA 능력을 잘 아는 일본이 미국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만에 하나 북·일 접촉을 통보하지 않았다고 해도 미국 관리가 불쾌감을 느낀다는 보도는 어색하다. 주권 국가의 외교행위를 일일이 미국이 다 알아야 한다는 태도가 담겨 있는 듯해 뒷맛이 좋지 않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8월 개설이 물 건너갔다. 비핵화와 남북 관계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미국의 견제 탓이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분이 “정부가 남북 일을 하면서 일일이 미국의 허가를 받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탄식하는 걸 들었다. 지금은 북·미가 기싸움을 하는 통에 비핵화가 교착에 빠진 상태다. 그럴 때일수록 남북, 북·일이 움직여 북·미를 추동할 수 있는데도 모든 걸 다 틀어쥐고 꼼짝 말라는 초대국의 오만이 일을 그르칠까 두렵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포토 다큐] 녹슨 포탄서 꽃망울 터져요…매향리로 평화 소풍 갈래요

    [포토 다큐] 녹슨 포탄서 꽃망울 터져요…매향리로 평화 소풍 갈래요

    “영화 동막골에서 주민들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을 모르지만, 매향리에서는 한국전쟁이 끝났는지를 모를 정도로 54년 동안 폭격이 쉼없이 계속되었습니다.” 11대째 매향리에 살고 있는 전만규(62·매향리 평화마을 추진위원장)씨는 무자비했던 폭격의 참상을 증언했다. 54년간의 폭격이 멈추고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상처는 온전하게 치유되지 못하고 마을 곳곳에 아픔으로 남아 있다. 매화향기 가득했던 경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梅香里)에 미 공군 폭격 연습이 시작된 것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이다. 이후 1955년 매향리의 옛 지명인 고온리의 미국식 발음 ‘쿠니사격장’(Koo-ni Range)으로 공식 명명되었다. 사격장은 1968년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행정협정(SOFA)에 따라 2277만㎡의 해상사격장과 125만㎡의 육상사격장으로 확장됐다. 2005년 8월 폐쇄될 때까지 미군은 연간 250일 하루 12시간씩 15~30분 간격으로 포탄을 퍼부었다. 해안에서 750m 떨어져 있던 해상사격 표적물로 사용된 구비섬은 이미 형체가 사라지고 이후 표적물이 된 해안 1500m 지점에 위치한 농섬도 일부만 남아 당시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결혼 후 서울에서 매향리로 이주한 지 28년째라는 김미경(55)씨는 “매일 폭격기가 낮게 날아 폭격하는 모습과 그때 들리던 소음을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며 몸서리쳤다.마을 초입에 자리잡은 매향리역사관은 얼마나 많은 폭격이 마을에 쏟아졌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수거한 크고 작은 포탄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가 하면 목표물이 된 차량에는 벌집 같은 구멍이 나 있다. 녹슨 포탄은 전쟁의 아픔을 알리는 작품으로, 한편으론 생활용품으로 바뀐 모습으로 전시돼 당시 매향리 사람들의 아프고 힘든 일상을 알려주고 있다.평화를 외치는 구호가 여전하지만 2005년 미군 사격장이 폐쇄된 이후 매향리에서는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각종 문화 활동과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쿠니사격장 내에 있는 관제탑은 경기도 제1호 현대건축물 우수문화재로 2016년 등재됐고 부대시설이 있던 일대는 평화기념관이 조성돼 아픈 역사의 교훈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8면의 야구장을 갖춘 화성드림파크는 2017년 완공돼 국내 최대 유소년 야구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의 꾸준한 해안 정화작업으로 농섬에는 검은머리물떼새, 저어새 등 희귀새들이 날아들고 갯벌에서 수확하는 바지락 수입이 작년 50억원을 넘어섰다.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폐허가 된 매향교회는 매향리 스튜디오로 탈바꿈해 문화복합공간으로 각종 전시회와 문화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다음달 8일부터 주민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평화가 허락해준 소풍 in 매향리’란 평화축제가 화성드림파크와 매향리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5월에 착공한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은 사업비 1100억원을 투입해 2020년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는 역사박물관, 야외조각공원, 평화기념관, 평화정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45년째 매향리에서 살고 있는 박순자(71) 할머니는 “평화생태공원이 지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무분별한 개발로 아름다운 자연이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조성됐으면 한다”고 앞으로의 기대를 내비쳤다. 매향리는 아픔과 상처를 넘어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변모해 가는 중이다. 글 사진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차관급 인사 4명] 이석수 국정원 기조실장, ‘우병우 비리’ 前 특별감찰관

    [차관급 인사 4명] 이석수 국정원 기조실장, ‘우병우 비리’ 前 특별감찰관

    이석수(55)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차관급)은 박근혜 정부 시절 특별감찰관으로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처가 땅 특혜 거래 의혹 등 개인 비리 혐의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가 기밀 유출 논란으로 옷을 벗었다. ▲서울 ▲상문고 ▲서울대 법학과 ▲사시 28회 ▲전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법률사무소 이백 변호사
  • 60년 전 묻어둔 비극, 풀꽃이 먼저 싸매주었네

    60년 전 묻어둔 비극, 풀꽃이 먼저 싸매주었네

    저 앞의 끝 간 데 없이 이어진 초지가 평강고원이랍니다. 아직은 닿을 수 없는 북한 땅이지요. 시선을 가까이에 두면 초록빛 철원평야가 다가섭니다. 눈앞의 풍경 중 어디까지가 남한 땅이고 어디서부터가 북한 땅일까요. 철책에서 쉬어 가는 잠자리는, 쩌렁쩌렁 울어 대는 매미는 어디에서 날아온 걸까요. 강원 철원의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은 미답의 땅, 북한을 그려 보게 합니다. 녹색길이 특별한 것은 지뢰구역 철조망 옆을 걷다가 북녘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보다는 생각이, 달뜬 걸음보다는 차분한 사색이 어울리는 길이지요. 북녘을 향한 그리움을 부려 놓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길은 걸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철원은 한국전쟁의 흔적이 또렷이 남아 있는 땅이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은 평화전망대나 제2땅굴 같은 안보 관광지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대열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 해발 362m의 작은 산은 남한 땅과 북한 땅을 가득 품는다. 소이산은 한국전쟁 후 60여년 동안 민간인통제구역이었다. 2010년에 통제구역에서 해제된 뒤에도 지뢰 때문에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었다. 그동안 전쟁의 폭격에 황폐해진 산은 스스로를 치유했고,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은 원시림 같은 울창함을 되찾았다. 그러던 2012년, 철원군과 육군부대가 힘을 합쳐 4.8㎞ 길이의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을 열었다. 길 끝에서 바라보는 북녘 땅은 자연스레 통일의 꿈을 꾸게 한다. 숲길이 주는 미덕도 빼놓을 수 없다. 녹진한 풀 향을 맡고 묵은 낙엽을 밟으며 자연이 낸 길을 따른다. 시간에 맞춰 한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 대개의 안보관광지와 달리, 이곳에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고 바라보고 싶은 만큼 바라볼 수 있다.●전쟁이 남긴 구멍 난 상처 노동당사 철원이 1946년에는 북한 관할구역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노동당사는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북한이 조선노동당 당사로 쓴 건물이다. 늦여름 햇덩이가 내리쬐는 낮에도 건물에는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신축 당시 성금이라는 명목으로 한 리(里) 당 쌀 200가마씩 거두었다는 이야기, 기밀 유지를 위해 공산당원 외에는 건축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공산주의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고문을 당했다는 이야기, 혹은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사람들이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다는 이야기 등이 전설처럼 전해진다. 전쟁 중 폭격으로 건물 대부분이 파괴돼 지금은 네 면의 벽체와 군데군데 골조만 남아 있다. 건물 뒤는 앞보다 훨씬 처참하다. 외벽이 거의 무너져 내려 기다란 파이프가 건물을 지탱하는 상태다. 벽에는 깊게 팬 탄알 자국이 무수하다. 손 한 뼘 되는 간격으로 총알의 흔적이 이어진다. 밤중에 노동당사 주변을 지나는 군인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그곳에 총을 난사했기 때문이란다. 부서지고 구멍이 뻥뻥 뚫린 건물은 남과 북의 서글픈 현실을 말해 준다. 신청 후 단체로 움직이는 철원의 다른 안보관광지와 달리, 노동당사는 민간인통제선 밖에 있어 특별한 절차 없이도 갈 수 있다. 노동당사 맞은편에 소이산이 보인다.●철조망 따라 핀 ‘지뢰꽃’… 소이산 생태숲 아래부터 위로 천천히 고개를 든다. 산수국이 핀 땅, 철조망, 지뢰라고 쓰인 삼각형 표지판, 철조망 안팎을 오가는 잠자리, 새파란 하늘. 숲길 옆으로 철조망이 끝없이 이어진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의 첫 번째 구간은 1.3㎞ 길이의 지뢰꽃길이다. 지뢰와 꽃이라니 얼마나 상반되는 조합인가. 철원 출신의 시인이 쓴 시 ‘지뢰꽃’에서 이름을 따왔단다. ‘지뢰 지대로 출입을 절대 금함.’ 철조망에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붙어 있다. 그렇다. 철조망 안은 아직 지뢰 지대다. 지뢰가 있다 한들 뿌리 내리고 잎을 틔우려는 자연의 생명력을 막을 순 없다. 도심 가로수처럼 때 되면 모양을 가다듬어 주지 않는 데도 철조망 안 수풀은 제 알아서 자라 푸르기만 하다. 어떤 나무는 가로로 누워 자라다가 철조망에 막혀 가지 뻗을 곳을 잃었다. ‘지뢰꽃’의 한 구절이 스쳐 간다. “저 꽃의 씨앗들은/ 어떤 지뢰 위에서/ 뿌리내리고/ 가시철망에 찢긴 가슴으로/ 꽃을 피워야 하는 걸까” 산수국, 벌개미취, 하늘말나리, 노루오줌, 맥문동…. 소담한 꽃들이 철조망 따라 피어나 스산한 마음을 달래 준다.●철원평야 뒤 백마고지까지 파노라마 뷰 두 번째 구간인 생태숲길이 시작되면 철조망이 걷혀 시야가 트인다. 너른 들판에 농촌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지뢰밭을 일궈 세운 대마리 마을이다. 1968년 민간인통제선 북쪽의 농지를 개간한다는 계획에 따라 반공정신이 투철한 제대 군인과 지역 주민들 150가구가 모여 마을을 이뤘다. 농지를 개간하다가 지뢰가 폭발해 팔다리를 잃은 이들도 있다고 한다.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는 마을에는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사연이 있다. 40분 정도 좁다란 숲길을 오르면 마지막 구간인 봉수대 오름길이 나온다. 온통 아스팔트 도로다. 산에 웬 아스팔트 길인가 싶겠지만 이곳에 주둔하던 군인들이 군 작전로로 닦아 놓은 길이다. 소이산은 최근까지 군사적 요지였다. 철원평야를 비롯해 주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지형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치열했다고 한다. 봉수대 오름길은 산으로 따지면 깔딱 고개다. 걷는 맛이 적은 아스팔트 길인 데다가 경사가 가팔라 숨이 가쁘다. 고진감래.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고 묵묵히 걸어 전망대에 오르면 선물 같은 풍경이 기다린다. 너른 철원평야 뒤로 백마고지, 김일성고지, 아이스크림고지 등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전망대 유리판에 지명이 적혀 있어 눈앞의 풍경과 지명을 하나하나 맞춰 볼 수 있다. 낮은 언덕 세 개가 삼자매봉, 삼자매봉 뒤의 봉우리가 백마고지, 저긴 김일성고지, 저 아득한 초원이 평강고원…. 열흘 동안 열두 번의 전투를 하며 심한 포격을 받은 탓에 산등성이가 하얗게 벗겨졌다는 백마고지는 여전히 허옇다. 사람에게나 자연에나 전쟁의 상흔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끝을 알 수 없이 광활한 평강고원 너머 북한의 산 능선이 흐릿흐릿하게 이어진다. 예쁜 꽃도 아니고 눈부신 일몰도 아니지만 그리운 땅이라는 이유만으로 하염없이 바라보고픈 풍경이다. 소이산에 다녀간 이들의 메시지가 전망대 앞 밧줄에 묶여 바람에 나부낀다. “동생과 제가 싸우지 않도록 평화를 주세요. 평화 통일을 이룰 수 있게 해 주세요.” 한 아이에게는 동생과 싸우지 않는 것이 평화다. 한 국가에는 갈라진 두 땅이 하나가 되는 것이 평화다. ‘평화’라는 거창한 단어를 읊조리게 되는 곳, ‘통일’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돌아보게 되는 곳, 이곳은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이다.●시간과 자연이 빚은 주상절리 ‘송대소’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의 출발지인 노동당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송대소가 있다. 30m 높이 현무암이 수직 절벽을 이루고 절벽을 휘감는 물줄기가 깊은 소(沼)를 이룬 곳이다. 절벽은 다각형 기둥으로 뒤덮여 있다. 30만년 전,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식으며 수직 틈이 생겼고, 풍화작용이 일어나며 여러 모습으로 갈라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송대소 주상절리다. 송대소는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저마다의 감흥이 있다. 멀리서는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과 S자로 돌아 나가는 한탄강이 한눈에 담긴다. 절벽이 수면에 비치는 모습은 시 한 수가 절로 나올 법한 풍광이다. 가까이서 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탄강 얼음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계절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한탄강을 걸으면 주상절리의 기이한 모양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4~8각형의 다각형 기둥이 있는가 하면 널빤지처럼 넓적한 판도 있다. 수십만년의 시간과 비바람이라는 자연이 빚은 합작품이다. 내비게이션에 ‘송대소’를 치면 정확한 주소가 나오지 않는다. 멀리서 송대소를 잘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모닝캄빌리지 펜션 옆 나무데크다. 모닝캄빌리지 정원 한편에 나무 계단이 있는데, 시야가 탁 트여 송대소와 S자로 흐르는 한탄강을 훑을 수 있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장명확(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신평화로를 거쳐 평화로와 연신로를 지난다. 신평화로로 가다 소요산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평화로를 따라 25㎞가량 직진한다. 신서교차로에서 ‘철원, 도산리’ 방면으로 우회전하고 연신로를 따라간다. 노동당사삼거리에서 ‘관인, 철원읍사무소’ 방면으로 우회전해 금강산로에 다다르면 노동당사다. →맛집:철원은 유독 매운탕 집이 많다. 물살이 거센 한탄강에서 난 민물고기 맛이 좋기 때문이다. 고석정 입구에 있는 임꺽정가든(455-8779) 역시 민물매운탕을 잘한다. 고석정과 한탄강 등 철원의 명소와도 가깝다. 삼정콩마을두부집(455-9284)은 두부전골, 두부청국장 등 각종 두부 요리를 한다. 가게에서 국내산 콩을 직접 삶고 갈아 속이 편안하다. →잘 곳:한탄리버스파호텔(455-1234)은 고석정, 삼부연폭포 등 철원의 대표 관광지와 가깝다. 게르마늄 온천 사우나와 실내 온천 풀장이 있어 물놀이를 하기에 좋다. 백마고지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학마루 철원펜션(010-6711-0818)은 한탄강에서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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