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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천함 뛰어넘은 실력자…도시를 읽다, 한양을 짓다

    미천함 뛰어넘은 실력자…도시를 읽다, 한양을 짓다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는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로 큰 인기를 끌었다. 앙부일구와 자격루를 발명했던 장영실은 오로지 자신의 재능만으로 노비에서 종3품 고위직까지 올랐던 공학자였다. 동시대에 건축 기술에 큰 성취를 남긴 이는 바로 박자청(1357~1423)이다. 지방 머슴 신분으로 종1품 공조판서까지 올랐으니, 조선 역사상 불세출의 ‘개천에서 나온 용’이었다.●머슴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그의 건축적 업적은 더욱 경이롭다. 한양도성 축성과 청계천 정비 공사를 맡았고, 종로의 시전 행랑을 건설했다. 수도 한양의 마스터플랜을 짠 이가 정도전이라면, 이를 실현한 이는 박자청이었다. 개성의 경덕궁, 서울의 연희궁과 창덕궁 등 궁궐 건축, 모화루와 경회루 등 연회용 건축, 개경사와 연경사 등 사찰 건축, 성균관과 용산 군자감 등 공공시설 그리고 제릉·건원릉·헌릉 등 왕릉을 설계하고 건설했다. 가히 새 나라 조선의 근간인 도시와 건축은 모두 박자청의 손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태생은 극히 미천했다. 젊은 시절 고려 말 무신인 황희석의 가인(家人), 즉 하인이었다. 황희석은 고려 말 왜구 격퇴전과 위화도 회군 등에서 이성계의 친위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 건국 과정에 큰 공을 세워 개국 공신까지 오른 자다. 이 격변의 흐름 속에서 여러 재주와 남다른 충성심을 가졌던 박자청은 이내 이성계에게 발탁돼 측근에서 호위하는 내시가 됐다. 내시라면 환관을 연상하지만, 환관만이 내시가 된 것은 조선 중기 이후의 일이다. 조선 개국 당시 하급 무장이었는데, 당시 군인은 평시에 성을 쌓고 궁궐을 짓는 건설 인력이기도 했다. 박자청은 일찍부터 장인의 솜씨를 발휘했다. 조선 개국 2년 전인 1390년 이성계 일파는 금강산 비로봉에 금동 사리용기를 만들어 바쳤다. 대권 출정을 위한 일종의 기원 행사였는데, 이 사리용기 발원자 명단에 박자청이 등장한다. 아직 하위 무관에 불과한 그가 이성계의 부인 등 초고위층의 이름이 즐비한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이는 그가 사리용기의 실질 제작자였음을 추정케 하는 단서다. 개국 직후 공공 공사를 담당하는 선공감으로 보직을 옮겼고, 곧 선공감사가 돼 본격적인 건축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태종 때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인 공조판서, 서울시장인 판한성부사까지 올랐다. 그가 태조의 능인 건원릉 등 숱한 왕릉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은 땅을 읽고 지형을 살피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건원릉 일대는 이후로도 8기의 왕릉을 더 모셔 동구릉이 됐다. 최고의 명당을 알아본 박자청의 선견지명이었다. 상업용 행랑 881칸을 세워 종로 일대를 일종의 쇼핑몰로 조성했고, 뒷골목인 피맛골을 만들었다. 이 도시 구조는 현재까지 남아 종로의 독특한 경관을 이룰 만큼 도시를 해석하고 조성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박자청은 공예부터 건축은 물론 조경과 도시까지 광범위한 디자인 능력을 가진 전천후 장인이자 행정가였다. ●세계문화유산 창덕궁의 설계자 건축가로서 박자청은 많은 일화를 남겼다. 개성에서 왕위에 오른 태종은 한양 환도를 결정하면서 새 왕궁인 창덕궁 건립을 지시했다. 창덕궁 터는 앞을 이미 종묘가 가로막았고, 뒤는 응봉에서 내려오는 경사지였다. 박자청은 이 도시적·지형적 한계를 오히려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궁궐의 정문은 종묘를 피해 서쪽 끝에 위치했고, 두 번을 꺾어 들어가야 정전인 인정전에 이르도록 했다.가장 창의적인 곳은 바로 인정문 앞마당으로, 안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사다리꼴이다. 역시 앞뒤 지형을 고려한 결과였다. 태종은 공사를 잘못해 마당을 찌그러트렸다고 격노하며 박자청을 옥에 가뒀다. 그러나 곧 풀어 주고 더욱 요직을 맡겼다. 태종이 박자청의 깊은 뜻을 이해했는지 알 수 없으나, 완공된 마당에 들어서 그 숭고한 공간감에는 감동했을 것이다. 창덕궁은 건물들의 자연스러운 배치와 인간적인 공간들로 인해 으뜸 왕궁인 경복궁을 제치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자연 지형과 도시 맥락을 해석해 창의성을 발휘한 박자청의 공로다.태조 때 건설한 경복궁 경회루가 낡아 무너질 지경이 됐다. 태종은 그 수리를 명했다. 박자청은 크고 화려한 3층 누각을 새로 지었고, 주변으로 큰 연못을 팠다.(지금의 경회루는 19세기 말 고종 때 건립한 다른 경회루다.) 태종은 수리만 하랬지 왜 일을 크게 벌였느냐고 야단을 쳤다. 땅이 습해 연못을 파 문제를 해결했고, 기존의 작은 누각은 구조가 약하고 활용하기 불편해 크고 튼튼하게 지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연못에 물을 흘려도 누수가 생겨 채워지지 않는 난관에 봉착했다. 박자청이 물을 모두 뺀 후 특별한 ‘검은 진흙’을 발랐더니 물이 새지 않았다. 새로운 방수재료까지 개발한 것이다. 세종 2년에 태종비인 원경왕후 민씨가 승하했다. 지금의 내곡동에 헌릉을 조성할 책임자 역시 박자청이었다. 그러나 재궁(왕족의 관)을 모시고 한강을 건널 일이 문제였다. 그가 또 아이디어를 냈다. 마전도(현 잠실대교 부근)에 배들을 연결한 뜬다리를 놓자고 했다. 여러 신하가 그러다 물에 빠지면 책임지겠느냐고 반대했다. 이를 무릅쓰고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관철했고, “재궁 행렬이 마치 평지를 밟는 듯하여 …온 나라가 감탄하고 칭찬했다”고 전한다. 도시와 지형을 다루는 식견, 재료와 구조에 대한 전문성 그리고 뛰어난 창의성과 자발적인 판단력을 가진 진정한 건축가였다.●강직한 건축가의 고단한 인생 타고난 재능뿐 아니라 성실함과 강직함도 박자청의 성공 조건이다. 아직 하급 군인으로 궁궐의 당번을 설 때였다. 어느 날 밤 태조의 이복동생이자 당대의 세도가 의안대군 이화가 무단으로 궁궐에 들어가려 했다. 박자청은 단호하게 그의 출입을 막았고, 화가 난 이화는 얼굴에 상처가 날 정도로 폭행을 가했다. 이 사건을 알게 된 태조는 오히려 이화를 나무라고 박자청을 친위 경호대로 발탁했다. 그는 자신의 충정을 알아준 주군에게 더욱 충성해 밤잠을 안 자고 주위를 호위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를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하려는 외골수였다. 왕조의 정치 엘리트를 양성하는 성균관이 불에 타 없어져 하루빨리 복원해야 했다. 건설 책임을 맡은 박자청은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수하의 인부들을 밤낮없이 닦달했고 불과 4개월 만에 완공할 수 있었다. 태종에게 큰 칭찬을 받았지만, 많은 이가 큰 불만을 갖게 됐다. 비천한 신분의 일개 쟁이가 국왕의 총애로 승승장구하니 가뜩이나 눈꼴시던 차, 꼬투리만 잡히면 사사건건 모함과 고발이 빈번했다. 명나라 사신을 접대하는 모화루에 연못을 조성할 때였다. 공사 시작 열흘이 안 됐는데, 비밀 감찰하던 사헌부가 연못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그를 고발했다. 한참을 더 파 내려가 드디어 물길을 찾았는데, 이제는 공기를 지연시켰다고 탄핵했다. 그를 감싸 준 이는 오로지 태종뿐이었다. “박자청은 비록 배우지는 못했으나 오직 부지런하고 올곧다. 종묘사직의 공사는 모두 내가 명하여 이룬 것이다. 어찌 그 자신의 영화를 위해 했겠느냐? …내가 그를 쫓아내더라도 어느 누가 그만큼 대신할 것인가? 경들은 다시는 모함하지 말라.” 태종이라는 진정한 후원자가 없었다면 박자청도, 창덕궁도, 한양도시도 없었을 것이다. 세종조 들어 말년에 여러 시련을 겪었다. 중랑천과 한강이 합수되는 지점에 살곶이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지반이 약하고 물살이 세서 번번이 실패했다. 불가능한 명을 받은 천하의 박자청도 교각만 설치하고 미완성인 채 손을 뗐다. 한양성곽 축성도 명을 받았는데, 솔선해 밤낮없이 공사를 독려하다 오히려 탄핵당해 파직되고 만다. 세종실록을 기록한 책상물림은 그에 대해 “성품이 가혹하고 모질어 용서하는 일이 없었다. 미천한 출신으로 다른 능력은 없고 오로지 토목 기술 하나로 최고위직에 올랐다”고 비판했다. ‘가혹함’이란 시간을 지키고 정확히 시공해야 하는 건축 현장의 엄격함을 혹평한 것이다. ‘다른 능력’이란 아부와 타협의 정치력이 없다는 말이니, 그의 올곧음을 오히려 칭찬한 꼴이다. 탁월한 기술자가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르는 것이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다. 박자청과 같이 큰 건축가는 전문성과 창의성의 재능에 더해 성실함과 책임감까지 대가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를 존중하고 장려하는 사회적 환경이 없으면 너무나 고단한 것이 건축가의 외로운 길이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트럼프 측근 감형 시도 …“바 법무장관 물러나라”

    트럼프 측근 감형 시도 …“바 법무장관 물러나라”

    전직 법조인 1100명 실명 밝히고 성명 “정적 처벌·측근 특별대우는 독재국가” 레이건·부시 정부 인사들도 대거 참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에 대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대통령 심기를 살펴 구형량 축소를 시도하자 법조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000명이 넘는 전직 법조인들이 공개적으로 바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가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반하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렸으며, 법을 자신의 입맛에 따라 적용하는 독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이를 대선 이슈로 부각할 태세다. 1100여명의 미국 전직 검사 및 전직 법무부 관료들은 16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명을 첨부한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바 장관이 (로저 스톤에 대한) 공정한 사법 절차에 간섭한 것을 강력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스톤, 워싱턴 정가서 ‘정치 협잡꾼’으로 악명 이들은 “법조인에게 가장 중요한 명제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특별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 정적을 처벌하고 측근에게 보상하려 법의 힘을 사용하는 정부는 헌법 공화국이 아닌 독재국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바 장관은) 필요하다면 사임하고 미국 국민에게 그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에는 전임 민주당 오바마·클린턴 정부에 몸을 담았던 법조인뿐 아니라 공화당 레이건·부시 정부에서 근무한 이들도 대거 참여, 정파를 초월했다. 30년 이상 근무한 법조인만 120명 이상이었다.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 로저 스톤은 문제의 인물이다. 현재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그는 10대 시절 닉슨 정권을 도와 공작 업무를 담당, 워터게이트 때 최연소 수사 대상에 올라 일찌감치 이름을 날렸고,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 불법 매춘 사건을 조작하는 등 워싱턴 정가에서는 ‘악명 높은 정치 협잡꾼’으로 통한다. 특히 그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만큼 지난 대선 때 트럼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소위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됐고 위증, 조사 방해 등의 7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0일 수사 검사들은 그에게 징역 7~9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끔찍하고 불공정한 처사’라며 트윗으로 비판하자 바 장관의 참모들은 구형을 낮춰 달라는 서류를 법원에 보냈다. 이에 항의해 해당 수사를 진행한 검사 4명이 사표를 던졌고, 법조계의 반발 기류는 빠르게 커졌다. 바 장관은 수습을 위해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에 대한 트윗을 멈춰야 할 때”라며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법무부의 위신은 이미 땅에 떨어진 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톤의 사안을 직접 챙기는 이유는 러시아 스캔들을 다루는 검찰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데다 스톤과의 긴밀한 관계 때문이라는 게 미 언론의 관측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둘은 1980년대 초반 레이건 캠프에서 만나 자주 연락했고, 스톤은 지난 대선에서 러스트벨트(낙후지역) 공략법과 멕시코 장벽 등의 공약을 만들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겼다. 스톤과 함께 정치 컨설팅 기업을 운영했던 폴 매너포트는 “둘의 관계는 워낙 밀접해서 (특정 정치철학이) 트럼프 것인지 스톤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 스톤을 보호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 “바, 의회서 트럼프 스톤 사건 개입 밝혀야”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당장 공세적으로 나왔다. 검사 출신으로 민주당 경선 후보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바 장관이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선서하에 (트럼프 대통령이 스톤 사건에 어떻게 개입하려 했는지) 발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당진·평택시, 서해대교 밑 해상 매립지 두고 ‘2차 전쟁’

    당진·평택시, 서해대교 밑 해상 매립지 두고 ‘2차 전쟁’

    충남 당진시가 경기 평택시와 서해대교 밑 해상 매립지 891만㎡(약 270만평)를 놓고 벌이는 2차 전쟁이 한창이다. 헌법재판소 판결로 당진이 가져간 땅이 행정안전부 장관의 결정으로 평택에 넘어간 뒤 또다시 맞붙은 헌재와 대법원 소송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당진시는 17일 4월 총선 이후 헌재의 선고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해 9월 2차 변론에서 “다음에 최후 선고를 하겠다”고 했다. 헌재 선고 후 대법원 선고도 있을 전망이다. 대법원은 당진시와 평택시로부터 3개씩 현장검증 장소를 제안받은 상태다. 이상문 당진시 해상도계TF팀장은 “대법원이 헌재 선고를 보고 판결하려고 현장검증을 미룬 거 같다”고 말했다.당진시는 충남도와 함께 2015년 5월 대법원에 행안부 장관 결정 최소 소송을, 같은 해 6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대법원에 소송을 낸 것은 개정된 지방자치법 규정에 ‘행안부 장관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서다. 이 팀장은 “광역 및 시군 경계를 놓고 동시에 헌재와 대법원 소송이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2004년 헌재의 선고로 끝난 듯했던 평택·당진항 내 이 매립지 관할권을 둘러싼 두 번째 전쟁은 2009년 4월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촉발됐다. 개정법에 ‘공유수면 매립 등으로 발생한 신규 토지는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관할 결정을 판정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헌재의 선고처럼) 해상의 도 경계선만을 기준으로 매립지 관할을 결정하면 매립지의 건물 소유권이 두 동강으로 분리되는 등 토지 이용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취지였다. 법이 개정되자 평택시는 이듬해 2월 행안부 산하 중앙분쟁위원회에 매립지 귀속 결정을 신청했고, 중분위는 5년 동안의 심의·의결 끝에 2015년 평택시의 손을 들어 줬다. 중분위는 “헌재가 관습법상 지형도의 해상경계선을 인정한 것은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에 대한 절차법이 없을 때 이뤄진 것이지만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절차가 생긴 만큼 관습법의 효력이 사라졌다”며 “주민 편의성, 공사 시공의 경제성, 경찰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택·당진항 매립지의 제방선 위는 당진시, 아래는 평택시로 귀속하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장관이 결정 공고해 당시 매립지 제방 중 28만 2761㎡는 당진시, 67만 9590㎡는 평택시 게 됐다. 현재 당진은 90만㎡가 모두 매립됐고, 평택 쪽은 매립 진척이 늦지만 중분위 결정이 뒤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해상경계선 충남 해상에 조성될 총 891만㎡의 매립지를 가져간다. 기존 헌재 선고대로라면 모두 충남 관할 땅이다. 박민석 당진시 주무관은 “땅을 빼앗긴 것도 억울하지만 이 결정으로 우리가 유치한 매립지 내 기업인 태영크레인터미널과 카길애그퓨리나가 평택시로 넘어갔다. 인허가 등 행정지원을 모두 해줬는데 중분위 결정 직후 열린 카길 준공식에 평택시 사람들만 참여해 당혹스러웠다”면서 “충남과 경기 사이의 아산만 해상경계선 중에 그나마 서해대교 부근이 공정한 편인데 행안부 장관의 결정으로 이 구간 경계조차도 경기도에 유리해졌고 해상경계선은 유명무실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산만 해상경계선은 당진과 2㎞, 경기 화성과 13㎞ 떨어진 국화도가 경기도 관할일 정도로 충남에 불리하게 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진시는 “어민들이 매립지 경계에서 경기도 쪽으로 한참 들어간 해상경계선의 당진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양식장도 운영한다”며 행안부 장관의 결정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중분위가 ‘매립지 진입을 평택에서 한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2025년 당진에서 매립지로 가는 진입로를 건설한다. 지금도 매립지로 가는 거리와 시간은 당진과 평택 간에 차이가 없다”며 “매립지 공장 등도 당진에서 보내는 전기와 가스를 쓴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이나 앞으로도 매립지에는 주민이 살지 않는데 무슨 주민 편의성을 따지는지 모르겠다”면서 “경찰 활동은 국가 사무인데 사고 대응 등에 무슨 관할이 필요하냐”고 따졌다. 또 “이미 헌법재판소 판결로 관할이 정해진 것을 하위법인 지방자치법으로 뒤집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반면 평택시 관계자는 “전국의 수십개 자치단체가 매립지 경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하면 실정에 맞지 않아 이를 바로잡고자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고 그 법에 따라 결정한 게 중분위 결정이다. 해상경계선은 1910년대 만들어진 일제의 잔재로 옛것만 고집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고기잡이도 해상경계선 구분 없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중분위가 사고 대응 능력 등을 따져 합리적으로 결정한 만큼 존중해야 한다”며 “주민 편의성도 거주가 아니라 매립지 주민 이용 효율성 등을 따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택에서 해저터널로 전기 등을 공급할 계획도 있다”고도 했다. 두 지역의 1차 전쟁은 2004년 헌재가 “자치단체 관할구역에 바다도 포함되고, 아산만에는 개발 전에도 관습법상 해상경계가 있었다. 매립지의 도 경계도 국립지리원이 1978년 발행한 지형도상 해상경계선”이라고 선고해 끝이 났었다. 재판관 9명 중 5명이 당진의 손을 들어 줬다. 2000년 당진군(2012년 시 승격)이 심판을 청구한 지 4년 만이었고, 매립지 경계에 관한 첫 판결이었다. 이 전쟁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2000년 충남과 경기를 연결하는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개통을 앞두고 당진시에 ‘도 경계 표지판을 어디에 설치할까’라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시작됐다. 조상 대대로 해상의 도 경계선을 기준으로 어업 관련 등 행정행위를 해온 당진시는 이 즈음 매립지 제방이 ‘평택시 포승면 만호리’로 등록된 사실을 확인하고 그해 9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도계 표지판은 헌재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4년이 지나서야 서해대교 주탑 부근에 설치할 수 있었다. 당진시는 헌재에서 승리하자 매립지를 신평면 매산리에 편입시켜 관할지로 등록했지만 11년 후 중분위 심사와 행안부 장관의 결정으로 기존 주소는 말소됐다. 대신 평택시가 이곳을 포승면 신영리로 등록했고, 당진시는 또다시 반격에 나섰다. 당진시는 2015년 7월 전담 부서인 해상도계TF팀을 신설했다. 이때부터 민간단체 ‘충남도계 및 당진땅 수호 범시민대책위원회’도 매주 월요일 저녁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김종식 상임위원장은 “매립지 입주 기업이 내는 지방세 등도 손실이지만 전통적으로 우리 것인 바다를 메워 만든 땅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게 도리”라며 “두 지역 간 갈등을 헌재의 판결로 끝낸 문제를 중앙정부가 임의로 법을 바꿔 뒤집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수시로 1인 시위에 참여하는 김홍장 당진시장은 “이번 소송과 권한쟁의는 경기도나 평택과의 싸움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본질인 관할구역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결정해 자치권을 침해한 게 핵심”이라고 했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단독] 순간의 실수, 순식간에 빨간줄

    [단독] 순간의 실수, 순식간에 빨간줄

    계도없는 행정편의주의적 처벌국내에서 범죄로 처벌 가능한 조항을 담은 법률은 758개(국회 법제실 현황 기준)에 달한다. 이는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규정한 법률을 뺀 숫자다. 각각의 처벌 조문과 특정범죄가중처벌 조항까지 합치면 범죄 죄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사소한 생활 분쟁이나 비범죄화가 가능한 행정절차 위반 상당수도 집행력을 높이기 위해 범죄화된 법의 현실에 비춰 보면 그야말로 천라지망이다. ●“일상 속 분쟁까지도 기계적으로 처벌” 경미한 범죄를 재판 없이 서류만으로 벌금형을 선고하는 약식명령은 효율적인 사법 제도이지만 동시에 ‘기계적 처벌’ 구조로 전과를 양산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지난해 약식명령 전과자는 48만 6095명에 달한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정환(54·가명)씨는 지난해 종잣돈과 지인들에게 빌린 자금으로 닭 소매상을 열었다. 그는 장사가 잘되지 않자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 인근 노상에서 얼음에 담긴 생닭을 팔았다. 하지만 그의 장사는 2000원짜리 생닭 10마리를 판매한 30여분으로 끝이 났다. 구청 단속반은 그에게 “허가 없이 야외에서 생닭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채증 사진을 찍었다. 그가 서둘러 노점을 정리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벌금이 나올 수 있다는 통보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김씨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20여분 간 경찰 조사를 받고 넉달 후 벌금 70만원이 선고된 약식명령문을 받았다. 해당 구청 관계자는 “축산물은 생계형 장사인 붕어빵, 떡볶이 노점상과 달라 권고 사항이 아닌 경찰 고발 사항”이라면서 “김씨가 얼음 외 별다른 냉동 설비도 없이 생닭을 판매한 건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장 상인들은 “구청에서 경고를 먼저 줬어도 되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벌금 선고 후 수입도 신통치 않았던 장사를 접고 일용직을 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청 단속부터 경찰과 검찰을 거쳐 법원의 약식명령 선고까지 기계적 절차로 처벌이 이뤄진 것”이라면서 “계도의 여지가 있는 데도 행정적 편의주의로 처벌하는 경향이 적지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경찰조사 때 상황 고려했다면 선처도 가능” 부사관 출신인 이지혁(26·가명)씨는 예비군 훈련소집 통지를 받지 못해 200만원 벌금형에 처했다. 그의 죄명은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 원룸에서 고시원으로 이사하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발단이었다. 전입신고 미이행에 따른 과태료는 5만원이다. 이씨는 전차운전병의 후유증으로 제대 후 허리디스크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대형 온라인마켓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그는 디스크 증세가 악화되면서 출근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지자 월세가 싼 고시원으로 이사했다. 이씨는 “주변에서 고시원은 전입신고가 안 된다고 하는 말만 듣고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고시원은 건축법상 숙박시설로 분류돼 원칙적으로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다. 각 지역 주민센터에 입실증명서 등 증명 서류를 제출하면 전입신고를 할 수 있지만 생계가 어려워 언제 거처를 옮겨야 할지 모르는 대부분의 고시원 거주자들은 전입신고 없이 생활한다. 이씨는 예비군 동대의 고발을 받고 경찰에 출두했다. 담당 경찰관은 “벌금액이 30만~40만원 소액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200만원이 선고됐다. 그는 “일주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소송 비용 부담이나 벌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경찰 조사나 약식기소 과정에서 이씨의 치료와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 등이 고려되었다면 사법기관의 재량으로 기소유예 같은 선처가 가능했을 사안”이라고 봤다. ●법을 모른 죄… 누구라도 ‘전과자’될 수 있다 20년 넘게 교단에 서 온 한 과학고 교사 강유상(43·가명)씨는 본인 소유의 땅에 그늘막을 치려고 했다가 산지관리법위반으로 3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강씨는 억울함에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진정서를 내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자포자기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수도권 지역의 임야를 구입한 후 6㎡(약 2평)에 삽으로 직접 평탄화 작업을 하고 배수로를 팠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군청으로부터 산지관리법위반으로 형사처벌이 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본인 소유의 토지라도 산지전용(산지의 형질을 바꾸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강씨는 뒤늦게 “법을 몰랐다”며 원상 복구했지만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상업적 용도가 아닌 개인 사용의 그늘막 설치를 위한 평탄화도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줄 몰랐다”며 “한번의 계도 기회도 없이 곧바로 형사 처벌을 하는 건 과도하다“고 항변했다. 공립학교 교사인 강씨는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규정에 따라 징계 처벌도 앞두고 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탐사기획부 - 안동환 부장,박재홍·송수연 조용철·고혜지·이태권 기자
  • 러시아서 멸종위기 ‘백두산호랑이’ 버스에 치여 숨져

    러시아서 멸종위기 ‘백두산호랑이’ 버스에 치여 숨져

    러시아 연해주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아무르 호랑이(백두산 호랑이) 1마리가 버스에 치여 숨져 현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15일 오후 연해주 크라스노아르메이스키 지역의 한 도로를 운행하던 버스 1대가 아무르 호랑이 1마리와 충돌했다. 사고를 당한 호랑이는 버스와 충돌한 지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호랑이는 태어난 지 4~5개월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됐다. 현지 경찰은 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멸종 위기종인 아무르 호랑이는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등록됐다. 아무르 호랑이의 개체 수는 560∼600마리에 불과하며 이 중 90%가 연해주와 하바롭스크 일대에 서식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야생동물 보호에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멸종 위기종으로 꼽히는 극동표범 1마리가 연해주에서 자동차와 충돌해 다치자 이 표범을 비행기로 모스크바의 대형 동물원으로 옮겨 치료했다.극동표범은 고양잇과 중 가장 개체 수가 적은 동물로, 러시아와 중국의 접경 지역과 연해주, 북한 등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정부는 연해주에 ‘표범의 땅’ 국립공원을 지정, 극동표범을 보호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는 2018년 기록된 극동표범의 개체 수는 113마리(새끼 22마리 포함)였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대성동고분서 금관가야 목곽묘 구조 밝힐 무덤 첫 발굴

    대성동고분서 금관가야 목곽묘 구조 밝힐 무덤 첫 발굴

    경남 김해시는 대성동고분군(사적 제341호)에서 금관가야 목곽묘(덧널무덤·땅을 파고 나무판을 덧대 공간을 만든 무덤) 구조를 밝힐 최초의 무덤이 발굴됐다고 17일 밝혔다. 대성동고분군은 금관가야 최고 지배계층 묘역으로 1990년 발굴이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잠정 목록에 오를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유적이다. 김해 대성동고분박물관은 지난해 12월 9일부터 자체 인력을 투입해 박물관 북동쪽 평지 3700㎡를 대상으로 학술발굴조사를 하고 있다.대성동고분박물관은 이번 발굴조사에서 보전 상태가 가장 온전한 4세기 초반 108호분 무덤을 조사하다 무덤내부를 덮은 목개(무덤 나무뚜껑)를 발견했다. 박물관측은 이 목개는 가야시대 목곽묘 세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최초의 자료로 평가된다고 밝혔다.또 3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107호분은 대성동고분 최초의 왕묘로 평가받는 29호분과 동일시기 무덤으로 가야 형성기 사회상을 파악하는데 중요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외에도 구슬 목걸이, 덩이쇠(鐵鋌), 머리둥근칼 등 가야시대 지배층 유물도 다수 확인됐다.박물관측은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중요 유구(옛 건축 양식의 실마리가 되는 자취)에 대한 학술자문을 얻기 위해 오는 20일 발굴현장에 전문가를 초청해 학술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오는 5월까지 발굴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성동고분박물관은 옛 태광실업 공장과 기숙사 부지가 있던 구간 정비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유구 분포 범위를 확인하는 시굴조사를 해 가야시대 목관묘(널무덤·땅을 파고 나무관을 넣어 흙을 덮은 무덤), 목곽묘, 옹관묘(땅을 파고 항아리 모양 토기에 시신과 여러 물건을 함께 넣은 무덤) 등 70여기를 확인하고 정밀 발굴조사에 나섰다.대성동박물관 관계자는 “앞으로 발굴성과 공개회를 개최해 시민들에게 김해의 우수한 가야문화를 알릴 계획”이라며 “중요 유적과 유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자체 연구인력으로 꾸준히 학술발굴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열린세상] 나의 작은 개에게 묻는다/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나의 작은 개에게 묻는다/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2009년 5월 나는 한 컨테이너 건물 안에 서 있었다. 개 짖는 소리에 귀가 먹먹해졌다. 찌든 냄새가 뿌옇게 피어올라 내 몸에 들러붙었다. 소음과 냄새에 나는 현실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눈앞에 울타리가 보였고 그 안에 흰색으로 짐작되는 꾀죄죄한 작은 개 한 마리가 열심히 울타리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울타리를 뛰어넘어 보호소 관리자에게 뛰어가는 개의 꼬리는 의무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다시 내게로 이끌려 온 작은 개는 나를 한 번 쓱 쳐다보더니, 낡은 소파 위에 배를 드러내고 누웠다. 순간 눈이 마주쳤는데, 오래도록 나는 그 눈을 잊을 수 없었다. 텅 빈 눈이었다. 찌든 회색의 배를 보여 주는 그 작은 개의 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감정도 희망도 다 스러진 눈이었다. 지금 그 작은 개는 내 옆에서 할머니가 돼 코를 골며 누워 있다. 배를 보이기는커녕 도도해졌으며, 자기주장이 강해졌다. 눈에는 이제 많은 감정과 욕구가 담겨 있고, 눈빛 연기로 나를 휘둘러 원하는 것을 노련하게 얻어낸다. 작은 개의 배에 선명하게 새겨진 14㎝ 길이의 조잡한 번식장 불법 제왕절개 흉터는 많이 희미해졌다. 더는 음식을 훔쳐 숨기지도 않는다.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 종합계획안에 포함된 반려동물 보유세가 논란이 됐다. 반려동물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면 세금을 부여할 수 있으나 그 세금은 동물을 반려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목적이어야 한다. 보유세로 유기를 줄이겠다는 야심 찬 포부는 시작부터 잘못됐다. 유기견이었던 내 작은 개의 몸은 번식장 출신답게 만신창이 상태였고 수백만원의 치료비가 들었지만, 나의 선택이니 가치는 충분했다. 내 작은 개를 책임지기 위한 보유세는 얼마든지 낼 수 있다. 하지만 유기한 사람에게는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 묻고 싶다. 번식장에서 벌어지는 학대에 대해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 묻고 싶다. 보유세를 베껴 오기 전에,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강력한 ‘동물복지제도’, 엄격한 반려견 번식 관리와 펫숍 판매금지를 포함한 ‘동물 입양제도’, 그리고 교육과 심사를 받은 후 동물 입양이 가능한 ‘동물 반려 자격 제도’부터 먼저 연구하고 도입해야 한다. 2014년 나는 여주의 한 개농장에 서 있었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그곳에는 끝도 없이 많은 뜬장에 수백 마리의 주둥이가 검은 덩치 큰 누렁개들이 갇혀 있었다. 사방에 검은 그늘막이 가려져 있어서 대낮에도 빛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좁은 뜬장의 구석으로 절박하게 그 큰 덩치를 숨기느라 애쓰는 개의 눈에는 두려움만 남아 있었다. 살아 있었으나 이미 고깃덩이 취급을 받고 있던 개들에게 만연한 학대와 죽음의 공포 그리고 숨 막히는 역한 냄새로, 나는 휴게소에서 먹은 점심을 그대로 게워냈다. 더욱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한쪽 뜬장에 갇혀 있던 어린 강아지들의 아직 채 포기하지 못한 눈빛이었다. 인간 친화적이고 발랄하게 진화해 온 유전자는 이 어린 강아지들에게 가장 잔인한 저주이다. 그 강아지들은 그곳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땅을 밟게 되는 날 도살당할 것이다. 2018년 한 달 만에 개·고양이 식용 종식 국민청원에 21만명이 넘게 동의하자, 농어업비서관은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는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법 시행령에서 개를 가축에 포함하자 반려인연대와 동물단체들은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개 식용 종식 트로이카 법안-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 동물의 임의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그리고 음식쓰레기를 동물 먹이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유기와 학대를 양산하는 판매·구매 시스템과 개 식용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동물복지 종합계획은 쭉정이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개고기를 합법화한다면, 한국은 국제 개고기 관광의 성지로 전락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것이다. 이를 견딜 수 있을까?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국격을 이야기하고 국제리더로 부상하고자 애쓰는 우리에게 걸맞은 타이틀인가? 오늘도 나는 나의 작은 개에게 개농장 뜬장에 갇힌 검은 주둥이의 누렁 개들은 무엇인지 묻는다.
  • “청약 당첨되면 2순위 돼야” 제도 보완 필요 의견 쇄도

    “청약 당첨되면 2순위 돼야” 제도 보완 필요 의견 쇄도

    수십 채 건물주, 100억원 땅 부자도 현행법상 ‘집’만 없으면 무주택자로 아파트 청약가점제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서울신문 보도<2월 11일자 1면> 이후 “청약제도의 맹점을 보완하자”는 수많은 의견이 쇄도했다. 다음, 네이버 등 포털에는 1200건 가까운 댓글이 달리고 누리꾼들은 기사에 지적되지 않은 또 다른 개선점 등을 기자 이메일로 보냈다. 한 50대 남성은 “일반 국민은 평생 한 번 당첨되기도 어려운 청약 1순위 지원자격을 왜 5년마다 반복해서 주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한 번 당첨되면 영원히 2순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누리꾼도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게 ‘평생 당첨 한 번’으로 제한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청약 재당첨 제한 기간은 당첨일로부터 최장 5년에서 10년(조정대상지역은 7년)까지다. 이에 대해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서민층이 청약에서 소형 평수에 당첨됐다가 살림살이가 나아진 몇 년 뒤 ‘평형 갈아타기’ 차원에서 청약을 넣는 것은 투기세력이 아닌 실수요자에 해당한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일생 한 번 당첨으로 1순위 자격을 제한한다면 오히려 분양시장 거래 위축 우려가 생길 수 있어 제한 기간 연장 등 정부가 좀더 세밀한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거주 기간 등을 청약 조건에 포함시키고 주택 이외 자산이나 소득수준을 반영해 진짜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기사에 공감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 남성은 “부친이 작고한 후 형제 7명이 몇 천만원짜리 시골 농가주택을 공동 등기했는데 이것 때문에 1가구 2주택이 돼 사사건건 발목을 잡히고 있다”며 “지방에 집이 두세 채라도 서울 집 한 채의 반값도 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글을 올렸다. 1·2인 가구를 위한 정책 설계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청약에서 불리한 1·2인 가구와 저출산 대비 차원에서 청년임대주택(30만호)과 신혼부부 희망주택(20만호)을 공급하는데 이는 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 등 1기 신도시 전체(29만호)에 버금갈 만큼 지나치게 많은 물량”이라며 “원룸 한 칸 있다고 자녀를 낳는 게 아닌 만큼 지금 공급물량을 줄이고 그 자금으로 방과후교실이나 어린이집을 만들어 실질적으로 양육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北 묻혔던 국군 유해 80구, 70년여 만에 ‘고국 품으로’

    北 묻혔던 국군 유해 80구, 70년여 만에 ‘고국 품으로’

    6·25전쟁 당시 북한 땅에 묻혔던 국군 전사자 유해 80여구가 오는 4월 조국으로 돌아온다. 1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은 올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하와이에 있는 국군 전사자 유해 80여구를 오는 4월쯤 한국 정부에 인도한다. 2018년 10월 미국에서 64구의 국군 전사자 유해를 인도받은 이후 최대 규모다. 유해는 1950년 6월 전쟁 발발부터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전 북한 지역에서 전투 중 산화한 국군 전사자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이 미국으로 인도한 유해 중 국군으로 식별된 유해도 포함됐다. 정부는 전사자 예우 차원에서 공군 특별수송기를 하와이로 보내 유해를 봉환한다. 미국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함경남도 장진호, 평안북도 운산 등에서 북한과 공동으로 발굴한 유해와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인도된 미군 유해 250구 가운데 아시아계 유해를 식별했다. 한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공동 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숫자를 판단할 계획이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6·25전쟁에 참전했지만 무공훈장을 받지 못한 1827명을 찾아 훈장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北 묻혔던 국군 유해 80구 70년여 만에 ‘고국 품으로’

    6·25전쟁 당시 북한 땅에 묻혔던 국군 전사자 유해 80구가 오는 4월 조국으로 돌아온다. 16일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은 올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하와이에 있는 국군 전사자 유해 80여구를 오는 4월 한국 정부에 인도할 계획이다. 80여구는 2018년 10월 미국에서 64구의 국군 전사자 유해를 인도받은 이후 최대 규모다. 유해는 1950년 6월 전쟁 발발부터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전 북한지역에서 전투 중 산화한 국군 전사자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이 미국으로 인도한 유해 중 국군으로 식별된 유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전사자 예우 차원에서 공군 특별수송기를 하와이로 보내 유해를 봉환할 계획이다. 미국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함경남도 장진호, 평안북도 운산 등에서 북한과 공동으로 발굴한 유해와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인도된 미군 유해 250구 가운데 아시아계 유해를 식별했다. 식별된 유해는 한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요원들과 함께 공동 감식을 진행해 국군 전사자로 최종 판정한다. 유해가 송환되면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 유가족에게 인도한 후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청약당첨 평생 한번으로” 청약제도 개선에 쏟아진 목소리

     '100억 땅부자가 1순위는 불공정' 기사 댓글 쏟아져 자격에 자산 반영하고 신혼부부는 원룸대신 양육지원을 수십 채 건물주, 100억원 땅 부자도 현행법상 ‘집’만 없으면 무주택자로 아파트 청약가점제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서울신문 보도 이후 “청약제도의 맹점을 보완하자”는 수많은 의견이 쇄도했다. 다음, 네이버 등 포털에는 1200건 가까운 댓글이 달리고 누리꾼들은 기사에 지적되지 않은 또 다른 개선점 등을 기자 이메일로 보냈다.  한 50대 남성은 “일반 국민은 평생 한 번 당첨되기도 어려운 청약 1순위 지원자격을 왜 5년마다 반복해서 주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한 번 당첨되면 영원히 2순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누리꾼도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게 ‘평생 당첨 한 번’으로 제한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청약 재당첨 제한 기간은 당첨일로부터 최장 5년에서 10년(조정대상지역은 7년)까지다. 이에 대해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서민층이 청약에서 소형 평수에 당첨됐다가 살림살이가 나아진 몇 년 뒤 ‘평형 갈아타기’ 차원에서 청약을 넣는 것은 투기세력이 아닌 실수요자에 해당한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일생 한 번 당첨으로 1순위 자격을 제한한다면 오히려 분양시장 거래 위축 우려가 생길 수 있어 제한 기간 연장 등 정부가 좀더 세밀한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거주 기간 등을 청약 조건에 포함시키고 주택 이외 자산이나 소득수준을 반영해 진짜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기사에 공감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 남성은 “부친이 작고한 후 형제 7명이 몇 천만원짜리 시골 농가주택을 공동 등기했는데 이것 때문에 1가구 2주택이 돼 사사건건 발목을 잡히고 있다”며 “지방에 집이 두세 채라도 서울 집 한 채의 반값도 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글을 올렸다.  1·2인 가구를 위한 정책 설계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청약에서 불리한 1·2인 가구와 저출산 대비 차원에서 청년임대주택(30만호)과 신혼부부 희망주택(20만호)을 공급하는데 이는 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 등 1기 신도시 전체(29만호)에 버금갈 만큼 지나치게 많은 물량”이라며 “원룸 한 칸 있다고 자녀를 낳는 게 아닌 만큼 지금 공급물량을 줄이고 그 자금으로 지역 동주민센터나 경찰서에 방과후교실이나 어린이집을 만들어 실질적으로 양육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아산 멋져요. 꼭 다시 오겠습니다”…2차 귀국 우한교민 334명 퇴소

    “아산 멋져요. 꼭 다시 오겠습니다”…2차 귀국 우한교민 334명 퇴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2차 전세기로 귀국한 교민 334명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퇴소했다. 교민들은 16일 오전 9시 56분쯤 정부합동지원단이 준비한 버스 17대에 나눠 타고 경찰인재개발원을 나섰다. 진영 행정안정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도지사 등 정부·지자체 관계자들이 손을 흔들며 교민들을 환송했다. 지역 단체·시민들, 교민 응원 눈이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지역 단체와 시민들도 함께 나와 교민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마스크를 쓴 교민 일부는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화답했다. 교민들이 탄 일부 버스에는 교민들이 요청한 ‘아산 멋져요 꼭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i♡아산 i♡진천 we♡대한민국’, ‘도시락 구르마 소리는 못 잊을 것 같아요. 앞으로 편의점은 oo로 갑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들이 붙여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최종 검사에서 전원 ‘음성’ 이날 퇴소한 교민들은 지난 1일 2차 전세기로 귀국한 뒤 코로나19 잠복기인 2주 동안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을 했다. 퇴소 전 최종 검사에서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퇴소자 334명 중에서는 보호자 없이 들어온 자녀 2명을 돌보기 위해 국내에서 자진 입소한 아버지 1명도 포함됐다. 전날인 15일 오전에는 1차 전세기로 귀국한 교민 193명이 먼저 퇴소했다. 이로써 경찰인재개발원에서 머물던 교민 527명은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교민들은 서울, 대구·영남, 충북·대전·호남, 경기, 충남 등 5개 권역 거점으로 이동해 각자의 집이나 체류지로 갈 예정이다.전날에도 총 366명 퇴소 전날에는 격리 생활을 해온 교민 700명 중 366명(아산 193명, 진천 173명)이 퇴소했다. 교민들은 구내방송으로 간단한 보건교육을 받은 뒤 정부합동지원단이 준비한 버스 20대(아산 11대, 진천 9대)에 나눠타고 각자의 집이나 체류지로 향했다. 불필요한 인적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별도의 환송식은 없었지만 대신 진천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본부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시종 충북지사, 송기섭 진천군수, 조병옥 음성군수가, 아산에서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 오세현 아산시장, 주민대표 등이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교민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정 총리는 “2주 간 답답하고 불편했겠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해줘서 감사하다”면서 “좋은 땅 후덕한 인심의 고장 ‘생거 진천’에서의 생활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북한 땅에서 찾은 국군 유해 80구 ‘하와이를 돌아’ 4월 귀환

    북한 땅에서 찾은 국군 유해 80구 ‘하와이를 돌아’ 4월 귀환

    북한 땅에 묻혔다가 미국이 발굴해 하와이로 옮겨진 국군 6·25 전사자 유해 80구(위)가 4월에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다. 전사자 유해는 북한에서 하와이까지 7700여㎞를, 다시 하와이에서 고국까지 7600여㎞ 등 모두 1만 5000여㎞를 돌고 돌아 꿈에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온다. 정부는 전사자 예우의 뜻으로 공군 특별수송기를 하와이로 보내 유해를 봉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전사자는 1950년 6월 전쟁 발발 이후부터 1953년 7월 정전협정 이전까지 북한지역에서 전투 중 산화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이 미국에 인도한 미군 유해 가운데 국군으로 식별된 유해도 이번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북한과 공동발굴한 유해 중 아시아계 유해가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2011·2015·2018년과 지난해 한미 공동감식 작업을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12년 12구, 2016년 15구, 2018년 1구에 이어 64구를 인도했다. 16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은 4월쯤 국군 6·25 전사자 유해 80구를 한국 정부에 인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6·25전쟁 7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하와이에 있는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을 계획하고 미국 측과 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함경남도 장진, 평안북도 운산, 평안남도 개천 등에서 발굴됐거나 북미정상회담 이후 인도된 미군 유해 250구 가운데 법의인류학적 분석을 통해 아시아계 유해를 식별해냈고,분류된 유해를 다시 한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요원들과 공동 감식을 진행해 국군 전사자로 최종 판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유해 80구가 봉환되면 2018년 10월 미국으로부터 64구의 국군 전사자 유해를 인도받은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는 제70주년 국군의 날에 맞춰 하와이에서 공군 수송기를 이용해 전사자 유해 64위를 국내로 봉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항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전사자 유해를 향해 거수경례로 예를 표한 다음, 참전용사 대표들과 헌화·분향했다. 이번 80위 봉환 때도 같은 규모의 봉환식이 예상된다. 유해가 고국으로 봉환되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신원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유해에서 DNA(유전자)를 채취해 유해발굴감식단에서 보관 중인 전사자 유가족의 DNA 샘플과 일일이 대조 작업을 진행한다.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유가족에게 인도한 후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2018년에 봉환한 64위의 유해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다음달부터 전사자 유가족과 국민을 대상으로 DNA 샘플 채취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국방부는 올해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시작할 것을 북측에 재차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북측의 호응이 없으면 DMZ 내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서 4월부터 단독으로 유해 발굴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DMZ 전체에 미수습 국군 전사자 유해가 1만여 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손님없어 편하겠네” 정세균, 이번엔 과잉 의전 논란

    “손님없어 편하겠네” 정세균, 이번엔 과잉 의전 논란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어려운데 귀가하고 나서 특산물을 많이 애용해달라” 정세균 국무총리가 15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을 교민들을 배웅한 뒤 중앙시장을 방문했다. 불필요한 접촉을 막기 위해 별도의 환송식은 없었다. 진 총리는 교민을 태우고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인사말은 구내방송으로 대신했다. 정 총리는 “2주간 답답하고 불편했겠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해줘서 감사하다”며 “좋은 땅 후덕한 인심의 고장 ‘생거 진천’에서의 생활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며 지역 특산물 애용을 당부했다. 이어 방문한 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 상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지 않고 서민이 경제 활동에 전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총리의 민생 현장 탐방은 교통 신호를 통제하는 ‘의전’으로 눈총을 받았다. 진천에서는 이날 오전 5시 40분쯤부터 정 총리의 이동 동선에 따라 경력이 배치돼 교통 관리가 이뤄졌다. 오전 9시 20분쯤 정 총리의 차량이 진천 톨게이트에서 모습을 보이자 혁신도시 방향 직진 신호가 막혔다.정 총리의 차량은 싸이카 2대와 순찰차 2대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혁신도시로 향했고, 이후 신호 체계가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정 총리가 경찰의 안내를 받기 시작한 진천 톨게이트부터 인재개발원까지 거리는 약 10㎞로 경찰은 모두 10여개 신호등의 신호 체계를 변경하면서 총리 행렬의 이동을 지원했다. 특히 이날 신호 통제에 나선 의경 등은 4시간 가까이 정 총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이후 정 총리는 교민들을 배웅하고 난 뒤 진천 중앙시장을 찾아 민생 탐방에 나섰고, 역시 인재개발원부터 중앙시장까지 13㎞ 구간에서도 신호 통제가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진천을 방문할 때는 교통 신호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지난 13일 민생 탐방에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상인들과 대화하면서 “그간에 뭐 돈 많이 벌어놓은 거 가지고 조금 버티셔야죠” “요새는 좀 손님들이 적으시니까 편하시겠네” 등의 발언으로 빈축을 산 바 있다. 총리실은 15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진천군에 안개가 짙게 끼어 사고 위험 등이 높아 안전 확보를 위해 부득이하게 교통 협조가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드레스덴 파괴 75년 만에 되찾은 ‘엘베 강의 피렌체’

    드레스덴 파괴 75년 만에 되찾은 ‘엘베 강의 피렌체’

    독일에 ‘엘베 강의 피렌체’라 불린 도시가 있었다. 기후도 좋고 건축물도 아름답고 빼어난 것들이 많아서였다. 드렌스덴이다. 13일(이하 현지시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4000t의 포탄을 쏟아부어 도시를 폐허로 만든 드레스덴 파괴 75주년이었다. 1945년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은 드레스덴을 독일 군수물자 생산 및 수송의 핵심 지역으로 간주하고, 수백 대의 폭격기를 동원해 공습을 가해 당시 2만 5000명이 몰살됐다. 아름다운 왕궁과 박물관, 교회 등이 무너져 내렸다. 공습을 결행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조차 이렇게 메모했다. “불폭풍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미칠 듯한 공포가 날 휘감고, 난 한 문장만 내게 되풀이하고 있다. 불타 죽고 싶지 않아요. 내가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음에 몰아넣을지 모른다. 한 가지만 안다. 내가 불에 타면 안된다고.” 드레스덴 뿐만 아니었다. 쾰른, 함부르크, 베를린, 일본의 도쿄, 히로시마, 나가사키 등도 얼마 뒤 비슷한 참극을 겪었다.문제는 공습이 얼마나 전략적, 전술적으로 적절한지 가늠이 잘 안되는 상황에 감행됐다는 점이었다. 처칠 총리는 “독일 도시들을 공습한 것이 그저 공포를 늘리는 데만 역할을 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봐야만 하는 순간이 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드레스덴 파괴는 연합군의 공습 행위가 정당했는지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라고 메모했을 정도였다. 나중에 보니 당시 나치를 몰아내기 위해 동진하던 옛 소련군에게만 좋은 일이었다. 나치의 군수 물자와 이동을 억제했지만 결과적으로 독일 땅을 벗어나고 싶었던 사람들의 탈출 행렬을 막았다. 쿠르트 보네거트는 폭격에도 살아남아 책 ‘죽음의 순례자(Slaughterhouse-Five)’에 “드레스덴은 커다란 화염이었다. 이 화염은 모든 유기체를 먹어삼켰다.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공습 이후 이 도시는 지금의 달처럼 광물자원만 남겼다. 돌들도 뜨거웠다. 주위의 모두가 숨졌다”라고 참상을 전했다. 나중에 그의 책은 1972년 조지 로이 힐 감독의 코미디 영화로 제작됐다. 1953년 미국 정부 보고서는 드레스덴의 산업시설 가운데 23%, 주거용 건물의 절반 정도가 심각하게 파괴됐다며 이 도시가 “정당한 군사적 타깃”이며 “기존 공습 정책 기준에도 부합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 공습이 전쟁을 종식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놓고 왈가왈부가 이어진다. 심지어 독일의 극우 신나치들은 연합군의 도덕적 실패이며 전범 행위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나치를 패퇴시키 위한 전쟁에 필요했던 일부라고 이해하며 옹호한다. 하지만 신나치는 아예 희생자 숫자가 실제로는 20만명인데 당국이 이를 축소, 은폐했다고 상처를 덧내는 데 열중했다.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역사를 조작해 무기처럼 남용하는 정치 세력이 있다”면서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이런 고통이 왜 발생했는지 묻기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국가주의 사이에는 분명히 경계가 있다”면서 “우리는 이 경계를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석한 수천 명의 시민은 ‘평화와 관용’의 인간 띠를 형성했고, 슈타인마이어 대통령도 참여했다. 극우주의자들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희생자를 위한 ‘장례 행렬’ 행사를 열었다. 영국 BBC는 공습 전과 후, 거의 완벽하게 복구된 지금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게 사진들을 모았다. 뼈대만 남은 건물의 골격을 살리고 살을 붙여 복구했다는데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다시, 새롭게 보기(켈리 그로비에 지음, 주은정 옮김, 아트북스 펴냄) 예술 작품 57점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낸 저작. 시인이자 문화비평가인 저자는 반복된 노출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듯한 ‘생경함’이 명작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하며, 진시황 병마용에서 모두 다른 병사들의 귀, 머리가 없는 ‘홀레 펠스의 비너스’ 등을 사례로 언급한다. 388쪽. 2만 3000원.렉시콘(맥스 배리 지음,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펴냄) 호주 작가 맥스 배리의 디스토피아 스릴러. ‘렉시콘’은 특정 언어, 주제, 분야에서 쓰는 단어들의 모음이라는 뜻으로 소설의 중심 인물은 언어로 사람을 조종하는 특수 능력자인 ‘시인’들이다. 가공할 위력을 지닌 ‘날단어’와 이에 면역력을 가진 ‘치외자’ 등 낯선 개념들을 둘러싸고 생사를 오가는 추격전이 전개된다. 592쪽. 1만 7800원.1493(찰스 만 지음, 최희숙 옮김, 황소자리 펴냄)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이전 아메리카 인디언의 문명과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낸 ‘1491’(한국어판 ‘인디언: 이야기로 읽는 인디언 역사’)의 후속작. 콜럼버스 등 유럽 식민 개척자들이 아메리카 땅에 발을 디딘 이후 전개된 인류의 경제·생태적 변화와 그 결과 탄생한 ‘호모제노센’의 기원을 다뤘다. 784쪽. 2만 5000원.철학자의 식탁(노르망 바야르종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먹는 행위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모았다. 먹는 것을 깊게 생각하는 일은 권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여겼던 플라톤과 칸트, 식탐은 죄라고 말한 토마스 아퀴나스부터 모든 생명체에게 이로운 식생활을 고민했던 피터 싱어까지 다양한 철학자와 철학 사조를 정리했다. 300쪽. 1만 7200원.일본군 ‘위안부’(조윤수 지음, 동북아역사재단 펴냄)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사료를 바탕으로 위안부 문제에 관한 구체적 사실을 적었다. 당사자들의 증언으로 위안부 문제가 제기된 시점부터 일본 정부와 군의 문서를 근거로 동원 과정, 이 문제를 외교 문제로 해결하려고 할 경우 부딪히는 한계 등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했다. 282쪽. 1만원.월스트리트의 내부자들(김정수 지음, 캐피털북스 펴냄) 한국거래소에서 27년간 근무하며 미국 증권법에 정통한 저자가 미국 월가에서 발생한 대형 내부자 거래 스캔들을 이야기한다. 월가를 움직이는 검은 정보, 미국 최고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왜 위험한 내부자 거래를 시작했으며, 어떻게 연방 정부에 꼬리가 잡혔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560쪽. 2만 5000원.
  • 다도해의 꿈, 섬 잇고 삶 잇다

    다도해의 꿈, 섬 잇고 삶 잇다

    닿기 쉽지 않아 닳지 않았던 적금·낭도·둔병·조발도… 11개 다리 놓아 활짝 열린 섬들에둘러 가는 시간은 줄었지만 낭만을 거니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으리라전남 고흥과 여수가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두 지역의 섬과 섬 사이를 다리로 연결해 새로운 관광벨트를 형성하는 꿈이다. 이 꿈은 현재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적금, 낭도, 둔병대교 등의 연도교가 최근 뚫렸고 여수 내륙과 연결되는 연륙교, 조발대교가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문을 열면 고흥과 여수가 완벽하게 하나로 이어진다. 이미 놓였거나 조만간 놓일 다리까지 포함하면 모두 11개 다리가 다도해의 풍경을 향해 놓이게 된다. 그야말로 거대한 다리 전시장이다. 이 덕에 그동안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고흥과 여수 일대의 섬들도 활짝 문을 열게 됐다. 수년간의 공사 끝에 문을 연 다리들을 돌아봤다. 다리 자체의 자태도 빼어났고, 배가 아니면 접근하지 못했던 낭도, 둔병도 등의 섬들을 자유롭게 오가는 맛도 아주 각별했다.●1340m 쭉 뻗은 팔영대교, 풍경에 빠지다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 갯가에 서면 바다 위로 다리 하나가 걸개그림처럼 떠 있다. 고흥과 여수를 잇는 첫 번째 연륙교, 팔영대교다. 길이는 1340m. 고흥에서도 빼어난 해안 풍경으로 이름난 영남면이니 다리 주변 풍경의 아름다움이야 더 말할 게 없다. 팔영대교를 날 듯이 넘어가면 적금도다. 여수시 화정면에 속한 섬이다. 하지만 생활여건은 고흥에 가깝다. 여기에 팔영대교까지 놓였으니 사실상 고흥에 딸린 섬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적금도의 길이는 남북 2.5㎞ 정도. 해안가에 검은 자갈이 반짝이는 작고 아름다운 섬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흥에서 여수를 가려면 순천을 경유해야 했다. 여자만을 에둘러 돌아야 해서 시간도 적잖이 걸렸다. 이제는 순천을 거칠 필요가 없다. 바다 위로 새 길이 놓였기 때문이다. 두 지역 간 거리는 3분의2 가까이 줄었고, 시간도 그 정도 짧아졌다. 섬에 닿기 위해 배를 이용하는 데 드는 시간으로 따지면 거의 반나절 이상 빨라졌다고 봐도 틀리지 않겠다.●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낭도의 낭만 적금도와 낭도 사이엔 적금대교가 놓였다. 길이는 470m. 낭도는 한문으로 ‘狼島’라고 쓴다. ‘낭’은 이리, 곧 늑대다. 그런데 늑대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낭도를 ‘여우 닮은 섬’이라 부른다. 여우섬이라면 호도(狐島)라고 불러야 옳다. 늑대는 알려진 것과 달리 멋진 구석이 많은 녀석이다. 그러니 선조들이 낭도라고 부른 까닭을 헤아려 늑대섬이라 부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낭도는 이웃한 사도, 추도 등과 함께 남도의 대표적인 공룡 발자국 화석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일대에서 발견되는 화석 수가 3600여점이나 된다고 한다. 낭도 등대 옆 해안 절벽 일대에 공룡 화석 발자국이 남아 있다. 사도와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썰물 때 물이 빠져야 접근할 수 있다. 낭도에선 요즘 ‘낭만 낭도’ 사업이 한창이다. 대문과 골목 등 이곳저곳을 멋진 글과 그림으로 장식하고 있다. 섬 특유의 돌담길도 인상적이다. 부러 가꾸지는 않았으되 단단하고 조형미가 빼어난 돌담들이 여태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뭍으로 난 다리에 대해서는 주민 대부분이 기쁨 반 근심 반이다. 저 다리를 따라 서울 간 자식들이 돌아올 수도 있지만 도회지의 불순한 사람들도 쓸려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섬 안의 집들은 대개 대문이 없다. 하지만 조만간 뭍의 습속이 들이닥치게 되면 이 같은 섬 특유의 풍경도 적잖이 손상되지 싶다.●작고 작은 보물섬 둔병도와 하과도 낭도와 둔병도는 낭도대교가 잇는다. 길이는 640m. 둔병도는 구불구불한 해안선의 전체 길이가 7.13㎞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그 작은 섬이 하과도라는 더 작은 섬과 아주 작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섬에 들면 적요하다. 개 짖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 풍경은 빼어나다. 팔영대교와 우람한 팔영산이 한눈에 담긴다. 둔병도와 조발도 사이엔 둔병대교가 놓였다. 반달 모양의 주탑이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형태다. 외형으로는 가장 빼어난 다리지 싶다. 조발도 역시 작다. 다리가 놓이면서 새로 조성된 진입로 덕에 겨우 마을 안쪽까지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조발도와 여수 내륙의 화양면을 잇는 조발대교는 마무리 작업 중이다. 거리는 854m. 팔영대교처럼 우람한 형태다. [고흥의 볼거리] 수수한 듯 가락진 멋… 웅장한 듯 소박한 쉼 “이 가락진 멋과 싱싱한 아름다움을 네가 알아본다면 좋고 모른다면 그만이지.” 고흥 운대리 분청문화박물관에 내걸린 문구 중 하나다.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1916~1984)가 자신의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 남긴 말로, 분청사기의 수수한 멋을 단순 명료하게 드러낸 표현이다.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 가면 혜곡이 상찬해 마지않았던 그 ‘가락지고 싱싱한’ 분청사기들과 만날 수 있다. 글쎄, 도자기에 문외한인 처지에 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나 있으려는지. 고흥에는 이래저래 볼거리가 참 많다.●‘남부한국’ 분청사기 최대 유적지… 분청문화박물관 전남 강진의 청자나 경북 문경의 막사발 등은 익숙해도 분청사기는 도무지 생경하다. 분청사기는 뭘까. 분청사기의 역사를 알리는 박물관은 왜 하필 남도 끝자락 고흥 땅에 들어섰을까. 한국은 세계에서 중국 다음가는 도자기의 나라다. 오랜 전통 속에서 한국 도자의 아름다움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그러나 미의 기조는 한결같았다. 선량하고 조용한 아름다움. 혜곡은 저서 ‘나는 내것이 아름답다’(학고재)에서 “이러한 아름다움은 조선시대 이래 한층 농후하게 그 독자성을 발휘한 감이 깊다”고 썼다. 그중 하나가 분청사기다. 분청사기는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의 약칭이다. 회색이나 회흑색 태토(胎土·도자기를 만드는 흙)에 하얀 흙으로 분장한 자기를 이른다. 박영택 미술평론가의 정의를 빌리자면 “분청사기는 한국의 도자기 역사 8000년 가운데 불과 200년 정도 존재한 것”으로 “그 개성이 뚜렷한 데다 세종대왕 연간, 즉 훈민정음이 창제되던 강력한 민족문화 창달에 전념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국 도자기의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창출해 낸 건강하고 활력적인 민족 자기”(‘앤티크 수집 미학’, 마음산책)이다. 시기적으로는 화려한 고려청자와 단아한 조선백자 사이를 잇고 있다. 분청사기는 쓰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이기 위한 감상용 그릇이 아니다. 혜곡은 ‘무화과나무로 만든 국자도 쓸모만 있으면 아름답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려 이렇게 분청사기를 상찬한다. “분청사기의 아름다움도 쓸모가 있고 소박하고 잔재주를 부리지 않은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녔으니 이것이 바로 공예도의 올바른 면목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분청문화박물관이 고흥에 들어선 건 무슨 연유에서였을까. 역시 혜곡의 말에 단서가 있다. 그는 앞선 저서에 “분청사기는 조선 초기부터 임진왜란이 일어날 무렵까지 남부 한국에서 대량 생산되던 그릇들”이라고 썼다. 이 대목에 나오는 ‘남부 한국’이 바로 고흥이다.분청사기를 대량 생산하던 조선 초기에는 전국에 185곳의 분청사기 관요를 비롯해 수많은 가마가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분청문화박물관이 들어선 고흥 운대리 일대는 고려청자 가마터 5기와 분청사기 가마터 27기 등이 밀집 분포한 국내 최대 유적지다. 특히 관청에 납품하던 관요가 아닌 민수용 도자를 만들던 민요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일대가 사적 제519호로 지정된 건 이 같은 독특한 문화적,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분청문화박물관은 지상 3층 규모다. 다양한 분청사기와 체험시설들이 전시실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전시된 분청사기는 추상문편병 등 모두 230여개. 하나같이 진품이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이지만 올해 내내 1000원만 받는다. 조정래 가족문학관, 설화 공원 등 부속시설도 알차다. ●용바위~우주발사전망대 잇는 해안절벽 미르마루길 이제 ‘다리 전시장’ 주변의 볼거리를 돌아볼 차례다. 팔영대교를 통해 여수 적금도와 연결된 곳은 고흥 영남면이다. 우미산 중턱의 도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고흥 앞바다가 눈부시다. 티 없이 맑은 햇살이 수면 위로 파란 윤슬을 만들고 있다. 우미산 아래는 용암마을이다. 고흥 10경의 하나로 꼽히는 영남 용바위를 품은 마을이다. 용바위는 먼 옛날 용이 승천할 때 타고 올랐다는 바위산이다. 높이 약 120m에 이르는 바위산의 자태가 웅장하다. 멀리서 볼 때와 달리 가까이서 보면 그 거대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바위산 꼭대기엔 용 조형물도 세웠다.용바위 옆은 우주발사전망대다.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다.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2월 말이면 우주발사전망대와 용바위를 연결하는 집라인이 완공된다. 총연장 1.5㎞. 바다를 가로질러 2분 만에 용바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영남 용바위까지 미르마루길이 조성돼 있다. 미르는 ‘용’, 마루는 ‘하늘’(우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거리는 4㎞. 웅장한 해안절벽과 다랭이논 등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다. 길 중간에 전망대도 조성해 뒀다. 전망대 바닥에 강화유리로 투명 창을 내 짜릿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팔영산 정기 받은 편백숲… 황금빛 갈대 해창만수로 고흥의 진산인 팔영산 자락에 389㏊에 이르는 편백나무 군락지가 있다. 그 가운데 수령 35년 이상의 편백나무들이 빼곡히 늘어선 곳에 편백 치유의 숲이 지난해 말 조성됐다. 8.4㎞에 이르는 편백숲 체험길과 노르딕워킹 코스, 테라피센터 등으로 구성됐다. 치유의 숲 반대편에 있는 능가사는 대웅전(보물 제1307호)과 주역 팔괘를 새긴 범종(보물 제1557호) 등으로 이름난 절집이다. 절집 왼쪽으로 팔영산 등산로가 나 있다. 해창만수로의 정취도 빼어나다. 갈대 사이로 몸을 숨겼던 물새들이 비상할 때면 그대로 영화의 한 장면이 된다. 특히 해가 바다 너머로 자취를 감출 때면 사위가 황금빛으로 물들며 장관을 펼쳐낸다. 글·사진 고흥·여수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다리 전시장으로 가는 들머리인 과역면에 맛집이 많다. 특히 몇몇 기사식당은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는 듯하다. 과역면은 15번 국도가 새로 놓이기 전까지만 해도 고흥에서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였다. 당연히 교통량도 많았고, 운전기사들을 위한 기사식당도 많았다. 그러다 도로가 인접 지역에 새로 놓이면서 기사식당 역시 침체를 겪었으나 최근 ‘삼겹살 백반’으로 새 활로를 찾고 있다. 기사 식당 대부분은 삼겹살 백반이 주메뉴다. 이 일대가 ‘삼겹살 백반 & 커피거리’로 명명된 건 이 때문이다. ‘과역 기사님식당’의 경우 돼지 턱살을 얇게 썰어 낸다. 삼겹살보다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편이다. 반찬도 ‘남도답게’ 20여 가지나 나온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다. 과역면 일대에 커피 농장도 많다. 산티아고 등 농장마다 로스팅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역면 시내에도 크고 작은 커피전문점이 많다. 삼겹살 백반으로 배를 채운 뒤 토속 커피 한잔 홀짝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화가든’은 국밥을 잘 하는 집이다. 겉모습은 허름한 농가인데 점심 무렵이면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설 만큼 사람들이 몰린다. 메뉴는 순대국밥과 돼지국밥 두 종류다. 이맘때 고흥에서 맛봐야 할 것이 토속 음식인 피굴이다. 굴을 껍데기째 살짝 끓여 굴과 국물을 따로 보관한 뒤 냉장고에 서너 시간 넣어 둔 국물에 굴을 넣고 김 등을 뿌려 먹는다. ‘분청마루’(옛 해주식당)가 알려졌다. 원래 과역면에서 영업하다 두원면 고흥분청문화관으로 이전하며 이름을 바꿨다. 피굴, 낙지팥죽 등 독특한 지역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한정식으로 이름난 도화면 ‘중앙식당’에서도 피굴을 맛볼 수 있다. →고흥의 명소 중 한 곳인 소록도는 임시 폐쇄됐다. 코로나19 때문이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사라 키르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사라 키르시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사라 키르시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 기교를 부리지말고 죽어라, 집을 무너뜨려라망설이지 마라 나의 회색빛 돌고래는저편 해안으로 헤엄쳐 갔다 어제까지만 해도돌고래는 자기 앞으로 바다를 불어내었고, 갖은재주를 피우며 헤엄쳤다 물결이 철썩였다이제 돌고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해안은소금딱지로 변했고 텅 비었고돌고래를 잃어버렸다는 소문이다, 어느 누구도이제 출구를 알지 못한다 - 사라 키르시는 분단 시절 동독의 시인이다. 분단의 아픔을 밝고 투명한 상상력의 언어로 노래했다. 독일이 한 몸이었을 때 돌고래는 끝없는 해안을 따라 헤엄쳐 갔다. 물살을 타는 몸짓은 자유로웠고 물을 뿜는 휘파람 소리는 아름다웠다. 파도의 집을 무너뜨리고, 기교를 부리지 않고 살아도 좋았다. 한순간 독일의 해안은 소금딱지로 변했고 돌고래의 춤은 사라졌다. 어느 누구도 출구를 알 수 없는 절망의 시간이 찾아온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렇다. 돌고래의 춤은 사라지고 사랑 잃은 허탈한 사람들이 반도의 좁은 땅 안에서 헛기침을 한다. 곽재구 시인
  • 이광호 서울시의원, 전태일 재단으로부터 감사패 받아

    이광호 서울시의원, 전태일 재단으로부터 감사패 받아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이광호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지난 12일 노동자의 권익신장에 헌신하고, 노동운동 발전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재단 이수호 이사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전달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도심권·동남권 서울특별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설립 근거를 마련한 ‘서울특별시 노동자복지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조례 개정과 예산지원을 통해 노동자 복지증진과 처우개선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수호 이사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한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1960년대 평화시장 봉재공장의 재봉사, 재단사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시작하며 부당한 사업자의 노동 강요 등에 반발해 분신하면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한 인물로 올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산화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감사패를 전달받은 이 의원은 “그야말로 을이고 당시로서는 미약한 청년 노동자로 스스로 불꽃이 된 전태일 열사의 현장 가까운 곳에서 감사패를 받아 감개무량하다”라면서 “아직도 현장에서 고통과 눈물을 흘리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기에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 땅의 노동과 인권을 위해 우리가 꿈꾸고 전태일이 꿈꿨던 새로운 노동존중 사회 세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계 건설폐기물 연간 13억t…日 연구진, 콘크리트 재활용법 개발

    세계 건설폐기물 연간 13억t…日 연구진, 콘크리트 재활용법 개발

    흔히 건물을 철거할 때 나오는 콘크리트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과학자들이 고안해냈다. 일본 도쿄대 등 연구진은 6일 콘크리트 폐기물과 삼나무나 노송나무 등 폐목재를 잘게 부숴 혼합한 뒤 가열하면서 압축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건축자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이른바 ‘재활용 콘크리트’로 불리는 이 자재는 기존 콘크리트보다 굽힘 강도가 몇 배 높은 특성을 지녔다고 연구를 주도한 사카이 유야 강사(조교수급)는 설명했다. 이런 특성은 목재에서 나오는 성분 가운데 하나인 ‘리그닌’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진은 이런 성분이 여러 식물에 들어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실험을 통해 콘크리트 파편을 접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콘크리트 폐기물은 일본에서 연간 3500만t 발생한다. 이는 2018년 기준 국내 폐콘크리트 발생량(4502만t)보다 적은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여러 방안을 마련해 재활용률이 98%에 달하긴 하지만, 그중 90% 수준은 도로를 포장할 때 땅밑에 묻는 것일 뿐, 순환을 이상으로 하는 실질적 재활용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콘크리트를 만들 때는 시멘트가 필요하지만, 그 시멘트를 만들 때는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측면으로도 콘크리트를 실질적으로 재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콘크리트 폐기물을 포함한 건설 폐기물은 전 세계적으로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페어런시 마켓 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건설 폐기물은 매년 13억 t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오는 2025년 안에 22억 t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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