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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미국과 중국, 신냉전 시대 필승 전략을 짜다/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미국과 중국, 신냉전 시대 필승 전략을 짜다/오일만 논설위원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한 2020년 8월 9일 역사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깬 날로 기록할 듯하다.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olicy)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인 정부는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라는 국가 정책이다. 미국도 41년 전인 1979년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이를 존중해 대만과 전격적으로 단교한 역사가 있다. 이런 미국이 수교 이후 처음으로 장관급 인사를 보내 대만 땅을 밟게 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대만에 대한 강력한 지지’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무역·경제 분야에서 진행되는 미중 패권 싸움을 정치·군사 영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달 23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닉슨 도서관 연설은 신냉전을 알리는 선포식이었다. 그는 중국을 ‘새로운 전체주의 독재국가’이자 세계를 위협하는 ‘괴물’로 낙인찍고 시진핑을 ‘파산한 전체주의 신봉자’로 공격했다. 시진핑의 호칭도 과거 국가주석에서 총서기로 바꿨다. 그가 공산당 독재정권의 리더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일종의 정치적 프레임을 적용한 것이다. 미국이 미소 냉전을 시작한 것처럼 중국과 신냉전에 돌입한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지난 5월 21일 트럼프 행정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미국의 대중국 접근 전략’ 보고서에서 감지됐다. 총 16쪽의 보고서는 △서론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 △미국의 대중 전략적 접근 △전략적 접근 집행 △결론 등 총 5개 장으로 구성됐다. 향후 미국의 대중 행동 전략의 지침서이자 나침판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한 미국의 신냉전 전략은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중국 본토를 겨냥한 제재 강화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홍콩·티베트 등의 인권 문제 거론, 반중 국제적 연대 강화가 핵심이다. 미국이 홍콩 민주화 세력을 지지하고, 대만의 군사 현대화를 지원하면서 티베트·신장위구르 등의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나 5G 무선통신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각국에 요청하는 것도 미국의 국제 연대의 일환이다.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대해 중국은 장기 항전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여름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일 때 시진핑 국가주석이 마오쩌둥의 ‘지구전론’을 읽는 모습을 공개한 적이 있다. 지구전론은 마오쩌둥이 중일전쟁 와중인 1938년 5월 발표한 군사전략이다. 마오는 경제력과 군사력이 월등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정면 승부를 피하고 유격전 등 지구전(장기전)만이 필승 전략임을 역설했다. 지난 7월 30일 시 주석은 공산당 정치국회의를 통해 “국제환경이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중장기적인 것이고, 반드시 지구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입에서 처음으로 지구전이란 단어가 나온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격화되는 미중 패권 싸움에서 중국이 마오의 지구전론에 입각해 장기전을 채택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대미 지구전을 뒷받침할 경제전략도 다시 짰다. 중국 공산당은 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2021~2025년)에서 미국의 경제봉쇄에 대비해 경제 자립도를 높이는 내수 확대 카드를 들고나왔다. 이른바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국내 대순환론이다. 이는 지난 40년간 중국 경제전략의 핵심이었던 수출 중심의 대외 개방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역사적으로 지구전에 단련된 집단이다. 중국은 오랜 항일전쟁과 국공내전 시기 10대1의 열세를 딛고 승리를 쟁취한 경험을 토대로 최강 미국과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신냉전의 본질을 잘 파악해야 미중 사이의 너트크래커(호두 까는 도구)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과거 미중 협력 시대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이 먹혔지만 신냉전 시대에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일방적인 미국 편승 정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단견에 가깝다. 미중의 선택 압력 충격은 최소화하면서 선택의 기회를 넓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안보에 대한 미국 의존도, 경제에 대한 중국 의존도 모두를 줄여 주체적인 선택적 균형을 확장해야 우리의 생존 공간이 넓어진다. oilman@seoul.co.kr
  • “농가주택 규제 땐 누가 도시집 팔고 귀촌하겠나”

    “농가주택 규제 땐 누가 도시집 팔고 귀촌하겠나”

    ‘녹우정’(綠友亭)을 14년 만에 다시 찾았다. 2006년 차관급 산림청장에서 물러난 인사가 이웃도 없는 충남 금산군 초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당시엔 좀 무모해 보였다. 이제 보니 기우였다. 조연환(72) 전 산림청장은 14년차 귀촌인의 삶을 남부럽지 않게 즐기고 있었다. 지난 6일 장마 속에서 만난 그는 녹우정에서 ‘머슴살이’하는 게 즐겁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밝은 얼굴빛에 밭일로 그을린 피부는 활력이 넘쳐 보였다. 2000년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조 전 청장은 은퇴자나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인생 2막’으로 귀촌을 적극 권했다. 매일 할 일이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며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단다. “몸을 열심히 움직이면 약간의 소득도 창출할 수 있고 무엇보다 ‘텃밭 가꾸기’는 정년도 없다”며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은퇴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신세계’에도 푹 빠져 있다. 소통을 넘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억의 공간’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친해질 것을 권한다. 유유자적한 삶을 예찬하는 속에서도 오랜 공직 경험 때문인지 정부 정책의 허점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내공은 여전했다. 그는 귀농·귀촌이야말로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1가구 2주택 규제에 농촌주택을 포함시킨 건 득보다 실이 크다고 꼬집었다.-귀촌을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공직자 남편을 39년간 묵묵히 내조해 준 아내를 위한 준비였다. 아내가 대전에서 주말농장을 했는데 방치된 텃밭까지 챙길 정도로 농사일에 거부감이 없었다. 퇴직에 대비해 2000년에 금산에 텃밭을 마련했다. 아내가 반대하면 당장 포기할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반겼다. 남들은 아내가 반대해서 못 한다는데 아내 덕에 귀촌을 하게 됐다. 집 앞으로 봉황천이 흐르는데 앞산은 이름이 없었다. 풍수지리를 하는 지인이 봉황이 집으로 날아오는 ‘봉황 귀소형’이라고 해서 우리는 봉황산으로 부른다. 작은 땅을 샀을 뿐인데 산도 얻게 됐고 강과 하천, 하늘 등 자연이 주는 공짜 혜택이 너무 많다.” -고향인 충북 보은이 아닌 충남 금산을 선택한 이유는. “귀촌 지역도 인연이 있는 것 같다. 2006년 당시에는 고려하지 못했다. 금산(錦山)의 지명이 비단산, 비단을 두른 듯 아름답고 청정한 지역이다. 평생을 산림 공무원으로 그것도 산림청장까지 역임한 사람이 금산에 산다고 하니 다들 ‘천생연분’이라고 한다. 귀향도 생각했지만 부담 없이 유유자적하고 싶어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슬기로운 귀촌생활의 노하우가 있다면. “비우고 내려놓고 만족하는 것이다. 귀촌의 전제는 무조건 배우자와 함께해야 한다. 반대한다고 혼자 내려와서는 절대 오래 있지 못한다. 움직이고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적성이 맞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이 낫다. 넓은 땅, 큰 집은 힘에 부친다. 욕심을 버리고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규모로 시작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마을 주민과의 관계도 신경을 써야 한다. 상대적으로 귀농은 어렵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는 자세와 정신만 유지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다양하다. 나만 부지런하면 훨씬 수월하게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골 생활이 무료하지 않은지. “지난해 한국산림아카데미 이사장을 마지막으로 공적 활동을 끝냈다. 시인 활동이나 2015년 취득한 숲해설가 참여 외에 오롯이 자유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지역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인문학·시낭송회·독서토론회·붓글씨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문화생활의 ‘갈증’을 말하는데 오페라 등 대형 공연은 없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이 매일 운영돼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매일 오전에는 밭에서 풀을 뽑고 약을 치고, 늦은 오후에는 잔디를 깎고 나무 전지작업을 한다. 하루가 짧고 몸을 많이 움직이니 일찍 잠이 든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특별히 시간을 내서 하는 운동은 없다. 등산도 안 하고 헬스클럽도 안 다닌다. 텃밭 가꾸기로 땀을 흘린 뒤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이 보약이다. 몸무게가 약간 늘었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도 없다. 1967년 9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해 고시(기술고시 16회)를 거쳐 산림청장을 끝으로 마무리한 공직생활이 화려해 보이지만 돌아보면 무거운 짐이었다. 농촌생활이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정신을 맑게 하는 해방구가 됐다. 직업병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텃밭에서 일을 하다 가뭄이 심하거나 비가 많이 오면 산불이 나지 않을지, 산사태 피해는 없나 걱정이 든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데 괜한 오지랖이다.” -퇴직 후 활발한 저술 활동도 눈에 띈다. 요즘은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있나. “2000년 등단해 시집 ‘그리고 한 그루 나무이고 싶어라’를 출간했다. 퇴직한 뒤에는 ‘숫돌의 눈물’,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 등 시집과 동시집 ‘쇠똥구리는 똥을 더럽다고 안 하지’, 산문집 ‘산이 있었기에’, ‘산림청장의 귀촌일기’ 등을 냈다. 2011년부터 페이스북 등에 일기 형식의 글을 올리고 있다. 폐북 친구가 약 5000명이다. 매번 300~500명에게서 ‘좋아요’를 받고 50~100명이 댓글을 달아준다. 얼마 전 전남 화순에서는 우연히 폐북 친구를 만났는데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느껴졌다. 금산에 비가 오면 폐북 친구들이 가족보다 먼저 괜찮은지 묻는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나 지인을 만나기 어려워지고 행동 반경이 좁아진다. 그 빈자리를 SNS가 메워 주고 있다. 폐북에 올린 글을 모아 ‘산림청장의 폐북일기’ 출간을 생각하고 있다.” -안분지족이 느껴지는데 향후 계획은. “귀촌 후 성경 시편 구절 ‘내 잔이 넘치나이다’를 되새긴다. 돈 욕심을 낸다고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남이 모르니 행동이 편하다. 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시골은 자기 일이 바빠 귀촌자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사회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나만 행복한 것 같아 빚을 진 기분이다. 지역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게 심부름을 요청했지만 시키질 않는다. 솔선수범하는 마음으로 가능성은 낮지만 ‘이장’ 도전 목표를 세웠다. 아내는 웃기만 할 뿐 결제를 안 해 준다.” -최근 정부의 ‘1가구 2주택’ 규제가 귀농·귀촌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했다. “정부가 ‘1가구 2주택’ 규제에 농촌주택을 포함시킨 대목에 걱정이 앞선다. 지방자치단체는 공동화·폐쇄되고 있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정부가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역행하는 것 같다. 정책의 총론 자체는 공감한다. 하지만 농가주택까지 포함시킨 건 취지와 맞지 않는다. 도시는 과밀화되면서 사회문제가 심각해지는 반면 농산촌은 인구가 줄어 소멸 지역이 증가하는 등 폐허가 되고 있다. 귀촌자가 늘고 인재풀이 확대되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사람이 있어야 자연이 보전되고 경관도 유지할 수 있다. 균형발전의 근간이자 인구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다. 관건은 유인책이다. 귀촌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농가주택을 규제하면 누가 도시집을 팔면서까지 귀촌하겠는가? 귀촌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를 줘야 한다. 정착이 아닌 잠시 들러 가는 곳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귀촌에서 주택 문제가 왜 중요한가. “누울 곳이 편안하지 않으면 오래 머물기 어렵고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그곳에 살아야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기는 것이다. 살아보면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인데 세금 부담이 뒤따르면 귀촌에 대한 생각을 아예 안 할 수 있다. 투기를 위한 농가주택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귀촌자에 대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건 지나치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거쳐 보완책이 필요하다.” 글 사진 금산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88억 걷어 겨우 2억 쓴 나눔의 집… “할머니 갖다 버린다” 학대도

    88억 걷어 겨우 2억 쓴 나눔의 집… “할머니 갖다 버린다” 학대도

    지원금마저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지출할머니 직접경비 없고 집·땅 매입에 비축국가지정기록물 등 자료 방치하거나 훼손 후원금 운용 논란이 제기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시설 나눔의 집이 5년 동안 88억원 상당의 후원금을 모집하고도 할머니들을 위해서는 2억원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았고 할머니들을 정서적으로 학대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기춘(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나눔의 집 민관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송 단장은 “나눔의 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머니들 후원금 홍보를 하고 여러 기관에도 후원 요청 공문을 발송해 지난 5년간 약 88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했다”며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아 후원금 액수와 사용 내용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등록청의 업무 검사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인이 재산 조성비로 사용한 후원금 26억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 금품을 모집하려는 사람은 등록청(10억원 초과인 경우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국민들이 후원한 돈은 운영법인 계좌에 입금됐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 88억여원 중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시설 전출금)은 2.3%인 2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가 아닌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된 게 대부분이었다. 반면 운영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사용한 후원금은 26억여원으로 파악됐다. 재산조성비는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으로 쓰였다. 나머지 후원금은 이사회 회의록 및 예산서 등을 살펴봤을 때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해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민관합동조사단은 설명했다. 할머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 정황도 발견됐다. 간병인은 “할머니, 갖다 버린다”, “혼나봐야 한다” 등 언어폭력을 가했고, 이는 특히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에게 집중됐다. 조사단은 간병인의 학대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나눔의 집 운영상 문제에서 파생된 의료공백과 과중한 업무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할머니들의 생활과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 방치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입·퇴소자 명단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할머니들의 그림과 사진, 국민들의 응원 편지 등을 포댓자루나 비닐에 넣어 건물 베란다에 방치했다. 이 가운데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도 있었다. 제1역사관에 전시 중인 원본 기록물은 습도 조절이 되지 않아 훼손되고 있었고, 제2역사관은 부실한 바닥공사로 바닥 면이 들고 일어나 안전이 우려되는 상태였다. 법인 직원인 간병인이 조사단과 할머니의 면담 과정을 불법 녹음하기도 했다. ●경기도, 경찰 수사 의뢰·행정처분 예정 경기도는 추후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 결과를 받아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할 예정이다. 송 단장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나눔의 집과 불교계가 나서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했다”며 “그러나 법인과 시설 운영에서 문제가 드러난 만큼 전문가와 시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경기도와 광주시는 그 정상화 방안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달 6일부터 22일까지 행정과 시설 운영, 회계, 인권, 역사적 가치 등 4개 반으로 나눠 나눔의 집 운영법인과 나눔의 집 시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및 국제평화인권센터 등을 조사했다. 1992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는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5명이 생활하며,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95세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88억 모금한 나눔의 집, 할머니들에겐 겨우 2억 썼다

    88억 모금한 나눔의 집, 할머니들에겐 겨우 2억 썼다

    ‘후원금 운용’ 논란을 빚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시설 나눔의 집이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한 뒤 상당 금액을 할머니들에게 사용하지 않고 땅을 사는 데 쓰거나 건물을 짓기 위해 쌓아 둔 것으로 드러났다. 송기춘(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나눔의 집 민관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송 단장은 “나눔의 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머니들 후원금 홍보를 하고 여러 기관에도 후원 요청 공문을 발송해 지난 5년간 약 88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했다”며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아 후원금 액수와 사용 내용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등록청의 업무 검사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 금품을 모집하려는 사람은 등록청(10억원 초과인 경우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국민들이 후원한 돈은 운영법인 계좌에 입금됐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 88억여원 중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시설 전출금)은 2.3%인 2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가 아닌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된 게 대부분이었다. 반면 운영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사용한 후원금은 26억여원으로 파악됐다. 재산조성비는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으로 쓰였다. 나머지 후원금은 이사회 회의록 및 예산서 등을 살펴봤을 때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해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민관합동조사단은 설명했다. 할머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 정황도 발견됐다. 간병인은 “할머니, 갖다 버린다”, “혼나봐야 한다” 등 언어폭력을 가했고, 특히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에게 집중됐다고 송 단장은 설명했다. 생활과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 방치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경기도는 추후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 결과를 받아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할 예정이다.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달 6일부터 22일까지 행정과 시설 운영, 회계, 인권, 역사적 가치 등 4개 반으로 나눠 나눔의 집 운영법인과 나눔의 집 시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및 국제평화인권센터 등을 조사했다. 1992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는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5명이 생활하며,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95세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현장] 지붕 위에서 살아남은 소 ‘쌍둥이’ 낳았다

    [현장] 지붕 위에서 살아남은 소 ‘쌍둥이’ 낳았다

    11일 새벽 ‘쌍둥이’ 출산…전날 구조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이 침수되는 난리 통에 지붕 위에 올라가 살아남았던 암소가 구출 직후인 11일 새벽 쌍둥이를 출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두 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었던 어미 소는 물이 차오르는 축사에서 빠져나와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지붕에 올라섰다. 이후 살아남기 위해 폭우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먹이 한 줌,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악착같이 버텼다. 이 암소는 전날 오후 119구조대원들이 동네 가옥 등 3곳 지붕에서 구조한 18마리 소 가운데 마지막으로 땅을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암소는 새끼를 밴 것 때문인지 한사코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며 지붕 위에서 내려가지 않으려 했다.구조대는 결국 마취 총을 쏴야 했다. 마취약에 취해 밤새 몽롱해 하던 어미 소는 모두가 잠든 11일 새벽 홀로 깨어나 2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지치고 힘든 몸으로 출산하느라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냈을 어미 소이지만 새끼 걱정에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잘 마른 건초가 놓인 축사 한쪽에 새끼가 웅크려 있자 무사한지 살펴보려는 듯 다가가 냄새를 맡아보거나 혀로 핥아주며 모성애를 드러냈다. ●“새끼 있어서 안 내려오려 했던 것 같다” 축사 주인 백남례(61)씨는 안쓰러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백씨는 “유독 저 소만 지붕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해 결국 마취총으로 재운 다음 구조했다”며 “새끼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녀석이 지붕 위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너무 안쓰럽다”며 “살아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쌍둥이까지 무사히 출산하다니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다.백씨는 이날 또 다른 희소식을 듣기도 했다. 그는 수해로 잃어버린 소 2마리가 36㎞ 떨어진 경남 하동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받았다. 백씨는 하동까지 찾아가 되찾아올 여력이 안 돼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수해를 이겨낸 소들이 대견할 따름이라고 했다. ●36㎞ 떨어진 경남 하동에서 소 찾기도 백씨 외에도 소를 잃어버린 주인들은 자식과도 같은 소를 찾아 이웃을 이곳저곳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축사에 있는 구조된 소들은 지붕 위에서 힘을 다 써버린 탓인지 기력 없는 모습으로 앉거나 누워있었다. 한 마을 주민은 “비가 그치면 주인을 찾아주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며 “잃어버린 소가 많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소가 다시 건강하게 클 수 있게끔 잘 보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최고위원 후보자와 간담회 개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최고위원 후보자와 간담회 개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대표의원 조상호, 서대문4)은 11일 서울시의회 본관 더불어민주당 간담회장에서 이원욱 의원(경기 화성을)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원욱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과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거쳤으며, 오는 8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이날 간담회는 이상훈 수석부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이 후보자의 모두발언을 듣고 서울시의원과 자유토론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자신이 정치에 뛰어 든 계기와 험난했던 정치여정에 관해 소회했다. 험지였던 경기 화성을 민주당의 땅으로 만들기까지의 노력, 박근혜 정부 탄핵을 이끌었던 과정에서 얻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마무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자신이 지닌 경험과 실천력을 무기로 당내에서 역할을 주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지방자치법 개정과 관련하여 “임명권 독립 문제 및 인건비 현실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정부로 명칭변경 등 세부사항의 조정이 필요하겠으나 개정안 통과 필요성은 적극 공감한다”라고 밝히며, “이번 정기 국회때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 김기덕 부의장, 조상호 대표의원을 비롯하여 약 30여 명의 서울시의원이 참석하였으며, 이날 참석한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입을 모아 지방분권 실현과 광역의회 위상정립을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하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권성동 “文, 자신있음 보 당장 파괴해봐”…4대강·태양광 여야 격돌(종합)

    권성동 “文, 자신있음 보 당장 파괴해봐”…4대강·태양광 여야 격돌(종합)

    이낙연 “산사태, 태양광 시설 때문 아냐”한반도를 수주째 강타하고 있는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여야가 11일 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태양광 사업을 놓고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권성동 무소속 의원은 4대강 보와 홍수의 상관 관계 조사를 지시한 대통령을 향해 “은근히 디스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4대강 보를 지금 즉시 파괴해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당은 이번 수해로 거듭 4대당 사업의 폐해가 입증됐다며 보 해체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사태의 주범으로 찍힌 태양광 사업과 관련, 차기 대권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설치 규제가 엄격해 태양광 설치가 산사태와 관련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文, 4대강 진영논리 갇혀”“은근히 디스 말고 보 파괴하고 책임져” 미래통합당 출신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사화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 이전에는 해마다 4대강 유역에서 홍수가 났지만 그 후로는 올해 딱 한 번을 제외하고 홍수가 나지 않았다”면서 “사업의 효용성은 입증됐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문 대통령의 폄하 발언을 보면서 진영논리에 갇힌 문 대통령이 안타깝고 답답했다”면서 “애매모호하게 홍수의 원인이 4대강 보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지 말고, 가뭄과 홍수 예방에 자신이 있으면 지금 즉시 4대강 보를 파괴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文 “4대강 보 홍수 조절 기여 분석 기회”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을 두고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50일이 넘는 최장기간 장마와 폭우로 발생한 전국적 피해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면서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언급했다.이런 발언은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이 저지돼 폭우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미래통합당의 주장에 대한 반박 성격으로 해석됐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다면 물난리를 더 잘 방어하지 않았을까”라고 적었다. 통합당에서는 4대강 사업 덕에 일부 지역에서 홍수를 막을 수 있었다며 재평가의 목소리를 나왔다.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을 지낸 송석준 의원은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만약 4대강 보를 정비해 물그릇이 커졌다면 기본적인 제방 유실은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번에 한강 주변에 엄청난 폭우가 왔지만 피해가 최소화됐다는 것으로 (사업 효과가) 많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윤미향 “강, 섭리대로 흐르게 회복해야”양이원영 “보, 흐름 방해해 홍수 악화”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4대강 보 사업으로 인해 홍수가 더 커졌다며 신속히 제거해야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환경운동가 출신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보 시설물이 물 흐름을 방해해 홍수를 악화시킨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된다”면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서 보는 철거하고 제방은 보강하면 되는 것”이라며 환경부에 조속한 대처를 촉구했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 윤미향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강줄기가 자연의 섭리대로 흐를 수 있도록 강의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애써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 “미래통합당이 4대강 사업의 효용성을 다시 들고나온 것은 일종의 트라우마”라면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오류를 바로잡아나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전날 문 대통령이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기능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실증조사를 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객관적 입장에서 조사할 수 있는 단위가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기능을 판단해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통합 “잇단 산사태, 태양광 난개발 탓”“원전 포기하더니…국회서 짚고 가야” 여야는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인 태양광 발전에 대한 국정조사를 두고도 대립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의 주축인 태양광은 산사태 유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통합당은 잇따른 산사태의 원인으로 태양광 발전 난개발을 지목하면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박진 의원은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총 집결체인 원전을 포기하고 태양광을 설치해 산사태를 일으키고 그에 따른 피해가 커졌다”면서 “국회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만약 태양광 시설 때문에 산사태가 벌어졌다면 명백하게 인재의 성격이 강한 것”이라면서 “감사원 감사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태양광 하느라 나무 233만 그루 베어”안철수 “흉물스런 태양광 홍수조절 마비” 이채익 “장마기간 6곳 산지 태양광서 산사태” 전날에도 통합당 탈원전대책특위 이채익 위원장은 성명에서 “현 정부의 무분별한 탈원전 정책으로 우후죽순 들어선 ‘산지 태양광 설비’가 산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번 장마 기간 6곳의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산지 태양광 설비 신축 규모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에 전년 대비 271%, 2018년에 170% 증가했다면서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낸 규모가 2017∼2019년 여의도 면적의 15배, 232만 7000그루라고 전했다. 그는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최대한 오랫동안 받을 수 있도록 일정 경사 이상의 산비탈을 골라 설치하는데, 그 과정에서 폭우에 견딜 나무나 토지 기반이 무너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국조를 요구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전반적으로 현 사태에 대해 검증을 해서, 산에 설치한 태양광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판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무리한 태양광 사업 때문에 환경도 훼손되고, 에너지 정책도 잘못됐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탈원전과 태양광을 묶어 에너지 정책 전반을 특위에서 다루자고 제안했고, (민주당도)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온 나라를 파헤쳐 만든 흉물스러운 태양광 시설은 자연적인 홍수 조절기능을 마비시켰다고 한다”며 감사원 감사와 범야권 차원의 국조를 주장했다. 김태년 “태양광, 朴정부서 허가 많이한 탓”이낙연 “태양광, 산사태 면적 1%도 안돼”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정치공세라며 선을 그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충북 음성군 수해 현장을 찾아 통합당 공세에 대해 “기록적 폭우 앞에 정쟁 요소로 끌어들여서 논쟁하자고 달려드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면서 “태양광도 지난 정부 때 허가가 너무 많이 났었다”고 말했다. 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경사도를 훨씬 엄격하게 해 평지나 다름 없는 곳에 태양광을 설치했는데 그 때문에 산사태가 생겼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태양광이 설치된 곳은) 산사태 면적의 1%도 안 된다. 과장”이라고 밝혔다. 당 관계자도 “국조를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흠집을 내보겠다는 공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태양광 사업을 추진한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태양광이 산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계속되는 논란에 규제를 통해 보급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의원이 말한 부분은 산업부가 지난 10일 전체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 1만 2721곳 가운데 0.1%에 해당하는 12곳이 폭우로 피해를 봤다고 밝혔던 부분을 재언급한 것으로 보인다.산지 태양광 비중 3년간 3배 껑충 이와 관련,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당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에 있는 드림천안에너지 태양광발전소를 찾아 현지 상황을 점검했다. 이 업체는 연일 이어진 집중호우로 태양광 발전설비 일부가 유실되고, 옹벽이 파손돼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5년 14.3%에 불과했던 산지 태양광 비중은 2017년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산지 가격이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넓은 땅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산림조성 부담금 면제 등 각종 지원 혜택이 제공되면서 우후죽순 생겨난 탓이다. 그러나 2018년 5월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등 태양광 발전시설 주변에서 산사태 등 사고가 이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해 10월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산지 전용허가를 받은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대체 산림자원 조성비’의 면제 대상에서 태양광발전시설을 제외하고 태양광시설을 산지 일시사용허가 대상으로 바꿔 투기를 차단했다. 또 사용 산지의 평균 경사도 허가기준을 25도에서 15도 이하로 강화하는 동시에 산지 태양광에 부여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도 축소했다.정부 “산사태, 태양광에 집중된 건 아냐” 정부는 이와 같은 조치가 산지 태양광의 환경 훼손을 막으려는 목적이지 산사태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태양광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적어 이전 정권 때부터 태양광을 키우려는 노력을 해왔다”면서 “사업 과정에서 나무를 많이 베야 해 환경이 크게 훼손된다는 지적이 있어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유독 산사태가 많이 발생한 것은 단기간에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산 전체가 약해졌기 때문으로, 태양광 설비가 있는 곳에서만 집중적으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산지 태양광이 산사태와 완전히 무관한 것은 아니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데다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정치적 쟁점으로 다시 떠오르자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집중호우와 같은 기후 위기 상황을 고려해도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지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보완할 점이 있다면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부평 옛 일제 무기공장 터 해방 75년만에 개방된다

    부평 옛 일제 무기공장 터 해방 75년만에 개방된다

    일제강점기에 무기공장이었다가 해방 후 미군기지로 사용되어 온 인천 부평 캠프마켓중 일부 시설이 오는 10월 해방 75년 만에 처음 개방된다. 인천시는 인천시민의 날 하루 전인 10월 14일 시설 개방 기념식을 열고 부대 남측 야구장 일대 4만2000㎡를 시민에게 개방한다고 11일 밝혔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한미 합의에 따라 인천시가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땅의 일부다. 인천시는 캠프마켓 전체 44만㎡ 중 21만㎡를 우선 반환받았고, 나머지 23만㎡는 현재 진행중인 토양오염정화작업 절차를 거쳐 추후 돌려받을 예정이다. 이번 개방 구역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무기공장인 ‘조병창’의 본부로 추정되는 건물이나 무기 제조 주물 공장 건물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시설을 포함한 나머지 구역도 근대건축물 조사와 환경정화 등을 거쳐 단계별로 출입이 허용될 예정이다. 인천시는 조병창과 캠프마켓의 역사와 현재 건물 용도 등을 알 수 있도록 안내표지판을 만들어 방문객의 이해를 도울 계획이다. 캠프마켓은 일본 육군의 무기공장인 조병창으로 사용된 시기까지 포함해 80년 넘게 일반인 출입이 통제돼왔다.1939년 건립된 조병창은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무기 제조 공장이었다. 이곳에서는 1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조선인이 강제동원돼 배고픔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면서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인천지역에 대표적인 아픈 근현대유산이 될 전망이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3보급단·공병대대 등 부평 인근 부대 재배치 사업이 본격화하는 점을 고려해 ‘부평구 군부대 주변 지역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 구상 용역’을 내년 12월까지 마무리하고 캠프마켓의 활용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유인경 남편 정진모 “그림 같은 집 살고파...아내가 해 주겠지”

    유인경 남편 정진모 “그림 같은 집 살고파...아내가 해 주겠지”

    전 신문기자 유인경이 남편 정진모와의 일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11일 재방송된 MBN ‘동치미’에서는 유인경이 출연해 남편 정진모와 대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정진모는 아내 유인경에게 “좋은 남편 만나서 다행이다”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유인경이 좋은 남편의 기준에 대해 물었고, 정진모는 “덜렁거리는 아내랑 살아준다. 아내의 잔소리를 들은 체 만 체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인경은 “나처럼 잔소리 안 하는 아내는 없을 거다. 이렇게 엉터리로 살고 있는데”라고 말해 정진모의 공감을 샀다. 그러면서 정진모는 “언젠가 강가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유인경은 “누가 집을 지어 주냐”고 물었고, 정진모는 “마누라가 언젠가 해 주겠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인경이 “진짜 어이없다. 땅 사고 집 집어야 하는데 돈이 어디 있느냐”고 발끈하자, 정진모는 “돈은 벌면 된다”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누가 돈을 벌 것이냐고 묻자 정진모는 “한 집안에 두 사람이 돈을 버는 건 정의 사회에 부합되지 않는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유인경이 “그게 왜 나냐”고 반박했지만 정진모는 “어쩌다 네가 된 거다. 꼭 이유가 있나”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지구를 보다] 하늘에서 본 인니 시나붕 화산…화산재로 일대 온통 잿빛

    [지구를 보다] 하늘에서 본 인니 시나붕 화산…화산재로 일대 온통 잿빛

    분화를 반복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나붕 화산의 인공위성 사진이 공개됐다. 미국 기상위성연구소(CIMSS)는 일본 히마와리8호 위성에 포착된 시나붕 화산 분화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공개된 이미지에는 10일(현지시간) 화산이 분화하면서 시나붕산 일대가 화산재로 뒤덮이는 모습이 담겨 있다. 같은 날 테라(Terra) 인공위성에 탑재된 모디스(MODIS) 센서에도 분화가 감지됐다.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에 위치한 시나붕 화산은 8일부터 분화를 반복하고 있다. ‘템포’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8일 오전 1시58분 한 차례 분화한 시나붕 화산은 정상에서 2000m 지점, 해발 4460m 상공까지 화산재를 내뿜었다. 이틀 뒤인 10일(현지시간) 오전 10시 16분 분화 당시에는 산 정상에서 5000m 지점까지 화산재 기둥이 치솟았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가 공개한 CCTV에도 대규모 분화 장면이 고스란히 포착됐다.폭발적으로 터져나온 화산재는 인근 4개 마을을 뒤덮었으며, 분화구에서 20㎞ 떨어진 곳까지 도달했다. 가옥과 농작물은 온통 잿빛으로 변했고, 화산재가 햇빛을 가리면서 주민들은 3시간 넘게 어둠과 싸워야 했다. 화산재 피해에 대비해 서둘러 감자를 수확하는 농민들도 눈에 띄었다. 현지 주민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분화 당시 우뢰와 같은 소리가 사방을 흔들었다. 약 30초 정도 지속됐다”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보고된 인명피해는 없으며, 대피 명령이 내려지지 않아 주민들은 집에 머물며 화산재로 엉망이 된 가옥과 농장을 청소하고 있다.수세기 동안 숨죽이고 있던 시나붕 화산은 2010년 410년 만에 분화했다. 당시 34개 마을 주민 3만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후 2013년~2017년까지 화산 활동이 계속됐으며 2014년과 2016년 각각 16명, 7명이 사망했다. 이에 따라 재난 당국은 시나붕 화산 경보단계를 가장 높은 4단계에서 3단계로 조정한 후, 화산 정상에서 반경 3㎞, 남동구역 5㎞, 북동구역 4㎞ 이내 접근을 금지했다.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 시나붕 관측소는 “화산 근처에서 여러 차례 지진이 감지됐다. 이것은 분화의 징후”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분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화산에서 뿜어져나온 화산재가 땅에서 5㎝ 높이까지 쌓였다”면서 마스크나 개인 보호장비를 꼭 착용해 화산재 피해를 예방하라고 권고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경기도 “나눔의집 후원금 88억원 중 시설에 간 돈은 2억원”

    경기도 “나눔의집 후원금 88억원 중 시설에 간 돈은 2억원”

    ‘후원금 운용’ 논란을 빚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시설 나눔의 집(경기 광주시)이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한 뒤 상당 금액을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용하지 않고 땅을 사는 데 쓰거나 건물을 짓기 위해 쌓아둔 것으로 드러났다.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나눔의 집 민관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송 단장은 “나눔의 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머니들 후원금 홍보를 하고 여러 기관에도 후원 요청 공문을 발송해 지난 5년간 약 88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했다”며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아 후원금 액수와 사용 내용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등록청의 업무 검사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 금품을 모집하려는 사람은 등록청(10억원 초과인 경우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국민들이 후원한 돈은 나눔의 집 시설이 아니라 운영법인 계좌에 입금됐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 88억여원 중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 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시설 전출금)은 2.3%인 2억원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가 아닌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운영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사용한 후원금은 26억여원으로 파악됐다. 재산조성비는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으로 쓰였다. 나머지 후원금은 이사회 회의록 및 예산서 등을 살펴봤을 때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해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민관합동조사단은 설명했다.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부당행위도 발견됐다. 나눔의 집은 법인 정관상 이사의 제척제도를 두고 있는데도 이사 후보자가 자신을 이사로 선임하는 과정에 참여해 이사로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3명이 자신들의 이사 선임에 관한 안건 의결에 참여했는데 이들을 제외하면 개의정족수가 미달하는데도 회의가 진행됐다. “갖다 버리겠다” 정서적 학대 정황도 발견 할머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 정황도 발견됐다. 간병인은 “할머니, 갖다 버린다”, “혼나봐야 한다” 등 언어폭력을 가했고, 특히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에게 집중됐다고 송 단장은 설명했다. 할머니들의 생활과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 방치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입·퇴소자 명단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할머니들의 그림과 사진, 국민들의 응원 편지 등을 포댓자루나 비닐에 넣어 건물 베란다에 방치했다. 이 중에는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도 있었다. 제1역사관에 전시 중인 원본 기록물은 습도 조절이 되지 않아 훼손되고 있었고, 제2역사관은 부실한 바닥공사로 바닥 면이 들고 일어나 안전이 우려되는 상태였다. 경기도는 추후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 결과를 받아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할 예정이다.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달 6일부터 22일까지 행정과 시설 운영, 회계, 인권, 역사적 가치 등 4개 반으로 나눠 나눔의 집 운영법인과 나눔의 집 시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및 국제평화인권센터 등에 대해 조사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영선 변호사(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정희시 경기도의회 의원, 이병우 경기도 복지국장을 공동단장으로 경기도와 광주시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1992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는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5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95세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나눔의집 후원금 88억, 시설에 달랑 2억 갔다…할머니 학대마저

    나눔의집 후원금 88억, 시설에 달랑 2억 갔다…할머니 학대마저

    경기도 민관합동조사 결과 발표“후원금 모집, 법인·시설 운영 문제 많아”현재 할머니 5명 생활 중…평균 연령 95세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힘겨웠던 삶에 보탬이 되어달라고 국민들이 보낸 후원금 88억원 가운데 단 2억원만이 할머니들의 지원을 위한 나눔의집(경기 광주시)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후원금 유용 의혹이 제기된 나눔의 집은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한 뒤 상당 금액을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용하지 않고 땅을 사는 데 쓰거나 건물을 짓는 등 부동산에 투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할머니들에게 “갖다 버린다” “혼나 봐야 한다” 등 막말과 정서 학대까지 일삼은 정황까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5년간 88억 후원금 모집…액수·사용내역 제대로 공개 안해”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러한 내용을 담은 나눔의 집 민관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송 단장은 “나눔의 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머니들 후원금 홍보를 하고 여러 기관에도 후원 요청 공문을 발송해 지난 5년간 약 88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했다”면서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아 후원금 액수와 사용 내용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등록청의 업무 검사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 금품을 모집하려는 사람은 등록청(10억원 초과인 경우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국민들이 후원한 돈은 나눔의 집 시설이 아니라 운영법인 계좌에 입금됐다.전체 후원액 중 나눔의집에 2%만 전달그마저도 할머니 직접 경비로 사용 안해 이렇게 모인 후원금 88억여원 중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 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시설 전출금)은 2.3%인 2억원에 불과했는데 이마저도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가 아닌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운영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사용한 후원금은 26억여원으로 파악됐다. 재산조성비는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으로 쓰였다. 나머지 후원금은 이사회 회의록 및 예산서 등을 살펴봤을 때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해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민관합동조사단은 설명했다. 이사 후보자, ‘셀프’ 이사 선임 후 의결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부당행위도 발견됐다. 나눔의 집은 법인 정관상 이사의 제척제도를 두고 있는데도 이사 후보자가 자신을 이사로 선임하는 과정에 참여해 이사로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3명이 자신들의 이사 선임에 관한 안건 의결에 참여했는데 이들을 제외하면 개의정족수가 미달하는데도 회의가 진행됐다.“혼날래” 할머니에 언어폭력 정황의사소통 어려운 중증 할머니에 집중 국가지정 역사기록물·국민 응원편지 방치간병인, 조사단-할머니 면담 불법 녹음 할머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 정황도 발견됐다. 간병인은 “할머니, 갖다 버린다”, “혼나봐야 한다” 등 언어폭력을 가했고, 특히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에게 집중됐다고 송 단장은 설명했다. 할머니들의 생활과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 방치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입·퇴소자 명단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할머니들의 그림과 사진, 국민들의 응원 편지 등을 포댓자루나 비닐에 넣어 건물 베란다에 방치했다. 이 중에는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도 있었다. 제1역사관에 전시 중인 원본 기록물은 습도 조절이 되지 않아 훼손되고 있었고, 제2역사관은 부실한 바닥공사로 바닥 면이 들고 일어나 안전이 우려되는 상태였다. 법인직원인 간병인이 조사단과 할머니의 면담 과정을 불법 녹음하기도 했다.경기도 “경찰에 수사 의뢰 검토” 경기도는 추후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 결과를 받아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할 예정이다. 송 단장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나눔의집과 불교계가 나서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했다”면서 “그러나 법인과 시설 운영에서 문제가 드러난 만큼 전문가와 시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경기도와 광주시는 그 정상화 방안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달 6일부터 22일까지 행정과 시설 운영, 회계, 인권, 역사적 가치 등 4개 반으로 나눠 나눔의 집 운영법인과 나눔의 집 시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및 국제평화인권센터 등에 대해 조사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영선 변호사(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정희시 경기도의회 의원, 이병우 경기도 복지국장을 공동단장으로 경기도와 광주시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1992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는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5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95세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종로구, ‘낭독극’ 만들고 ‘천체 관찰’하며 뜻깊은 여름을

    종로구, ‘낭독극’ 만들고 ‘천체 관찰’하며 뜻깊은 여름을

    서울 종로구는 지역 어린이들이 종로만이 보유한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향유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낭독극 및 체험 프로그램을 8월과 9월 두 달 간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먼저 아름꿈도서관(숭인동 242-7)에서는 이날 부터 다음달 26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2020 도서관다문화서비스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연극놀이교실 프로그램이 열린다. 바로 여름방학을 맞아 마련된 ‘낭독극으로 만나는 아시아 신화이야기 ‘천지왕의 주머니’이다. 대상은 초등학교 2·3학년이며 이날 부터 2주 동안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진행하고, 9월 중에는 매주 토요일 운영한다. 총 8회 차에 걸쳐 아시아 신화를 함께 읽어보고 조별 연극놀이, 희곡 각색 등을 경험하는 시간들로 구성했다. 아동들은 희곡 ‘천지왕의 주머니’를 읽고 배역을 정해 낭독공연을 연습, 최종적으로 발표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어 창신소통공작소(창신6가길 47)에서는 오는 21일 부터 다음달 25일까지 매주 어린이 과학체험프로그램 ‘하늘땅 별땅’을 운영한다. 대상은 6세 이상 13세 미만의 종로구 거주 어린이다. 문화해설사와 창신동 절개지 주변 골목골목을 탐방하며 지역문화와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과학탐구 실험, 천체 관찰 등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수강료는 전액 무료이고 재료비는 2만원이다. 10살 미만 어린이 참여 시 보호자 동반은 필수이며 보호자 휴식공간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태풍이나 우천 등의 기상 상황으로 프로그램 일정은 연기 또는 변경될 수 있다. 참여 신청은 종로문화재단 홈페이지(https://www.jfac.or.kr)를 참고해 구글폼으로 하면 된다. 하늘땅 별땅과 관련해 보다 자세한 사항은 창신소통공작소(2088-1270)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앞으로도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몽골에 ‘항일 병원’ 개원… 독립운동자금·의열단 지원한 애국지사

    몽골에 ‘항일 병원’ 개원… 독립운동자금·의열단 지원한 애국지사

    현실과 타협해 안주할 수 있는 전문직인 의사들 중에도 독립운동에 뛰어든 이들이 많다.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아 포상을 받은 의사 또는 의대 재학생은 70여명이며 포상을 받지 못한 이들을 포함하면 150여명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다고 한다(‘일제시기 한국 의사들의 독립운동’, 의사학(醫史學) 통권 33호). 1908년 배출된 세브란스의학교 1기 졸업생 7명 가운데 김필순, 박서양, 주현측, 신창희 등 대부분이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김마리아의 숙부로 안창호와 의형제를 맺은 김필순은 서간도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박서양은 대한국민회 군사령부의 군의(軍醫)였다. 대한의원 부속의학교 학생이었던 오복원과 김용문은 이재명 의사와 함께 이완용 처단에 가담해 각각 징역 10년형과 7년형을 받았다.‘몽골의 슈바이처’, ‘신의’(神醫)로 불리는 이태준도 빼놓을 수 없다. 세브란스의학교 2회 졸업생으로 김필순의 후배인 이태준은 몽골에 병원을 세워 의술을 베풀고 독립운동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지난달 17일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태준의 고향인 군북면에 ‘이태준 기념관’을 짓는 첫 삽을 뜬 것이다. 기념관은 이태준 서거 100년이 되는 내년 1월 완공된다. ●고향 군북면에 ‘이태준 기념관’ 내년 개관 이태준 선생은 1883년 11월 21일 함안군 군북면 명관리에서 출생했다. 위쪽으로 경전선 철도가 지나가는 백이산의 서쪽 자락이 명관리인데 선생의 생가터는 명관저수지에 수몰돼 있다. 이태준은 일찍 결혼해 두 딸을 낳았는데 첫 부인 안위지는 둘째 딸을 낳고 사망했다. 두 딸은 동생 이태식이 길렀다. 한학을 배운 선생은 20대 초반에 상경해 24세 때인 1907년 10월 세브란스의학교에 입학했다. 상경과 입학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독교 선교사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생은 재학 시절 도산 안창호를 만났다. 안창호는 1909년 10월 안중근 의사 의거 후 일제에 체포됐다가 이듬해 2월 석방돼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안창호는 선생의 구국 의지를 알아보고는 신민회의 자매단체인 청년학우회에 가입하도록 소개했다. 그러는 사이 나라는 일제에 넘어갔다. 선생은 1911년 6월 학교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1912년 초 선생은 중국으로 망명했다. 망명 동기는 중국 난징으로 간 직후 미국에 있던 안창호에게 보낸 1912년 7월 16일자 편지에 밝히고 있다. 날로 심해지는 일제의 탄압에 분개하던 차에 1911년 10월 발발한 중국의 신해혁명에 크게 감동했다는 것이다. 선배이자 스승인 김필순의 영향도 컸다. 일제가 조작한 ‘105인 사건’에 걸려든 김필순이 먼저 탈출하고 선생은 상황을 봐 가면서 뒤따라 결행하기로 했다. 1911년 마지막 날 김필순은 신의주 세브란스분원에 출장 간다며 경의선 열차에 올랐다. 여동생 김순애가 동행했는데 김순애는 후일 이태준과 몽골로 함께 간 독립운동가 김규식과 결혼한다. 김필순을 배웅하고 병원으로 돌아온 이태준은 뜻밖에도 자신이 중국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음을 알고 황급히 기차를 타고 망명길에 올랐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난징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선생은 중국인 기독교도의 도움으로 기독회의원 의사로 취직했다. 김필순은 서간도에서 병원을 열어 독립군 군의관으로 독립운동에 가담했는데 1919년 사망하기 전 선생과 만났다는 기록은 없다. 1912년 중반 선생은 한인 유학생들과 교류하며 어떻게 독립운동에 나설지 고심했다. 선생의 선택은 몽골이었다. 이는 김필순의 매제인 김규식의 권유 때문이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에 유학하고 귀국해 연희전문학교 교수 등을 하던 김규식이 국내를 탈출해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것은 1913년 중반이었다. 김규식은 신해혁명에 자극을 받아 몽골에 비밀군관학교를 설립할 작정이었다. 선생은 김규식과 1914년 무렵 몽골 수도인 고륜(庫倫·현 울란바토르)으로 갔다. 후일 비행사가 되는 서왈보라는 애국청년도 동행했다. 그러나 세 사람의 계획은 국내 지하조직에서 약속한 자금이 도착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해 가을 김규식은 피혁 판매업을 시작했고 선생은 고륜에 동의의국(同義醫局)이라는 병원을 열었다. ‘같은 뜻’이라는 병원 이름에서도 선생의 항일의식을 읽을 수 있다. 몽골을 떠난 김규식은 1918년 5월 앤더슨 마이어 회사의 울란바토르 지점장이 돼 고륜으로 다시 올 때 사촌 여동생 김은식과 함께 왔고 선생은 김은식과 결혼했다.●몽골 보그드칸 어의돼 최고등급 ‘국가 훈장’ 당시 몽골인들 사이에는 성병이 번져 70~80%가 감염돼 있었다. 선생은 특히 몽골인들의 성병 퇴치에 큰 공을 세웠다. 미신적 치료법밖에 모르던 몽골인들에게 근대 의술을 펼친 선생은 신과 같은 존경을 받았다. ‘까우리(고려) 의사’ 이태준을 모르는 몽골인이 없을 정도였고 ‘신인’(神人)이나 ‘여래불’(如來佛)로 불렸다(여운형, ‘몽고사막 여행기’). 선생은 왕궁의 두터운 신임도 얻어 몽골 활불(活佛), 즉 몽골 왕 보그드 칸의 어의(御醫)가 됐다. 1919년 7월 보그드 칸은 이태준에게 최고 등급의 국가훈장을 수여했다. ●상하이 임시정부 군의관 감무로도 활동 이태준은 독립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하고 지원했다. 번 돈의 대부분을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썼고 고륜을 오가는 애국지사들에게 숙식과 교통을 비롯한 갖은 편의를 제공했다. 그의 병원과 집은 하루에 사오십 명의 독립운동가들이 묵기도 한 연락처 겸 거점이었다. 김규식이 파리강화회의에 대표로 파견될 때 당시로서는 거액인 2000원을 지원한 것도 선생이었다. 선생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군의관 감무(監務)로도 활약했다. 한인사회당이 소비에트 정부에서 받은 40만 루블어치의 금괴 운송에 선생이 깊숙이 관여한 일도 주목할 만하다. 선생은 한인사회당의 비밀연락원이었다. 40만 루블의 1차분인 8만 루블에 해당하는 금괴를 선생과 김립은 1920년 초겨울 고륜에서 상하이까지 성공적으로 운반했다. 무게가 수백㎏이었다고 하니 들키거나 도둑맞지 않고 옮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금괴 운반을 마친 선생은 베이징에서 의열단장인 김원봉을 만나 자신의 차량 운전사이던 폭탄제조 기술자 마자르를 소개했다. 헝가리인 마자르는 선생이 죽은 후 의열단에 폭탄 제조법을 알려주었다. 마자르의 폭탄 제조법 전수는 의열단 거사의 큰 전환점이 됐다.선생은 러시아 백위파 운게른 부대가 고륜을 점령한 1921년 2월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3000여명의 대원을 거느린 운게른은 러시아혁명군에 쫓겨 몽골로 들어온 잔혹한 성격의 인물이었다. 운게른은 중국군을 몰아내고 대대적인 약탈과 살육을 자행했다. 운게른 부대의 일본인 장교들은 선생을 체포해 처형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선생은 고륜을 빠져나와 상하이로 가던 도중 붙잡혀 고륜으로 끌려가 잔인하게 처형당했다. 선생의 나이 38세였다. 11개월 된 딸도 죽임을 당했다. 선생은 중국군 사령관의 퇴각 동행 요구도 거절했다. 고륜에 남아 김원봉에게 마자르를 소개하기로 한 약속 등을 지키려 했던 것이다. 고륜의 구릉에 있던 이태준의 묘를 찾은 여운형은 “이 땅의 민중을 위하여 젊은 일생을 바친 한 조선청년의 거룩한 헌신과 희생의 기념비”라고 애도했다. 선생의 묘는 그 뒤 개발 과정에서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몽골 정부는 묘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찾지 못했다. 2001년 7월 울란바토르에 이태준 기념공원이 문을 열어 넋을 기리고 있다. 정부는 1990년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자유·저항의 대학로… 치열했던 ‘청춘들의 행진’

    자유·저항의 대학로… 치열했던 ‘청춘들의 행진’

    문화재라 하면 으레 건축물이나 도자기 같은 것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서울미래유산은 그 폭이 좀더 넓다.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가운데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한다. 영화도 한 카테고리다. 대표적인 것으로 1975년 개봉한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이 있다. 소설가 최인호가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비판적 사고를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불안과 좌절, 비애, 상실감 등 우울한 자화상을 묘사한 영화다. 1970년대 서울 대학가와 그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영화로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미래유산이 됐다.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1회 ‘서울의 영화-바보들의 행진’을 준비하면서 이 영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떠올릴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했다. 젊음과 낭만의 거리라 불리는 대학로가 좋은 사례 중 하나일 듯싶었다. 혜화동로터리에서 이화사거리까지 1㎞ 남짓한 도로를 중심으로 펼쳐진 대학로는 연극이나 뮤지컬과 같은 공연을 볼 때면 누구나 한 번쯤 들러봤음 직한 젊은이들의 공간이다. 한복판에 있는 마로니에공원을 거닐다 보면 여유롭게 거리공연을 펼치는 악사에서부터 비보잉을 하는 댄서들까지, 자유로운 분위기에 누구나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물론 원래부터 이곳이 대학로라 불린 것은 아니고 공원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이 지역의 근대는 식민지와 함께 왔다. 애초 이곳의 터줏대감은 일제강점기였던 1924년 들어선 경성제국대학이었다. 의학부와 법문학부, 대학본부가 마로니에공원 일대에 있었고 거기에 들어가기 위한 예비학교 격인 예과가 청량리에 있었다. 이후 서울대가 이곳에 들어선 것은 광복 뒤인 1946년이었다. 법대와 문리대, 의대 등이 마로니에공원과 주변 서울사대부속 초·중교 자리에 자리잡았다.당시 풍경은 어땠을까.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서 어렴풋하게나마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가수 송창식이 부른 ‘고래사냥’과 ‘왜 불러’ 등이 영화 전편에 흐르면서 무기한 휴강과 입대, 장발 단속 등 10월 유신의 풍속도가 리얼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보다 차가웠다. ‘왜 불러’뿐만 아니라 극 중 영철의 테마곡인 ‘고래사냥’이 대학가 시위 현장에서 곧잘 불리면서, 두 노래는 결국 금지곡이 되고 말았다. 감독 자신은 현실과 타협한 영화라고 자조했는데, 어떤 면에서는 그렇기에 더 역설적으로 당시를 이해하는 텍스트가 돼 주기도 한다. 실제로 개봉 당시 서울 관객 15만명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던 영화에 삽입된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한 박정희 정권은 서울대를 아예 관악산으로 이전해 버린다. 대학로 시절 서울대 주변이 유신체제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등 학생운동의 중심이 되다 보니 동숭동, 용두동, 종암동, 공릉동 등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던 단과대들을 당시만 해도 변두리이자 정문과 후문만 봉쇄하면 시위대의 시내 진출을 막을 수 있던 관악산 골프장 터로 몰아넣듯 옮겨버린 것이다. 영화 개봉연도와 같은 1975년의 일이었다.대학로의 변화는 1980년대 들어 더욱 극적으로 펼쳐진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는 각종 공안사건을 조작함으로써 자신들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억제하려 했다. 대표적인 게 1982년 벌어진 ‘학림사건’이었다. 학생운동가들이 학생단체를 조직해 사회주의 폭력혁명으로 정권을 붕괴시키려 했다는 사건이었다. 마로니에공원 맞은편에 있는 학림다방에서 첫 모임을 열었다 해서, 또 ‘숲’(林)처럼 무성한 ‘학’(學)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해서 학림사건이라 불렸다. 1985년부터는 이곳의 분위기가 질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민주화운동의 현장이란 인식이 강했던 이 일대에 정부가 ‘문화예술의 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울 곳곳에 있던 문화예술단체와 공연장, 소극장 등을 유치함으로써 자유와 저항의 공간에 낭만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려 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의 청년들이 그리고 시민사회가 영화의 분위기처럼 순응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지칠 줄 모르는 민주화운동은 끝내 독재를 종식시키고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 냈다. 당시 피해자들도 2010년 열린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두환 정권에 의한 조작 사건이라는 결론과 함께. 학림다방은 그런 한국 현대 정치사의 현장이었기에, 나아가 훗날 문학으로 명성을 얻은 이청준이나 김승옥, 황지우, 김지하 등의 단골집이었다. 김민기 등 음악인들의 주요 거처이기도 했다. 학림다방도 2013년 서울미래유산에 등재됐다. ‘서울대 문리대 제25강의실’이라고도 불렸던 학림다방 입구에 걸려 있는 서울미래유산 동판이 흘러간 옛이야기를 담담하게 증언해 주는 듯싶다. 대학로는 내막을 모르면 그저 로맨틱해 보이기만 하는 문화 예술의 공간이자 맛집들이 즐비한 소비공간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눈앞에 보이는 모습만을 보고는 그 안의 내력이나 사건들 사이의 맥락을 이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마로니에 공원을 중심으로 서 있는 아르코미술관과 아르코예술극장, 그리고 옛 샘터 사옥이자 현 공공그라운드 빌딩 또한 생각할 지점을 던져 준다. 적벽돌 외장이 인상적인 이 건물들은 모두 ‘한국 건축의 풍운아’라 불렸던 김수근이 설계한 건물들이다. 서울대 건축과를 다니다가 6·25전쟁 때 일본 도쿄예대 건축과에 유학해 막 대학원을 수료한 김수근은 이승만 정권 말기인 1959년 29세의 나이로 새 국회의사당 건축설계안 현상공모에서 1등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작품 가운데 한국인에게 익숙한 게 한둘이 아니다. 잠실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을 비롯해 남산 타워호텔과 자유센터, 세운상가, 워커힐호텔, 옛 국립부여박물관과 청주 및 진주박물관 등이 있다. 단순히 건축 설계만 한 게 아니라 국내 잡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월간 ‘SPACE(공간)’를 창간하고 다양한 예술인들을 후원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197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르네상스의 예술 후원가라 평가받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에 빗대 ‘서울의 로렌초 메디치’라 평하기도 했다. 그에게도 밝은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1987년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현장인 남영동 대공분실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나선형 계단을 설치해 방향 감각을 상실케 하고 피조사자가 투신할 수 없게끔 창문 폭을 15㎝ 정도로 좁게 하는 등 전적으로 고문에 적합하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그 건물 말이다. 아르코 미술관과 예술극장, 그리고 옛 샘터 사옥은 겉으로는 수십 년이 지나도록 모던함을 유지해 오는 훌륭한 건축물이다.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인간 내면의 복잡다단한 면에 대해 성찰하게끔 유도하는 경전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이번 그랜드 투어의 마지막 방문지는 서울대병원이었다. 1907년에 건립된 옛 대한의원은 광복 뒤 경성의전과 통폐합돼 현재 서울대 의대로 바뀌어 있고 그 병원은 서울미래유산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1922년 의학 실험에 희생된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겠다며 설치한 ‘실험동물공양탑’은 이번 투어의 압권 중 하나였다. 말 못하는 짐승을 위해서도 공양탑을 세웠던 이들의 마음을 자비롭다고 해야 할까. 서울 대학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된 적이 있다. 2008년 말 한국방송통신대학 맞은편에 위치한 한 건물을 철거하면서 14구의 유골이 발견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석 달에 걸쳐 정밀분석한 결과 유골의 주인공이 14명이 아니라 28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젖먹이의 유골도 3구나 됐다. 과연 그 뼈들의 주인공은 누구이며 왜 그곳에 집단으로 묻힌 걸까. 해답은 ‘그 땅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의전 해부학교실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더더욱 실험동물공양탑은 의외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실험동물의 목숨도 함부로 하지 않던 이들이 정작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의 인종적이며 체질적인 차이를 조사하는 등 몰인권적인 우생학과 인종론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연구도 진행했으니 말이다. 영화에서 보여 주는 이미지가 묘사 대상의 전부는 아닌 것처럼 우리가 맞닥뜨리는 여러 사안들도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다가는 본질을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또 반대로 호기심과 지속적인 문제의식을 견지한다면 묘사된 풍경 너머의 맥락을 이해하는 길에 가닿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바보들의 행진’은 언뜻 보면 명랑한 청춘극 같지만 자세히 보면 비극보다 더 진한 슬픔을 자아내는 영화이고 일견 로맨틱해 보이는 대학로이지만 그 속엔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했던 이들의 정열이 녹아 있다. 글 권기봉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12회 돈의문 주변 ●출발일시 : 8월 15일 오전 10시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과천청사 부지 내년 청약… 절반은 신혼·청년에 장기 임대

    내년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를 시작으로 서울지방조달청과 국립외교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이전 부지가 택지로 개발된다. 이곳엔 청년·신혼부부 대상의 장기임대주택을 50% 이상 공급한다.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과천청사, 서울지방조달청, 국립외교원 등 공공기관 이전 부지와 유휴부지를 택지로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 관계자는 “택지개발과 동시에 청약을 받고, 사전청약 방식도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는 곳은 과천 일대의 옛 정부청사 부지다. 정부 부처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과천청사엔 건물 1개 동이 남아 있을 뿐 70~80%가 공터다. 정부는 과천청사 부지에 새로 공급하는 4000가구 중 절반 이상을 청년·신혼부부에게 장기임대주택 형태로 공급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분양 물량으로 설정하되 새로 도입한 지분적립형 분양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입주 때 분양대금의 일정 지분을 납부하고 장기간 거주해 지분을 분할 취득하는 주택이다. 일례로 5억원짜리 집을 처음에 1억원 정도만 내고 나머지는 살면서 납부하면 된다. 서울 강남권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받는 서울지방조달청(반포동)과 국립외교원(서초동)은 기관 이전 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택지개발 시점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이전 부지가 결정된 서울지방조달청이 먼저 개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지방조달청과 국립외교원 부지엔 각각 1000가구, 600가구가 공급된다. 태릉골프장의 경우 이르면 내년에 택지개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열강들 영유권 분쟁 속 中도 ‘알박기’… 북극해 지도 바뀌나

    열강들 영유권 분쟁 속 中도 ‘알박기’… 북극해 지도 바뀌나

    지구 온난화 영향 빙하 급속히 녹아북극해 석유·희토류 등 채굴 가시화 북극해 분쟁 핵심 ‘로모노소프 해령’ 러·캐나다 등 “우리 대륙과 연결” 주장 中 “우리도 근북 국가” 분쟁에 가세5만명 그린란드 中대사관 직원 500명美 “북극은 미사일 방어의 시작점”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재현 우려 커져‘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는 북극해, 얼음으로 꽁꽁 덮인 북극해를 두고 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캐나다와 덴마크, 러시아가 북극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중국도 북극해에 ‘알박기’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구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항로와 어로 개척뿐만 아니라 석유 900억 배럴과 수조 달러에 이르는 희토류 채굴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년 뒤인 2030년이면 북극해가 얼음이 없는 바다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백만년간 인간을 거부하면서 ‘평화의 바다’가 된 북극해가 영유권 분쟁으로 얼룩지는 남중국해처럼 뜨거워지고 있다. 북극해 중에서도 캐나다와 덴마크 쪽에서 러시아 시베리아 쪽으로 가로지르는 1700㎞가량의 ‘로모노소프 해령’이 영유권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영국 BBC가 최근 보도했다. 바닷속 산맥 같은 지형인 해령의 최정상은 해저에서 3.4㎞ 높이다. 1948년 옛 소련 학자들이 북극점을 탐험하다 수심이 매우 얇은 바다를 탐지하면서 해령을 발견, 극지 연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제정 러시아의 석학 미하일 로모노소프(1711~1765)의 이름을 따 해령의 이름을 붙였다. 통상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는 이 로모노소프 해령이 영유권 주장의 출발점이다. 러시아는 로모노소프가 시베리아 군도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2001년 유엔에 처음으로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서류를 제출했으나,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일축했다. 러시아는 같은 주장을 2015년에 다시 유엔 제출하며 북극해 탐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또 2007년 8월 2일 잠수함을 이용해 북극점 바닥에 티타늄으로 만든 러시아 국기를 심어두기도 했다. 캐나다는 2008년부터 2년간 미국과 함께 로모노소프 해령이 북미 대륙의 연장선이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공동 조사를 했다. 캐나다는 이 해령이 에스키모 자치구인 누나보트에 있는 엘즈미어섬의 연장이라며, 연구 성과와 함께 유엔에 영유권을 주장하는 서류를 제출했다. 미국도 역시 해령이 알래스카 연장선이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 자치령의 연장이라며 2014년 유엔으로 달려갔다. 덴마크는 해저 3㎞의 로모노소프 해령에서 채취한 갈색 돌이 “덴마크 대륙의 연장 증거”라고 주장하면서 해령 좌우의 북극해 89만 5000㎢의 영유권을 주장한다.이 해령은 발견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강력한 레이저로 투사해도 겨우 몇 백m밖에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해령의 해상도가 매우 낮다. 해령의 골짜기와 마루, 능선을 따라 지도를 그린다 해도 이 땅이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 알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각국은 해령의 지리적 특질을 밝혀내기 위해 전문가를 동원해 해령 바위 조각을 떼어 조사한다. 그러나 각국이 인양한 돌 조각들이 정말로 해령의 일부인지, 아니면 빙하에 떠밀려와 바닥에 깔린 ‘드롭 스톤’인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덴마크가 제시한 갈색 돌이 해령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빙하를 타고 들어와 가라앉은 것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북극해 영유권 주장은 ‘정중한’ 편에 속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논란처럼 거친 언사의 외교, 군함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찾는 과학 탐사 위주였다는 뜻이다. 이는 북극해 특유의 혹독한 환경, 쇄빙선 이용에 하루 25만 달러 이상의 고비용이 드는 점 등으로 인해 여러 국가들이 협업하기 때문이라고 BBC가 전했다. 치열해질 수도 있는 영유권 분쟁에 대비해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등 3개국에 미국, 노르웨이를 합친 ‘북극 5개국(AF)’이 2018년 10월 ‘북극 경계에 관한 질서 있는 해결’에 서명했다. 필립 스타인버그 영국 더럼대 정치지리학 교수는 “러시아는 이 문제에 대해 실제로 진중하게 접근하고, 영유권 주장을 해령에 따라 연장하지 않고 북극에서 멈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협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들 국가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연안에서 200해리(370㎞)까지인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르면 EEZ에서는 고기잡이 활동 및 구조물 설치와 함께 천연자원 채굴도 허용된다. 특히 EEZ 해역이 자국 대륙에서 연장된 것이 확인되면 이를 더욱 확대할 수도 있다. 로모노소프 해령이 자국의 영토에서 연장된 것이라고 확인하면 북극해 거의 전체에 대한 영유권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북극해의 영유권 주장을 원만히 해결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각국 연안과 마주 보는 연안을 따라 중간선을 그리는 방법이 있다. 이럴 경우 북극점은 덴마크령이 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북극을 남극처럼 ‘국제적인 극점’으로 두는 방안도 있다. 캘리포니아대 샌터바버라 캠퍼스의 오런 영 정치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최근에는 북극해와 영토 연관성이 전혀 없는 중국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 북극해에는 전세계 천연가스의 30%, 석유의 13%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층이 줄어들면 자원 채굴과 어로 활동이 가능해진다. 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항로가 개척되면 기존 수에즈 노선보다 운항 일정을 2~3주가량 단축할 수 있다. 식량과 에너지 수입을 주로 해상 루트에 의존하는 중국으로서는 매우 긴요한 통로가 되는 셈이다. 이에 중국은 자국이 북극에서 ‘불과 800마일’ 떨어진 ‘근북(近北) 국가’라고 주장하며 북극해에 연안이 접한 국가로 구성된 ‘북극 평의회’ 정규 회원 가입 신청서를 냈다. 2016년 미국·캐나다·러시아·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아이슬란드 8개국으로 구성된 평의회는 북극에 연안이 없는 비(非)영토 국가에 회원 자격을 준 선례가 없다고 퇴짜를 놓았지만, 중국은 북극해에 많은 투자를 통해 최소한 ‘초청 국가’라도 되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다. 중국의 북극해 진출 의지는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있는 중국 대사관 직원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영국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인구 5만 6000명의 그린란드에 중국은 외교관과 직원 500명을 파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70명 규모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2017년 북극 해로를 ‘북극 실크로드’에 공식적으로 포함한 데 이어 중국 최초의 쇄빙선이 캐나다 쪽 바다인 북서해로를 과학탐사 목적으로 운항하기도 했다. 2018년엔 북극해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는 정책 목표와 의지를 담은 ‘북극 정책 백서’를 발간했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퍼올린 석유를 올해 처음 북극해 북서해로를 이용해 들여왔다. 중국의 북극 진출 이면에는 경제 시설 보호를 명목으로 향후 군사활동을 정당화하려는 야망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북극권에 미사일 추적이 가능한 위성 수신 및 군사 통신 감청 시설이 포함된 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까진 중국 군함이 북극해를 항해하지 않았지만 향후 중국 잠수함이 북극해를 운항할 가능성도 높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민간 연구시설 보호를 핑계로 핵공격 잠수함 전개를 포함해 북극에 군사 주둔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방관하진 않겠지만 연안 개발을 중국 자본에 의존하면서 일정 부분 중국의 파트너로 변모한 측면도 있다. 한편 미국은 전통적으로 북극해 개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 문제는 뒷전이기도 했다. 그러나 바버라 배럿 미 공군 장관은 지난달 22일 애틀랜틱 카운슬 주최 토론회에서 “북극은 미사일 방어의 시작점”이라며 중국의 북극 군사력 주둔 강화를 경계했다. 미국이 태평양이나 대서양과 같은 완충지대로 여긴 북극에 중국의 전략적 진출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미국, 허리케인 이어 104년만의 강진…인니는 물난리 이어 화산 폭발

    미국, 허리케인 이어 104년만의 강진…인니는 물난리 이어 화산 폭발

    미국은 허리케인에 이은 역대급 지진으로, 인도네시아는 물난리에 이은 화산 폭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N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104년 만에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세계표준시(UTC) 기준 9일 오후 12시 07분(미국 동부시간 9일 아침 8시 07분)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타시 남동쪽 4㎞ 지점에서 규모 5.1 강진이 발생했다. 진동은 버지니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등 인근 주에서도 감지됐다. 지질조사국은 본진 발생 25시간 전부터 규모 2.1~2.6 사이 예진이 최소 4차례 일어났으며, 앞으로 일주일에 걸쳐 여진도 여러 차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규모 3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도 45%다.노스 캐롤라이나에서 강진이 발생한 건 104년 만에 처음이다. 미 지질조사국은 1916년 당시 그레이트스모키산맥에 일어난 규모 5.2 강진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기록된 마지막 강진이라고 밝혔다. 21세기 첫 강진에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스파르타 주민 마이클 헐은 “차도에 있는데 갑자기 사슴 떼가 우르르 달려갔다. 사슴이 지나가자마자 땅이 흔들렸다”라고 밝혔다. 지진이었다. 헐은 “믿을 수가 없었다. 신이 산을 잡아 흔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진 여파로 주택가와 상가가 흔들리면서 건물에 균열이 생겼고, 도로가 갈라졌으나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주일 전 허리케인 피해도 아직 복구가 안 된 마당에 지진까지 겹치자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또 다른 주민 캐런 베커는 “허리케인이 지나가자마자 지진이라니 너무한 것 같다”라고 푸념했다. 스파르타가 속한 앨러게니 카운티는 9일 오후 비상사태 선포했다.물난리로 고초를 겪은 인도네시아는 화산이 말썽이다. 9일(현지시간) 현지매체 ‘템포’는 북수마트라주 시나붕 화산에서 화산재 기둥이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산 정상에서 2000m 지점, 해발 4460m 상공까지 화산재가 솟구치면서 카로 지구 4개 마을이 영향권에 들었다. 수 세기 동안 숨죽이고 있던 시나붕 화산은 2010년 410년 만에 분화했다. 당시 34개 마을 주민 3만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후 2013년~2017년까지 화산 활동이 계속됐으며 2014년과 2016년 각각 16명, 7명이 사망했다.이번 분화에 대해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 시나붕 관측소는 주민들에게 마스크나 개인 보호장비를 착용하라고 권고하는 한편, 화산경보단계 3단계를 발령했다. 가장 높은 단계는 4단계다. 이에 따라 화산 정상에서 반경 3㎞, 남동구역 5㎞, 북동구역 4㎞ 이내 접근이 금지됐다. 인도네시아는 우기가 예상보다 더 길어지면서 수마트라섬과 자카르타 수도권, 보르네오섬 등이 물난리를 겪었다. 올해 초부터 계속된 홍수 여파로 최소 150명이 사망했고 200만 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안녕? 자연] ‘반지의 제왕’도 녹는다…77% ‘증발’한 뉴질랜드 알프스 빙하

    [안녕? 자연] ‘반지의 제왕’도 녹는다…77% ‘증발’한 뉴질랜드 알프스 빙하

    뉴질랜드와 맞닿아있는 알프스산맥의 빙하가 지난 400년간 77%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 사우스 섬의 서던알프스 산맥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길이 약 500㎞, 평균 높이 2100m에 달하는 이 산맥에는 3000m 이상의 높은 봉우리가 많아 웅장한 경관을 이룬다. 영국 리즈대학 연구진은 서던알프스의 빙하 규모를 각각 1600~1978년, 1978~2009년, 2009~2019년 시기별로 분석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얻은 데이터와 기존의 역사적 기록 및 빙하가 땅을 깎으며 암석을 운반할 때 만들어지는 빙퇴석 지형 자료 등을 검토했다.그 결과 1978~2019년에 이르는 40년 동안의 빙하손실 속도는 그 이전에 비해 약 2배 빨라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소빙하기(Little Ice Age)가 끝난 17세기 이후 400년가량의 시간 동안 빙하의 규모는 77% 감소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무엇보다 최근 40년 동안에 줄어든 빙하의 규모는 17%에 달했다. 연구진은 서던알프스의 빙하가 ‘피크 워터’(물 정점)의 시기가 지나갔음을 시사한다고 우려했다. 피크 워터는 특정 지역에서 담수의 소비 속도가 보충 속도보다 빨라 담수 고갈이 시작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빙하는 주변 지역의 농업용수나 수력발전, 식수 등의 공급원 역할을 한다. 빙하가 녹아 사라져버리면 한동안은 강으로 흘러가는 물의 양이 증가하겠지만, 결국 담수의 양은 점차 줄어들어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연구진은 서던알프스의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결국 담수의 소비 속도가 보충 속도를 넘어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빙하가 녹은 물로 이뤄진 강의 수량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속도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빙하가 녹아 강의 수량이 줄어들면 주변 생태계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서던알프스 전역에서 나타나는 빙하의 빠른 붕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 2010년대에 이르러 이러한 상황은 극적으로 악화됐다”고 강조했다.실제로 남아메리카 대륙 남쪽에 위치한 파타고니아는 지난 105년 새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의 빙하가 사라진 사실이 비교사진을 통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캐나다 북극지방의 일부 산꼭대기 만년설이 5년 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5일에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대규모 빙하가 붕괴될 우려가 제기돼 주민과 관광객들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도 있었다. 서던알프스에서 사라진 빙하에 대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평택 현덕지구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기획부동산 차단”

    평택 현덕지구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기획부동산 차단”

    경기도는 황해경제자유구역 내 평택 현덕지구 2.32㎢를 오는 15일부터 2022년 8월 14일까지 2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6월 29일 기획부동산 투기 차단을 목적으로 도내 29개 시군 임야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한 달 보름여 만에 현덕지구를 추가한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4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지정은 기획부동산이 현덕지구 상업지역 땅을 집중적으로 매수해 과대광고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3∼4배 이상 비싸게 되파는 등 투기행위 징후가 포착된 데 따른 조치라고 도는 설명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은 실거래 자료 분석을 통해 지난 6월 기준 기획부동산으로 추정되는 13개 법인이 현덕지구 15필지를 사들인 뒤 200여명의 개인에게 지분을 쪼개서 비싸게 팔아 36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법인을 지난달 13일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16일 도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요청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 이상 토지를 승인받지 않고 사용하거나 목적 외로 이용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계약 체결 당시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토지가격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벌금이 부과된다. 도는 이날 허가구역 지정 정보를 도보에 게재하고 평택시, 관할 등기소와 황해경제자유구역청, 국토교통부에 알릴 예정이다. 황해경제자유구역 현덕지구는 2018년 8월 31일 종전 개발사업시행자의 실시계획 승인 조건 미이행으로 사업시행자 지정이 취소됐으며, 올해 말 민·관 합동 개발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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