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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방사수” vs “반론권 보장”…‘김건희 통화’ 방송 신경전(종합)

    “본방사수” vs “반론권 보장”…‘김건희 통화’ 방송 신경전(종합)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법원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내용 방송을 일부 허용한 데 대해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쪽 인사들은 ‘본방 사수’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았고, 국민의힘은 MBC를 향해 “실질적 반론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일정 바빠 판결문 들여다볼 시간 없어”윤 후보는 15일 울산 선대위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판결문도 보지 못했고, 일정이 워낙 바쁘다 보니 그걸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다”면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서부지법은 김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김씨 관련 수사, 정치적 견해와 무관한 일상 대화, 언론에 대한 불만 등의 내용을 제외한 부분의 방송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김씨 통화 내용에 대한 방송은 16일 MBC ‘스트레이트’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 일부 보도에 불만을 갖고 YTN과 MBC를 연달아 방문해 언론 탄압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 질문에 “일반론으로 말씀드리면 언론 탄압이라는 건 힘이 있는 집권 여당이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야당이 언론 탄압한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MBC, 실질적 반론권 보장하라”국민의힘은 MBC가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설연휴 전 2주 연속 방송을 편성한 것은 선거 개입이자 공정 보도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MBC는 지난 12월 녹음 파일 입수 후 지금까지 김건희씨에게 3개의 발언만 문자로 보낸 이후 구체적인 취재 방향과 내용을 알려준 사실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방송금지가처분 과정에서도 MBC 측에 실질적인 반론과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방송 내용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어떠한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MBC 기자는 김건희씨가 직접 전화를 하면 보도 내용을 설명해 주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냈다”면서 “또다시 동의 없이 녹취할 것이 뻔한데 구체적 내용 없이 무조건 전화부터 하라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의 약점을 잡았으니 내용도 모르는 상태로 무조건 MBC의 인터뷰에 응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거대 언론사의 횡포라고밖에 할 수 없다“면서 ”여느 언론사의 취재 방법과 마찬가지로, 선거본부 공보단에 구체적인 방송 내용과 함께 질문을 보내야 실질적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C가 지난해 12월에 이미 녹음파일을 입수했고, 상당수 사람이 그 내용을 알고 있는데도 즉시 방송하지 않고 명절 직전 2주 동안 연속 방송을 편성했다고 한다”며 “반론권 보장 없이 시기를 조율해 가며 이렇게 방송하는 것은 선거 개입이고 공정 보도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미애, 법원 결정에 “국운이 있나 보다”민주당 선대위에서 활동 중인 카피라이터 정철씨는 페이스북에 “지상파 시청률 50%. 이번 일요일 이거 한번 해봅시다”라며 해시태그로 ‘일요일 저녁 본방사수’와 함께 ‘음주금지·공부금지·독서금지·입원금지·결혼금지·사망금지·싹다금지’ 등을 달았다. 고민정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오랜만에 본방사수해야 할 방송이 생겼다”고 했다.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건희 7시간, 볼 수 있는 건희?”라고 적힌 한 시민의 메모지를 캡처해 올려놓기도 했다. 이경 선대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인터넷 매체가 아닌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하라’”라고 적고는 “해달라는 대로 다 됐는데 왜 이리도 난리실까”라고 꼬집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해 9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국민이 다 아는 그런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하길 바란다”라고 말한 바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김씨의 통화내용 일부를 방송할 수 있도록 한 법원 결정과 관련, 페이스북에 “오랜만에 적시에 판결다운 판결을 만났다”며 “대한민국 국운이 있나 봅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검찰당 손아귀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늘도 돕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의 ‘국운’ 발언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언급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선대위 해산 직전인 지난 4일 만찬 자리에서 ‘국운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던 사실을 확인하며 “아주 획기적인 쇄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지금 보면 그런 개념을 갖고 얘기하는 대선 후보가 하나도 없다”고 언급했다.
  • 토트넘 ‘손’도 못 쓰고 리그컵 탈락

    토트넘 ‘손’도 못 쓰고 리그컵 탈락

    손흥민(30)이 부상으로 빠진 토트넘 홋스퍼가 되는 게 없다. 토트넘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2021~22 카라바오컵(리그컵) 준결승 2차전에서 0-1로 졌다. 지난 6일 1차전에서 0-2로 패했던 토트넘은 1·2차전 합계 0-3으로 리그컵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과 루카스 모라를 앞세워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점유율 36대 64로 첼시에 압도됐고, 특히 토트넘은 세 차례의 비디오 판독(VAR)에서 땅을 쳤다. 전반 40분 토트넘의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넘어져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VAR을 통해 프리킥으로 정정됐다. 후반 11분 모라가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에게 걸려 넘어져 또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VAR을 거쳐 취소됐다. 그리고 후반 18분 케인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강력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VAR에서 오프사이드를 확인,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경기 뒤 “첼시와 두 경기가 끝났고 그들이 결승에 진출한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면서 “이 시점에서 우리의 팀 전력을 솔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부탄 국경 코앞 알박기 나선 中

    부탄 국경 코앞 알박기 나선 中

    중국이 히말라야 산악지대 인접국 부탄과의 영토 분쟁 지역에 민간인 마을을 짓기 시작했다. 그간 외교 갈등을 피하고자 비워 놨던 땅에 도로와 전기, 수도, 통신을 연결해 언제고 군사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전략을 모방해 분쟁지역을 실질적으로 점유하겠다는 판단이다. 13일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호크아이360의 위성사진 등을 분석해 “최근 중국이 부탄과의 국경 지대 6곳에 200여채의 건물을 지었다”고 보도했다. 호크아이360 측은 “2020년 초 부탄 서쪽 국경을 따라 (중국의) 건설 관련 활동이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 75만명의 부탄은 총 477㎞의 국경을 중국과 맞대고 있다. 군사력으로는 중국과 대결할 수 없다 보니 인도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안보를 의지한다. 중국이 만든 새 마을은 전략적 요충지인 도클람 고원에서 9∼27㎞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도클람 고원은 중국과 인도, 부탄의 접경 지대로 현재는 부탄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인도군이 여기서 중국군의 움직임을 내려다보기 때문에 베이징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2017년에는 중국군과 인도군이 73일간 무력 대치를 벌이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6일 전쟁’으로 불리는 제3차 중동전쟁(1967년)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후보지였던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 일대를 점령했다. 이후 정착촌을 짓기 시작했다. 중국도 이스라엘처럼 주변국의 반발을 무시하고 이곳을 장악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누에처럼 야금야금 먹다가 어느 순간 고래처럼 삼키는 잠식경탄(蠶食鯨呑)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은 히말라야 국경을 따라 수백개의 정착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 뉴델리 정책 연구소의 전략학 교수 브라마 첼라니는 미국의소리(VOA)에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단 한 발의 미사일도 쏘지 않고도 인공섬을 지어 지정학적 지도를 새로 그렸다”며 “중국의 정착촌 전략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비견된다”고 말했다.
  • 상상의 발명품 유대인

    상상의 발명품 유대인

    만들어진 유대인슐로모 산드 지음/김승완 옮김/사월의책/670쪽/3만 4000원  ‘2000년 동안 추방되고 고립되고 방황하다가 마침내 고향 땅으로 돌아갈 특별한 운명을 지닌 민족’이라는 서사는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신화였다. 이스라엘 국가 선언문에는 유대 민족이 이스라엘 땅에서 발원해 고국에서 추방당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슐로모 산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교수는 ‘만들어진 유대인’에서 “유대민족이라는 정체성은 역사적 근거가 없고, 상상으로 만들어 낸 발명품”이라면서 이스라엘의 건국 서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스라엘을 넘어 세계의 거대 유대인 권력에 도전한 이 책은 2008년 히브리어 출간 이후 24개국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특히 홀로코스트 생존자 가정에서 태어나 이스라엘 국적 유대인인 저자가 ‘이스라엘의 금기’를 건드렸다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산드 교수는 민족이라는 개념에 대한 재정립에서 시작해 단일 종족으로서 유대인이라는 신화, 단일 민족국가로서 이스라엘이라는 신화를 해체한다. 저자는 “유대인은 공통된 종교 문화를 가진 종교 공동체이지 혈연으로 이어진 종족 공동체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은 이런 종족적 동질성의 신화를 국가의 기본원리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유대교 신앙체계의 근간에는 ‘죄로 인한 추방’과 ‘성지로의 귀환’이라는 관념이 있다. 이는 특정한 장소를 뜻하는 게 아니라 구원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상황에 대한 관념이다. 하지만 유대민족주의는 성서의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둔갑시켰다. 출애굽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이며,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들이 정복했다는 가나안은 당시 이집트 땅이었다는 사실은 고고학계 연구로 밝혀진 바 있다. 로마인들이 유대인을 강제 추방한 적도 없고, 7세기 이후 이슬람 지배하에서도 토착 유대인 농민들이 고향을 떠난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 무수히 퍼져 있는 유대인의 존재는 무엇인가. 저자는 그 원인을 과거 유대교 왕국들의 활발한 포교 활동에서 찾는다. 하스몬 왕조는 정복과 강제 개종정책을 통해 이웃 민족국가에 유대교를 포교하고, 헬레니즘 문화와 결합했다. 때문에 그리스식 이름을 가진 유대교인들이 대거 출현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이스라엘 국가 수립 이전에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7세기 무렵 아랍인들이 이 땅을 점령한 이후 개종한 유대 농민의 후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스라엘이 그토록 배척하고 핍박하는 팔레스타인의 뿌리가 유대인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유대 민족이 19세기 독일과 동유럽에 거주하던 유대 지식인들이 만들어 낸 창작품이라고 역설한다. 근대 시대에 한 민족에 속하는 한 똑같은 민중이라는 민족주의는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이념을 내재하고 성장했다. 하지만 시민적 평등권이 정착된 서유럽과 달리 상대적으로 민주주의 정착이 늦었던 동유럽에서는 종족적 민주주의가 먼저 득세했다. 결국 독일, 러시아, 동유럽의 종족 민주주의의 배타성이 유대인 탄압을 불러일으켰고, 시민적 평등권을 요구하던 유대인들이 대항적 민족주의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모든 역사 창작이 여전히 이스라엘의 정치를 지탱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민족이라는 의식이 국가 이념이 될 때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극히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유대인의 나라’라는 이념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폭력적 패권주의를 정당화하고, 이제는 반유대주의를 부채질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유대 민족주의가 동질성이라는 이름 아래 내부 불평등과 배제의 정치를 강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아파트 울타리에 남았을까… ‘호랑이 등’에 올랐던 태종·세종의 꿈

    아파트 울타리에 남았을까… ‘호랑이 등’에 올랐던 태종·세종의 꿈

    ■조선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머물렀던 이궁(離宮) ■서울 광진구 뚝섬로 58길 101 자양현대3차아파트 301동 앞 울타리의 펜스형 표석(복원한 낙천정은 인근 현대강변아파트 102동 옆)“천명을 알아 즐기노니 근심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 교과서로 배운 동아시아 겨울 날씨의 특징은 ‘삼한사온’이었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한 날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한데 이제 한반도의 겨울에는 두 가지 선택지만이 남은 듯하다. 춥고 맑은 날, 그게 아니면 따뜻하고 미세먼지 심한 날. 망설이다 결국 전자를 택했다. 영하의 기온에 고추바람이 불어 길을 나서기 좋은 날씨는 아니지만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한 날보다는 낫다.오랜만에 나가려니 채비가 많다. 모자와 장갑, 마실 물 따위의 기본 준비물 외에도 무릎과 발목 보호대를 챙겼다. 졸저 ‘도시를 걷는 시간’(2018, 해냄출판사)을 쓰기 위해 길을 나섰던 왕일과 달리 관절이 부실해지고 눈은 어두워졌다. 모두가 시간에 스친 흔적일지니 조금은 느리게 걷고 차근히 어루더듬어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시 여행자가 되기 위해 신발 끈을 단단히 조인다. 무뎌졌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2018년 3월 기준으로 316개 설치된 것으로 확인했던 서울시내 표석의 수는 2020년 2월 기준 320개로 조정됐다. 주변 경관에 맞게 디자인을 변경하고 역사적 사실 확인을 통해 위치까지 변경하는 정비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전에 찾았던 20여개를 제외하고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천명을 알아 즐기노니 근심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지닌 ‘낙천정 터’(樂天亭址)다. 때마침 공영방송에서 부활한 대하사극의 주인공 이방원과 관련된 장소이기도 하고, 그가 아들 세종을 통해 실현코자 했던 ‘조선의 꿈’이 얼비친 의미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다. 변화와 변동의 해로 일컬어지는 임인년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나라와 지역의 대표를 뽑는 중요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누가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탈 것인가? 누가 하늘로 호랑이를 잡을 것인가? 권력을 호랑이(범)에 비유하는 옛말은 하고많다. 겁 없는 사람들이야 호랑이를 잡을 욕심에 들뜰 테지만 평범한 민인들에게는 ‘예기’에 나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 더 생생하다. “18년 동안 호랑이(虎)를 탔으니, 또한 이미 족하다!”(‘태종실록’ 태종 18년 8월 8일 기사) 태종이 세자(세종)에게 국보를 주며 했던 말이다. 그는 호랑이를 잡아탄 사람이다. 그리고 호랑이의 등에서 스스로 내려온 사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호랑이를 잡아탄 자는 뭇별처럼 많으나 스스로 내려온 사람은 드물다. 세자와 대언들이 울며불며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양녕을 폐하고 충녕을 왕세자로 삼은 날이 같은 해 6월 3일이니 딱 두 달 닷새 만에 모든 일이 종료됐다. 해묵은 소재의 재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태조와 태종의 조선 건국 서사가 끊임없이 변주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태종 이방원, 그는 분명 특별한 욕망과 의지를 지닌 ‘문제적 인간’이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4번 출구를 빠져나와 자양대로 큰길에서 좌회전한 뒤 눈앞에 바라보이는 롯데타워를 향해 1㎞쯤 직진한다. 스마트폰의 지도 애플리케이션은 도시 여행자의 알뜰한 벗이지만 손바닥에 지도를 펼치고 걸어도 길눈이 어두운지라 번번이 헤맨다. 골목과 갈림길에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근방까지 자동차로 접근하면 편할 것을, 한겨울에 뚜벅이로 낯선 동네를 헤매 다닐 것을 걱정하며 친구들은 혀를 찼다. 하지만 다정한 그들이 모르는 것도 있다. 천천히 걷지 않으면 놓치는 사람살이의 풍경들. “주여, 이제 회복하게 하소서!” 길가 교회 벽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느닷없는 역병의 창궐로 멈춰버린 듯한 세상. 그래도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질하고 시나브로 세월은 흘렀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의 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두창과 온역과 이질 등의 전염병이 연이었던 18세기의 조선 사람들은 어떻게 그 시절을 견뎠을까? 훗날의 역사는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을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할까? ‘코로나19’라는 병명과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만으로 입김으로 축축해진 마스크 안에서 숨을 내뱉고 들이마시며 하는 생각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이어지는 일상과 희로애락까지를 이해할 수 없을 테다. “내가 역사를 읽고, 이해하는 방법은 그러하다. 수천수백 년 전 바로 이곳에서 살았던, 이 땅을 밟고 지났던 사람들과 삶을 상상하며 그려내는 것.” 어쩌면 차가운 돌에 불과한 표석(標石), 역사문화유적지를 표시하는 푯돌들을 찾아다니며 되뇌던 말이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은 박제된 기록이 아니라 인문학적 상상 속에서 만난다. 거대 역사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역사가 있다. 오늘도 우리는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를 살고 있다. 그러니 선인들이 그러했듯 우리도 견딜 것이며, 이 순간 또한 지나서 마침내 역사가 될지니. 종교는 없지만 간절히 기도해 본다. 부디, 병고와 생활고와 마음의 상처까지 고통을 앓고 있는 모든 이들이 회복되기를!광양중학교를 지나 일방통행로인 자양강변길을 걷다가 광양고등학교를 오른편에 두고 이면도로를 곧장 따라간다.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자양현대3차아파트 301동 앞 교차로 울타리에 낯설고도 익숙한 그것이 눈에 띈다. ‘낙천정 터: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지은 이궁(離宮) 낙천정이 있던 곳이다. 이곳에서 세종은 태종과 의논하여 대마도 정벌군을 파병하였고, 이기고 돌아온 정벌군의 환영식을 베풀었다.’ 표석으로서는 보기 드문 펜스형 표석, 혹은 표식이다. 광화문광장의 기로소 터 표석처럼 바닥에 표기하거나 유명 인물의 집터인 경우 벽에 부착한 것은 보았는데 울타리에 걸린 건 처음이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풍수지리를 강의하는 문화답사 길잡이 야초 김석중 선생의 티스토리를 참고하니, 전에는 모퉁이에 화강암 표석 형태로 자리했다가 정비 작업을 통해 현재의 형태가 된 듯하다.사실 낙천정은 이름 그대로 정자(亭)이고,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거처했다는 이궁은 서울 동쪽 풍양궁과 서쪽 연희궁과 달리 별다른 이름이 없었나 보다. 벽 없이 기둥과 지붕만 지어 좋은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정자의 기능이니 ‘낙천정 터’ 표석 자리에 정자가 있었을 리는 없다. 표석은 강변북로 저편의 한강을 등진 모양새로 걸려 있기 때문이다. 자양현대3차아파트 301동 자리에 낙천정이 있고, 표석을 포함한 주차장 인근에 이궁이 있어야 이치에 대략 맞을 듯하다. 하긴 자양현대3차아파트가 1996년에 사용승인을 받았으니 2009년에 표석을 세울 때는 별다른 수가 없었을 테다. 막강한 현재에 가로막혀 과거는 추측과 상상의 영역으로 멀찍이 밀려난다. (하에 계속)
  • 실종자 가족들 “빨리 구조” 발 동동… 섣부른 ‘사망’ 오보에 오열

    실종자 가족들 “빨리 구조” 발 동동… 섣부른 ‘사망’ 오보에 오열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희 실종자 가족이 바라는 건 단 하나. 빨리 구조가 되는 거죠. 그런데 누군가의 희생은 절대 원치 않아요. 구조대원 모두 안전해야 된다는 게 가족들 모두의 바람입니다.”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 임시 대표를 맡은 안정호(45)씨는 13일 사고 현장에서 100m 남짓 떨어진 임시 천막 앞에서 ‘신속 구조’와 ‘구조대원의 안전’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11일 사고 발생 후 사흘째인 이날도 가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현장을 지키며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손꼽아 기다렸다. 광주 서구청에서 실종자 가족을 위해 숙박시설을 제공했지만 가족들은 대형 천막 2개동을 간이로 이어 만든 공간에 머물다 차에서 쪽잠을 자는 등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식사도 컵라면 등으로 대충 때웠다. 안씨는 “저희도 사람이니까 뭘 먹어야 하는데 먹는 것도 미안하고 이렇게 앉아 있는 것도 미안하고 잠자는 것도 미안하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은 연락이 두절된 작업자들이 무사히 돌아온다는 기대감을 놓지 않고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 현장에서 소방설비 작업을 했던 매형의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안씨는 “사람이 극한 상황에서는 초월적인 힘이 있다고 믿는다”며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한 달간 버티다 살아 돌아온 사람이 있으니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시 관계자 등과의 면담 자리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불편한 것은 상관없으니 수색과 구조, 안전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11시 14분쯤 실종자로 추정되는 작업자 1명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현장에 잠시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족 중 한 명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 ‘발견된 작업자가 사망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접하며 “사람이 죽었는데…”라는 말을 반복하며 땅을 치고 오열했다. 안씨는 “실종자 발견 같은 중요한 정보는 최소한 가족에게 먼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데 오늘 발견 당시에도 현장에서 기자 한 분이 ‘발견됐대’라고 소리쳐 알게 됐다”며 “현장에서 관계당국과 가족 사이 소통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다 보니 오해나 억측이 생기기 쉽고 가족들은 그만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용섭 광주시장을 만나 “우리 가족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사람이 희생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대원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안씨는 “구조대원 안전 문제는 가족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처음부터 일관되게 이야기해 왔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사 현장 노동자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 줬으면 좋겠다”며 “주변 증언이 많이 나와야 사고 당시 정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단독] 눈비에도 덮개 없이 방치… 철근·자재 관리도 부실

    [단독] 눈비에도 덮개 없이 방치… 철근·자재 관리도 부실

    사고가 발생한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장과 관련해 이전에도 겨울철 철근 등 자재 관리가 부실하다는 민원이 제기됐던 것으로 13일 파악됐다. 광주 서구에 건설자재 관리 불량과 관련한 민원이 접수된 건 지난해 1월 말쯤이다. 당시 구에 제출된 사진을 보면 2021년 1월 21일 덮개를 씌우지 않은 채 한쪽에 보관된 철근이 눈에 그대로 노출된 모습이 확인된다. 2020년 12월 23일 촬영한 사진에도 철근에 받침목을 세우지 않았거나 받침목을 설치했는데도 철근 끝 부분이 땅바닥에 닿아 있는 상태로 보관돼 있었다. 국가건설기준센터의 철근공사 표준시방서에는 ‘철근 및 용접철망은 직접 땅에 닿지 않도록 하고 변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당한 간격으로 지지해 창고 내에 저장해야 한다. 야외에 쌓아 두면 방수기능이 있는 씌우개로 덮어 저장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당시 구는 자재관리 미흡에 대한 민원 답변서에서 “품질에 영향이 없다”면서 “벌점은 추후 균열 등 문제가 발생하면 부과하겠다”고 했다. 구는 답변 근거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연구원은 이에 대해 “관련 검토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26년 전인 1996년 5월 연구원이 한 민간회사 의뢰로 답변한 자료를 제시하며 “현장에 가서 눈으로 확인한 결과 겉면에만 부식이 있어서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철근이 비나 눈에 노출되거나 이물질이 묻으면 철근과 콘크리트 간 부착 기능이 떨어져 부실공사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사고의 근본 원인은 품질 관리 불량으로 보인다”며 “녹이 슬면 철근의 직경이 줄어들게 되고 콘크리트와 잘 붙지 않아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 ‘사막 녹지화 반대’ 베두인족 18명 체포… 이스라엘 연정 휘청

    ‘사막 녹지화 반대’ 베두인족 18명 체포… 이스라엘 연정 휘청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서 진행 중인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반대한 베두인족 18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가운데엔 미성년자 7명도 포함됐다.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경찰은 네게브 사막에 자리한 도시 베르셰바 인근 고속도로에서 철도를 봉쇄하고 차량에 돌을 던지는 등 폭력 시위를 벌인 베두인족 최소 18명을 체포했다고 AP통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경찰관 2명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갈등은 준정부 기구인 ‘유대 국가 기금’(JNF)이 베두인족이 정착하고 있는 지역에 사막 녹지화 프로젝트를 벌인 것에서 비롯됐다. JNF은 이스라엘 정부가 공유지로 인정하는 땅에서 정부 기관의 요청을 이행할 뿐이라고 주장한 반면, 베두인족 주민들은 그 땅이 자신들의 소유라고 맞서고 있다.KKL-JNF가 이스라엘 전역에서 진행하는 자연 보존 프로젝트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네게브 지역에 사는 베두인족 인구는 20만명 이상으로 투표권을 포함한 시민권을 갖고 있지만 사회적 차별을 겪고 있다. 정부는 도시 밖에 거주하는 베두인족을 도시로 이주시키려 하고 있고, 베두인족들은 사막 녹지화 역시 정부가 방목지를 몰수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120석 중 61석으로 간신히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연립정부를 위태로운 상황을 몰았다. 4석을 확보하고 있는 이슬람 정당 ‘라암’은 사막 녹지화에 대한 항의로 의회 표결을 보류하겠다고 밝혔고, 8개 연정의 일원인 중도파 야이르 라피드 외무장관은 식수 중단과 상황 재평가를 요구했다. 정부는 이 지역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식수 작업을 멈추기 위해 작업 중이던 중장비를 모두 철수시켰다.
  • 피마르는 아파트 붕괴 사고 실종자 가족…“살아만 있어다오”

    피마르는 아파트 붕괴 사고 실종자 가족…“살아만 있어다오”

    실종자 가족 “신속·안전 구조” 한목소리구조 사흘째, 희망 놓지 않은 가족들“처음부터 지금까지 저희 실종자 가족이 바라는 건 단 하나. 빨리 구조가 되는 거죠. 그런데 누군가의 희생은 절대 원치 않아요. 구조대원 모두 안전해야 된다는 게 가족들 모두의 바람입니다.”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 임시 대표를 맡은 안정호(45)씨는 13일 사고 현장에서 100m 남짓 떨어진 임시 천막 앞에서 ‘신속 구조’와 ‘구조대원의 안전’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11일 사고 발생 후 사흘째인 이날도 가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현장을 지키며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손꼽아 기다렸다. 광주 서구청에서 실종자 가족을 위해 숙박시설을 제공했지만 가족들은 대형 천막 2개동을 간이로 이어 만든 공간에 머물다 차에서 쪽잠을 자는 등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식사도 컵라면 등으로 대충 때웠다. 안씨는 “저희도 사람이니까 뭘 먹어야 하는데 먹는 것도 미안하고 이렇게 앉아 있는 것도 미안하고 잠자는 것도 미안하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은 연락이 두절된 작업자들이 무사히 돌아온다는 기대감을 놓지 않고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 현장에서 소방설비 작업을 했던 매형의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안씨는 “사람이 극한 상황에서는 초월적인 힘이 있다고 믿는다”며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한 달간 버티다 살아 돌아온 사람이 있으니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시 관계자 등과의 면담 자리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불편한 것은 상관없으니 수색과 구조, 안전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11시 14분쯤 실종자로 추정되는 작업자 1명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현장에 잠시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족 중 한 명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 ‘발견된 작업자가 사망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접하며 “사람이 죽었는데…”라는 말을 반복하며 땅을 치고 오열했다. 안씨는 “실종자 발견 같은 중요한 정보는 최소한 가족에게 먼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데 오늘 발견 당시에도 현장에서 기자 한 분이 ‘발견됐대’라고 소리쳐 알게 됐다”며 “현장에서 관계당국과 가족 사이 소통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다 보니 오해나 억측이 생기기 쉽고 가족들은 그만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용섭 광주시장을 만나 “우리 가족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사람이 희생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대원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안씨는 “구조대원 안전 문제는 가족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처음부터 일관되게 이야기해 왔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사 현장 노동자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 줬으면 좋겠다”며 “주변 증언이 많이 나와야 사고 당시 정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단독]철근 눈 쌓인 채 방치…광주 아이파크 공사장 자재 관리 문제 없었나

    [단독]철근 눈 쌓인 채 방치…광주 아이파크 공사장 자재 관리 문제 없었나

    전문가 “녹 슬면 부착 기능 떨어져 부실 위험” 구청, 육안으로 본 뒤 “품질에 문제 없다”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공사에 사용하는 철근 등의 자재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민원이 제기됐던 것으로 13일 파악됐다.광주 서구에 건설자재 관리 불량과 관련한 민원이 접수된 건 지난해 1월 말쯤이다. 당시 구청에 제출된 사진을 보면 2021년 1월 21일 덮개를 씌우지 않은 채 한쪽에 보관된 철근이 눈에 그대로 노출된 모습이 확인된다. 2020년 12월 23일 촬영한 사진에도 철근에 받침목을 세우지 않았거나 받침목을 설치했는데도 철근 끝 부분이 땅바닥에 닿아 있는 상태로 보관돼 있었다. 국가건설기준센터의 철근공사 표준시방서에는 ‘철근 및 용접철망은 직접 땅에 닿지 않도록 하고 변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당한 간격으로 지지해 창고 내에 저장해야 한다. 야외에 쌓아 두면 방수기능이 있는 씌우개로 덮어 저장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건설용 자재 보관 상태가 불량해 품질에 영향을 미치면 지방자치단체 등 해당 기관에서 업체에 부실벌점을 부과해야 한다.하지만 당시 구는 자재관리 미흡에 대한 민원 답변서에서 “품질에 영향이 없다”면서 “벌점은 추후 균열 등 문제가 발생하면 부과하겠다”고 했다. 구는 답변 근거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연구원은 이에 대해 “관련 검토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26년 전인 1996년 5월 연구원이 한 민간회사 의뢰로 답변한 자료를 제시하며 “현장에 가서 눈으로 확인한 결과 겉면에만 부식이 있어서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철근이 비나 눈에 노출되거나 이물질이 묻으면 철근과 콘크리트 간 부착 기능이 떨어져 부실공사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사고의 근본 원인은 품질 관리 불량으로 보인다”며 “철근 보관 문제로 인해 녹이 슬면 철근의 직경이 줄어들게 되고 콘크리트와 잘 붙지 않아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이동규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 교수도 “직접 해당 철근을 채취해 철근 강도 등을 검증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이 품질이 괜찮다고 판정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손흥민 없으니 되는 게 없는 토트넘

    손흥민 없으니 되는 게 없는 토트넘

    손흥민(30)이 부상으로 빠진 토트넘 홋스퍼 되는 게 없다. 토트넘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2021~22 카라바오컵(리그컵) 준결승 2차전에서 0-1로 졌다. 지난 6일 1차전에서 0-2로 패했던 토트넘은 1·2차전 합계 0-3으로 리그컵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과 루카스 모라를 앞세워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점유율 36대 64로 첼시에 압도됐고, 특히 토트넘은 3번에 걸친 비디오판독(VAR)에서 땅을 쳤다. 전반 40분 토트넘의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박스 근처에서 넘어져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VAR을 통해 프리킥으로 정정됐다. 후반 11분 모라가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에게 걸려 넘어져 또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VAR을 거쳐 취소됐다. 그리고 후반 18분 케인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VAR에서 오프사이드를 확인,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첼시는 전반 18분 결승골을 넣고 여유있는 경기운영을 했다. 첼시 메이슨 마운트의 코너킥을 토트넘 골키퍼 피에르루이지 골리니가 걷어내려다 실패했고, 이를 놓치지 않은 안토니오 뤼디거가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은 사실 상 자력 우승이 불가능한 리그 경기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을 남겨두고 있는데, 결승컵이 눈 앞에 보였던 리그컵 대회에서 물러남으로써 14년 연속 무관의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음달 5~8일 열리는 FA컵 32강전에서도 손흥민의 정상 컨디션 출전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첼시와 두 경기가 끝났고 그들이 결승에 진출한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면서 “이 시점에서 우리의 팀 전력을 솔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시민주권 시대 여는 마중물 될 것” ...수원시 ‘특례시‘로 새 출발

    “시민주권 시대 여는 마중물 될 것” ...수원시 ‘특례시‘로 새 출발

    수원시가 용인·고양·창원시와 함께 13일 ‘특례시’로 새롭게 출발했다. 1949년 8월 15일 시로 승격한 지 73년만에 특례시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특례시는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가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에 준하는 확대된 행·재정 권한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지방 기구로, 광역시와 일반 시의 중간 형태이다. 시는 이날 오전 10시 시청 대강당에서 특례시 출범식을 가졌다. 염태영 시장은 기념사에서 “수원특례시는 지방자치에 유연성을 더하며 다채롭고 풍성한 지역 발전의 모범을 제시할 것”이라며 “이 땅에 진정한 ‘시민주권 시대’를 여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원특례시가 어떤 위상을 갖추게 될지, 어떤 모습으로 시민의 삶과 어우러질 수 있을지는 오직 우리 손에 달려있다”며 “대한민국 최대 기초지방정부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특례시로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표준을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염 시장은 특례시라는 이름에 합당한 권한과 책임으로 시민에게 더 큰 혜택을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출범식에는 수원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김승원·백혜련·김영진·박광온·김진표 국회의원,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조석환 수원시의회 의장, 수원시의회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은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염 시장은 수원시자치분권협의회 의장 등으로 활동하며 특례시 실현에 힘을 보탠 이원희 한경대학교 총장과 권찬호 전 수원시 기획조정실장에게 감사패를, 시민·공무원 20여명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수원특례시 시민참여본부 선영미 사무국장과 대학생 김석현(서강대 1학년) 씨가 수원시민을 대표해 ‘수원특례시 시민헌장’을 발표했다. 시민헌장은 ▲ 공평하고 공정하며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자치공동체 조성 ▲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조성 ▲ 모두가 안전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풍요로운 복지도시 조성 ▲ 인권을 존중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적 도시 지향 ▲ 세계 시민과 발맞추고, 세계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도시로 도약 등 5개 항으로 이뤄져 있다. 출범식에 앞서 시청 본관 앞 정원에서는 ‘수원특례시 시민헌장탑’ 표지석 제막식을 열었다. 수원시를 비롯한 4개 특례시는 사회복지 지원 대상자 선정과 지원금액 산정에 활용되는 ‘기본재산액’의 지역 구분에서 특례시가 특별·광역시와 같은 ‘대도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수원시는 시민 2만 2000여명이 추가로 복지혜택을 받고, 지원 예산은 국도비와 시비를 합해 73억 원이 늘어난다.
  • 코알라 대신 이 색깔과 무늬…내가 몰랐던 ‘호주’의 재발견

    코알라 대신 이 색깔과 무늬…내가 몰랐던 ‘호주’의 재발견

    한국에서 ‘호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편적이다. 캥거루, 코알라, 오페라하우스, 양모 정도일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리는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UN/LEARNING AUSTRALIA’ 전은 이런 이미지를 깨고 ‘진짜 호주’를 볼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호주 수교 60주년을 맞아 시드니 소재 비영리미술기관인 아트스페이스와 공동 기획한 전시는 호주의 현대 미술작가 35팀의 작품 60여점을 선보인다. 동시대 미술을 통해 역사적으로 겹겹이 쌓인 다양한 호주의 모습을 보여 주는데, 특히 눈에 띄는 건 토착민의 존재감을 살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원주민 예술 작업 공동체의 일종인 ‘아이브이아이’(IVI)는 같이 작품을 그리고 만드는 행위를 통해 참여자 간의 소통을 강조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예술 작업에 참여해 전통을 계승하고, 새로운 방식을 창조하기도 한다. 꽃바구니라는 뜻의 작품 ‘카토 카카라’의 재료는 채색한 나무껍질을 천처럼 곱게 편 것이다. 여기에 천연 안료로 무늬를 그려 넣었는데, 같은 무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이들의 독창성이 두드러진다.  리넨 천에 아크릴로 그린 그림인 ‘쿨유루’는 작가 레너드 워커가 나고 자란 토착민 거주 지역 추칼트자라의 설화에서 비롯했다. 일곱 자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장소 ‘쿠루 알라’(눈을 뜨다)는 거대한 암석 구멍이다. 작가는 중요한 창조의 공간인 이곳을 붉은 원과 끝없이 이어지는 도트로 구현했다. 토착민의 전통을 살린 이 작품은 1998년 원주민 토지 소유권을 획득하는 데도 기여했다. 회화, 조각이 오랜 기간 특정 부족이 그 땅에서 살아왔다는 증거로 쓰이기도 하는 것이다. 전시는 과거 백인에 의한 박해에 항변하기라도 하듯 다양한 토착민의 전통을 보여 주는 작품을 소개하지만, 그렇다고 ‘사죄’하는 취지는 아니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알렉시 글라스칸토르 아트스페이스 관장은 “모든 호주인의 ‘화해’(reconciliation)에 가깝다”며 “과거 원주민 박해 역사에 대한 트라우마는 있지만, 이 전시를 통해 토착민을 포함한 현 호주인 모두가 다양하게 활동하는 상황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관람객에게도 호주의 폭넓은 예술을 보여 주고, 문화적 교류를 활발히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라는 전시 제목은 GPS 내비게이션 장비에서 자주 접하는 말. 언뜻 모호한 이 표현을 제목으로 쓴 데는 ‘배움엔 목적지가 필요없으며, 경로를 탐색하는(배우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았단다. 3월 6일까지.
  • ‘美인권 흑역사’ 관타나모 20년… 그곳에 아직 수감자가 있다

    ‘美인권 흑역사’ 관타나모 20년… 그곳에 아직 수감자가 있다

    쿠바 땅에 미국 정부가 만든 수용소. 미국법이나 쿠바법도, 제네바협약조차 적용받지 않는 ‘국제법의 불모지’가 있다. ‘미국의 수치’로 불리는 관타나모 수용소가 설립된 지 20년, 그곳에 아직도 수감자가 있다. 독일에서 살다 알카에다 공작원으로 의심받고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힌 모하메드 울드 슬라히(50)는 올해로 14년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범죄 혐의로 기소된 적이 없고, 유죄 판결도 받지 않았다. 슬라히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하루 18시간씩 3년간 심문을 받았고, 수감 기간 중 70일을 고문당했다. 슬라히의 비참한 상황은 2020년 영화 ‘모리타니안’으로 만들어졌다. 한때 780명에 달했던 관타나모 수용자는 현재 39명이다. 대부분 혐의조차 없이 수년간 갇혀 지내는 이른바 ‘영원한 죄수’들이다. 영국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지난 20년간 사망한 수감자 9명 중 7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20년간 달라진 건 더이상 독방이 아닌 냉장고가 있는 감방에 수감된다는 것뿐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관타나모 수용소 지출이 연간 5억 달러 이상으로, 수감자 1인당 비용만 1300만 달러로 국방부가 운영하는 카리브해의 요양원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간 4명의 미국 대통령 중 3명(도널드 트럼프 제외)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공언하거나 시도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관타나모 폐쇄를 약속했지만 그 시기에 대해선 ‘임기 내’라고만 밝힌 상태다. 2002년 1월 4일 쿠바 관타나모 만(GTMO)에 건설된 군사수용소는 그해 1월 1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송한 첫 번째 포로를 수감하며 역사가 시작됐다. 국제앰네스티의 관타나모 전문가인 다프네 에비아타르는 “미국 정부의 목표는 일관되게 법치의 부재였다”며 “수감 비용이 훨씬 싼 미 국내가 아닌 국외의 관타나모에 수용소를 만든 건 법이나 인권을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미래는 어둡다. 미 워싱턴, 영국 런던 등 곳곳에서 관나타모 수용소의 완전 폐쇄와 남은 수감자 39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인권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미 인권단체 관계자는 “관타나모에는 정의가 없다. 우리의 부끄러움이 20년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 다독다독… 경계의 삶 위로한 ‘그림 같은 집’

    다독다독… 경계의 삶 위로한 ‘그림 같은 집’

    기시감이 들었다. 충남 홍성. 서해안고속도로를 오갈 때 홍성나들목이란 이름을 자주 봐서 그랬을까. 여러 차례 돌아본 곳 같았다. 혹은 홍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 많아 그랬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기억은 착각이었다. 큰 눈이 예보된 날, 홍성으로 발걸음을 이끈 건 ‘이응노의 집’이었다. ‘한국 출신의 프랑스 화가’ 고암 이응노(1904~1989)를 기리는 공간이다. 시대와 불화했던 한 화가의 삶이 켜켜이 쌓인 공간들을 둘러보자니 여태 모르고 있던 홍성의 진짜 모습들이 딸려 나왔다. ‘이응노의 집’은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건축 기행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선 이미 많이 회자됐다. ‘건축학 개론’은 잘 모르더라도 누구나 스스럼없이 다가설 수 있는 공간이라는 평들이 많았다. 고암은 이념 대립이 극심했던 근현대 공간에서 ‘빨갱이’로 몰려 타지를 전전하다 숨을 거둔 화가다. ‘문자추상’이란 장르를 정립하며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1967년 ‘동백림 사건’으로 국내에서 2년여 실형을 산 데 이어, 1977년 ‘백건우·윤정희 부부 납치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이후 국적을 프랑스로 바꿨다.●돌다리·개울… 소박한 쌍바위골 풍경 ‘이응노의 집’은 고암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홍성 북쪽의 홍북읍에 세워졌다. 생가를 재현한 초가집과 북카페 등 부속건물로 이뤄져 있다. 쌍바위골이라 불렸던 이 일대의 옛 모습 자료에, 설계를 맡은 조성룡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의 상상이 더해져 조성됐다. 건축가로서 자신의 설계작이 단순히 그림을 수집해 보여 주는 미술관이 아니라, 한 인물의 삶을 극적으로 드러내 주는 공간으로 인식되길 바랐던 듯하다. 그래서 이름도 미술관이나 기념관이 아닌, ‘집’이 됐을 것이다. ‘이응노의 집’은 야트막한 산들이 감싼, 평이한 풍경의 구릉 위에 없는 듯 서 있다. 다분히 의도적이면서도 노련하게 스스로의 존재를 주변 풍경과 합치시키는 느낌이다. 마을 밖에서 ‘이응노의 집’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주차장에서 얕은 개울 위의 돌다리를 건너면 ‘이응노의 집’으로 곧장 갈 수 있다. 더 아래로 내려가 녹이 잔뜩 슨 것 같은 코르텐강의 다리를 건널 수도 있다. 고향 마을을 돌아보듯, 생가를 거쳐 우회하는 방법이다. 아마 오래전 쌍바위골 사람들이 제집을 오가던 모양새도 이와 같았을 것이다. ●사라진 시간들의 되새김질 ‘이응노의 집’은 정육면체에 가까운 큐브 모양의 건물 4동과 직사각형의 건물 한 동이 어우러진 형태다. 긴 섞박지 하나에 깍두기 네 개가 매달린 모습을 연상하면 알기 쉽겠다. 건물 외벽은 황토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섞박지’와 ‘깍두기’ 사이엔 매개공간을 뒀다. 이 공간에 외부의 빛과 풍경을 건물 안으로 이끄는 창을 여럿 뒀다. 차가운 느낌의 건물 안에서도 따스한 겨울 볕과 온화한 시골 풍경에 안도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전시장 사이엔 야트막한 단차도 뒀다. 이 땅의 생김새와 호응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내부에선 ‘먼 먼 산-헤치고 흐르고’전이 열리고 있다. 화가 이진경의 개인전으로, 고암의 작품 세계를 기리고, 그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굿의 의미를 담은 전시다. 고암의 아카이브전도 열리고 있다. ‘군상’을 테마로 한 그의 작품들과 동백림 사건 등의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다. 두 전시 모두 4월 24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전시실 아래는 고암의 생가다. 생전 고암의 기억 등을 토대로 지었다. 생가 앞엔 작은 텃밭과 연밭 등도 조성했다. 조 전 교수는 완공 당시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건물만이 아니라 산과 들판, 길 등이 모두 어우러진 풍경 전체가 기념관”이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관람객들이 건물의 앉음새와 땅의 생김새, 한 인간의 삶 등을 고루 살펴 이 공간에서 사라진 시간들을 복원해 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이응노의 집’ 북동쪽엔 용봉산, 남서쪽엔 백월산이 있다. 둘 다 ‘이응노의 집’ 설계 당시 모티브가 됐던 곳이다. 용봉산은 홍성의 진산이다. 우람한 암릉이 인상적이다. 들머리인 용봉사에 신라시대 조성된 마애불 등 볼거리가 있다. 백월산은 정상 언저리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정상에서 보는 일대 풍경이 장쾌하다. 다만 오르는 길이 좁고 가팔라 눈이 쌓인 날엔 찾지 않는 게 좋겠다.●예산 수덕여관, 일엽·나혜석 머물기도 고암의 여정을 짚으려면 예산 수덕여관까지는 가야 한다. 수덕사 일주문 옆에 있는 옛 여관이다. 현재는 수덕사 소유의 복합문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거리도 멀지 않다. 지역만 다를 뿐 ‘이응노의 집’에서 홍성 읍내로 나가는 거리나 예산 수덕사로 가는 거리나 엇비슷하다. 수덕여관에는 몇몇 인물들의 인생이 얽히고설켰다. 이를 보는 시각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저마다의 관점으로 당대를 봤기 때문이다. 수덕여관은 원래 비구니 스님들의 거처였다고 한다. 탈속하려는 여성들이 머물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일엽’으로 알려진 일엽스님(속명 김원주, 1896~1971)과 나혜석(1896~1948)이다. 둘 다 개화기의 깨어 있는 여성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먼저 발을 들인 이는 일엽이다. 이화학당을 나와 일본 유학에 이어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던 그는 1933년 수덕사를 찾아 불교에 귀의했다. 동년배인 나혜석이 수덕사를 찾은 건 4년 뒤인 1937년이다. 비구니로서의 삶에 안착한 일엽과 달리 나혜석은 이듬해인 1938년에 경남 합천 해인사로 건너갔다가 다시 수덕여관으로 돌아오는 등 좀처럼 불교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 지금도 나혜석이 비구니가 되지 못한 것인지, 안 한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 와중에 고암과도 인연이 닿았다. 당시 30대 초반의 미술가였던 고암은 나혜석과의 교류를 통해 미술에 대한 안목을 넓힌 것으로 전해진다. 고암이 수덕여관을 인수한 건 1944년이다. 한데 실제 여관을 운영한 이는 전처 박귀희(1909~2001)였다. ●고암 전처, 기약 없는 기다림 켜켜이 그리고 1958년. 22세 연하의 여제자와 사랑에 빠진 고암은 프랑스로 날아간다. 하루아침에 ‘신여성’에게 남편을 뺏긴 아내의 심정은 어땠을까. 수덕여관이 다시 주목을 받은 건 1969년이다.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고암은 수덕여관으로 내려와 몸을 추스렸다. 여관 뒤뜰 바위에 남은 추상문자 암각화 2점은 이때 새긴 것이다. 앞서 고암의 옥바라지를 했던 박귀희는 고암이 몸을 추슬러 프랑스로 떠나기까지 옛 남편을 보살폈다. 그리고 수덕여관을 운영하며 평생을 홀로 지냈다. 언젠가 고암이 돌아오리라 믿으며. 이후 박귀희에겐 ‘조강지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된다. 남자에겐 더없이 애틋하지만 여자에겐 멍에이자 족쇄였을 그 말. 그에게 그 수식어는 화관이었을까, 가시관이었을까.
  • 공공시설 재배치·복합화로 ‘공간복지’ 실현

    공공시설 재배치·복합화로 ‘공간복지’ 실현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민선7기 동안 초등돌봄, 공로수당, 동(洞)정부 등 ‘소프트웨어’ 정책에서 성과를 냈으니, 앞으로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주택 등 ‘하드웨어’ 정책을 통해 ‘공간복지’를 실현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생활SOC는 보육·의료·복지·교통·문화·체육·공원시설 등 일상생활에서 주민 편의를 돕는 시설을 말한다. 서울의 경제·행정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구엔 정작 주차장 등 기본 주민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땅이 좁고 지대가 높아 새 시설을 짓기가 매우 어렵다. 땅값이 비싸다 보니 토지·건물주의 반대로 개발을 하기도 곤란하며, 기부채납 방식도 적합하지 않다. 주민을 위한 공간이 필연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중구에서 서 구청장이 공간 복지 실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안은 공공시설 재배치·복합화·효율화다. 재배치의 대표 사례는 중구청과 충무아트센터 자리를 맞바꾸는 행정복합청사 및 서울메이커스파크 건립 사업이다. 구청은 주민 가까이 다가가고, 상업·문화시설은 상공업 지역으로 이동하는 계획이다. 복합화는 기왕 땅을 차지하는 공공건물 하나에 주민에게 필요한 생활SOC들을 함께 짓는 것이다. 지난해 2월 건립한 신당누리센터가 복합화의 전형이다. 동주민센터, 영유아실내놀이터, 도서관·북카페, 청소년 진로체험센터, 옥상정원, 강연장, 공영주차장이 한 건물에 모여 있다. 앞으로 청구공영주차장을 리모델링해 중·노년 문화·교육시설로 복합화하는 등 공영주차장, 학교, 공공청사 등이 사업 대상이다. 효율화는 기존 시설 개방시간을 늘리고 시간대별로 다양한 목적에 맞게 쓰는 방안이다. 예를 들면 회의실을 팝업 미술관으로, 주민센터 앞마당을 체험텃밭이나 캠핑장으로 사용한다. 민간 시설 운영을 위탁받아 주민에게 저렴하게 개방하는 방안도 효율화에 속한다. 지난해 남산자유총연맹 주차장 70면을 개방했으며, 오는 3월 동국대 주차장 100면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 서 구청장은 “공공시설 재배치·복합화·효율화를 통해 모든 주민이 걸어서 10분 이내에 공공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중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서구 “콘크리트 공사 보완 반복 요청” 주민들 “공사 탓 인근 상가 침수 피해”

    서구 “콘크리트 공사 보완 반복 요청” 주민들 “공사 탓 인근 상가 침수 피해”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 현장은 평소에도 소음과 비산먼지(일정한 배출구 없이 대기 중에 직접 배출되는 먼지)와 같은 민원에 시달렸으며 구조물 낙하와 지반 침하 등의 피해를 주민들이 관할 구청에 알렸지만 공사가 계속됐던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광주 서구청은 공사가 시작된 2019년 5월부터 사고 발생 직전까지 인근 주민이 소음과 비산먼지 피해 등을 호소하는 민원 324건을 제기해 이를 접수했다. 서구청은 현장 점검에 나서 시공사 측이 공사 작업 시간을 준수하지 않거나 생활 소음규제 기준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서 행정처분 13건, 과태료 14건(2260만원)을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과태료 자체가 너무 적다 보니 업체가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해도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액수가 적어 해당 업체가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해도 달리 처벌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이 제기한 민원은 작업시간 미준수, 공사장 생활소음규제 수준 초과, 면 고르기 연마작업 중 비산먼지 저감시설·조치 부적합, 공사장 안 통행도로 살수 조치 미흡 등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김찬성(55·가명)씨는 “아파트 건설 때문에 비산먼지가 많이 발생했고 소음 피해도 상당해 피부병이 생길 정도로 괴롭다”면서 “아파트를 짓는다고 지하 4층까지 땅을 파서 지하수 흐름이 바뀌는 바람에 인근 상가에서는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착공 전에도 수차례 서구청으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 보완 요청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청으로부터 현대산업개발이 작성한 안전관리계획서 검토 의뢰를 받은 국토안전관리원은 ‘콘크리트 공사 항목’에 대한 보완을 반복적으로 요청했다. 콘크리트 공사의 안전 시공 계획 및 절차 수립, 레일 일체형 시스템(RCS)의 안전성 계산서 추가 등이 보완 사항이었다. 한편 화정아이파크 입주 예정자회 임원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시공사가 아파트를 철거한 뒤 재시공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입주자 예정 대표 A씨는 “입주 예정 주민이 불안해하고 있는 만큼 붕괴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뿐 아니라 전체 동에 대한 철거 후 재시공을 요구하는 공문을 시공사와 시행사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 ‘기회의 땅’ 판교로 가자…IT공룡 쫓아 ‘판교 분점’ 만드는 로펌들

    ‘기회의 땅’ 판교로 가자…IT공룡 쫓아 ‘판교 분점’ 만드는 로펌들

    국내 법무법인이 ‘한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판교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 판교에 군집한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이 주요 고객사로 떠오르자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판교에 분사무소를 신설·확장하면서 공을 들이는 것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은 다음달 경기 성남 판교역 인근에 분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변호사만 12명을 투입했다. ‘분점’이라지만 웬만한 소규모 로펌 수준이다. 본래 판교역 인근에 80평 규모의 사무실이 있었던 태평양은 지난 3일 200평 규모로 확장하고 총 15명의 변호사를 투입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판교사무소도 지난해 6월 기존보다 규모를 두 배 넓혀 이전했다. 국내 6대 로펌 중 세 곳이 비슷한 시기에 판교에서 몸집 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아직 대형 로펌 위주이지만 중소형 로펌 중에서도 한결과 에이프로가 판교에 분사무소를 꾸리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로펌의 판교 전진기지는 IT·게임·플랫폼 업체를 공략하기 위한 곳이다. 이들 기업이 벤처 수준을 넘어 국내 시가총액 상위권을 꿰찬 ‘큰손’이 되면서 신경 써야 할 법률 이슈도 많아졌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형 업체들은 국내외 유망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에 적극적인데 이때 판교에 있는 로펌이 법률자문을 맡는 일이 잦다. 다른 IT기업에서도 규모가 커지면서 노사관계, 지식재산권, 조세 등과 관련한 문의가 로펌에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판교의 스타트업은 외부 투자 유치를 받거나 나중에 규모가 커져서 기업공개(IPO)에 나서는데 이때도 로펌이 역할을 한다. 태평양은 지난해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IPO인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크래프톤 상장 때 법률 자문을 맡았다. 세종은 지난해 카카오의 ‘크로키닷컴’(패션 플랫폼) 인수나 ‘포티투닷’(자율주행 스타트업)의 수백억원 투자유치 때 자문 역할을 맡았다. 한결 판교사무소는 경기도창조경제혁신센터와 손을 잡고 스타트업·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100여건씩 법률자문을 하며 대형 로펌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경쟁이 격화되자 각 로펌은 저마다 ‘젊은 에이스’들을 판교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 30~40대의 ‘젊은 임원’이 많은 판교를 공략하고자 나이대가 비슷하면서도 실력 있는 이들을 보내는 것이다. 사무실이 서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고객사의 ‘긴급 호출’에도 신속하게 응대가 가능하단 점도 판교 분사무소의 장점으로 꼽힌다.한결의 김희제 변호사는 “예전엔 판교 기업이 서울 광화문이나 강남까지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로펌마다 책임감 있는 파트너 변호사를 판교에 배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평양 판교사무소를 총괄하는 정의종 변호사는 “단순히 파견 개념이 아니라 판교에서 전문성 있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인원을 구성했다”면서 “사무직원까지 합치면 30여명이 판교에 나와 있는데 앞으로 일이 늘어나면 새로 이사 온 사무 공간이 부족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 가톨릭은 왜 라틴아메리카에서 설 땅을 잃었나

    가톨릭은 왜 라틴아메리카에서 설 땅을 잃었나

    수세기 동안 가톨릭이 견고한 기반이었던 라틴 아메리카에서 신자가 줄면서 점차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칠레에 본부를 둔 여론조사기관 라티노바로메트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중남미에서 가톨릭 신자에 인구 절반에 못미치는 나라는 파나마, 니카라과, 도미니카공화국, 과테말라, 우루과이, 엘살바도르, 온두르사 등 7개국에 이렀다. 가톨릭 인구 세계 최다인 브라질 역시 신자 감소세를 고려하면 올 7얼 초 신자가 과반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주에서는 이미 가톨릭 신자가 전체 인구의 46%로 과반을 밑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브라질 인구학자 조세 에우타키우 디니스 아우베스는 “교황청에 되돌릴 수 없을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가톨릭은 16세기 스페인, 포르투갈이 라틴 아메리카에 식민 진출하는 과정에서 정착한 이래 20세기까지 개신교 등 다른 종교 대비 압도적 우위를 자랑했다. 그러나 최근 정치 세속화, 복음주의 교회 등 신교의 대중을 끌어안는 선교 등으로 인해 정신적 지주의 지위가 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빈곤층의 안식처 역할을 했던 가톨릭이 이들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은 중남미에서 많은 가톨릭 신자가 성력과의 직접 접촉, 평등한 신앙공동체를 지향하는 오순절(펜테코스탈) 교회로 개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순절 교회는 빈곤층에 식량 기부, 청소년 축구장 건립, 의료시설 등 경제적 직접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한 개종자는 WSJ에 “가톨릭 성직자는 우리랑 커피 한잔도 함께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가난한 자는 가톨릭을 택한다’는 명제 아래 빈자들을 품었던 가톨릭이 이들의 종교·사회적 요구 충족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반면 팬데믹 기간 동안 복음주의 교회들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심신이 지친 이들을 위로하며 파고들었다. 중남미의 정치 지형 변화도 가톨릭 쇠퇴에 한 몫 하고 있다. 우파가 집권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이지만, 2016년 요르단 강에서 오순절파 목사를 통해 세례를 받았다. 사상 첫 교황을 배출한 아르헨티나에서는 미국발 진보적 사회 관습이 확산되며 가톨릭이 금지하는 낙태가 지난해 합법화했다. 칠레도 낙태를 비범죄화하는 법인 논의를 시작했고, 멕시코는 가톨릭 인구가 과반을 넘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이 낙태 합법화를 결정했다. 성직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 낙후된 동네에 초점을 맞췄던 것처럼 일반 성도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작품 서명도 아니고…환자 장기에 ‘이니셜’ 새긴 英 의사, 메스 못 든다

    작품 서명도 아니고…환자 장기에 ‘이니셜’ 새긴 英 의사, 메스 못 든다

    작가가 그림에 서명하듯 환자 장기에 자신의 머리글자를 새긴 영국 의사가 결국 의사 자격을 잃었다. BBC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영국 종합의료심의회(GMC) 산하 법정기구 의사조사위원회(MPTS)는 의사 사이먼 브램홀(57)의 제명을 결정했다. 사실상의 의사 면허 박탈이다. 브램홀은 2013년 2월과 8월, 지혈 및 응고에 사용되는 의료기기 ‘아르곤 빔’을 사용해 환자 두 명의 간에 자신의 이니셜 ‘SB’(Simon Bramhall)를 새겼다. 수술 중 마취 상태였던 환자는 당연히 이 사실을 모른 채 퇴원했다. 그의 범행은 후속 수술 때 들통났다. 같은 해 수술을 집도한 다른 의사가 환자 간에서 4㎝ 길이 이니셜을 발견하고 보건 당국에 신고했다. 당시 브램홀은 “수술실에서 긴장을 풀려고 그랬다. 실수였다”는 황당한 변명을 내놨다. 병상만 1200개가 넘는 대형 3차 공공병원에서 발생한 엽기적 사건에 영국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수사가 시작되자 브램홀은 다니던 버밍엄 퀸 엘리자베스 종합병원에 사직서를 냈다. 2018년 1월 버밍엄 크라운 법원은 브램홀에게 12개월 지역봉사와 1만 파운드(약 16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와 별도로 영국 종합의료심의회(GMC)가 만든 법정기구 의사조사위원회(MPTS)는 2020년 12월 브램홀에게 5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MPTS는 모든 영국 의사를 대상으로 진료적합성에 대한 청문, 조사, 판정, 제재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의사 면허 취소, 정지 등 자율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GMC는 “5개월 자격정지 만으론 땅에 떨어진 의사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만회하기 불충분하다”며 항소했다. 고등법원도 GMC 항소를 받아들이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이에 MPTS는 재심리에 착수, 11일 브램홀의 제명을 결정했다. GMC에 등록하지 않으면 영국에서 의료업을 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제명 결정은 의료행위 영구 정지 즉 의료 면허 박탈이나 마찬가지다. MPTS는 “(브램홀의 범죄는) 전문가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행위다. 의료 전문가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훼손시켰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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