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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이 불편하다면 무엇이든… 양천구의 ‘똑식이 행정’

    주민이 불편하다면 무엇이든… 양천구의 ‘똑식이 행정’

    재개발·재건축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서울 양천구가 주민들의 생활을 살뜰하게 챙겨 눈길을 끌고 있다. 양천구는 주차공간이 부족했던 신월5동 월정로에 군부대와 협업을 통해 주차장 10면을 새로 조성했다고 4일 밝혔다. 신월5동 월정로 일대는 공영주차장이나 거주자우선주차장을 마련할 공간이 부족해 만성적인 주차난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불법주정차 단속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주민들의 불편도 컸다. 주민들의 불편을 본 이기재 구청장은 직접 현장 면담을 진행하고, 주차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땅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인근 제1공수특전여단 소유의 유휴지였다. 양천구는 군부대와 오랜 기간 협의 끝에 유휴 국방부 부지를 민간에 개방하는 데 합의하고, 이곳을 전면 재정비해 노외주차장 10면으로 만들었다. 앞서 양천구는 지난 6월에도 수명산 인근 자투리땅에 노외주차장 15면을 조성했다. 간과 건강길로 정비하는 등 주민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던 숙원사항을 적극 해결해나가고 있다. 이 구청장은 “내년 초 신정4동 벚꽃길공영주차장 준공 등 차례대로 공영주차장을 추가 조성해 구민 주차 편의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주차 문제뿐만이 아니다. 구는 가정에서 폐기하기 어려운 여권을 반납받아 안전하게 폐기해 주는 ‘여권 안심폐기 서비스’도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여권에는 개인정보가 많이 들어가 있어 유출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전자칩이 내장된 특수 소재로 제작돼 개인이 폐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에도 양천구가 나섰다. 구는 여권을 완벽히 폐기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여권 관리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안심폐기 서비스를 운영하게 됐다. 대상은 ▲재발급 시 반납 처리된 여권 ▲유효기간 만료로 개인 보관 중인 여권 등 효력이 상실된 여권이다. 단, 기존 여권에 유효한 사증(VISA)이 부착된 경우는 폐기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구청장은 “앞으로도 구민 편의를 높이고 체감도 높은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포착] 흙탕물에 잠긴 도시…우주에서 본 스페인 홍수의 참혹함

    [포착] 흙탕물에 잠긴 도시…우주에서 본 스페인 홍수의 참혹함

    스페인에서 5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홍수로 최소 21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참혹한 광경이 위성으로도 확인됐다.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은 치명적인 홍수로 삼켜진 스페인 일부 지역이 우주에서 보면 바다와 합쳐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인해 스페인 동중부 지역의 지형은 완전히 변했다. 유럽우주국(ESA)이 공개한 위성 사진에는 지난달 30일 스페인 동중부 해안가의 땅이 홍수로 잠기면서 섬처럼 변한 모습이 담겨있다. 이는 지난달 8일 같은 곳을 촬영한 위성사진과 비교하면 더욱 확연하게 비교되는데, 마치 발레아레스해가 더욱 커진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이번 홍수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발렌시아주는 그야말로 흙탕물 천지가 됐다.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 홍수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18일 초목으로 푸르렀던 땅이 31일 온통 갈색의 황무지처럼 흙으로 뒤덮였다. 앞서 지난달 29일 스페인 남동부 지방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는 2시간 만에 1㎡당 150∼200L의 비가 내렸고,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내릴 비의 4배나 되는 양이 하루에 집중됐다. 이같은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과 하천이 순식간에 범람했고 대피령도 늦게 내려지면서 인명 피해도 순식간에 커졌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21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아직도 터널이나 주차장 등에 갇힌 실종자가 많아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지난 3일에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방문했다가 수재민들에게 진흙을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 [단독]금태섭 전 의원, 대한변협 회장 출마 위해 개혁신당 탈당…“변호사 업계 헌신 위한 결정”

    [단독]금태섭 전 의원, 대한변협 회장 출마 위해 개혁신당 탈당…“변호사 업계 헌신 위한 결정”

    금태섭(57·사법연수원 24기) 전 국회의원이 내년 1월 치러지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고자 개혁신당을 탈당한다. 4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금 전 의원은 지난 3일 개혁신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금 전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법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변협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회칙 7조2항에 따르면 “정당의 당적을 가진 자는 협회장이 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탈당계 제출로 차기 대한변협 회장 선거 출마를 확정한 셈이다. 금 전 의원은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 개혁신당에 합류해 최고위원을 지냈다. 이후 서울 종로구에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고 낙선했으나 당적을 유지해왔다. 금 전 의원은 여의도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변호사로 개업한 이후 2012년 18대 대선 때 당시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 상황실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러나 이른바 ‘조국 사태’ 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다가 당과 틀어졌고, 당시 당론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당의 징계 처분을 받고 탈당했다. 그는 당시 “누구보다 검찰개혁을 원하지만 해답이 공수처는 아니다”라며 소신 발언을 해 주목받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그동안 피의자의 변호권 행사를 강조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 전 의원이 검사를 그만두게 된 것도 현직 검사 시절 한 일간지에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란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데 따른 것이었다. 20대 국회의원 당시 ‘1호 법안’으로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외 총17건의 법안을 대표 발표했는데 주로 사법절차 과정에서의 인권보호, 수사 기관 권한 남용 방지 등과 관련한 법안이었다. 법조계에서는 국회의원 출신인 금 전 의원의 출마로 차기 변협 회장 선거의 판이 커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번 53대 대한변협 협회장 선거에는 김정욱(45·변호사시험 2회)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과 안병희(62·군법무관 7회)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등이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특파원 칼럼] 국민의 열망과 민주주의

    [특파원 칼럼] 국민의 열망과 민주주의

    미국 국가(國歌)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 가사는 그 자체가 한 편의 시다. 전쟁 포화 속 미국의 자유와 용기를 기리는 역설적인 내용을 담았다. 미국 변호사이자 시인이었던 프랜시스 스콧 키가 1814년 영국과 전쟁 중이던 메릴랜드의 맥헨리 요새에서 휘날리는 성조기에 영감을 받아 쓴 시가 그대로 국가가 됐다. 영국군의 공격에도 국기가 펄럭이는 걸 보고 미국의 승리를 직감하며 시를 써 내려갔다고 한다. “로켓의 붉은 섬광/ 창공에 작렬하는 포탄/ 밤새 우리 깃발이 그곳을 지켰음을 증명할지니/ 성조기는 휘날리리/ 자유의 땅과/ 용기 있는 자들의 고향에서” 마지막 구절은 평등과 자유에 기반한 헌법 아래 근대 민주주의국가로 발돋움한 과정이 치열한 투쟁이었다는 걸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영국 제국주의에서 쟁취한 독립이 결코 ‘공짜가 아니었다’(Free is not free)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미국 대선 과정을 취재하며 미국 국가를 많이도 들었다. 민주·공화 양당의 코커스, 프라이머리 등 경선과 전당대회, 각종 유세 현장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 인상적이었던 건 어느 곳에서든 국가를 부르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드러내는 미국인의 모습은 성향을 막론하고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다양했다. 경제 호황과 물가 안정, 불법 이민 정책과 총기 안전, 인권과 여성 권리 보장 등등. 정당을 초월한 대답은 ‘미국을 더욱 강하게’였다. ‘미국을 더욱 위대하게’(MAGA) 구호는 비단 공화당에만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었던 셈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지키고 싶다는 일념은 모두에게 비슷했다. 한편으로는 부강한 민주주의 대국의 지속을 향한 열망은 같은데 권력을 점유하려는 이들이 욕망으로 여론 분열을 심화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든 제47대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엄중한 글로벌 상황 속에서 선서를 하게 될 것이다. 중동 전쟁은 휴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러 밀착 속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파병으로 글로벌전으로 비화할 절체절명의 시기에 있다. 중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관건이다.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이탈해 자국 우선주의로 선회하려는 세력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1위 초강대국의 지위는 내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제 사나흘 뒤면 미국 대선 승자의 윤곽이 드러난다.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더 심해진 정치 여론 양극화, 국민 분열로 인해 선거 직후 폭력 사태, 결과 불복 등으로 불거지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폭력과 선동에 찢겼던 2020년 대선 결과를 답습하지 않고 어떻게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쓸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 표를 행사하는 미국 국민은 아마도 해답을 알고 있으리라. 이재연 워싱턴 특파원
  • “팔로워 60만명” 7년 기른 다람쥐, 정부가 ‘강제 안락사’…머스크도 분노

    “팔로워 60만명” 7년 기른 다람쥐, 정부가 ‘강제 안락사’…머스크도 분노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를 누린 미국 뉴욕주의 다람쥐 ‘땅콩이(Peanut)’가 광견병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주 정부에 의해 안락사 처분돼 팬들을 슬픔에 빠뜨렸다. 2일(현지시간) 미 CBS방송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주 환경보호국(DEC)은 지난달 30일 뉴욕주 파인시티에 있는 마크 롱고의 자택과 농장에서 다람쥐 ‘땅콩이’와 너구리 ‘프레드’를 압류했다. 이 동물들이 광견병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DEC는 CBS 방송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번 조사 과정에서 한 사람이 다람쥐에게 물리기까지 했다”면서 “광견병 검사를 위해 두 동물은 안락사됐다”고 밝혔다. DEC는 이 동물들과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은 의사의 진료를 받을 것도 권고했다. 귀여운 외모의 다람쥐 땅콩이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에게 재롱을 떠는 영상들이 화제가 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60만명이 넘는다. 땅콩이를 길러온 마크 롱고씨는 뉴욕주에서 지난해 4월부터 민간 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땅콩이의 엄마 다람쥐가 뉴욕에서 차에 치인 뒤 남겨진 땅콩이를 7년간 보호해왔다. 소셜미디어에 비난 여론…머스크 “정부가 다람쥐 처형”롱고씨는 땅콩이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땅콩이가 안락사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들의 동정심에 호소했지만 간곡한 요청을 무시하고 우리를 큰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뉴욕주법에 따르면 다람쥐 등 야생동물을 구조하기 위해선 야생동물 재활치료사자격을 갖춰야 한다. 또 야생동물을 적법하게 기르기 위해선 교육 목적의 동물로 등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롱고씨는 당국이 땅콩이를 압류할 당시 땅콩이를 교육 목적의 동물로 인정받기 위한 서류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주정부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땅콩이의 안락사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에서는 주 정부의 조치가 지나치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도 엑스(X·옛 트위터)에 “정부가 도를 넘어 다람쥐를 납치하고 처형했다”는 글을 올렸다. 머스크는 또 다른 게시물에선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다람쥐들을 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전쟁의 참상…‘강제로 옷 벗겨진’ 남성들 속 ‘이 소녀’ 찾았다, 사연 알고보니[포착]

    전쟁의 참상…‘강제로 옷 벗겨진’ 남성들 속 ‘이 소녀’ 찾았다, 사연 알고보니[포착]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의 한 난민촌에서 난민 수백 명에게 이주를 강요하는 동시에, 남성들에게는 강제로 상의를 탈의하게 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해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진 속 ‘어린 소녀’의 사연이 알려졌다. 미국 CNN의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5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를 공습했고 이에 해당 지역 난민촌에 머물던 가자지구 주민 수백 명은 짐을 싸서 다른 지역으로 탈출하려 준비 중이었다. 그때 이스라엘 군인들이 다가와 난민 200여명의 발길을 붙잡고는 이들을 야외에 구금했다. 남성들에게는 강제로 상의를 벗고 속옷만 입으라고 지시했다. 강제로 옷을 벗은 채 앉아있던 남성들은 몇 시간을 추위와 사투해야 했다. 공개된 사진은 난민 남성 수백 명이 추위 속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바닥에 앉아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젊은 남성부터 노인까지 연령대와 관계없이 모두 이스라엘군의 지시에 따르는 모습이었으며, 비참한 표정으로 이스라엘군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난민촌에 머무는 가자지구 주민들 사이에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이 섞여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이들을 색출하기 위한 ‘탈의 수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탈의한 남성 난민 속 유일한 여자아이영국 BBC는 해당 사진의 한 귀퉁이에서 어린 소녀 한 명을 발견했다. BBC는 1일 “(사진 속 가자지구) 남성들 사이에서 여자아이를 보기는 힘들었다. 매우 작은 체구이기 때문”이라며 “BBC 프로듀서가 사진에서 발견한 어린 소녀는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아마도 카메라 밖의 무언가가 그녀의 주의를 끌었거나, (이스라엘) 군인들과 그들이 든 총이 보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BBC는 아랍권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와 협력해 사진 속 여자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BBC가 찾은 아이는 줄리아 아부 와르다(3)로,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난민촌에 머물고 있었다. 와르다의 아버지 모하메드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강제로 옷을 벗고 앉아있어야 했던 당일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모하메드는 “당시 아버지와 아내, 15개월 된 아들과 사촌 등이 함께 자발리아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혼란 속에서 나와 딸 줄리아는 다른 가족과 떨어지게 됐다”면서 “나와 딸 줄리아는 다른 사람들의 행렬 속에 파묻혔고, 우리는 파괴의 땅에 흩어진 시신들을 봤다. 어린 딸이 ‘죽음의 일부’를 보는 것까지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문소에 도착했을 때 탱크 위에도, 땅 위에도 군인들이 있었고, 사람들(가자 난민들) 위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성들은 속옷만 입으라는 명령을 받았다”면서 “줄리아는 비명을 지르며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엄마 곁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 속 아이는 침착해 보였지만, 실상은 군인들의 총알이 빗발치고 수많은 남성이 옷을 탈의한 현장에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모하메드와 줄리아는 검문소에서 6~7시간 억류됐다가 풀려났고, 다행히 이들 가족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모하메드는 “우리의 예전 삶은 평범했다. 하지만 줄리아가 가장 좋아했던 7살 사촌이 약 2주 전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줄리아는 이제 우리 위를 날고 있는 드론이나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있을 때마다 하늘을 가리키며 ‘비행기’라고 말한다”면서 “사촌 오빠를 잃은 줄리아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했다. 어린 소녀에게 유일한 희망은 가족유니세프 대변인 조나단 크릭스는 BBC에 “어린이들은 자신이 시작한 것도 아닌 전쟁의 대가를 매일 치르고 있다. 내가 만난 아이들 대부분은 끔찍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면서 “가자지구의 거의 모든 어린이, 약 100만 명이 정신 건강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BBC는 “줄리아가 직접 본 것과 잃은 것, 어디에 갇혀 있는지 생각하면 (아직 가자에 살고 있다고 해서) 운이 좋은 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앞으로의 날들에, 꿈과 기억 속에 무엇이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줄리아의 삶이 끔찍한 갑작스러움으로 끝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줄리아에게 있어서 행운이란 공습, 총격전, 굶주림, 질병에 직면해서도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는 가족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 “‘옷 벗기기’ 수색, 어쩔 수 없어” 주장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난민을 대상으로 옷을 벗게 한 뒤 검문 수색을 진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난민촌에 머무는 가자지구 주민들 사이에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이 섞여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이들을 색출하기 위한 ‘탈의 수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현장에 있던 난민 중 한 사람인 무한나드 칼라프(27)는 CNN에 “여성과 아이들이 떠난 뒤 남성들은 옷을 벗고 속옷만 입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 극심한 추위 속에 앉아있었다”면서 “그동안 이스라엘 군인들은 우리를 모욕하고, 웃고,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현장에서 끌려가 구금됐고, 나머지는 풀려났다”면서 “노인들과 부상당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매우 무섭고 슬펐다. 아무도 우리에게 연민이나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북한군, 개고기 통조림 전투식량”…‘폄하 각본’ 인지전? (영상) [포착]

    “북한군, 개고기 통조림 전투식량”…‘폄하 각본’ 인지전? (영상) [포착]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사실상 전멸했다는 육성 동영상이 등장한 데 이어, 이번에는 북한군이 ‘개고기 통조림’을 전투식량으로 들고 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일(현지시간) 친우크라이나 소셜미디어(SNS) 채널은 “북한군이 준 개고기 전투식량을 무슨 고기인 줄도 모르고 받아먹은 러시아군”이라는 내용의 시각 자료 두 건을 공유했다. 첫 번째 자료는 러시아 병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북한군 전투식량이라며 통조림 하나를 뜯어 내용물을 빵에 발라 먹는 동영상이었다. 영상 속 통조림에는 ‘누렁이 개고기’라고 적힌 포장지가 둘려 있었다. 뒷면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대 전용 특수 제품’이라고 적혀 있었다. 두 번째 시각 자료는 역시 러시아 병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같은 개고기 통조림을 들어 보이며 분개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었다. 영상에서 병사는 “형제국인 북한에서 온 통조림이다. 여기 뭐라고 쓰여 있는 줄 아는가. ‘개고기’다, 개고기. 그들은 이걸 먹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에서는 ▲북한에서는 ‘개고기’라는 단어 대신 ‘단고기’라는 표현을 주로 쓰는 점 ▲통조림 포장지 글꼴이 북한에서 사용하는 글꼴이 아닌 점 ▲‘자체 육즙’이라는 표현 자체가 문법적으로 틀린 점 ▲통조림에 ‘인민군’이라는 표현 대신 ‘군대’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 등을 근거로 통조림 자체가 가짜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시각 자료 속 병사가 우크라이나말이 아닌 러시아말을 하는 점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수출하는 라면에도 ‘개고기’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점 ▲중국이 제조해 납품한 전투식량일 경우 글꼴의 차이나 문법적 오류가 있을 수 있는 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김정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도 자국군을 “군대”라고 지칭한 적이 있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거론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인 상당수가 러시아말을 할 줄 안다는 점 ▲시각 자료 속 장병을 러시아군으로 특정할 단서가 마땅치 않은 점은 재반박의 여지 또한 남긴다. 일단 두 건의 시각 자료 모두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개고기 먹는 북한군’이라는 자극적 프레임 아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SNS에 확산하고 있다. 북한군 파병 대비한 듯 ‘인지전 홍수’ 투항 회유·사기저하 유도 및 폄하 각본 이번 시각 자료는 앞서 북한군 추정 인물의 육성 동영상이 나온 데 이어 유포됐다. 31일 또 다른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은 “북한군 쿠르스크 투입 결과”라며 생존 북한 장병 추정 인물의 육성 동영상을 공개했다. 머리부터 얼굴과 목까지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침대에 누워 있던 해당 장병은 영상에서 “러시아군은 저희가 쿠르스크 교전에서 무작정 공격전에 참가하도록 강요하였습니다”, “우리 부대 인원이 40명이었는데 제 친구들인 혁철이와 경환이를 비롯하여 모두 전사했습니다”, “로씨야 군인은 파편에 머리가 잘렸고...저는 전우들의 시체 밑에 숨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푸틴은 이 전쟁에서 패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투에서는 북한 억양이 뚜렷하게 묻어났다. 이 영상도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사기 저하를 유도하기 위한 심리전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측이 유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설을 거론한 직후부터, 마치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는 듯 심리전 등 인지전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2일 투항 전용 ‘나는 살고 싶다’ 핫라인을 통해 북한군 회유 선전전을 펼쳤다. 한국어로 제작한 포로수용소 홍보 동영상과 ‘조선인민군 병사들에게 전하는 말씀’이라는 호소문에서 국방부 측은 “타국 땅에서 무의미하게 죽을 필요가 없다”며 항복 시 하루 세끼 고기반찬으로 이뤄진 식사와 안락한 숙소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선전했다. 또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한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NGO) ‘블루-옐로’ 측은 28일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 부대와 북한군의 첫 육안 접촉은 10월 25일 쿠르스크에서 이뤄졌다”며 “내가 알기로 한국인(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공기를 노획했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사진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전이 모두 북한군 사기저하와 투항을 유도하려는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짚었다. ‘개고기 먹는 북한군’이라는 프레임 역시,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군을 “오크”(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흉측한 외모의 가상 종족으로 이번 전쟁에선 러시아군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라고 비하한 데 이어 북한군을 깎아내리려는 폄하 각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언어 소통 문제를 겪는 러시아군과 북한군 사이에 식문화까지 끌어들여 결속력을 약화하려는 작전으로 해석된다. 한편 2016년 러시아 매체 ‘라이프’ 보도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개고기 섭취 문화가 전혀 없었던 러시아에서는 21세기 들어 갑자기 동양의 개고기가 일종의 ‘진미’처럼 판매되기 시작”했다. 고려인을 위주로 취식하던 개고기를 일부에서 유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구정보 분석업체 세계인구리뷰(World Population Review·WPR)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 개고기 섭취는 불법이 아니지만 도축 및 유통 과정에서 판매자는 동물학대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 팔레스타인 피눈물 먹고 자라는 ‘스타트업 국가’의 민낯 [세책길]

    팔레스타인 피눈물 먹고 자라는 ‘스타트업 국가’의 민낯 [세책길]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교 수업시간에 “부지런한 유대인, 게으른 아랍인” 이야기를 듣는 건 흔한 일이었다. 유대인은 똑똑하고 단결력이 좋다, 아랍인들의 탄압과 침입을 막아내고 있다, 우리도 유대인들을 배워야 한다. 그런 게 말 그대로 상식이었다. 전쟁이 났을 때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세계에서 이스라엘로 몰려드는 반면 아랍 국가들 젊은이들은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공항으로 몰려들었다는 ‘어디선가 누군가가 했다는 이야기’는 약방에 감초로 등장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에서 사는데, 유대인들은 ‘키부츠’라는 협동농장에서 힘을 합쳐 사막을 옥토로 바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글이 중학교 교재에 실려 있었다.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이스라엘은 부지런해서 사막을 옥토로 바꾸고 아랍인들은 게을러서 황무지에서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 시절 읽은 어떤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 이스라엘 농부들이 활짝 웃으며 농사짓는 사진에 등장하는 키부츠는 원래 그곳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았던 곳이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막 먼지 날리는 황무지에서 사는 건 올리브나무를 가꾸고 농사를 짓던 고향에서 쫓겨났기 때문이었다. 그 얘기가 그렇게나 충격적일 수가 없었다. 국제엠네스티는 지난해 5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최대도시인 헤브론 검문소에 ‘붉은 늑대’라고 부르는 인공지능 안면인식 시스템을 설치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시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를 ‘자동화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라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검문소에 설치한 카메라 수십대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얼굴을 스캔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이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통과시킬지 여부를 통보해주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런 방식은 가자지구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됐다. 게다가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투에선 CCTV, 드론, 위성으로 수집한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공습표적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단계까지 왔다. 물론, 이런 방식 덕분에 민간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피와 눈물이 흐르는 땅’ 위에서 자라난 군수산업<팔레스타인 실험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과정에서 발전시킨 방위산업과 보안산업을 이용해 돈벌이를 해온 실태를 고발하는 책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홀로코스트 산업>을 비롯해 <만들어진 유대인>, <이스라엘에 대한 열가지 신화> 등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벌이는 악행을 비판하는 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모두 저자가 유대인이다. <팔레스타인 실험실>을 쓴 앤터니 로엔스턴 역시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 있는 “자유로운 시온주의 가정”에서 자란 “무신론자 유대인(15~16쪽)”이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1939년 나치를 피해 난민 신세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했다고 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이스라엘을 조국으로 느끼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점차 “팔레스타인인을 겨냥한 공공연한 인종주의와 이스라엘의 모든 행동에 대한 반사적인 지지가 불편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를 “광신적 종교집단 같았다”고 표현했다(15쪽). 저자는 이스라엘 점령체제의 본질이란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베첼렘이 2021년에 낸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아파르트헤이트”에 다름아니라고 규정한다(17쪽). 이런 주장을 들으면 이스라엘 정부는 십중팔구 ‘반유대주의’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실험실>에는 이스라엘의 솔직한 속내를 공공연하게 드러낸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현재 이스라엘 집권여당인 리쿠드당 소속 정치인인 이스라엘 카츠는 2022년 5월 의회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제 나는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나부끼는 아랍 학생들에게 경고했습니다. 1948년을 기억하라. 우리의 독립전쟁과 너희의 나크바를 기억하라. 밧줄을 너무 팽팽히 잡아당기지 마라(290~291쪽).” 리쿠드당과 함께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독실한 시온주의당’ 지도자이자 네타냐후 총리의 협력자인 국회의원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2021년 10월 아랍계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여기에 앉아 있는 건 순전히 실수 때문이야. (이스라엘 건국 총리) 벤구리온이 일을 마무리하지 않고 1948년에 당신들을 몰아내지 않았기 때문이지(106쪽).” 두 사람은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상기시켰다. 나크바란 아랍어로 재앙이라는 뜻이다. 1948년에 일어났다. 이스라엘 민병대 등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인구 190만명 가운데 75만명이 강제로 쫓겨나 난민이 되었고, 531개 마을이 파괴되고 1만5000명이 살해됐다. 그러므로 두 정치인의 발언은 마치 일본 국회의원이 재일동포들에게 ‘관동대지진 같은 꼴 다시 당하고 싶지 않으면 조심하는 게 신상에 좋을거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피와 눈물이 흐르는 땅’ 위에 이스라엘이 건국됐다. 그런 바탕 위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감시하고 추방하고 총을 겨누고 있다고 지적한다.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감시하고 추방하고 탄압하는 기법이 발전하다 못해 어느덧 이스라엘 경제를 떠받치는 거대한 산업이 돼 버렸다고 폭로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뿌리는이스라엘 감시산업은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안면인식기술, 드론을 활용하고 휴대전화를 감청하는 등 각종 첨단 감시장비는 최근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살해 논란이 계속되면서 많이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10번째로 방위산업 수출로 많은 돈을 버는 국가라는 것도 중요하다. 1984년부터 1988년까지 뉴욕타임스 예루살렘 지국장으로 일했던 토머스 프리드먼이 ‘이스라엘 경제는 어떻게 해외 무기 판매에 중독되었는가’라는 특집 기사에서 밝혔듯이, “이스라엘 사업가들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무기상이다(49쪽).” 방위산업과 감시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자 현장 실습장이 팔레스타인이다. 결국 이스라엘이 실전에서 시험을 거쳤다고 홍보하는 무기란 결국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저항을 차단하고, 사위를 진압하며,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공격하는 데 사용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이스라엘의 독보적인 홍보 포인트(21쪽)”가 돼 버렸다.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국가’이며, 수많은 스타트업이 군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고 치켜세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들의 군복무 경험이 사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 정보부대 8200에서 제대한 43명이 2014년 네타냐후 총리와 베니 간츠 참모총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적이 있다. “군사 통치를 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스파이 활동과 감시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 수집, 저장되는 정보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칩니다. 정치적 박해를 위해, 그리고 협력자를 선별하고 팔레스타인 사회의 집단끼리 대립하게 함으로써 사회 내부에 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정보가 사용됩니다(130~131쪽).” 이스라엘 정보부대 8200 소속 한 내부고발자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의 모든 전화 통화를 들을 수 있다며 이렇게 증언했다. “동성애자를 찾아내어 친척들에게 알리겠다고 압박할 수도 있고, 바람피우는 남자를 발견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누군가가 빚을 지고 있다는 걸 알아내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한테 접촉해서 협력의 댓가로 빚을 갚을 돈을 주겠다고 하면 됩니다(132쪽).” 홀로코스트 생존자 후손이 고발하는 ‘추악한 거래’칠레에서 살다가 1973년 군부 쿠데타 이후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망명한 다니엘 실버만이란 사람이 있다. 한참 뛰어놀아야 할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불법체포돼 감옥에 끌려갔다. 결국 아버지는 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고통받는 유대인들을 받아준 고마운 조국이었을까. 실버만은 어른이 되어서야 이스라엘이 칠레 군부에 상당한 무기지원을 하고 군경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등 긴밀한 교류를 했음을 알게 됐다. 이스라엘이 가르친 고문기법으로 아버지가 죽은 셈이다. 저자는 칠레,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파나마, 스리랑카, 미얀마, 르완다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추악한 거래’ 사례를 상세히 들려준다. 악명높은 독재자들이 이스라엘의 주요 고객 명단으로 등장한다. 피노체트(칠레), 차우셰스쿠(루마니아) 뿐 아니라 아파르트헤이트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985년에 이스라엘 의회 대외관계위원장을 지냈던 요하나 라마티가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학교에서 연설하면서 털어놓은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도우려 하지 않는 유일한 정부 체제가 있다면 그건 반미 국가일 것입니다(65쪽).” “이스라엘은 수십년간 워싱턴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종종 미국이 공개적인 지원보다는 은밀한 지지를 선호한 지역에서 활동했다. 가령 이스라엘은 냉전 시기에 미국 의회가 미국 기관들의 공식적인 활동을 봉쇄한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의 경찰을 지원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까지도 콜롬비아의 암살대를 훈련 무장시켰다(52쪽).”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부터 가자지구에서 거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옛날 신문을 조금만 찾아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나 서안지구에 군대를 보내고 폭격을 하는 뉴스는 수십년간 되풀이된 연례행사같은 일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때마다 이스라엘은 ‘테러와의 전쟁’이나 ‘테러리스트에 맞서 고향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어쨌든 꽤 잘 먹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덧 시대는 변하고 있다. 국제사회 여론은 갈수록 이스라엘에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여론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가 정부 정책까지 바꾸진 못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가진 ‘신뢰자본’이 갈수록 고갈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적어도 수십년 전 한국 사회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유대인’ 신화가 상식이었지만 이제는 이스라엘과 태극기를 함께 흔드는 사람들이 대체로 괴랄하다는 취급을 받는 것만 봐도 변화는 분명해 보인다. 저자는 이스라엘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완전히 격리시키고 이스라엘을 유대인 순혈주의 국가로 바꿔 버리는 ‘두 국가 해법’을 반대하고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동등한 시민으로서 함께 사는 ‘한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게 대표적이다. 저자가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스라엘의 악행이 자칫 홀로코스트 피해자라는 역사적 정당성마저 무너뜨리지 않을까 하는 근심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많은 나라에서 유대 국가에 대한 여론이 꾸준히 돌어서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행동과 방위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당하는 불가촉천민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296쪽).”
  • 6·25 다부동 전투 전사 경찰관, 74년 만에 현충원 안장

    6·25 다부동 전투 전사 경찰관, 74년 만에 현충원 안장

    두세 살배기 어린 딸과 아들을 두고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경찰관의 유해가 74년 만에 국가의 품에 안겼다. 경찰청은 1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고(故) 임진원 경사의 유해 안장식을 열었다. 유해는 유족의 뜻에 따라 국립서울현충원 경찰묘역에 안장됐다. 임 경사는 1950년 6·25전쟁 때 경북 칠곡에서 치러진 ‘다부동 전투’에 참여했다가 전사했다. 임 경사의 유해는 고향인 전북 김제 땅이 아닌 칠곡 유학산 일대에서 지난 2000년 발견됐고 올해 유가족 DNA의 시료 분석을 거쳐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고인은 3·1운동 민족대표 48인 중 한명인 독립운동가 임규 선생의 조카이자 백마고지 전투의 영웅인 고 임익순 대령의 당숙이기도 하다. 유가족은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은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는데 머나먼 타향 땅에 묻혀 계시던 아버지를 이제라도 서울현충원에 모실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며 “앞으로도 국가가 지속해서 전사 경찰관들에 대한 현양 사업에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6·25전쟁에는 총 6만3천427명의 경찰관이 참전해 다부동 전투를 비롯한 전국의 전장에서 활약했다. 전쟁 중에 희생된 구국경찰은 사망자 3천131명, 실종자 7천84명으로 추정된다. 이날 안장식에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권대일 국립서울현충원장, 이근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경과보고, 조사, 종교의식, 헌화·분향, 영현 봉송이 진행됐다. 유가족 거주지인 경기 동두천에서부터 서울 현충원으로 이동하는 길에 경찰관이 동행하고 1계급 특진을 추서하는 등 예를 갖췄다. 경찰청 관계자는 “6·25전쟁 당시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다 장렬히 산화한 전사 경찰관들을 빠짐없이 찾아내고 공훈을 기리기 위해 유해 발굴 사업, 현충 시설 정비사업 등의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로케트 로케트” 짧은 치마 김여정·들썩이는 김정은…80만 봤다

    “로케트 로케트” 짧은 치마 김여정·들썩이는 김정은…80만 봤다

    “브루NORTH 마스 북한 아오지 차트 1위. 김주애도 구독했답니다.”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부른 ‘아파트(APT.)’의 뮤직비디오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부르는 것처럼 합성·개사한 영상이 화제다. 지난달 31일 구독자 약 27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화성인 릴도지’에는 북한 인공기 이모티콘과 함께 ‘APT’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고, 공개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회수 약 80만 회를 기록했다. 원곡은 로제가 자신의 본명을 언급하며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 랜덤 게임 / 게임 스타트”라는 전주로 시작하는데, 이 영상은 북한 간판 아나운서 리춘희가 “어버이가 좋아하는 도발 계획 / 도발 계획 / X수작”이라고 개사해 부르는 것처럼 합성돼 있다. ‘아파트’라는 가사는 모두 ‘로케트’로 개사,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을 풍자했다. 영어 가사를 발음이 비슷한 한국어 가사로 변경해 눈길을 끌었다. ‘Kissy face, kissy face. Sent to your phone but’은 ‘기습 배치, 기습 배치. 선두에 포격’으로 개사했다. ‘Hold on, hold on. I‘m on my way’는 ‘혼돈, 혼돈. 난 온누리에’가 됐다. 브루노 마스가 부르는 부분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김 위원장의 얼굴과 목소리로 연출됐다. ‘Don’t you want me like I want you, baby’로 시작하는 부분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풍자해 ‘남쪽은 매일 나를 까 / 완전 지 아비 / 돈줄 인민한텐 미친 X / 실행 도모하라우 푸틴 / 나의 코인 거래하지 / 우리 군을 보내줬으니 / 이미 내 편”으로 바뀌었다. 같은 가사의 로제 파트는 김여정의 얼굴과 목소리로 ‘던진 오물 낙하 / 완전 피해 비애 / 돈 주니 이미 나에겐 이득이라우 / 셋 하면 눌러 버튼 / 남은 곧 괴뢰이지 / 우위를 가려 두 개의 조선 / 매일 매일 핵 떠’라며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와 미사일 발사 등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영상을 제작한 유튜버는 이전부터 김여정과 김정은의 모습을 패러디한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앞서 지난 9월에는 어반자카파 조현아의 신곡 ‘줄게’를 패러디해 화제를 모았다. 영상 속에는 가수 조현아가 착용했던 무대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김여정의 모습이 담겼다. 노래에는 ‘줄게 줄게 오물 다 줄게’ ‘내 남은 쓰레길 남녘에’ ‘오물 다 드릴게요’ ‘거짓 없는 인민다움을 원해’ ‘욕심 많은 수령을 원해’ ‘종북 사랑해’ ‘남녘 땅보다 오물이 좋더라’ 등 연일 오물 풍선을 살포하는 북한을 비꼬는 가사가 담겨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북한은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9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시험발사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딸 ‘주애’가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신형 전략무기체계시험에서는 전략미사일능력의 최신기록을 갱신하였으며 세계최강의 위력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억제력의 현대성과 신뢰성을 남김없이 과시하였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시험발사에 대해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의지를 알리는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라며 “핵무력강화노선을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ICBM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으며, 최근 공개된 12축짜리 TEL이 쓰였을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경 서울시의회 문체위원장 “강서 서서울문화플라자 건립 이상무, 2025년도 예산안 사전용역·설계공모비 편성”

    김경 서울시의회 문체위원장 “강서 서서울문화플라자 건립 이상무, 2025년도 예산안 사전용역·설계공모비 편성”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경 위원장(더불어민주당·강서1)은 지난달 29일 서울시로부터 서서울문화플라자(가칭) 건립에 관한 현황을 보고 받고,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2019년 정보·문화 균형발전을 앞당긴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2025년까지 총 3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남권(강서, 관악), 동북권(도봉), 동남권(송파), 서북권(서대문) 등지에 5개 권역별 시립도서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중 강서 시립도서관 설립 예정지인 강서구 내발산동 743번지의 경우, 지난 2006년 학교 부지로 계획됐다가 계획이 변경된 후 10년 이상 빈 땅으로 방치되어 오다 2019년 발표로 지역 주민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다만, 강서구 인구 규모에 비해 문화·체육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역사회의 의견을 반영해 서울시는 도서관을 기본시설로 하되 서울형 키즈카페, 생활체육시설(수영장, 헬스장 등)을 추가해 2023년에 새로운 기본계획을 수립, 2030년 완공(총사업비 934억원)을 목표로 각종 사전절차를 이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지난 8월 서울시 투자심사를 통과해 현재는 공유재산관리계획에 상정이 되어 있는 상황이며, 서울시는 2025년도에 운영방안 용역, 국제 설계공모 등을 위한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이날 보고에서 김 위원장은 “내발산동 743번지는 강서구민 모두의 관심 대상으로 시립도서관 건립은 지역의 숙원 사업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좀 더 전향적으로 계획이 변경됐다는 점은 바람직하다”라고 평가하며 “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서 내년 예정인 설계를 포함해 향후 일정이 더 이상 지체되지 않도록 빠짐없이 살필 생각이다. 서서울문화플라자가 강서 지역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 김기덕 서울시의원 “방치된 땅이 ‘월드컵 난지체육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나”

    김기덕 서울시의원 “방치된 땅이 ‘월드컵 난지체육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나”

    서울의 대표명소인 월드컵공원 내 노을공원하부에 방치된 땅 난지천 1만 3000여평이 ‘월드컵 난지체육공원’으로 조성되어 1일 개장하고 주민 친화적 명품힐링 체육공원으로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서울시의회 김기덕 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4)은 개장을 앞두고 지난달 26일 새롭게 조성된 난지체육공원을 인근 주민 30여명과 함께 서부공원여가센터 담당 공무원의 안내로 현장을 방문해 조성된 시설을 낱낱이 살피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며 개장 전 축하의 자리를 가진 바 있다. 특히 본 사업은 2022년 ‘월드컵 난지체육공원 조성사업’의 계획수립을 시작으로 추진된 사업으로, 당시 김기덕 의원의 사업제안과 의원 발의 예산 21억 5000만원을 확보해 완료됐으며, 2023년 9월 공사 시행 이후 1년여 만인 2024년 10월 15일 준공하고 11월 1일 개장을 하게 됐다. 월드컵 난지체육공원은 김 의원의 제안 취지에 맞게 파크골프장 6홀, 서울형 매력가든, 휴게광장 및 다목적구장 등 야외운동시설과 하천변 등 가족형 체육시설이 조성된 것을 특징으로 ▲시민들의 생활체육 여가문화 수요급증을 반영한 체육시설 인프라 확충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뛰어놀 공간 조성 ▲서북권을 대표하는 생활체육의 메카로서 주민들의 뜻이 반영된 휴식과 힐링의 공간으로 조성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 반영된 것으로 기대된다. 김 의원은 “그동안 NIMBY 시설이자 혐오시설로 일컬어진 마포쓰레기 소각장 등 일대에 있는 기존 버려진 땅에서 공공체육시설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한 멋진 난지체육공원이 조성되어 기쁘다”고 밝히며 “앞으로 마포구 주민들의 건강증진은 물론 생활체육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의원은 “이번에 개장되는 파크골프장과 난지체육공원이 인근지역주민은 물론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변모하길 바라며, 향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명품 생활체육공원으로 조성 및 유지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뜻도 전했다.
  • [씨줄날줄] 부랴트

    [씨줄날줄] 부랴트

    ‘아바이 게세르’는 게세르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아바이는 바이칼 호수 동쪽에 모여 사는 부랴트인의 구비설화에 나타난다. 함경도 방언 아바이와 마찬가지로 선조나 아버지라는 뜻을 가진 높임말이라고 한다. 부랴트인의 나라가 러시아연방에 속한 부랴트공화국이다. 부랴트인의 땅은 17세기 금과 모피를 찾아 나선 러시아인의 지배를 받았다. 남쪽은 몽골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데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부설된 19세기 말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수도 울란우데는 바이칼 호수의 도시 이르쿠츠크를 지나 동쪽으로 가는 시베리아철도와 울란바토르를 거쳐 중국 베이징이 종점인 국제철도의 분기점이다. 같은 몽골계인 한국인과 부랴트인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닮았다. 바이칼이나 울란우데를 여행한 한국인은 현지인으로 오인받은 경험을 털어놓곤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일찍부터 이 지역 샤머니즘과 우리 문화의 연관성을 찾고자 현지조사하고 ‘부랴트 샤머니즘-어둠 속의 작은 등불’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게세르신화는 언어와 민속뿐 아니라 건국신화도 부랴트인과 한국인이 닮은꼴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하늘신 가운데 명망이 가장 높은 게세르는 악신(惡神)이 인간 세상을 도탄에 빠뜨리자 사람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온다는 내용이다. 이런 얼개는 알타이의 ‘마아다이 카라’, 티베트의 ‘게세르’, 몽골의 ‘게세르’, 우리 ‘단군신화’에까지 공통으로 나타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보편적 인간주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국가대표 양궁 선수는 대부분 부랴트인일 만큼 활을 잘 쏘는 것도 우리와 닮았다. 한때는 부랴트인을 한국인의 시원(始原)으로 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시아에 퍼져 살아가는 각각의 몽골계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도와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 병사가 부랴트 병사로 위장하고 있다니 저들도 이런 인연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 책과 땅과 사람, 운명적으로 만나는 곳… 오르막 끝나갈 즘 ‘터득’에 도달하였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책과 땅과 사람, 운명적으로 만나는 곳… 오르막 끝나갈 즘 ‘터득’에 도달하였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나무선·이효담 작가 부부의 거처단출하고 투박한 나무 간판 하나백운산에 기댄 모습 책방·북카페‘그림책 독자는 0살에서 100살까지’하루 4인 이하 한팀 북스테이 운영그림책센터 일상예술1년간 출간 그림책 정보 총망라아침 방문객 맞춤 그림책 낭독도박경리 작가가 마지막 보낸 ‘원주’‘문학의집’ 토지 육필원고 등 전시반계리 수령 800~1000년 은행나무나무 그늘만큼 ‘가을 노란빛’ 가득 터득골북샵. 책과 터득이라니. 그 이름이 귀에 쏙 들어와 박힌다. 터득골은 책방이 자리한 곳의 옛 지명이다. 행정구역을 줄줄이 늘어세우면 원주(原州)시 흥업(興業)면 대안(大安)리 터득(攄得)골이다. 차례로 너른 마을, 새로 일을 일으킴, 큰 편안인 셈이다. 그 끝에 터득, 즉 ‘깊이 생각하여 이치를 깨달아 알아냄’이 붙는다. 땅과 사람의 운명적 만남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대안적 삶의 플랫폼 처음에는 도로 옆으로 난 샛길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단출하고 투박한 나무 간판 하나 서 있으니 첫 방문에 길 잃은 이가 나 하나는 아닐 것이다. 사는 게 그렇기는 하다. 목적지를 정하고 내비게이션을 사용해도 종종 길을 헤맨다. 얼마간 헛걸음과 헛발질에 헛손질까지 하고서야 목적지에 다다른다. 좁은 오르막이 끝나는 중턱에는 집 한 채가 맞이한다. 첫 번째 건물이 북스테이고 뒤편 산기슭에 기댄 긴 집이 책방 겸 북카페다. 고지대여서 스산한 가을바람에 정신이 맑아진다. 그 터의 문양이 말을 거는가 보다. 터득골북샵은 황대권 작가의 ‘야생초편지’(도솔)를 기획한 나무선, 방송작가로 일하던 이효담 부부가 운영한다. 두 사람은 1996년 강원 원주로 이주했고 2005년 터득골로 이사했다. 지금이야 작은 마을을 이루지만 그때만 해도 부부의 흙집이 유일했다. 집은 박종선 작가가 함께 지었다. 그는 영화 ‘기생충’의 가구 제작자로 잘 알려진 목수이자 가구 디자이너다. 나무선씨는 박 작가에게 목공을 배우며 연을 맺었고 집 짓기로 발전했다. 부부의 살림집 겸 출판사 사무실로 쓰던 공간에 책방이 들어선 건 또 한참이 지난 2016년의 일이다. 더듬더듬 나아간 셈이다. 책을 기획하고 만들던 이가 책방을 내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이지만 그보다는 대안적 삶과 공동체마을의 연장에 가깝다. 그 바탕과 소통의 매개로 택한 것이 책이고 책방이다. 나무선씨의 말을 빌리면 ‘전통적 서점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서점’이다. 이때 라이프스타일은 삶과 일과 마음공부의 연결이고 그 플랫폼으로서 서점이다. ●삶에 귀를 기울이면 사선으로 난 계단을 올라 책방 앞에 닿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기 전, 동쪽으로 넘실대는 백운산 능선에 마음을 빼앗긴다. 잠깐 멈춰 서서 가을이 붉게 저무는 모습을 감상한다. 동남향의 집은 오전 햇살이 맑고 깊어 책방 안쪽까지 깊게 스민다. 책방은 3개의 공간으로 나뉘는데 옛 살림집의 구조를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서가는 몇 가지 주제로 분류해 정리했다. 가장 큰 공간인 왼쪽 방에는 ‘살림’이나 ‘목공·집 짓기’, ‘나는 누구인가’ 같은 주제가 눈길을 끈다. 부부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만나지는 흔적이겠다. 카페 주방 쪽 작은방은 그림책과 원주지역 작가의 책들이 차지한다. ‘그림책 독자는 0살에서 100살까지’라는 글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그림책 한 권을 고른다면 ‘오냐나무’(강혜숙 그림)다. 출판사가 ‘터득골’이고 글 작가가 이효담씨다. 터득골북샵의 지향이 담긴 책이겠다. ‘오냐나무’는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다.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등 생각하는 대로 이뤄진다. 문제는 우리가 떠올리는 생각 가운데는 두렵고 무서운 것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건 그것대로 이뤄지니 고민이다. 그 근심을 함께 나누고 풀어 보자는 것이 삶디자인학교다. 터득골북샵은 ‘북샵’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역할이 많다. 책방과 북카페로서 존재하고, 하루에 한 팀(4인 이하)만 묵을 수 있는 북스테이를 운영한다. 우드스탁 윈드차임의 한국 공식 유통사이기도 하다. 삶디자인학교는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궁극의 목표다. 인문학 강의와 워크숍, 리추얼 등을 통해 삶을 온전하게 살아내고 살아갈 힘을 기르는 배움 공동체다. 그 개념을 짧게나마 느껴 보고 싶을 때는 책방을 나와 뒷산으로 향한다. 11월에는 가을이 깊숙하게 깃들어 낙엽 밟는 소리가 발끝에서 서걱댄다. 눈앞에는 활엽 단풍이 푸른 솔잎 사이로 흔들린다. 그 그늘 아래가 삶디자인학교의 야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솔빛극장이다. 터득골에서 나온 돌을 놓아 객석을 만들었다. 솔빛극장에서는 ‘오냐로드’라 이름 붙인 짧은 산책로가 이어진다. 그럼 산책로에 오냐나무가 있다는 의미일 텐데 많은 나무 가운데 어느 것이 오냐나무라는 설명은 없다. 그저 앞뒤가 트인 작은 산막(오냐의집) 하나가 오냐로드 끝에 자리한다. 산막 안에는 달랑 윈드차임 하나가 걸려 있다. 윈드차임은 서양식 풍경이자 자연이 연주하는 악기다. 바람이 들고날 때마다 산막을 울린다. 그 소리는 억지로 흉내 내 표현할 수 있겠지만 고스란히 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터득골북샵에 가거든 그 자리에서 윈드차임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 말하고 싶다. ●햇빛으로 가늠한 시간 빛처럼 반짝이는 윈드차임 덕에 가을 숲속에서 넋을 잃고 만다. 산막에서 눈을 감은 채 책장을 넘기듯 숲의 바람 소리를 따라다닌다. 그러다 문득 눈을 뜨니 산막 안쪽에 붙어 있는 사람들의 소원이 읽힌다. 소원지 앞면에는 ‘소원은 비는 게 아니라 선언하는 겁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리고 소원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차임을 치며 온 우주에 알려 보라 권한다. 그 행동이 다소 멋쩍다 느끼면서도 혼자여서, 책방 안에서 읽은 ‘오냐나무’가 생각나서 슬쩍 윈드차임을 울려 본다. 귓가에 은은하니 또 자리에 앉아 반짝이는 자연의 품에 고개를 묻을 수밖에. 마음에 새길 선언의 문구는 북카페에 돌아와 서가를 서성댄 후에야 찾아낸다. 너른 창으로 넉넉하게 스미는 가을빛도 감상하고 박종선 작가의 손길이 깃든 가구도 탐하다가, 인연처럼 잡은 책은 ‘더 터치: 머물고 싶은 디자인’(놈 아키텍츠, 킨포크 저, 박여진 번역, 윌북)이다. 책 속 문장 하나가 윈드차임처럼 가슴에 남는다. “…강물 위에 비치는 햇빛으로 시간을 가늠할 수 있다. 풀벌레와 새, 개구리 울음소리가 숲에서 울리는 이곳에서 시간 확인은 시간에 대한 인식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이 책은 슬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킨포크’와 덴마크 디자인 스튜디오 ‘놈 아키텍츠’가 ‘아름다운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한 책이다. 빛, 자연, 물질성 등의 주제 아래 아름다운 집들을 소개한다. 비단 머물고 싶은 집에 대한 이야기만일까? 그보다는 머묾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열망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묻게 된다. 한 해의 끝을 한 달 앞둔 11월이라 그런 것일 테다. 그럼에도 이 시절의 책은 마음을 물들이는 단풍이고 작가가 써 놓은 말들은 마음 한편에 낙엽처럼 떨어진다.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마음에 거름으로 남겠지. 그리 믿어야겠다.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터득골에서 얻은 오늘의 깨달음이다. ●그림책으로 여는 아침이라니 북스테이를 하거나 원주 어딘가에서 하루를 묵었다면 다음날 아침은 꼭 원주시그림책센터 일상예술에서 맞이하시길. 이상희(원주시그림책센터장) 그림책시인은 센터 1층 그림책아카이브에서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화~토) 아침 8시 40분부터 15분간 진행되는 ‘아침을 여는 그림책’이다. 그날의 그림책은 그림책아카이브의 큐레이션 서적이나 시인이 날씨, 방문객 등을 고려해 고른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책 읽는 목소리 또한 자연의 음성만큼 아름답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전 예약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림책으로 아침을 열고 나서는 서가에서 여운을 누린다. 이곳, 작은 도서관 규모인데 알이 꽉 찬 제철 석류 같다. 원주시그림책센터만의 분류법(WPC)을 적용한 주제별 분류나 상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같이 노는 그림책’ 등은 겉보기로 가늠할 수 없다. 이용자가 자주 찾는 똥·방귀, 공룡, 시간, 요일 같은 분류만으로도 그림책의 보물섬이라는 걸 알겠다. 이맘때 발간하는 ‘한국그림책연감’도 원주시그림책센터의 수고이자 자랑이다. 전년도 1년 동안 국내에서 출간한 그림책을 월별로 보관한 자료집이다. 한 해의 그림책 정보를 총망라한다. 심지어 무료 배포다. 2일부터 온라인 신청을 받고 오는 16일부터 현장 배포한다. 그림책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원주시그림책센터 뒤쪽에는 원주시 그림책도서관이 위치한다. 그림책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처음그림책’ 자료실과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모두그림책’ 자료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전시실도 들러 볼 만하다. 전시실에서는 홍유경(홀링) 작가의 ‘줄무늬 미용실’(북극곰) 원화 전시가 한창이다(오는 10일까지). ‘줄무늬 미용실’은 곱슬머리 꼬마 사자가 얼룩말 미용실을 찾아간다는 설정부터 미소를 자아낸다. 원화 전시에 그치지 않고 전시장을 미용실로 꾸몄다. 거울과 의자, 가발 등으로 미용실 놀이 체험과 포토존을 겸한다. 어른들은 바람 쉼터를 좋아한다. 도서관 옥상에 인디언 텐트 등을 설치해 가을 하늘 아래 그림책을 즐길 수 있다. ●어마어마한 800명과 25년 박경리 작가 또한 원주의 큰어른이다. 작가는 원주에서 ‘토지’(다산책방)를 완간하고 생의 마지막 시간도 원주에서 보냈다. 도심에는 박경리문학공원이 있어 옛집과 유물을 전시한 문학의집(전시관)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작가의 옛집은 너른 마당을 가진 2층 양옥이다. ‘토지’를 쓰고 텃밭을 일구고 손주들을 위해 직접 연못을 꾸민 자취가 남아 있다. 마당에는 호미를 두고 쉬는 박경리 작가의 동상이 있다. 곁에 나란히 앉으면 세상 시름이 잊힌다. 작가는 원고지 약 3만매, 등장인물 800여명의 ‘토지’를 무려 25년에 걸쳐 써 나가지 않았던가. 문학의집은 ‘토지’ 속 공간과 인물도 등을 입체적으로 전시한다. 작가가 직접 지은 옷과 유품들도 관람할 수 있다. 박경리 작가는 소설가이자 시인이기도 했다. 문학공원 곳곳에는 시비가 있어 가만히 읊조리면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마로니에북스)던 유고시집 제목이 떠오른다. 공원 한쪽에는 원주시 그림책의 산 증거 패랭이꽃그림책버스가 있다. 폐차한 시내버스를 재활용해 꾸민 버스 도서관으로 올해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채색했다. 지는 가을이 못내 아쉬울 때는 원주시 교외의 반계리로 향한다. 천연기념물 반계리 은행나무는 수령 800~1000년으로 높이가 32m, 둘레가 16.27m에 달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에 소문이 나 단풍 드는 11월 초 주말에는 차가 밀릴 정도다. 하지만 나무 앞에 서서는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나뭇가지가 사방으로 넓게 퍼져 한 그루가 아니라 숲이라 해도 믿겠다. 나무 그늘만큼이나 너른 터에 가을이 노란빛으로 가득 차 있다. ■여행수첩 원주 터득골북샵 -오전 11시~오후 5시(평일), 오전 11시~오후 6시(토·일) 월·화 쉼. -누리집 www.instagram.com/tudeukgol_bookshop
  • 대법, 이학수 정읍시장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시장직 유지

    대법, 이학수 정읍시장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시장직 유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 위기에 놓였던 이학수 전북 정읍시장이 대법원의 무죄취지 선고로 시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는 31일 공직선거법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학수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표현들이 전체적으로 ‘의견의 표명’에 해당하고, 그중 TV 토론회 발언의 경우 일방적 공표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진실에 반하거나 과장된 일부 표현을 근거로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시장은 2022년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 시장은 라디오와 TV 토론회 등에서 상대 후보였던 무소속 김민영 후보에 대해 “구절초축제위원장과 산림조합장으로 재직할 당시 구절초 공원 인근에 자그마치 16만7081㎡의 땅을 사들여 부동산 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부동산 알박기 의혹’ 등 문구로 보도자료 및 카드뉴스를 배포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시장이 김민영 후보에게 불리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이 시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부를 축적’, ‘알박기’나 도로 개설에 관한 소문에 관한 표현 등은 현재 상대 후보가 구절초공원 인근에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상황과 형태 등에 비추어 국가정원 승격 공약의 이해충돌 여지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 후보의 토지 취득 원인이 ‘증여’라는 점에 비춰 진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허위사실이 공표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 ‘한강 노벨상’ 발 빠른 분석 빛나… ‘의정 갈등’ 중계식 보도 자제를

    ‘한강 노벨상’ 발 빠른 분석 빛나… ‘의정 갈등’ 중계식 보도 자제를

    ‘늙은 하수관, 땅 밑의 역습’ 돋보여 충실한 내용으로 현안 적절히 짚어정치 기사 너무 한 인물에만 포커스 새 내용 없이 자주 등장시켜 아쉬움‘범죄 피해자 리포트’ 깊이 있게 전달유족 등 생생한 목소리 담아 인상적 ‘한국 첫 노벨문학상’ 보도 눈길 끌어5개 면 걸쳐 작가 소개·반응 등 다뤄‘어르신 쿠폰, 지자체 고독사 막는다’ 보도자료 넘어 깊이 있는 분석 필요단순한 정보 전달에만 그치지 말고 독자들이 동감할 기사 발굴했으면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79차 회의를 열고 10월 한 달 동안의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영석(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 위원장과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윤광일(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현(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석사과정), 최승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진재(한국갤럽 이사)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지난 10일 오후 늦게 전해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작가 탐구’와 ‘수상 배경’, ‘작가의 본향 광주 반응’, ‘역대 수상작’, ‘해외 언론 반응’ 등 5개 면에 걸쳐 자세하게 보도한 것에 대해 서울신문의 발 빠른 대처가 양질의 콘텐츠로 이어졌다고 칭찬했다. 서울 내 50년을 넘긴 ‘초고령 하수관’이 싱크홀(땅꺼짐) 지뢰밭이 됐다고 지적한 기사도 새로운 정보를 알렸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다만 수개월째 이어지는 의정 갈등과 관련해 특정 인물의 주장을 중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담은 기획 기사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 판형이 베를리너판(유로판)으로 바뀐 지 100일이 넘은 가운데 변경 전과 비교했을 때 기대에 부응하는 효과가 있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 최승필 2일자 ‘공무원 4만 7000명 ‘육휴’ 업무 분담 해법은 아직도 공석’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정부가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육아휴직자의 자리를 잡아먹고 있어 일할 사람이 없는 구조를 제대로 지적했다. 특히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만 있다’는 표현도 공감한다. 서울시 자료를 분석한 ‘늙은 하수관, 땅 밑의 역습’ 기사도 내용 면에서 충실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노후 하수관을 잘 지적했고, 특히 30년 넘은 노후 하수관이 6000㎞가 넘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노후 하수관을 정비하는 데 수십조원이 드는 것과 달리 국비 지원은 ‘0원’이라는 점도 신문에서 다루기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의정 갈등 기사와 관련해선 서울신문도 계속해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있는데, 당사자들의 입장과 새로운 주장이 나올 때 이를 중계하는 기능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조금 더 깊게 파고든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2일자 ‘일자리 찾아서, 비수도권대 졸업생 3명 중 2명 타향살이’ 기사는 비수도권대의 환경과 졸업자가 겪는 일자리 문제를 적합하게 잘 지적했다. 하지만 전국 단위로 키울 수 있는 기사가 전북 사례에 그쳤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의미 있는 내용인 만큼 다른 지역과도 협업해 기사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윤광일 서울신문이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정책 선거가 펼쳐질 수 있도록 노력한 점이 좋았다. 4일자 ‘막 오른 교육감 선거’ 기사를 통해 후보의 주요 공약과 입장을 그래픽을 활용하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9일자 ‘막말·희화화, 거야의 도 넘는 행정부 무시’도 좋은 기사였다. 거대 야당이 국정감사에서 행정부 공무원을 무시하거나 희화화하는 사례를 잘 짚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매번 발생하는 막말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부족했다. 11일자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미국 대선 전망의 정치학’ 칼럼은 미 대선을 쉽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었다. 서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미국 대선과 관련해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난 분이다. 이런 전문가들의 칼럼도 서울신문의 위상을 높일 것이다. 24일자 서울미래컨퍼런스도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시의적절했다. 다만 AI가 가져올 부정적인 효과 등에 대해선 정보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독자들은 AI 발전이 혹여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런 내용도 같이 다뤘다면 더 좋은 기사가 됐을 것 같다. 아쉬웠던 부분도 말하겠다. 정치면 특종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리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기사가 너무 많이 나왔다. 인물에 초점을 맞추면서 새로운 내용은 없는 기사가 1면에 자주 등장한 점은 아쉽다. 김재희 1일자 1·4·5면에서 다룬 ‘범죄 피해자 리포트, 그날에 멈춘 사람들’ 기사가 좋았다. 살인과 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해자들과 유족이 겪는 후유증에 대해 생생하게 담았다. 특히 이 기사가 탁월한 점은 피해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참상을 깊이 있게 전달했다는 데 있다. 또한 유영철이 피해자 지인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가 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짚어 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부분도 인상 깊었다. 다만 범죄 피해자 보호를 잘 지적하면서도 대안은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기사에 인용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범죄피해자 실태조사 자료에서 ‘연도’를 누락시킨 점에서 완성도 역시 조금 아쉬웠다. 서울신문이 올 하반기 베를리너판으로 바뀌면서 ‘딥 인사이트’ 코너가 신설됐다. 이는 세금과 복지 정책과 같은 복잡한 문제를 공무원의 언어가 아닌 시민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독자 입장에서 코너를 잘 살렸다. 하지만 이번 코너에 대해 이해도가 없는 독자의 경우 ‘왜 이런 기사가 나왔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코너의 콘셉트와 기획 의도를 명확하게 알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기사 도입부에 취지 등을 추가했으면 한다. 또 서울신문이 베를리너판의 장점인 심층성과 전문성을 표방하면서 내세운 시리즈들은 서울신문 판형 변경의 취지를 입증하는 서울신문 간판 역할을 해야 한다. 전문성을 갖춘 킬러 콘텐츠로서 차별성을 드러냈으면 한다. 허진재 11일자 ‘한국 첫 노벨문학상, 한강의 기적’ 기사는 서울신문이 타사를 압도했다. 10일 오후 8시 이후 결과가 발표됐는데, 다음날 서울신문은 5개 면에 걸쳐 관련 소식을 전했다. 신문 제작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을 텐데도 작가를 소개하고 주요 반응 등도 함께 다뤘다. 서울신문이 문화 쪽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준비된 자가 좋은 기사를 낸다고 생각하게 됐다. 반면 16일자 국제면의 ‘소득세 면제·유급휴가도 안 먹힌다, 전 세계 저출생과의 전쟁’ 기사는 그래프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세계 주요국 합계출산율 추정치 그래프인데, 한국이 1.12명으로 나왔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0.7명대 수준인데 어떻게 1명 이상으로 나온 건지 모르겠다. 자료 출처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인데, 아무리 외국 자료라도 기자 입장에서 먼저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래프 나열 기준도 오름차순 등이 아니고 전혀 일관성이 없었다. 22일 오전 서울신문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날 아침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면담하면서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서울신문은 ‘가성비 우수 입지 통했다, 파주운정 A20블록’과 같은 기사가 메인을 차지했다. 타사는 모두 ‘윤한 회동’을 다루는데 서울신문만 다른 기사가 인터넷 메인에 걸렸다. 냉철하게 반성해야 한다. 이재현 2일자 ‘어르신 쿠폰·집수리 뚝딱, 지자체 ‘고독사’ 막는다’ 기사가 있는데 지방자치단체 보도자료를 조합한 기사로 끝난 것 같다.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문제인 상황에서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 등이 기사에 담기지 않았다. 남성이 여성보다 고독사 비율이 높은데 이런 부분도 언급했다면 더 좋은 기사가 됐을 것 같다. 3일자 1면과 10면에 나온 주거침입 관련 기사는 중요한 내용을 다뤘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사가 대부분 통계와 전문가 발언 등으로 이뤄져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독자는 기사를 통해 정보를 얻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이 부족한 기사는 우리 사회가 위험하다는 인식만 줄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8일자 ‘델타동·에메랄드로, 외국어 도로명 혼란’ 기사는 굉장히 재밌었다. 동네 이름이나 도로명 등에 외국어를 쓰는 경우를 많이 봤지만 정작 문제라고 생각은 안 했다. 이 기사가 문제를 콕 짚어 줘서 좋았다. 같은 날 8면 ‘다문화 용광로, 하나의 사회 안산’ 기사도 좋았다. 기사를 보면 안산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안산은 다문화가 아니라 유럽평의회가 주관하는 상호문화도시라는 점이다. 다문화와의 차이점은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닌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상생하는 데 있다. 향후 안산 상호문화에 대한 후속 보도가 나와도 좋을 것 같다. 김영석 독자가 신문을 읽는 것은 결국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보라는 게 단순한 사실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정보와 새로운 정보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러한 욕구를 서울신문이 잘 충족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또한 독자가 ‘이런 인생도 있고 저런 인생도 있구나’와 같이 감정적인 걸 느낄 수 있는 기사를 많이 발굴했으면 한다. 지식과 정보 그리고 감정적인 요소가 기사에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서울신문이 고민해야 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해 한강 작가의 작품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사건 등에 대해 비뚤어진 역사관을 전달한다며 찬물을 끼얹는 주장도 있다. 문학의 본령은 제도화된 권력에 대한 폭력성을 고발하고 폭력성에 저항하는 인간의 휴머니즘을 증언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문학은 무엇인지 묵직하게 의문을 던지고, 폭력에 저항하는 휴머니즘을 조망하는 기사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신문은 더욱 깊이 있는 걸 해야 한다.
  • 350년 전 사망한 ‘뱀파이어 여성’···얼굴 복원해보니

    350년 전 사망한 ‘뱀파이어 여성’···얼굴 복원해보니

    2년 전 폴란드의 한 시골에서 발견된 ‘뱀파이어 유골’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2022년 여름 폴란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대학 고고학 연구진은 남부 피엔 마을의 공동묘지에서 특이한 형태의 무덤을 발견했다. 해당 무덤 속 유골은 여성이었으며 발에는 자물쇠가 달려있고 목 주변에는 낫이 박힌 섬뜩한 모습이었다. 연구를 이끈 다리우스 폴린스키 교수는 해당 ‘뱀파이어 유골’에게 ‘조시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조시아는 사망 당시 19세였으며, 사망 시기는 약 350년 전인 17세기 중반으로 확인됐다. 유골 분석 결과 조시아의 가슴뼈에서 이상이 발견됐는데, 이는 해당 유골의 주인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신체적 기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 여성이 목에 낫이 꽂힌 채 잔혹하게 희생돼 묻히기 전까지 ‘뱀파이어’라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던 원인이 이러한 신체적 기형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녀의 목에 박혀 있던 낫은 날카로운 곡선 모양의 칼날이 달려 있었고, 17세기 당시 농업지역에서 평범하게 쓰이는 도구였다. 연구진은 당시 이 여성이 죽음에서 부활하려 할 때 곧장 목이 잘리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폴린스키 교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여성을 매장한 사람들은 그녀가 무덤에서 일어날 것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그녀를 뱀파이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낫을 평평하게 놓은 것이 아니라 목에 얹어 놓은 것으로 보아, 죽은 사람이 일어나려고 할 때 머리가 잘리거나 다치게 할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여성이 사망했을 당시는 스웨덴과 폴란드가 전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아마도 유골의 주인은 스웨덴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환영하지 않는 외부인’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폴린스키 교수 연구진은 얼굴 재구성 전문가인 오스카 닐슨과 함께 그녀의 두개골을 디지털 스캐닝한 뒤 3D 프린터를 이용해 생전 모습을 복원했다. 유골의 머리 부분에 실크 모자를 있었던 것으로 보아 사회적 지위가 비교적 높았고, 이빨이 튀어나와 있다는 사실을 얼굴 재구성에 반영했다. 이후 점토를 이용해 근육을 만들고 실리콘으로 피부를 붙인 생전 모습으로 추정되는 이미지를 구성했다. 앞서 2014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특이한 형태로 매장된 유골 여러 구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어떤 유골은 얼굴이 아래를 향해 뒤집힌 상태였고, 또 다른 유골은 입에 동전을 묵고 있었다. 폴린스키 교수는 “죽은 자의 귀환을 막는 방법에는 머리나 다리를 잘라내거나 죽은 자의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묻는 것, 시신을 태우는 것 등이 있다”면서 “하지만 낫을 목에 걸고 있는 시신은 조시아 하나 뿐이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이 여성을 매우 두려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뱀파이어 신화는 17~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이미 죽어 땅에 묻힌 사람중 일부가 피를 빨아먹는 괴물이 되어 땅 위로 기어올라와 살아있는 사람들을 공격할 것을 두려워했다. 유럽 특히 슬라브족 사이에서는 뱀파이어에 대한 ‘믿음’이 워낙 큰 탓에 마녀사냥 등을 통한 처형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자살 등의 방식으로 죽은 사람은 종종 뱀파이어로 의심받았으며, 죽음에서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신을 훼손했다. 폴린스키 연구진은 당시 시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유골 발견을 위해 조시아가 발견된 피엔 지역에서 다시 한 번 발굴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학대받던 韓입양아, 37년 살던 美서 추방…“한국 정부도 책임 있다” 호소

    학대받던 韓입양아, 37년 살던 美서 추방…“한국 정부도 책임 있다” 호소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돼 37년을 살다가 강제 추방당한 한인 남성 애덤 크랩서(49·한국 이름 신성혁)씨의 사연을 외신이 집중 조명했다. 미 CNN 방송은 지난 28일(현지시간) ‘고향이라고 부를 수 없는 나라에서 보낸 수십년, 한국인의 미국 입양 악몽’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크랩서씨는 4살이던 1979년, 두 살 터울 누나와 함께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러나 남매는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파양됐다. 이후 크랩서씨는 누나와 떨어져 다른 집으로 입양됐으나 거기서도 학대를 당했다. 그의 두 번째 양부모는 1991년 아동 학대로 체포됐고, 크랩서씨는 또 다시 파양돼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양부모가 시민권 신청을 해주지 않아 사실상 불법체류자 신세였던 크랩서씨는 결국 2016년 강제 추방됐다. 베트남계 미국인 아내와 두 딸을 미국에 둔 채였다. 그는 2019년 낯선 고국인 한국 법원에서 소송을 시작해 지난해 입양 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1억원 배상 판결을 얻어냈다. 그러나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가족이 있는 미국 땅으로 돌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CNN은 크랩서씨 사연을 놓고 “악몽같은 수십년”이라면서 “부당하게 해외 입양인 수만명을 시민권 없이 잊히게 만든 미국 법의 결함으로 꼽히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크랩서씨는 CNN 인터뷰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모든 걸 해봤지만 안됐다”면서 애끓는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저는 딸을 돌보고, 딸의 삶에 함께 있고 싶다. 딸의 아빠가 되어 살면서 나는 갖지 못했던 것을 딸에게는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나는 끼어있는 신세”라며 “양쪽 사이에 낀 채로 일생 대부분을 살았다. 하지만 내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아이들도 고향이 없는 채로 살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한국과 미국 어디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없었던 크랩서씨의 삶은 그간 양국 언론에서도 조명해왔지만 지난 23일 서울 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다시 주목받았다. 크랩서씨는 지난해 1심 판결이 한국 정부의 책임을 비껴갔다며 항소했고, 홀트는 ‘당시 입양 기관으로 직무를 다했다’고 주장하며 각각 항소한 상태다. 크랩서씨는 이날 법정에서 “나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내가 아는 모든 건 미국 문화이며, 누구도 내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고향이라고 생각한 미국과 단절된 처지라고 호소했다. 크랩서씨가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2024 입양인 시민권 법안’이라고 CNN은 짚었다. 지난 6월 발의된 이 법안은 해외 입양아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크랩서씨는 미 의회의 이전 사례로 볼 때 “아마도 우리 때에는 통과되지 못할 것 같다”며 씁쓸한 회한을 감추지 못했다고 CNN은 전했다.
  • 목에 낫 꽂힌 ‘뱀파이어 유골’ 정체 밝혀졌다…생전 모습 복원 성공[포착]

    목에 낫 꽂힌 ‘뱀파이어 유골’ 정체 밝혀졌다…생전 모습 복원 성공[포착]

    2년 전 폴란드의 한 시골에서 발견된 ‘뱀파이어 유골’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2022년 여름 폴란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대학 고고학 연구진은 남부 피엔 마을의 공동묘지에서 특이한 형태의 무덤을 발견했다. 해당 무덤 속 유골은 여성이었으며 발에는 자물쇠가 달려있고 목 주변에는 낫이 박힌 섬뜩한 모습이었다. 연구를 이끈 다리우스 폴린스키 교수는 해당 ‘뱀파이어 유골’에게 ‘조시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조시아는 사망 당시 19세였으며, 사망 시기는 약 350년 전인 17세기 중반으로 확인됐다. 유골 분석 결과 조시아의 가슴뼈에서 이상이 발견됐는데, 이는 해당 유골의 주인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신체적 기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 여성이 목에 낫이 꽂힌 채 잔혹하게 희생돼 묻히기 전까지 ‘뱀파이어’라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던 원인이 이러한 신체적 기형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녀의 목에 박혀 있던 낫은 날카로운 곡선 모양의 칼날이 달려 있었고, 17세기 당시 농업지역에서 평범하게 쓰이는 도구였다. 연구진은 당시 이 여성이 죽음에서 부활하려 할 때 곧장 목이 잘리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폴린스키 교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여성을 매장한 사람들은 그녀가 무덤에서 일어날 것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그녀를 뱀파이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낫을 평평하게 놓은 것이 아니라 목에 얹어 놓은 것으로 보아, 죽은 사람이 일어나려고 할 때 머리가 잘리거나 다치게 할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여성이 사망했을 당시는 스웨덴과 폴란드가 전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아마도 유골의 주인은 스웨덴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환영하지 않는 외부인’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폴린스키 교수 연구진은 얼굴 재구성 전문가인 오스카 닐슨과 함께 그녀의 두개골을 디지털 스캐닝한 뒤 3D 프린터를 이용해 생전 모습을 복원했다. 유골의 머리 부분에 실크 모자를 있었던 것으로 보아 사회적 지위가 비교적 높았고, 이빨이 튀어나와 있다는 사실을 얼굴 재구성에 반영했다. 이후 점토를 이용해 근육을 만들고 실리콘으로 피부를 붙인 생전 모습으로 추정되는 이미지를 구성했다. 앞서 2014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특이한 형태로 매장된 유골 여러 구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어떤 유골은 얼굴이 아래를 향해 뒤집힌 상태였고, 또 다른 유골은 입에 동전을 묵고 있었다. 폴린스키 교수는 “죽은 자의 귀환을 막는 방법에는 머리나 다리를 잘라내거나 죽은 자의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묻는 것, 시신을 태우는 것 등이 있다”면서 “하지만 낫을 목에 걸고 있는 시신은 조시아 하나 뿐이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이 여성을 매우 두려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뱀파이어 신화는 17~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이미 죽어 땅에 묻힌 사람중 일부가 피를 빨아먹는 괴물이 되어 땅 위로 기어올라와 살아있는 사람들을 공격할 것을 두려워했다. 유럽 특히 슬라브족 사이에서는 뱀파이어에 대한 ‘믿음’이 워낙 큰 탓에 마녀사냥 등을 통한 처형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자살 등의 방식으로 죽은 사람은 종종 뱀파이어로 의심받았으며, 죽음에서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신을 훼손했다. 폴린스키 연구진은 당시 시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유골 발견을 위해 조시아가 발견된 피엔 지역에서 다시 한 번 발굴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김동률의 아포리즘] 정듦에 대하여

    [김동률의 아포리즘] 정듦에 대하여

    이 글은 얼마 전 곁을 떠난 한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반려견에 대해 부정적인 독자는 읽지 않으면 좋겠다.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17년간 반려견과 함께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반려견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사람이 남긴 음식물 찌꺼기를 먹고, 대청마루 밑에서 자고, 때가 되면 개장수에게 팔려가는 정도가 전부였다. 나처럼 촌에서 자란 이땅의 중년세대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리라. 반려견을 들인 것은 아이들 때문이다. 지금은 다 큰 아이들이 초등생 때다. 아침저녁 개 타령에 결국 항복했다. 선배 교수로부터 분양받은 몰티즈였다. 이름은 발토. 소설로, 영화로 유명한 알래스카의 전설적인 썰매개 이름에서 따왔다. 시고르자브종(시골 잡종의 은어)만 알고 있던 나에게 정통 반려견인 몰티즈는 놀라움의 대상이었다. 야심한 귀갓길, 취해 들어서면 현관 입구에 있다가 과분할 정도로 반겨 준다. 행여 해외에 가서도 전화기에 내 목소리가 들리면 야단이라고 아내가 말했다. ‘개는 개다’라는 나의 생각을 깨는 데는 불과 한 달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발토와의 행복은 짧았다. 언젠가부터 시름시름 기운을 잃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오니 눈을 감은 채 완전히 굳어 있었다. 집 근처 동물병원장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맥박만 있을 뿐 죽어 가고 있다. 치료불능이라는 것이다. 뒤늦게 달려온 아이들이 훌쩍이고 있다. 방법이 없겠냐고 사정하는 나에게 서울대 동물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서울대 병원의 진단도 다르지 않았다. 선천성 호르몬 부족으로 어렵다고 했다. 설사 운이 좋아 생존하더라도 4주마다 호르몬 주사를 투입해야 하고 비용이 만만찮다고 말한다. 안락사가 최선이라고 충고했다. 케이지에 있는 발토는 여전히 코마 상태다. 며칠 안에 안락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흘째 되는 날 자정, 가족 모두 병원으로 향했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발토는 여전히 혼수상태.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식구들이 ‘발토’라고 이름을 부르자 뜻밖의 반응이 일어났다. 눈은 감겨 있지만 맥박이 요동치고 몸을 부르르 떨며 꿈틀거린다. 눈물이 쏟아졌다. 당직 의사가 말했다. 주인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살려는 의지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완치불능이니 이쯤에서 작별하라고 한다. 아내와 아이들은 내게 결정을 미룬다. 나부터 나섰다. 비싼 호르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저녁자리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아이들도 저마다 절약책을 내놓았다. 열흘 뒤 집으로 데려왔다. 그날 이후 15년간 매달 동물병원을 찾았다. 200회가 넘는 횟수. 비용이 만만찮았다. 욕해도 할 수 없다. 중형 세단 한 대 값쯤 들었다. 그러나 누구도 세월을 비켜 가지 못한다. 얼마 전 아들 품에 안겨 멀리 떠났다. 검소하게 화장을 했다. 자주 다니던 사찰의 배롱나무 밑에 유골분을 묻었다. 정든 반려견과의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난다. 사실 나에게 반려견과의 정듦 이야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냉정한 사람임에도 정듦에 대해 많이 약한 편이다. 손때가 묻은 것들을 차마 버리지 못한다. 요즘 유행하는 ‘버리고 살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큰 어려움은 없다. 많이 사지 않기 때문에 버릴 것도 별로 없다. 옷도 서너 번 수선해 입는다. 골프 클럽은 삼십년이 다 돼 간다. 필드에 가면 캐디들이 신기해하며 사진 찍기 바쁘다. 클럽을 바꾸면 최소 다섯 타는 줄일 수 있다고 야단들이다. 그러나 게임에 질지언정 버리지 못한다.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인간은 논리와 합리만으로 사는 게 아니다. 나에게 있어 낡은 물건을 버리는 것은 정든 친구를 버리는 것과 같다. 차가운 머리보다는 따뜻한 가슴이 명령하는 그 무엇에 대해 나는 늘 굴복하게 된다. 쓸모없는 물건에게도 생명체처럼 느끼게 하는, 알 수 없는 신비로움에 감탄하고 있다. 서울 인근 야산들이 버려진 개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섬에도 개들은 버려진다. 나는 인간의 이 야만스러움에 개탄한다. 자동차와 같은 물건도 정이 드는데 인류의 오랜 친구인 반려견을 버리는 행위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버림받은 그들이지만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거리에 낙엽이 부쩍 많아졌다. 이브 몽탕의 ‘고엽’을 들어야겠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매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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