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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대학로 달구는 록뮤지컬 ‘헤드윅’

    4월 대학로 달구는 록뮤지컬 ‘헤드윅’

    록뮤지컬 ‘헤드윅’이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막강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낳았던 이 작품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첫 테이프를 끊은 오만석과 조승우의 ‘여장 연기’는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낼 만하다. 입소문을 타고 4월 오만석의 출연분도 매진됐다. 이번주부터 소극장 뮤지컬 전쟁이 벌어지는 대학로에서 ‘헤드윅’은 당분간 절대 강자로 군림할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볼거리 금발 가발에 진한 아이섀도와 립스틱.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착 달라붙는 쫄티와 바지를 입고 나타난 오만석과 조승우를 보는 맛은 특별하다. 관객의 90%가 20대 초·중반의 여성임을 감안하면 이보다 자극적인 소재는 없다. 게다가 짧은 가죽 팬츠에 빨간 부츠만을 신은 채 반라로 무대에 선 이들의 모습은 아찔한 유혹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290석 규모의 소극장, 배우의 맨몸을 타고 흐르는 땀과 눈물까지 손을 뻗치면 닿을 정도의 공간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시하지 못할 매력이다. ●뮤지컬이야 록콘서트야? 하드록, 로큰롤,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 넘버 12곡이 때론 감미롭게 때론 강렬하게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콧소리로 관객을 웃겼던 배우들은 일순간 파워풀한 로커가 되어 무대 위를 껑충껑충 뛰거나 날아 다닌다. 특히 전원 기립 상태에서 이뤄지는 커튼콜 의식.‘사랑의 기원’‘상자 속 가발’‘부술 테면 부숴봐’ 등 3곡이 앙코르로 이어지면 객석은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 뜨거운 열기는 록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흡입력 강한 연기 미국에 가기 위해 여자가 되고자 했던 동베를린 소년 한셀. 헤드윅으로 이름도 바꾸지만 수술 실패는 남성의 1인치를 남겼다. 두 번이나 버림받은 그는 스스로 “꺾이고 휩쓸리고 재수 더럽게 없는 헤드윅”이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우느니 차라리 웃겠어요.”라는 대사처럼 즐겁고 유쾌하게 진행된다. 오만석과 조승우는 현란한 애드리브로 관객을 배꼽 잡게 했다.“내 몸매는 옆에서 봐줘야 돼. 라인이 딱 살아있어.”(조승우) “더운 게 문제야? 예쁜 게 문제지!여자들은 예쁜 게 장땡이야.”(오만석) 그러나 헤드윅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지막 10분에 이르게 되면 더이상 웃을 수 없다. 조명이 눈을 어지럽히는 가운데 브래지어까지 벗어던지고 가슴 대용으로 쓰던 토마토를 온몸에 짓이긴다. 마치 자신의 거짓된 삶의 껍질을 벗겨내듯. 무대 바닥에 고통스럽게 나뒹굴다 일어나 땀과 눈물로 범벅된 채 부르는 마지막 노래 ‘미드나잇 라디오’는 찡한 감동으로 다가와 눈물샘을 자극한다. ●극적 효과 높이는 장치들 ‘헤드윅’에서 객석은 또 하나의 무대다. 배우들은 객석을 통해 들어오고 나간다. 따라서 관객은 ‘제2의 배우’가 된다. 통로 쪽에 앉은 남성 관객들은 종종 헤드윅의 ‘제물’이 됐다. 오만석과 조승우가 남성 관객의 무릎에 앉아 갖은 교태와 아양을 떠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자지러진다. 영화에서 작게 취급됐던 남편 이츠학의 캐릭터를 잘 살린 점도 눈에 띈다. 같은 처지이면서 이츠학을 학대하던 헤드윅이 이츠학의 성정체성을 인정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츠학 역의 이영미와 백민정은 작은 배역이지만 큰 무게로 무대를 지탱했다. ●오만석 VS 조승우 평소 너무나 남성적인 오만석의 ‘헤드윅’은 의외로 여성적인 매력을 뽐냈다. 볼륨감 있는 몸매나 말투에 있어서 조승우보다 훨씬 여성스럽다. 극을 끌고 가는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오만석은 많은 부분 절제했다. 하지만 조승우는 확실하게 망가졌다. 연출을 맡은 이지나씨는 “오만석이 복선을 쌓아가는 형이라면 조승우는 반전을 꾀하는 형”이라고 설명했다.6월26일까지 라이브극장.(02)3485-874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⑥- 현대백화점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⑥-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63) 회장이 이끌고 있다. 9남매(8남 1녀) 가운데 작고한 몽필씨를 제외하면 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두번째 ‘큰 형님’이지만 MK(몽구),MH(몽헌),MJ(몽준) 등 이른바 3M으로 불리는 화려한 다른 형제들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원래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데다 처음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이래저래 세간에서 멀어진 ‘황태자’가 됐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의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친의 후광으로만 생각하지 못할 정 회장의 ‘몫’이 있다. 역시 ‘왕 회장’의 아들답게 때로는 부친과의 담판을 통해 새 사업을 추진하고, 때로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경영상의 문제들을 다른 형제들과 대화로 풀어내며 회사를 일궈왔다. 그가 1974년 현대백화점의 전신인 금강개발산업주식회사를 맡을 당시 회사는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건설의 외곽 지원업체에 불과했다. 개발시대에 쭉쭉 뻗어나가던 현대건설이 진출하는 국내외 현장에 식품과 의복 등 잡화류를 공급하고 동부이촌동 등 6개의 금강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던 작은 회사였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주력사업인 백화점외에 홈쇼핑, 지역케이블 방송사업 등 계열사 20개를 거느린 유통그룹으로 우뚝 섰다. 지난해 매출이 5조 2500억원, 영업이익은 3300억원에 이른다. ●부친 설득해 한강가에 세운 명품백화점 현대백화점 사람들은 정 회장을 사실상의 창업자라고 말한다. 다른 형제들이야 자동차, 중공업 등 부친이나 삼촌들이 키워온 중후장대한 기업을 물려 받았지만 정 회장의 출발은 그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한 임원은 “기껏해야 현대건설의 하청업체 수준이었던 회사가 그룹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한 것은 바로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지으면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모태가 된 압구정 본점을 짓고 그 이후 이윤을 남겨 1988년 무역점을 짓고 또 다른 백화점을 문여는 등 새 점포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그룹사로 발전된 것이라는 얘기다. 70년대 중반 이후 압구정동은 대규모 현대아파트단지가 들어섬에 따라 건축법상 근린상가를 의무적으로 지어야 했다. 당시 현대아파트의 건설주체인 한국도시개발(현대산업개발)은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에 백화점 진출 의사를 타진했으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시 아파트만 덩그러니 서 있고 배나무 밭으로 황량했던 이 곳은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누가 봐도 백화점 입지로는 적합하지 않았다.“현대가 백화점 사업에 성공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극언을 서슴지 않던 기업인이 있을 정도였다. 이 때 정 회장은 백화점 진출 의사를 밝혔다. 예상대로 그룹 안팎의 반대에 부딪혔다.“현대가 유통경험이 없는 데다 아파트 단지 배후에 한강이 흐르고 백화점 옆에 고가도로(동호대교 연결)가 가로지르는 등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일본 도쿄에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후다코다마가와점의 성공을 예로 들며 부친을 적극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 백화점은 현대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강이 흐르고 부촌에 자리잡고 있어 입지 여건이 비슷했다. 정 회장은 청운동 본가를 찾아가 사업 보고서를 보이며 백화점 사업을 고집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왕 회장도 아들의 집념 어린 설득에 결국 사업 참여를 결심했다. 현대가에서는 이를 두고 “몽근이한테도 이런 사업에 대한 의지와 추진력이 있었느냐.”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때 정 회장의 뚝심이 발휘된다. 다른 유통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하며 신규 출점을 주저하고 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정 회장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정책 결정에 손을 들어줬다.98년 부도위기에 놓인 서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해 신촌점으로, 울산 주리원 백화점 2곳을 인수해 울산점으로 탄생시키고, 서울 천호점도 문 열었다. 최고급 인테리어와 상품을 앞세워 ‘명품 백화점’임을 일반에 각인시키며 고급화 전략을 폈다. 이같은 정 회장의 역발상 기조에 대해 당시 유통의 흐름을 거슬렀다는 지적도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런 정 회장의 정면 돌파형 리더십이 현대백화점의 성공 기반이 됐다고 평가한다. ●삼국지 꿰뚫는 ‘리틀 왕회장’ 정 회장의 이런 일면은 평소 삼국지 등 각종 전략 서적을 즐겨 읽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신규 백화점 출점후 임원들과 갖는 자리에서 ‘적벽대전’ 등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들을 즐겨 인용한다. 중국 삼국시대 양쯔강 남안에 있는 적벽에서 위나라 조조가 오나라의 손권, 촉나라의 유비 연합군과 치른 전투 내용을 줄줄이 꿰며 승전 전략을 소개한다. 현대백화점의 한 임원은 “정 회장은 삼국지에 나오는 장수 이름과 전투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한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 형상이다. 골격이 큰 몸집에 굳게 다문 입, 솥뚜껑처럼 큰 손과 발은 여지없이 현대가의 혈통을 지닌 남자임을 보여준다. 나이 들면서 얼굴에 돋아나는 검버섯과 걸음걸이를 보면 부친인 왕 회장과 흡사하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세간에는 한때 ‘건강 이상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매일 오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내에 있는 백화점 본사 4층 회장실에 출근, 굵직한 사업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 서울 시내 6개 백화점과 중동점 등 7개 백화점 가운데 하루에 2∼3군데의 백화점을 순시하는 이른바 ‘점 순회’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점포당 30분 정도 걸린다. 비슷한 시간대에 항상 나타나는 정 회장을 보고 매장 직원들이 인사하면 “어잇!”하며 꼭 화답을 한다.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니 직원들도 정 회장을 낯설어 하지 않는다. 매장을 지나다 고객들을 만나면 먼저 지나가도록 자신은 비켜 서는 서비스 정신도 몸에 배었다. 정 회장의 현장 중시 스타일도 부친과 닮은 꼴이다. 백화점 신축 공사 현장에는 늘 그의 발걸음이 닿는다. 공사장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안전모를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왕 회장’을 보는 듯하다고 현대백화점 맨들을 말한다. 그는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대화로 풀 것을 강조한다. 한번은 건설 현장에서 이뤄진 브리핑 도중 간부들간에 이견이 생기자 정 회장은 “여러 사람의 의견이 함께 반영되는 것이 최선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투박한 외모와 달리 자상한 편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얘기한다. 백화점을 둘러보아도 상품이 진열돼 있는 멋진 매장보다 주차장, 식품 작업장 등 구석진 곳을 먼저 찾는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봉투에 넣지도 않고 자신의 지갑에서 20만∼30만원씩 꺼내 “소주에 삼겹살이나 하라.”며 격려금을 건넨다. 다음날 이들을 만나면 “회식 잘 했냐.”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지난해 정 회장 생일에는 시내 모음식점에서 전·현직 임원들을 초청,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날 정 회장 부부는 물론 장남 지선씨 부부도 나서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는 또 ‘주차장 제일론’을 갖고 있다. 임원들이 상품과 서비스, 매장 환경을 중요시한다면 정 회장은 임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설은 주차장”임을 내세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미아점의 주차장 진입로 폭이 다른 백화점과 비교해 훨씬 넓은 것은 여성 고객들을 위해서다. 주차장 하나에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라.”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는 셈이다. ●황산덕가(家) 손녀 며느리로 맞아 경복고,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현대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평사원으로 있던 우경숙(54)씨와 결혼, 슬하에 지선(33), 교선(31) 등 2남을 뒀다.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여성스러우면서도 야무진 외모에 차분하고 깔끔한 성격의 우씨를 내심 며느리감으로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우씨의 친정은 평범한 집안으로 부친은 우호식 전 현대그룹 고문이다. 우씨는 중앙여고를 졸업했다. 장남 지선씨는 경복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현대가 3세들이 대부분 미국 유학파이듯 그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촌형제들 가운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외아들 의선(35)씨와 가깝다. 아무래도 지선씨가 손아래 동생이다보니 의선씨로부터 사업상 조언을 받는다는 후문이다. 사업외에 여러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다. 지선씨는 고교 동창의 소개로 만난 동갑내기 황서림씨와 2001년 10월 정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결혼, 장남 창덕(1)군을 두고 있다. 서림씨는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로 서울예고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성격이 활달하고 대인관계가 좋아 선후배와 교수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지난 97년 삼성문화재단이 선정한 문화예술인재로 뽑혀 장학금을 받으며 미국 뉴욕대에서 미술관 경영을 전공했다.99년부터 1년간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인 뉴욕 근대미술관 뉴미디어 부서에서 부지배인을 맡았고,2000년 3월부터 5개월 동안 세계적인 일본 멀티미디어 작가 마리코 모리의 스튜디오 조교를 지냈다.2000년 7월부터 뉴미디어와 교육 인터넷사이트에서 웹 프로듀서로 근무하기도 했다. 지선씨는 서림씨를 처음 보는 순간 아내로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특히 밝고 쾌활한 성격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서림씨 역시 정 부회장의 과묵하고 남자다운 면이 좋았다고 한다. 교선씨는 경복고, 외국어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 아델파이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땄다. 대학시절 청바지와 면티를 입고 다니는 등 소탈하게 생활해 같은 학과 친구들조차 그가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현대가의 3세라는 사실을 몰랐을 정도다. 같이 학교를 다닌 친구들에 따르면 지갑에 돈도 별로 없이 구내식당에서 밥먹고 버스를 몇번씩 갈아타고 통학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했다. 부드러운 성격에 논리도 갖춰 친구들 사이에 이견이 생기면 중재역할을 맡곤 했다. 한때 미대 진학을 고려 했을 정도로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대원강업 허재철 부회장의 2녀 중 장녀인 승원(30)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승원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 치과대에 다녔던 재원이다. 교선씨와 승원씨는 학교가 같은 미국 뉴욕에 있어 유학시절 자연스럽게 1년6개월 정도 사귀었다. 현대가와 사돈을 맺은 허 부회장은 32년간 스프링과 차량 시트 등 자동차 소재의 국산화에 앞장선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대원강업의 오너겸 전문경영인이다. 연 매출 3600억원 정도다. ●현대백화점 이끄는 파워 엘리트 하원만 현대백화점사장은 1978년 입사해 기획·관리·영업·구매·마케팅 등 백화점 업무를 두루 거쳐 2003년 1월 현대백화점 사장에 오른 백화점통이다.“백화점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생활문화를 제안하는 곳”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다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현대백화점’을 새 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부드러운 외모이지만 승부욕과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이다.“음식재료나 요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식품 책임자를 할 수 있냐.”며 지난해 식품 책임자 전원을 요리학원에 다니게 했다. 또 여성 심리를 모르고는 유통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직원들에게 여성 심리를 알 수 있는 책 읽기와 ‘엄마를 잡아라’나 ‘왓 위민 원트’와 같은 영화 감상도 권하는 섬세한 스타일이다. 지난해 백화점협회장으로 취임, 일본백화점협회와의 68년 만의 교류방문 등을 펼치고 있다. 경청호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사장은 영업·관리·기획 등 백화점의 주요 포스트를 두루 거쳤다.2003년 부사장을 달고 현대백화점그룹 경영지원실장을 맡아오다 지난 1월 경영지원실의 기능과 역할이 대폭 강화되면서 기획조정본부 사장을 맡고 있다. 기획조정본부는 그룹내 투자·인사 등 주요 핵심 업무를 조정, 통합하는 조직으로 다른 대기업의 구조조정본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유통업계 불황 타개를 위해 구조조정의 중추적 역할을 맡기도 했다. 회사내 권위, 형식, 온정주의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 사장은 평소 메모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기억력이 비상해 보고하는 임직원들이 땀을 흘릴 정도다. 열가지 사안을 한가지로 압축해 신속정확히 처리하는 업무방식과 건강 및 체력관리 등 자기관리가 워낙 치밀해 빈틈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간부들과 소줏잔을 기울이는 회식자리에서는 위트나 유머로 웃음바다를 만들곤 해 인간적 매력도 있다는 평이다. 김태석 현대백화점 H&S·현대푸드시스템 사장은 78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경리·회계·재무 등 관리 및 지원업무를 거쳤다. 지난해 말까지 백화점 영업본부장직을 맡다가 올부터 현대백화점H&S와 현대푸드시스템의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일, 생활 모든 면에서 폭이 넓은 CEO이다. 특히 진솔한 대화를 통한 친화력있는 리더십이 돋보인다. 일본 전국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를 다룬 ‘대망’을 임직원들의 필독서로 권한다. 김 사장은 임직원들이 자기 업무에 자긍심을 가질 것과 직무에 필요한 다양한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는 등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광균(부사장) 한국물류 대표는 74년 현대그룹에 입사, 현대백화점 천호점장·무역센터점장·현대백화점 H&S 대표이사를 거쳤다. 낙후된 물류 시스템을 바꿔 유통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백의 머리와 걸쭉한 목소리로 처음 만나는 사람도 오랜 지기처럼 느껴지게 하는 친화력을 갖고 있다. 홍성원(부사장) 현대홈쇼핑 대표는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으로 ‘열린 CEO’라는 의견수렴 제도를 운영, 현대홈쇼핑의 무형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으며, 홈쇼핑업계의 후발주자로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일 새벽 집 근처 산 바위에 앉아 하는 명상으로 하루를 연다. 명상에서 얻은 업무 관련 아이디어를 감성적으로 표현한 일일쪽지를 이메일 형태로 아침마다 전직원에게 보내 새로운 업무 활력을 제공한다. 최신 유행가도 따라 부르고 패션 감각을 갖고 있으며 젊은 직원들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bori@seoul.co.kr ■ 장남은 백화점, 차남은 H&S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후계 구도는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정 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두 아들에게 백화점 관련 주식을 증여하며 자신의 지분을 계속 축소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장남 지선(33)씨는 현대백화점 지분 15.72%에 현대푸드시스템의 현대백화점 지분 4.3%를 더해 사실상 20.02%의 백화점 지분을 확보, 최대 주주가 됐다. 차남 교선(31)씨도 지난해 처음으로 부친으로부터 현대백화점 H&S의 주식 56만주(10%)를 증여받아 2대 주주가 됐다. 지선씨는 현대백화점, 교선씨는 현대백화점 H&S로 형제간에 경영권 관할이 가시화된 것이다. 현대백화점 H&S는 여행사 현대드림투어와 기업들의 명절 선물사업을 하는 백화점 특수판매 회사로 이뤄져 있다. 지선씨는 2001년 현대백화점 기획실장(이사)으로 기획·인사·재무·조직관리 등 핵심 업무를 두루 맡아왔다.2003년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직함을 달면서 지선씨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백화점 경영에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 등 계열사들을 세차례에 나눠 한달에 한번씩 경영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계열사의 투자·인사는 물론 업무 조정·통합 역할까지 진두지휘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여전히 경영수업 중이라고 생각하지만 정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걸쳐 부회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선씨는 부회장이 되자 마자 어려움에 처했다. 경기침체로 백화점 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현대백화점은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할인점이 없는 사업구조와 신규사업 진출 부진으로 미래 성장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최근 회사의 미래성장 엔진 발굴에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한다.“유통이든 유통이 아니든 수익을 내 회사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신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회사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자문도 구하라.”는 제안도 했다. 그렇지만 “사업을 하다보면 구름도 끼고 햇볕도 드는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이기도 한다. 또 지난 1월 조직개편을 단행, 기존의 경영지원실을 기획조정본부로 승격시키며 조직 장악에 나섰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관심이 많아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매칭그랜트’제도 도입을 지시하기도 했다. 임직원이 매달 봉급에서 일정 금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면 회사에서도 그만큼의 금액을 출연해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하는 이 제도는 유통업계에서는 처음 시도됐다. 정 부회장은 사내에서 “과묵하면서도 매우 꼼꼼하고 생각이 깊다.”는 평을 듣는다. 주요 회의에서도 다른 임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에 소신껏 자기 의견을 제시한다. 소수의견이라도 타당성이 있으면 흔쾌히 수용하고 정책방향을 수정하는 합리적인 스타일이다. 정 부회장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는다. 올해 계열사별 신년 업무 브리핑 이후 간부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아버님은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스타일로 나도 아버지처럼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웬만해서 지치지 않는 강인한 체력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다. 동생 교선씨는 지난해 1월 경영지원실 산하 경영관리팀장(부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 기획조정본부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 수업을 하고 있다. 일을 배우는 단계여서인지 매사에 열심이다. 형 지선씨보다 선이 굵고 상당히 활동적인 성격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이들 형제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사 사무실 4층에서 나란히 근무하고 있다. bori@seoul.co.kr ■ ’숨은 실세’ 우경숙 고문 정몽근 회장의 부인 우경숙(54) 고문은 현대가의 다른 며느리들과 달리 회사 경영에 참여한 활동파다. 현대가의 딸과 며느리들이 대부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시로 소리없이 문밖 출입을 했던 집안 분위기를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훗날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것과도 사뭇 다르다. 우 고문은 사실 정 회장과 결혼후 현대가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남편을 내조하는 전형적인 주부에 머물렀다. ●비서실 근무하다 며느리 낙점 현대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현대가에 시집와서인지 우 고문은 시부모를 극진하게 모셨다고 한다. 본격적인 백화점 사업을 하기 전인 70년대 후반 울산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시절, 우 고문은 수시로 울산 방어진 수산시장에서 ‘참전복’을 공수해 청운동 본가로 보냈다.“정말 복 덩어리 음식이 참전복인 만큼 어른들 건강에 좋다.”며 살이 통통한 자연산만 고집했다. 잘 익은 제철 과일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가정사에만 신경쓰던 당시 우 고문의 대외 활동이래야 1985년 백화점사업을 시작하기 전 서울 압구정동 본사의 작은 건물 직원식당에서 창립기념일 등에 참석하는 수준이었다. 우 고문은 회사 행사에서 시어머니인 변중석 여사와 함께 임직원들에게 직접 떡과 과일 등을 담아주는 일을 했다고 당시 직원들을 기억한다. 그러던 우 고문은 백화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0년부터 96년까지 우고문은 상무 직급을 달고 현대백화점의 신상품 개발 담당 업무를 맡았다. 유통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으로서는 롯데, 신세계백화점과 경쟁하기 위해 고급화·차별화 전략이 절실했던 시기다. 그래서 백화점 PB(자체브랜드)개발에 주력했다. 상품개발부 직원 30여명과 함께 그가 개발한 자체브랜드는 ‘시그너스’‘벨라지’‘아르모니아’ 등이다. 특히 아르모니아는 강남의 전문직 여성들 사이에 한때 붐을 일으킬 정도로 히트를 쳤다. 96년에는 전세계에 10개의 매장만 운영할 정도로 신규 매장 출점에 까다로운 이탈리아 하이패션 브랜드 ‘지비에르돈나’를 압구정점에 유치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유치 수완도 당시 상품개발 부문에서 같이 일했던 직원들로부터 우 고문은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패션을 보는 안목과 미적 감각이 남다르다.”는 평을 들었다. 계절에 앞서 주력 상품을 고르는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내놓아 담당 바이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틈틈이 집에서 그리는 서양화 실력은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나면 미술전이나 각종 전시회를 찾는 것도 우 고문의 패션 센스와 맥을 같이 한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그는 최근 몇년사이 점포수 확대와 홈쇼핑 등 사업 다각화가 이뤄지고, 현대백화점이 현대백화점 H&S와 분할되는 과정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계열사간 투자, 인사에 관한 업무조정 및 중재가 필요한 시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역할이 부각됐던 것이다.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우씨’집안에서 백화점 경영을 섭정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2003년 장남인 지선씨가 그룹 부회장을 맡으면서 우 고문에게 쏠리던 시선은 상당 부분 거두어졌다. 온화한 성품이지만 장남의 후계구도를 굳히는 과정에서 우 고문의 역할이 다소 과장되면서 실제 이미지와는 다르게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두 아들이 경영에 적극 참여하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다만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사무실을 두고 이곳에서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백화점 분위기도 살핀다. 가끔 백화점 영업이나 환경에 대해 세심한 조언을 해 매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다.500평 규모의 현대백화점 본점 옥상을 잔디공원으로 바꿔 고객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토록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지난해부터 백화점 직원과 협력사원이 함께 하는 지역 사회단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우 고문이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bori@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전창진 ‘신명장’ 팡파르

    심장이 터질 듯한 승부가 마침내 끝났다. 쇳소리를 지르느라 목은 완전히 잠겼다. 땀에 젖은 얼굴에는 땀보다 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감독 데뷔 첫해 우승, 이듬해 준우승, 그리고 다시 우승….3년차 감독 전창진(42)의 이력이다. 이만하면 한국농구의 ‘명장 계보’에 그의 이름을 올려도 부끄럽지 않으리라. 더구나 ‘화수분’의 지략으로 ‘신산(神算)’이라 불리는 신선우(49) 감독을 누르지 않았는가. 지난 6개월의 대장정 내내 전 감독은 고독했다.2년 전 우승 때 쏟아졌던 ‘배우는 감독’이라는 칭찬은 끊긴 지 오래였다. 대신 ‘독불장군’이라는 비판이 따라왔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통합 우승은 반드시 자신의 의지대로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챔프전에서 KCC에 패한 뒤 전 감독은 “지략에서 완패했다.”며 자신을 비판했다. 이는 곧 “다음 시즌을 두고보라.”는 결의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전 감독은 전술과 선수관리를 모두 챔프전에 맞췄다. 이기는 농구를 고집해 스타들의 개성을 묵살한다는 비난도 잇따랐지만 감독은 “챔피언반지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라고 독려했고, 선수들은 기꺼이 조직농구에 개성을 던졌다. 전 감독은 이번 시즌에 두 번의 ‘도박’을 했다. 첫번째는 지난 1월 처드니 그레이를 방출하고 아비 스토리를 영입한 것. 최고의 테크니션 용병이라던 그레이가 떠나자 팬들은 “우승을 위해 ‘조강지처’까지 버렸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전 감독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다. 그레이는 포스트 플레이가 안돼 ‘김주성 효과’를 낼 수 없었고, 김주성의 체력 저하는 패배를 예고했기 때문이었다. 두번째 위기는 챔프전 3∼4차전을 내줬을 때 찾아왔다.3차전에서 2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4차전은 힘 한번 쓰지 못했다.‘퇴진론’까지 대두됐다. 그러나 전 감독은 “2승2패가 됐을 뿐”이라며 선수들을 달랬고, 남은 경기 준비에만 몰두했다. 선수단 주무 출신으로 뚝심 하나로 살아온 ‘곰 같은 여우’ 전창진의 농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원주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녹색공간] 먹을거리와 생명/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정책위원

    먹을거리는 관계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면서 복잡한 관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곡물이 만들어지는 과정만 해도 태양·흙·물·바람·벌레와 세균의 도움이 있어야 하고 수고하여 키우는 사람들의 땀이 있어야 한다. 재배된 곡물은 수천㎞를 이동하여 소비되는 경우도 많다. 식량이 음식이 되기 위해서도 시장에 진열된 먹을거리를 사서 다듬고 조리하여 식구들이나 손님에게 내어 놓는 사람의 마음과 손길이 있어야 한다. 먹을거리를 먹는 일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먹을거리를 먹는 것은 자신이 속한 문화권의 문화를 재생산하는 행위이며, 금기하는 먹을거리의 예에서 보듯이 종교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값비싼 먹을거리처럼 계층을 구분하는 정치적인 행위이기도 하며, 사랑을 나누기 위한 은밀한 유혹의 행위도 될 수 있다. 결국,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는 한 생명체가 살아가려면 외부의 조건에 의존해야 하고, 오직 그러한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우리 안에 생명의 원천이 존재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제 우리의 살아 있음은 외부의 다른 요소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은 바로 이러한 ‘관계로서의 생명’을 환기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먹을거리의 이러한 기능은 농업이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한 공업으로 바뀌고, 다국적기업의 패스트푸드 시장이 확대되면서 은폐되거나 무시되고 있다.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라는 관계의 연결고리를 소수의 다국적기업들이 독점하는 바람에 우리는 그 관계를 생각하지 못하고 상품으로서의 먹을거리를 생산하거나 소비하게 되었다. 관계성을 잃어버린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한 결과는 비만과 기아의 공존, 그리고 안전하지 않은 먹을거리의 범람이다. 다국적기업들은 먹을거리가 인구에 비해 모자라기 때문에 기아문제를 해결하려면 유전자변형 먹을거리를 대량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아가 생기는 이유는 민주주의의 부족 탓이지 먹을거리의 부족 때문이 아니다. 지구는 모든 사람들이 매일 약 3000㎈의 영양을 섭취할 수 있을 정도의 먹을거리-여기에 콩·감자·호두·과일·채소는 포함시키지 않았다-를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해 다국적기업들은 유전자를 변형하여 곡식을 더 많이 생산해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낸 곡식의 거의 절반은 가축사료로 사용되고, 이 가축들은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육식의 증가와 더불어 패스트푸드가 확산된 결과 비만과 성인병, 특히 당뇨병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비만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생활습성 등 다양하지만 잘못된 먹을거리 소비가 큰 원인이다. 미국에서는 비만으로 인해 연간 30만명이 사망하는데, 이 숫자는 총기폭력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의 10배에 해당한다고 한다.OECD국가의 비만 통계에 의하면 가장 날씬한 나라인 한국(15세이상 성인 100명당 비만인구 3.2명. 미국은 30.3명이다)도 지난 1년간 20세 이상 성인의 24.3%가 살을 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먹을거리의 관계성을 생각하지 못하게 된 폐해가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먹을거리의 관계성을 성찰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기농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안전한 먹을거리가 유통될 수 있도록 조합을 만든다든지, 제주도처럼 친환경 학교급식 조례를 만들어 자연과의 관계 회복뿐만 아니라 입시에만 치우친 교육도 다시 회복하려는 노력도 있다. 학교 주변의 텃밭에 학생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급식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먹을거리의 관계성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학교 운동장에 농원을 만드는 운동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먹을 샐러드에 넣을 채소를 직접 키우는 것이다. 아무것이나 먹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생산되고 유통된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이 사람들이 비싼 것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먹는 먹을거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이러한 노력에 동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말농장도 좋고, 주변 텃밭도 좋다. 운동장이 좁다면 학교 옥상을 이용해 보는 것은 또 어떤가. 이제 먹을거리의 관계성을 다시 성찰함으로써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을 키우고 생명이 관계속에 있음을 배워야할 때이다. 우리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과 다른 세계는 분명히 가능하다. 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정책위원
  • 4년만에 10집 앨범 ‘비하인드 더 스마일’ 낸 가수 윤종신

    4년만에 10집 앨범 ‘비하인드 더 스마일’ 낸 가수 윤종신

    가수 윤종신(37)에게 4년 만에 10집 앨범을 발표한 것은 호들갑을 떨 만한 일이 아니었다. 데뷔 15년차. 딱 떨어지는 숫자들 사이에서 정색하고 의미를 찾으려는 기자에게 “특별한 기념은 없다. 그냥 37살의 윤종신 이야기일 뿐”이라며 툭 내뱉는다. ●나의 노래는 비주류 발라드 굳이 의미를 두자면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발라드를 다시 들려준다는 것. 오랜만에 만나는 ‘윤종신표 발라드’는 반갑다.“지난 4∼5년간 들었던 발라드에 식상해 있다면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팥빙수’‘해변 무드 송’ 등의 발랄함 대신 ‘오래 전 그날’‘공존’과 같은 노래에서 보여줬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발라드를 하는 거죠.” 그는 자신의 노래를 “비주류 발라드”라고 했다. 어느덧 30대 중반. 감성은 익을 대로 익었다. 게다가 015B에서 함께 활동했던 정석원을 10년 만에 다시 만났으니 이번 앨범 만만찮다.‘No Schedule’‘너의 여행’‘나의 안부’‘소모’ 등 4곡이 정석원의 작품. 하림, 클래지콰이, 박민준 등 젊은 친구들을 끌어들인 것도 앨범을 더욱 빛나게 한다. 2001년 9집 앨범 이후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그를 보기란 좀체 쉽지 않았다. 오히려 TV를 통해 코믹한 연기자로 인식돼 왔다. 시트콤 ‘논스톱4’의 영향으로 요즘 10대들은 그를 ‘웃기는 교수님’으로 알고 있단다. 그 때문인지 ‘또 다른 나’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팠다. 그래서 그동안 웃음 속에 묻혀 있던 내면의 감정을 담았고 앨범 타이틀을 ‘비하인드 더 스마일(Behind The Smile)’로 붙였다.‘재미있는 사람’ 윤종신이 이토록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해준다. ●쉽고 공감가는 생활밀착형 가사 그의 노래가 가진 힘은 가사에서도 나온다. 쉬우면서도 공감이 가는 ‘생활밀착형’ 가사들은 공허하지 않다.“내가 지금 숨이 차오는 건 빠르게 뛰는 이유만은 아냐/너를 보게 되기에 그리움 끝나기에…너에게 간다 다신 없었을 것 같았던 길/문을 열면 네가 보일까/흐르는 땀 숨고른 뒤 살며시 문을 밀어본다”고 노래하는 타이틀곡 ‘너에게 간다’를 듣고 있노라면 헤어졌던 연인을 다시 만나러 가는 설렘이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언젠가 단편 소설 하나쯤 쓰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말과 글의 재능을 동시에 타고났다. ●화려한 이력의 ‘멀티 플레이어’ 사실 윤종신은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가수, 연기자 외에 라디오 DJ, 음반제작자, 드라마·영화 음악감독 등등 그의 화려한 이력을 보라.“성격이 지긋하지 못해 한 우물을 파는 스타일이 못된다.”며 “곰국으로 치자면 매번 초탕 수준”이라며 웃지만 어디 대중이 그렇게 만만한 존재들인가. 여러 우물을 파기 위해서는 ‘깜냥’도 돼야겠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그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한 능력을 주변인에 의해 계발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천재보다 더 복받은 사람이 천재 옆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그런 경우예요.(웃음)” 그 또한 새로운 역할을 늘 겁없이 받아들여 왔고 대중은 그래서 즐거웠다. 때론 비난이 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재밌잖아요.‘쟤가 다음에는 또 뭘 할까.’하는 궁금증을 주는 거….” 그의 다음 스케줄은 일단 가수 이현우와의 합동 콘서트(6월16∼19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행복한 주말농장

    행복한 주말농장

    ‘봉사도 하면서 웰빙도 즐기세요.’ 주5일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요즘, 가정마다 야외농장을 하나씩 가꾸는 것은 일종의 트렌드가 됐다. 가족간의 정을 키우는 데에는 공기 좋은 근교의 농장에서 주말마다 땀흘리며 작물을 가꾸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웰빙을 체험하는 것은 물론 자녀들에게는 최고의 자연학습장이기도 하다. ●송파 ‘소나무가족봉사단 농장팀’ 화제 이번달부터 송파구자원봉사센터에서 주최하는 ‘소나무가족봉사단 주말농장’은 여기에 봉사까지 더했다. 수확물의 절반을 이웃돕기에 내놓기로 했다. 어려운 이웃들의 먹을거리까지 책임지면서 나를 넘어 우리의 웰빙을 실천하는 소중한 자리인 셈이다. 소나무가족봉사단은 지난해 8월 송파구자원봉사센터에서 발족된 봉사 단체이다. 지난 9일 발대식을 가진 주말농장은 봉사단 산하의 한 팀인 셈이다. 송파구 마천동 천마산근린공원 입구에 농장 현장이 마련됐고, 오는 11월까지 운영된다. 모두 1200평 규모로 지역 주민으로부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임대받았다. 순수한 농장은 800여평. 나머지 공간에는 실내교육장과 식당, 사교 장소 등으로 사용될 대형 비닐하우스 2동이 세워졌다. ●100가족 참여… 작물 절반 나눠주기로 이번 주말농장에는 모두 100가족이 참여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보름동안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았다. 청소년을 둔 가정에 우선권을 줘 교육의 효과도 대폭 끌어올렸다. 가족 당 배정된 농지는 1계좌 5평.1년에 3만원만 내면 수로 등 관개시설은 물론 농기구와 씨앗까지 제공된다. 상추, 열무, 배추 등은 공통작물. 자투리 공간에는 원하는 품종도 심을 수 있다. 가족들은 자신들의 농장에 ‘독도는 우리땅’,‘쑥쑥이네 농장’,‘박가네 행복 나눔터’ 등 톡톡 튀는 이름까지 붙였다. 이들은 매달 넷째주 토요일에 정기모임을 통해 농사 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며 가족 단위의 우애도 쌓게 된다. 이번 농장의 큰 특징은 수확물의 절반을 이웃돕기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치매 노인 시설인 ‘눈빛 천사의 집’ 등 구내 불우이웃 시설과 독거 노인들에게 수확물을 6월부터 전달하게 된다. ●방학때 청소년 참여 확대 농장에 참여하는 6개 단체들의 면면도 새롭다. 오금동 오금고등학교의 봉사동아리인 ‘L.U.C.I.D’와 송파구 초·중·고 스카우트 회원들의 봉사 모임인 ‘솔빛지역대’는 각각 장애인 시설인 신아재활원, 소망의 집과 10평씩 분양 받아 품앗이 농사를 짓게 된다. 수업이 있는 평일에는 시설 장애인들이, 주말이나 방학 때는 학생들이 품앗이를 맺은 농장까지 함께 관리하게 된다. 이밖에도 송파구의 학생·학부모 봉사 모임인 ‘시민여단’과 송파품앗이 등도 이웃 나눔을 실천하기로 했다. 송파구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여름 때 농장 주변의 환경 정리 등에 지역 청소년을 참여시키는 등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이웃 사랑 실천에 동참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주먹이 운다 장르/예매율 드라마/22.64%(15세) 감독/배우는 류승완/최민식·류승범 어떤 줄거리 전직 복서 태식과 소년원 출신 복서 상환의 인생을 건 승부 이래서 좋아 땀냄새 물씬나는 사람영화 이래서 별로 어쩔 수 없는 신파의 분위기 홈피 반응은 “카리스마와 연기력의 대결” ●역전의 명수 장르/예매율 드라마/19.58%(15세) 감독/배우는 박흥식/정준호·윤소이 어떤 줄거리 천양지차로 다른 쌍둥이 형제의 인생 역전극 이래서 좋아 정준호의 눈부신 1인2역 이래서 별로 과잉의욕이 빚은 참사 홈피 반응은 “재밌긴 한데 뭔가 아쉽다” ● 미트 페어런츠2 장르/예매율 코미디/14.17%(15세) 감독/배우는 제이 로치/로버트 드 니로·벤 스틸러·더스틴 호프만 어떤 줄거리 견원지간 양가부모 상견례 이래서 좋아 화끈하게 망가진 할리우드 스타들 이래서 별로 확실하게 실감나는 문화적 차이 홈피 반응은 “나른한 봄날,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 ●달콤한 인생 장르/예매율 누아르액션/12.06%(18세) 감독/배우는 김지운/이병헌·김영철·신민아 어떤 줄거리 사소한 실수로 몰락한 넘버2의 처절한 복수 이래서 좋아 삶의 아이러니를 포착하는 화면의 힘 이래서 별로 홍콩누아르보다 비장미는 떨어지네 홈피 반응은 “암울함과 화려함이 묻어나는 영화” ●마파도 장르/예매율 코미디/11.25%(15세) 감독/배우는 추창민/이정진·이문식 어떤 줄거리 160억원에 당첨된 복권을 찾아 다섯 할매들이 사는 마파도로… 이래서 좋아 웃지 않고 못배기게 하는 연기자들의 힘 이래서 별로 ‘복권찾기’와 관계없는 에피소드들의 잔치 홈피 반응은 “실컷 웃을 수는 있습니다” ●엄마 장르/예매율 드라마/14.04%(전체) 감독/배우는 구성주/고두심·손병호 어떤 줄거리 자식을 위해 해남에서 목포까지 3박4일을 걷는 엄마의 여정 이래서 좋아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자식사랑 이래서 별로 엉성한 이야기 구조와 투박한 매무새 홈피 반응은 “2시간짜리 특집드라마를 본 듯” ●밀리언 달러 베이비 장르/예매율 드라마/4.31%(12세) 감독/배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클린트 이스트우드·힐러리 스왱크·모건 프리먼 어떤 줄거리 여성복서와 늙은 트레이너의 진한 교감 이래서 좋아 삶을 통찰하는 깊은 시선과 긴 여운 이래서 별로 숨가쁜 휴먼드라마와 권투영화를 기대했다면 홈피 반응은 “오랜 연륜이 만들어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장르/예매율 드라마/3.89%(12세) 감독/배우는 도이 노부히로/다케우치 유코·나카무라 시도우 어떤 줄거리 비의 계절에 다시 오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떠난 아내와의 기적같은 재회 이래서 좋아 영원한 사랑에 대한 팬터지를 꿈꾼다면… 이래서 별로 너무 순수해서 밋밋한… 홈피 반응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
  • ‘아름다운 철도원’ 臨政대장정

    |상하이 연합|철로변에서 어린이를 구하려다 두 다리를 잃은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씨가 중국땅에서 ‘대한독립 대장정’에 나선다. 김씨는 오는 13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86주년 기념식에 참가한 뒤 11박12일 동안 임시정부의 이동경로를 따라 의족으로 1만 3000리를 순례한다고 사단법인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이 12일 밝혔다. 임정 수립 86주년 기념식을 주관하는 ‘광복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일제 강점기, 빼앗긴 주권을 찾기 위해 중국 땅에서 피와 땀을 흘렸던 임정의 역사를 더듬어보기 위해 ‘임정대장정’에 참가하게 됐다. 13일 오전 상하이에서 열리는 임정수립 86주년 기념식에는 상하이 현지교민과 유학생은 물론 ‘임정 대장정’에 나서는 순례단, 광복회원등이 대거 참가해 김구(金九)선생을 축으로 하는 임정의 역사적 숨결을 오늘에 되살리게 되며,‘만세대회’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 [책꽂이]

    |경제·실용| ●틈난 나면 텃밭으로 달려가는 도시농부들 이야기(안철환 지음, 소나무 펴냄)안산에 텃밭을 장만해 채소 키우는 재미에 흠뻑 빠진 도시 농부들의 농사 체험담. 씨앗을 심고, 약을 뿌리고, 열매를 거두기까지 1년간의 땀이 담겨 있다.9000원. ●잭 웰치 다루기(로잔 배더우스키 지음, 이은희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20세기 가장 탁월한 경영자 중 하나로 꼽히는 GE의 잭 웰치 회장을 14년간 보좌한 수석비서 로잔 배더우스키가 털어놓는 성공 신화의 비밀.1만원. ●우리가 알아야 할 서양음식 백가지 자비네 젤처 외 지음, 김미선 옮김, 현암사 펴냄)수만가지 서양요리 중에서 간결하고 쉬운 조리법으로 초보자도 따라할 수 있는 기본 요리를 골라 재료 구입부터 어울리는 음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2만 5000원. ●나는 멋진 로봇 친구가 좋다다(이인식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고대 신화속 로봇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로보사피엔스까지 로봇을 통해 과학사와 인류 문명을 조망한 책. 다양한 로봇 사진과 일러스트를 첨부해 청소년들이 로봇공학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1만원. |유아·아동| ●아빠가 해줘!(나딘 브렝콤므 지음, 최윤정 옮김, 바람의아이들 펴냄) 뭐든 “안 된다.”는 엄마 때문에 마음이 상한 꼬마 주인공은 이제 퇴근한 아빠에게 매달려 뭐든 다해달라고 조르는데…. 엄마와 딸의 갈등이 다정한 대화로 풀려가는 과정이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하다.4세 이상.9000원. ●커다란 새 타조(아키라 유치야마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한솔교육 펴냄) 동물원 한 가운데에 와있는 듯 실감나는 동물 그림책. 각 부위를 찍은 선명한 실사 사진, 실제 타조 키와 똑같은 타조 전신 사진 등이 접혀 있다. 판다, 동물들의 코와 발 등 소재를 달리해 시리즈로 출간됐다.4세 이상.9800원. |초등·청소년| ●문화로 읽는 세계사(주경철 지음, 사계절 펴냄) 문화사 중심으로 쉽고 재미있게 역사인식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고대문학작품, 존 스타인벡의 소설, 영화 ‘프랑켄슈타인’ 등 당대인들의 생활과 의식을 보여주는 문화적 실마리를 통해 세계사를 재구성한 방식. 지은이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중학생 이상.1만 2000원. ●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이정숙 지음, 어린이나무생각 펴냄)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준비된 말이 성공을 부른다’ 등의 베스트셀러를 낸 지은이가 이번엔 어린이 쪽으로 눈돌렸다. 선진국 아이들은 어떻게 말하기 공부를 하는지, 국내외 유명학자 정치인 연예인 등을 구체적 사례로 들며 좋은 화법의 가치를 강조했다. 만화가 끼어 있어 더 재미있게 읽힌다. 초등3년 이상.8900원.
  • 한나라 3룡 ‘화합 간담회’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이른바 ‘3룡(龍)’이 한자리에 모였다. ‘3룡’은 8일 밤 박 대표의 초청으로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당 소속 광역단체장 간담회에서 만나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당의 화합과 민생 경제 회복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지난달 2일 행정도시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놓고 ‘3인3색’의 불협화음을 낸 이후 처음으로 함께한 자리여서 이들의 만남은 당 안팎의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날 만남은 시종 화기애애했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박 대표도 강재섭 원내대표와 맹형규 정책위의장 등 ‘흑기사’들의 도움을 빌려 ‘폭탄주’(양주와 맥주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한 술) 4잔을 마셨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이 시장은 “박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만 당이 힘을 가질 수 있고,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다.”며 박 대표를 치켜세운 뒤 “말만 하는 정부 때문에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으니 한나라당이 대동단결해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며 당의 화합을 촉구했다. 손 지사도 “박 대표께서 고생이 많으시다. 어려움 속에서도 당을 원만하게 잘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고, 국회 대표연설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자주 이런 모임을 만들도록 하겠다.”며 “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국민들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데 감사드린다. 더욱 애써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정치 현안보다는 민생경제와 지역현안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참여정부가 지방 경제와 서민 경제를 파탄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 민생을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원종 충북지사는 “박 대표가 호남고속철 분기점을 오송역으로 해야 한다는 데 찬성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행정도시가 충남으로 옮김으로써 상대적 박탈감을 안고 있는 충북 민심을 챙겨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신화작가 이윤기 산문집 ‘시간의 눈금’

    신화작가 이윤기 산문집 ‘시간의 눈금’

    지난해 초겨울 즈음이었나.‘신화 작가’ 이윤기(58)와는 도통 연락이 닿질 않았다.“휴대전화도 놔두고 산 속으로 글 쓰러 갔다.”는 가족의 변명 같은 전언만 들었을 뿐. 그렇게 겨우내 시간을 쪼개 손질해낸 작품이어서일까. 새로 내놓은 산문집 ‘시간의 눈금’(열림원 펴냄)에는 그가 ‘관록의 자’로 가지런히 정렬한 사유의 흔적들로 꽉 찼다. 그런데 신기하다. 작가의 신변잡기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의 외양은 반듯반듯 줄을 섰는데, 사유의 반경은 더없이 분방하다. 일곱 번째인 이번 산문집에 실린 글은 모두 53편. 틈틈이 여투어 두었거나 여러 지면에 실었던 것들을 한데 묶었다. 맺힐 것 없이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그도 그럴 것이 책 속에서는 소설가, 신화학자, 번역가로서의 작가 이력만큼이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화제들이 연달아 바통 터치한다. “천년 혹은 이천년 전 이야기를 읽어야 행복감을 느낀다.”고 스스로 단언하듯 신화학자로서의 치열한 사유 흔적이 맨먼저 시선을 뺏는다. 신화가 시간이 흘러흘러 문화로 굳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웅변하는 것도 그대로 ‘이윤기 스타일’이다. 예컨대 혼자 몸으로 ‘하늘님’의 아들 셋을 낳아 지탄받았던 몽골 전설 속의 여인 ‘알랑 고아’(작가의 몽골 애정은 매우 각별하다.) 이야기. 이 신화적 모티프가 후세에 다른 공간들에서는 상상의 날개를 달고 얼마나 다른 문화로 모양새를 바꾸는지, 해박한 신화지식을 동원해 결론을 끌어내는 식이다. 생명과 문명의 시원을 생각하는 글이 없을 리 없다.“마른 말똥을 주워 불을 피우고 밥을 데워 먹어도 나는 조금도 초라해지지 않는다.”고 느낀 몽골의 한적한 초원에서 그리스와 로마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향해 “AD와 BC 같은 건 잊어버릴 것”을,“온가슴으로 고대와 만날 것”을 권한다.“변하지 않는 것은 ‘오래된 미래’이기도 하고 ‘장차 올 과거’이기도 하다.”는 작가는 그 자신 “어제와 내일이 혼재하는 시제, 즉 ‘예스터-모로(yester-morrow)’를 살며 어제와 내일의 이음새가 되고 싶다.”고 적었다. 허락을 받아 작가의 서재 이곳저곳을 뒤져보는 듯싶을 때도 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놓았다는 동몽골 초원의 청명한 코호르 강 등 여행길에서 손수 찍어모은 사진들도 간간이 보인다.1남1녀를 ‘트랜스 플랜테이션’(그가 이름붙인 이른바 ‘자식 옮겨심기’)에 성공한 그 나름의 ‘자유방임형’ 교육방식과 가족관(89쪽),3년 전부터 양평 시골집 텃밭에다 “회초리 같은 묘목”을 심으며 땀의 진가를 배운 노동예찬(246쪽) 등은 작가 삶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되는 글들이다.98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에로비디오 촬영현장을 가다

    [안동환기자의 현장+] 에로비디오 촬영현장을 가다

    미국에 ‘할리우드 키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청계천 키드’가 있었다. 친구들과 숨죽여 보던 에로물은 한 시대 사춘기의 통과의례였다. 에로물의 집산지였던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를 기웃거린 경험이 있다면 ‘어우동’,‘뽕’,‘애마부인’이 담긴 비디오테이프에 붙은 ‘빨간딱지’를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아날로그 세대’의 에로물은 이제 ‘박제된 추억’에 가깝다. 업로드와 다운로드,P2P가 활개치는 시대에 에로 비디오는 충무로에서도 ‘멸종동물’취급을 받는다. 기자는 지난달 17일 Y프로덕션의 에로 비디오 제작에 음향담당이자 엑스트라로 참여했다. 활로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에로 비디오의 촬영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너도 벗냐.”는 사진부 선배의 노골적인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셔츠 단추를 목덜미까지 단단히 여미고 있다.“아무나 벗나요?”서울 근교의 모텔 한개 층을 빌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촬영은 다음날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이날 찍은 ‘작품’은 불륜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 형식으로 모두 20개신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15개가 베드신으로 한 신에 40분에서 1시간이 걸렸다. 리허설에 분주한 15년 경력 이필립(40) 감독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에로 비디오도 대본이 있기는 하지만 대사의 상당 부분은 애드리브로 해결한다. 에로시장의 축이 인터넷 동영상과 모바일 서비스로 옮겨지면서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극영화 수준의 작품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고백한다.“넌 유부녀야.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정사를 나누며 느끼는 죄책감이 표정에 그려져야지. 자, 시선을 위로 올려봐. 콧소리는 너무 내지 말고…. 그래∼그렇게 가는 거야.” 6㎜ 디지털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한다.“자!가자. 레디∼액션.” 남녀 배우는 대사를 주고 받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전라가 된다. 고난도의 연기와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 인터넷 및 모바일 서비스용 스틸 카메라 기사도 연신 자리를 잡기에 바쁘다. 에로물의 지상 목표는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지만 심의라는 ‘장애물’을 무사히 넘어가기란 쉽지 않다. 이 감독은 “작품성을 따질 여유도, 자본도 없는 상황에서 심의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노출 수위를 극대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너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르노와 경쟁해야 하는 에로물의 고민이 배어 있다. 촬영은 ‘체모와의 술래잡기’다. 감독은 ‘꼭꼭 숨어라.’를 외치는 술래와 같다. 남녀 배우 누구든 ‘헤어(체모)’가 카메라에 잡히면 여지없이 ‘컷’사인이 떨어진다. 체모 노출은 심의 규정상 철저히 금지된다. 소문으로 떠도는 배우들의 ‘실제 상황’은 99.9% 불가능하다. 중요 부분을 가리는 ‘공사’가 치밀한 탓이다. 남자 배우는 해당 부위를 스타킹이나 양말로 두르고 고무줄로 묶는다. 여배우는 살색 테이프에다 팬티 라이너를 오려 붙인다. 눈물을 쏟아낼 만큼 고통스러웠다는 옛날식 ‘청테이프 공사’는 사라졌지만 땀으로 범벅이 되는 격렬한 정사신에서도 공사가 허물어지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드물다. 배우들에게 베드신은 만만치 않아 보였다. 편집없이 긴 시간 찍는 롱테이크로 배우들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베드신이지만 중간 중간 쉬지 않으면 탈진하고 만다. 전라의 배우들이 눈 앞에서 펼쳐 보이는 정사신이 민망한 것도 한 순간. 하루 종일 반복되는 베드신은 갈수록 고문에 가까워졌다. 감독의 주문이 많아지자 기자도 바빠졌다. 붐 마이크를 들고 지시에 따라 침대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인다. 마침내 한 컷이 끝나자 누구랄 것 없이 “수고하셨습니다.”는 말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국내의 에로배우는 남녀 합쳐 60명 안팎이다. 불과 한두편만에 사라지는 배우도 많아 부침이 심한 세계이다. 에로배우의 수입은 영화배우와는 달리 개런티가 아닌 일당제.4∼5일이던 제작기간이 하루로 단축되면서 도입된 일당은 여배우가 60만∼70만원, 남자 배우는 20만∼30만원이다. 여배우는 일당도 많지만 출연 기회도 많다. 남자 배우는 한마디로 찬밥이다. 에로 비디오 수요자의 절대다수가 남성인 만큼 배역 자체가 적다. 대부분의 남자 배우는 ‘투잡스족’. 현역 남자 배우 가운데 가장 고참이라는 8년 경력의 한석봉(예명·36)씨도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 출연한 에로물만 500여편에 이르는 그는 이제 ‘한물 간’ 배우가 됐다. 한씨는 “비디오 시장이 전성기였을 때는 에로배우로 생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한달에 한편 출연하기도 어렵다.”면서 “에로배우라는 자부심과 자존심마저도 이 바닥에서는 사라졌다.”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6년째 활동하는 강성민(예명·29)씨는 “나는 본업이 배우”라면서도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한다. 강씨는 “공중파 방송에 재연 배우로 출연하지만 같은 연기자끼리 따돌릴 때는 서러울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여배우는 신선한 이미지를 갖춘 신인일 때가 ‘몸값’이 가장 비싸다. 여배우의 수명은 비디오 10편이 분기점. 이번 비디오가 세번째 출연작이라는 진아(예명·23)씨도 신인이다. 백화점 직원이었던 그녀는 “수입이 낫다는 생각에 배우를 시작했지만 오래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했다. 에로 비디오 업계는 자신들의 표현를 빌리자면 망했다. 한때 60개에 육박했던 제작사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현재 활동하는 제작사는 2∼3곳. 국내 에로 비디오의 편당 제작비는 평균 500만원 안팎. 업계는 한편의 신작 에로 비디오가 대여점에 팔려나가서 불과 15명의 ‘최종 소비자’를 만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피 비용과 인쇄비 등을 제외해도 편당 매출액은 원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사양산업’이다. 프로덕션의 수입조차도 모바일과 인터넷 동영상 및 사진 서비스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몰락의 주범은 인터넷으로 융단폭격하는 불법 포르노물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토종 에로물이 불법 포르노와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업계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포르노는 방치한 채 국내 에로물만 ‘음란’이라는 족쇄를 채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1세대 제작자인 유병호(47) 유호프로덕션 사장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활동하던 제작자들이 해외로 나가 포르노를 손대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토종 에로물을 두둔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일본 성인물과 지하시장에서 유통되는 포르노를 대체하는 순기능을 봐달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섹슈얼리티의 과잉시대, 에로 비디오는 인터넷과 대적하면서, 한편으로는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신기술로 판로를 찾고 있다. 에로 비디오는 살아 남을 것인가. 글쎄…. 그들도 나도 알 수 없다는 게 정답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한 가지 고백하자면, 기자는 이날 온 몸을 중무장한 납치범으로 출연했지만, 어색한 연기로 결국 편집됐다. sunstory@seoul.co.kr ■ 에로물·업계 변천사 에로비디오는 35㎜ 필름으로 제작되는 극장용 영화와는 달리 적은 인원이 6㎜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다. 요즘은 소수 인원이 1000만원을 넘지 않는 초저예산 제작방식으로 만든다. 에로비디오의 뿌리는 물론 영화다.1982년 개봉된 ‘애마부인’에 이어 1986년 관객 50만명을 동원해 ‘벗기기’ 전성시대를 연 ‘어우동’이 에로비디오 시대를 연 주역이었다. 극장용으로 개봉된 뒤 오히려 비디오대여점에서 더욱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1980년 중반 비디오 데크의 보급과 함께 시작된 에로물은 1995∼1999년 전성기를 맞았다.‘젖소부인 바람났네’의 여배우 진도희 등 ‘에로스타’도 본격 등장했다.‘젖소부인 바람났네’의 2만개 출시 기록은 아직도 업계의 전설로 남아 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2000년부터 에로물 업계는 추락했다.10대의 세계를 그린 학원물이 등장했고, 일본 AV(adult video) 배우도 출연했지만 4000개 정도라는 손익분기점도 채우지 못했다. 에로비디오의 주요 소비처인 비디오대여점도 한때는 4만곳에 이르렀지만 이제는 7000곳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에로물도 오프라인 시장격인 비디오대여점에만 매달리는 데서 벗어나 ‘원소스 멀티미디어’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즉, 케이블채널과 성인인터넷방송, 인터넷성인사이트, 모바일 서비스 등 온라인 시장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전략으로 생존에 부심하고 있다. sunstory@seoul.co.kr
  • [이사람] 농구중흥 이끄는 KBL 김영수 총재

    [이사람] 농구중흥 이끄는 KBL 김영수 총재

    “농구 승부가 마지막 4쿼터에서 갈리듯 인생도 4쿼터가 가장 중요합니다.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지는 역전 버저비터와 같은 짜릿한 마무리를 준비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한국프로농구는 초유의 ‘몰수게임’ 파동과 총재 사퇴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국농구연맹(KBL)은 1997년 문화체육부(현 문화관광부) 장관을 끝으로 초야에 묻혀 지내던 김영수(63)씨를 총재로 영입했다. 많은 농구인들은 “정치권 실세도 아니고, 농구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우리의 수장이 될 수 있느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불만과 우려 속에서 ‘농구 전도사’를 자처한 김 총재는 지난 1년 동안 농구계의 상처를 보듬고, 프로농구 중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총재는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공안검사를 거쳐 안기부(현 국정원) 차장, 국회의원, 장관 등 ‘양지’에만 머물렀다. 그러나 모나지 않은 처세로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았고, 물러날 때를 알고 미련없이 양지를 버렸다. 마침내 농구장까지 흘러온 그의 인생은 농구공만큼이나 둥글다. ●제1쿼터, 문세광과 공안검사 196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총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1974년 8월15일 문세광이 영부인 육영수 여사를 저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청은 발칵 뒤집혔다. 공안검사들 사이에서는 누가 이 ‘뜨거운 감자’를 맡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시 김치열 검찰총장은 혈기왕성한 4년차 검사 김영수에게 사건을 맡겼다. 기소까지는 끝모를 밤샘 조사와 트럭 수대분의 방대한 조서가 뒤따랐다. 최근 문세광 사건에 대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 총재는 여러 언론매체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기소 내용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며 극구 사양해 왔다. 김 총재는 “당시에도 사람들은 이 사건의 배후에 조총련과 북한이 있다는 매우 정치적인 문제에만 매달렸다.”면서 “나는 담당검사로서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총격을 가한 피의사실 규명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제천지청장과 제주지검차장을 거쳐 1987년 치열한 ‘공안정국’에 다시 서울지검 공안부장으로 돌아왔다. 박종철 이한열 등이 공권력에 의해 희생됐고, 수많은 민주투사들이 투옥되던 때였다. 되돌아보면 시국사건보다 대공사건을 주로 담당한 게 그에게는 다행이었다.“이젠 세상이 바뀌어 그때 고생하신 분들이 정치 전면에 부상했고, 당시 공안쪽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에 있지만 나는 다행히 그런 불상사를 피했다고 생각합니다.” ●제2쿼터, 안기부·국회를 거쳐 청와대로 제6공화국이 들어서며 김 총재는 검찰청을 떠나 안기부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 배명인 검찰총장이 안기부장이 되면서 그를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한 것. 안기부 제1차장으로 활동하던 중에 ‘3당 합당’을 맞이하게 됐고,‘상도동’에 한 번도 들른 적이 없던 김 총재는 김영삼 대통령 후보에게 ‘직보’하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민자당 비례대표와 당정세분석위원장까지 맡게 돼 김 전 대통령과의 친밀도는 더욱 높아졌다. 문민정부가 출범한 1993년 김 전대통령은 자신의 가신과 고위공직자를 감시하는 민정수석비서관 자리에 김 총재를 앉혔다. 김 총재는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와 상도동 사람들이 ‘우리와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나를 거부했지만 대통령이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엄청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에 있으면서도 ‘튀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김 총재는 “칼을 잡았을 때는 칼을 놓을 때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칼은 칼집에서 뺄 듯 말 듯할 때가 가장 무섭고, 섣불리 빼서 함부로 쓰다가는 결국 내가 다친다.”고 말했다. ●제3쿼터, 청소년과 문화를 만나다 1997년 3월 문체부 장관을 끝으로 김 총재는 더 이상 ‘양지’에 기웃거리지 않기로 결심하고 휴식기인 ‘하프타임’을 맞이한다. 그는 “이 하프타임 때 전반전과는 전혀 다른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우선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를 만들어 청소년 문제에 천착했다. 아직도 1주일에 두세번은 자신이 소장을 맡고 있는 이 연구소에 들를 정도로 애착이 강하다. 재원이 넉넉지는 않지만 해마다 예비 대학생들을 뽑아 중국 연수를 보내고, 가을이면 한·중·일 청소년창작영화제를 주최한다. 그는 “일본과 중국 학생들은 주로 가족애를 고민하는 영화를 만드는데 한국 청소년들은 대부분 ‘왕따’문제를 다룬다.”면서 “그만큼 우리 청소년들이 놓인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문화에도 관심이 깊어 한국박물관회 회장과 한국문화연구재단 이사장 등을 두루 맡았고,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예술의 전당 후원회장을 지냈다. ●제4쿼터, 농구공을 잡으며 굳이 김 총재와 프로농구의 인연을 찾는다면 1996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총재에 앞서서 총재직을 역임한 김영기·윤세영씨가 프로 출범이 지체되자 주무장관실로 쳐들어(?)왔고, 장관이었던 김 총재는 약간의 도움을 줬다. 이후 김 총재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농구계 인사들 중 몇몇이 지난해 위기 때 김 총재를 적극 추천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 더욱이 농구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운동이고, 룰에 복종하며 몸을 부대껴 승리를 성취하는 스포츠가 교육적으로 상당히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고 있었던 터였다. 김 총재는 KBL에 들어와 맨 먼저 ‘클린팀’상을 만들었다. 가장 신사적인 플레이를 펼친 팀을 팬과 기자, 경기감독관 등이 투표로 뽑아 정규리그 우승상금과 똑같은 5000만원을 주자는 것이었다. 김 총재는 “스포츠는 승부가 중요하지만 페어플레이를 떠난 승부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프로농구는 요즘 ‘봄의 잔치’로 불리는 챔피언결정전이 한창이다. 하나뿐인 챔프반지를 위해 1년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선수들이 마지막 한 방울의 땀까지 쏟아 붓고 있다. 농구장에서 살다시피하는 김 총재는 “승자의 환희보다 패자의 눈물을 볼 줄 아는 총재가 되고 싶다.”면서 “어쩌면 내 인생에 마지막으로 인연을 맺은 농구가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벽돌을 쌓겠다.”고 말했다. ■ 프로필 1942년 5월10일 인천생 1965년 제5회 사법시험 합격 1971년 서울지검 검사 1987년 서울지검 공안부장 1992년 민자당 국회의원 1993년 대통령 민정수석 1995년 문화체육부 장관 1997년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 이사장 2000년 한국문화연구재단 이사장 2004년 한국농구연맹(KBL) 총재 글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조용섭의 산으路] 전남 순천 조계산

    [조용섭의 산으路] 전남 순천 조계산

    전남 순천시 승주읍 송광면 주암면에 걸쳐있는 조계산(884m)은 동쪽에는 태고종찰 선암사를, 서쪽엔 승보사찰인 송광사를 품은 명산이다. 백두대간에서 가지친 금남호남정맥에서 다시 갈라진 호남정맥의 산이다.‘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며 정호승 시인이 사뭇 명령조로 읊조린 바 있는 동쪽의 선암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조계산(장군봉)에 오른 뒤, 능선으로 진행하여 연산봉∼송광굴목치에 이르고 홍골을 거쳐 송광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시간이 된다면 문화재 등 볼거리가 있는 두 사찰을 답사하는 것도 좋겠다. 선암사 매표소를 지나면 부도밭, 계곡위에 아름답게 걸쳐있는 승선교, 강선루를 차례로 지난다. 매점 앞의 삼인당(三印塘) 연못과 만세루의 육조고사(六朝古寺) 현판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헤아려 보고, 다닥다닥 복잡한 듯 들어서 있지만 단아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가람 배치, 홍매화, 은목서, 삼나무, 측백나무 등의 수목들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산행 못지않은 답사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으리라. 산길은 사찰 왼쪽으로 나오면 되는데, 매점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갈림길에서는 대각암을 거쳐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을 택한다. 왼쪽의 선암굴목치로 향하는 길은 정상을 거치지 않고 송광굴목치∼송광사로 이어지는 길로서 시원한 편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산길은 너르게 아주 잘 나있다. 다만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을 띤 조계산의 산자락 중, 이 곳 오름길은 비교적 바위도 많고 가파른 편이다. 1시간여 땀흘려 진행하면 너른 옛 절터 쉼터에 닿는다. 이 곳에는 샘이 있다. 장군봉은 쉼터에서 30여분 오르면 닿는다. 내장산∼무등산을 거치며 남도의 산을 이어달리던 호남정맥이 지나가는 곳으로 이 산줄기는 북쪽 15분 남짓 거리에 있는 865봉에서 접치로 내려서며 백운산으로 향한다. 장군봉에서 펼쳐지는 조망도 막힘이 없다. 남쪽으로는 숨가쁘게 달려오던 남도의 산줄기를 넘겨준 고동산이 가깝다. 큰 오르내림없이 너르고 평탄하게 빙 두르며 이어지는 능선길은 그야말로 마음을 푸근하게 해줄 정도로 여유롭다.865봉 호남정맥 갈림길을 지나 계속 능선으로 나아가면 연산봉에 이른다. 정상에서 40분 소요. 서쪽 산자락 아래 가까이 보이는 호수는 주암호이다. 연산봉에서 30여분 내려서면 3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다시 30여분 나가면 송광굴목치에 닿는다. 오른쪽 길이 홍골로 하산하는 길이다. 산행 종료지점인 송광사 매표소까지 약 1시간10분 소요된다. 호남고속도로 송광사IC나 승주IC에서 나와 22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대중교통으론 순천행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혹은 철도(전라선)를 이용해 순천역이나 터미널로 와서 선암사행 버스(50분 소요)를 타면 된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 (061)744-8877. 선암사 주차장 옆 시설지구에는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많다. 그중에 전원가든(061-754-5510)이 많이 알려져 있다. 소설 태백산맥의 중심지 벌교를 비롯한 낙안읍성 주암호 등이 있다.
  • 안성에서 맞이하는 봄맞이축제

    안성에서 맞이하는 봄맞이축제

    얼쑤∼. 흥겨운 풍물소리가 봄을 열었다. 예년보다 봄꽃이 늦게 피어 상춘객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다. 그렇다면 봄의 흥겨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가족들과 오붓하게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마땅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땐 지난 주말부터 바우덕이 풍물단의 남사당놀이 토요상설공연이 시작된 경기도 안성이 ‘안성맞춤’. 눈꽃을 닮은 화사한 배꽃이 은은한 향을 날리고, 뛰어난 광택을 자랑하는 안성유기에 천년고찰 칠장사와 청룡사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마당놀이는 조선시대 전국 제일의 남사당으로 이름을 떨쳤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의 후예들이 펼치는 공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외줄타기 공연이 압권이다. 특히 공연과 주요 관광지의 주차·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봄을 타고 온 짜릿함과 흥겨움 “꽹괘 꽹괘 꽹꽹꽹!!!” 4월 첫 주말인 2일 오후 6시30분. 꽹과리 소리가 어스름한 저녁 하늘에 울려퍼지자 안성시 보개면 복평리 남사당전수관 야외공연장에 모인 상춘객 500여명의 어깨가 장단에 맞춰 들썩거린다. 오는 10월까지 계속되는 안성시립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www.baudeogi.com·031-675-3925)의 첫 공연. 악사들의 풍물반주에 맞춰 고사굿이 시작되고 설장구 합주와 살판(땅재주 놀이), 덧뵈기(탈놀이), 버나놀이(가죽접시돌리기), 상모놀이 등이 숨가쁘게 펼쳐졌다. “잘하면 살판이요 못하면 죽을 판이다.” 살판이 벌어져 어릿광대와 재주꾼이 묘기를 부리며 쏟아내는 재담에 공연장에는 한바탕 폭소가 터진다. 이어 인형의 목덜미를 쥐고 있다는 말에서 유래된 인형극 ‘덜미’ 공연이 시작되자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드디어 공연의 최고 절정인 어름(외줄타기) 공연이 시작되자 이내 장내가 숨을 죽였다. 악사의 반주에 맞춰 줄광대(어름산이)가 3m 높이의 줄 위에 부채 하나 달랑 들고 아슬아슬 줄을 탄다. ‘얼음 위를 걷듯이 조심스럽다.’는 뜻에서 어름이라고 불리는 공연. 줄광대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김대균씨. 그가 줄 위에서 중심을 잃은 듯 표정을 취하면 관객들의 ‘어이쿠’하는 외마디 비명이,‘별 것 없는 공연 보러 먼 길들 오셨네.’라며 익살을 부리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된다. 20여분간의 공연은 어름산이가 줄 반동을 이용해 수차례 1∼2m 솟구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풍물단의 전신은 조선 최고 처녀 꼭두쇠 바우덕이의 후예들.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꼭두쇠로 남사당패 100여명을 이끌어 전성기를 이루다 23살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바우덕이의 애달픈 전설은 공연의 흥미를 배가시킨다.1848년 태어난 그녀는 다섯살 때 병든 홀아비를 떠나 남사당패에 들어와 기예를 배웠다.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과 미색을 겸비해 경복궁 복원공사 때 풍물놀이를 벌여 대원군으로부터 정3품 벼슬아치에게 주는 옥관자를 하사받은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21살에 폐병에 걸려 꽃다운 나이인 23살에 요절하고 만다. 그녀의 시신은 그녀를 사모하던 이경화란 남사당에 의해 이름없는 냇가에 묻혔다고만 전해진다. 바우덕이 공연과 함께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안성 태평무 전수관(www.taepyungmu.net·678-2812)에서 열리는 전통무용. 태평무와 부채춤, 무당춤, 학춤 등 태평무 이수자와 강선영 무용단의 공연이 1시간 동안 무료로 펼쳐진다. ●배꽃 향기와 안성맞춤 볼거리 바우덕이가 어린시절 외줄을 타던 서운산 자락 불당골엔 4월 중순이면 새하얀 배꽃 물결이 일렁인다. 곳곳이 배 과수원인 안성에서는 어느 곳에 가도 배꽃 천지지만 시내에서 57번 지방도를 타고 남으로 서운산 자락의 배밭길을 달리는 것이 장관이다. 특히 청룡저수지 아래 개울가에는 바우덕이의 커다란 가묘를 만들어 그녀의 예술혼을 기리고 있다. 볼거리도 적지 않다. 삼국시대에 고구려, 백제, 신라의 각축장으로 수도권의 경주라고 할 만큼 다양한 문화유산이 있다. 송문주 장군이 몽고군을 격퇴시킨 죽주산성(경기도 기념물 제69호)을 비롯해 불교문화의 보물창고 칠장사에는 혜소국사비, 칠장사 철당간, 오불회 괘불탱 등 국보·보물급의 문화재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죽산리 5층석탑(보물 435호)과 죽산향교, 영창대군묘, 이덕남 장군묘 등이 있다. 또 시인 조병화의 생가인 편운재문학관(674-0307)과 혜산 박두진 시비 등과 함께 천주교 초대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묘를 모신 미리내 천주교성지, 죽산 성지 등을 찾으면 종교·예술인들의 발자취도 느낄 수 있다. ‘안성맞춤’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뛰어난 광택을 자랑하는 안성유기(중요무형문화제 제77호)를 전시한 안성맞춤박물관(676-4352)과 안성맞춤 유기장, 안성브랜드 센터 등 안성의 특산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가족단위 나들이를 하기에는 남사당 전수관 옆의 갤러리 아트센터 마노(www.mahno.co.kr)가 좋다.‘거꾸로 선 집’과 ‘옆으로 지어진 집’ 등 이색적인 미술전시관과 레스토랑, 펜션은 신기함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3만평의 농원에 펼쳐진 2000여개의 장독대가 장관인 서일농원(673-3171)도 봄나들이 최적지. 이 곳에서 담근 각종 장아찌와 청국장·된장찌개(7000원)는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한다. 또 안성천문대(777-1771)에서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다.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안성 쌀밥과 쫄깃하고 고소한 안성 한우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옛날 손맛을 그대로 대물림해온 80년 전통의 한우탕 집 안일옥(675-2486)과 청룡호수 부근 민물새우 매운탕집 남한산성(674-5923)이 맛있다. 일죽 IC 부근에 있는 찜질마을 건강나라(674-8255)에서 심신의 피로를 말끔하게 해소하는 것은 여행의 보너스. 평일에는 1만원, 주말에는 1만 3000원. 안성시 문화체육관광과(678-2064). ● 강릉 다른 지역의 가면극과 달리 연회자가 관노들이었다는 특징에서 지어진 강릉 관노가면극은 지역색이 물씬 풍겨나는 전통공연이다. 한국의 가면극 중 유일한 무언극으로 대사 이전에 춤과 몸짓으로 연회가 구성돼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일요일 오전 11시에 강릉관노가면전수회관에서 열린다.(033)642-1008.(www.kwanno.or.kr) ● 수원 정조대왕의 옛 발자취를 따라 가는 화성행궁 토요상설마당도 지난달 27일 개막돼 오는 11월26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경기 수원시 화성행궁에서 열린다. 매월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이달에는 ‘새벽에 창덕궁을 떠나다’를 주제로 열린다. 재단법인 성정문화재단 (031)257-4500.(www.sungjung.org) ● 양주 중요무형문화재 2호로 지정된 양주별산대놀이가 지난 3일 막을 올렸다. 오는 10월30일까지 펼쳐지는 행사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에 경기 양주시 양주별산대놀이 전수회관에서 열린다. 경기도 지방에 전승돼 온 가면극으로 대표적인 서민 오락이다. 거드름춤과 깨끼춤의 몸짓으로 연극적 요소를 가미하고 덕담과 재담으로 서민의 애환을 풍자해 왔다. 양주별산대놀이 전수회 (031)840-1389.(www.sandae.com) ● 남원 남도민요와 판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남원 민속국악상설공연이 지난 1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전북 남원시 광한루원에서 열린다. 춘향전과, 흥부전, 심청전, 시집가는날, 남원전 등 공연과 우리가락 따라부르기 등 관객과 함께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공연이 끝난후 30분간 영상레이저 쇼도 상영한다.(063)620-6484.(www.namwon.jeonbuk.kr) ● 안동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서 열리는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널리 알려진 유명한 마당놀이.4월에는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열리며,5∼10월까지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무동마당과 주지마당, 백정마당, 할미마당, 파계승마당, 양반선비마당 등 6개 마당 공연과 관람객과의 뒤풀이 한마당이 펼쳐진다.(054)851-6393.(www.hahoemask.co.kr) ● 부산 오는 11월12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부산시 용두산공원 민속놀이마당에서 진행되는 전통민속놀이마당에서는 부산의 중요무형문화재인 동래야류, 수영야류, 좌수영 어방놀이, 부산농악 등 매주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051)888-3281.(www.festival.busan.kr) 안성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달콤한 인생 장르/예매율 누아르액션/25.28%(18세) 감독/배우는 김지운/이병헌·깅영철·신민아 어떤 줄거리 사소한 실수로 몰락한 넘버2의 처절한 복수 이래서 좋아 삶의 아이러니를 포착하는 화면의 힘 이래서 별로 홍콩누아르보다 비장미는 떨어지네 홈피 반응은 “암울함과 화려함이 묻어나는 영화” ●주먹이 운다 장르/예매율 드라마/30.06%(15세) 감독/배우는 류승완/최민식·류승범 어떤 줄거리 전직 복서 태식과 소년원 출신 복서 상환의 인생을 건 승부 이래서 좋아 땀냄새 물씬 나는 사람영화 이래서 별로 어쩔 수 없는 신파의 분위기 홈피 반응은 “카리스마와 연기력의 대결” ●밀리언 달러 베이비 장르/예매율 드라마/1.69%(12세) 감독/배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클린트 이스트우드·힐러리 스왱크·모건 프리먼 어떤 줄거리 여성복서와 늙은 트레이너의 진한 교감 이래서 좋아 삶을 통찰하는 깊은 시선과 긴 여운 이래서 별로 숨가쁜 휴먼드라마와 권투영화를 기대했다면 홈피 반응은 “오랜 연륜이 만들어낸 감동” ●잠복근무 장르/예매율 코미디·액션/1.69%(15세) 감독/배우는 박광춘/김선아·공유 어떤 줄거리 조폭 두부목의 딸을 감시하기 위해 학생으로 위장잠입한 여형사 이래서 좋아 무르익은 김선아의 코믹 연기 이래서 별로 서로 겉도는 액션과 코미디 홈피 반응은 “김선아도 웃기지만 조연도 장난 아니다.” ●블랙아웃 장르/예매율 스릴러/3.09%(15세) 감독/배우는 필립 카우프만/애슐리 주드·새뮤얼 잭슨 어떤 줄거리 여경관이 기억을 잃는 순간에만 일어나는 살인사건 이래서 좋아 인간의 이중성을 탐색 이래서 별로 의외의 범인을 터뜨리려는 반전 강박증 홈피 반응은 “볼만은 한데 흥행은 글쎄” ●엄마 장르/예매율 드라마/14.04%(전체) 감독/배우는 구성주/고두심·손병호 어떤 줄거리 자식을 위해 해남에서 목포까지 3박4일을 걷는 엄마의 여정. 이래서 좋아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주제. 이래서 별로 엉성한 이야기 구조와 투박한 매무새. 홈피 반응은 “2시간짜리 특집드라마” ●마파도 장르/예매율 코미디/16.57%(15세) 감독/배우는 추창민/이정진·이문식 어떤 줄거리 160억원에 당첨된 복권을 찾아 다섯 할매들이 사는 마파도로… 이래서 좋아 웃지 않고 못 배기게 하는 연기자들의 힘 이래서 별로 ‘복권 찾기’와 관계없는 에피소드들의 잔치 홈피 반응은 “실컷 웃을 수는 있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장르/예매율 드라마/5.34%(12세) 감독/배우는 도이 노부히로/다케우치 유코·나카무라 시도우 어떤 줄거리 비의 계절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떠난 아내와의 기적같은 6주간의 재회 이래서 좋아 영원한 사랑에 대한 팬터지를 꿈꾼다면… 이래서 별로 너무 순수해서 밋밋한… 홈피 반응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
  • 국립발레단 ‘해적’으로 국내무대 서는 김용걸·김지영

    국립발레단 ‘해적’으로 국내무대 서는 김용걸·김지영

    국립발레단 주역 출신으로 파리오페라발레단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각각 드미 솔리스트(조역 겸 군무)와 솔리스트로 활동중인 김용걸(32)·김지영(27)커플이 5년 만에 고국 무대에 함께 선다.13∼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의 ‘해적(Le Coisaire)’. 두 사람은 98년 파리국제무용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클래식 발레 듀엣부문 1등을 차지하며 환상의 호흡을 뽐냈다. 2000년 파리로 날아간 김용걸은 2년 전 ‘한국을 빛낸 해외무용스타’공연에 출연했고,2002년 암스테르담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김지영도 지난해 7월 현대발레 ‘프리미티프’로 국내 팬들에게 인사를 했지만 한 무대에 서기는 ‘로미오와 줄리엣’(2000년) 이후 처음이다. 노예로 팔려가는 소녀들을 구출하는 해적들의 무용담을 그린 작품에서 연인 콘라드와 메도라를 연기할 이들을 4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5년 만의 해후인데. -(용걸)그런 질문 자체만으로도 땀난다. 너무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는 데다 연습기간도 짧아 걱정도 되지만, 무척 설렌다. 지영씨가 현지 스케줄 때문에 일주일 정도 늦게 입국한다고 해서 서울에 오기 전 암스테르담에 들러 미리 연습하고 왔다. 첫날엔 좀 어색했는데 하루 정도 지나니 옛날 감각이 돌아오더라. -(지영)안그래도 조마조마했는데 오빠가 와줘서 다행이었다. 오랜만의 만남이다 보니 처음엔 서로 얼굴 쳐다보면서 웃느라 정신없었다. 눈 크고, 이목구비 또렷한 외국 무용수들만 보다가 나랑 똑같이 생긴 오빠를 보니 무척 반갑더라.(웃음) 상대방의 달라진 점은. -(지영)예전엔 성격 급하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오빠도 비슷했었는데 이번에 연습해 보니 많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 전보다 연습하기 한결 편해졌다. -(용걸)성격이 급한 건 사실이다.(웃음)암스테르담에서 지영씨가 주역으로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꼈다. 짧은 시간에 외국 무용수들의 장점을 빨리 습득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보다 부드러워지고, 섬세해지고, 표현력도 풍성해졌다. 그간의 활동 상황은. -(지영)발레단에 입단하고 얼마 안돼 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욕심만큼 활동을 못했다. 지난해 4월 수술을 받은 뒤 재활훈련을 거쳐 9월부터 무대에 서고 있는데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맘속으로 늘 ‘천천히’를 되뇐다. -(용걸)처음 3년간은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연말에 솔리스트 등급시험에 통과하면 기회가 많아질 거다. 언제 들어올 거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아직은 아무 계획이 없다. 떠날 때 무작정 짐을 쌌던 것처럼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돌아올 거다. 둘다 7월 정동극장 공연도 예정된 걸로 아는데. -(지영·용걸)‘아트프론티어’라는 이름으로 1시간30분짜리 단독 공연을 한다. 머릿속에 몇 가지 구상은 있는데 아직은 비밀이다.(웃음)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발레 ‘해적’은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발레 ‘해적’은 1863년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됐다. 지중해 연안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악덕 부호에게 노예로 팔린 그리스 소녀들을 정의로운 해적들이 구출하는 내용. 국내에선 국립발레단이 94년과 98년에 이어 세번째로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에선 김지영·김용걸 커플을 비롯해 국립발레단 주역 김주원과 김원웅, 일본 K발레단 수석무용수 강화혜와 장운규 등 세 커플이 출연한다. 국립발레단 문병남 부예술감독은 “김지영·김용걸은 ‘노련미’, 김주원·김원웅은 ‘신구의 조화’, 그리고 강화혜·장운규는 ‘분위기’로 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평했다. 매 공연마다 송자 대교회장, 오세훈 변호사 등 사회 저명인사 12명이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도 이색적이다.(02)587-6181.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감독 한마디]

    ●신선우 KCC 감독 리드를 당하면서도 침착하게 끌어간 고참들이 잘해 줬다. 슈터란 힘들 때 한 방 해줘야 하는데 조성원이 4쿼터에 돋보였다.TG는 공수 모두 안정된 팀이지만 지금까지 챔프반지를 위해 땀흘린 만큼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하겠다. ●김동광 SBS 감독 4강에 오르기까지 부단히 노력한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김성철과 양희승, 단테의 체력 문제를 조절했어야 했는데 감독의 불찰이다. 이정석이 좋은 경험을 한 만큼 내년엔 더 좋아질 것이다. 우리를 이긴 KCC가 우승했으면 좋겠다.
  • [길섶에서] 착각/김경홍 논설위원

    성공한 한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자신이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선생님이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객이 안다.” 갑자기 머리를 탁하고 치는 듯한 느낌이 온다. 평범한 얘기 같지만 평범하지 않다. 땀흘리지 않고서는 성취도 성공도 없다. 그뿐 아니라 내가 모른 척한다고 해도 남들은 다 알고 있다. 잘되고 못 되는 것은 결과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고 잘되는 일은 없다. 설사 있다고 해도 그게 얼마나 가겠는가. 살아가는 과정의 모든 일들에서도 이같은 자각은 적용될 것이다. 사랑이나 관심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구를 사랑하지 않으면 제일 먼저 내가 알고, 그 다음은 상대가 안다. 결국은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고 만다. 살아오면서 부끄럽고 감추고 싶었던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모르면서도 아는 척, 없으면서도 있는 척, 싫으면서도 좋은 척한 적도 부지기수다. 내가 만족하지 않으면, 내가 떳떳하지 않으면 아무리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길 원하더라도 그건 희망사항이고 착각일 뿐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사회 ‘공공성’의 죽음/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우울한 조간을 대하는 날이면, 나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 아침 산을 찾는다. 사람들을 만나고 무슨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북한산 자락의 소나무와 새소리를 접하는 것이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구기동 산허리에 집이 있으니, 북한산 등산로까지 십분이면 닿을 수 있다. 건교부장관의 경질로 올 들어 4명의 장관급 공직자가 비리 혐의로 낙마했다는 조간을 접하던 아침도 나는 산으로 향했다. 등산로 입구 매표소에 이르렀을 때, 평소 보지 못하던 풍경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제 막 쉰을 넘겼을까, 반백의 한 등산객이 매표소에서 아침부터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현대판 산적도 아니고, 왜 아무 데나 줄을 쳐놓고 돈을 받느냐.’는 항변이었다.‘지도층은 없고, 서민을 등쳐먹는 고위층만 있는 나라에서 왜 국민들이 산에 가는 것조차 돈을 받느냐.’고 그는 소리쳤다. 산길을 걷는 동안 나의 머리에는 등산객의 분노어린 목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그 목소리는 아침 조간에서 목격한 우리 사회의 공공성의 붕괴 전체에 대한 분노와 탄식으로 메아리쳤다. 인적이 드문 진입로까지 직원을 배치하여 받아내는 돈으로 입장료를 징수하는 사람의 인건비나 충당하는지, 도대체 세금은 거두어서 무엇을 하는지, 입장료를 강제로 징수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내 나라, 혹은 내 국토라는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건 아닌지, 그런 ‘공공성’의 고갈이 우리 사회에 어떤 해악을 초래하게 될 것인지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생각해보면, 국민의 복리를 책임지는 공복(公僕)의 윤리적 부패, 투기장화된 전국의 땅, 아무 데나 줄을 쳐놓고 입장료를 징수하는 정부의 정책은 서로 동일한 뿌리로 연결되어 있다. 공공성이 고갈된 토양 위로 이러한 증상들이 서로 강력한 원인과 결과 관계를 맺으며, 회복하기 어려운 어둠을 우리 사회에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대로, 공간은 공간대로, 제도는 제도대로 철저하게 이기주의와 부패를 좇아 구조화되어 있다. 부동산 값이 뛰고, 그래서 땀 흘려 노력하는 수고에 상관없이 계층간 격차가 절망적인 상태까지 벌어지게 된 작금의 사태는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토지나 부동산 값 폭등이 그 어떤 경제발전으로 빚어진 불가피한 인플레였다거나, 국토개발 방식을 결정하는 모형의 선택으로 초래된 결과였다고 나는 보지 않는다. 그것은 무엇보다 한발 앞선 정보와 이권을 이용하여 편법에 가담한 결정권자, 그리고 그 돈 놀이판의 전주(錢主)로 한국식 자본주의의 허점을 유린한 유한계층의 투기 때문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적어도 결정권자들의 편승이 없었던들, 전국토가 오늘날처럼 투기장화되고 부패와 탈법이 창궐하는 단계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의 방치가 없었던들, 개발의 이익이 사회로 환수되지 않고 투기판에 몸을 던진 유한계층의 뱃속을 채우는 데로 향하진 않았을 것이다. 위장전입, 투기와 탈법, 탈세의 축제가 벌어지는 사이 우리의 국토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난개발의 현장으로 변모되어 왔다. 뒤늦게 정부는 고위공무원에 대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고치느라 소란스럽다. 국민들의 높아진 청렴성에 대한 기대 때문에, 좋은 인적 자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청와대의 푸념도 들린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을 위임받고 공익을 위해서 헌신해야 할 공직자에게 공공성보다 더 중요한 요건이 무엇이란 말인가. 위장전입과 부당거래, 탈세가 개발연대에 누구나 관심을 가졌던 부동산 투자 정도로 면책된다면, 왜 우리는 이제 와서 친일을 규명하려 하는가? 나라의 재산을 축내고, 국민의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부패가 친일보다 더 심각한 매국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편법과 탈법으로 사회적 공익을 사유화시킨 사람들은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역사의 무대에 설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한국사회는 현재 심각한 공공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도시의 공간, 정부의 정책, 시민의식, 지도층의 청렴성에서 공공성을 입체적으로 회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위민(爲民)의 미덕은 상실하고 관치의 전통은 온존시켜 온 고위공직자들이 공공성의 회복에 앞장서길 기대한다. 적어도 그들의 부조리로 우울한 조간을 펼치게 되는 아침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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