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 6·25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 KBS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 70만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 PLI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909
  • 웰빙 패션으로 시원한 여름

    웰빙 패션으로 시원한 여름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자연이 그리워진다.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는 상쾌한 나뭇잎 소리, 계곡의 물, 파란 바다…. 그래서 여름 패션은 자연에 가깝다. 나무, 코르크, 짚 등을 소재로 사용해 자연과 함께한다. 올 여름 패션계는 환경도 생각해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면, 마 등을 이용해 만든 제품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에 다음 세대도 생각하는 마인드를 접목시킨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로 발전하는 추세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웰빙 트렌드는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기능을 갖춘 의류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특히 올 여름에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 개발에서도 강한 자연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 소재로 산뜻한 여성 자연친화적인 여름을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국적인 큰 꽃이나 나뭇잎을 모티브로 제품에 꽃 나무 풀 등의 디자인을 섞거나, 대나무나 밀짚을 엮어 만드는 것. 왕골을 얼기설기 엮은 메시백, 나무를 깎거나 짚으로 만든 커다란 꽃 장식은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잘 살린다. 이외에도 손잡이 부분을 대나무 소재로 만들거나 원석 느낌이 나는 장식을 단 제품들이 다양하다. 뷰티에서도 자연 소재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강한 자극으로 피부에 스트레스를 주면서 한순간에 효과를 보기보다는 천연성분을 사용해 지속적으로 건강한 피부를 만들길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먹을 수 있는’ 화장품이라 표현할 정도로 가공되지 않음을 드러낸다. 이지함화장품은 녹차에서 추출한 폴리페놀을 주성분으로 한 ‘셀라벨 화이트-P’를 선보였다. 소나무와 녹차의 폴리페놀을 동결건조 방식을 이용해 고순도 그대로 고농축한 것이 특징. 엔프라니의 자연친화적 스킨케어 브랜드 ‘네추어 비’의 호박팩도 단순 호박팩이 아닌 무공해 청정호박을 성분으로 사용했다. ●친환경 소재로 멋진 남성 디자인이나 무늬만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친환경적인 기능이 포함된 제품의 출시도 늘고 있다. 여름 소재로 잘 알려진 마뿐만 아니라 대나무, 콩 등을 이용한 건강 소재도 많다. 제일모직의 ‘지방시’는 은성분을 함유한 원사로 만든 셔츠 테라피를 선보였다. 은성분에서 원적외선이 나와 혈액순환을 돕고 유해물질을 자정시키는 작용을 한다.‘로가디스 그린라벨’의 대나무 니트는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적합한 기능성 제품으로 시원하면서 감촉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LG패션 ‘닥스’는 은성분이 함유된 셔츠 에이지 클린업과 에어로 실버를 내놓았고,‘마에스트로 캐주얼’은 피부친화적·자연친화적 소재인 콩섬유가 혼방된 셔츠를 출시했다. 골프웨어 ‘PGA투어’의 기능성 티셔츠는 대나무 소재로 만들어 입었을 때 촉감이 좋고 피부 트러블이 극히 적다. 땀을 빨리 흡수하고 빨리 건조시키는 흡습속건·항균소취 기능으로 여름에 쾌적하게 입을 수 있다. ‘엘로드’의 콩섬유 골프웨어는 피부 노화 원인이 되는 산화반응을 막는 토코페롤과 사포닌을 풍부하게 함유해 피부 노화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자외선 차단 기능도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금강제화 ‘바이오소프’의 ‘은나노슈’는 은이온이 세균의 신진대사 활동을 방해해 항균·살균 효과가 뛰어나 여름철 발냄새와 무좀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권할 만하다.‘레노마’도 은나노를 사용한 트렌디한 디자인의 정장화를 5월중 출시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여자핸드볼 ‘아테네 명승부 어게인’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이 따낸 금메달은 모두 9개. 하지만 국민 가슴 속에 짠하게 남은 것은 여자 핸드볼대표팀이 눈물과 땀으로 일궈낸 은메달이었다. 2차 연장까지 80분 동안 19차례의 동점을 거듭하고도 승부던지기 끝에 2-4로 눈물을 뿌렸던 ‘태극여전사’들이 9개월만에 ‘올림픽 3연패팀’ 덴마크와 복수혈전을 펼친다.2005경남아너스빌컵 국제여자핸드볼대회(27∼31일)의 오프닝경기로 26일 열리는 한국과 덴마크의 ‘세계최강전’이 그것. 임오경(34)과 오성옥(33), 허순영(30) ‘노장트리오’를 제외시킨 한국은 문필희(23·효명건설)와 04∼05핸드볼큰잔치 득점왕 송해림(20·대구시청) 등 ‘젊은피’에 큰 기대를 걸고 있고, 아테네 이후 역시 물갈이를 단행한 덴마크는 지난해 12월 유럽여자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저력을 믿고 있다. 한국의 임영철 감독은 2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상은과 허영숙 등 노장들이 부상이라 걱정이지만, 덴마크에 또 질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한국-덴마크의 ‘세계최강전’에 이어 27일 용인에서 개막하는 이번 대회에는 아테네올림픽 동메달 우크라이나와 중국, 일본 등 5개국이 출전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005 서울시민생활체육대회 개막

    2005 서울시민생활체육대회 개막

    ‘2005 서울시민생활체육대회’가 열린 22일 서울 효창운동장은 하루 종일 참석자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25개 구청 3만여명의 주민들은 빗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 대표 선수’로 운동장 곳곳을 누볐다. 그러나 주최측의 미숙한 대회 운영과 지나친 경쟁심에 함부로 언성을 높이는 일부 참가자들로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우리가 싸우러 나왔냐.”는 불만까지 터져나왔다. 준비 안된 대회는 화합의 장을 ‘이전투구’장으로 둔갑시켰다. 서울시민의 건강과 화합의 한마당 축제 ‘2005 서울시민생활체육대회’가 22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막이 올랐다. 이번 대회는 서울특별시생활체육협의회 주관으로 22일과 29일 이틀 동안 효창운동장 등 서울시내 운동장에서 열린다.25개 구청이 모두 참가하는 서울 시민의 ‘열린 올림픽’인 셈이다. 특히 기존의 시장기대회가 각구 대항전으로 확대된 첫 행사다. 서울시민들의 참여와 호응 속에 모두가 하나 되는 축제의 장으로 열리게 된다. 이날 개막식은 25개 구청 3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이의민 서울특별시 생활체육협의회장은 “생활체육에 참여하면서 심신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면서 “경쟁이 아닌 협동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공동체 문화를 가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서울시장도 “주5일 근무제 확산과 여가 선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생활체육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서울시도 지역별 생활체육교실 운영과 생활체육 전용 공간 확충 등을 통해 생활체육 활성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크게 4부문으로 나뉜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해 구 대항전으로 이뤄지는 시민참여부문은 단체 줄넘기, 줄다리기,10인11각달리기,20인 승부차기, 체조경연대회, 구 대항 응원전으로 이날 펼쳐졌다. 동호인부문은 축구, 배드민턴, 족구, 탁구, 태권도 등 모두 13개 종목으로 29일까지 한강시민공원 등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이밖에 전남, 강원, 충남, 경북, 제주도 등 5개 도와 함께 축구 등의 경기를 하는 시도교류부문과 대학동아리부문도 개최된다. 폐회식은 31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시상식과 함께 열릴 예정이다. 이두걸 정은주기자 douzirl@seoul.co.kr ■환호·탄성 온종일 후끈 ●구로 에어로빅팀 ‘춤짱’ 등극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스피커에서 귀에 익은 선율이 흘러나왔다. 무대 밑 수천명의 관객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파란색과 빨간색, 초록색 티셔츠에 흰 바지 차림 40명의 구로구 주민자치프로그램센터 에어로빅팀은 힙합이 가미된 역동적인 체조를 선보이며 한순간에 좌중을 휘어잡았다. 이번 대회 시민참여종목의 ‘꽃’은 생활체조경연대회.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30여개 팀들은 흥겨운 음악과 몸짓으로 대회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날 정상에 오른 구로구 주민자치프로그램센터 에어로빅팀은 오류2동 주민들이 중심이 됐다.30∼40대 주부들로 이뤄진 이들은 대부분 동 에어로빅 강좌를 몇년째 수강하고 있다. 이젠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맞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도 대회를 위해 강행군을 계속해 왔다. 저녁 식사를 마무리하고 밤 11시까지 한 달이 넘도록 훈련에 몰입했다. 지난 20일 오후 9시에는 지하철 1호선 오류역 야외무대에서 리허설까지 가졌다. 팀 안무를 맡은 김민(36·여)씨는 “우승은 그동안 흘린 땀의 소중한 결실”이라면서 “어르신들 행사 때 에어로빅 공연을 갖는 등 봉사활동도 하면서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동과 마포도 우승 강동구는 10인 11각 달리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어깨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차가운 봄비도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이갑순(51)씨 등 여성 4명, 남성 6명으로 구성된 강동구팀은 결승까지 큰 실력차로 승리를 거듭했다. 상대팀은 “한 가족끼리도 저렇게 호흡이 맞기는 힘들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이번 달 초에야 처음 만난 사이. 매일 늦은 오후에 1시간씩 초등학교에서 연습을 하며 실력을 쌓았다. 발목 부상은 물론 무릎 골절까지 입었지만 발을 맞추면서 어느새 마음까지 하나가 됐다. 리듬을 맞추기 위해 호흡까지도 일정하게 조율했다. 결국 지난 10일 구민 체육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서울시에서도 최고수로 등극했다. 팀원인 김영식(44)씨는 “친분이 쌓여 서로를 신뢰하게 되자 실력이 몰라볼 정도로 늘었다.”면서 “강동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하늘에 닿았나 보다.”하며 흐뭇해했다. 체육대회의 ‘감초’는 축구다. 이번 대회에서는 ‘20인 승부차기’가 포함됐다.1위에 오른 마포구는 이미 여러 축구 강팀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높다. 이번 대회의 중심에는 마포구 생활체육협의회 30대팀이 있었다. 주말마다 학교 운동장에서 몸을 부대껴 온 이들은 예선을 거치면서 전력이 더욱 탄탄해졌다. 마포의 ‘히든 카드’는 여성 축구 선수. 규정상 20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여성 6명이 꼭 포함돼야 했다. 지난 4월 여성부장관기에서 우승하는 등 전국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마포 여성축구단이 함께하면서 경기 전부터 우승후보 0순위로 손꼽혔다.30대팀 신기진(46·창천동) 감독은 “남녀 팀이 각종 축구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도맡아 해 승부차기 경기도 자신이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준비 안된 대회 전쟁터로 둔갑 “야, 눈이 어디로 박힌 거야. 제대로 심판을 보고 있는 거야.” “다 이긴 경기를 중단하면 어떻게 해.” 이날 늦은 오후 종로구와 은평구의 줄다리기 결승전. 두 팀 감독은 결승에 앞서 페어플레이를 약속했다. 그러나 종로구가 준비를 못한 상태에서 심판이 시작을 알린 게 화근이었다. 종로구는 시작 직후 1m 남짓 끌려갔다. “무효야, 무효.”순간 한 주민이 줄 사이로 뛰어들었다. 심판은 ‘일단 정지’를 선언했다. 종로구와 은평구 관계자는 각각 ‘재경기’와 ‘몰수패’를 주장하다 ‘패싸움’ 직전까지 갔다.‘공동 우승’을 선언한 심판은 성난 선수들을 피해 줄행랑을 쳤다. 이날 경기장 곳곳에선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고성과 몸싸움은 물론 멱살잡이도 이어졌다. 생체협의 매끄럽지 못한 운영이 시민들을 25편의 ‘적’으로 갈갈이 찢어놓았다. 각 경기장에 전문 심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분쟁의 씨앗이었다. 경기장마다 자원봉사자로 끌려나온 대학생 20여명만이 우왕좌왕했다. 지역 주민들이 몸싸움을 벌이면 ‘공동 승리’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20인 단체줄넘기에선 네 팀이, 줄다리기에선 두팀이 공동 우승하는 어이 없는 결과가 속출했다. 줄다리기 3위도 두 팀이었다. 20인 단체줄넘기 경기에선 시작하자마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1분에 몇 차례 줄을 넘었는지 기록해야 하는데, 심판끼리 손발이 맞지 않아 시간 재는 걸 잊어버린 탓이었다. 줄다리기에선 경기를 마칠 때마다 싸움이 발생했다.‘1분인 시간이 너무 길다.’는 등 이유도 가지가지였다.1명의 심판이 팀당 100명의 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대학생 봉사자는 “점심도 제대로 못먹고 하루 종일 어른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쳤다.”고 한숨지었다. 대부분의 경기가 파행을 거듭한 탓에 대회는 이날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이두걸 정은주기자 douzirl@seoul.co.kr ■이의민 서울시생활체육협의회장 이의민 서울시생활체육협의회장은 “서울을 제외한 다른 시·도는 매년 도민 및 시민 생활체육대회가 치러지고 있지만 서울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서울의 경우 경기장문제, 교통문제 등으로 시행되지 못했으나 기존의 각 종목별 시장기대회를 모아 종합대회를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회가 개최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생활체육동호인으로서 타·시도와 같이 서울시생활체육협의회의 숙원이었던 종합대회를 반드시 시행시키고자 이 대회를 추진하게 됐다. 어떤 사람들이 대회에 참가하며 어떤 종목들로 구성돼 있나. -서울에 거주하는 생활체육동호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자치구생활체육연합회 대항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축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 동호인경기종목 뿐만아니라 응원전,10인 11각 달리기, 줄다리기 등 시민참여종목이 시행된다. 너무 큰 행사로 치르게돼 생활체육 본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생활체육은 말 그대로 생활속에서 이루어지는 체육활동이다. 거대행사의 의미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동호인들이 함께 인사를 나누고 화합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회장으로서해야 할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면서 ‘생활체육=표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생활체육은 정치와는 무관하다. 모든 시민의 건강을 위하여 누구나 하는 체육활동으로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지금 이 시대에 동원이라는 얘기는 어색한 용어같다. 만약 억지로 동원한다면 언론에 투고하는 등 그 파장으로 인해 오히려 생활체육이 퇴보, 비난받는 큰 고초를 겪게 될 것이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으나 효창운동장이라 교통문제가 제일 어려웠다. 생활체육인들에게 부탁 말씀. -웰빙시대에 생활체육은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 생활체육인은 물론이고 모든 시민이 일주일에 3일이상 30분씩 각자가 즐기는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늦깎이 치어리더 53세 김영순씨 “서울시민의 축제답게 승패를 떠나 즐겁게 응원했어요.” 구대항 응원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도봉구 늦깎이 치어리더 김영순(53·여)씨. 그는 구 생활체육회 사무장으로 체조강사 10여명과 함께 응원전을 이끌었다. 보라색 탑에 짧은 치마를 입은 김씨는 2년 동안 배운 에어로빅 실력 덕에 과감한 치어리더 복장도 잘 소화했다. 그는 10여일 전부터 응원 준비물을 챙겼다.600명의 오렌지색 티셔츠와 모자는 물론 금색 수술, 미니우산, 부채, 흰색·남색 에어방망이, 장갑 등 응원 도구를 사모은 것. 비용은 구청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응원단은 연습을 위해 행사 2시간 전에 효창운동장에 도착했다. 해마다 9∼10월 구민 체육대회와 운동회에서 응원전을 활발히 펼친 덕택에 호흡이 척척 맞았다. 체조 강사들이 곳곳에서 활발한 율동으로 흥을 돋우었다. 최선길 도봉구청장 등 구청 관계자도 흥겹게 응원에 동참했다.“점심식사가 늦어졌는데도 불평 한마디 없이 자리를 지켜준 지역주민들이 오늘의 주인공”이라면서 “도봉구의 단합된 힘을 보여준 멋진 기회였다.”고 활짝 웃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나무를 심는 사람

    [영화속 수능잡기] 나무를 심는 사람

    최재서는 ‘교양의 정신’이란 에세이에서 “문화는 사회적일지는 모르나 그것을 개성 내부에서 개발시키고 배양하는 데는 오랫동안 고독의 시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교양은 집단적 생활과는 양립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사회적 성격으로서 집단적 생활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집단적 생활 속에서 교양을 얻을 수 없다. 교양은 혼자 물러앉아서 독서하고 사색하고 심적으로 분투하는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라며 교양이 철저하게 고독의 산물임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혼자의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 반드시 누군가와 어울려야 하는 사람은 교양인의 자격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혼자의 시간을 온전하게 감당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해 보자. 과연 나는 혼자 남았을 때 어떠했는가. 혹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가동하여 채팅을 하지는 않았는가.TV를 켜지는 않았는가.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는 않았는가.MP3를 틀지는 않았는가. 우린 어떤 식으로든 혼자의 시간을 피하기 마련이다. 혼자의 시간은 자기 자신과의 대면의 시간이다. 자신과의 대면이란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성찰의 시간이다. 내가 선택한 삶은 정당한가. 만약 내가 선택한 삶이 정당한 것이 아니라면 나는 또 어떤 삶을 선택해야 마땅한가. 끊임없이 자신의 삶과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이 바로 성찰의 시간이다. 그 성찰의 시간이 요구하는 것이 침묵이요 고독이다. 침묵이나 고독과 마주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다. 인터넷과 MP3와 휴대전화라는 문명의 이기(利器)는 침묵의 시간, 나 자신과 마주하는 고독의 시간을 앗아간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장 지오노의 동명의 소설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이다. 배경은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알프스 산맥 위의 고원지대다. 샘이 있긴 하지만 바싹 말라붙었고,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그곳에 한 양치기가 살고 있었다. 그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다. 아내와 외아들을 잃은 부피에에게 동반자가 있다면 오직 그가 키우는 개와 30여 마리의 양들뿐이다. 모두들 떠날 것만을 생각하는 이 땅에서 부피에는 고독하게 일을 한다. 그가 하는 일이란 척박한 땅에 쇠막대기를 박아 구멍을 내고 그 안에 도토리를 넣은 뒤 다시 구멍을 덮는 작업. 나무를 심고 있는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나무를 심는 데만 정성을 기울인다.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작업에 묵묵히 몰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황무지는 녹색의 낙원으로 변한다. 황무지를 옥토로 바꾼 부피에의 위대함은 매일매일의 지루한 노동을 감당할 수 있는 인내에 있었다. 인내란 고독과 침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학자, 체육관에서 땀흘리고 있는 운동선수, 묵묵히 밭을 갈고 있는 농부, 침묵 속에서 고독함을 이겨내는 그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닐까. 프레데릭 벡 감독.1987년작.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초대 기상 통보관 지낸 김동완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초대 기상 통보관 지낸 김동완씨

    날씨처럼 인생과 밀접한 것이 또 있을까. 흥미로운 속담도 많다.‘장마는 나이 많은 아내의 잔소리다.’‘봄비가 많이 오면 아낙네의 씀씀이가 헤프다.’‘더위 먹은 소는 달만 봐도 헐떡거린다.’ 올 여름에는 100년 만의 더위가 찾아온다는 얘기가 있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온다면 어떤 더위일까.‘무더위’는 ‘물더위’에서 유래됐다.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후덥지근하다. 끓는 물과 같다는 ‘가마솥더위’나 ‘찜통더위’도 비슷하다. 또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따가운 ‘불볕더위’도 있다. 어쨌든 여름손님(더위)이 있어야 가을손님(열매)도 온다고 했다. ●날씨는 하루에 서른여섯번씩 변해 추억의 방송멘트가 있다.“여우가 시집가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한 과학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날씨는 하루에도 서른여섯번씩 변한다고 합니다. 봄날씨는 최소한 하루에 세 번 변합니다. 아침은 썰렁하고 점심은 덥고 저녁에는 바람이 붑니다. 돌아오는 길에 여벌의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기상대에서 김동완 통보관이었습니다.” 맞다. 이른바 우리나라 초대 기상통보관을 지낸 김동완(71)씨. 특유의 비유법과 정감 있는 목소리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나이 30대 이상은 적어도 하루 한번씩 김씨의 목소리를 들었을 정도다. 지금도 ‘프리랜서 기상해설가’로 활동 중이어서 45년 동안 ‘날씨해설 인생’이라는 흔치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에피소드 #1. 어린이날이었다. 아침방송에서 김씨는 “오늘은 어린이 얼굴만큼이나 해맑은 날씨가 되겠습니다.”라고 마무리 멘트를 했다. 이어 방송국을 나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김씨는 비를 피하기 위해 다시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다. 비는 계속됐다. 이때였다. 방송 자막을 통해 ‘오늘 효창공원에서 열리기로 한 어린이날 행사는 우천관계로 무산됐습니다.’라고 알렸다. 이를 보는 김씨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에피소드 #2. 봄날 일요일이었다. 부부동반으로 고향 친구들과 등산을 갔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산밑 음식점 등으로 비를 피했다. 하지만 김씨는 혼자 떨어져 초라하게 비를 맞아야 했다. 사람들과 맞닥뜨릴 경우 얼굴이 알려진 그에게 무슨 얘기를 할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김씨는 “지역에 따라 한차례 소나기가 내리겠습니다.”라고 예보했다. ●올 100년만의 무더위, 그때 가봐야 지난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기상청에서 김씨를 만났다. 기상예보 역사의 산증인이나 다름없기에 인터뷰 장소를 기상청으로 정했다. 뒤뜰 의자에 앉자마자 다가올 여름 더위의 안부(?)부터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100년 만의 더위라는 말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한 박사가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 큰 더위가 올지 안 올지 아직은 미지수”라면서 “다만 요즘 계절의 변화를 볼 때 예년보다 10여일 이른 이달 하순부터 여름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본래부터 더운 나라”라고 전제한 뒤 “예부터 겨울을 ‘동장군’(冬將軍)이라 하고 여름을 ‘염제’(炎帝)라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면서 “그래서 겨울철에는 방한(防寒)이고 여름철에는 피서(避暑)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지만 여름철에는 열대성 기후여서 매년 열대야 현상이 20∼30일, 낮기온이 섭씨 30도 이상인 열대일 현상은 57일가량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극복하려는 지혜가 많았습니다. 복(伏)날은 농업 위주의 전통적 생활환경에서 유래됐지요. 한여름철의 낮길이가 가장 길다 보니 노동시간이 자연히 많아지고 대신 휴식은 짧았습니다. 때문에 땀흘려 일했던 머슴들은 온·습도의 상승으로 왕성해진 병원체에 감염돼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복날을 정해 영양을 보충하고 하루를 푹 쉬게 했던 것이지요.” 하지(6월21일)에서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날로 정해 하루를 쉬며 개장국 등으로 기력을 보충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또한 머슴들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는 일이 그림의 떡이었기에 집집마다 흔하게 키우는 개고기로 대신했다는 자료가 전해온다고 부연했다. 결국 복날은 노동자의 보건일로 경륜이 높은 정치가가 노동자를 위해 베푼 선정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속담에 ‘여름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할 만큼 옛조상들은 나돌아다니지 않았습니다. 마을정자에 앉아 부채질 하나로 무더위를 이겨냈지요. 반면 지금의 우리들은 냉장고와 에어컨 등 냉방기구들을 잔뜩 갖추어 놓고도 여름철에 휴가를 떠납니다. 하지만 교통지옥 등으로 진이 다 빠져버리지요.” 지금의 여름철 휴가풍습은 북유럽 바캉스에서 유래됐으며 우리나라 기후로 볼 때 5월이나 10월 중에 휴가를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유했다. 또한 사람은 섭씨 20도부터 더위를,30도부터는 고통을 느끼며 더위는 빙과류로, 고통은 차가운 음료수로 해결하고자 하는 습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부싸움 많은 여름엔 말조심을 무더운 여름을 지혜롭게 지내기 위해서는 날씨에 순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쾌지수가 높다고 하지 말고 상쾌지수가 약간 낮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 또한 여름철에는 부부싸움이 많기 때문에 각자 말조심하는 것도 가정에 도움을 준다고 귀띔한다. 여성의 의상과 온도관계에 대해 흥미롭게 풀이한다. 예를 들어 겨울철 실외온도가 섭씨 0도일 경우 무릎위 20㎝가량 올라간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면 체감온도는 영하 4도라는 것. 또 1㎝씩 올라갈 때마다 체감온도는 0.5도씩 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바지를 입었을 경우 영상 6도의 체감온도를 느낀다고 한다. 따라서 겨울철에 미니스커트를 자주 입는 여성은 생리적 부담으로 임신했을 때 순산하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전두환 전 대통령과 같은 대구공고를 졸업했다. 전씨와의 인연에 대해 “(전씨가)백담사에 머물 때 처음 만나 ‘(24회)선배님 26회 김동완입니다.’고 했더니 어깨를 툭치며 ‘(청와대)재임기간에 한번 오지 그랬느냐.’고 하며 무척 반가워했다. 하지만 곧 ‘그랬으면 지금쯤 청문회에 불려다니겠지.’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서울 연희동의 전씨 자택에서 고교 선후배간으로 몇차례 만났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원래 공군 조종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대구공고 3학년때 공군사관학교 입학시험에 응시, 합격했다. 그러나 최종 선발과정에서 탈락했다. 이어 조종간부후보생 시험에도 합격했으나 기초군사훈련 중 또 탈락했다. 어쩔 수 없이 공군하사관학교를 나와 조교로 공군복무를 마쳤다. 조종사의 꿈이 무너지자 그는 수학선생이 되려고 마음을 먹었다. 서울대 사대 원서를 접수하러 가던 중 우연히 국립중앙관상대 모집 공고를 보게 했다. 결국 발길을 돌려 관상대 시험에 응시,15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이때가 58년 12월. “사무관 시절 날씨 해설을 할 때 ‘기상대의 김동완 사무관입니다.’라는 어감이 안 좋아 편의상 ‘통보관’을 사용하기 시작했지요.”이후 중앙기상대 예보분석관-통보관-예보과장 등을 거치면서 TV와 라디오 등에서 방송해설을 꾸준히 맡아 기상캐스터의 대명사가 됐다.1남4녀를 둔 그는 요즘 날씨와 관련된 원고를 써주기도 하고 각종 단체와 기업체 등에서 초청강의를 하느라 분주하다. 주말에는 주례를 보느라 더 바쁘다. 지금까지 어림잡아 1000여쌍의 주례를 봤다며 웃는다. 그는 평생동안 날씨에 대해 한번도 짜증을 낸 적이 없다. 이는 곧 자연에 대한 어리석음이기 때문이란다. ■ 그가 걸어온 길 ▲1935년 김천 출생 ▲55년 대구공고 기계과 졸업 ▲59년 중앙관상대 공채8기, 국립기상기술원 양성소 1기 수료 ▲59년∼82년 예보분석관, 통보관, 예보과장 ▲63년 국제대학 법학과 졸업 ▲82년∼92년 문화방송 보도국 보도위원 ▲92년∼현재 프리랜서 활동 ▲97년∼99년 한국일기예보회장 ▲2000년∼2001년 자민련 김천지구당 위원장 ▲2000년∼2002년 기상정보 케이블TV웨더뉴스채널의 김동완 기상뉴스 진행 ■ 저서 날씨 때문에 속상하시죠(좋은벗,1998년) km@seoul.co.kr
  • 씨름연맹 첫 여성 부총재 도영심 대사

    씨름연맹 첫 여성 부총재 도영심 대사

    “씨름은 국제적인 스포츠로 커나갈 가능성이 충분한 민속 운동입니다.” 20일 한국씨름연맹 제4차 임시이사회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총재로 선임된 도영심(58)외교통상부 관광·스포츠대사는 “남편이 이제 씨름에까지 손을 뻗치냐고 핀잔을 줬다.”며 밝게 웃었다. 도 대사와 씨름의 인연은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 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국전통문화 행사에서 하회별신굿 탈놀이와 함께 민속씨름을 소개했다. 도 대사는 “평소 씨름은 왜 일본의 스모처럼 국제적인 관심을 못 얻는 것일까 궁금해하던 차에 한국전통문화를 소개해달라는 제의를 받고 씨름을 떠올리게 됐다.”면서 “영국인들이 건장한 남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양한 기술로 상대를 넘어뜨리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13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이사장, 국가이미지개발위원장, 유엔 빈곤퇴치재단 이사 등 다양한 명함을 지니고 있는 도 대사는 “씨름은 따로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술 전수만 이뤄질 수 있다면 태권도와 같은 국제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우선 일본, 중국, 몽골 등 씨름과 비슷한 스포츠를 가진 나라들과의 교류 경기 등으로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선수들이 입장할 때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힌다든지 경기 전 탈놀이나 무당굿 등 민속예술을 선보인다든지 하는 노력으로 세계인의 눈길을 끌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 대사는 프로팀 해체 등 최근 씨름의 위기를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는 “씨름인들은 일단 씨름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대화와 설득으로 서로를 이해시키면서 프로씨름의 발전 전략도 함께 고민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경매 전쟁’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경매 전쟁’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는 밤낮이 따로 없다. 서울시민 먹을거리의 절반을 책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새벽엔 활어가 뛰놀고 아침엔 수박이 넘쳐나며 한낮엔 소·돼지가 주인을 기다린다. 싱싱한 채소는 해가 저물 무렵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새벽까지 흥정을 벌이던 경매장은 날이 밝으면 주차장으로 변한다. 리어카에서 20t트럭까지 농산물을 싣고 나르는 차량들이 하루종일 주차전쟁을 치른다. 여기서 정보 하나. 일반 소비자도 오전 10시쯤 경매시장을 찾으면 농수산물을 싸게 살 수 있다. 넉넉히 낙찰받은 중도매인들이 소매상에게 넘기고 남은 물량을 떨이로 파는 까닭이다. 반쯤 잠에 취한 상인을 잘 구슬르는 것이 관건. 자, 이제 30분 단위로 빼곡히 짜인 경매시간표를 따라 가락시장의 24시간을 추적해 보자. ●15일 밤 11시 형광등이 낮처럼 환히 비친 채소시장에 무·배추를 각각 채운 5t트럭이 원을 그리며 도열해 있다. 차량 번호는 충남·경북·전남 등 다양하다.50∼60대 중도매인들이 차량을 돌며 상품을 잘라본다. 전자경매대가 등장했다. 지난 2000년 도입된 전자경매제도는 지난해 거래 물량의 72%를 차지할 만큼 자리잡았다. 중도매인은 리모컨 모양의 응찰기로 경매에 참여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의성어가 이어지고 “118만원에 5번”이란 경매사 목소리가 밤하늘을 가른다.10초 만에 낙찰자가 결정됐다.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모닥불에 모여 있던 아줌마 50∼60명이 삼삼오오 차량으로 흩어졌다. 배추를 내려 크기별로 나누고, 썩은 것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밤샘 일당은 5만∼6만원. 배추 5t트럭 경매가는 61만∼172만원. 최근 5년간 평균가격인 256만 7000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16일 새벽 1시30분 수산시장에 고등어·갈치·삼치·조기·새우 등 냉동 어류가 가득하다. 세 자리 숫자가 새겨진 모자를 쓴 중도매인 10여명이 계단식 대형 경매대에 서서 손가락을 흔든다. 수지경매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손 뒤쪽은 두꺼운 종이나 천으로 가렸다. 수산물은 하향식 경매다. 경매사 양덕룡씨는 “산지에서 이미 상향식으로 경매가 이뤄진 상태라 내륙에선 하향식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냉동 고등어 20㎏은 1만∼5만원, 조기 7만∼30만원, 삼치 10㎏ 1만 8000∼2만원. ●새벽 2시30분 딸기·토마토·참외 순으로 팔려나간다. 양은 많지 않지만 2시간 넘게 걸렸다. 생산자별, 등급별로 일일이 경매하기 때문. 농수산물공사 김종주 농산팀 과장은 “지역별로 과일을 모아 등급을 매긴 뒤 공동출하하면 경매시간도,비용도 훨씬 절약될 것”이라고 말했다. 딸기 2㎏는 1000∼1만 5000원, 토마토 5㎏ 2000∼1만 8000원, 참외 15㎏ 5000∼7만 2000원. ●새벽 3시30분 수산시장에 활어가 나왔다. 도다리·돔·우럭·농어·노래미·낙지·미꾸라지·민물장어 등 종류도 가지가지. 노란 플라스틱 상자가 바닥에 깔렸다. 살아 숨쉬는 생선의 무게를 잰다. 상자에 들어간 생선은 팔딱팔딱 뛰며 헐떡거린다. 이때 바닷물을 부어 진정시켰다. 죽은 생선은 옆으로 치워 헐값에 판다. 종류별로, 무게별로 따로 흥정하다 보니 새벽 6시가 훌쩍 넘었다. 자연 농어 1㎏ 1만 1000∼2만원, 우럭 1만∼1만 5500원, 노래미 3000∼1만 1000원. ●아침 8시30분 본격 출하를 시작한 수박이 과일시장을 푸른빛으로 물들였다. 회색 카펫에 동그란 플라스틱 원이 놓이면 트럭에서 내려진 수박이 차곡차곡 쌓인다. 수박만큼 싣고 내리는 게 힘든 농산물이 있을까. 낙찰되면 하역부 3∼4명이 나란히 서서 수박을 하나하나 던져 2t짜리 전동차에 담는다. 경매하는 2∼3분을 위해 1시간 남짓 수박을 옮기는 꼴이다. 대파의 경우 거래는 1t차량 단위로 이뤄지지만, 옮길 때는 1㎏짜리 단을 일일이 나른다. 하역부 월급은 300만∼400만원. 수박 출하량(435t)이 전날 보다 2배로 늘어 시세가 약간 떨어졌다. ●오전 10시 축산공판장은 위생관리가 철저하다. 흰색 장화와 가운을 입어야 경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 전날 들어온 돼지와 소는 밤새 도축된다. 그래서 공판장에 야릇한 비린내가 감돈다. 돼지고기는 그날 아침에, 쇠고기는 숙성을 위해 다음날 아침에 출하한다. 계단식 의자에 앉은 중도매인 30∼40명이 무대에 올라온 돼지고기를 보며 응찰기를 잽싸게 누른다. 내장을 뺀 돼지고기는 두쪽으로 쪼개져 쇠고리에 매달려 있다. 낙찰시간은 2∼3초. 돼지고기 값이 1㎏에 최고 4600원까지 올랐다. 쇠고기 경매는 오전 11시부터 진행됐다.1㎏ 1만 2000∼1만 7500원. 하루에 경매되는 돼지는 1200마리, 소는 280마리 정도. ●오후 6시 상추·쑥갓·시금치·근대·열무·대파가 차례를 기다린다. 웰빙 열풍으로 적상추, 치커리 등 상채류, 엽채류가 인기. 반면 대파는 1㎏에 50원짜리도 나왔다. 마늘·양상추·케일·파슬리 등 상장 예외 품목은 중도매인에게 바로 넘겨진다. 계절 채소는 출하량이 적어 경매를 하지 않는다. 가락시장의 긴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 갔다.24시간 챗바퀴는 매주 토요일과 명절에만 멈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가락시장을 24시간 밝히는 사람들 가락시장을 24시간 밝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을 갖고 시장을 찾은 생산자와 소매자, 소비자에게 상품을 넘길 중도매인, 그리고 이들을 이어주는 경매사가 그들이다. ●수박 생산자 최인철(46)씨 경북 고령에서 키운 수박 5t을 갖고 15일 가락시장에 도착했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수박 줄기를 잘라놓았더니 하역부가 수박을 운반하고 등급을 매겨 경매장에 전시했다. 운송·하역비만 80만∼90만원. 그동안 출하대기실에서 새우잠을 청했다. 날씨가 선선해진 데다 출하량이 많아 수박 값이 떨어졌다. 단가가 1000원씩만 줄어도 100만원은 족히 손해다. 그래서 생산자는 출하 시점을 잘 결정해야 한다. 수박을 15년 동안 가락시장에서만 팔았다. 전국 평균가격이 정해지는 곳이라 큰 손해를 입지 않는다. 농민들이 흘린 땀만큼, 농산물이 제 값을 받았으면 좋겠다. ●무 중도매인 김한중(63)씨 용산시장에서 활동하다 1985년 가락시장이 들어서면서 옮겨왔다. 밤 10시30분에 출근해 오전 10시쯤 퇴근하는 일을 20년 넘게 반복하고 있다. 무는 전국 곳곳에서 일년 내내 출하되기에 쉴 틈이 없다.2000년 전자경매가 도입되면서 분쟁이 많이 없어졌다.
  • [스포츠라운지] 삼성생명 남자탁구팀 강문수 감독

    [스포츠라운지] 삼성생명 남자탁구팀 강문수 감독

    지난 6일 중국 상하이체육관.‘탁구황제’ 유승민(삼성생명)이 64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하고 ‘마지막 희망’ 오상은(KT&G)이 세계1위 왕리친과 세계탁구선수권 단식 준결승에서 만났다. 오상은은 역부족으로 무릎을 꿇었지만, 관중석 한편에서 6년 동안 공들였던 애제자의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남자탁구의 대부’ 강문수(53) 삼성생명 감독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쉬움이 너무 컸다. ●척박한 땅에 거름 뿌렸다 고교시절 대표로 한·일전에 나서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은 강 감독이지만 77년 어깨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해외 진출과 여자팀 지도자, 고교 체육교사의 세 갈래 길에서 고민하던 강 감독은 80년 김충용 감독의 권유에 따라 제일합섬 남자팀 지도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세계 3강을 유지해 대우가 좋았던 여자쪽엔 유능한 지도자들이 밀집해 있었던 데다 “까짓것 한번 덤벼보자.”는 승부사 기질이 발동한 것. 그때부터 강 감독은 김완·김기택을 조련해 국내무대를 통일,‘제일합섬 전성시대’를 일궜고,86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꿈에 그리던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그의 취임일성은 “앞으로 여자선수들의 훈련상대로 혹사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 요즘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지만, 사상 첫 구기종목 세계 제패를 이룬 73년 ‘사라예보의 기적’ 이후 대표팀 운영도 가능성이 높은 여자 위주였다. 태극마크를 단 남자선수들의 역할은 여자선수들의 ‘훈련도우미(?)’에 불과했다. ‘중국과 일본선수도 사람인데 못 이길 이유가 뭐냐.’며 덤벼드는 그의 열성에 대표선수들도 뼛속 깊이 밴 패배의식을 조금씩 걷어내기 시작했다. 선수들에게 쉴새없이 공을 쳐주는 ‘볼박스 훈련’을 시키다 코치가 목디스크에 걸릴 정도로 ‘단내 나는’ 훈련이 13개월 동안 이어졌다. 주말에 집에 들렀다 나올 때 여섯살짜리 큰딸이 “아빠 또 놀러오세요.”라고 말해 눈시울을 적시는 일도 다반사. 땀은 정직했다.86아시안게임 단체 준결승에서 일본을 32년만에 깨뜨린 데 이어 결승에선 중국을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 부진으로 독기를 품은 ‘막내’ 유남규가 단식을 제패한 것은 아시안게임의 하이라이트. 한번 꽃망울을 터뜨린 ‘강문수식 탁구’는 이후 승승장구했다.88년 단식에서 유남규의 금빛 스매싱으로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올림픽무대마저 정복했다. 누구도 남자탁구를 여자의 들러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올초 상무보 승진… 탁구계 전체 경사 25년 동안 남자탁구 지도자 외길을 걸어온 그는 올초 삼성생명의 상무보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 3월 말엔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아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지원이 탄탄한 삼성의 후광 아니냐는 일부의 시기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평사원 코치로 입사해 제일합섬-삼성증권-삼성생명-삼성카드-삼성생명으로 숱하게 바뀌는 동안에도 한우물만을 판 끝에 ‘회사원의 꽃’인 임원에 올랐다는 점에서 탁구계 전체의 경사로 받아들여졌다. 더 이상 이룰 게 없는 강문수 감독이지만 아직 남은 꿈이 하나 있다. 올림픽보다 몇 배 이상 어렵다는 세계선수권 남자 금메달을 본인의 손으로 일궈내는 것. 역대 최고성적은 지난 2003년 ‘수비의 달인’ 주세혁의 준우승. 유승민이나 주세혁, 오상은 등은 이미 톱클래스이기 때문에 내년 독일 브레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단체 우승도 노려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아테네올림픽에서 유승민의 불꽃투혼에 밀려 금메달을 내주고 망연자실했던 중국 지도자들이 이달 초 상하이에서 만났을 땐 ‘한국의 투지가 실종돼 이젠 무섭지 않다.’고 털어놓은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하는 법을 모르는 ‘미다스의 손’ 강문수 감독이 있는 한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다. 내년 4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독자체험 송지미씨 ‘살 뺐어요’

    독자체험 송지미씨 ‘살 뺐어요’

    서울신문 독자에게 슬리밍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해 김효숙(29·주부)씨와 송지미(28·플랫폼 마케팅팀 주임)씨가 용기있게 나섰습니다. 찬란한 여름을 앞두고 슬리밍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 망설였던 분들, 효숙씨와 지미씨를 따라 살짝 체험해보세요. 다이어트와 체형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찾아 다닌지 어언 5년. 올해도 여름을 앞두고 체형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려고 했지만, 견적을 뽑아보니…. 헉! 한달에 수백만원은 들겠다.‘올 여름에도 멋진 몸매는 포기해야하나.’낙담하던 내게 20만∼40만원선의 체형관리 프로그램인 ‘이롬 에스트리밍’의 코스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경기 분당에 있는 에스트리밍 서현점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브라운톤의 실내와 은은한 아로마향에 축축한 날씨로 우울했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안녕하세요, 처음오셨죠?” 체구는 작지만 또렷한 말투의 김수빈 실장이 반갑게 맞았다. 간단히 카드를 작성했다. 키, 몸무게, 평상시 식습관, 생활패턴 등을 적는다. 키는 조금 늘리고, 몸무게는 조금 빼는 경우가 많지만 이 순간만큼은 정직해야 한다. 바로 이어지는 체조성검사에서 키, 몸무게, 근육량, 체지방, 비만 상태 등이 적나라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근육은 적정선인데, 체지방량이 조금 많네요. 지미씨는 기초대사량이 1397㎉는 돼야하는데 1168㎉정도고요. 기초대사량이 낮다는 것은 분해능력이 떨어져 몸 속에 지방이 쌓이게 된다는 말이죠.” 표준 체형에서 약간 비만이 진행된 상태로 체지방을 6㎏ 정도 줄이고, 근육량을 늘려야 한단다. 진단 결과 ‘전신 체지방 관리’다.. 우선 가운과 일회용 팬티를 입고 활발한 신진대사를 위해 물을 한잔 마신다. 이어 온몸에 에스트리밍 젤을 발랐다. 체지방 분해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다. “고농축 젤이죠. 자극이 있을 수 있으니 일주일에 1∼2차례 발라 마사지해 주는 게 좋아요.” 김 실장의 설명이다.4개팩으로 구성된 제품은 25만원으로,10회 무료관리를 받을 수 있다. 운동기구 위에 올라섰다. 온몸에 통하는 진동으로 몸 속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를 준다. 시작 버튼을 누르니 발바닥에서부터 진동이 느껴진다. 러닝머신을 30분 뛴 듯한 느낌.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고안된 운동기구죠. 똑바로 서있으면 몸 전체에, 무릎을 살짝 굽히면 허벅지부분에 운동이 돼요.” 다음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원적외선 온열기 처음에 발랐던 젤이 땀과 함께 흘러내린다. 따뜻한 것이 스르르 잠이 온다.30분 후 깨어나니 몸에 땀이 흥건하다. 다음은 저주파로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 지방이 많이 모여있는 배와 허벅지에 기계를 붙여 전기자극을 준다. 처음에는 온몸에 침을 맞는 듯 찌릿했는데, 점점 익숙해지니 누군가가 몸을 마사지해주는 느낌이다. 마지막 단계는 아로마 마사지. 등부터 다리까지는 꾹꾹 눌러주는 안마의자에 앉아 머리와 목에 아로마 에센셜오일 마사지를 받는다. 단계별로 30분 정도 소요됐다. ■집에서도 뺄 수 있어요 ●비오템 앱도 쇼크 복부전용 제품. 초콜릿 원료인 활성 코코아 농축성분과 카페인이 지방 축적 억제와 지방 배출을 도와 복부를 슬림하게 해준다. 원더셰이프(Wondershape™) 특허성분은 뱃살을 더욱 탄력있게 조여 준다. 아침, 저녁 하루 2회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마사지하면 피부 깊숙이 흡수된다. 최상의 결과를 위해 각질 제거제를 병행하고(일주일 1∼2회 이상) 하루 1.5ℓ 이상의 물을 마셔 노폐물 배출을 돕고, 균형잡힌 식생활과 더불어 운동을 병행한다.(150㎖,4만원) 복부: 항상 시계 방향으로 마사지한다. 양손을 같이 평평하게 펴 움직인다. 배꼽을 중심으로 작은 원을, 점점 큰 원을 그리면서 힘을 줘 마사지한다. 골반부분은 민감한 부분이므로 피한다. 특히 생리 중에는 더욱 조심한다. ●클라란스 토털 바디 리프트 프랑스연구소에서 26명의 소비자를 30일간 임상실험한 결과 허벅지 둘레를 최대 3㎝ 감소시켰다는 제품. 특허식물성분인 바카린이 지방세포 크기를 키우는 효소의 활동을 둔화시키고, 지방세포가 성숙되는 것을 억제한다. 또 피부결을 부드럽고 매끄럽게 가꾸어 아름다운 보디 라인을 완성한다.(200㎖,5만 7000원) ●로레알파리 퍼펙트슬림 아침, 저녁으로 나누어 지방을 관리하는 제품. 데이젤은 피부의 셀룰라이트를 분해하고, 피부를 탄력있게 가꾼다. 나이트젤은 피부 셀룰라이트 성분의 자연배출을 촉진하고 피부 당이 셀룰라이트화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한다. 피하지방층의 셀룰라이트에 강한 자극을 주는 마사지를 하면 전문시술기구로 마사지한 것에 비견할 만한 효과를 줄 수 있다. 허벅지와 다리에 더욱 효과적이다.(각 200㎖,2만 5000원) step 1:슬리밍 젤 적당량을 가볍게 패팅하듯 부드럽게 펴 바른다. step 2:양손을 붙이고 양손을 편하게 허벅지에 올려놓고 엄지 방향으로 쓸어 올리듯이 마사지한다. step 3:이때 엄지와 검지를 살짝 모아 다리부위를 꼬집는 느낌으로 마사지한다.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특히 관리가 필요한 부분은 집중적으로 마사지한다. ●시세이도 보디크리에이터 아로마 스컬프팅 젤, 아로마 퍼밍 크림, 아로마 솔트 스트럽의 세가지 제품으로 보디케어 효과를 준다. 그레이프 푸르츠, 후추, 회향초, 에스트라곤의 4가지 에센셜 오일로 아로마 효과를 유지한다.30∼60세 97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할 결과 4주동안 셀룰라이트 82%가 감소했다는 설명. 젤과 퍼밍크림은 은 몸 전체, 특히 허벅지 히프 허리 팔 위쪽 등 신경쓰이는 부위에 충분히, 집중적으로 바른다. 하루 최소 한번 이상 정기적으로 사용한다.(200㎖·젤 5만 5000원, 크림 6만원) ●DHC 보디라이너 은행나무·월년초·진피 엑기스 등 식물성 엑기스가 배합돼 빠르게 흡수되며 고민이 되는 부위를 매끄럽고 탱탱하게 가꾼다. 진피 엑기스는 노폐물의 배출을 촉진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끈적이지 않고 시원한 사용감을 위해 알코올 성분이 약간 함유돼 있어 건조한 피부라면 제품을 사용한 뒤에 아로마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매일 아침·저녁 적어도 두달 이상 꾸준히 바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몸이 따뜻해지면 시너지 효과가 높아지므로 운동이나 목욕 후에 바르면 좋다. 고민이 되는 부위를 가볍게 꼬집거나 비틀어 주어 겹겹이 쌓여 있는 셀룰라이트 구조를 흐트린다. 팔·허벅지·종아리 부위는 아래서 위로 끌어 올려 주듯이 가볍게 마사지해준다. 방망이나 병 등의 도구를 이용해 종아리·허벅지 등을 문질러 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배 부위는 가볍게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듯이 문질러 마사지한다.사용 후에 얼음팩을 2∼3회 정도 반복해 올리면 더욱 좋다. 아이, 임산부, 아토피 피부, 알코올 성분에 민감한 사람은 피하고, 가슴부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300㎖,4만원) ■ 여기서도 뺄 수 있어요 ●스타 몸매 만들기로 유명한 ‘마리프랑스’ 아시아인의 체형과 식습관,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과학적인 프로그램으로 지방, 셀룰라이트가 축적된 신체 부위와 팔뚝, 뱃살, 다리, 허리 등 원하는 부위의 살을 빼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이슈가 된 가수 윤은혜의 비키니 프로그램은 전신관리·독소배출·셀룰라이트제거·몸매 보정관리 등 5단계로 진행됐다. 전신관리는 가장 대표적인 기본관리 프로그램으로 오랜 시간 체지방을 연소시키고, 체내 열에너지 소모를 극대화해 날씬한 실루엣을 만든다. 불규칙한 생활과 스트레스로 인해 몸에 독소가 많이 쌓여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독소배출 관리를 통해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지방분해 효과를 준다. 울퉁불퉁한 몸매 라인을 만드는 셀룰라이트를 제거해 아름다운 보디라인을 만든다. 부분관리 이후에는 몸매 보정관리를 통해 남은 셀룰라이트와 지방, 특히 내장지방을 감소시켜 정상적인 생활만 유지하면 요요현상 없이 탄력있는 몸을 유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관리가 200만원부터 시작된다.1588-7546,www.mariefrance.co.kr ●알뜰 뷰티족을 위한 ‘이지은 레드클럽’ 실속형 피부·체형관리 숍을 내세운 이지은 레드클럽은 기존의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가격은 대폭 줄여 알뜰족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짧은 시간에 체지방과 복부 지방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게 레드클럽의 인기 비결이다. 체지방 5%를 감소시키고 기초대사량 30∼40% 증가시키는 관리(20분·3000원), 복부 경혈을 자극해 장기능을 개선시키고 불필요한 지방이 쌓이지 않게 하는 복부관리(30분·5000원), 팔 복부 등 히프 종아리 허벅지 등 부위별로 원하는 곳을 관리하는 부분비만관리(부위별 15분·2만원)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복부와 부분비만 관리가 함께 들어가는 복부지방집중관리는 1시간 20분 정도 진행되며,2만 8000원이다.(www.leeredclub.co.kr) ●셀프 다이어트 클럽 ‘이피온’ 1만원으로 6단계 다이어트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는 이피온은 ‘빠르고 쉬운 다이어트’를 표방한다. 먼저 체성분분석기로 체지방율 복부비만율을 측정한 뒤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억제해주는 활성수소가 나오는 전해환원수를 마신다. 이어 세포활성화 및 세포조직 생성을 도와 주는 원적외선 온열돔에 들어간다. 순수 원적외선 사우나와 롤링베드의 지압, 마사지 기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독자체험 김효숙씨 ‘쏙쏙 빠져요’ 한방다이어트로 5㎏ 감량에 성공한 나. 하지만 결혼한 지 두 달만에 무려 4㎏이 불었다. 결혼 전에는 음식 메뉴를 개발하고 시험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살을 빼기 힘들더니, 직장을 그만둔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하루빨리 관리에 돌입해야 한다! 서울 청담동에 새롭게 연 ‘헬스앤슬림’을 찾았다. 고급스러운 체형관리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체조성검사를 끝내고 상담에 들어갔다. 상쾌한 목소리의 이샤론 원장이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체지방이 높아요. 몸무게의 30% 정도가 체지방인데, 여기서 10%는 빼주어야 건강체형이 될 수 있겠군요.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요. 몸이 쉽게 붓는다는 말이죠. 이런 경우에는 식이조절이 필요해요. 탄수화물을 줄여 체지방을 몸 속에서 활용하도록 하고 단백질 섭취를 늘려 근육량을 높이는 식으로요.” 진단 결과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분해하고,1시간30분의 운동을 병행하는 프로그램 필요. 그래, 한번 해보자. 우선 1층에 있는 오토피트니스장으로 갔다.“운동부터 해야 마사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몸을 활성화시켜 분해, 흡수가 잘되죠.” 늘 고객에게 운동을 먼저 권한다는 이 원장의 설명이다. 기구에 앉아 팔을 위로 뻗어 손잡이를 잡았다. 시작 버튼을 누르니 앉은 상태로 몸을 쭉 펴준다. 가만히 엎드려 있으면 다리를 움직여 히프업을 시켜주는 기구도 있고, 하체를 90도 정도 움직여주는 것도 있다. 기구가 알아서 적당한 각도를 맞추고 평상시 쓰지 않는 근육을 운동시켜 준단다.17가지 기구를 5∼6분 정도 기본으로 사용한다. 개운한 느낌으로 온몸이 쭉쭉 뻗은 느낌인데 땀은 나지 않는다. “운동 후 샤워를 하고 다시 화장을 해야하는 것 때문에 낮운동을 꺼린 여성에게 좋죠. 운동을 싫어하거나, 바쁜 직장여성에게 권할 만합니다.” 이 원장이 덧붙였다. 한달에 30만원인데 6개월이면 120만원,1년에 200만원으로 장기회원일수록 혜택폭이 크다. 지난해 100만원을 들여 스쿼시 연간 회원권을 끊었지만 너무 힘들어 몇번 못갔던 것을 생각하면 가격은 그리 비싼 편은 아닌 듯하다. 체지방을 분해하는 실버래핑에 들어갔다. 얼굴에 간단한 마사지를 하고, 은가루를 발라 각질을 제거와 미백효과를 준다. 온몸에도 은가루를 젤과 함께 바르고 원형 기구로 온몸을 마사지했다. 노폐물을 내보내고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단다. 세상에, 은가루를 온몸에 바르다니. 이런 호사가 없다. 체내 흡수율이 더 좋은 금가루를 사용하는 골드래핑도 있단다.30만∼40만원선.
  • 찬호! ‘마그누스 효과’ 알면 백전백승

    찬호! ‘마그누스 효과’ 알면 백전백승

    운동경기에 활용되는 공의 특색있는 모습 속에는 과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다. 만약 야구공의 표면이 매끄럽다면 160㎞대의 강속구와 춤을 추는 듯한 변화구도 없었을 것이고, 배드민턴에서 셔틀콕의 모양이 다르다면 순간 최고 시속 260㎞에 달하는 셔틀콕을 주고받기 위해 축구장 넓이만한 경기장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각종 공의 신비를 벗겨본다. ●빠른 직구 투수들 “공기야 저항해다오” 야구공은 코르크나 고무로 된 작은 심에 약 280m에 달하는 실을 감은 뒤 8자 모양의 말가죽 또는 쇠가죽 두 장을 굵은 실로 108번 꿰매 만든다. 야구공은 원 모양의 가죽 두 장을 서로 꿰매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럴 경우 꿰맨 부분이 만두처럼 주름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공 표면에 실을 꿰맨 자국인 실밥(솔기)은 투수가 빠른 공이나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게 한다. 공기의 저항이 클수록 공의 속도나 움직임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밥은 이와 정반대의 현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야구공이 공기를 통과하면 공 앞쪽은 압력이 커지는 반면 뒤쪽은 작아진다. 이같은 압력차에 의해 공 주변에는 공의 진행을 방해하는 얇은 공기막이 형성된다. 그러나 공의 실밥이 회전하면서 공기막을 깨뜨리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공은 오히려 더욱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빠른 직구를 던지는 투수들은 공기의 저항을 더 많이 받고 공의 회전력을 높이려고 실밥과 손가락의 방향이 직각이 되도록 공을 잡는다. 공의 회전이 거의 없는 너클볼이 직구에 비해 느린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변화구 역시도 마찬가지다. 투수가 공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력을 줄 경우 공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진다. 이는 공의 회전 방향과 공기가 흐르는 방향이 반대인 공의 오른쪽은 마찰이 생겨 압력이 증가하며, 공의 회전과 공기의 흐름이 일치하는 공의 왼쪽은 공기 흐름이 빨라져 압력이 감소한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이순호 박사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체를 밀어내는 힘을 발휘하는 ‘마그누스 효과’ 때문에 야구공의 진행 방향이 바뀌게 된다.”면서 “공기의 흐름이 없다면 160㎞대의 강속구도, 춤을 추는 듯한 변화구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공 작은 홈들이 비거리 높여 이같은 마그누스 효과는 골프에서도 일어나며, 골프공 표면에 있는 작은 홈인 딤플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골퍼는 공의 밑부분을 때리기 때문에 공은 역회전하며 날아간다. 이에 따라 역회전하는 골프공의 아래쪽 공기는 마찰 때문에 압력이 증가하고 위쪽 공기는 상대적으로 압력이 작아져 공은 위로 밀어올려진다. 딤플은 야구공의 실밥처럼 마찰과 압력을 증가시켜 공의 비거리 및 체공시간을 늘어나게 한다. 이 때문에 골프공에 딤플이 없다면 비거리는 20% 가량 감소하게 된다. 이 박사는 “마그누스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공의 회전력을 높여야 한다.”면서 “이는 스윙 속도가 빠른 프로골퍼보다 아마추어골퍼에게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타이거 우즈 같은 프로골퍼의 경우 처음에는 공의 속도가 빨라 마그누스 효과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공의 속도가 떨어지는 순간 이 효과가 나타나 공이 높게 떠오르는 ‘2단 도약’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 축구에서도 마그누스 효과를 이용, 공격수들은 수비수와 골키퍼를 속이기 위해 공을 휘어차는 이른바 ‘바나나킥’을 할 수 있다. 특히 공을 강하게 차면 찰수록 공 주변에 형성되는 공기막은 얇아지고 마찰력이 줄어들어 ‘난류 상태’가 되기 때문에 직선으로 날아가던 공이 갑자기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브라질 출신 축구선수 로베르토 카를로스가 엉뚱한 방향으로 찬 시속 150㎞의 공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나 영국의 데이비드 베컴이 ‘프리킥의 마술사’라 불리는 이유도 과학의 원리를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구,‘새 공 줄게, 헌 공 다오’ 농구공 표면에 울퉁불퉁한 돌기는 선수들이 드리블할 때 손바닥과 공이 닿는 면적을 줄여 미끄러지는 현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새 공은 유분이 남아 있어 손에 땀이 날 경우 더욱 미끄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농구는 구기종목에서 거의 유일하게 새 공이 아닌 헌 공을 사용한다. KBL(한국농구연맹) 관계자는 “공식경기에서 어떤 공을 사용해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면서 “다만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프로농구의 경우 연고팀이 제공하는 연습용 공 16개 가운데 원정팀이 2개를 고르며 선택권은 보통 원정팀 가드나 슈터가 갖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인천 전자랜드 블랙슬래머’와 ‘전주 KCC 이지스’가 경기를 치를 경우 인천이 원정팀이면 이 팀의 슈터인 문경은 선수가, 전주가 원정팀이면 조성원 선수가 경기에 사용할 공의 선택권을 쥐고 있다. 또 셔틀콕은 주로 거위와 오리, 닭 등 조류의 깃털을 이용한다. 특히 고급 셔틀콕은 거위의 오른쪽 또는 왼쪽 날개 등 한방향으로 된 깃털만을 엮어 만든다. 이 때문에 셔틀콕에 적당한 회전력이 주어지면 멀리 날아가지만, 강한 회전이 걸리면 오히려 가까운 곳에 떨어진다. 이 박사는 “셔틀콕은 구조상 공기의 저항을 많이 받으며 강한 회전력은 저항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서 “따라서 깃털 방향과 회전 방향이 일치하면 빠르게 날아가다, 역방향이면 천천히 날아가다 각각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셔틀콕에 사용되는 거위 깃털 수는 모두 16개. 그러나 거위의 양날개 깃털은 모두 합해봐야 14개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셔틀콕 하나를 만드는데 거위 3마리가, 보통 40개의 셔틀콕을 사용하는 한 경기를 마치기 위해서는 60마리 정도의 거위가 필요한 셈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뷰티Q&A]

    Q. 날이 더워서 그런지 피부가 번들거리고 붉은 뾰루지가 생긴다. 그냥 두니 보기 싫고, 짜자니 자국이 남아 더욱 괴로운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A. 고온 다습한 환경으로 인해 과잉으로 분비되는 피지와 땀 등은 여드름 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여드름 균의 증식으로 붉은 여드름(구진성 여드름), 화농성 여드름이 쉽게 발생하므로 세심한 케어가 필요하다. 외출 후에는 꼼꼼한 이중 세안을 통해 피부의 과잉 피지와 노폐물을 제거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세안 후에는 피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오일프리 제품으로 피부를 수렴시켜 준다. 여드름 균으로 염증이 악화된 여드름 부위에는 여드름 전용 스폿 케어를 이용해 염증을 진정시켜 주는 것이 좋다. 여드름을 무리하게 짜면 그 부위의 피부 조직이 손상돼 여드름 흉터가 발생하고 자외선 영향에 의하여 색소가 침착돼 거무스름한 여드름 자국이 남게 되므로 가급적이면 여드름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 여드름 부위를 부득이하게 짤 경우에는 면봉을 이용해 가볍게 짜내고 소염 작용이 있는 제품을 이용하여 진정시켜준다. 미백 제품을 병행해 관리해주고 외출 시에는 선크림을 꼼꼼하게 사용해 강한 자외선으로 여드름 부분에 색소가 남는 것을 막아야 한다. ■ 도움말 DHC 미용상담팀 이영아
  • 화려한 성장… 짙은 그림자

    화려한 성장… 짙은 그림자

    ‘화려한 성장 뒤의 짙은 그림자’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이 땀흘려 거둔 경영 성과를 빗댄 말이다. 재무구조, 수익성, 성장성은 1960∼70년대 개발시대의 고도성장을 넘볼 정도로 알찬 결실을 거두었으나, 대기업-중소기업, 수출-내수기업의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곳간에 돈(66조원)만 잔뜩 쌓아놓고 앞날을 예측못해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도 여전히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04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연간 매출액 25억원 이상 5437개 업체 대상)’에 따르면 제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7.8%로 전년(4.7%)보다 3.1%포인트 올랐다.65년(7.9%)이후 4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출호조 등으로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개선(6.9%→7.6%)된 데다 영업외수지가 금리하락 및 차입금 감소 등으로 매출액 대비 -2.2%에서 0.2%로 개선된 덕분이다. 경영을 잘해 제조업의 현금보유 비중도 지난해 9.7%(60조원)에서 9.9%(66조원)로 10% 올랐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LG전자, 포스코,SK㈜ 등 5대 기업의 현금보유는 12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104.2%로 전년말(123.4%)에 비해 19.2%포인트 떨어졌고, 전 산업 부채비율은 114.0%로 미국·일본보다 낮았다. ●제조업, 양극화 골 더 깊어졌다 대기업(제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6.0%에서 10.2%로 4.2%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2.3%에서 3.3%로 0.8%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대기업이 1000원어치 팔아 102원을 남겼다면 중소기업은 33원에 그쳤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5대 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17.0%로 전년(10.9%)보다 크게 뛰었다. 반면 중소기업 중에서도 연간 매출 500억원 미만인 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1.9%에서 2.0%로 미미한 상승에 그쳤다. 특히 수출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4.9%에서 9.3%로 오른 반면,20% 미만인 기업은 4.6%에서 4.7%로 올라 수출비중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몸만 살찌우고 뛰지 않아 걱정 문제는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계·설비를 비롯한 유형자산의 전년대비 증가율이 2003년 1.7%에서 4.8%로 높아졌다. 하지만 투자가 활발하지 못해 기업들의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유형자산의 비중은 2002년 43.2%,2003년 41.6%,2004년 40.6%로 3년째 연속 하락했다. 한은 기업통계팀 이상현 차장은 “기업의 재무구조 등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데 비해 내수기업 및 중소기업의 성과가 미진하고 기업의 투자가 미미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기업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전반에 선순환구조가 흔들릴 우려가 크기 때문에 투자활성화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땀 흘리고 경품도 받고”

    서울시 자치구들이 주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노원·도봉·용산·강동구는 구민 체육대회와 산행대회 등을 개최한 데 이어 양천·강북·성동·광진구가 체육 행사를, 중랑구는 구민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선수 모집은 끝났지만 예고없이 행사장을 찾아도 다양한 단체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볼거리도 풍부하다. 양천구는 14일부터 16일까지 ‘양천 구민의 날 대축제’를 양천공원, 양천문화회관, 안양천 등에서 다채롭게 개최한다. 구민 체육대회는 15일 오후 1시부터 안양천 A축구장에서 열리며,4종목(한마음줄넘기, 지네발릴레이, 스피드특급열차, 작품발표회)이 열린다. 강북구민들도 14일 오전 9시 강북구민운동장으로 가면 ‘제9회 강북구민 문화·체육 한마당’을 즐길 수 있다. 민속경기 및 체육 경기 7종목, 구민노래자랑이 열리고, 체조시범·경찰악대·널뛰기 시범이 펼쳐진다. 이날 참여한 구민 중 추첨을 통해 김치냉장고·TV·자전거 등을 증정할 예정이므로 운이 좋으면 뜻밖의 소득도 얻을 수 있다. 성동구는 20일 오전 9시부터 살곶이 체육공원에서 성동구민 한마당 체육대회를 개최한다.▲줄다리기·한마음달리기·줄넘기·족구·그네뛰기 등 5종목의 주경기와 ▲제기차기·훌라후프돌리기, 투호경기, 공굴리기 등의 부대경기를 치른다. 태권도시범·재즈댄스·사물놀이와 초대가수의 축하 공연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예정이다. 가훈써주기·알뜰장터·어린이놀이공원·건강체크 코너도 마련됐다. 한강시민공원이 있는 광진구는 뚝섬지구 축구장에서 25일 ‘광진구민 한마음체육대회’를 연다. 동별 대표선수들이 나와 오전에 줄다리기·이어달리기·씨름·럭비공 승부차기 예선을 치르고 오후에 결승전을 거쳐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응원전도 펼쳐진다. 중랑구는 16일 오후 2시부터 중랑구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중랑구민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한다.2004년도 중랑구민노래자랑 수상자들의 구성진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 면목1동 사람들의 흥겨운 ‘풍물놀이’, 묵2동의 ‘댄스스포츠’ 공연이 선보이고, 초청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선착순으로 600명 정도 입장이 가능하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16세 최연소 양궁국가대표 이특영

    [스포츠 라운지] 16세 최연소 양궁국가대표 이특영

    새벽 5시 50분. 자꾸만 감기는 눈을 몇번이나 비벼보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도 보지만 아직 16살 소녀에게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하지만 투정은 잠시뿐. 얼른 마음을 다잡고 이슬이 촉촉한 운동장을 향해 총총 발걸음을 옮긴다. 하체 단련을 위해 400m 트랙을 5바퀴 돌면 몽롱하던 잠 기운은 싹 가시고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오후 9시까지 식사와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이어지는 건 훈련, 또 훈련뿐이다.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그에게 힘들지 않으냐고 걱정스레 물었더니 “국가대표로 운동할 수 있는 게 흔한 기회는 아니잖아요?”라고 당차게 되묻는다.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162㎝,52㎏ 자그마한 체구의 이 소녀는 한국 양궁 사상 최연소로 세계선수권대회(6월 20일, 스페인 마드리드) 출전권을 획득한 ‘여고생 궁사’ 이특영(16·광주체고 1년)이다. ●‘특별하게 빛나는’ 양궁 새별 ‘특별하게 빛난다’는 뜻을 가진 특영(特煐)이란 이름은 어머니 김칠순(50)씨가 지어줬다. 위로 언니만 넷이라 아들인 줄 알았다며 지은 이름. 하지만 가장 존경하는 선수라는 ‘신궁’ 김수녕(34)이 88서울올림픽 2관왕에 오를 때도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던 이특영은 이제 어머니의 예측대로 한국 양궁의 ‘새별’이 됐다. 광주 두암초등학교 4학년 체육시간. 피구 경기 중 특영이가 던지는 배구 공에 맞은 아이들은 저마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코트 밖으로 나가야 했다. 평소 달리기도 으뜸인 특영이의 남다른 운동신경을 유심히 살펴 보던 양궁 코치가 활쏘기를 권유했다. 특영이는 “어릴 때부터 다트 게임을 좋아해 양궁이 어떤 운동인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궁금함만으로 힘든 운동을 견디기는 어려웠다. 한달 만에 그만뒀다. 미래의 새별이 빛도 발하지 못하고 사라질 뻔했지만 코치가 교실까지 찾아와 끈질기게 설득하는 바람에 다시 양궁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숨겨진 재능이 주머니 속 송곳처럼 솟아나온 건 2003년 5월 열린 32회 전국소년체전에서였다. 당시 동명중 2학년이던 특영이는 50m와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열린 같은 대회에서도 50m와 개인종합을 휩쓸었다. 군계일학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달 9일 2005 양궁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트리오’ 박성현(22), 이성진(20·이상 전북도청), 윤미진(22·경희대 4년)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특영이는 “올림픽에 나갔던 언니들을 이겼다는 게 놀랍고도 기분 좋았지만 내심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놀이공원 가고 싶은 소녀, 스페인 가다 쉴틈없이 달려와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지만 특영이는 아직 16살, 고1 소녀다. 인터넷 게임도 하고 싶고 놀이동산도 가고 싶다. 하지만 운동이 끝난 뒤 친구들과 채팅을 즐기는 것이 피곤함을 견뎌내는 소중한 힘이 된다. 게다가 투정만 부리지 않을 만큼 대견하기까지 하다. 특영이는 “김수녕 언니처럼 꾸준히 오랫동안 선수생활하면서 외국 대회도 자주 나가려면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다짐했다. 새달 2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첫 메이저대회 데뷔 무대. 또래보다 3∼4파운드 높은 44파운드짜리 활을 쓸 정도로 힘이 좋고 성격이 담대하면서 침착한데다 승부욕까지 뛰어나 김진호-서향순-김수녕-윤미진의 뒤를 이을 ‘여고생 궁사’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영이는 “물론 세계대회에서 잘하고 싶지만 열심히 노력한 뒤에 오는 어떤 결과에도 만족할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면서도 “대회 끝나면 귀국하자마자 친구들과 피자 먹으러 가고 싶다.”며 어느새 또래 소녀로 돌아와 활짝 미소 짓는다. 글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사랑찬가’ MBC드라마 맛 살릴까

    ‘사랑찬가’ MBC드라마 맛 살릴까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노력하는 신데렐라’의 발랄, 경쾌한 성공 스토리가 MBC 드라마 부활을 이끈다. MBC가 14일부터 옴니버스 주말극 ‘떨리는 가슴’의 후속으로 새 주말연속극 ‘사랑찬가’를 선보이는 것. 그동안 MBC는 ‘대장금’의 대성공 이후 드라마 경쟁에서 KBS 등에 밀려왔던 것이 사실. 때문에 이번 ‘사랑찬가’에 거는 안팎의 기대가 크다. 대장금의 기획을 맡았던 조중현 프로듀서가 연출하고, 최윤정 작가가 스토리를 요리한다. 제목에서 ‘찬’은 음식을 뜻하는 ‘찬(饌)’이다. 무대는 ‘순수하고 진실된 사람’ 오순진이 일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그는 식당 매니저로 출발해 외식업계의 일인자로 성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픈 가족사를 지닌 재벌 3세 강새한과의 사랑도 엮어나가게 된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우는’ 캔디형 주인공이 등장했던 종래의 다른 드라마와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듯. 제작진은 요리를 소재로 했으나,‘대장금’의 현대판 리메이크로 여겨지는 것은 꺼리는 눈치다. 조 프로듀서는 “요리는 드라마의 한 소재이자 양념일 뿐,‘대장금’처럼 중심 스토리가 아니다.”라면서 “자신의 노력과 땀으로 사업과 사랑에 동시에 성공하는 여주인공을 통해 밝고 건전한 드라마상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순진 역은 장서희가 맡아 ‘회전목마’ 이후 1년4개월여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상대역 강새한은 전광렬이 연기한다. 지난달 25일부터 촬영이 시작된 이 드라마를 위해 장서희는 서빙매너 교육을 받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장서희는 “지금껏 강하지만, 어두운 역할이 많았는데 모처럼 밝은 이미지여서 기대된다.”면서 “행운이 아니라 노력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드라마가 됐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무슨영화 볼까]

    ●킹덤 오브 헤븐 장르/예매율 서사액션/27.99%(15세) 감독/배우는 리들리 스콧/올랜도 블룸·에바 그린·리암 니슨 어떤 줄거리 12세기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펙터클 영웅담. 이래서 좋아 ‘글래디에이터’못지 않은 사실적 전투장면. 이래서 별로 액션의 규모에 눌려 녹아버린 드라마 홈피 반응은 “좀 지루하네요…” ●혈의 누 장르/예매율 스릴러/45.95%(18세) 감독/배우는 김대승/차승원·박용우 어떤 줄거리 19세기 조선시대 외딴 섬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이래서 좋아 한국 사극스릴러의 새 장을 열다? 이래서 별로 잔인한 장면이 많으므로 임산부와 노약자는 ‘요 주의’. 홈피 반응은 “반전보다는 인간의 추악한 내면에 방점” ●주먹이 운다 장르/예매율액션/0.26%(15세) 감독/배우는 류승완/최민식·류승범 어떤 줄거리 전직 복서와 소년원 출신 복서의 인생을 건 승부. 이래서 좋아 땀 냄새, 사람 냄새가 물씬물씬. 이래서 별로 어쩔 수 없는 신파의 분위기. 홈피 반응은 “카리스마와 연기력의 대결” ●트리플X2 장르/예매율 액션/0.88%(12세) 감독/배우는 리 타마호리/아이스 큐브·새뮤얼 잭슨·윌렘 데포 어떤 줄거리 감옥에서 ‘발탁’된 죄수, 미국 대통령 구하다. 이래서 좋아 콜러코스터처럼 아찔한 액션. 이래서 별로 ‘전편’을 뛰어넘지 못한 속편. 홈피 반응은 “화려한 액션, 속 시원합니다.” ●밀리언즈 장르/예매율 코미디/1.23%(전체) 감독/배우는 대니 보일/알렉스 에텔·루이스 맥거본 어떤 줄거리 하늘에서 돈벼락 맞은 꼬마형제의 기상천외한 돈쓰기. 이래서 좋아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쾌한 풍자.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 “어른을 위한 동화” ●킨제이 보고서(13일 개봉) 장르/예매율 드라마/1.85%(18세) 감독/배우는 빌 콘돈/리암 니슨·로라 리니 어떤 줄거리 성실태 보고서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미국 동물학자 킨제이 일대기. 이래서 좋아 킨제이란 인물이 저랬다고? 몰랐네∼ 이래서 별로 요즘 세상엔 좀 따분한 1940년대 섹스 이야기. 홈피 반응은 “킨제이 삶보다 더 돋보인 주인공의 연기” ●댄서의 순정 장르/예매율 코믹드라마/19.81%(15세) 감독/배우는 박영훈/문근영·박건형 어떤 줄거리 첫사랑에 눈뜬 스무살 옌벤 소녀의 라틴댄스 정복기. 이래서 좋아 깜찍한 문근영, 춤도 잘 추네∼ 이래서 별로 문근영만 도드라지는 신파 멜로. 홈피 반응은 “상상 이상의 춤솜씨” ●코치 카터(13일 개봉) 장르/예매율 드라마/1.76%(15세) 감독/배우는 토머스 카터/새뮤얼 L 잭슨 어떤 줄거리 오합지졸 고교 농구팀의 감동 성공기. 이래서 좋아 응원석에 앉은 듯 운동감이 전해오는 스포츠 영화. 이래서 별로 역경 끝에 인간승리하는 빤한 줄거리. 홈피 반응은 “…”
  • 英 육사 ‘해리왕자 길들이기’

    영국 해리(20) 왕자가 9일(현지시간)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 입교, 진흙·땀·눈물로 점철될 44주간의 장교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아버지 찰스 왕세자의 두번째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아프리카에서 여자 친구 첼시 데이비(19)와 휴가를 즐겼던 해리 왕자는 사관학교 입학을 고대했다고 밝혔다. 찰스 왕세자는 샌드허스트까지 둘째아들과 동행하며 해리 왕자를 격려했다. 해리 왕자는 정식 사관생도가 되기 전에 4일간의 체력 및 군사 작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학교 등록을 마치면 ‘웨일스’라고만 새겨진 빨간색의 이름 배지를 달고 다니게 된다. BBC 등 영국 언론은 샌드허스트가 파티에서 나치 제복을 입는 등 말썽꾸러기로 알려진 해리 왕자를 ‘길들일’ 수 있을지 주목했다. 샌드허스트의 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한데 첫 5주간은 주말도 없이 오전 5시20분에 일어나 자정까지 잠자리에 들 수 없다. 작고 간소한 방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며, 개인적인 사진이나 휴대전화 및 라디오 등 오락기구는 일체 소지할 수 없다. 사관 생도들이 일년안에 졸업하기 위해서는 좋은 다리미와 다림판을 가져가 제복을 주름없이 말끔하게 유지하는 게 필수다. 선배 생도들은 해리 왕자에게 작은 진공청소기를 가져오는 것도 좋을 거라고 충고했다. 평소 파티와 나이트클럽 출입을 즐겨왔던 해리 왕자는 함께 입교한 32명의 여성 사관생도들과 다른 소대에서 훈련을 받는다. 사관학교측은 해리 왕자를 다른 생도와 똑같이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관들은 그를 ‘미스터 웨일스’ 또는 ‘생도 웨일스’로 부를 계획이다. 명문 사립학교 이튼스쿨을 졸업한 해리 왕자는 직업 군인의 길을 걷겠다고 밝혀 왔다. 해리 왕자는 지난 1월 사관학교에 입교할 예정이었으나 군사 훈련 도중 무릎을 다쳐 입학이 연기됐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수원 한일초교 어머니 사물놀이패 ‘한우리’

    수원 한일초교 어머니 사물놀이패 ‘한우리’

    한 초등학교 교사가 대학 동아리의 경험을 살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대상의 사물놀이패 동아리를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동체의식을 키우는 것은 물론,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마당으로 국악을 활용하고 있다. 교육대에 재학 중인 후배들에게는 예비교사의 교단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국악을 통해 교사-학생-학부모 사이에 서로 이해하며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학교 현장을 찾았다. “쟁쟁쟁∼쟁기∼쟁∼기쟁∼쟁쟁” 상쇠 강경순(39·여)씨의 꽹과리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수장구 남양선(39·여)씨는 “쿵따따∼쿵따! 덩덩덩∼”하며 신나게 장구를 두들기고, 북재비 김미향(41·여)씨도 머리를 힘차게 흔들며 “더덩∼더덩∼덩덩∼” 쉴새없이 북채를 움직였다.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수원 한일초등학교 운동장은 어머니 사물놀이패 ‘한우리’의 공연으로 한껏 달궈져 있었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어머니 11명은 혼연일체가 됐고 북과 장구, 꽹과리는 환상적인 소리의 조화를 만들어냈다.“우와!” 6학년 동주(12)는 환호성을 질렀다. 상쇠 강씨는 바로 추임새에 들어간다.“얼쑤, 절쑤, 잘 한다, 절씨구, 덩닥기, 덩기닥, 덩기, 닥기, 덩기닥, 절쑤” 그러자 공연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모두 젓가락을 마주 때리며 장단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고 어깨를 덩실거리며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다. “저기가 우리 엄마야.” 3학년 예진(9)이는 이강복(38)씨를 가리키며 친구에게 연신 자랑을 늘어놓았다.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던 6학년 석현(12)이는 “우리 조상 고유의 리듬에 맞춰 절로 춤이 나왔다.”면서 “사물놀이패 공연을 자주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7분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어머니들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꽹과리를 맡은 박상숙(42)씨는 “아들 앞에서 한 공연은 처음이라 무척 떨렸다.”면서 “아이들의 반응이 예상 외로 좋아 보람을 느낀다.”며 흐뭇해했다. 한일초등학교 어머니 사물놀이패 ‘한우리’가 결성된 것은 지난해 4월이었다. 학교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짜내던 중이었다. 그 때 평소 전통문화에 조예가 깊던 김종호(32) 교사의 자원으로 주민들에게 사물놀이 강습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학부모 20여명이 모여 시작했다. 모두 전통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하지만 우리 가락을 익히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전통 가락을 외우는 것도 녹록지 않았지만 몸으로 익히기는 더욱 어려다. 박씨는 “몸과 머리가 함께 가락을 익히는 데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며 처음 배울 때를 돌이켰다. 남씨는 “피아노나 플루트 등은 아파트에서 연주해도 주민들의 불평이 적은데 장구나 북을 연주하면 여기저기서 민원이 들어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몇 명이 그만두었고 11명만이 남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9월 마을노래자랑 찬조 출연으로 공연의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지금까지 동네 양로원과 노인대학 등에서 5∼6차례 공연을 펼쳤다. 동네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일부는 사물놀이를 배우겠다며 학교를 직접 찾기도 했다. 학부모들의 열정이 전통음악에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들은 무엇보다 전통음악을 통해 가족 분위기가 밝아진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정선숙(39)씨는 “가족끼리 국악 공연을 찾는 일이 많아지면서 전통음악이라는 가족 공통의 관심사가 생겨 더 친해진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강경순씨는 “국악공연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가 무척 좋아한다.”면서 “모자간의 정도 더 깊어졌다.”고 했다. 박상숙씨는 “전통음악을 배우고 싶어하는 남편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면서 “평소에는 일상적인 대화만 했었는데 요즘은 사물놀이가 대화의 양념 역할을 한다.”고 좋아했다. 김종호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사교육 때문에 너무 바빠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이 적은데 학부모와 아이들이 사물놀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생기면서 새로운 대화의 장이 생겼다.”면서 “학부모와 학생들 모두 달라진 가족 분위기에 만족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들이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장점 가운데 하나다. 엄마의 공연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싶다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6학년 인성(12)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배울 곳이 많은데 우리 음악은 가르치는 곳이 별로 없다.”면서 “조만간 태평소를 배워 전통음악의 맥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일근 교감은 “한우리 활동을 하는 부모의 자녀들은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지난달 어린이 단소부 모집에 이들 학부모의 80% 이상이 가입했다.”면서 “앞으로 한우리 단원을 30명까지 늘리고 가야금부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공동체 정신 기르는덴 전통문화가 가장 적합-‘한우리’ 창설 주도 김종호 교사 “전통문화는 아이들이 즐겁게 공동체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경기도 수원의 한일초등학교에서 어머니 풍물놀이패인 ‘한우리’를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종호(32) 교사는 전통문화 교육의 필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한일초등학교에 몸담고 있다가 올해부터 수원 당수초등학교에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와 인터넷 게임 등에만 푹 빠져 공동체놀이를 모른다.”면서 “강강수월래와 농악, 사물놀이 등 우리 전통문화를 학교 현장에서 활성화시켜 공동체정신을 길러주면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가 전통문화의 효과를 확신한 것은 지난 1995년. 대구교대에 재학하면서 대구 남도초등학교에서 특기적성 강사로 근무하면서다. 당시 김 교사는 학교에서 탈춤을 가르쳤다.5월 운동회 때에는 탈춤반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연습할 때 ‘얼쑤, 절씨구, 덩기 닥기 덩기닥’ 추임새를 넣었어요. 그러자 아이들도 따라했고 운동장을 반쯤 돌았을 때 옆 뒤로 애들이 쫓아오더군요. 곧 이어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었습니다.” 그는 “서양음악보다 우리 전통가락이 아이들 정서에 훨씬 더 맞는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학부모들을 모아 사물놀이패를 만든 이유에 대해 “교육은 가정과 학교, 사회 3곳에서 동시에 이뤄진다.”고 전제한 뒤 “7차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음악 교과서에 전통음악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전통문화의 비중은 늘어난 반면, 가정과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에서 어머니부터 국악에 관심을 가지면 아이들도 관심을 갖게 되고, 이같은 분위기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 교사는 대구교대 1학년 때 전통음악 동아리인 ‘풀이마당’에 들어가 처음 전통음악을 접한 뒤 푹 빠져 교육적 효과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후 1994∼95년 대구·경북지역 사물놀이 경연대회에서 각각 은상과 금상을 받았다.1997년에는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다사농악팀으로 출전,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수원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풍물 동아리 ‘풀이마당’ 김종호 교사가 몸담고 있는 ‘풀이마당’은 대구 교육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풍물 동아리다. 지난 1987년 출범, ‘성년’을 바라보는 동아리다. 출범 당시 84학번이었던 나규식씨와 이재완씨가 전통문화를 익히고 널리 보급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10여명의 학생들과 시작했다.‘풀이마당’이라는 이름은 액과 살을 풀어헤치고 마당에서 함께 어울려 신명과 흥을 나누자는 뜻이다. 주로 탈춤과 풍물놀이를 다룬다. 풀이마당 단원들은 매년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미래의 선생님이 될 대구교대생들을 대상으로 장구장단과 민요, 교과서에 나오는 전통음악 등을 가르친다. 예비교사인 교대생부터 전통문화에 익숙해야 교단에 서더라도 제대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풀이마당 안에는 독특한 소(小)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바로 졸업생들의 모임인 ‘어제의 용사’다. 김종호 교사도 이 모임에 속해 있다. ‘어제의 용사’는 크게 대구·경북과 경기도 권역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매년 정기적으로 권역별로 한두 차례의 모임을 갖고 학교 현장에 전통문화를 어떻게 보급할지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있다. 단순한 대학 동아리에 머무르지 않고 일선 학교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 동아리인 셈이다. 이같은 풀이마당의 취지에 따라 재학생들은 교내 국악반과 함께 선배들이 재직 중인 학교 5∼6곳을 찾아가 학생들에게 전통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국악을 통해 선후배간 정도 쌓고, 미리 교단을 경험해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풀이마당 박원석(22) 회장은 “초등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에는 더 많은 학교를 찾아갈 생각”이라면서 “사물놀이를 지역사회에도 알리기 위해 예비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양로원에 가서 공연을 하는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⑨-KCC 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⑨-KCC 그룹

    KCC 하면 아직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페인트 ‘숲으로’ 하면 ‘아∼’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금강고려화학의 영문 첫글자를 아예 사명으로 정한 KCC는 조금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네 삶과 매우 밀접한 기업이다.KCC 제품 없이는 집을 지을 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유리, 창호재, 바닥재 등 웬만한 건축자재는 거의 다 만든다.“없는 것은 시멘트와 철골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1958년 8월, 스물두살의 대학생이 “장형의 유학 제의를 뿌리친 채” 직원 일곱명을 데리고 서울 영등포에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를 세운 게 KCC그룹의 출발이다. 땀에 흥건히 젖어 ‘슬레이트’를 직접 찍어내던 대학생 사장이 바로 오늘날의 정상영(69) 명예회장이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왕 회장)의 막내동생이기도 하다. “왕 회장의 형제나 자식들은 대부분 크든 작든 기업체를 떼어 받았지만 정 명예회장은 오롯이 혼자 힘으로 기업을 일으켰다. 공장의 벽돌 한 장, 물빠지는 배수로 위치, 못 하나까지 직접 얹고 정하고 박았다.” 정 명예회장과 3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온 한 임원의 얘기다.KCC가 짧은 시간 안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현대’라는 확실한 납품처 덕도 있었지만,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창업주의 저력을 빼놓을 수 없다. KCC그룹은 지난해 1조 9000억원의 매출과 13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KCC건설(옛 금강종합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자동차유리 생산업체), 고려시리카(유리원료 제조사), 금강레저(골프장 운영업체) 등 7개 계열사 모두가 흑자를 내고 있는 재계 서열 29위(공기업 제외)의 알짜그룹이다. 특히 건축·산업자재 부문에서는 2위와의 격차를 갈수록 넓히며 독주하고 있다. 자산규모는 4월1일 현재 3조 5300억여원으로 현대백화점그룹(3조 7800억원)과 비슷하다. ●왕회장도 꺾지 못한 막내의 고집 그 자신 “공부가 싫어 소학교 졸업장이 전부가 된 것이 아니었기에, 아우들은 유학 아니라 그 이상도 해주고 싶었던”(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 가운데) 왕 회장은 동국대 경영학과에 다니던 막내동생 상영(SY)도 유학보내려 했다. 그러나 SY는 “나도 내 사업을 하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왕 회장의 한마디가 곧 법이었던 현대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대가 사람들은 “막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유학자금을 불모지나 다름없던 건자재 사업밑천으로 털어넣은 SY는 “통금시간(밤 12시)에 맞춰 퇴근하고 해제 사이렌(새벽 4시)에 맞춰 출근”했다. 운도 따라주었다. 때마침 새마을운동이 일어나면서 초가 지붕이 속속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고, 금강스레트는 찍어내기가 바쁘게 팔려 나갔다. 제법 돈이 모이자 젊은 상영은 슬몃 욕심이 생겼다. 당시 인기있었던 초콜릿시장 쪽을 기웃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장형의 호된 꾸지람이 돌아왔다.“초콜릿은 네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다. 이왕 사업을 할거면 국가경제에 도움되는 것을 하라.” 정신이 번쩍 든 SY는 이때부터 건축·산업자재 국산화에 매달리며 한 우물만 팠다. 변변한 기술 하나 없이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던 도료(74년), 유리(87년), 실리콘(2003년) 사업에 차례로 진출했다. 다들 “무모하다.”며 말렸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13년이나 걸려 완공한 전주의 실리콘공장은 SY의 뚝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진(45) 회장은 언젠가 사석에서 “전후복구사업과 수입대체 사업으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아버지의 자부심은 큰아버지(왕회장)에 못지 않다.”고 말했다. 불같은 성정도 비슷하다. 왕 회장에게 혼쭐나 넋이 나간 현대건설 임원이 출입문 대신에 캐비닛 문을 열고 들어갔다는 일화가 유명하듯,KCC에는 한 임원이 정 명예회장에게 야단맞던 도중에 기절한 실화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아들들이 소신껏 일하도록 부러 13층 회장실에는 출근하지 않는 정 명예회장은 대신 지방공장 순시로 ‘취미’를 바꿨다. 전국 13개 시·도에 모두 공장이 한 곳씩 있어 발길 닿는 대로 불쑥 들러 젊은 날 자신이 직접 들여놓은 설비들을 살펴보곤 한다. ●5개국어 능통한 정몽진 회장 SY는 아들만 셋을 두었다. 지난 2000년 그룹 경영을 장남인 몽진씨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명예회장으로 물러 앉았다. 이 해는 그룹의 양축인 ‘금강’(슬레이트 등 무기화학 전문)과 ‘고려화학’(페인트 등 유기화학 전문)이 합병돼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장남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미국 조지 워싱턴대 MBA(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귀국후 1991년 고려화학 이사로 경영에 합류했다. 예나 지금이나 비즈니스 영어는 그룹 안에서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러시아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다. 중국 곤산의 페인트공장 준공식 때는 유창한 중국어로 식사를 해 현지인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실리콘 기술 개발을 위해 해외 과학자들과 담판을 벌일 때도 통역 없이 직접 설득에 나섰다. 이런 그를 보고 정 명예회장은 임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외국어를 저렇게 잘 하는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왕 회장을 닮아 칭찬에 인색한 정 명예회장은 아들 앞에서는 일절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이 그룹의 기반을 닦았다면 정 회장은 ‘3대 키워드’로 제2 도약을 노리고 있다. 첫번째 키워드는 해외다.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3곳(중국 2, 싱가포르 1)인 해외 생산공장을 앞으로 3년 안에 5개를 더 지어 8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환경 파괴를 대체할 차세대 성장산업인 실리콘과 건자재 유통도 핵심 키워드다.“유통을 빼앗기면 이름없는 하청업체로 전락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다. 한 임원의 얘기다.“명예회장님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다소 보수적이다. 반면 회장님은 해외유학파답게 세계시장의 변화와 큰 흐름을 빨리 읽어낸다.” 장남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세 아들 가운데 가장 털털해 친화력이 좋다. 한때 고려대 ‘막걸리 시범조교’로 활약했던 술 실력을 바탕으로 해마다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임직원들과 삼겹살 소주 파티를 벌이곤 한다. 요즘에는 위장이 나빠져 와인으로 주종을 바꿨다. ●SY의 또다른 자부심 둘째 아들 몽익 둘째 아들 몽익(43)씨는 미국 시러큐스대학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을 전공했다. 이어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국제재정학 석사학위를 땄다. 그는 이 전과정을 4년만에 끝마쳤다. 금강과 고려화학 합병 직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도록 경영시스템을 새로 구축한 주역이 바로 그다. 최근에는 사무실 기기를 최신 오피스용 가구로 교체하고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룹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강화시켜온 덕분에 올 2월 KCC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물론 직급은 총괄 부사장으로 같은 대표이사인 형보다 아래다. 입사(89년 금강)는 형보다 2년 빠르다. 적절한 긴장관계를 통해 건전한 경쟁을 이끌어내려는 정 명예회장의 의도가 엿보인다.KCC 지분을 몽진(17.7%)-몽익(8.82%)-몽열(5.29%) 세 아들에게 모두 나눠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 부사장은 형보다 더 꼼꼼한 편이다. 과묵해서 임원들이 말붙이기를 다소 어려워한다. 의외로 운동은 형제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고 잘한다. 고등학교 때는 전국체전에서 승마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농구·스키·수영 실력도 프로급이다. 골프는 싱글(핸디 10)에 가깝고 엄청난 장타다. 반면 정 회장은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클래식이나 재즈 등 집에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정 회장이 동생 얘기가 나오면 사석에서 곧잘 하는 얘기가 있다.“딜(deal)은 아무래도 내가 좀 더 강하다. 그러나 디테일은 동생을 따라갈 수가 없다. 내가 협상을 통해 골격을 세우면 그 골격에 맞게 디테일을 짜는 것은 몽익이다.” 유난히 용산고 출신이 많은 것도 KCC가의 특징이다. 막내 몽열씨를 빼고는 3부자(父子)가 모두 용산고를 나왔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용산고 출신이다. 모교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애정은 유명하다. 장남 몽진씨가 이른바 ‘뺑뺑이’로 용산고에 배정됐는데도, 발표난 그 길로 친구들에게 한 턱 냈을 정도다. 용산고에 승마반도 만들어줬는가 하면 농구 코트까지 지어줘가며 허재 등을 영입, 오늘날의 ‘농구 명문’으로 키워냈다. 몽진씨와 몽익씨는 고등학교-대학교(고려대)-대학원(조지 워싱턴) 동문이기도 하다. ●‘스위첸’ 성공시킨 ‘리틀 정상영’ 셋째 아들 몽열 89년 미국 FDU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스물여섯살의 나이에 고려화학에 입사한 셋째 아들 몽열(41)씨는 97년 금강종합건설 상무가 되면서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건설 체질’이다. 공사판에서 소주잔 기울이기를 좋아하고, 낭만도 아는 기분파다. 그러나 한번 화가 나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그룹 임직원들이 정 명예회장 다음으로 무서워하는 존재다. 정 회장도 “우리 형제 가운데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이 막내”라며 “몽열이가 화나면 나도 무섭다.”고 농반진반 얘기할 정도다. 작고 단단한 체구나 사업 수완도 아버지를 빼닮았다. 2003년 사장으로 승진한 몽열씨는 주택사업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리고 2년 만에 ‘스위첸’(아파트)과 ‘웰츠타워’(주상복합)를 유명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았다. 여기에는 정 사장의 정보기술(IT) 지식도 한몫 했다. 컴퓨터학을 전공한 그는 일상생활은 물론 기업 경영에도 IT를 일찌감치 접목시켰다. 선진국형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고, 공사를 맡은 주택의 소프트웨어에도 “유별날” 만큼 공을 들였다. 덕분에 KCC건설은 도급순위 32위, 신용도 9위의 중견업체로 성장했다. ●‘창업동지’ 조은주 여사 현대가의 가풍이 그렇듯 정 명예회장은 연애결혼을 했다.“큰형님 회사(현대건설)를 드나들면서 경리팀의 동갑내기 아가씨에게 반해” ‘작업’을 건 것이 결혼까지 이어졌다. 조은주(69) 여사다. 서울 진명여고를 나온 조 여사는 당시 이화여대에 합격해 놓고도 등록금이 없어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독립군이었던 외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이 된 아버지가 6·25전쟁 때 전사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고 한다. 결혼 후에도 조씨는 ‘대학생 사장’을 남편으로 둔 덕분에 물일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슬레이트공장 인부들의 밥이며 새참은 으레 그의 몫이었다. 직원들 식사를 지어 나르는 일은 그후로도 20년 넘게 이어졌다. 지금도 서울 서초동의 구사옥에서 근무하는 고참 직원들 가운데는 사원식당에서 밥을 짓는 조 여사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다. ●큰며느리는 음대… 셋째며느리는 미대 자유연애로 결혼한 정 명예회장은 아들들의 ‘사랑’에도 너그러웠다. 몽진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홍은진(41)씨와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했다. 홍씨는 한때 아이스크림 ‘퍼모스트’로 유명했던 옛 퍼모스트유업 사장의 딸이다. 전자부품회사인 ‘퍼시픽 컨트롤스’ 홍준 사장이 처남이다. 그렇다면 소개팅 주선자는 누구일까. 다름아닌 사촌형 정몽윤 현대해상 이사회 의장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촌동생에게 친구의 처제인 음악도를 엮어준 것. 정 의장과 죽이 맞아 처제를 소개팅 장소로 내몬 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치과 주치의이자 성균관대 교수인 임순호 박사다. “연애할 때 플루트를 불어주던 모습에 반해 결혼했다.”는 정 회장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며 “결혼후에는 한번도 플루트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투덜대곤 한다. 내로라하는 재벌 집안과의 혼사는 몽익씨에 이르러 이뤄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정숙씨의 딸 최은정(42)씨가 부인이다. 가톨릭 계통인 일본 성심대학 교육심리학과를 나왔다. 최씨의 언니 은영씨는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과 결혼했다. 조 회장이 몽익씨의 손위동서인 셈이다. 막내 몽열씨는 큰형수의 영향을 받았는지 서울대 미대를 나온 이수잔(35)씨와 결혼했다. 독특한 이름 때문에 외국인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한자이름이다.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장인이 ‘쌓을 잔( )’자를 썼다고 한다. 여자들의 사회활동을 싫어하는 가풍 탓에, 큰동서와 마찬가지로 결혼과 동시에 그림을 접었다. 막내 며느리답게 활달한 편이다. ●‘숙부의 난’ 할 말 많지만… 정 명예회장은 조카 며느리인 현대그룹 현정은(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었다. 현대가 사정에 밝고 당시 분쟁에도 깊숙이 개입했던 한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한 명예회장님의 생각은 분명하다. 현 회장의 외가를 포함해 정씨 집안 사람이 아닌 제3자가 큰형님이 평생을 바쳐 일군 현대를 넘보려 한다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등 관련 지분을 팔지 않고 계속 갖고 있는 것은 이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라고 설명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정몽헌 회장에게 200억원을 조건없이 내준 것이 ‘의리’가 아니라 ‘경영권을 염두에 둔 계산된 행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지는 그의 얘기. “지나간 상처를 다시 헤집고 싶지는 않다. 명예회장님도 더이상 언급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리셨다. 다만 이 말만은 하고 싶다. 명예회장님은 장조카인 고 정몽필 인천제철 사장이 아버지(왕 회장)와의 갈등으로 방황할 때 형님 눈치 보지 않고 우리 회사 부사장 자리를 선뜻 내줬다. 또다른 조카가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시달릴 때 70억원을 조건없이 빌려준 분도, 몽헌 회장이 군 복무를 6년이나 할 때 뒤를 봐준 분도, 명예회장님이었다.” ●“숫자는 기본” 전문 경영인들 건장한 체격의 김춘기(59) KCC 대표이사 사장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정몽진 회장이 “(그룹에)꼭 필요한 분”이라고 언급한 이다.75년 고려화학으로 입사해 꼬박 30년을 KCC와 함께했다. 특히 영업쪽에서 잔뼈가 굵었다. 마당발 인맥과 철저한 고객관리로 KCC의 영업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말단사원에서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력도 흔하지는 않지만 ‘국가대표 스키선수’라는 경력이 더욱 눈길을 끈다. 강원도 강릉에서 나고 자란 그는 중학교때 우연히 본 스키영화 ‘백령의 왕자’에 푹 빠져 스키선수가 됐다. 대학생(경희대)때는 동계 유니버시아드와 올림픽 대회에도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취직과 동시에 “스키는 깨끗이 잊었다.”고 김 사장은 털어놓았다. 꼼꼼함은 모든 임원들의 공통점이지만 김 사장은 유난히 치밀하고 숫자에 밝다.“노력은 능력을 앞선다.”는 게 30년 직장생활의 신조다. 김 사장의 좌우 양쪽으로는 정몽진 회장에 버금가는 영어 실력으로 수출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호(55·부사장) 해외본부장과 전문 무기화학 지식으로 제품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정복동(58·부사장) 생산기술본부장이 포진하고 있다. 금강레저 박연구(51) 대표와 고려시리카 이성수(53) 대표는 대학 졸업장 없이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전문인력들이다.“학교 공부는 다소 게을리했을지 몰라도 추진력과 친화력은 (전교 1등보다)훨씬 낫다.”는 KCC의 독특한 사풍이 반영된 결과다. 코리아오토글라스 주원식(62) 사장과 금강화공의 한상기(57) 중국 곤산·신세균(55) 베이징 법인장,KCC 박성완(47) 싱가포르 법인장 등은 전문 기술인맥의 계보를 잇고 있다. 일본 아사히글라스 출신의 시마나가 모토야스(61) 부사장 등도 KCC를 떠받치는 핵심 인력들이다. hyun@seoul.co.kr ■ 정상영 일가 ‘밥상머리 교육’ 정상영 명예회장의 세 아들 부부는 한주 걸러 일요일 오후 5시면 어김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이태원 본가를 찾는다. 온 가족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서다.“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며 자식들과 아침식사-사실상 새벽밥-를 함께 했던 왕 회장에 비하면 며느리들의 부담이 한결 덜하다. 음식도 각자 집에서 ‘주특기’ 한가지씩을 싸들고 와 끓이기만 하면 된다. 며느리들의 음식솜씨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 한 토막. 정 명예회장은 며느리를 들이면 반드시 반년씩 데리고 살았다. 그래야 가풍도 익히고 속정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학 내내 플루트만 불다온 큰며느리가 음식을 잘 할 리 만무했다. 둘째며느리에게 기대를 걸었다. 요리학원을 다녔다는 재벌가의 둘째며느리는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내놓았다. 견디다 못한 정 명예회장은 급기야 “이러다가 굶어죽겠다.”며 하소연했다고. 그 며느리들이 ‘사원식당 주방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시어머니의 특별지도 아래 지금은 ‘선수’가 됐음은 물론이다. 정 명예회장은 자식들에게 매우 엄격하다. 그 영향을 받아 정몽진 회장도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아들 명선(11)군을 굳이 외국인 학교나 사립학교가 아닌 집 부근의 일반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학교도 자가용을 태우지 않고 걸려서 보낸다.“어렸을 때부터 보통사람, 못사는 사람의 삶도 느껴봐야 한다.”는 지론에서다. 다만 큰딸 재림(15)양은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귀국해 “성적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 외국인 학교에 보냈다. hyun@seoul.co.kr ■ 정 명예회장 ‘씨름꾼 경영론’ 왕 회장이 ‘빈대의 철학’으로 유명하다면 정상영 명예회장은 90년대 중반 ‘씨름꾼 경영론’으로 회자됐다.“씨름은 씨름꾼에게 맡겨야 한다.”는 단순 명쾌한 논리였다. 정 명예회장은 “씨름꾼이 아닌 사람이 씨름판에서 승리하기 어렵듯 기업간의 경쟁은 기업가에게 맡겨야 한다.”며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강조했다.KCC그룹의 사시인 ‘맡은 자리의 주인이 되자’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는 왕 회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지역 거상들이 장악하고 있던 총판(판매실적에 관계없이 물건값 선지급) 체제에 맞서 팔린 만큼만 대금을 지급하는 코카콜라식의 ‘루트 세일’을 도입해 유통 혁명을 일으킨 것이나, 당시로서는 ‘생뚱맞기’ 그지없는 슬레이트 홍보영화를 만들어 275개 시·군에 배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큰형에게 영향받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렇듯 정 명예회장에게 있어 왕 회장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형이라기보다는 아버지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 차이만 스물 한살이었다. 조카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는 두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젊었을 때 잠깐 초콜릿사업에 눈돌린 것 외에는 한번도 한 눈을 팔아본 적이 없는 그가 1970년 8월 현대차 부사장으로 홀연히 옮겨간 것도 “와서 미수금 70억원을 해결하라.”는 장형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이자까지 회수해주고 다시 KCC로 돌아왔을 때는 1년 반이 흘러 있었다. 훗날 정 명예회장은 “중요한 시기에 내 사업에 공백을 가져 아쉬워한 적은 있었어도 불평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여기에는 다른 주장도 존재한다. 왕 회장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막내동생을 가까이 대했던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KCC측은 펄쩍 뛴다. 한 임원의 얘기다. “92년 대선 패배 이후 두문불출하던 왕 회장이 다시 산업현장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95년 KCC의 여주 유리공장 3호기 점화식에서였다. 또 거동이 심하게 불편해지기 전까지 왕 회장이 거의 매일같이 들러 골프를 친 곳이 금강CC였다. 라운딩 멤버는 언제나 정상영 회장이었다.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왕 회장 성격에 이런 일이 가능했겠는가.” 정 명예회장도 세상 사람들의 짐작 이상으로 장형에게 극진했지만, 왕 회장 역시 막내동생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토요일 아침에] 밭에는 ‘사람꽃’이 피어나고/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귀농하여 살고 있는 공동체 가족들을 찾아가 일손을 거들었다. 소백산 골짜기 숲마다 연두색 신록이 충만한 생명을 찬양한다. 팔도의 농촌이 다 그럴 즈음이거니와 산간마을도 파종으로 바쁜 시기이다. 젊은 사람이 없는 농촌이지만 모든 것은 때가 있음이니 거둘 때를 위하여 심을 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분주함은 노인·아낙 할 것 없이 모두 밭으로 나가 품앗이를 하게 한다. 감자 고추 황기 등 밭작물을 준비하느라 퇴비를 깔고 쟁기질을 하고 비닐 멀칭을 덮고 모종을 옮겨 심는다. 농부들의 손길이 지나간 잿빛 황토밭마다 보드라운 고추 모종이 푸르게 피어난다. 가파른 밭 자락에 십여 명씩 모여 품앗이를 하고 있는 모습은, 야산 골짜기에 군락으로 피어나는 꽃처럼 사람 꽃을 보는 듯하다. 평소에는 사람 사는 것 같지도 않던 산간 마을에 밭마다 사람이 피어나 활력이 넘친다. 대지에 봄이 오니 오곡백과의 결실을 향해 생명이 꿈틀댄다. 노동과 땀은 머잖아 가을을 맞이할 것이고,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그래도 몇 푼의 돈이 될 터이다. 그렇게 살아오기를 수십년이지만 저축도 없고 농협 빚은 오늘도 늘어난다. 남는 것이 자식 농사라 했던가? 자식들만은 도회지로 나가 월급쟁이로 살아가기를 소망하여 모든 것을 자식을 위해 바쳤다. 대학을 보내고 결혼시키고 자영업이라도 해 보겠다 하매 빚을 얻어야 했다. 자식 농사가 빚을 지게 하였으니 이제 신용불량 위기에 쫓긴다며 호소하는 전화만 없어도 행복하겠다고 한다. 도시가 꽃이라면 농촌은 뿌리다. 고향이 농촌이고, 부모가 촌로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도시인이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생명의 양식을 낳는 어머니의 땅이기 때문이다. 뼈 아프게 농사지어 키우고 공부시킨 자식을 산업 노동자로 바치기 때문이다. 배운 것이 적어 하층민으로 살아가는 자식들은 소비자의 대열에 서서 도시를 살찌운다. 모든 것을 다 바치고 나서도 끊임없는 걱정으로 살아가는 농촌의 노인들…. 마치 저수지 갈대 끝에 붙어 있는 잠자리 허물처럼 껍데기만 남은 삶이다. 한없이 가벼워져야 승천할 수 있다는 신앙을 보여주려는 듯이 말이다. 도시인들은 자신의 뿌리를 보아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 여정을 보는 것이다. 뿌리를 보면서 생략되어 버린 계절을 보고 해와 달과 별과 꽃을 보고 진지한 삶을 관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 그릇의 밥을 대하면서 농부의 땀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생명의 성사를 느낄 수 있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오늘 무슨 일을 하였고 이 음식을 받기에 부끄럽지 않았는가? 농부는 땀 흘려 곡식과 반찬을 만들어 내 생명으로 바치고 있으되 나는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일에 종사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노동을 천히 여기지는 않았는가? 수년 전 일본에서는 야마기시즘 실현지의 부정적인 측면을 줄기차게 보도했다. 덕분에 일본인들은 야마기시공동체 사람들을 이단자 집단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필자가 만난 일본인도 “그곳은 어린 아이들까지 일을 시키고 옷도 누더기더라.”라고 했다. 방송 고발 프로그램을 보았다는 것이다. 어린이가 볏짚을 나르고 일하는 것이 왜 나쁘다는 것일까? 필자도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면 동생을 업어 돌보고, 꼴을 뜯으러 가고, 방학이면 나무를 하느라 산에서 살다시피 했다. 공부와 학원·과외 외에는 제 방도 치울 줄 모르는 아이들, 그래서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해도 못 하나 박을 줄 모르고 김치 담글 줄도 모른다. 일 한번 해본 적 없이 우등생으로만 살아온 취재기자의 눈에는 아이들의 일이 아동학대로 보이는 것이다. 놀랍다. 산업사회의 현대인들은 생산 과정이 생략된 현실만을 산다. 내가 소비하고 사용하는 것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져 나타났는지 알지 못한다. 값을 지불하기만 하면 족할 뿐 과정은 알 필요도 이유도 없다. 과정이 없으면 혼이 없다. 혼이 없는 음식을 먹고 물건을 사용하니 넋이 빠진 삶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동이 소외된 사회는 고독하다. 우울증이 도사린 사회다. 이 계절을 생각하자. 지금 산에는 꽃피고 논밭에는 사람이 피어나는 때임을…. 올가을의 내 밥상을 위해 지금 그렇게 농사가 지어지고 있음을….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연관검색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