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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청소년축구] 형제여, 결승서 만나자

    # 장면1 1978년 12월20일 열린 방콕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남한과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우승컵을 놓고 다퉜다.연장전을 포함,120분간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펼쳤으나 결과는 0-0 무승부. 남북한은 사이좋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면2 기념비적인 남북통일축구가 성사됐던 1990년. 그 해 11월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U-19)선수권 결승전에서 남북이 다시 만났다. 역시 120분 승부를 겨뤘으나 0-0 무승부.이때는 승부차기가 있었다. 남한이 4-3으로 이겨 우승컵을 품었다.남북은 이듬해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에 단일팀으로 출전,8강까지 올랐다.1983년 멕시코 4강 신화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현재 인도에서 열리고 있는 제35회 아시아청소년(U-19)선수권대회에서 남한과 북한이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사상 세 번째로 결승 맞대결을 벌일지 관심이 쏠린다. 6일 밤과 7일 새벽 거푸 치러진 대회 8강전에서 남한은 ‘사커루’ 호주를 2-1로, 북한은 ‘중동 복병’ 이라크를 2-0으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나란히 대회 4강에 진입한 남북은 내년 캐나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사상 첫 동반 진출하게 됐다.9일 준결승에서 남한이 일본, 북한이 요르단을 각각 꺾는다면 남북 축구는 다시 한 번 역사적인 만남을 갖는다. A매치에서는 남한이 5승3무1패로 앞섰지만,19세 이하 청소년팀 경기에서는 북한이 2승2무로 우세하다. 남한은 두 차례 무승부 경기에서 승부차기로 이겼을 뿐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절에 이르다/김정환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절에 이르다/김정환

    부지런하게 혹은 바지런하게 아픈 발바닥 너머. 상쾌한 공기를 마신 땀이 식는 광경으로 나타나는 산의 일부인 동시에 마음자리 가장 깊은 안온한 잠보다 더 안온하게 자리잡은, 인간의 자연 너머 청정 자체가 쉬는 안도의 한숨 같은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의 고단한 사정 같은 절에 이르다.
  • [길섶에서] 노동의 기쁨/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고교 시절, 은사에게서 들은 일화인데 30년이 지났는데도 기억에 남아있다. 기술 선생이었는데 당신의 체험담이었다. 회사에서 사람을 스스로 나가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자리는 지키게 하면서 아무런 일도 주지 않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회사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다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한달도 못견디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일하는 기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한동안 ‘백수’로 지내다 일자리를 얻은 이들이다. 정치권에 몸을 담았다가 몇년간 ‘백수’ 생활을 한 뒤 신문사에 다시 들어온 한 선배는 “정말 이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피력했다. 최근에 지인중에서 그런 사람을 만났다. 젊었을 땐 교사생활을 한, 이제 막 50줄에 들어선 여성인데 ‘땀 흘리는 노동’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단다.10여년을 보았는데 가장 밝고 행복한 모습이다.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엔 이런 글귀가 있다.‘노동은 인생의 필수 조건이요, 기쁨이다.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큰 불행이다.’ 황진선 편집국 수석부국장 jshwang@seoul.co.kr
  • [04일 TV 하이라이트]

    ●스페셜-진실 제1편(사랑을 시작하다, 전태일)(YTN 오후 11시5분) 투쟁과 분신의 화신(化身)이 아닌 사랑의 청년 전태일을 들여다본다. 전태일은 모범 업체를 만들어 여공들에게 인간적인 근로 환경과 합리적인 임금을 주고 맞춤 학생복을 기성복으로 만들어 원가를 낮추겠다고 계획했다. 전문가에게 의뢰해 타당성을 분석해 본다.   ●다큐, 죽마고우(EBS 오전 7시20분) 한국 최초의 장애인 난타팀 ‘두들소리’.7명의 지체 장애인으로 구성된 두들소리는 각종 행사에 초청되어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한 복지원에서 함께 생활하며 연습 중인 그들의 뒤에는 정은희 사회복지사가 있다. 자신의 24시간을 팀과 함께 하며 열정과 땀으로 이루어낸 ‘두들소리’ 난타공연을 감상해 본다.   ●역사기행(KBS1 오후 11시) 중국과 로마를 잇는 좁은 외길 통로에 있는 ‘하서회랑’. 사막 가운데의 오아시스로 연결된 이 길은 수많은 민족들이 실크로드를 개척하기 위해 투쟁한 길이기도 하다. 동덕여대 서용 교수와 함께 하서회랑이 시작되는 중국 란저우를 출발해 종점인 둔황까지 가면서 둔황이 왜 아시아의 창이 됐는가를 알아본다.   ●환상의 커플(MBC 오후 9시40분) 리조트를 거닐던 공 실장은 아르바이트 나온 아줌마들 일행 중에 자신의 첫사랑 계주 누님을 만나게 된다. 공 실장은 놀러오라며 스파 이용권을 공짜로 준다. 계주는 동네 아줌마들과 강자, 안나를 데리고 리조트로 향한다. 안나가 온 것을 본 공 실장은 직원들이 못 보게 계주 일행이 들어서는 걸 막으려 한다.   ●결정! 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입동을 앞두고 뜨끈한 겨울나기 국물 대결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의 국물 음식을 탕, 찌개, 전골로 분류하고 각 부문을 대표하는 국물음식으로 설렁탕, 생태찌개, 송이버섯전골을 소개한다. 본격 대결에서는 한국 대표 국물인 우족탕과 이에 맞선 중국 대표 국물음식인 훠궈의 대결이 펼쳐진다.   ●가치대발견 보물찾기(KBS2 오전 9시45분) 전국 곶감의 60%가 생산되는 곶감의 고장 상주. 최고의 수확량을 자랑하는 상주의 300년 감나무의 총 가치는 얼마나 될까? 한국의 대표 장수마을인 전북 순창 방화마을. 80세 이상 노인만도 9명. 그 가운데 최고령자 103세의 박복동 할머니가 있다. 박복동 할머니의 장수비결이 공개된다.
  • [문화마당] 양쯔강은 흐른다/황주리 화가

    중국의 양쯔강 크루즈는 바다가 아닌 강과 산을 바라보며 유유히 떠다니는 명상여행이다. 중국의 모든 풍경이 그렇듯, 아름다운 강산뿐 아니라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사람 사는 구경을 함께 한다는 게 좋았다. 어릴 적 말로만 듣던 양쯔강은 누런 흙탕물이 끝없이 흐르는 긴 강이었다. 물난리가 나면 속수무책인 가난한 백성들, 그들이 터를 잡고 살아온 양쯔강에 거대한 삼협댐이 세워지고 있다.2009년 댐이 완공되면 삼국지의 무대인 이곳의 귀한 역사 유산들이 수몰된다 하여, 내심 조급한 마음이었다. 이미 강물 수위는 150m나 높아졌고, 많은 토착민들의 집은 수몰되고 높은 곳으로 이주했다. 양쯔강을 끼고 수려한 산과 절벽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장강삼협의 풍경은 실로 중국의 풍경을 심도있게 그려낸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하다. 누런 흙탕물 위에 떠가는 나룻배들과 천천히 그리고 눈 깜짝할 새 변하는 삼협의 풍경을 배안의 침대에 누워서 유유히 바라본다. 그러다가 높은 산 중턱에 뚫려 있는 동굴 속마다 2000년 전에 죽은 시신이 썩지도 않은 관속에 누워 있다는 말이 생각나 벌떡 일어나 앉았다. 중국인들의 죽음에 관한 연구는 그 땅의 크기만큼이나 상상의 폭이 넓고 깊다. 어떻게 관을 들고 올라갔을지 상상이 안되는 높은 산 중턱의 동굴들 속에 누워있거나 가파른 절벽 위에 나무를 괴고 올라가 매달려 있는 2000년 전의 죽음들은, 배를 타고 스치며 눈길로만 만난 풍경이라 해도 섬뜩하고 놀랍고 아름다웠다. 어쩌면 양쯔강의 잦은 홍수 탓에 무덤이 물에 잠길새라 물이 닿지 않는 높은 곳으로 안치한 것은 아닐까? 아주 옛날부터 양지 바른 곳에 묻히기를 바랐던 한국인들에게는 산중턱 절벽 동굴 속에 들어가는 일은 죽어서도 벌받는 일일지 모른다. 양지 바른 곳의 땅 속과 서늘한 동굴 속은 어느 곳이 더 아늑할까? 37년에 걸쳐 만들어진 세계 최대의 묘는 진시황제의 무덤이다. 죽은 왕들과 귀족들의 영생을 위해 한많은 민중들을 착취한 대가로 고대의 화려한 문명이 남아 있다. 고산지대의 추위로 인해 땅을 파는 일이 용이하지 않았던 자연 배경이 이유가 되었을지 모르는 티베트의 조장은, 시신의 가죽과 살을 발라내 토막을 치고 머리와 뼈는 빻아서 주먹밥을 만들어 독수리떼의 밥이 되게 하는 장례문화이다. 새떼가 시신을 먹어치우면 죽은 이의 영혼이 영원한 안식을 찾는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한다. 이집트의 미라나 진시황의 화려한 지하무덤에 비해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티베트의 장례문화는 어떤 의미에서 사회주의적이다. 마오쩌둥의 공산주의 혁명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의 거대한 땅은 어디를 가나 묘지들로 빽빽이 들어차, 중국 묘지의 총면적이 남한 땅보다 넓었다 한다. 마오쩌둥 혁명정부는 1956년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넣어 매장하는 토장제도를 금지시키는 장묘 문화혁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1979년에 사망한 저우언라이 총리의 유골은 본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한 뒤 비행기로 전국에 뿌려졌다. 저우언라이 총리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에 고무되어,1994년 이래 지금에 이르는 장묘 제2문화혁명은 시신을 화장한 뒤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시키지 않고 바다에 뿌리는 운동이다. 사회주의는 지도자들이 부와 안일을 버리고 인민의 모범이 될 때 아름답다. 땅은 산 사람들을 위해 알뜰하게 쓰여지고, 죽은 자들의 유골은 바다에 뿌려지거나 나무 밑에 뿌려져 영원한 생명의 순환에 기여할 것이다. 오래 전부터 나 역시 죽으면 강이나 바다에 뿌려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그럴바엔 누런 흙탕물 양쯔강보다는 두만강이나 압록강 푸른 물이 좋겠지. 아니 며칠 지났다고 벌써 그리운 한강이 제일 좋겠지. 그런 부질없는 생각들 사이로 양쯔강은 서서히, 그리고 도도하게 흘렀다.
  • [독자의 소리] 연탄은 사랑을 싣고/최윤선

    지난달 27일 회사 동료들과 함께 회사 인근 독거노인 및 조손(祖孫) 가정에 연탄을 전달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어오던 차에, 회사에 들어와 사회봉사단 동료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할 수 있게 되니, 빚진 듯 미안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생전 처음 날라보는 연탄이 꽤 무거워 주말 내내 어깨가 쑤셨지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즐거워하던 회사 동료, 선배들이 생각나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나눔은 이래서 즐거운 것인가 보다. 최윤선 <한국도로공사 인천지사>
  • 사일런트 힐

    러닝타임 124분 내내 소름 돋게 한다. 긴장을 풀 수 있는 여유를 단 1분이라도 주지 않는다. 치밀한 스토리텔링에 공포를 겹겹이 장치한 연출력, 현실의 이면에 도사린 죽음 저편에 대한 화려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다만 공포에만 갇혀 있다보면 자칫 미스터리 풀기에 실패할 수 있다. 현실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오락가락하는 주인공이나, 미스터리의 열쇠를 쥔 악마와 주인공과 얽힌 관계를 또렷하게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바싹 정신차리지 않으면 “뭔 영화야!”하기 딱 십상이다. 30년 전의 대형화재로 폐쇄된 마을 ‘사일런트 힐’이 갖는 3중의 의미를 얼른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실로서 존재하는 마을과 그 마을이 상징하는 현실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마을에 숨어있는 분노와 저주에 가득찬 지옥, 이 3개의 세계를 염두에 둔다면 영화보기가 훨씬 수월할 터이다. 몽유병에 걸린 딸 샤론(조델 퍼랜드)의 비밀을 풀려고 딸과 함께 사일런트 힐을 찾은 로즈(라다 미첼)는 교통사고를 낸다. 정신이 깨어 보니 샤론은 사라지고, 학교와 호텔과 교회를 오가며 딸을 찾아 헤맨다. 하나씩 던져지는 단서를 좇아 9살난 딸의 출생의 비밀을 풀어가며 벌이는 괴물들과의 사투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 자신 게임광이기도 한 크리스토프 강스 감독이 원작으로 삼은 것은 일본 고나미 사가 제작한 플레이스테이션2의 인기 게임 ‘사일런트 힐’. 판권을 사들이고 제작하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어둠의 세계를 여는 신호인 네 번의 사이렌소리가 인상적이다.18세 관람가,11월9일 개봉.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늦가을 산사에서 보낸 편지

    늦가을 산사에서 보낸 편지

    남쪽 지리산이 온통 붉게 물들고 있다.9월 말부터 반도 허리의 설악산에서 시작한 단풍의 오색 물결이 백두대간의 봉우리를 징검다리 삼아 지리산까지 내려섰다. 성삼재와 정령치 등 높은 고갯마루를 건넌 단풍은 골 깊고 물 맑은 계곡까지 찾아왔다. 알다시피 지리산의 수많은 계곡에는 천년 사찰들이 자리잡고 있다. 오색의 파스텔 톤으로 색칠한 산사의 가을을 보고 있노라면 속세의 때에 찌든 우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깊은 계곡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산사의 모습에 눈이 시원해지고, 댕그렁 댕그렁 청아하게 울려대는 ‘풍경’소리에 귀를 씻고, 가슴까지 맑게 흐르는 옥수(玉水) 한 모금에 마음의 때가 씻겨나간다. 자, 깊어가는 이 가을에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지리산의 산사로 훌쩍 떠나보자. 그리고 보고픈 사람에게 편지 한 장을 써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형,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아마 형에게 대학 2학년 때 편지를 써보고 첨이네. 가끔 메일이나 전화로 이야기하다 이렇게 펜을 드니 좀 어색하다. 참, 형이 그렇게 칭찬하던 가을 지리산에 다녀왔어. 생각나? 최루탄 가스로 매콤한 잔디밭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면서 “야, 가을 지리산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이야기 하지마.”라고 크게 외쳤던 것 말이야. 그래서 지리산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단풍도 보고 천년이 넘는 사찰을 돌아보았지. 너무 좋았어…. # 어머니의 가슴 같은 실상사 지리산 서쪽의 뱀사골 끝자락에 연꽃 모양의 산세가 둘러싸고 있고, 그 연꽃의 밥 즉 ‘연밥’에 해당되는 소중한 자리에 실상사(實相寺)가 위치해 있어. 한국 선문의 발상지인 실상사는 통일신라 흥덕왕 3년(서기 828년) 증각대사 홍척(洪陟)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져. 우리나라 선문의 효시인 ‘구산선문’이 이곳 ‘실상산문’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선풍(禪風)의 발상지이기도 해. 형, 근데 참 재미난 사찰이야. 이렇게 유서 깊고 오래된 절이 울창한 산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논 한가운데 있어. 일주문도 없고 잘 꾸며져 돌담에 마치 오래된 한옥같은 느낌이라 마음이 너무 편안해져. 천왕문을 지나자 사찰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아담한 목조 건물이 몇 개, 빨간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에 외갓집에 온 듯 너무 마음이 푸근해져. 실상사에는 백장암과 서진암, 약수암 등의 암자가 여럿 있고 신라시대의 많은 문화유산들이 있어. 수철화상 능가보월탑(보물33호), 수철화상능가 보월탑비(보물34호), 석등(보물35호), 부도(보물36호), 삼층쌍탑(보물37호) 등 보물이 즐비해. 무심히 바라보면 사방이 터져있는 들판 한가운데에 멋쩍은 듯 엉거주춤 서 있어 볼품없지만 마음을 열고 다가서면 수 많은 국보와 보물뿐 아니라 지친 우리 마음을 감싸주는 어머니 가슴 같은 곳이야. # 불타버린 뱀사골과 피아골 정말 지리산의 날씨는 ‘여인의 마음’과 같다고 한 말이 실감나더라. 가을 햇살이 아름답던 날씨가 갑자기 흐리더니 비가 오기 시작하더라고. 그래서 더 좋았어. 부슬부슬 비 내리는 사찰의 처마 밑에 잠시 걸터앉아 한적한 경내에 울려 퍼지는 풍경의 아름다운 소리, 그 여운이 가슴 속에서 잔잔히 울려…. 차를 몰고 861번 도로로 노고단을 향해 가는 길은 정말 예술이야. 구불구불 위험하긴 하지만 지리산 봉우리를 타고 넘는 하얀 구름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근데 좀 아쉽게도 올해는 가을 가뭄이 심해서인지 단풍이 좀 별로야. 노고단쪽은 이미 단풍이 들었는데 예년보다 덜하고 7부 능선 아래는 아직 단풍이 내려오지 않았더라고. 아마 형이 이 편지를 받는 주말쯤이 절정에 달할 것 같아. 수려한 단풍으로 유명한 남원 뱀사골로 들어서니 형의 이야기가 허풍이 아님이 실감나더라. 계곡 들머리의 수려한 바위들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와. 또 맑고 깨끗한 소·담을 물들인 붉은 물결에 지리산의 속살을 느꼈어. 이무기가 용이 됐다는 ‘탁용소’, 용이 못된 이무기가 살았다는 ‘뱀소’, 소금장수가 물에 빠져 이름이 붙은 ‘간장소’, 정진스님이 산신제를 올렸다는 ‘제승대’ 등 이번 주에 가려면 꼭 뱀사골로 가, 알았지? 참, 4일 뱀사골에서 단풍제례가 열려 볼거리를 더한대. 구름 낀 노고단을 넘어 구례 피아골로 향했어. 피아골은 예년에 비해 단풍이 좀 늦데. 아마 11월 초·중순이 절정일 것 같대. 그래서 연곡사에 들렀어. # 가을 길의 저 끝에 19번 국도에서 빠져 양편으로 황홀한 모습의 단풍나무 길을 달렸어. 아직 절정을 맞지 않았지만 굽이굽이 휘감아 도는 길가에 진하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서로의 모습을 뽐내는 여인의 자태처럼 농염한 모습이야. 연곡사는 신라 진흥왕 6년(545년)에 연기대사가 창건한 고찰인데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어. 그 후 수 차례 증건과 소실을 되풀이하다 지금은 작은 법당이 초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야. 연곡사에 가면 꼭 보아야 할 두가지가 고려시대에 만든 ‘동부도’와 ‘북부도’란 석탑이야. 자세하게 봐. 그 단단한 재질인 화강암을 한땀 한땀 정으로 쪼아서 그린 운룡과 사자, 사천왕 등 그림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야. 아마 로마에 있는 라오콘 상이나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그 이상이야. # 반달곰이 살고 있는 천년 고찰 형, 지리산 반달곰이 살고 있는 문수사라고 들어봤어? 나도 신기해서 안내판을 보고 핸들을 꺾어 들어갔어. 세상에 굽이굽이 험한 산길을 한 30분을 달렸나.1단을 놓고도 힘겹게 오른 산의 끝자락에 문수사가 있더라. 무려 해발 700m야.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런 사찰이야. 백제 성왕 25년(547년) 연기조사께서 창건했고 원효, 의상 대사를 비롯해 윤필, 서산, 소요, 부유, 사명대사 등 우리나라의 고승들이 수행 정진한 제일의 문수도량이래. 임진왜란 때 일부가 파괴됐고 6·25때 전소되었다가 1980년대에 새로 지어졌대. 3층 법당 대웅전(목탑)이 멋져. 또 문수사에 정말 반달곰이 있어. 비록 철창에 갇혀있지만 시커먼 곰의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진 하얀 V자가 예쁘더라. 원래 4마리였는데 두 마리는 방사를 하고 이젠 두 마리만 남았대. 이밖에 신라 진흥왕 5년(544년)에 지은 화엄사, 녹차의 시배지로 유명한 쌍계사, 작고 아담한 천은사 등도 가을에 꼭 한번 들러보면 좋은 절이야. 어때, 형. 지리산에 가본 지 오래지. 아이들과 형수님 손잡고 이번 주에 지리산의 고즈넉한 산사에 꼭 한번 다녀와. 마음이 넉넉해질 거야. # 단풍 구경도 식후경이래 참, 내가 맛있는 식당 몇 개 소개할게. 남원은 추어탕이 유명한 거 알지. 광한루옆 옛 육남시장터 천변에 있는 새집(063-625-2443)과 부산집(063-632-7823)이 유명해.6000~7000원선이야. 가족들과 좀 근사한데서 먹고 싶으면 남원 시내 청월장(063-633-7533)의 한정식 한번 먹어봐. 도미회, 대하, 육회, 삼합과 각종 나물 등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나와.1인분에 3만원인데 아이들이 어리니까 형수랑 2인분이면 충분히 먹을 거야. 또 뱀사골에는 그때 그 식당(063-625-3329)을 비롯해 산채백반집이 많아.15∼16가지나 되는 산나물이 푸짐해.7000원이야. 구례쪽에서는 화엄사 가는 길의 그 옛날 산채식당(061-782-4439)과 지리산식당(061-782-4054)이 유명해. 고기가 생각나면 이시돌(061-782-4015)의 한방 갈비도 강력추천해. 담백한 육질과 깔끔한 밑반찬에 정신을 못 차린다니까.
  • [2008 베이징올림픽-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스포츠의 양극화-육상 꿈나무가 없다

    [2008 베이징올림픽-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스포츠의 양극화-육상 꿈나무가 없다

    “좋은 재목을 찾아 꿈나무로 육성하려 해도 프로와 인기 종목에 빼앗기는 게 현실입니다. 토양이 튼튼해야 메달이나 기록 경신을 바라볼 텐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한 육상 지도자의 해묵은 하소연이다. 한국 육상의 미래를 짊어질 ‘묘목 키우기’가 한계에 달했다는 얘기다. 꿈나무가 될 재목을 찾았다 싶으면 빠르다고 축구로, 키가 크다고 농구 등으로 빼앗긴다는 푸념이다. 2000년 대한육상경기연맹에 등록된 초등학생 선수는 2821명. 지난해엔 1673명으로 40%나 쪼그라들었다. 중학생도 3105명에서 1811명, 고등학생도 2252명에서 1565명으로 급감했다. 제2의 황영조·이봉주나,100m 한국 기록을 깰 스타 탄생을 기대하기엔 턱없이 허약한 토양이 아닐 수 없다.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兩極化)는 한국 사회를 파고드는 화두이자 유행어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인기를 먹고사는 프로 종목에도 양극화는 있다. 같은 종목이라도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는 말할 것도 없고, 아마추어와 아마추어 사이에도 양극화는 눈에 띈다. 인기스포츠 프로야구의 한 해 관중과 골프장 연간 이용객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정답은 골프장 이용객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경기는 361만여명이 찾아가 즐겼다. 반면 골프장에는 1617만여명이 다녀갔다. 심지어 프로야구를 포함해 축구, 농구, 배구 등 4대 프로 스포츠 관중 수보다 골프 내장객이 많다. 기초 종목은 관중수를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출전 선수와 선수 가족, 관계자 등 ‘그들만의 잔치’로 치러지기 일쑤다. 경기장 분위기도 ‘신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현장에서는 수많은 관중을 기대하지 않은 지 오래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꿈나무가 자랄 기반이 더욱 엷어진다는 것이다. ●새 싹 찾기가 힘들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스포츠는 단연 골프다. 사치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며 중산층 이하까지 저변이 확산되고 있다.2003년 초등학생 골프 선수는 145명이었다. 올해 무려 333명으로 늘었다. 중학교는 861명, 고등학교 1316명으로 많아졌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자원이 줄어드는 타 종목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피부로 느껴지는 최고 인기 종목은 축구다. 뿌리도 단단하게 다져지고 있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에 등록한 초·중·고 선수는 무려 1만 7000명을 웃돈다. 이에 견줘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 있는 육상, 수영, 체조 등은 한숨만 높아간다.“기초 종목인 육상은 타 종목 선수를 공급하는 ‘인큐베이터’로 전락했다.”는 절규에서 수영, 체조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해 초등학생 등록 선수가 1289명이었던 수영. 중학교 697명, 고등학교 506명을 거치면 대학 선수는 겨우 233명이다. 한국이 수영으로 세계 정상을 넘보는 것이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2005년 체조 선수는 2610명이었다.5년 전 1749명보다 수치상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건강·웰빙 바람과 맞물려 에어로빅 부분이 대폭 증가한 것. 에이로빅 선수는 2000년 485명에서 지난해 1451명으로 3배나 점프해 기계·리듬 체조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꿈나무를 키울 거름도 없다 국내 체육 단체가 가장 부러워하는 곳은 바로 대한축구협회다. 일년 지출이 300억원을 넘나든다. 게다가 축구협회는 유소년축구재단을 따로 만들어 유소년층 육성에 힘을 쏟는다. 프로축구연맹도 보조를 맞춰 프로팀에 의무적으로 유소년 시스템을 구축토록 했다. 이밖에도 협회는 유소년 발전프로그램 사업에 해마다 20억원이 넘은 예산을 쏟아붓는다. 반면 육상경기연맹의 1년 예산은 약 43억원. 꿈나무를 위해 책정되는 비용은 고작 4억원이다. 육상은 그래도 낫다. 수영연맹 예산은 3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며 체조협회는 20억원에도 못 미친다. 열악한 재정 탓에 ‘묘목을 꿈나무로 키울 거름’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스로 성장한’ 선수를 지원하기에 급급하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스타 김연아가 대표적인 경우. 그녀는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 해 약 7000만원의 자비를 들여 해외 연수를 수차례 다녀왔다.‘주니어 여왕’으로 등극한 지난해부터 공식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빙상연맹의 한 관계자는 “재정 상태가 열악한 종목에서는 좋은 재목이 등장해도 안타깝게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기초 종목의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흘린 땀의 값어치도 다르다 지난 5월 여자 역도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장미란은 5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고, 너무 약소(?)한 것 아니냐는 팬들의 질타로 논란이 일었다.2002년 한국축구가 월드컵 4강을 일궜을 때 선수 개인이 받은 포상금은 무려 3억원이다. 지난 독일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개인당 최대 5000만원에서 최소 2000만원이 지급됐다.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장미란은 그나마 나은 편. 최근 전국체전 역도에선 두 개의 한국 기록이 나왔다. 이에 대한 포상금은 겨우 10만원 정도였다. 한 선수는 “포상금을 바라고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 나가고 잘 받는 종목 얘기를 들을 땐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단체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대교그룹 회장이 협회장인 배드민턴협회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포상금 3억원을 약속했다. 삼성의 지원을 받는 육상경기연맹은 남자 100m와 남자 마라톤 한국신기록에 각 1억원, 세계신기록에는 무려 10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수영연맹은 지난해까지 고작 50만원이던 한국신기록 포상금을 올해부터 100만원으로 인상했다. 체조는 명문화된 포상금 규정조차 없다.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1500만원 정도다. 국내 육상·수영 등의 수준을 고려하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세계 신기록 작성은 ‘그림의 떡’일 수 있다. 하지만 한 육상 선수는 “많은 포상금은 경기력 향상에 분명 자극제가 되고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는 운동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적용되던 병역 특례가 축구, 야구 등 프로 스포츠로 확산된 것도 기초 종목 선수들의 힘을 빼는 요인이다. 홍지민기자 icarus@ seoul.co.kr
  • [발언대] 기업들에 알찬 결실의 계절/이종휘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올해 추석 연휴에는 날씨가 유난히 좋았다. 양력으로 치면 늦게 온 명절인데도, 늦여름의 날씨가 계속됐다. 윤칠월이 있는 해라 올 초가을이 유난히 긴가 보다. 올가을에는 일조량이 많아서 농사 풍년이 예상되고 과일은 당도가 높아져 그 맛이 어느 해 것보다 좋다고 한다. 들판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는 그야말로 황금 물결을 이룬다. 가을걷이가 늦어지지만 풍년이 약속되니 이보다 즐거운 일이 있겠나.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를 불러들이고, 가을 운동은 빚내서라도 한다더니 환상적인 계절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 오곡백과가 익어가고 들판에선 벼 수확이 한창이다. 먹을거리가 늘 부족해서 배고픔을 견뎌온 조상들로서는 햇곡식과 햇과일을 먹을 수 있는 이즈음이 최고의 절기였으리라. 오곡(쌀, 보리, 조, 기장, 콩)을 추수하다 보면 알갱이만 있는 게 아니다. 쭉정이도 섞여 있다. 가라지는 아무 쓸 데도 없다. 헛농사다. 알곡이 익어가는 데 방해만 할 뿐이다. 알갱이 중에서도 크고 튼튼한 놈은 씨앗으로 쓰인다. 내년 후년 농사의 종자로 쓸 것이니 따로 소중히 보관한다. 오곡 알곡에는 이와 같이 알갱이, 쭉정이, 씨앗알갱이가 있다. 알갱이가 잘 자라고 여물도록 그리고 수확이 많도록 하기 위해 농부는 여름 내내 땀 흘리며 논밭에서 쭉정이가 될 놈은 뿌리를 미리미리 뽑아준다. 산업화된 사회의 논밭은 기업이다. 기업이 우리의 일터다. 일터에서 우리는 일을 하고, 일에 대한 보람을 얻고, 성취감을 맛보고, 일의 결과 생산된 부가가치의 일부를 금전 형태로 가져간다. 이 돈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구매하고 미래의 소비에 대비해서 저축도 한다. 올해 벼농사를 비롯한 모든 작물이 쭉정이가 없이 씨앗감으로, 알곡만으로 풍성히 추수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우리은행이라는 논밭에도 알찬 성과로 가득 채워지기를 기원하는 직원이 어디 나뿐이랴. 이종휘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 [31일 TV 하이라이트]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잘 알려진 코스타리카가 IT 강국으로 부상할 꿈을 키우고 있다. 빈약한 IT인프라 대신 인적자원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20여년 전부터 초중고에서 컴퓨터 교육을 의무화했다. 초중고생의 절반이상이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고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컴퓨터회사에 곧장 취직한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헌옷을 이용해 만드는 올 가을 유행 예감. 니트로 만든 볼레로와 털모자 그리고 청바지 주머니로 만들어본 우리아이 미니 크로스백까지 헌옷의 가치를 200% 올려주는 손바느질 리폼의 간단한 비결을 알아본다. 또 ‘뷰티라인’코너에서는 얼굴로 하는 운동, 얼굴이 작아지는 페이스 요가를 배워본다.   ●TV종합병원(SBS 오후 7시5분) 소아비만의 80%가 심각한 성인 비만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40세 이상 세대에 주로 걸리는 질환으로 생각됐던 대표적인 성인병들이 최근에는 10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서도 발병하고 있다. 이 같은 어린이 성인병은 지난 10년 사이에 급격히 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인데….   ●얼마나 좋길래(MBC 오후 8시20분) 순심은 옷 장사를 하는 선주를 이해할 수 없다며 속상해한다. 선주는 갖고 나간 옷을 다 팔아 신이 나고, 추어탕을 해보겠다며 미꾸라지를 사들고 간다. 필두는 징그럽다며 미꾸라지를 잘 만지지도 못하는 선주가 귀엽기만 하고, 옥심은 마치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서두르는 선주가 황당하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길을 헤매는 바람에 수업에 늦은 사랑이. 앉자마자 통역에 들어간 사랑이가 땀을 뚝뚝 흘리며 무사히 통역수업을 끝낸다. 그날 오후 사랑이와 엄마 이모 세명이 산책길에 올랐다. 중학교 1학년 1학기만 다니고 학교를 그만둔 사랑이는 알아서 공부할 때 공부하고 운동할 때 운동하는 요즘의 생활이 만족스럽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위와 십이지장 점막에 상처가 생김으로써 나타나는 위·십이지장궤양. 처음에는 단순한 속쓰림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이 상태를 오래 방치할 경우, 점막이 파열돼 출혈이 일어나고 장으로 연결되는 입구가 좁아지는 협착 증세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위·십이지장궤양의 증상과 원인, 예방법을 알아본다.
  • [인터뷰] 김병규 동화작가

    [인터뷰] 김병규 동화작가

    글 고은별 자유기고가 김병규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그 다음 날, 나는 밝고 경쾌한 기분으로 약속 장소인 송현 클럽으로 갔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여 근처 꽃집에서 작고 예쁜 꽃이 서너 송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화분을 하나 샀다. 어제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왠지 꽃이 피어 있는 예쁜 화분을 하나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망이 좋은 송현클럽에서 밖을 내다보니 가까이에 경복궁이, 멀리 청와대가 보이고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바람 따라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푸드득 까치가 날아가고…. 늘 아래에서 내 머리 위를 날아가는 까치를 올려다보았는데 오늘은 내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치의 날개짓이 사뭇 달라 보였다.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멀리서 파르르 움직이며 이리저리 나불나불 날아 다녔다. 자세히 바라보니 나비였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십오분 넘게 기다렸을까 작가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전화를 받았을 때의 첫 느낌 그대로 그의 얼굴 표정은 투명하게 맑고 밝았다. 고은별 | 제가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인터뷰 요청을 할 때 선생님처럼 흔쾌하고 기쁘게 승낙하시면서 오늘이요 내일이요. 그렇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을 전해주신 분은 선생님이 처음이었습니다. 김병규 | 전화를 받을 때는 좀 밝게 받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라도 밝게 받으면 기분이 나빠지지 않지요. 특히, 아는 사람이 전화를 했을 때 제 목소리가 밝으면 받는 사람도 기쁠 수 있으니까요. 고은별 | 어느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고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이 열려 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5년 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고 이후 《소년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셨는데 지금은 기자라는 느낌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주는 동화를 쓰는 작가시잖아요. 한 사람이 어떻게 서로 다른 세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병규 | 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만 연결은 어린이와 관계가 있지요. 어린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고 어린이 신문 기자였고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고 있으니까요. 고은별 | 동화를 쓰고 싶어하는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병규 | 좋은 동화를 쓰려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지요. 고은별 | 그럼 선생님도 인생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셨나요? 김병규 | 많이 만났지요. 저는 사람 복, 인복(人福)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요. 고은별 | 선생님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신지요. 김병규 | 전(前) 색동회 회장이었던 김수남 선생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돌아가신 지 9년이 되었네요. 직장 상사였는데 회사 밖에서는 형님 같은 분이었어요. 그분이 누굴 만날 때면 저를 늘 데리고 다니셨어요. 옆자리에 저를 앉혀 놓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스스로 느끼면서 깨닫도록 해주신 분이셨지요. 저도 그분처럼 후배들을 아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채봉 선생도 잊을 수 없는 분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친하게 되었지요. 고은별 |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외에 다른 것이 있다면? 김병규 | 무엇인가를 자세히 바라보고 관찰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꿈과 작은 꿈을 같이 꾸면서 살아가면 좋을 것 같고요. 어떤 경우에는 작은 꿈이 더 중요할 수도 있지요. 내 꿈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아주 뛰어난 작가가 되는 것은 타고난 어떤 것이 있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서 쓰다 보면 자기 속에 있는 재능을 스스로 계발하고 자기도 모르고 있던 숨어 있는 재능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70년대 초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할 때 어린이들과 생활하다 보니까 어떤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저것을 동화로 한번 써봐야지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글이 써지면 신춘문예에 보냈습니다. 떨어지면 왜 떨어졌는지 알아보고 당선된 사람의 작품을 자세히 읽어보면서 다시 새롭게 공부를 했습니다. 처음 신춘문예에 글을 보내고 꼭 십 년 만인 78년에 <춤추는 눈사람>으로 당선이 됐습니다. 그 10년 동안 떨어지면서 공부하고 떨어지면 다시 시작하고 그렇게 동화를 썼습니다. 독학으로 공부한 셈이지요. 고은별 | 끈기와 의지요, 부단히 노력한 결과네요 김병규 | 동화작가는 글을 쓰는 작가 자신이 행복해야 합니다. 저는 한 편의 동화를 끝내면 큰 기쁨을 느낍니다. 나이 들수록 더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 세상에 고통과 힘든 일이 많지만 즐겁고 희망적인 것도 많거든요. 희망이라는 것이 꼭 편하게 사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힘들게 일하는 사람일지라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땀을 흘리는 그 순간에 가족을 생각하며 내가 이 일을 해서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 행복을 느끼는 것이거든요. 이런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바로 그것을 동화에서 전해줄 수 있다면 좋은 동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을 보거나 사물을 볼 때 큰 것을 작게 볼 수 있고 작은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꽃 속에 있는 어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크게 드러내어 볼 수 있어야 하고 생활 속의 고통이나 흉이나 흠이 있을 때 아아, 그것은 내 인생에서 아무 것도 아니다 하고 적게 줄여 줄 수도 있잖아요. 동화작가는 사회 속에서 생활 속에서 생각 속에서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찾아서 드러내 보이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고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입니다. 고은별 |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 어떤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어요. 김병규 | 몇 년 전에 전라도 광주 백양사에 갔는데 석다정이라는 스님이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저보고 처사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동화를 씁니다 하고 대답했더니 음, 그렇지 표정이 좀 밝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고은별 | 《소년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셨지요? 김병규 | 78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는데 김수남 편집국장님이 제 동화를 좋게 보셨는지 저에게 일을 같이 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살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는데 당신은 지금 한 학급에 50명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데 《소년한국일보》에서 십만 명이 넘는 학급을 데리고 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저를 설득하셨고 그분의 권고대로 서울로 올라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고은별 | 동화작가 김병규는 눈물이라는 자양분으로 꽃이라는 희망을 피어내어 사랑이라는 향기를 퍼트려온 참다운 동화작가다. 표현한 글을 읽었습니다. 김병규 | 제가 쓴 동화 중에 울 줄 아는 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꽃은 늘 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꽃도 울고 또 울 줄 알아야 진짜 꽃이라는 내용의 동화입니다. 그래서 눈물이나 희망, 사랑이라는 표현을 쓰셨나 봅니다. 저에게는 과찬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고은별 | 우리나라 동화의 초기 작품들과 현대 동화 작가들의 작품이 상당히 다르지요? 김병규 | 초기는 방정환 선생님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일제시대였지요. 동화 속에 문학작품과는 동떨어지게 의도적인 것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 활동한 작가 강소천, 마해송 같은 분들은 민족의 비극 자체를 이야기하기 보다 반공적인 내용의 글을 많이 썼습니다. 시대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요. 60~70년 대까지는 동화작가들 중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80년 대에 들어와서 전문적으로 공부한 젊고 개성있는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했어요. 문학과 동심이 같이 어우러지는 동화, 문학성이 있는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동화가 많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고은별 | 동화에서 문학성을 이야기한다면…. 김병규 |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수기 비슷한 쪽으로 가면 그것은 사실에서 감동을 받는 것이거든요. 문학으로 승화가 되어야만 작품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문학은 허구잖아요. 현실에서 소재를 따오더라도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되고 재창조되는 과정을 거쳐야 문학작품이 됩니다. 그래야 진실이 주는 감동으로 바뀝니다. 진실이 주는 감동일 때 공감의 폭이 넓어지지요. 2000년대에 들어와서 우리 동화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조금 염려스러운 것은 세계화라고 해서 우리만의 정서, 우리 고유의 것을 배제한 것이 세계화된 작품이라고 착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것이 살아 있으면서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은별 |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서정적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병규 | 자연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지요.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말로나 어떤 영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자연과 사람 속에서 살아온 옛날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야 합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어야 바람직하지요. 행복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저는 89점짜리 행복, 그 만큼의 삶만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은 90점, 100점을 살려고 하고 최소한 90점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왜 제가 1점을 빼고 80점대로 내렸냐하면 그래야 이룰 수 있을 것 같고 넉넉해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딱 90을 채우기 위해 1% 때문에 아닥바닥하고 89점도 다 된 것인데 90점이 안 됐다고 못 이루는 것이라 생각해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하기 보다는 80점대로 내려놓고 80점대 중에는 최대로 노력을 기울여 89점이 되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것이지요. 고은별 | 아아, 그것이 선생님께서 행복하게 살고 계신 비결이군요. 김병규 | 앞으로도 계속 좋은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동화를 쓸 수 없는 나이가 되면 고향에 가서 자연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서울광장] 세금 때문에 늘그막 이혼이라… /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세금 때문에 늘그막 이혼이라… /육철수 논설위원

    살다 보니 별일을 다 본다. 세금이 아무리 무겁다고 해서 백년해로해야 할 부부가 늘그막에 갈라서기도 불사한다니 못 말리는 세상이다. 물론 돈 많은 부유층 일각에서 벌어지는 몰지각한 행태다. 땀흘려 번 돈은 아닐 테고 대개 불로소득이나 투기소득일 텐데, 세금 내기 싫어 가짜로 이혼까지 한다면 정상적인 사람들은 분명 아닐 것이다. 재산과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국가에 더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이 돈 빼돌릴 궁리만 하고 있으니 그들의 머리엔 대체 뭐가 들었을까 궁금하다. 얼마전 서울가정법원은 26년 이상 한 이불을 덮고 잔 부부의 ‘황혼이혼’이 결혼 3년 이하의 ‘신혼이혼’보다 더 많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그땐 그저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하고 무심코 넘겼다. 그만큼 같이 살았으면 서로 지겹기도 하고, 부부간 애정이나 정력도 예전만 못할 테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까딱 잘못하면 그런 처지가 될지 몰라 나름대로 몸과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다. 그런데 정력과 애정 문제가 아니라 세금 때문에 이혼하는 부부가 꽤 있다는 게 신문에 나고, 주변에 실제로 그런 인물이 있는 걸 보고는 무척 놀랐다. 수억대의 세금을 피하려고 재산 좀 있다는 사람들의 위장이혼이 요즘엔 더 눈에 띈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세무사와 은행 재테크상담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위장이혼을 해서라도 세금만은 못 내겠다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게 사실이었다. 하기야 1가구2주택 소유자의 경우 내년부터 양도소득세가 양도차익의 50%로 중과되고, 종합부동산세가 크게 늘어나니까 납세 당사자들로서는 답답하고 시간이 촉박하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해괴한 세금회피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9억원대 주택 두 채를 가진 부부가 집 하나를 팔면 양도세를 3억원쯤 내야 하는 경우를 보자. 같이 살면 3억원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이혼하면 세금이 5000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이혼과 동시에 세대분리가 되고, 한 채씩 나눠 가지면 1가구1주택 비과세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가구별로 합산 과세하는 종합부동산세도 적잖이 낮출 수 있다. 돈에 욕심이 있고 양심에 털이 난 사람이라면 딱 좋은 유혹 아닌가. 더구나 부부가 서류상으로 이혼하고 한 집에서 같이 살다가 국세청에 들킨다 해도 “마음이 바뀌어 다시 합치려고 한다.”고 우기면 어쩔 도리가 없다. 그야말로 합법적인 ‘완전탈세’가 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나라의 주택관련 세금이 과연 온 국민에게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소리를 들을 만큼 혹독한지 따져봐야겠다. 국내에는 총 1800만 가구가 있는데 이 가운데 1가구2주택 이상은 5% 정도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대상도 전체 가구의 1.2%인 21만 가구 남짓이고, 이 중 99%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 과세대상인 것이다. 집 평수가 크든 작든 2주택 이상을 서울 강남에 갖고 있다면 웬만큼 잘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아마 소득계층으로 상위 2∼3% 안에 거뜬히 들 것이다. 강남은 최근 5∼6년 사이에 집값이 두세 배 뛰었다. 그 불로소득에서 절반이 세금이라고 해서 이혼이나 가족해체를 무릅쓸 만큼 가혹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이혼도 ‘세(稅)테크’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그건 골병이 들어가는 사회다. 이러다간 “세금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란 신판 결혼 주례사가 조만간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염주영 칼럼] 부동산정책 실패에서 배울 점

    [염주영 칼럼] 부동산정책 실패에서 배울 점

    음식점 주방에서 요리사가 요리를 해 손님 상에 올렸다. 그것을 먹은 손님들은 음식이 너무 싱겁다고 했다. 간을 맞추려면 간장을 더 뿌려야 한다. 그런데 간장 대신 설탕을 뿌리고 간이 맞을 것이라고 우겨대는 요리사가 있다면 그 얘기를 계속 들어줘야 하는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딱 그 격이다. 정부는 집값 폭등을 저지하기 위해 힘겨운 전쟁을 펼쳐왔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세금을 주무기로 사용했다. 부동산 부자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물려 항복을 받아낼 계획이었다. 세금을 중과하면 부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소유한 부동산을 헐값에 내다 팔 것으로 생각했다. 종합부동산세라는 첨단 신무기도 개발했다. 이런 세금 신무기로 중무장한 ‘8·31대책’을 발표하고 총력전에 들어갔다. 매스컴 등을 통해 “세금 앞에 장사 없다. 세금으로 때려 잡자.”고 외치면서 시장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고는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습니다.”라고 단언했다. 마치 간장 대신 설탕을 뿌리고 간이 맞을 것이라고 우기는 요리사처럼.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지금 정부의 예상은 또 빗나갔다.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집값이 다시 폭등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다급해졌다. 주무부처인 건교부의 추병직 장관은 “지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가 장담했던 세금 신무기는 힘을 쓰지 못했다. 세금 맹신이 또 한번의 정책 실패를 자초하고 있다. ‘집값 상승→세금 중과→집값 더욱 상승‘의 악순환은 집 없는 계층과 집 가진 계층간의 부의 격차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벌려 놓았다. 집 없는 사람들이 참여정부의 피해계층이 됐고, 집 가진 사람들은 수혜계층이 됐다. 한마디로 못사는 사람들을 더 못살게 만들었다. 분배와 균형을 국정운영의 철학으로 삼고 출범한 참여정부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어디서부터 비틀린 것일까.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일부 정책결정자들의 세금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전임 한덕수 경제팀은 금융과 세금, 그리고 공급 확대라는 세가지의 선택가능한 정책수단을 갖고 있었다. 이 가운데 세금을 동원했다. 세금과 집값 상승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막연히 ‘세금 앞에 장사 없다. 세금으로 때려 잡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집값을 잡는 데는 금융긴축과 공급 확대가 유효한 정책수단이다. 세금을 정책수단으로 선택한 것은 간을 맞추기 위해 간장 대신 설탕을 넣은 요리사와 다를 바 없다.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것은 경제정의 구현에 부합한다. 그러나 경제정의를 구현하는 것과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은 전혀 별개의 정책목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금, 그 중에서도 특히 보유세 부담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근로소득자들이 땀흘려 버는 돈의 수십곱절을 가만히 앉아서 벌어들이는 불로소득 계층은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 논리가 성립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경제정의 구현 의지에 충만한 나머지 부동산 세금을 올리면 부동산 가격도 안정된다고 주장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세금을 올리는 데도 값이 떨어지는 상품이 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공급자 우위인 주택시장에서는 오히려 값이 오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에서는 집값과 세금 사이에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는 실증분석 결과도 있다. 논설실장 yeomjs@seoul.co.kr
  • (4) 오, 필승 에티오피아! - 축구 리비아전

    (4) 오, 필승 에티오피아! - 축구 리비아전

    얼마 전 에티오피아 국가 대표팀과 리비아 국가 대표팀의 축구 경기가 아디스 아바바에 있는 에티오피아 유일의 스타디움에서 있었다. FIFA에서 나와 심판을 보는 엄연한 국제 경기였다. 경기는 오후 4시부터였는데 3시에 이미 경기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오직 VIP석만 빼고. 에티오피아 축구는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힘을 좀 쓰지만 아프리카 전체에서는 별로 맥을 못 추는 형편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제대로 된 경기장이라고 딱 하나 있는 게 잔디가 다 패여 우리나라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을 방불케 한다. 경기 후 대표팀 선수들의 유니폼은 진흙투성이로 변해 있었다. 대우기라 날마다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천장이 없는 경기장에 소나기가 지나간 후에 경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오전에 표를 예매한 후 경기시작 한 시간 전에 가면 되겠지 하고 오후 3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경기장에 들어갈 사람들은 다 들어간 뒤였다. 표를 들고 좌석을 찾았는데 통로인 계단까지 이미 사람들이 차 있어 도무지 진출이 불가능했다. 두리번거리다 일군의 빈 좌석이 보여 무조건 앉았더니 앉기 전부터 계속 뭐라고 소리를 지르던 사람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가오는 게 아닌가. 축구협회, FIFA관계자, 대사관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한 VIP석이라서 빨리 자리를 옮겨 달란다. 에티오피아에서 만날 수 있는 아시아인으로는 한국인, 일본인, 다수의 중국인, 그리고 극소수인 필리핀인이 있다. 그날 그 축구장에 에티오피아인도 아니고 리비아인도 아닌 아시아인은 딱 한 사람뿐이었다. 방송국에서 나온 카메라맨이 그걸 알아보고 촬영을 위해 확보한 좌석 하나를 제공했다. 덕분에 가장 좋은 위치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의 국기가 녹색, 노랑, 빨강을 사용하고 있는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옷 색깔을 맞춰 입고 나와 관중석은 눈이 부셨다. 응원깃발까지 펄럭이자 그들의 피부색깔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의 붉은색 일색과는 다르게 그들의 관중석은 몹시 화려했지만 응원문화만큼은 우리 대한민국을 따라올 수가 없었다. 축구 응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세계 최고다. 그 날 그 곳엔 막대 풍선도 없었고, 징이나 꽹과리 소리도 없었다. 물론,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같은 대표 구호도 없었다. 그들은 알 수 없는 구호들을 산발적으로 외치고는 금방 시들해지고 말았다. 파도도 타는가 싶으면 벌써 끝났다. 그러나 또 하나 분명 우리와 다른 게 있었다. 그날 에티오피아 대표팀 골키퍼는 노란색 경고 카드를 하나 받았다. 골키퍼가 경고를 받자 관중석에서는 일제히 일어나 심판에게 야유가 아니라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관중석의 대부분은 에티오피아인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심판이 제대로 판정을 했다는 것이다. 축구장 안에는 전광판이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반칙이 일어났을 경우 심판의 판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장의 에티오피아인들은 상대편이 공을 몰고 골대까지 오면 불안해하는 야유를 보내면서도 자기편에게 불리할 지도 모르는 경고 판정에 대해서는 단지 옳다는 이유로 박수치며 환호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시간이 곧 돈’인 나라에서 온 사람의 눈으로 보았을 때 ‘빨리빨리’가 도대체 없는 이 나라 사람들이 이해가 안될 때가 많지만 이런 여유는 좀 부럽기도 하다. 지난 독일월드컵에서 한국팀과 스위스전이 끝나고 심판 판정에 불복한 우리의 네티즌들은 FIFA 홈페이지 서버를 마비시켜버리지 않았던가. 양팀 모두 진흙 구덩이에서 밀치고 구룬 결과 경기는 에티오피아가 1:0으로 승리. 그날 경기는 사흘이 지난 후 ETV(에티오피아방송)에서 전체도 아니고 스포츠 뉴스 프로그램에서 하이라이트만 잠깐 다뤄졌다. 이날 경기를 승리로 이끈 에티오피아 대표팀 감독은 올해 10월부터 예맨 국가대표팀을 지도한다.       <윤오순>
  • [Book Review] 영국사, 모범답안 아니었다

    ‘19세기 영국사’. 이 말에는 사학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뜨거운 뭔가가 있다. 근대의 진원지 영국을 파헤쳐 내 조국 근대화의 비법을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후진국 젊은이들의 열정과 땀이 배어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열정은 그러나 ‘영국은 영국일 뿐’이라는 다소 싱거운 결론으로 끝나는 듯하다. ‘영국도 보편이 아닌 특수’라는 말이 나오더니 외려 ‘세계적으로 자력근대화에 성공한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되느냐.’는 반문이 나오고,‘식민지 등 외부충격에 의한 근대화가 더 일반적인데 그걸 부정적으로, 그것도 아주 극단적인 형태인 양 묘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한걸음 더 내딛는 주장도 나온다. 이제는 ‘19세기 영국사’가 양 어깨에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주자는 얘기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역사서 두 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이영석 광주대 교수가 쓴 ‘사회사의 유혹Ⅰ-나를 사로잡은 역사가들’,‘사회사의 유혹Ⅱ-다시, 역사학의 길을 찾다’(푸른역사 펴냄). 이 교수는 올바른 근대의 길을 찾기 위해 영국을 파고든 전형적인 19세기 영국사 전공자이다. 그러나 저자 스스로 서문에서 밝혔듯 자신의 기존 연구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영국사를 더듬었다. Ⅱ권은 이론적으로, 역사학 자체를 둘러싼 논쟁을 검토한다. 여기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2장 ‘근대의 신화’에서 검토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 사학계에 대한 얘기들이다. 근대 콤플렉스가 있던 일본의 영국사학자들은 산업화 초기에는 자본주의 이행논쟁에서 시작해, 산업화에 걸맞지 않은 정치적 후진성을 고민할 때는 명예혁명을 전후한 정치사회적 변동을 연구하고, 그 다음 산업화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산업혁명과 그 파장을 검토하는 식으로 연구초점이 점차 옮겨간다는 것. 놀라운 것은 일본의 이런 연구경향을 한국이 10∼20년의 시차를 두고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영국이라는 큰 모델을 놓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주제를 바꾸어 가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정작 영국 사학계는 이런 틀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부르주아 혁명은 그다지 급진적이지 않았고, 노동계급의 형성이란 실제 사회관계가 아니라 담론 현상에 불과했다.’는 최근 영국 사학계의 수정주의를 소개한다. 영국 스스로가 ‘근대혁명은 허구’라고 밝힌 셈인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린 우리는 뭔가.“일본과 한국의 역사가들은 실재하지도 않는 어떤 모델을 설정하고 그 모델과 자국의 역사를 암암리에 비교하면서 역사적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고단한 작업을 계속해 온 셈이다.” Ⅱ권을 먼저 읽은 뒤 Ⅰ권을 접하면 더 풍부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Ⅱ권에서 표출된 문제의식과 얽히고설킨, 영국 사학자 5명을 다뤘기 때문이다.‘영국의 풍경’을 다룬 윌리엄 호스킨스,‘결혼과 가족제도’를 탐구한 로런스 스톤,‘프랑스인의 감성’을 연구한 시어도어 젤딘,‘런던시민의 삶’을 분석한 로이 포터와 사회문화적 변동이라는 틀로 20세기 전반을 저술한 에릭 홉스봄이 그들이다. 이렇게 읽고 나면 사회경제사를 전공한 저자에게 왜 사회사가 ‘유혹’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어쨌거나 근대성 논의의 핵심은 영국이었기에 근대성 논쟁이 깔끔하게 녹아들었다는 점은 장점이다.Ⅰ권 1만 5000원,Ⅱ권 1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난 영원한 카멜레온”

    “난 영원한 카멜레온”

    곱게 기른 생머리에 찢어질 듯한 고음부의 샤우팅 창법으로 유명한 가수는?대한민국 록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그룹들인 시나위와 부활, 백두산 등의 보컬을 맡았던 가수는?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정답을 말하자면 바로 김종서다.1987년 록그룹 시나위의 보컬리스트로 ‘새가 되어가리’를 열창하며 데뷔했던 김종서가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두번이나 바뀔 긴 시간. 그러나 정작 그의 반응은 심드렁하기 짝이 없다.“벌써요?별로 한 것도 없는데 후딱 지나가 버렸네요.” 경기도 일산의 한 주택가 지하연습실에서 땀에 흠뻑 젖은 채 목청을 가다듬고 있던 김종서를 만났다.10월20∼23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새천년홀에서 열리는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명작’을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연습할 때 실제공연처럼 철저히 준비해야 공연날에 관객들과 열심히 놀 수 있죠.”연습을 공연처럼. 김종서의 철학이다. 20년 동안 별로 한 것이 없다고 겸양의 미덕을 발휘했지만, 그가 대한민국 록의 역사에 새긴 족적의 깊이는 결코 얕아보이지 않는다.92년 솔로로 변신한 이후 발표한 음반만해도 9장. 특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대답없는 너’를 비롯해,‘겨울비’,‘플라스틱 신드롬’,‘아름다운 구속’,‘희망가’ 등은 수많은 록팬들의 가슴을 유린한 록 발라드의 명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껏 올곧게 로커의 길을 걸어 왔던 그가 최근들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들을 웃기는가 하면,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유다역으로 출연해 연기에 도전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다. 개봉예정인 한 영화의 음악을 맡아 음악감독에도 도전한다.“(영화의)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새로운 음악을 하는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한번쯤 꿈꿔본 분야이기도 하고요. 뮤지컬이나 방송출연 등은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높여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음반시장이 거의 붕괴된 상황에서 음악팬들을 흡수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시면 됩니다. 앞으로도 활동영역을 넓혀 나가는 작업을 계속할 겁니다. 주변 사람들이 저만의 색깔을 잃어간다는 지적을 하기도 하지만,(저는)다양한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해요.”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다양한 변신이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단다.“사람들이 알듯 ‘로커’의 길만 걸어오지는 않았어요. 노래는 한 부분이었고, 작사·곡은 물론, 음반 프로듀서 등 음악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섭렵해 왔죠. 그리고 앞으로도 변신에 능한 카멜레온처럼 음악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도전할 겁니다.” 이번 ‘명작’콘서트에서도 그의 다양한 관심영역이 유감없이 표출될 예정이다. 자신의 대표곡들로 간이 뮤지컬 무대를 꾸미는가 하면, 이효리의 댄스곡 ‘텐 미닛’을 록버전으로 바꿔부르기도 한다.“재밌잖아요. 이런저런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는 것이요.‘김종서표 공연’의 원년이 되는 콘서트가 될 겁니다.” 최근 밝히길 꺼려 했던 결혼사실과 함께 기러기 아빠 신세를 토로하기도 한 ‘로커’ 김종서. 록, 그 이상의 비상을 꿈꾸고 있었다. 공연문의 (02)522-9933. 글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한준규 기자의 맛난 토크] 하산길 한상 가득, 산아래 맛집

    [한준규 기자의 맛난 토크] 하산길 한상 가득, 산아래 맛집

    주말이면 가벼운 배낭에 단풍을 만나러 떠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붉은 바다의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정상에서 탁 트인 파란 하늘과 단풍의 아름다움에 취해 내려온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시원한 막걸리와 맛난 밥이다. 산 주변에 큼직한 간판이 걸린 식당에서 한두 번은 실망을 하고 나온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주는 전국의 단풍으로 유명한 산 아래 맛집을 찾아나섰다. 붉은 단풍을 안주 삼아 ‘벌컥벌컥’들이켜는 시원한 막걸리, 오색나물에 보리밥을 썩썩 비벼 먹는 산채비빔밥 등 별미와 함께하는 가을산행과 특별한 맛을 느껴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파스텔로 칠한 듯한 오대산 강원도 토박이들이 제일로 치는 단풍이 바로 오대산이다. 붉은 단풍뿐 아니라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여러 색들의 은은하고 소박한 어울림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오대산 입구에는 산채정식을 하는 식당들이 수십 군데가 모여 있다. 그중에서 오대산식당(사진(1)·033-332-6888)이 원조격이다. 주인 이문화(72)할아버지가 3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식당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채정식을 주문했다. 신선초, 참두릅, 참나물, 나물취 등 이름 모를 산나물들이 20여 가지 나온다. 거기에 더덕, 버섯과 구수한 된장찌개까지 그야말로 한상 가득이다. 나물들은 제철의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구수하고 때론 담백한 감동이 입에서 전해온다. “나물을 말려서 보관하면 편하기는 하지만 제 맛을 쉽게 잃지.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염장’이야. 생나물로 보관을 해서 이런 맛이 나는 거야. 많이 먹어. 다 오대산의 정기를 머금고 있는 자연산 나물이야.”라는 이문화 할아버지. 참 오래간만에 정갈하고 깔끔한 밥을 먹었다. 특히 곰취장아찌의 맛과 향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1인분에 1만 3000원. # 불타는 듯한 지리산 지리산의 단풍은 강렬한 빨간색으로 우리나라에서 소문이 나 있다. 이런 지리산 화엄사 자락에 있는 이시돌(사진(2)·061-782-4015)의 맛있는 한방갈비가 기다리고 있다. 지리산 자락에서 방목한 한우고기를 와인과 매실 진액에 8시간을 재운 뒤 십전대보탕에 기초한 13가지 한약재로 숙성시킨 갈비다. 달콤하면서 그윽한 한약재의 향과 부드러운 고기의 어울림이 가히 ‘예술’이다. 구례의 한우 생산 농가에서 직접 선별해서 고기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여러 명이 갈 때는 꼭 전화로 예약을 해야 맛을 볼 수 있다.1인분에 3만 5000원. 또 김장아찌, 머위, 돌나물 등 10여 가지의 정갈한 밑반찬이 나오는 재첩국(6000원)이나 산채정식(1만원)도 별미다. 패션디자이너이기도 한 주인 염대수씨가 별채에 내셔널지오그라피에서 확보한 구한말의 희귀사진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재미난 식당이다. # 만산홍엽의 속리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나무 정이품송이 버티고 있는 속리산. 단풍이 시작되고 있는 중부권 산의 대표주자이다. 속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유명한 경희식당(사진(3)·043-543-3736)은 박정희, 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들이 한번씩 거쳐 간 식당으로 100여가지 넘는 음식들을 제철에 맞게 꾸며내고 있다. 2인 기준 5만원,2인 이상 2만 3000원으로 좀 부담이 되지만 속리산에 왔다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식당임은 틀림없다. 커다란 교자상에 정갈하게 놓인 음식들이 가득하다. 각종 나물들은 기본이고 굴전, 소라, 생선뿐 아니라 불고기까지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어지게 나온다. 물론 남도의 한정식보단 차림이 화려하지 않지만 심심하면서 담백한 충청도의 손맛이 그대로 배어나온다. 특히 집장(충청도식 된장)의 구수한 맛에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 단풍과 억새의 치악산 가을 산행의 맛은 단풍과 억새이다. 동시에 두 가지를 느낄 수 있는 명산이 바로 치악산이다. 구룡사쪽의 단풍과 고둔치 고개의 억새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땀을 흠뻑 흘리고 향로봉에 올랐다면 가슴까지 시원한 돌모루 산장(사진(4)·033-731-5310)의 막국수를 권한다. 꿩으로 육수를 내서인지 잡냄새가 없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육수 또한 시원해서 산행을 마치고 먹기에 좋다. 쫄깃한 꿩고기가 고명으로 올라 있는 막국수는 비록 볼품은 없지만 어른, 아이의 입맛에 맞게 새콤달콤한 육수와 원주 메밀로 만든 면발의 조화가 일품이다.4000원. 또한 고기로 만든 만두(5000원)를 곁들이면 좋다. # 가장 편하게 단풍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덕유산 덕유산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면 정상인 향적봉까지 약30분에 오를 수 있어 가족 단풍 나들이로 아주 제격이다. 덕유산 자락에 자리한 명가(사진(5)·063-322-0909)의 흑돼지구이는 돼지고기를 한차원 높인 맛이다. 진안의 명물인 까만 돼지고기만을 써서 쫄깃함이 살아 있다. 또한 아주 두툼하게 썬 흑돼지를 야외에서 특수 제작한 참나무 화덕에 애벌로 구워 내놓는데 은은한 참나무 향에 배어서 ‘햄’을 먹는 기분이다(9000원). 꼬막, 버섯, 조림 등 깔끔한 밑반찬도 명가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또 2년 묵은 김치와 흑돼지의 살코기로 끓인 김치 전골(7000원)도 시원하다. # 수도권 단풍의 명소, 가평 명지산 경기도 가평은 강원도 산골 못지않게 험한 계곡과 산들이 둘러싸인 곳으로 수도권 단풍 나들이로 최고 지역이다. 명지산, 인연산, 운악산 등 좋은 산들이 즐비하다. 물 맑고 산세 좋은 가평에 들렀다면 산수녹원(사진(6)·031-582-6475)의 그윽한 청국장에 빠져보기를 권한다.28년째 청국장을 가평의 콩으로 띄우고 있는 지영옥 할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조그만 뚝배기에 두부 몇 점과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을 따뜻한 밥과 비벼 먹으면 옛날 어머니의 집에서 만들어주신 바로 그 맛이다.5000원 # 계곡 단풍의 참맛 소백산 희방사계곡의 단풍이 아름다운 소백산.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는 계곡의 단풍이 참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진 산이다. 소백산 단풍 구경을 마치고는 단양읍에 있는 장다리식당(043-423-3960)의 마늘돌솥밥정식(1~2만원)을 추천한다. 마늘이 몸에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마늘을 넣고 바로 지은 돌솥밥도 일품이고 갖가지 밑반찬에 막걸리 한잔이 잘 어울린다. 싱싱한 생굴, 도토리묵, 고소한 감자버벅, 고등어, 고소한 돼지수육은 물론 감자떡, 쑥버벅, 고추장떡 등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 가장 압권은 누가 뭐래도 다양한 마늘 반찬. 식초에 절인 쪽마늘, 새콤한 고추장 마늘무침, 마늘쫑 무침 등 잘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이 허기진 배를 채우고도 남는다. 또한 한우비빔육회(2만 5000원)도 추천한다. # 천년 고찰을 두개나 품고 있는 조계산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에 품고 있는 전남 조계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고 푹신한 육산(흙산)이라 트레킹하기에 아주 좋은 산이다. 붉은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은 천년 고찰의 여유를 느끼기에도 그만이다. 조계산의 7부 능선인 해발 600m의 굴목이재에 있는 조계산보리밥(사진(7)·061-754-3756)은 그야말로 자연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재미난 곳이다. 간판은 식당이라고 걸려있지만 변변한 식탁 하나 없다.7∼8명이 올라 갈 수 있는 평상에 10개가 있다. 손님들은 등산화를 풀고 평상에 걸터앉아 커다란 쟁반에 내 온 음식을 먹는다. 상추, 무청, 돈나물, 미나리, 깨잎, 고추 등과 구수한 된장국이 나온다. 커다란 양푼에 보리밥과 나물을 넣고 비벼 먹는데 그 맛은 참 별나다. 파란 하늘을 지붕 삼아, 붉게 물든 단풍과 졸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벗 삼아 먹는 웰빙 음식이다. 게다가 주인이 직접 담근 동동주를 한잔 걸칠라 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보리밥, 동동주 5000씩. # 파란 바다가 보이는 천관산 파란 하늘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쪽빛 남해 바다가 흘린 땀뿐 아니라 가슴에 남아있던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산, 넘실대는 억새의 은빛 물결이 아름다운 산, 바로 전남 장흥의 천관산이다. 물론 전남 장흥은 먹거리가 풍성하지만 바다하우스(사진(8)·061-862-1021)의 바지락회를 권하고 싶다. 전어, 농어, 하모(갯장어) 등 제철에 바다에서 나는 음식 모두가 맛나지만 쫄깃하고 쌉쌀한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바지락회(4인기준 3만원)가 압권이다. 막걸리로 담근 자연 식초와 고추장에 살이 통통한 바지락의 속살 무침은 산행의 수고를 한번에 날려주고도 남는다. # 민족의 영산 태백산 겨울 산행으로 유명한 태백산에도 어김없이 붉은 물결이 치기 시작했다. 정상인 천제단은 물론이고 입구까지 수놓고 있는 단풍은 전국의 어느 산 못지않다. 태백은 한우로 유명하다. 비록 사육하는 수가 많지 않아 전국적으로 유명세는 타지 못하고 있으나 그 맛은 예술이다. 태백 시내에 한우를 전문으로 하는 고깃집이 많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아 꼭 한번 맛보기를 권한다. 그 중에서 태성실비식당(사진(9)·033-552-5287)의 고기는 특별하다. 마블링(고기에 포함된 하얀 지방)이 적은 빨간 살이 특징이지만 쫄깃하면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그만이다. 고기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 집이니 꼭 전화를 해보고 가는 편이 좋다.
  • [한승원 토굴살이] 꼬마 나폴리 연안 이야기

    [한승원 토굴살이] 꼬마 나폴리 연안 이야기

    ㄹ형, 제 토굴 앞에 0자를 가로 눕혀 놓은 듯한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서울을 버리고 온 날부터 ‘연꽃 바다’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 제목으로 장편소설 한 편을 썼습니다. 호수 같은 바다 남쪽에는 고흥반도 산봉우리들이 뻗어나가고, 남서쪽에는 완도의 섬들이 첩첩 떠 있고, 서북쪽에는 장흥과 보성의 산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 콤플렉스가 많은 글쟁이입니다. 그것을 자궁 콤플렉스, 혹은 고향 콤플렉스라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40년 동안 바다 이야기를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 쓰지 못했다 싶어 고향 바닷가로 돌아왔고,‘멍텅구리 배’,‘물보라’,‘바닷가 학교’,‘검은댕기두루미’에 이어, 이 바다에서 생산되는 ‘키조개’ 이야기를 장편으로 쓰고 있습니다. 여성의 음부처럼 생긴 키조개를 통해 우주 시원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마을 앞 연안을 산책하곤 하는 저의 사전 한 구석에는, 그 연안이 꼬마 나폴리라고 적혀 있습니다. 무지개처럼 휘움한 그 연안 동쪽에는, 사자산 엉덩이에 붙어 있는 삼비산에서 흘러온 냇물로 인해 형성된 거무스레한 모래 잔등이 질펀하게 뻗어나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갈매기 청둥오리 해오라기 물떼새들이 찾아오고, 황새와 검은댕기두루미도 한 발로 서 있다가 돌아가곤 합니다. 이사 오던 첫해 한여름에 저는 아침마다 그 연안바다 모래밭을 혼자서 땀 뻘뻘 흘리면서 청소했습니다. 그 모래밭에는 밀려온 쓰레기들이 해전으로 죽어 늘어진 시체들처럼 볼썽사납게 쌓여 있곤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가끔 울력을 하여 그것들을 치우곤 하지만, 다음날 곧바로 불어댄 동남풍으로 인해 쓰레기들은 다시 쌓이곤 합니다. 스티로폼 부표, 헌 그물자락, 페트병, 통발들, 수초들…. 그것들을 제가 혼자서 하루아침에 십m씩 치우곤 한 것입니다. 저혼자서 그 바다를 관리하겠다는 영웅심에서 그런 것도 아니고, 저의 환경 사랑 의지를 만방에 선전하려는 만용이나 허세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유배살이를 자청하고, 스스로를 토굴 속에 가둔 저의 고독과 슬픔과 나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제 가슴속에 ‘이것은 내 바다’라는 확신을 심고 싶었습니다. 그 바다 한복판에 저의 뿌리를 내리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비지땀 흘리며 하는 저의 도로(徒勞) 같은 몸짓이 보기에 민망했던지 당시의 김면장이 그해 가을부터 공익 요원들을 투입하였고, 이후로 그 바다는 계속 깨끗함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환갑을 두 해 앞둔 때였습니다. 저는 소설 쓰는 틈틈이 저와, 바다와 씨름하며 사는 마을 사람들과 거기에 서식하는 물고기 물새 바람 해 달 별 이슬을 시편에 담았습니다. 그것들을 문학과 지성사에서 세 번째 시집 ‘노을 아래 파도를 줍다’로 펴내 주었습니다. 그 시들은, 토굴에 저를 가두고 기르는 제 자신과 바닷가를 산책할 때마다 저를 늘 환희심에 젖어들게 하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앞바다와 하늘에 바치는 헌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젊은 조면장이 그 여닫이 연안 모래 언덕 위쪽의 아스팔트길 가장자리 숲에 600m쯤의 소로를 내고 20m 간격으로 저의 시비 30기를 세워 놓았습니다. 저의 시와 짧은 동화와 소설 한 대목들을 새긴 그 비석들은 각기 7t 무게의 바위와 보조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야 할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저의 육중한 흔적들을 그 연안바다 모래 언덕길에 놓아두도록 허락한 것은 저의 허망하고 미련스러운 탐욕이 아닌지, 그 탐욕으로 인해서 나라는 인간이 하나의 상업적인 싸구려가 되고 있지 않은지, 자못 두렵고 부끄럽습니다. 그것을 두려워하고 면목 없어하는 저에게 젊은 면장은 말을 합니다.“이것은 억지로 하고자 하여 된 일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한 발짝 한 몸짓의 일상이 이 연안 바다 모래밭의 전설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소설가
  • [화제의 작가를 찾아서] ‘리얼리즘적 소통주의’ 배영환

    [화제의 작가를 찾아서] ‘리얼리즘적 소통주의’ 배영환

    왜 작업실에서의 인터뷰를 주저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서울 청운동의 한 조그만 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배영환(39)의 작업실은 마치 공작소와 철물점을 합쳐놓은 것 같았다. 요즘같은 과잉 홍보와 노출의 시대에 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수줍은 성격의 작가는 인터뷰 내내 ‘과잉 겸손’으로 기자의 애를 먹였다. 배영환의 작업은 일상과 미술, 하위문화와 주체문화의 경계에 있다. 설치와 회화, 사진 등이 하나로 조합된 그의 작업은 볼트와 너트로 두 문화를 바짝 조이는가 하면, 때론 팽팽한 긴장의 끈으로 두 문화 사이의 불안정함을 담아낸다.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97년 군대 제대후 처음 가진 개인전 타이틀은 ‘유행가’. 우리 문화계에서 대중문화 담론이 한창 논의되면서 기존의 파인아트와 대별되는 설치미술이 물량공세에 나설 때, 그 상투성에 맞선 그의 작업은 ‘신선하다’는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싱대, 쌍절봉, 인형, 병뚜껑, 각목 등 허접한 일상의 잡동사니들을 끌어들여 설치, 회화라는 나름의 미적 형상화 작업을 거친 작품들. 작가는 거기에 ‘거리에서’‘긴머리 소녀’‘나의 20년’‘편지’ 등 유행가 타이틀을 붙였다.‘유행의 흐름을 주도하는 배영환전-유행가’란 제목, 작가와 그의 친구들의 ‘막춤’ 모습이 담긴 전시 팸플릿 표지엔 한 미술평론가의 지적처럼 ‘제도미술은 유행가만큼도 우리를 위로하지 못한다.’는 조소가 가득 담겨 있다. 99년 두번째 개인전 ‘유행가2’에선 이같은 작업방식이 한층 무르익었다.‘청춘’‘물망초’ 등 유행가 가사를 위장약 두통약 등 알약과 약솜, 옥도정기 등을 이용해 캔버스에 붙이고 그리는 작업을 통해 하위문화와 대중문화, 지배문화의 관계를 짚어냈다. 그의 작업은 대중문화의 반복성, 안정 지향의 부르주아 문화에 대한 반발을 담고 있지만,‘혁명의 키치화’에 대한 패러디로도 읽힌다. 하위문화 자체를 숙주로 삼고 있지만 민중미술의 윤리의식과 규범들 또한 몹시 갑갑해한다. ●작년부터 ‘남자의 길´ 타이틀 작업중 작가는 지난해부터 ‘남자의 길’이란 타이틀의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안공간 풀, 올여름엔 pkm갤러리, 로댕갤러리 등에서 작품들을 선보였다. 작품들 속의 ‘남자’는 권위와 성공이 아닌 땀과 고단함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들이다. 판잣집의 떨어진 문짝이나 버려진 가구 조각을 자르고 짜맞춰 거칠게 만들어진 기타들. 이같은 쓰레기들을 굳이 기타로 재탄생시킨 것은 ‘오늘날 우리사회의 진정한 주인공은 이들’이라는, 판잣집과 가구를 사용하던 이름 없는 노동자와 가장에 대한 오마주적 성격이 읽혀진다. 지난 10년간 배영환의 작업을 꿰뚫고 있는 중심축은 현장성과 동시대성이다.“80년대 이후 각 시대의 리얼리즘을 내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현장에서의 리얼리즘적 소통을 중시한다. 소통을 전제로 작업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이 보는 이들과 교감하지 못하면 실패라고 스스로 평가를 내린단다. ●광주·부산·베니스 비엔날레 초대 작가 이같은 작가의 리얼리즘은 최소한 미술계에선 성공한 듯하다. 그는 광주와 부산, 베니스비엔날레 등 국내외 주요 비엔날레의 단골손님으로 나서는 등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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