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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보도 그 후] 살처분 공무원·축산업자 정신치료 시작

    [서울신문 보도 그 후] 살처분 공무원·축산업자 정신치료 시작

    ‘살처분 이후 수면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 사건 이후 예민해지고 화가 난다고 느꼈다.’ 최근 살처분에 동원됐던 공무원 또는 방역 인력들이 정신적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2청과 경기 북부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살처분 참가자와 축산업 종사자들을 상대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상담·치료에 나섰다. 살처분 인력들은 매몰 현장을 떠난 후에도 소와 돼지 울음소리에 시달리고 악몽을 꾸거나 식욕 부진, 의욕 감퇴 등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고양시 정신보건센터를 비롯해 남양주, 연천, 파주, 양주 등 10개 시·군 정신보건센터에서는 치료 대상을 파악하고 있다. 상담·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사건충격척도’ 설문을 통해 자가검진을 한 뒤 해당하는 문항에 따라 점수를 매겨 상태를 파악하면 된다. 총 22문항인 사건충격척도에서 25점 이상이면 정신과 상담이 요구되는 수준이다. 문항별 진척 정도는 1~5등급으로 구분된다. 도2청 등은 살처분 인력 전체에 대해 이번 주까지 자가진단을 실시, 상담 대상자를 선별할 방침이다. 상담 받은 인력 중에 심각한 증상을 호소하거나 고위험군에 속하면 도립의료원이나 대학병원과 연계해 전문적인 치료를 실시할 계획이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사건충격척도(IES-R) *문항별 0점(증상 없음), 1점(아주 조금), 2점(조금), 3점(중간), 4점(조금 많이) 5점(아주 많이) 1. 그 사건을 생각하게 하는 것들이 그 사건에 대한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 점) 2. 숙면을 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점) 3. 다른 일들이 그 사건을 계속 생각하게 한다. ( 점) 4. 안절부절 못하고 화가 난다. ( 점) 5. 그 사건이 생각나거나 떠오르면 기분이 상할 것 같아 회피하였다. ( 점) 6. 의도하지 않아도 그 사건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 점) 7. 경험한 사건이 과거에 일어나지 않았거나 혹은 사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 점) 8. 그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것들을 피했다.( 점) 9. 그 사건에 대한 장면이 내 마음속에 문득 떠오른다. ( 점) 10. 쉽게 예민해지고 잘 놀란다. ( 점) 11.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점) 12. 여전히 그 사건에 대해서 복잡한 감정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들을 다루고 싶지 않았다. ( 점) 13. 그 사건에 대한 나의 감정은 일종의 무감각 상태였다. ( 점) 14. 사건 당시로 돌아간 것같이 행동하거나 느끼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 점) 15. 잠들기가 힘들다. ( 점) 16. 그 사건에 대해서 요동치는 강렬한 감정을 경험했다. ( 점) 17. 내 기억에서 그 사건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점) 18. 주의 집중이 잘 안 되었다.( 점) 19. 그 사건을 생각하면 땀이 나거나 숨쉬기가 힘들거나 속이 울렁거리거나 심장이 빨리 뛰거나 하는 등의 신체 반응이 일어난다. ( 점) 20. 그 사건에 관한 꿈을 꿨다.( 점) 21. 나는 주위에 대해 조심스럽고. 경계하게 되었다. ( 점) 22.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점) *총점= ( ) 18점 이상=관심 필요, 25점 이상=전문의 상담 필요
  • [3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10년 전, 세 번의 유산 끝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정희씨 부부. 자리에 앉아 마냥 아이가 태어나길 기다리기 보다는 직접 우리의 아이를 찾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친자매였던 하은·하선을 시작으로 장애를 가진 여섯 아이를 입양하게 된다. 바라만 보아도 행복하고, 너무나 착하기만 해서 오히려 바보 같은 이 가족을 만나본다. ●월화 드라마 드림하이(KBS2 오후 9시 55분) 제 2의 조수미를 꿈꾸는 혜미는 얼마 전까지 미모에 실력까지 갖춘 부잣집 공주님이었지만, 아버지 고병직의 사업 부도로 모든 꿈이 산산조각 나버린다. 잠적한 아버지로 인해 추심업자 마두식은 혜미에게 아버지의 빚 1억을 갚으라고 협박을 한다. 우연히 혜미의 지갑을 줍게 된 진국은 위협받고 있는 혜미를 도와주는데…. ●몽땅 내 사랑(MBC 오후 7시 45분) 미선은 박식하고 능력있는 태수가 마음에 들어 금지와 이어주려고 한다. 금지도 태수한테 마음이 있어 못 이기는 척 미선의 말을 따르고, 미선의 행동을 눈치챈 태수는 금지에게 식사약속을 청한다. 한편, 두준은 금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누드모델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구두를 사오고, 두준은 이 사실을 은희에게 들키고 만다. ●감성여행 내 안의 쉼표(SBS 오후 6시 30분) ‘눈물은 왜 짠가!’, ‘긍정적인 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강화도 시인 함민복이 의형제를 맺은 탤런트 임현식과 천년고도 경주로 겨울 여행길에 올랐다.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으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 후 경주 월성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를 했던 함민복의 추천으로 이루어진 경주 여행을 떠나본다. ●세계의 교육현장(EBS 오후 8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오랜 인종차별 정책이 남긴 상처가 심각한 빈부격차라는 흉터로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 현실은 교육현장으로까지 이어지고, 극심한 빈곤 생활은 많은 흑인 학생들을 학교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서로 다른 얼굴로 펼쳐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육현장을 들여다 본다. ●경찰25시(OBS 오후 11시 5분) 6㎜ 현장기록 프로그램의 경찰25시는 더욱 위험하고, 지능적이며, 다양해진 범죄와 현장들이 나온다. 형사들의 하루는 1시간이 더 늘어났다. 경찰25시는 수사현장의 긴박함과 형사들의 땀과 눈물을 통해 범죄의 위험성을 알리고 건강한 사회 수호에 힘쓰는 경찰관들의 노고를 통해 범죄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아비 되기’를 바라보는 이중의 시선-박민규 소설 다시 읽기/허진

    1 아들은 아버지가 된다 ‘오감도’ 시 제2호에서 이상은 “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라고 토로했다. 이상의 토로는 세상의 모든 아들들이 한번쯤 맞닥뜨리게 되는 고민을 보여 준다. 그 고민은 ‘나도 언젠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을 닮은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상이 제시한 규범에 자신을 맞추고, 세상의 질서에 동화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을 포괄한다. 그 과정에서 아들은 자아를 억압하고 순치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자아가 찢기고 쪼개지고 일그러지는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박민규의 소설은 그러한 ‘아비 되기’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아비 되기’의 관점에서 박민규 소설의 서사를 재배열하면, 세상에게 “닥쳐 개새끼야!”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던 ‘나’(‘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50쪽)가 학창 시절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맞벌이를 해서 “한국의 표준이라 봐도 무방한 34평 아파트”를 마련하고(‘코리언 스탠더즈’, 183쪽), 그 집을 팔아 자식들에게 돈을 마련해준 뒤(‘누런 강 배 한 척’) 요양원에 들어가 사랑했던 여인에게 “아버지… 일어나요, 예?”라는 말을 들으며 죽음을 맞이하는(‘낮잠’, 200쪽) 시간적 스펙트럼이 도출된다. 그 시간적 스펙트럼을 아비의 질서와 규율을 내면화하고, 그에 맞게 자아를 변형시키는 ‘아비 되기’의 과정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박민규의 소설은 그러한 ‘아비 되기’의 과정에서 분열되고 일그러지는 주체의 모습을 보여 준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은 ‘아비 되기’에 대해 이중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아비 되기’를 받아들이고 아비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비의 세계를 부정하며 그 세계의 전복을 꿈꾼다. 박민규가 종종 구사하는 모순적인 문장은 그러한 분열의 징후를 보여 주는 단서이다. ⑴ 서늘한 창에 이마를 맞대고서 나는 빨리 고등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빨리 중년이 되고 노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니 빨리 핼리가 와 주기를 바랐다. 다행할수록, 삶은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 그래서 짧게, 나는 가혹해지고 싶었다. (‘핑퐁’, 95쪽) ⑵ 죽어간 이들의 진실을 보았고, 살아 진실을 논하는 자들의 거짓을 참아야 했었다. 변질과 변절, 변이와 변태…, 적도 동지도 사라진 세상 속에서 그는 홀로이 외롭고 외로웠다. 싸워야 하지만 싸울 수 없는 세계……, 다시 만난 세계는 그런 것이었다. (‘龍龍龍龍’, 108~109쪽) 인용문 중 굵게 표시한 부분은 하나의 문장 안에 모순되는 두 가지 내용이 담긴 경우이다. 여러 작품에서 박민규는 이러한 문장을 빈번하게 구사하는데, 이를 우리는 ‘아비 되기’를 바라보는 화자의 복잡다단한 심경과 관련해서 읽을 수 있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이 아비가 되기를 바라거나 상징세계의 아비가 되었을 때, 그들 내면의 다른 쪽에서는 이를 거부하고 부정하는 에너지가 추동된다. 아비가 된다는 것은 박민규 식으로 말하면, “‘무슨 상사’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직장”에서 “갸냘픈 표정으로 사무를 보는 일”이며(‘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72쪽), “세상이 변하기보다는 직급이 변하길 바라는 사람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코리언 스탠다즈’, 184쪽). 그것은 한때 몸담았던 학생운동 판을 “운동권(運動圈)이란 단어가 있다.”고 낯설게 말하게 되는 것이며(‘코리언 스탠다즈’, 182쪽), 록 음악을 하던 청년이 남색(男色) 취향을 가진 부장의 추행을 “잠깐만 참으면 돼”라고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62쪽). 요컨대 ‘아비 되기’는 아들의 자아가 찢기고 쪼개어져 아비의 문법에 맞게 재배치되는 손상 혹은 훼손의 과정이다. 박민규의 모순적 진술은 그러한 맥락 속에서 ‘아들의 세계’와 ‘아비의 세계’가 충돌한 끝에 생겨난 불가피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인용문 ⑴에서 ‘핑퐁’의 ‘나’는 중학생이다. 아직 성인의 세계에 진입하지 않은 이 중학생에게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는 일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또래집단이 행사하는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점에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소년에게 “무난한 옷을 입고… 무난한 취미를 가지고… 절대 남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바람직한 얼굴로 살아가”(87쪽)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년은 “다행”한 삶을 오히려 “가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핑퐁’의 ‘나’가 아직 소년인 상태에서 ‘아비 되기’를 모순적인 진술로 표현했다면, ‘龍龍龍龍’의 이장록은 어른의 입장에서 ‘아비 되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말해준다. 이장록은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징역 20년을 언도받고 복역을 마친 변호사이다. 이장록에게 세계는 “싸워야 하지만 싸울 수 없는”(109쪽) 곳이다. 아비가 되기 전 세계는 ‘싸워야 하는 곳’이었지만, 아비의 세계에 진입해 변형되고 일그러진 주체에게 세계는 ‘싸울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장록은 그가 ‘지향했던 세계’와 ‘지금 사는 세계’의 간극을 “싸워야 하지만 싸울 수 없는 세계”라는 모순적인 어법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박민규의 소설에서 ‘아비 되기’는 아들이 ‘아버지’라는 상징의 옷을 덧입어 변형되고 일그러지는 일이며, “뜨고 싶은”(‘龍龍龍龍’, 115쪽) 일인 동시에 “할 일이 더 많아”지는(‘龍龍龍龍’, 115쪽) 모순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아비 되기 : ‘잔존’하기 위해서 몸부림치기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이 아비가 되는 과정에서 자아와 세계의 충돌을 경험한다고 할 때, 이 인물들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세상에 순응하든가, 혹은 거부하든가. 놀랍게도 박민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순응을 선택한다. 그들은 일흔세 번이나 이력서를 낸 끝에 유원지의 직원이 되어 오리배를 관리하기도 하고(‘아, 하세요 펠리컨’),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 고시원을 떠나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기도 한다(‘갑을고시원 체류기’). 또 운동권이던 선배가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선배의 애인과 결혼을 하는가 하면(‘코리언 스탠다즈’), 253명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헤드록을 감행하다가 나중에는 순백의 얼굴을 가진 아이를 낳고 교회의 집사가 되기도 한다(‘헤드락’). 하지만 그 ‘순응’의 과정은 눈물겨운 것이어서, 그것은 ‘실존(實存)’이라는 말보다는 ‘생존(生存)’이나 ‘잔존(殘存)’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고단한 과정이다. 그러한 생존 혹은 잔존의 간난신고가 여실하게 드러난 작품이 있는데, 바로 ‘헤드락’이다. ‘헤드락’에서 ‘나’는 평화롭게 산책을 하다가 헐크 호건에게 린치를 당한다. 이 린치는 소설에서 ‘헤드락’으로 표현되는데, 여기에서 ‘헤드락’의 정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헤드락’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잠시 ‘호두’로 우회하도록 하자. ‘헤드락’은 <호두나무 아래에서>와 <호두까기 인형>, <마지막 호두과자를 먹은 것은 언제였나?>, <다시 호두가 열린다면>이라는 네 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네 개의 장을 이루는 소제목은 모두 ‘호두’를 키워드로 삼고 있는데, 이 ‘호두’의 의미에 주목하는 것이 ‘헤드락’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호두가 인간의 ‘뇌’를 닮은 과실임을 기억하면서 다시 ‘헤드락’의 소제목을 따라가 보자. <호두나무 아래에서> 산책하기를 좋아하던 ‘나’는 헤드록을 당한 뒤 <호두까기 인형>이 된다. ‘인간’에서 ‘인형’으로 전락한 ‘나’는 <마지막 호두과자를 먹은 것은 언제였나?>를 생각하며, 다른 인간들의 ‘호두’를 파먹기 위해 고심한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나’는 아이들의 이름으로 심은 나무를 보며, <다시 호두가 열린다면>이라는 긍정적인 삶의 의지를 갖는다. 이상의 서술로 미루어 보면, 인간의 뇌를 닮은 과실인 ‘호두’가 ‘헤드락’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어떤 것’에 대한 상징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다시 헤드락으로 돌아오자. 어 헤드락이네? 그리고 직장에서, 도처에서 나는 종종 습격의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헤드락 강좌, 헤드락 세미나, 헤드락 부흥회, 헤드락 워크샵, 헤드락 클리닉에 이르기까지 - 아무튼 헤드락도 이젠 한국의 보편적인 생활문화가 되었지만 나로선 쓴웃음의 대상일 뿐이었다. (‘헤드락’, 264쪽) 인용문을 보면 레슬링에서 상대의 ‘머리’를 붙잡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기술인 헤드록이 아비의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민규는 소설의 다른 부분에서 “이 세계가 어느 정도 헤드락을 묵인하거나 권장한다”(262쪽)고 쓰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헤드록이 아비의 세계가 아들에게 가하는 폭력, 혹은 아비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서 아들이 견뎌야 하는 통과의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나’가 ‘헤드록의 세계’, 즉, 아비의 세계에 편입되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노력이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258쪽)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병행하고, 충분한 수면과 영양제로 체력을 보충하는 과정을 통해 “폭력의 대상”에서 “폭력의 주체”(259쪽)로 다시 태어난다. 헤드록의 상처를 내장한 채, “건강”하고 “건장”한 “완전히 다른 생물”(259쪽)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후 ‘나’는 결혼을 하고, 직장을 갖고, “순백의 얼굴”(263쪽)을 한 아이를 낳고, 심지어 교회의 집사가 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나’가 아비의 세계에 무사히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이를 입증하듯 ‘나’는 다른 상대들에게 253번의 ‘헤드록 습격’을 감행하고, 마침내는 “헤드록의 쾌감 같은 것을 깨쳐나가기”(263쪽)에 이른다. 이처럼 박민규 소설의 인물은 한편으로는 아비의 질서에 상처받고, 분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반복, 재생산하는 상징 세계의 ‘아비’가 된다. ‘아비’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우리는 박민규의 다른 소설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그 인물들은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서 아버지의 회사에 다녀온 뒤 ‘나의 산수’를 생각하게 된 고등학생, ‘갑을고시원 체류기’에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끝에 취업과 결혼을 해 고시원을 떠나는 ‘나’, ‘아, 하세요 펠리컨’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재수생, ‘누런 강 배 한 척’에서 이십구 년을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끝에 자살여행을 떠나는 아버지 등으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3 아비부정 : ‘배제’된 자들의 세계 교란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이 아비가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고 해서 박민규가 ‘아비 되기’를 긍정한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박민규의 인물들은 아비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아비 되기’에 대해 뿌리 깊은 반발심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발심은 어른보다는 주로 소년에게서 잉태된다. ‘핑퐁’은 세상으로부터 ‘배제’당한 ‘못’과 ‘모아이’라는 두 중학생의 이야기이다. 소위 ‘왕따’인 이들은 치수 패거리에게 불려 다니며 매일 얻어맞는데, 맞으면서도 “그냥, 사는 게 이런 것 같다.”(12쪽)고 생각할 뿐, 저항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들은 폭력적인 세계에서 잔존하기 위해 탁구 치는 것을 선택한다. 이들에게 탁구는 “이상하리만치 경쾌한”(23쪽) 것이었고, “국경 따위 없는 거”(43쪽)였으며, “지루하지 않은”(186쪽) 유일한 것이다. 그러한 소설의 진술로 미루어 우리는 탁구가 폭력적이고 지루한 세계, 즉, 인종과 국경이라는 상징계적 질서(아비의 세계)에 대립되는 어떤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못’과 ‘모아이’는 탁구를 치면서 비로소 소심하나마 “이것이 나의 의견이다”(47쪽)라고 말할 수 있는 주체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고 “맞은 자리의 통증 같은 것이 땀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가는”(23쪽) 해방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핑퐁’에서 박민규는 ‘탁구’와 ‘핑퐁’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탁구’가 대타자의 세계에서 배제당한 소년들이 즐기는 소심하지만 전복적인 오락이라면 ‘핑퐁’은 보다 중립적인 용어이다. 핑퐁은 “인류가 깜박해 버린 것과 절대 깜박하지 않을 것 간의 전쟁”(219쪽)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탁구를 즐기는 자(못과 모아이)와 조건반사 훈련을 통해 연습한 자(쥐와 새)가 벌이는 한판 ‘대결’을 의미한다. 이 ‘핑퐁(대결)’의 결과 ‘탁구(유희)’를 즐겼던 못과 모아이가 승리하고, 이들은 인류의 ‘언인스톨’(전복)을 선택한다. 이 소설의 전복적인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사한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떠올려 보도록 하자. ‘핑퐁’은 두 가지 점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다른데, 우선 폭력적인 상황을 종식시키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담임선생’이라는 상징세계 내의 합목적적인 권위를 빌려 엄석대의 만행과 폭력에 안녕을 고한다면, ‘핑퐁’에서는 상징계로부터 ‘배제’당한 못과 모아이의 선택(언인스톨)에 의해 인류의 폭력적인 삶이 종결된다. ‘핑퐁’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결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교실이 결국 안정과 평온을 찾는 것과 달리, ‘핑퐁’에서는 인류가 생활을 지속해 왔던 모든 공간이 언인스톨되고 완전한 무(無)의 상태로 돌아간다. 이처럼 박민규의 ‘핑퐁’에는 이 세계의 문법이 아닌, ‘핑퐁’이라는 상상적 대결을 통해 아비의 세계를 뒤집어엎는 발칙함이 도사리고 있다. 허구적인 방법으로 상징계의 질서를 교란하는 경향은 ‘대왕오징어의 기습’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나’는 어렸을 때 잡지에서 몸길이가 150미터에 이르는 대왕오징어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결국 그 기사는 오보인 것으로 판명이 나지만, ‘나’와 ‘B’는 각각 ‘대왕오징어로부터 인류를 지키겠다.’는 꿈과 ‘외로운 괴수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운다. 하지만 이들은 애초에 가졌던 꿈과는 달리 “해변의 모래알처럼 평범한 인류”(230쪽)가 되고, 대왕오징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이쯤에서 이 소설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대왕오징어’의 의미를 점검하도록 하자. 소설에 따르면 대왕오징어는 “심해에서만 활동하는”(219쪽) “신비의 대상”(219쪽)이고, 고등학생이 된 뒤(예비 성인)로 ‘나’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기도 하다. 또 대왕오징어는 “순식간에 뭍으로 올라”(232쪽)와, “일시에 모든 것을 마비시”(232쪽)키는 파괴적인 에너지라고도 묘사된다. 그러한 단서를 통해 ‘대왕오징어’의 의미를 유추하면, ‘대왕오징어’가 상징계 너머에 있으면서 상징계의 질서를 교란하는 ‘괴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의 말미에서 대왕오징어는 사우나로 향하던 샐러리맨, 자녀의 도시락을 걱정하던 주부, 속도위반을 한 오토바이 운전자, 잡지 ‘사상계’를 버리기로 결심한 교육자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유년의 판타지 속에 존재했던 괴수가 장년의 현실 앞에 모습을 드러내 아비의 세계를 위협하고 교란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전복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현실에서는 ‘핑퐁’을 통해 세계를 ‘언인스톨’할 수도 없고, ‘대왕오징어’가 나타나 일상의 공간을 교란해주지도 않는다. 아비의 세계는 견고하고, 그 세계의 진입 문턱은 갈수록 높아져만 간다. 설혹 그 세계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고통스러운 ‘잔존’의 과정이라는 것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른 방법은 없는가. 그러한 상황에서 박민규의 가련한 주체가 떠올리는 방법이 바로 ‘죽음’이다. 4 경계에 선 아버지들 최근 발표한 소설집 ‘더블’에서 박민규는 ‘죽음’이라는 다소 묵직한 키워드를 들고 나왔다.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 ‘핑퐁’ 등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들에서 박민규가 보여 주었던 중요한 코드가 ‘유머’ 혹은 ‘블랙코미디’라는 점을 상기할 때, ‘죽음’이라는 테마가 다소 이질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박민규 소설의 유머 이면에 생(生)에 대한 씁쓸함, 분노, 반박, 체념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박민규의 ‘죽음’이 마냥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말하자면 박민규의 소설은 지금까지 묶여 나온 작품집에서도 ‘죽음’의 징후를 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치’는 자살을 기도하는 사내와 그를 말리러 출동한 경찰관의 이야기이다. 사내의 신세한탄과 그에 대한 김 순경의 동조로 이루어진 소설의 서사는 역시나 ‘아비 되기’의 고단함을 생각하게 한다. ㈀ 노력해 봤냐고…… 그런 얘기 나한테 하지도 마. 나처럼 열심히 산 사람 있음 나와 보라 해! 손 다치기 전까지…… 나 백수 같은 놈 아니야. 그래, 별 볼일 없는 일거리지만……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알아? 월급 못 받은 적은 많아도 일 쉰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응? (‘아치’, 262쪽) ㈁ 딸들 이제 시집보내야 돼. 곧 그럴 나이야. 이것들 공부시킨다고 돈도 별로 못 모았어. 줄줄이…… 이제 겁나. 요새 딸 시집보내려면 돈 얼마나 드는지 알아? 겁나 죽겠어. 그래, 또 대출받아야겠지. 그때 가서 옷을 벗든가, 퇴직금을 또 어떻게 하든가. (‘아치’, 263쪽) 인용문 ㈀과 ㈁은 각각 사내와 김 순경의 독백이다. 사내는 자신이 아비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음을 강변한다. 사내는 열심히 살았고, 별 볼일 없는 일거리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를 위무하고, 죽음의 의지를 철회하도록 종용하는 김 순경의 삶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아비’로 살기 위해 김 순경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김 순경에게 돌아온 현실은 양로원에 갈 돈도 안 남은 답답한 상황뿐이다. 김 순경은 사내를 설득해 아치에서 내려오게 하지만, 설득의 근거가 빈약함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오십 년을 더 살아도 여전히 이 아치에 뒤엉켜 있겠지”(269쪽)라는 자조 섞인 독백은 김 순경이 그 스스로에게도 살아야 하는 당위를 설득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그러한 속사정으로 김 순경은 “나도 한 번쯤, 이곳에서 뛰어도 좋겠다는 생각”(269쪽)을 하고, 검은 강물을 내려다본다. ‘누런 강, 배 한 척’은 중년의 가장(家長)이 치매에 걸린 아내와 자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이십구 년을 같은 직장에서 성실하게 근무한 ‘나’는 “소소하고 뻔한, 괴롭고 슬픈 하루하루를 똑같은 속도로 더디게 견뎌야 하는 것”(65쪽)에 지쳐 “더는 살고 싶지 않다”(65쪽)고 생각한다. ‘나’는 자살을 결심하고 “지나온 수십 년과는 다른, 한 달”(68쪽)을 보내기 위해 아내와 여행을 떠난다. 이를테면 자살 여행인 셈이다. 하지만 자살을 결행하려는 순간 ‘나’와 아내에게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다.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사지사가 중노인 두 명이 묵고 있는 호텔 방으로 찾아온 것이다. 다소 이상한 결정이었지만, ‘나’는 마사지를 받기로 결정하고, 아내에게 먼저 마사지를 받게 한다. 아 아내가 신음을 지른 것은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하마터면, 들고 있던 담배를 나는 떨어트릴 뻔했다. 수십 년 만에 들어 보는, 그런 성격의 신음이었다. 아…… 낮은 신음이 또다시 아내의 입에서 새 나왔다. (‘누런 강 배 한 척’, 74쪽) 이 소설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는 이 장면은 ‘나’에게 죽음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상징의 세계에서 가장 확실하게 벗어나려는 순간 출현한 아내의 신음 소리는 상징계의 기표로는 포획되지 않는 ‘어떤 것’을 암시한다. 아내의 신음 소리는 “수십 년 만에 들어 보는, 그런 성격”(74쪽)의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것은 ‘아비’, ‘남편’, ‘가장’, ‘영업사원’의 이름(상징)으로 살던 수십 년 동안 ‘나’가 미처 듣지 못했던 소리이다. 상징계의 질서와 영원한 안녕을 고하려는 순간, 돌연히 출연한 이 신음 소리가 ‘나’를 착란에 빠지게 하고, 확고했던 ‘나’의 자살 의지를 유예시킨다. 이 소설은 끝내 ‘나’가 자살을 결행했는지 여부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소설은 “냉장고에는 아직 한 캔의 맥주가 남아 있었다”(75쪽)라는 모호한 문장으로 종결된다. 박민규의 ‘죽음’이 가진 미덕이 여기에 있다. 박민규는 그의 소설에서 성급하게 ‘죽음’을 실현시키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룬다. ‘아치’의 마지막 문장(“이제 아치를 내려선다”)과 ‘누런 강 배 한 척’의 마지막 문장(“냉장고에는 아직 한 캔의 맥주가 남아 있었다.”)은 그 자체로 화자가 죽음을 실행에 옮겼는지 여부를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두 문장은 화자가 죽음의 세계를 넘겨다보고 있음을 암시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박민규의 인물들이 이보다 앞서 삶의 순간을 되돌아보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치’의 경찰관은 죽겠다고 아치에 올라간 사내에게 “당신 진짜 이러면 안 돼.”(258쪽)라고 말했고, ‘누런 강 배 한 척’의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삶을 즐긴 후 아내와 함께 죽고 싶었다.”(67쪽)고 생각하며 여행을 떠났다. 이처럼 박민규의 인물들은 삶의 순간에서 죽음을 동경하고, 죽음의 순간에서 다시 삶을 넘겨다보는 딜레마 속에 위치한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에게서 나는 나와 내 아버지와 동료의 모습을 본다. 그들은 신용불량을 면하기 위해 대리 운전을 하고(‘별’), 차를 팔기 위해 고객의 택배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으며(‘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하늘에 떠 있는 직경 10킬로미터짜리 아스피린을 보고도 “자, 일해야지”라는 부장의 말에 “예”라고 대답한다(‘아스피린’). 또 그들은 12년간 용역 사원으로 근무한 끝에 마침내 괴물이 되어 버린 사내이기도 하다(‘루디’). 그래서 나는 박민규의 인물들이 손쉽게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에 나는 그들이 삶의 긴장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외롭고 고단한 곡예를 계속해주기를 바란다. 삶을 이어 나가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그의 소설을 읽으며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끝>
  • [서울신문 신년특집]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 육상중흥 원년으로

    [서울신문 신년특집]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 육상중흥 원년으로

    육상은 인종, 국가, 대륙을 막론하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이지만 한국은 예외였다. 마라톤 등 특정 강세 종목을 제외하면 육상은 늘 ‘남의 잔치판’이었다. 그러나 안방에서 벌어지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둔 한국 육상의 각오는 남다르다. ‘10개 종목 톱10(결선) 진입’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담금질을 해왔다. 한국 육상 대표팀은 지난해 1월 5일 이례적으로 전 종목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발대식을 가졌다. 발대식 뒤 4일 동안 정신력 강화를 위한 합동 훈련이 이어졌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임원, 지도자, 선수 등 한국 육상 가족 모두가 대구 대회에서의 선전과 한국 육상의 중흥을 위해 뜻을 모았고, 맹훈련에 돌입했다. 그리고 드디어 6월 희망의 싹이 터 올랐다. 31년 묵은 남자 100m 한국기록이 깨졌다. 장재근 전 트랙 기술위원장의 주도 아래 맹훈련을 했던 김국영(20·안양시청)이 전국육상경기선수권에서 하루 동안 10초 31, 10초 23의 기록을 작성하며 종전 한국기록 10초 34를 단숨에 갈아치웠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투자와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한국 육상은 금메달 4개, 은 3개, 동 3개를 수확했다. 지난 2006년 도하대회의 성적(금 1, 은 1, 동 3)에 비하면 엄청난 도약이었다. 김덕현(26·광주시청)과 정순옥(28·안동시청)이 나란히 남녀 멀리뛰기를 석권했다. 도하대회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여자 100m 허들의 이연경(30·안양시청)도 금빛으로 메달 색깔을 바꾸는 쾌거를 이뤘다. 마라톤의 ‘만년 유망주’ 지영준(30·코오롱)도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는 새로운 얼굴이 아닌 기존의 선수들이 맹훈련과 정신무장을 통해 이뤄낸 쾌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31년 만의 쾌거를 달성했던 김국영은 아시안게임 100m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드림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녀온 미국 전지훈련이 효과를 못 봤다. 김국영과 400m 유망주 박봉고(20·구미시청)는 준비되지 않은 훈련지에서 낯선 기술을 배우면서 외로움과도 싸워야 했다. 김국영은 “외국인 코치와 한국 코치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박봉고는 부상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마지막 기대를 받았던 남자 400m 계주에서는 첫 주자 여호수아(24·인천시청)가 허벅지 통증으로 실격하고 말았다. 앞선 10월 전국체전에서 다쳐 출전 자체가 무리였다.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젊은 유망주들을 이끌었던 장 전 위원장은 연맹과의 갈등 끝에 결국 아시안게임 뒤 사퇴했다. 선수들은 더 혼란스럽게 됐다. 지난해 한국 여자 최초로 2009년 세계선수권 장대높이뛰기에 출전했던 임은지(22·부산 연제구청)는 금지 약물 복용으로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으며 아시안게임 출전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호재와 악재가 거듭됐던 2010년은 지나갔고, 한국 육상 중흥의 원년이 밝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수들은 2011년을 한국 육상 영광의 해로 만들기 위해 추위 속에서 구슬땀을 쏟고 있다. 땀은 꿈을 배신하지 않는다. 8, 9월 세계인의 육상 잔치에 한국 육상이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한국 육상도 미래 있다” 전폭 지원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한국이 육상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국내 환경에 익숙한 선수들이 입상할 확률은 여느 국제대회보다 높다.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 세계 육상과 높은 수준 차이만 느꼈던 한국 육상이 깊은 패배의식을 떨쳐낼 기회인 셈이다. 또 승리의 짜릿함을 한번 맛보면 이전보다 한 차원 높은 목표에도 도전할 힘이 생긴다. 저조한 성적에 따른 패배의식의 심화로 이어지던 악순환이 수상의 기쁨과 도전의식의 선순환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도 대구대회를 한국 육상의 비약적 발전을 위한 선순환의 출발점으로 보고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전략 집중종목인 멀리뛰기와 3단뛰기, 허들, 경보, 창던지기, 높이뛰기와 단거리에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수한 외국인 총감독을 임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선진기술을 지도하기 위해 종목별로 1명씩 모두 6명의 외국인 코치도 배치한다. 이들은 선수 개인의 체력과 경기력의 발전과정을 전담해 관리하고, 과학 지원도 강화한다. 또 세계대회 진출 유망선수에 대한 맞춤형 액션플랜도 시행한다. 트랙 26명, 필드 42명, 마라톤·경보 32명으로 구성된 유망선수 드림팀을 선발, 관리 중이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승부욕을 유발하는 등 동기 부여를 위해 국제대회 메달에 대한 포상금의 규모와 범위도 대폭 확대했다. 대구대회까지 열리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에게는 10억원, 은메달 5억원, 동메달 2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4위 5000만원, 5위 3000만원, 6위 2000만원, 7·8위에게도 1000만원을 지급한다. 지도자에게는 선수에게 지급되는 절반 규모의 포상금을 줄 계획이다. 기록에 따른 포상금도 지급된다. 세계선수권대회 진출 자격인 A기준 기록을 세우는 선수에게는 2000만원, B기준 1000만원, C기준 500만원, D기준에는 100만원이 지급되고, 해당 기록을 세운 지도자에게는 절반 규모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을 통해 육상연맹이 당면한 대구대회만을 위해 단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급하게 뽑아 내려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척박한 환경에서 불안하고 고독한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육상 유망주들에게 ‘한국 육상에도 미래가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오동진 육상연맹 회장은 “한국 육상이 처음부터 선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간에 축구 등 다른 매력적인 종목에 선수를 빼앗겼기 때문”이라면서 “비전을 가지고 뭔가 할 수 있다는 확신만 선다면 선수로서나 지도자로서 계속 남아 한국 육상의 뿌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 훗날 한국 육상이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 대구대회에서 메마른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린다는 뜻이다. 훌륭한 지도자가 없으면 훌륭한 선수도 없다. 육상연맹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도 힘을 기울인다. 이를 위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시스템과 연계한 코치교육 인증시스템을 도입, 운영할 계획이다. 국가대표 코치 및 매니저 공개 채용을 통해 지도자 선발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복안이다. 여자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여성 매니저제의 도입도 적극 검토 중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신문 올 2대 사회문화운동 전개

    21세기 새로운 10년을 맞는 새해에는 경제 주체가 하나가 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일궈내야 합니다. 그러나 경제 발전에 치중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성장의 그늘에 가려 어려움을 겪는 소외 계층을 따뜻하게 보살펴야 합니다. 지구촌 곳곳의 어려운 나라들도 적극 도와야 합니다. 그래야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시기도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신문은 이런 취지를 살려 2011년 어젠다(의제)를 ‘더 따뜻한 대한민국으로’로 정하고, 각종 기획물을 시리즈로 다룰 계획입니다. 특히 ‘홀몸노인 말벗 서비스’와 ‘대기업 제품에 중소기업 이름표 달기’를 2대 역점 사업으로 선정, 연초부터 순차적으로 사회문화운동으로 전개하려고 합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기대합니다. 소중한 동참-홀몸노인 말벗 서비스 인구 고령화는 저출산과 맞물리면서 생산 동력을 떨어뜨리고, 미래 세대의 어깨를 무겁게 합니다. 더욱이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어 돌보기가 절실한 실정입니다. 이에 서울신문은 서울시 등과 함께 홀로 사는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 주는 등 사회 공동체로 이끌어 내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홀몸노인들을 도와주는 현장을 생생히 소개해 기업과 학교 등 사회 구성원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려 합니다. 대기업 제품에 中企 이름표를 달자 휴대전화나 냉장고 등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기업 제품에는 중소기업들의 땀과 노력이 적잖이 담겨 있습니다. 기술력을 갖춘 협력업체들의 납품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대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서울신문은 대기업 제품에 납품을 한 중소기업 이름을 표시하는 캠페인을 통해 협력업체 이미지를 높이고 기술개발도 꾀하면서 대기업 제품도 업그레이드하는 윈-윈효과를 얻으려 합니다.
  • [서울신문 신년특집] 한국 패션 세계화의 원년 - 디자이너에게 묻다

    [서울신문 신년특집] 한국 패션 세계화의 원년 - 디자이너에게 묻다

    2010년은 ‘국민 디자이너’로 불리는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패션 디자인을 시작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였다. 그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허덕이던 1997년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 전시회를 열었다. “파리에서의 첫 전시회 때 막 옷을 진열하고 있는데 북한 인공기가 걸려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깜짝 놀라 전시 주최 사무실로 가서 태극기로 바꿔달라고 했지요. 당시만 해도 우리로서는 조심스러운 때였으니까요.” 파리 반응에 고무되어 독일에서 연 전시회에서는 한창 옷을 주문하다가 갑자기 접고 나가는 구매업자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 디자이너로 착각했던 것이다. ●97년 사비 털어 해외전시… 이젠 정부지원 활발 그가 해외 진출을 할 때만 해도 디자이너가 사비를 털어 전시회와 패션쇼를 열었지만 최근에는 문화콘텐츠진흥원, 서울시청, 지식경제부 등에서 국가적 지원이 활발해졌다. “젊은 한국 디자이너들은 외국 디자이너와 같이 소통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다 연결되니까요. 패션은 국력과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경제선진국에서 패션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갈 때지요.”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세상을 뜬 뒤 이상봉에게 붙여진 ‘국민 디자이너’란 칭호는 과분하다는 것이 그의 심정이다. 앙드레 김이 청문회를 통해 패션 철학이 널리 알려졌다면 이상봉은 2006년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 젊은이들에게도 친숙한 디자이너가 됐다. 방송을 통해 한글 서체 등 우리의 전통을 현대화해서 패션에 접목한 그의 노력이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한글 디자인은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무렵인 1986년 인터뷰를 보니 한국 패션을 서구 패션과 접목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더군요. 1985년에 발표한 패션 화보도 백의민족, 태극기 등을 주제로 한 사진이 많았습니다.” 30여년 전의 자료를 최근에 다시 들춰본 것은 곧 출간될 아트북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의 외국 활동 등을 정리한 책이다. ●한글 서체 등 전통 현대화… ‘패션한류’ 이끌어 2009년 초반에 이상봉은 미국 뉴욕 첼시에도 사무실을 열었다. 딸 이나나씨가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뉴욕 진출로 비욘세, 레이디 가가, 리한나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그의 옷을 입고 공식석상에 섰다. 특히 비욘세와 함께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멤버였던 가수 롤런드는 수만명이 운집한 유럽 콘서트와 미국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 공연에 이상봉의 옷을 입고 올랐다. 언제든 필요하면 와서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할 정도로 롤런드는 이상봉 옷의 마니아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는 이상봉과 함께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외국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아이스쇼에 이상봉의 옷을 입고 은반 위를 수놓았다. 이상봉이 후배 디자이너들을 위해 대중에게 부탁하는 것은 적극적인 응원과 지지다. “요즘은 본인의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해외 진출에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나가는 게 중요하지요. 하지만 전통을 현대화하는 노력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응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오는 2월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열리는 ‘컨셉 코리아Ⅲ’에는 젊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참여한다. ‘컨셉 코리아’는 한국 패션의 세계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마련한 프로젝트다. 지난 9월에는 곽현주, 이주영, 이진윤이 뉴욕 패션위크에서 그룹 패션쇼를 열었다. 이번에는 한국 패션을 좀 더 깊이 있게 알리는 발표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패션 해외진출은 장기적인 도전 과제” “행사 준비를 위해 만난 문화부의 한 공무원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패션의 해외 진출은 끈기를 갖고 지속적으로 해야지 한두번 만에 승부가 나지 않는다. 몇 년의 계획을 갖고 장기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100% 공감합니다.” 공무원들의 패션에 대한 시각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에 대해서도 이상봉은 열린 자세를 보였다. 그들이 패션 전문가가 아니므로 충돌이 있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며, 설득과 대화를 통해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봉이 내다보는 대한민국 패션의 미래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우리나라에서 인정받으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기 “꿈을 펼치기에 한국은 좁 았죠” “외국 유명매장에 내 옷 걸리길…” “사실 뭐 아시아에서 한국을 빼고 중국 디자이너나 필리핀 디자이너, 하다못해 태국 디자이너까지 뜨는 이 마당에 더 이상 자존심 상해서 안 되겠어요.”(다큐멘터리 ‘구호’ 중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복 브랜드 ‘구호’를 만든 정구호(48) 제일모직 전무가 2010년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헥사 바이 구호’의 첫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남긴 말이다. 한국 패션의 첫 해외 진출은 1966년 고(故) 앙드레 김이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연 패션쇼로 기억된다. 1956년 패션쇼라는 것 자체를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인 노라노(72)는 1979년 미국 뉴욕에 진출했다. 디자이너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남성복 디자이너 우영미(51)는 1997년 파리 프레타포르테에서 패션 전시회를 열었다. 한국에서의 성공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야망이 컸다고 우씨는 밝혔다. 현재 우영미의 남성복이 판매되는 나라는 14개국에 이른다. 홍콩의 고급 백화점 하비 니콜스는 우영미의 매장과 옷을 전면에 내세워 백화점의 외관을 꾸밀 정도다. 2010년 1월에 발표된 유러피언 바이어스 리뷰(EUROPEAN BUYERS’ REVIEW)에서 우영미는 최고의 남성복 디자이너 순위 18위를 기록했다. 1위에 오른 디오르, 2위 돌체앤드가바나, 15위 구치, 17위 알렉산더 매퀸 등 세계적 디자이너와 비슷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21살에 패션 디자인을 시작해 현재 ‘제너럴 아이디어’란 브랜드를 이끄는 최범석(33)은 2009년 1월 뉴욕에서 열린 트레이드쇼에 참가했으며 이듬해 2월에는 당당히 뉴욕패션위크에 진출한다. 최씨는 “국내에서는 패션쇼를 많이 열었고, 이제는 모든 게 세계적으로 움직이는 세상 아닌가. 나 역시 트렌드를 맞추고 싶었다. 힘들겠지만 계속 두드려 그 문을 열고 싶은 오기도 있었다.”라고 처음 해외 진출을 결심한 계기를 설명했다. 세계 패션의 중심인 뉴욕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최씨가 미국 패션 잡지사를 돌며 인사를 다니는데 대부분 동성애자인 직원들은 그도 역시 동성애자라고 생각해 엄청난 추파를 던졌다고 한다. 심지어 한 잡지사에서는 최씨가 게이가 아니라고 밝히자 직원들이 다 나가버리기도 했단다. 2010년 2월 열린 ‘헥사 바이 구호’의 첫 뉴욕 패션쇼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쇼 당일에 40년 만의 폭설이 내렸고, 옷 몇 점은 희귀동물보호 관련 규정으로 세관에 묶여 결국 찾지 못했다. 쇼의 중심이었던 톱 모델 프레야 베하는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갑자기 심각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무릅쓰고 그들이 뉴욕, 파리와 같은 세계적인 패션쇼 무대에 서는 것은 “외국의 유명한 매장에 나의 옷이 걸리기를 바란다.”는 최범석의 말처럼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일본인이 세계 패션 무대를 휩쓸었지만 현재 외국 유명 패션학교에는 한국 유학생의 수가 더 많다. 한국 학생들은 졸업 패션쇼에서 굳이 동양미와 한국적 전통을 가미하지 않은 작품으로도 1위에 오른다. ‘한류’가 있기 전에 한국인의 드라마에 대한 열광적인 사랑이 있었듯 디자이너들이 공통으로 당부하는 것은 우리 패션에 대한 우리의 애정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011 희망찬 새해를 여는 사람들] 가락시장 상인 정윤철씨 “갈치처럼 쭉쭉 뻗어나갈 것”

    [2011 희망찬 새해를 여는 사람들] 가락시장 상인 정윤철씨 “갈치처럼 쭉쭉 뻗어나갈 것”

    “내년엔 미끈한 갈치처럼 모두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쭉쭉 뻗어 나갔으면 합니다.” 31일 자정 무렵 서울 가락동 가락시장. 정윤철(61)씨와 사위 홍창한(34)씨가 두꺼운 외투에 털모자를 쓴 채 갈치박스를 냉동트럭에 실었다. 귀가 꽁꽁 얼어 감각이 없을 만큼 추운 한파 속에서 그들은 연신 땀을 흘렸다. 이날 판매한 갈치는 한창때의 10%도 안 되는 물량이었지만 정씨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물량이 적은 날이 있으면 많은 날도 있는 거지.”라는 그는 “갈치 파는 일로 애들 대학공부도 시켰고, 시집도 보냈는데 웃음이 안 날 수 있겠느냐.”며 다시 소리 내 웃었다. 정씨가 처음 갈치 장사를 시작한 것은 1986년. 85년 가락시장이 문을 연 이듬해다. 65년 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무작정 서울로 와 공장을 전전하며 노무직으로 일하다 가락시장에서 갈치를 팔기 시작했다. 처음엔 잡어도 함께 다뤘지만 곧 갈치만 전문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정씨의 갈치 자랑은 끝이 없었다. 그는 “갈치는 정직한 생선”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며칠 지나도 변하거나 상하지 않고, 냄새는 조금 나지만 식중독 위험이 없어 냄새는 안 나도 위험한 다른 생선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중졸 학력이 전부인 그는 “두 딸을 대학 보내고 결혼까지 시킬 수 있었던 게 모두 이 갈치 덕분”이라며 뿌듯한 표정으로 상자에 담긴 갈치를 내려다봤다. 하찮은 생선일 수 있지만 그에게서는 삶을 지탱해 준 갈치에 대한 고마움이 배어났다. 더구나 맏사위가 3년 전부터 가업을 잇기로 해 정씨의 갈치 사랑은 대를 잇게 됐다. 그는 자신처럼 중졸 학력이지만 그걸 한으로 여기고 살던 아내 이근숙(58)씨가 내년에 방송통신대학 졸업반이 되는 것을 가장 뿌듯한 일로 꼽았다. 그는 “아내가 어려운 대학 공부를 하면서도 불평 없이 기뻐해 기분이 좋다.”고 귀띔했다. 나라 걱정도 잊지 않았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 큰 사건들이 터져 마음도 불안했고, 장사도 잘 안 됐다.”면서 “안 좋은 일은 올해로 끝내고 내년에는 밤새 일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좀 더 잘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밝은 웃음으로 새해 소망을 전했다. 글 사진 김양진·최두희기자 ky0295@seoul.co.kr
  •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털…희귀병 3세 소년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털…희귀병 3세 소년

    몸의 50%이상이 검은 털로 뒤덮이는 희귀 증상의 남자아이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올해 3살인 밍밍(明明)은 태어날 때부터 반신이 털에 뒤덮인 희귀 증상을 보였다. 뒷목부터 다리 아래까지 대체로 몸의 뒤쪽에 털이 자랐으며,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게다가 털이 매우 길게 자라 체내의 땀이 배출되지 못해 여름에는 체온이 급격하게 변하는 증상까지 생겨났다. 아이를 진찰한 의사에 따르면 밍밍의 피부 속 멜라닌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서 생긴 병으로, 검은 반점을 동반하며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증상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멜라닌 질환이 피부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가능한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권장하지만, 밍밍의 나이가 아직 어린데다 치료비가 만만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의 엄마는 “밍밍이 유치원에 갔다가 실수로 옷을 벗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크게 놀림을 받았다. 이후로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후면 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또 다시 상처를 받고 돌아나올까 걱정”이라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아이의 수술이 미뤄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희귀 병을 앓는 아이들은 정부 차원에서 치료비를 전격 지원해야 한다.”며 나라가 나서 밍밍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2010년 올해의 문화인] 뮤지컬 음악감독 1호 박칼린, 하모니 리더십 1호로

    [2010년 올해의 문화인] 뮤지컬 음악감독 1호 박칼린, 하모니 리더십 1호로

    “2010년은 뜻밖의 행운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내년에도 도전을 계속해야죠.” 서울신문이 문학, 연극, 영화, 미술, 대중문화 등 각계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문화인’으로 뽑힌 박칼린(43) 음악감독은 2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표가 골고루 분산된 속에서도 5명에게서 ‘몰표’를 받은 그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상품 라벨 읽기를 너무 좋아하는데 (알아 보는 사람이 많아) 휴대전화로 찍어 집에 가 읽는 것만 빼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덤덤히 웃었다. “설령 틀렸을 지언정 소홀히는 하지 않는다는 게 (스스로 자부하는) 유일한 자랑거리”라는 박 감독. ●“사람들은 박칼린에게 두번 놀란다”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한국에서 국악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국내 뮤지컬 음악감독 1호’다. 사람들은 처음에 그의 이국적인 외모에 놀라고, 음악에 대한 치열하고 치밀한 열정에 두 번 놀란다. 오합지졸 아마추어 연예인 합창단(‘남자의 자격’)을 전국합창대회 장려상에 올려놓은 ‘박칼린 리더십’은 말 그대로 올 한 해를 강타했다. 각종 인터뷰는 물론 강연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졌다. 그가 쓴 에세이는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그가 기획한 뮤지컬 ‘아이다’는 인터넷 예매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모 은행의 TV 광고 모델로 뽑혀, 은행 광고 모델로는 처음으로 ‘소비자 호감도 1위’에 올랐다.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도 선정됐다. 내년에는 연극 연출가 데뷔도 앞두고 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상대적으로 덜 대중적인 뮤지컬 분야에서 가히 아이돌에 비견될 만한 인지도를 얻었다는 것은 단순한 대중적 인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면서 “특히 40대 여성이 리더십만으로 롤 모델이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자애롭고 강인하며 진정성 있는 리더십”(조혜정), “소신을 갖고 땀으로 일궈나가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인물”(장근수)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 뒤를 이은 9인조 걸 그룹 소녀시대(3표)는 2007년 데뷔 이래 ‘지’(Gee), ‘소원을 말해봐’, ‘오!’(Oh!), ‘훗’(Hoot)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올해 일본에까지 진출, 일본 오리콘 차트를 석권했다. “신 한류 붐의 첨병”(이헌석), “설명이 필요 없는 걸 그룹”(이용철), “국내와 해외를 넘나드는 성공”(정덕현)이란 찬사가 쏟아진 이유다. ●원빈, 영화배우로는 유일하게 ‘톱3’ 진입 공동 3위에 오른 고(故) 법정 스님과 앙드레 김, 이창동 감독(56), 영화배우 원빈(33)은 각각 2표씩 얻었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법정 스님은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소유와 무소유를 둘러싼 우리의 현실, 욕망의 부질없음을 묵언으로 가르쳐주신 인물”(문태준)이란 점에서, 앙드레 김은 “외길 인생에서 정상을 차지했던 인물…사후에도 죽지 않은 사람으로 남아 있을 것”(강태규)이란 헌사를 각각 받았다. 영화배우로는 유일하게 ‘톱3’에 포진한 원빈은 “한국영화가 어려운 시점에 맨 파워를 과시해준 배우”(이동연), “올 한해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했던 인물”(이상봉)로 인정받았다. 1표를 얻은 이들은 무척 많았다.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기준이 ‘형형색색’임을 말해준다.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객관식 ‘보기’를 제시하지 않은 탓도 커 보인다. 올해 대중음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슈퍼스타K’(슈스케). 이 열풍의 한가운데 있는 허각(25)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 슈스케 열풍의 중추이자 상징”(임진모)이란 평가가 나왔다. 지난 11월 요절한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본명 이진원)도 꼽혔다. “유명한 뮤지션도, 수많은 히트곡을 낸 가수도 아니었지만 시대의 문화를 직접 노래했던 싱어송라이터”(이상용)라는 추모가 나왔다. 탤런트 정보석(48)과 강은경(39) 작가도 “드라마 ‘자이언트’를 통해 악인 연기에 악마성을 입체화시켰다.”(윤석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열풍의 일등공신”(고영탁)이라는 이유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국악인 김성녀는 “마당놀이 30년 인생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전정옥), 클래식 작곡가 진은숙은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현대음악 감독으로 임명돼 한국 클래식 역사를 다시 썼다.”(류보리)는 찬사를 받았다. 송경동 시인,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최용훈 연극연출가 등도 1표씩 받았다. 이은주·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설문조사 참여하신 분(가나다순)강유정(영화평론가)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 고영탁(KBS 드라마국장) 구히서(연극평론가) 김준기(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남무성(재즈평론가) 류보리(소니뮤직 클래식담당) 류태형(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클래식 평론가) 문태준(시인) 박현모(클래식 평론가) 성시권(대중음악평론가) 심영섭(한국영상응용연구소 대표·영화평론가) 심재명(명필름 대표이사) 유성호(한양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윤석진(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평론가) 이동연(한국예대 한국예술학 교수·대중문화평론가) 이상민(워너뮤직 클래식담당 부장) 이상봉(패션 디자이너) 이상용(영화평론가) 이용철(영화평론가) 이종민(새에덴교회 교무국장·목사) 이헌석(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대중음악평론가)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조혜정(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장근수(MBC 드라마국장) 장철수(영화감독) 전정옥(연극평론가) 정준모(미술평론가) 허순자(서울예대 연기과 교수·연극평론가)
  • 30여년간 풀 뜯어먹은 진짜 ‘초식남’ 화제

    녹색 채소를 적당히 섭취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지만, 최근 중국에는 지나치게 ‘녹색’ 먹거리만 찾아 곤경에 처한 남자가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처럼 풀을 뜯어먹는 것이 일상이자 필수주식이 됐다는 이 남자는 충칭시의 60세의 공칭샤오(龚清孝)씨. 공씨가 처음으로 풀을 먹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부터다. 탄광에서 일하던 26살 때 일을 하다 목이 말라 우연히 풀을 먹었는데, 입안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에 반해 ‘풀 중독’에까지 이르렀다. “신선한 풀은 고기보다 맛있다.”고 주창하는 신선한 모초를 잘 말린 뒤 잘게 썰거나 뜯어 먹는 그는 3분도 채 되지 않아 긴 야생풀을 다 먹어치웠다. 이후 그의 식생활은 변하기 시작했다. 매일 3끼 전 신선한 풀 한주먹을 먹지 않으면 온몸에서 땀이 나고 기력이 없으며 밥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동시에 체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퇴되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결국은 그의 식습관을 이해하지 못한 아내가 딸을 데리고 떠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내가 떠나고 난 뒤에도 그의 특이 식습관은 여전했고 증상도 악화되자 병원을 찾았다. 그의 병명은 ‘이식증’(异食癖). 남들과 다른 식습관이 생기는 특이 질병이다. 그를 진단한 의사는 “이식증으로 인해 체내에 필요한 요소들이 결핍되면서 위의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특이한 식습관은 심리적인 영향에서 오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풀을 ‘끊으려’ 노력중이라는 공씨는 “정상으로 돌아가려 노력하고 있으니 아내가 돌아오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2011년 좋은 일자리창출 원년으로”

    “2011년 좋은 일자리창출 원년으로”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시민제일주의’ 시정원칙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고양시의 비전을 위해 힘차게 전진하겠습니다.” 민선5기 최성 고양시장이 강조하는 새해 계획의 핵심은 고양시만이 갖는 특화된 경쟁력 구축이다. 고양시가 전국적인 모델이 될 수 있는 지역발전 정책들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최 시장은 우선 2011년 뛰어난 입지적 조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한류문화 콘텐츠를 담아 한류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비상할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사업은 최 시장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핵심 과제로 한류열풍에 편승, 고양시를 전 세계에 알리는 획기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또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관광산업도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해 나갈 예정이며, 그동안 미국과 중국을 방문해 일궈온 해외투자 유치 노력도 내년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 시장은 2011년을 민생문제의 가장 핵심이 되는 ‘좋은 일자리창출’의 원년으로 삼아 튼튼한 고용지원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최 시장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시민들의 살림살이도 반듯이 펴지고 시민들이 달라진 삶의 질을 몸소 느끼도록 하는 것, 이것이 제가 바라는 고양시의 비전”이며 “이러한 비전이 안정되고 뚜렷한 모습을 갖추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최 시장은 복지분야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우리 사회 전반에는 많은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최 시장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소규모 초등학교전 학년과 일반 초등학교 5~6학년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특히 내년에는 초등학교 전 학년의 무상급식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 고양시에서는 형편이 어려워 소외당하는 학생들이 없게 할 방침이다. 또 다양하고 특성화된 지원으로 공교육의 질을 높여 나가는 등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지원사업도 일관성 있게 추진해 고양시가 최고의 교육도시로 가는 디딤돌을 놓을 계획이다. 이미 최 시장은 영·유아 보육료 지원, 생계급여, 기초노령연금지원, 장애인복지 등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118억원의 예산을 증액, 모두 2671억원의 복지예산을 확보했다. 마지막으로 최 시장은 고양시민들에게 “우리 고양시는 새로운 지평을 이룰 때까지 올 한 해 땀과 눈물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것”이라며 “지난 세월동안 우리 시민들은 그만한 저력을 숱하게 보여 주었으며 올해 저와 함께 뛰어주리라 믿는다.”고 지속적인 지지를 당부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따뜻한 연말을 함께 나눠요”

    ■중랑구, 한땀 한땀 뜬 목도리 234개 전달 직원들과 이웃을 위해 손뜨개질에 동참한 중랑구 장흥기(47) 문화체육과 팀장은 27일 “털실은 거짓말하지 않더군요. 한올 한올 마음을 담아 뜨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죠.”라며 이색 경험을 털어놨다. 여직원 130여명 사이에 장 팀장 등 남성도 2명 끼었다. 장 팀장은 “코뜨기와 풀기를 수십번 반복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며 “어깨는 아프지만 집중도가 높아져 감정조절을 하는 데 그만이다.”고 말했다. 처음엔 일주일 걸려 겨우 하나 떴지만 나중엔 놀라운 손놀림으로 이틀만에 거뜬히 완성했다. 구 여직원회 130여명은 지난 16일 손뜨개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고 실천에 옮겼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일자리창출추진단 이명순(50) 주무관은 “신세대 직원들의 호응이 어떨까 했지만 기우였다.”면서 “어떤 여직원은 애를 재우고 새벽까지 뜨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들은 28일 목도리 234개를 신내노인요양원에 새해 선물로 전달한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중구, 직원 봉사단이 직접 도배·집수리 중구청 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6년째 변함없이 불우 이웃을 돕고 있다. 27일 중구에 따르면 직원봉사단은 2005년 결성된 뒤 관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배나 집수리와 같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의 안부를 수시로 확인하고 말벗이 돼 주는 등 지금까지 1390차례 봉사활동을 했다. 올해도 10개조 32명으로 이뤄진 회원들은 거동이 불편한 주민 등 20가구에 매주 월∼금요일 도시락과 밑반찬을 전달하고 있다. 도시디자인과 직원 조은영(46·여)씨는 “10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하루 종일 홀로 계시는 어르신을 뵐 때마다 자식처럼 반가워 해주시는 모습에 자원봉사를 거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갑 관광홍보과장은 “시내 25개 자치구 중 우리 직원봉사단의 도시락 배달봉사가 가장 활발하다.”면서 “분기별로 평가회의를 열어 봉사활동의 효율적인 추진방향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양천구, 사랑의 쌀독 3년째 ‘화수분’ 양천구 신월5동 주민센터에는 1년 내내 숨쉬는 ‘사랑의 쌀독’이 있다. 27일 구에 따르면 매일 10여㎏, 연간 1400여㎏의 쌀이 소리 없이 쌓여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되고 있다. 2008년 2월부터 운영된 쌀독은 올해도 800여 가구에 삶의 끈을 이어줬다. 나눔의 마법을 실천하려는 주민은 쌀을 독에 부으면 된다. 동 복지담당에게 전달된 쌀도 1㎏ 단위로 예쁘게 포장해 넣는다. 쌀이 필요한 주민은 동에 신청하고 쌀을 꺼내가면 된다. 우병진 동장은 “다른 곳에는 없는 ‘사랑의 쌀독’이 3년간이나 마르지 않는 것은 우리 동의 자랑거리”라면서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사고 등으로 어려움에 놓인 주민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는 내년부터 사랑의 쌀독을 모든 주민센터에 설치하기로 했다. 신월5동 주민센터는 노인, 중증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저소득가구 겨울나기 맞춤서비스 사업’을 실시한다. 이미 25가구를 발굴해 지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2010년을 빛낸 스포츠 선수] K- 리그 신태용 성남 감독

    [2010년을 빛낸 스포츠 선수] K- 리그 신태용 성남 감독

    프로축구 K-리그 성남의 신태용(40) 감독은 젊다. K-리그 감독들 가운데 가장 어려서가 아니다. 선수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그렇다.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뛰며 땀을 흘리는 훈련부터 경기 전 대기실에서 선수들과 주고받는 격의없는 대화까지. 이 때문에 성남의 젊은 선수들은 신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고, 겁없이 강팀과 맞붙을 수 있다. 성남 감독에 부임한 지 2년째. 신 감독은 이 같은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아시아 정상에, 스스로를 ‘명장’의 반열에 올려놨다. ●K-리그의 패셔니스타 신 감독은 패션 감각이 좋다. ‘베스트 드레서’ 제주 박경훈 감독도 “그래도 신 감독은 못 따라간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가 K-리그의 패셔니스타인 것은 패션감각 때문만은 아니다. 신 감독은 K-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처음 감독이 된 ‘1세대 K-리거 감독’이다. 주눅들고 조심스러울 만했다. 하지만 감독들이 껄끄럽게 여겼던 심판판정 문제에 대해 가장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지난해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인천과의 경기에서는 벤치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물론 그는 이를 넘어서 ‘무전기 매직’을 연출했다. 또 신 감독은 24일 “밖에 나가면 ACL우승팀을 높게 쳐주는데, 한국에서만 그러지 않은 것 같다.”면서 “또 어떻게 리그 득점왕인 유병수(인천)가 K-리그 시즌 베스트 11에서 빠질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맞는 말이지만 누구도 쉽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다. 신 감독은 그렇게 K-리그에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신 감독으로 인해 K-리그는 한층 다채로운 무대가 됐다. 신 감독의 ‘튀는 행동’ 이후 다른 감독들도 숨겨뒀던 ‘끼’를 본격적으로 발산하기 시작했다. K-리그는 더 재밌어졌다. ●3년째가 더 기대되는 저평가 우량주 신 감독은 ‘저평가 우량주’다. 지난달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 직전 상대팀 조바한(이란)의 전술을 정확하게 예상했고, 비디오 분석을 통해 파악한 약점을 선수들과 공유한 뒤 집요하게 파고들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K-리그 준우승팀인 제주의 박 감독에게 밀려 감독상을 놓쳤다. 사실 신 감독은 선수시절에도 저평가를 받았다. 영리한 플레이로 ‘그라운드의 여우’라고 불리며 K-리그에서 유일하게 2번이나 시즌 MVP(1995년, 2001년)를 차지했지만 국가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A매치 21경기(3골) 출장이 전부다. 그래서 그는 “대표팀 감독을 멋지게 해 보고 싶다.”는 지도자로서의 포부를 숨기지 않는다. 신 감독은 클럽월드컵에서 인테르 밀란, 인테르나시오날에 연달아 패한 뒤 “많이 배웠다.”고 했다. 뭘 배웠을까. 그는 “선수 개개인의 실력차이가 크더라. 패스는 강했고, 움직임은 간결했다. 또 골문 앞에서는 강한 슈팅이 아니라 깔끔한 마무리를 짓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2년 차 신 감독은 열심히 배우고, 또 성장하고 있다. 신 감독은 2011년 시즌을 앞두고 생각이 많은 모습이었다. 구단의 지원이 계속 줄어 팀의 여러 간판 선수들을 겨울 이적시장에서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어떻게 팀을 꾸려가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2011년에는 1~3년차 신인들이 주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답답한 상황 때문인지 지독한 몸살까지 앓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내뱉은 신 감독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신 감독은 공·수의 핵 라돈치치와 전광진, 홍철을 빼고도 ACL 결승전을 이겨냈다. 성남의 2011년이 마냥 어둡지 않은 이유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27일 TV 하이라이트]

    ●특집다큐(KBS1 오후 11시 50분) 2008년 1월 2단 연소시험장에서의 첫 촬영부터 2010년 12월까지. 제작팀은 우주발사체의 탄생과 두번의 발사,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나로호와 함께했다. 그동안 우리가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우주발사체 개발. 다시 한번 우주를 향해 도전하고자 하는 연구원들과 기술자들의 땀과 열정을 천일간의 여정으로 담아 보았다. ●쥬로링 동물탐정(KBS2 오후 4시 30분) 키키는 등교하는 길에 집 앞에 쓰러져 있는 늑대를 발견하고 정성껏 돌봐준다. 그런데 이 늑대의 몸에서 루스와 똑같은 냄새가 난다.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루스를 만나 늑대와의 관계를 물어보려고 하지만 그 날 이후 마을 어디에서도 루스를 찾을 수가 없는데…. 과연 루스와 늑대는 어떤 관계일까. ●역전의 여왕(MBC 오후 9시 55분) 태희는 용식과 키스한 이후 어색하기만 하다. 용식과 태희는 서로 피하며 민망해한다. 한편 기획팀이 발표한 제품에서 부작용의 원인을 밝혀낸 준수는 구 회장의 눈에 띄어 기획팀 팀장자리에 오르게 된다. 용식은 마침내 한국을 떠나기로 결정해 특별 기획팀과 준수 가족을 불러 파티를 하는데…. ●괜찮아, 아빠 딸(SBS 오후 8시 50분) 채령의 집 앞에서 차압예정공고를 본 혁기는 분노하는 한편 책임 전가에 급급한 채령의 철부지 같은 모습을 걱정스러워한다. 애령은 청자의 뒤를 이어 만인병원 아트센터를 맡게 되고, 세연은 필석의 사랑을 받는 애령을 시샘한다. 한편, 기환의 퇴원일, 진구의 말실수로 필석이 병원비를 모두 부담한 사실을 기환이 알게 된다. ●한국기행 남원 1부(EBS 오후 9시 30분) 예로부터 비옥한 땅이 펼쳐져 있어 하늘이 고을을 정해준 땅이라 불리는 남원(南原). 남쪽의 근원이 되는 눈부신 땅은 수많은 고전소설의 무대이자 우리 옛 소리의 발상지가 되었던 곳이다. 선조들의 한과 멋이 담긴 전통문화.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남원 사람들의 향기가 담뿍 묻어나는 남원의 길 위로 걸어 들어가 본다. ●100회 특집 경찰25시(OBS 오후 11시 5분) 100회 특집을 맞아 경찰들을 놀라게 한 ‘사건 속 반전’, <경찰25시>가 변화시킨 ‘사건 그 후’, ‘사건파일 플러스’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더욱 위험하고, 지능적이며, 다양해진 범죄의 현장들. 형사들의 하루는 24시간도 모자랄 정도다. 100회 특집을 통해 경찰들의 땀과 눈물을 보여주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시간을 가져본다.
  • 2010년 강타한 패션 아이템

    2010년 강타한 패션 아이템

    “이제 패션은 과거와 달리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아요. 지난해 즐겨 입던 옷에 올해 유행하는 아이템을 손쉽게 맞춰 입을 수 있지요. 계절이 시작되는 시기에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마련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H&M의 수석 디자이너 앤 소피 조핸슨이 2011년 봄에 유행할 여성복 경향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새봄에 1960~70년대 풍의 베이지나 흰색의 셔츠, 재킷, 치마 등 클래식한 옷들을 사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2010년 유행한 패션은 어떤 것이 있을까. H&M 디자이너의 말처럼 몇년 동안 반복됐던 유행이 올해도 재현됐다. ●올 유행패션, 내년에도 인기 쭈욱~ 먼저 봄에는 청·청 패션이 화제가 됐다. 1980년대 이미 유행했던 청·청 패션은 청 셔츠에 바지나 치마를 입는 것으로 ‘촌스럽다.’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청 블라우스에 청 치마 차림은 귀엽다는 평을 낳으며 인기를 끌었다. 여름에 유행했던 패션 아이템은 실용적인 젤리 슈즈와 점프 슈트(아래위가 붙은 바지)였다. 둘 다 올해 처음 유행한 아이템은 아니었다. 2~3년 전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는 2011년 봄·여름 신상품 설명회에서도 새 젤리 슈즈 디자인을 선보였다. 방수 기능이 있는 데다 시원하기까지 한 젤리 슈즈는 더욱 진화한 디자인으로 내년 여름에도 사랑받을 전망이다. 가을·겨울을 주도한 유행 패션은 밀리터리 룩과 호피 무늬다. 호피 무늬는 올해가 호랑이해(경인년)이다 보니 봄부터 화제였다. 속옷이나 외투 등에 주로 사용됐던 호피 무늬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블라우스, 목도리, 신발, 가방 등 다양한 품목으로 발전했다. 밀리터리 룩은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패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올겨울에도 밀리터리 룩은 야상(야전 상의 스타일의 웃옷), 워커 부츠 등의 아이템으로 최신 유행을 이끌고 있다. ●‘현빈 반짝이 추리닝’ 인기 폭발 봄부터 유행했던 또 다른 패션 경향인 스포티즘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인기와 맞물려 반짝이(스팽글) 트레이닝복의 유행을 낳았다. 운동복을 평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게끔 한 스포티즘은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몰렸던 올해 패션 경향을 주도했다. ‘시크릿 가든’에서 주인공 김주원(현빈)이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떴다.”라고 주장했던 반짝이 트레이닝복은 현빈의 스타일리스트가 만든 것이다. 서울 동대문 시장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현빈이 입은 것과 똑같은 반짝이 트레이닝복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심지어 아동복도 나왔다. 10여년 전부터 뛰어난 방한 기능으로 인기를 끈 일명 ‘못난이 부츠’(어그 부츠)는 이제 겨울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양상이다. 하지만 최근 어그 부츠가 눈과 비, 염화칼슘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드러나면서 대안으로 패딩 부츠가 떠오르고 있다. 2~3년 전부터 유행한 러버덕 등의 패딩 부츠는 올해 더욱 세련되고 날씬해 보이는 디자인에 재활용 소재 등을 사용해 인기다. ●공항패션·청담동 며느리룩 화제 2010년에 화제가 됐던 패션 관련 단어를 꼽자면 단연 ‘공항 패션’과 ‘청담동 며느리 룩’이다. 공항 패션은 스타들이 공항을 드나들 때 입은 옷이 인터넷을 통해 화제를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정착된 신조어다. 청담동 며느리 룩이란 말은 지춘희 디자이너의 옷을 세련되게 소화했던 배우 심은하의 패션을 필두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올해는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의 김정은, ‘매리는 외박중’의 문근영, ‘황금물고기’의 조윤희 등이 2010년 청담동 며느리 룩으로 화제를 모았다. 공항 패션은 패션 화보나 광고 사진처럼 정형화된 스타일이 아닌 스타들의 일상적인 패션을 엿볼 수 있는 창구다. 평소 스타의 패션 감각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 더러 영화배우 장동건·고소영 부부나 이영애처럼 공항 패션이 명품 브랜드의 뜻하지 않은 홍보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 패션 블로거는 “잡지 화보에서 보여주는 어려운 멋 내기 조합보다는 몇 가지 아이템만으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스타들의 평소 모습이 최고의 패션 교과서”라며 공항 패션을 예찬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두툼한 패딩치마·모자… 추위야 물렀거라

    두툼한 패딩치마·모자… 추위야 물렀거라

    해마다 1월 1일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해를 보낼 기운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해돋이 명소에 가다 보면 밀리는 자동차 속에서 뜨는 해를 볼 때도 있지만, 뒷동산에서 새해를 맞이해도 기분은 남다르다. 하지만 어디서 해돋이를 보든 옷은 단단하게 무장하는 것이 좋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의 김연희 팀장은 24일 “해돋이 여행을 떠날 때 남들보다 날씬하게 보이려면 안에 옷을 얇게 입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두꺼운 외투 안에 목까지 올라오는 풀오버보다는 목이 살짝 드러나는 V자 옷깃이나 둥근 형 상의를 걸치고, 두꺼운 목도리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는 귀띔이다. 기능성 겨울 내의를 챙겨 입는 것도 중요하다. 땀을 잘 흡수하고, 빨리 마르는 기능성 내의는 몸을 따뜻하고 쾌적하게 유지해 줄 뿐만 아니라, 여러 겹 옷을 껴입지 않아도 돼 날씬해 보인다. 메리노 울로 만든 K2의 ‘메리노 울 긴팔티, 팬츠 세트’는 냄새를 유발하는 곰팡이와 박테리아도 억제해 탁월한 보온성과 쾌적함을 자랑한다. 상의는 두툼하게 입되, 하의는 미니스커트, 스키니진, 레깅스 등으로 날씬하게 입는 것이 눈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비결이다. 하지만 산으로 해돋이 여행을 떠난다면 땀이 잘 흡수되지 않는 청바지나 레깅스는 피해야 한다. 투박한 등산 바지가 거슬리면 얇은 바지 위에 패딩 치마를 입는 것도 방법. 보온 효과를 높이고 깜찍함도 더할 수 있다. 겨울철 야외활동을 할 때 유의할 점은 체온의 70%가 머리에서 빠져나간다는 것. 털 소재에 호피무늬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귀마개가 있으므로 어울리는 것을 골라 끼면 겨울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특히 올겨울에는 패딩 소재가 재킷은 물론 코트, 바지, 치마, 부츠, 모자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출시됐다. 기온 변화가 심한 산으로 해돋이 여행을 떠날 때는 패딩 바지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체온 변화에 따라 입고 벗을 수 있고, 간편하게 접어서 가방에 넣어 휴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딩 바지는 속에 바지를 한겹 입고 겉 바지 형태로 활용한다. 발목까지 감싸주는 패딩 부츠와 머리로 새어나가는 열을 막아주는 패딩 모자도 해돋이 여행에 요긴한 소품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동화 구연’은 말재주가 아니라구요

    요즘 부모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지만 옛 어른들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책을 읽어주는 것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뭐가 다른가 싶지만 ‘옛이야기 들려주기’(사 진·보리 펴냄)의 저자 서정오씨는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20년 넘게 옛이야기를 되살리는 데 앞장서 온 저자는 이야기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들려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을 보면서 글을 읽을 게 아니라 아이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려줄 때 옛이야기의 교육 효과는 극대화된다는 얘기다. ‘옛이야기 들려주기’는 제목 그대로 옛이야기를 잘 들려줄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이다. 들려주기는 우선 왜 좋을까. 시중에 나와 있는 전래동화 책들은 딱딱하고 억지스러운 글말로 쓰여진 것들이 많다. 들려주기는 보통 때 말하듯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함으로써 살아 있는 입말의 묘미를 전할 수 있다. 이야기꾼의 개성을 살릴 수 있고, 아이 반응에 따라 이야기를 조금씩 조절하면서 청중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말주변이 없어서 아이가 재미없어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저자는 “옛이야기를 하는 데 큰 재주가 필요하지 않으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꾼이 먼저 이야기에 푹 빠져 즐겨야 아이도 재미있어 한다.”고 조언한다. 말투를 억지로 꾸며내거나 막힘 없이 줄줄 외울 필요도 없이 아이 반응을 살피면서 함께 즐긴다는 느낌으로 하면 충분하다는 것. 부모 입장에선 권선징악의 천편일률적인 주제를 가진 옛이야기가 꼭 좋은 이야기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가혹한 현실에서도 착한 마음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면 언젠가 복이 오겠지 하는 절실한 희망이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까지 전해진 것이니 문학적 관점에서 함부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남보다 뛰어난 ‘동화 구연’ 기술을 얻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저자는 “이야기는 입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고, 귀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야기는 기술이 아니라 감동과 흥겨움으로 하는 것이며, 말재주 있는 몇 사람 것이 아니라 땀 흘리며 일하는 보통 사람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1995년에 나온 초판을 수정 보완했다. 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네티즌 울린 축산농 아들의 살처분 ~ 매몰 일지

    구제역으로 가족처럼 아끼던 소를 땅에 묻어야 했던 한 축산농의 아들이 살처분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묻히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생생히 기록한 글이 23일 네티즌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특히 축산농의 아픔은 물론, 날밤을 새우는 방역직원들의 고충도 절절하게 담겨 있어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구제역 살처분 축산농가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유동일씨는 지난 22일 오후 인터넷포털 다음의 ‘아고라’에 글을 올렸다. 이날 121마리 한우의 살처분이 완료된 날이었다. 그는 “저의 부모님은 지난 13년간 한우를 키우셨다.”고 시작하며 담담하게 시간별로 살처분 과정을 서술했다. 다음은 그의 글을 재구성한 것이다. ‘19일 밤 11시 파주시 축산계장으로부터 우리가 키우는 한우가 예방차원 살처분 대상이라는 통보 전화를 받았다. 지난 12일 출하를 위해 농장을 방문한 차량이 구제역 오염농장에 들렀던 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0일 살처분을 위해 농장 한가운데를 파서 매립해야 한다고 했지만, 지하수 오염과 121마리를 매장한 곳에서 편히 살 수 없다는 어머니의 눈물 탓에 매립지 확보를 위해 살처분을 하루 연기했다. 21일 오후 3시 살처분을 하고자 방역담당 여직원 1명과 남자 직원 1명이 농장에 왔다. 오후 5시, 파주시 관계자가 찾아와 부모님께 무릎을 꿇고 ‘예방적 살처분에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사정했다. 이 직원은 어머니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오후 6시에 아버지와 나, 동생은 마지막으로 가는 소들을 위해 고급사료를 줬다. 소들을 안락사시키려고 주사기에 독약을 넣던 여직원은 주사기 개수를 확인할 때마다 구토했다. 30대 주부인 이 직원은 ‘살처분 때문에 3일째 밤샘하고 있다. 1주일째 소화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오후 7시가 되자 안락사가 시작됐다. 큰 소는 2분 만에, 암소는 1분 만에, 송아지는…. 여직원은 송아지들의 독약 주사기를 들고는 ‘제가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네요.’라고 울면서 바늘을 찔렀다. 그러고는 다시 구토했다. 22일 오전 1시, 마지막 송아지가 죽는 것을 확인했고, 방역 당국은 농장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소들을 덤프트럭에 실었다. 같은 날 오전 4시 30분, 파주시 직원들은 ‘죄송하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하고 돌아갔다. 유씨는 이 글에서 ‘120마리 정도 규모의 농장이 되는 데 13년이 걸렸는데, 그동안 휴일 없이 고생한 부모님의 땀은 누가 보상을 하겠냐.’며 현재의 살처분 보상비용으로는 농장 정상화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유씨의 글에는 오후 11시 현재 조회 수 6만 4300회를 기록했고, 510개의 응원과 격려의 댓글이 달려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23일 TV 하이라이트]

    ●위대한 탄생(KBS1 오후 11시 30분) 새 천년이 막 시작되려는 무렵, 이스라엘 나사렛의 열여섯살 처녀 마리아는 부모님의 중매로 착한 청년 요셉과 약혼해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마리아는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게 되고 요셉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파혼하려 한다. 그는 마리아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뒤로하고 약혼녀를 베들레헴으로 데려간다. ●TV미술관(KBS2 밤 12시 35분) 성남의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식당 ‘안나의 집’을 운영하고, 이곳에 정착하여 소외된 이웃을 위해 섬김의 삶을 시작한 이탈리아 출신 김하종 신부가 초기 바로크시대의 대표적 화가 카라바조의 회화 ‘도마의 의심’을 소개한다. 또 중앙대 건축학과 송하엽 교수는 성탄절을 앞두고 성당과 교회 건축의 변천사와 특징에 대해 강의한다. ●7일간의 기적(MBC 오후 6시 50분) 인천광역시 계양구, 스물일곱명의 근육병 환자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있는 한 요양 시설. 이곳에는 올해 대입을 치른 진영이와 형제가 모두 근육병을 앓고 있는 상건, 상현이 살고 있다. 희귀 난치성으로 작은 움직임도 어려워지는 진행성 만성 질환. ‘한국의 스티븐 호킹’을 꿈꾸는 근육병 환자들을 만나본다. ●한밤의 TV연예(SBS 오후 11시 15분) 연말 하면 술자리, 스트레스 하면 술. 스타들의 주량은 얼마나 될까. 산소만 먹을 것 같은 아이돌의 상상 초월 주량과 주류광고 모델인 이효리, 황정음, 이민정, 유이의 실제 주량을 알아본다. 3단 고음부터 기습 포옹까지, 삼촌·오빠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새로운 국민 여동생으로 떠오른 주인공 아이유도 만나본다. ●세계의 교육현장 중국 4부(EBS 오후 8시) 보는 사람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한 재미를 선사하는 서커스. 중국의 서커스는 명실공히 세계 정상의 수준을 자랑한다. 과연 어떤 훈련을 거쳤을까. 북경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북경국제예술학교의 서커스학과를 찾아가 서커스를 배우는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 찰한다. ●아름다운 이야기<보석상자>(OBS 오후 11시 5분) 매일 아침 기체조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집집마다 방문해 서로 다툼이 있을 땐 화해도 시켜주는 정천수 소장은 고향 마을의 ‘정 반장’이다. 그가 이곳 사람들을 돕는 이유는 15년 전 백혈병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뒤 동생이 골수이식을 해줘 새 생명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 [관가 포커스] 온수 끊긴 청사 실세장관 ‘곤욕’

    한파에 느닷없는 ‘찬물세례’를 받은 실세장관 때문에 행정안전부 직원들이 불벼락을 맞았다. 사연의 주인공은 이재오 특임장관. 이 장관은 평소 새벽 일찍부터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층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며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몰아닥쳤던 지난 13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러닝머신에서 땀을 흠뻑 흘렸다. 문제의 발단은 샤워실에서 벌어졌다. 그날따라 온수 대신 얼음장같은 찬 물이 쏟아진 것. 이 장관과 함께 샤워중이던 주변 공무원들이 즉각 행안부 정부청사관리소에 전화를 했지만 마침 담당자는 연차휴가로 부재 중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청사관리소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때아닌 불똥이 떨어져 한바탕 난리를 치러야 했다. 담당자들은 물론이고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윗선까지 한바탕 야단을 맞아야 했다고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앙통제실이 보통 아침 6시 40분부터 온수 가동을 시작하는데 월요일인 데다 이 장관의 운동시간이 너무 일러 온수가 미처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로 조치를 취했고 온수가동 시작 시간도 평상시보다 20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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