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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깔깔깔]

    ●난 아직이야 지영이와 민지라는 아이가 있었다. 그녀들은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오토바이를 탔다. 지영이가 운전하고, 민지는 뒤에 타고 있었다. 지영: 우~ 바람길 좋지 않니?라고 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민지가 땀을 뻘뻘 흘리는 게 아닌가. 지영이는 놀라서 더워하는 친구를 위해 더욱 빨리 달렸다. 그러고는 지영은 친구 민지에게 다시 물어 보았다. 지영: 정말 시원하지 않니? 그런데 또 민지가 땀을 아까보다 더 많이 흘리면서 헉헉거리며 숨차 보이는 것이다. 지영: 헉! 너 왜 그러니? 그러자 민지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대답했다. 민지: 야! 나 아직 안 탔다고!
  • [CEO 칼럼] 데이터를 물과 전기처럼/윤문석 VM웨어 코리아 지사장

    [CEO 칼럼] 데이터를 물과 전기처럼/윤문석 VM웨어 코리아 지사장

    주말에 가족과 TV를 보다가 흥미로운 광고를 보았다. ‘Designed for Human’, ‘인간의 언어를 배웠다’, ‘나는 당신입니다’ 등 최신 기술력이 결집된 스마트폰의 광고가 하나같이 ‘당신’, 즉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기능의 탄생도 모두 ‘사람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들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고, 당신은 이 편리함을 쉽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평범해져 버렸지만, 우리 생활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던 수도와 전기 시설도 같은 예다. 우리는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전등을 켜고, 깨끗한 물로 세수를 한다. 그리고 전기로 움직이는 전철을 타고 출근하며, 회사에 도착해서도 이 모든 인프라를 아무런 ‘상념’ 없이 이용하고 있다. 누구도 이 전기가 어느 발전소에서 만들어졌고, 어느 전선을 통해 우리 사무실까지 공급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물과 전기의 모습처럼, 클라우드 기술도 ‘사람을 위해’ 더욱 진보하고 있다. 클라우드로 변화하는 일상의 모습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자료, 애플리케이션 등 방대한 데이터에 접근하고 있으며,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언제 어디에서든지 모바일 기기로 이메일, 화상회의, 문서 작성 등 여러 업무를 처리한다. 이와 같은 혁신적인 정보기술(IT) 환경이 매끄럽게 제공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라는 강력하고 정교한 인프라가 완벽하게 운영되어야 하지만, 사실상 사용자들은 이 일련의 과정에 전혀 신경 쓸 필요없이 클라우드 환경에 기반한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하면 된다. 이는 클라우드를 통한 모바일 진료를 실행하고 있는 병원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병원의 의료진은 클라우드를 통해 환자들의 차트, 영상자료 등을 국내외 어디에서나 확인할 수 있다. 선명한 진료영상을 본인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보여주며 세심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의료진들은 이 클라우드 기술의 원리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클라우드의 편리성은 회사 업무 중에도 그 효과를 발휘한다. 한 직원이 태블릿 PC로 중요 문서를 수정하다가 기기를 떨어뜨려 파손됐다고 가정하자. 이 상황에서는 누구나 작성하고 있던 문서가 삭제되거나 훼손됐을까 당황하기 마련이지만,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문서를 그 파손된 기기가 아닌 중앙서버에 저장하기 때문에, 다른 기기에서 똑같은 문서를 다시 불러오고 이어서 문서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 즉, 기기의 훼손과 관계없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이 데이터가 어느 서버에 저장됐었고 어떻게 다시 안전하게 저장될까?’라는 상념이 필요없다. 물과 전기를 사용하듯 간편하게 불러와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강력한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클라우드 인프라는 각종 자연재해나 정전 등의 상황에서도 사용자들에게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앙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땀 흘리고 있으며, VMware도 하드웨어 중심의 고정된 인프라를 소프트웨어 중심의 유연하고 효율적인 모습으로 혁신하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데이터센터’라는 비전을 실현하고 있다. 이는 IT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데이터나 콘텐츠도 물과 전기와 같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를 찾고 활용하며, 이 모든 과정은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IT 혁명의 가운데서 이루어지고 있다. 마치 끊임없이 흐르는 거대한 강물이 조용히 우리집 세면대까지 당도하는 것처럼, 클라우드도 우리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 주술로 외간 여자와 ‘상상 성관계’한 남자 쇠고랑

    외간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상상을 하며 흥분한 남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남자는 단지 상상을 했을 뿐이지만 상상 속 파트너가 된 여자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최근 짐바브웨의 한 버스터미널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클리포드 마베테라는 이름의 27세 남자가 ‘무보보보’라는 마법(?)을 부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무보보보는 신체의 접촉 없이 원하는 상대와 관계를 갖게 한다는 주술 행위다. 경찰은 마베테가 땀을 흘리며 마치 성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걸 보고 검문을 하다 ‘성관계 상상’ 혐의(?)로 그를 체포했다. 마베테의 상상 속 파트너는 곁에 있던 한 여성이었다. 남자는 주술행위를 하며 여자를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경찰을 깜짝 놀라게 한 건 여자의 진술이었다. 경찰이 “남자를 아는가. 신체적 접촉이 있었는가.” 등 질문을 던지자 여자는 전혀 접촉은 없었지만 여성의 특징적 신체부위에 이상한 느낌이 왔었다.”고 말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프로배구] 류윤식·마틴 KEPCO 폭격

    [프로배구] 류윤식·마틴 KEPCO 폭격

    인천 대한항공이 류윤식(23·196㎝)과 네맥 마틴(28·200㎝)의 활약에 힘입어 2연승을 내달렸다. 대한항공은 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2~13 NH농협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수원 KEPCO에 3-0(25-19 26-24 26-24) 완승을 거뒀다. 지난 4일 러시앤캐시에 3-1 승리를 거둔 데 이어 2연승을 내달린 대한항공은 지난 두 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문 한을 풀기 위한 첫걸음을 가볍게 내디뎠다. 개인 트레이너까지 두며 맹훈련을 했다는 류윤식(15점)과 마틴(17점)이 32점을 합작하며 승리의 수훈갑이 됐고 김학민도 14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양팀은 1세트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10-10까지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마틴의 연속 득점과 이영택의 속공, 김학민의 오픈 공격으로 1세트를 선취했다. 특히 류윤식과 마틴은 2세트까지 각각 11점, 12점에 60%가 넘는 공격 성공률로 승기를 잡았다. 반면 KEPCO의 ‘크로아티아 특급’ 안젤코 추크는 초반 저조한 득점으로 부진하다 뒤늦게 득점이 터졌다. KEPCO는 3세트 안젤코의 오픈 공격과 서브 득점으로 24-24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추격은 거기에서 멈췄다. 막판 김학민의 레프트 대각선 강타와 서브에이스가 터지며 결국 무너졌다. 안젤코는 이날 20득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했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일등공신 류윤식에 대해 “여름에 땀을 참 많이 흘렸다. 서브 범실도 적고 블로킹과 이동 공격이 좋아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여자배구에선 흥국생명이 휘트니 도스티(24·미국)가 40점을 올리는 맹활약에 힘입어 현대건설을 3-1(25-22 25-22 23-25 25-23)로 꺾고 첫승을 올렸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여성·흑인·젊은층서 압승…부동층州 사로잡아 롬니 꺾어

    극적인 승리였다. 선거전에서 드러난 초박빙 양상은 출구조사부터 개표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역전 드라마 끝에 승리의 여신은 민주당 후보로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최후의 미소를 보냈지만 누구도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여정이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8년간 실정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찌감치 압승을 예상했던 4년 전과 달리 오바마는 이번 대선에서 좀체 나아지지 않는 경제사정과 높은 실업률에 발목을 잡혀 막판까지 고전했다. 유권자들이 경제를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여긴다는 사실은 선거 당일 투표소 출구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사 대상 유권자의 60%가 경제를 최우선 관심사로 꼽았다. 미국 경제가 ‘그다지 좋지 않거나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은 70%에 달했다. 그러나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응답이 40%로 ‘나빠지고 있다’는 응답 30%보다 높았고, 특히 현 경제문제의 책임이 부시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응답이 50%로 오바마 대통령을 지목한 응답 40%보다 높게 나온 점 등으로 볼 때 경제 이슈가 실제 투표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를 더 잘 이끌 후보에 대한 질문에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보다 근소한 우위를 점했지만 다수가 오바마의 정책이 일반적으로 중산층을 우선시한다고 생각한 반면 투표자 절반 이상은 롬니가 부유층 편이라고 답한 것도 오바마에게 유리한 판세를 뒷받침한다. 오바마의 재선을 가능케 한 핵심 요인은 부동층주(스윙 스테이트)의 표심이었다. 특히 최대 격전지인 오하이오주에서의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오바마는 또 승패를 가늠할 수 없었던 버지니아주와 플로리다주를 사수했다. 또한 롬니가 막판까지 인력과 자금난을 집중시켰던 콜로라도와 뉴햄프셔도 손에 넣었다. 그러나 2008년 대선 때 오바마가 9개 주요 스윙 스테이트에서 평균 7.6% 포인트 차이로 압승했던 것에 비해 이번 대선에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패배한 것을 비롯해 다른 스윙 스테이트에서도 초박빙 승부 끝에 가까스로 이기면서 4년 전에 비해 지지율이 떨어진 점을 실감케 했다. 한편 출구조사에서 오바마는 여성과 흑인, 18~29세 젊은 층에서 지지율이 롬니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여성은 55%로, 롬니를 지지하는 여성 43%보다 많았다. 반면 남성은 45%가 오바마를, 52%가 롬니를 선호했다. 인종별로는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흑인의 93%, 히스패닉의 69%, 아시아계의 74%가 오바마를 지지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세계를 얻은 느낌”… 시카고 도심 축제의 물결

    손에 땀을 쥐게 한 박빙의 승부 끝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최종 확정된 7일(현지시간) 새벽 워싱턴DC와 시카고, 뉴욕 등 미국 전역은 오바마 지지자들의 함성과 열기로 가득찼다. 특히 워싱턴 백악관 앞은 지지자들의 환호로 들썩였다. 전날 저녁부터 한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한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수천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오바마, 오바마”,“4년 더”를 연호하며 백악관 앞 나무에 올라가서 괴성을 지르고 상의를 벗은 채 주차된 트럭 위에 올라서는 등 흥분한 모습을 보여 경찰관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보통 밤이 되면 적막한 도시로 변하는 워싱턴DC 도심 내 주요 사무실 빌딩 대부분은 불이 꺼지지 않았고, 일대에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역사적인 순간을 자축했다. 성조기를 든 한 흑인 남성은 “오늘은 최고의 날”이라며 환호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도 흥분에 휩싸였다.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카고 매코믹플레이스 컨벤션센터 선거본부에 모인 1만여명의 지지자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선거 개표 현황을 초조하게 지켜봤다. 이 자리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두 딸 말리아와 사샤, 참모진, 기부자들도 함께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발표되자 컨벤션센터는 거대한 축하 파티 현장으로 변했다. 시카고트리뷴에 따르면 현장에는 비틀스의 곡 ‘트위스트 앤 샤우트’가 흘러나왔고 지지자들은 음악 소리에 몸을 맡긴 채 성조기를 하늘 높이 흔들며 재선 성공의 기쁨을 만끽했다.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은 “세계를 얻은 느낌이다.”,“또 한 번의 역사가 일어났다.”고 기뻐했다. 컨벤션센터 선거 캠프에서 디지털 분야를 담당한 제인 슈만은 AF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마치 내가 세상을 바꾼 것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통령이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컨벤션센터 앞은 새벽까지 오바마 지지자들의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다. 개표 초반 접전이 거듭되면서 조용했던 행사장은 최대 승부처인 오하이오주와 플로리다주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앞서기 시작하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 직후 연설을 했던 시카고 야외 공원 그랜트파크에 이어 매코믹플레이스도 새로운 역사적 명소가 됐다. 이곳에는 지난 3일부터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언론의 위성 중계 차량과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이날 모인 취재 기자 규모만 해도 2000여명에 달했다. 지난주 슈퍼스톰 샌디가 무참히 할퀴고 간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는 군중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중심지인 월가가 있는 도시인 탓에 오바마 재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해 월가 점령 시위에 참여했던 한 활동가는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해도 “돈이 지배하는 정치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는 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플로리다주에서만 최종 승자 발표가 미뤄졌다. 플로리다주 유권자 1200만명 가운데 10%를 차지하는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 투표소 수십 곳이 마감 시간인 오후 7시를 4시간여 넘겨서까지 가동되면서 일정이 지연됨에 따라 플로리다 선거 당국은 개표가 99% 진행된 상황에서 개표를 잠정 중단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일주일에 2.5시간 투자하면 수명 연장…비법은?

    일주일에 2.5시간 투자하면 수명 연장…비법은?

    걷기 운동 효능, 이 정도일 줄은… 일주일에 2시간 30분만 걸으면 7년 이상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미국 정부 의학 연구기관과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발표했다. 연구팀은 40세 이상의 남녀 60만 명을 대상으로 체중과 운동시간 등을 조사한 결과 평균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이 적당한 속도로 일주일에 2.5시간 걷는다면 수명이 평균 7년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당한 속도란 약간 땀을 흘릴 만큼 빠르게 걷는 것이며, 동시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매사가 바쁜 현대인이라면 위 시간의 절반인 일주일에 75분만 걸어도 최소 2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또 정상체중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은 비만이지만 활발하게 운동하는 사람보다 평균수명이 오히려 3.1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체중에 상관없이 얼마만큼 운동을 하느냐가 수명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연구팀은 “걷기 등 가벼운 신체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적당한 양의 운동은 당신의 수명을 늘려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결과는 공공과학도서관 의학지(journal PLoS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사람냄새 나는 기사를 읽고 싶다/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옴부즈맨 칼럼] 사람냄새 나는 기사를 읽고 싶다/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시는 짧지만 여운이 길다. 소통 부재의 현대인들의 절절한 외로움이 느껴져서다. 특히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기사가 대세다. 지면의 대부분이 높은 목소리와 일방적 소통이 넘치는 때라 사람들 사이에 놓여 있는 ‘섬’처럼 담담하고 소박한 기사에 더 갈증을 느낀다. 그런 가운데 ‘섬’처럼 따뜻하고 담담하게 다가오는 기사는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과 지난 1일 끝난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기획이다. 신문(新聞)이란 새로 들을 뿐 아니라 다시 보게 하는 데서도 의미가 있다. 이들 기사는 모르진 않았지만 지나쳤던 ‘우리 주위의 사물과 현장’을 다시금 눈을 씻고 보게 해준다. 이들 기획의 매력은 발로 뛴 현장취재와 따뜻한 관점에서 우러난다. ‘카메라 산책’은 현장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사진에세이로 필자가 즐겨 보는 기획물이다. 월1회 연재되는 게 아쉬울 정도다. 맛깔스러운 글과 발로 뛴 현장사진이 담백한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 사회 한편에서 열심히 땀흘리며 살아가는 장삼이사들의 모습에서 분발과 자극을, 그리고 때로는 정겨움을 함께 느끼게 된다. 지난 회엔 ‘공공의 벗, 공익근무요원-청소하고 취객 깨우고… 우리도 현역병 못지않게 빡셉니다’를 다뤘다. 빗물가리개를 걷는 작업, 취객을 깨우는 일, 노인 말벗이 돼주고 목욕을 시키는 공익요원들의 사진을 보며 이들이 일반인의 인식과는 달리 얼마나 다양한 사회복무를 현역병 못지않게 빡세게 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재인식이다.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 여러 장의 현장사진은 그 자체가 울림을 준다. 그간 ‘케냐·에티오피아 농업기술 전수현장을 가다’, ‘산음휴양림 산림치유센터를 가다’, ‘여성예비군 훈련장을 가다’ 등등, 다양한 현장이 사진에세이에 담겼다. ‘카메라 산책’의 마니아 독자로서 한 가지 더 바람을 덧붙이자면 장소나 프로젝트보다 ‘공익’처럼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기획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산부인과 신생아 병동을 가다’, ‘발레아카데미 성인반을 가다’ 등과 같은 현장 365일, 36.5도의 따끈따끈하고 박동이 뛰는 사진에세이를 기대한다. ‘나무와 사람이야기’는 지난 1일 100회로 아쉽게도 2년 기획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단순한 나무이야기를 넘어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씨의 감성터치 글과 발로 뛴 현장취재를 통해 ‘나무’에 얽힌 스토리텔링이 이렇게 구성될 수 있구나 하고 읽을 때마다 안식과 감동을 느꼈다. 솔송나무처럼 이름조차 처음 접하는 생경한 나무는 물론 소나무, 감나무, 버들같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나무에 관한 지식, 문학작품 속의 나무들에 대해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그 못지않게 한 나무를 수년에 걸쳐 취재하고,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그후 이야기를 추적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청소년기에 한번쯤은 필독서로 읽는 셸 실버스타인의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소년에게 마지막 남은 그루터기까지 아낌없이 다 주는 나무가 바로 솔송나무란 것을 안 것도 이 코너를 통해서다. 마지막회의 ‘의령 백곡리 감나무’는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미친 존재감’만을 외치고 지향하는 현대의 인스턴트 사회에서 ‘뒤늦은 존재감’으로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는 백곡리 감나무는 그 동안의 인간관계까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인스턴트 사회에서 근성 있는 심층취재 기사를 서울신문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독자로서 호사스러운 감동이었다. 차제에 제안하고픈 것은 장기기획이 끝나면 마지막회를 알리는 것에 그치기보다 취재 낙수 및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별도의 회를 마련해 다뤄줬으면 하는 것이다. 2010년 9월부터 연재를 시작했으니 어언 2년, 그간 ‘스타’가 된 나무, 운명이 바뀐 나무와 사연 등 후기가 오죽이나 풍성하고 다양하겠는가.
  • [피플 인 스포츠] 울산 AFC 챔스리그 결승 주역 김신욱

    [피플 인 스포츠] 울산 AFC 챔스리그 결승 주역 김신욱

    “높이의 축구를 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독일 분데스리가가 저와 딱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요?” 지난달 31일 밤 울산문수구장.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리그) 4강 2차전을 끝낸 뒤 김신욱(24·울산)은 땀을 닦아낼 겨를도 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구단의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끈 견인차였다.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8강 2차전을 시작으로 4강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를 상대로 킬러 본능을 뽐내는 등 3경기 연속 골 사냥을 했다. 그는 대회 통산 6골로 팀 동료 하피냐와 함께 득점 공동 2위에 올랐다. 챔스리그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묻자 “단기전이어서 유리한 게 많다.”면서 “K리그는 상대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까다롭고 힘들지만 외국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없어 대응하는 데 애를 먹는 것일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이동국·데얀 경기 분석… 연습벌레로 유명 키 196㎝의 김신욱은 사실 2009년 울산 입단 당시엔 수비수였다. 그때 김호곤 감독의 눈에 들었다. 마땅한 공격수가 없던 터라 키가 크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스트라이커로 ‘찍혔다’. 헤딩부터 드리블하는 것까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김 감독은 “지독한 연습벌레여서 잘 따라와 준 것 같다.”며 “일취월장한 대표적인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신 스트라이커답지 않은 유연한 드리블 능력과 수비능력을 갖춘 보기 드문 스트라이커로 성장한 것도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다. 그는 요즘도 방에 틀어박혀 자신의 경기를 보며 실수를 줄이려 애쓴다. 이동국(전북)과 데얀(서울)의 플레이도 연구 대상이다. 인터넷으로나 비디오로 힘 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독일의 도르트문트나 바이에른 뮌헨 같은 팀들의 경기를 챙겨보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유럽리그 진출을 위한 준비를 늘 하고 있다는 얘기다. ●진화하는 지금 행복… 떠난다면 EPL로 그는 “울산에서 축구를 했고 스스로도 진화하고 있는 것을 몸으로 느끼기 때문에 지금이 내 축구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라며 “하지만 날 여기까지 이끌어준 울산에서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설 때 유럽으로 진출할 생각”이라고 야심찬 계획을 드러냈다. 사실 지금도 독일이나 터키 등지에서 러브콜이 온단다. 심지어 중동 팀에서는 어마어마한 연봉으로 유혹을 한다며 웃는다. 그러나 그는 “나는 첼시 팬”이라며 프리미어리그에 더 관심이 있음을 슬쩍 비쳤다. “퀸스파크레인저스(QPR)에 가고 싶기도 하다.”며 농담 섞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박)지성 형이 너무 안됐다. 열심히 하는데도 동료 공격수들이 골을 못 넣으니 답답하다. 내가 대신 가서 골을 넣어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박지성(QPR)과 ‘카톡’을 즐길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14일 호주 평가전서 내 스타일 보일 것 ‘빅 앤드 스몰’로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이근호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우리팀의 하피냐와 이근호는 (리오넬) 메시와도 바꾸고 싶지 않은 선수”라고 말할 정도. 이들과의 호흡이 없었다면 대량 득점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신욱은 지난 5일 발표한 국가대표 A팀 호주 평가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없어 고민하고 있는 최강희 감독에게도 김신욱은 이젠 ‘단골 손님’이 됐다. 김신욱은 “경쟁력을 키우려면 ‘김신욱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겠죠.”라며 “키 큰 어린 선수들이 나를 롤모델 삼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10일 챔스리그 결승전에 이어 14일 호주 평가전. ‘김신욱 스타일’의 축구가 또 꽃을 활짝 피우는 날이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스포츠음료, 기능 과장 심해…과음시 ‘수분중독’ 가능성

    스포츠 음료의 기능이 종종 과장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LA) 타임즈가 보도했다. 이 언론은 세계적인 의학잡지 영국의학저널(BMJ) 7월호에 게재된 연구를 인용, 스포츠 음료가 보통의 물보다 딱히 좋은 점은 없으며 운동 선수들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근거도 없다고 전했다. 영양 전문가인 켈리 브라우넬 미 예일대 러드 식품정책·비만센터 소장은 “스포츠음료는 너무 과장돼 광고되고 있으며 너무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스포츠 음료의 실체를 파악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대한 비판은 계속 커져 나갈 것”이라면서 “만약 내가 코카콜라나 펩시를 갖고 있다면 이런 브랜드는 팔아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스포츠 음료로는 펩시사(社)의 게토레이와 코카콜라사(社)의 파워에이드가 유명하다. 이들은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동안에 소모되는 체액을 이와 비슷한 전해질(주로 나트륨)과 탄수화물을 보충해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리지널 게토레이(현지 Gatorade Perform 02)는 8온스 당 나트륨 함량이 110mg이며, 설탕 함량은 14g(3.5티스푼)이다. 이에 반해 일반 파워에이드는 나트륨이 좀 덜 들어간 대신 설탕이 좀 더 들어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국 스포츠의학아카데미 선임 연구원이자 국립 운동건강·수행연구소 이사인 마이클 버저론은 “많은 선수들이 운동 중 땀으로 배출되는 염분을 보충하기 위해 스포츠 음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사실 보통의 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포츠 음료의 전해질 역시 운동 중에는 필요할 상황이 거의 없다. 장시간 격렬한 운동을 하고 상당량의 땅을 배출했을 때 겨우 필요한 정도”라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 수년간 시행된 대부분의 연구는 그 범위가 매우 적기 때문에 결과 해석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 한 예로 지난 2007년 미국대학스포츠의학회(ACSM)가 발간한 학술저널 ‘스포츠‧운동의학 및 과학’(MSSE)지에서는 16명의 남자 축구선수들을 대상으로 스포츠 음료와 보통의 물을 마신 뒤 운동량을 비교해 스포츠 음료를 마신 선수들이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했지만, 그들은 반복된 훈련에서는 더 나쁜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부교수이자 보스톤 마라톤 대회의 의료 자원봉사팀인 아서 시겔 박사는 “스포츠 음료의 마케팅으로 사람들은 탈수 증상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망상을 갖고 있다.”면서 “신체 활동 중이나 이후 스포츠 음료나 물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치명적인 ‘수분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증상은 탈수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면서 “선수들은 갈증을 조절해야 하며 사람들 역시 스포츠 음료를 마실 때에는 책임감을 가지고 마시라고 권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군인 여드름 개수, 짬밥순과 무슨 관계?

    군인의 여드름 고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군인중 60%가 피부질환을 갖고 있고 그중 가장 흔한 피부질환이 여드름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 5일 카톨릭의대 서울 성모병원 피부과 박영민 교수팀은 “군인 1321명을 대상으로 피부질환 유병률을 역학 조사한 결과 전체의 60.4%(798명)가 1인당 1개 이상의 피부질환을 가진 것으로 관찰됐다”며 “그중 가장 흔한 피부질환은 여드름(35.7%)”이라고 발표했다. 여드름 고민은 갓 입대한 신병이나 말년 병장에게도 동일한 걱정거리다. ‘국방부 시계도 해결 못하는 것이 군대의 여드름 문제’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 이에 대해 지난 10년간 여드름을 집중 치료해온 참진한의원의 이진혁 원장은 “군인들은 평상시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고 땀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여드름이 나기 쉽다.”며 “군인이라고 하더라도 피부에 자극이 안되는 자외선 차단제는 꼭 사용해 주고 여드름이 많이 나는 피부일수록 피부에 자극이 안되도록 저자극성의 세안제를 사용해서 가볍게 세안해 주는게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이 원장은 “여드름이 많이 생기는 피부일수록 SPF 지수가 너무 높은 자외선 차단제보다는 SPF 20~25 정도의 자외선 차단제를 3시간 간격으로 자주 발라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인터넷뉴스팀
  • “시집에 대들고 바람 피우는 역 실컷… 실제 결혼하면 정말 잘 살 거예요”

    “시집에 대들고 바람 피우는 역 실컷… 실제 결혼하면 정말 잘 살 거예요”

    #장면 1. 지난 3월 북한산 기슭의 한 사찰. 30대 초반의 여배우가 내림굿 장면을 재연했다. 다리가 풀린 채 손에는 무구(巫具)를 들고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어들 무렵 옆에서 지켜보던 무당이 몸 주위에 향을 피웠다. “나중에 들었는데 주변 잡귀들이 실제 굿판인 줄 알고 ‘접신’하려는 것을 떼어 놓았다고 하더군요. ”(민지영) #장면 2. “‘아내는 외출 중’편을 찍을 때 상대 배우에게 대사가 끝나기 전 야멸차게 따귀를 때리라고 주문했죠. 따귀를 맞은 한그림이 원망스러운 듯 눈물을 펑펑 쏟아내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나왔죠. 그날 밤 싸이월드에 올려진 뺨이 퉁퉁 부어오른 그림이 사진을 보면서 ‘난 참 잔인한 놈이구나’ 싶더라고요.”(박기현 PD) KBS 2TV의 장수 드라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2’가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사랑과 전쟁2’는 동시간대의 ‘위대한 탄생3’(MBC)와 ‘고쇼’(SBS) 등을 제치고 매주 7~8%대의 시청률로 수위를 지키고 있다. 1999~2009년까지 시즌 1을 방영하며 부부 생활 지침서 역할을 했던 드라마는 지난해 11월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제작진에겐 19세 미만 시청 금지라는 ‘성인 드라마’ 딱지가 주홍글씨가 되곤 한다. 결혼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놓고 ‘혼수’ ‘주식 중독’ ‘기러기 아빠’ ‘성형 중독’까지 다양한 얘기를 풀어놓지만 성적인 요소에 치중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간혹 지상파 방송사의 공채 출신인 연기자들을 재연 배우로 오해하곤 한다. ●박기현 “실제 사례 약하게 표현”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사랑과 전쟁2’의 배우 민지영(33)과 한그림(26), 박기현(40) PD를 만났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이 ‘결혼 방정식’에 대한 2040 제작진의 얘기를 들어봤다. →시즌 1부터 간통, 성희롱 등의 성적 요소가 비교적 많아 각인 효과가 생겼다. 시즌 2는 다양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막장’ 드라마란 비판이 나오는데. -박 기본적으로 이야기로 승부를 하다 보니 소재 자체가 세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제 사례들은 드라마보다 더 충격적이라 오히려 순화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민 ‘친절한 미숙씨’편에서 극 중 며느리가 시어머니 밥상을 차려 주지 않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는 시어머니 밥에 락스를 탔다고 하더라. ●민지영 “키스 어색하다고 아빠가 핀잔” →소재는 어디서 얻나. -박 100% 실제 사례다. 카운셀러로 출연한 변호사에게 제공받기도 하고 온라인 카페를 뒤져 찾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직접 제보하는 경우도 있다. -민 이건 얘기하면 안 되는데(웃음), ‘주폭 마누라’편은 작가 어머니 얘기라고 하더라. ‘아들을 위하여’편에선 아들을 위해 신내림을 받은 실제 주인공을 만났다. →결혼도 안 한 처녀들이 극에서 가정 파탄과 이혼을 반복하는 연기를 하는 데 대한 가족들 반응이 궁금하다. -민 2000년 첫 출연 때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오빠, 남동생까지 여섯 식구가 앉아 잔뜩 기대하고 TV를 봤다. (내가) 남자와 모텔에 들어가 속옷을 보이는 장면부터 식구들이 하나둘 조용히 방으로 사라지더라(웃음). 결국 상기된 얼굴로 어머니와 단둘이 끝까지 봤다. 요즘은 오히려 아버지가 ‘가짜로 키스하는 게 너무 티 난다’며 진짜처럼 하라고 부추기신다. →시즌 1에서 수십 가정을 파탄 내 ‘국민 불륜녀’라는 별명까지 붙었는데. -민 예전에 길을 걷다 보면 ‘아가씨 왜 그랬어?’ 하는 사람이 많았다. 기분 나쁘지 않더라(웃음). 다만 8년 정도 시즌 1에 출연하다 보니 다른 사극에 출연해도 사람들은 늘 ‘사랑과 전쟁’에서의 이미지로만 보더라. 그래서 2008년 잠깐 드라마를 접고 대학로에 돌아가 연극을 했다. 연기의 폭이 좁아진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시즌 2를 시작할 때 출연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팔색조 연기 변신이 최근 화제다. -민 ‘실종’편의 실어증 아내 역을 위해 말더듬이 친구까지 불러내 연구했다. 이렇게 매회 70분 드라마의 주연을 맡으니 연기력도 늘더라. →주량은? ‘주폭 마누라’편의 폭탄주 제조법이 인상적이었다. -민 연기를 하다 맥주 반 캔을 마시고 그대로 뻗은 적도 있다. 촬영 전 후배들이 조언해준 대로 했는데 ‘물레방아주’ ‘충성주’까지 단 한 번에 엔지 없이 완벽히 소화해 나도 놀랐다. ●한그림 “주변에선 결혼 못 할까 걱정들” →한그림의 실제 성격은 어떤가. 극중 얄미운 시누이부터 살가운 며느리까지 연기하는데 어느 쪽에 가까운지 도통 모르겠다. -한 집에서 혼자 있는 걸 좋아해 결혼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웃음). 대학 1학년 때 휴학하고 모델 일을 하면서 문화센터에서 요리를 배웠을 정도로 성격이 적극적이다. →연기 혹은 제작을 하며 지켜본 결혼의 실제 모습은. -민 26살 때부터 극 중에서 시어머니께 대들고 바람 피우고 다 해봐서 이제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웃음). 결혼하면 정말 잘 살 것 같다. -박 ‘반면교사’라 할까. 부부관계가 저렇게 되면 안 된다고 얘기하니 가정을 더 화목하게 만드는 것 같다. 지난해에 결혼했는데 잘 살고 있다(웃음). -한 주변에선 ‘너 결혼 못 할 수도 있다’고 농담하는데 한번 사는 인생에서 결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印尼 쓰나미 희생자 신원 확인 한국이 먼저 해내 보람”

    “印尼 쓰나미 희생자 신원 확인 한국이 먼저 해내 보람”

    2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진행된 제64주년 과학수사의날 기념식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낙은(55) 수석법의관이 법의학 분야 대상을 받았다. 정 법의관은 18년간 국과수 법의관으로 근무하며 시신 4000여건을 부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정 법의관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계기로 대학병원 의사 등 12년간의 의료기관 생활을 청산하고 국과수 법의관이 된 인물이다. 그는 “당시 500여명이 죽었는데 100명 이상의 신원을 결국 확인해주지 못했다.”면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 기막힌 사연이 그렇게 많았는데 당시 기술적으로 한계를 실감했다.”며 법의학계 입문 배경을 밝혔다. 이후 한국의 법의학은 그의 손길을 거치며 대형참사 발생 때마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해 나갔다. 2002년 중국 민항기 김해 추락사건,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2007년 이천 화재 참사 등 대형참사에서 한 구라도 더 많은 시신이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비롯한 국과수 법의관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었다. 정 법의관은 인도네시아 쓰나미 당시 희생된 우리 국민의 시신 20여구의 신원을 피해국 중 가장 빠르게 확인한 것을 재직 중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그는 “쓰나미 당시 39개국에서 희생자가 나왔다. 10명 이상 희생자가 나온 국가 중에 한국이 제일 빨리 신원을 확인해 본국으로 송환하는 임무를 완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위선 가득한 세상에 던지는 ‘인생 화두’

    위선 가득한 세상에 던지는 ‘인생 화두’

    새빨간 책 표지부터 심상찮다. 하긴 울다가 웃으면 ‘거기’에 털이 난다며 스스로 ‘항문발모형’ 문학을 지향한 작가가 쓴 책이기에 더욱 그렇다. 작가는 ‘갈 데까지 간다.’며 흡사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를 자처한다. 아예 B급 취향의 독자를 추구한다고 공언까지 한다. 그는 어쩌면 문학계의 ‘싸이’인지도 모른다. 2012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최민석(35)의 장편소설 ‘능력자’(민음사 펴냄)가 출간됐다. 2010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해 보여준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화법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단박에 읽게 만드는 힘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높은 연봉을 챙기는 ‘엄친아’나 ‘엄친딸’이라면, 다소 불편할 만한 작가의 화법은 시종일관 책 속에서 싱싱한 활어회처럼 펄떡인다. 소설은 승자만 떠올리며 ‘능력자’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땀흘리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파한다. 인생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종종 무시되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야설을 쓰며 연명하는 삼류작가 ‘남루한’과 왕년의 세계 챔피언인 미치광이 복서 ‘공평수’가 빚어내는 추락과 회복의 롤러코스터가 이야기의 중심 축이다. 주인공 남루한은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문예지로 등단했으나 작가로서 자의식이 없다. 신인 무명작가로서,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선배로부터 중고생이 읽는 야설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순수문학이란 표현으로도 부족해 청순문학을 추구하던 남루한은, 잠시 망설이다 수락한다. 그의 청순문학 소설집은 2년 뒤에나 나올 수 있는 데다, 당장 통장의 잔고는 달랑 3320원. 작가는 “문예지를 끼고 있는 출판사들이 문예지에 발표한 소설들만 인정하는 풍토를 조성하고…그 카르텔에 끼지 못한 출판사들이 내는 책을…‘상업 소설’로 격하시키기 위한 것 아닙니까.”(16쪽)라며 문학계에 일침을 가한다. 출판사가 판단하는 소설의 ‘작품성’이야말로 작가들을 통제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고 꼬집는다. 주인공은 결국 ‘소희’라는 가상의 여주인공을 앞세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발기로 괴로워하는’, 중고생이나 읽는 야설을 쓴다. 남루한의 아버지는 전국구 주먹인 ‘남강호’. 아버지를 따르던 협잡꾼, 사기꾼, 건달, 약쟁이, 운동선수 가운데 공평수란 미치광이 복서가 찾아온다. 세계 챔피언이었으나 지금은 “매미가 바로 우주 에너지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며 정체불명의 파동에너지 스티커를 팔고 있다. 그런 공평수가 남루한에게 자서전 대필을 부탁한 뒤 나직이 중얼거린다. “피땀 흘려 챔피언이 된 나조차, 무능력하기 그지없잖아…끝없는 자기학대, 그래서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인지 노예인지 알 수조차 없는 상태…”(188쪽) 남루한은 ‘몰락한 세계 챔피언의 처절한 말로’를 주제로 잡고, 자서전 대필로 목돈이나 챙기자며 공평수를 얕잡아본다. 하지만 일은 점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공평수의 재기를 향한 도전, 삶의 진정성에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동화되어 간다. 남루한은 공평수가 링에 다시 서고 싶었던 것처럼, 다시 글이 쓰고 싶어진다. “달렸다. 땀이 났다. 눈물이 났다. 물을, 마셨다. 다시 노트북을 열고 퇴고를 시작했다…영원한 나의 챔피언이 그랬던 것처럼.”(220쪽) 멸종한 티라노사우루스만 못한 처지의 왕년의 챔피언에게서 ‘삶의 근육에 다시 긴장을 주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발견한 것이다. 소설가 백가흠은 “허위와 위선적 사고로 가득한 이 세상의 그늘에 내려앉은 환한 햇빛 같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목 졸린 치매’ 대책 없나] (상) 고통받는 환자 가족들

    [‘목 졸린 치매’ 대책 없나] (상) 고통받는 환자 가족들

    치매는 환자 본인보다 병 수발을 하는 가족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 이 때문에 치매에 걸린 부인을 2년간 지극정성으로 돌보다 숨지게 한 이모(78)씨 사건처럼 견디다 못한 가족들이 환자를 살해하는 사건도 나온다. 환자 가족들의 고통과 그들을 위한 대책, 선진국의 사례를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주부 최모(35)씨는 남편과 아이가 집을 나간 오전 8시부터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와 매일 사투를 벌인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사고가 터진다. 찬장의 간장·된장을 부엌에 다 쏟아 버리기도 하고, 대변 본 기저귀를 옷장 깊은 곳에 감춰 두기도 한다. 팔목을 끌어당기며 “여기가 어디냐. 우리 집으로 가자.”고도 한다. 둘만 있을 땐 먹는 것도 거부하는데 식사를 권하면 “네 년이 밥에 독약을 탔다.”고 소리치며 상을 뒤엎는다. 꼬박 2년째다. 여유로운 일상도, 대화도 사라졌다. 남편은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 어머니의 약값·기저귀값 등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아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 최씨는 “어머님을 뵐 때마다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몹쓸 생각을 하는 게 죄송해서 괴롭지만 이 생활이 계속되는 것도 끔찍하다.”고 울먹였다. 김모(72)씨는 치매에 걸린 아내 한모(67)씨를 7년간 보살피고 있다. 자식 넷이 부쳐 주는 돈이 있어 금전적 부담은 덜하다. 하지만 병 수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체력 부담과 우울·스트레스가 심각하다. 한 번은 요양보호사가 집에 왔는데 한씨가 “내 남편한테서 떨어져.”라며 난폭하게 달려들며 때렸다. 한씨는 이후 열흘 동안 빨간 립스틱을 피에로처럼 바르고 계절에 안 맞는 외투까지 입고 지냈다. 김씨는 “아내가 먹고 자고 입고 대소변 가리는 걸 내가 안 해 주면 절대 안 한다. 젊었을 때 아껴 주지 못해 이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라며 울컥 눈물을 흘렸다. 광주 광역시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61)씨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85) 때문에 가을걷이에 차질을 빚었다. 어머니를 혼자 둔 채 밭일을 나갔다가 집안이 쑥대밭이 된 적이 있어 꼼짝없이 곁을 지킨다. 1년 전부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던 노모는 최근엔 벽지를 뜯어내 먹거나 밤중에 방문을 심하게 두드리는 등 증세가 악화되고 있다.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한데 노모 간병을 하려니 뾰족한 방법이 없다. 김씨는 “월 200만원 드는 요양병원에 모시자고 했다가 가족끼리 대판 싸웠다.”면서 “이런 상태로 생활하는 게 참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이모(45)씨는 가족들이 시어머니의 치매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우울증에 걸렸다. 남편은 “어머니의 기억력이 좀 떨어졌을 뿐”이라고 감싸고, 네 명의 시누이들은 “언니가 시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않는다.”고 구박했다. 이씨는 대소변으로 얼룩진 옷을 하루 2~3번씩 빨면서 눈물과 억울함을 삼켰다. 이씨는 “시어머니가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잦은 실금·실변을 하는데도 남편과 시누이들이 치매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시부모 모시기가 싫어 멀쩡한 사람을 치매환자로 내몰았다는 오해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씨는 최근 지역 치매지원센터를 찾아 시어머니의 치매 사실을 확인받았으나 병원비나 간병인 문제로 또 다른 가족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박모(42)씨는 치매에 걸린 친정 어머니(72)만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진다. 우울증으로 병원치료를 받던 어머니는 2009년부터 점점 상태가 나빠지더니 치매 확진을 받았다. 2010년에는 청주의 한 저수지로 뛰어내려 119구급대가 가까스로 구출하기까지 했다. 자식들 얼굴만 희미하게 알 뿐, 과거 기억을 물어도 그저 “모른다.”는 대답뿐이다. 증상이 심해져 지난해 요양원으로 보냈다. 박씨는 “어머니가 외손자를 찾는다고 요양원을 땀흘리며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내 자식을 돌보다 치매에 걸리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울었다. 치매 가족들의 고통은 때로는 극단적인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죽이는’ 역설적인 사건은 지난해부터 언론에 보도된 것만 20건에 육박한다. 치매를 앓는 배우자·부모 등을 해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것도 공통점이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상담사는 “치매는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앓는 병이기 때문에 가족의 스트레스는 제3자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태국 끄라비- Wild Coast KRABI

    태국 끄라비- Wild Coast KRABI

    파카사이 리조트 Pakasai R Wild Coast KRABI 어느 계절이든 마음이 항상 바다를 표류하는 사람들에게 태국은 속살거린다. 이 태양의 나라에서는 푸껫, 파타야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이다. 방콕에서 남쪽에 자리한 끄라비는 ‘진짜 바다’의 위용으로, 엽서 속에 박제된 해변을 압도한다. 글·사진 전은경 기자 취재협조 태국관광청 www.visitthailand.or.kr 블루풀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섬에 끌리는 마음이 조금은 유별난 편이다. 그 본질은 조금 더 외지고, 조금 더 수고스러운 장소를 찾아가려는 마음과 맞닿아 있다. 섬은 때때로 비행기를 몇 번이나 갈아탄 후, 또다시 배를 타고, 한참을 지프로 내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태국 끄라비로 향하는 길 역시 조금은 번거롭다. 인천에서 방콕으로, 방콕에서 다시 끄라비로 비행하고서도 육로를 따라 한참 달려가야 한다.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대부분의 지역이 이러한 여정을 거치긴 하지만, 끄라비는 다른 지역에 비해 한국인에게 매력요소가 덜 알려진 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끄라비가 여태까지 뭍의 때를 덜 입은 섬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실 휴양지를 기대하며 도착한 끄라비는 처음부터 반전을 안겼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준비된 보트가 30분 만에 리조트에 실어다주는, 손만 뻗으면 칵테일이든 맥주든 양껏 마실 수 있는 ‘올인클루시브 파라다이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끄라비의 가장 큰 미덕은 아기자기 꾸민 테마파크가 아닌,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향취를 풍기는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은밀히 감춰둔 청명함을 만나다 섬에 대해 주절거리긴 했지만, 오해하지 말길. 끄라비는 섬이 아니다. 파탸야나 피피처럼 반나절투어로 금세 둘러볼 수 있는 섬이 아니라는 것이다. 크고 작은 섬 약 130여 개 정도가 오밀조밀 모인 섬들의 집합체, 그것들을 통틀어 끄라비 군도라 부른다. 그 섬 중에는 흔히 푸껫의 일부로 알고 있는 피피섬도 속해 있는데, 끄라비 주도州都에서 스피드보트를 통해 40여 분이면 도착하는 정도의 거리지만 마주하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피피섬이 <더 비치The Beach>의 디카프리오와 함께 상승가도를 달리는 동안 끄라비는 ‘뭘 좀 아는’ 배낭족과 유러피안의 러브콜에 응하며 은밀하게 그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끄라비로의 여행이 여타 휴양 여행과는 다를 것이라는 말은 결코 호들갑이 아니다. 끄라비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7,500 년 전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는 ‘태국의 가장 오래된 공동체’라는 정체성을, 끄라비 전역에 산재한 석회암 동굴과 기암괴석, 맹그로브 정글을 남겨 주었다. 덕분에 끄라비에서는 ‘돈의 맛’이 나지 않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명소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울창한 숲속에 위치해 삼림욕과 수영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크리스탈 폰드Crystal Pond가 대표적이다. 크리스탈 폰드는 오로지 감상만 가능한 블루풀Blue Pool, 수영이 가능한 에메랄드풀Emerald Pool로 구성돼 있다. 특히 에메랄드풀은 어깨 너머로 산을 끼고, 오감으로 물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야외 수영장이다. 수심은 고작 1.5m에 불과하지만, 발원을 알 수 없는 오묘한 에메랄드빛을 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울창한 숲을 따라 800m 가량을 올라가는 수고가 필요하다. 사전정보를 통하면 ‘가볍게’ 도보 약 30분 정도 거리. 그런데 어쩐 일인지 새 샌들은 진흙으로 물들었고 긴 머리는 온통 땀에 절었다. 평균 습도가 약 70%에 육박하는 태국의 우기(5월부터 11월까지)를 간과한 탓이다. 다행히도 격렬한 산행은 예고대로 30분 만에 끝났고 에메랄드풀을 알리는 표지판에 다다랐다. 우거진 나무로 가득했던 시야가 이내 탁 트이는가 싶더니 망망대해의 부표처럼 둥실, 몇몇 얼굴들이 물 위로 떠올랐다. 그 얼굴 아래를 오롯이 감싸고 있는 것은 가장 투명하게 정제한 물에 한 방울 우유를 떨어뜨린 것만 같은 에메랄드빛의 호수. 질척함의 끝에 만난 청명함. 웰메이드 휴양지에서 길들여진 감탄과는 급이 다른 감동이었다. 언제든 뛰어들 준비가 돼 있던 수영복차림의 이들은 그 청명함에 이끌려 곧장 호수로 뛰어들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서울스타일’을 벗지 못한 옷차림을 원망하며 그저 그들을 질투하는 수밖에 없었다. 1 에메랄드풀은 수심이 낮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즐길 수 있다 2 산을 따라 흘러든 물이 고여 호수를 형성했다 4 크리스탈 폰드를 오를 때는 운동화가 필수. 길목에 진흙 지뢰가 산재해 있다 홍 아일랜드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 물이 빠져 나간 자리에는 곱디 고운 모래가 물결을 담은 그림을 그린다 석회암이 만들어낸 역동적인 섬 끄라비에서의 여행은 하루 또는 반나절 동안 대표 섬 4군데를 돌아보는 ‘4섬 투어4 island tour’로부터 시작한다. 섬 개수만 130여 개에 달하니 취향별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의 간택을 받은 4개 섬은 ‘카르스트 지형’이라는 끄라비의 지형적 특성과 연관이 있다. 카르스트 지형은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의 용식 작용으로 형성된 지형’을 총칭하는 말인데, 간단하게는 ‘석회암’이라는 세 글자와 동일시해도 무방하다. 끄라비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 세 글자를 무수히 반복 학습한 덕에 이미 뇌리에는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선명하고, 어딜 가도 가장 먼저 석회암부터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끄라비 바다의 진면목은 ‘4섬 투어’의 마지막 관문인 홍 아일랜드Hong Island에서 드러난다. 스피드보트를 타고도 한참을 들어가야 도착하는, 끄라비 중심가에서도 외따로 위치한 홍 아일랜드는 오로지 해변이 가진 매력만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그 흔한 리조트 하나, 상점 하나 없지만 오로지 태양의 후광만으로도 홍 아일랜드를 순례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일정이 여유로운 여행자라면 4개 섬을 한번에 둘러보는 것보다 홍 아일랜드에서만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다 ‘끄라비스러운’ 여행이 될 것이다. 1 뭇남성들의 은밀한 시선을 독차지한 미녀 4인방 2 끄라비에서는 초보를 위한 등반 교육도 이뤄진다 3 탐복크라니 국립공원을 둘러보는 최고의 방법은 카약을 이용하는 것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KRABI Activity 질투의 온도 핫스트림 선녀의 날개옷을 감췄다는 나무꾼이라도 불러오고 싶었다. 에메랄드풀에서 발동한 질투심이 핫스트림Hot Stream에 도착해서는 관음증으로 변하고 말았으니까. 언뜻 우리네 노천탕과 비슷한 이 온천은 산세를 따라 흐르던 물이 돌연 온수를 뿜어내 형성됐다. 울창한 산 속에 위치한 계단식 온천에서 남녀 구분 없이 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꽤나 이색적이다. 온도는 40℃ 정도지만 태국의 고온다습한 날씨 속에서는 체감온도는 되려 낮은 편이다. 크리스탈 폰드에서 차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바위의 정복자 암벽등반 ‘4섬 투어’의 첫 번째 행선지인 라일레이 비치Railay Beach는 석회암 절벽에서 즐긴다는 록클라이밍으로 유명해 끄라비를 이 분야 명소로 만들 정도다. 라일레이의 서쪽 프라낭 비치에서는 록 앤드 파이어 국제 콘테스트Rock and Fire INternational Contest라는 암벽대회가 열리기도 하는데, 올해는 지난 4월에 5회째 대회가 열렸다. 아쉽게도 대회는 끝난 시점이지만, 다행히 이곳에서는 사계절 내내 최소한의 장비로 절벽에 매달린 클라이머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시작 단계의 클라이머들이 즐겨 찾는다. 에코의 답을 찾다 탐복크라니 국립공원 끄라비에는 수많은 국립공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탐복크라니 국립공원은 다양한 생태체험의 총체라 할 수 있다. 끄라비 시내에서 약 40분 정도 떨어진 이 공원은 특히 에코투어리즘을 가장 밀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카누를 타고 국립공원을 도는 동안 우리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눈앞의 태양, 바람, 바다이지만, 이 환경을 지탱하는 저변은 수많은 석회암 동굴과 기암괴석, 맹그로브 정글임을 이내 알 수 있다. 특히 거대한 맹그로브 정글은 자연정화의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마구잡이로 엉킨 뿌리가 빈번한 쓰나미에서도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최근 태국 정부에서는 지속가능한 관광, 즉 에코투어리즘의 일환으로 맹그로브를 심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려는 투어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활동들이 시사하는 바는 여행자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기나긴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렇듯 끄라비를 끄라비답게 만드는 것은 ‘날 것’의 자연 그대로라는 것. 자체 발광하는 아름다움은 훼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말이다. ▶travie info 호핑투어 하루에 4개 섬 또는 5개 섬을 돌아보는 호핑투어가 가장 일반적이다. 투어 시작은 보통 오전 8시30분부터이며 2시 또는 3시까지 이뤄진다. 4개 섬을 둘러보는 투어는 약 1,200바트(한화 약 4만3,000원). 라일레이 비치 외에도 바다 물길이 열려 두 개 섬을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기적의 섬’인 탈레외 아일랜드, 치킨 모양으로 생겼다고 하여 치킨 섬이라 불리는 꼬까이, 홍아일랜드 등에 들르는 일정이다. 점심 식사로 간단한 볶음밥과 음료 등이 제공된다. 교통편 끄라비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방콕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통해 이동하거나 푸껫에서 육로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푸껫에서 육로로 약 2시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중간에 피피섬(스피드보트로 1시간 소요)을 들르는 푸껫-피피-끄라비-푸껫 일정도 가능하다. 10월6일부터 12월15일까지 비즈니스에어는 인천에서 끄라비로 직항하는 전세기를 운항할 예정이다. 일정 중 끄라비에서 푸껫까지 육로로 이동한 후 돌아올 때는 푸껫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돌아오게 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시코쿠 기차 여행

    시코쿠 기차 여행

    매일 서너 시간씩 꼬박 기차를 탔다. 명승지가 많은 도시도 갔고, 역장 없는 간이역도 들렀다. 오솔길처럼 난 숲 속을 한 량짜리 기차로 달릴 땐 거의 창문에 매달려 갔다. ‘올 시코쿠 레일 패스’로 본전 뽑고 돌아온 시코쿠 기차 여행.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동미 취재협조 럭키투어 02-734-6656 4박5일간의 느린 여행 기차여행에는 비행기나 배로 하는 여행과는 다른, 막연한 낭만이 있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릴 때, 생각은 아무런 제약 없이 쑥쑥 커지고 상상이 되어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알랭 드 보통 역시 <여행의 기술>에서 ‘모든 운송 수단 가운데에서도 생각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기차일 것’이라고 썼다. ‘열차 밖의 풍경은 안달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그러면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며’ 영감을 준다. 한가로운 논과 밭을 옆에 두고 달리면서 나의 생각들도 적당한 속도로 함께 달렸다. 2년 전에 왔던 시코쿠의 늦겨울을 기억해냈고, 폭염이 쏟아지는 시코쿠의 여름 속에 사람들은 모두 거리에서 사라졌다. 돌아다니느라 땀을 흠뻑 흘리고 올라탄 시코쿠의 열차는 시원한 여유와 휴식을 제공하며 다음 목적지로 데려다주었다. 4박5일 동안 기차를 타고 시코쿠에 있는 네 개의 현들을 모두 밟아 봤다. 시코쿠는 일본을 구성하는 네 개의 주요 섬 중 가장 작은 섬이지만, 섬 안에 네 개의 현(우리나라로 치면 도)이 있는 큰 섬이다. 때문에 네 개의 현을 다 다니려면 여간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도 ‘올 시코쿠 레일 패스’가 있어 더욱 살뜰히 돌아볼 수 있었던 여행이다. 올 시코쿠 레일 패스는 JR 노선뿐만 아니라 지역간 특급열차와 기타 사철, 전차 등을 정해진 기간 내에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다. 2일, 3일, 4일, 5일짜리 패스 중 자신의 일정에 맞게 선택해 원하는 지역으로 기차여행을 떠나면 된다. 한두 여행지에서 충분히 머무는 게 목적인 사람보다는 다양한 열차를 타고 시코쿠의 작은 마을들을 만나 보고픈 여행자에게 더 유용하다. 한 칸짜리 카이요도 하비 열차를 타고 좁은 숲속 길과 작은 마을의 간이역들을 지난 시간은 이번 기차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덜커덩거리는 기차 소리를 들으며 과거의 시간 속으로도 다녀왔고, 무인역에서 일하는 개암나무 할아버지도 만났으며, 고치에 사는 요괴들도 만나고 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고토히라에서 고토덴 열차를 타고 리츠린 공원에 도착하는 중 2 오보케협곡을 따라 30여 분간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3 세토내해의 드넓은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던 이시즈치 특급열차 4 작은 간이역들과 깊은 산속 길을 달려 도착한 오보케역의 풍경 5 고토히라구 신사로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비석들. 신사에 헌금을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비석들이다 6 도롯코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던 도카와역 ▶travie info * 시코쿠 가는 방법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에서 다카마쓰(가가와현)와 마쓰야마(에히메현)로 가는 직항편을 일주일에 3회 운영하고 있다. 마쓰야마로 가는 항공편은 화·금·일요일, 다카마쓰로는 화·목·일요일에 출발한다. 다카마쓰로 입국하고 마쓰야마에서 출국하는 일정(그 반대)도 가능하다. 인천에서 소요시간은 각각 1시간 30분여 정도다. * ‘올 시코쿠 패스’란? JR뿐만 아니라 기타 사철 및 지역철도도 이 패스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한 칸짜리 특급 열차에서 전차, 지역간 특급열차 모두 탑승 가능하다. 자유석은 물론 패스를 이용해 좌석을 미리 지정할 수도 있다. 시코쿠의 다카마쓰역, 마쓰야마역, 도쿠시마역, 고치역 내 관광안내소와 간사이 우메다역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판매 신청서를 작성하면 바로 구입 가능하다. 한국판매점 럭키투어 02-734-6656 www.tourismshikoku.kr 가격┃어른┃2일 패스 6,300엔, 3일 패스 7,200엔, 4일 패스 7,900엔, 5일 패스 9,700엔 어린이┃2일 패스 3,150엔, 3일 패스 3,600엔, 4일 패스 3,950엔, 5일 패스 4,850엔 칙칙폭폭 첫째 날 다카마쓰에서 시작하다 대개의 여행자들은 인천에서 바로 도착하는 가가와현의 다카마쓰 공항이나 에히메현에 있는 마쓰야마 공항을 통해 시코쿠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이번 여행은 다카마쓰에서 시작해 에히메현의 마쓰야마시를 거쳐 고치현의 시만토 강을 건너고, 도쿠시마현의 오보케 협곡을 지나 고토히라에서 머문 뒤 다시 다카마쓰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하루에 꼬박꼬박 3~4시간 이상 기차를 탔는데, JR기차를 포함해 호빵맨 열차, 피규어로 장식된 가이요도 하비 트레인, 사방이 뚫려 있는 토롯코 궤도열차 등 다양한 기차들로 갈아탔다. 게다가 내리는 역에서는 타고 온 기차 노선의 이름이 적힌 호빵맨 도장을 찍을 수 있었는데(심지어 기차 안에서도!), 꼬마들은 당연히 좋아하거니와 어른들도 꾹꾹 도장을 찍는 게 그리 유치한 행동은 아니었다. 어차피 여행은 평소에 하지 않는 일탈과 엉뚱함과 자유를 위한 시간 아닌가. 그래서 읽던 책 맨 뒤 페이지에 나도 호떡만큼 큰 호빵맨 도장을 꾸욱 찍고 다카마쓰역에 내렸다. 다카마쓰시가 있는 가가와현은 400년이 넘은 리츠린 공원과 연간 수백만명의 참배객이 찾는 고토히라 궁, 세토대교 부근에 위치한 세토우치 미술관 등 볼거리가 풍부한 여행지다. 특히 다카마쓰항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가는 나오시마섬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중 미술관과 베넷세 하우스 등 섬 전체가 세계적인 작가들의 예술품으로 꾸며진 ‘아트의 섬’으로 유명하다. 가가와현에서 하루 이상 머물 계획이라면 나오시마 섬을 들어가 보는 것도 좋다. 다카마쓰 시내에서 머문다면 다카마츠츄오 상점가는 필수 코스다. 총길이 2.7km에 이르는 일본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 상점가로, 이 안에는 무려 800여 개에 달하는 상점과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워낙 상점가가 거대하다 보니 안에는 다시 8개의 개성 강한 쇼핑거리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거리가 마루가메마치 상점가다. 20년에 걸쳐 단계별로 정비해 온 이 거리는 오래된 일본의 상점가를 되살리려는 사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유리로 천장이 만들어진 아케이드는 더위와 추위를 막아 주고, 날씨에 관계없이 돌아다닐 수 있어 편리하다. 루이비통 매장까지 들어선 이 상점가의 한 이자까야에서 닭다리 구이와 맥주를 마시며 첫날밤을 보냈다. 다카마쓰에서 유명한 음식 중 하나가 닭다리 구이인데, 어미 닭다리 구이와 새끼 닭다리 구이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살이 연하고 야들야들하면서도 독특한 후추맛이 나는 영계 닭다리 구이와 기린 생맥주를 마시니 일본 여행이 달착지근하게 감겨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이시즈치 열차 앞 기차 안내원 2 현재 일본에 12개밖에 현존하지 않는 에도시대 이전에 건축된 천수의 마쓰야마 성 3 이마바리역 내에 위치한 자이언트 스토어 4 에히메현의 도고온천역 앞에 있는 봇짱 가라쿠리 시계. 매 정시마다 시계탑이 열리고 <봇짱>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5 정겨운 마을과 숲속 오솔길을 달리던 한 량짜리 카이요도 하비 트레인 칙칙폭폭 둘째 날 봇짱열차 타고 과거로 다카마쓰 ▶▶▶ 마쓰야마 도고온천 다카마쓰에서 마쓰야마로 가는 특급열차 ‘이시즈치’는 시코쿠섬 북서부의 세토내해를 굽이굽이 돌아간다. 창밖으로 보이는 탁 트인 바다와 경사면을 따라 자리한 마을의 경치를 기차에서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코스다. 구루시마 해협 근처에 있는 아마바리역에 잠시 내려 구루시마 해협의 대교와 시마나미 바닷길도 헤아려 본다. 시마나미 해도는 이마바리와 히로시마현을 9개의 다리로 잇고 있는 해도로, 약 70km의 자전거 도로가 조성되어 사이클링 명소로도 손꼽힌다. ‘사이클링의 성지’답게 이마바리역 옆에는 유명한 스포츠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자이언트 스토어가 위치해 있다. 일본 전역에 있는 8곳의 자이언트 스토어 중 최초로 렌탈 사이클 서비스를 선보이는 이곳에는 전문장비와 샤워룸까지 갖추어져 있어 사이클링 루트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사람들은 이곳에서 크로스 바이크와 헬멧을 대여해 ‘선라이즈 이토야마’로 먼저 간다. 60번째 사이클링 터미널인 이곳에 구루시마 해협 대교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카페가 있기 때문이다. 에히메현의 최대 도시인 마쓰야마에서는 도고온천을 빼놓을 수 없다.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1894년에 건축된 도고온천의 본관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목욕탕 ‘아부라야’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고,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도련님)>에도 등장한다. 저녁 무렵이 되자 유카타를 입고 수건을 든 사람들이 온천 앞 거리를 활보한다. 그 풍경이 시계를 되돌려 19세기로 돌아간 듯 낯설고 옛스럽다. 마침 봇짱 가라쿠리 시계가 정각을 가리키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튀어나왔고,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가 울렸다. 나는 마쓰야마에서 봇짱열차를 타고 과거로 가고 있었다. 칙칙폭폭 셋째 날 호빵맨, 피규어와 함께 고치 ◀◀◀ 마쓰야마 아침 일찍 마쓰야마에서 우와지마로 가는 특급열차 ‘우와카이’에 올랐다. 특급열차들은 속도가 빠르고 편안했지만 셋째 날까지 타고 온 열차들이 비슷비슷해서인지 기차 여행에 대한 감흥도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이번에 탄 호빵맨 오렌지 열차가 동심 어린 볼거리를 던져 준다. 호빵맨 열차는 이 만화를 그린 야나세 다카시 작가가 고치현 출신이라 시코쿠에서 운행하는 열차노선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다행히 호빵맨 열차 뒤에 탄 카이요도 하비트레인부터 풍경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푹푹 찌던 날씨도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비를 뿌렸다. 카이요도 하비 트레인은 일본 피규어 제조회사인 ‘카이요도’사의 피규어들을 차량 안팎에 디자인한 기차인데, 달랑 한 량짜리 열차라는 점이 특이했다. 한 량짜리 기차에 기관사는 세 명이다. 앞에 두 명, 뒤에 한 명이 앉아 운전을 한다. 빗줄기가 굵어지자 철로가 미끄러워 열차는 경사면을 오르지 못했다. 기관사들이 내려 철로 위에 모래를 뿌려놓고 다시 조심스럽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기차를 몰았다. 그 숲 속에서 예고 없이 15분 정도가 흘렀다. 멀리서 나란히 달리던 논과 평야는 어느새 사라지고, 고치현의 산속 작은 마을들이 곁으로 다가왔다. 작은 마을과 간이역을 촘촘히 지나면서 비를 맞은 풍경은 더욱 싱그러운 녹색으로 진해졌다. 깊은 산속에서 흘러나와 도사만으로 흘러가는 시만토강이 모습을 드러냈고, 시만토강이 내려다보이는 마을 휴게소에서 이 지방에서 나는 재료들로 만든 소박한 점심도 먹었다. 도카와역에서 일행은 도롯코 열차로 갈아타고 여정을 이어간다. 이번엔 두 량짜리 열차다. 뒤에 달린 칸은 그나마 창문도 없다. 사방이 다 뚫린 기차는 터널과 숲속 길을 번갈아가며 열심히 달렸다. 비가 들이쳤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앞 칸으로 피하지 않았다. 시만토강을 내려다보면서 달리는 이 절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도롯코 열차가 우쓰이가와역에 섰고 그곳에서 일행은 카이요도 하비관과 갓파관을 둘러보았다. 카이요도 하비관은 2009년에 폐교가 된 우쓰이가와 초등학교의 체육관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으로, 카이요도사의 역사와 피규어 콜렉션을 모아 놓은 곳이다. 세계적인 프라모델들과 최신 피규어, 공룡, 미소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피규어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름부터 생소했던 갓파관은 쉽게 말하면 일본에서 전래되어 오는 상상의 동물 ‘갓파’를 모아 놓은 박물관이다. 시코쿠뿐만 아니라 여러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갓파는 머리에는 접시, 손과 발가락에는 물갈퀴가 달렸고 입이 튀어나온 요괴인데, 인간의 나쁜 액을 막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시코쿠의 내륙에는 깊은 산과 계곡이 많아서인지 산마을마다 전해 내려오는 요괴도 많다. 요괴 인형은 식당 한 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는가 하면, 사물함에도 붙어 있다. 마음 한켠에는 요괴에 대한 두려움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요괴들을 정겨운 이웃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가 인상 깊게 남았다. 1 폐교가 된 초등학교의 체육관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 카이요도 하비관 2 개구리와 원숭이를 합쳐 놓은 듯한 상상의 동물 갓파를 다양한 조각과 캐릭터로 전시해둔 갓파관 3 기차 안 한켠에 공룡과 다양한 캐릭터의 피규어들을 전시해둔 카이요도 하비 트레인 4, 6 열차의 외관과 내부가 호빵맨과 그 친구들로 그려진 호빵맨 열차 5 지난해 7월 카이요도 하비관의 개장과 함께 1년간 운행하기로 했던 카이요도 하비 트레인은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1년 더 연장 운행 중에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칙칙폭폭 넷째 날 비경을 가르는 도산선 루트 코토히라 ◀◀◀ 도쿠시마현의 오보케 ◀◀◀ 고치 시만토강을 굽어보고 고치를 거쳐 오보케 협곡을 지나는 JR 요도선과 도산선 루트는 이번 기차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큼 아름다운 길이었다. 고치의 자연 비경과 순박한 사람들을 고스란히 만나는 길이라 더욱 생동감이 넘쳤다. 오보케역에 내리니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역장 모자를 쓰고 앞니가 두 개뿐인 남자 형상의 나무 조각상이 서 있다. “오보케역은 무인 간이역입니다. 도착하신 분들이 이곳에 아무도 없어 쓸쓸할까 봐 마을 사람들이 개암나무로 역장 할아버지를 만들었습니다. 여기 위에 보시면 위임장도 보이시죠? 고나키 할아버지는 작년 7월부터 이 역으로 출근을 하고 계신데요, 아직 한번도 안 나온 날이 없으시답니다.” 마을 관계자의 말을 듣고 보니, 고나키 역장의 표정이 마치 ‘어서 오십시오’하고 말하는 듯했다. 역 안에는 역무원 모자를 쓴 개의 사진도 걸려 있었는데, ‘고오타로’라 불리는 이 개는 매주 일요일마다 이곳에 출근해 고나키 역장 할아버지의 일을 돕는다고 했다. 이 정겨운 스토리에 나는 오보케 마을을 보기도 전에 마음을 빼앗겼다. 무인역 하면 아련히 떠오르는 쓸쓸함을 이 마을에선 찾아볼 수 없다. 오보케역에서 보이는 빨간 다리를 사이에 두고 이 지역은 오보케와 이야 마을로 나뉘는데, 우리가 들어선 곳은 이야 마을쪽이었다. 역 바로 앞에 있는 보께마트에서는 주인 유키코 아주머니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일행을 맞는다. 이 마트에서는 이야 마을에서 만드는 식료품들을 살 수 있는데, 겉이 매우 딱딱한 이와 두부와 이 마을에서 만든 녹차 등을 쉴 새 없이 권하신다. 훈훈한 이야기만큼 후한 인심과 정이 뚝뚝 묻어나는 마을이다. 일본에서 3대 비경으로 꼽히는 이야 계곡은 츠르기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강의 물줄기가 시코쿠 산지를 날카롭게 파헤치며 20km에 걸쳐 이어진다. 우리는 2억년 전의 지층인 함력편암이 바위와 절벽을 이룬 오보케 협곡 아래의 강줄기를 따라 30분 동안 뱃놀이를 즐겼고, 덩굴나무를 엮어 만든 흔들다리 ‘카즈라바시’도 건넜다. 10여 미터 아래의 계곡물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길이 45m의 이 다리를 건너는 것은 고소 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영원히 건너지 못할 다리처럼 여겨졌으나, 거의 울다시피 하며 겨우 건넜다. 어쨌든 짜릿한 스릴을 느끼기에는 최고다. 신선한 가다랑어를 통째로 꼬치에 끼워 구운 것을 사람들이 핫도그처럼 들고 다니며 먹는 모습도 신기했다. 오보케의 마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이다. 오보케 협곡에서 뱃놀이와 다리 건너기로 기력을 소진한 채 난푸 20호를 타고 고토히라에 도착했다. 온천 호텔에 머물며 낮의 피로를 풀고 싶었으나, 온천욕은 밤으로 미루고 고토히라구에 먼저 올랐다. 일본에서 2대 신사로 꼽히는 이곳은 ‘곤피라산’이라 불리는 수호신을 참배하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에도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 참배길은 사람이 못 오면 개의 목에 돈을 달아 대신 보낼 정도로 유명했고, 일생에 한 번은 참배하고 싶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785단의 긴 돌계단을 오르면 고혼구에 이르며, 여기서 583단의 계단을 더 오르면 최종 목적지인 오쿠샤에 다다른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부적을 사고 소원을 빈다. 탁 트인 사누키 평원과 평원 위에 우뚝 솟은 사누키 후지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그 소원이 사누키 평원을 지나 후지산에도 닿기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다. 1 무인역인 오보케역에서 고나키 역장을 도와 일요일마다 역으로 출근을 하는 고오타로 강아지 2 덩굴나무만을 엮어 만든 카즈라바시 다리 3 오보케 협곡 유람선 표를 파는 지역 휴게소 내의 음식점 한켠에는 고치현에 사는 요괴 인형이 놓여 있다 4 고토히라구의 고혼구 부근에 세워져 있는 석등 5 오보케역에서 승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개암나무로 만든 고나키 역장 6 고토히라역에서 내리면 유난히 낡은 상점과 집들이 과거로 돌아간 듯한 운치를 한껏 느끼게 해준다 1 이야 계곡 주변에는 카케나가시 원천의 노천탕을 갖춘 온천도 여러 곳 있다 2 100여 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야마을의 오보케역에 놀러나오신 동네 할머니 3 이야마을로 시집 와 51년째 살고 있는 보께마트의 유키코 아주머니. 마을에서 직접 딴 고추 바구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4 고토히라 신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본 길거리의 작은 사물함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흔하지 않은 안동 그 소소한 맛과 멋

    흔하지 않은 안동 그 소소한 맛과 멋

    흔하지 않은 안동 그 소소한 맛과 멋 경상북도 안동에 다녀왔다. 안동 하면 즉각적으로 따라붙는 하회마을은 들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거나 비교적 새로 생긴 곳들을 주로 둘러봤다. 한국을 대표하는 양반 마을을 논외로 하더라도 안동에는 볼거리가 쏠쏠했다. 물론 퇴계 이황을 배향하는 도산서원을 찾아 선생의 덕을 추모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1 신세동 벽화 마을. 생기 없던 마을은 3년 전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한결 밝아졌다 2 벽화 마을 초입의 마싯타 카페. 원래 구멍가게가 있던 자리에 두 달 전 문을 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벽화로 거듭난 마을 점심 무렵, 안동에 도착했다. 허기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속이 출출했다. 어디를 가나 배꼽시계는 근면하고 성실했다. 안동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인 구시장에 들어섰다. 서문 부근에 찜닭 전문 식당들이 많았다. 그중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일하는 분이 ‘순한 맛, 보통 맛, 매운맛’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매운맛을 먹고 싶었으나 “정말 맵다”는 아주머니의 반응에 보통 맛을 주문했다. 조언 한 가지.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운맛을 시켜야 한다. 보통 맛은 입속의 점막을 자극하지 않는다. 토막 난 닭고기와 당면, 감자 등이 수북하게 쌓인 접시가 상에 올랐다. 매콤하고 달콤하고 간간한 찜닭은 익숙한 맛이었고, 익숙해서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구시장에서 신세동까지 걸었다. 신세동은 안동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오랫동안 세월의 적막을 경험해야 했다. 택시조차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달동네였다. 변화는 3년 전 찾아왔다. 안동대 출신의 예술팀이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다. 처음에 데면데면하던 주민들도 마음을 열고 ‘마을 꾸미기’에 동참했다. 그 결과 신세동은 화사한 얼굴로 거듭났다. 몇몇 주민은 벽화의 모델이 되어 주었다. ‘복덩이 할머니’로 불린다는 김화순 할머니와 손자, 그리고 옆집 여자아이가 옥탑방 건물 벽면의 대형 초상화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면 철가방을 든 채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동네 중국집 배달원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오르막길의 흰색 담장에서는 중년 혹은 초로의 사내가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다. 동네에서 마주친 한 어르신께 “할머니 얼굴은 왜 없어요?‘라고 여쭈자 ”저기 아래로 내려가서 모퉁이를 돌면 내 얼굴도 볼 수 있다“며 수줍어하셨다. 벽화 마을 초입, 그러니까 동부초등학교 바로 앞에는 손바닥만한 카페가 자리했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인도풍의 그림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이곳은 원래 30여 년간 구멍가게가 있었던 자리라고 한다. 범상치 않은 외모의 카페 주인은 과자나 라면 등을 올려놓던 가게 선반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여기에 자신이 갖고 있던 소품들과 추억의 물건들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그랬더니 창업에 드는 비용이 150만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월세는 겨우 10만원이다. 하지만 제일 부러웠던 것은 그의 눈썰미와 인테리어 감각, 그리고 여유로운 삶의 태도였다. 마을 구경을 마치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 땀도 식히고 다리쉬임도 할 겸 맘모스제과의 문을 열어젖혔다. 맘모스는 지난해 미슐랭 가이드가 별 세 개를 부여하면서 새삼 화제를 모았지만 이미 40년 가까이 안동 시민들의 ‘궁금한 입’을 책임졌던 전통의 빵집이다. 세월의 흐름과 사람들의 기호에 복속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생각보다 세련된 외부 모습과 내부 분위기는 좀 아쉽기도 했다. 단팥빵, 블루베리 파이, 맘모스 빵 등을 사서 한 입씩 베어 물었더니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동네 제과점의 풍경이 떠올랐다. 제과점을 나올 때 마음속에 따뜻한 물이 차올랐다. 학문의 길이 막히면 길을 걸었다 도산서원은 학창 시절 단골 시험 문제였다. 출제자들은 도산서원이 세워진 내력과 사액서원으로서의 의의, 퇴계 이황의 발자취 등을 무던히도 물어봤던 것 같다. 문화해설사의 꼼꼼한 설명을 길라잡이 삼아 도산사원의 안팎을 차분하게 들여다보았다. 강당인 전교당, 기숙사인 농운정사, 서고인 광명실, 한석봉이 썼다는 편액, 퇴계가 유난히 아꼈다는 매화나무 등은 시간 여행을 위한 매개물이었다. 도산서원은 익숙했지만 예던길은 낯설었다. 예던길은 퇴계가 도산서원과 청량산을 오가면서 걸었다는 오솔길이다. 강변을 끼고 있는 개인 소유의 땅에 접근할 수 없어서 길은 현재 온전하지가 않다. 길의 허리가 뚝 끊긴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을 돌아가는 산길을 새로 놓았지만 예전 강변길의 운치를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퇴계는 학문의 이치를 구하다 ‘생각의 길’이 막힐 때마다 예던길을 소요했다고 한다. 후학 양성에 진력했던 성리학의 대가는 일평생 자문자답을 멈추지 않았다. 하루해가 저물었다. 밤이 찾아오면 더욱 아름다워진다는 월영교로 차를 몰았다. 안동댐 아래 물길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교각은 콘크리트로, 상판은 나무로 되어 있었다. 다리가 수면에 비치는 모습이 나름 운치 있었다. 사람들은 다리 중간쯤에 놓인 팔각 정자 월영정에서 살랑바람을 맞았다. 그날 밤 영월교의 낭만을 더욱 북돋워 줄 밤안개는 끝내 피지 않았다. 저녁 식사는 문어숙회로 갈음했다. 문어 내장이 별도로 제공됐다. ‘먹물 맛’이 고소했다. 울진 후포항에서 올라온 쫀득쫀득한 문어를 적당하게 썰어 소주 몇 잔과 함께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이튿날 아침, 안동에 산재한 다양한 박물관 가운데 산림과학박물관을 노크했다. 문패에 걸맞게 나무와 숲, 생태계에 관한 자료들이 꼼꼼하게 전시돼 있었다. 화요일 오전, 박물관은 적막했다. 거대한 박물관을 온전히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박물관 주변을 산책했다. 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었다. 이름 모를 나무들과 야생화들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연못은 물낯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많은 연잎을 들쓰고 있었다. 성곡동의 온뜨레피움은 열대식물과 허브의 천국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적합해 보였다. 안동을 떠나기 전 운흥동의 갈비 골목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생갈비의 맛도 준수했지만 고기를 다 먹을 즈음 나오는 두 가지의 찌개가 인상적이었다. 갈비뼈에 김치와 감자를 넣고 끓여낸 갈비김치찌개와 우거지를 듬뿍 넣은 된장찌개는 ‘고기 먹은 후 냉면’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전혀 생각나지 않게 해주었다. 김치찌개는 달착지근한 반면 된장찌개는 구수하고 시원했다. 밥 한 공기 반을 후딱 해치웠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내내 배가 든든했다. 1 매표소에서 도산서원으로 이어진 길 2 아이들이 창밖을 내다보는 신세동의 벽화 3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세 개를 받아 화제를 모았던 맘모스제과 4 간고등어, 헛제삿밥과 더불어 안동이 자랑하는 구시장의 찜닭 5 운흥동 갈비 골목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찾아가기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를 이용하면 된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먹거리 안동찜닭을 먹은 곳은 구시장의 위생찜닭(054-852-7411)이다. 2~3인용 2만5,000원, 4~5인용 3만8,000원. 옥동의 오렌지향기(054-852-3559)는 문어숙회와 굴, 두 가지 메뉴만을 취급한다. 굴은 겨울철에만 내놓는다. 문어는 간장과 고추장, 두 가지 소스에 찍어 먹는다. 2만3,000원. 운흥동에 자리한 백조숯불갈비(054-859-4988)의 생갈비는 1인분에 1만9,000원. 밑반찬도 정갈하다. 숙박 안동호반자연휴양림(054-855-8687)을 추천한다. 한옥과 초가집 형태의 숙박 시설에 종갓집, 처갓집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방 세 개가 있는 처갓집은 비수기 기준으로 1박에 6만원이다. 각 방마다 화장실이 딸려 있어 편리하다. 주변 환경도 고즈넉하다. * 9월28일부터 10월7일까지 탈춤공원과 하회마을 일대에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www.maskdance.com)이 열린다. 세계 각국의 탈춤 공연을 비롯해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곁들여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코바코, 공익광고제 수상작 선정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2012대한민국공익광고제’ 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일반부 TV 부문 ‘엄지살인마’(포레카·이중호)를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일반부 금상에는 TV 부문 ‘누군가의 피와 땀’(대홍기획·황범상 등)과 일반부 인쇄 부문 ‘외모지상주의’(웰콤퍼블리시스·한성욱)가, 학생부 금상에는 TV 부문 ‘편견을 넘어서’(한양대·정진호 등)와 인쇄 부문 ‘대화가 필요해’(홍익대·김지민 등)가 선정됐다. 올해 공모전에는 모두 4022편의 작품이 출품돼 29편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시상식은 새달 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엄지살인마, 공익광고제 대상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2012대한민국공익광고제’ 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일반부 TV 부문 ‘엄지살인마’(포레카·이중호)를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광고는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과 손으로 목을 조르는 장면을 겹쳐 보여 주며 언어 폭력의 심각성을 간결하면서도 힘있게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일반부 금상에는 TV 부문 ‘누군가의 피와 땀’(대홍기획·황범상 등)과 일반부 인쇄 부문 ‘외모지상주의’(웰콤퍼블리시스·한성욱)가, 학생부 금상에는 TV 부문 ‘편견을 넘어서’(한양대·정진호 등)와 인쇄 부문 ‘대화가 필요해’(홍익대·김지민 등)가 선정됐다. 올해 공모전에는 모두 4022편의 작품이 출품돼 185편이 본심에 진출했으며 네티즌 의견 수렴과 전문가 심사를 거쳐 29편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시상식은 새달 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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