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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광부의 딸 훌라춤에 폐광이 ‘하와이’로

    소녀들에게 꿈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나이 드신 부모와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자신을 희생해야 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탄광마을은 급격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평생 광부를 천직으로 알고 갱도를 드나들었던 사람들은 정리해고의 칼바람 앞에 속수무책이었다.1960년대 일본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 ‘훌라걸스’의 가장 큰 매력은 남 이야기 같지 않다는 데 있다. 불과 몇십년 전 우리가 겪었던 일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웃음도 눈물도 크고 진하다. 폐광 위기에 처한 탄광마을은 우리나라 강원도 정선이나 사북의 진통을 떠올리게 만들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뒷전으로 미룬 소녀들의 모습에선 70년대 비슷한 처지였던 우리 누이들의 안타까웠던 그때와 겹쳐진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석탄 소비가 줄어 폐광 위기에 처한 탄광마을은 대규모 정리해고로 몸살을 앓는다. 탄광회사는 지역경제를 살릴 요량으로 대규모 리조트 유치를 결정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큰 반발에 부딪힌다. 하지만 리조트 유치를 위한 훌라댄서 모집 전단을 본 사나에와 기미코는 달랐다. 아무리 해도 손톱 밑에 낀 숯검댕을 지울 수 없다고 한탄하던 광부의 딸들이 난생 처음 꿈이란 걸 갖게 된 것. 처음엔 그들도 배꼽을 훤히 드러내고 요사스럽게 엉덩이를 흔드는 춤에 기겁했었다. 그러나 내면의 갈등과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내고 결국 스스로와 마을을 구하게 된다. 영화는 실제 탄광촌에서 유명 휴양지로 탈바꿈한 후쿠시마의 ‘하와이안즈’를 모델로 하고 있다. 작품을 연출한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은 “폐광지역에 하와이를 만들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에 매료됐다.”고 영화를 만든 계기를 밝혔다. 오는 3월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2007년 일본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는 희소식도 날아들어 흥행 예감을 높이고 있다. 상당수의 국내팬을 거느리고 있는 아오이 유우의 현란한 춤사위를 보는 것도 즐겁다. 전체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친아버지에 9년간 성폭행 여성 수기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친아버지에 9년간 성폭행 여성 수기

    “지난번 가출 이후 그 사람은 모든 창문에 쇠창살을 쳤다. 잡혀와 기절할 때까지 맞았다. 그 사람이 쓰는 침대는 성폭행을 위한 형틀로만 보였다.” ‘그 사람’은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친 딸을 성폭행한 아버지다. 성폭행 당한 딸은 ‘水(수)’라는 필명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식지인 ‘나눔터’에 친아버지로부터 무려 9년 동안 당한 성폭행 수기를 연재 중이다. 그는 ‘납치됐다.’고 여관주인에게 말해 경찰의 도움을 받고서야 지옥같은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친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하는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변태 성욕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은밀하면서도 엄연히 일어나고 있다. 다만 피해자들이 입을 닫거나, 우리 사회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친족 성폭력 지난해 313건으로 급증 20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2004년 상담사례 2362건 가운데 친족에 의한 성폭력은 136건이었다.2005년에는 219건, 지난해에는 313건으로 증가했다. 법원 판결이 확정된 친부의 성범죄는 2001년∼2006년 사이 241건이다. 의부 등에 의한 성범죄까지 합하면 510건에 이르고 드러나지 않은 인면수심의 성범죄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A(41)씨는 딸이 10살 때부터 성폭행을 시작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자 자신 외의 남자는 만나지도 말라고 했다. 딸이 남자를 포함한 친구들과 놀러갔다온 사실을 알게 되자 분을 참지 못해 흉기를 휘둘렀고, 딸은 다리에 10바늘 이상 꿰매야 하는 부상을 입었다.B(43)씨는 3년 전 “아빠 생일에는 원래 선물로 주는 것”이라며 6살짜리 딸을 성폭행한 뒤 “말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친부에 의한 성폭행 문제 해결에는 가족, 특히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변태 아버지’는 가정폭력, 알코올 중독 등 다른 문제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아 가정내 해결이 쉽지 않다.C(44)씨는 두 딸이 13살,12살이던 무렵부터 2년여 동안 성폭행을 계속했다. 이혼을 요구하는 부인에게는 주먹질을 일삼았고, 겁을 먹은 딸들은 더 심한 성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가족들이 신고 두려워해 범행 장기화 한국청소년개발원 서정아 부연구위원은 “친 아버지에 의한 성폭행은 가족들이 신고를 두려워해 외부 유출이 안 되고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자매가 모두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신적 치료와 주변의 지지, 신뢰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딸을 성폭행하는 이들의 경우 단순한 성적 욕망이 아니라 사회적 열등감이나 부인에 대한 분노 등을 약자인 딸에게 대신 표출하는 성향이 짙다고 진단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이종현의 나이스샷] LPGA 한류바람 ‘에이스’가 아쉽다

    지난 18일 2007년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이 끝났다. 아쉽게도 첫 승은 미국의 폴라 크리머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김주미가 이 대회에서 우승을, 그것도 시즌 첫 승을 기록했기에 한국선수에 대한 국내 팬들의 기대는 더했다. 더욱이 올해는 지난해에 견줘 10여명이 더 많은 36명이 출전했었다. 현재 LPGA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딸들은 50여명으로 전체 선수의 10분의1이나 된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인원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한국선수들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많은 인원보다는 확실한 에이스가 아쉽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는 지난해보다 25% 늘었지만 ‘톱10’에 든 선수는 한희원(7위·휠라코리아)과 강지민(10위·CJ) 단 두 명뿐이었고, 나머지 34명은 언더파 기록조차 내지 못했다. 지난해엔 김주미가 우승한 데 이어 문수영이 2위, 임성아가 8위에 올랐었다. 숫자로 넉넉해진 지금보다 오히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이 활약했던 1세대 때가 정신력이나 집중력에서 나았다는 말도 나온다. 거꾸로 말하면 한국선수들이 많아짐에 따라 되레 의사소통과 행동이 같아지게 되고, 선의의 경쟁심마저 약화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한국선수들의 최대 무기인 정신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불러 일으킬 만하다. 내년부터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랭킹 1∼3위까지도 LPGA 시드를 부여받게 돼 미국 무대는 더욱 한류가 거셀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선수들 가운데는 LPGA 진출 하나만 가지고도 마치 우승을 눈앞에 둔 것처럼 들떠 있는 경우가 있다. 실력을 쌓지 않고 요행으로 정상을 바란다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청출어람’이란 말이 있다.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이다. 얼음이 물보다 차 듯 늦게 시작한 자가 더 뛰어날 수 있다. 그 가능성에 국내 팬들은 점수를 주고 싶어한다.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선수들이 미국무대서 활동하는 만큼 한국선수들의 올시즌 맹활약을 기대하고 또 촉구해 본다. 박세리외 김미현 박지은을 능가하는 새로운 ‘쪽’을 바라는 마음에서다.레저신문 편집국장huskylee1226@yahoo.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아내는 툭하면 친정행 장모는 사사건건 간섭

    Q1남 1녀를 둔 맞벌이 가정의 남성입니다.2년 전 육아문제로 고민하다가 처갓집 근처로 이사를 했는데 아내가 부부 사이의 비밀스러운 일도 장모님께 다 말하고, 작은 싸움이 벌어질 때도 장모님이 달려와 결국은 큰 싸움이 되고 맙니다. 아내가 툭하면 친정에 가 있는데도 장모님은 사위 입장은 무시하고 무조건 딸 편만 들면서 모든 책임을 저에게만 돌립니다. 장모님 때문에 아내와 사이가 더 나빠지는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 -조용한(가명·36세)- A아내가 남편의 입장을 무시하고 장모님에게 의존하면서 갈등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니 안타깝습니다. 처갓집 근처에 살면서 남편을 멀리하는 것같이 느껴진다면 부부로서의 존재감에 대한 상실, 무시, 거부감 등으로 힘들어질 수밖에 없지요. 많은 가정이 부부 맞벌이, 육아문제, 경제적 문제 등으로 처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친정 부모가 딸 부부 문제에 적극 개입하게 되고 딸들도 친정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는데, 이것이 지나치면 부부갈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때 남편과 갈등이 있는 아내는 남편에게 얻지 못하는 편안함과 친밀감을 엄마로부터 얻으려 하고 자기 딸에게 소홀한 사위에게 장모는 더욱 섭섭해서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게 마련입니다. 맞벌이 부부에게 장모님은 육아와 살림을 도움 받을 수 있는 가장 고마운 대상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부부 고유의 영역이 무너지기 때문에 원가족과의 분리가 필요합니다. 경제적·공간적인 독립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부모와 분리되지 않으면 독립적인 가정을 꾸리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며 부모 또한 마찬가지로 자녀를 놓아주지 못하는 관계가 되고 마니까요. 우선 아내에게 “당신 엄마는 왜 그래?”라며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말고, 아내와 출·퇴근 시간을 함께 하거나 둘만의 시간을 많이 만드세요. 친밀한 관계를 빨리 회복해서 친정이 아니라 남편과 함께 있을 때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부모보다 서로에게 더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할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 뒤 아내와 대화를 통해 부부만의 영역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하도록 하세요. 장모님의 지나친 간섭이나 배려에 무조건 응하는 자세보다 어느 정도 선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고, 두 사람도 의존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도움을 받도록 합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사 분담과 자녀 양육자로서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 하도록 하세요. 자칫 가정살림이나 자녀양육에 있어서 마지 못해 하는 듯한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내가 안 해도 알아서 하겠지.’라는 태도를 보이면 아내도 ‘그러지 말아야지.’하면서도 부모에게 의존적인 패턴을 반복할 수밖에 없으며 쉽게 지쳐버리게 됩니다. 맞벌이 부부로서 자녀 양육시기에 장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된다면 서로의 역할 분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논을 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의 마음을 표시해야 합니다. 상대 마음을 읽어주면 행동이 바뀌며, 부부 당사자 중심으로 신뢰감과 친밀감이 확보되어야 장모와 사위 간 갈등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 [여의도 in] “국민은 느낌으로 정부 평가”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24일 “민생문제를 만든 책임을 다 질 수는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 발언과 관련,“사실관계는 사실관계대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만 국민은 그것보다는 오늘의 현실에 대한 느낌으로 정부를 평가한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전 의장은 KBS 라디오에 출연, “(국민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내 삶의 문제와 학교 나온 아들 딸들의 취직이 잘 안 되고 장사가 안 되는 문제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보이지 않는 데 분노하는 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당 대선주자중 한 명인 그의 이런 언급은 노 대통령과 선을 긋는 차별화 행보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돼 주목된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그의 삶 그의 꿈] 질곡의 세월에도 단단한 ‘희망’

    [그의 삶 그의 꿈] 질곡의 세월에도 단단한 ‘희망’

    글·사진 최원준 시인 자갈치 아지매 김순이 씨. 우리 나이로 오십 넷이다. 1세대 자갈치 아지매가 6~70대를 훌쩍 넘긴 나이이고 보면, 자갈치 아지매로는 많은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김순이 씨의 자갈치 아지매 35년 이력을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가 실려 있다. 거의 자갈치 아지매 1세대급(?)의 인생역정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한국동란 이후 홀로 된 여인들의 혹독한 생활현장이었던 자갈치 시장. 이곳에서 자갈치 아지매들은 5~60년대 혼란의 전후 시절을 억척스레 살아왔다. 이들처럼 김순이 씨도 처녀시절, 전쟁을 피한 친정식구들과 함께 자갈치로 흘러 들어왔다. 그리고는 35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의 궤적을, 거친 자갈치 바람과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인생유전도 거칠고 급박했다는 이야기다. 자갈치 아지매, 그 무한한 아름다움 자갈치 아지매. 우리나라 억척 아줌마의 상징.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희망을 찾던, 우리 시대 대표적 여성상이자 ‘장한 어머니의 대명사.’ 그들에게 부여된 수식어들이다. 자갈치시장의 삶은, 여성의 힘으로 견디기에 녹록치 않은 노동환경을 담보로 한다. 많은 노동시간과 과도한 노동력이 자갈치 아지매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갈치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그녀들의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자갈치 아지매 중에는 남편과 사별한 이들이 많다. 남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갈치시장으로 흘러 들어온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자녀의 학업과 성공의 뒷바라지를 위해, 거친 시장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절망적인 삶의 환경과 미래에의 희망이 그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활기차고 인정 많은’ 우리 이웃 자갈치 아지매들의 힘의 원천이자 아름다움인 것이다. 행복했던 시절의 짧은 비망 그런 ‘자갈치 아지매’ 김순이 씨를 만났다. 거친 일에도 불구하고 곱상한 얼굴에 정감어린 미소가 담뿍 묻었다. 그러나 수줍은 듯 다소곳이 맞잡은 두 손에는, 신산했던 세월의 굴곡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얼핏 보니 걷어붙인 팔목 부위에 크게 긁힌 상처자국이 선명하다. 생선상자를 무리하게 옮기다 다친 상처라 했다. 김순이 씨는 남편과 함께 시장 일을 같이한 ‘자갈치 부부’였다. 자갈치시장에서 처녀, 총각으로 만나, 사랑을 키우고 내일의 희망을 같이했다. 남편은 자신의 고향 이름을 딴 ‘거제수산’이라는 수산물 도매회사를 설립하고,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회사를 차근차근 키워나갔다. 그만큼 행복도 ‘동전 모이 듯’ 차곡차곡 쌓여졌다. 남편은 자갈치 수협 중매인으로, 아내는 수산물 도매상으로, 호흡을 척척 맞추며 승승장구했었다. 한때는 자갈치 시장의 ‘경매 TOP’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었다. 살림 밑천이라는 딸 여섯도 고만고만하게 예쁘게 자라주었다.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낮과 밤이 바뀐 고된 생활 속에서도, 서로의 사랑과 가족의 다복함으로 마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IMF는 그들의 작은 행복을 송두리째 산산조각 내버렸다. IMF-모든 꿈은 산산조각 나고 사업이 잘되면서 회사 규모를 조금씩 키워 나가던 남편은, 소리 없이 불어닥친 IMF의 거대한 격랑 속에서 속수무책 휩쓸려갔다. 갑작스런 자금동결로 거래처 상당수가 도산을 하고, 그 여파로 남편 회사도 심각한 자금압박에 시달렸다. 회사를 살리려고 동분서주하던 남편은, 결국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가족들 곁을 떠나고 만다. 남편이라는 큰 기둥이 무너지고, 여자의 몸으로 남편의 뒷수습과 휘청거리는 회사를 지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회사는 파산하고, 집과 재산 전부는 경매에 붙여졌다. 한마디로 돈 한 푼 없이 길거리로 내몰린 것이다. 그 이후로 김순이 씨의 삶은 ‘뼈를 깎고 창자를 끊는’ 고통 그 자체의 세월이었다. 그 충격으로 혈압병도 얻고, 몇 년 자리보전도 했다. 그러나 마냥 이렇게 나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짊어진 빚도 빚이지만, 자식들에게 나약하고 실패한 어머니로 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십 년을 자갈치 아지매로 살아 온 자신이 아니던가? 자갈치시장에 새로이 좌판 하나를 마련했다. 주로 학공치와 꽁치를 취급하며 조금씩 빚도 갚아나가고, 그 시절의 악몽도 차츰 잊혀져 가는 요즈음을 맞고 있는 것이다. 잘 커준 여섯 딸이 평생의 재산 김순이 씨에게는 장성한 딸이 여섯 있다. 가정이 격랑 속에서 풍비박산 났어도, 아랑곳없이 잘들 커주었다. 첫째, 둘째는 시집가서 다복하게 잘 살고, 셋째 이민 씨는 엄마에 이어 ‘자갈치 아지매’가 되었다. 남포동에서 작은 가게를 내고 억척으로 일한 덕에, 보란듯이 자갈치시장에 횟집을 차렸다. 상호도 부모의 손때 묻은 ‘거제수산’으로 지을 만큼 ‘똑’소리 나는 여장부다. 횟집이 ‘시작’이란 뜻이다. ‘엄마’가 ‘자갈치시장’에서 잃은 것을, 반드시 ‘자갈치시장’에서 되찾겠다는 다부진 생각이, 상호에 오롯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넷째는 남포동에서, 다섯째, 여섯째는 국제시장에서 각각 가게를 하고 있다. 자갈치 아지매의 억척스러움을 모든 딸들이 한결같이 물려받았다. 그래서 김순이 씨는 든든하고 흐뭇하다. ‘농사 중에 제일이, 자식농사’라 했던가? 이즈음의 그녀는 자식농사 풍년으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좌판에서 영그는 내일의 희망 김순이 씨에게는 아직도 안고 넘어가야 할 짐이 많다. 그리고 그 갈 길이 만만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단단히 박혀있다. 비록 밤새 좌판에 앉아 있더라도, 몸이 부서지듯 힘들더라도, 그녀는 자갈치 아지매다. 자갈치 아지매는 결코 ‘포기나 실망’ 따위의 단어는 없다. 투박하고 억센 사투리 속에 묻어 있는 ‘내일과 희망’만이 있을 뿐이다. “싱싱한 고기 사이소~ 생선 사이소~” 크게 외치는 목소리에는, 손주들과 손잡고 편안히 마실 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소록소록 부풀어오른다. 온 가족이 모여 깔깔대며 행복해하는 모습도, 가득~한 것이다.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부시 행정부 소방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취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로버트 게이츠 신임 미국 국방장관이 18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게이츠 장관은 ‘내전’ 상태에 들어간 이라크를 안정화시켜야 하는 난제를 안고 출발한다. 앞으로 한·미 동맹의 방향을 잡아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철군 방안에는 유보적 입장 게이츠 장관은 이날 펜타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라크 문제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곧 이라크를 방문해 현장을 직접 돌아보고 야전 지휘관들과 이라크 문제의 해결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연구그룹(ISG)이 제시한 2008년까지 단계 철군 방안에 대해 게이츠 장관은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게이츠 장관은 취임사에서 “미국의 아들과 딸들이 귀환하는 방법을 찾기 원한다.”고 철군 주장에 대해 이해를 표시하면서도 “미국이 이라크에서 실패할 경우 미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향후 수십년간 미국을 위험에 빠뜨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당초 크리스마스 이전에 새 이라크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으나 게이츠 장관의 ‘신선한 견해’를 참고하겠다며 1월 초로 발표 시기를 늦췄다. 그는 취임식에서 아프가니스탄 역시 위험에 빠져 있다고 인정한 뒤 “아프간이 극단주의자들의 안식처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프간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이 치안 유지를 맡고 있으나 일부 파병 국가에서 병력 철수를 검토 중이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오전 7시 백악관에서 조슈아 볼튼 비서실장 주재로 취임선서를 했으며, 오후 1시15분 국방부에서 공식 취임행사를 가졌다. 취임식에서 부시 대통령은 “게이츠 장관은 국방부에 신선한 식견을 가져올 능력있고 혁신적인 지도자”이며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서 직면할 새로운 도전들에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부시 대통령은 또 물러난 도널드 럼즈펠드 전 장관에 대해서도 거듭 노고를 치하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군복을 입은 육·해·공군 및 해병대 관계자 수십명을 배경으로 딕 체니 부통령을 따라서 선서문을 낭독했다. ●“한·미동맹은 안정적 관리할 듯” 북핵 문제에 대해 그는 인준 청문회에서 선제공격론을 배제한 채 군사적 억지력과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전시작전권 이양,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등 기존의 한·미 동맹 현안에 대해서는 럼즈펠드 전 장관이 추진해온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는 최근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이 연기된 사례 등을 제시하며 양국의 기존 합의 사항이 외부 요인들 때문에 신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럼즈펠드 전 장관이 한국에 대한 ‘애증’ 때문에 다소 감정적으로 양국 관계를 풀어나간 데 비해,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인 게이츠 장관은 냉철하게 정보와 자료에 입각해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또다른 한반도 전문가는 예견했다. dawn@seoul.co.kr ■ 게이츠는 누구 로버트 게이츠(63) 신임 미 국방장관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인 1991∼93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내는 등 CIA에서만 26년을 근무한 정보통이다. 캔자스주 위치토 출신인 그는 윌리엄앤 메리대학 졸업후 인디애나대학에서 역사학 석사학위를, 조지타운대에서 러시아역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시절 CIA에 채용돼 정보 분석가로 일한 것을 시작으로 9년간 국가안보회의에서 4명의 대통령을 보좌한 것 외에는 줄곧 CIA에서 성장했다. 1987년 CIA 국장에 지명됐다가 이란-콘트라 사건 연루 사실 때문에 철회되는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아버지 부시때 CIA 책임자가 됨으로써 CIA 사상 말단에서 출발해 수장이 된 첫 인물이 됐다.CIA를 떠난 뒤에는 여러 기업체의 임원으로 활동했고,2002년부터 텍사스 A&M 대학 총장으로 일했다. CIA국장 시절 강경매파로 인식됐던 그는 지난 5일 국방장관 내정자 인준청문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인 태도로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1994년 북한 핵위기 때 “핵시설 공격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던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북핵 해법으로 군사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생각이 달라졌다. 외교가 최선”이라고 답해 대북 온건정책을 펼 것임을 암시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도 “대북 강경파였던 전임 도널드 럼즈펠드와 달리 게이츠는 온건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강학중 가족클리닉] 두 딸 둔 주부… 남편은 아들타령

    Q5살,2살의 두 딸을 둔 주부인데 아들을 하나 더 낳자고 성화인 남편 때문에 고민입니다. 대를 잇고 효도를 하기 위해서는 꼭 아들을 낳아야 한다면서 낳기만 하면 자기가 많이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손도 까딱하지 않는 남편인데 그 말을 믿을 수도 없고 아이들 때문에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 있자니 미칠 지경입니다. 월세방에 사는 집안 형편에 뭘로 애들을 키우겠다는 건지, 결혼이 늦어 제 나이 곧 마흔인데 도대체 대책이 안 섭니다. -이상례·가명·38 A출산이야말로 부부가 합의해서 결정할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대책없이 아들 타령만 하는 남편 때문에 얼마나 힘드신지요. 대를 잇는다는 것이 두 분에게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 다시 아들을 하나 더 낳는 방법말고는 전혀 없는 것인지, 남편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5살,2살의 두 어린 딸을 키우며 집안 살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남편이 전혀 모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낳아만 놓으면 형제들과 어울려 제가 알아서 다 큰다는 생각은 농경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요즈음엔 아이 하나 키우는 것이 다 돈입니다. 돈뿐만 아니라 부모가 끊임없이 배우고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자녀들을 올바르게 키우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세상입니다. 게다가 아이들 때문에 사회생활도 못하고 나만 퇴보하는 듯한 생각에 우울과 불만이 쌓여 나간다면 아이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셋째를 낳으면 어떻게 키울 것인지 철저한 계획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셔야 합니다. 아들만 낳으면 본인이 모든 것을 다 해줄 것같이 얘기하지만 손도 까딱하지 않고 아이들 키우는 일은 여자가 할 일이라고 아내에게만 미루는 남편의 습관이 하루 이틀에 바뀌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아들을 낳으면 해 줄 일을 지금부터 분담하는 성의를 보여 줄 것을 요구하고 며칠 정도, 아내의 도움 전혀 없이 혼자서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는 체험을 해 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취업 주부와 전업 주부가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전업 주부의 하루 일과가 어떠한지를 남편이 이해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무조건 남편을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마시고 왜 우리 남편이 안 도와주고 못 도와주는 것인지 그 이유를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남편의 고충이나 공로도 인정하면서 기분 좋게 요청하고 남편이 기분 좋게 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아내의 지혜입니다. 또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셋째를 낳는 것이 산모나 아이에게 무리가 없을 것인지 전문의와 상담을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의학이 발달되었다고는 하지만 노산에 따른 위험은 간과할 일이 아니니까요. 설사 아이를 낳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해도 셋째가 아들이라는 보장이 없는데 딸이라면 또 어떻게 할 것인지도 분명히 하셔야 합니다. 왜 남편이 그토록 아들을 원하는지 깊은 대화를 나눠보시고 아들 이상의 즐거움과 기쁨을 딸들이 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의 합의하에 모든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날 권리가 아이에게는 있습니다. 아이를 하나 더 낳을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두 분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 미스 금성판매(金星販賣) 문정숙(文貞淑)양 - 5분 데이트(78)

    미스 금성판매(金星販賣) 문정숙(文貞淑)양 - 5분 데이트(78)

    흡사 남방의 여인인듯 가무스름한 피부에 오목 조목 뚜렷한 이목구비(耳目口鼻)를 갖춘 아가씨 문정숙(文貞淑)양은 올해 25세. 진명여고(進明女高)와 이대(梨大) 정외과(政外科)를 졸업했다. OL생활을 시작한지는 꼭 1년. 69년 3월 대학 졸업과 함께 금성판매주식회사의 사장비서로 취직했다. 『직장생활은 앞으로 1년쯤 더 할 생각이에요. 아직까지는 직장 일이 재미있으니까요』 단지 너무 짓궂게 「데이트」를 신청해 오는 남자 동료들만 아니라면 직장생활은 언제까지라도 재미 있을 것 같단다. 딸만 넷을 거느린 아버지 문창석(文昌錫·55)씨의 세째. 『아들이 없지만 아버지는 딸들을 너무 귀여워하셔서 섭섭해 하시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정말 좋은 아빠예요』 아버지 자랑도 잊지않은 상냥한 세째딸이다. 위의 두 언니는 결혼했고 이제 정숙양의 차례지만 자신은 26세나 27세쯤 되어서 결혼할 생각이란다. 취직과 함께 재미를 붙인 것은 신문「스크랩」. 신문의 여성난은 물론 정치면, 사회면에서도 그때그때 문제되는 내용들을 차근차근 「스크랩」해서 모으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신문의 날엔 차곡 차곡 정리해보는 보람도 겪고. 「스테디」한 남자친구는 물론 있고…. 대학 때부터 사귀어 온 그분의 취미를 닮아 낚시를 즐기기도. 일요일은 둘이 함께 수색 화전(花田)양어장에서 낚시질로 시간을 보낸다. [선데이서울 70년 4월 19일호 제3권 16호 통권 제 81호]
  • [딸자랑] 엄마없는 집안일 도맡은 은성(恩成)양

    [딸자랑] 엄마없는 집안일 도맡은 은성(恩成)양

    대성(大成)교통 대표이사 권필주(權弼周) 씨(57)의 1남(男) 3녀(女) 중 맏딸인 은성(恩成)양(24)은 올 봄 서울여대(女大) 식품가공학과(食品加工學科)를 졸업한 앳된 아가씨. 조용하고 차분한 인상과 같이 알뜰살뜰 엄마없는 가정생활을 도맡아 하고 있는 보기드물게 착실한 아가씨이다. 『아이가 원래 성격이 조용하고 차분해서 어떤 일을 맡겨도 서두르거나 실수하는일이 없어요. 대학을 다닐때는 기숙사에 있느라고 집을 떠나 있었지만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하루종일 집에서 식사준비, 집안치우기, 화초가꾸기로 시간을 보내는군요』 따라서 이 가정에서는 응접실의 「커튼」에서부터 마당에 가꾸는 화초, 동생들의 도시락 반찬에 이르기까지 은성양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다. 집안일을 맡아 처리하는 솜씨는 어느 집 주부가 부럽지 않을 정도. 겉으로 보기에는 결코 주부(主婦)가 없는 집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없게 살림살이며 가재도구가 정돈되어 있다. 아버지 권필주씨는 이렇게 대학을 졸업하고도 집안에 들어앉아 아무런 불평없이 살림살이를 돌보는 맏따님의 대견하면서도 한편 안쓰럽기까지 하다. 『대학을 선택할 때는 여자도 뭔가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학문을 택하는게 좋겠다 싶어 식품가공학과를 권했읍니다. 별 불평없이 따라주었고 지금도 외국유학을 권하고 있어요 』 여자도 능력만 있다면 사회적으로 진출할 수 있으며 또 그것은 시대적인 요구이기도 하다는 것이 아버지 권필주씨의 평소의 주장. 이러한 아빠의 주장을 받들어 은성양은 지금 새로운 배움을 닦으러 떠나기 위한 준비에 또한 분주하다. 『「골프」를 시작한지는 한 3년 됩니다. 은성이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지난 가을에는 몇번 같이 다녔어요. 올 봄부터는 본격적으로 한번 가르칠 생각입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는 몇번인가 상을 타기도 했고 요즈음은 상품으로 곧잘 옷감을 타오기도 해서 따님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세 딸들이 순번을 정해놓고 차례를 기다릴 정도. 『은성이는 어릴때에도 기특한 데가 있었어요. 6·25때니까 4살 때였어요 제가 미처 피난을 못가 이리저리 피해다녔읍니다. 평소에는 아빠 아빠 귀찮을 정도로 부르고 쫓아 다녔는데 괴뢰군이 집 수색을 할때는 입을 다물고 일절 말을 안하더군요』 아버지는 지금도 그때의 은성양을 생각하면 신통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 때 부터 은성양은 아빠의 입장을 이해하고 도와왔던것이 아닌가 하고 아빠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단다. 은성양의 취미는 그림 그리기와 음악감상. 고등학교때는 미술 성적이 가장 뛰어나서 한때는 그 쪽으로 전공을 택할까 고려했을 정도라는 것. 국민학교때부터 동생들과 함께 익힌 「피아노」솜씨도 수준 이상이라는 아빠의 자랑. 그러나 은성양 자신은 『단지 여러가지를 조금씩 건드리다 말았을 뿐이에요』- 겸손해 한다. 좋아하는 곡은 「드비시」의 초기 작품들. 우울할때는 「모짜르트」의 소품(小品)을 연주하고. [선데이서울 70년 4월 12일호 제3권 15호 통권 제 80호]
  • 미스 선경직물(鮮京織物) 홍혜연(洪惠蓮)양-5분 데이트(77)

    미스 선경직물(鮮京織物) 홍혜연(洪惠蓮)양-5분 데이트(77)

    「미스·선경직물(鮮京織物) 」 홍혜연(洪惠蓮)양은 올해 22세의 「영·레이디」 . 동그스름한 얼굴, 둥근 눈이 귀염성 스럽지만 꼭 다문 두 입술은 만만치 않은 아가씨임을 느끼게 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자란 본토박이 서울 아가씨. 딸만 넷이 있는 딸 부잣집의 맏딸. 딸이 많은 집의 딸들이 대개 그렇듯이 옷차림새며 화장 솜씨가 보통을 훨씬 넘는다. 선경직물에 근무한지는 올해로 3년째. 덕성여고(德成女高)를 졸업한 직후부터 죽 이 직장에 근무해 왔고 지금은 사장실의 비서. 『울적할 때는 음악을 자주 들어요. 주로 「팝·송」을 듣지만 때로는 웅장한 고전음악이 듣고 싶어질 때도 있더군요. 요즈음은… 』 이렇게 예쁘기만한 아가씨도 때로는 울적해지기도 하는가 보다. 『기분이 좋을때, 여가가 있을때는 그림을 그립니다. 수채화도 그렸고 유화(油畵) 까지도 그려봤어요. 한때는 미술과(美術科) 계통으로…』 얘기중 나중의 것은 쓰지 말란다. 진학을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겠는데…. 한편 관광엽서를 모으는 취미도 가지고 있어 국내외 것을 가리지 않고 관광엽서를 꽤 가지고 있다고. 종교는 「말일성도(末日聖徒) 예수·그리스도」교. 흔히 「모르몬」교라고 이르는 종교이며 우리나라에 전파된지는 1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또한 3위(位) 2체(體)1영설(靈說)을 신봉하는 종교라고도 일러준다. 「보이·프렌드」라도- 라는 질문에는 『아직 없어요. 앞으로 생기겠죠』 - 분명하게, 또박또박 대답한다. 감명깊게 본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선데이서울 70년 4월 12일호 제3권 15호 통권 제 80호]
  • 연극 ‘강철’로 다시 만난 연출 한태숙·배우 윤소정

    연극 ‘강철’로 다시 만난 연출 한태숙·배우 윤소정

    대학로에서 가장 ‘색깔있는’여성 연출가와 여배우가 만났다. 내놓는 작품마다 독특한 무대미학과 작품해석으로 이름난 중견 연출가 한태숙(54)과 개성넘치는 연기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배우 윤소정(62).1994년 ‘첼로’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후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배장화 배홍련’ 등을 공동 작업해온 이들이 5년 만에 다시 만나 연극 ‘강철’(12월15일∼내년 1월28일 아룽구지소극장)을 준비중이다. 지난 23일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자매처럼 다정해보였다.“예전엔 참 소녀 같았는데, 요새 보니 얼굴이 늙었더라고. 연극이 얼마나 피를 말리는 작업인데 일 좀 줄여가면서 하지.” 선배인 윤씨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네자 한씨가 쑥쓰럽게 웃는다. 한씨는 올 들어 ‘김용배입니다’‘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이아고와 오셀로’등 세 작품을 내리 무대에 올리느라 잠시도 쉬지 못했다. 그런데도 선뜻 이 작품을 맡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2년 전부터 별러온 작품인데 어떻게 안해요. 애당초 다른 배우는 염두에 두지 않은 상태에서 선생님이 이제야 시간이 된다고 하시니 무리가 되더라도 해야지요.” 영국 극작가 로나 먼로가 쓴 ‘강철(Iron)’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형을 선고받은 엄마와 사건 이후 기억을 잃어버린 딸의 이야기다.15년 만에 딸이 교도소로 엄마를 찾아오면서 모녀간에 벌어지는 애증의 감정변화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모녀가 나오는 연극은 대개 뻔한데 이 작품은 달라요. 난폭한 엄마와 비정한 딸을 통해 모성애에 관한 사회통념에 의문을 제기하지요. 모성의 결핍을 당당히 내세운다는 점에서 무척 차갑고, 살벌한 작품이에요.”(한) “엄마역을 많이 해봤지만 이런 엄마는 처음이에요.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줄만 알았던 엄마란 존재가 이처럼 이기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요.” 윤씨는 2년 전 연극 ‘잘자요, 엄마’에 딸 오지혜씨와 모녀로 출연했었다. 당시 극중에서 자살을 꿈꾸는 딸을 둔 엄마역을 맡았던 그는 연습중에도 자꾸만 목이 메어와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밖에선 중견 연출가, 연기자로 활발히 활동하지만 둘다 집에선 딸들에게 절절 매는 평범한 엄마다. 한씨는 “뒤늦게 연극에 뛰어든 탓에 온통 생각이 공연에 쏠려 있어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씨의 두 딸은 연극이론과 희곡을 공부하며 엄마의 뒤를 잇고 있다. 남편 오현경씨를 비롯해 연기자 가족으로 유명한 윤씨는 “일하는 엄마들은 죄책감 때문에 집에서 오히려 더 잘하려고 애쓴다.”며 웃었다. “‘강철’의 엄마는 야누스적인 인물이라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윤 선생님은 배역에 딱 맞게 연기하세요. 매번 작업할 때마다 ‘참 좋은 배우구나’라는 걸 절실히 느끼지요.” “한 연출가랑 작업하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돼요. 어찌나 철저하고, 까다로운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소녀 같은 외모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예요.(웃음)”(02)764-876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이 한권의 책]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옛날옛날 한 옛날에 ‘여자 사냥’을 직업으로 삼았던 피에르 클레르그라는 신부가 살았다.14세기 프랑스의 한 작은 시골 마을의 본당 신부였던 이 친구는 중세 유럽의 가장 유명한 이단이었던 카타르파 신도이면서 동시에 그들을 팔아먹던 밀정이었고, 낭만적이며 정력적인 연인이자 난봉꾼이었다. 사제로서의 권력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알았던 그는 최소한 12명의 정부를 거느렸다. 그는 자신이 택한 여성 앞에서 주저함이 없었고, 지루한 서론을 생략하고 언제나 본론으로 직행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피에르의 주요 파트너는 자신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애정 편력을 자랑한 이 마을의 영주 부인 베아트리스 드 플라니솔이었다. 둘의 첫 만남은 고해실에서 이루어졌고, 성탄절에도 교회 안에서 불경을 저지를 만큼 뜨겁고 대담했다. 피에르는 제수씨와의 동침도 서슴지 않았다. 사촌간인 파브리스, 그리고 그녀의 딸, 당시 14세였던 그라지드와도 관계를 맺었다. 엄마 몰래? 아니, 엄마는 딸과 신부의 관계에 동의했다. 그라지드는 후에 사제와의 육체관계에 대해서 너그러울 줄 알았던 피에르 리지에에게 시집갔다. 그녀의 성의식은 대담하면서도 솔직했다. 그라지드에게 피에르와의 관계는 즐거운 것이었다. “유부녀와 잠을 잤으니 넌 큰 죄를 지었어.”라며 질책하는 애인에게 피에르는 태연하게 응답한다.“전혀 그렇지 않아. 유부녀든 미혼녀든 죄는 같아. 전혀 죄가 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짓거리들을 하는 사람들은 뭐란 말인가? 그들은 중세에 관한 우리의 상상력을 부끄럽게 만드는 프랑스의 한 마을 ‘몽타이유’ 주민들이다.‘몽타이유:중세말 남프랑스 어느 마을 사람들의 삶’(엠마누엘 르루아 라뒤리 지음, 유희수 옮김, 길 펴냄)은 피레네 산맥 기슭 해발 1300m에 위치한, 주민 250명의 한 작은 마을에 관한 역사인류학 보고서이다. 2006년 8월 기준으로 14만 5000부라는, 전문 역사서로는 놀라운 판매부수를 기록하면서 미셸 푸코의 ‘앎의 의지’와 ‘감시와 처벌’들을 가볍게 제쳐 버리고 프랑스의 저명한 갈리마르 출판사 총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이야기의 제공자는 장차 베네딕투스 12세로서 아비뇽 교황청을 지배하게 될 파미에의 주교 자크 푸르니에였다. 몽타이유의 카타르파 혐의자들을 조사하러 온 푸르니에는 고문보다는 끈질긴 심문을 선호했고, 놀랍도록 세심한 기록을 남겼다. 그 결과, 대개 문맹이었기에 중재자 없이는 글을 남길 수 없었던, 그래서 역사의 공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14세기 농민들의 삶은 푸르니에의 치밀한 기록을 거쳐 라뒤리의 몽타이유 미시사로 다시 태어났다. ‘계량사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받는 ‘랑그독의 농민들’에서 과도할 정도로 ‘사람 없는 역사’를 보여주었던 아날학파의 이 역사가는 ‘몽타이유’에선 왕이나 저명한 학자들이 아닌 작은 농촌 마을의 갑남을녀들을 역사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람 냄새 물씬 배어나는 역사를 보여준다. 딸들이 결혼지참금으로 집안에 경제적 손해를 가져오느니 차라리 형제자매간의 혼인이 더 바람직하다고 여겼던 사람들. 면도도 목욕도 심지어 세수조차 거의 하지 않았던, 그러나 서로의 이를 잡아주면서 가족관계나 애정관계를 보여주었던 사람들의 독특하고 생생한 삶이 책에 가득하다.
  • [책꽂이]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엘리아스 카네티 지음, 조원규 옮김, 민음사 펴냄) 불가리아 출신으로 198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모로코 여행 에세이. 고도 마라케시의 역동적인 장터와 고즈넉한 구시가지 골목들을 돌아보며 느낀 삶과 죽음, 예술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작가는 도살을 앞둔 낙타를 바라보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체험하고, 뼈만 앙상한 늙은 나귀의 강렬한 욕정에서 힘없는 자의 생명력에 새삼 눈뜬다. 카네티는 ‘군중의 광기’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작가다.9800원.●데카메론(박상진 지음, 살림 펴냄) 조반니 보카치오를 단테, 페트라르카와 더불어 불멸의 지성으로 만든 ‘데카메론’ 해설서.‘데카메론’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완전한 의미에서 문학적 창작은 아니다. 당시 떠돌던 이야기와 보카치오 자신이 이미 써놓았던 소설들을 모은 것이다.1348년 페스트를 피해 피렌체 교외의 별장으로 옮겨온 10명의 남녀가 10일 동안 이야기하는 100편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중세의 그늘에서 싹튼 새로운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다.7900원.●고려에 시집온 칭기즈칸의 딸들(이한수 지음, 김영사 펴냄) 고려 왕비가 된 몽골 여인의 삶으로 읽는 여몽관계사. 고려 제25대 충렬왕부터 제31대 공민왕까지 100년간 고려의 왕들은 모두 몽골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충선왕은 두 명, 충숙왕은 세 명의 몽골 여인과 혼인했다. 세계를 정복한 몽골이 유독 고려에만 공주들을 시집보낸 것은 항몽전쟁에서 보여준 고려인의 투지와 저력 때문. 충렬왕비 홀도로게리미실, 충선왕비 보탑실련, 충숙왕비 역련진팔라, 공민왕비 보탑실리 등 8인8색 몽골 공주들의 다양한 면모를 살폈다.9900원.●개념어 사전(남경태 지음, 들녘 펴냄) 인간의 기억은 나무와 같다. 삶의 작은 상처는 나무가 자라면서 껍질에 난 생채기가 아물 듯이 쉽게 잊힌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할 만큼 중대한 사건을 경험하면 마치 깊게 파인 도끼 자국이 나무에 영구적인 상처로 남듯 당사자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된다. 이 책은 트라우마에 대해 이런 설명을 붙인다. 트라우마는 그리스어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비롯된 말로 상처라는 뜻. 트라우마의 정식 병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다. 1만 3000원.●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김용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부조리극의 대명사 ‘고도를 기다리며’는 변치 않는 시공간과 성격 없는 인물을 내세워 ‘권태’라는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도대체 고도는 누구이며 왜 그를 기다리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하이데거는 권태의 의미를 짚으며 ‘시간 죽이기’에 몰두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실존의 의미를 찾으라고 말한다. 세계문학 작품 속에 담긴 철학 담론을 꺼내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책. 1만 2000원.●기독교신앙(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 지음, 최신한 옮김, 한길사 펴냄) 교부신학의 전통을 계승, 프로테스탄트 신학을 집대성한 근대 신학의 아버지 슐라이어마허 신학사상의 결정판. 저자의 초기 사상을 대변하는 작품이 종교를 멸시하는 교양인을 위한 강연인 ‘종교론’이라면, 이 책은 완숙기에 들어선 신학자의 진면모가 드러난 대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교의학과 신앙론의 종합을 시도한다.2만 5000원.
  • 아빠는 철길, 세 딸은 하늘길 ‘교통가족’

    한지붕 세 자매가 모두 전·현직 항공사 승무원인 이색가족이 있다. 경북 안동에 사는 황정규(59)씨의 세 딸은 전·현직 항공사 승무원이다.6년 전 퇴직한 첫째 딸 순경(31), 현재 승무원인 둘째 순재(29), 셋째 수현(26)씨 모두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근무했거나 근무 중이다. 철도공사 안동사업소에 근무하는 아버지 황씨까지 포함하면 명실상부한 ‘교통가정’인 셈. 세 딸 모두 어렵다는 항공사 여승무원이 됐다는 소문이 나면서 황씨 집엔 예상치 못한 손님도 방문한다. 승무원 지망생들이 멀리 서울에서부터 찾아와 합격노하우 등 조언을 구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온 가족이 교통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게 된 데는 33년 전 옛 철도청에 들어간 아버지 황씨의 영향이 컸다. 장녀 순경씨가 승무원의 꿈을 이루자 둘째와 셋째도 같은 길을 걷게 됐다. 딸들이 모두 승무원이지만 정작 아버지 황씨는 승객으로 딸들의 서비스를 체험해 보지 못했다고 했다. 황씨는 “내년에 정년퇴임을 하게 되면 아내와 함께 두 딸이 일하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도 가 볼 생각”이라고 소박한 꿈을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에이즈 감염 20년간 사회활동”

    “저를 보세요. 에이즈 감염인도 함께 사회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20년간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스스로 전세계를 돌며 에이즈 예방활동을 벌이는 크리스토 그레일링(42) 목사. 지난 6일 방한한 그는 세상을 향해 “감염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외친다. 8일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부인 리젤(왼쪽) 여사와 함께 자신의 인생역정을 털어놨다. 지병인 혈우병 때문에 지속적으로 수혈을 받던 그는 1987년 에이즈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피를 잘못 받았다.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그는 모든 것을 정리하기로 했다. 당시 6개월째 교제 중이던 리젤에게 감염 사실을 알린 뒤 이별을 통보했다. 하지만 리젤 여사의 믿음은 변치 않았고 두 사람은 결혼했다. 힘든 치료가 시작됐다. 두 사람은 에이즈가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만큼 바이러스 수치가 낮아진 것을 확인하고 부부관계를 가졌고 결국 두 아이를 낳았다. 네 살과 두 살인 딸들은 모두 건강히 자라고 있다.리젤 여사는 “담당 의사가 1년밖에 살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장래가 불투명했지만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했다.”면서 “덕분에 지난 19년간 정말 가치있는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92년 나미비아에서 열린 네덜란드 신교 집회에서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그는 이후 전세계를 무대로 에이즈 예방에 힘쓰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성직자들로 구성된 네트워크(ANERELA+)와 월드비전의 아프리카 HIV AIDS 및 교회관계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HIV는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같은 전염병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감염인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입니다.HIV 감염인들을 격리 수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함께 살기 위해 어떻게 태도를 바꾸고 행동할지를 가르치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90년대 중반까지는 에이즈 감염률이 이렇게 높아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한국도 에이즈 감염률이 낮다고 안심하지 말고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계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씨줄날줄] 성범죄자/강석진 수석논설위원

    불규칙하거나 돌발적인 사태를 이해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질서나 규칙성을 찾아내는 게 편리할 때가 있다. 복잡계를 설명하는 카오스 이론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일어난 성범죄에 대해 잠시 생각하려는 것이다. 지난 2월 서울 용산에 사는 한 초등학생이 이웃의 신발가게 아저씨한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다. 그제는 인천 일대에서 석달 동안 10여명을 성폭행한 ‘인천 발발이’가 붙잡혔다. 앞서 14일에는 대구에서 여고생 납치 살해 사건이 있었고, 한국으로 유학온 재중 동포 여학생이 40대 범인에 의해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것은 3월에 일어난 일이다.‘발발이’ 이름이 붙은 사건이 이밖에도 몇 건이나 더 있었는지 모른다. 이들 사건의 앞뒤를 보면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사건에 대해 경악하고 분노한다. 그리고는 분석과 진단이 따른다. 올해 일어난 사건들은 상당수가 재범에 의한 것이었다. 성범죄자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도 내려진다. 세번째 단계는 요란한 대책이다. 전자팔찌를 채워야 한다, 신상 정보를 더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제재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된다. 마지막 단계, 사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지고,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잔다. 아니, 진짜 마지막 단계가 남아 있다. 범죄를 잊고 유야무야 넘긴 틈을 타 범죄자들이 다시 슬그머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어린 딸들과 약자들이 은밀하게 범죄의 먹이가 되는 단계다. 동일한 패턴이 되풀이되는 데도 대책은 굼뜨다. 피해자나 그 부모가 됐다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가슴을 칠 노릇이다. 언뜻 신문에 난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끈다.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최연희 의원이 7개월 만에 슬그머니 돌아와 의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재판이 끝나지 않았기에 무죄로 추정한다고 해도 그는 공인, 그 중에서도 말과 행동에 엄중한 책임이 따르는 국회의원 아닌가. 정말 이런 식으로 복귀하고,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성범죄 대책을 강화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낮잠자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딸자랑] 변호사申淳彦씨 둘째딸 善華양

    [딸자랑] 변호사申淳彦씨 둘째딸 善華양

    변호사 신순언(申淳彦)씨는 주위에 다복한 가장(家長)으로 소문이 나 있다. 미남 미녀의 자녀를 그것도 6남매나 두고 효도(孝道)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 중에도 지금 가장 효도 삼매경의 처지에 있는 게 둘째따님 선화(善華)양. 대학 졸업 후 2년동안 줄곧 아버지 시중을 들고 있다. 『우리 집은 요새 부모답잖게 효도만은 마음껏 받고 있죠.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부모 밥상만은 꼭 딸들이 차려서 저희들이 들고 들어와서 권합니다』 신순언(申淳彦)씨는 흐뭇한 표정이다. 3남3녀 중에 순서로는 다섯째, 딸로는 둘째 딸인 선화(善華)양은 청덕여고를 거쳐 덕성여대 상과를 졸업한 1946년생. 바로 위가 언니인데 CPA 의 「스튜어디스」. 효도하는 버릇은 이 언니에게서 부터 실천되던 가풍(家風)이란다. 『고등학교만 들어가면 부엌에 나가서 일하는 걸로 돼있어요. 제 언니때부터』웬만하면 불평들을할텐데 재미가 나서들 한다고 어머니 손(孫)여사도 늘 기특해 하고 있다. 『정성을 들여서 그런지 얘 요리솜씨가 이 아버지 입에는 썩 맛있어요. 어떤 때는 요리책을 보고 창작을 하는데 잘 만들거든요. 음식점 것 보다 낫다고 칭찬을 해주죠』 그래서 아버지 신순언(申淳彦)씨에게는 사무실과 자택이 하루의 직행 「코스」로 결정돼 있다. 고교 때부터 부엌일 돕고 아빠 시중 잘드는 글래머 『아버지께선 보수적이시고 대하기 어렵지만 정말 가정적이세요. 친구들과 어울려서 밖에 나왔다가도 아버지께서 들어와 계실 시간이면 얼른 들어가 시중 들어드려야 한다고 서두르니까 친구들에게 핀잔을 받죠』 방안을 온통 환하게 만들어 버릴 것처럼 화사하게 웃으면서 선화(善華)양은 아버지 자랑을 한다. 『그렇다고 무취미한 아이도 아니어서 신통합니다. 어려서 부터 예술방면에 소질을 보였어요. 고전무용으로 무대에도 더러 섰지요』 본업으로 삼게하고 싶지않은 부모 뜻에 좇아서 이제는 무용쪽은 폐업을 했단다. 『덕성여대 졸업반 때는 학교에서 「퀸」을 정하는데 뽑혔더군요. 그리고 나니까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나중에는 무슨 영화사에서 출연교섭이 와요. 아예 안된다고 호통을 쳐 주었지요』 대학(大學) 땐 「퀸」으로, 영화출연 교섭받기도 67년 연방영화사에서 몇편의 영화를 갖고 한동안 교섭이 왔었단다. 부모뜻을 어겨본 일이 없는 선화(善華)양은 미련도 없이 거절했다. 역시 재학시절이지만 TBC-TV 아침방송 『생활의 지혜』사회도 한동안 맡았었다. 그런 쪽에서 탐내는 것도 무리가 아닌 미모의 아가씨다. 1백 64cm, 체중 53kg, 체위 35-23-36「인치」니까 수준이상의 「글래머」. 『양재학원에 다니면서 바느질도 배우고 틈틈이 수(繡)를 놓는 것이 요즘 얘 일과입니다』 『효도 받는 것이 흐뭇한 한편 우리 내외는 어깨가 무겁습니다. 막내딸은 아직 어리지만 선화(善華)까지 합쳐서 위의 5남매가 모두 매사에 「부모 뜻 대로」하라는 순종형이에요. 연애할 생각도 한번 안 하거든요. 그러니 걱정은 안 시켜서 좋으나 좋은 배필 구해줄 책임이 여간 무겁습니까? 한창 나이인데 무단외출 한반 안하니까요』 [선데이서울 70년 1월25일호 제3권 4호 통권 제 69호]
  • [서울광장] 임대주택 ‘빈집 정책’ 안되려면/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임대주택 ‘빈집 정책’ 안되려면/육철수 논설위원

    오일머니를 주체 못하는 중동 산유국에선 우리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가끔 일어난다. 몇해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집 없이 떠도는 집시들을 위해 현대식 아파트 한 채씩을 공짜로 지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입주 다음 날부터 집시들이 짐을 싸들고 나와 예전처럼 길거리에서 생활하더라는 것이다. 까닭을 물었더니 글쎄,“불편해서 못살겠다.”고 했다던가. 전기 잘 들어오고, 수돗물 좔좔 나오지, 화장실 깨끗한데, 세상에! 그게 풍찬노숙만 못하더란 얘기였다. 하기야 자연에 익숙한 집시들이 ‘으리으리한’ 새 집에서 기가 질려 용변도 제대로 못 봤다니 꽤나 불편했을 것이다. 부동산 투기로 말썽을 부리기는커녕 나라에 돈이 많아 집을 거저 나눠줘도 마다하니 어찌 보면 기특한 국민이다. 인식의 깊이와 삶의 질을 놓고 우리를 감히 산유국 집시에게 견준다는 게 상당한 무리가 있음을 잘 안다. 그러나 집 걱정으로 적어도 반평생은 고생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를 떠올리면 무욕의 집시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집이나 땅에 대한 소유욕이 한국처럼 별난 나라도 드물다. 아직도 월급쟁이가 집 한 채 장만하는데 10년이 걸리네,20년이 걸리네 하고 있으니 그로 인한 기회비용도 엄청나다. 그 돈으로 삶의 질을 높이거나, 생산적인 곳에 썼다면 벌써 선진국이 됐겠다. 마침 정부가 주택을 ‘소유’에서 ‘거주’로 개념을 바꿔보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2012년까지 임대주택 116만가구를 지으면서 중산층을 위한 중대형 전·월세 임대주택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시도해 볼 만하고 방향도 좋다. 잘만 시행된다면 우리 아들 딸들은 집 장만하느라 아등바등할 필요도 없어질 테고. ‘거주’ 개념이 뿌리내리려면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식과 집값 안정이 따라주느냐다. 지금처럼 특정지역의 집값이 폭등하고 주택이 부(富)의 핵심 증식수단이라면 소유욕은 더할 것이며, 공공재(公共財) 인식의 확산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좋은 터에 내집을 갖고 있으면 앉아서 떼돈을 버는데, 한가하게 임대주택에 들어가 ‘거주’에 만족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다주택·고가주택 소유자에게 중과세한다 해도 세금이 집값 오름세에 비하면 조족지혈인 현실에서는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소유하는 게 당연히 ‘정답’이다.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도 씻어내야 한다. 아파트 단지의 임대주택 유무에 따라 동일평형의 일반 아파트 값이 크게는 1억원 이상 오락가락하고, 임대주택 비율이 분양률에 큰 영향을 주는 분위기에서 정책의 성공은 쉽지 않다. 따라서 중산층용 임대주택을 통해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만 사는 집이 아니란 걸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임대주택의 질적 주거 향상과 주택평면의 다양화,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에 신경쓰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서 부정적 이미지부터 털어내야 할 것이다. 중산층을 임대주택으로 유도하려면 재정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6년동안 임대주택 건설에 88조원을 들이겠다고 밝혔다. 재원 확보도 쉽지 않겠지만 이 돈으로 116만가구를 짓겠다면 가구당 8000만원꼴인데, 싸구려 집을 남발해서 수요자의 주거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킬지도 의문이다. 이래가지고는 아파트만 잔뜩 지어놓고 빈 집을 양산할 공산이 크다. 양보다는 질로 승부를 걸어 임대주택도 살 만하고, 경제적으로 손해보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게 급선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동서 항렬 따지는 사위-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55)

    저는 딸, 아들, 딸의 차례로 3남매를 가진 아버지입니다.복잡하게도 큰 딸 작은 딸은 시집보내고 보니 사위 둘이 파(派)는 다르지만 종씨입니다. 작은 사위가 큰 사위보다 나이가 3살 위고 항렬로는 할아버지 뻘이 되는군요. 동서간에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 고장 여론은 구구 각색입니다. 서로 존대하자고 하는 큰 사위의 말에 작은 사위는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나이가 위인 데다가 항렬이 할아버지뻘인데 어떻게 존댓말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나이가 척은 처남(자기의 처(妻)에게는 오빠가 되는)에게는 말을 존대하면서 그보다 손위인 처형의 남편되는 사람에게는 존댓말을 안하겠다는 것이 작은 사위의 주장입니다. 처가는 장차 낳을 저희들 자식에게는 외가가 아닙니까. 처가항렬을 무시 한다는 것은 어머니를 무시하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딸들의 아버지로서 여간 고민이 아니며 한편 분한 마음도 듭니다. <전남 고흥군 고흥면 남계리 550의1 유상철> 답변: 딸들의 항렬로 설득을 달 나라에 사람이 발을 두번이나 디뎌본 우주시대에 그 댁 작은 사위님의 켸켸묵은 머리는 어룰이지도 않는군요. 예절도 좋지만 가까운 친척도 아니라는 처지에 자기 고집만 세우는 그 청년의 머리를 한대 꽝 때리고 싶군요. 아뭏든 딸들의 항렬이며 순서도 틀림없는 항렬이니까 장인의 입장을 굽힐 필요는 없을 줄 압니다. 밖에서야 어떻든 『내집에서는 용서 못한다』고 형제의 차례를 단호하게 고집하기를 권합니다. <Q> [선데이서울 70년 1월18일호 제3권 3호 통권 제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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