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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과기원, 맨 눈으로 볼 수 없는 보안용 편광 디스플레이 개발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광운대 전자공학부 공동연구팀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지만 특정 방향의 빛(편광)을 쬐어주면 보이는 초박막 편광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 최신호에 실렸다. 기존 편광 디스플레이는 나노기둥을 정렬하기 어려워 수 마이크로미터(㎛) 면적으로 만드는데 그쳤고 소재가 딱딱해 다양한 표면에 사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자기정렬형 나노기둥을 유연기판 위에 센티미터(㎝) 크기의 면적에 비스듬한 형태로 넓게 증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기술은 광학보안 기술 활용 이외에도 표면에 물이 닿았을 때 감춰진 패턴을 드러내게 만들 수도 있어서 환경 오염 감지용 센서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부온 조르노! 퀘스토에 시칠리아.”(Buon giorno! Questo e sicilia,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시칠리아입니다) 이탈리라 로마 테르미니역을 출발한 기차가 밤새 바다를 건너 시칠리아에 닿았을 때 열차에서는 이렇게 안내방송이 나왔다. 드디어 시칠리아였다. 시칠리아를 찾은 이유는 영화 ‘대부’ 때문이었다. 나는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엄청난 팬이었다. 이들이 출연한 ‘대부’ 시리즈를 보며 언젠가 꼭 한번 시칠리아를 찾겠다는 열망을 가슴에 지닌 채 살아왔다. 드디어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해체돼 배에 실린 기차는 메시나에 도착해 다시 조립되어 철로를 달린 후 시칠리아의 첫 목적지인 카타니아로 내려놓을 것이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네.” 시칠리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피아를 먼저 떠올리나 보다. 시칠리아로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마피아를 조심해.” 그럴 만도 했다. 인터넷으로 시칠리아를 검색하면 마피아와 연관된 항목이 주르륵 올라온다. 실제로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옆 자리에 앉은 이탈리아 노인(멋진 감색 양복에 붉은 머플러를 길게 두르고 중절모를 쓴 그 역시 약간 마피아스러웠던 것 같다)에게 “요즘에도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길거리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나요?” 하고 물었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가끔씩 일어나긴 하는데 다 옛날 일이죠.” 그리고 덧붙였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안심하세요.”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가 건설되기도 했고 로마와 비잔틴제국, 아랍과 노르만족의 영향을 받아 왔던 시칠리아. ‘혹시 그리스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20일 동안 시칠리아를 여행해 본 후 내린 결론은 유럽 어느 도시보다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곳이 바로 시칠리아라는 것. 2018년 12월의 국내 신문들은 “이탈리아 경찰이 현지시간 4일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대대적인 마피아 단속 작전을 펼쳐 마피아 고위급 조직원 46명을 체포했으며 우두머리인 80세 세티미노 미네오 등 거물급 조직원들을 조직범죄 연루와 갈취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전했다. 아 참, 팔레르모 공항의 정식 명칭은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팔레르모 공항’이다. 이는 마피아 수사를 지휘하다 1992년에 테러로 사망한 두 판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마피아와 시칠리아는 떼놓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내내 그 흔한 소매치기 한 번 만나지 않았다. 기차에서 만난 노인의 말대로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인가. 아무튼 영화사상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는 이탈리아 장면을 팔레르모에서 촬영했다. ‘대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 끝에 뉴욕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의 이야기다.●대문호 괴테가 사랑한 도시 팔레르모 마피아는 마피아고, 관광객들에게 팔레르모는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다. 대문호 괴테는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팔레르모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하며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생각해 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고 썼다. 유럽과 아랍 양식이 어울린 건축물들,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크고 작은 성당으로 놓인 골목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은 프레토리아 광장이다. 광장 주위로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이 펼쳐진다. 광장 서쪽에 있는 노르만 왕궁은 꼭 찾아봐야 한다. 아랍풍의 천장과 비잔틴식 모자이크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이다. 팔레르모 대성당은 1185년부터 짓기 시작해 약 600년에 걸쳐 건축됐다. 원래는 비잔티움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여러 세대의 건축 양식을 보여 준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단연 시장이다. 이 중 부치리아시장은 팔레르모에서 가장 유명하고, 시칠리아에서 가장 크다. 갖가지 해산물과 과일, 치즈, 농산물 등 없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5일장처럼 떠들썩하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만약 부치리아시장 바닥이 마른다면”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 말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시칠리아의 자부심 카놀리와 파스타 팔레르모의 거리를 걷다 보면 손에 길쭉한 과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인 ‘카놀리’다. 밀가루에 와인을 넣어 반죽한 후 튜브 모양으로 얇게 돌돌 말아 튀긴 후 안에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를 채워 넣은 것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카놀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대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리즈 3편에서 팔레르모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며 독이 든 카놀리를 먹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피아가 등장한다. 그는 도저히 카놀리의 달콤한 유혹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놀리를 만지작거리다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그러고는 목을 잡고 의자에서 쓰러진다. 그의 발 밑에는 먹다 남은 카놀리가 부서져 있다. 카놀리 사랑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 있다. 배신자를 처단하러 외출하는 행동대장 클레멘자에게 아내가 카놀리를 사오라고 부탁한다. 적에게는 잔혹한 마피아이지만 가족에게는 누구보다 극진한 마피아답게 클레멘자는 카놀리부터 사놓는다. 마침내 조직의 배신자를 제거한 클레멘자는 부하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한다.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긴박하고 심각한 상황 속에도 냉혹한 마피아가 카놀리만은 잊지 않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시칠리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이왕 음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떠오르고 파스타 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서양에서 최초로 파스타를 전수받은 지역이다. 파스타의 시작은 국수인데, 히말라야산맥 북부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 민족들이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국수가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음식으로 자리잡았고, 이 국수를 13세기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며 이것이 파스타로 ‘변이’를 일으켰다고 한다. 물론 이는 가설에 불과하다. 중세사학자 몬타나리가 쓴 ‘유럽의 음식문화’(새물결·2001)를 보면 생 파스타는 고대부터 지중해 연안, 중국 등에 널리 알려졌으나, 마른 파스타는 근대에 사막을 이동하는 이슬람인들이 발명했다고 한다. 사막을 횡단하는 오랜 기간 운반과 저장이 쉬운 음식이 필요했고 그러던 차에 건조 파스타를 개발해 낸 것이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만든 반죽을 얇게 밀어서 건조시키는 이 방법은 11세기경 이슬람 상인들이 시칠리아로 건너오면서 이탈리아에도 본격적으로 전해졌다. 시칠리아 파스타는 해산물과 채소를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목축이 발달하지 않아 육류와 치즈는 귀하지만 해산물은 풍부한 섬이어서 그렇다. 파스타 중에서도 정어리의 일종인 사르데 파스타가 유명한데, 올리브 오일과 정어리, 소금으로 맛을 낸다. ‘쿠스쿠스’라는 아랍풍의 파스타도 많이 먹는다. 국수류가 아닌, 좁쌀처럼 생긴 것인데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파스타로 분류된다.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온 후 파스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생크림에 면을 담아 주던 수준이었던 한국형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에 존재하지 않았다. 버터와 계란 노른자, 베이컨 약간, 후추와 소금을 뿌린 ‘뻑뻑한’ 카르보나라의 맛에 길들여지고 말았다.●우연히 닿은 18세기 도시 모디카 시칠리아는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관광지다. 로마, 베네치아, 밀라노 같은 이탈리아 본토의 주요 도시는 배낭 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단골 코스가 됐지만 시칠리아까지 가는 여행객은 드물다. 로마에서 기차를 타면 메시나에 닿는다. 그리고 메시나에서 1시간 정도를 가면 카타니아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 제2의 도시.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다. 카타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에트나 화산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카타니아에 갔다면 꼭 어시장에 들러 보기를 권한다. 이른 아침 찾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오후에 가도 시장의 정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참치와 조개, 새우 등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시장은 활력으로 넘친다. 생선값을 흥정하는 이탈리아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카타니아에서 며칠 머문 후 모디카로 향했다. 모디카는 시칠리아 남동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팔레르모와 타오르미나, 시라쿠사 등 시칠리아의 큰 도시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꼭 한번쯤 찾아볼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이탈리아 여행은 약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철도의 잦은 파업, 주먹구구식인 철도와 시외버스 시스템은 끊임없이 여행 계획을 수정하게 만든다. 모디카로 가는 여정 역시 그랬다. 원래 계획은 카타니아의 에트나 화산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가 엉망이었다. 정류장 앞의 바에 들어가 왜 버스가 오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주인은 “30분 전에 떠났다”며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마 이런 뜻이었겠지. “이탈리아에선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는 수밖에. 멍하니 앉아 있는 동양의 여행자가 안쓰러웠는지 바 주인이 다가왔다. “모디카라는 곳에 가보는 게 어때?” 고개를 들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음… 모디카는 시칠리아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까? 관광객으로 붐비는 팔레르모나 타오르미나, 아그리젠토보다는 훨씬 멋진 곳이지. 아마 18세기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디카행 버스가 들어왔다. 그는 얼른 타라는 눈짓을 보내왔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때론 일정에도 없던 여정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그리고 2시간 후 바 주인의 말처럼 18세기의 중세도시를 걷고 있었다. 모디카는 BC 400년 무렵 시쿨리족이 건설했다고 한다. 12~17세기에는 매우 부유한 곳이었지만 1613년과 1693년 발생한 지진, 1833년의 홍수로 인해 파괴됐다. 하지만 모디카는 곧 도시를 재건했다. 모디카는 칼타기론, 밀리텔로발디카타니아, 노토, 파라졸로, 라구사, 시클리 등 히블라이아산 기슭에 위치한 이웃 8개 도시들과 함께 ‘발디노토 지역의 바로크 후기 마을’로 불린다. 지진과 홍수로 파괴된 이 도시들은 재건 사업을 하면서 파괴된 도시가 있던 자리나 그 근처에 세워졌는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7세기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간 바로크 양식이 절정을 이루었던 당시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들 도시의 바로크 후기 모습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모디카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건물은 ‘산피에트로성당’과 ‘산조르조성당’이다. 산피에트로성당은 광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아직도 웅장한 18세기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조르조성당은 모디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디카의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정교하게 맞춰놓은 듯한 도시의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와는 또 다른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에는 예전에 ‘사생활’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이 쓰는 ‘프리바토’(Privato)라는 말은 영어 ‘프라이버시’(Privacy)에서 따온 말이다. 모디카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프라이빗’이 없는 시칠리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 삶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다 알고 지낸다는 것이다.●이탈리아 최고의 염전도시 트라파니 시칠리아를 여행한다면 시간을 내 트라파니에 가볼 것을 권한다. 섬 서북쪽에 위치한 트라파니는 시칠리아의 여느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 준다. 이 도시들이 바로크풍의 건물들과 그리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지로 가득한 반면 트라파니는 이 도시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염전과 염전 위에 서 있는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풍차다. 트라파니로 떠나기 전 시칠리아 모디카에서 만난 미슐랭 요리사 주세페는 자신은 요리를 할 때 반드시 트라파니산 천일염을 사용한다고 했다. “소금이 음식 맛의 절반이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질 좋은 소금은 오직 트라파니에서만 구할 수 있어.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야.”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려면 뭐가 가장 필요하죠?”라고 묻자 주세페가 말했다. “큰 냄비를 갖추는 것.” 이런, 신선한 재료도 아니고 좋은 밀가루도 아니고 고작 큰 냄비라니. 주세페는 이렇게 답하며 눈을 찡긋했다. “스파게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수 중 가장 딱딱해. 이를 제대로 삶기 위해선 기다란 스파게티가 통째로 담기는 냄비가 필요하지.”■여행수첩 인천에서 로마행 항공은 다양하다. 로마에선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간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까지 연결되는 항공편은 국영항공사인 알이탈리아 홈페이지(www.alital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마에서 열차로도 갈 수 있다. 이탈리아 국영철도 홈페이지(www.trenitalia.com)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12시간 정도 걸리므로 침대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섬 북부 왼쪽의 팔레르모에서 섬 왼쪽으로 돌면서 트라파니와 아그리젠토를 보고 로마나 나폴리로 귀환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 방법은 섬 오른쪽으로 돌면서 카타니아, 시라쿠사, 라구사, 타오르미나를 여행하는 것. 되도록이면 한 방향으로 도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다. 겨울에도 낮에는 그다지 춥지 않다. 하지만 밤과 아침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심한 일교차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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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부온 조르노! 퀘스토에 시칠리아.”(Buon giorno! Questo e sicilia,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시칠리아입니다) 이탈리라 로마 테르미니역을 출발한 기차가 밤새 바다를 건너 시칠리아에 닿았을 때 열차에서는 이렇게 안내방송이 나왔다. 드디어 시칠리아였다. 시칠리아를 찾은 이유는 영화 ‘대부’ 때문이었다. 나는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엄청난 팬이었다. 이들이 출연한 ‘대부’ 시리즈를 보며 언젠가 꼭 한번 시칠리아를 찾겠다는 열망을 가슴에 지닌 채 살아왔다. 드디어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해체돼 배에 실린 기차는 메시나에 도착해 다시 조립되어 철로를 달린 후 시칠리아의 첫 목적지인 카타니아로 내려놓을 것이다.●“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네.” 시칠리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피아를 먼저 떠올리나 보다. 시칠리아로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마피아를 조심해.” 그럴 만도 했다. 인터넷으로 시칠리아를 검색하면 마피아와 연관된 항목이 주르륵 올라온다. 실제로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옆 자리에 앉은 이탈리아 노인(멋진 감색 양복에 붉은 머플러를 길게 두르고 중절모를 쓴 그 역시 약간 마피아스러웠던 것 같다)에게 “요즘에도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길거리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나요?” 하고 물었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가끔씩 일어나긴 하는데 다 옛날 일이죠.” 그리고 덧붙였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안심하세요.”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가 건설되기도 했고 로마와 비잔틴제국, 아랍과 노르만족의 영향을 받아 왔던 시칠리아. ‘혹시 그리스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20일 동안 시칠리아를 여행해 본 후 내린 결론은 유럽 어느 도시보다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곳이 바로 시칠리아라는 것. 2018년 12월의 국내 신문들은 “이탈리아 경찰이 현지시간 4일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대대적인 마피아 단속 작전을 펼쳐 마피아 고위급 조직원 46명을 체포했으며 우두머리인 80세 세티미노 미네오 등 거물급 조직원들을 조직범죄 연루와 갈취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전했다. 아 참, 팔레르모 공항의 정식 명칭은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팔레르모 공항’이다. 이는 마피아 수사를 지휘하다 1992년에 테러로 사망한 두 판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마피아와 시칠리아는 떼놓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내내 그 흔한 소매치기 한 번 만나지 않았다. 기차에서 만난 노인의 말대로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인가. 아무튼 영화사상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는 이탈리아 장면을 팔레르모에서 촬영했다. ‘대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 끝에 뉴욕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의 이야기다.●대문호 괴테가 사랑한 도시 팔레르모 마피아는 마피아고, 관광객들에게 팔레르모는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다. 대문호 괴테는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팔레르모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하며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생각해 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고 썼다. 유럽과 아랍 양식이 어울린 건축물들,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크고 작은 성당으로 놓인 골목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은 프레토리아 광장이다. 광장 주위로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이 펼쳐진다. 광장 서쪽에 있는 노르만 왕궁은 꼭 찾아봐야 한다. 아랍풍의 천장과 비잔틴식 모자이크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이다. 팔레르모 대성당은 1185년부터 짓기 시작해 약 600년에 걸쳐 건축됐다. 원래는 비잔티움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여러 세대의 건축 양식을 보여 준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단연 시장이다. 이 중 부치리아시장은 팔레르모에서 가장 유명하고, 시칠리아에서 가장 크다. 갖가지 해산물과 과일, 치즈, 농산물 등 없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5일장처럼 떠들썩하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만약 부치리아시장 바닥이 마른다면”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 말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시칠리아의 자부심 카놀리와 파스타 팔레르모의 거리를 걷다 보면 손에 길쭉한 과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인 ‘카놀리’다. 밀가루에 와인을 넣어 반죽해 튜브 모양으로 얇게 돌돌 말아 튀긴 후 안에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를 채워 넣은 것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카놀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대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리즈 3편에서 팔레르모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며 독이 든 카놀리를 먹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피아가 등장한다. 그는 도저히 카놀리의 달콤한 유혹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놀리를 만지작거리다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그러고는 목을 잡고 의자에서 쓰러진다. 그의 발 밑에는 먹다 남은 카놀리가 부서져 있다. 카놀리 사랑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 있다. 배신자를 처단하러 외출하는 행동대장 클레멘자에게 아내가 카놀리를 사오라고 부탁한다. 적에게는 잔혹한 마피아이지만 가족에게는 누구보다 극진한 마피아답게 클레멘자는 카놀리부터 사놓는다. 마침내 조직의 배신자를 제거한 클레멘자는 부하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한다.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긴박하고 심각한 상황 속에도 냉혹한 마피아가 카놀리만은 잊지 않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시칠리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왕 음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떠오르고 파스타 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서양에서 최초로 파스타를 전수받은 지역이다. 파스타의 시작은 국수인데, 히말라야산맥 북부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 민족들이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국수가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음식으로 자리잡았고, 이 국수를 13세기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며 이것이 파스타로 ‘변이’를 일으켰다고 한다.물론 이는 가설에 불과하다. 중세사학자 몬타나리가 쓴 ‘유럽의 음식문화’(새물결·2001)를 보면 생 파스타는 고대부터 지중해 연안, 중국 등에 널리 알려졌으나, 마른 파스타는 근대에 사막을 이동하는 이슬람인들이 발명했다고 한다. 사막을 횡단하는 오랜 기간 운반과 저장이 쉬운 음식이 필요했고 그러던 차에 건조 파스타를 개발해 낸 것이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만든 반죽을 얇게 밀어서 건조시키는 이 방법은 11세기경 이슬람 상인들이 시칠리아로 건너오면서 이탈리아에도 본격적으로 전해졌다. 시칠리아 파스타는 해산물과 채소를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목축이 발달하지 않아 육류와 치즈는 귀하지만 해산물은 풍부한 섬이어서 그렇다. 파스타 중에서도 정어리의 일종인 사르데 파스타가 유명한데, 올리브 오일과 정어리, 소금으로 맛을 낸다. ‘쿠스쿠스’라는 아랍풍의 파스타도 많이 먹는다. 국수류가 아닌, 좁쌀처럼 생긴 것인데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파스타로 분류된다.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온 후 파스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생크림에 면을 담아 주던 수준이었던 한국형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에 존재하지 않았다. 버터와 계란 노른자, 베이컨 약간, 후추와 소금을 뿌린 ‘뻑뻑한’ 카르보나라의 맛에 길들여지고 말았다.●우연히 닿은 18세기 도시 모디카 시칠리아는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관광지다. 로마, 베네치아, 밀라노 같은 이탈리아 본토의 주요 도시는 배낭 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단골 코스가 됐지만 시칠리아까지 가는 여행객은 드물다. 로마에서 기차를 타면 메시나에 닿는다. 그리고 메시나에서 1시간 정도를 가면 카타니아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 제2의 도시.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다. 카타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에트나 화산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카타니아에 갔다면 꼭 어시장에 들러 보기를 권한다. 이른 아침 찾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오후에 가도 시장의 정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참치와 조개, 새우 등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시장은 활력으로 넘친다. 생선값을 흥정하는 이탈리아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카타니아에서 며칠 머문 후 모디카로 향했다. 모디카는 시칠리아 남동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팔레르모와 타오르미나, 시라쿠사 등 시칠리아의 큰 도시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꼭 한번쯤 찾아볼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이탈리아 여행은 약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철도의 잦은 파업, 주먹구구식인 철도와 시외버스 시스템은 끊임없이 여행 계획을 수정하게 만든다. 모디카로 가는 여정 역시 그랬다. 원래 계획은 카타니아의 에트나 화산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가 엉망이었다. 정류장 앞의 바에 들어가 왜 버스가 오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주인은 “30분 전에 떠났다”며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마 이런 뜻이었겠지. “이탈리아에선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는 수밖에. 멍하니 앉아 있는 동양의 여행자가 안쓰러웠는지 바 주인이 다가왔다. “모디카라는 곳에 가보는 게 어때?” 고개를 들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음… 모디카는 시칠리아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까? 관광객으로 붐비는 팔레르모나 타오르미나, 아그리젠토보다는 훨씬 멋진 곳이지. 아마 18세기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디카행 버스가 들어왔다. 그는 얼른 타라는 눈짓을 보내왔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때론 일정에도 없던 여정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그리고 2시간 후 바 주인의 말처럼 18세기의 중세도시를 걷고 있었다. 모디카는 BC 400년 무렵 시쿨리족이 건설했다고 한다. 12~17세기에는 매우 부유한 곳이었지만 1613년과 1693년 발생한 지진, 1833년의 홍수로 인해 파괴됐다. 하지만 모디카는 곧 도시를 재건했다. 모디카는 칼타기론, 밀리텔로발디카타니아, 노토, 파라졸로, 라구사, 시클리 등 히블라이아산 기슭에 위치한 이웃 8개 도시들과 함께 ‘발디노토 지역의 바로크 후기 마을’로 불린다. 지진과 홍수로 파괴된 이 도시들은 재건 사업을 하면서 파괴된 도시가 있던 자리나 그 근처에 세워졌는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7세기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간 바로크 양식이 절정을 이루었던 당시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들 도시의 바로크 후기 모습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모디카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건물은 ‘산피에트로성당’과 ‘산조르조성당’이다. 산피에트로성당은 광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아직도 웅장한 18세기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조르조성당은 모디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디카의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정교하게 맞춰놓은 듯한 도시의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와는 또 다른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에는 예전에 ‘사생활’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이 쓰는 ‘프리바토’(Privato)라는 말은 영어 ‘프라이버시’(Privacy)에서 따온 말이다. 모디카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프라이빗’이 없는 시칠리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 삶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다 알고 지낸다는 것이다.●이탈리아 최고의 염전도시 트라파니 시칠리아를 여행한다면 시간을 내 트라파니에 가볼 것을 권한다. 섬 서북쪽에 위치한 트라파니는 시칠리아의 여느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 준다. 이 도시들이 바로크풍의 건물들과 그리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지로 가득한 반면 트라파니는 이 도시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염전과 염전 위에 서 있는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풍차다. 트라파니로 떠나기 전 시칠리아 모디카에서 만난 미슐랭 요리사 주세페는 자신은 요리를 할 때 반드시 트라파니산 천일염을 사용한다고 했다. “소금이 음식 맛의 절반이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질 좋은 소금은 오직 트라파니에서만 구할 수 있어.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야.”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려면 뭐가 가장 필요하죠?”라고 묻자 주세페가 말했다. “큰 냄비를 갖추는 것.” 이런, 신선한 재료도 아니고 좋은 밀가루도 아니고 고작 큰 냄비라니. 주세페는 이렇게 답하며 눈을 찡긋했다. “스파게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수 중 가장 딱딱해. 이를 제대로 삶기 위해선 기다란 스파게티가 통째로 담기는 냄비가 필요하지.” ■여행수첩 인천에서 로마행 항공은 다양하다. 로마에선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간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까지 연결되는 항공편은 국영항공사인 알이탈리아 홈페이지(www.alital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마에서 열차로도 갈 수 있다. 이탈리아 국영철도 홈페이지(www.trenitalia.com)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12시간 정도 걸리므로 침대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섬 북부 왼쪽의 팔레르모에서 섬 왼쪽으로 돌면서 트라파니와 아그리젠토를 보고 로마나 나폴리로 귀환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 방법은 섬 오른쪽으로 돌면서 카타니아, 시라쿠사, 라구사, 타오르미나를 여행하는 것. 되도록이면 한 방향으로 도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다. 겨울에도 낮에는 그다지 춥지 않다. 하지만 밤과 아침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심한 일교차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 “설익은 쌀 씹는 듯”…전투식량S형 문제는 건조방식 때문

    “설익은 쌀 씹는 듯”…전투식량S형 문제는 건조방식 때문

    설익은 쌀을 씹는 것 같다는 불만이 제기된 군 전투식량을 조사한 결과 건조 방식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기술품질원은 6일 발간한 ‘국방품질연구논집’에서 “2018년 말 신규 조달된 전투식량S형 제품에 대해 작년 초부터 취식할 때 먹기 불편하다는 장병 불만이 제기됐다”면서 “제품에 뜨거운 물을 붓고 15분 정도 기다린 후 비벼서 먹는 과정에서 밥의 식감이 설익은 쌀을 씹는 것과 같이 딱딱해 먹기 불편하다는 불만이었다”고 밝혔다. 전투식량S형은 상용 아웃도어용 제품을 모델로 한 즉석조리 제품으로 소고기 고추장 비빔밥, 김치 비빔밥, 카레 비빔밥, 해물 비빔밥, 닭고기 비빔밥 등 5가지 종류다. 전투식량S형에는 건조된 밥과 건조야채류로 이뤄진 비빔재료와 비빔소스, 참기름, 숟가락 등이 들어 있다. 포장을 열고 비빔소스와 참기름, 숟가락을 꺼내고 건조된 밥과 건조야채류에 뜨거운 물을 붓고 15분 후 비빔소스와 참기름을 섞어 비벼 먹는 방식이다. 2018년 11월 계약 후 12월 말부터 군에 납품됐다. 그러나 조리 후에도 밥의 식감이 설익은 쌀을 씹는 것처럼 딱딱하다는 장병들의 민원이 여러 차례 제기됐고 국방기술품질원이 품질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국방기술품질원은 밥을 건조할 때 적용한 열풍건조 방식이 식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열풍건조 방식으로 제조한 밥은 씹었을 때 깨지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진공건조한 밥은 열풍건조에 비해 탄력성이 있으며 깨지는 현상이 적고 차졌다는 것이다. 진공건조는 진공압력에 의해 수분이 제거되기 때문에 쌀의 형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부서지는 현상이 적기 때문이라고 국방기술품질원은 설명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건조밥 생산 때 진공건조 방식을 적용하도록 계약업체에 권고해 제품이 생산·납품되도록 했다”면서 “방위사업청에도 밥 건조방식을 진공건조로 적용하도록 구매요구서에 추가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품의 식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 ‘진공건조 방법’이 구매요구서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국방기술품질원은 지적했다. 전투식량S형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카레비빔밥에서 고무줄과 플라스틱이 나왔고, 해물비빔밥에서는 고무밴드가 나왔다. 7월에는 닭고기비빔밥에서 귀뚜라미가 나왔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학생·주민 함께 웃은 입시 밖 서대문 교육

    학생·주민 함께 웃은 입시 밖 서대문 교육

    민·관·학 협력 마을교육공동체 사업 행안부 선정 사회혁신부문 대상 영예올해 우수사례 선정된 ‘달팽이학교’ 입시경쟁 밖 목공·도예 등 체험 기회“오늘이 서대문구가 가진 교육에 대한 가치를 공감하고 민·관·학 주체들이 단단하게 결합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계속 청소년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혁신교육지원을 강화해나가겠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초중고생 40여명을 비롯해 강당을 가득 메운 120명 남짓한 참가자들 앞에 선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이같이 말하자 청중들 사이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2019 서대문혁신교육지구 성과 공유회-모든 날, 모든 순간, 우리 함께해’ 행사가 열렸다. 한 해 동안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참여한 주체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사업의 결과물을 나누고 소통을 하는 자리다. 특히 올해는 기존의 딱딱한 발표 형식에서 벗어나 운동회를 방불케 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치어리딩, 방송댄스 등 축하공연에 이어 컬링, 계주 등 체육대회와 성과 공유 방석퀴즈 등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40여명씩 소통, 혁신, 공감, 화합 등 4개 팀으로 나뉘었다. 팀별로 조끼를 맞춰 입고 사전 응원 연습에 이어 몸풀기 댄스가 이어졌다. 문 구청장도 파란색 조끼를 입고 ‘소통’팀의 팀원이 돼 발을 맞췄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쭈뼛거리던 사람들은 2명씩 짝을 지어 무대에 오른 강사의 율동을 따라하면서 점차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도 터져나왔다. 행사가 열린 대강당 앞 공간에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모두아이 체험한마당’, ‘아이엠샘’, ‘토요동학교’, ‘누구나 프로젝트’, ‘내고장탐방’ 등 올해 혁신교육지구사업의 결과물들을 선보이는 전시마당이 마련됐다. 서대문혁신교육지구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학교와 마을에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민·관·학이 협력해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교육사업이다. 올해는 모두 4개 분야에 걸쳐 16개 사업이 진행됐다. 이 중 올해는 ‘달팽이학교’가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달팽이학교는 지역 예술단체와 손잡고 입시경쟁에 지친 아이들에게 목공, 도예, 그림, 요리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동아리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긍정적인 효과가 알려지면서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 수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6년 2개 학교에서 시작해 2017년 3개, 지난해 5개, 올해는 모두 6개 학교가 참여했다. 행정안전부가 선정하는 ‘2019 행정서비스 공동생산 우수사례’ 사회혁신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말빛 발견] 낡은 말/이경우 전문기자

    낡으면 거리를 두게 된다. 이런 말들은 일상으로 잘 넘어오지 못한다. 그래도 한쪽에서는 대접을 받는다. 소중한 전통처럼 존중되기도 한다. ‘지난해 동기보다 두 배나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100% 줄었다’의 ‘동기’는 ‘같은 기간’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나 올랐다’고 하면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공문서나 이에 준하는 문서들에선 ‘동기’를 더 좋아한다. 그래야 그럴듯한 형식에 어울리거나 권위를 갖는다고 여기는 정서가 전한다. 같은 시각에서 공문서들은 ‘같은 달’보다 ‘동월’을 우선순위에 놓는다. ‘오늘’보다는 ‘금일’을 먼저 떠올리고, ‘올해’보다는 ‘금년’을 품격 있는 말로 앞세운다. 더 들어가면 ‘내일’ 대신 ‘명일’, ‘이튿날’ 대신 ‘익일’ 같은 말들도 보인다. 보고서들은 ‘본 보고서는’, ‘본 연구에서는’이라며 얼굴을 내놓는다. ‘이 보고서는’, ‘이(번) 연구에서는’이라고 하면 권위와 품격이 떨어지는 줄 안다. ‘이 보고서’라며 내놓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들이 신선해 보인다. 관습을 바꾸는 건 어렵다. 혁명적인 변화라 할 만하다. 칙칙하거나 딱딱하거나 낡았거나…. 늘 이러한 것들과 이별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wlee@seoul.co.kr
  • KBO도 로봇심판 도입 긍정 검토… 대다수 팬 “공정성 환영”

    KBO도 로봇심판 도입 긍정 검토… 대다수 팬 “공정성 환영”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볼 판정 논란에 관계자 “2군부터 고려… 실행 시기 살펴” 네티즌 “오심에 승패 갈리면 안 돼” 찬성 “야구 묘미 하락·기술적 불확실” 우려도 심판들 유보적… 선수 출신들은 부정적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심판노조가 향후 5년 내 로봇심판 도입에 합의한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 역시 로봇심판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2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메이저리그에서 시행한다고 하니 KBO에서도 우선 2군을 대상으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내부적으로 나왔다”며 “당장 내년부터 로봇심판을 도입한다고 공언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적절한 도입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토 결과 로봇심판 도입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이사회 등 의결 기구에서 확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KBO 심판들은 아직 뚜렷한 입장이 없다. KBO의 한 심판은 “로봇심판이 좋다고 하면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정확한 판정을 내린다고 판단되면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라면서도 “독립리그에서 도입된 걸 봤을 때 상하 스트라이크존 판정의 부정확성 등 문제가 드러난 부분도 있어서 무작정 도입하면 야구가 더 이상하게 흐를 수도 있다. 로봇심판의 장단점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MLB 심판들이 MLB 사무국과 별도의 조직으로 로봇심판 도입을 협상한 것과 달리, KBO 심판들은 KBO 소속이어서 KBO 이사회의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KBO는 대체로 MLB의 룰을 따르는 만큼 MLB가 로봇심판 도입을 최종 결정하면 KBO도 로봇심판을 도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국내 야구 팬 대다수는 로봇심판 도입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심판들의 어처구니없는 오심 하나로 경기의 승패가 좌우되는 상황을 많이 목도해 왔기 때문이다. A 네티즌은 “오심으로 퍼펙트게임을 날린 걸 보면 왜 로봇으로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고 했다. B 네티즌은 “주심의 오심이 경기당 20개 이상은 나온다고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오심으로 승패가 뒤집힐 수 있다. 야구는 철저하게 멘털 스포츠인 만큼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C 네티즌은 “스트라이크존에는 걸치지만 포구하는 시점에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공들이 더이상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가 된다면 투수와 타자 싸움이 엄청 재미있을 듯”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반면 일부 반대 목소리도 들린다. D 네티즌은 “너무 완벽해지면 그건 그것대로 매력이 없어진다”고 했고, E 네티즌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야디에르 몰리나처럼 귀신 들린 프레이밍으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올리는 포수도 있는데, 공정성 입장에선 몰라도 야구 보는 재미는 떨어질 것 같다”고 했다. 선수 출신들은 대체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투수 출신인 조계현 KIA 타이거즈 단장은 “아직 로봇심판이 어떻게 판정을 내리는지는 모르고 있는 상태고,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어 “심판이 양쪽 팀을 다 보기 때문에 특정 팀만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할 건 아니다”라며 “실수 역시 게임의 과정으로서 야구의 매력인데 로봇심판은 이른 것 같다”고 했다. 야수 출신인 이순철 SBS 해설위원도 “운동은 사람이 움직이면서 하는 건데 로봇심판이 딱딱하게 판정하면 야구의 묘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KBO도 로봇심판 긍정검토… 시기는 미정

    KBO도 로봇심판 긍정검토… 시기는 미정

    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심판노조가 향후 5년 내 로봇심판 도입에 합의한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 역시 로봇심판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2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메이저리그에서 시행한다고 하니 KBO에서도 우선 2군을 대상으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내부적으로 나왔다”며 “당장 내년부터 로봇심판을 도입한다고 공언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적절한 도입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토 결과 로봇심판 도입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이사회 등 의결 기구에서 확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KBO 심판들은 아직 뚜렷한 입장이 없다. KBO의 한 심판은 “로봇심판이 좋다고 하면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정확한 판정을 내린다고 판단되면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라면서도 “독립리그에서 도입된 걸 봤을 때 상하 스트라이크존 판정의 부정확성 등 문제가 드러난 부분도 있어서 무작정 도입하면 야구가 더 이상하게 흐를 수도 있다. 로봇심판의 장단점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MLB 심판들이 MLB 사무국과 별도의 조직으로 로봇심판 도입을 협상한 것과 달리, KBO 심판들은 KBO 소속이어서 KBO 이사회의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KBO는 대체로 MLB의 룰을 따르는 만큼 MLB가 로봇심판 도입을 최종 결정하면 KBO도 로봇심판을 도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야구 팬 대다수는 로봇심판 도입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심판들의 어처구니없는 오심 하나로 경기의 승패가 좌우되는 상황을 많이 목도해 왔기 때문이다. A 네티즌은 “오심으로 퍼펙트게임을 날린 걸 보면 왜 로봇으로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고 했다. B 네티즌은 “주심의 오심이 경기당 20개 이상은 나온다고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오심으로 승패가 뒤집힐 수 있다. 야구는 철저하게 멘털 스포츠인 만큼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C 네티즌은 “스트라이크존에는 걸치지만 포구하는 시점에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공들이 더이상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가 된다면 투수와 타자 싸움이 엄청 재미있을 듯”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반면 일부 반대 목소리도 들린다. D 네티즌은 “너무 완벽해지면 그건 그것대로 매력이 없어진다”고 했고, E 네티즌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야디에르 몰리나처럼 귀신 들린 프레이밍으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올리는 포수도 있는데, 공정성 입장에선 몰라도 야구 보는 재미는 떨어질 것 같다”고 했다. 선수 출신들은 대체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투수 출신인 조계현 KIA 타이거즈 단장은 “아직 로봇심판이 어떻게 판정을 내리는지는 모르고 있는 상태고,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어 “심판이 양쪽 팀을 다 보기 때문에 특정 팀만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할 건 아니다”라며 “실수 역시 게임의 과정으로서 야구의 매력인데 로봇심판은 이른 것 같다”고 했다. 야수 출신인 이순철 SBS 해설위원도 “운동은 사람이 움직이면서 하는 건데 로봇심판이 딱딱하게 판정하면 야구의 묘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수다 떨러 도서관에 간다… 고정관념 깬 양재도서관

    수다 떨러 도서관에 간다… 고정관념 깬 양재도서관

    키즈·북카페 뺨치는 ‘화려한 인테리어’ 떠들어도 되고 편안한 의자서 쉴 수도 테라스서 양재천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나만의 서재’ 가면 오롯이 나만의 시간 ‘엄마의 독서룸’엔 엄마들 위한 책 진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양재천로에 지난달 23일 새로 들어선 양재도서관은 기존 도서관의 고정관념을 깨부쉈다. 도서관 안에서 조용히 있을 필요 없이 떠들어도 되고, 책을 읽지 않고 그냥 편안한 의자에 기대 쉬어도 된다. 다른 사람과 부대끼지 않고 나만의 공간에서 낮잠을 잘 수도 있다. 양재천을 바라보는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양재도서관은 기획 단계부터 책 중심의 도서관이 아닌, 사람 중심의 도서관으로 시작했다.지난 4일 찾은 양재도서관은 남향의 햇살을 받아 구석구석 따뜻하고 환하게 빛났다. 1층에 들어서면 호텔 로비처럼 꾸며진 안내데스크가 이용객을 맞는다. 별도로 문이나 파티션으로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곧바로 아동자료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운반하는 북트럭은 강아지 모양의 인형으로 만들어져 어린이들이 올라타며 놀기도 한다. 책상과 의자로만 채워진 공간이 아니라 곳곳에 평상이 비치돼 있어 편한 자세로 책을 볼 수 있다. 원목의 알록달록한 가구로 꾸며져 얼핏 보면 만화방이나 키즈카페 같아 보였다. 건너편에는 유아실이 마련됐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되자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삼삼오오 몰려 들어왔다. 유아실 안에는 수유실도 별도로 마련됐다. 김유홍 구 자치행정과 도서관팀장은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면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안 들게 따뜻하고 아늑하게 꾸몄다”며 “특히 유아실은 놀이방처럼 보이도록 인테리어를 신경 썼다”고 말했다.2층에는 종합자료실이 자리했다. 목표 장서는 7만권이고, 3만 4000권으로 개장했다. 보통 도서관을 열 때 목표 장서의 30~50% 정도 채운다. ‘양재가로수책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료실은 바로 옆 양재천에서 영감을 얻었다. 볼 전구와 강마루, 콘크리트가 노출된 천장 등 특색 있는 인테리어가 인기 있는 카페나 대형 서점에 온 기분이 들게 한다. 전화하거나 받을 수 있는 전화부스도 설치해 이용객의 편의를 돕는다. 건축자재와 가구를 친환경으로 만들어 새 건물이지만 새집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서가 곳곳에 디지털 정보 디스플레이(DID)가 설치돼 있어 도서 검색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양재도서관 전체에 25대가 설치돼 있다.가장 인기 많은 공간은 ‘나만의 서재´다. 강남에서 인기를 끄는 큐레이션 서점 ‘최인아 책방´의 ‘혼자만의 서재´에서 콘셉트와 이름을 빌렸다. 무료로 나만의 서재 방 세 곳 중 한 곳을 2시간씩 빌릴 수 있다. 나만의 서재 앞에서 만난 김희정(56·여)씨는 “오후 9시에 나만의 서재를 예약해 놨다. 자판 소리를 신경 쓰지 않고 노트북을 써도 되고, 가만히 양재천을 바라봐도 좋아서 도서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며 “남산도서관, 과천정보도서관 등 안 가본 도서관이 없는데 양재도서관은 좁거나 갑갑한 느낌 없이 넓고 쾌적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반대편에는 10대를 위한 청소년 자료실 ‘틴즈플레이스´가 있다. 보통의 공공도서관이 성인을 위한 종합자료실과 어린이자료실만으로 분류된 데 비해 학습만화, 진로탐색용 서적 등 청소년을 위한 맞춤 자료실을 별도로 준비했다. 빔프로젝터, 65인치 규모의 텔레비전이 준비돼 있어 다 함께 축구경기를 보며 응원할 수도 있다. 나만의 공간처럼 즐길 수 있는 1인용 텐트가 특히 인기다.3층에 들어서면 편백나무 향을 느낄 수 있다. 널찍한 나무 테라스는 교외 카페같이 꾸몄다. 책을 판매하는 서점과 에코백 등을 파는 팝업스토어도 들어섰다. 강당인 ‘양재홀´에서는 마침 서초구 도서관 자원봉사자를 위한 워크숍 등이 열리고 있었다.도서관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엄마의 독서룸´은 가구 대리점의 잘 꾸며 놓은 쇼케이스나 모델하우스의 서재 같은 모습이다. 가구업체 일룸의 북카페 ‘엄마의 서재’에서 영감을 받았다. 엄마를 위한 서재답게 엄마들을 위한 책들만 골라 진열했다. ‘엄마이기 전에 나를 찾기´, ‘가장 손이 가는´ 등 책들이 꽂혀 있다. 최고급 리클라이너 소파 등이 갖춰져 있어 꼭 책을 읽지 않고 쉬었다 가도 좋은 공간이다. 도서관 지하엔 보통 보존서고를 만들지만 양재도서관은 책 보관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생활체육교실을 열어 댄스, 요가, 발레핏 등 수업을 한다. 서초구는 모든 도서관을 통합하는 보존서고를 별도로 만들 계획이어서 지하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밀 수 있었다. 공공도서관은 보통 월요일에 휴관하지만 양재도서관은 이용객 편의를 위해 금요일에 휴관한다. 김하야나 양재도서관장은 “이용객들이 ‘북카페 같다, 떠들 수 있어서 좋다, 다른 도서관처럼 딱딱하지 않아 좋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책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소통 공간,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유튜브로 ‘대선출마’선언...‘정당 유튜브’ 전성시대

    유튜브로 ‘대선출마’선언...‘정당 유튜브’ 전성시대

    - 유튜브로 대권선언 - 정의당은 ‘정치예능’ 기획 중 각계각층에 퍼진 ‘유튜브’ 인기에 발맞춰 정치권도 유튜브 채널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당대표’가 출연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권도전 선언’도 유튜브를 통해 하면서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데 당력을 모으고 있다. 유튜브가 남녀노소 모두 흔히 찾는 매체가 된 상황에서 늦었지만 총선을 앞두고 온라인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씀’이라는 이름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민주연구원 유튜브 채널인 ‘의사소통 TV’를 개설해 폭탄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6일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의원은 의사소통 TV에 출연해 “통일선진강국을 만드는 그런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목숨을 버리더라도, 행복을 포기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라면서 ‘대권도전 선언’을 했다.  김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은 시기적으로도 이른데다 유튜브를 통해 터져 나온 것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밖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김부겸 의원 등 당내 대선주자들이 출연해 포부를 밝히는 등 정치권 관심이 의사소통 TV에 쏠리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오른소리’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1일에는 ‘오늘 황교안입니다’라는 코너를 새로 시작해 색소폰을 연주하는 황 대표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딱딱한 모습을 벗어나 친근한 이미지를 보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유튜브에 소홀했던 소수 정당들도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유튜브를 운영 중이다. 특히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가 최근 ‘심금라이브’를 시작해 정치권 상황과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동시에 다양한 ‘정치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정의당은 김조광수 차별금지법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박창진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힘을 모아 여행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여행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용으로 최근 촬영까지 마쳤다는 게 정의당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정의당은 ‘정치 예능(가제)’을 1월 초 시작할 계획이다. 김종민 부대표 총괄기획으로 정의당에 새로 영입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총출동할 예정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는 콘셉트로 평소 생활모습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라면서 “정치인들이 아주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 평범한 일상을 산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정의당은 당이 전하고 싶은 핵심 공약 등도 유튜브에 녹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주평화당도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홍보활동’에 돌입했다. 평화당은 추후 택배기사, 골목식당 등을 주제로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영상을 10편가량 게시할 계획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바다의 로또’ 용연향 해변서 주운 태국 남성…8억원 횡재

    ‘바다의 로또’ 용연향 해변서 주운 태국 남성…8억원 횡재

    태국의 한 남성이 ‘바다의 로또’ 용연향을 줍는 횡재를 만났다. 데일리메일은 11일(현지시간) 오전 태국 남부 송클라주의 한 남성이 17㎏에 달하는 용연향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행운의 주인공인 수라쳇 짠쯔는 바다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해변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데 저 멀리서 바위 쪽으로 떠밀려오는 덩어리 하나가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덩어리가 용연향이라는 걸 직감한 그는 집에서 친구들과 라이터로 덩어리 일부를 녹여보았다. 짠쯔는 “덩어리가 녹으면서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라고 전했다.수컷 향유고래의 배설물인 용연향은 고급 향수의 재료로 사용된다. 배출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검은색을 띠는데, 질감은 부드럽지만 악취를 풍긴다. 그러나 오랜 시간 바다를 떠돌며 햇빛과 소금기에 노출되면 검은색은 점차 연해지고 질감은 딱딱해지며 좋은 향이 난다. 바다 위를 오래 떠다닌 용연향일수록 향이 좋으니 그 가치도 높을 수밖에 없다. 최고급 용연향은 500g당 2300만 원의 고가에 팔려나간다. ‘바다의 로또’, ‘바다의 황금’, ‘해신(海神)의 선물’이라고 불릴만한 수준이다.올해 초 태국의 한 어부가 코사무이 해안에서 건진 6.35㎏ 용연향은 지난 10월 최고 5억 5240만 원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용연향의 필수 성분으로 알려진 암브레인 비율도 8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어부의 하루 일당은 평균 400밧(약 1만 5600원)이었다. 짠쯔가 주운 용연향의 공식적인 감정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 가치는 8억 5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16년 오만의 한 어부가 발견한 80㎏짜리 용연향은 35억 원 대에 팔려나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소통하며 연결된 다수,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소통하며 연결된 다수,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얼음은 딱딱하다. 하지만 얼음을 이루는 물 분자는 딱딱하지 않다. 물 분자 사이의 연결 구조가 얼음의 딱딱함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존재로는 의미를 읽을 수 없어도 많은 구성 요소들이 연결돼 영향을 주고받을 때 전체는 완전히 새로운 특성을 만들어 낸다.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을 ‘복잡계’라 부른다. 우리 인간 사회야말로 대표적인 복잡계다. 복잡계는 시스템의 내부 구성 요소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구성 요소 사이의 강한 연결로 인해 하나의 구성 요소에서 발생한 작은 사건이 엄청난 규모의 격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사람의 패셔니스타가 유행을 만든다거나, 작은 돌멩이 하나의 움직임이 지진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니 무엇이, 어떻게, 어떤 강도로 연결됐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상 전체를 보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복잡계 과학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신간 ‘관계의 과학’은 이 같은 방식을 충실하게 구현한 과학 에세이다. ‘과학으로 풀어낸 세상살이의 이치’랄까. 복잡계 물리학자인 저자가 통계물리학을 활용해 해석한 인간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다.저자는 질문을 던지고, 과학적으로 해석한 뒤 이를 현실 세계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논지를 이어 간다. 이런 식이다. 우공이산이란 말이 있다.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큰 성과를 거둔다는 고사성어다. 우공이 오랜 시간 조금씩 흙을 나르다 보면 실제 산을 옮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데 바위도 그럴 수 있을까. 거대한 바위는 혼자 힘으로는 단 1㎝도 옮기기 어렵다. 여럿이 연결되면 다르다. 바위는 연결의 힘으로 옮길 수 있다. 연결은 전체를 부분의 단순한 합보다 훨씬 크게 만들기 때문이다. 단, 조건이 있다. 문턱값을 넘어야 한다. 문턱값은 상(phase)이 전이되는 순간을 뜻하는 과학 용어다. 안방과 마루를 가르는 문턱,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순간이 바로 문턱값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저항운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사람 숫자가 인구의 3.5%를 넘어선 ‘모든’ 저항운동은 성공했다고 한다. 이는 연구로 밝혀진 사실이다. 이를 인구 5000만명 정도인 우리에 대입하면 약 200만명이 지속적으로 저항운동에 참여할 경우 성공한다는 뜻이다. 이때 필요한 약 200만명이 바로 ‘거대한 바위를 옮기기 위한 문턱값’이다.이처럼 소통하며 연결된 다수는 세상을 바꾼다. 우리의 경우 퍽 많이 바꿨다. 저자는 이를 통해 민주주의의 동력은 ‘관계의 연결’이란 것을 확신한다. 책을 읽다 보면 실망스런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된다. 예컨대 누적확률분포로 보면 부의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만년 이상 이어져 온 부의 편중 현상을 막을 과학적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완벽한 정의’를 꿈꿨던 이상주의자나 ‘계층의 사다리’ 아래 있는 장삼이사들에겐 실망스런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정도를 줄일 방법은 있다. 소득세와 재산세를 적절히 부과하고 기본소득을 주는 거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상식과 과학적 사실은 엄연히 다르다. 저자는 하나의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바꾸는 마법을 부린다. 책은 이 외에도 과학의 중요한 개념들을 현실에 대입해 소개하고 있다. 논란이 됐던 광화문 집회 참가 인원을 ‘암흑물질’이란 개념을 도입해 설명하고, 우정을 수치로 측정하는 방법, 연예인 차은우와 저자의 합성사진을 이용한 ‘중력파’ 검출 방법 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영국식 파이, 차별 없는 매력의 한 끼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영국식 파이, 차별 없는 매력의 한 끼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내게 알려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이야기해주겠다.’ 음식으로 신분이나 취향, 정치적 성향을 유추할 수 있다고 한 19세기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의 말은 음식 이야기에 끊임없이 소환된다. 사회과학자 클로드 피슬러는 ‘먹는 행위는 우리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넘나들기에 음식은 자아정체감의 중심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두 프랑스인이 100여년의 시차를 두고 이야기한 음식을 통한 정체성은 개인의 개성이 될 수도, 민족이나 국가를 구별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채식주의자는 동물을 사랑하고 환경을 생각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주도적으로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주어진 것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인은 한때 프랑스인을 두고 ‘개구리를 먹는 사람’으로 부르고, 독일인을 ‘크라우트’(발효된 양배추 피클)라 불렀다. 식문화가 다른 민족이나 국민을 음식으로 지칭하는 건 저급한 발언이겠지만 어찌 됐건 그렇게 함으로써 ‘구별 짓기’를 하고자 하는 욕구를 상징하는 예로 거론된다. 거창하게 이야기를 시작한 건 영국의 음식, 그중에서도 파이를 다루기 위해서다. 초라하기로 유명한 영국의 식단에서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식문화 중 하나가 바로 파이다. 파이 하면 애플파이 같은 달달한 디저트를 먼저 연상하겠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건 단 파이가 아니라 고기가 들어간 짠 파이다. 파이는 영국의 푸드코트나 영국식 식당에 가면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웃인 프랑스나 스페인, 독일에서는 거의 없거나 잘 보이지 않기에 영국인을 파이 먹는 사람들로 규정해도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다. 적어도 영국인에게 있어 파이란 간단히 때울 수 있는 한 끼 식사나 주식으로 먹는 여러 음식 중 하나를 의미한다. 파이는 영국 전통음식으로 분류하지만, 기원을 따져 보면 과거 영국을 침략한 로마인에 의해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파이의 조리법이나 활용성을 생각해 보면 탄생 배경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바삭하거나 혹은 딱딱한 영국식 파이는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짙은 갈색의 소스를 머금고 있다. 밀가루 반죽으로 감싸 익혔으니 수분이 증발하거나 태우지 않을 수 있다. 고기를 야채와 푹 고아 만든 스튜를 먹기 위해선 그릇이 있어야 하지만, 파이는 그 자체가 그릇이 될 수 있다. 그렇게 간편하게 들고 다니고 통째로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이 탄생한다. 작게 만든다면 1인분, 크게 만든다면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어 14세기 영국 왕실에서 연회를 준비하기 위해 대형 파이를 준비했다는 기록도 있다.파이의 또 다른 장점은 보존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중세 파이는 노점에서도 만들어 팔았는데 이는 대부분 정육업자와 제빵사, 그리고 요리사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정육업자는 고기를 어떻게든 가공해야 했는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염장을 하거나 요리해 익히는 것이다. 고기를 요리해 파이 속으로 사용한 후 구워내면 일종의 열처리한 통조림처럼 보존과 보관이 간편했다. 물론 완전히 밀봉 처리되지는 않아 오늘날 통조림처럼 보존 기한이 극도로 늘어날 수는 없었지만 고기가 상해 낭비되는 일은 적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계급 구별 짓기에 능한 영국 사회에서도 파이는 온갖 재료와 장식으로 꾸며져 상류층 연회에 호화롭게, 때로는 서민들이 간단하게 한 끼 때울 수 있도록 소박하게, 두루 소비됐다. 20세기 들어서는 중산층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요리책이 쏟아졌는데 가정에서도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파이 레시피는 필수였다. 파이가 페이스트리에 내용물을 감싸 만든다는 일종의 조리 형식에 대한 명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파이 이름을 보면 재료를 가늠할 수 있다. 덩어리 진 소고기가 들어가면 주로 ‘스테이크+곁들인 재료’의 공식으로 이름 붙는다. 소고기를 에일 맥주에 졸이면 ‘스테이크 앤드 에일 파이’, 신장과 함께 조리되면 ‘스테이크 앤드 키드니 파이’, 간 소고기가 들어가면 ‘민스비프 파이’, 돼지고기가 들어가면 ‘포크 파이’. 이런 식으로 속 재료에 따라 무궁무진한 응용이 가능하다.파이와 유사한 음식은 전 세계에 있다. 스페인의 엠파나다, 이탈리아의 칼조네, 인도의 사모사 등은 사실 속 재료만 다를 뿐 사실상 파이의 일종이다. 그렇지만 영국이 자랑하는 소고기가 듬뿍 들어 있는 영국식 파이는 영국에만 있기에 맛볼 가치는 충분하다. 맛이 뛰어나다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 “수염 어때요?” 20대에 물어본 황교안, 스타일 변신의 이유

    “수염 어때요?” 20대에 물어본 황교안, 스타일 변신의 이유

    옷 색상도 다채롭게, 구두 벗고 스니커즈투쟁하는 강한 야당 지도자 이미지 부각 관측특강서 주 52시간제에 “더 일해야 하는 나라” 외적 변화와 달리 청년메시지 논란은 여전삭발 투쟁 이후 짧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간의 단식농성을 마친 뒤에도 수염을 깎지 않는 등 투쟁하는 야당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대 강연에서는 학생들에게 수염을 기를지 말지를 물어보는 등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는지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8일 정계에 따르면 황 대표는 지난 6일 서울대 특강에서 “60대 중반인데 머리도 깎고 수염도 기르니까 젊어 보이는 것 같은데”라면서 “단식하면서 수염을 안 깎았는데, 깎는 게 좋나, 안 깎는 게 좋나”라며 학생들의 반응을 살폈다. 황 대표는 지난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감행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부터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를 위해 단식 농성을 진행하면서 수염까지 자랐다. 기존의 황 대표는 항상 깔끔하게 넘겨 올린 머리에 정장 차림의 모습을 고수했었다.삭발식 당시에는 황 대표와 배우 게리 올드먼을 합성한 패러디 이미지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삭발과 단식을 계기로 달라진 외모가 지지층을 중심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공안검사, 국무총리 등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황 대표가 이와 비슷한 스타일을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실제 옷차림도 한층 젊어졌다. 서울대 특강 당시 황 대표는 무채색을 피해 색감이 있는 짙은 오렌지색 니트 조끼, 블레이저 등을 착용했다. 구두도 벗고 스니커즈 단화를 신었다. 황 대표의 패션에 대해서는 부인 최지영 여사가 조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놓고 여당과 정면 승부를 해야하는 황 대표가 투쟁하는 강한 전사 이미지로 젊은층에게 호소하려는 전략이라는 견해도 나온다.김찬형 당 홍보본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 대표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기존의 고루한 이미지를 벗고 황 대표 본인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국민들께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황 대표의 화법은 외적인 변화와 비교해 여전히 청년들의 공감을 사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황 대표는 이번 서울대 특강에서 ‘주 52시간제’ 도입과 관련해 “한국은 더 일해야 하는 나라”라고 표현하거나 ‘청년수당’에 대해 “생활비에 써버리거나, 밥 사 먹는 데 쓰거나 하면 있으나 마나 한 복지”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황 대표는 당시 “근로시간은 노사 간 협의를 거쳐서 해야 하는데, 지금 이 정부 들어 52시간으로 줄어든 건 좀 과도한 것 같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주52시간제의 처벌 문제는 반드시 고쳐야 하는 내용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숙명여대 특강에서 ‘아들 스펙’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황 대표는 “큰 기업에서는 스펙보다는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면서 “내가 아는 청년은 학점도 엉터리,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 되고 다른 스펙이 없다. 졸업해서 회사 원서를 15군데 냈는데 열 군데에서는 서류심사에서 떨어졌고, 서류를 통과한 나머지 다섯 군데는 아주 큰 기업들인데도 다 최종합격이 됐다”며 그 청년이 자신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이후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서울 소재 명문대를 졸업한 아들의 대기업 취업 스토리를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 앞에서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후 황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아들의 학점은 3.25점(4.3 만점), 토익점수는 925점으로 수정한 뒤 스펙을 높인 게 아니라 낮춰 발언한 것이라 문제되지 않는다고 언급해 다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응팔’ 덕선이 먹은 짜장면값은? 인기드라마는?...통계로 시간여행 서비스

    ‘응팔’ 덕선이 먹은 짜장면값은? 인기드라마는?...통계로 시간여행 서비스

    통계청, 추억 되살리는 ‘통계로 시간여행’ 서비스 개설전국이 올림픽의 열기로 뜨거웠던 1988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덕선(이혜리 분)과 택이(박보검 분)가 자란 환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988년 근로자가구의 월 평균 가계 소득은 64만 6672원에 그쳤지만 경제 성장률은 11.9%에 달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4.7%(지난해 14.3%)에 불과하고 국민의 평균 연령이 28.7세(지난해 41.7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었다. 출생아 수는 63만 3092명으로 지난해 32만 6900명의 두배나 됐다. 당시 짜장면은 한 그릇에 평균 1170원, 커피 한 잔은 987원이었다. 대종상 여우주연상은 강수연씨가 수상했다. 방송 드라마로는 ‘순심이’, ‘인현왕후’, ‘세 여인’ 등이 인기를 끌었고, TV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가족오락관’, ‘쇼비디오자키’ 등이 주목을 받았다. 젊은이들은 가수 김창기의 ‘거리에서’와 변진섭의 ‘새들처럼’, 이상은의 ‘담다디’를 많이 따라 불렀다. 6년이 지나 ‘응답하라 1994’의 무대가된 1994년 허영호 등 4명의 한국남극점 탐험대가 한국인 최초로 남극점에 태극기를 꽂았다. 이해 경제성장률은 9.2%로 다소 떨어졌지만 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은 170만 1304원으로 올랐고, 짜장면 한 그릇도 2700원이 됐다. 통계청은 추억의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문화·사회 정보와 국가 통계를 결합한 시각화콘텐츠 ‘통계로 시간여행’ 서비스를 3일부터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에서 개시했다. 이용자가 자주 찾는 통계 지표에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는 문화적 요소를 결합해 과거로 돌아간 듯한 시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통계로 시간여행’ 서비스에 활용된 통계는 물가상승률, 소득, 고용률, 출생아 수, 인구성장률, 강수량, 폭염일수 등 4개 부문 58개다. 물가 변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대표적 외식 메뉴인 짜장면, 짬뽕, 냉면의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당시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와 영화, 그 해 태어난 유명인 이름도 나온다. 통계청은 국가의 소중한 자산인 통계가 국민의 일상에 보다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이런 서비스를 고안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최근 ‘뉴트로’의 유행에 따라 이용자가 직접 본인의 추억의 사진을 화면에 추가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통계 데이터를 활용한 시간여행 서비스를 통해 국가 통계가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국민들의 일상 속으로 친숙하게 다가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이탈리아 의원, 국회 연설도중 여친에게 청혼…로맨스 국회?

    이탈리아 의원, 국회 연설도중 여친에게 청혼…로맨스 국회?

    이탈리아 하원의원이 국회에서 여자친구에게 청혼했다. ‘일 메사제로’(Il Messaggero) 등 이탈리아 언론은 28일(현지시간) 북부동맹 소속 하원의원 플라비오 디 무로(33)가 국회 연설 도중 여자친구에게 청혼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하원은 이날 2016년 지진 피해를 본 중부 지역 재건을 위한 지원 법안 심사에 돌입했다. 이 자리에서 연설을 하던 디 무로 의원은 “오늘은 내게 조금 특별한 날”이라며 탁자 밑에서 반지 상자를 꺼내 들었다. 그리곤 방청석에 있던 여자친구를 향해 “나와 결혼해줄래?”라며 수줍게 웃었다. 디 무로 의원의 갑작스러운 청혼에,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의원 사이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몇몇 의원은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치며 축하를 건넸다.그러나 화기애애한 장내 분위기와 달리 맞은편에 앉아 있던 오성운동 소속 로베르토 피코 하원의장의 얼굴을 딱딱하게 굳었다..피코 의장은 “의원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탁상 위의 종을 울리며 장내를 향해 정숙을 요구했다. 그러자 다음 주자로 나선 민주당 소속 스테파니아 페조판느 의원은 “사랑은 모두를 연합시킨다”며 디 무로 의원과 방청석에 있던 그의 여자친구에게 박수를 유도다. 이에 피코 의장은 다시 한 번 “이해하지만 (의사 진행을) 계속하자”며 짧게 잘라 말했다.디 무로 의원은 국회 일정 후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자친구와는 개인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잘 맞는다”면서 “내 정치 인생을 내내 함께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청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또 항상 경직되어 있던 국회가 오늘만큼은 만장일치로 박수를 보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디 무로의 ‘로맨스 국회’는 찬성 281표, 반대 1표로 지진 복구 지원 대책을 통과시켰다. 걸핏하면 싸우려 드는 이탈리아 국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결속력이었다. 한편 방청석에 있던 디 무로 의원의 여자친구는 청혼을 곧바로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퓰리처상 수상자가 꾹꾹 눌러쓴 362편 영화 평론, 4권의 책으로

    퓰리처상 수상자가 꾹꾹 눌러쓴 362편 영화 평론, 4권의 책으로

    “양로원을 방문했을 때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배정된 층의 복도를 걸어 본 적이 있다. 어떤 분들은 불안해하는 듯 보였다. 어떤 분들은 화가 나 있었다. 어떤 분들은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그분들의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도무지 알 길이 없는 나는 불안해하거나 화를 내는 분들이 자신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인지하는지 궁금했다. ‘이터널 선샤인’을 보는 동안 소극적으로 앉아만 있던 환자들이 떠올랐다. 기억이 깨끗하게 지워져 버린 그들은 늘 순간순간에만 존재하고, 그들은 그 순간을 받아들인다. 그들에게는 그 순간이야말로 전부이기 때문이다.” 딱딱한 비평이 아닌 에세이 스타일로 쓴 영화 비평이 공감을 자아낸다. 그저 영화를 설명하고, 칭찬하거나 나쁘다고만 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글 한 편 한 편에 저자의 성찰이 고스란히 녹았다. 영화를 사랑한 진정한 이야기꾼,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영화 평론가로 알려진 로저 에버트의 전작과 유작을 담은 4권짜리 영화 비평 모음집 ‘위대한 영화’(을유문화사)가 출간됐다. 1942년생인 로저 에버트는 20대 중반 때인 1967년부터 ‘시카고 선 타임스’에서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30대 초반이었던 1975년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수상한다. 영화 평론가가 퓰리처상을 받은 경우는 이 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그해부터 동료 평론가 진 시스켈과 함께 TV에 출연해 수년간 영화 평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른바 ‘스타 평론가’로 자리매김한다. 이어 영화사의 걸작을 재조명하는 리뷰를 시작한다. 1997년부터 격주로 나온 리뷰들은 미국의 수많은 영화팬들로부터 호응을 얻는다. ‘위대한 영화’는 이를 묶은 책이다. 100편을 묶은 1권이 2002년 나왔고, 이어 2005년, 2010년까지 3권이 나왔다. 로저 에버트가 숨을 거둔 후 2016년에 유작을 모은 게 4권이다. 4권의 책에 담긴 362편의 글은 20세기 영화사를 고스란히 돌아본다. 1권에서는 말론 브랜도의 열연이 눈부신 ‘대부’(1972),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력을 볼 수 있는 ‘이티’(1982), ‘쉰들러 리스트’(1993), 그리고 ‘스타워즈’ 등 우리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담겼다. 2권은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인 ‘국가의 탄생’부터 과도한 폭력성으로 비난을 받은 ‘스카페이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1988)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3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잉마르 베리만 감독이다. 감독의 대표작인 ‘화니와 알렉산더’(1982)를 비롯해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겨울 빛’, ‘침묵’ 등 ‘베리만 3부작’ 전체를 다룬다. 이밖에 리들리 스콧 감독의 철학적인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1940)까지 챙겼다. 1~3권에는 각각 100편의 글이, 마지막 4권에는 62편만 실렸다. 저자가 집필하다 숨을 거뒀고, 유족이 4권의 분량을 100편으로 억지로 맞추는 데 반대해 결국 62편으로 마무리했다. 4권에는 일본 영화를 비중 있게 다룬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36년 작품 ‘외아들’과 다키타 요지로의 ‘굿바이’(2008)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봐야 할 8편을 담았다. 특히, 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1958)는 저자가 숨지기 한 달 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발표한 글로, 4권의 마지막에 실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자신이 과거에 쓴 리뷰에 관한 오류를 지적하기도 하고, 학생들과 영화를 분석하면서 나온 흥미로운 의견을 두루 소개하기도 한다. 감독이나 배우들과 나눈 이야기들도 간간이 수록했다. 영화 한 편으로 장르 전체를 파헤치거나 인물이나 캐릭터를 주제로 해 영화 전반을 두루 살피는 부분도 눈여겨보자. 깊이 있는 성찰을 수려한 문체로 자아낸 비평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제25회 서울광고대상] “미래 모빌리티 방향을 감성적으로 표현”

    [제25회 서울광고대상] “미래 모빌리티 방향을 감성적으로 표현”

    현대모비스의 2019년 캠페인은 강아지 ‘테리´가 자율주행차인 엠비전(M.VISION)을 타고 주인을 만나러 가는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습니다. 이와 연동하여 제작한 인쇄 광고 역시 기술을 차갑고, 딱딱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 현대모비스가 생각하는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을 감성적으로 표현하고자 영화 포스터 콘셉트를 차용했습니다.이번 인쇄 광고에 표현된 장면은 강아지 테리가 주인을 만나러 가는 여정 도중 주인과 산책을 하는 다른 강아지를 마주쳐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모습인데요. 특히 이 장면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엠비전(M.VISION)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중 하나인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및 ‘DMD 헤드램프´ 기술을 활용하여 차 안에 있는 테리와 차 밖에 있는 사람이 서로 소통하는 따뜻한 미래를 표현하였습니다. 또한 인쇄 광고에 삽입된 큐알코드를 통해 테리의 전체 여정까지 감상할 수 있으니, 강아지 테리의 여정 full story도 눈여겨 봐주시길 바랍니다. 현대모비스의 모빌리티 기술이 만들어 갈 새로운 미래에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박진호 상무
  • 몸 속 암세포만 골라 청소하는 나노로봇 나왔다

    몸 속 암세포만 골라 청소하는 나노로봇 나왔다

    데니스 퀘이드와 맥 라이언이 주연했던 1987년 영화 ‘이너스페이스’나 세계 3대 SF 거장으로 꼽히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마이크로 탐험대’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나노 로봇과 잠수정을 타고 사람 몸 속을 탐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나노과학이 발달하면서 SF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몸 속을 돌아다니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고치는 나노로봇 개발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많아지고 있다. 이렇듯 상상 속의 이야기로만 취급됐던 질병 치료용 마이크로 로봇을 국내 연구진이 구현해 주목받고 있다. 전남대 기계공학부,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서울아산병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충남대, 한밭대 공동연구팀은 고형암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다기능성 의료용 나노로봇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고형암은 일정한 형태와 경도(딱딱함)를 갖고 있는 암을 이야기하는데 혈액에 생기는 백혈병을 제외한 사람의 몸에서 생기는 대부분의 암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실렸다. 고형암이 생기면 대부분 외과수술, 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으로 치료를 하는데 정상조직 손상, 약물로 인한 부작용 치료와 시술의 한계가 있다.이 같은 암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직경 10~20㎚(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크기의 나노 자석입자들을 뭉쳐 직경 100㎚ 크기의 나노로봇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나노로봇과 암 세포에 반응하는 물질인 엽산을 연결시켜 암을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나노로봇 표면에 금 나노입자와 폴리도파민이라는 물질을 코팅해 몸 바깥에서 근적외선을 쪼였을 때 열이 발생하도록 만들었다. 나노로봇에 열이 발생하면서 암조직만을 태워 없애거나 로봇 내에 있는 항암제를 암세포에만 정확히 방출하도록 해 주변 정상조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했다. 나노로봇은 금 나노입자로 코팅돼 있으며 자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암의 위치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해 암이 발생한 위치까지 정확히 이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최은표 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번 기술은 이제까지 나온 나노 로봇에 대한 단편적 연구나 해법을 넘어 의료용 나노로봇에 대한 종합적 모델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라며 “실제 의료현장에서 쓰이게 된다면 주변 정상조직은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만 원점 타격함으로써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랑의 불시착’ 현빈 “‘리정혁’ 캐릭터, 의외의 반전 매력 있어”

    ‘사랑의 불시착’ 현빈 “‘리정혁’ 캐릭터, 의외의 반전 매력 있어”

    ‘사랑의 불시착’ 현빈이 ‘리정혁’ 역할에 끌린 이유를 밝혔다. 오는 12월 14일 토요일 첫 방송되는 tvN 새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극본 박지은/ 연출 이정효/ 제작 문화창고, 스튜디오드래곤)은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 분)의 절대 극비 로맨스다. 현빈은 극 중 뛰어난 능력뿐만 아니라 출중한 외모까지 갖춘 북한 특급 장교 리정혁 역을 맡아 활약한다. 그는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완벽주의에 가까운 최정예 북한군 대위의 숨겨진 이면과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낼 예정이라고 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철저한 업무수행능력을 자랑하는 그가 남한 재벌 상속녀를 만나 사랑하고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전에 없던 로맨스로 안방극장 여심을 정조준할 예정이다. 현빈은 “리정혁을 수식하는 화려한 스펙들이 완벽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리정혁은 ‘완벽함’보다 ‘단단함’으로 대변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리정혁 역할을 소개했다. 또한 “단단함을 넘어 딱딱하기까지 한 리정혁이 자신의 부하직원들이나 세리처럼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조금 ‘말랑’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반전 매력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여, 의외의 반전미(美)까지 지닌 리정혁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 중 리정혁은 원칙주의에 가까운 빈틈없는 성격으로 차가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공개된 사진 속 현빈은 시니컬한 표정으로 독보적인 아우라를 내뿜는가 하면 인간미가 담긴 따뜻한 미소도 함께 보여주며 다양한 이면을 지닌 리정혁 그 자체에 녹아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 장교 리정혁과 완벽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또 한 번의 ‘인생캐’ 탄생을 예고하는 현빈의 명품 연기는 오는 12월 14일 토요일 밤 9시에 첫 방송되는 tvN 새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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