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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왜 그리고’ 펴낸 철학인생 50년 박이문 교수

    ‘나는 왜 그리고’ 펴낸 철학인생 50년 박이문 교수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으십니까.” 대뜸 물어본 질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노학자는 아직도 계속 책을 내고 있다. 쏟아낸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것도 공부하는 분야가 속된 말로 ‘잘 안 팔린다.’는 철학인데도. 일흔여섯이 적지 않은 나이라고는 하지만, 대학강단에 선 지 50여년 만에 써낸 책이 대략 헤아려도 50여권이다. 한해에 1권꼴이다. 여기다 한권을 더 얹었다.‘나는 왜 그리고 어떻게 철학을 했나.’(삼인 펴냄)이다. 그렇게 많은 말을 했는데도, 마치 “아∼ 이제야 뭔가 알고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은 듯 하다. 바로 원로 철학자 박이문 선생이다. 이제 연세대에 출강하는 일 말고는 다른 일이 없다. 호젓하니 책만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단다. 안 움직이고 책만 보니 편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노안 때문에 안경도 모자라 돋보기까지 동원해야 할 판이니 독서는 중노동일 터이다. 그럼에도 책을 보는 것이, 너무도 행복하고 즐겁단다. 요즘 어떤 책을 읽느냐고 묻자 ‘통섭’이나 ‘현대 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처럼 인문학적 주제에 대해 생물학자나 물리학자들이 쓴 책들 제목이 줄줄줄 이어진다. 이런 책을 고른 이유는 내후년쯤 책 한권 더 낼 생각이어서다.“‘지(知)’란 무엇인지,‘존재’란 무엇인지,‘선악’은 무엇인지, 이런 개념들에 대해 제 나름대로 생각했었던 것을 정리해볼 참입니다.” 50여년에 걸친 지적 여정의 총결산인 셈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과외 안하고 학교수업에만 충실했다는 수석합격생의 모범답안 같다. 그러나 박이문 선생은 차원이 다르다. 그가 걸어온 ‘삶’ 자체가 증거다. 그리 궁핍하지 않던 선비 집안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일본 유학생이던 큰형 덕에 일찍 문학과 철학에 눈떴다. 중학생 때 목표가 이미 사상가였다. 그 뒤 단 한번도 다른 길을 쳐다본 적 없다. 불문과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장도 버리고 철학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미국으로 떠돈 생활도 그렇게 시작됐다. 철학하는 데 짐이 될까봐 결혼도 안하다 쉰셋에야 가정을 꾸렸다. 운전에도 취미가 없어 일산에서 인터뷰가 있던 서울까지 버스 타고 왔다. 취미는 오직 공부였다. 오죽했으면 2000년에 낸 책 제목이 ‘나의 출가’였겠나.“지금 생각하면 얼른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게 최고인데, 그 땐 왜 그렇게 결연했는지 몰라. 허허허….” 그런 만큼 그의 책은 특징이 뚜렷하다.‘나는,’이라는 주어를 절대 생략하지 않는다. 똑 부러지게 ‘내 생각은 이렇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어렵거나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금세 무너뜨린다. 자기 생각을 적다보니 개념이나 문헌자료가 줄줄 나열되는 다른 책과 다르다. 그래서 초판만 나가도 다행이라는 인문서 가운데 반응이 제법 좋다.“제 생각을 얘기하니까 읽으시는 분들도 편안하다, 진실되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의 이름을 널리 떨쳤던 1980년작 ‘노장사상’도 마찬가지다.“서양철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학교에서 강의하라고 해 어쩔 수 없이 들여다봤는데, 한 10여년 강의하니까 요게 재미가 있더란 말씀이죠. 그래서 10여년 동안 강의 준비했던 자료를 참고 삼아 두세달 만에 쓴 책이에요.” 이 책은 14쇄를 넘기다 최근 재개정판까지 냈다. 지난해에 낸 ‘논어의 논리’도 그렇게 나온 책이다. 후학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자, 손을 계속 내젓더니 한마디를 남긴다.“자주적으로 학문하세요.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를 말하는 게 아니라, 외국 사상과 문물을 받아들이더라도 내가 이해한 만큼, 또 소화한 만큼만 얘기를 하세요.‘유행’이나 ‘거품’에 휩쓸리면 절대 안됩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거 샴푸니? 약이니?

    이거 샴푸니? 약이니?

    탈모는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다.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습관, 염색 등 환경적 요인으로 탈모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젊은이들의 탈모가 늘어 취업이나 결혼을 앞두고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탈모 개선 성분이 들어있는 기능성 샴푸, 린스 제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특허 출원 성분’을 포함한 제품은 객관적인 검증을 받았다는 점 때문에 눈길을 끈다. 의약품이 아니지만 탈모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제품들의 출시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특허 출원 성분이 포함돼 있다고 해서 약처럼 믿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LG생활건강 관계자는 “샴푸 자체의 효능이 검증된 게 아니라 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이라면서 “평소 모발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함께 사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모발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생활습관과 특허 성분을 함유한 샴푸를 알아봤다. 잘못된 생활 습관은 탈모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건강한 모발을 가꾸기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은 의외로 간단한 것들이 있다. 우선 머리 감기 전에 빗질을 한다. 두피의 비듬과 노폐물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준다. 간혹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는 이유로 머리 감는 횟수를 줄이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두피에 남아 있는 오염물질이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감아 청결함을 유지해야 한다. ●머리 감기 전 꼭 빗질·비타민A 충분히 섭취해야 뜨거운 바람은 독이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헤어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은 모발을 손상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젖었을 때의 모발은 쉽게 상처를 받기 때문. 따라서 수건으로 거칠게 문지르거나 빗질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말릴 때에는 적당량의 거리를 두고 바람을 쐬고 뜨겁지 않게 한다. 손가락 지문으로 가볍게 누르는 것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단, 손톱으로 긁어서는 안 된다. 두피에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손가락의 둔탁한 부분으로 눌러 마사지한다. 두피의 가로선을 따라 1.5㎝ 간격으로 원을 그리면서 귀의 관자놀이까지 누른다. 끝이 뭉툭한 나무 빗으로 빗질한다. 이와 함께 건강한 몸 상태는 발모의 기본이라는 것을 유념해 둔다. 규칙적인 식사와 적당량의 운동은 머리에 영양을 주고 특히 비타민A 공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 비타민A가 부족하면 모발이 건조해지고 심하면 모공 주위가 딱딱하게 일어나면서 탈모가 촉진될 수 있다. 두부, 콩나물, 생선, 미역, 다시마 등 단백질이나 비타민이 많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한다. 탈모 방지를 위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은 대부분 두피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영양을 공급하고 모근의 활성을 돕는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다. ●‘특허 출원 성분´ 검증받은 상품 쓰도록 시중에 나와 있는 탈모 관리 샴푸 중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허 출원 성분을 포함한 대표적인 상품으로 모라클의 코엔자임,LG생활건강의 모앤모아, 드림모코리아의 드림모 등이 있다. 모라클의 ‘코엔자임Q10’(의약외품)는 모낭의 성장을 활성화하는 특허 추출물을 함유하고 있다.20년간 모발 연구에 집중해온 성필 모발연구소의 특허 물질이라고 모라클은 소개했다. 회사측은 “코엔자임Q10과 산삼배양근 추출물을 함유해 두피 영양 공급에 더욱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가격은 250㎖ 2만 2000원. 두리화장품 ‘댕기머리 뉴골드’(화장품)는 약용식물을 72시간 이상 장시간 달여 추출한 물질로 특허를 획득했다. 하수오, 단삼 등을 첨가해 부드러운 느낌을 살렸다. 가격은 500g 3만원. LG생활건강은 고삼 추출물과 세신 추출물이 모발 성장 촉진 기능으로 특허를 얻었다. 이 성분을 함유한 제품으로 엘라스틴 모이스처, 볼륨, 데미지, 모근케어 샴푸·린스와 리엔 한방 헤어로스컨트롤 샴푸·린스, 그리고 모앤모아 스칼프 샴푸, 에어마사지, 인텐시브가 있다. ‘모앤모아’(의약외품)는 탈모의 원인이 되는 남성호르몬을 활성형 남성호르몬으로 변형시키는 효소를 억제하는 기술로 특허를 얻었다. 가격은 320g 1만 2000원.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도움말 LG생활건강
  • [北미사일 파장] 韓·日, 서로 대사소환 ‘외교전’

    |도쿄 이춘규특파원·서울 김수정기자|청와대가 9일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에 대한 대응과 관련,“굳이 일본처럼 새벽부터 야단법석을 떨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 데 대해 일본이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잔뜩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심각한 감정의 골이 파이는 분위기다.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은 10일 오전 정례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우리나라와 (동북아) 지역에 대한 위협이 틀림없다.”며 “일본이 위기관리 대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며 한국이 그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일본 언론들도 ‘야단법석’이란 표현을 ‘큰 소동이 지나치다.’로 번역해 전하면서 아베 장관의 반박내용을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특히 이날 오후 2시 나종일 주일 대사를 외교부로 불렀다. 야치 외무 차관은 일본이 추진 중인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과 관련,“국제사회가 북한 미사일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일본 관련 언급을 항의하기 위한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어 3시간 뒤 우리 정부도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 대사를 외교부로 불렀다. 오시마 대사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이규형 제2차관과의 초반 환담도 ‘썰렁’ 그 자체였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 안보리에서의 신중한 대처를 일본측에 주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브리핑 말고도 10일 국내 언론의 보도 가운데는 ‘일본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실제 위협이 되지 않는데도 국내 정치용으로 또는 군비증강을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는 등 비판적인 기사들도 적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미사일 발사 위협 정도를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각 정부의 자유이지만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공개적으로 외국의 대처를 비난한 것은 국제사회 외교 관례상 아주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는데도 일본은 앞장서고 있지만 한국은 신중하다며 대비시키고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취급했다.taein@seoul.co.kr
  • 놀이터 어린이들 눈에 비친 실태

    놀이터 어린이들 눈에 비친 실태

    어린이들이 보는 놀이터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어린이 놀이터 안전성 확보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초등학생들이 직접 놀이터 실태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또 한국생활안전연합의 어린이 놀이터 안전실태 조사결과도 함께 발표돼 부모와 어린이가 각자의 시각에서 놀이터의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절반이 한달에 한번 이용 우선 어린이들에게 놀이터는 재미없는 공간이었다. 서울 광진구 동자초등학교 6학년 학생 30여명이 학교 주변의 놀이터 10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어린이 100여명을 상대로 일대일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어린이 2명 중 1명은 놀이터를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이용한다고 답했다. 놀이터를 매일 찾는다는 어린이는 단 1%에 불과했고, 한 달에 한 번만 찾는다는 어린이가 56%나 됐다. 그 외 2주에 한 번 14%,1주에 한 번 10%,4∼5일마다 10%,2∼3일마다 9% 등으로 나타났다. 놀이터에서 놀 때 재미를 묻는 질문에는 53%가 ‘재미없다.’고 답했다. 재미없는 이유로는 44%가 ‘놀이시설의 종류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위험한 시설이 많아서’라는 답변도 23%나 됐다. 또 ‘놀이공간이 부족해서(15%)’,‘놀이터가 지저분해서(8%)’라는 답변도 나왔다. 또 80%가 넘는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다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미끄럼틀(20%), 그네(19%), 철봉(16%) 등에서 놀다 다쳤으며,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갈 정도로 심하게 다친 경우도 10%가 넘었다. 이 어린이들은 자신이 다친 이유에 대해 자신의 부주의(21%) 탓도 있지만, 시설물(38%)이 위험해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자초교 학생회장인 김한솔 군은 “놀이터를 찾아다니며 조사해봤더니 미끄럼틀의 경우 높이는 너무 높고 손잡이는 너무 얇아 위험해보였다.”며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래·고무매트 딱딱해져 충격흡수 못해 어른들이 보기에도 놀이터는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공간이었다. 한국생활안전연합이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151곳의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 83%에 이르는 놀이터가 어린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터 바닥은 어린이가 넘어지거나 기구에서 떨어졌을 경우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래나 고무매트 등 부드러운 재질로 채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충격흡수 기능을 위해 바닥면 두께는 적어도 30㎝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조사 대상 놀이터 가운데 바닥두께가 적정한 곳은 단 17%에 불과했다. 모든 놀이터가 바닥재질로 모래나 고무매트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관리를 안해 딱딱하게 굳어져 있거나 얇게 깔아놓은 정도여서 충격흡수재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위생문제도 걱정거리였다. 놀이터의 61%가 바닥이 비위생적이었고 이 중 2곳에서는 기생충까지 발견됐다. 놀이기구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기구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 전체 62.7%가 녹슬거나 부서진 상태였으며,72.7%는 표면이 거칠어 피부가 긁히는 등 상처를 입기 쉬웠다. 또 어린이가 이용하는 놀이기구는 높이가 2.5m 이하로 제한되지만 19%가 기준보다 더 높았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가 놀이기구에 끼이는 사고를 막기 위해 틈이 넓은 곳은 몸이 쉽게 빠지도록 공간이 23㎝ 이상이어야 하고, 틈이 좁은 곳은 몸이 빠지지 않도록 9㎝ 이하로 제작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놀이기구들이 39%나 됐다. 윤선화 한국생활안전연합 공동대표는 “어린이들의 놀이터 안전사고 유형을 살펴보면 놀이기구의 안전성을 알 수 있는데 긁히는 사고가 18%나 된다는 것은 놀이기구의 표면이 그만큼 거칠다는 얘기고, 부딪히는 사고가 17%라는 것은 놀이공간이 좁다는 의미”라며 “추락사고가 전체 45%나 되고, 입원할 정도로 다치는 경우가 37%나 된다는 것은 놀이터 안전성 확보의 시급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어린이 안전사고 한해 300여건 감독권 나눠져… 책임관리 불가능 놀이터에서 발생하는 어린이 안전사고가 지난 한 해 300여건에 이르지만, 관리·감독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감독권이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어 책임있는 관리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원인으로 꼽았다. 윤선화 한국생활안전연합 공동대표는 “전국에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가 몇 개나 되는지 그 숫자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시설이 얼마나 낙후됐는지, 안전하기는 한 건지 알 수가 없다.”며 “놀이터 설립주체가 다르고 관리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놀이터에 대한 관리·감독은 건설교통부, 교육인적자원부와 지역 교육청,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나눠져 있다. 아파트와 동네 놀이터는 건교부 소관이고, 학교와 유치원 내 놀이터는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관리한다. 또 어린이집의 놀이터는 여성부, 복지시설 내 놀이터는 복지부 소관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 법령에 따른 구분일 뿐 일관된 법규정도 없고 책임 소재도 불명확하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음식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된 놀이터는 그나마 근거법령조차 없다. 복지부 아동안전권리팀 관계자도 “지난해 복지부 내에 아동안전권리팀이 신설돼 어린이 안전사고 등을 관리하고는 있지만, 놀이터의 경우는 전국 현황과 안전상태 등에 대한 기초조사자료가 없어 안전 대책 수립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연재 기술표준원 생활용품안전팀장 역시 “소관 부처가 다원화돼 있다 보니 설치나 유지 관리가 안 돼 항상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04년에 놀이터 기구도 안전검사품목으로 지정돼 새로 설치되는 놀이시설은 안전검사를 받고 있지만, 그 이전에 설치된 대부분의 놀이터는 안전성 검증도 받지 않고 설치됐다.”며 “놀이시설 설치와 운영에 관한 개별 법령을 개정하고 한 부처에서 관리를 일원화해 철저하게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콘텐츠’ 바꾸는 노동부

    ‘노사분쟁을 조정하는 딱딱한 부처가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친절한 부처로 이미지를 확 바꾸자.’ 노동부가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노사관계 조정에서 고용안정으로, 관리·감독에서 국민생활 지원으로 이미지를 탈바꿈시키고자 ‘포장’은 물론 ‘내용물’도 바꾸어가고 있다. 먼저 노동부는 최근 부처의 명칭을 ‘고용노동부’로 바꾸기로 하고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용분야의 업무비중이 더 많은데도 부처명칭은 노동분야만 강조하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상수 장관은 요즘 “이름만의 변화가 아니라 국민들이 서비스의 변화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도록 고용관련 서비스의 선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자.”고 직원들을 다독이고 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3월 기구조정을 단행했다. 고용전략팀은 사회서비스일자리정책팀으로, 평등정책팀은 고령자고용팀으로 각각 이름을 바꾸었다.특히 지방노동사무소는 모두 지청으로 변경하면서 노사지원과 30개를 신설했다. 대(對)국민서비스 기능을 강화한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했다. 지난 1일부터는 전국 99곳에서 운영되는 고용안정센터도 이름을 고용지원센터로 바꾸었다.‘안정’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대량 실직사태가 발생했을 때 붙여진 이름.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한다는 기존의 소극적 노동정책에서 벗어나 취업을 알선하는 등 각종 서비스를 지원하고 직업능력개발까지 담당하는 적극적 고용 지원으로 전환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다음달에는 고용지원센터의 조직도 손을 본다. 인원은 그대로 두면서 기업지원업무와 진로지도업무를 보강하는 쪽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한다. 기업의 고객관리 기법과 비슷한 ‘해피메일 서비스’도 지난 1일부터 실시하고 있다. 산전·산후휴가 중이거나 육아휴직 중인 여성근로자에게 모성보호 관련 각종 정부시책을 전자우편으로 자동안내해준다.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독일 VS 이탈리아 첫경기 관전포인트] (4) 양팀 벤치 머리싸움

    [독일 VS 이탈리아 첫경기 관전포인트] (4) 양팀 벤치 머리싸움

    독일의 위르겐 클린스만(42) 감독과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58) 감독은 이력이 극히 대조적이다. 클리스만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데 반해 리피는 무명 선수였다. 현역시절 ‘금발의 폭격기’로 불린 젊은 지도자 클린스만은 1980∼1990년대 분데스리가 득점왕, 프리미어리그 최고 선수로 뽑히며 유럽 무대를 주름잡았다.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독일의 우승을 견인한 당대 최고 스타. 이에 견줘 리피는 이탈리아 B대표팀에서 2경기 출전이 전부여서 국제무대에서 철저히 무명이었다. 그러나 유벤투스 사령탑으로 수차례 우승컵에 입맞추며 세리에A의 대표적인 명장의 입지를 굳혔다. 스타일도 다르다. 클리스만은 자유분방형에 속하지만 리피는 딱딱한 인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클린스만은 독일 언론으로부터 ‘미국에 있는 가족을 보러 다니면서 어떻게 대표팀을 지휘하느냐.’는 잇단 질타를 받았지만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보란 듯이 4강에 올랐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3차례나 패하는 불운을 경험한 리피는 2000년 잠시 인터밀란 감독을 맡았을 때 ‘선수들의 엉덩이를 걷어차 버리겠다.’며 폭언을 서슴지 않았던 강골이기도 하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치질 증상별 치료법 전문가 조언

    치질 증상별 치료법 전문가 조언

    치질을 앓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술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증상, 어떤 상황에서 수술이 필요한지를 아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수술 없이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상태인데도 “어차피 수술할 텐데….”라며 미루다 정말 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치질은 어떤 경우에 수술을 받아야 할까. 이와 관련, 이두한 대항병원장은 “치질은 증상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가진 질환”이라며 “수술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탈항이며 그 밖에 출혈 정도와 통증도 고려 사항”이라고 말한다. ●치질 치질은 항문 질환에 대한 통칭이며, 세분해서는 항문 안쪽 점막과 점막하 조직이 부풀어 오르거나 늘어져 밖으로 빠져나오는 치핵, 항문 주변에 생긴 샛길로 진물이나 고름이 새어 나오는 치루, 배변 때 피가 나고 아픈 치열 등으로 구분한다. ●치질, 입원 다빈도 1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입원 순위에서 치질은 20만 8232건으로 최다 건수를 차지했다. 수술 사례도 1995년과 비교해 무려 5배나 급증했다. 그러나 실제로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이렇게 많은지는 의문이다. 치루는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지만 치핵이나 치열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수술 없이도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실제로 2003년 10월∼2006년 4월 사이 대항병원에서 시행한 치질수술 2만 4390건을 분석한 결과 70% 이상이 치핵이었으며, 치루는 16%, 치열은 11%에 불과했다. ●탈항 3도 이상이면 수술 치핵의 수술 여부는 조직이 빠져나오는 탈항 정도로 판단한다. 변을 볼 때 항문이 밀려나와 휴지나 손으로 밀어 넣어도 빠져 나온 상태가 해소되지 않는 정도를 ‘3도’로 보는데 이 이상이면 무조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은 주로 치핵 덩어리, 괄약근 등 항문 주변 조직을 절제하는 방법을 쓴다. 빈혈이 생길 정도의 출혈이나 자주 붓고, 통증이 심하며, 반복적으로 혈전이 생길 때도 수술이 필요하다. 간혹 탈항이 되었다가 저절로 없어지는 2도 정도의 상태라도 불편 때문에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초기 증상에는 내복약이나 좌약, 좌욕 등으로 치료하는데, 특히 좌욕은 통증의 주원인인 괄약근 경련을 이완시켜 통증을 가라앉히기에 효과적이다. 초기 탈항은 밴드로 묶어 치핵 덩어리를 떼어내는 ‘고무밴드 결찰법’이나 ‘적외선 응고법’과 같은 간단한 치료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항문 출혈, 직장암일 수도 치질의 대표적 증상은 출혈이다. 변을 볼때 피가 휴지에 묻어나거나 뚝뚝 떨어지며 더러는 주사기로 쏘듯 갑자기 검붉은 피가 쏟아지기도 한다. 이런 출혈은 직장암일 때도 흔히 나타난다. 직장암에 의한 출혈의 경우 피가 다소 검고 찐득하면서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난다. 그러나 피의 상태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출혈이 있으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치루는 즉시 수술 치루는 손으로 만져보면 딱딱한 줄기가 만져지는 게 보통이나 깊은 곳에 생기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진단이 어렵다. 치루는 자연치유가 거의 되지 않고, 방치하면 악성 변화를 하거나 복잡치루로 진행하므로 수술 치료가 원칙이다. 변을 볼 때 피가 나고 아픈 치열은 항문이 좁아 찢어진 상태로, 변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식이섬유 섭취를 권장한다. 만성이라면 좁아진 내괄약근을 부분적으로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예방 치질 예방에는 규칙적인 배변습관이 중요하다.5분 이상 변기에 앉아 있지 말아야 한다. 이 때문에 화장실에 신문이나 잡지 등을 가져가는 것도 금물. 또 무심코 쪼그리고 앉거나 음주,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든 등산, 골프 및 맵고 짠 음식을 피해야 한다. ■ 도움말 이두한 대항병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노·브라」7人의 아가씨

    「노·브라」7人의 아가씨

    별난 아가씨 7명이 별난「클럽」을 만들고 한국최초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름지어「노·브라·클럽」. 『여성의 자연미를 해치는「브래저」를 추방하자』고 자못 기세등등하게 선언을 했다. 구미(毆美) 각국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브래저 안하기 운동」이 바야흐로 한국에도 불어닥친 것일까? 불편하고 부자연한 물건 벗어보니 생동감 그럴싸 얼핏보아서「브래저」를 착용 안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양가슴의 구릉이 약간 처진듯 한게 다르달까? 움직일때 유난히 꿈틀거려 생동감을 주는게 그럴싸하다. 일곱명의 아가씨중 두 아가씨가 약속을 어기고 아직『불미스런 잔재』(그들은「브래저」를 이렇게 불렀다)를 그대로 지니고 있음이 발견됐다. 다섯 아가씨는 큰 일이라도 일어난듯 기성을 질렀다. 두개의「브래저」가 당장 두 아가씨의 가슴에서 떨어져 나왔다. 한개는 흰빛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검정색. 불태워 버리자는 제의가 나왔다. 모두 찬성했으나 불행히도 성냥이 없었다. 한 아가씨가『다시는 이런 불미스런 일이 없도록 다짐하는 뜻에서』 흰 빛의 그것에「잉크」칠을 했다. 「NO·BRA」라고 써서 두사람이 치켜들고 한바탕 깔깔 웃음. 그 모습이 그대로「카메라」에 담겨 나왔다. 이들 7명의 아가씨가 「클럽」을 만들기로 합의한건 이 모임이 있기 이틀전인 10월 24일이란다. 당초엔 6명의 동조자로 출발했는데 이틀밤 사이 1명이 추가되어 7명이 됐다.『불편하고 부자연한「브래저」를 벗어던지고 싶은 여자는 얼마든지 있을테니까-』「클럽·멤버」는 훨씬 가능성이 있단다. ”자신없는 여자는 제외하고 브래저를 벗어라”고 기염 -이「클럽」의 취지는? 『거추장스런 속박에서 벗어나자는 거죠. 남자들이 가령 띠같은걸로 가슴을 묶고 다닌다고 생각해 봐요. 사흘도 못견디고 벗어던졌을 거예요』 -그토록 거추장스러운 건 아닐듯한데. 가령 옷도 거추장스럽다면 벗어던질 용의가 있는가? 『그건 사회가 용인하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죠. 그렇지만「브래저」를 안해 문란하다고 공격하진 않을 거예요,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들은 그런 것 없이도 정숙한 부도를 지켰으니까요』 -가령 그게 불편하다 해도 몸맵시를 내기위해 참고서 하는줄 아는데? 『그런 조작된 위장에 속을 사람은 이제 없을거예요. 그렇지만 자신없는 여자는 할 수 없죠. 가슴을 묶어서라도 모양을 낼 수 밖에』 7명중「리더」격인 문영숙(文英淑)(가명·22·양장점원)양의 얘기. 그의 말을 정리하면 이「노·브라·클럽」의「슬로건」은『「브래저」를 벗어라, 단 자신없는 여자는 벗지 않아도 좋다』 40대 남자양장점 주인이 배후조종 했다는 소문도 그럴싸해서인지 이들 7명의 아가씨는 모두 탐스런 가슴을 갖고 있다. 얄팍한「터틀·네크」의 앞가슴에「내추럴」하게 솟아오른 구릉, 예쁜 유두가 뾰족하게「셔츠」밖으로 튀어 나올것 같다. 「셔츠」이외의 의상도 이「노·브라」족의 취미를 살려 특별히「디자인」된듯, 유방부분에 여유있는 포물선이 그어져있다. 20~24세사이인 이들 아가씨의 성분을 보면 미용사가 2명,「디자이너」1명, 양장점원 1명, 여대생 1명, 편물업 1명,무직 1명. 여대재학생 1명을 제외하면 1명이 대학중퇴고 나머지는 모두 여고졸업의 학력에 2~4년의 직장경력을 지녔다. 3명은 평소부터 친하게 지내는 사이고 4명은 이번 기회에 사귀어 이 최초의 별난「클럽」에 합심 협력키로 했다. 자신의「브래저」를 벗어 던지고 남에게까지 그것을 권장하려는 이 아가씨들의 당돌한 행동동기는? 재미있는 것은 이들「노·브라·클럽」의 배후에는 이를 고취한 것으로 보이는 한 양장점 주인이 있다는 점이다. 서울 종로3가에 자리잡은 N양장「센터」의 최찬두(崔贊斗)라는 40대 사나이. 한때 영화제작자로 영화계를 주름잡다가 양장업으로 전업한 화제의 인물이다. 배후의 인물이란 말엔 펼쩍 뛰면서도 그는「브래저리스」의 찬양엔 열을 올렸다.『보기만 해도 딱딱한「브래저」를 벗어 버리는게 왜 나빠요. 가장 아름다운 옷차림은 자연미를 잘 살린 것 아니겠어요? 외국에선「브래저」회사들이「브래저」안한 것처럼 보이는「브래저」를 안들기에 정신이 없다지만. 신체조건만 좋으면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살려주는게「디자이너」의 양식이지요』세계의「미니·스커트」의 돌풍을 불러 일으킨 어느 재단처럼 그는 이땅에「브래저리스」의 선풍을 일으켜 볼 심산일까? ”애인도 무척 좋아하데요” 전여성의 가슴 해방다짐 7명의 아가씨중 4명은 이 최씨의 권유가「브래저」를 벗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망설였으나 일단 실행해보니『애인도 좋아하더라』고. 미용사 아가씨는 위생·미용상의 이유를 치켜 들었다.「브래저」를 벗으면 땀이 차거나 답답해질 염려가 없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일 할 수 있다고. 「브래저」가 위생상 나쁘다는 이론은 아직까지 내세운 사람이 없으니까 이 미용사 아가씨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자기주관에 속한다. 답답한 속박감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즐기려는 젊은 여인의「기분」이 아닐까? 어쨌든「노·브라」의 선풍은「토플리스」나「미니·스커트」바람 못지 않게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미국의 일부지역에서는 여대생의 3분의 1이 이미「노·브라」의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다는 것. 수백명의「노·브라」주창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아올린「브래저」에 불을 지르고 여성만세를 올렸다는게 이제 물 건너의 얘기로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유행이란 옮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전염병처럼 밀려오게 마련.「노·브라」역시 그 시비가 채 논의되기도전에 이미 이 땅의 젊음 여심들속에 파고 들었는지 모른다. 이를테면「노·브라」의 전위격인 이「노·브라·클럽」아씨들은 그래도 자심의 이름만은 꼭 기사에서 빼어주길 원했다. 불량한 여성으로「오해」받는다는게 이유. 모든 여성이 모두 자기들처럼「브래저」를 추방한다면 이런 오해는 있을 수 없고 그때를 위해 적극적인 운동을 벌인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선데이서울 69년 11/2 제2권 44호 통권 제 58호]
  • [이주일의 어린이책] 답사숙제 걱정 끝~ 책속에 답이 보여요

    초등학생 학교 숙제 가운데 부모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것이 답사보고서를 제출하는 숙제가 아닐까. 부모의 현장지도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학습형태이니 “아이 숙제가 아니라 부모 숙제”라고 혀를 차는 엄마들이 많을 수밖에. 어디를 데려가서 무엇을 어떻게 귀띔해줘야 할지 난감했던 부모라면 이 책 ‘역사가 보이는 답사시리즈’(열린박물관 펴냄)가 어떨까 싶다. 통합형 사고가 본격적으로 요구되는 초등 중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책을 꾸몄다는 대목이 무엇보다 구미가 당긴다. 초등 교과과정에 등장하는 장소를 답사대상으로 선정하되 한 권에 한 곳의 정보를 모자람없이 추려담았다. 시리즈의 1차분은 종묘(시리즈 1), 수원 화성(시리즈 2), 인사동(시리즈 3) 등 3권. 답사를 떠나기 전에 미리 읽혀두면 ‘아는 만큼 보이는’ 문화교양서로 충분한 기능을 할 듯하다. 책은 크게 두가지 섹션으로 나눠졌다. 답사지의 역사를 소개하는 부분과, 사진을 곁들여 답사현장을 돌아다니고 있는 듯 실감나게 꾸민 현장가이드 부분. 1권 ‘종묘’(고문준 글, 정성화 그림)편을 보자.‘600년을 이어온 조선의 정신이 담긴 곳’이란 제목 아래 종묘의 역사가 친절하게 설명된다. 돌아가신 왕과 왕비를 모신 곳, 제사는 왜 지낼까, 종묘와 궁궐이 다른 점, 왕과 왕비의 신주 83위를 모신 곳, 세계무형유산 종묘대제와 종묘제례악 등으로 주제를 세분화해 종묘역사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식이다. 일러스트와 천연색 현장사진, 주요 사실에 대한 별도의 팁(Tip) 등이 두루두루 동원된다. 이를테면 ‘종묘를 다시 짓고도 종묘에 신주가 없는 광해군’의 사연이 별도의 작은 상자글로 소개되는 것. 여기에 부모가 약간의 보충해설만 곁들인다면 역사교과서로서의 기능까지 십분 해낼 수 있겠다. 이어, 답사가이드 내용이 잇따른다. 말이나 가마에서 내리란 뜻의 입구 표지돌 ‘하마비’에서부터 조선왕이 마신 우물 ‘어정’, 종묘의 정문 ‘외대문’, 종묘의 연못 ‘중지당’ 등을 소개하며 유래와 기능을 귀띔한다. 이야기체의 문장 덕분에 딱딱하지 않은 책읽기가 될 수 있어 더 좋다. 답사 워크북 시리즈가 함께 나왔다는 점도 책의 특징이다. 답사를 마친 뒤 아이에게 스스로 학습내용을 정리할 여지를 던져주는 셈.‘종묘에 모신 왕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제시하되 재미있는 미로게임으로 답을 찾게 만드는 배려가 세심하다. 각권 8900원(워크북 45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11) 미국 MIT

    [명문대 교육혁명] (11) 미국 MIT

    |케임브리지(미국 매사추세츠주) 이도운특파원|매사추세츠공대(MIT)는 모든 것이 숫자로 통하는 곳이다. 학생들의 대화에서는 “오늘 10-250에서 18.02가 있고,2-102에서 5.111이 있다.”는 식의 말을 자주 듣는다.10-250은 10번 건물의 2층 50호 강의실이고 2-102는 2번 건물의 1층 2호실이다.MIT는 학교 건물에 일련번호를 붙여 부른다. 물론 건물의 명칭이 따로 붙여진 곳도 있지만 숫자가 사실상의 ‘공용어’이다. 수업 이름도 마찬가지다.‘기초화학’이라는 클래스 명칭 대신 5.111이라는 ‘암호’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일상어로 쓰이고 있다. 모호성이 담긴 말이 아니라 딱딱 떨어지는 숫자로 커뮤니케이션하는 MIT는 그만큼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대학이다. MIT의 관문과 같은 7번 빌딩으로 들어서 강의실과 연구실을 돌아보면 “이곳이 과연 세계 최고의 대학인가?”라는 의문이 저절로 든다. 건물과 시설이 매우 낡았기 때문이다. 컴퓨터공학과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함께 전공하는 사라는 “학생들의 생활에서도 군더더기가 빠져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나 예일 등 다른 명문대학들은 인종이나 출신국 등을 고려해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기숙사를 배정한다. 그러나 MIT에서는 연구 중심, 문화 교류 중심 등 기숙사의 성격만 정해주면 학생들이 자기가 마음에 맞는 기숙사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룸메이트도 학생들이 정할 수 있다. 또 기숙사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있지만 학교에서 운영하는 식당도 없다.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근처에서 밥을 사먹는다. 또 도서관도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도서관 대신 각 단과대학별로 필요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사라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학생들끼리는 “커뮤니티칼리지(미 각 지역의 소규모 대학)에 다니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다른 곳에 눈을 돌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강의와 연구에 ‘올인’한다고 말했다. 또 MIT의 한 관계자는 “교수든 학생이든 학교내에서 ‘잘난 척’하는 사람은 볼 수가 없다.”면서 “모두가 상대가 스마트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각자의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MIT의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MIT는 2차대전과 냉전 초기에 미사일과 항공기의 항해 장치 등 방위산업을 위한 연구에 공헌하면서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런 전통에 따라 MIT의 미래에도 산학 협력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토머스 매그난티 엔지니어링스쿨 학장은 말했다. MIT의 산학 협력을 대표하는 연구소가 미디어랩이다. 미디어랩은 과학을 실생활에 접목시키는 연구에서 다른 대학과 연구소들을 압도하고 있다. 또 MIT의 경영대학원인 슬로운 스쿨도 하이테크를 경영기법에 응용하는 교육으로 정평이 나있다. MIT의 연구는 대부분 인텔이나 GM, 모토롤라,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의 지원을 받는다. 또 연구를 지원하는 기업들은 반드시 연구원들을 파견한다. 미디어랩의 정혜민 연구원은 “기업에서 파견된 직원들은 연구에 참여하기보다는 첨단기술의 흐름이 어떤 쪽으로 흘러가는가를 파악해서 회사에 보고하는 것이 주임무”라고 설명했다. dawn@seoul.co.kr ■ 토머스 매그난티 학장 “기술발전 적극 수용이 대학·기업의 성공열쇠” |케임브리지(미국 매사추세츠주) 이도운특파원|토머스 매그난티 매사추세츠공대(MIT) 엔지니어링 스쿨 학장은 “대학이나 기업이나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라면서 “MIT는 그런 시대의 선두에 선 교육기관”이라고 강조했다. 1971년부터 MIT 교수를 지내온 매그난티 학장은 엔지니어링과 경영을 접목시키는 연구에 헌신해온 ‘테크노 경영’의 대가이다. ▶MIT 엔지니어링 스쿨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나. -첫째는 사람의 힘이다. 우수한 교수와 우수한 학생들이 있다. 두번째는 교육과 연구의 질을 최고로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외부 환경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리더십과 혁신 정신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엔지니어링 스쿨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알파벳 O로 끝나는 4개의 분야다. 우리는 ‘Big Four O’라고 부른다. 생명공학(Bio), 나노공학(Nano), 정보공학 (Info), 그리고 매크로공학(Macro)이다. ▶바이오의 경우 연구와 윤리 문제를 어떻게 조절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와 윤리의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윤리 문제를 끊임없이 토론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이나 야후를 배출한 스탠퍼드 공대가 많이 부각되고 있다. 경쟁의식은 없나.(매그난티 학장은 스탠퍼드 출신이다.) -두 학교를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구글이나 야후를 얘기하지만, 사실 MIT 졸업생들이 스탠퍼드 졸업생들보다 더 많은 회사를 창립해 운영하고 있다.MIT 졸업생들이 창업한 회사를 모두 합치면 세계에서 24번째로 큰 나라의 경제 규모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한국 공과 대학들에 해주고 싶은 조언은. -한국은 첨단기술의 강국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공대들은 미국 학교들의 혁신이 어떻게 이뤄졌는가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대학과 기업·산업간의 밀접한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MIT 공대에 입학하기를 희망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MIT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신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본인이 갖고 있는 장점과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신문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된다면 어떻게 운영하겠는가. -현대는 첨단기술 시대이다. 따라서 기술 발전에 따라 언론사의 기사 전달 메커니즘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종국적으로 기술 융합을 통해 오디오 버전의 신문도 나올 것이다. 뉴스의 작성과 정보 전달 패턴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dawn@seoul.co.kr ■ 존 폴 포츠 미디어 담당자 “대학 강의는 공공서비스” 1400개수업 일반에 공개 |케임브리지(미국 매사추세츠주) 이도운특파원|“매사추세츠공대(MIT)의 강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MIT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에서 이뤄지는 강의의 대부분을 공개하는 열린강좌(Open Course Ware)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강의별로 수업의 개요와 연구 과정, 과제, 팀 프로젝트, 관련 정보 등이 제공된다. 열린강좌의 대부분은 문서파일 형태로 볼 수 있고 일부 강의는 동영상으로도 제공된다. 예를 들어 항공천문학과의 열린강좌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학부 수업 17개, 대학원 수업 32개, 학부·대학원 공동 수업 3개의 자료가 올라와 있다. 대부분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이뤄진 수업들이다. MIT는 현재 1400개의 수업을 공개중이며, 내년까지 1800개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열린강좌 프로그램의 미디어 담당자인 존 폴 포츠는 말했다. 포츠는 “열린강좌 프로그램은 MIT가 미국과 세계에 주는 선물”이라며 “‘공공 서비스’라는 MIT의 교육 철학을 반영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올해 열린강좌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예산은 500만달러(약 50억원). 지금까지 모두 3500만달러(약 350억원)가 투자됐다고 한다. 예산의 대부분은 휼렛패커드 재단, 앤드루 멜론 재단 등 외부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열린강좌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MIT 직원은 포츠를 포함한 30명. 대부분이 열린강좌를 인터넷에 올리고 자료를 보존하는 작업을 한다. 포츠는 열린강좌의 하루 이용자가 3500∼4000명 정도이며 수강자는 전세계적으로 퍼져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40%로 가장 많고, 아시아 지역은 15∼17%, 유럽 등 나머지 지역은 43∼45% 정도라고 한다. 포츠는 한국은 중국, 인도 등과 함께 ‘5대 이용국’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열린강좌 프로그램에서 인기 있는 수업은 컴퓨터 사이언스, 수학, 물리학,MIT의 경영대학원(MBA) 과정인 슬로운 스쿨의 강좌들이라고 한다. 열린강좌 이용자들의 ‘수업 태도’는 놀랄 정도로 진지하다고 포츠는 전했다. 열린강좌팀은 수업과 관련해서 하루에 30∼40명 정도가 이메일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일부 ‘수강자’는 수업 내용과 관련, 교수들과의 직접 접촉을 원하지만 열린강좌는 교수에게 접근이 안 되고, 학점도 받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포츠는 열린강좌의 미래와 관련,“다른 파트너(학교, 기업)들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규모를 키워갈 것”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양질의 교육 내용을 무료로 제공하는 거대한 움직임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포츠는 또 미국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인터넷 친구 만들기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닷컴을 벤치마킹해서 마이오픈스페이스닷컴이라는 사이트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사이트의 콘텐츠는 대부분 교육으로 채워지게 된다. dawn@seoul.co.kr ■ 로봇연구팀은 미래 일구는 ‘상상공장’ |케임브리지(미국 매사추세츠주 이도운특파원|매사추세츠공대(MIT) 15호 빌딩은 미래를 위한 ‘상상공장’이라는 미디어랩 연구소를 위한 공간이다. 이 건물의 485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봇 연구팀이 있다. 미디어랩 홍보담당자인 알렉산드라 칸의 안내로 로봇 연구실에 도착하자 유리 도자기와 철로 만든 듯한 꽃과 식물들로 입구가 장식돼 있었다. 언뜻 의외라는 표정을 짓자 칸은 “사실은 저것들도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기업의 전시회를 위해 만들었다는 ‘화초 로봇’은 사람이 지나가는 상황에 따라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소리도 낸다고 한다. 연구실로 들어서자 코리 키드 연구원이 반갑게 맞았다.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키드는 키가 훤칠한 미남으로 연구보다는 ‘할리우드’가 더 어울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드뿐만 아니라 로봇 연구실의 연구원들은 대부분이 ‘공부 벌레’보다는 ‘멋쟁이’라는 느낌을 줬다. 이들이 바로 세계 최초로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이라는 레오나르도를 창조해낸 사람들이다. 로봇 연구실의 구조는 매우 독특했다.50평 정도로 다소 좁아 보이는 연구실에서는 ‘첨단’보다는 ‘어수선함’이 먼저 느껴졌다. 연구실에는 5개 정도의 커다란 책상이 배치돼 있었다. 각 책상에는 3∼5개의 책상이 동그랗게 배치됐다. 이곳에서 쓰는 컴퓨터들의 종류와 사양을 묻자 키드는 “일반인들이 쓰는 것보다 조금 좋은 정도”라고 말했다. 공간의 한쪽에는 칸막이가 돼 있었고 그 안에 레오나르도가 놓여있었다. 연구실에서는 ‘레오’라고 불렀다. 레오는 전형적인 로봇의 모습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의 중간 모습을 한 인형과 같았다. 레오는 단순히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과 언어적, 감정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키드는 마침 레오를 수리중이어서 작동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그 대신 바로 옆에 놓인 대형 스크린을 통해 레오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녹화된 화면에서 한 연구원이 “안녕. 레오, 오늘 어때?”라고 말하자 레오는 “안녕. 좋아.”라고 답변했다. 다시 연구원이 “그런데 날씨가 꿀꿀하네. 꿀꿀한 게 뭔지 알아?”라고 묻자 레오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그게 뭐지?”라고 되물었다. 연구원이 ‘꿀꿀하다는 것은 날씨가 좋지 않아 몸에도 활기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해주자 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드는 “인간의 사회에 통합되어 생활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내는 것이 연구실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레오와 같은 첨단 로봇을 만들기 위해 로봇팀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들로 팀을 구성하고 있다. 신개념 기계 디자인과 센서 테크놀로지, 능동적 시각·청각·촉각 지각 시스템, 언어 인식 및 합성, 감정표현, 사회적 교육, 심리 모델 전문가들이 연구팀에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레오의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영화 쥐라기 공원의 공룡과 터미네이터의 인조인간을 디자인했던 할리우드의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와 공동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dawn@seoul.co.kr
  • [가슴속 그림 한폭] 민화 호표도-임영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가슴속 그림 한폭] 민화 호표도-임영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신분증 제시하세요.” 딱딱한 통과의례가 끝나고 직사각형 재경부 건물의 높은 계단을 오르며 자못 긴장한다. 여기 어디 예술의 흔적이라도 스며들 여유가 있겠는가. 임영록 금융정책국장의 방에 들어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미로의 그림에 사진 몇 점, 벽면이 액자로 가득하다. “그거 달력 오려서 액자에 넣은 겁니다. 사진은 친구 놈이 찍은 건데 인터넷에 떠 있는 것을 인화했죠. 비싼 그림 살 여유는 안되니 저렴하게 걸어놓고 값비싸게 즐겨야죠.” 재경부에서는 드문 국문학도 출신. 그가 내어 놓은 그림은 우리 민화 중 호표도였다. “민화는 서민들이 누구나 집에 걸어놓던 그림입니다. 편하고 친근하죠. 하지만 그래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호표도는 몸통이 정면을 향하는데 얼굴은 우측을 보고 있죠. 피카소보다 몇 백년 전에 입체파의 기법을 사용한 겁니다. 김기창 화백의 바보산수 역시 민화를 토대로 했죠.” 민화는 기법상 뛰어나다. 하지만 보통 민화 속 호랑이는 정부를 풍자하며 희화화한 것인데…. “내년이면 공무원 생활 30년이 됩니다. 지금까지 몸을 낮춰 서비스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혹 자만할 때면 날 풍자할 사람들을 그려보곤 경계합니다. 가끔은 한 사람의 실수에 모든 공무원의 명예가 땅으로 떨어지는 세태에 섭섭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부를 무서워하는 것 보다는 민화처럼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말은 좋은데 와 닿지는 않는다. “일명 신용불량자 대책을 마련할 때 정책과 별개로 단어부터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바꾸자고 했었죠. 그들은 단지 금융채무만 안갚은 것인데 마치 인생 전체를 신용 없이 살아온 사람처럼 낙인찍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부동산 정책도 당장은 역효과도 있지만 언젠가는 서민들을 위해 완성되고 재평가돼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결국 민화 속 호랑이지 풍자할 대상이 필요한 서민은 아니지 않은가. “아버지는 선생님이었고 그 후 광산을 하셨습니다. 기복이 심해 중3때 처음 더부살이를 시작했죠. 대학에 진학해선 봉산탈춤에 미쳤는데 특히 양반을 풍자하는 사람들의 해학이 좋았어요. 우습게 보이는 호랑이는 풍자 당하면서도 웃습니다. 그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넓은 품이 있어서겠죠.” 웃는 호랑이가 친근하다고 하지만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쌀 개방협상 때 그런 느낌이 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칼로스 쌀이 경매도 잘 안된다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을 땐 이 그림을 보며 그냥 웃지요. 그리곤 기다립니다. 제 좌우명을 되새기며….”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노자의 도덕경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엄마가 함께하면 성적 ‘쑥쑥’

    엄마가 함께하면 성적 ‘쑥쑥’

    부모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맹모지교’를 품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막상 자녀 교육에 도움을 주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아이를 믿어라.’‘아이 스스로 공부를 하게 만들어라.’와 같은 일반론보다는 구체적인 노하우가 절실하다. 자식 농사 성공담을 담은 ‘특목고, 명문대 보낸 엄마들의 자녀 교육’ 저자들로부터 주요 과목을 어떻게 지도했는지 들어봤다. ■ 독서토론 시켜 사고력 배양 조옥남씨는 아이가 어렸을 때 책을 가까이 하게 만들기 위해 아이 주위에 그림책을 흩어 놓았다. 그러자 처음에는 무심하게 지나치던 아이도 차츰 책을 펼쳐들고 그림에 빠져 들었다. 아이가 책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해서는 조금 과장된 목소리로 그림에 대해 얘기해 주자 아이들이 좋아했다. 전래동화나 명작동화 등을 먼저 읽고 잠자리에서 들려 준 다음 다음날 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신기하게 생각하고 더욱 책을 흥미있게 보게 됐다. 주인공 이름을 아이 이름으로 바꿔 읽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한글을 깨친 후에도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잠자리에서 책을 많이 읽어줬다. 일단 연령 단계에 맞는 기본 적인 책은 전집으로 사주고 부족한 부분은 서점에 아이와 함께 가서 구입했다. 내가 읽히고 싶은 책만 사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 1∼2권은 만화책도 기꺼이 사줬다. 동화는 창작보다는 검증된 명작동화 위주로 사줬고 그외 과학·역사 등 분야별로 골고루 책을 접하도록 했다. 독후감은 학교 숙제 외에는 시키지 않았다. 자칫 아이가 감상문이라는 덫에 빠져 책읽기를 싫어할까봐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어렸을 때는 책을 읽고 난 뒤 느낌을 자유롭게 말하게 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다른 아이들과 그룹으로 독서토론을 가르쳤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 중에는 국어 실력 대신 공상만 키우는 경우가 있는데 독서 토론이 이런 것을 방지해 준다. 글쓰기에는 독서가 기본이지만 그래도 따로 지도를 해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는 일기 쓰는 시간을 글쓰기 지도에 활용했다. 우선 아이들에게 무엇을 쓸 것인가 정하게 하고 그에 대한 얘기를 하게 했다. 그 다음 내가 일단 정리해서 들려주고 아이에게 쓰게 하는 훈련을 했다. 느낌도 아이에게만 맡겨 놓지 않고 다양하고 구체적인 느낌과 표현을 열거한 뒤 고르게 했다. 그렇게 지도하자 2학기부터는 혼자서도 잘 쓰게 됐다. 또 아이들에게 동시를 많이 외워서 쓰는 것을 시켰다.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할 무렵에는 주제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식으로 써나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줬다. 글을 다 쓴 다음에는 문장을 짧게 쓰는 법이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쓰는 법 등을 지도했다. 방학이면 그동안 써놓은 글과 방학 숙제로 쓰는 글을 모아 가족 문집을 만들었다. 예쁜 문집을 만들어 이웃에게도 나눠 주고 방학숙제로 제출했다. 아이들은 그 과정을 소중히 생각했고 성취감도 컸다. ★조옥남씨는 자녀 넷을 둔 엄마로 첫째를 서울대 경제과 둘째를 연세대 공대에 보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영어듣기 환경에 자주 노출 박석희씨 아이들은 해외 연수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영어와 친숙해지도록 듣기 테이프를 틀어줬다. 어학 연수 등을 통해 말하기를 먼저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고 판단, 아이 수준에 맞게 듣기와 읽기를 가르쳤다. 영어 테이프를 따라서 읽게 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습지를 시켰고 2학년 때부터는 학원의 도움도 받았다. 학원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호평 받는 곳에 갔다. 하지만 무조건 ‘거기 잘 가르친다더라.’식의 얘기를 일방적으로 듣지 않고 원장과 상담을 통해 교육과정을 꼼꼼하게 따졌다. 아이 수준에 맞게 단계별로 지도하는지, 교재는 지나치게 쉽거나 어렵지 않은지 등을 살폈다. 또 학원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핀 뒤 아이를 보냈다. 보낸 뒤에는 아이가 잘 적응하는지 눈여겨보았다. 모든 조건이 맞다고 판단되면 입소문에 휩쓸리지 않고 한 학원에 계속 보냈다. 학원 숙제 확인은 필수다. 다행히 아이가 영어에 흥미를 보였다. 그래서 아이가 지겨워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을 만큼 조금 앞서서 이끌어줬다. 가령 영어 책을 읽어 줄 때는 “엄마는 모르는데. 넌 이거 읽을 줄 알아?”라는 식으로 자신감을 줬다. 학원에만 의존하지는 않았다. 쉬운 영어 책을 사서 박씨도 아이와 함께 같이 읽었다. 또 아이가 커서도 계속 영어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줬다. 수시로 아이가 듣든 그렇지 않든 영어 테이프를 틀어 놓았다. 이때 영어 학습용이 아닌 이야기 중심의 테이프를 선택했다. 아침에 학교 갈 준비하는 30분, 학원 가려고 준비하는 시간 등 짜투리 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외고를 준비하기 시작하면서는 CNN과 같은 뉴스를 주로 틀어줬다. 단 아이가 영어 듣기에 지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아이의 기분에 따라 뉴스와 같은 딱딱한 내용이 아닌 재미있는 테이프나 팝송을 틀어 주는 유연성을 발휘했다. 중3부터는 습관이 돼 아이가 먼저 영어 테이프나 뉴스를 틀어달라고 했다. 박씨는 토익, 토플은 초등학교 때는 영어 공부를 전반적으로 하게 하고 실제 시험은 중학교 때부터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외고에 보낸 것 자체도 아이에게 자극이 됐다. 현지에서 살다 온 애들이 많다 보니 더욱 노력하는 것이다. 그는 “앞서 끌긴 하되 강압적이지 않고 아이 기분을 맞춰야 한다.”면서 “엄마는 아웃라인을 그으려는 역할만 하되 한시도 눈을 떼면 안되는 게 교육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석희씨는 첫째, 둘째를 모두 외고에 보내고 셋째까지 외고에 진학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수학은 한학기 선행학습을 김현숙씨는 수학도 한글처럼 자연스럽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는 퍼즐 등을 통해 수학을 공부가 아닌 놀이로 접근하게 했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는 학원은 보내지 않은 대신 학습지를 꾸준히 시켰다. 수학을 가르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공부하는 습관을 만드는 일종의 유도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래서 아이가 싫증을 내면 쉽게 풀 수 있는 한두 단계 낮은 학습지로 바꿔 고비를 넘겼다. 문제집은 쉬운 것 한 권, 어려운 것 한 권을 구입해 풀게 했다. 선행학습은 한 학기 정도 했다. 방학 때 문제집 두 권으로 학기를 먼저 가르치고, 학기가 시작되면 다른 문제집 두 권을 구입해 그 학기 내용을 복습시켰다. 김씨는 “수학 경시대회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앞서서 선행학습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아는 문제는 가르쳐 주고 모르는 건 ‘엄마도 모르겠다.’고 인정한 뒤 넘어갔다. 대신 채점해서 틀린 문제는 숫자를 바꿔 반드시 다시 풀게 했다. 학교나 학원 선생님처럼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풀어주진 못했지만 문제를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작업만큼은 엄마가 충분히 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학교 때부터는 엄마가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생각해 학원을 보냈다. 작은 아이와 달리 큰 아이는 수학을 어려워했지만 형편이 되지 않아 과외는 시키지 못했다. 대신 발품을 팔아서 집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잘 가르친다는 학원을 수소문해 아이를 보냈다. 학원은 단순히 공부를 잘 가르치는 것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5분이라도 지각을 하면 연락을 해주는 등 관리를 잘해주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2때부터 과학고 전문 학원으로 옮겼다. 주위 사람들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었지만 아이와 느긋한 마음으로 준비해 합격했다. 입학 준비를 하면서 큰 아이의 경우 고등학교 수학 전 과정을 가르쳤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작은 아이에게는 입학 전에 공통수학만 반복시켰다. 전반적으로 맛만 보는 것보다 기초를 닦아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무엇보다 ‘수학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아이들에게 심어주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학 하면 엄마들부터 겁을 먹고 접근하는데 이는 옳지 않다.”면서 “수학도 놀이처럼 또는 다른 공부처럼 한다는 자신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숙씨는 두 딸을 과외 없이 모두 과학고에 보냈다. 현재 첫째는 카이스트, 둘째는 과학고에 재학 중이다. ■ ‘맹모지교’ 20명 설문조사 자녀의 공부 관리를 잘한 엄마들은 중학교 때 엄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출판 맹모지교가 자녀를 특목고, 주요 명문대에 보낸 엄마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엄마 역할이 중요(매우 중요 포함)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76%, 고등학교에서는 77%였다. 하지만 중학교 단계에서는 응답자의 95%가 엄마의 역할을 강조했다.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엄마가 5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초등학교 이전이 24%로 뒤를 이었다. 자녀의 공부 성공에 집안의 뒷바라지는 77%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도움이 없이 자녀가 특목고나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47%가 조금 어려웠을 것,6%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학원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24%가 매우 중요,24%가 중요,52%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사교육이 필요한 과목으로는 초등학교 때는 64%가 영어,32%가 수학을, 중학교 때는 43%가 영어,43%가 수학을, 고등학교 때는 45%가 수학,27%가 영어를 꼽았다. 자녀가 두각을 나타내게 된 시기로는 75%가 스스로 꿈을 가진 뒤를 꼽아 학습에 동기부여가 중요함이 다시 확인됐다. 아이들의 학습 정보를 얻는 곳은 33%가 친구 엄마라고 답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월드컵 보도의 이면들](14)월드컵 보도의 이면들

    ■ 생각열기 요즘 지구촌 곳곳은 월드컵 열풍에 빠져 있다. 방송사마다 월드컵 중계방송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고, 뉴스의 상당부분을 월드컵 방송으로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는 이런 월드컵 열기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여성들이 월드컵을 반대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광적으로 축구에 빠져 있는 남성들의 사고방식 전환과 남성중심의 문화를 비판하고 있으며, 영국의 한 호텔에서는 축구를 절대 볼 수도 말할 수도 없다는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축구 열기로부터 자유롭게 살고 싶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한 시민단체에서는 ‘월드컵 보러 집나간 정신적 이성을 찾습니다’라는 문구를 이용하여 광적이라 할 만한 한국의 월드컵 열풍에 경고를 던지고 있다. 일부는 이 광고문을 보고 온 국민이 하나되어 축제를 벌이는 마당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우리 사회의 획일화를 우려하여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월드컵의 열광적인 보도 이면에는 어떤 점들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 생각에 날개달기 대한민국의 월드컵 열기는 많은 순기능을 준다. 월드컵은 지역, 계층, 나이를 떠나 대한민국을 하나 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온 국민들의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되고,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을까? 혹 이런 열기들이 우리에게 주는 부정적인 면들은 있지 않은지, 그리고 최근 이처럼 열광적인 관심은 왜 시작되었는지 생각해보자. 열광적인 월드컵 중심의 보도들은 국민들의이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들을 외면하게 한다. 국민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보도를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언론은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을 알려야 하는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보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런 언론의 사명을 망각하곤 한다. 최근 한국에 가장 중요한 문제인 자유무역협정 (FTA)문제를 소홀하게 보도함으로 인해서 국민적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점이나 2002년 월드컵 때문에 발생했던 서해교전 사건의 축소 보도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 주변에는 우리의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존재하고 있다. 생존 문제로 애절하게 시위하는 이들도 있고, 억울한 일을 당해서 애타게 호소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온 국민들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려 있게 된다면, 정말로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고, 우리의 무관심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사실 이런 열광적인 월드컵 열기가 시작된 것은 2002년이라 할 수 있다. 그 전에는 월드컵이 열려도 모든 방송에서 똑같은 내용을 중계하거나 뉴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서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기점으로 해서 요즘 언론들을 보면 마치 월드컵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월드컵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조장하는 것처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왜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물론 국민의 관심이 증가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 이면에는 마케팅이라는 상업주의의 전략이 숨어 있다는 점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유다. 월드컵은 기업들에 마케팅의 중요한 전략이다. 국민들이 월드컵 열기에 빠져들수록 국민들은 소비가 많이 늘어나고, 관련 기업들은 많은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생각해보자. 방송은 월드컵 중계를 통해서 많은 광고를 따올 수 있다. 여행사는 독일로 직접 가서 경기를 보는 사람들 때문에 호황을 누린다. 의류업체 광고는 월드컵을 응원하기 위해서는 빨간색 셔츠를 입어야 한다고 말하고, 가전업체는 고화질의 대형텔레비전으로 축구를 봐야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고 유혹한다. 그리고 호프집이나 식당 등 대형음식점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서 봐야 더 재미있다고 광고한다. 사실 예전에 가정에서 텔레비전으로 월드컵을 보는 것은 소비의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거리응원이나 대형음식점 그리고 술집에서 더불어 보도록 하는 것은 엄청난 소비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어른들은 이기면 기분 좋아서 한 잔, 지면 또 스트레스 풀기 위해서 한 잔 하고, 젊은이들은 오랜만에 다들 모였는데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안타까워 어디론가 발길을 돌린다. 결국 가정에서 거리나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를 부추기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월드컵 마케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2002년에 순수하게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의 힘으로 이룩했던 거리 응원들도 이제는 상업적인 의도 속에서 기업들이 대행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는 시민들의 것이라던 서울시청 광장 사용권을 SK텔레콤에 팔아넘긴 일이 드러났다. 따라서 거리응원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서울시청 앞 광장의 응원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주도가 아니라 SK가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자본들의 마케팅 경쟁은 우리의 응원 문화에 갈등을 가져왔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응원가이다.2002년 대한민국을 하나 되게 했던 응원 노래가 이번에는 SK가 윤도현을 끌어들여 발표한 애국가 록버전과 KTF·붉은악마가 주도한 ‘렛츠고 챔피언’ 사이에서 결론을 못내려 많은 혼란과 갈등을 유발했었다. 월드컵은 지구촌 축제다. 그러나 축제의 이면에는 자본의 마케팅과 정치적 의도들이 많이 숨어있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축제에서 소외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진 않을 것이다. 축제를 즐기되 축제가 줄 수 있는 부정적인 요인들을 긍정적으로 채워나가고 축제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휘둘리기보다 시민들의 건전한 장이 될 수 있도록 경계하고 주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1. 월드컵 기간 동안 가격이 오른 상품들과 가격이 내린 상품들은 무엇이 있는지 조사해보고 이러한 결과에는 어떤 전략이 숨어있는지 생각해보자. 2. 월드컵 때문에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들과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품들은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자. 3. 인터넷으로 EBS의 ‘e-지식채널‘ 중 ‘축구공 경제학(2005.12.12)’을 보자. 거기엔 축구공을 만들기 위해 나무처럼 딱딱하고 지문도 없는 작은 손으로 바느질하는 파키스탄의 아이들이 나오고 있다.10만원이 넘는 축구공을 만들고 나면 150원을 받고 하루 종일 축구공을 만드는 그 아이들에게 월드컵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생각해보자. 강정훈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안양귀인중 교사
  • 개국 16주년 서울시 교통방송 박종구 본부장 인터뷰

    개국 16주년 서울시 교통방송 박종구 본부장 인터뷰

    서울시 교통방송(tbs)이 지난 11일 개국 16주년을 맞았다. ●멀티미디어 방송으로 가듭나 교통 전문 FM 라디오로 문을 연 tbs는 인터넷 방송과 케이블 ‘TV서울’, 디지털미디어방송(DMB)을 잇따라 개국하며 멀티미디어방송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박종구(朴鍾九·60) 본부장이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tbs가 서울의 교통문화를 변화시켰다.”며 강한 자긍심을 보였다. ●질서지키기 캠페인등 ‘열매´ “tbs가 ‘교통질서 지키기 캠페인’을 펼쳐 1995년 하루 2.4명이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05년 1.3명으로 줄었습니다. 교통사로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도 매년 1조원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tbs FM이 교통 사고의 심각성과 교통 법규 준수의 중요성을 꾸준히 홍보한 덕에 선진 교통문화가 정착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교통정보를 신속하게 전달, 교통체증을 감소시킨 것도 사고를 줄이는데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박 본부장은 “서울경찰청 CCTV로 서울시내 200여곳의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교통통신원 2500명이 현장 상황을 시시각각 알려주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운전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는 지난해 9월 월드 리서치의 라디오 청취행태 조사에서 tbs FM 청취율이 36.4%를 기록,1위 자리를 차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언론인의 꿈 이루고 ‘제2인생´ 박 본부장이 tbs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2월. 개방형 직위인 본부장 공개 채용에서 40쪽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합격했다. 그가 오랫동안 품어온 ‘언론인’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경남 산청이 고향인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정치·경제에 관심이 많았다. 일간지를 섭렵하며 그는 언론인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러나 1973년 경찰대학에 합격하면서 인생의 행로를 수정했다. 정보·외사 분야를 전공한 그는 2002년 서울경찰청 교통부장으로 일하며 tbs에 관심을 기울였다.2003년 경찰 치안감으로 명예퇴직한 뒤 그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루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박 본부장의 철학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그는 새벽 3시 30분이면 일어나 라디오를 청취하며 산을 오르고, 일간지 15개를 꼼꼼히 읽으며, 지상파·케이블 TV를 매시간 모니터한다. 컴퓨터, 인터넷은 그의 전공 분야다. 고려대 컴퓨터과학기술 대학원에서 2001년에 공부했다. “도전을 두려워하면 변화에 적응할 수가 없습니다. 용기와 성실함만 갖췄다면 나이가 많다는 것은 장애물이 되지 않지요.” ●18개월만에 유비쿼터스 기반 다져 덕분에 그는 1년 6개월 만에 케이블 TV와 tbs DMB를 개국하며 언제 어디서나 서울의 교통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 기반을 다졌다. 해외 미디어와의 교류도 시작했다. 케이블 TV는 도쿄의 MXTV, 뉴욕의 NTCTV와 업무제휴를 맺어 프로그램을 교환하고, 공동 제작한다.FM 라디오 ‘우리말 고운말’ 프로그램은 LA 한인방송에 제공된다.DMB는 영어전문 방송 아리랑 라디오와 함께 영어·한국어 동시 프로그램 ‘INfo-Break’를 송출한다. 내부적으로도 혁신을 단행했다.tbs 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부장급으로 승진시키고, 딱딱한 사내 분위기를 토론 등을 통해 바꾸었다. “서울의 문화, 예술, 역사, 그리고 서민의 소박한 꿈까지 담아내는,‘서울의 모든 것’을 전하는 서울 시민의 중심 매체로 tbs를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박 본부장이 꿈꾸는 미래의 교통방송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걸어온 길 출신:경남 산청(61) 학력:중앙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경찰대학 간부 21기 졸업, 고려대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 수료 경력:경기 용인·고양·서울 강남경찰서 서장, 전주대 법정대 겸임교수,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교통·보안부장, 부산교통방송(TBN) 본부장, 서울시 교통방송(tbs)본부장
  • 시범 운영 중계평생학습관

    시범 운영 중계평생학습관

    빈부 격차가 벌어지면서 교육 양극화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쪽 아이들은 여러 개의 전문화된 학원 수업에다 수백만원대 과외까지 받고 있지만 다른쪽 아이들은 몇만원대의 학습지조차 받아보기 버겁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회 복지로 다가가는 제도적 장치. 교육 양극화 해결을 위해 힘찬 첫걸음을 내디딘 서울 중계평생학습관의 ‘학습도움방’을 참관해봤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3동 중계평생학습관 제4강의실. 학교 정규수업을 마친 중학교 1학년생 18명이 모여 중원중 오진주(27·여) 교사가 내준 수학 쪽지 시험지를 열심히 풀고 있다. 이날이 학습도움방이 열린 첫날이기 때문에 오 교사는 아이들의 실력을 시험해 보기위해 정수의 덧셈과 문자의 계산, 방정식 등 수학의 기초를 가늠하는 문제가 담긴 쪽지 시험을 냈다. 하나도 풀지 못하는 아이부터 그럭저럭 풀어내는 아이까지 다양한 수준이 모였다. 오 교사가 “여러분이 학교 수업시간에 설명이 너무 빨라서 따라가지 못했던 부분을 여기서 충분히 복습할 수 있을 겁니다. 학교보단 인원이 적으니까 나도 최대한 많이 봐줄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같은 시간 제2강의실.24명의 중1년생들이 모여 상계중 박민선(49·여) 교사의 수학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제2강의실 수업은 옆교실보다 학생들의 호응이 더 뜨겁다. 박 교사가 “방정식이 뭐예요.”라고 물으니 학생들이 입을 모아 “미지수가 무엇이냐에 따라 참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하는 식”이라고 또박또박 답한다. 이 학생들은 제4강의실 학생들보다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더 우수한 아이들이다. 박 교사는 “학교 수업보다 약간 더 느리게 진행해서 이해하기 쉽게 만들 테니 잘 따라와라.”고 충고한다. 중계평생학습관 학습도움방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예·복습을 도와줌으로써 교육 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인근 중원중, 중평중, 하계중, 한천중학교 1학년 학생들 가운데 기초생활보호대상자나 중식지원대상자, 결손가정 자녀 50명을 추렸다. 상계중 김부용(41·여) 교사와 상경중 양상순(43·여) 교사, 중원중 김희진(41·여) 교사와 중계중 박윤우(23·여) 교사 등 6명의 현직 교사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EBS교재를 토대로 학생들에게 국어와 영어, 수학 과목을 가르친다.50명의 학생들을 지난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절반씩 월수금-화목금 두 반으로 나눈 뒤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하루 3교시 수업을 연다. 수업만이 아니다. 소속 학교들과 연계해 사회복지사와 청소년상담센터 등의 협조를 받아 청소년 시기에 겪을 어려움에 대해 상담도 해주고 저녁 식사도 무료로 제공해준다. 강의실 문을 언제나 열어두기 때문에 수업이 없는 날에도 학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계 학습도움방은 서울시교육청 예산 4000만원을 지원받아 서울 시내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12일에는 용산도서관도 인근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학습도움방을 개설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 2개 학습도움방의 운영 상태를 살핀 뒤 내년부터 시립과 구립도서관 등에 학습도움방 개설을 적극적으로 장려할 계획이다. 중계평생학습관 구희석 관장은 “한번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연달아 학습 의욕을 잃게 되기 때문에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움방을 꾸렸다.”면서 “특기 적성 교육이 중심이 된 방과후 학교와는 달리 일단 정규 수업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의 공부를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호응도 좋다. 하계중 1학년 조모(13)군은 “이제까지 제대로 학원에 다녀본 적도 없는데 현직에 계신 선생님들이 직접 가르쳐 주니까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한천중 1학년 임모(13)양은 “학교 수업이 따라가기 벅찰 때가 많았는데 선생님들이 핵심만 짚어줘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도서관·복지관 운영 배움터 곳곳에 학습도움방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지만 서울시내 도서관과 수도권 각종 시설에는 갖가지 배움터들이 운영되고 있는 교육의 장이 많다. 서울 강동도서관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후 3시10분부터 50분 동안 중국어 교실 ‘니하오 차이나’를 연다.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중국어 회화와 중국노래 배우기, 중국문화 알기 등의 커리큘럼으로 중국을 가르친다. 이 도서관은 또 ‘타임머신 역사기행’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첫째와 셋째 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3시30분까지 역사 기행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자칫 딱딱하게 접하기 쉬운 역사를 구연 이야기식으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8월까지 열린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은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동시를 통한 어린이 독서지도’ 프로그램도 개설하고 있다.(02)483-0178,0728. 정독도서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초등학교 4∼6학년생 20명을 대상으로 ‘논술 기초 및 글쓰기 지도’ 프로그램을 연다. 동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서울예대와 중앙대, 명지대 등에 출강하고 있는 김두임씨가 아이들을 가르친다. 또 매주 토요일 초등학생 전학년을 대상으로 한 ‘초등학생 관련 우수영화감상’ 프로그램도 함께 개최한다.(02)2011-5771. 종로도서관에서는 매월 둘째와 넷째 주 토요일에 중학교 1∼2학년이 참가할 수 있는 ‘청소년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02)737-1704. 강남도서관에서는 매월 첫번째 토요일 고등학생 20명을 대상으로 ‘도서관과 함께하는 선정릉 기행’ 프로그램을 연다. 고등학생들에게 현장에서 정확한 역사 지식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02)3448-4744. 인천시 세화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매일 방과 후 인근 연수초등학교의 저소득층 가정 5∼6학년 아동 20명을 대상으로 ‘에듀피아 클래스’를 열고 있다. 전액 무료 교육으로 개인별 능력 차이를 고려한 국·영·수 학습지도 프로그램을 갖췄으며 미술과 영어, 일본어와 한자, 독서지도 등 특별 교육도 실시한다.(032)813-2791∼4. 인천시 북부교육청에서는 GM대우가 참여하는 무료 교육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근 청천중학교 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3시50분부터 1시간여 동안 GM대우측에서 초빙한 강사들이 영어회화와 독해, 포토샵 등을 가르친다.(032)503-3902.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학습도우미 중계중 박윤우교사 “넘치는 의욕에 비해 집안 사정 탓에 공부 방법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워 이렇게 나왔습니다.” 중계평생학습관이 개설한 학습도움방의 학습도우미로 나선 중계중 박윤우(23·여) 교사는 지난 2월 대학을 갓 졸업하고 다음달 일선 학교에 부임한 ‘초보’ 선생이다. 학습도우미 교사 6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박 교사는 ‘짧지만 길었던’ 지난 석달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다 학습도우미 자원봉사로 나서게 됐다. 영어 과목을 맡고 있는 박 교사는 대학 시절 야간 학교나 공부방에서도 자원봉사를 했다. 석달 동안 학교에서 만난 저소득층 아이들이 학습 의욕에 비해 수업 진도 따라가기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그 아이들을 위한 공부모임을 만들 계획도 짰다. 이때 마침 학습도움방이 생긴다는 서울시 북부교육청의 공고가 학교에 나붙은 걸 보고 선뜻 자원봉사를 지원했다. “‘강북 속의 강남’이라는 노원구에는 저소득층 자녀도 많기 때문에 교육 격차가 큽니다. 넉넉한 집안 아이들에 비해 수업시간에도 왠지 모르게 적극성과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아이들을 위해 보충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죠.” 박 교사는 학습 분야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또래 상담에도 나설 예정이다. 학습도움방이 공부 분야에만 매진하면 아이들이 흥미를 잃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공부하려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꾸준히 가르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합니다. 또 학습도움방에 대한 홍보도 제대로 되어야 교사들의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속이 꽉 찬 교육청 영어캠프

    속이 꽉 찬 교육청 영어캠프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부모들의 여러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캠프다. 그 중에서도 요즘 인기인 영어 캠프는 가격도 만만치 않고 캠프마다 원어민 강사 수준이나 수업 내용도 차이가 커 좋은 프로그램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각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캠프는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 마련한 여름방학 영어 캠프 프로그램을 들여다 봤다. 각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영어캠프는 수익을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일주일 이내의 프로그램의 경우 식비 등 최소 경비만 받거나 무료로 실시한다. 또 보름 이상 실시하면서도 시중 가격의 절반정도 비용만 받는 등 전반적으로 저렴하다. 동시에 공교육의 틀에서 실시하는 만큼 엄격한 선발과정을 통해 자격이 검증된 영어 강사와 지도 교사, 프로그램으로 내실있는 교육을 보장한다. 최소 경비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 각 교육청이 주관하는 영어캠프라 할 수 있다. ●가격은 절반, 프로그램 질은 두배 서울에서는 2004학년도부터 서울시 교육청 주관으로 지역 교육청 단위별로 영어 캠프가 열리고 있다. 해마다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내실을 더해가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름 캠프를 진행하지 않는 지역 교육청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15박 이상의 장기 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은 70만∼100만원 정도로 일반 업체나 대학에서 주관하는 영어 캠프와 비교해 절반 수준 정도밖에 안된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지도 교사당 학생 비율이 낮고 교재나 프로그램도 알차다. 서울 성동 영어캠프의 경우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11명과 경쟁을 통해 선발된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현직 영어교사 24명이 강사진으로 배치된다. 한 학급당 학생은 18명. 각 학급에 원어민 강사 1명, 지도교사 2명이 배치돼 학생 개별 교육이 가능한 수준이다. 오전에는 원어민이, 오후에는 지도교사가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은 미니 올림픽, 팝송 콘테스트, 벼룩시장, 골든 벨 울리기 등으로 구성돼 있어 아이들이 딱딱한 수업이 아닌 재미나는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수업 외에도 다양한 방과후 활동과 지도가 이어져 학생들이 24시간 영어와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교재는 이번 캠프를 위해 원어민 교사와 지도교사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만을 엄선해 만들었다. 서울 북부 어린이 영어캠프는 오전에는 교재를 활용해 수업하고 오후에는 현장 견학과 체험 활동 위주로 영어를 익히게 된다. 한 그룹은 13명으로 그룹마다 담임 선생님이 배치된다. 그날 배운 내용은 그날 바로 평가한다. 또 주 1회 모두 2차례 또 다시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학부모에게 발송해 단순히 ‘놀다 오는 캠프’의 한계를 벗었다. 인천 교육청과 산하 지역 교육청은 초·중·고를 대상으로 4박5일∼9박10일 영어 캠프에 대한 계획을 마쳤다. 초등학생의 경우 모두 비합숙 프로그램이다. 중·고생의 경우, 합숙·비합숙 캠프 모두 준비했다. 지역의 인하대학, 인천대학과도 연계해 초·중생을 대상으로 각각 13박14일,7박8일짜리 영어 캠프를 마련, 운영할 방침이다. ●대학과 연계, 주말캠프, 학교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 부산 교육청은 인근 대학과 연계해 합숙·비합숙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했다. 합숙 캠프인 ‘원어민 영어교사를 활용한 초·중학생 영어캠프’는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3주간 열린다. 장시간 합숙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힘든 학생은 단기 비합숙 캠프를 이용할 수 있다. 국제청소년연합(IYF)이나 인근 대학교와 연계한 비합숙 영어캠프가 각 지역 교육청마다 마련돼 있다. 영어캠프에는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3학년까지 지역교육청별로 120여명을 모집한다. 신청 기간은 5월15일부터 6월 중순까지다. 강사진은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의 초등학교 현직교사, 부산광역시 교육청 및 대학교 소속 원어민 영어강사, 외국어가 능숙한 한국인 보조 교사들로 구성돼 있다. 수업은 외국 현지에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돼 보다 생생한 영어 수업을 체험할 수 있다. 또 지역 교육청별로는 여름 캠프와 함께 주말 영어캠프도 함께 진행된다. 동부교육청의 ‘동부 잉글리시 페어리 테일 캠프’, 서부교육청의 ‘원어민과 함께하는 주말 영어 체험 캠프’, 남부교육청의 ‘남부 초·중 어학교육단지’, 북부교육청의 ‘꿈동이 영어교실’, 동래교육청의 ‘원어민과 함께하는 해양 체험 캠프’, 해운대교육청의 ‘해운대 스페셜 새터데이 캠프’ 등 교육청마다 특색있는 캠프가 실시될 예정이다. 시 교육청과 각 지역 교육청이 주관하는 영어 캠프 외에 각 학교에서도 방학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생활 회화나 토익 때려잡기, 문화 유적 답사를 통한 생활영어 익히기, 영어 퀴즈 대회 등으로 짧은 주말 동안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눈에 띄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전북 교육청은 초·중생 8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청 주관 캠프를 준비 중이다. 대학교에 위탁하는 캠프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시될 계획이다. 부산과 마찬가지로 학교별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현재 추진 중이다. ●전용 학습장 활용해 만족도 높여 강원도 교육청은 다음날 24일부터 4박5일간 강원 영어체험 학습장에서 ‘2006 시사이드 서머 캠프’를 연다. 초등과 중등 40명씩 모두 8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9일까지 인터넷으로 신청받아 학년·성별·지역별로 분배한다. 한 반당 10명씩 4개 반으로 편성하고, 각 반에 원어민 교사 및 한국인 교사 2명이 배치돼 소수정예로 수업이 진행된다. 영어권 국가에서 유학이나 어학 연수 등을 받은 학생들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격은 급식·간식비, 현장 체험 학습비 정도를 부담하는 정도다. 영어 전용 교육 기관에서 실시되는 만큼 프로그램이 그 어떤 곳보다 탄탄하다. 제주 교육청이 주관하는 굵직한 캠프는 국제자유 도시개발센터와 제주외국어학습센터와 연계한 프로그램이다. 각각 120명,60명을 대상으로 8월 중에 실시된다. 국제자유 도시개발센터의 경우 30%만 학생 본인이 부담하고 제주 외국어학습센터 프로그램은 무료다. ●교육청 사후 평가로 프로그램 경쟁 교육청 캠프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평가 시스템 때문이다. 시·도 교육청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각 지역 교육청이 계획을 수립해 캠프를 실시하기 때문에 사전·사후 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충남 교육청의 경우는 15개 시 교육청에 일제히 예산을 지원하고 사전 프로그램 운영자 협의회 프로그램과 운영자 사전 교육을 실시한다. 캠프를 마친 뒤에는 우수교육청 4기관을 선정, 표창한다. 교육청간 경쟁을 통해 높은 프로그램 운영에 힘쓰기 위해서다.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캠프의 또다른 특징은 소외 계층 할당제를 실시한다는 것. 프로그램에 따라 선착순 혹은 컴퓨터 프로그램 추천인 경우도 있지만 수혜자 가정이나 농·어촌 학생에게 우선권을 준다. 대구의 경우 올해는 소외계층 학생 200여명에게 일주일간 무료로 영어 캠프를 실시할 계획이다. 대전·전남 등 다른 지역 역시 30% 안팎의 비율로 저소득층 가정 학생들에게 영어 캠프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별로 여름 방학 때는 계획이 없거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곳도 있다. 늦어도 7월 초까지는 여름 방학 영어 캠프 일정이 확정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각 지역 해당 교육청에 문의하면 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생활의 지혜] 김밥이 딱딱해 졌을 때

    먹다 남은 김밥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김밥이 딱딱하게 굳어서 맛이 없어 처치 곤란한 적이 많다. 이럴 때 썰어놓은 김밥을 튀기면 좋다. 칼로리가 걱정된다면 계란옷을 입혀 프라이팬에 지져도 김밥과 전의 느낌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 [이주일의 어린이책] ‘죽은 얘기꽃’ 다시 피우기

    TV, 컴퓨터 탓일까. 요즘 아이들은 서사에 목말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야기 하나만∼”이라며 보채는 풍경이 사라진 현실은 어째 서글프고도 삭막하다. 상상의 그릇이 밑바닥에서부터 말라버리는 것같으니 말이다.성의있는 어린이책 만들기로 소문난 보리출판사가 새 시리즈를 내놓았다. 시리즈에 붙여진 이름은 ‘보리피리 이야기꽃’.“‘아동문학’이라는 딱딱한 표현 대신 ‘이야기꽃’이란 단어로 독자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는 게 출판사측의 귀띔이다. 책은, 어린이책을 꾸준히 써온 작가들이 직접 겪었거나 현장에서 들은 실제 이야기를 구수한 입말체로 풀어나가는 전개방식을 택했다.시리즈의 첫째권은 ‘달걀 한 개’(박선미 글, 조혜란 그림).“야야가 너거만(너희들만) 했을 때 이야기야.” 사투리로 운을 떼는 첫장에서부터 책의 색채가 선명히 드러난다. 고장마다 서로 다른 자연공동체의 분위기를 최대한 생생히 전달하겠다는 게 이 시리즈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맘때쯤에는 아직 이른 봄이라 농사일이 덜 바빠서 마을이 좀 한가하고 조용해. 이런 조용한 마을에서 가끔 소란을 피우는 놈들이 바로 장닭이란 놈들이야.” 경남 신평초등학교 선생님인 작가는 달걀 한 개가 너무나도 소중했던 어린시절 기억을 꼼꼼히 되짚었다.주인공으로 내세운 소녀의 이름은 야야. 일인칭 관찰자가 된 야야는 암탉과 병아리 식구들이 햇살 아래 엮는 소담스러운 풍경, 암탉이 낳은 달걀이 밥상에 오르는 풍경 등을 정겨운 정물화로 묘사했다.“달걀 한 개를 깨어서 뜨물에 풀고, 새우젓을 조금 넣어 간을 해서 밥을 할 때 같이 솥에다 넣고 찌거든. 야야는 그게 얼마나 먹고 싶은지….” 먹거리가 지천에 널린 요즘 아이들에게 음식 소중한 줄 알게 만드는 미덕도 있는 책이다. 장닭, 씨암탉, 장독, 탱자나무, 장날, 설거지통, 할배, 할매…. 듣기만 해도 코끝으로 시골길 흙냄새가 폴폴 끼쳐올 것만 같은 ‘토종’단어들에 어린 독자들은 연방 물음표를 찍을 듯하다. 이 점, 시리즈의 큰 노림수이기도 하다. 맛깔난 입말투의 이야기 전개 덕분에 순식간에 책 한권을 다 읽어내릴 수 있겠다.자연과 공동체, 일과 놀이. 요즘 아이들에게 딴나라 이야기로만 들릴 글감들을 앞으로 나올 책들에서도 꾸준히 만나 볼 수 있다.전북 변산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박형진 시인의 바다소년 이야기 등 행간에서 자연을 느끼게 해줄 책들이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초등생.80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기자·뉴스가 재미있다?

    기자·뉴스가 재미있다?

    ‘재미없는 기자와 뉴스는 가라?’ 정장 차림에 딱딱한 말투로 뉴스를 전하는 기자들. 재미는 없지만 눈길을 끈다. 그만큼 기자와 뉴스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지상파 개그·오락프로그램에 기자와 뉴스를 패러디한 코너들이 잇따라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진지하고 엄숙한 기자와 뉴스를 개그로 풀어냄으로써 통쾌한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우선 눈에 띄는 코너는 KBS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코너에서 코트를 날리며 등장하는 ‘강유미 기자’와,SBS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두목 강성범과 그의 조직이 만드는 ‘형님뉴스’ 등이다. 씩씩한 목소리의 강유미 기자로 나오는 개그우먼 강유미는 봉숭아학당 동료들에게 질문을 던진 뒤 답변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니컬한 해석을 내려 좌중을 웃긴다. 특히 그가 ‘옥장군’ 정종철에게 가하는 고문(?)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지만 통쾌함도 느낄 수 있다. 조폭들이 전라도 사투리로 거침 없이 전하는 ‘형님뉴스’는 앵커 강성범에게 인정받으려는 리포터 길룡이의 처절한 몸부림이 웃음을 자아낸다. 할 말은 꼭 해야겠다는 조폭과 뉴스가 만난 만큼 시사개그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MBC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은 MC 유재석이 진행하는 ‘무한뉴스’를 통해 패널들에게 일어난 소소한 사건·사고를 전한다. 박명수·정준하·노홍철·정형돈·하하 등 고정패널들의 사소한 소식을 뉴스로 전달,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KBS 개그콘서트 ‘현대생활백수’코너로 인기를 얻은 강일구는 ‘옹박’ 조지훈과 함께 ‘굳세어라 조기자’코너를 진행한다. 또 최근에는 봉숭아학당에서 ‘100초 토론’을 맡아 아나운서 출신의 손석희 교수의 성대모사를 보여준다.100초 토론에서 “시간이 끝났다.”며 패널들의 발언을 가로채는 강일구의 진지한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방송계 관계자는 “기자와 뉴스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존재인 만큼 이를 패러디하고 연성화하는 개그 소재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면서 “그러나 너무 가볍게만 다뤄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방과후 학교’ 이렇게 하면 성공

    ‘방과후 학교’ 이렇게 하면 성공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사교육비 경감, 교육 격차 해소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방과후 학교 활성화를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고 일부 잡음도 들리지만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각 학교의 노력은 간단치 않다. 방과후 학교를 성공적으로 시작하고 있는 학교들을 돌아보고 그 노하우와 남은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 서울 노원 연촌초교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자리잡은 연촌초등학교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특기 적성교육은 물론 교과학습을 적절히 반영했다. 그 결과 전교생의 60% 가까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수영장과 체육관 등 다른 학교에 비해 시설이 좋은 이점을 살려 각종 특기 적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같은 서울에서도 교육 여건이 떨어지는 지역에 있지만 방과후 학교 덕분에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저렴하게 받고 있다. 부담 없는 가격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입맛에 맞게 개설됐다는 것도 연촌초 방과후 학교의 장점이다. 바이올린이나 플루트처럼 사교육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수업과 더불어 학교 밖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곳에서는 배울 수 있다.‘어린이 성장요가’ 수업을 받고 있는 5학년 박현정(10)양은 “그동안 요가를 배우고 싶어도 초등학생들이 다닐 곳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마침 수업이 개설돼 신청했다.”면서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니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초청된 강사들의 마음가짐도 이곳에서만큼은 진지하다. 방과후 학교를 지도하고 있는 강사 윤혜진(25)씨는 “다른 곳에서도 강의를 하지만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공교육의 일부를 담당한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더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곳의 또다른 특징은 교실 4개를 개조해 만든 영어마을.15명 정도 소수 정예로 원어민 강사가 수업을 진행한다. 일반 학원에서 이같은 조건으로 교육을 받으려면 월 30만∼5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지만 이곳에서는 교재를 포함, 월 9만원이면 된다. 때문에 인근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 “영어 마을 때문에 이사오고 싶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스쿨 버스를 운영해 이 학교 재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6개 초등학교와 2개 중학교 학생들이 연계해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3∼6학년의 경우 수학과 같은 교과 과목도 개설돼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경기 포천여중 포천시는 교육 여건에 있어서 도시라기보다는 농촌에 가깝다. 하지만 전 교직원의 노력으로 방과후 학교가 그 어느 곳보다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다른 학교과 달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시설·인력·지원 등 부족한 부분은 지역 사회와 연계해 해결하고 있다. 연극·무용·디자인 등은 인근 대진대학교와 ‘대학생 멘토링제’를 도입했다. 멘토로 활동 중인 이 학교 시각디자인과 김민정씨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포토숍과 같은 수업을 받을 수 있어 좋고 내 입장에서는 학점을 받을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말했다. 또 대입의 최대 화두인 논술 교육은 지역신문 편집국장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개설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다른 중학교와 함께 ‘민속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비영리 단체에 위탁, 각종 스포츠 교실과 일본어 회화, 서예 등 프로그램까지 갖추고 있다. 특기·적성 교육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계발활동과 46개 동아리를 연계해 진행 중이다. 이 학교 방과후 학교를 총괄하고 있는 강현중 교사는 “아무래도 교육 환경이 서울과는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다행히 시간이 갈수록 참여하는 학생들이 느는 등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진학을 앞둔 만큼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과목에 대한 교과학습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으며 3학년의 경우 심화 수업을 마련했다. 가장 인기 많은 프로그램은 원어민 회화 프로그램이다. 포천에서는 비용도 문제지만 사교육 시장에서도 원어민에게 수업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 학교에서도 원어민 강사를 구하기 힘들었을 정도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개설되자 지원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결국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이 수업을 듣고 있는 박주희(14)양은 “생생한 영어를 저렴한 가격에 배울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신소희(13)양은 “사실 여기서는 원어민을 길에서도 만나 보기 힘든데 이렇게 학교에서 수업받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전했다. ■ 인천여고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이 바로 고등학교이다. 대입을 앞두고 있어 비교과 과정보다는 교과 과정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지만 강사를 구하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대학생 예비교사 제도는 학습 수준이 높은 고등학생을 지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사교육 시장의 유명 강사를 데려올 경우 비용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인천여고의 경우 참여도와 만족도 둘 중 후자에 일단 힘쓰기로 했다. 가장 수요가 많은 영어와 수학 과목은 상·중·하 수준별로 반을 편성하되 소수 정예를 원칙으로 했다. 영어 수업을 듣고 있는 서은빈(17)양은 “정규수업 시간과 달리 이해를 못하면 여러번 설명해 주신다.”면서 “교과서 위주가 아니라 수업이 딱딱하지 않아 더 좋다.”고 했다. 최혜현(17)양은 “아무래도 인원수가 적으니 거의 1:1로 수업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인천여고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수업 중 하나는 바로 논술이다.2008학년도 입시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논·구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막상 사교육 시장에서도 뾰족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1·2학년을 대상으로 주중에 2개반, 주말에는 학년과 상관없이 1개반을 운영 중이다. 논술 수업을 받고 있는 이은주(17)양은 “논술 학원도 마땅치 않고 뭘해야 할지 몰랐는데 학교에서 논술 수업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 “학원에서는 글쓰는 기술을 주로 가르친다고 들었는데 학교 선생님이 가르쳐 주셔서 그런지 더 깊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풀어야할 과제는 방과후 학교에 있어 성공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는 학교들도 입을 모아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한다. 우선 교과영역에 있어서 강사 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특기 적성교육 등 비교과 영역을 담당할 강사는 비교적 인재풀이 넉넉하지만 교과영역은 그렇지 못하다. 법정 교원 수도 채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방과후 학교는 기존 교사의 업무를 가중시킨다. 결국 사교육 시장을 대신한다는 원래 취지와 달리 수업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학생은 “알찬 방과후 학교 수업도 있지만 일부 수업은 정규 수업 시간과 구분이 잘 안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교육부는 학원강사 초빙제를 제시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여고 오헌주 교사는 “일단 적은 돈만 받고 학교로 수업하러 올 수는 있겠지만 이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유치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학생들은 방과후 학교 때문에 다른 수업을 듣지 못해 고민이라고 했다. 인천여고의 한 학생은 “같은 시간에 방과후 학교를 신청하지 않은 애들은 EBS를 시청한다.”면서 “시험 문제가 거기서 많이 나오는 데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워 걱정”이라고 전했다. 학교 내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남는 교실이 많은 학교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컴퓨터실은 물론 직원 회의실까지 동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방과후 학교가 큰 도시 내에서의 학력 격차는 줄일 수 있지만 도농간의 학력 격차는 오히려 더 크게 벌려 놓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단 농어촌 등에서는 강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설사 프로그램을 개설한다고 해도 학생들이 적어 가격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 이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거점학교가 제시되고 있다. 연촌초 정수원 교감은 “우선 남는 교실이 많은 학교에 시설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고 인근 5∼10개 학교와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해 연계 수업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각 학교 간에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셔틀버스를 운영하게 하면 일자리 창출까지 되니 1석2조”라고 설명했다. 열악한 여건 때문에 수업 자체에는 만족하지만 좀더 많은 시간 동안 수업을 받을 수 없다는 불만도 있다. 인천여고 함새롬(17)양은 “학원과 달리 선생님들과 토론도 하고 글쓰기도 하니 좋다.”면서 “하지만 1주일에 한번 1시간30분은 부족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안전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방과후 학교를 진행하는 동안 안전 사고가 날 경우, 모든 책임이 학교와 교사에게 있다. 따라서 위탁교육을 위해 학교 밖을 벗어나는 경우 학생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현재는 교사가 인솔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출장비를 지출하기엔 학교 예산이 부족해 교사들이 수당없이 초과업무를 하고 있다. 포천여중 지정주 교장은 “교육부에서 이와 관련된 법안을 추진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 이미 몇개월이 지났다.”면서 “방과후 교육 중 사고가 난다면 그 원래 취지나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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