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따돌림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완장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호남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 리오넬
    2026-04-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98
  • [속보] “중국, 서방 집단따돌림 대비…수출→내수 중심”

    중국 정부가 최근 수출 중심에서 내수 위주로 경제전략을 전환하려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최근 중국공산당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전국위원회 제13기 제3차 회의 경제계 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내수 경제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앞으로 국내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발전의 출발점 및 목표점으로 삼아야 한다. 완전한 내수 시스템을 구축을 가속화 하고 과학기술 및 다른 방면의 혁신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이러한 전략에 따라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최근 미·중 무역전쟁 및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향후 자급자족을 추구할 유인이 커지고 있다는 게 SCMP 설명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임창용 칼럼] 대통령이 선결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임창용 칼럼] 대통령이 선결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인 중에 온 가족이 기부를 실천하는 이가 있다. 지인 부부는 매월 각자 2만원씩, 두 아이는 1만원씩 십수년간 후원 중이다. TV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고 후원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먼저 용돈을 쪼개 돕고 싶다고 해 부모까지 동참했다. 오랜 기간 가깝게 지내면서도 몰랐는데, 우연히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후원단체가 보낸 우편물을 보고서 알게 됐다. 그 지인이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문제로 고민 중이다. 이제 다 큰 자녀들이 기부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유는 단 하나, 강요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단다. 지원금을 주기도 전에 기부 독려 ‘이벤트’를 쏟아내는 분위기가 마뜩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엊그제 대변인을 통해 기부 의사를 공개했다. 여당 지도부는 기부 서약 내용을 담은 대형 패널을 들고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기부 사실을 페이스북에 알렸다. 지인은 아이들이 어릴 적 기부를 시작할 때부터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철칙을 지키며 나름 자부심을 느껴 왔다고 한다. 아이들에겐 지도층의 이런 이벤트들이 위선과 보이지 않는 강요로 비치는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됐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경제부총리까지 떠들썩하게 기부를 약속했으니 청와대 직원들과 여당 의원들도 기부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나머지 부처 장·차관이 나설 테고 100만 공무원들은 고민에 빠질 게 뻔하다. 농협은 5000여명의 임직원이 자발적 기부에 동참한다고 발표했다. 직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았다고 한다. 모 민간금융그룹은 임직원 2700여명이 동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의서는 받지 않았지만, 그 정도 참여할 것이란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기부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물과 같다. 해체 담론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선물이 선물이기 위해선 준 사실을 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대가를 바라는 거래로 변질돼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요즘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부서약’ 이벤트는 기부가 아닌 뇌물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대통령이, 장관이, 회장이, 간부들이 온 동네에 소문내며 기부를 하는데 그 수하들이 내키지 않는다고 딴청 피우기가 쉬울까. 밉보여 인사에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조직에서 따돌림당하지는 않을까, 주변에서 인색하다는 평판에 휘말리지는 않을까 등등 고민할 게 뻔하다. 이런 고민을 하는 순간 기부행위는 기부가 아닌 거래나 뇌물로 변질된다. 밉보이지 않는 것, 따돌림당하지 않는 것, 인색하다는 평판에 휘말리지 않는 것은 기부자가 바라는 대가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재난지원금 기부가 외환위기 때의 ‘금모으기’처럼 전 국민적 캠페인으로 번져 나가길 기대하는 듯싶다. 한데 재난지원금 기부는 금모으기와 내용과 형식이 많이 다르다. 금모으기 운동에는 나라에 달러가 바닥난 절박한 위기를 넘겨 보자고 남녀노소와 빈부를 가리지 않고 전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번 재난지원금 기부는 애초에 하위 70%였던 지원금 수혜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상위 30%를 겨냥했다. 처음엔 여권에서 기부를 조건으로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정부가 아무리 자발적 기부를 외쳐도 ‘관제’ 냄새가 가시지 않는 이유다. 또 하나 금모으기 운동은 기부가 아닌 소비운동이었다. 당시 국민은 금을 기부한 게 아니다. 갖고 있던 금반지와 목걸이를 제값을 받고 팔았다. 그렇게 모인 금은 바닥난 외환을 채우는 데 도움을 줬다. 국민은 금을 팔아 목돈이 생겼으니 소비 촉진에도 꽤 도움이 됐을 것이다. 코로나19로 한국 경제가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 절실한 것은 극도로 위축된 소비를 살리는 것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의 취지도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 소비를 진작하는 데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지금의 기부운동은 “지원금을 도로 토해 놓으라”는 메시지로 비친다. 정부와 정치권이 섣불리 나서면서 기부의 참뜻은 이미 훼손됐다. 이제라도 지원금 캠페인 방향을 소비촉진으로 돌리길 바란다. “지원금까지 받았으니 그 두 배, 세 배 소비에 나서라”고 말이다. 그게 지원금 취지에도 맞고 효율성도 높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허름한 식당에서 긴급지원금으로 ‘선결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돼지’라고 놀림받던 호주 여성, 보디빌더 대회 우승 “자랑스럽다”

    ‘돼지’라고 놀림받던 호주 여성, 보디빌더 대회 우승 “자랑스럽다”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여전히 끊이지 않는 심각한 현상이다. 그런데 최근 호주에서 한때 살이 조금 쪘었다는 이유로 이런 경험을 한 여성이 근육질의 탄탄한 몸이 돼 보디빌더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연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뉴스닷컴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멜버른에 사는 다이앤 프릭이라는 이름의 36세 여성은 어렸을 때 살이 쪘다는 이유로 '돼지'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들으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프릭은 “매일 ‘뚱뚱하다’, ‘못생겼다’는 소리를 듣다보니 내 학창시절은 마치 지옥과도 같았다”고 회상했다.이런 경험은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성인이 돼서도 힘겨웠다는 그녀는 5년간 인지행동요법이라는 치료를 받으며 언제나 부정적이었던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인지행동요법은 어떤 사물에 대한 생각을 바꿔 행동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프릭이 변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발견한 여성 보디빌더의 사진이었다. 그녀는 “지금도 확실히 기억한다. 2018년 끝무렵 독감에 걸려 기분이 최악이라 내가 되고 싶은 외모를 가진 여성의 사진을 검색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내가 좋다고 생각한 사진이 모두 보디빌더들의 사진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저것 보다보니 우연히 비키니를 입고 대회에 출전하는 보디빌더를 가르치는 코치를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본 게시물에서 이 코치는 “운동선수와 같은 외형이 되고 싶다면 선수와 같은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말이 그녀의 마음에 영향을 줘 심기일전하고 보디빌드 훈련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먹어온 정크푸드나 술을 완전히 끊고 상당히 고된 훈련에 열심히 임했다. 덕분에 그녀의 체형은 갈수록 날씬해졌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옷 사이즈를 세 단계까지 낮췄고, 체지방은 34.7%에서 12%까지 떨어뜨렸다.그리고 이듬해인 2019년 그녀는 세계 내추럴 보디빌딩 대회인 ‘INBA 오스트레일리아’에 출전해 비키니 부문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녀는 우승 소감으로 “난 항상 체형을 커버하는 옷을 입고 다녔다. 그런 나 자신이 너무 싫어 부끄럽다는 생각까지 했다”면서 “그런 내가 내 몸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괴롭힘을 당한 여자아이가 겉모습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변해 비키니 대회 무대에 서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어떻게 하면 본부장님처럼 되나요?” 정은경도 미소

    “어떻게 하면 본부장님처럼 되나요?” 정은경도 미소

    어린이 특집으로 꾸며진 방대본 브리핑정은경도 웃게 한 질문들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정은경 방대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이날 브리핑에는 최은화 서울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와 김예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 전문가 2명도 배석했다. 다음 달 1~7일 어린이 주간을 맞아 기자 질의에 앞서 어린이들이 코로나19에 대해 궁금한 것을 먼저 묻고 이에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대구·경기 지역 어린이 기자단 등으로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궁금증을 사전에 취합했고, 국민소통단 자녀들이 대신 읽는 식으로 녹음한 뒤 진행했다. “씽씽이는 타도 되냐”, “생일파티를 하면 안 되나”, “바이러스는 얼마나 작으냐“는 어린이다운 각종 질문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정 본부장은 웃으며 “어려운 질문이다. 학생 질문처럼 생각지도 못한 게 아마 힘들었던 것 같다”며 “요즘 많이 질문하시는 게 유행이 어떻게 될 것 같냐, 계속 이렇게 갈 거냐, 아니면 또 큰 유행이 언제 생길 거냐 이렇게 많이 질문하는데 어렵다. 신종이기 때문에 모르는 지식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하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방침을 정하는 그런 부분이 늘 어렵다”고 성심성의껏 답했다. 또 정 본부장은 “어떻게 하면 질병관리하는 본부장님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어떤 공부를 해야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활짝 웃어 보이며 “학생이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하고 싶다고 얘기해 줘서 정말 고맙고 뿌듯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질병관리본부에 와서 일할 기회는 굉장히 무궁무진하고 다양하다. 다음에 꼭 질병관리본부에 와서 같이 일할 그런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기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친구가 코로나19 걸렸는데 가까이 지내면 안 되느냐는 질문에 “안타까운 일이다. 따돌림을 하거나 놀리거나 기피하지 말고 위로해주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마음을 꼭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대중소설 본 제자 체벌…투신 숨지게 한 교사 ‘실형’

    대중소설 본 제자 체벌…투신 숨지게 한 교사 ‘실형’

    소설책을 봤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 앞에서 꾸짖고 체벌해 수치심을 느낀 학생이 투신해 사망에 이르도록 한 교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 신진우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포항 모 중학교 교사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25일 학교 수업시간에 자율학습을 지시한 뒤 3학년 B군이 소설책을 읽자 “야한 책을 본다”며 20분간 엎드려뻗쳐 체벌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군이 본 책은 중·고교생이 흔히 접하는 이른바 ‘라이트노벨’이라고 부르는 대중소설이었다. B군은 다음 수업시간에 이동하지 않고 홀로 교실에 남아 있다가 “따돌림을 받게 됐다”고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교실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신 판사는 “교사가 정서적 학대행위를 해 학생이 투신해 사망에 이른 사건으로 죄질이 무겁고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고려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점과 형사처벌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 번호 하나로 통합한다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 번호 하나로 통합한다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편의를 위해 전국 8곳에서 운영 중인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의 전화번호를 대표 번호(1522-9000)로 통합했다. 피해자가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면 안내에 따라 권역별 상담센터에 연결된다. 26일 고용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는 지난달 18일 전국 8개소에 설치 운영을 시작했으나 센터마다 별도의 전화번호를 사용함에 따라 상담자가 쉽게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1522-9000번으로 전화 후, 내선번호(1~8번)를 통해 원하는 상담센터를 쉽게 선택할 수 있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16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8개월여 동안 고용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진정 사건은 모두 3347건이었다. 이 가운데 고용부가 처리를 완료한 사건은 2739건이었다. 당사자 합의 등으로 진정을 취하한 사건(1312건)이 가장 많았다. 고용부의 시정 지시 등을 포함한 개선 지도(495건)가 뒤를 이었다. 형사 처벌을 위해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22건으로 0.8%에 그쳤다. 나머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사건 등으로 분류돼 행정 종결 처리됐다. 사건 유형별로 보면 폭언(1638건)이 가장 많았다. 이어 부당 인사(912건), 따돌림·험담(456건), 업무 미부여(115건), 강요(113건), 차별(78건), 폭행(75건), 감시(42건), 사적 용무 지시(29건) 순이었다. 한 사건이 여러 유형의 괴롭힘에 동시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초등생 멱살잡은 교사 솜방방이 징계 인권단체 반발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 학생인권심의위원회가 초등학교 학생의 목덜미와 멱살을 잡고 체벌한 교사에게 인권교육 4시간 이수를 권고하자 청소년인권단체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고강도의 징계를 내려야 할 사안인데도 인권 교육만 이수하게 한 결정은 상대적 약자인 초등학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창밖으로 우유를 던진 일을 묻는 과정에서, 해당 학생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무릎을 꿇리고 의자를 집어 던졌다는 내용의 구제 신청이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접수됐다. 학생의 아버지는 우유를 창밖으로 던진 행동이 실수라고 주장했음에도, 거짓말을 한다고 판단한 교사가 폭력 등을 행사해 아이의 인권이 심하게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헌법과 교육기본법, 전북도 학생인권조례 등을 토대로 해당 교사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도 학생인권조례 제9조(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는 ‘학생은 따돌림, 집단 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학생인권교육센터는 교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학생에게 사과하는 등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을 고려했다면서 특별인권교육 최소 4시간 이상 수강을 권고했다. 하지만 평화와인권연대는 반발했다. 이 단체는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학생들의 인권 보장에 힘쓰는 게 학생인권교육센터의 목적”이라며 “교사보다 약자인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센터가 ‘교사가 그럴 수 있다’는 교사의 입장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생에게 바로 사과한 교사의 행동이 진정성이 있었는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았고, 학생을 교사와 분리하지도 않았다”며 “교사를 징계하고,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준을 만드는 등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왕따·자폐증 소녀는 어떻게 환경전사가 됐나

    왕따·자폐증 소녀는 어떻게 환경전사가 됐나

    11살 때 대화 끊고 먹는 것도 거부 ‘플라스틱 섬’ 다큐 보고 삶의 전환세상과 소통하지 않던 자폐증 소녀가 어떻게 전 세계인에게 영감을 주는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가 될 수 있었을까. 세계적인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가족이 딸의 성장기와 가족사를 다룬 책을 다음달 출간한다고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툰베리의 부모인 연극배우 스반테 툰베리와 유명 소프라노 말레나 에른만, 툰베리 자매 등 네 가족이 함께 쓴 책의 제목은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 위기에 처한 가족과 행성의 모습’이다. 툰베리가 기후변화 위기를 경고하며 비유적으로 쓴 시위 구호를 책 제목으로 쓴 것으로, 여기서 ‘집’은 실제 그들의 가정을 의미한다. “딸이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피아노 치기를 멈추더니, 대화를 끊었다. 그리고 먹는 것도 멈췄다.” 11살이던 툰베리의 이상한 변화를 감지한 에른만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소회했다. 당시 먹는 것을 거부해 10㎏이나 살이 빠진 툰베리는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부모는 딸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툰베리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했지만, 정신과 진료 결과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게 된다.이런 툰베리가 또다시 변화한 것은 그즈음 학교에서 해양쓰레기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섬’을 보고 나서다. 그 뒤로 친구들은 뉴욕이나 베트남을 다녀왔다는 선생님의 여행담에 환호했지만, 툰베리에게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심한 비행기 여행에 불과하게 된다. 에르만은 “딸이 사람들이 외면하던 현실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툰베리는 2018년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등교 거부 시위인 ‘학교파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등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툰베리 부모는 거식증을 앓던 딸이 시위현장에 제공된 태국 채식 국수를 국물도 남김없이 다 먹는 등 놀라운 변화를 목격하며 누구보다 든든한 툰베리의 후원자가 됐다. 아마존은 서평에서 “어떻게 툰베리가 전 세계에 ‘반란’을 일으키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피임약 먹고 훈련하는 장애인 선수들 “성폭력 피해 도움 청하면 무시당했다”

    피임약 먹고 훈련하는 장애인 선수들 “성폭력 피해 도움 청하면 무시당했다”

    10명 중 2명 “신체·언어적 폭력 경험” “훈련 중 엉덩이 만져” 성추행 피해도“어릴 때 훈련하면서 감독한테 대나무로 수없이 맞았어요. 당시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장애인 선수 A씨) “성폭력 피해를 입어 여기저기 도움을 청해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했어요.”(여성 장애인 B씨) 장애인 선수 10명 중 2명이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폭력을, 10명 중 1명은 성폭행이나 성희롱 등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3일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 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9~10월 장애인 체육선수(중고생, 대학생) 155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22.2%(354명)가 구타, 얼차려, 욕설, 따돌림 등의 폭력·학대(성폭력 제외)를 경험했다. 가해자(중복 응답)의 절반 이상(51.5%)은 소속팀 감독·코치였고, 선배 선수(31.8%)와 동료·후배 선수(20.8%)도 주된 가해자였다. 응답자의 9.2%(143명)는 성희롱, 강제추행 등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가해자의 91.3%는 남성이었다. 동료·후배 선수가 성폭력 가해자(중복 응답)라는 응답이 40.6%로 가장 높았고, 선배 선수(34.3%), 소속팀 감독·코치(25.2%) 순이었다. 다른 팀 감독·코치(15.4%)가 차지하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폭력은 훈련장, 경기장, 회식 자리, 합숙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한 장애인 체육선수는 “훈련 중에 코치가 엉덩이를 만지거나 지나가면서 신체를 치고 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성폭력을 당해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긴 어려웠다. 성폭력 피해자의 절반(50%)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외부기관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39.4%),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24.2%)가 주된 이유였다. 장애여성 선수들은 생리일까지 미루며 뛰어야 한다. 장애여성 선수의 28.9%는 생리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훈련·경기 출전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생리통이 매우 심해 휴식이나 휴가를 요청하면 지도자들이 ‘꾀를 부린다’고 여긴다”, “주로 약(피임약)을 먹고 (생리일을) 미루거나 참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장애인 선수 지도자의 장애 감수성 및 인권 교육 의무화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 상담 인력 및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도움 청해도 무시”…장애인 선수 10명 중 1명 성폭력 피해

    “도움 청해도 무시”…장애인 선수 10명 중 1명 성폭력 피해

    “어릴 때 훈련 과정에서 감독한테 대나무 막대기로 많이 맞았어요.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었어요.” (장애인 선수 A씨) “성폭력 피해를 입어서 운동부 안팎으로 도움을 청해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 사실을 무시당해요.” (장애인 선수 B씨) 중·고교와 대학을 다니는 장애인 체육선수들이 구타, 욕설, 모욕, 성폭력 등 각종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장애여성 선수들은 생리 시에도 경기 출전을 강요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 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9~10월 장애인 체육선수(중·고교생, 대학생) 155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22.2%(354명)가 구타, 얼차려, 욕설, 따돌림 등의 폭력·학대(성폭력 제외)를 경험했다. 가해자(중복 응답)의 절반 이상(51.5%)은 소속팀 감독·코치였고, 선배 선수(31.8%)와 동료·후배 선수(20.8%)도 주된 가해자였다. 성폭력 가해자 91%가 남성 응답자의 9.2%(143명)는 성희롱, 강제추행 등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가해자의 91.3%는 남성이었다. 동료·후배 선수가 성폭력 가해자(중복 응답)인 비율(40.6%)이 가장 높았고 선배 선수(34.3%), 소속팀 감독·코치(25.2%) 순이었다. 다른 팀 감독·코치(15.4%)가 차지하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이런 폭력들은 훈련장, 경기장, 회식, 합숙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한 장애인 체육선수는 “훈련 중에 코치가 엉덩이를 만지거나 지나가면서 신체를 치고 가는 등 기분 나쁜 상황들이 종종 벌어진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성폭력을 당해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긴 어려웠다. 성폭력 피해자의 50.0%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외부기관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39.4%),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24.2%)가 주된 이유였다. 생리 기간에도 훈련 참여, 경기 출전 강요 여기에 장애여성 선수들은 생리일까지 미루며 뛰어야 한다. 장애여성 선수의 28.9%는 생리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훈련 참여와 경기 출전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생리통이 매우 심해 휴식이나 휴가를 요청하면 지도자들이 ‘꾀를 부린다’고 여긴다”, “선수가 알아서 참고 관리하라는 분위기다”, “주로 약(피임약)을 먹고 (생리일을) 미루거나 참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장애인 선수 지도자의 장애 감수성 및 인권 교육 의무화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 상담 인력 보강 및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신입생, 에어팟 안 빼?”… ‘똥군기’는 안 변했다

    “신입생, 에어팟 안 빼?”… ‘똥군기’는 안 변했다

    ‘동아리 활동 금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에 여행 사진 금지, 선배 없이 새내기 3명 이상 학교 근처에서 음주 금지.’ 최근 한 대학 간호학과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에 올라온 ‘20학번 신입생 공지 사항’이다. 간호학과 재학생들은 인사법, 생활준칙, 징계 규정을 만들어 신입생에게 강요했다. 무려 10가지에 이르는 금지 사항에는 개인 SNS 활동까지 제약하는 내용까지 담겨 논란이 됐다.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새내기를 억압하는 학내 ‘군기문화’는 수십 년째 문제로 지적됐다. 매년 입학 시즌이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선배가 후배에게 예전 군대식 화법인 ‘다나까 말투’를 강요하고 심한 가혹행위를 한다며 폭로 글이 게시된다. 한편에서는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군기문화를 고치자는 자발적인 움직임도 나타나 주목을 받는다.●10년 전 군기문화 아직도… 목숨 잃기도 인사와 술을 강요하고, 복장까지 규정하는 대학 내 군기문화의 병폐는 사회적인 문제였다. 피해 학생이 목숨을 잃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10년 전인 2010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서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일부 학생들이 후배들을 집단 구타한 사건이 일어나 사회적 공분을 샀다. 당시 3학년 선배가 2학년들을 마구 폭행했다. 후배들이 유도 승단 심사에 불참해 심사가 연기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시험 준비 등 개인적인 사유로 승단 심사에 불참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후배들의 허벅지를 각목으로 때리고 세 시간 동안 ‘얼차려’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후배들은 폭행을 당하면서도 선배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외쳐야 했다. 충북의 한 대학에서는 2010년 4월 선배의 술 강요로 1학년 여학생 한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당시 새내기 A씨는 중간고사를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인사를 안 한다”는 이유로 선배 4명에게 불려 갔다. 이들은 소주를 종이컵에 가득 채운 뒤 연속 3잔을 비울 것을 강요했다. A씨는 처음엔 못 먹겠다며 버텼지만 강권에 못 이겨 술을 마셨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가해 학생들은 쓰러진 A씨를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고, 그는 자취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인사와 술을 강요하는 대학 내 군기문화는 시간이 흐르며 모자 착용이나 화장 금지 등 복장 규율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선배 앞에서는 에어팟(무선 이어폰)을 끼지 말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지난해 경상대 체육교육과에서는 1학년이 깔때기 모양으로 잘린 페트병을 입에 물고 선배가 그 위로 막걸리를 들이붓는 모습이 폭로돼 논란이 일었다. 신입생들은 ‘다나까 말투’를 강요받고, 얼차려와 단체 오리걸음도 피할 수 없었다. 또 다른 대학 체육학과에서는 1학년에게 슬리퍼와 모자 착용, 에어팟 사용을 금지하고 술을 마실 때도 선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고발이 나왔다. 지난해 건국대에는 학내 방송국 선배들이 비하 표현이 들어간 노래와 장기자랑을 강요하고 인격 모독성 발언을 일삼는다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대학생 절반이 학내 ‘인권침해’ 경험 ‘내부 질서’, ‘단체생활’, ‘팀워크’라는 명목으로 반복되는 군기문화는 개인보다 조직의 논리를 우선하고, 억압을 통해 선배의 권위를 찾으려는 분위기가 남아 있는 공간일수록 심하다. 체육학과나 간호학과가 대표적이다. 앞서 간호학과 같은 경우 규정을 지키지 못하면 선배들에게 징계도 받는다. 개인 경고 3회를 받은 개인은 ‘일시이탈자’, 5회가 누적된 개인은 ‘영구이탈자’가 된다. 이탈자는 과 내부 행사에 참여할 수 없고 과 학생들과 대화나 인사를 나눌 수도 없다. 기수 열외, 집단따돌림을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학번 경고가 10회 누적되면 선배들의 전원 통과가 떨어질 때까지 춤을 춰야 한다. 선배에게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고 학번 전체가 집합하는 예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3월 한 대학 항공운항과에서는 신입생이 선배가 정한 복장 규정을 어긴 모습이 발각되면 2학년 선배가 몰래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유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학 내 군기문화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대학 내 폭력 및 인권침해 실태 및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지난해 대학생과 대학원생 19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인권침해 피해를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46.4%였다. 주된 가해자는 선배(41.6%)였다. 학생들은 사생활 통제와 강요, 집단따돌림 등 ‘친밀성·공동체’ 영역의 인권 침해를 가장 많이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공적 영역을 넘어 사적 영역까지 지배하는 것이 권위로 여겨졌다”면서 “아랫사람이 사적 영역에서도 윗사람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렇게 해야 조직적으로 연대가 강해진다는 구시대적 사고가 군기문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술·장기자랑 강요 등 악습 철폐 선언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되면서 학생들 스스로 바꿔 나가겠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2018년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대학생 102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6%가 대학 군기문화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 사라져야 마땅하다”고 답했다. 일부 대학에선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음주·장기자랑 강요 등 악습을 철폐하자는 캠페인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에게 직접 보완점을 듣고 캠페인을 바꿔 나가기도 한다. 서울대에서는 총학생회 산하기구인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가 매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기간이면 ‘새맞이 악습 프리 선언’을 진행한다. 새맞이는 신입생과 선배들이 처음 만나 대학 공동체를 소개하고 새내기들이 공동체에 적응하는 기간을 말한다. ‘새맞이 악습 프리 선언’은 새내기 행사를 운영하는 서울대 각 단과대학 학생회가 행사, 음주 강요를 지양하고 인권침해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캠페인이다. 서울대 학소위는 2017년부터 ‘새맞이 장기자랑 강요 프리 선언’을 진행했는데, 장기자랑 강요 외에도 술 강권 등도 없어지면 좋겠다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올해부터 전반적인 새맞이 악습을 철폐하자는 선언을 시작했다. 위원장을 맡은 조성지씨는 “(캠페인 실시 후) 신입생과 선배들의 위계질서까지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숭실대 총학생회는 지난해부터 ‘술 강권 금지 팔찌’를 만들어 신입생 새터(OT)에 도입했다. 술자리에서 자신의 주량에 맞는 색깔의 팔찌를 차고 있으면, 술을 강권하는 게 아니라 해당 수준에 맞게 적당히 권하자는 뜻이다. 노란색은 ‘술을 마시지 못한다’, 분홍색은 ‘적당히 마시겠다’, 검정색은 ‘충분히 마실 수 있다’를 의미한다. 총학생회는 팔찌에 이어 올해 ‘술 스티커’로 발전시켰다. 오종운 총학생회장은 “지난해 팔찌를 도입해 보니 주량의 많고 적은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올해부터는 1병, 2병 등 주량을 정량화한 스티커를 만들어 부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입생들은 여러 선배가 함께하는 행사에서 직접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렵다”면서 “팔찌나 스티커로 조금이나마 더 자유롭게 본인의 뜻을 드러내고, 원하는 만큼만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유출되면 끝 ㅋㅋ”… 알면서도 못 끊는 단톡 성희롱

    “유출되면 끝 ㅋㅋ”… 알면서도 못 끊는 단톡 성희롱

    “여러분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은 안녕하신가요?” 지난해 11월 청주교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사회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부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리고 외모를 평가하거나 “엉덩이를 만지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뒤다. 단톡방에서는 돈을 걸고 외모 투표도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뒤에서 자신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단톡방 성희롱은 청주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경희대 의대, 충북대,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외부로 알려지지만 않으면 된다. 사적인 이야기라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대화가 재미있는 농담이 아닌 주변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범죄 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멈추려면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톡방 성희롱 밝혀진 것 0.1%도 안될 것” “퇴폐업소 에이스 같다.”, “XX 받아먹고 싶다.” 같은 교양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을 상대로 일부 충북대 남학생들이 나눈 단톡방 대화 중 일부다. 지난해 12월 피해 학생이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가해 학생들은 “이거 알려지면 사망이다”, “우리 쓰레기다” 등 자신들의 성희롱적 발언들이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듯한 대화도 나눴다. 같은 동아리 동기들을 상대로 “핥고 싶다”거나 “○○랑 XX랑 모텔 가나봐” 등의 성희롱적 대화를 나눈 경희대 의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내 학생 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대응위)에 따르면 이들은 “(문제가 될 내용을) 다 같이 삭제하자”고 말하거나 실제로 주기적으로 증거인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단톡방 성희롱은 공공연히 이뤄졌다. ‘우리끼리’라는 단톡방의 은밀한 속성이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범죄라는 생각을 무뎌지게 한 탓이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대화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혹은 ‘우리끼리 이야기일 뿐인데 왜 문제 삼느냐’는 등의 안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친한 사람들끼리 뭉치는 단톡방의 속성상 또래 사이 이견을 제시하면 따돌림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휩쓸려 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속성 때문에 단톡방 성희롱은 외부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 2018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가 발표한 상담통계에 따르면,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와 관련된 상담은 전체의 19%에 달했다. 하지만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단톡방 성희롱 중 밝혀진 것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적 공간이라는 단톡방의 특성상 내부고발 없이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경희대 의대 남학생들의 성희롱 대화 역시 해당 단톡방에 소속된 한 학생의 제보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다시 수업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폐쇄적인 의대 사회 내에서의 인식 등을 이유로 사건 신고 취하와 재접수를 반복했다고 한다. 여러 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인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 대표는 “가수 정준영(31)씨의 단톡방 사건이 터졌을 때조차 일부 네티즌은 ‘사적 대화를 왜 검열하느냐. 사생활침해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면서 “단톡방 성희롱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는 문화가 여전히 팽배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윤지영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을 “여성을 성적으로 품평하고 다른 남성에게 공공연히 전시하는 행위가 ‘센 남자’, ‘강한 남자’임을 입증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왜곡된 남성 문화의 단면”이라고 설명했다.●“이 정도 했으면…” 피해자들에게 눈총 보내 자신이 성희롱 대화의 대상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안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난해 11월 군인권센터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일부 학생들이 동기 여생도를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은 단톡방의 존재를 공론화했다. 센터에 따르면 일부 남생도들은 남자 연예인의 공연에 환호하는 여생도들을 보고 “회음부간호 】되게 하겠네” 등의 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 11명 중 1명은 퇴교 조치, 나머지는 4~7주의 근신 처분을 받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았다.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와 공론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학내 분위기가 원인이 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생도들을 모아 두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음담패설은 성적 희롱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면서 “주변에서도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여 여생도들이 오히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학내 징계 절차가 2차 가해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 처지에서 납득되지 않을 정도로 징계 수준이 낮거나 가해 학생과의 철저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2018년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심층 인터뷰를 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 A씨는 “가해 학생 8명이 받은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는 정학 5개월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군입대와 자발적 휴학 기간이 정학 기간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A씨를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다. A씨는 “징계가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 학기에 군대로, 해외로 가는 가해자들을 보며 ‘믿을 곳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미정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학교에서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의 징계 수위를 알리지 않는 등 징계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학내 징계를 넘어 법적 대응에 나서는 피해자들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사례 대부분은 성범죄에 속하지는 않는다. 당사자가 없는 단톡방 내에서 성희롱이 이뤄지는 경우는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희 변호사는 “단톡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적 농담을 하고 음란물을 보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톡방 내 사람들이 밖에 있는 특정 대상을 희롱하기 위해 일종의 ‘뒷담화’를 나눈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청주교대 가해 학생들 2명 역시 최근 모욕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로펌 굿플랜의 강현 변호사는 “핵심은 모욕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단톡방의 내용이 제삼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공연성”이라면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모욕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을 가지 못하고 은둔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피해자들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가해 학생들의 예비교사로서의 자질, 윤리의식 등에 대해 더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단톡방 성희롱, 새로운 성폭력으로 처벌해야” 일각에선 법적으로 단톡방 성희롱도 새로운 성폭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영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 역시 변화된 플랫폼 문화 안에서 발생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성폭력으로 인정하고 성폭력특례법 안에서 처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들도 성폭력 피해자로 신분 보장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질 수 있고 피해자들도 지원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 변호사 역시 “성희롱 사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고 그 유형도 다양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성희롱을 법적으로 성범죄의 영역으로 볼지 등의 입법에 대해 국회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조건 처벌 규정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전문가들은 공론화를 통해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더는 우리 사회가 방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인지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계속 해야 한다”면서 “유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가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교수도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용기 있게 내부고발을 한 남성들을 새로운 남성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학교에서도 피해자 관점에서 이 문제를 예의주시한다는 선례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어린이 책] 달라서 이상해? 우린 특별한 거야!

    [어린이 책] 달라서 이상해? 우린 특별한 거야!

    ‘우리가 뭐 어때서?!’는 학교에서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들이 비밀 클럽을 만드는 이야기다. 평범한 열한 살 소년 프란츠는 어느 날 안과에서 약시 판정을 받고 안대를 착용한다. 이후 프란츠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점심시간마다 하던 농구 시합에도 끼지 못하고, 계단을 내려가거나 급식실에 갈 때 아무도 프란츠를 챙겨 주지 않는다. 외톨이가 된 프란츠는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 한쪽 모퉁이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가 다른 모퉁이 곳곳마다 자신처럼 혼자인 아이들을 발견한다. 그 아이들의 위치를 그린 운동장 지도를 그리는 아이에게, 어느 날 자콥이 소리 없이 다가온다. 경이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외톨이었던 아이들이 손가락질 받았던 자신의 ‘이상함’을 ‘특별함’으로 뒤집는 장면이다. 이들이 함께 만든 비밀 클럽 ‘고집불통’에서 아이들은 새롭게 태어난다. 애꾸눈이었던 프란츠는 코브라 눈, 뚱보였던 홀저는 천하장사, 기린이었던 에밀리는 전봇대, 책벌레였던 자콥은 두더지로 바뀌는 식이다. 이름을 바꿔 단 아이들은 자신감으로 무장, 전에 없던 면모를 보인다. 조용하고 책만 읽는다고 여겨졌던 자콥은 현명하고 강단 있는 리더가 되고, 뚱뚱하다고 놀림 받던 홀저는 큰 체구와 강한 힘으로 연약한 저학년 회원을 돕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어른들의 지도 편달 없이도 알아서 제 자리를 찾아가는 아이들의 용기와 유연성이 놀랍다. 역시,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사설] 21세기에 ‘부동산이 계급’이라는 왜곡된 인식

    서울신문과 ‘공공의창’이 최근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76%가 “사는 집에 따라 사회·경제적 계급이 나뉜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중 20대는 무려 89.7%가, 30대는 84.8%가 부동산이 계급이라고 생각한단다. 특히 자녀가 학교 등에서 집 때문에 계급이 나뉘는 것을 경험했다는 응답한 50대도 51%나 됐다. 40대(43.4%)와 60대(48.2%)도 사정은 비슷했다. 사실 집으로 인한 차별과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은 사는 곳과 주거형태로 바로 상대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임대동과 분양동 사이에 외벽이 설치된 곳도 있고, 임대 아파트의 어린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모두가 집을 주거가 아닌 부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데서 빚어지는 저급한 계급의식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오류가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본지 취재결과 지난 20년간 전국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비(130조 1244억원)의 20%가량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연계됐다. 박물관·미술관 등 편의시설 설치 비율도 강남 3구가 높았다. 반면 폐기물 적치시설 등 비선호 시설은 적다. 지하철역은 강남구에 29개나 되는 데 강북구는 3개뿐이다. 이러니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과 강북의 집값 격차는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18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문제는 비단 서울 강남권의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만이 아니라 부동산을 계급으로 생각하는 삐뚤어진 인식도 바로잡아야 한다. 또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 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도 해소해야 한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대원칙과 균형 발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부동산 문제를 풀어내야 부동산이 계급이라는 인식도 개선될 것이다.
  • “엄마, 임대 살면 거지야?” 아이에게 집이 놀림거리가 됐습니다

    “엄마, 임대 살면 거지야?” 아이에게 집이 놀림거리가 됐습니다

    아파트 이름 뒤에 ‘거지’ 붙여서 부르고 아이들 이름 앞에는 아파트 이름 붙어 “임대아파트 아이와 다른 조 해주세요” 부모들이 교육기관에 직접 민원까지 “집이 과시 수단 넘어 차별 수단 전락”언젠가부터 우리나라는 ‘어떻게’보다 ‘어디에’ 사는지가 중요해졌다. 사는 동네, 주거 형태, 아파트 브랜드와 평수는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됐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임대동과 분양동 사이에는 경계선이 놓인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임대동과 분양동 사이에 주민들이 오갈 수 없게 외벽이 설치돼 있고, 관악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분양동과 임대동을 1.5m 높이의 철조망이 가로지르고 있다. 최근에는 분양동과 임대동의 출입구를 따로 만드는 방식으로 서로 마주칠 일이 없도록 설계된 곳도 있다. 부동산이 만든 신(新)계급사회는 이처럼 단순히 경계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갈등과 차별, 혐오로 이어진다. 가장 흔한 현상은 동네나 아파트 이름 뒤에 ‘거지’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회사 상사에게 인근 아파트 단지 이름을 딴 ‘××거지’라는 단어를 들었다. 김씨는 27일 “10년 임대 이후 주변 시세의 80%로 분양을 받을 수 있는 단지가 있다”며 “이 단지 주민들이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자 ‘판교 집값 떨어뜨리는 ××거지들’이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러한 차별과 혐오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염된다. 임대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자녀가 버튼을 누르려 하자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야. 만지지 마”라고 말한 엄마의 이야기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수년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사례다. 수위 차이가 있을 뿐 “그 아파트 사는 친구와는 어울리지 마라”고 주의를 주는 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어린이 교육기관에서 일하는 임모(29)씨는 “최근에 특정 아이를 같은 조에 넣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부모가 있었다”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아이가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같은 조가 되기를 꺼렸던 것”이라고 전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 불평등은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이 불평등이 경제적 약자를 차별하고 모멸감을 주는 갈등 상황으로 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교에서는 ‘아크로비스타’, ‘래미안’, ‘타워팰리스’ 등 거주하는 아파트가 아이 이름 앞에 붙는다. 또 “그 아파트 몇 동은 좁은 곳”이라는 식으로 아파트 브랜드뿐 아니라 동에 따른 크기까지 대화의 주제가 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교사인 황모(28)씨는 “아이들끼리 ‘역시 XX아파트 주민이야’라는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며 “혐오 표현은 아니지만, 불편해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상담교사로 일하는 김모(51)씨는 “어느 아파트 몇 동에 사는지를 아무렇지 않게 질문하고, 좁은 곳에 산다고 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높은 집값을 토대로 만들어진 부동산 계급은 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2016년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안 4차선 공용도로에 마을버스가 다니는 것을 반대했다. 아파트 단지 출입이 복잡해지고, 주민들이 위험해져 아파트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마을버스 통행이 무산되면서 인근 주민들은 불편함을 겪었다. 2018년에는 서울시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사업 부지로 선정된 지역의 주민들이 ‘빈민 아파트를 반대한다’며 집회를 열었다.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사는 지역과 주거 형태, 즉 부동산이 계급 표출의 수단이 됐다”며 “이를 과시하면서 차별과 혐오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끊이지 않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

    끊이지 않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왜?피해자 트라우마 되는 가해자의 말 한 마디전문가들 “우리 사회가 가벼이 여기지 않음을 보여줘야”“여러분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은 안녕하신가요?” 지난해 11월 청주교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사회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부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리고 외모를 평가하거나 “엉덩이를 만지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뒤다. 단톡방에서는 돈을 걸고 외모 투표도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뒤에서 자신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톡방 성희롱은 청주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경희대 의대, 충북대,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외부로 알려지지만 않으면 된다. 사적인 이야기라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대화가 재미있는 농담이 아닌 주변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범죄 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멈추려면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밀한 우리만의 대화?…단톡방 성희롱 왜 반복되나 “퇴폐업소 에이스 같다”, “XX 받아먹고 싶다” 같은 교양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을 상대로 일부 충북대 남학생들이 나눈 단톡방 대화 중 일부다. 지난해 12월 피해 학생이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가해 학생들은 “이거 알려지면 사망이다”, “우리 쓰레기다” 등 자신들의 성희롱적 발언들이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듯한 대화도 나눴다. 같은 동아리 동기들을 상대로 “핥고 싶다”거나 “OO랑 XX랑 모텔 가나봐” 등의 성희롱적 대화를 나눈 경희대 의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내 학생 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대응위)에 따르면 이들은 “(문제가 될 내용을) 다 같이 삭제하자”고 말하거나 실제로 주기적으로 증거인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단톡방 성희롱은 공공연히 이뤄졌다. ‘우리끼리’라는 단톡방의 은밀한 속성이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범죄라는 생각을 무뎌지게 한 탓이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대화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혹은 ‘우리끼리 이야기일 뿐인데 왜 문제 삼느냐’는 등의 안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친한 사람들끼리 뭉치는 단톡방의 속성상 또래 사이 이견을 제시하면 따돌림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휩쓸려 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속성 때문에 단톡방 성희롱은 외부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 2018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가 발표한 상담통계에 따르면,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와 관련된 상담은 전체의 19%에 달했다. 하지만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단톡방 성희롱 중 밝혀진 것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적 공간이라는 단톡방의 특성상 내부고발 없이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경희대 의과대학 남학생들의 성희롱 대화 역시 해당 단톡방에 소속된 한 학생의 제보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다시 수업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폐쇄적인 의대 사회 내에서의 인식 등을 이유로 사건 신고 취하와 재접수를 반복했다고 한다. 여러 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인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 대표는 “가수 정준영(31)씨의 단톡방 사건이 터졌을 때조차 일부 네티즌은 ‘사적 대화를 왜 검열하느냐. 사생활침해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면서 “단톡방 성희롱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는 문화가 여전히 팽배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윤지영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을 “여성을 성적으로 품평하고 다른 남성에게 공공연히 전시하는 행위가 ‘센 남자’, ‘강한 남자’임을 입증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왜곡된 남성 문화”라고 설명했다.●피해자의 트라우마가 된 가해자의 ‘농담’ 자신이 성희롱 대화의 대상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안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난해 11월 군인권센터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일부 학생들이 동기 여생도를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은 단톡방의 존재를 공론화했다. 센터에 따르면 일부 남생도들은 남자 연예인의 공연에 환호하는 여생도들을 보고 “회음부간호 X되게 하겠네” 등의 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 11명 중 1명은 퇴교 조치, 나머지는 4~7주의 근신 처분을 받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았다.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와 공론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학내 분위기가 원인이 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생도들을 모아 두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음담패설은 성적 희롱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면서 “주변에서도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여 여생도들이 오히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학내 징계 절차가 2차 가해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 처지에서 납득되지 않을 정도로 징계 수준이 낮거나 가해 학생과의 철저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2018년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심층 인터뷰를 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 A씨는 “가해 학생 8명이 받은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는 정학 5개월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군입대와 자발적 휴학 기간이 정학 기간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A씨를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다. A씨는 “징계가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 학기에 군대로, 해외로 가는 가해자들을 보며 ‘믿을 곳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미정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학교에서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의 징계 수위를 알리지 않는 등 징계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단톡방 성희롱’은 성범죄가 아니다? 학내 징계를 넘어 법적 대응에 나서는 피해자들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사례 대부분은 성범죄에 속하지는 않는다. 당사자가 없는 단톡방 내에서 성희롱이 이뤄지는 경우는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희 변호사는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톡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적 농담을 하고 음란물을 보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톡방 내 사람들이 밖에 있는 특정 대상을 희롱하기 위해 일종의 ‘뒷담화’를 나눈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청주교대 가해 학생들 2명 역시 최근 모욕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로펌 굿플랜의 강현 변호사는 “핵심은 모욕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단톡방의 내용이 제삼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공연성”이라면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모욕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을 가지 못하고 은둔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피해자들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가해 학생들의 예비교사로서의 자질, 윤리의식 등에 대해 더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법적으로 단톡방 성희롱도 새로운 성폭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영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 역시 변화된 플랫폼 문화 안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여성대상 성폭력으로 인정하고 성폭력특례법 안에서 처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들도 성폭력 피해자로 신분보장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가해자에 대한 처벌수위도 높아질 수 있고 피해자들도 지원서비스를 더욱 더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 변호사 역시 “성희롱 사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고 그 유형도 다양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성희롱을 법적으로 성범죄의 영역으로 볼 지 등 입법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조건 처벌 규정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전문가들은 공론화를 통해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더는 우리 사회가 방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인지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계속 해야 한다”면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가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교수도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용기 있게 내부고발을 한 남성들을 새로운 남성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학교에서도 피해자 관점에서 학교가 이 문제를 예의주시한다는 선례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보통국가’ 꿈꾸는 아베의 외교, 실리 못 챙기고 빈 수레만

    ‘보통국가’ 꿈꾸는 아베의 외교, 실리 못 챙기고 빈 수레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베노믹스’(아베+경제) 못지않게 자신의 큰 치적으로 부각시켜 온 것은 ‘외교’였다. 그가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7년여 동안 국가와 대륙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외교 행보를 펼쳐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교의 아베’는 그가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을 세우는 데 큰 보탬이 되기도 했다. 부활한 일본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방위 외교를 펼침으로써 전 세계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전범국가의 ‘족쇄’를 벗어 버리는 것. 정식으로 군대를 보유한 이른바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꿈꾸는 아베 총리의 욕망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를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간 데서 나타나듯 아베 외교는 실리가 결여된 빈 수레라는 평가도 끊이지 않는다.아베 외교의 골격은 미일 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를 기축으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인도·동남아·중동 등지를 포함한 아시아 전체 및 유럽과 유대를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한 해 동안에만 5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을 정도로 빈번한 접촉을 하며 결속 강화에 노력했다. 2012년 중일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면서 관계가 냉각됐던 중국과는 어느덧 ‘셔틀외교’(정상 상호 방문)를 추진하는 단계로까지 호전됐다.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과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등 이른바 ‘전후 외교의 총결산’도 아베 정권이 설정해 놓은 중요한 외교과제다. 일본 외무성이 발간한 2019년판 외교청서는 첫머리에서 “세계의 안정과 번영을 떠받쳐 온 국제질서가 다양한 도전을 받고 있는 만큼 일본은 지금까지보다 더 큰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일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방위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베 정권은 ‘전 지구적 과제에 대한 대응’, ‘중동의 평화와 안정에 공헌’ 등을 중점 추진 분야로 설정했다. ●日 외교청서 “세계 안정·번영에 더 큰 역할”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자신의 업적으로 남길 수 있는 ‘아베표 외교 유산’을 만드는 데 강한 집착을 보여 왔다. 북한과 러시아를 둘러싼 전후 외교 총결산이라는 거창한 주제도 그런 강박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방팔방 동분서주하는 모습만 보이지 실제로 얻어낸 것은 거의 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굴하다’는 말까지 들어 가며 갖은 공을 들였지만 오랜 ‘갑을 관계’의 굴레 속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움직임을 불안하게 주시해야 하는 상황은 여전하다. 실제로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 미일 무역협상, 미일 안보비용 분담 등 이슈가 나올 때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업신여김이나 따돌림을 당하는 수모를 여러 번 겪었다. 미국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의 기술’을 알지는 모르지만 ‘아첨의 기술’에 관한 한 아베 총리가 한 수 위”라고 비아냥대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한 개인 관계로 어떤 부분을 얻어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현실론을 편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닥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일본이 미국에 저자세 외교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대안 없는 비난에 불과하다”며 “미국과의 관계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연후에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일본과 중국의 관계는 201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명분으로 급격히 호전됐다. 올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양국 모두 외교·안보와 경제적 요인 등 복잡한 셈법이 바탕에 깔려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우방들에조차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의 목적도 있다. 그럼에도 양국 갈등의 핵심인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경비정 등 중국 공선의 센카쿠열도 접속수역 진입 횟수가 1000회를 넘어서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독자기술로 건조된 최초의 항공모함 ‘산둥’함이 공식 취역해 일본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테이블 위에서는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으면서 아래로는 서로 발길질을 해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전후 외교 총결산의 양대 과제인 북한과 러시아 문제는 둘 다 진전이 없다. 아베 총리는 2018년 후반부터 태평양전쟁 종전 당시 러시아에 의해 불법으로 점령당했다고 주장해 온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4개 섬 분쟁을 해결한 뒤 일러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을 서둘러 왔다. 여기에는 일본의 경제협력이 절실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것도 이유가 됐다. 그러나 양국의 협상은 암초에 걸려 거의 꿈쩍도 안 하고 있다. 오히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지난해 8월 이곳을 직접 방문해 “여기는 우리 땅”이라고 쐐기를 박으며 당초 ‘4개 섬 전체 반환’에서 ‘2개 섬만 반환’으로 요구 조건을 낮추기까지 한 일본을 무색하게 했다. 나카무라 이쓰로 쓰쿠바대 교수는 “아베 정권은 북방영토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다 러시아에 약점을 잡혀 이용만 당하고 외려 손해를 봤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일관되게 북한을 압박해 오던 아베 총리는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조건 없는 대화’를 내걸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북한으로부터 “아베 패당의 낯가죽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는 원색적 비난만 들어야 했다. 이에 대해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외교에서 접근을 유연하게 바꿔 나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갑작스러운 전환은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협상이 정체 상태에 빠지자 북한 쪽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미중 저자세 반감에 대한국 강경 외교로 상쇄 2018년 10월 대법원의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빌미로 본격화된 한국에 대한 초강경 자세는 1년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일본 보수층을 기반으로 하는 아베 정권의 근저에 한국에 대한 우월 의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미국, 중국 등과의 저자세 외교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대한국 강경 자세를 통해 상쇄해 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아베 총리는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서도 자신이 발로 뛰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이달 11~15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3개국을 순방했다. 그는 “일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평화외교를 강력히 전개할 것”이라고 순방의 의미를 말했지만 실질적으로 중동 정세의 안정을 위해 한 역할은 거의 없다.●“본인만의 성과 없어 조급증 커져” 지적 일본의 한 전략연구소 관계자는 “최장기 집권 기록을 세운 아베 총리로서는 뭔가 ‘이것’이라고 말할 만한 가시적 성과에 대한 조급증이 커졌을 것”이라며 “그동안 장기 집권 총리들이 저마다의 외교적 이정표를 세웠던 것과 비교할 때 본인만의 성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외교관인 다나카 히토시 일본종합연구소 전략연구센터 이사장은 아사히신문에 “외교에서는 국내 정치에 대한 고려 등을 앞세우지 말고 객관적이고 치밀하게 국익에 근거한 전략을 취해야 하지만 현재 일본 외교에서 그런 부분이 감안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야케 구니히코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연구주간은 뉴스위크 기고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동아시아 외교·안보 환경에서 일본의 국익과 존재감을 높이려 노력했고 대체로 무난한 결실을 맺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미일 동맹 관계가 지금처럼 돈독했던 적은 없었다”면서 “잘 지내기가 어려운 버락 오바마, 트럼프 두 정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양국 동맹의 유지·확대를 이끌어 낸 공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LGBT 깃발 훔쳐 불태웠을 뿐인데 美법원 징역 15년형 선고

    LGBT 깃발 훔쳐 불태웠을 뿐인데 美법원 징역 15년형 선고

    미국 아이오와주 법원이 교회에 있던 성적소수자(LGBT) 깃발을 훔쳐 스트립 바에 가져가 불태운 남성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아돌포 마르티네스(30)는 지난해 6월 11일(이하 현지시간) 에임스 연합그리스도교회에서 깃발을 훔친것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적대감 때문이었다고 취재진에게 인정했다. 지난달 배심원들은 증오범죄는 물론, 3급 희롱, 상습 폭행과 방화 혐의까지 유죄로 평결했는데 법원은 지난 18일 그가 이미 복역한 1년을 포함해 16년형을 선고했다. 경찰이 그날 밤 자정 신고를 받고 스트립 바에 출동했더니 이미 다른 이들을 겁박하다 직원들에 의해 쫓겨나고 있었다. 바를 떠난 그는 교회에 들어가 깃발을 훔친 다음 다시 바로 돌아가 기름을 끼얹은 뒤 거리로 나가 불태웠다. 그러고는 바를 불태워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다음날 체포된 그는 지역 매체 인터뷰를 통해 “제기된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며 “그런 일을 한 것이 영예스럽다. 신의 은총을 받았다. 동성애에 반대한다. 그들의 자부심을 글자 그대로 불태웠다”고 말했는데 이 인터뷰 동영상은 재판 과정에 그에게 불리한 증거로 채택됐다. 여성 동성애자로 알려진 에일린 게비 목사는 마르티네스의 행동이 증오로 촉발된 것이란 점에 동의한다며 “많은 이들이 믿는 것만큼 에임스가 진보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따금 경험하며 아직도 이곳의 퀴어 공동체는 다른 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일간 디모인 레지스터에 털어놓았다. 이어 “내가 알지도 못하고 내게 돈 한푼 투자하지도, 우리 신도도 아닌 12명이 이 남자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것은 편협함과 증오로 이뤄진 범죄였다”고 덧붙였다. 제시카 레이놀즈 스토리 카운티 검사는 마르티네스가 이 카운티에서 증오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첫 범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에임스 트리뷴 인터뷰를 통해 “인종, 성별, 성적 지향을 놓고 개인을 타깃으로 삼아 공격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한 사회로 맞서고 사람들이 이런 행동의 심각한 결과를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직장 내 성희롱에 맞서 이겼지만… ‘투명인간’ 된 그녀

    직장 내 성희롱에 맞서 이겼지만… ‘투명인간’ 된 그녀

    동료들 불리한 진술 씻을 수 없는 상처 72% 퇴사… 문제 제기 한 달 안에 관둬 “사측 전보 등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회사와 싸우면서 제가 설 곳이 사라졌습니다. 다른 곳으로 배치해 주세요.” 대표적인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인 ‘남도학숙 사건’의 피해자 A씨는 내년 1월 복직을 앞두고 최근 광주시의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에 진학한 지방 학생을 위한 향토기숙사인 남도학숙은 전남도와 광주시가 함께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A씨는 2차 피해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며 시도 산하 다른 기관으로 근무지를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2014년 4월 남도학숙에 입사한 A씨는 직속 상사로부터 수차례 성희롱을 당했다. 참다못한 A씨는 이듬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고 성희롱 피해를 인정받았다. 상처뿐인 승리였다. 사측은 A씨를 독방에서 혼자 일하게 했고 동료들은 그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A씨는 끈질기게 싸웠다. 주위의 손가락질에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성폭력 피해자가 떳떳하게 직장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5년에 걸친 사측과의 법정 다툼은 A씨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특히 20여 명의 사무실 동료 중 10여 명이 재판에서 A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은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 일부 동료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모욕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성희롱 가해자는 이미 정년퇴직을 해 회사에 없지만 A씨는 여전히 돌아갈 곳이 없다고 느낀다.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A씨와 같은 고통을 마주한다. 가해자는 직장에 남고 피해자가 일터를 떠나는 불합리한 관행이 여전하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2016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7%는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 등 불이익을 받았다. 피해자의 72%가 퇴사했고 이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57%가 문제 제기 이후 한 달 안에 직장을 관뒀다. 전문가들은 사측이 성폭력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직장 내 성희롱 고발 이후 부당 해고를 당한 피해자가 낸 진정에 대해 “(해당 기업은) 피해자가 적대적 근무환경에 처하지 않도록 전보 조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 사업장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확실한 인사 조치로 가해자를 징계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도학숙 관계자는 “(A씨의 처지는) 이해하지만 인사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요구”라면서 “해당 사안과 관계가 있는 직원들이 많이 퇴직했고 A씨가 복직한다면 동료들이 더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광주시의회는 A씨의 진정서를 정식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일터 떠날 수밖에 없는 속사정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일터 떠날 수밖에 없는 속사정

    ‘남도학숙 사건’ 피해자, 광주시의회에 진정서 접수“정상적 업무 불가능···근무지 옮겨 달라”전문가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위한 조치 필요” “회사와 싸우면서 제가 설 곳이 사라졌습니다. 다른 곳으로 배치해 주세요.” 대표적인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인 ‘남도학숙 사건’의 피해자 A씨는 내년 1월 복직을 앞두고 최근 광주시의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에 진학한 지방 학생을 위한 향토기숙사인 남도학숙은 전남도와 광주시가 함께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A씨는 2차 피해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며 시도 산하 다른 기관으로 근무지를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2014년 4월 남도학숙에 입사한 A씨는 직속 상사로부터 수차례 성희롱을 당했다. 참다못한 A씨는 이듬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고 성희롱 피해를 인정받았다. 상처뿐인 승리였다. 사측은 A씨를 독방에서 혼자 일하게 했고 동료들은 그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A씨는 끈질기게 싸웠다. 주위의 손가락질에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성폭력 피해자가 떳떳하게 직장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5년에 걸친 사측과의 법정 다툼은 A씨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특히 20여 명의 사무실 동료 중 10여 명이 재판에서 A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은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 일부 동료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모욕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성희롱 가해자는 이미 정년퇴직을 해 회사에 없지만 직장 내 괴롭힘 가해 동료들이 남아 A씨는 여전히 돌아갈 곳이 없다고 느낀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들은 A씨와 같은 고통을 마주한다. 가해자는 직장에 남고 피해자가 일터를 떠나는 불합리한 관행이 여전하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2016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7%는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 등 불이익을 받았다. 피해자의 72%가 퇴사했고 이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57%가 문제 제기 이후 한 달 안에 직장을 관뒀다. 전문가들은 사측이 성폭력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직장 내 성희롱 고발 이후 부당 해고를 당한 피해자가 낸 진정에 대해 “(해당 기업은) 피해자가 적대적 근무환경에 처하지 않도록 전보 조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 사업장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확실한 인사 조치로 가해자를 징계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도학숙 관계자는 “(A씨의 처지는) 이해하지만 인사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요구”라면서 “해당 사안과 관계가 있는 직원들이 많이 퇴직했고 A씨가 복직한다면 동료들이 더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광주시의회는 A씨의 진정서를 정식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