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마당/한국의 딩크족, 그들은 누구인가
“아이가 귀찮은 게 아닙니다.우리 둘의 삶이 너무나 소중해서….” 인터넷에 개설된 한 딩크족 카페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문구다.딩크족,우리 주변에서도 더이상 낯설지 않은 말이 되었다.딩크(DINK)는 ‘Double Income, No Kids’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자식은 갖지 않는다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그들은 배우자의 자유와 자립을 존중하며 직업에서 삶의 보람을 찾으려 한다.또 돈을 모으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자식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한국에서 딩크족이 자리잡게 된 데에는 좀 색다른 배경이 있다.IMF 구제금융의 한파가 젊은 부부들에게 딩크족이 될 것을 강요하다시피 했다.맞벌이를 해야만 가정을 지탱할 수 있었던 시기에 자녀 양육은 두려운 일이었다.그렇게 떠밀리듯 탄생한 한국의 딩크족은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된 뒤에도 계속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딩크족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애로사항도 토론하는 다음의 딩크카페(cafe.daum.net/dink)에 가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일단을 볼 수 있다.●이 세상,혼자 버티기도 버겁다
딩크족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에 당당하다.아이를 갖는 것과 갖지않는 것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일 뿐이라며,딩크도 건강한 삶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노후의 고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갖는 것보다,지금 아이가 없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거침없이 토로한다.
“짧게 한 줄로 한다면 저와 가장 많이 닮은 아이를 우리나라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요.어릴 때부터 막연히 그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나중에 내가 크면 세상은 많이 바뀌어 있겠지….’했습니다.어른이 된 지금 지하철 플랫폼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서 있는 기분.갑자기 밀리는 인파에 어디론가 함께 휩쓸려 버릴지도 모를 것 같은 불안감.그 속에 저 혼자 버티고 있기도 힘들거든요.하루하루 행복과 불행의 만감이 교차하며 살아가지만,만약 아이가 있다면 바쁘게 손잡고 걸어가다 보도블록을 비집고 피어나는 이름 모를 풀들을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있을까요?”
●내 꿈을 위해서라면
“만약 내가 부자라면 아이를 낳았을 것이다.아이 말고도 나의 취미생활에돈을 쏟아 부을 수 있을 테니까.나에게 취미생활은 곧 인생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가 안 된다.부자가 아닌 이상 지금의 시대는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아이를 낳으면 평생을 그 아이만을 위해서만 살아야 한다.내 꿈도 접고 말이다.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나이 들면 아이가 나를 모실 가능성이 있나.희박하다.어디 그뿐인가.타락한 세상이라서 아이도 분명히 타락할 것인데,무엇 때문에 그런 아이를 위해서 내 인생을 포기할 것인가.차라리 내 아이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는 게 더 낫다.”
●나는 이대로가 행복하다
“지금 당장은 걸릴 것 없이 행복하지만 이담에도 과연 후회하지 않을지는사실 저 자신도 모릅니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기 없이도,아니 아기가 없기에 지금 우린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이지요.전 이렇게 생각해요.노후에 찾아올 외로움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지금의 행복을 지키는 게 더 가치 있다고.현재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다 보면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게 되지않을까요? 나무 하나만 보기보다는 숲을 보듯이….딩크로 사는 것,우린 단지 남들과 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잖아요.분명 다른 것과 틀린 것은 차이가 있다고 봐요.”
●물론 고민도 있다
딩크족이나 딩크족이 되려는 부부들의 발목을 잡아당기는 것은 역시 노후에 대한 걱정이다.노인이 돼 찾아올지 모르는 고독과 아이를 낳기에는 늦은 나이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바로 그것이다.또 시댁과의 갈등,주변의 걱정 섞인 시각도 부담스럽다고 밝힌다.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아요.정말 둘이서만 살아도 늙어서 후회하지 않을까.떠밀려서 딩크족처럼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올해로 결혼한 지 만 10년.둘 다 이상이 없다지만 지금까지….물론 병원·한의원·침술원 다 다녀봤습니다.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이제는 아이가 없어서 오히려 편하고 자유롭다는 생각이 더 커지더군요.둘만 살다 보니 경제적으로도여유가 많이 생깁니다.
여행도 다니고 강아지도 키우고 불편함이 없지만 나이 들어후회하게 될지몰라 고민 중이랍니다.지금 이대로 난 행복한데.나의 선택에 자신감을 갖고싶어요.내게 딩크족 자격이 있나요?”
이호준기자 sa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