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딜레마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챔프전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폐회식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보스턴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제시카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020
  • [개성공단 어디로] 빅터 차 “북·미 신뢰 구축 모두 실패… 딜레마 상황”

    “북·미 간 신뢰 구축은 과거에 모두 실패했고, 앞으로도 딜레마적 상황이 될 것이다(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북한이 도발하면 한국이 반드시 보복한다는 부정적 신뢰부터 먼저 구축해야 한다(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교수).”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29일 우리 외교부가 연 국제회의에서 북한과의 신뢰 구축의 핵심을 이같이 제시했다. 미 백악관 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외교부·동아시아연구원(EAI)이 공동 주최한 국제 세미나에서 북·미 간 신뢰 구축은 매우 어렵다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빅터 차 교수는 “현 국제체제의 대표적 적대관계인 북·미관계는 (박근혜정부의) 신뢰구축 모델을 시험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라면서도 “미국과 북한의 과거 25년간의 외교 협상 노력은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약탈국가라고 비판하며, 한쪽의 안보와 생존을 협상용 카드로만 인식하는 한 신뢰 구축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의 관점에서 신뢰가 한·미 양국이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때만 구축되는 것이라면 북한이 원하는 건 비핵화가 아닌 핵 합의이고, 체제안보가 아닌 체제보장”이라며 “이 같은 요구는 미국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딜레마적 상황만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그는 “대북 외교와 대화의 목적이 신뢰 구축인지 위기 관리인지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인 자칭궈 교수는 “신뢰 구축은 상호 의존성의 확대를 의미한다”며 “북한과 곧바로 긍정적 신뢰를 구축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한의 부정적 신뢰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말하는 ‘최소한의 부정적 신뢰쌓기’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한국이 반드시 응징한다는 일관된 메시지의 실천이다. 그럼에도 자칭궈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에는 확실히 돕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기 위한 법률적 준비를 완비하고 자금 및 원조를 비축하는 긍정적 신뢰 구축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이 자리에서 “박근혜정부의 신뢰외교는 편협한 주관주의나 정치적 낭만주의가 아닌 역사적 경험”이라며 “신뢰 없는 평화는 깨지기 쉬운 거짓 평화이며, 신뢰에는 오랜 과정과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 귀환 결정을 했지만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기초단체장·의원 무공천 ‘반쪽짜리 실험’ ‘묻지마’ 출마… 도미노 선거로 혈세낭비

    4·24 재·보궐 선거는 끝났지만 정치개혁 실험은 미완으로 남았다. 여당의 반쪽짜리 시도로 끝난 기초단체장·의원 무공천, ‘묻지마’식 출마로 도미노 선거를 치르며 혈세를 낭비하는 구태 극복은 여야가 다음 선거에서 해결할 숙제다.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대선공약 이행을 위해 기초단체장·의원 무공천을 단독 강행했다.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았고 야권도 입법화를 외면했던 탓이다. 여야 정치쇄신특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제도·당원협의회제도 개선 등과 함께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안도 의제로 다루기로 했지만 당장 빛을 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그동안 공천비리,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 주민의사 왜곡 등 부작용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샀다. 그러나 공천폐지는 기본적으로 야권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통상 무소속 기초단체장·의원은 국비 확보 등을 위해 친여 성향으로 기우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후보자 검증, 여성·정치신인의 지방정치 진입장벽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건이다. 지방 의원들이 임기 중 줄줄이 사퇴 후 단체장에 출마하는 폐해를 개선하는 일도 시급하다. 실제로 이번 가평군수 보궐선거는 불과 임기 1년여 짜리 군수를 뽑기 위해 도의원 선거까지 치르는 도미노 선거를 실시했다. 도의원 2명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퇴한 뒤 군수선거에 나서면서 두 의원 선거구의 도의원까지 추가로 뽑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군민이 추가 부담하는 세금만 4억 6000여만원에 이르렀다. 경남 함양군도 전직 군수 3명이 당선무효형 등으로 지사직을 상실하면서 민선 5기 들어 벌써 3번째 선거를 치르며 여론 뭇매를 맞았다. 선거비용 역시 함양군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런 식으로 2006년 이후 5년간 들어간 재·보궐 선거비용만 해도 720억여원에 달한다. 재·보궐 선거 원인제공자에게 선거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에 계류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쇄신 공약이기도 하지만 진도는 지지부진하다. 서울시장 같은 광역단체장 선거관리비용의 경우 수백억원이기 때문에 포퓰리즘 입법이라는 비판도 있다. 안행위 관계자는 “선거비용 반환이나 경비 부담이 공무담임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헌법에서 규정하는 선거공영제 취지를 종합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좋~다고 먹었는데, 항생제 때문에 장염 걸린다고?

    좋~다고 먹었는데, 항생제 때문에 장염 걸린다고?

    항생제 남용에 따른 내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세균 치료에 사용하는 항생제가 오히려 인체 장내에서 감염성 장염을 유발한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항생제가 장내의 유익한 세균까지 포괄적으로 사멸시키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감염 차단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치료제인 항생제가 병원 감염원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항생제 딜레마’가 새로운 논란이 될 조짐이다. 김유선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전국 17개 대학병원과 대한장연구학회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공동으로 대규모 다기관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항생제가 원인인 ‘항생제 연관 장염’(CDI) 환자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역학조사에는 서울백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 이대병원, 건양대병원 등 전국의 주요 대학병원이 대거 참여했다. 조사팀이 2008년 항생제 연관 장염 환자 1367명을 분석한 결과 무려 92%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항생제가 장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광범위 항생제 세팔로스포린제와 퀴놀론 제제에 의한 장염이 많았는데 이는 그만큼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항생제 연관 장염은 2004년에 입원 환자 1만명당 17.2명이던 것이 2005년 20명, 2006년 21명, 2007년 24명, 2008년 27.4명 등으로 5년 사이에 1.6배에 이를 만큼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발병 추이를 살펴보면 항생제 사용 후 평균 4~6일 후에 CDI가 발병했고 발병 후 대표적인 증상인 설사가 3~10일간 지속됐으며 복통·발열·백혈구 증가·저알부민혈증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항생제가 장내의 유익한 세균까지 광범위하게 파괴해 감염을 유발한다”면서 “항생제 사용 후 설사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항생제 투여를 중단하고 CDI 발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장기 입원 환자, 악성 종양 환자, 최근에 수술받은 환자, 위장관 수술 환자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의 경우 의료진은 물론 환자 자신도 주의 깊게 증상을 살펴야 한다”며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는 CDI 감염이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구리병원 소화기내과 한동수 교수는 “국내에서 CDI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고(高)병독성 균주가 확인된 만큼 보건 당국은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고병독성 균주에 의한 집단 발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CDI 발생 추이를 감시하는 국가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 연구 결과는 영국 SCI 학회지인 ‘전염병학과 감염병’지에 최근 게재됐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싸우기 싫은 무사가 싸워야 하는 것처럼 우리 삶도 그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지…”

    “싸우기 싫은 무사가 싸워야 하는 것처럼 우리 삶도 그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지…”

    무사(武士)다. 손에 칼을 쥐었다. 복수를 숙명처럼 여기고, 목소리를 낮게 깐 채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해야 마땅한 처지다. 그런데 이 무사, 싸우는 게 싫다. 용맹함으로 이름 떨치던 아버지 ‘찬솔아비’는 살아있을 때 싸우라고 강요했고, 아비가 죽자 어머니 ‘아란부인’은 복수를 간청한다. 그를 만나는 무사마다 칼을 뽑아들고, 마을처녀 ‘초희’는 지상의 왕 ‘검은등’에게서 자신을 해방시켜달라고 요구한다. “내가 아닌 다른 것 때문에 변하고 싶지 않다”는 ‘갈매’에게 무사의 길은 운명이면서 짐이자 압박이다. 국립극단의 올해 첫 창작극 ‘칼집 속에 아버지’는 칼싸움하는 무사가 되고 싶지 않은 갈매의 여정을 따라가며 사회적 억압과 극복을 이야기한다. 갈매만 맘고생이 심한 줄 알았더니, 배우의 몸고생도 만만치 않다.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판에서 만난 김영민(42)은 손가락마다 상처투성이다. “연습할 때는 몰랐는데 끝나고 보면 까져 있다. 어제는 어디에 부딪혔는지 가슴 쪽에 통증이 있다”면서 배시시 웃었다. 찬솔아비(김정호)와는 몸싸움을 하면서 바닥을 구르기 일쑤다. 흑룡강(윤상화), 백호(박완규)와 칼싸움을 하면서는 머리 위로, 발 아래로, 배를 향해 날아드는 칼을 날렵하게 막고 피한다. 배우들 호흡이 척척 맞아떨어져 관객들은 굉장히 흥미진진하겠지만, 배우는 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지쳐 쓰러질 지경이다. ‘햄릿’, ‘에쿠우스’, ‘에이미’, ‘M버터플라이’…. 다양한 작품을 한 김영민은 별별 경험을 다했지만, 이렇게 과격한 칼싸움·몸싸움은 처음이다. ‘연극계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여전히 어울리는 잘생긴 얼굴로 그는 “이젠 40대라 몸 쓰는 게 힘들다”는 농을 던지면서도 꽤 즐겁다고 했다. “고연옥 작가가 쓴 극본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강량원 연출과는 처음 만난 건데, 작업 과정이 좀 달랐죠. 보통은 연습 전에 대본 리딩을 어느 정도 하는데 강 연출은 바로 연습에 들어가더라고요. 배우들과 연습을 하면서 인물과 상황을 함께 만들어가고, 느끼면서 체득하는 식이죠.” 싸우기 싫은 무사가 싸워야 하는 운명에 놓인, 갈매의 딜레마는 김영민에게도 고민을 던졌다. “저 역시 부딪히거나 싸우길 원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어쩔 수 없이 싫은 소리를 하게 되면 뒤돌아서 무척 후회하죠. 갈매처럼 당혹한 상황에 맞닥뜨린 것은 아니지만, 원래 우리가 사는 세상도 싸우고 투쟁하고, 때론 피비린내날 정도로 잔인하잖아요.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싸워야 하나, 등져야 하나. 계속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그는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간극, 그 틈을 어떻게 좁혀갈 것인가가 갈매의 숙제이자 내가 풀어야할 숙제”라고 했다. 복수는 고통의 연속이다. 그래서 어쩌면 극이 하염없이 무거워지고, 갈매의 처지가 너무 처절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꽤 코믹한 설정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동작만큼 날쌔게 입을 나불대는 흑룡강과 제 입을 슉슉 소리를 내며 칼싸움을 하는 엉뚱한 백호는 진지한데 웃긴다. “배가 불렀다”고 꾸짖는 찬솔아비에게 “먹고는 살겠죠”라고 받아치거나, 연인에게 안긴 듯한 자세로 “날 좀 죽여주시오”라고 어울리지 않는 말을 내뱉는 갈매가 또 그렇다. 꽤 진중한 역할을 많이 했던 그에게서 엿보이는 장난기 어린 표정 변화가 색다른 느낌이다. 그는 “재미있고 쉽게 풀어내면서 관객에게 충분히 즐기고 판단할 여지를 준다는 게 공연의 장점”이라고 꼽았다. 판단의 시작점은 ‘칼’이다. 칼이란 무엇인가. 싸움이나 투쟁 그 자체가 될 수도 있고, 세상과 맞설 수 있는 무기라는 상징일 수도 있다. “나 이제야 돌아왔어요”라는 갈매의 마지막 대사 역시 판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 아버지에게 하는 말인지, 갈매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이제 무사로서 살겠다는 것인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인지. “공연이 끝나면 많은 관객은 이렇게 느낄지도 모르겠어요. 무사의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니라고.”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 오른다. 26·27일 공연은 프리뷰. 글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시론] 위기의 한반도, 큰 그림을 그리자/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시론] 위기의 한반도, 큰 그림을 그리자/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지난해와 올 상반기를 거치며 북한이 야기하고 있는 일련의 한반도 위기를 경험하면서, 우리 국민과 국제 사회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이 거래를 위한 외교수단용인지, 핵보유국 지위를 향한 수순인지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상대적으로 유화주의자들은 핵을 외교수단용이라고 이해했고, 상대적으로 강경론자들은 북한의 핵외교를 핵보유국을 향한 치밀한 전략이라고 이해한 바 있다. 이러한 차이는, 전자의 경우 한국을 포함한 외부세계의 노력에 따라 북핵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정책으로 구현되고, 또 후자의 경우 외부세계의 노력보다는 북한 스스로의 변화와 의지만이 비핵화를 가능케 한다는 정책적 구현으로 이어졌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 들어 우리는 딜레마적 상황에 빠지게 됐다. 아무래도 북한의 비핵화는 외부 세계의 노력보다는 변화에 대한 스스로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다고 판단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대다수 국민은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입장을 하나로 수렴하는 전략적 지혜를 발휘하게 됐다. 즉, 핵개발에 몰두하는 북한의 행태를 고려하면 비핵화의 실현은 북한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그러한 의지와 판단이 가능하도록 우리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와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함께 위기를 고조시키는 듯한 모양새는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북한의 일탈적인 위기고조 전략에 군사적 수단이 아닌 외교적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은 북한에 만만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생각하지 못하는 더 큰 그림에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성에 접근하는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느새 북핵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의 보수정권과 진보정권, 또 미국의 공화당 정권과 민주당 정권이 서로 다양한 정책을 구사했지만 북핵은 해결되지 않았다. 북한이 생존전략으로 다른 수단이 아닌 핵개발에 몰입했다는 사실은 그들이 기회만 있으면 얘기하는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가 거짓임을 보여준다. 핵이라는 생존전략은 사안의 특수성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국제 행위자들의 한반도 개입을 정당화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국제성이 부각된 한반도 문제라면 국제적 차원에서 큰 그림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핵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수단 중에서 국지타격(surgical strike) 같은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 만약 그 이유가 지난 수십년간 유지된 동북아 지역의 안정성을 깨고 싶지 않아서라면, 북핵 해법은 동북아 지역 차원에서 크게 풀어나가야 한다. 북한에 요구할 비핵화의 조건으로 동북아 국가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북한에 아무리 변화하라고 요구한들 스스로 체제를 변화할 리 만무하고, 아무리 비핵화의 길을 걸으라고 나무란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한·미 동맹의 군사적 능력을 과시한다고 북한이 겁을 먹고 우리의 요청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 역시 제로에 가깝다.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변화 요구에 수긍하게 하려면, 가장 급한 일은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가 하는 얘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조용하고 치밀하게 대북 억지력을 확보하면서, 북한을 향한 다양한 관여전략을 차근차근 전개하여 남북한 사이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네트워크적 결합을 일궈내는 일이야말로 현 정부가 강조한 신뢰 프로세스의 요체라고 믿는다. 민주적 사고, 창의력, 자발적인 시민정신 그리고 자유의지라는 대한민국의 비대칭적 무기는 북한이 보유한 핵이라는 비대칭적 무기가 무섭지 않아야 한다.
  • 부도 직전 생명연장… 전형적 ‘에버그린 수법’

    부도 직전 생명연장… 전형적 ‘에버그린 수법’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하우스·렌트 푸어 대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우스푸어(내집 소유 빈곤층)에게 여러 가지 선택권을 줬다고는 하지만 근본처방전이 아닌 데다 효과도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가 사들여 주는 부실채권 규모가 작고, 리츠(부동산 전문회사) 등이 참여할 만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채무상환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판별하는 기준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택금융공사가 (연체)문제도 안 생긴 주택 소유주에게 10년간 원금 상환을 미뤄주고 싼 금리로 바꿔주는 것은 정부가 부도나기 전 가계의 생명을 연장만 해주는 결과”라면서 전형적인 ‘에버그린’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빚으로 빚을 막는 ‘돌려막기’라는 얘기다. 박 교수는 “채무조정을 해줬을 때 갚을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소득과 집 요건만으로는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 뒤 원금을 갚을 능력이 생기면 다행이지만 갑자기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게 박 교수의 우려다. 집을 팔기를 원하는 하우스푸어에게는 리츠에 ‘지분 일부 매각’ 방안을 열어줬다고는 하지만 리츠 입장에서 굳이 복잡한 공동소유 구조를 떠안은 채 상대방에게 재매입 우선권까지 줘가며 참여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 매입 방안도 딜레마 성격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밝힌 매입 규모는 1000억원에 불과해 수혜대상(최대 1500가구)이 미미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매입 규모를 확대하면 국민혈세로 ‘쓰레기채권’을 사들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캠코와 주택금융공사가 사들이는 매입가격도 쟁점”이라면서 “자칫 곪은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 그냥 덮어두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분을 리츠에 넘기고 다시 임차했는데 집값이 나중에 올라가면 가격 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전혀 안 됐다”고 지적했다. 방향 자체가 잘못 설정됐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전반의 기본방향을 세우고 단계별로 나아가야 하는데 당장 급한 불 끄기에만 급급한 임시방편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렌트푸어를 위한 ‘목돈 안 드는 전세제’의 집주인 유인책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집주인에게 주는 혜택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입자가 (집주인이 빌린 전세자금의) 대출이자를 내지 않을 경우 구제책이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 (전세)소득이 노출될 수 있어 아무리 세제 혜택을 많이 줘도 집주인이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용어 클릭] ■에버그린(Evergreen) 은행권에서 쓰는 용어로 실제로는 부실채권인데 교묘한 수법으로 정상채권과 뒤섞어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항상 푸르게 만드는 수법을 뜻한다. 흔히 다른 금융회사의 대출을 끌어들여 선순위 채권자로 앉히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부실대출은 후순위로 돌려 정상여신처럼 보이게 만든다.
  • [열린세상] 한반도의 ‘유체이탈’ 안보위기/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한반도의 ‘유체이탈’ 안보위기/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사실상 극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연일 대남·대미 안보 위협을 쏟아내고 있고, 한국과 미국은 대응 준비태세를 갖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지도자나 군부가 수사적 군사위협을 가하면서 실질적 군사훈련을 공개하면, 우리 쪽에서 당연히 방어적 의도로 우리의 군사 억지태세를 보여주는 상황이 연일 시소처럼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를 국제정치학에서는 안보 딜레마 상황이라고 한다. 상대의 방어적 의도를 공세적 의도로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나의 방어적 안보태세를 보여주면 상대가 이를 공세적 의도로 재인식해 오인(誤認)의 연쇄 작용으로 각자의 안보상황이 매우 열악해지는 것이 바로 안보 딜레마 상황이다. 이 딜레마 상황에서 ‘신뢰’, ‘절충’, ‘인내’라는 중용의 정책은 사실상 뒷전으로 물러가고 반목과 불안, 경쟁과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한이 대화 채널을 단절하고, 정전 협정을 파기하고, 1호 전투태세를 선포하고, 국가급 훈련을 실시하는 상황을 우리로선 당연히 위협적이고 공세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그들이 검증되지 않은 핵 능력과 중장거리 미사일 등을 거론하며 대남·대미 위협을 거침없이 쏟아내면 안보 상황을 더더욱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북한도 한국과 미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핵잠수함, B52, B2 전략 핵폭격기를 한반도에 출현시키면 당연히 이를 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의도에서 그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중재할 제3국도 존재하지 않으며, 당사자 간의 상호 신뢰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불안할 수 있다. 차라리 이럴 때,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북 제재’로 북한의 버릇을 고쳐 주자는 발언들이 언뜻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매우 솔깃하게 들린다. 그리고 한·미 동맹의 굳건한 토대 위에 북한의 도발 원점 및 최고 지도부도 괴멸시켜야 한다는 발언도 이해할 만하다. 이미 20년간 대 북핵 위협에 피로감이 누적된 우리로서 이쯤 되면 결판내자는 주장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들이 마치 ‘유체이탈’(幽體離脫) 화법처럼 들리기 때문에 더욱 불안하다.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시드니나 영국의 런던 혹은 미국의 워싱턴에서 한국을 바라보며 “왜 북한에 강경하게 하지 않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들과 유사하다. 그들에게 학술적·전략적 유희가 우리에겐 사활적 현실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당사자로서 대북 강경책을 구현할 군사적·외교적 자산도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이러한 비현실적 대북 강경 발언이 북한으로 하여금 더 강경한 반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역시 이에 반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피해는 고스란히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수행하고 자신의 일상적 행복을 추구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불안감으로 전가될 뿐이다. 문제는 북한발 ‘위협 불균형’이 아니라 한국이 떠안을 ‘피해의 불균형’이다. 즉, 똑같은 파괴력을 가진 포탄 한 발이 평양에 떨어질 때보다 서울에 떨어질 때, 한국의 정치·경제적 피해는 더 심하기 때문에 우리 쪽이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루어낸 세계적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는 한순간 잿더미가 될 수도 있다. 이럴수록 우리는 차분한 대응 속에 북한에 대해 보다 큰 폭의 신중함을 보여주어야 국민도 안심하고 한반도 안보 상황도 안정적으로 전환된다. 대북 억지력을 실현할 전략 자산을 구비해 그들에게 도발 불용의 능력을 보여주고 동시에 그들이 도발하지 않을 때 대화와 교류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현실적 대범함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남북관계의 대범함은 우리가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주도해야 한다는 사활적 현실성에 기인한다. 따라서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유체이탈적 안보관이 아닌 현실적 안보관이 더욱 한반도 안정에 공헌할 것이다.
  • 세가지 없는 安… 노원병 보선 예측불허

    세가지 없는 安… 노원병 보선 예측불허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의 기류가 점차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애초 안철수 예비후보가 출마를 선언할 당시만 해도 “너무 쉬운 지역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민주통합당 내에서 나왔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비롯해 안 후보가 허준영 새누리당 예비후보에게 밀릴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31일 “안 후보의 지지율은 이미 여론조사에 다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고 하더라도 종국에는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노원병 보선에 대한 여론조사는 지난 26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와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조원씨앤아이 등에서 나왔다. 두 곳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안 후보와 허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권은 안 후보가 고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노원 지역에 연고가 없다는 태생적 한계다. 노원병의 지역 주민들은 “이 지역 출신도 아닌데, 국회의원 하려고 왔느냐”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노원병의 민생 문제보다는 ‘새 정치 프레임’으로 승부를 보려는 부분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각이 있다. 다음으로 조직력의 부재다. 안 후보 측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서 “다른 후보와 달리 조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혈혈단신으로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새누리당은 노원병 지역에 대해 서울 48개 당협을 중심으로 조직 총동원령을 내렸다. 안 후보의 자원봉사자 체제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단일화 딜레마’다.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했지만, 이동섭 예비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올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후보는 무소속으로 나설지를 오는 4일 결정하기로 했다. 8~10%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이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서면 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더 멀어진다. 안 후보가 뒤늦게라도 단일화 논의에 뛰어들 경우 “새 정치로 정면승부하고 싶다”는 그간의 발언이 무색해지게 된다. 게다가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도 완주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안전사회를 위한 형사정책

    [김일수 樂山樂水] 안전사회를 위한 형사정책

    지난 세기 형사정책분야에서 가장 큰 정신적 유산을 남겼던 프란츠 폰 리스트는 ‘형사정책은 사회정책의 최후 수단’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복지적 사회정책이 최선의 형사정책이라는 의미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사회통제 시스템의 기본은 인간의 이성과 개선 능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낙관적인 교화 프로그램이었다. 보편타당한 규범·가치구조를 전제하고, 이를 위반하거나 일탈한 개인을 훈육하고 보듬어서 다시금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사회정책의 방향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형사정책적 제도들은 이런 시각에서 개인을 재사회화하는 도구이자 다수의 지배적인 질서에 순응하도록 교화하는 도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후기 현대사회에 이르러 이러한 사회통제의 관점은 경제적·정치적·사회 문화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엄청난 전환 과정에 휩싸였다. 즉 개인에게 사회적 네트워크와 제도, 국가적 개입을 통해 규범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정상적인 시민 생활의 방향을 재설정하도록 하는 통제방식과는 달리 일탈과 사회적 위험유발 원인에 대한 예방과 사전통제·관리 쪽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사회통제 내지 형사정책의 지향점은 안전사회라는 비전 속에 함축돼 있다고 말해도 지나침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거의 문 앞에까지 이른 위험과 위기 앞에 고도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범죄는 우리의 인근 주변과 가정, 학교 등 전통 깊은 안식처에서 빈발하고 있고, 사이버 공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인 사회통합기관들의 역할이 후퇴하고, 핵가족과 만연한 개인주의로 공동체는 사막화돼 가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범죄통제 기술은 범죄 성향을 띤 개인이 아니라 위험 그 자체를 대상으로 삼는다. 더 나아가 구체적인 위험이나 개별적인 갈등 상황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계산된 추상적인 위험 상황을 주목한다. 즉, 안전을 위해 특정집단, 상황, 공간 또는 사회 전체가 새로운 형사정책의 관리대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안전정책의 선제적 기능 확대는 종전처럼 단순한 자유의 증가 또는 감소로 평가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법질서의 방어를 위해 법 적대세력을 법질서 바깥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시민들 스스로 공동체의 보호와 자신의 안전을 위해 특별한 희생까지 치를 각오가 돼 있다고 소리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안전·안전사회라는 표어는 정치적 차원에서 위험 사회의 높아진 불안을 해소해 주는 상징적 은유로 자리 잡았다. 안전의 상징적 무게는 전자발찌, 신상 공개, 화학적 거세와 같은 특정한 법제도 내지 경찰 예방활동의 강화를 정당화하는 논증 도구가 되었다. 그 결과 위험관리를 위한 통제문화가 일상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우리가 높은 범죄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강화된 국가의 힘만 선호하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법치국가가 감시국가, 통제국가, 형벌국가로 변형되기 쉽다. 점증하는 사회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형사정책은 감시와 처벌 일변도로 기울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인간의 얼굴을 지닌 합리적인 정책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주민참여를 활성화해 주민협동에 의한 생활 안전망 구축, 사적 영역에서 개인 또는 단체의 보안설비 확충, 범죄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 개선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 안전은 국가나 정치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유와 마찬가지로 안전도 인간의 행복을 위한 보호법익이다. 국가의 형사정책이 국민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항시 자유와 안전의 균형이 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가 빅 브라더가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안전을 즐길 수 있는 사회가 진실로 안전사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전사회의 적은 안전 불감증 못지않게 과잉안전 욕구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 [서울광장]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 레짐 체인지/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 레짐 체인지/구본영 논설실장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서슬이 갈수록 시퍼렇다.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이 통과되자 남쪽을 향한 협박이 가히 장난이 아니다. ‘핵 선제타격’이나 ‘제2의 조선전쟁’ 으름장은 예사고, 한반도 비핵화선언과 정전협정의 무효화를 일방적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한·미 연례 방어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된 지난 11일. 북한 노동당 김정은 제1비서는 우리 측 백령도가 빤히 보이는 월내도에서 “명령만 내리면 적들을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넣으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얼마 전 “적들이 우리 영토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군다면 적진을 벌초해 버리라”고 했던 그다. 20대 후반 최고사령관의 목청이 한 옥타브 더 높아졌다. 말 대로라면 북측이 여차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저지를 태세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 너무 과민반응을 보일 이유는 없을 듯싶다. 북측의 광기 어린 협박에 대해 오공단 미국 국방연구원(IDA) 책임연구원의 분석이 그럴싸하다. 즉 “어린이가 몸집 큰 어른한테 작대기를 한번 휘둘렀는데 어른이 쩔쩔매면 그다음부터는 자꾸 도전의 수위를 높이는 심리”라는 것이다. 하기야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지 않은가. 역설적으로 북 지도부의 거친 언사는 그들의 절망이 깊어졌다는 증좌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작 걱정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을 게다. 혈맹인 중국마저 유엔제재에 동참할 낌새를 읽고도 핵실험을 강행했다면 북의 핵보유 의지가 그만큼 강고하다는 얘기다. 김정은의 지상과제는 세습체제를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착각이지만 이를 위한 ‘유일한 수단’인 핵보유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목표임은 불문가지다. 1993년 1차 북핵위기 이후 우리와 국제사회가 대화와 제재 등 온갖 카드를 사용해 봤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오죽하면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조차 “지난 20년간 대북정책은 그 성격이 포용이든 봉쇄이든 북의 (핵)위협을 줄이는 데 분명히 실패했다”고 했겠는가. 이 와중에 북한 주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북한 영유아의 27.9%가 발육부진 상태라고 밝혔다. 유엔개발계획(UNDP) 통계를 보면 북한 영유아 사망률은 우리의 6배 이상이었다. 이는 북한정권의 위기이지만 막 출범한 새 정부에 울린 경보음이기도 하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명명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 간 신뢰를 쌓아가는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평화통일을 추구한다는 게 요체다. 그러나 북의 핵실험 및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탄도미사일 발사로 ‘박근혜 표’ 정책은 펼치기도 전에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북한 세습정권은 진퇴양난에 처한 지 오래다. 주민을 먹여 살리려면 개혁·개방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기만적인 주체사상으로 쌓아온 모래성이 무너지고 마는 딜레마다. ‘김씨 조선’의 3대 상속자 김정은이 끝내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는 역설적으로 김정은보다 합리적인 정권으로 북한의 지도부가 바뀌는, ‘레짐 체인지’(정권교체) 이외엔 북의 핵개발이나 대남 도발을 억제할 길이 없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 간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과 사회경제적 교류 협력의 상호 보완적 발전을 도모하려는 구상이다. 그런 신기능주의적 접근의 취지는 백번 옳다. 하지만 북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요한 약속을 깬 마당에 당장 진도를 나가기도 어렵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된 우리로선 북측이 신뢰를 보여줄 때까지 팔짱만 끼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표방하되, 조용히 ‘플랜 B’도 가동해야 한다. 자력으로는 개혁·개방을 선택할 수 없어 스스로 레짐 체인지를 부르고 있는 김정은 이후의 시나리오도 짜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가 과연 그런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긴 한지 궁금하다. kby7@seoul.co.kr
  • [특파원 칼럼] “개성공단을 뿌리세요”/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개성공단을 뿌리세요”/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북한 상공에 초코파이를 뿌리세요.” 지난달 14일 북한의 3차 핵실험 관련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제프리 D 고든(46) 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입에서 생뚱맞게도 ‘간식’ 이름이 튀어나왔을 때, 속으로 ‘오늘 인터뷰가 예사롭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든은 해군 중령 출신으로 1990년대 태평양사령부(PACOM)와 7함대 대변인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는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대변인에 발탁됐고 지난해 대선 때는 허먼 케인 공화당 경선주자의 외교·안보 참모로 활동한 ‘공화당 사람’이다. 만약 대선에서 대북 강경 노선을 선호하는 공화당의 후보가 당선됐다면, 그는 국방부 요직에 임명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의 북핵 문제 해법은 당연히 ‘응징’, ‘압박’, ‘선제타격’과 같은 험악한 옷을 입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얼마 전 한 탈북 대학생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초코파이가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화폐처럼 거래된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 상공에 초코파이를 뿌리면 어떨까 하는….” ‘안 그래도 대북 인권단체에서 초코파이를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날려보내고 있다’고 했더니 그는 “초코파이뿐 아니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같은 것들을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하세요.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은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라고 했다. 그에게 ‘당신은 햇볕정책 지지자 같다’고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맞습니다. 나는 햇볕정책을 지지합니다. 단, 북한 정권에 돈을 퍼주는 식은 아닙니다. 나는 개성공단 같은 것을 지지합니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고든의 주장은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재 미국이 처한 북핵 딜레마를 드러낸다. 공화당 사람의 입에서 “햇볕정책 지지”라는 돌연변이적 언급이 나올 정도로 미국은 지금 혼돈(패닉) 상태다. 지난 20여년간 제재도 해보고 대화도 해봤지만 끝내 ‘실패’로 귀결됐음이 3차 핵실험을 통해 확인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회의론과 도무지 타개되지 않는 악순환에 대한 피로감, 혹시 북한에 얻어맞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우려가 반죽된 어수선한 풍경이다. 패닉은 전방위적이다. 지난해 말 장거리 로켓 발사 때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북한 뉴스는 시리아 사태 등 중동 뉴스에 밀렸다. 하지만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현실’로 다가오자 북한 이슈는 삽시간에 주요 뉴스를 장악했다. 정부 브리핑에서도 ‘북핵’이 ‘이란핵’을 밀어냈다. 의회는 하루가 멀다하고 ‘북한’을 주제로 법석을 떨고 있다. 이 아수라장 속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게 있다. 3차 핵실험 이전과 이후의 북핵 위기 지수는 천양지차라고 하는데, 저마다의 대응논리는 저마다의 틀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경론자들은 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대화론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더 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나서서 ‘사실은 그때 내 판단이 틀렸다’고 고백할 법도 한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탈피한 해법을 제시한 고든의 모습은 용감해 보이기까지 하다. carlos@seoul.co.kr
  • [서울광장] 무엇이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여줄까/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무엇이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여줄까/함혜리 논설위원

    인간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행복한 삶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행복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한다. 그런데 행복은 물질적인 풍요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경제규모에 1인당 소득 2만 3000달러로 성장했지만 국민들의 행복감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제 양극화, 높은 실업률, 불안한 노후, 각종 범죄, 높은 자살률, 후진적 정치행태 등이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높인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한 사람의 행복도 장담하기 어려운데 국민 모두의 행복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의 어깨는 참으로 무거울 것이다. 어떻게 하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대다수 국민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복지 선진국의 사례에서 배울 점을 찾아 우리 시스템에 맞게 적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국민행복시대에 훨씬 빠르게 당도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높은 실업률과 경제 부진을 극복하고 성장과 수준 높은 복지를 구가하고 있는 스웨덴은 훌륭한 산 교과서다. 스웨덴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위에서 노르웨이, 덴마크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나라다. 분배지수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세계 2위이며, 사회갈등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낮다. 복지에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게 상식이지만, 스웨덴은 성장과 분배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진정으로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생애주기에 맞춰 촘촘하게 잘 짜여진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해 주고, 위기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스웨덴의 경제발전이 복지제도와 함께 이뤄졌다는 점이다.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형평적 분배수단인 세금을 통해 균등하게 재분배하되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을 이끌어 내는 구조로, ‘생산적 복지’의 이상적 모델이다. 국민과 기업은 높은 세금을 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골고루 혜택이 돌아오기 때문에 기꺼이 부담한다. 형평성 있는 분배가 이뤄지면 개인, 지역, 계층 간 차이가 적고 따라서 반목, 위화감, 갈등도 줄어든다. 사회는 안정되고 사회적 관용도는 높아진다. ‘기회의 평등’도 중요한 개념이다. 수준 높은 무상교육을 받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가난의 대물림이 적다. 일시적 재난이나 좌절, 실직, 실패의 늪에 빠진 사람들은 국가의 보조금을 받으며 교육과 훈련을 받고 재기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성인교육, 자발적으로 하는 성인학습, 실업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직업훈련, 재직근로자 대상의 직업훈련 등 다양한 성인교육이 학교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성인교육 참여율이 61%로 세계 최고인 스웨덴에서는 인생 3모작까지도 가능하다. 스웨덴 쇠데르턴 대학의 최연혁 교수는 저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에서 “스웨덴 사회복지제도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주기 때문에 인생을 비관적으로 보거나 극단의 방법을 택하지 않을 수 있게 해준다.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혁신적 생각을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게 만든다”고 했다. 복지의 최전선에 있는 고위관료에게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국민들이 복지의 개념을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한국판 베버리지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복지제도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복지국가는 당장엔 실현이 불가능하다. 수십년 앞을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행복은 구호를 외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수혜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정부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국민이 낸 세금을 잘 관리해 복지라는 이름으로 공평하게 되돌려 줄 때에 가능하다. lotus@seoul.co.kr
  • 안철수 ‘세싸움·수싸움’ 현실정치 벽 넘을까

    안철수 ‘세싸움·수싸움’ 현실정치 벽 넘을까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24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겠다고 밝혔지만 초반 분위기가 그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알 듯 말 듯한 메시지 정치도 이제 통하기 어렵다. 색다른 비전과 대안을 보여 줘야 한다. 오히려 책임이 동반되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5대 난제 등 많은 과제가 그를 막아서고 있다. 과제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첫째, 안 전 교수는 대선 때 정상적인 단일화 과정을 밟지 않고 문재인 전 민주당 후보에게 양보해 논란이 있었다. 대선 당일에는 당락도 확인하지 않고 미국으로 가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할 준비가 충분하냐는 논란이다. 둘째, 신당 딜레마도 크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출마하면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긴 하다. 국회에 입성하면 민주통합당 이탈 세력을 중심으로 교섭단체 구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정당이 아닌 정치결사체를 구성해 새 정치의 모습을 보여 주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세 규합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어떤 경우에도 구태정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셋째,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은 난제 중의 난제다. 민주당은 그의 출마를 환영하고 있지만 속내는 불편하다. 대선에서 문 전 후보를 밀었던 그를 상대로 노원병에 후보를 내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도 그와 소모적인 단일화 논란을 막판까지 펼 수 있다. 뒷거래 정치 논란이 예상된다. 넷째, 노원병에 출마하려는 것에 대해 “민심을 묻는 절차적 민주주의도 없이 오만하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측에 “대선 때 희생한 내가 출마하니 협조하라”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다. 부산 영도에서 새누리당 거물 김무성 전 의원과의 승부를 피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다섯째는 여론 동향이다.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그의 출마를 반대하는 의견이 높다. 전문가들도 신중해지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외과 교수는 “대선 때와 같은 애매한 입장으로는 정치판을 이끌 수 없다. 가치와 명분 제시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싸움, 수싸움이 치열한 현실 정치의 벽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시론] 미래창조과학부 논란에서 빠진 창조적인 것들/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시론] 미래창조과학부 논란에서 빠진 창조적인 것들/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논란의 중심이 된 미래창조과학부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론’이 담겨 있다고 한다. 언론통제 위험이 있는 부분만은 떼어 놓으라는 야당의 요구를 웬만하면 들어줄 만도 한데 4일 국민담화까지 하면서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고 한 것을 보면, 박 대통령 의지의 강도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미디어는 정교하게 다루어야 할 영역이다. 독재정권이라면 이것을 예속시켜 선전수단으로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민주정부는 이를 발전시켜야 함과 동시에 한 걸음 뒤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골치 아픈’ 의무를 갖는다. 정부가 직접 나서면 자원 분배 과정에서 부득불 언론통제 문제가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선진 각국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위원회 모델을 활용한다. 속속 변화하는 전자미디어 현상에 대응하기에는 관료 조직보다 위원회 조직이 더 유연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의 FCC, 영국의 Ofcom, 프랑스의 CSA 등은 모두 ‘규제’ 차원을 넘어 미디어 발전과 언론자유를 ‘진흥’하는 독립위원회들이다. 현재까지 여야 합의된 내용으로는 미래부가 방송통신기금을 관장한다. 방통위에 규제 기능을 넘기고 미래부가 진흥만을 맡는다는데, 유무형의 선택적 지원만으로 언론 통제력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산업적 가치에 따라 펼쳐질 미래의 길이 화려하게 보이는 만큼 미디어의 정치·문화적 가치 또한 여전히 생동적이다. 창조산업인 미디어는 본질적으로는 정체성의 표현 양식이며 소통(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다. 이 때문에 미디어를 통한 사회통합의 문제를 산업 부서인 미래부가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국도 융합기구 Ofcom을 출범시키면서 정치·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것을 법에 정해 놓았다. 시장원리에 의해서만 미디어를 다루면 참 편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문화적 고려를 피하려는 것은 어려운 함수 문제를 놓아 두고 자신 있는 덧셈·뺄셈만 계속 연습하려는 대입 수험생과 같다. 그간의 논의는 공정성과 관계 있는 미디어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데 집중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시장 영역에서 성장시킬 영역과 공공 영역에서 육성해야 할 영역을 구분하는 일이다. 창조경제가 무형의 자산, 즉 아이디어와 지식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미디어를 떼어 놓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관련이 있다는 것과 미디어 영역 모두를 창조경제 추진 부서로 가져가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관계 있으니 함께 모여야 한다”는 것은 창조적이지 않은 단순한 생각이다. ‘창조경제 구현’이라는 슬로건에 무조건 따라 달라고만 하는 방식으로 창조성은 계발되지 않는다. 창조경제는 기계, 정보통신기술(ICT), 농수산, 문화, 관광 등 모든 분야와 관련이 있는데 굳이 미디어만 ‘꼭 함께 가야’ 할 이유도 부족하다. 미디어 산업은 과학 및 ICT에 감히(?) 비할 수 없으리만큼 작은 규모이기도 하다. 미디어 영역의 창조경제론은 ‘개방, 공유, 제휴’라는 융합시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신제도주의 이론’은 정부 조직도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으려는 내적·외적 동인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본다. 관성의 법칙을 깨기 위한 지난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조직 개편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번처럼 선진국의 사례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생경한 패러다임 변화 수준의 변화는 말할 것도 없다. 자칫하면 다른 부서의 기능을 이리로 옮기고 저리로 옮기고 하는 것으로만 끝나 버리고 말 것이 우려된다. 여야 협상도 최종적으로 케이블TV 방송국(SO) 관련법 제·개정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의 단발적인 문제로 압축되고 말았다. 이제라도 ‘톱-다운’ 방식을 멈추고 사회 구성원들이 이에 대한 인식을 함께 고민하며 ‘미디어 미래창조’를 구성해 가도록 해야 한다. 과거 방송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각각 수년씩의 범사회적 논의를 펼쳤던 것은 결코 ‘쓸데없는 소모’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하겠다.
  • 순식간에 정치 1번지 된 노원병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출마를 선언한 서울 노원병이 4·24 재·보궐 선거의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안 전 교수의 등장으로 여야는 그동안 검토하던 선거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새누리당은 안 전 교수의 출마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노원병 출마 후보군으로 경찰청장 출신의 허준영 현 당협위원장,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 없이 야권 연대 성사 여부를 지켜보며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는 신중한 분위기다. 부산 출신의 한 의원은 3일 “출신지인 부산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출마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입지를 다시 굳혀 보겠다는 계산 아니겠느냐”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야권발(發) 정계 개편 파고가 불어닥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내 일각에서는 여전히 안 전 교수가 차기 여권 대선 후보군으로서 새누리당과 전략적 제휴를 할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놨다. 새누리당보다 사정이 더 복잡해진 곳은 민주통합당이다. 민주당은 후보를 낼 수도, 그렇다고 안 낼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야권 단일화의 상대였던 전 대선 후보가 직접 나오는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것은 ‘정치 도의상’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렇다고 후보조차 안 내는 것은 제1야당의 위상 문제와 연결된다. 김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안 전 교수가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으로 본다”는 짧은 논평만 내놨다. 민주당에서는 임종석 전 사무총장과 박용진 대변인, 정동영 상임고문이 노원병의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었지만 안 전 교수의 등장으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 재선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안 전 교수가 양보를 한 것을 존중해서라도 그가 당선될 수 있도록 협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의원은 “민주당이 어떻게 할지는 야권의 종합적·중장기적 판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교수의 등장으로 민주당의 재편도 빨라질 수 있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주류인 친노(친노무현) 쪽에서는 야권 연대를, 비주류 측은 중산층 지지 기반 확대를 위한 중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각각 주장해 왔다. 애초 5월 당 전당대회에서 양측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안 전 교수의 등장으로 충돌 시기가 3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 야권 연대가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노회찬 공동대표의 진보정의당은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안 전 교수는 이날 노원병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노 공동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의원직을 상실한 데 대한 위로 인사를 건넸을 뿐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은 노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 소식을 전해 듣고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진보당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노 공동대표의 부인 김지선씨의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열린세상] 박근혜 정부의 외교, 위기에서 기회로/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열린세상] 박근혜 정부의 외교, 위기에서 기회로/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국민들의 기대 속에서 행복시대를 선언한 박근혜 정부가 어제 출범했다. 박근혜 정부가 직면한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와 도전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사명이자 모든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한 관계에는 신뢰 프로세스 구축을, 동북아에서는 화해와 협력 관계를, 그리고 국제사회에서는 기여하는 외교를 대외 정책기조로 설정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당당하며 국익을 증진하는 외교’를 펼치기 위한 정책적인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북핵 불용’을 실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관계를 보면 양자가 정면으로 달려드는 ‘치킨 게임’의 양상이었는데, 항상 충돌을 회피하는 것은 한국이었다. 그 결과,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상황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하였을 경우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 바꾸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를 실현하는 길이다. 자칫 신뢰 프로세스를 북한에 대한 ‘지원 정책’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신뢰 프로세스는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한 남북한의 신뢰를 형성할 수 없다는 철학에 근거하고 있다. 이 점에서 단기적으로 박근혜 정부는 군사력에 대한 투자와 선택을 대폭 늘려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주변국에는 한국의 ‘북핵 불용’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이행은 주변국을 설득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북핵 불용’ 원칙에 대한 주변국과의 공감대를 확보하고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둘째, 미·중 갈등을 완화하도록 하는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시아 안보 불안정의 중심에는 미·중 갈등이 있다. 북한의 도발에는 중국의 ‘북한 껴안기’가 있으며,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에는 일본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있다. 결국 미·중관계가 나빠지면, 북한 비핵화와 동북아의 협력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미국과 중국이 담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한반도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중이 ‘북핵 불용’이 아니라 북핵을 인정하는 ‘핵 비확산’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문제 등 당면 외교 현안에 대한 해결 의지와 대안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국제사회에 표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을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현안 해결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다자협력 강화와 확대에 한국이 주도적인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이미 제도화되고 정례화된 ‘한·중·일 정상회담’을 안보 협력의 장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으며, 한·미·중 전략포럼도 적극적으로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한·일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적인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다케시마의 날’로 시작되는 한·일관계의 경색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풀어야 할 외교적인 난제임에 틀림없다. 대일 정책은 향후 5년 한국의 대외전략 속에서 일본의 전략적 가치 평가와 함께 동북아 질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일정책은 양국 간 현안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지역·세계 질서의 구축·유지라는 다자적 관점에서 한·일 양국의 상호 전략적 가치를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대일 정책의 방향은 일본과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중견국 외교를 추진하는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틀 속에서 지속적인 교섭을 해야 하며, 일본과의 인식 공유를 위한 정책 네트워크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 아베, 오바마에 줄 선물 푸짐… 美, 화답할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은 전통적으로 친미적 성향을 보여온 일본 자민당이 지난해 12월 집권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일본 민주당 정부 시절 소원했던 미·일 관계가 복원되는 수순을 밟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오바마는 지난달 재선 임기 취임식 이후 첫 정상회담 일정을 아베에게 내줌으로써 일본을 한껏 배려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오바마와 아베가 미·일 밀월의 절정기였던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나카소네 야스히로’, 2000년대 ‘조지 W 부시-고이즈미 준이치로’ 시대에 버금가는 우호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양측의 현안인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아베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밝힐 예정이다. 민주당 정권 시절 수립된 ‘2030년대까지 원전 제로’ 정책 수정과 ‘국제 아동 납치 민간 부문에 관한 헤이그 협약’ 가입 등 미국이 주장하는 이슈에 아베 총리가 동의할 것이란 전망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가장 민감한 이슈는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참가 여부다. 무역장벽 철폐를 통해 미국산 제품의 수출을 확대하려는 오바마 입장에서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TPPA 참가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 아베는 지난 19일 의회에서 “TPPA에 우선 참가한 후 (구체적 내용을) 교섭하는 방법도 있다”며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 문제도 비중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해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 동결 방식의 고강도 제재 채택 여부 등 대북 제재 논의와 함께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 논의가 얼마나 진전될지 주목된다. 아베는 오바마에게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에 대한 협력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견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인정 등을 요구하는 아베에게 오바마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오바마로서는 한국 및 중국의 반발이 딜레마이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민주당 정부 시절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권 등을 따낸 것은 미·일 관계 경색에 따라 미국이 한국을 전폭 지원한 데 따른 반사적 이익의 성격도 있었다”면서 “미·일 관계의 복원은 한국의 국익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아베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21일 나흘간 일정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편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곳곳에서 반일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지방재정난과 복지정책 딜레마] (하)잘 걷고 잘 쓰는 것도 중요

    [지방재정난과 복지정책 딜레마] (하)잘 걷고 잘 쓰는 것도 중요

    재정 분권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노회한 중앙정부와의 밀고 당기기를 통해 과세자 주권과 자치 재정 운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스스로 자구하는 노력을 병행하지 않고서는 중앙정부와 건강한 관계를 정립하기도, 지역 주민이라는 대지 속에 지방자치의 뿌리를 올곧게 내리기도 힘들다. 재정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준과 능력이 있다는 점을 중앙정부와 지역 사회에 당당히 보여주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지방정부 지출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이를 위해 세출의 효율성과 징수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돈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데다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문제 역시 지방정부 재정난의 한 요소라는 문제의식이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으로 낭비 요소가 큰 전시성 행사 비용의 급증이다. 2002년 3173억원이던 전국 지자체의 행사 관련 비용은 매년 꾸준히 상승해 2009년 9678억원까지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로 따져도 17.3%다. 반면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2005년 57.2%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해 2009년 53.6%로 내려앉았다. 더불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민간 이전경비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공성을 띠는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시민사회단체 등에 경상보조금 형식으로 지급되는데 2002년 10조 1000억원이던 것이 2009년 29조원까지 늘어났다. 정치인 출신 단체장이 재정난 속에서도 선심성 지출을 한다는 문제 제기 속에 궁극적으로는 지역 시민사회의 시민 참여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징수 효율성 문제로는 미수액 급증이 꼽힌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미수액 그래프가 증가, 감소를 오르내렸다. 미수액은 2008년 전년에 비해 19.6% 늘어난 3조 4000억원이 됐다. 2009년 3조 3500억원으로 약간 줄어든 듯하다가 2010년 다시 3조 4100억원이 됐다. 이 같은 금액정도면 2011년 지방소비세 5% 소득(2조 96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체납액 징수만 잘 돼도 지방소비세를 10%로 상향하는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세출과 징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연대로 요약될 수 있다. 세외수입 체납자 명단을 공유하고 체납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지방세와 세외수입 통합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구축도 제시된다. 임상수 연구위원은 “지방세 체납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현재 일부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전자예금압류관리시스템이나 법원배당금압류시스템 등을 확대할 필요도 있고, 무적차량, 면허세 등 과세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지방세 징수 관련 통합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방정부와 지방공기업의 투자 심사대상 사업을 확대하고 투자사업 이력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투자 심사제도 강화는 효율적 지방재정 집행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北 3차 핵실험 강행] 美, 안보리 제재론 미흡… ‘北에 결정타’ 고민

    북한이 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대해 미국은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때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로 규탄 성명을 낸 반면 이날 3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핵실험 추정 보도가 나온 지 3시간 50분 만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워싱턴 시간으로 오전 1시 49분에 나왔다. 그만큼 미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에 이어 3차 핵실험을 성공함에 따라 미국에서는 북한이 미국 안보에 직접적 위협세력으로 부상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 연구원은 12일 새벽(현지시간) 긴급 전화 회견에서 “현 추세라면 2015년쯤에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 본토까지 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이 하필이면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 연설을 앞에 두고 ‘잔칫상에 재 뿌리듯’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미사일을 발사, 오바마 정부의 대화 의지에 찬물을 끼얹으며 지난 4년 내내 경색 국면을 초래했다”면서 “집권 2기 출범에 맞춰 또다시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오바마 정부는 더더욱 대화 의지와 명분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관심은 미국이 북한 금융기관은 물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도 제재하는 대(對)이란식 ‘2차적인 보이콧’ 방식의 제재나 북한의 통치자금을 예치한 은행 계좌를 동결하는 방코델타아시아(BDA)식의 초강력 금융제재 카드를 꺼내들지 여부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 데다 북한이 이미 BDA 제재 이후 ‘현금 거래’로 바꾸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군사적 옵션이 배제된 안보리 제재만으로는 북한에 당장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기 힘들다는 점이 미국의 딜레마다. 특히 일각에서는 3차 핵실험에 성공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나오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이와 관련,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인질범이 손에 무기를 들고 있다고 해서 그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듯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사실상 핵보유국’ 인식이 확산될 경우 오바마 행정부는 공화당 등으로부터 대북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北 3차 핵실험 강행] 中 “北 사태 악화시킬 언행 삼가라” 강력 촉구

    중국 양제츠(楊潔?) 외교부장(장관급)이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를 초치해 핵실험에 대한 엄정 교섭을 요구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외교부가 핵실험 반대 성명을 발표한 직후 나온 조치다. 북 핵실험에 대한 외교부 성명 내용은 지난 2009년 2차 핵실험 때와 같지만 외교부 수장의 강력한 비난까지 추가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향후 대응 수위가 과거보다 강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양 부장은 지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시했으며 북한이 사태를 악화시킬 언행을 삼가고 대화와 협상의 궤도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앞서 이날 발표한 외교부 성명은 2차 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무시하고 재차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결연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북한을 비난했다. 이에 따라 관심은 석유 공급 중단 등 북한에 대한 중국의 독자적인 제재가 이뤄질지에 모아진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3차 핵실험을 앞두고 관영 언론을 통해 ‘3차 핵실험 강행 시 대북 원조 축소’ 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온 만큼 그동안 자제해 온 독자 제재가 실행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랴오닝(遼寧)사회과학연구원 남북한연구센터 뤼차오(呂超) 소장도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중·조(북) 우호관계가 상호 존중의 바탕 위에서 유지된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북한에 인지시켜 줄 것”이라면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 경제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이 궁극적으로 전면적인 원조 축소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뤼 소장도 식량, 석유 등 북한 주민의 생존과 관련된 극단적인 제재는 배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극단적인 대북 제재는 북한의 경제난 심화에 따른 대량 탈북 사태 등 중국으로서도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중국으로선 딜레마다. 북한 경제는 석유의 90%, 소비재의 80%, 식량의 45% 정도를 중국에서 들여올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신의주와 마주 보는 단둥(丹東)의 송유관을 막거나 철도 운행을 중단하면 북한은 그대로 고립된다. 한편 6자회담 당사국인 러시아도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사일·핵 전력 과시에 대해서는 국제법적 조치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