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돈이 떠난다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콜(금융기관간 초단기 자금거래)금리 인하로 시중자금이 은행권을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투신권에는 벌써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증시로의 유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한은이 추가 콜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다,은행금리의 하락 행진이 계속되고 있어 ‘자금의 대이동’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초저금리가 가져올 경제전반의 파장에 대응하기 위해 종합보고서 작성에 착수했다.
●은행 요구불예금 8일새 1조4,000억원 빠져나가= 12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들어 8일 현재까지 은행 요구불예금은 1조4,514억원 줄었다.지난달(-2조4,100억원)에 이어 계속되는 감소세로 ‘이탈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요구불예금은 금리민감도가 매우 높은 상품.통상 월말에 돈이 빠졌다가 월초에 다시 유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월초의 이같은 이탈세는 향후 시중자금의 은행권 ‘대 탈출’을 예고해준다.
●투신권 MMF 1조6,000억원 증가= 같은 기간 투신권의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에는1조6,804억원이 몰렸다.채권형 상품에도 6,059억원이 더 유입돼 투신권 총수탁고는 2조4,333억원이 늘었다.지난달 13조2,650억원 증가에 이어 시중자금을 계속 빨아들이고 있다.
●주식 고객예탁금도 증가세로 반전= 주식을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고객예탁금이 지난달 1,066억원 감소에서 이달 들어 8일까지 4,023억원 증가로 돌아섰다.아직 규모는크지 않지만 증시 주변에서는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자금 선순환 이뤄질까= 전철환(全哲煥)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콜금리 연속인하를 발표하면서 추가인하의 여지를 남겨두었다.2분기 경제성장률 2%대 추락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시장금리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시중은행의금리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정태(金正泰) 주택은행장의탄력적인 금리관도 금리하락세를 뒷받침한다.결국 ‘이자가 박하더라도 안전한’ 은행에 돈이 머무는 데는 한계가있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조흥은행 구중화 채권딜러는 “국고채 3년물은 한때 연 4%대까지 금리가 떨어졌지만 5∼10년물은 아직도 6%대로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저금리 기조가 이들 장기채와 회사채 등으로 확산돼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될 경우 증시로의자금유입도 기대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전반에 짙게 깔린 불확실성이 자금이동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불안한 자금이 초단기화되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개선에는 별다른 기여를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유발,인플레 자극과 함께 거품경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들린다.
안미현기자 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