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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5년 실질임금 증가율 경제성장률의 절반도 안돼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임금이 좀처럼 늘지 않아 내수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맹우 새누리당 위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실질임금 증가율은 1.28%로 같은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인 3.24%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연도별 실질임금 증가율은 2009년 -0.1%, 2010년 3.8%, 2011년 -2.9%, 2012년 3.1%, 2013년 2.5%였다. 반면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은 2009년 0.7%, 2010년 6.5%, 2011년 3.7%, 2012년 2.3%, 2013년 3.0%로 나타났다. 지난 5년 동안 실질임금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해는 2012년이 유일하다. 올해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한국은행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실질임금 증가율은 1분기 1.8%에서 2분기 들어 0.2%로 급락하면서 2011년 4분기(-2.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실질임금 증가율은 0.99%로 주저앉았고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증가율도 1%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실질임금 증가율이 둔화하면 가계소득이 위축돼 소비가 늘지 않고, 물가가 떨어지면서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한편 기재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최근 5년간 평균 2.2% 포인트나 빗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률 전망치는 예산편성, 세수전망 등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나라살림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기재부는 2009년 성장률을 4.0%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0.7%에 불과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지만 그 여파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탓이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5.0%, 4.5% 성장을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3.7%, 2.3%에 그쳤다. 유럽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틀릴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올해 성장률을 3.9%로 전망했지만 한국은행은 이날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3.8%에서 3.5%로 낮췄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어떻게 왔나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어떻게 왔나

    1929년 시작된 대공황기에도 각국의 경제는 10년 이내에 침체 국면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거론되던 일본 경제의 갑작스러운 부진은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며 경제위기가 닥치거나 경기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때마다 언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로지역에서 저물가와 저성장세가 지속되자 ‘유럽판 잃어버린 20년’에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비슷한 산업구조 등으로 인해 일본 경제가 걸어온 길을 뒤따랐던 우리 경제도 최근 체감경기가 회복되지 않자 일본식 장기 불황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장기 불황의 원인을 알아야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지는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일본에서 장기 불황은 1980년대 후반 형성된 거품 붕괴에서 시작됐다. 1980년대 들어 예금금리 자유화, 영업점 신설 규제 완화 등의 금융 자유화로 경쟁이 심화되고, 대기업이 자본과 회사채 발행을 늘림에 따라 수익원이 줄어든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했다. 이런 가운데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이 우려되자 일본은행은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1985년 1월 5%였던 정책금리를 1987년 2월까지 역대 최저 수준인 2.5%로 인하했다. 이와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 기업들은 돈을 빌려 사업 규모를 확장하는 동시에 재테크에도 치중하면서 주가와 부동산가격이 상승했다. 이는 담보가치 상승 및 기업의 차입 여력 확대로 이어져 다시 자산가격이 오르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거품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경영 효율보다는 사업 규모 확대에 주력하는 외형 중시의 기업 경영 행태가 만연하게 됐다. 자산가격이 상승하자 가계도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빠르게 늘려 나갔다. 이 결과 주가와 땅값 모두 1987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1990년까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자산가격은 거품을 우려한 일본 정책 당국이 1989년 5월 이후 급격한 금융긴축을 단행하고 1990년 3월 들어 부동산 관련 대출 총량규제를 시행함에 따라 붕괴됐다. 1990년 초 거의 4만 선까지 올랐던 닛케이주가는 1990년 10월 절반으로 하락했고, 1992년에는 1만 5000으로 떨어졌다. 땅값 또한 1989~1992년 50% 이상 떨어졌으며, 이후에도 2005년까지 하락세가 매년 계속됐다. 장기 침체의 단초가 된 과정은 1980년대 후반 붐(boom)에 따른 거품(bubble)이 붕괴(bust)되는 ‘3B’로 설명될 수 있다. 거품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진입하게 된 과정은 부실 부채 누적(debt) 및 이에 따른 기업과 은행들의 부채 및 대출 조정(deleveraging), 그리고 디플레이션(deflation) 등 ‘3D’로 요약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거품기의 활황이 기초경제여건 개선에 따른 현상인 것으로 오판한 기업들은 앞다퉈 돈을 빌려 사업 확장에 나서 과잉 설비와 함께 과잉 부채에 직면했다. 과도한 부채를 해소할 필요성이 높아진 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채무 상환에 집중하면서 설비투자가 줄어들었고 가계소비도 자산가격 하락으로 재정 상태가 악화되면서 위축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부동산가격 하락 및 경기부진 지속으로 대규모 부실 대출을 떠안게 된 금융기관이 민간대출을 줄임에 따라 자금중개 기능이 위축되면서 실물경제도 동반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내수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1999년 들어서는 소비자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해 현재 소비를 미래로 미뤘고, 기업은 소비 위축으로 이윤이 줄어 투자 의욕을 잃게 되면서 물가가 다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 일본 경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거품이 형성돼 경제가 기초체력 이상으로 성장할 경우 그 폐해는 매우 크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 시 비슷한 거품 붕괴를 경험한 미국과 영국 등이 1~2년 이내에 회복기에 재진입한 것에 비춰 볼 때 일본의 장기 불황은 거품 붕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거품 붕괴로 초래된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돼 디플레이션으로까지 이어진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거품 붕괴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 성공 신화에 매몰돼 과감한 구조조정 대신 거품을 초래한 기존 시스템에 안주한 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구 고령화라는 구조적 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거품 붕괴 이후 일본의 정책 당국은 경제가 공급과잉임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노력 없이 1990년대 중반까지 공공투자 확대, 금리 인하 등 수요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전통적인 경기대응책만으로 일관해 불황의 조기 극복에 실패했다.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부실기업 및 사업을 정리하기보다는 공동 감산으로 대응하는 등 소극적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1990년대 초반에 공적자금 투입 및 금융부문 구조조정을 제때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한 것도 부실 채권 문제를 심화시켰다. 경기부양책은 그 규모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았는데 이는 부채가 지나치게 많아 경제주체들이 소비나 투자보다는 부채 감축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잦은 경기부양책은 국가채무 누적으로 구조조정 추진을 위한 재정 여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금융기관은 거품 붕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의 경영 상태도 정상화돼 부실 부채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좀비 기업에 대출 상환을 연기하거나 추가 대출을 실시했다. 1995년 들어 심각성을 깨달은 금융기관이 신규 대출을 줄이기 시작했으나 뒤늦은 대응으로 부실 부채가 크게 누적돼 2000년대 중반까지 디레버리징을 진행해야 했다. 기업은 은행의 느슨한 신용심사 및 대출 확대 방침 속에서 긴박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비효율적인 생산설비 폐기 등의 생산성 제고 노력을 상당 기간 본격화하지 않아 과잉 상태가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됐다. 이 같은 좀비 기업의 지속 등으로 경제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1990년대 중반부터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2000년대 들어 실효성 있는 구조개혁 노력을 기울인 결과 장기 불황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던 일본 경제는 세계 금융위기와 대지진 여파로 다시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과 함께 구조개혁이 주요 내용인 신성장전략을 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실시 중이다. 아베노믹스 실시 이후 일본 경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시장에선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런 논란의 근저에는 거품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진입한 근본 원인이었던 구조개혁의 지연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지핀 불을 구조개혁으로 지속하지 못한다면 나랏빚만 늘어나는 등 일본 경제의 대외신뢰도가 하락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쏙쏙 경제용어] ■플라자합의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5개국(G5) 재무장관들이 미국에 대한 일본과 독일의 대규모 무역흑자를 시정하기 위해 합의한 내용이다. 이 모임에서 5개국은 미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대외불균형 축소를 위해 재정 및 통화정책을 공조해 나갈 것을 합의했다. 플라자합의 이후 2년 만에 엔화 가치는 2배 가까이 급등했다.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자본과 부채로 구성된 보유자산 중 부채 비중을 줄이는 현상이다. 기업의 경우 기업소득을 투자(자산매입 등)에 쓰지 않고 부채 상환에 쓴다. 은행은 예금 등으로 조달한 자금을 대출 등으로 운용한다는 측면에서 은행의 디레버리징은 부채 감소보다는 보유자산(대출자산)을 축소(대출자산 회수)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디레버리징은 경제주체들이 자산가격 하락, 투자수익성 하락 등을 예상할 때 나타난다. 디레버리징이 경제 전반에 걸쳐 발생하면 경기하락이 초래되고 이는 자산가격 및 투자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되기도 한다.
  • 식지 않는 ‘디스인플레이션 공포’

    식지 않는 ‘디스인플레이션 공포’

    기록적인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다. 23개월째 1%대다. 불과 3년 전 4%, 6년 전 4.7%의 고물가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다. 그러나 국내외 경기둔화에 석유 등 원자재값 역시 떨어지고 있어 당분간 저물가가 지속되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의 공포’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9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1%다. 2.1%를 기록했던 2012년 10월 이후 2%대에 돌아가지 못했다. 물가 등락이 심한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 역시 1.9%다. 지난 3월부터 2%대에 머물다가 6개월 만에 1%대로 내려앉았다. 최근의 저물가 추세가 계속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국제 원자재 값도 일제히 하락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93.52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49달러 내렸다. 올해 들어 최저치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2일 오후 4시 기준 ℓ당 1797.57원으로 떨어졌다. 170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0년 12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원유와 니켈, 구리 등 주요 원자재들의 가격 하락에 따라 지난달 22일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118.2로 2009년 7월 1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홍콩 시위의 여파로 중국 성장이 차질을 빚고, 독일과 영국 등의 제조업 지수 하락에 따라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가가 뒷걸음질치는 디플레이션은 아니더라도 그에 근접한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은 플러스 값이지만 상승세가 둔화되는 상태를 말한다. 물가상승률이 0에 근접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는 뜻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0일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현 상황은 디스인플레이션에 해당한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물가가 떨어지면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줄인다. 그 결과 상품 재고가 증가하고 생산은 줄면서 내수 침체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세수 부족도 가속화할 수 있다. 세금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물가 상승분을 더한 경상 GDP 성장률 기준으로 걷힌다. 최 부총리가 최근 실질 GDP 대신 경상 GDP 성장률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국제 원자재값 등은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만큼 가계소비 등 경기를 활성화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일본도 1990년대 거품 붕괴 이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소비 감소와 저물가에 시달렸다”면서 “기존 수출 위주가 아닌 내수와 서비스 시장을 중심으로 경제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日 연공서열제 존폐 기로

    일본 기업의 상징이었던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9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노사정회의에서 “육아 세대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연공서열 임금 체계를 손질하고 노동 생산성에 걸맞은 임금 체계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공 서열제의 재검토를 촉구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연령과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연공서열제는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널리 정착됐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사원들의 충성심을 얻는 데 적합했던 연공서열제는 ‘종신 고용’과 함께 대표적인 일본식 인사 제도였다. 그러나 버블 붕괴 후 장기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비정규직 확대로 이러한 제도가 서서히 붕괴돼왔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잇따라 연공서열제 폐지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히타치제작소는 이달부터 관리직 1만 1000명에 대해 연공서열제가 아닌 성과급제로 급여 체계를 전환키로 했다. 앞서 닛산도 관리직 직원의 연공서열제를 폐지했고, 소니도 내년부터 관리직과 일반직 모두 연공서열을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NHK가 보도한 바 있다. 아베 총리의 ‘연공서열제 폐지’ 검토에 대해 일본 재계와 노동계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노사정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해 그런 방향을 지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본 최대 노조인 렌고의 고가 노부아키 회장은 “연공서열의 (임금 그래프) 곡선만을 보고 없애야 한다고 하는 것은 난폭하다. 그렇게 간단하게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사설] 대일 무역적자 해소할 근본대책 마련하라

    일본 엔화 가치 하락세가 심상찮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110엔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130엔대까지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 약세로 원·엔환율은 내년에는 100엔당 800원대까지 내려앉는 등 엔저 현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수출업체들은 울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 상위 100대 품목 가운데 일본의 상위 100대 품목과 중복되는 것은 55개나 된다고 한다. 55개 품목이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이른다. 엔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일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져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상품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에 직접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게 된다. 중소기업들은 가격경쟁력 의존도가 높아 더 큰 타격을 받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그저께 아시아금융학회와 함께 개최한 세미나에서 엔화 가치가 5.3% 추가적으로 하락하면 우리나라는 순수출 감소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0.27% 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68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들은 엔저로 대기업에 부품 공급이 끊기는 일마저 생기고 있다고 호소한다. 일본 제품이 싸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 하락이 국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게 하는 일은 없게 해야 한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9엔대로 엔화 가치는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기대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일본 중앙은행(BOJ)의 추가 양적 완화 가능성 등으로 엔화 약세 압력은 더 커지기만 한다. 최근 끝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도 공동 선언문을 통해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은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으며, 중앙은행의 본래 역할을 수행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을 시의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250억 달러 규모의 대일무역적자를 냈다. 수입액이 수출액의 2배가량 된다. 내수 부진에 수출 타격까지 겹치면 우리 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추락한다. 환율정책으로 엔저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추가 금리인하 시기가 주목된다. 부품소재의 국산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일본 종합상사나 유통회사들과 협력해 일본시장에 맞는 수출품을 개발하는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 첨단부품소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국내 투자 유치 활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 [열린세상] 마이너스 명목성장률의 의미/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마이너스 명목성장률의 의미/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의하면 원화 강세와 세월호 여파로 2분기 명목(경상) 국내총생산(GDP)이 2008년 4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0.4% 감소했다. 실질 GDP 증가율(0.5%)에 물가상승분인 내수디플레이터 증가율(0.9%)을 반영한 명목 GDP 증가율(-0.4%)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실질 GDP 증가에도 불구하고 원화로 환산한 수출물가가 떨어져 국민경제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수출 및 수입 디플레이터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및 -8.9%를 기록했다. 또한 세월호 여파로 실질 민간소비증가율도 1분기의 0.2%에서 2분기에는 -0.3%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민간소비증가율의 감소는 2011년 3분기(-0.4%) 이후 2년 9개월(11개 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2분기 국민소득 동향의 특징은 올 2분기 원·달러 평균환율이 1030.4원으로 지난해 2분기(1122.2원)보다 8.2%나 하락했고 그 결과 수출물가는 8.2%, 수입물가는 8.9% 하락하였다는 사실이다. 지난 2분기의 실질경제성장률(0.5%)의 수준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것이다. 이는 지난 7월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속보치(전기 대비 0.6%)보다도 0.1%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세월호 충격이 예상보다 훨씬 컸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그동안의 ‘디플레경고’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를 염려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7월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0%에서 3.8%로 낮춘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2분기 국민소득(잠정)의 결과에 의하면 금번 상반기 성장률은 작년 동기대비 3.7%로 한은의 수정전망치(3.8%)에도 못 미친다. 올해 성장률 3.8%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하반기의 성장률이 4%로 올라가야 가능할 것이지만 세월호 여파가 수속되더라도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통과가 지연될 경우 경제심리는 다시 위축될 수 있다. 정부도 이와 같은 경제동향을 잘 의식하고 있어 주택시장 활성화 등 전면적인 부양정책에 나서고 있다. 통화당국인 한은도 기준금리를 내려 정부의 확장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정책효과’가 얼마나 경기부양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고 설령 부양효과가 나타나더라도 극히 단기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명목(경상)성장률(-0.4%)마저 5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향후 디플레이션 위협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 정부의 기간에도 수많은 확장정책을 집행한 바 있고 현 정부에 들어서도 확장정책을 이야기하지 않은 적이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정책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현 정부에서는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추진돼 왔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새로운 성장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명목성장률의 목표달성에만 집착해 왔다. 그 결과 명목성장률의 목표달성에도 실패하고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참담한 성적표를 안게 된 셈이다. 그러면 우리 경제가 장기적인 구조적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저성장을 탈출하는 방법은 없는가. 지난 4일 홍콩에서 개최된 자유주의 경제학자총회에서 프랑스의 살랭 교수는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창업과 기업투자촉진을 위한 세금인하 및 규제혁파와 같은 실질적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세기 자본론’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랑스의 소장학자 토마 피케티는 선진국 내에서의 소득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고 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불안이 초래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그는 자본수익률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자본에 대해 누진적인 과세를 하되 자본의 해외 도피를 막기 위해 선진국 간에 과세율을 동일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저성장의 바닥에는 소득균등화정책이 더욱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에 의해 경제 정책이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복지정책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을 고갈시키고 더욱 중요한 공적자본과 인프라의 확충과 공적 R&D를 구축하게 된다. 이와 같은 성장 없는 분배의 파티가 끝나는 순간 국가 경제는 나락에 빠지고 이 과정에서 가장 극심한 빈곤의 함정에서 허덕이게 되는 것은 복지정책으로 구제하고자 했던 저소득층이다. 결국 우리 경제도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복지정책의 함정에 빠져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저소득층의 복지소득보다 근로소득이 더욱 증대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모아야 할 때다.
  • 이달 기준금리 동결할 듯

    이달 기준금리 동결할 듯

    오는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지난달 인하(연 2.50→2.25%) 이후 이렇다 할 지표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2분기 성장률 잠정치(0.5%)가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낮게 나오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나간 과거’다. 물론 연간 성장률 전망치(3.8%)를 더 떨어뜨릴 악재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움직일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이달에는 추석 연휴 등으로 조업일수도 다른 달에 비해 나흘가량 적다. 2001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때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금통위가 연달아 금리를 내렸던 적은 없다. 따라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겸 금통위 의장은 일단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한 뒤 “좀 더 지켜보자”고 말할 공산이 높다. 금통위 결과보다는 이 총재의 입이 더 관건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여전히 살아 있다.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0.15%→0.05%)했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가능성에 적극 대처하는 ECB의 움직임 등을 들어 한은에도 추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유로화 약세에 따른 환율 리스크도 변수다. 성장 전망 추가 하향 가능성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한은은 8월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돈 풀기(14조원) 정책 효과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하는 성장률을 0.05~0.1% 포인트 떠받치는 데 그친다. 통상 정부가 5조원을 풀면 그 해 성장률이 0.1% 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가경정예산처럼 직접 돈을 쏟아부을 때의 얘기다. ‘최경환 경제팀’이 이번에 채택한 방식은 기금 등을 활용한 ‘간접 살포’여서 효과가 제약될 수밖에 없다. 한은이 10월 경제전망 수정 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진영의 논거다. 현재로서는 추가 인하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성장률을 떨어뜨린 근본요인인) 가계부채와 고령화 등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만큼은 한은이 뚝심 있게 맞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ECB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는 향후 부작용을 수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서울광장] 담뱃값 인상 논쟁의 정치경제학/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담뱃값 인상 논쟁의 정치경제학/오승호 논설위원

    담뱃값 인상 논쟁이 예사롭지 않은 듯하다. 증세론으로 번질 조짐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두고 담뱃값 대폭 인상론의 군불을 지핀 이유가 궁금해진다. 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로 국회가 장기 표류하면서 민심은 냉기류다.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많이 피운다는 담배 가격을 한두 푼도 아니고 한꺼번에 수천원이나 올려야 한다고 정부가 나서니 담뱃값 인상과 관련한 추석 민심이 어떻게 형성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담뱃값을 올리려면 안전행정부, 복지부,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 4개 부처의 협의가 필요하다. 담배에 붙는 담배소비세(641원)와 지방교육세(320.5원)는 안행부, 국민건강증진부담금(354원)은 복지부, 부가가치세(227원)와 연초안정화부담금(15원)은 기재부, 폐기물부담금(7원)은 환경부 소관이다. 2500원짜리 담배의 62.6%(1564.5원)는 세금과 부담금이다. 문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담배 규제에 대한 복지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가능하다면 올해 정기국회에 정부입법으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물가는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여서 복지부엔 우군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담배에 붙는 세금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직접적인 증세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법인세나 부가가치세를 인상할 생각은 없고,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손질한다는 대전제 아래 부족한 세수(稅收)를 확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가 담뱃값 대폭 인상 방안을 밝히자 담배 소비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이 공식 논평을 내는 등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마침 탄소배출권거래제 및 저탄소차협력금제도에 대한 대기업 부담이나 재건축 규제 대폭 완화 등의 조치로 야당의 심기(心氣)가 불편한 터인데, 이젠 서민 증세에 나선다는 비판을 할 법도 하다. 설령 담뱃값 인상을 위해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해도 세월호 정국에서 처리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가 아닐까. 정부와 여당은 증세론과 관련해 솔직해졌으면 한다. 직접 증세를 하는 것은 타이밍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는 않다. 증세는 경기가 좋을 때 하는 것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조세 저항이 큰 직접세 대신 간접세나 준조세를 올려 세수를 확충하려고 한다면 국민들은 선뜻 동의할까. 복지부 장관은 “연구 결과를 보면 담뱃값 인상으로 청소년층과 저소득층의 금연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한다. 청소년이나 저소득층들은 담뱃값이 지금보다 훨씬 비싸지면 돈이 없어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돼 전체 흡연율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논리다. 담배의 가격탄력성과 관련, 흡연 억제를 위한 담배 가격은 6199원이 적정하다는 연구도 있다. 2012년 담배소비세가 2조 881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담배소비세를 1000원 올릴 경우 세수는 4조~5조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 흡연율도 줄이고 세수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는 있을 것이다. 2016년 지방선거 때까지는 표를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어 담뱃값 인상에 따른 정치권의 부담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담뱃값 인상은 물가 문제 이외에도 서민의 기호품이라는 점으로 인해 쉽게 찬성표를 던지지 못하는 속성이 있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나 진영 전 복지부 장관 역시 담뱃값 인상 카드를 선택하지는 못했다.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수천원이나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음주 문화를 개선하고 청소년들의 음주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령 2500원인 소주 값을 하루아침에 4500원으로 올리려는 주세인상론이 나온다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동의할까. 담뱃값 인상은 소득이 적은 서민들이 세금을 더 내는 소득 역진성 논란도 있다. 대폭 인상하려면 사회적 합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인상하지 않은 점을 고려, 가격을 소폭 올린 다음 매년 물가와 연동해 인상하는 것도 검토할 만한 대안이다. osh@seoul.co.kr
  • 고개 드는 ‘디플레 공포’

    고개 드는 ‘디플레 공포’

    최근 2년 가까이 1%대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 전망치인 1.8%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이 우리 경제를 뒤덮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중반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1일 8월 소비자물가 발표 직후 “앞으로 물가는 특이 요인이 없는 한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달 전 “상승 폭이 서서히 확대될 것”이라는 입장과 온도 차가 크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에서 제시된 올해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 1.8%도 실현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평균 물가 상승률을 2.3%로 잡았다가 지난 7월 1.8%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11월 1.6%를 기록한 이후 22개월째 1%대 이하에 머물고 있다. 최근 저물가의 배경은 내수 관련 지표들의 개선이 지체되면서 여전히 경기가 바닥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날 배포한 ‘경제동향’에 따르면 7월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3.4% 증가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6.4%에서 78.0%로 상승했다. 하지만 소매판매액지수는 1년 전보다 0.6% 증가, 지난 2분기(0.7%)의 부진이 지속됐다. 설비투자지수 증가율도 전월(2.5%)과 유사한 3.0%에 그쳤다. 출하가 줄어들면서 재고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공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물가안정 목표 범위가 2.5~3.5%로 돼 있는데 3년째 하한선 아래로 가고 있다”며 “한국이 디플레이션 초기에 와 있다”고 언급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건값뿐 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 가격까지 하락한다는 것을 뜻한다.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소비자나 기업은 소비나 투자를 더 줄인다. 가격이 떨어지는 물건이나 부동산을 사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상품 재고가 증가하고, 그 결과 생산은 줄어든다. 이는 공장과 회사의 폐업 증가와 고용 침체로 이어지면서 소비 저하와 내수 침체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등 경제 전체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고혈압(인플레이션)보다 저혈압(디플레이션)이 더 무섭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낮은 데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 위주로 성장이 이뤄지다 보니 저물가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수요 부족 등으로 저물가가 유발됐다는 점에서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따른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을 닮아 가고 있다”며 “기업이 투자해서 반듯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성장동력 확충에 재정이 투입돼야 소비를 늘리고 디플레이션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시론] 경제살리기 급하지만 장기전 펼쳐야/오문석 LG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시론] 경제살리기 급하지만 장기전 펼쳐야/오문석 LG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 살리기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초반 분위기는 조성했지만 ‘최노믹스’가 넘어야 할 장애물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세계 경제도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회복세가 미약하다. 여기에 200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설비투자 둔화, 신성장 사업 부진 등 공급 부문의 문제들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즉 노동과 자본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공급 과정이 원활치 않은 것이다. 국내외 수요 부진과 공급 부문의 구조적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대로 앉아 있다가는 정말 일본과 같이 장기 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 내수 심리를 회복하기 위해 수요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한 순서였다. 경제는 생물과 같아서 성장하려는 거스를 수 없는 힘이 내재해 있다.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수요를 부추겨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나 수요 확대 정책은 효과나 지속성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2000년대 초중반 산업경쟁력 약화를 저금리로만 대응한 나머지 결국 부동산 거품 붕괴와 금융위기를 겪어야 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강력한 수요 정책으로 성장률을 높이고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올해에는 소비세 인상 등의 여파로 약효가 떨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의 침체가 단순한 수요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증거는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청년 실업은 수요 부족으로 일자리 자체가 없다기보다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의 능력이 모자라거나 벽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도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은 투자수익률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제조업 투자가 확대되면서 과거 우리 기업들의 강점인 신속한 설비투자만으로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졌다. 성장의 기회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지식과 기술을 다양하게 결합하고 활용해 선진 기업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업들에 국한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를 살리려면 장기간에 걸쳐 공급 부문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 시점에서 특히 시급한 것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고용을 늘려 나가는 것이다. 그동안 서비스업은 다소 방치됐던 일종의 금맥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욕구가 커질수록 이에 필요한 서비스 상품에 대한 수요가 의료, 교육, 법률서비스, 관광,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사람과 기기, 기기와 기기가 서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도 새로운 서비스 수요를 예상케 한다. 이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공급 부문의 막혀 있는 활로를 열어준다면 서비스 산업은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의 원천이 될 것이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통과가 중요한 이유다. 세부적으로 논란이 있겠지만 서비스산업을 경제 활성화의 주요 축으로 삼고 규제와 진입장벽을 제거해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취지는 살려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이 법이 시행되면 2020년까지 35만개의 청년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내총생산도 1%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법 통과뿐 아니라 정부도 민간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과 조직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경제 활성화 노력이 결실을 얻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나가는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해졌다. 과거에도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익집단들의 거센 저항에 막혀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 개혁으로 피해를 보는 집단의 반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끝까지 소통하고 끈질기게 설득하며 때로는 타협하며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당장 효과를 봐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문제 하나하나를 풀어가는 장기전을 펼쳐주길 바란다.
  • 지난달 소비자물가 1.4%↑

    지난달 소비자물가 1.4%↑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농산물, 석유류 등의 가격이 안정되면서 2개월 연속 상승률이 둔화됐다. 2012년 11월 이후 22개월째 1%대의 저물가가 계속되면서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4% 올랐다. 지난 2월(1.0%)부터 6월(1.7%)까지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다가 7월 들어 1.6%로 떨어진 데 이어 2개월째 상승폭이 떨어졌다. 8월 물가는 전월 대비로 0.2% 올랐지만 2009~2013년 평균 0.5%에 비해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달 물가 상승폭이 낮아진 데는 농산물과 석유류의 가격이 떨어진 영향이 컸다.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6%나 떨어졌다. 7월과 비교하면 3.9% 올랐지만 2009~2013년 8월의 평균 가격 상승률(6.5%)보다 2.6% 포인트나 낮았다. 국제유가와 환율 안정에 힘입어 석유류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4.7%, 전월 대비 0.9% 떨어졌다. 2년 가까이 저물가가 이어지자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1%대 물가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5∼3.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한국이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러나 “근원 물가는 올라가고 있는 만큼 디플레이션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물가 불안 요인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집값 띄우기, 서민주택난·가계빚도 살펴야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에 거침이 없다.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 7월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더니 그저께는 재건축 규제마저 다 걷어내는 ‘9·1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재건축이 가능한 시기를 준공 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앞당기고, 1980년 제정된 택지개발촉진법은 34년 만에 폐지해 신도시 건설을 중단하는 것이 골자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집값 띄우기 전략이 정부의 의도대로 부작용 없이 내수경기 활성화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예년 같지는 않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의 위력은 남아 있는 것 같다. 과거 부동산 투기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재건축 규제완화 소식에 강남지역 일부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호가가 하루 사이 1000만원이나 뛰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이번에는 시행령만 고치면 규제 완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복안이어서 곧 실행으로 옮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서울 강남 3구에 3만 7000가구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서만 10만여 가구의 재건축 물량이 6년 안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에 따른 추가 분담금 부담으로 재건축 경기가 주춤한 상황이긴 하지만 특정 지역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은 없도록 부동산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바란다. 투기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해 주택 거래가 이뤄지게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그래야 소비가 활성화돼 내수를 살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디플레이션이나 일본식 장기 불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절박감은 이해한다. 그러나 재개발에 따른 임대주택 비율을 줄이는가 하면 중산·서민층을 겨냥해 중형 이하 규모 위주로 공급해 온 공공택지개발마저 포기할 경우 서민 주택난은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집값이 오르고 대규모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이 추진되면 주변 전셋값은 폭등하기 마련이다. 서민들은 가뜩이나 전·월세 가격 급등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걱정이 앞선다. 가계부채 문제도 결코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LTV·DTI 규제 완화로 지난 8월 주택담보 대출은 3조 8000억원 늘었다. 지난 1~7월 월평균 증가액 1조 6200억원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63.8%로 독일(93.2%), 프랑스(104.5%), 미국(114.9%) 등 선진국보다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가계부채를 줄여온 반면 우리나라는 연평균 8.7%씩 증가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고 권장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내수 위축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에 미칠 가장 큰 악재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버블)이 터지는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부동산 정책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 부양에 편승, 뭉칫돈이 건전한 생산 자금이 아닌 부동산으로 빨려들게 해서는 안 된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부동산 가격은 하향 안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인위적인 부양보다는 경제 회복의 효과로 부동산 시장도 자연스럽게 살아나게 해야 한다.
  • [사설] 정기국회 정치신뢰 회복 마지막 기회다

    오늘부터 100일 동안 열리는 정기국회는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넉 달이 넘도록 교착상태를 보여 온 세월호 정국은 국회를 거의 ‘무용지물’로 만들다시피 했다. 국회 본연의 대의정치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국회는 7, 8월 임시국회에서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을 보여 줬다. 올해 처음 도입하려던 분리 국정감사는 물 건너갔다.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로 국정감사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국정감사도 종전처럼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한꺼번에 하는 ‘원샷 국감’이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새해 예산안 졸속 처리와 부실 국감만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오늘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3차 면담을 할 예정이어서 정국 정상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은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한다. 세월호 사고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과 관련한 수사·기소권 및 특별검사 추천권 문제로 세월호법 제정이 표류해선 안 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형사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면 특별검사 추천권에서 양보를 해 타협안을 찾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법이 최우선 민생법안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국회를 보이콧할 생각을 접어야 한다. 세월호법이 처리될 때까지 다른 법안은 손댈 수 없다는 데 동의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계류 중인 법안 가운데 여당과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은 것들은 우선적으로 처리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우선 본회의와 상임위 등 정기국회 의사 일정부터 새누리당과 합의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국회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를 소홀히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 예산안은 국가재정 건전성보다는 경제 활성화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5% 증가한 수준에서 확장 편성할 복안인 것 같다. 디플레이션과 일본식 장기 불황을 막기 위해 확장적 재정 정책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중기재정지출계획(2013~2017년)에 따른 연평균 예산 증가율은 3.5%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은 대폭적인 삭감이 요구된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올해부터는 11월 31일까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본회의 의결 법정시한 하루 전인 12월 1일 자동 상정된다. 여유가 없다. 여야는 말로만 세월호법을 부르짖지 말고 안전 예산의 실효성 확보 방안을 담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혹여 지역구의 선심성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증액하는 구태를 답습한다면 세월호법 제정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에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무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 및 처벌법), ‘정부조직법’ 등 공직자들의 금품수수 방지나 재난 안전을 위한 법안들이 낮잠을 자고 있다. 하나같이 세월호 참사 재발 방지와 관련된 법안들임에도 ‘나몰라라’ 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참혹한 수준이다. 기득권은 내려놓지 않고 대결적인 갈등 구조에서는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마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정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정말 설 땅이 없다는 자세로 임하기 바란다.
  • 최경환 “한국, 디플레 초기 진입”

    최경환 “한국, 디플레 초기 진입”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반얀트리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물가안정 목표 범위가 2.5∼3.5%로 돼 있는데 3년째 하한선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저물가 기조가 오래 지속되면 디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가능성을 우려한 적은 많았지만 이미 ‘진입’했다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디플레는 물가 하락 우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저물가가 기대인플레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때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두 가지 요인 때문에 유럽에는 디플레 우려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디플레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경계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책 공조를 보여온 정부와 한국은행이 디플레 가능성을 놓고 시각차를 드러낸 셈이다. 기재부 측은 “저물가가 길어지면 디플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측면에서는 (정부와 한은 간에) 견해 차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지난달 1.9%로 0.2% 포인트 낮춰 잡았다. 한은의 물가목표 하한을 크게 밑돈다. 지난해에도 소비자물가는 1.3% 상승에 그쳤다. 한은 측은 “오름세가 둔화되긴 했어도 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만큼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긴축發 정국 혼란… 올랑드의 승부수

    긴축재정 문제를 두고 내각이 분열상을 보이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내각 개편을 지시했다. 주권과 재정정책을 분리해둔 유럽연합(EU)의 태생적 문제점이 또 한번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갈등의 핵심에는 긴축재정 문제가 있다. EU는 각국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4.3%를 기록한 프랑스는 기준을 맞추라는 압력을 받았다. 독일에 기준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말 들어선 마뉘엘 발스 총리 내각은 정부 지출 210억 유로(약 28조 1985억원)를 줄이겠다는 안을 내놨다. 발스 총리는 ‘프랑스의 토니 블레어’라는, 약간 조롱 섞인 별명을 가지고 있는 좌파 내의 우파 성향 인물이다. 곧 사회당 내에서 반발이 터져나왔다. 특히 당내 좌파를 상징하는 아르노 몽트부르 경제장관은 지난 주말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프랑스 좌파에 투표했는데, 왜 독일 우파의 정책에 따라야 하느냐”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프랑스 좌파에 투표했을 때는 당연히 재정확대정책을 기대한 것인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도하는 EU의 재정긴축에 매여 있다는 얘기다. 이에 발스 총리는 즉각 사임 카드를 던졌고, 올랑드 대통령은 총리를 재신임하면서 경제장관 등의 경질을 지시했다. 몽트부르 장관은 물러나면서도 “내핍적 세금인상안은 구매력을 줄여서 경기후퇴와 디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며, 더 궁극적으로는 극우 정당의 득세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동조 사퇴한 오렐리 필리페티 문화장관 역시 “긴축재정은 결국 정치에 대한 환멸을 불러오고 유권자들을 국민전선 같은 극우 정당으로 보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각 개편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진짜 불은 이제부터라는 진단이다. 올해 성장률이 0%로 예상되면서 집권당 인기는 최저 수준이다. 올해 초 지방선거에선 참패했고, 하반기 상원 선거도 패배가 예상된다. 17% 지지율에 불과한 올랑드 대통령은 스스로도 “나는 5공화국 최약체 대통령”이라고 자조할 정도다. 그럼에도 지금 정권이 유지되는 것은 사회당의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가디언은 “집권 사회당 내부에는 이데올로기적으로 몽트부르 장관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으나, 정치적으로는 그럴 경우 정권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말 잘 듣는 인물들로 다음 내각이 구성되겠지만 관건은 올랑드 대통령이 과감한 경제성장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물가상승률 21개월째 1%대… 디플레이션 우려

    물가상승률 21개월째 1%대… 디플레이션 우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째 2% 미만에 머물면서 일본식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가 자칫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는 뜻이다.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2분기 평균 물가상승률은 1.6%다.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도 모두 1.1%였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2012년 11월 1.6%를 기록한 이후 21개월째 1%대에서 맴돌고 있다. 1%대 물가가 이처럼 오랜 기간 이어진 것은 물가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경기 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1.4%를 기록한 뒤 올 1분기 1.5%, 2분기 3.6%로 상승세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3분기 연속 한국을 앞서기는 1973년 3분기~1974년 1분기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 물가상승률이 1%대 중후반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2.3%로 예상했다가 최근 1.8%로 하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률은 통상 2~3%는 유지해야 경제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저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면 상품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소비와 투자가 부진해지고, 자산가격 거품 붕괴까지 동반하면서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고질적인 수요 부족 등은 우리가 일본을 이미 닮아가고 있다”면서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과 더불어 구조조정 등이 병행돼야 저성장의 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씨줄날줄] 암초 만난 ‘최노믹스’/오승호 논설위원

    ‘아베노믹스’가 궁지에 몰린 듯하다. 양적완화와 재정정책 및 성장전략 등 3개의 화살로 대표되는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과는 대내외적으로 적잖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베노믹스 최대의 목표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탈출이다. 임금인상 등을 통한 내수 회복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초기에는 금융지표들이 호조를 보이는 등 일본경제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 물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가시적인 임금 인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지난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한 것은 경제에 주름살이 되고 있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나 된다. 2분기 일본의 GDP 성장률은 -1.7%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1분기(-1.8% ) 이후 가장 낮다. 2분기 성장률을 연율로 환산하면 -6.8%나 된다. 당초 계획대로 연말 추가 소비세 인상을 밀어붙일지는 관전 포인트다. 일본 지지통신이 지난 7~10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4분의3은 추가 소비세 인상에 반대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다는 얘기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최노믹스’를 아베노믹스와 닮은꼴로 보는 이들도 있다. 아베 총리는 취임 초기 2년간 132조엔(약 1320조원)의 돈을 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은 아니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 41조원대를 투입한다. 최 부총리는 ‘저성장·저물가·자산가치 하락’은 경계심을 가져야 할 상황으로 본다. 성장률(2~3%) 절대 수준 자체는 일본과는 다르지만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든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가게 해 내수를 살린다는 정책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임금 인상을 많이 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지도에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를 올리면서 기업에 임금 인상을 독려했으나 가시적 성과는 보지 못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사는 최근 “실질 임금 감소가 지속되는 한 일본 경제는 잠재 성장률 정도의 성장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이 임금 및 단체협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7월 노사분규는 6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건의 갑절을 웃돈다. 통상임금이 노사분규의 불씨가 되고 있어 걱정이다. 세월호 정국의 장기화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는 안갯속이다. 노사 문제와 ‘식물국회’가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경제관료 출신이자 3선 의원인 최 부총리가 뚝심으로 장애물을 극복하길 기대해 본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빚보다 ‘심리’ 초점… 추가 인하엔 신중

    빚보다 ‘심리’ 초점… 추가 인하엔 신중

    시계가 오전 10시 10분을 향해 가자 시장에는 잠시 긴장감이 흘렀다. ‘설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취임 이후 회의가 짧아져 9시 50분쯤이면 결과가 나오던 터였다. 하지만 깜짝쇼는 없었다. 14일 발표된 금리 인하 폭도 다수의 예상대로였다. 초미의 관심사는 추가 인하 여부였다. 이 총재는 “모든 경제지표를 봐 가며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 “가계부채 동향 점검”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이나 “올해 (3.8% 성장할 것이라는) 경기전망에 변화가 없다”, “우리나라가 유럽처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빠질 우려는 적지만 경계는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서 금리를 더 내리면 역대 최저(연 2.0%)였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아진다. 세월호 여파 등으로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있지만 전년 동기 대비 3%대 성장(1분기 3.9%, 2분기 3.6%)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먹는 ‘최악’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인하도 “경기가 더 나빠져서가 아니라 심리 때문”이라고 한은 스스로 설명하고 있다. 정부(41조원 공급)와 한은(금리 인하) 모두 적극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분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얼어붙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녹여 내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심리가 풀리면 꽉 닫힌 지갑도 열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바닥에 깔려 있다. 시장은 엷어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실망하면서도 두 경제사령탑의 정책 공조가 확인됐다는 점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앞으로의 금리 방향은 인상 쪽”이라고 너무 성급하게 단정지은 신참 총재(이주열)의 말실수와, “금리는 내리는 게 마땅하다”고 너무 노골적으로 떠들어댄 신참 부총리(최경환)의 미숙함이 ‘외압에 떠밀린 듯한 인하’ 모양새를 만들어 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이런저런 명분을 갖다 댔지만 결국 인하 근거로 심리를 든 것은 (펀더멘털 요인이 아닌) 정치적인 인하임을 자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인하 효과다. 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진영은 물론 찬성하는 진영조차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한다. 이재우 BoA메릴린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가 경제주체들의 심리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소비나 투자까지 살려 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수 견해인 ‘상저하고’(上低下高,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기가 더 호전) 관측이 빗나갈 수도 있다는 경고다. 1024조원을 넘어선 가계빚도 큰 부담이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를 늘릴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의 주택 경기나 인구구조 변화 등에 비춰 볼 때 증가 규모가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계속 오르는 추세(2012년 159.3%→2013년 160.7%)다. 한은도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고령자나 자영업자 부채가 우리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해 왔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정책 공조 측면에서 금리 인하가 불가피했다고 보이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등과 맞물리면 가계부채 문제가 큰 부메랑이 될 수 있는 만큼 면밀한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시론] 돌파하라 일본식 장기불황/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돌파하라 일본식 장기불황/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불황의 구조화를 막는 노력은 정부의 첫 번째 과제가 돼야 한다. 먼저 기존의 막연한 경기 낙관론에서 벗어나 소비와 투자 부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한데, 신임 경제팀이 이런 쪽으로 정책의 기본 방향을 잡은 것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경제가 지나치게 침체되는 것을 막고 구조 개혁의 여력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금리 인하를 포함한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재정정책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재정정책 사용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지출이 확대되면 현재의 원화 강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수출마저 무너지면 대외 경제 취약성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추가적인 재정지출 증가에 따른 국채 발행은 신용도가 낮은 회사를 중심으로 회사채 시장을 포함해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적극적으로 사용 가능한 부분은 금리를 낮추면서 원화 강세 부담도 더는 완화 통화정책이다. 그런데 이런 통화정책은 본질적으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행정부 경제팀이 아닌 한국은행의 소관이다. 따라서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인식에 기초해 완화 통화정책이 이뤄지도록 한은과의 원활한 정책 조율이 요구된다. 물론 완화 통화정책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물가 상승이 있다. 그러나 현재는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한은의 중기 물가관리목표 하단(2.5%)에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물가하락 속에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고 있어, 현재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즉 금리 인하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비용을 감소시켜 소비와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이런 정책은 추가적인 부채 확대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의 경기 회복 사례와 같이,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상징되는 대규모 완화 통화정책의 기저에는 다양한 채무 위험을 관리하는 금융감독 강화도 동반돼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개혁의 핵심이었던 ‘도드-프랭크’ 법안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했던 2010년 7월부터 4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미비한 점도 있지만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높이는 미국의 금융 감독 강화는 계속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편 이런 통화 정책과 금융 감독과 더불어 정부 재정의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경기부양 효과를 높이면서도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정수요가 증가하면 재정지출의 총량 증가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세수 및 지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계의 가처분소득 확대’ 목표에 부합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이를 위해 근로소득을 통한 세원 조달 비중은 줄이고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며 지출은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저소득층에 집중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명목으로 급격히 단행된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경제를 구조적으로 침체시켜 ‘잃어버린 20년’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이에 대한 대응으로 비효율적 재정지출이 확대되면서 1990년대 초반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내외였던 일본의 정부부채 비율은 최근 거의 240%대에 이를 정도로 악화되며 구조화된 장기불황에 빠졌다. 일본의 정책대응 실패와 그로 인한 장기 불황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뼈아픈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금융감독 강화, 그리고 조세 체계와 재정지출의 구조 개혁을 모두 아우르는 신임 경제팀의 비상한 노력이 절실하다.
  • “재정 확장·금리 인하 동시 시행해야”

    확장 재정정책과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함께 당장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과 오준범 연구원은 20일 ‘재정과 통화의 확장적 정책조합 시급하다’는 보고서에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 집행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동시에 당장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세월호 충격’이 민간 소비뿐 아니라 생산, 투자, 고용 등 내수 전반에 악영향을 주면서 경기 침체와 저물가의 악순환이 빚어지는 ‘내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광공업 및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 판매의 전기 대비 증가율이 1분기 0.3%, 0.5%, 0.3%에서 4~5월 -1.4%, -0.7%, -0.9%로 각각 급락했다는 점을 디플레의 근거로 들었다. 신규 취업자 역시 1~4월 평균 69만 3000명에서 5~6월 40만 6000명으로 줄어든 것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보고서는 “세월호 참사는 민간 소비에만 3개월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생산과 투자 등 내수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하반기까지 영향이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수 침체로 수입은 감소하고 수출만 증가해 순수출(수출-수입)이 1분기에 16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내수 침체가 이어져 순수출이 3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소비 진작과 고용 확대를 위해 선제적으로 재정과 통화를 확대하는 정책 조합이 꼭 필요하다”면서 “내수 디플레 우려가 커지는 지금 당장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측면에선 국회 의결 없이 곧장 집행할 수 있는 기금 운용 확대, 재정 조기 집행 등을 주문했다. 금리 인하의 효과가 6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의 합리적 조정과 분양가상한제 폐지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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