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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이한 정부… 불안한 시장

    안이한 정부… 불안한 시장

    성장, 재정, 물가, 부채 등 우리 경제에 도사린 위험 요인에 대해 곳곳에서 경고음이 나오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 경제팀은 “별일 아니다”란 식으로 일관하며 그 자체로 새로운 불안 요인을 낳고 있다. 정부가 먼저 나서 위기의식을 조장해서도 안 되지만 시장과 소통하지 못하는 지나친 낙관론은 잘못된 정책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경제주체에 그릇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기획재정부는 올 상반기 10조원가량의 국세수입 감소(전년 대비) 등 세수 결손이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란 내용의 자료를 내면서 “올해 전체 세수 결손은 많아 봐야 5조원 이내일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기재부는 세목별로 왜 그런 계산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예측처럼 사정이 급격히 나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8개월 연속 전년 대비 1%대의 낮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데 대해 시장이 제기한 디플레이션 우려와 관련해 기재부는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5~3.5%)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상당수 전문가들이 “자산가치 하락과 소비 부진의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과 상반된 접근이다. 지난 3일 국회 가계부채 청문회에서도 정부는 “전반적으로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시장의 우려와 반대되는 보고를 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1일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을 0.2% 포인트씩 올렸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어서 시장에 오히려 믿음을 주지 못했고, 그 이튿날의 주식과 원화가치 등 금융지표는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광식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원은 “수출로 간신히 버티는 현재 상태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면서 “경기 활성화가 안 되면 가계부채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세수 부족도 커지는 데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도 지키기 힘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이 금리 변화 등 경기 대응을 안 하고 있는데, 오히려 기재부가 동조하는 꼴”이라면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부처 간 정책 조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박근혜 정부의 장기적인 경제정책 비전을 빠르게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안이한 성장률 상향, 타이밍 놓친 금리 인하… 제 역할 못하는 한은

    안이한 성장률 상향, 타이밍 놓친 금리 인하… 제 역할 못하는 한은

    한국은행의 정책이 꼬인 모양새다.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인하에 대해서까지 실기론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자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비난이 시장에서 나온다.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출구전략)이 다가오고 있지만 여력이 없어 여의치 않다. 한은은 지난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8%로 올렸다. 전망치 상향 조정이 경제 상황을 안이하게 본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에 김중수 총재는 “한은의 전망은 모든 변수를 설명할 수 있는데, 한은 외에 (그런 정교한 분석을 내놓는 곳이) 있을까 싶다”고 밝혔다. 올해 물가 전망도 2.3%에서 1.7%로 낮췄다. 한은 물가 목표(2.5~3.5%)에 한참 못 미친다. 신후식 국회예산정책처 거시경제분석과장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건설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소비와 투자 심리가 너무 좋지 않고 중국 금융시장도 불안하기 때문에 전망치 상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지난번에는 설비투자가 증가할 거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건설투자냐”면서 “정부 성장률 전망치(2.7%)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반기에 마이너스인 설비투자가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1.7% 늘어날 것이라는 추정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실기로 가계부채 증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한은은 이제 금리 인하 실기론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목표의 하단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달성할 수 있는 고용이나 경제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라면서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기 전에 금리를 충분히 낮춰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은은 기준금리를 계속 낮춰 2009년 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2.0%를 유지했다. 이어 계단식으로 금리를 올린 뒤 2011년 6월부터 1년간 3.25%를 유지했다. 한 금통위원은 사석에서 “한번쯤은 더 올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는 2012년 7월과 10월, 올해 5월에 걸쳐 세 번 했다. 정부가 지난 4월 추경을 편성할 때 원하던 인하보다 한 달 늦게 나왔다. 지난 6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하자 김 총재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릴 때는 선제적으로 6개월에서 1년을 보고 내려서 타이밍이 늦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소비자물가 2개월 연속 1.0% 상승, 외환위기 직후 수준… 디플레 우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년 전 외환위기 때와 같은 낮은 수준을 2개월째 이어갔다. 국제 유가와 농축산물의 가격 안정 때문이기는 하지만 디플레이션의 초기 징후가 아니냐는 걱정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1.0% 상승했다. 지난 5월에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월(0.8%)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그 추세가 그대로 이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1.6%로 1%대에 진입한 이후 8개월째 1%대에서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월 대비로는 0.1% 감소했다. 3월 -0.2%, 4월 -0.1%에 이어 5월 0.0%로 보합세를 이뤘지만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1년 전보다 각각 5.1%와 2.3% 하락한 게 1%대 물가 상승률 유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이 제시한 물가안정 범위(2.5∼3.5%) 하한선을 계속 밑돌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가 일본형 디플레이션의 초기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징후라며 우려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의 물가 안정세는 수요 압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공급이나 제도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므로 일본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전반적인 물가 안정세는 유지되겠지만 지난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저효과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아베 “3년간 개헌보다 경제에 집중”

    아베 “3년간 개헌보다 경제에 집중”

    일본 참의원은 26일 아베 신조(얼굴) 총리에 대한 문책 결의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쳐 야당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참의원의 생활당·사민당 등 야당은 아베 총리가 지난 24~2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결석한 것은 “국민 주권을 업신여긴 것”이라며 총리 문책 결의안을 상정했다. 일본 참의원에서 총리 문책 결의안이 가결된 것은 지난해 8월 민주당 정권하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가장 최근이며 자민당 정권하의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 전 총리도 재임 중에 문책을 받았다. 참의원의 문책 결의안은 중의원의 내각 불신임 결의와는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다. 아베 총리는 문책 결의안이 가결된 것과 관련, “(중의원은 여대야소, 참의원은 여소야대인) ‘뒤틀린 국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한 뒤 7월 선거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정기국회 폐회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고 참의원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개헌보다는 3년간 디플레이션(장기적 물가 하락) 탈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일본에선 15년간 디플레이션이 계속됐다.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것은 역사적인 대사업이고 금방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치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인 절반 이상이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이 최근 한 달간 전국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17%가 ‘강하게 찬성’, 39%가 ‘약간 찬성’이라고 답해 찬성이 56%에 달했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했다. 시마네현 의회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에 입각해 위안부 문제에 대응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의견서를 가결했다. 의견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성실하게 대응하는 것이 국제사회에 대한 일본의 책임”이라고 지적하고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진지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엔저 가속화 파장] 엔·달러 한때 102엔 돌파… 수입물가 급등에 日서민들 ‘한숨’

    [엔저 가속화 파장] 엔·달러 한때 102엔 돌파… 수입물가 급등에 日서민들 ‘한숨’

    엔화 약세(엔저)가 가속화하면서 엔화 환율이 마침내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00엔선을 돌파한 지난 주말. 도쿄 중심가의 백화점과 대형 쇼핑센터는 인파들로 넘쳐났다. 일본 투자자들과 수출기업들은 엔화 약세가 장기 불황의 늪에서 일본 경제를 구해내리라는 기대감에 환호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주택가 근처에 있는 중소형의 마트나 상가를 가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 12일 ‘세븐 아이 홀딩스’가 운영하는 세타가야구 나카마치의 요쿠마트를 찾은 손님들은 일본 국내산 채소나 과일 등은 선뜻 쇼핑카트에 담았다. 하지만 바나나와 파프리카 등 수입 생필품의 가격표를 확인하고는 발길을 돌릴기가 일쑤였다. 서울신문이 2011년 7월 16일자에 보도한 일본 생필품 가격과 현재의 수입물품을 비교하면 엔저의 영향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당시 한국산 파프리카는 1개 100엔이었지만 지금은 138엔에 팔리고 있다. 1팩 84엔이던 바나나(필리핀산)는 98엔, 밀가루(1㎏)도 198엔에서 278엔으로 인상됐다. 미국산 돼지고기와 소고기도 부위별로 10% 정도 비쌌다. 요쿠마트 점장 이와사키(43)는 “보통 가게 제품들은 1주일에 한번씩 특판 행사를 하는데 수입품인 소고기, 돼지고기, 바나나, 아보카도는 엔저 영향으로 수입물가가 올라 특판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식용유와 통조림도 이달부터 가격을 잇따라 인상했다. 닛신오일그룹은 지난 1일부터 샐러드유 등 식용유 출하 가격을 10% 이상 올렸고, 통조림 회사인 하고로모푸즈도 김치찌개용 가다랑어 통조림 등 상품 16종류의 가격을 2.2∼6.1% 인상했다. 일본이 지난 20년간 불황을 겪는 동안 승승장구했던 ‘100엔숍’도 엔저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디플레이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100엔숍이 고전하게 된 것은 엔화 가치가 하락한 만큼 수입품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100엔숍이 그동안 100엔짜리 동전 하나에 다양한 생활용품을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엔화 강세 덕분이었다. 하지만 엔화 가치가 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최대 100엔숍 업체인 다이소는 ‘98엔에 사서 100엔에 판다’는 게 대표 전략이지만, 엔화 가치 상승으로 2엔의 이윤마저 손에 넣기 어렵게 됐다. 요가역 근처의 100엔 숍 업주는 “엔저로 인해 물품가격이 비싸져 포장 단위와 취급 품목을 줄이는 등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기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진 전력업계들이 천연가스 등의 수입 비용 증가를 이유로 전기세 인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생계에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주부 요시모토 사토카는 “전기요금이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올라 설거지를 식사 직후가 아닌 심야요금이 적용되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커버스토리-장기 불황의 그늘] 주식·부동산 거품에 ‘잃어버린 20년’…日, 고령화·저금리·엔고 덮쳤다

    [커버스토리-장기 불황의 그늘] 주식·부동산 거품에 ‘잃어버린 20년’…日, 고령화·저금리·엔고 덮쳤다

    한때 전 세계를 장악할 듯한 기세로 뻗어가던 일본 경제는 1990년을 전후로 급격하게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잃어버린 20년’은 부동산 거품이 꺼진 1991년부터 2010년까지 극심한 장기 침체 기간을 일컫는다. 이후에도 최근까지 저성장이 이어졌다. 결국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인 하락)과 엔고 탈출을 위해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무제한 찍어내는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 초 일본 주식과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장기 불황의 서막이 올랐다. 금융 산업이 휘청하면서 실물경제에 타격을 줬다. 일본 기업은 3대 과잉(고용, 설비, 채무의 과잉)으로 고전했다. 투자는 실종됐고, 소비는 부진에 빠졌다.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경제는 탄력을 잃어갔다. 정부 대응도 늦었다. 뒤늦게 제로(0%) 금리를 통해 금융완화 정책을 단행하고 재정 지출을 확대했지만 장기 불황의 골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 1980년대 연평균 4.4%였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90년대에는 연평균 1.5%에 그쳤다. 1985년부터 1995년까지 자산가격도 폭등했다. 부동산 가격은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올라 1991년 정점을 기록했다. 1981~1991년 6대 도시의 상업용지 가격은 1970년대에 비교해 473%, 주거용지 가격은 225% 상승했다. 결국 버블 붕괴라는 치명타를 입었다. 1991년 이후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6대 도시의 상업용지와 주거용지 가격은 최고점을 기록했던 때와 비교해 각각 5분의1, 2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도쿄 주택지는 버블붕괴 후 연간 9%씩 하락했다. 1999년에는 최고 가격을 기록했던 10년 전에 비해 57% 수준으로 떨어졌다. 1980년대 주가는 6배로 상승했다. 특히 엔화와 독일의 마르크화 강세를 유도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주가상승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5년간 200% 올랐다. 1989년 말 고점을 보인 주가가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지는 데는 불과 3년이 걸리지 않았다. 닛케이 평균주가지수는 1989년 3만 8915에서 1999년 말 1만 8934로 하락했다. 플라자 합의 이후 1985년 2월 달러당 260엔이었던 환율은 3년 만인 1987년 말 120엔, 1995년 중반 80엔까지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엔고로 인한 수출 둔화를 우려해 금리를 급격하게 낮췄다. 1985년 말 5%였던 정책금리는 불과 1년 사이에 2.5%까지 인하됐다. 금리가 낮아지자 시장에는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넘쳐난 유동성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버블을 형성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의 장기 침체 과정에서 심한 소비위축 현상을 경험했다. 일본의 평균 민간소비 증가율은 1980년대 3.7%에서 1990년대 1.5%로 급격히 떨어졌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0.9%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자산버블→기업수익성악화→부동산 및 주가폭락→저성장의 구조화’라는 그릇된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20년 동안 개인과 기업의 생산성이 줄고 장기간 디플레이션을 겪은 탓에 현재 일본의 국민소득은 20년 전보다 못하다. 2011년 일본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68만 1000엔(약 4700만원)으로 20년 전인 1992년보다 2.5% 떨어졌다. 반면 국가 빚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1992년 GDP의 20%에 불과했던 국가부채 비율은 20년 만인 지난해 230%로 불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237%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영기 한국은행 도쿄사무소 소장은 일본 장기 불황 원인에 대해 “자산 버블이 꺼진 후 성장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기대심리가 매우 낮아진 게 큰 원인이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적절한 투자와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고령화와 저금리, 엔고 등으로 불황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디플레 탈출” 들뜬 日

    “디플레 탈출” 들뜬 日

    도쿄 증시가 1만 4000선을 가볍게 돌파했다. 7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 주가지수는 연휴 전인 2일(1만 3694.04)보다 486.2포인트(3.55%) 급등한 1만 4180.24로 거래를 끝냈다. 닛케이 지수가 1만 4000선을 넘어선 것은 2008년 6월 20일 이후 4년 11개월 만이다. 미국 고용 지표가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경기 후퇴 우려감이 약화되자 수출주를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최근의 주가 급등은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 효과다. 지난해 9월 26일 닛케이 평균주가는 8906.70에 머물렀지만 7개월 만에 1만 4000선을 훌쩍 넘어섰다. 일본은행의 무차별 돈살포도 주효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달 4일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닛케이 평균주가는 한 달 새 11% 올랐다.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엔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돼 도쿄증시 제1부에 상장된 186개사의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경상이익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5조 6190억엔(약 63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시장 활황은 소비심리를 자극해 3월 소비자 지출은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 9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대 물가상승률도 양적완화 이전 1.4%에서 1.66%로 0.26% 포인트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 경제가 15년간의 디플레이션(장기적 물가 하락)에서 벗어나 물가상승으로 전환한다는 기대감이 차츰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엔화가치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달러당 99.06엔에 거래되는 등 100엔대를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외국 투자자들이 엔화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고, 1달러당 100엔을 중심으로 한 통화옵션거래가 장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현오석 “北보다 엔저가 더 우려”

    현오석 “北보다 엔저가 더 우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각) 일본의 양적 완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북한 리스크보다 더 크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엔저 현상은 자칫 ‘통화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현 부총리는 현지에서 가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엔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파급효과(spill over)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일본의 경제정책이 세계 경기 회복에 이바지하고 있지만 통화전쟁과 같은 주변국의 새로운 대응을 이끌어낸다면 세계 경제는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저는 북한 리스크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수출 등 실물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의 반대에도 G20 회의에서는 일본의 엔저 정책이 별다른 공격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통화 완화 정책이 엔화 절하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고 참가국들이 반론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같은 회의에 참석 중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민간에 돈이 없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 돈을 내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금리 인하 주문에 재차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와 관련해서는 “현재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실질 성장이 오랜 기간 낮아지면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분명히 걱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日 양적완화 파장] 일본은행 “2% 물가상승 조기 달성”… 정책·자금 총동원령

    [日 양적완화 파장] 일본은행 “2% 물가상승 조기 달성”… 정책·자금 총동원령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장기적인 디플레이션(물가하락+경기침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의 물가상승 목표를 설정하고, 국채매입 등 무제한 금융(양적)완화를 실시키로 확정해 파장이 일고 있다. 엔화 가치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기업 때문에 각국이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지난 2010년과 같은 글로벌 환율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22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전년 대비 2% 물가상승 목표를 ‘가능한 한 빨리 달성’하기로 정부와 합의했다.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에 부응해 정부가 대담한 규제·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세제 등을 활용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며, 지속 가능한 재정구조 확립 조치를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일본은행이 물가의 명확한 수치 목표를 설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10조엔(약 119조원)의 자산매입기금 확충을 결의했다. 일본은행은 물가목표 실현을 위해 제로 금리 정책과 금융자산 매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강력한 금융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올해 이미 101조엔의 자산매입기금이 확보된 만큼 추가 매입은 하지 않지만 내년부터 매월 장기국채 2조엔, 단기채권 10조엔 등 13조엔씩 매입하기로 했다. 매월 13조엔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아베 신조 총리가 의장인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 달성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이 금융정책에서 독립성을 잃고 ‘아베노믹스’ 실천을 위한 하청기관으로 전락한 셈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이날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에게 “2% 물가안정(상승) 목표를 하루라도 빨리 실현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압박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금융완화를 단행했다. 2개월 연속 금융완화는 2003년 4∼5월 이후 9년 8개월 만이다. 이날 엔화 가치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무제한 금융완화 방침이 이미 시장에 널리 퍼져 달러당 89.16엔으로 전날보다 오히려 0.43엔이 올랐다. 하지만 앞으로 엔저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승리한 지난해 9월 26일 달러당 77.71엔이었던 엔화 가치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지난해 12월 16일 83.70엔, 1월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장중 90엔으로 하락했다. 4개월 동안 엔화 가치가 15% 곤두박질쳤다. 지나친 엔저 현상은 일본의 경쟁 국가들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서는 엔저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일본의 통화정책에 대해 “인위적인 통화 가치 하락은 IMF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웃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정책을 각국이 채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도 21일(이하 현지시간)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권의 완화 압박이 독립성을 위태롭게 하면서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부추기는 위험 요소라고 경고했다. 세계 금융전문가들은 다음 달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둘러싼 각국 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내부에서도 무제한 금융완화가 수출 대기업의 배만 불리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서민 생활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美·英·日 신용 연내 강등 가능성”

    “美·英·日 신용 연내 강등 가능성”

    세계 3대 경제권인 북미, 유럽,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국, 영국, 일본의 신용등급이 올해 안에 강등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제금융센터는 10일 미국, 영국, 일본과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주요국의 신용등급이 올해 추가로 강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희성 연구원은 “각국이 재정긴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라면서 “경제성장률이 오르지 않으면 결국 올해 안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미국과 영국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로부터 ‘부정적’ 신용 전망을 받았다. 일본도 무디스를 제외한 2개사가 신용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신용 전망은 특정 기간 내에 등급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미국, 영국, 일본 모두 재정건전성 악화가 부정적 신용 전망의 주요 원인이다. 각국이 재정긴축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정 수입이 늘어나지 않아 부채가 줄어들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유로존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데다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돼 등급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재정절벽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재정건전성에 대한 추가 조치가 없을 경우 강등 가능성이 높다. S&P는 “협상 타결로 경기침체 리스크는 줄었으나 재정건전성 개선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최고 등급인 AAA등급 국가 중 재정 상태가 가장 열악하다. S&P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6%에 그칠 것”이라며 “낮은 경제성장률과 은행권의 자산·부채 축소로 국내총생산(GDP)의 67%를 차지하는 가계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경우 ‘안정적’ 전망을 준 무디스마저 “높은 정부부채와 재정적자, 디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 등에 직면했으나 잦은 정권교체로 정책 대응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S&P도 “아베 신조 총리의 강력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시대로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단순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 성장동력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올랑드 “부자들이 약자 도와야… 부유세 강행” 아베 “日 위기상황… 강한 일본 되찾아야”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2013년 새해를 맞아 일제히 신년사를 발표했다. 정상들은 신년사에서 세계평화, 경제위기 극복, 국민화합 등 새해의 주요 목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달성 의지를 드러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일 신년 축사를 통해 세계평화와 공동발전을 기원했다. 후 주석은 “국제정세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각국 간 상호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모든 나라가 평화, 발전, 협력, 공존공영을 바라고 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신년사에서 일본이 현재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고 규정하고 ‘강한 일본’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특히 동일본 대지진 복구가 지체되고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 장기화함에 따라 일본이 겪고 있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경제, 교육, 외교를 바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장기집권을 비판하는 시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3기 집권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국민의 화합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나라의 발전과 운명은 우리의 열정과 노동, 단결과 책임에 달렸다”면서 “국민들이 함께할 때 러시아가 전진할 수 있고, 어떤 도전에도 대처할 수 있으며, 강하고 성공적인 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헌법재판소가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일명 ‘75% 부유세’ 법안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TV로 중계된 신년 연설에서 “부자들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가장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억압받는 사람들, 취약 계층, 장애인들을 위해 그렇게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영국 등 유럽 정상들은 올해 역시 유로존 위기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뒤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1일 방송된 신년사에서 “최근 유로존 문제 해결을 위한 개혁 조치들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면서도 “유로존 위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며 국민들에게 인내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역시 “수십년 동안 쌓여 왔던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도 “국민들이 국가를 위해 바르게 일한 결과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아베 우경화 너무 나갔다” 日 언론·정계 비판 쏟아져

    “아베 우경화 너무 나갔다” 日 언론·정계 비판 쏟아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와 자민당의 ‘막가파식’ 우경화 공약에 일본에서도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2일 자민당이 전날 발표한 극우 보수적 공약에 대해 “자민당이 정권에 복귀한 뒤 일본의 경제, 외교,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를 보여주는 출발점이 되는 정권 공약에 위태로움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자민당은 공약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평화헌법 개정, 국방군 전환은 물론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에 대한 부인 및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기념 등 보수적 외교 안보 정책을 포함시켰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1993년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나 근린제국 조항은 주변국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며 “차기 정권이 이를 인계하지 않을 경우 이웃 국가와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위안부 강제 동원과 관련해 “위안부 문제는 미국과 유럽도 엄격한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이 같은 강성 외교로 어떻게 이웃 나라와의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겠는가. 자민당은 복잡한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호기 넘치는 말로 국민에게 호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사설에서 “영토와 역사 문제는 국제 사회에서 파문이 커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주변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의 유력한 연립 파트너로 거론되는 공명당도 자민당의 개헌 공약을 비판하고 나섰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이날 당 본부에서 취재진에게 자민당의 국방군 보유 공약에 대해 “우리는 (군대 보유를 금지한) 현행 헌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자민당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최소한의 무력행사만 인정하는 헌법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정부의 견해는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재의 무제한 금융 완화 발언에 대해서도 비난이 들끓고 있다. 아베 총재는 지난 17일 구마모토시 강연에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출 방안과 관련, “건설국채를 가능한 한 일본은행이 전액 사들이도록 해 강제적으로 시장에 자금이 방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2인자인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은 아베 총재의 포퓰리즘(대중적 영합주의) 주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시바 간사장은 21일 도쿄 시내 강연에서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해 돈이 돌면 경기가 좋아져야 하는데 왜 이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이냐.”고 말해 일본은행이 금융 완화를 강화해도 경기에 미치는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한편 일본 자민당이 자위대 확대 등의 총선 공약을 내건 데 대해 중국 정부가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이 자기 역사를 반성하고 평화 발전의 길을 걷는 가운데 지역의 평화, 안정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日 자민, 지지율 민주 압도

    일본 정치권이 다음 달 16일 중의원(하원) 총선을 앞두고 선거 모드에 돌입한 가운데 예상대로 자민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여당인 민주당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중의원 해산 직후인 16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긴급 전화여론조사에서 총선 때 투표할 정당(비례대표 투표 정당)으로 자민당을 꼽은 유권자가 26%로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유권자 13%의 두 배에 달했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는 8%,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가 창당한 태양당은 5%에 그쳤다. 도쿄신문이 15∼17일 수도권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자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21%로 민주당(12%)을 크게 웃돌았다. 자민당 아베 신조 총재는 총선 공약으로 “물가 상승률 목표를 최고 3%로 설정, 무제한의 금융완화로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하락)에서 탈출하고 엔고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아베는 또 재해예방형 국토를 만들기 위해 10년간 200조엔(약 2700조원)을 투자하는 등 공공투자를 확대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당의 공식 공약으로는 채택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세습 후보의 공천 금지를 결정해 의원 세습이 많은 자민당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하시모토와 이시하라는 전날 일본유신회와 태양당의 합당을 발표, 우익연합을 결성했기 때문에 합당 이후 지지율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여론은 일단 싸늘하다. 일본유신회와 태양당은 탈(脫)원전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참여, 헌법개정 여부에 대해 극명한 의견차를 보였지만 이시하라가 보수 주도의 정치판을 짜기 위해 하시모토의 인기와 돌파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일본 유신회의 공약을 대부분 받아들여 합당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국가의 근본에 해당하는 기본 정책이 서로 다른 두 정당이 갑자기 합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유권자를 경시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문답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0.25%포인트 인하가 (경기 방어에) 충분하다.과잉 대응은 경기 악화에 대한 기대심리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하 시기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지금 대처하는 것이 상황 악화를 막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물가가 크게 오를만한 위험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총재와의 일문일답.  --기준금리 0.25%포인트 내린 것이 경기 방어에 충분한가.  △0.50%포인트 인하 논의는 없었다.그렇게 할 필요까진 없었다고 본다.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됐지만 대외 문제에 과잉 대응한다면 경기악화에 대한 부적절한 기대심리를 만들 수도 있다.  --오늘 인하로 정책 여력이 줄었는데.  △지금 대처하느냐,나중에 대처하느냐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 대처하는 것이 상황 악화를 막는다는 점에서 더 바람직하다 생각한다.통화정책의 효과는 선제적 대응에서 비롯된다.다른 여건을 고려해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물가상승 위험이 커진 것 아닌가.  △경제는 성장과 물가 간의 선택의 문제다.물가 안정목표 상한을 낮춘 것은 예측대로라면 물가가 크게 오를만한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과거에 금리 조정이 1년후 물가를 0.05%포인트정도 올린 적은 있지만 의사결정에 큰 고려사항은 아니었다.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3% 정도다.  --경제성장률 2.4%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위험 남아있나.  △오늘 오후 세부전망 브리핑에서 자세히 말하겠다.  --환율 절상에 대해 국제적인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오늘 한국,브라질,호주도 금리를 내렸다.‘환율전쟁’의 재현 아닌가.  △예나 지금이나 환율전쟁이라는 말을 쓸 계획은 없다.단기적으로 명목변수도 중요하다.민감하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미국 3차 양적완화(QE3) 효과를 예측해서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그러나 QE2의 경우에는 (수입)상품가격이 오른 시기와 비슷하다.그러한 부정적인 파급효과(negative spil-over)가 있는 것은 안다.   --기준금리 다시 2%대로 내려왔다.총재나 금통위원이 생각하는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금통위는 하나의 회의체다.한은 나름대로 숫자가 있으나 밝히는 것은 좋지 않다.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내총생산(GDP)갭률이 내년에도 마이너스(-)를 이어가나.  △GDP갭률은 우리나라가 능력보다 몇 %만큼 더 혹은 덜 생산하느냐는 의미다.적어도 1~2분기 이상 마이너스가 이어질 것이다.  --물가목표제 범위를 줄이고 중심선 폐지했다.최근 물가 안정은 한은의 영향보다는 기저효과 등 다른 요인 때문 아닌가.  △정부정책,대외수요 하락 등에 의한 효과도 있다.내년에 물가상승률 2.7% 될 것으로 보고 있다.디플레이션은 걱정할 필요는 없다.다만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이해해달라.  --우리를 비롯해 최근 양적 완화 기조가 세계적인 대세다.어떤 부작용이 가장 우려되나.  △선진국의 양적 완화 정책의 기저엔 그들의 금리가 이미 0%라는 점이 있다.더 내릴 수 없으니 양적 완화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전통적인 수단(금리)을 갖고 운용하고 있다.양적 완화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물가상승,가계부채 등의 우려가 있는 것은 안다.금리를 내리면 금리,성장 경로를 통해 가계부채 상환에 도움이 된다.저축은 줄어들 수 있지만 현재 이미 저축률이 낮아서 문제는 별로 없다.  --오늘 발표한 물가안정목표치에 대한 견해는.  △오늘 물가안정목표제를 통해 중앙은행의 의지를 밝혔다.앞으로 훨씬 더 강력한 의지와 면밀한 정책을 펴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이에 따라 평가받을 것이다.  2011년도 물가 변동의 60%가 (중앙은행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공급측면에서 왔다.2010년도 거의 절반 정도가 공급측면이다.그러나 우리가 선진 경제로 가려면 일반 경제주체들의 물가 기대심리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목표 상한선을 내려 잡았다.  총액한도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의 반도 안된다.앞으로 금융소외계층의 접근성을 키우고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돕는 등 중앙은행의 역할을 더 확대할 것이다. 연합뉴스
  • [사설] ‘서민체감’ 경제살리기 대선주자들 동참하라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경제위기 극복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에 방점을 찍었다고 할 정도로 ‘경제살리기’에 역점을 뒀다.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한 부채 디플레이션 우려, 투자와 소비 심리 위축, 주요 수출시장 환경 악화,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성장률 급락, 곡물값 폭등에 따른 물가상승(애그플레이션) 우려 등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악화된 대내외 여건이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는 일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전력을 쏟을 테니 정치권과 기업 등 경제주체들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고임금 노동조합은 정치성 짙은 파업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기업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우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온통 악재에 노출돼 있다.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버팀목이었던 가계는 빚에 짓눌려 저축은커녕, 이자도 제때 못 갚아 허덕이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부실비율이 6년 2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수출 부진의 공백을 내수가 떠받쳐줄 형편이 못 되는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 장기침체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우리 경제를 덮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확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여야 대선주자들은 오로지 ‘경제 민주화’ 담론에만 매달려 서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논쟁으로 그들만의 리그에 골몰하고 있다. 당장 하루하루가 힘겨운 서민들로서는 답답하고 분통이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듯 지금 서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일자리다.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최선의 복지다. 그러자면 성장에 대한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 김문수 경선 후보 외에는 구체적인 성장 목표가 없다. 성장이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가 현실성 없는 막연한 구호로 비켜가고 있다. 그러니 대선주자들의 약속이 서민들에게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선주자들이 진정 유권자의 표심을 얻고 싶다면 일자리 창출과 실질소득 증대 방안, 자산가치 보전 대책 등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가 민생을 살리려는 정부의 노력에 대선주자들도 동참하라고 촉구하는 이유다.
  • 김중수 “부채디플레 우려 상황 아니다”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아직 부채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물가 하락→실질금리 상승→채무 부담 상승→자산 처분→물가 하락의 악순환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했다. 금통위 의장을 겸하고 있는 김 총재는 금통위 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높은 수준이고, 주택 가격 하락이 부분적으로 맞물려 일각에서는 부채 디플레이션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분석 결과 부채 디플레이션 상황에 있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그것(부채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통화정책을 바꿀 만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집값 하락으로 원금 상환에 나서야 하는 대출이 44조원이나 되는 데다 지난 1~3월에만 담보가치인정비율(LTV) 한도 초과 대출이 무려 2조 6000억원가량 증가해 부채 디플레이션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의 규모나 증가 속도로 봤을 때 부채 디플레는 전체가 아닌 한계 업종에 속한 자영업자나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하우스푸어 등 일부의 문제로 보인다.”면서 “가계부채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계속해서 집값이 떨어지고 LTV 한도 초과 가구가 늘어나면 부채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책당국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김 총재는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10% 정도 올랐는데 통상 3~11개월의 시차를 갖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면서 “최대 0.21% 포인트까지 국내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1.5%는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의 정책 효과 때문이며, 이를 빼면 실제 물가상승률은 2.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던 금통위가 이달 ‘쉬어가기’를 선택한 데는 전월의 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성과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잇단 동결 움직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유로존 재정 위기가 아직 진행 중이고, 국내 경기도 하강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연내 한두 차례 추가 인하 전망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징검다리 인하설’을 내놓으며 다음 달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금통위는 다음 달부터 의사록 공개 시기를 현행 ‘회의 6주 뒤’에서 ‘2주 뒤’로 4주 단축하기로 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용어 클릭] ●DD(Debt Deflation·부채 디플레이션) 빚을 갚기 위해 담보로 맡긴 자산을 매각하면 이것이 자산가치의 하락을 유발해 물가 하락과 생산·고용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빚으로 집을 산 가구가 많아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부동산 경매나 급매로 매물이 쏟아져 부채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
  • 7월 1.5%↑… 물가 ‘불황형’ 안정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년 만에 최저치인 1.5%에 그쳤다. 정부가 추진해 온 ‘물가 잡기’가 성공한 모양새지만, 이면에는 ‘불황의 그림자’가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기 침체로 소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됐다는 것이다. 1일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 올라 2000년 5월(1.1%) 이후 1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내려간 것은 2009년 7월(1.6%) 이후 3년 만이다. 소비자가 피부로 체감하는 생활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과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으로 인해 물가가 안정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재준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이 2% 아래로 나타난 데 대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경기 침체 국면이 물가 안정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이 경기침체와 맞물려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물가하락과 경기침체가 겹치는 불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20년간 장기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장기 저성장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고 말했다. 당장 1%대로 물가가 낮아졌다고 해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국제곡물가격 급등이 연말이나 내년 초 국내 물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가라앉는 美·日경제 해법찾기 분주한데…

    가라앉는 美·日경제 해법찾기 분주한데…

    ■ 美 감세카드 ‘쳇바퀴’ 오바마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 부양 카드를 집어들었다. 미국 경제의 회복이 둔화되고 다시 침체 우려가 높아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올해 만료 예정인 중산층에 대한 감세정책을 연장하고 고용 촉진을 위해 기업에 대한 감세를 추가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정에너지 개발과 기간시설 재건에 대한 지원 확대와 같은 부양조치들도 제시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성장을 추가로 부추기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조만간 공표할 것”이라면서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이 같은 발언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여파에 시달리는 미국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바마의 이날 발언은 열흘 간의 여름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발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8140억달러(약 977조원)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 뚜렷한 고용증진에 실패하면서 실업 감소를 위한 성장 촉진 압력에 직면해 있다. 또 오는 3일 발표될 노동부 고용통계도 8월 중 실업률이 7월(9.5%)보다 상승한 9.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40.92포인트(1.39%) 하락한 1만 9.73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1만선을 간신히 지켰다. 경기 회복에 대한 불신 확산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낙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오바마 정부가 부동산 우량채권 매입 등을 통해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등 앞으로 1년 동안 2조달러(약 2400조원)가량의 통화를 더 풀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부진한 민간소비를 끌어올리고 통화를 풀어 경기 진작을 시도해 왔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日 엔고잡기 ‘헛바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30일 디플레이션과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금융완화대책을 내놓았지만 ‘엔고’의 기세를 막지는 못했다. 대책 내용 대부분이 예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데다 시장의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1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주가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급락해 전날보다 325.202포인트 급락한 8824.06포인트를 기록했다.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3시 현재 전날보다 달러당 0.93엔 하락(엔화값 상승)한 84.18엔에 거래됐다. 15년래 최고치인 83엔대를 다시 위협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 정책당국이 그동안 시장에 약속했던 조치를 이번에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엔고가 잡히지 않으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천명했듯이 조만간 미 행정부가 양적 완화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여 엔화가치는 천정부지로 높아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엔고로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린 일본 기업들은 물론 일본 정부의 디플레이션 탈출 시도에도 절망감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2분기 일본 경제의 성장률이 0.4%에 그치고 소비자물가가 7월말 현재 17개월 연속 하락하는 실정에서 이번 부양책이 시장에 파급 효과를 주지 못하면서 일본 정부 당국은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파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카하라 노부유키 전 일본은행 정책위원은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지 않는 이상 미국과 일본 금리 차가 달러 대비 엔화 강세를 부추길 것”이라며 제로 수준의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금 고공행진 달러의 부활

    금 고공행진 달러의 부활

    중국의 경제전문가 장팅빈(張庭賓)은 2008년 저서 ‘기축통화 전쟁의 서막’에서 같은 해 일어날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다. 금융위기가 달러화 약세, 심각한 인플레이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그의 시나리오는 미리 본 듯 착착 맞아떨어졌다. 그는 특히 “금에 투자하라.”고 단언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금값은 지난달 19일 온스당 1263.7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아직도 오를 힘이 남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가 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때 기축통화의 지위마저 흔들리던 달러화 역시 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유로화의 하락 속에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대표적인 대체재로 여겨지던 금과 달러가 동시에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대체 무엇인가. 5일 오후 종로 3가 귀금속 거리.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지만 정작 매장 안에는 하품을 하거나 TV를 보며 시간을 때우는 상인들뿐이었다. 금 제품을 사려는 손님의 발길은 올 초부터 줄어들어 몇 달 전부터는 아예 끊겼고, 가격을 물어보는 사람도 드물었다. 가끔 오는 손님에게 ‘금이 없다.’며 돌려보내는 이상한 장면도 목격됐다. 상인들은 최근 계속되는 금값 상승의 원인과 추이를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25년째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62)씨는 “상인들이 금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뉴스만 봐도 금이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금값은 이유 없이 오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종로 귀금속 상인들의 판단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 및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욕선물거래소에서 금값은 지난 3일(현지시간) 온스당 39달러 내린 1206.3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그동안의 급등세 때문에 짧은 조정기를 보였을 뿐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스 앤드 푸어스의 마크 아버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금값이 몇 개월 내에 1300달러를 넘어선 뒤 장기적으로 15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다 극단적인 전망도 있다. 미국 투자회사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마크 루슈니는 “1980년대 초 금이 850달러 선에서 거래됐고, 지금까지의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230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값이 상승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안정세로 돌아서는 듯 보였던 시장이 다시 유럽발 금융위기로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시장은 ‘내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CNBC는 금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종이 화폐 무용론과 저금리, 중국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유럽 경제위기 해소를 위해 각국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막으려 돈을 계속 찍어 내자 화폐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투자자들이 저금리로 인해 위험부담이 커진 금융기관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외환 보유고의 금투자 비중 확대를 시사하면서 금 사재기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도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CNBC는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처방이 내려지지 않는 이상 금값의 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값 상승과 함께 최근 금융시장의 또 다른 화두는 달러의 부활이다. 유로화에 밀리며 기축통화의 입지를 위협받던 달러는 지난해 유럽발 금융위기로 유로화의 가치가 하락하자 몸값이 더욱 뛰고 있다. 기축통화의 보조수단으로 각광받던 유로화 폭락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달러가 과거와 같은 기축통화의 위치를 계속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단다. 당장은 달러 강세가 유지될 수 있지만, 이번 강세는 기존 시장의 공식과 방향이 다르다. 달러와 금은 대체재의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한쪽이 오르면 한쪽이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동시에 오르고 있다. 이는 달러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이를 믿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는 지난달 말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달러 가치 하락으로 개발도상국이 타격을 입는 등 달러가 통화 가치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달러 단일의 기축통화 시스템은 명백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유로화가 대열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위안화나 루블화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국가 간 이해관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 때문에 시장은 당분간 달러의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박진호 차장은 “금은 통용되는 화폐가 아니고, 국제거래 비중이 낮아 기축통화보다는 준비통화(리저브 커런스)의 가치가 크다.”면서 “현재로서는 20~30년가량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면서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박건형·박성국기자 kitsch@seoul.co.kr
  • 한국 출구전략 필요성, 칸 IMF총재 “Yes” 손성원 교수 “No”

    한국 출구전략 필요성, 칸 IMF총재 “Yes” 손성원 교수 “No”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오른쪽)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8일 한국 경제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인상적인’ 반응 양상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이런 빠른 성장은 부양조치를 거둬들여 점진적으로 평상 수준으로 되돌아가야 할 때가 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말인즉, 한국이 본격적인 경제회복을 겨냥한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스트로스 칸의 발언은 7월12~13일 대전에서 기획재정부와 IMF가 공동 주최하는 ‘아시아 21, 미래 경제의 선도적 주체’ 콘퍼런스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반면 손성원(왼쪽)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이날 뉴욕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세계 경제의 디플레이션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지금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의 출구전략을 펼 때가 아니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 속에 물가와 서비스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이다. 스트로스 칸 총재는 “(한국 경제가) 과열상태는 아니지만 경기회복과 함께 재고를 확충한 이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균형 성장에 대한 중요성을 제시했다. 이어 1998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당시 IMF의 대처방식과 관련, “IMF의 역할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위기 확산을 막는 동시에 금융부문의 부실을 정리하는 것이었다.”면서 “혹독한 처방으로 (해당 국가들이) 정말 큰 대가를 치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돌이켜 보면 다른 수단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도 드는 탓에 교훈을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북한에 대한 IMF의 지원 계획에 대해서는 “북한이 기술지원을 요청한다면 응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스트로스 칸 총재와 달리 손 교수는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만큼 출구전략으로 갈 수도 있겠으나 한국이 세계 경제의 일원임을 감안해 보면 (한국의 출구전략은)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과 유럽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 온 재고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데다 경기부양책도 이제 대부분 사라진 만큼 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손 교수의 논거다. 손 교수는 “한국도 세계적으로 무역규모가 줄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면서 “가계부채도 세입자들의 전세자금 대출을 고려하면 소득대비 70%에 이르는 등 적은 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한국이 서둘러 출구전략을 쓸 필요가 없다.”면서 “지금 인플레가 생긴 것도 아닌 만큼 세계 경제의 추이를 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한국 경제의 향배에 대해서는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뒤 “각국이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형국이므로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높게 나타나기는 매우 힘들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생애 첫 주택구입자의 세제 혜택이 끝나는 등 지원책이 없어지면서 주택시장에서 더블딥(이중침체)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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