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소요 왜 일어났나
경제침체로 인한 폭동에 시달리던 아르헨티나에 19일(이하현지시간) 마침내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아르헨티나 정부가소요사태에 대항할 강력한 권한은 가졌지만 문제의 원인인경제침체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생활고를 심화시킨 내핍정책] 이번 사태는 극심한 경제침체 하에서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이 선택한 내핍정책이촉발시켰다.도밍고 카발로 경제장관을 중심으로 한 경제팀은 관세 확대,공무원 봉급 삭감,수출 지원,예금 동결 등을실시했다.올들어 9번째 실시된 초긴축정책으로 월급과 연금이 일률적으로 13% 깎였다.
현금 부족에 시달리던 정부는 이달초 은행예금 지급을 부분 동결했다.
반면 국민들은 4년간 생활고에 시달렸다.1인당 수입이 그동안 14% 줄었다.지난 11월의 공식 실업률 18%를 포함,잠재실업을 포함하면 실업률은 35%에 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추산이다.
3,600만 인구중 1,500만명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1,320억달러의 외채를 상환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들을희생시키고 있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진퇴양난의 정부] 이번 사태는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의조기 사임을 불러온 1989년 사태와 비슷하다.가게에 들어갈때와 나올 때 물가가 다른 살인적인 고인플레와 높은 실업률,가망 없는 정부 등으로 불만이 극에 달한 시민들이 약탈과 방화를 일삼아 무정부 상태를 만들었다.
알폰신 전 대통령은 당시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 당선자에게 예정보다 6개월 먼저 정권을 넘겨줬다.
이번에도 델라루아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카발로 경제장관은 경제실정의 책임을 지고 19일 자진사임했다.야당이 주도하는 상·하 양원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델라루아 대통령은 불순한 목적을 가진 배후세력이 있다며 맞서고 있다.
조만간 의회는 사회 분야와 공무원 봉급에서 40억달러 이상을 삭감한 2002년 예산안을 심의해야 한다.
이 예산안은 국제통화기금이 13억달러를 추가지원하고 450억달러의 외채를 낮은 금리의 외채로 전환하는 조건이다.이예산안이 채택되면 국민들은 더욱 반발할 전망이다.
그러나 예산안이 부결되면 외채를 약속대로 상환하지 못해디폴트를 선언해야 한다.
[중남미 타격 불가피] 아르헨티니발 경제위기가 1990년대신흥시장을 휩쓴 도미노식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영국 BBC방송은 19일 경제위기를 경험한 국가들이 나름대로 내성을 길렀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금융위기를 촉발한 핫머니(투기성 자금)에 대한 의존도도 줄었다.올 초 아르헨티나,브라질,터키가 동시에 위기상황을 맞았지만 국제사회가 큰 충격을 입지 않았다는 것이그 예다.
확산의 규모는 작겠지만 중남미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경제·지리적으로 아르헨티나와 밀접한 중남미 국가들도 과도한부채를 갖고 있다.
또 국제투자가들은 이들을 아르헨티나와 같은 범주에 넣을수 있다.장기적으로는 중남미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다시 무너지게 됐다.
전경하기자 lark3@.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일지.
■1983년 라울 알폰신,대통령 당선으로 민선정부 들어섬.물가,900% 이상 폭등.
■1989년 카를로스 메넴,대통령 당선.경제 긴축계획 강행.
■1992년 페소화(貨)를 미 달러화(貨)에 고정하는 새 통화제도 도입.
■1995년 메넴 재선.
■1996년 도밍고 카발로 재무장관 해임.경제위기,9월 총파업으로 확산.
■1999년 페르난도 델라루아,대통령 당선.경제위기 지속.
■2000년 파업 및 연료세 항의시위 발생.국제통화기금(IMF),400억달러 구제금융 승인.
■2001년 3월 델라루아 대통령,거국정부 구성.잇단 각료들의 사임으로 재무장관 3명 교체.
■7월 정부의 지출삭감 정책에 반발한 총파업으로 대부분지역에서 산업 마비 사태 속출.
■10월 야당인 페론당,총선에서 상하원 장악.
■11월 델라루아 대통령,아르헨 경제붕괴 위기 방지를 논의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회동.주가 최저치 기록.
■12월 카발로 경제장관,은행예금 인출 금지에 대한 규제철폐 선언.IMF,아르헨의 디폴트(지급불능)가 임박했다며 예정된 13억달러 지급 거부.
■12월13일 공공근로자,연금 지급 연기 및 은행예금 인출동결 등에 항의,24시간 총파업 돌입.
■12월19일 아르헨티나 소요사태 발생.비상사태 선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