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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악재로 세계증시 폭락속 코스피 ‘미동’…1260억弗의 힘?

    그리스 악재로 세계증시 폭락속 코스피 ‘미동’…1260억弗의 힘?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2차 구제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했다. 2일 국내 금융시장은 오전에 그리스 악재 탓에 불안감을 보였지만 오후 들어 상당 부분 회복됐다. 코스피 지수는 오전에 49.8포인트(2.61%) 하락했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만회, 11.62포인트(0.61%) 하락한 1898.0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0.23%(1.13포인트) 오른 493.49를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17원 오르면서 개장됐지만 결국 7.8원 상승한 1121.8원으로 마감됐다. 금융불안의 현금지급기(ATM)라고 불리던 것에 비하면 이날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은 적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닛케이지수가 2.21% 하락했고, 호주와 필리핀 주식시장도 각각 1.07%, 1.69%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지수가 1.38% 오르고 타이완 자취안지수가 0.38% 내렸다. 앞서 1일 미국 다우지수는 2.48% 내렸고, 영국 FTSE 100은 2.21%, 독일 DAX는 5%, 프랑스 CAC는 5.38%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의 선전에 대해 그리스 국민투표가 실제 내년 1월 열리는 데다 최근 중국(560억 달러), 일본(700억 달러)과의 통화 스와프(맞교환) 확대로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위원은 “국민투표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고 세계경제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지만 최근 통화 스와프로 인해 어느 정도 쇼크에는 버틸 수 있다는 믿음감이 금융시장에 생겼다.”고 평가했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제 그리스 국민투표는 내년 초에 실시되기 때문에 아시아 금융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안정을 찾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EU의 구제금융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새달 실시되는 국민투표에서 부결 시 디폴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안겨 줬다. 파판드레우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는 4일 실시된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총리의 ‘정치 도박’ 유로존 해체로 가나

    ‘국가의 미래는 국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종가’인 그리스 내각이 2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구제금융을 받을지에 대한 민의를 묻겠다.”고 나서면서 전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도박’이 성공해 그리스 유권자 다수가 “가혹한 긴축재정 정책을 감수하더라도 EU의 지원을 받겠다.”고 밝힌다면 큰 혼란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투표가 부결돼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몰린다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존속마저 위태로워진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구제금융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하며 “(투표를 통해) 그리스가 EU와 유로존 회원국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초 이뤄질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에게 어떤 물음을 던질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재정을 수용할지와 EU 회원국 자격을 유지할지 등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초강도 긴축재정 정책을 용인하겠다고 밝힌다면 파판드레우 총리는 정국 주도권을 강화하며 공공부문 임금 삭감 등의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 또 지난주 유로 정상들이 합의한 대로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 1300억유로(약 200조6000억원)가 제공된다. 당장의 디폴트는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국민투표가 부결될 때 발생한다. 그리스 유권자가 긴축 정책을 거부한다면 구제금융을 받을 수 없고 유로존 탈퇴와 디폴트 수순을 밟게 될 공산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의 70%는 자국이 유로존에 남아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동시에 긴축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60%에 달해 투표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NN은 “만약 국민투표가 부결된다면 그리스와 지원자(EU) 사이는 갈라질 수 밖에 없다. 지원이 멈춘다면 그리스는 (정부) 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되고 결국 디폴트를 선언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스가 무너진다면 그 여파는 국경 너머로 퍼지게 된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의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다음 디폴트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폭등해 둘 다 디폴트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유럽권의 은행 시스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그리스에 많은 빚을 내준 프랑스 대형은행들의 부실화가 우려된다. 은행이 무너지면 최고 수준(AAA)인 프랑스 국가 신용 등급도 떨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가 실제 유로존을 탈퇴해 도미노 효과가 유럽 전체에 번진다면 결국 유로존이 해체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대근·나길회기자 dynamic@seoul.co.kr
  • 한국도 공포지수 급등

    한국도 공포지수 급등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2차 구제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일제히 ‘공포’에 휩싸였고,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덩달아 올랐다.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현지 시각으로 1일 이탈리아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519bp(1bp=0.01%)로 전날 446bp보다 무려 16.3%나 급등했다. 스페인도 지난달 31일 341bp에서 하루 만에 15.2% 오른 393bp로 치솟았고, 프랑스는 176bp에서 192bp로 상승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 등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며,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가 신용도가 나빠져 국외채권 발행 때 비용 부담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증시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는 현지시각으로 1일 4.81포인트(16.05%) 급등한 34.77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37.53까지 뛰었다. VIX지수는 옵션시장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미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변동성을 나타낸 수치며, 지수가 오르면 그만큼 투자심리가 나빠졌다는 뜻이다. 유럽시장의 ‘공포지수’인 V2X는 22% 폭등한 42.96으로 뛰었다. 세계 금융시장이 그리스의 ‘돌발 행동’으로 겁에 질린 것이다. 최근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던 한국 CDS 프리미엄도 다시 오르고 있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8일 127bp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상승해 지난 1일에는 153bp를 기록했다. 2014년 4월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지난달 27일과 28일 각각 167bp와 162bp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불안 직전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 31일 167bp로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한국 CDS 프리미엄 상승은 유럽 쪽 문제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사태가 진정되면 다시 하락할 것”이라며 “그리스 국민투표 실시 여부와 G20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는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그리스 국민투표 ‘충격파’… 글로벌 금융불안 재점화

    그리스 국민투표 ‘충격파’… 글로벌 금융불안 재점화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드는 듯하더니 어느새 유럽의 재정위기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제2차 구제금융안을 투표에 부치겠다고 했고 미국의 선물중개회사 MF글로벌의 파산신청으로 금융권의 탐욕에 대한 우려가 재판되고 있다. 지난해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소되는 듯 했던 세계 경기 둔화 추세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이 미봉책만 난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제공조보다 자국이기주의에 빠져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EU정상회담에서 결정된 유로존 해법은 세계경제를 안정국면으로 접어들게 했다. 그리스 국채에 대해 은행 등 민간투자자가 자발적으로 50%를 상각하고 유럽 70개 은행에 2012년 6월까지 1065억 유로의 자본을 확충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책은 그리스 재정의 근본해결이 전제되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불씨가 되살아나곤 하는 것이다. 민간투자자가 그리스 국채 상각에 나서지 않을 때 처벌 조항이 없고, 은행 자본확충 역시 내년에 예상되는 경기침체를 가정하지 않아 채권이 추가로 부실화되는 경우에 대한 안전망이 없다. 중국의 국채 매입이 절실하지만 중국의 세력이 커지는 것에 대해 미국의 반대가 거세다. 세계 경제를 부양하는데 기본 조건인 유럽과 미국의 양적완화정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 금리인하의 장애물은 3%대의 고물가다. 1~2일(현지시간)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3차 양적완화정책(QE3) 언급에 눈길이 쏠리고 있지만 벤 버냉키 의장은 고용문제를 통화정책으로만 풀수 없다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2.5%가 나오면서 잠시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4분기부터 경기둔화의 긴 터널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리스의 디폴트는 내부보다 외부가 더 걱정하고 있는 이상한 상태여서 유로존 정상화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역시 경기 부진이 계속 되는데 힘을 못 쓰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이 1~2%대 저성장하는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면서 “선진국 경제는 향후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국제적인 공조의 부재가 근본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회원국 간 갈등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의 불씨를 안고 있고, 일본은 엔고 현상을 완화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가계부채와 고물가로 경기부양 능력이 약한 가운데 세계적으로 설비투자가 줄어들고 성장이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꺽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그리스 총리가 디폴트나 유로존 탈퇴보다 정치적 이슈로 국민투표를 택한 것으로 보여 ‘질서 없는 디폴트’라는 최악의 경우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빚더미 그리스의 도박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위험한 승부수를 던졌다. 유럽연합(EU)이 제시한 2차 구제금융 조건을 충족하려면 강도 높은 재정긴축을 해야 하지만 전국을 휩쓰는 재정긴축 반대 파업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구제금융 수용 여부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날 집권 사회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우리는 국민들을 믿고 그들의 판단과 결정을 확신한다.”면서 “국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구제금융은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내년 1월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그리스에서 국민투표가 실시된 것은 군부 독재의 몰락 직후 왕정 폐지를 결정한 1974년 이후 37년 만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27일 유로존 정상들이 그리스 2차 구제금융 규모를 1000억 유로 규모로 늘리고 민간투자자들의 손실부담률을 50%까지 올리기로 합의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 나온 것이다.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EU 주요 지도자들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에선 파판드레우 총리가 “국가의 미래를 놓고 도박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29일 그리스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60%가 2차 구제금융에 반대한다고 밝혀 투표 결과도 낙관할 수 없다. 국민투표에서 부결로 나올 경우 그리스는 속절없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내각총사퇴와 조기퇴진에 따른 정치 혼란도 불가피하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유로존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의회에 요청한 4일 내각 신임 투표도 당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가 이끄는 사회당은 의회(총 300석)에서 153석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의원 한 명이 국민투표 제안에 반발해 탈당했다. 추가 탈당 보도도 나오고 있다. 사회당 소속 의원 6명이 공동성명을 통해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 총리가 퇴진하라고 요구한 것도 지도력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정반대 분석도 있다. 그리스 전국이 긴축반대 시위로 들끓는 상황에서 파판드레우 총리가 던진 정면돌파 승부수는 부결이 가져올 충격 때문에 오히려 승산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투표 가결 시 국민이 EU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하는 만큼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와 파업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결될 경우 책임은 국민과 분담하게 된다. 아울러 국민투표 회부 자체가 채권 절반을 포기하는 EU 방안에 아직 동의하지 않은 유럽 은행들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아테네경제산업대학 유럽정치경제학 전공 게오르게 파고울라토스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는 “부채를 삭감받은 채 유로존에 남을지, 모든 것을 잃을 것이냐에 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테네 소재 ‘그리스를 위한 포럼’ 정치 분석 전문가인 타키스 미차스는 국민투표 카드가 “여러 정당들에 책임있는 자세를 취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준비안된 그리스 유로존 가입 실수” 사르코지 발언 논란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막판 합의를 통해 그리스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서 구한 가운데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은 실수”였다고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리스 “위기 원인 전가 발언”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 채널2 방송 인터뷰에서 “2001년 그리스는 잘못된 경제 수치를 갖고 유로존에 들어왔다.”면서 “준비가 안 된 상태의 그리스를 유로존 회원으로 받아들인 건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유로가 무너지면 유럽이 무너진다. 만약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후폭풍이 모든 나라를 휩쓸 것이기 때문에 재앙을 피할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한 뒤 “지금의 그리스 정부는 위기를 헤쳐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에 그리스 정부는 즉각 불쾌감을 나타냈다. 스타브로스 람브리디니스 그리스 외무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에 있지만 위기를 야기한 원인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어느 한 나라를 희생양으로 삼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野 등 구제금융안에 회의적 구제금융 지원 결정에 대한 그리스 내부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전날 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국채 손실률 50% 확대와 1000억 유로의 2차 구제금융에 합의하자 “그리스가 디폴트 덫에서 벗어났다.”며 반겼다. 그러나 야당 정치인과 시민들은 앞으로 수년 동안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침체를 견뎌야 한다는 점을 들어 심드렁한 분위기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재정위기 해결책을 앞장서서 이끌어낸 독일에 대한 반발도 표출되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 완장을 찬 모습의 포스터가 그리스 거리에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현지 신문 만평에는 독일 관리들이 나치 복장을 하고, 긴축정책에 동의한 그리스 정부 관리들도 나치식 인사를 하는 모습이 풍자적으로 그려졌다. 신문은 “독일 정부의 간섭이 65년 전 히틀러 치하 독일에 의해 유린됐던 그리스의 과거를 사람들의 마음에 되살려 적개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그리스 빚 1000억 유로 탕감 합의

    유럽연합(EU) 정상들이 10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 끝에 그리스 부채 문제 등 핵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유로존 구제 합의 소식에 27일 미국, 유럽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와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장 마감 직전 전날 종가보다 각각 4.9%, 5.4% 급등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전날 종가보다 2% 이상 상승 출발했다. EU 정상들이 27일(현지시간)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1조 유로(약 1560조원)로 늘리고 그리스 국채에 대한 민간 채권단의 손실 상각(헤어컷) 비율을 50%로 높이기로 합의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날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것에서 보듯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특히 국가부도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그리스 증시는 5%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EFSF 확대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선 헤어컷 규모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부채위기에 대한 확고하고 야심찬 대응”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유럽 은행들을 비롯한 민간채권자들이 그리스 채권의 헤어컷을 50%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리스가 갚아야 할 부채를 1000억 유로 삭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그리스에 1000억 유로 규모의 추가 지원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밝혔다. BBC방송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부채는 지금 추세라면 2020년에는 GDP 대비 180%까지 치솟겠지만 이번 지원책을 통해 120% 수준으로 낮출 수 있게 된다. 헤어컷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나면 민간 채권단의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유럽 은행들이 헤어컷 규모 확대 요구에 반발했던 것도 “재무상황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해법은 유럽 정상들이 합의한 EFSF 규모 확대에 있다. 유로존 구제금융기금인 EFSF 규모를 현행 4400억 유로에서 두 배가 넘는 1조 유로 수준으로 확대함으로써 늘어난 민간은행 부담을 EFSF가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리스로부터 받아야 할 채무 중 절반을 깎아준 뒤 은행들의 손실이 커져 부실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들의 자본 확충 방안도 추진된다. 이번 회담에서 정상들은 내년 6월 말까지 은행들이 의무 자기자본비율(Tier 1) 9%를 충족하도록 했다. 이는 바젤Ⅲ 협약에서 합의된 새 국제은행규정보다 2% 포인트가 높고 충족 시한도 7년이나 빠른 것이다. 유럽은행감독청(EBA) 추산에 따르면 이 규정으로 인해 70개 은행이 1060억유로를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이제 관심은 포괄적 합의안에 의해 ‘질서있는 디폴트’가 전개되면서 유럽 금융시장에 충격을 얼마나 미치느냐 여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위기의 남유럽 ‘문제는 정치다’] (4·끝)포르투갈

    [위기의 남유럽 ‘문제는 정치다’] (4·끝)포르투갈

    페드루 파소스 코엘류 포르투갈 총리는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현지시간) 리스본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그리스 문제에 대한 해법 모색이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르투갈은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지난 5월 EU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780만 유로(약 121조 6191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때문에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여부는 포르투갈에게도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코엘류 총리는 수차례에 걸쳐 “만약 그리스에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포르투갈도 2차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해 왔다. 포르투갈이 유로존 국가 중 세 번째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게 된 데는 지난 6월 조기총선 이전까지 6년간 집권했던 중도좌파 사회당의 방만한 재정운영과 안이한 대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리고 지난 3월 긴축재정안 의결을 둘러싼 중도우파 야당 사회민주당과의 정치적 대립은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핵폭탄 역할을 했다. 포르투갈은 2000년 유로화 채택 이후 경쟁력 약화와 성장 약세, 저축률 감소에 허덕여 왔다. 최근 10년간 경제성장률은 유로존 평균을 뒤쫓는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공공부채율은 국내총생산(GDP)대비 90%를 넘었고 실업률은 10%를 웃돌았다.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사회당 정부는 공공 부문 임금과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세금을 인상하는 등 긴축조치를 잇따라 단행했다. 그러나 신용평가기관들의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외부의 압력은 더욱 커져갔다. 그럼에도 당시 집권당의 호세 소크라테스 총리는 “정부가 예산을 강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구제금융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해 과감한 구조개혁 단행을 주저했다. 지난 3월 정부의 새 재정긴축안이 의회에서 부결된 책임을 지고 소크라테스 총리가 자진 사퇴하면서 발생한 정치공백으로 포르투갈 상황은 악화됐다. 소크라테스 총리는 “자력으로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를 야당이 거부했다.”고 비난했고, 야당은 “정부의 긴축안은 경기침체 위험만 키울 수 있다.”고 반박하며 발목을 잡았다. 포르투갈은 결국 지난 5월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6월 조기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이 승리해 코엘류 당수가 총리에 올랐다. 대통령제가 가미된 내각책임제인 포르투갈은 아니발 카바쿠 실바 대통령은 중도우파, 소크라테스 총리는 중도좌파인 불안한 동거 정부 형태로 운영돼 오다 조기 총선을 계기로 중도우파가 대통령과 총리를 모두 차지, 정책의 일관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는 마련했다. 6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우파 정부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사회당 정부보다 더 강력한 재정긴축안을 요구받는 동시에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 13일 재정긴축 조치를 담은 2012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달 말 의회 투표를 거칠 예산안은 공무원 급여와 월 1000유로 이상 소득자에 대한 연금지급액 삭감, 민간 부문 근로자 근무시간 확대, 보건·교육예산 감축 등을 담고 있다. 코엘류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9%에 달했던 재정적자비율을 EU와 IMF가 제시한 구제금융의 조건대로 2013년까지 3%로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외화유동성 4300억弗로 늘어… “금융위기 방어에 충분한 수준”

    외화유동성 4300억弗로 늘어… “금융위기 방어에 충분한 수준”

    26일 한·중 간 통화스와프(맞교환) 확대로 우리나라 외화유동성은 외환 보유액(9월 말 현재) 3034억 달러, 한·일 통화스와프 700억 달러, 한·중 통화스와프 566억 달러(3600억 위안) 등 총 43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외환시장에서는 그동안 4000억 달러 정도의 외화유동성을 ‘충분한 규모’라고 평가해 왔다는 점에서 외환시장의 안전판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원·위안스와프 3600억위안으로 한국은행은 이날 중국 인민은행과 원·위안 통화스와프를 1800억 위안(38조원)에서 3600억 위안(64조원)으로 확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2014년 10월 25일까지 3년간 유효하다. 지난 2009년 4월 20일 체결된 기존 원·위안 통화스와프는 이날로 종결됐다. 통화스와프는 외환 보유액이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맞는 외환 위기 상황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300억 달러)는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에 주효했다. “외환 보유액 3000억 달러 수준은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방어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나 시장의 급변동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 현대경제연구원은 4300억 달러의 외화유동성에 대해 충분한 규모라고 평가한다. 주원 연구위원은 “4300억 달러 정도면 충분한 수준”이라며 “급박한 상황이 생길 때를 가정해 안전망을 확보하는 차원인데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을수록 좋은 것이 통화스와프”라고 말했다. ●준비통화로의 전환도 검토 특히 한·중 중앙은행은 이날 교환 통화의 준비 통화로의 전환 가능성 및 그 규모에 대해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 19일 체결된 한·일 통화스와프와 같이 교환되는 통화에 달러를 포함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우리나라가 700억 달러 상당의 원화를 제공하면 일본이 300억 달러에 상당하는 엔화와 400억 달러를 교환한다는 점에서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우리가 수입할 때 위안화, 중국에서 수입할 때 원화로 결제하는 지역 내 통화 결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간 교역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방식에서 지역통화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양국 통화, 특히 위안화의 국제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번 통화스와프 규모도 지난 3년간 늘어난 양국 교역 규모를 반영해서 결정됐다. ●한·미 스와프 재개될 수도 다음 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2월 종료됐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지금은 위기가 누적되고 있어 지역부터 기초를 튼튼히 하고 세계적 위기에 대비해 글로벌 안전망을 구축할 것”이라며 “한·미(통화스와프)는 상대방이 있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과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나라는 캐나다, 영국, 일본, 스위스, 유럽연합 등 5개 중앙은행뿐이다. 전경하·오달란기자 lark3@seoul.co.kr [용어 클릭] ●통화스와프 미래의 어떤 시점에 미리 정한 환율로 두 나라의 통화를 교환하기로 한 약속이다. A국이 외화유동성 위기를 맞을 때 A국 통화를 B국에 맡기고 외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외화를 빌려 쓰면 이자를 부담한다. 그러나 개인의 마이너스 대출(신용대출)처럼 쓰지 않으면 비용(이자)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외환 보유액과 달리 유지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 [위기의 남유럽 ‘문제는 정치다’] (1) 이탈리아

    [위기의 남유럽 ‘문제는 정치다’] (1) 이탈리아

    남유럽발 재정 위기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격랑을 뚫고 경제를 회생시킬 ‘선장’이 보이지 않는다. 부채불이행(디폴트) 위기에까지 몰린 그리스와 유로존 제2의 부채 위험국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에 휘청거리는 스페인 등. 상황은 악화되는데 국민을 설득하고 정파 간 이해관계를 조율할 정치 지도자는 사라졌다. ‘유럽 위기의 본질은 정치 리더십 부재’라는 지적처럼 정치 위기는 남유럽 재정 위기의 원인인 동시에 해결책이다. 다음 달 스페인 총선을 시작으로 ‘정치의 계절’이 열린다. 재정 위기를 초래한 정치 세력의 교체가 예상된다. 4회에 걸쳐 남유럽 4개국(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정치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짚어본다. ‘파시즘 공포가 낳은 정치 풍운아(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이탈리아 경제의 발목을 잡다.’ [위기의 남유럽 ‘문제는 정치다’] (1) 이탈리아 : 파시즘 공포 낳은 ‘비리’ 총리, 경제대국 조롱거리로 (2) 그리스 : 3대가문 정권 돌려갖기가 경제파탄 불렀다 (3) 스페인 : 위기 부인·선심정책… ‘毒된 포퓰리즘’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이 모인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정상회의장. 그리스의 디폴트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지만 헤르만 반롬푀이 EU 의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정작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한목소리로 “재정적자를 줄일 구조개혁방안을 시행하라.”고 압박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시험에 한 번도 낙방한 적이 없다.”며 문제 해결을 자신했지만 유럽 정상들은 “후진적 정치가 이탈리아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며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달 이탈리아의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하며 “이탈리아 정부가 위기 타개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이면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에 달하는 정부부채 탓에 그리스와 함께 디폴트 위험국으로 지목된 이탈리아. 내년 200억 유로(약 31조 5000억원)의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내놓았지만 국제사회의 믿음을 사지 못한다. 정치 불안이 해결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정치 위기는 일차적으로 ‘베를루스코니 리스크’ 탓이 크다. 거대 기업인 출신으로 1994년 처음 당선된 그는 섹스 스캔들과 마피아 연루설, 조세포탈 등으로 법정을 들락거렸지만 세 차례 연임하며 2차 대전 이후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2008년 이후에만 신임투표 성격의 53차례 표결에서 모두 살아남은 ‘불사조’다. 베를루스코니의 생존술 뒤에는 세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우선 미디어를 장악했다. ‘카날레 5’ 등 3대 민영방송은 물론 공영방송인 라이를 소유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민의 80%가 TV를 통해서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한다는 통계로 미뤄봤을 때 방송 장악은 노 정객의 강력한 무기다. 둘째, ‘문제아’ 총리를 견제할 대안세력이 없다. 중도 좌파는 2008년 로마노 프로디 총리가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에 패한 뒤 전열조차 정비하지 못했다. 좌파 진영은 1990년대 이후 두 차례 집권했지만 국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유일한 대항마는 집권당에서 탈당한 잔프랑코 피니 하원의장 정도다. 자신을 ‘축구와 여성을 좋아하는 평범한 남성’으로 포장하거나 불리한 여론을 순식간에 역전시키는 쇼맨십도 불사조처럼 살아남은 이유로 꼽힌다. 그렇다고 베를루스코니 총리만 물러나면 정치 위기가 끝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체주의의 악몽이 만든 다당제와 연정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이탈리아 정치 위기는 끝없이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이탈리아는 2차 대전 이후 파시즘의 유산을 청산하며 일당독재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선거 제도를 만들었다. 정당들이 난립했고 연립 내각을 통해 정권을 구성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됐다. 1992년 새 선거법이 도입됐지만 합종연횡해야 집권이 가능한 정치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 다당제로 독재는 막았지만 정권 운영의 효율성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시홍 한국외국어대(이탈리아어과) 교수는 “총리는 연합한 다른 당을 달래기 위해 장관직도 나눠 주고 정책 수행 때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선필 한국외대·현대경제연구원 EU센터 부소장은 “표와 복지를 맞바꾸는 이탈리아인들의 고질적 선거 행태와 정치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정치 위기는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삐걱대는 中 경제] 지방정부 디폴트 위기

    중국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정부의 독자적인 채권 발행을 허용했다. 엄청난 부채 때문에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내몰린 지방정부들에게는 ‘단비’ 같은 조치다. 일각에서는 “지방정부 채무가 얼마나 위험하길래….”라는 반응도 나온다. 정책이 180도 바뀐 것이 위기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21일 상하이시, 저장성, 광둥성, 선전시 등 4곳의 지방정부에 대해 3~5년 만기의 지방채 발행을 허용했다. 4곳부터 시범실시하지만 부채 규모가 큰 지방정부로 확대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4곳의 채권발행 규모는 200억~300억 위안으로 비교적 작다. 발행규모, 사용처, 상환계획 등은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 중국은 지방정부의 채무 급증을 우려해 1994년부터 지방채 발행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돈줄이 막히자 지방정부들은 ‘우회’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경제성장률 실적이 자신의 정치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 투자를 일으킬 필요가 있었다. 경쟁적으로 지방 공기업 성격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지방정부 보증하에 은행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렇게 누적된 지방정부 부채가 지난해말 기준으로 10조 7000억 위안(약 1931조원)에 이른다. 올부터 시작해 내년에 만기도래하는 부채가 40%로 추정된다. 17년 만의 지방채 발행 허용으로 지방정부들은 일단 3~5년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중앙정부의 집중적인 감시 때문에 토지 불하를 통한 재정충당은 더이상 어렵다. 일각에서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단 임시변통은 했지만 채권만기 도래후 추가적인 채권발행을 할 수밖에 없어 서구의 지방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빚더미에 앉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Weekend inside] 지구촌 경제고통지수 금융위기 수준 넘어

    [Weekend inside] 지구촌 경제고통지수 금융위기 수준 넘어

    지난달 17일 시작한 월가 시위가 한달을 넘어서고 22일 우리나라에선 2차 여의도 시위가 예정된 가운데 지구촌 경제고통지수가 금융위기 수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고통지수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것으로, 체감 경제 지표로 사용된다. 2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금융위기와 비교해 올해 경제고통지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우려가 짙은 그리스였고, 우리나라는 18위로 다소 양호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별로 볼 때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시의 경제고통지수가 다른 시·도보다 크게 증가했다. 인구밀집 지역의 경제고통지수 증가율이 큰 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우선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고통지수는 점차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발 위기에 따라 물가 급등과 고용 악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1일 OECD에 따르면 27개 회원국의 평균 경제고통지수는 2011년 1~8월에 월평균 11.5로 금융위기였던 2008년(10.2)보다 높았다. 디폴트 위기인 스페인이 24.2로 1위였고, 그리스(19.5), 슬로바키아(17), 아일랜드(16.9), 포르투갈(16) 순이었다. 2008년과 비교해 올해 들어 경제고통지수 증가폭이 큰 곳은 남유럽 국가들 및 미국·영국 등 최근 경제위기의 진원지들이었다. 그리스가 64.8% 증가해 1위였고, 여타 피그스(PIIGS) 국가인 아일랜드(62.5%), 스페인(56.6%), 포르투갈(44.4%) 등이 5위 안에 들었다. 영국(31%)과 미국(25.2%)은 6위와 7위였다. 우리나라는 올해 1~8월 평균 경제고통지수가 8.1로 22위였다. 2008년에 비해 올해 경제고통지수 증가율은 3.3%로 18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제고통지수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양호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올해 1~9월 평균 경제고통지수가 8.8로 2008년(8.1)에 비해 8.5% 증가해 16개 시·도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국가 증가율(3.3%)의 2배가 넘는다. 서울 인구가 1031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의 20%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업률과 물가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지역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셈이다. 경제고통지수의 국가 증가율(3.3%)을 넘는 곳은 서울시를 비롯해 대전시(6.0%), 경상북도(4.4%), 대구시(3.6%), 부산시(3.6%) 등으로 이들 5곳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경기도, 경남도, 충남도, 충북도, 울산시, 제주도, 광주시 등 7곳은 경제고통지수가 감소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국내의 경우 물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실업률이 하락하면서 내년에는 경기고통지수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은 지난 4월 4.5%에서 9월 3.0%로 하락했고,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 5.3%를, 지난달에는 4.3%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경제고통지수가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세계경제 불안이 지속될 경우 성장 둔화와 고용 부진, 환율 상승에 따른 고물가로 경기고통지수가 고공행진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이나 유럽의 경기둔화는 전세계 산업의 고용창출능력을 약화시킨다. 실제 2008년 6.1%였던 OECD 27개국의 평균 실업률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8%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깊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우려도 각국의 보호무역을 부추겨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물가 상승 우려는 더욱 크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세나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이 여전하다. 세계의 생산기지인 중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임금 상향 역시 각국의 수입 제품 가격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가치가 오를 경우 환율상승에 의한 수입물가 급등도 우려된다. 정부 관계자는 “실업률과 물가를 위한 정책이 지속되겠지만 민간분야 역시 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할 시점”이라면서 “월가 시위로 금융 분야의 고민이 우선 시작됐지만 공생을 위한 움직임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그래픽 길종만기자 kjman@seoul.co.kr
  • 코스피 1800선 위협…전날比 50P 하락… 환율 13원↑

    그리스 디폴트와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코스피 지수가 20일 장 후반에 급락하면서 1800선으로 밀렸다. 원·달러 환율은 1140원대로 급등했다. 코스피는 이날 강보합으로 출발했으나 하락세로 반전된 뒤 오후 들어 낙폭을 키워 전날보다 50.83포인트 하락한 1805.09를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10원 오른 114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은 증시에서 1000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해 원화와 주가 약세를 부추겼다. 오는 23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럽 재정 위기 해결책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확산됐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수치로 본 금융공포 두 달

    수치로 본 금융공포 두 달

    악몽 같은 두달이었다. 지난 8월 8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작해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대형은행 도미노 부도 우려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잿빛 구름’이 덮인 지 2개월이 지났다. 9일 ‘금융 공포’가 본격화된 지난 8월 8일부터 지난 7일까지 주요 금융지표의 추이를 살펴봤더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변동성은 작았지만 ‘비상시국’이라고 할 만큼 시장상황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8월 8일 1869.45에서 지난 7일 1759.77로 41거래일 동안 5.9%(-109.68포인트) 하락했다. 전날 대비 50포인트 넘게 등락한 날이 각각 8일(하락)과 5일(상승)로 나타났다. 변동폭으로 보면 41일 동안 모두 918.35포인트가 빠졌다가 734.37포인트 올랐다. 하루 앞을 예측하기 힘든 ‘롤러코스터’ 장세였던 셈이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069.40원에서 1178.50원으로 10.2%(109.1원) 상승했다. 41거래일 중 19일 동안 오르고 21일 간 내렸는데, 오를 때는 큰 폭으로 뛰었다가 내릴 때는 ‘베이비 스텝’(소폭)의 모습을 보였다. 10원 이상 오른 날이 7일이었던 반면 10원 이상 내린 날은 이틀에 그쳤다. 지난달 23일에는 하루 만에 30.30원 올라 가장 큰 등락폭을 나타냈다. 외국인 자금은 지난 두달간 모두 7조 1070억원이 빠져나갔다. 주식시장에서 7조 2385원이 이탈했고, 채권시장에서는 1315억원이 유입됐다. 8월에는 주식시장에서 5조 9245억원이 순매도됐고, 채권시장에선 1340억원이 순매수됐다. 지난달에는 주식시장에서 1조 3140억원이 빠져나가 유출세가 다소 진정됐으나, 채권시장에서는 25억원 순매도로 돌아서는 모습이었다. 외환보유액은 7월 말 3110억 달러에서 8월 말 3122억 달러, 지난달 말 3034억 달러로 두달 새 76억 달러(2.5%)가 빠져나갔다. 지금의 금융지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양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다음 날인 2008년 9월 16일부터 같은 해 11월 14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387.75에서 1088.26으로 21.6%(299.49포인트) 하락했고, 환율은 1069.40원에서 1192.40원으로 11.5%(123원) 급등했다. 당시 외환보유고는 9월 말 2397억 달러에서 11월 말 2005억 달러로 두달 새 392억 달러가 소진됐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국내 기업 회사채 부도 위험 지수 만든다

     공기업과 금융사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부도 위험을 지수화한 원화표시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지표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만들어질 예정이다. 앞으로 국내 금융회사와 공기업, 민간기업의 회사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위험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금융투자협회는 10일 CDS 지수개발 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부 테스트를 하고 있으며, 전산 시스템 구축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원화표시 CDS 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DS는 은행과 증권사 등 투자자가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의 채무불이행 사태나 부도에 대비해 제3의 기관에 미리 산정한 위험도에 맞춰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만든 장외 신용파생상품이다.  현재 국내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은 ‘마킷’(Markit) 등 일부 외국계 금융정보 서비스 업체가 외화 표시 회사채에 대해서만 CDS 지수를 측정하고 있다. 측정 대상 기업 역시 삼성전자 등 10여곳에 불과하다.  금투협이 현재 지수 산출을 준비하는 채권의 발행 기업은 국민·우리·하나·산업은행과 롯데캐피탈, 삼성카드, 신한카드, 현대캐피탈, 신세계, 엘지디스플레이, 지에스칼텍스,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현대차, KT, LG전자,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20곳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원화표시 CDS 지표는 국내기업의 전반적인 신용도 변화를 파악하는 벤치마크 역할을 하고 원화 대출채권과 회사채 신용위험 헤지를 가능하게 해 회사채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ECB “장기대출·자산담보부증권 매입 재개”

    유럽중앙은행(ECB)이 줄도산 위기에 놓인 유로존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금융통화정책 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기준금리는 3개월 연속 1.50%로 묶어두기로 했다. 트리셰 총재는 “경제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집행위원회가 이달부터 시작하는 12개월 만기 대출과 오는 12월 시작하는 13개월 만기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개의 장기 대출 프로그램은 고정금리로 제공된다. ECB는 이와 함께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 오는 11월부터 400억 유로(약 63조 39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증권(커버드본드) 매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는 “이런 유동성 공급은 시장 내 유동성에 제약이 없다고 확신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며 적어도 내년 7월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31일 8년 임기를 끝내는 트리셰 총재는 마지막으로 주관한 이날 회의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차입(레버리지) 기능을 추가하는 안에 대해서는 “적합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반기 유럽 경제 전망을 통해 “유로존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는 등 시장 경색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과 7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 포인트 인상해 온 ECB는 이날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묶었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지난 8월 2.5%에서 9월 3.0%로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은행권에 대한 자본 확충 조치와 함께 유럽연합(EU)은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전제로 역내 은행에 대한 3차 ‘스트레스 테스트’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져 결과가 주목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FT는 유럽은행청(EBA)이 그리스가 대규모 디폴트를 맞게 될 경우 이 나라 채권을 대거 보유한 은행들의 손실이 어느 정도이며 충격을 버틸 수 있을 것인지를 심도 있게 점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3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유럽 은행에 필요한 자본 확충 규모는 최대 200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IMF는 모든 유럽 은행을 대상으로 한 자본 강화가 시급하다면서 필요 규모가 1000억~2000억 유로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전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탈리아의 양대 은행을 비롯해 4개 은행과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해 위기감을 더했다.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이 세 단계나 강등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무디스는 이탈리아의 1, 2위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와 인테사 산파올로의 장기 채권 신용등급을 Aa3에서 A2로 두 단계 내렸다. 두 은행 모두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돼 추가 강등 가능성도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Dr. 코퍼의 경고

    Dr. 코퍼의 경고

    글로벌 경제의 나침반 역할을 해 왔던 금이나 원유 등 기존의 선행지표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구리가격’의 변동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원유나 금보다 지정학적,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데다가 자동차, 건설, 해운 등 제조업 전반에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실물경제의 선행지표로 안성맞춤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구리는 금융 시장에서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구리 시세는 세계경제가 요동치기 시작한 지난 7월부터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이 세계 경기 침체를 경고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6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4일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6805달러로 2010년 7월 20일(6641달러) 이후 14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1일의 9445달러와 비교하면 2개월여 만에 28%가 하락했다. 구리에 대한 수요는 전세계 주요국의 실물경제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 실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이 사들인 구리는 전체 구매량의 38%다. 2, 3위을 기록한 미국과 독일의 구매량을 합친 것(17%)보다 2배 이상이나 많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으로 사들이면서 값이 변동하는 금이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원유에 비해 구리가 실물경제를 제대로 반영하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구리 가격 하락이 시작된 지난 7월부터 세계경제가 침체 기미를 보인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금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미국·유럽이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들 지역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별로 없었다. 서지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간 중국이 전략적으로 구리를 비축하면서 가격이 올랐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제불안에 중국이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7월부터 구리 가격이 하락한 것”이라면서 “구리 가격은 세계성장동력인 중국의 성장둔화를 반영하면서 7월에 이미 세계적 경기 둔화를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구리 가격의 하락세가 지난 9월 하순부터 더욱 가팔라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가 심해지고, ‘해결사’ 역할을 했던 중국마저 어려움에 처하면서 아시아 국가들까지 경기 침체에 전이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재정부는 6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가능성, 미국 경제 전망 악화, 중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미 미국 경기순환연구소(ECRI)는 미국경제가 새로운 불황에 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철희 동양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행, 중국개발은행, 중국 수출입 은행들의 CDS 프리미엄도 크게 오른 데다가 지방정부의 부실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8~11%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위안화는 늘 가치가 상승해 선물 환율이 현물 환율보다 낮았지만 최근 들어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등 중국 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글로벌 금융위기 길게 보고 개입해야 한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의 3대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이 3단계나 하향조정됐다.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된 재정적자 목표치 달성 포기를 선언한 데 이어 이탈리아도 장기자금 조달 리스크가 현저히 높아진 것으로 진단됐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비롯, 이탈리아 최대 채권국인 프랑스마저 위태로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미 의회 합동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경제가 ‘비틀거리기 직전’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미국경제의 ‘더블 딥’(이중 침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글로벌 증시가 말해주듯 세계 경제가 끝 모를 터널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환경 급변에 대비해 국민경제대책회의를 비상경제대책회의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위기관리대책회의로 전환하는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또다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어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나친 불안감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 해소를 역설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 경제가 수출지향형 소규모 개방경제라고 하지만 최근의 증시와 환율 동향을 보면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다. 경쟁국에 비해 전체적인 하락 폭은 크지 않음에도 하루 변동 폭은 2배가 넘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외환보유고라든가 단기 외채 비중이 월등히 건전한 상태임에도 경제주체들이 지레 겁 먹고 불안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면 정부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 동시에 적정 수준의 외환시장 개입은 불가피하더라도 장기적인 전략에 입각해 접근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아까운 외환보유고만 낭비하고 투기세력의 배만 불려주는 실책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따라서 외환보유고를 풀기에 앞서 수출기업이 보유한 달러를 적극 방출토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특히 위기국면 때마다 최대 피해자가 저임금 근로자 등 취약계층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 CDS 회의론 대두

    4일(현지시간) 유로존 은행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도를 보여주는 아이트랙스(iTraxx) 신용부도스와프(CDS)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지역 은행들이 그만큼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도 되지만 동시에 이러한 CDS 수치가 채권, 주식 등 다른 금융시장의 하락을 유발하고 있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아이트랙스 CDS지수는 지난 8월 1일 이후 257bp(1bp=0.01% 포인트) 올라 이날 566bp를 기록했다. 은행별로는 유럽 재정 위기 이후 구제금융을 받는 첫 유로존 은행인 덱시아의 5년 만기 CDS프리미엄이 같은 기간 11.4% 상승, 가장 많이 올랐고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 7.1%, BNP파리바 8.5%,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 7.0%, 영국 바클레이즈는 7.0% 뛰었다. ●“수치 오르면 부도 위험성 높아져” CDS는 간단히 말해 보유한 국채, 은행채 등 채권이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에 대비해 들어두는 보험(파생상품)이다. 위험도가 높으면 그만큼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점에서 CDS프리미엄이 올라가면 부도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유로존 은행들의 CDS프리미엄을 지수화한 아이트랙스 CDS지수는 현재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수치만큼 현재 경제상황이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보다 더 어렵냐는 데는 이견이 많다. ●“위기경고 기능 절대적 아니다” CDS 지표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CDS가 변동성이 심하고 빨리 움직이면서 변화가 느린 주식과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 더 독’(Wag the Dog)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해 자국 채권 시장 위기 탓을 CDS에 돌린 바 있다. 유럽의회가 실제로 채권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 CDS만 사고 파는 투기성 거래를 금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CDS프리미엄은 위기를 경고해주는 지표로 어느 정도 기능을 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라고 말한다. 예컨대 이날 우리나라의 CDS프리미엄이 229bp로 말레이시아(212bp)보다 높았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부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팀장은 “CDS프리미엄이 높아진다는 것은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도 되지만 채권이 많이 유통되고, 그만큼 보험(CDS)에 대한 수요가 많아 가격이 올라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유로존, 구제금융 지급 11월 연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대한 지원사격을 재천명하면서 3일 패닉에 빠졌던 시장이 안정을 찾을지 주목된다. 3~4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 경제·재무장관 각료이사회(ECOFIN)에서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유로존 누구도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으며,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면서 그리스 수호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올해와 내년 재정적자 목표 이행에 대한 심사를 당초 기준대로 따로 평가하지 않고 통합해 평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지난 2일 그리스가 올해와 내년 재정적자 목표치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나온 결정이다. 그리스가 이달 중순까지 구제금융 6차분(80억 유로)을 수혈받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진다는 우려 때문에,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재정적자 평가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대신 유로존 고위급 관료들은 그리스에 구제금융 6회분을 지급하기에 앞서 수일 내 그리스에 2013년, 2014년도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새 양보안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융커 의장은 “새 조치가 이뤄지면 구제금융 지급이 11월까지 연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는 취소되고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6차분 지급 여부는 11월 중순으로 미뤄졌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그는 또 지난 7월 21일 유로존 정상들이 합의한 그리스 2차 구제금융(1090억 유로)도 다시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민간채권자들은 그리스 국채에 대해 21%의 손실을 부담하기로 했으나 새로 논의될 안은 민간채권자들의 손실 비율을 더 높이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와 내년 그리스의 재정 적자는 더 늘어나고 경제 성장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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