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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칭화유니그룹, 또 디폴트… 반도체 굴기 치명상

    中 칭화유니그룹, 또 디폴트… 반도체 굴기 치명상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꼽혀온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Tsinghua Unigroup)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면서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특히 이번엔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달러표시 채권인 만큼 연쇄 디폴트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홍콩거래소에 10일 만기가 돌아온 4억 5000만 달러(약 4900억원)에 금리 연 6%인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한다고 지난 9일 밤 늦게 공시했다. 칭화유니가 해외에서 발행된 달러 표시 회사채 상환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이 회사채는 10일 거래가 중단됐고, 칭화유니가 발행해 홍콩증시에서 거래 중인 다른 회사채들도 연쇄 디폴트 우려에 가격이 90% 이상 곤두박질쳤다. 칭화유니그룹은 이에 따라 향후 추가로 만기가 도래할 20억 달러 규모의 별도 회사채들도 디폴트 위험이 있다고 공지했다. 오는 2021년 6월이 만기인 10억 500만 달러 규모의 회사채, 2023년 만기 7억 5000만 달러, 2028년 만기 2억 달러 등 3건이 상장돼 있다. 2021년 만기 회사채(금리 연 4.75%)는 9일 달러당 28.3센트에서 10일 장 개장 직후 1.6센트로 급락했다. 청화유니그룹은 10일에도 회사 자금 사정으로 50억 위안(약 8347억원) 규모의 위안화표시 회사채 ‘18칭화유니04’의 1년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다고 공고했다.칭화유니그룹은 앞서 지난달 16일이 만기였던 13억 위안 규모의 위안화표시 회사채를 갚지 못하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연쇄 채무불이행 사태로 11월 초까지만 해도 최고 수준인 AAA를 유지하던 칭화유니 회사채 등급은 AA, BBB를 거쳐 급기야 투자 부적격(투기) 등급인 B까지 떨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회사의 최근 디폴트는 반도체 산업 자립을 위한 중국의 노력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나온 명문 칭화대가 51% 지분을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전문 설계·제조사다. 자회사 창장춘추(長江存儲·YMTC)를 통해 64단 3D 낸드 기반의 256기가바이트급 낸드 플래시 등 일부 제품을 양산 중이지만 아직 투자 규모 대비 실적은 미진한 편이어서 자금 사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과거 칭화유니는 수조원대 자금을 투입해 충칭(重慶) 양장(兩江)신구에 D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2021년부터는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연속으로 디폴트를 내면서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앤드루 챈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서 국유기업이라 해도 봐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 칭화유니가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칭화유니그룹은 반도체 설비를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지난 3년간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순손실은 33억 8000만 위안으로 지난해 상반기(32억 위안)보다 더 커졌다. 칭화유니의 지난 9월 말 기준 부채는 528억 위안이며 이중 60%가 1년 미만 단기 채무다. 반면 현금은 40억위안 보유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 갚아야 할 채무도 51억 위안과 10억 500만 달러에 이른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신용등급 거품 꺼지는 中국유기업들

    신용등급 거품 꺼지는 中국유기업들

    중국에서 최우량 신용평가를 받은 국유기업들이 잇따라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져 논란이 되고 있다. ‘신용등급 부풀리기’로 거액의 채권을 저렴하게 조달해 기업을 운영하는 중국 자본시장의 현주소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중국정부망에 따르면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류허 국무원 부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어 채권시장의 발전과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최근 (우량기업의) 채무불이행이 증가했다. 이는 다양한 요소가 결합해서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질서를 수호하고자 사기 발행 등 위법 행위를 엄단하고 채무 이행 회피 행위를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에서는 지방 정부가 보유한 대형 기업들이 연쇄 부도를 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0일 허난성 소재 석탄기업 융청메이뎬(융메이)은 만기가 도래한 10억 위안(약 1700억원)어치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융메이는 허난성 최대 국유기업인 허난에너지화공그룹의 핵심 자회사로, 중국 신용평가사가 매긴 신용등급은 ‘AAA’였다. 이 회사는 디폴트가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도 10억 위안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17일에도 반도체 회사 칭화유니그룹이 13억 위안 규모의 회사채를 막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칭화유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졸업한 칭와대가 투자한 국유기업으로 신용등급이 ‘AAA’였다. 20일에는 랴오닝성 선양시 법원이 유동성 위기를 겪던 화천그룹의 파산 신청을 받아들여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했다. 화천그룹은 독일 BMW의 중국 사업 합작사로 랴오닝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불과 한 달 전 중국 신용평가사가 이 회사에 내놓은 등급 역시 ‘AAA’였다. 이 때문에 중국 자본시장의 기본 인프라인 신용등급 책정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국영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에서 잇따라 디폴트가 나타났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채권 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면서 “지방 정부의 보증과 중국 신용평가 기관들의 신뢰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디폴트 위기에 내몰리는 중국 국유기업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디폴트 위기에 내몰리는 중국 국유기업

    중국 경제의 버팀목인 국유기업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리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그동안 자금지원과 상환 유예 등을 통해 막아주고 있던 국유기업의 회사채 디폴트에 대해 더 이상 책임지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최악의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꼽히는 칭화유니그룹(Tsinghua Unigroup·紫光集團)이 대규모 회사채 만기 연장에 실패해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칭화유니는 지난 16일에 만기가 돌아온 13억 위안(약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칭화유니 측은 회사채의 만기 연장을 채권단에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칭화유니는 앞서 13일 상하이은행이 주관한 채권단과의 회의에서 원금 1억 위안을 먼저 갚고 나머지는 6개월 뒤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회의 직전 채권단의 86%(채권액 기준)가 계획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보내왔지만, 최대 채권자인 중국국제캐피탈과 화타이(華泰)증권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만기를 연장해준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란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국 신용평가사 청신(誠信)국제는 칭화유니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끌어내리고 하향 검토 감시 대상에도 올렸다. 청화유니그룹은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의 기술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가 설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다. 그 전신은 칭화대과학기술개발공사다. 1988년 칭화대가 과학기술 성과를 상용화하기 위해 설립한 첫 산학연계 종합 기업이다. 1993년 칭화유니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칭화유니는 자오웨이궈(趙偉國) 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약제, 음료 등을 생산하는 평범한 국유기업이었다. 자오 회장이 지금의 칭화유니를 만든 장본인인 셈이다. 그는 칭화유니가 보험과 펀드 투자로 벌어들인 돈을 활용해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었다. 중국이 경제 대국에서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반드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칭화유니는 2013년 중국 양대 모바일 반도체 회사인 잔신(展訊)통신을 17억 8000만 달러(약 2조원)에, 루이디커웨이뎬쯔(銳迪科微電子)를 9억 1000만 달러에 각각 사들여 중국 최대 반도체 메이커로 부상했다. 이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2015년 10월 낸드플래시 강자로 꼽히던 미국의 샌디스크를 손에 넣기 위해 190억 달러를 들여 우회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고, 같은 달엔 대만 반도체 패키지 기업 파워텍 지분 25%를 6억 달러에 매입해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응용프로세서(AP) 시장에서 퀄컴에 이어 세계 2위 회사인 대만 미디어텍도 인수했다. 이런 공격적인 M&A는 다른 경쟁국의 ‘역린’을 건드렸다. 2015년 7월 미국 최대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에 230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했지만 미국이 국가안보 침해를 우려한 탓에 무산됐다. 미 하드디스크업체 웨스턴디지털 지분 15%를 38억 달러에 인수하려던 계획도 미 당국의 규제로 실패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칭화유니는 산하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 창장추춘커지(長江存儲科技·YMTC), 통신 칩 전문업체 쯔광잔루이(紫光展銳), 반도체 설계업체 쯔광궈웨이(紫光國微), 쯔광쉐다(紫光學大) 등을 거느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칭화유니를 반도체 자립의 선봉장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반도체 설계전문 자회사 하이쓰(海思·Hisilicon)가 미국의 제재를 받자 연구 인력 대부분을 쯔광잔루이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칭화유니는 당초 자회사인 창장춘추를 통해 낸드플래시 메모리만 생산했지만, 중국 정부의 권유로 D램까지 사업 분야를 넓혔다.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은 칭화유니는 지난해 9월 창장춘추가 중국 남서부에 있는 충칭(重慶)시와 함께 메모리 분야에 “향후 10년간 8000억 위안을 들여 D램 공장을 짓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칭화유니에 앞서 반도체 D램을 양산하려 했던 푸젠진화(福建晉華·JHICC)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사업 계획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칭화유니가 어려움에 직면한 이유는 ‘든든한 정부의 후원’을 믿고 재무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과잉투자를 한 탓이다. 차이신에 따르면 칭화유니의 9월 말 기준 부채는 528억 위안이며 이 가운데 60%가 1년 미만 단기 채무다. 반면 현금은 40억 위안 밖에 안 된다. 올 연말에 13억 위안과 4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채무 만기가 돌아오고 내년 6월 말 만기인 채무도 51억 위안과 1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칭화유니의 수익성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 위축 속에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상태인 데다 채무 규모가 1567억 위안이나 돼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에 따라 충칭에 D램 공장을 착공해 2022년까지 양산하겠다는 칭화유니의 로드맵도 상당기간 달성하기가 어렵게 됐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CIB리서치는 “칭화유니의 채무는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 차원이 아니라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창출하는 이익에 비해 이자 부담이 너무 커 정상적 기업활동을 하기 어려운 수준인 만큼 전략적 투자자의 대규모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WSJ는 쯔광그룹의 2023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가격이 최근 25센트 선을 오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는 원금 조차 온전히 되돌려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전했다.칭화유니 외에도 대형 국유기업들의 회사채가 잇따라 디폴트에 빠지면서 산하 기업들과 지방 금융권까지 연쇄도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국유기업 주식과 채권을 투매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랴오닝(遼寧)성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화천(華晨)자동차는 16일 1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화천자동차는 랴오닝성 정부가 80% 지분을 가진 국유 자동차 회사로 BMW의 중국 내 합작파트너사기도 하다. 지난해말 기준 이 회사의 직원은 4만 7000여 명이며 자산은 1900억 위안에 이른다. 1958년 설립된 이후 1992년 중국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록을 갖고 있지만 극도의 실적 부진에 따라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독자 브랜드인 화천중화(華晨中華)는 올들어 한달에 겨우 500대를 팔 정도로 실적이 나쁘다. 허난(河南)성 보유 기업인 융청(永城)석탄전자그룹도 지난 10일 10억 위안의 단기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 융청그룹은 연말까지 120억 위안 규모의 채무가 만기가 돌아온다. 모기업이자 허난성 최대 기업인 허난(河南)에너지화학그룹은 올해 말까지 229억 위안 규모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회사 부도 여파로 허난에너지그룹의 신용도는 A에서 BB로 강등됐다. 이 때문에 경기 부양책으로 간신히 부도상황을 넘겨왔던 중국 내 좀비(한계) 국유기업들의 디폴트는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시장 정보업체 완더(萬得)정보기술(Wind)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중국의 회사채 디폴트 규모는 110건, 금액으로는 1263억 위안에 이른다. 연말까지 지난해 기록한 1494억 위안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정부가 그동안 지역 정부의 재정과 직결돼 있는 국유기업들의 경우에는 채무상환을 유예하거나 대규모 금융지원으로 부도를 면하게 해줬지만, 앞으로는 통화 완화 강도를 낮추는 출구 전략을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미중 갈등, 자본전쟁 확대 땐 달러화 가치 흔들”

    “미중 갈등, 자본전쟁 확대 땐 달러화 가치 흔들”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이자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인 레이 달리오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가 ‘자본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리오 CEO는 26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의 ‘선데이 모닝 퓨처스’에 출연해 “현재 무역전쟁과 기술전쟁, 지정학적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데 자본전쟁도 일어날 수 있다”며 “미국이 법으로 중국 투자를 금지하거나 더 나아가 중국이 보유한 채권에 대해 상환을 보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자본전쟁은 미 기업·펀드의 중국 투자 금지 혹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등에 대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이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라는 것이다. 그럴 경우 “투자자들은 정부가 지시하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아 달러화 가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며 “오히려 ‘제 발등을 찍는’ 일이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미 지난 5월 연기금의 중국 주식투자에 제동을 건 상태다. 이어 달리오 CEO는 “미국은 이미 가장 큰 적이 자신인 상황이어서 달러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가장 걱정하는 것은 우리 돈(달러)의 건전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재정적자 상태를 지속하며 채권을 발행하거나 돈을 찍어 내는 일을 계속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생산적이기 위해, 우리가 쓰는 것보다 더 많이 벌기 위해, 달러 안전성을 구축하기 위해, 대차대조표의 균형을 가져오기 위해 함께 노력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쇠퇴할 것”이라며 “이미 우리는 쇠퇴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달리오 CEO는 앞서 지난 16일 링크트인에 올린 글에서 미중 간 경제적 긴장이 군사적 갈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전쟁 사례를 검토한 결과 엄청난 갈등이 나타나는 시기에는 혼란을 잠재우고 질서를 세우려는 더 독재적인 리더십이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미중 간 긴장이 실제 전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남성들의 통계’에 지워진 세계의 절반… ‘보이지 않는 여자들’

    ‘남성들의 통계’에 지워진 세계의 절반… ‘보이지 않는 여자들’

    2015년 한 조사에 따르면 인도 뭄바이 빈민가에 사는 여성의 12.5%는 밤에 실외에서 용변을 본다. 집에서 공중화장실까지 평균 거리 58m를 걸어가는 게 안전하지 않아서다. 2016년 연구에선 야외에서 용변을 보는 인도 여자가 성폭행 당할 확률이 자기 집 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자의 2배에 달했다. 급기야 뭄바이 고등법원은 간선도로 곳곳에 깨끗한 여성화장실을 만들라는 명령을 지자체에 내렸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화장실 건설을 취소했고, 그 만큼의 ‘예산 절감’ 효과도 거뒀다. 그런데 미 예일대 연구에 따르면 이는 ‘허위 절감’이었다. 이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성폭행당할 위험과 위생 시설의 수, 여자가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 사이의 상관관계를 측정하는 수학모형을 남아프카공화국의 카옐릿샤 시에 적용해 봤다. 매년 635건의 성폭행이 발생해 4000만 달러(약 47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던 이 도시에 1200만 달러(약 140억원)을 들여 화장실 수를 1만 1300개로 늘리면 성폭행이 약 3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감소한 사회적 비용이 화장실 설치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아 500만 달러의 ‘차익’이 날 것으로 예상됐다. 더 큰 건 부수적인 이익이다. 여자들이 실외 용변으로 골반염 등 수많은 감염과 질병에 걸릴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이 질병 중 일부는 해마다 인도에서 수백만명의 여자와 아이들의 목숨을 빼앗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공중화장실 폐쇄는 50년 이상 지속되고 있고, 영국에선 50% 정도가 폐쇄되거나 술집으로 바뀌었다. 왜 이런 정책적 오류들이 생기게 됐을까. 새책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진화에 의해 동종을 상대로 갖게된 폭력성이 포유류 평균의 6배(2016년 디 인디펜던트 지)에 이른다는 인간, 특히 전 세계 살인자의 96%를 차지하는 남자(2013년 UN 통계)들이 정책 결정의 중심에 있는 동안 여성은 철저히 배제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남성을 위해, 남성에 의해 설계된 이 세계가 어떻게 여성을 배제하고 있는지 ‘증명’한 책이다. 이상과 당위를 앞세우는 여느 페미니즘 책에 비해 매우 통계적이고 현실적이다. 남자를 인간의 디폴트값(사용자의 개입없이 자동 할당되는 값)으로 여기는 사고방식 때문에 발생한 젠더 데이터 공백은 여자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 인도 뭄바이의 화장실 사례는 책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책은 아주 꼼꼼하고, 치밀하고, 광범위하면서도 까탈스럽다. 대체 이런 걸 어디서 어떻게 구했을까 궁금해지는 방대한 자료와 사례를 바탕으로 노동, 의료, 정치 등 16가지 영역에 걸쳐 여성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낸다. 무엇보다 책 맨 앞에 적어둔 저자의 말이 귀에 쏙 들어온다. “끈질긴 여자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더럽게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남아주길.” 변화의 길은 여전히 멀고, 또 여전히 난관 투성이인 거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네 이야기 같은 내 이야기, 여자 아닌 진짜 ‘나’ 찾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네 이야기 같은 내 이야기, 여자 아닌 진짜 ‘나’ 찾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공감하며 호응했다. 2018년 5월 개설한 페미니즘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을 운영하는 강민지·서솔씨 얘기다. 대학 동기인 두 사람은 처음엔 구독자들에게 ‘유튜버를 당했다’고 말할 만큼 얼떨결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원대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평소 서로 공감하고 있었던 여성 혐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무작정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덕분에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었다. 그래도 목숨 걸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진 않았다. 부담 가지면 끝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현재 17만여명이 구독하는 ‘하말넘많’은 ‘여성과 페미니즘’이라는 큰 주제를 경제, 여행, 게임, 리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낸 콘텐츠를 제공한다. ‘페미니즘 채널’이라고 하면 여전히 편견과 고정관념이 따라붙지만 ‘하말넘많’의 구독자는 채널을 개설한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구독자가 늘고 두 사람의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두 사람을 향한 적대적인 시선과 비방도 늘어났다. 악성 댓글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이지만 정신적인 에너지가 소진되는 순간은 더러 찾아왔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잠시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갑자기 쉬게 돼 아직은 얼떨떨하다는 두 사람과 ‘하말넘많’의 지난 2년을 돌아봤다.-슬로건이 ‘여성을 위한 미디어를 만듭니다’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서솔 ‘여성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콘텐츠’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사실 슬로건을 딱 들었을 때 문법적으로는 안 맞는 말이죠. ‘여성을 위한 콘텐츠’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은데 ‘미디어를 만든다’는 어색한 표현을 굳이 쓴 이유는 ‘여성을 위한 새로운 풍토를 만들고 싶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강민지 그리고 나중에 저희의 방향성을 생각했을 때 지금과 같은 일만 계속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거든요.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그걸 영상 콘텐츠만으로 국한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나중에 활동할 때까지 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 슬로건을 만들었죠. -구독자가 17만명인데 처음보다 책임감도 부쩍 커졌을 것 같아요. 서솔 구독자가 5만명이 될 때까지는 1만명씩 늘 때마다 잠을 못 잤어요. 지금은 ‘언제 더 크냐’ 싶어요(웃음). 페미니즘이라는 주제가 어쩔 수 없이 타깃층이 한정돼 있잖아요. 사람들이 ‘이 채널 구독자가 17만명이네. 진짜 많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이 채널은 클 만큼 다 컸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아서요. 강민지 17만명이라는 숫자만큼의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왜 아직까지 이만큼밖에 못 컸지’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 숫자 안에 가능성과 한계가 같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한계를 벗어 보려고 예능도 해 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쉽지만은 않죠. 두 사람은 실시간으로 주목받는 여성 이슈를 단순히 언급하는 콘텐츠는 지양한다. 어떤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는 뉴스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사람은 그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구조와 원인을 찾는 데 집중한다. 두 사람이 ‘하말넘많’의 뿌리라고 여기는 핵심 콘텐츠인 ‘영상으로 읽는 페미니즘’이 그 결과물이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 여성의 삶을 위협하는 재난, 여성의 건강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 토론하듯이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마냥 심각한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듯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두루 기획한다.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가 정한 여성성과 꾸밈 노동에 속박된 여행을 하지 말자’는 주제 의식을 담은 두 사람의 여행기 ‘디폴트립’(‘디폴트’(default)와 ‘트립’(trip)의 합성어)부터 두 사람의 캠핑기를 담은 ‘텐트하우스’, 여성 서사 작품을 여성의 시각으로 읽는 ‘보스들의 수다방’, 전문가와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당신의 가계부’ 등이다.-콘텐츠를 기획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강민지 ‘텐트하우스’ 같은 캠핑 콘텐츠처럼 기존에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취미를 여성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취미로 전복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편이에요. 서솔 남성들이 주로 생산하는 걸 빼앗아 오고 싶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어서 그런 소재를 많이 채택하죠. 예를 들면 노트북이나 드론, 카메라 같은 기기에 대한 리뷰는 사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많이 나와요. 그럼에도 굳이 그런 리뷰 영상을 제작하는 건 ‘(남성으로부터) 빼앗아 오고 싶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에요. -수많은 영상 콘텐츠 중에 두 분이 ‘하말넘많’의 대표 콘텐츠라고 자부하거나 혹은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면요. 서솔 저는 그 모두에 해당하는 게 ‘디폴트립’인 것 같아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저희가 만든 ‘디폴트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현재 페미니즘 문화 안에서 통용되는 단어들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채 사용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예를 들면 ‘탈코르셋’부터 시작해서 ‘정혈’, ‘포궁’ 같은 단어들요. 그런 가운데 누가 만들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단어가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게 되더라고요. 아쉬운 건 저희가 유튜브 채널을 만든 지 6~7개월쯤 됐을 때 그 영상을 올렸는데 유튜브 시장에서 통용되는 문법들을 숙지하지 못한 채 너무 빨리 내보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두 사람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행사를 열어 각 지역 여성들과 소통하며 접점을 넓혀 가고 있다. ‘여자들만 있는 공간에 여자들을 불러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해 보자’는 생각에 광주, 대전, 대구, 부산, 제주 등지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페미니즘 관련 행사를 접할 기회가 적은 지역 여성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서다. -토크 콘서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강민지 ‘불편한 용기’ 시위만 해도 지역 여성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서울에 왔잖아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왜 지방 여성들은 수고를 더 해야 할까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지방으로 가자’는 생각을 했죠. 100명, 200명을 서울로 부르는 것보다 저희 두 사람이 움직이는 게 낫잖아요. 제가 지방 출신이라서 지방에서 여성으로 사는 게 어떤 건지 더 체감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토크 콘서트에서 많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나요. 강민지 토크 콘서트에 오신 분들에게 종종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곤 하는데 데이터 과학자, 선생님, 농부, 묘목을 만들어서 파시는 분까지 다양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토크 콘서트 끝날 때 앞으로 지역 내에서 만날 기회가 많을 테니 꼭 뒤풀이에 참석하시라고 해요. 지역 안에서 얼마나 고립감을 느끼면 저희 콘서트까지 찾아오셨겠어요. 그런 마음을 아니까 낯가리는 성격이어도 오늘만 그냥 한번 따라가 보시라고 권하죠. 저희 토크 콘서트에서 만난 분들끼리 소모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신기하죠. 저희로 인해 지역 내 여성 커뮤니티가 생기는 거잖아요. ‘이거 진짜 그만두지 말고 계속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토크 콘서트 현장에서 관객들이 손편지도 많이 주세요. 어떤 분은 자신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 했던 시기에 저희 채널을 우연히 접한 후 자신을 옥죄는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어요. 저희한테 살려 줘서 고맙다고 하셨는데 사실 그런 이야기는 의사 정도는 돼야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거든요.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더 많은 여성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두 사람은 지난 2년여간 일주일에 2~3편의 영상을 꾸준하게 올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연휴 때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우게 될 때는 영상을 미리 촬영해서 편집을 마쳐 놓을 만큼 성실하게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변함없는 태도로 꼬박꼬박 영상을 올리다 보니 ‘페미니즘은 잘 모르는데 영상이 재밌어서 본다’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달렸다. 그러나 채널의 규모가 커질수록 원치 않게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두 사람은 지난 2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만큼 지금이야말로 잠시 멈춰 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2년 만에 휴식기를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서솔 저희가 두 부류에서 욕을 먹었어요. 우선 저희 채널을 두고 소위 ‘여자 패는(욕하는) 채널’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 놓고 막상 저희 채널에 들어와 보면 ‘여성 아이돌 소비를 그만하자’고 하거나 여성들의 거식증이나 다이어트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콘텐츠의 주어가 다 ‘여자’라는 거죠. ‘왜 남자를 욕하지 않고 여성을 타깃으로 해서 이야기를 하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또 오래전부터 각 커뮤니티에서 저희를 싫어하는 집단이 생겼는데 저희가 어떤 영상을 올리면 저희를 욕하는 댓글이 몇백 개씩 달리곤 했어요. 어떤 분들은 저희를 완전무결한 페미니스트 그 자체로 인식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 부분도 사실 굉장한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였어요. 강민지 저희가 그동안 일주일에 2~3개의 영상을 꾸준히 올려 왔는데 많은 분이 저희가 하는 활동을 혹시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말을 하시는 분도 계셨거든요. ‘하말넘많은 그만둘 리 없으니까’라는 말요. 다른 채널과 저희 채널을 대할 때 온도 차가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약간 서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는데 이런 감정이 들기 시작하면 저희에게도 또 구독자들에게도 좋을 리 없잖아요. 앓는 소리를 계속하는 건 저희가 지향하는 바도 아니고요. 그래서 그럼 차라리 우리가 쉬자는 생각이 들었죠. -힘든 순간이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두 분이 꿈꾸는 미래도 궁금해요. 강민지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단한 동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하는 거라고 말씀드려요. 저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저희는 ‘일단 하자’는 주의예요. 그게 저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하말넘많’의 정체성을 놓지 않고 끝까지 하고 싶어요. 서솔 저는 ‘하말넘많’을 그만뒀을 때 일어날 일을 (최근 들어) 상상해 본 적이 있어요. 물론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고요. 하고 싶은 게 아직 너무 많아요. 현재 저희 채널 구독자 수가 17만명인데 국내 랭킹으로 따지면 3800등 정도예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채널이라고 해도 무방하죠. 페미니즘을 모르는 사람이 저희 채널을 봐도 ‘이 채널 큰 채널이다’라고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채널 규모가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사설] 국가신용등급 줄하향, 부채 관리 소홀해선 안 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신용 위기에 노출된 국가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지난 한 달에만 무려 76개국(중복 포함)의 신용등급을 낮추거나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재정 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 등은 이른바 디폴트(채무 불이행) 등급으로 추락했고 이탈리아와 멕시코, 콜롬비아 등은 투기 직전 등급으로 떨어졌다. 피치는 “올해 디폴트 선언 국가가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전 세계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기존 신용등급과 전망을 모두 유지하고 있지만 안심할 순 없다.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가면 국채금리가 치솟는 등 신용경색 위험이 부각되고 이는 다시 신용등급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경제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 있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키로 하면서 재정건전성 유지를 조건으로 제시한 점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5% 정도로 전망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0% 수준보다는 훨씬 낮다. 문제는 빚의 증가 속도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는 주요 43개국 중 6위, 가계와 기업 부문은 이보다 높은 4위였다.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올해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가계와 기업이 빚을 감당하지 못하면 금융 부실을 초래하고, 이를 해결하려면 국가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 위기 국면에서 확장적인 재정 정책이 불가피하나 국가부채는 물론 민간 부문 부채를 관리하는 데도 소홀해선 안 된다. 미국 등 기축통화국과 달리 국내 경제주체들의 과도한 빚은 국가 전체를 신용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해외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 금융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 76개국 신용전망 하향 도미노… 코로나發 디폴트 공포 덮치나

    76개국 신용전망 하향 도미노… 코로나發 디폴트 공포 덮치나

    국제 3대 신용평가사가 지난달에만 76개국(중복 포함)에 대해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국가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국가가 도미노처럼 나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1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평사가 지난달 신용등급이나 전망을 떨어뜨린 국가는 총 76개국으로 집계됐다. 피치가 36개국으로 가장 많았고, S&P와 무디스도 각각 27개국, 13개국에 대해 낮췄다. 강봉주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월간 단위로 봤을 때 3대 신평사가 이처럼 무더기로 국가 신용등급이나 전망을 떨어뜨린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국가 신용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16개국은 2개 이상 복수 신평사로부터 국가 신용이 하락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S&P로부터 CCC등급에서 SD등급으로, 무디스로부터 CC등급에서 C등급으로 각각 강등됐다. S&P의 SD등급과 무디스의 C등급은 디폴트 등급이다. 피치도 지난달 한때 아르헨티나를 RD(제한적 디폴트) 등급으로 낮추기도 했다. 에콰도르도 S&P와 피치로부터 디폴트 등급을 받았고, 무디스로부터는 Caa3(극심한 투기) 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에콰도르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B3(무디스)와 B-(S&P, 피치) 등급이었지만 코로나19에 저유가 충격까지 겹치면서 급격하게 추락했다. 강 연구원은 “당분간 소규모 취약국을 중심으로 디폴트 선언이 잇따를 것으로 3대 신평사는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도도 떨어지고 있어 파장이 우려된다. 이탈리아는 피치로부터 BBB등급이었던 신용등급이 BBB-로 하향 조정됐다. BBB- 등급은 투기등급(BB급 이하)보다 불과 한 단계 위다. 포르투갈은 S&P로부터 신용등급(BBB)을 유지했지만 전망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떨어졌다.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신용 경색으로 이어져 다시 신용도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등 일부 남유럽 국가의 신용등급이 투자등급 하한에 가까워져 향후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3대 신평사 모두로부터 기존 신용등급과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세계 경제가 내년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디폴트나 신용등급 강등 국가가 늘어나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내수를 강화하고 펀더멘털을 끌어올려 세계 경제 회복이 더딜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76개국 신용등급·전망 하향 도미노…코로나발 디폴트 시대 덮치나

    76개국 신용등급·전망 하향 도미노…코로나발 디폴트 시대 덮치나

    국제 3대 신용평가사가 지난달에만 76개국(중복 포함)에 대해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국가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국가가 도미노처럼 나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1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평사가 지난달 신용등급이나 전망을 떨어뜨린 국가는 총 76개국으로 집계됐다. 피치가 36개국으로 가장 많았고, S&P와 무디스도 각각 27개국, 13개국에 대해 낮췄다. 강봉주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월간 단위로 봤을 때 3대 신평사가 이처럼 무더기로 국가 신용등급이나 전망을 떨어뜨린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국가 신용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16개국은 2개 이상 복수 신평사로부터 국가 신용이 하락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S&P로부터 CCC등급에서 SD등급으로, 무디스로부터 CC등급에서 C등급으로 각각 강등됐다. S&P의 SD등급과 무디스의 C등급은 디폴트 등급이다. 피치도 지난달 한때 아르헨티나를 RD(제한적 디폴트) 등급으로 낮추기도 했다. 에콰도르도 S&P와 피치로부터 디폴트 등급을 받았고, 무디스로부터는 Caa3(극심한 투기) 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에콰도르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B3(무디스)와 B-(S&P, 피치) 등급이었지만 코로나19에 저유가 충격까지 겹치면서 급격하게 추락했다. 강 연구원은 “당분간 소규모 취약국을 중심으로 디폴트 선언이 잇따를 것으로 3대 신평사는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도도 떨어지고 있어 파장이 우려된다. 이탈리아는 피치로부터 BBB 등급이었던 신용등급이 BBB-로 하향 조정됐다. BBB- 등급은 투기등급(BB급 이하)보다 불과 한 단계 위다. 포르투갈은 S&P로부터 신용등급(BBB)을 유지했지만 전망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떨어졌다.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신용 경색으로 이어져 다시 신용도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등 일부 남유럽 국가의 신용등급이 투자등급 하한에 가까워져 향후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3대 신평사 모두로부터 기존 신용등급과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세계 경제가 내년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디폴트나 신용등급 강등 국가가 늘어나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내수를 강화하고 펀더멘털을 끌어올려 세계경제 회복이 더딜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中 ‘유니콘’ 매출 조작에 연쇄 몰락… 투자금으로 덩치만 키웠다

    中 ‘유니콘’ 매출 조작에 연쇄 몰락… 투자금으로 덩치만 키웠다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거침없이 질주하던 루이싱(瑞幸)커피(Luckin coffee)의 주식거래가 결국 중단됐다. 미국 뉴욕 나스닥 증시에 상장된 루이싱은 지난 7일 오전 9시 15분부터 주식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루이싱커피가 앞서 2일 류젠(劉健)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임직원들이 지난해 2~4분기 매출을 22억 위안(약 3800억원) 부풀린 것으로 내부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주가는 83%나 곤두박질쳤다. 이후 루정야오(陸正耀) 루이싱커피 회장이 5억 1800만 달러(약 6312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디폴트(채무불이행)하자 주요 채권자인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담보 주식을 동결하고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루이싱커피의 몰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스타벅스 등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리하게 출혈 경쟁을 펼친 탓이다. 루이싱커피는 할인권을 남발하고 소액의 비용을 추가 부담하면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이른바 제 살을 깎아 먹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루이싱커피의 아메리카노(24위안)를 한 잔 주문하면서 전날 받아 놓은 82% 할인권을 적용하면 단돈 4위안에 커피 한 잔을 살 수 있는 방식이다. 여기에다 배송비(6위안)를 추가하더라도 10위안밖에 안 든다. 이에 따라 실제로 2018년 루이싱커피는 9000만 잔의 커피를 팔고 16억 1900만 위안의 손실을 기록해 커피 한 잔당 평균 18위안의 손해를 봤다. 커피 원가조차 나오지 않는 금액을 받으면서 배달 인력을 고용해 사업을 확장했으니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교육기관 ‘하오웨이라이’도 매출 부풀리기 미국 월가에서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글로벌 스타트업(신생 기업)들을 향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는 바람에 이들 기업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글로벌 스타트업들은 14억명이 포진한 광활한 내수 시장을 무기로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모아 몸집을 불려 직원 수천명을 고용한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수익모델이 여전히 취약해 재무 상태가 위태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 초·중등 온·오프 전문교육기관인 하오웨이라이(好未來·TAL Education Group)는 7일 정기적인 내부 회계감사에서 한 직원이 계약을 위조해 매출을 부풀린 사실을 발견했다며 해당 직원은 현재 경찰에 구속됐다고 밝혔다. 다만 허위로 기재된 매출의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논란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2010년 뉴욕 증시에 입성한 하오웨이라이는 앞서 2018년 미국 상장사 비리고발 조사업체인 머디워터스가 71쪽에 이르는 익명의 보고서를 입수해 하오웨이라이가 2016회계연도 보고서부터 매출 조작을 해왔다고 지적하자 하오웨이라이 측은 잘못된 정보로 근거가 부족한 추측일 뿐이라고 반박해 사건을 무마한 까닭이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도 회계부정 시비에 휘말렸다. 머디워터스는 나스닥에 상장된 아이치이의 이용자 수와 매출, 인수 대가 등이 허위로 기재됐다며 2018년 아이치이가 기업공개(IPO)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실적 등을 부풀려 왔다고 주장했다. 머디워터스는 특별위원회의 1차 조사 결과 아이치이가 뻥튀기한 2019년 매출액이 80억~130억 위안에 이르며 이용자 수도 42~60% 허위로 부풀려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계 조작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1563명의 아이치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1.9%의 이용자가 아이치이 협력 파트너인 징둥(京東) 공동 회원제를 이용하고 있는데, 아이치이는 이를 통합해 통계에 포함시켰다고 머디워터스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아이치이와 징둥의 매월 회원비가 10위안이면 각각 5위안으로 나눠야 하는데 아이치이는 회계 보고서에 10위안으로 계산해 매출을 조작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아이치이 측은 성명을 통해 “보고서가 많은 오류와 잘못된 결론을 담고 있다”며 자사 재무 회계가 ‘최고 기준의 거버넌스와 내부 통제’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이치이는 지난 2월 낸 어닝 리포트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7% 늘어난 75억 위안이며 가입자 1억 690만명 가운데 98.9%가 유료라고 밝힌 바 있다. ●‘건수이쉐’ 순익 10배 뻥튀기 ‘의혹’ 중국 3위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多多)와 전기차 스타트업 웨이라이(蔚來·NIO), 온라인 교육업체 건수이쉐도 ‘넥스트 루이싱’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루이싱커피처럼 수년째 투자금을 소모하면서 기업 덩치를 키웠으나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는 공통적인 이력이 있다. 핀둬둬는 2015년 설립된 이후 3년 만인 2018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양분한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모이면 할인’이라는 슬로건으로 나타난 핀둬둬는 처음부터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가 아닌 중국 3·4선 중소 도시를 공략했다. 친구와 함께 ‘공동구매’를 할수록 가격을 할인해 주는 정책으로 이용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덕에 시가총액이 한때 2위 업체인 징둥닷컴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핀둬둬의 적자 규모는 85억 4000만 위안에 이른다. 할인을 유지하기 위해 100억 위안의 보조금을 남발했고 주 고객층이 중저가 소비자들에 집중돼 수익성 자체가 낮은 탓이다. 같은 기간 핀둬둬의 매출은 301억 4000만 위안으로 징둥닷컴의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전기차 업계의 ‘스타’인 웨이라이는 2014년 설립 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적자 규모의 확대폭도 크다. 2016년엔 25억 7300만 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손실 규모가 112억 위안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웨이라이가) 자체 기술 개발의 속도도 느리고 테슬라 모델3와의 경쟁에서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온다. 건수이쉐는 2019년 재무보고서상의 순이익을 10배로 불리고 학생수도 허위 조작했다는 것이다.●중국 스타트업 급성장의 이면 검증해야 사정이 이렇다 보니 향후 중국 기업들의 해외 IPO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는 4~5년간 지속된 스타트업 투자 과열 분위기를 과거 ‘닷컴 버블’에 비교하며 ‘넥스트 루이싱’ 기업들을 솎아 내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니샤 고팔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스펙터클한 붐이 일었다가 꺼진 중국 공유 자전거 회사 오포’를 루이싱커피와 함께 언급했다. 투자자들이 급성장의 이면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루이싱커피 회계 부정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중국 금융당국은 3일 “루이싱커피의 사기 혐의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싱가포르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중국 정부는 금융 사기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했지만 처벌 강도가 무시해도 좋을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중남미 3위’ 아르헨 “외채이자 못 갚겠다”…또 ‘디폴트’ 위기

    ‘중남미 3위’ 아르헨 “외채이자 못 갚겠다”…또 ‘디폴트’ 위기

    5억 달러 규모 이자 지급 못해자산운용사들, 채무조정 거부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중남미 3위 경제대국인 아르헨티나가 또 한 번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게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경제부는 22일(현지시간) 5억 달러(약 6160억원) 규모의 해외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경제부는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경로에 부합하는 채무 구조를 찾기 위해 향후 30일간 이자지급 유예기간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30일 내에도 아르헨티나 정부가 채권단과 채무 조정 관련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아르헨티나는 디폴트에 빠질 전망이다.아르헨티나는 2001년을 비롯해 이미 여러 차례 디폴트를 경험했다. 지난해도 1000억 달러 규모의 대외 부채로 채권단과 논의를 진행했고,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인플레이션은 고공행진하는 경제위기 상황에 놓였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경제 타격으로 해외 채권 이자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662억달러(약 80조 8000억원) 상당의 외채 재조정을 추진하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16일 3년 상환유예, 이자 62%와 원금 5.4%를 삭감하는 내용이 담긴 채무 재조정안을 내놨다. 이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총 415억달러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안이었다. 하지만 블랙록, 아문디, 피델리티 등 세계 주요 자산운용사들로 이뤄진 채권단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이를 거부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유망 스타트업들의 ‘민낯’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유망 스타트업들의 ‘민낯’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거침없이 질주하던 루이싱(瑞幸)커피(Luckin coffee)의 주식거래가 결국 중단됐다. 미국 뉴욕 나스닥 증시에 상장된 루이싱은 7일(현지시간) 오전 9시15분부터 주식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뉴스 대기’ 상태로 주식 거래가 언제까지 중단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루이싱커피가 앞서 2일 류젠(劉健) 최고운영책임자(COO)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지난해 2~4분기 매출을 22억 위안(약 3800억원) 부풀린 것으로 내부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주가는 83%나 곤두박질쳤다. 이에 주요 채권자인 골드만삭스는 루정야오(陸正耀) 루이싱커피 회장이 5억 1800만 달러(약 6312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디폴트(채무불이행)하면서 담보 주식을 동결하고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스타트업(신생기업) 관련 업계에서는 루이싱커피가 출혈을 감수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바람에 ‘몰락’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루이싱커피는 스타벅스 등 해외 유명 커피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할인권을 남발하고 소액의 비용을 추가 부담하면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이른바 제 살을 깎아먹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루이싱커피의 아메리카노(24위안)를 한 잔 주문하면서 전날 받아 놓은 82% 할인권을 적용하면 단돈 4위안에 커피 한 잔을 살 수 있는 방식이다. 여기에다 배송비(6위안)을 추가하더라도 10위안 밖에 안 든다. 이에 따라 실제로 2018년 루이싱커피는 9000만 잔 커피를 팔고 16억 1900만 위안의 손실을 기록해 커피 한 잔 당 평균 18위안 손해를 봤다. 커피 원가조차 나오지 않는 금액을 받으면서 배달 인력을 고용해서 사업을 확장시켰으니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스타트업들을 향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잇달아 터지는 통에 이들 기업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14억이라는 광활한 내수시장을 무기로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중국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유망주’로 사랑받으며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몸집을 불려 왔지만, 직원 수천명을 고용한 대기업으로 성장한 후에도 재무 상태는 여전히 위태로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국 초·중등 온·오프 전문교육기관인 하오웨이라이(好未來·TAL Education Group)는 7일 정기적인 내부 회계감사에서 한 직원이 계약을 위조해 매출을 부풀린 사실을 발견했다며 해당 직원은 현재 경찰에 구속됐다고 밝혔다. 다만 허위로 기재된 매출의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논란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2010년 미국 뉴욕 증시에 입성한 하오웨이라이는 앞서 2018년 미국 상장사 비리고발 조사업체인 머디 워터스가 71쪽에 이르는 익명의 보고서를 입수해 하오웨이라이가 2016회계연도 보고서부터 매출 조작을 해왔다고 지적하자, 하오웨이라이 측은 잘못된 정보로 근거가 부족한 추측일 뿐이라고 반박해 사건을 무마한 까닭이다. 하오웨이라이는 과외라는 전통산업에 인터넷을 결합, 교육 수요자의 접근성을 끌어올려 ‘대박’ 기업이 됐다.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과 맞물려 교육에 관심을 갖는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분이다. 자녀에게 보다 좋은 교육 환경을 경험시켜주고 싶은 부모의 교육열이 회사 성장세를 이끈 것이다. 중국 온라인 교육시장의 급성장세도 하오웨이라이의 성공을 거들었다. 2018년 중국 온라인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7.3% 증가한 1560억 위안을 기록했다. 2019년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배에 가까운 2600억 위안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iQIYI)도 회계부정 시비에 휘말렸다. 머디 워터스는 나스닥에 상장된 아이치이의 이용자 수와 매출, 인수 대가 등이 허위로 기재됐다며 2018년 아이치이가 기업공개(IPO)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실적 등을 부풀려왔다고 주장했다. 머디워터스는 특별위원회의 1차 조사 결과 아이치이가 뻥튀기한 2019년 매출액이 80억~130억 위안에 이르며 이용자 수도 42~60% 허위로 부풀려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계 조작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1563명의 아이치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1.9%의 이용자가 아이치이 협력 파트너인 징둥(京東) 공동 회원제를 이용하고 있다며 아이치이는 회계연도에 이를 통합해서 통계에 포함시켰다고 머디워터스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아이치이와 징둥의 매월 회원비가 10위안이면 각각 5위안으로 나눠야 하는데 아이치이는 회계연도 보고서에 10위안으로 계산해 매출을 조작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아이치이 측은 성명을 통해 “보고서가 많은 오류와 잘못된 결론을 담고 있다”며 자사 재무 회계가 ‘최고 기준의 거버넌스와 내부 통제’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이치이는 지난 2월 낸 어닝 리포트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7% 늘어난 75억 위안이며 가입자가 1억 690만 명 가운데 98.9%가 유료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3위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와 전기차 스타트업 웨이라이(蔚來·NIO), 온라인 교육업체 건수이쉐도 ‘넥스트 루이싱’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업체는 루이싱커피처럼 수년째 투자금을 소모하면서 기업 덩치를 키웠고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는 공통 이력이 있다. 핀둬둬는 2015년 설립된 이후 3년만인 2018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알리바바(阿里巴巴)와 징둥닷컴이 양분한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모이면 할인’이라는 슬로건으로 나타난 핀둬둬는 처음부터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가 아닌 중국 3·4선 중소 도시를 공략했다. 친구와 함께 ‘공동구매’를 할수록 가격을 할인해주는 정책으로 이용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덕분에 시가총액이 한때 2위 업체인 징둥닷컴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핀둬둬의 적자 규모는 85억 4000만 위안에 이른다. 할인을 유지하기 위해 100억 위안의 보조금을 남발했고 주 고객층이 중저가 소비자들에 집중돼 수익성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핀둬둬의 매출은 301억 4000만 위안으로 징둥닷컴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전기차 업계의 ‘스타’인 웨이라이는 2014년 설립 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적자 규모의 확대폭도 크다. 2016년엔 25억 7300만 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손실 규모가 112억 위안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웨이라이가) 자체 기술 개발의 속도도 느리고 테슬라 모델3와의 경쟁에서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긴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온다. 건수이쉐는 2019년 재무보고서 상의 순이익을 10배로 불리고 학생수도 허위 조작했다는 지적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향후 중국 기업들의 해외 IPO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는 4~5년간 지속된 스타트업 투자 과열 분위기를 과거 ‘닷컴 버블’에 비교하며 ‘넥스트 루이싱’ 기업들을 솎아 내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니샤 고팔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스펙타클한 붐이 일었다가 꺼진 중국 공유 자전거 회사 오포’를 루이싱커피와 함께 언급했다. 투자자들이 급성장의 이면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루이싱커피 회계 부정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중국 금융당국은 3일 “루이싱커피의 사기 혐의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싱가포르 언론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중국 정부는 금융 사기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했지만, 처벌 강도가 무시해도 좋을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 부정 회계 들통나자 “디폴트”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 부정 회계 들통나자 “디폴트”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루이싱커피가 대규모 부정 회계 사실이 들통나는 바람에 끝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루이싱커피는 6일(현지시간) 5억 1800만 달러(약 634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이 회사의 루정야오 회장과 첸즈야 최고경영자(CEO)가 루이싱 주식을 내놓았다. 이번 디폴트는 루이싱이 지난해 22억 위안(약 38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 주가가 폭락하고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은 후 나왔다. 루이싱은 앞서 지난해 2∼4분기 허위 거래에 따른 매출액 규모가 22억 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루이싱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액(29억 2900만 위안)에 맞먹는 규모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스닥에서 루이싱 주가는 장중 한때 85%나 폭락한 3.96달러까지 곤두박질치며 시가총액 66억 3000만 달러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루이싱은 B클래스 주식 5억 1536만주와 A클래스 주식 9545만주 등을 담보로 제공했다. 지난해 말 루이싱의 주가가 주당 39달러대를 기록한 만큼 당시 5억 1800만 달러 규모의 대출 담보가치는 30억 달러에 이른다. 2017년 창업한 루이싱커피의 성장세는 많은 중국의 대기업들의 몸집 불리기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안팎의 대형 투자에 힘입어 막대한 돈을 신규 매장과 마케팅에 쏟아붓고 공짜·할인 쿠폰을 살포했다. 고객과 매장수를 임계점 이상으로 늘려 놓으면 회사 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루이싱의 중국 내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4507곳에 이른다. 스타벅스(중국 매장 4000여곳)가 20년 걸려 달성한 매장 수를 불과 2년여 만에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5월에는 나스닥에 상장한 덕분에 시가총액도 60억 달러로 불렸다. 그러나 몸집을 키우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지며 ‘출혈’도 커지는 구조가 됐다. 실제 2018년 루이싱은 16억 1900만 위안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해 9000만잔의 커피를 판 만큼 커피 한 잔에 18위안의 손해가 났다는 얘기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너도나도 돈풀기에… 신흥국 커지는 ‘디폴트 경고음’

    너도나도 돈풀기에… 신흥국 커지는 ‘디폴트 경고음’

    재정건전성 고려 않고 코로나發 부양책 “1980년대 채무불이행 사태 재현될 수도” 한국은 양호… 기업 신용도는 하향 가능성각국이 ‘코로나발(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돈풀기에 나선 가운데, 재정건전성이 열악한 신흥국은 신용도가 잇따라 하락해 국가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 1980년대 중남미 채무불이행 위기나 1990년대 동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우리나라도 은행권과 기업 신용도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주요 신흥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 상환되지 못할 때를 대비한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로, 높을수록 부도(디폴트) 위험이 크다는 걸 뜻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1일 213bp(1bp=0.01% 포인트)에서 지난 2일 475bp로 한 달 새 2배 이상 상승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남아공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등급(Ba1)으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 기간 터키는 234bp(378bp→612bp)나 치솟았고 브라질(202bp)·멕시코(164bp)·콜롬비아(158bp)·인도(157bp)·인도네시아(144bp)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등 선진국처럼 재정 확대와 유동성 공급 등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했다. 남아공은 무제한 국채 매입에 나섰고 브라질은 280조원 규모의 양적완화 대책을 내놨다. 터키도 지난달 20조원의 부양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감안하지 않은 신흥국의 부양책은 오히려 채무 위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면 신용등급과 CDS 프리미엄 등 대외신용도가 악화되고 통화 가치가 하락한다. 이어 외국 자본이 이탈하고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면서 채무 부담이 가중돼 디폴트 위험이 커진다.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의 경우 대외 신용도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 중이다. CDS 프리미엄도 44bp(지난 2일 기준)로 영국, 일본(41bp) 등 선진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 무디스가 국내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고 주요 대기업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으로 올린 점이 걱정이다. 국제금융센터는 “국내 은행 신용등급이 실제로 강등될 경우 주가가 추가 하락하고 해외 자금조달 여건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풀리지 않는 뇌의 피로…푸르설티아민으로 관리해볼까

    풀리지 않는 뇌의 피로…푸르설티아민으로 관리해볼까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휴식을 취해도 효과는 잠시일 뿐, 다시금 찾아오는 피로감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만성피로의 원인 중 하나로는 지속되는 뇌의 피로를 지목할 수 있다. 워싱턴대 의대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 교수에 따르면, 뇌의 특정 부위는 휴식 상태나 잠을 잘 때도 활성화되어 있다. 24시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뇌의 특정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Default Mode Network)’라고 하는데, 컴퓨터를 리셋하면 초기 설정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도 이 DMN이 활성화되어 풀리지 않는 뇌의 피로를 초래한다. DMN이 뇌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60~80%를 차지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 ‘에너지 낭비꾼’, ‘뇌의 암흑 에너지’로 불리고 있다. DMN을 완벽 통제하지 못하는 이상 뇌 피로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고, 이러한 뇌의 피로는 몸 전체의 만성 피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한편 이 DMN 영역이 비활성화되면 자폐증, 우울증, 심할 경우 알츠하이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논문이 2016년 예일 생물학ㆍ의학저널(Yale Journal of Biology and Medicine)에 실린 바 있다. 즉, 알츠하이머를 예방함과 동시에 젊은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뇌의 피로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에너지를 사용하는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 뇌의 피로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적절한 비타민 복용이 있다. 특히 비타민 B군 중 비타민 B1은 당대사에 관여해 에너지 생산에 직접 관여하며, 다른 비타민의 대사에도 직ㆍ간접적으로 작용하는 중요한 비타민이다. 비타민B1은 음식으로 섭취해야만 하는 필수 비타민이자 뛰어난 피로회복 효과를 가져오는 성분이기도 하다. 비타민B1 중에서도 에너지 생성에 관여하는 활성형비타민B1인 ‘푸르설티아민(fursultiamine)’은 높은 생체이용률로 일반 비타민B1에 비해 4배가량 높은 체내 흡수율을 보인다. 일반적인 비타민B1이 수용성인 것과 달리, 푸르설티아민은 구조의 변형으로 체내에서도 지용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푸르설티아민은 뇌혈관 세포벽을 잘 통과해 회복 효과를 즉각적으로 느끼게 하고, 뇌세포막에 작용해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인 피로를 동시에 개선한다. 잦은 음주(알코올성 뇌질환)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성분이다. 12주간 푸르설티아민을 고함량(100mg/day) 복용한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서 인지기능 및 감정증상의 향상 효과가 나타난 연구 결과도 있다. 이외 식약처로부터 비타민B1 결핍증의 예방 및 치료 등에 사용할 수 있음을 허가받았고, 만성피로와 섬유근육통을 포함한 만성 통증 개선을 위해서도 섭취할 수 있다. 이러한 푸르설티아민을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피로회복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푸르설티아민을 함유한 것으로 잘 알려진 제품으로는 일동제약의 ‘아로나민 골드’가 있다. 해당 제품은 체내에서 적은 양으로도 높은 생체이용률을 보이는 활성비타민B1, B2, B6, B12 4종과 비타민C, E를 함유해 육체피로와 눈의 피로, 신경통까지 관리할 수 있다. 비타민은 성분과 함량, 효능과 적응증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선택해야 하는 만큼 가격이나 양, 구입의 편리성보다는 일종의 ‘약물’의 개념으로 접근하여 의사나 약사 등 의료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쳐 적절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보잉의 ‘디폴트 공포’… 美경제 새 뇌관으로

    보잉의 ‘디폴트 공포’… 美경제 새 뇌관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려 1조 달러(약 1290조원) 상당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패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비해 재정정책 투입이 한 박자 늦었다는 지적 속에 실업률 급등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백약이 무효라는 평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두되는 ‘항공 메이저’ 보잉의 디폴트 우려가 미국 경제의 새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체결함·코로나 악재에 주가 62% 급락 포천은 19일(현지시간) “보잉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62%가 급락해 다우존스지수 종목 중 최악이었다”며 “주력 여객기 737맥스의 기체결함 문제에 코로나19가 겹쳐 쌍둥이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보잉 근무자는 200만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제조업체 중 하나다. 위기가 현실화되면 증시 충격은 물론 실업률이 급등하고 세계 항공산업도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보잉은 이미 346명이 사망한 737맥스의 두 차례 사고에 휘청댔고, 지난해 6억 3600만 달러(약 8200억원) 적자를 냈다. 올 1월 138억 달러(약 17조 8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이 알려지는 등 심각한 재정위기가 노출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 주문과 인도가 급감하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잉은 최근 정부에 600억 달러(약 77조 4000억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잉과 항공산업을 도울 것이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항공산업 지원 계획을 밝혔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위기 현실화되면 세계 항공산업도 휘청 실업률 급등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전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미국 실업률이 20%까지 오를 가능성을 경고한 데 이어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오하이오주에서 최근 사흘간 지난주 같은 기간의 26배인 7만 8000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도 캘리포니아 공장 인력을 당분간 1만명에서 25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에디슨트렌즈는 미국인의 카드사용명세를 분석해 보니 지난 10일부터 6일간 우버와 리프트 이용액이 전주 대비 각각 21%와 19%씩 줄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이다. 뉴욕타임스는 “연방정부가 관료들에게 코로나19가 18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빠른 지원과 함께 지속가능한 지원책도 필요해졌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세계증시 팬데믹 쇼크…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

    세계증시 팬데믹 쇼크…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

    코스피 1840선 붕괴… 뉴욕증시 대폭락코로나19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충격파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쳤다. 미국 증시 폭락에 이어 코스피도 8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되며 ‘코로나 공포’에 짓눌렸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73.94포인트(3.87%) 하락한 1834.33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1900선을 밑돈 건 2016년 2월 17일(1883.94) 이후 4년여 만이다. 개장과 동시에 1%대 급락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오전 10시 30분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이후 급격하게 낙폭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에도 별다른 부양책을 내놓지 않자 실망감이 커진 탓이다. 오후 1시 47분에는 선물가격 하락으로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컸던 2011년 10월 4일 이후 8년 5개월 만이다. 코스닥지수도 32.12포인트(5.39%) 내린 563.49로 문을 닫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원 오른 1206.5원에 마감해 이틀 만에 다시 1200원대로 치솟았다. 일본 닛케이225(-4.41%)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52%), 홍콩 항셍지수(-3.66%)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지난 9일 ‘검은 월요일’ 이후 사흘 만에 ‘검은 목요일’이 재현된 것이다. 앞서 뉴욕 증시 역시 다우존스30(-5.8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4.8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4.70%) 등 3대 지수가 모두 폭락했다. 지난달 12일 2만 9551까지 오르며 ‘3만 고지’를 눈앞에 뒀던 다우지수는 한 달 만에 20.3% 하락해 약세장으로 진입했다. 월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간 지속된 강세장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장중 5%대 하락해 1810선 붕괴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장중 5%대 하락해 1810선 붕괴

    그리스 디폴트 사태 이후 8년 5개월 만 12일 코스피가 장중 5% 이상 폭락하면서 약 8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1시 4분 37초에 선물가격 하락으로 인해 향후 5분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사이드카 발동)된다고 공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진 2011년 10월 4일 이후 처음이다. 거래소는 “코스피200선물(최근월물)이 기준가격인 전일종가 256.90포인트(p)에서 243.90p로 13.00p(-5.06%) 하락한 후 1분간 지속하여 사이드카가 발동됐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거래 종목 중 직전 거래일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의 가격이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할 경우 발동되며, 발동 시점으로부터 5분이 지나면 자동 해제된다.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일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5% 넘게 하락해 1810선 아래로 추락했다. 이날 오후 1시 4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9.37포인트(5.21%) 하락한 1808.90을 가리켰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30포인트(1.06%) 내린 1887.97로 개장해 하향 곡선을 그렸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0.02포인트(6.74%) 떨어진 555.59를 나타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극심한 경제난 쿠바, 또다시 디폴트 위기 맞아

    극심한 경제난 쿠바, 또다시 디폴트 위기 맞아

    쿠바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수출금지 조치와 ‘우방’ 베네수엘라 경제위기 등의 악재가 겹치며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쿠바는 지난해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영국, 프랑스, 일본, 스페인 등 6개국에 갚기로 돼 있던 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쿠바는 이들 국가를 포함한 14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과 2015년 부채 재조정에 합의했다. 파리클럽은 당시 부채 상당 부분 탕감해주고 남은 채무는 만기를 연장하거나 투자 프로젝트로 바꿨다. 하지만 쿠바는 지난해 8200만 달러(약 988억원) 규모를 상환하기로 돼 있었지만 이들 6개국에 3200만∼3300만 달러를 갚지 못했다고 AFP가 전했다. 리카르도 카브리사스 쿠바 부총리는 파리클럽에 서한을 보내오는 5월까지는 밀린 빚을 꼭 갚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국들은 지난해의 채무 미상환이 잘못된 선례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 유럽 외교관은 “갚겠다고 말은 하지만 계획이 없다. 신뢰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외교관은 “올해 초 카브리사스 부총리는 패배주의적 어조였다”며 “그렇지만 그는 쿠바가 디폴트는 절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쿠바는 1986년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쿠바는 1962년 미국의 수출금지 조치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왔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화해 무드가 조성되며 금수 해제 기대감도 높아졌으나 도널드 트럼프 정권 취임 이후 다시 제재가 강화했다. 미국은 특히 쿠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던 관광업을 집중적으로 옥죈 결과 지난해 쿠바로의 관광객 유입이 전년도보다 9.3% 줄었다. 10년 만에 첫 감소세였다. 또 미국의 압력 속에 각국이 쿠바 의사를 본국으로 잇따라 돌려보내면서 의사 파견으로 취득하던 외화도 줄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도 쿠바에는 악재다. 베네수엘라로부터 들여오던 값싼 석유가 막히면서 쿠바는 극심한 연료난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채 상환은 물론 외국 기업에 대한 대금 지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쿠바 경제학자 오마르 에벨레니 페레스는 “파리클럽과의 합의가 정치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부채를 상환하겠지만 그렇다고 장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며 쿠바 정부가 경제 개혁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신종 코로나에 멈춘 ‘세계의 공장’… 中산업 붕괴 도미노 시작됐나

    신종 코로나에 멈춘 ‘세계의 공장’… 中산업 붕괴 도미노 시작됐나

    중국 경제가 마비됐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바람에 교통통제 등 지역 간 격리에 들어감에 따라 중국 경제의 핏줄에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 조치 미흡 땐 충칭서 하루에 15만명 감염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을 선포한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25일부터 총동원령을 내리고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후베이성을 비롯해 허베이(河北)성, 베이징, 톈진(天津), 상하이, 산둥(山東)성, 허난(河南)성 등은 교통통제에 들어갔다. 중국 20대 도시에서는 대규모 행사를 전면 금지했다. 중국 기업 대부분이 춘제 연휴 기간을 오는 9일까지 연장했고 초중고 및 대학은 2차 잠복기를 감안해 17일까지 문을 닫는다. 중국 정부의 이런 특단의 조치에도 비관론은 증폭하고 있다. 허바이량(何栢良)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장은 “감염자가 이미 우한 내에서만 4만명을 넘었으며 공중보건 조치가 없으면 이 수치는 6.2일마다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지난달 27일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4월 말~5월 초 절정에 달할 때 우한에 인접한 충칭에서만 하루 15만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廣州) 등 대도시에서 하루 2만~6만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펑즈젠(馮子健)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도 “평균적으로 환자 1명이 2∼3명을 전염시킬 수 있다”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강조했다. 사스는 2002년 11월 광둥(廣東)성에서 시작돼 2003년 7월까지 37개국으로 확산됐다. 774명이 사망했으며, 경제적 피해도 엄청났다.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로 인한 중국 경제의 피해액은 253억 달러(약 30조원)에 이른다. 중국 경제는 사실상 패닉 상태다. 이른 시일 내 사태 확산의 불길을 잡지 못하면 중국의 교통과 교육, 관광, 유통, 외식, 소비, 생산, 수출 등의 타격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만큼 중국 경제에 미칠 충격파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로 겨우 한숨을 돌렸던 중국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부채 증가, 내수경기 침체,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 등 대내외 악재로 경기침체와 대량 해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제기돼 왔다. 특히 대량 해고 사태로 사회불안을 가장 우려하는 중국 정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경제성장률 6%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겠지만 신종 코로나란 악재가 덮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무엇보다 춘제 특수가 사라지면서 관광·서비스산업은 실신할 지경이다.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금지에 따라 주요 관광지들은 이미 문을 닫았다. 최대 관광지인 베이징 쯔진청(紫禁城)을 비롯해 바다링(八達嶺) 등 만리장성의 일부 구간이 폐쇄됐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진시황릉 병마용,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시후(西湖), 상하이 디즈니랜드 등 유명 관광지들이 모두 폐쇄됐다. 영화관과 음악회 등 공연장들도 휴업에 들어갔고 식당과 쇼핑몰, 백화점, 호텔 등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관광·서비스 산업의 ‘붕괴’는 실업 사태를 부른다. 황이핑(黃益平)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부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소비와 투자, 생산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져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8년을 기준으로 서비스산업 종사자가 3억 6000만명이었는데 만일 이 중 5%가 일자리를 잃는다면 2000만명이 실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세계 생산량의 6분의1 담당하는 중국 더욱이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 우한이 중국의 교통요지이자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차지하는 상업 중심지라는 점에서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실제 신종 코로나 발병 이후 애플과 제너럴모터스(GM) 등 각종 제조업의 공급망에 교란이 일어나고 있다. GM과 닛산, 도요타, 포드 등은 중국 자동차 공장의 조업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국은 세계 최대 제조 공장이며 전체 생산량의 6분의1을 차지하는 국가”라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엔진 중 하나가 사실상 꺼졌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경고음이 울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올해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사상 최대 규모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디폴트 위험에 노출된 업종도 제조업 부문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과 호텔 부문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업계와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발병 이후 수백만 명의 이동이 제한되는 가운데 기업과 공장, 소매점들이 문을 닫으며 부채가 많은 기업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가중됐다면서 올해 디폴트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글로벌 경제예측기관들은 잇따라 중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매쿼리증권은 4일 중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9%에서 4%로 끌어내렸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1분기 성장률 전망치가 5.5%에서 3.0%로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 노무라 인터내셔널은 “중국의 1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인 6%보다 2% 포인트 이상 낮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사스 사태의 여파가 컸던 2003년 2분기 중국 성장률은 9.1%로 전 분기보다 2% 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번에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루팅(陸挺) 노무라증권 중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이 유동성 공급, 신용 지원 등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로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더라도 제 효과를 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장밍(張明) 국제투자연구실 주임은 “1분기 성장률이 5.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 하락으로 6%를 지키는 ‘바오류’(保六)가 어려운 판국에 이번 사태로 올해 성장률은 4%대 후반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바오우’(保五)마저 쉽지 않다는 말이다. ●中경제 성장률 1% 하락 땐 美 0.2% 하락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 시장조사업체 애드마크로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중국 정부의 각종 통제 조치와 내수 위축 움직임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처럼 글로벌 경기 침체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애드마크로에 따르면 2003년 사스 사태 때 40%이던 중국 인구의 대도시 거주 비율은 60%로 높아졌다. 연간 항공 여객 수도 8000만명에서 6억 6000만명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서 16%로 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 사태가 일시적 사건인 만큼 중국 경제가 머지않아 반등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웨이상진(魏尙進)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온라인 쇼핑과 게임 활성화 덕분에 소비 감소가 크지 않고 ▲공장 가동 중단은 춘제 연휴로 인해 예정돼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경제적 충격이 시장의 우려보다 작을 것으로 관측했다. 웨이 교수는 “경험에 비춰 볼 때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하면 미국과 유럽은 0.2% 내려가는 정도의 영향을 받았다”며 글로벌 영향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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