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디테일
    2026-06-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570
  • 비디오작가 백남준(이세기의 인물탐구:96)

    ◎규격을 거부하는 첨단예술가/텔레비전 주사선 조작으로 비디오예술 “창시”/기존관념에 도전… 어떤 일에도 의미부여 안해/개관이래 외부 나간적 없는 뉴욕 휘트니비엔날레 93년 국내 유치도 멜빵 달린 바지에 두꺼운 신문뭉치를 옆구리에 끼고 뉴욕의 「남준 백」은 상오 11시께 아침식사를 하러 소호로 나온다.단골식당은 그의 스튜디오가 있는 스프링스트리트 코너바.아주 천천히 야채샐러드 한접시를 다 비우고 스테이크나 생선,롤빵을 더 시켜먹는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신문을 읽는다.뉴욕타임스,인터내셔널헤럴드튜리뷴,월스트리트저널을 샅샅이 읽고 한국신문도 훑어본다.임대료가 비싼 남의 스튜디오를 빌려 쓰기 때문에 주로 밤샘작업을 하는 편이고 취미는 낮잠과 산책.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겉모습은 언제나 천진무구하기만하다. 그러나 어눌한듯 하면서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의 성찬은 상대방의 질문에 선문선답식으로 우회하거나 때로는 정곡을 찌르면서 그속에 해학과 사물에 대한 통찰이 숨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84년,34년만에 고국땅을 밟으면서 「예술은 사기」라고 한 말은 당시 우리의 지적분위기에서는 폭탄선언이었고 『왜 무엇을 근거로 예술이 사기인가』라는 논란과 함께 오랫동안 문화예술계에 혼란의 파장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그가 비디오아트를 하게된 동기는 너무나 「간단」하다.기술잡지에서 본대로 텔레비전의 주사선만을 조작했는데도 『펑펑 새로운 그림이 쏟아져나왔다』는 것이고 『비디오무용만 해도 세상만사 아무거나 찍어서 이어붙이면 무용이 된다』고 대수롭지않게 말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92년 8월,동숭동 문예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무용가 김현자와의 퍼포먼스를 예로 들수 있다. 그날 그는 직접 무대에 나와 피아노에다 못을 박거나 피아노건반을 의미없이 튕겨보기도 하고 손가락을 허공중에 찔러보는 지루한 되풀이를 계속하고 있었고 김현자는 김현자대로 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춤을 추어대고 있었다. ○“예술은 사기” 충격선언 동양철학을 하는 도올 김용옥은 이 공연을 보고 처음엔 『공연자체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다른 범인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낀 천재이거나 범인이 느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천재』일꺼라고 비꼬았다.반대로 가야금명인이자 현대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황병기는 『우리가 얼마나 부질없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부자연스럽게 살고있는지를 너무도 강렬하게 반영해준 천재의 공연』이라고 호평해 마지않았다.그러나 『왜 공연을 한시간만에 끝냈느냐』는 질문에 백남준은 『그렇게 지루한걸 뭣하러 오래해, 빨리 끝내는게 좋지』 두사람의 엇갈린 비평을 일시에 일축했다. 그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대규모 회갑전을 본 도올은 『광대한 화폭이 끝없이 움직일뿐만 아니라 눈길이 닿는 순간마다 변화무쌍을 구사하는 그의 색채예술에 현혹되지 않을수 없었다』고 고백하게 되었다.『그는 무엇보다 정감이 가는 인간이며 해탈한 인간,그리고 그 인간이 훌륭하다』고 전제하고 「무위적 행동속에 유위」를 창조하는 백남준에게는 『참으로 광막한 지식의 세계가 엄존하고 있으며 관심의 초점이 맞닿는 곳마다 확고한 전거와 자기류의 해석을 가지고 있었다』고 감탄했다.실제로 그는 「한국의 역사는 물론 중국 노장과 주자학의 도덕적 엄격주의,명대사회의 개인주의와 시민정신을 표방한 양명학,삼국유사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고 디테일한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그러나 막상 백남준은 「천재의 둘째」라면 서러워할 김용옥이 누구인가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고 오히려 머리를 빡빡 깎았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절깐의 중놈취급」하여 도올이 그의 저서를 증정하자 『왜 스님이 한글로만 책을 썼느냐?한문 없는 거는 책두 아니다. 난 그런 책은 안본다』고 묵살한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남기고 있다. 일탈한듯 방심한 듯한 그의 움직임을 세세히 뜯어보면 서구사회에서 물든 개인주의와 합리주의,세속적 관심과 유행의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고 디컨스트럭션(비구조)과 디포메이션의 철학을 바탕으로 작품에서도 정통성과 엄숙성,현실에 대한 야유와 풍자,시니시즘과 현란미까지도 치밀한 계산에서 종횡무진 모자이크하고 있음을 간파할수 있다. ○6·25 나던해 도일 63년 독일 부퍼탈 파르나스화랑에서 열린 「존케이지에 대한 경의」만해도 단순히 케이지의 넥타이를 가위로 자른 행위예 불과한것 같지만 「넥타이는 맬 뿐만 아니라 자를수도 있으며 피아노는 연주뿐만 아니라 두둘겨 부술수도 있다」는 기존관념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파괴의 실천임은 말할것도 없다. 콩을 던지고 쉐이빙 크림을 바르고 자신의 웃통을 벗은채 「인간첼로」가 되는가 하면 바이올린을 강아지처럼 끌고 다니는 그의 뒷모습에선 틀에 박힌 모든 일상에서 훨훨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의 묘한 아이러니와 비애감이 물씬 풍겨난다. 대표작의 하나인 「달은 가장 오래된 TV이다」도 마찬가지다.「초승달에서 그믐달까지 달의 차고 기우는 과정을 교교한 시적차원으로 창출한 반면 TV모니터와 대좌한 「TV부처」의 경우는 「동양적 사유와 첨단기술이 서로 깊이 조응하는 무시무종의 윤회」를 구사하면서 기계의 철학화와 종교화를 꾀하고 있다. 그가 한국에서 산것은 6·25가 나던해 일본에 건너가기 전까지 18년 뿐이다.태창방직 설립자인 백낙승씨와 조종희씨의 3남2녀중 막내,종로구 서린동에서 그가 어린시절 「가장 재미있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피아노」였고 경기중시절에는 마르크스주의자였으며 「분배의 정의없이는 의를 실현할수 없다」는 사상이 지금까지도 「남의 모방이나 티내는 예술을 거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오는 7월17일 독일의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 50주년 기념행사 오프닝콘서트등 전세계를 누비는 전시와 공연에 쫓기는 중에도 기업체로부터 의뢰받은 작품제작을 위해 1년에 한번은 서울에 오고 그때마다 「부자가 많은 서울」에 익숙지 못한 그는 호텔비가 저렴한 변두리쪽에 숙소를 정하고는 반드시 만날 사람들을 구별하기 위해 호텔프런트에 「암호」를 대게하는 여전한 장난기를 누리기도 한다. 알뜰하고 낭비가 전혀 없지만 지난 93년에는 1억원이 넘는 돈을 내놓아 개관이래 외부에 나가본 적이 없다는 뉴욕 휘트니비엔날레를 국내에 유치했고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정보예술전에는 세계적인 미술인등 컴퓨터천재 60여명을 초청,고국의 미술계발전을 위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일본인 부인인 구보타 시게코(구보전성자)와는 77년 뉴욕에서 결혼,시게코도 비디오작가이지만 둘이는 서로의 작업을 존중하고 철저히 방해하지 않는다. ○부인도 비디오 작가 그에대해 확신할수 있는 것은 그는 규격화를 거부하는 첨단예술가,행위예술가로서 어떤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모든 상식과 틀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때문에 수시로 파괴되고 변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프랑스의 미술평론가 장폴 파르지에는 그런 그를 향해 「피카소이후 20세기작가 중에서 유일하고도 진정한 새로운 구상형식의 창시자」로 단정짓고 도올역시 「그는 한국이 낳은 예술가이긴 하지만 한국예술가는 아니며 마르셀 뒤상 막스 에른스트 쉔베르크와 머스커닝햄,그가 친애해 마지않던 존케이지 조셉 보이스와 함께 세계적 예술가」로 정의를 내리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누구의 어떤 형태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이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예술가」이며 더욱 확실한것은 예술가의 온상인 뉴욕하늘에 뜬 수많은 「별」들중에서도 특히 특별한 광채를 발하는 「아주 눈부신 존재」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연보 ▲1932년 서울출생 ▲1956년 동경제대 졸업,독일 뮌헨대 쾰른콜로뉴대서 작곡수업 ▲1957년 프라이부르크 뮤직콘설바토리 입학,다름슈타트 강좌참가 ▲1960년 플럭서스결성 ▲1963년 독일 첫비디오 개인전 ▲1965∼77년 미국 첫개인전이후 유럽및 남미 전미국연속순회 ▲1978년 뒤셀도르프 국립미술대 초빙교수,파리·도쿄개인전 ▲1982년 뉴욕휘트니미술관주관 백남준 회고전,플럭서스 20주년기념전 ▲1984년 우주오페라 △1부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도쿄·몬트리올개인전 ▲1986년 우주오페라 2부작 「바이바이 키플링」,체이스맨해튼소장전 ▲1988년 서울현대화랑 개인전,국립현대미술관에 「다다익선」설치.우주오페라 3부작 「손에 손잡고」발표 ▲1989년 서울현대화랑서 조세프 보이스를 위한 진오귀굿 추모공연 ▲1991년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백남준 대회고전」순회전시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백남준회갑기념전,「92 춤의 해를 위한 김현자와의 퍼포먼스」(서울문예회관) ▲1993년 대전엑스포 비디오아트쇼,뉴욕 휘트니비엔날레 서울유치 ▲1994년 밀라노 두오모성당광장 공연,파리 퐁피두센터공연 ▲1995년 광주비엔날레특별전,제네바 유엔창립 50주년기념행사참가,조선일보미술관·갤러리현대·박영덕화랑 개인전등 수백여회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기념전 〈수상〉 독일 캐피탈지 「세계의 톱미술가」5위(93∼95년),스웨덴 스톡호름 아트페어 「올해의 미술가」(95),93,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호암상예술상(95년)
  • 권여선씨의 상상문학상 수상작 「푸르른 틈새」

    ◎짧은 삶의 기억 되새김한 성장소설 쓸모로 따지자면 한줌 공기만큼의 값어치도 없는 게 이야기다.최근 나온 제2회 상상문학상 수상작 「푸르른 틈새」(권여선 지음·살림출판사간)는 이런 군더더기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삶을 비춰보는 주인공의 얘기다. 샘물이 솟듯 주인공 미옥에게선 이야기들이 끝없이 솟아난다.북두칠성이 된 냄비,「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아라비안 나이트」 등 듣거나 읽은 이야기 자락을 떠올리면서 주인공 화자는 지난 삶의 기억들을 함께 이끌어낸다.한 젊은이의 삶을 이야기와 엇갈려 짜며 이야기를 통해 반성적으로 살펴보는 이 작품은 전형적 성장소설의 외관을 갖추고 있다. 소설은 80년대 대학생 미옥이 2년간의 자취방인 「젖은방」을 떠나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형식이다.미옥의 유년시절과 대학생활이 회상속에서 각각의 일화를 품은채 엇갈린다. 유년시절은 미옥의 탄생때 아버지가 본 파랑새,뱃사람 아버지가 비운 집에 빌붙은 몰락한 외가식구들,성에 눈떠가는 계집애들간의 야릇한 교감이 지배하는 공간이다.한편대학은 이성간의 공개적 호기심이 허락된 곳,술을 먹고 참가하는 가투,실패한 운동권의 자괴감,상처받은 연애로 기억된다. 미옥을 끔찍이 사랑하던,군주와 같던 아버지는 별볼일없는 실업자로 전락하고 절대 변치 않을 줄 알았던 사랑도 바랜다.「운동의 현장」인 공장을 일주일을 못버티고 박차고 나온 미옥은 자괴속에 「아라비안 나이트」를 붙든다.「아라비안 나이트」읽기를 통해 미옥은 상처입고 다친 삶을 한걸음 물러서 치유하는 이야기의 힘을 어렴풋이 엿본다. 이 작품은 난장처럼 널린 무수한 에피소드들로 이뤄져 있다.그 에피소드들은 떼어놓고 보면 재미있지만 그들을 한꺼번에 꿰뚫는 중심이 없다.읽고나면 「그래서 어떻단 말인가」라고 되묻게한다.이는 탐색할뿐 체계를 세우지 않는 성장소설의 특징이겠지만 육화되지 못한 날관념이 그대로 드러나 거북스러운 대목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반짝이는 문장,솔직하고도 익살맞게 디테일을 척척 엮어나가는 작가의 힘은 돋보인다.무엇보다 삶의 깊숙한 아픔을 알아버렸으면서도 낙관을 거두지 않는작가의 진정어린 시선은 드문 재능으로 보인다.
  • 원로 연극인 장민호(이세기의 인물탐구:78)

    ◎평생을 연극으로 살아온 연기자의 대명사/파우스트 간판배우… 별명은 “파우스트 장”/이순신서 햄릿까지 어떤 배역도 무난히 소화/칠순이 눈앞에… 식을줄 모르는 열정으로 연기생활 『배우가 해야 할 최대 문제는 관객을 계속 끌고 나가는데 있다』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가수로 활약한 샬리아핀은 말한다.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연기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집념어린 정열을 불태우는 이가 있다면 국립극단의 원로배우 장민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그는 평생을 연극으로 일관한 연기자의 대명사다.양심적이고 본질적인 그의 연기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일시적인 경이감이나 전율만은 아니다.연기를 통한 인간정신의 승화를 그는 무대 곳곳에서 증명해 내고 있다.예의 「배우가 해야 할 최대 문제인 관객을 이끌어 나가는데」 한번의 실수나 실책이 있을 수 없다는 주의다. ○솔직하고 직선적 성격 그는 언제나 의욕적이다.성격은 명쾌하고 성급하며 솔직하고 직선적이다.항상 모범생과도 같은 이런 유의 성격이란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끝장을 봐야만직성이 풀리게 마련이다.또한 철두철미하고 다혈질적인 기질로 인해 곧잘 흥분하거나 저항하거나 마찰을 빚기 십상일 것이다.그러나 「칼날처럼 날카롭고 정의감에 넘치건만」 막상 결단을 내려야할 순간에는 흑백을 가리거나 정면으로 대결하기보다 우회적인 유연성을 지니는 것이 남과 색다르다.이는 아마도 오랜 세월 어지러운 세파에 시달린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터득한 「삶의 지혜」일지도 모른다.또는 이북에서 혼자 월남해온 그로서는 사방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는 당연한 견제일 수도 있다.그래선지 국립극단에서 40년이 넘게 한 솥밥을 먹은 동료들도 『그의 속마음을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다만 무대에 서면 「온몸의 연기로 관객을 압도」하기 때문에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면 모든 것은 침묵」일수밖에 없다. 그는 해방직후 황해도 신천에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 연극배우가 된 케이스다.20세되던 해 원예술좌가 공연한 성극 「모세」에서 타이틀 롤을 맡으면서 연극에 입문,그로부터 10년후 하유상의 「딸들자유연애를 구가하다」로 「노역」을 완성시키면서 「성공적인 연기자」의 반열에 올라섰다.이후 「대수양」「세종대왕」「성웅 이순신」에서 완곡하며 기질이 장대한 성군,「오델로」「맥베스」「줄리어스 시저」의 다이내믹한 개성,「밤으로의 긴 여로」「안네 프랑크의 일기」「햄릿」에서의 차분하고 섬세한 내면 연기 등 그에게 돌아오는 모든 배역을 「생생한 극중 인물」로 부각시키는데 한치의 허술함을 보이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역을 최후로 완성시키는 것은 디테일이 아니라 전체적인 진실성」이라고 믿는 그가 평자들에게 어필된 것은 단연 괴테의 「파우스트」를 들수 있다. ○66년에 파우스트 초연 66년 서항석 역 이해랑 연출로 초연된 「파우스트」에서 그는 학문과 지식에 실망한 노박사 파우스트가 현세적 향락에 침몰되는 과정을 고뇌에 찬 연기로 그려내었고 두번째는 8년후인 74년,순결한 헬렌과의 사랑에서 미마저 구하지 못한채 이상향을 꾀하는 허탈한 파우스트,또다시 84년 한독 1백주년 기념공연에서 독일의 저명한 기싱이 연출한 세번째「파우스트」에서는 지금까지 축적된 파우스트의 진면목을 함축하여 관객은 감전된 듯 박수갈채를 멈추지 않았었다.그때 이 연극을 연출한 기싱은 『그는 인물을 스스로 움직이되 얼굴 표정이 아닌 눈빛만으로 이미 단숙을 성립하고 있다』고 했다.즉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을 붙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긴박감에서 그는 감정을 절제하거나 적절히 노출하여 역이 가리고 있던 사상의 베일을 한장 한장 벗겨내고야만 것」이다. ­이것이 수많은 배를 띄우고 그리고 끝없이 높은 탑들을 불태운 얼굴이었던가.사랑하는 헬렌이여 단 한번의 키스로 불멸케 해다오.오! 그대는 무수한 별들의 아름다움으로 치장한 밤하늘보다 더 아름답구나­ 가슴속에 박힌 사랑을 고백하는 이 장면은 「드라마틱한 다이너미즘과 명쾌한 표현적 리듬,응축된 긴장감과 생명의 맥박이 충만」하여 이를 앞서 연출했던 이해랑씨는 『중진 장민호의 연기가 폭풍같은 성공을 거둔 근본 요인은 이러한 관념을 최후까지 지킨 지치지 않은 탐구의 결과』라고 못밖았다.이는 50년대 후반국산 영화붐으로 연극계가 부진하자 전 연극인이 분발하여 만든 「대수양」(김동인 작 박진 연출)을 보고 『그곳에 군계일학이 있었다』고 한 이진순씨의 지적과 맥을 함께하는 찬사이기도 하다.이로써 그는 「파우스트」간판 배우로서 평생동안 영광스러운 「파우스트 장」의 별명을 갖게 되었다. 배우는 무대위에서 기왕에 정해진 다양한 운명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따라서 짙은 분장속에 감추어진 배우의 모습은 다시 그 자체가 그의 얼굴일수도 있다. 더구나 그의 묵직한 바리톤의 음색은 푸짐한 볼륨과 풍부한 음조의 변화,감정의 뉘앙스가 격하게 풍겨나와 어느 대목에서도 무기미를 느낄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중후한 음의 압력은 라디오 드라마에서도 특출난 개성을 돋보여 67년부터 그가 해설자로 등장한 대하드라마 「광복20년」은 10년 장기 연속방송으로 장안의 성가를 높인바 있다. ○연출가로도 한때 활동 그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유치진의 「소」,체호프의 「봐냐 아저씨」를 무대에 올린 창조적 상상력이 풍부한 연출가이며연극적 감각과 지성을 겸비한 영화배우·TV탤런트이기도 하다.한때는 경화 프러덕션을 설립,그가 제작한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60년대 초반 전례없는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인생만사 만능은 없다」는 교훈과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절감하고 그는 고향에 돌아오듯 무대로 돌아왔다. 그후 그는 하고싶지 않은 일에 참여한 적이 없다.간혹 주변에서 자서전을 내라거나 대학에서 강의를 부탁해 오거나 방송 대담프로그램등에서 초청하면 일언에 외면한다.「배우는 무대에서 말할 뿐」,연기와 무관한 일은 그에게 모든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가족은 산행 동반자인 부인 이영애(63)씨와 출가한 남매가 있다. 지금도 젊은 후배 연극인들 사이에서 대사를 가장 잘 빨리 외우고 「내가 만약 저 역할을 맡으면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를 간파하여 선명하고 강렬한 생명체를 그때마다 새롭게 탄생시킨다.또 주역에서 차츰 비켜나고 있지만 역이 크든 작든 「연기자는 계급이 없는 무관의 제왕」이라는 자부심과 열의로 자신의 위상과 예성을 의식하는 도도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양한 인생편력을 체험하면서 자기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대하려는 생의 충동은 그가 맡았던 파우스트의 일면이며 결국 「연극은 눈과 귀를 통해서 영혼까지 도달해야 된다」는 연극예술과 미와 환희를 이 세상에 가져다준,우리 연극사상 그는 투철한 한 존재에 틀림없다. 그리고 더이상 열띤 대사를 읊조리지 않아도 「오델로」의 이야고나 브루터스의 배반의 이미지를 물흐르듯 되살리는 경지에서 오늘도 그는 그만의 적광의 광채를 어두운 객석에 뿌리고 있다. 기 자 입 력 □연보 ▲1927년 황해도 신천 출생 ▲45년 월남,조선배우학교 졸업 ▲46년 서울중앙방송국 제1기 성우 ▲47년 원예술좌 입단,성극「모세」의 타이틀 롤로 데뷔 ▲50년 국립극장산하「신협」입단,유치진 작 연출「원술랑」 조우 작「뇌우」출연 ▲53년 국립극단 입단,오상원 작 「녹슬은 파편」이후 해마다 출연 ▲62년 드라마센터 개관 기념 셰익스피어 작 「햄릿」출연 ▲66년 괴테 원작 서항석 역 이해랑 연출 「파우스트」초연서주역,일본 일생극장 개관기념공연 참가 ▲67∼71년 국립극단 단장 ▲68∼89년 한국 연극협회 이사 ▲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김의경 작 이진순 연출「북벌」 ▲79∼90년 국립극단 단장 ▲88년 조우 작 이해랑 연출「뇌우」 38년만의 재공연 주역 ▲현재∼예술원 회원,국립극단 원로배우,연극협회 자문위원 제1회 방송문화상(58년) 서울시문화상(63년) 한국연극영화예술상(68·73·78년) 연극평론가 협회상(79년) 대한민국예술상(81년) 목련장(82년) 대한민국 예술원상(88년) 예총예술문화상(89년) 연극­유치진 작 「자명고」(54년)를 비롯,「박쥐」「오델로」「느릅나무 그늘의 욕망」「딸들 자유연애를 구가하다」「인생차압」「시라노드 벨주락」「붉은 장갑」「세자매」「안네프랑크의 일기」「나의 고백은 끝나지 않았다」「뜨거운 양철지붕의 고양이」「빌헤름 텔」「죄와 벌」「결혼중매」「베니스의 상인」「이순신」(신명순 작 66년)「갈매기」「북간도」「수전노」「인종자의 손」「남한산성」「전쟁과 평화」「성웅 이순신」(이재현 작 73년)「세종대왕」「허생전」등 1백70여편과 영화 TV드라마 다수 출연.8월2일부터 「눈꽃」(11일까지 우봉규 작 김석만 연출 국립극장 대극장공연 예정).
  • 대북 위탁가공/섬유·신발 가격경쟁력 양호(오늘의 북한)

    ◎값싼 노동력 힘입어 중국·동남아보다 우수/남북직항로 개설 등 물류비용 절감이 과제/통일원 13개 품목 평가자료 공개 대북 위탁가공 물품이 품질면에서 국내제품보다는 다소 뒤지고 수송과정에서의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값싼 노동력에 힘입어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납기지연 및 통신등 교역여건상 불편만 극복된다면 우리 기업들의 주 해외생산지인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비해 노임 및 품질면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탁가공 물품을 제외한 주류,초물제품 등 일부 북한산 반입품도 품질은 대체로 우리의 60∼70년대 수준이나 가격면에서는 시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지난해 국내로 반입한 신발 등 위탁가공품과 한약재·땅콩등 1차산품 및 각종 주류 등 공산품을 포함한 13개 품목을 대상으로 통일원이 전문기관들에 의뢰한 품질조사와 소비자 반응조사에 의해 밝혀졌다.통일원은 지난해 하반기에 조사한 이같은 평가자료를 남북교역에 신규 참여할 업체들을 위해 최근 공개했다. 정부는 특히 이번 조사결과 위탁가공품의 품질향상과 가격인하를 위해서는 기술자 방북과 남북 직항로 개설이 긴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앞으로 남북대화 재개시 북한측을 적극 설득해 나갈 방침이다.주요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다. ▷위탁가공물품(섬유·신발류)◁ ▲재단부문=일반직물은 문제가 없으나 골덴·스판 등 봉제특성이 요구되는 직물은 기술지도가 필요하다.특히 셔츠 등의 제품의 경우 흐린 조명 등 나쁜 작업환경 탓인지 오염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봉제부문=특종기계 설비의 설비상태가 좋지않아 봉제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다.각종 디테일의 제작 및 부착처리 방법은 양호한 편이나 바지 허릿단 제작방법이나 단추구멍 등이 벌어진 경우가 있다. ▲완성부문=잔사 및 제사 처리는 중국 등 제3국과 비교해 매우 양호하나 초크자국,스티커 등이 이따금 발견된다.스팀프레스 등 설비가 미비한 사례가 많아 다림질 상태는 보통수준이나 다림질면이 번들거리는 경우가 있다. ▷1차산품◁ ▲한약재=주요 성분함량 분석결과 대체로 대한약전 규격에 적합했다.한약업자 등 소비자들도 국내 한약재와 동일한 품질로 가격도 저렴하여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는 반응이었다. ▲땅콩=품질면에서 국내산과 동일하고 중국산보다 월등했다.실향민의 향수를 달래주는 측면도 있어 소비자들의 호응이 크다. ▲마른 명태=자연건조로 수분함량이 높으며 맛이 뛰어나다.그러나 외관상 햇볕에 오래 둠으로써 껍질이 변색되는 등 손질상태가 나빠 국내시장에서의 호응이 적었다. ▷공산품◁ ▲주류=병뚜껑 및 타전상태의 불량으로 알코올의 표시도수와 실제 분석도수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인삼주의 전반적 품질은 국내산과 유사하나 소주는 정제가 미흡한 주정으로 제조된 것으로 판단된다.스크루캡(돌려따는 마개)의 상태가 투박해 알코올성분 유지가 어렵고 상표의 인쇄기술이 국내제품보다 떨어진다.
  • 신원 에벤에셀 디자인 콘테스트/유경연씨 대상 차지

    기업차원에서는 유일하게 실시되고 있는 (주)신원의 제5회 에벤에셀 패션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유경연씨(23·국제패션디자인 연구원)가 대상을 차지했다. 12일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가을·겨울 패션쇼와 함께 개최된 이 대회에는 남성복 여성복 포함,총 5백12명 출전자중 최종 진출자 53명의 아마츄어 디자이너들이 참가,열띤 경합을 벌인 끝에 대상1명,본상 3명,울마크상 1명,특선 6명,장려상·한국패션협회상 각 1명이 선정됐다. 박윤정 에스모드서울 교장과 디자이너 이영희·홍미화·박항치씨,공석붕 한국패션협회장,배천범 이대 장식미술학과 교수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석,세계패션트렌드의 이해및 표현력,독창성,상품화를 고려한 실용성,실험적 소재·부자재사용등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유씨는 『헌 군복을 연상시키는 실루엣에 동양적인 디테일을 가미해 낡은 것과 오래된 것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고 버려진 아이가 아무옷이나 걸쳐입은 듯한 자유스러움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 김남일 「국경」/김영현 「풋사랑」(문학월평)

    ◎민중적 세계관·탄탄한 묘사력 탁월/국경/함경도 방언·농민생활 생생히 재현/풋사랑/소설을 시적정서 자리로 이동시켜 이 달의 문학평은 김남일의 「국경」(1부)과 김영현의 「풋사랑」이 있어서 무척 즐겁다.질척거리는 시궁창 속을 헤매다가 맑은 샘물을 만난 듯,산뜻한 산들바람을 만난듯한 느낌이 반갑고 상쾌하다.「청년일기」의 작가 김남일이 오랫동안의 산고끝에 마침내 발표한 「국경」에는 과연 만만치 않은 공력이 배어 있다.작가는 우리를 1920년대말에서 30년대 초의 함흥지방으로 안내한다.그 안에서 조선 공산당 재건운동과 함흥지방의 적색농조 운동,질소비료공장의 제네스트가 펼쳐진다(또 그 얘기? 왠 사회주의? 하고 지레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작가 스스로가 한번도 체험하지 못한 시간과 공간을 소설로 재현한다는 것은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닌 다음에야,난감한 정도를 넘어서 위험한 일이기조차 하다.상상력의 무한정한 자유운동과 그것을 끊임없이 억누르는 사실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 위험은 모든 역사소설이 피할수 없는 위험이기도 하지만,또한 역량있고 야심있는 작가라면 기꺼이 대결하고픈 위험이기도 하다.「임꺽정」,「토지」,「장길산」,「태백산맥」이 그러했고 그 작가들이 그러했다.그러나 「토지」나 「태백산맥」은 말할 것도 없고 「임꺽정」마저도 작가 당대의 언어와 생활체험이 창작의 긴요한 자산이 되었던 것이었다.김남일은 위의 작가들에 비하면 거의 완벽하게 무의 지점에서 출발했다고 보아야 한다.그런만큼 야심과는 달리 소설이 무미건조한 다큐멘터리나 과거사의 단순한 발굴­복원으로 끝날 위험성이 컸다는 말이다. 그 위험을 거뜬히 넘어서게 한 것은 이 소설 속에서 풍요롭고 다채롭게 재현된 함경도 지방의 생활상이다.절묘한 운율과 뚝심이 어우러지는 함경도 방언의 생생한 재현과 농민 생활묘사의 구체성은 이 소설이 지닌 최대의 미덕이며,무릇 소설의 성패가 바로 그 디테일의 진실성과 구체성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작가를 단순한 기록자가 아니라 작가이게끔 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그점에서 김남일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역량을 보여주었다.디테일의 풍부함에 비추어 서사적 골격이 좀 미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은 이제 1부만이 완결된 시점에서는 성급한 속단일수도 있겠다.김남일은 우리 민족문학이 미처 캐내지 못한 광맥을 잡았다.그의 탄탄한 묘사력과 민중적 세계관은 이 광맥을 90년대 민족문학의 새로운 보고로 만들고야 말 것이다. 김영현의 「풋사랑」은 80년대 청년들의 이야기이다.소재로만 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그러나 이 첫 장편에서 김영현은 80년대가 낳은 작가로 그를 일컫게 했던 「김영현적인 것」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끔찍한 리얼리티」를 차마 보아내지 못하는 그의 정신은 소설을 차가운 산문성의 공간이 아니라 시적정서의 자리로 이동시키는 한편,세상 바깥의 어디로도 차마 나가지 못하는 그의 정신은 소설의 인물들을 이세상 한복판 그 격류 속에 집어넣고 마구 휘젓는다.내가 일찍이 다른 글에서 「낭만적 아이러니」라고 했던 그것은 김영현의 힘이기도 하고 또한 굴레이기도 하지만,어찌하랴 그것이 우리 시대의 숨길 수 없는 모습이기도한 것을.
  • 수준급 새 영화 10여편 제작 활기/관객층 기호 계산,기획력 발휘

    ◎작품·흥행성 등 고루 갖춰 눈길 새해를 맞아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건 수준급 영화제작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이들 영화는 하나같이 탄탄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및 완성도의 3박자를 고루 갖춰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야심작들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촬영에 돌입했거나 내달 촬영을 목표로 제작이 추진중인 작품은 「백한번째 프로포즈」「그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결혼하지 맙시다」「커피 카피 코피」「미스터 맘마2」「키드 캅」「투 캅스」등 10여편. 이 가운데 「백한번째 프로포즈」(오석근 감독)는 슬픈 옛사랑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미모의 첼리스트와 그녀를 향해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쏟는 한 남자의 환상적인 러브스토리를 담은 작품. 사랑의 실체와 가치를 추구한 고전적 멜로영화로서 문성근이 주역을 맡았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김영빈 감독)는 충족된 수혜자로서 차별적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압구정족들의 삶을 통해 우리사회가 앓고 있는 병폐를조명하는데 기획의도를 맞춘 작품. 향락적이고 말초적인 문화에 대한 영상탐구를 재치프레이즈로 내건 영화로 문성근과 전미선이 주역으로 캐스팅됐다. 「결혼하지 맙시다」는 현재 시나리오작업중으로 유치원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 이어가는 두 남녀의 사랑의 감정변화와 결혼후의 갈등을 통해 참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감각을 내세운 표피적인 재미에 안주하지 않고 무게있는 사랑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커피 카피 코피」는 당차고 매력적인 캐리어 우먼과 CF감독의 투철한 직업의식과 야망 그리고 사랑을 다룬 작품.포스트 모던한 이야기 전개로 젊은 관객층을 겨냥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작품으로 세련된 영상미에 주력,CF촬영기법을 도입하는 해외로케도 예정하고 있다. 「미스터 맘마2」(강우석감독)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신세대 아빠의 육아와 사라져가는 부성애를 따뜻한 시각으로 묘사하는데 기획의도를 둔 코미디물. 그러나 전편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린데 반해 이번 속편에서는 보다 깊은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디테일하면서도다채로운 극적 상황묘사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김의석 감독)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며 자유주의적인 방송국 PD와 간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애정물.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삶의 방식,그리고 고독을 진솔하면서도 파격적인 영상에 담을 계획이다. 또 「키드 캅」(이준익 감독)은 어린이들을 주역으로 내세운 가족용 오락코믹액션물. 예년과는 달리 연초부터 제작러시를 이루고 있는 이들 영화는 무비판적인 유행의 추구에서 벗어나 각기 고유의 색깔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또 주먹구구식이 아닌 관객층의 기호를 충분히 계산해 제작에 임하는 등 사전 기획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개성과 의욕을 앞세워 만들어지고 있는 이들 신작영화가 그동안 외화의 위세에 가위눌려온 한국영화계에 얼마나 숨통을 트이게 할는지 자못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고급패션진 청소년층 인기/정통진과 달리 자수·포켓 등 디자인 독특

    ◎국내 상륙 3년만에 강남중심 확산/6만∼16만원 고가불구 판매 “불티” 「비쌀수록 잘팔린다」.한때 청소년들사이에 붐을 이뤘던 고급 운동화에 이어 값비싼 패션청바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다. 패션진의 가격은 싼것이 6만원대이고 수입완제품의 경우 16만원을 호가한다.불과 수년전만해도 3만∼4만원대의 청바지가 고가품으로 취급되던 것에 비하면 가격수준이 1백%이상 오른셈이다. 현재 국내 청바지 시장은 정통진과 패션진의 두종류로 나뉜다는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정통진은 5개의 포켓을 갖춘 베이식 스타일을 지칭하며 거의 유행을 타지않는다.한주통상의 「리바이스」와 쌍방울의 「리」가 대표적인 상품으로 가격은 3만∼5만원정도. 이에비해 지난 89년 일경물산이 미국의 「게스」를 처음 도입한 이래 불붙기 시작한 고급 패션진 시장에서는 설아패션의 「캘빈클라인」,(주)금경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쌍방울의 「가쉽」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89년 게스 첫 도입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태계 디자이너 조르주 마르시아노의 「게스」가 6만7천∼7만5천원이고 역시 미국산인 「캘빈클라인」이 6만1천∼7만1천원」.90년 여름 도입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프랑스산으로 6만3천∼7만3천원,지난해 8월에 들어온 미국산 여성전문 진브랜드인 「가쉽」이 6만5천∼7만5천원선이다. 이들 도입브랜드외에 수입완제품인 「미쏘니」는 삼풍,갤러리아 명품관등에서 팔리는데 청바지 한벌에 16만원이 넘는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조르주 아르마니가 디자인한 「엠프리오 아르마니」역시 11만∼15만원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명도탓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부유 젊은층 타깃 국내에 상륙한지 2∼3년에 불과한 패션진은 강남일대의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지기 시작,이제는 정통진이상으로 많이 보급된 실정이다.정통진과 달리 패션진의 특징은 처음 상품 기획부터 입을수 있는 고객층을 한정한다는 점. 이는 베이식 스타일에 자수를 놓거나 포켓을 더 다는등 디테일을 강조하는 패션진이 감각적인 젊은 층에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현재 대부분의 패션진 업체들은 10대후반에서 20대중반사이의 여유있는 젊은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있다. ○정통진과 판매비슷 고가 패션진들은 제작만 국내에서 할뿐 원단과 디자인등은 해외 본사에서 그대로 들여온다.이중에는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팸플릿까지 수입하는 브랜드도 있다.따라서 본사에 지출되는 로열티와 엄청난 광고비,상류층을 파고들려는 고가화정책때문에 가격이 비쌀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등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반 정통진이 20∼30달러정도 하는 반면 「게스」등의 패션진은 60달러(4만8천원)이상 간다. 그러나 정작 외국에서는 정통진이 주로 팔리고 비싼 패션진을 사입는 계층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우리나라처럼 정통진과 고가 패션진의 판매비율이 거의 같아진 것은 상상할수도 없는 사실. 업계에 따르면 올한해 정통진 업계의 대표주자격인 H사와 S사가 각각 2백억원을 조금 웃도는 매출을 기록한데비해 패션진 주력업체인 I사가 단3년만에 이와 비슷한 판매실적을 올린것으로 알려졌다. ○대중화속도 빨라 일경물산 상품기획부의 강효문대리는 『처음 「게스」를 도입할 당시는 고급브랜드로 다른 상품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었으나 순식간에 대중화가 돼 우리들도 놀랐다』며 『매장수를 줄이고 내부 인테리어도 새로 단장해 외국처럼 입을만한 여유가 있는 계층들에게만 어필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되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 패션디자이너 김정아씨/불 밀라노컬렉션에 참가

    ◎7∼11일까지… 한국인으론 처음 지난해 로마 알타모다컬렉션에 동양인으로 처음 참가했던 패션디자이너 김정아씨(39)가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밀라노 프레타포르테 컬렉션92∼93에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참가한다. 2000천년을 겨냥하는 의미에서 알타모다컬렉션과 같은 「빛·영광·탄생」을 주제로 택해 특유의 독창성과 디테일이 가미된 작품3백여점을 선보일 예정. 빛의 무대에서는 이브닝 드레스를,영광의 무대에서는 지성적이고 실용적인 포멀슈트를,탄생의 무대에서는 웨딩드레스·약혼드레스·나이트드레스를 각각 소개한다. 밀라노컬렉션 참가를 위해 4일 출국하는 김씨는 『이번 컬렉션 참가를 계기로 고가기성복 수출의 길이 트이길 바란다』면서 『한국패션의 수준을 세계에 알리고 능력을 평가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밀라노컬렉션은 주문생산 맞춤복 위주의 오트쿠튀르컬렉션과는 달리 한가지 디자인으로 여러벌을 생산하는 디자이너브랜드 중심의 기성복쇼로 맥스마라,페라가모,로라 비아조티,크리지아,펜디등이 참가해 세계 기성복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 올봄 숙녀복 패션/긴 재킷·짧은 스커트 유행(여성가정)

    ◎오렌지·핑크·아이보리 등 화사한 색상 주조/가볍고 착용감 좋은 울·실크 혼방소재 선호 올봄 숙녀복패션 경향은 긴 재킷과 짧은 스커트의 슈트룩이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밝은 색상과 엷은 색상들이 조화를 이뤄 디자인 자체의 경쾌한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양모사무국이 분석한 국내 여성복업체의 올봄 제품 경향을 살펴보면 스타일은 허리부분이 약간 들어간 긴 재킷과 짧은 스커트 혹은 쇼츠,심플한 원피스와 긴 재킷 등이 주류를 이룬다. 또 오렌지·핑크·아이보리·베이지 등 화사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색상이 많다. 소재면에서는 가볍고 착용감이 좋은 쿨울이나 울·실크의 혼방소재가 주로 사용돼 전체적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쿨울은 전반적인 의류의 경량화추세에 함께 일교차가 심한 우리나라의 기후특성때문에 올봄의 비즈니스웨어·캐주얼웨어 등에 다양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이런 스타일은 부인복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중장년층 여성복을 전문으로 하는 디자이너 이철우씨(마담포라 대표)는 『올봄·여름 부인복은 편안하고 풍성한 볼륨감을 살린 옷보다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단정한 정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스커트의 길이가 대체로 무릎선 혹은 무릎을 약간 드러내는 수준까지 올라가고 테일러컬러의 정통스타일정장 혹은 샤넬스타일은 슈트룩이 주종을 이룰 것이라는 설명이다. 색상은 자주·보라·청색·물색·인디고 핑크·올리브·황토색 등 에콜로지 색상을 기본으로 하지만 대체로 밝아진 편. 여성미를 살리기 위해 부드럽고 드레이프성이 뛰어난 실크·비스코스·쿨울·면·저지 등이 주소재로 떠올랐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이씨는 『자신의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개성을 살리려는 중년여성과 리조트붐,스포츠의 확산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슈트룩을 세련되게 소화할 수 있는 마른체형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슈트룩은 지난해 10월 파리와 밀라노에서 소개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92년 봄·여름 컬렉션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아이템. 히프를 약간 덮거나 긴 재킷이 고전적이 테일러드 컬러,복고풍의 텐트라인 재킷,단순하고 절제된 스타일 등 다양한 디테일로 소개됐다. 스커트의 길이는 미니가 우세였으며 무릎 아래까지 오는 긴 타이트에 뒷트임으로 활동성을 준 스커트도 가끔 등장했다. 재킷과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뉴 드레스의 등장도 눈여겨볼만한 특징이었다. 절제된 디자인의 소매없는 미니드레스,고급 소재와 화려한 삭생의 재킷과 어울리는 심플한 미니 원피스가 그것. 슬립스타일로 장식이 절제되고 앞부분이 플레어처리된 새로운 스타일도 여러 디자이너들에 의해 시도되고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