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문명기행] (1) 지구촌의 탄생
*과학이 이룬 지구촌 한가족 시대 대한매일은 새 천년 D-100일이 되는 23일부터 금세기를 정리하는 ‘20세기문명기행’을 연재합니다.이 시리즈는 매주 월요일 10회에 걸쳐 금세기 1백년동안에 이뤄진 인류의 진보와 거대사건들을 분석,정리하게 됩니다.독자여러분의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주] 1901년 12월12일 캐나다 뉴펀들랜드.22세의 이탈리아 청년 귈레모 마르코니는 자신이 만든 한 기계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국 그리니치 표준시로 정오가 되는 순간.“톡톡톡”작은 반응이 기계를울렸다.수초도 걸리지 않은 짤막한 신호.2∼3m 떨어진 곳에서라면 들리지도않을 작은 소리였지만 마르코니에겐 지축을 흔드는 희망의 함성으로 귓전을울렸다.1,600마일 떨어진 대서양너머 영국에서 보낸 전파신호가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수신한 전파는 모르스 부호로 S자.무선통신 시대의 개막이었다.물리적인 ‘거리공간’을 압축시키면서 인류문명 사상 최초로 전지구를 하나로 묶어나가는 신호였다.지구촌 시대의 서곡은 이렇게 울려퍼졌다.
“타임스 빌딩의 타임스 캐논이 힘차게 종을 12번 쳤다.지난해와 지난세기의 종언을 알리고 새해와 새로운 세기를 반갑게 맞아들였다.이를 신호탄으로 종소리와 휘파람 소리,총소리가 폭죽처럼 울려 퍼졌다.군중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환호와 박수로 새해와 새 세기를 환영했다.”(LA타임스,1900년1월 1일자).
무선통신의 발명은 20세기 역사의 출발점에서 온 인류가 걸었던 기대와 희망에대한 작은 반영이었을 뿐이다.스페인의 노벨상수상 과학자인 세베로 오초아는 “20세기의 가장 근본적 특징은 엄청난 과학의 진보”라고 말했다.
인류는 1백년을 통털어 시간과 공간을 획기적으로 압축시켜 나갔다.
1900년 체펠린,1901년 화이트 헤드, 1903년 라이트 형제의 노력에 이어 1927년 5월20일 아침 8시 지구촌시대의 가시화를 위한 또하나의 열매를 맺었다.
린드버그는 ‘세인트루이스 정신’을 타고 뉴욕을 떠나 파리로 향했다.결과는 대성공.33시간 30분 후 그는 파리의 루 부르제 비행장에 무사히 착륙했다.그로부터 12년뒤 판 아메리칸 항공이 미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최초의 상업비행을 시작,전 세계인의 거리개념에 통렬하게 메스를 가했다.
앞 세기말까지 지구를 한바퀴 돌기위해서는 천재의 머리속에서마저 최소 80일이 걸려야했다.
런던-수에즈 7일(철도나 우편선),수에즈-봄페이 13일(우편선),봄페이-캘커타 3일(철도),캘커타-홍콩 13일(우편선),홍콩-요코하마 6일(우편선),요코하마-샌프란시스코 22일(우편선),샌프란시스코-뉴욕 7일(철도) 뉴욕-런던 9일(우편선 및 철도).1872년,미래학자이자 공상소설가였던 쥘 베른이 그의 소설‘80일 간의 세계일주’에서 제시했던 지구일주의 가장 빠르고 기발했던 타임테이블이다.그러나 이 천재의 구상도 이미 20세기 초입에 전설의 화석속에 매몰되고 만다.
육지에서 시속 300㎞까지 달리는 고속전철,시속 1,000㎞를 오르내리는 대형여객기 덕택에 지구촌은 1일 생활권이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구상중인 하이퍼 X계획이 실현되면 제트여객기는마하 10,시속 9,000km의 속도로까지 비행하게 된다.토요일 점심때 김포공항을 출발하면 오후 2시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1박2일간 마음껏 즐긴후 돌아온다.그래도 서울은 아직 일요일 오후 3∼4시인게 이 계획의 목표인셈이다.
시·공간적 압축 (time-space compression)이라는 표현이 전혀 무색하지않다.
미국의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은 1962년 펴낸 ‘과학혁명들의 구조’에서 패러다임(Paradime)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다.이 말은 한 시대,한 공간의 가치 체계의 총체적 구조를 의미하며 ‘인식의 틀’로 번역된다.지금 가장 널리쓰이는 어휘다.패러다임은 금세기들어 지구의 총체적구조가 변화했음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숱한 지식인들은 지구촌의 존재의미에 대해 의문 부호를 던진다.‘지구촌 시민은 단지 첨단 전자게임을 즐길 뿐이다‘‘전세계와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 속으로 빨려들어가 인간 생존의 최소단위인 가족간 단절까지를 야기한다’고 말한다.
석학 앤서니 기든스는 ‘제3의 길’에서 문화적,인종적 다원주의에 기초한‘세계주의적 민족’을 부르짖었다.지구촌의 인류라면 금세기가 가기 전에그 의미만은 다시 한번 새겨 봐야 할 것 같다.
김병헌기자 bh123@ *인터넷 여권·비자없이 세계를 맘대로 전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묶은데는 ‘제3의 혁명’이라 불리는 정보통신 발달의 힘이 컸다.
이중 위성통신의 발달은 제도,이념,국경,장소의 제한없이 지구를 하나로 연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57년 10월4일 소련은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1945년 영국의 과학자 A.C 클라크가 ‘무선세계’라는 논문에서 인공위성을 무선통신에 이용하자고 한지 12년만의 일이었다.
위성의 등장은 지구상에 더이상 ‘공간적 개념’의 오지를 남겨놓지 않게 되었다.
아프리카와 아마존의 밀림탐험을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됐다.남극과 북극의 동물생태계에 관한 현장 다큐멘터리 역시 TV 생중계로 지켜볼 수 있게됐다.미 CNN방송이 24시간 전세계를 커버하면서 인도네시아 한 섬에서 일어나는 유혈사태를 현지시간으로 생중계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위성의 위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성에 의한 통신발달은 현재 지상망의 모든 통신망이 두절되어도 어느 누구와도 통화가능한 세계최초의 단일통신서비스 개인휴대통신(이리듐 서비스)의 개막,바로 그 코앞까지 와있다.
정보통신 혁명은 문명사의 새 지평까지도 열고 있다.인터넷은 지구촌을 하나의 그물망으로 엮으며 세계화의 ‘첨병’노릇을 하고 있다.30년전 미국의군사정보통신망이 시초가 됐던 인터넷은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유일무이한지구촌 통신망으로 자리잡았다.
지구촌 통신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터넷은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PC안에서 ‘전세계’를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는 혜택을 부여했다.외국인 회사에 투자를 해놓은 사람이 미국의 다우존스에서 제공하는 주가(株價)정보를실시간으로 찾아볼 수 있고 지구 반대편 유럽소식이 궁금한 이는 그쪽 미디어의 홈페이지만 찾아가면 쉽게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야말로 원하는 정보를 찾아 전세계를 여권과 비자없이도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인터넷 세상’.그 것이 20세기 인류가 만들어낸 지구촌의 모습이다.
이경옥기자 ok@ * '새즈믄해' D-100일 실행체제로새천년준비위원회(위원장 李御寧)가 새천년 D-100일인 23일을 기해 실행체제로 완전 전환한다.
지난 4월12일 발족한 준비위는 그간 평화,환경,새인간,지식창조,역사 등 5대분야의 천년화(기념) 사업을 구체적으로 기획하면서 이의 실천을 위한 기구 정비에 힘써왔다.60개가 넘는 5대분야의 사업은 10월 초쯤 최종 결정될예정이지만 몇몇 사업은 이미 공식적인 발표 단계를 거쳐 진행중에 있다.
사업시행이 거의 확정된 주요사업 가운데 평화의 열두 대문 건립,비무장지대 문화특구 선포,한중일 반도성 회복 문화회의 개최 등이 평화 부문에 들어 있다.하남 국제환경박람회장 안에 ‘새천년의 숲’을 개관한 환경부문에는새천년을 기념하고 살아있는 생활공간인 도시와 거리를 밝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새즈믄해(새천년) 거리’ 조성 사업이 포함된다.
새인간 부문사업의 핵심은 2,000명의 ‘사이버 프런티어’ 선발사업으로 새천년의 미래 주역인 젊은이들을 비트 공간인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모집한다.
이 프런티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활동 등을 통해 세계화,천년화의 인간고리로 육성된다.지식창조 부문에선 문자가 없는 민족인 인디언 오난다가족 추장인 라이어스 교수와 연계해 한글을 발음기호로 보급하여 한글의 세계화,정보화 사업의 인프라로 삼으며 예술인과 창조적 지식인을 보호육성하고 새천년을 의미있게 준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조성을 위해 ‘밀레니엄법’ 제정을 추진한다.
역사 천년화사업에선 국가기록보존의 디지털화를 위해 10만명의 주부들이시범적으로 디지털 가계부 작성을 선언한다.
준비위는 1999년 12월31일 일몰,자정 및 2000년 1월1일 일출 의 ‘새천년맞이’ 국가 공식행사를 주관한다.이때 초박막 액정화면 카드섹션과 일몰·일출지역 햇빛 채화 등을 통해 국민단합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특히 준비위는 새천년 기념사업의 핵인 평화의 열두 대문(‘천년의 문’)건립에 힘을 쏟고 있다.월드컵이 열리는 서울 상암동 근처 옛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에 2000년을 시작으로 10년마다 한개의 대문을 세워나가 한 세기 백년 동안 모두 12개(통일되는 해 하나 추가)의 문을 완성하는 이 사업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지난달 말 재단법인 ‘천년의 문’을 설립했다.이 새천년 기념조형물 ‘천년의 문’ 설계시 참고자료로 활용할 아이디어를 D-100일부터일반으로부터 받는다.
준비위는 지난 8월 상임위원회를 설치했다.정부 17개 부처와 16개 시·도에 이관,실행해 오고 있는 사업에 대해 조정,기획지원 및 자문활동 등의 업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김재영기자 kjyk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