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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언론 “박지성은 팀동료 동팡저우의 스승”

    “동팡저우(董方卓)의 가장 좋은 스승은 박지성이다.”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프리미어 리그 볼튼전에서 2골을 터뜨리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박지성에 대해 중국 언론 및 네티즌들도 극찬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매체 징바오(競報)는 19일자 보도를 통해 “박지성이 2골을 넣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축구 경기를 만드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또“경험이 부족한 동팡저우의 가장 좋은 스승이 바로 박지성”이라며 자국 선수가 대기 명단에도 끼지 못한 점을 아쉬워 했다. 특히 징바오는 축구평론가 위펑티엔(御風天)의 말을 인용해 박지성의 프리미어리그 성공비결을 ‘부지런함’이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징바오는 “박지성이 뛰어난 신체능력과 기술,스피드를 가진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특유의 부지런함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가진 축구에 대한 열정에 감동받는다.”고 썼다. 또 “동팡저우의 미래 역시 부지런함에 있다.박지성은 그를 위해 가장 좋은 시범을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중국 최대의 포털사이트 시나스포츠도 박지성 칭찬에 합세했다. 시나스포츠는 “경기 초반 박지성이 결정적 찬스를 놓친 실수를 2골로 만회했다.”고 보도했다.시나스포츠는 박지성이 두 번째 골을 터뜨린 후 라이언 긱스가 박지성과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화제에 올렸다.이 장면에 대해 기자는 긱스가 “지성이 너 한국식당 가서 인삼 먹은거 아니야?”라고 말한게 아닐까 추측하기도 했다. 각종 게시판에 올려진 중국 네티즌의 반응 역시 뜨겁다. “박지성은 아시아 최고의 선수”,“한국인은 중국인과 달리 강력한 정신력을 가졌다.”, “박지성과 동팡저우의 차이는 한국과 중국의 차이”등 박지성을 칭찬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반면 지난 14일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럽올스타팀간 경기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동팡저우의 슛에 대해서는 ‘만리장성 대폭발 슛’ ‘홍콩 반환슛’ ‘황화강 대 범람슛’이라는 조롱들이 줄을 이었다. 한편 박지성은 영국 스카이스포츠,BBC,ESPN 등에서 발표한 주간 베스트11에 당당히 포함되는 영광을 누렸다. 디지털 콘텐츠팀 이화진 기자 soqwater@seoul.co.kr
  • “지식전달 아닌 마음을 움직여라”

    “지식전달 아닌 마음을 움직여라”

    영등포구청 고객만족팀장 김삼임(36)씨는 ‘프레젠테이션 달인’으로 통한다. 전국을 돌며 영등포구 ‘관급공사 품질관리 OK’시스템 등을 소개하는 그녀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프로 공무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씨가 프레젠테이션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 사내 강사를 맡으면서부터다. 신입 직원에게 친절 행정과 고객 만족을 교육하는 일이었다. 성당 주일학교 교사 경력이 전부였지만 김씨의 표정이 밝고 목소리가 맑다고 동료 직원들이 추천했다. 김씨는 “새로운 일이 반가웠다.”고 말했다. 좌우명이 ‘날마다 새롭게, 늘 새로워져라.’일만큼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무원시험에 합격했지만 대학·대학원을 혼자 힘으로 졸업하기도 했다. 김씨는 프레젠테이션이란 무엇인지를 먼저 분석했다. 자기계발·행복·희망을 다룬 책을 한 달에 10권씩 독파했다. 직장일, 가사일이 바빴지만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었다. 공무원인 남편 김영철(40)씨도 두 딸을 돌보고 집안일을 도우며 지원했다. 또 디지털카메라와 메모장을 들고 다니며 프레젠테이션에 활용할 사례를 수집했다. 그 자료는 컴퓨터 ‘지식창고’에 차곡차곡 쌓였다. 교육도 체계적으로 받았다.‘크리스토퍼 리더십’코스를 밟고 지난해에는 중앙대 인력자원ㆍ개발(HRD) 대학원에서 강의코칭 아카데미를 이수했다. 파워포인트는 인터넷으로 배웠다. “처음에는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세계 최고의 명강사를 꿈꿔라.’라는 책을 보고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다는 꿈이 움트기 시작한거죠.” 김씨의 프레젠테이션에는 ‘일단 열어라(Open)-믿고 수긍하게 하라(Believe)-움직여라(Move)’라는 공식이 있다. 내용은 간단하게 구성한다. 주제는 3가지를 넘지 않고, 텍스트보다 영상이미지를 많이 사용한다. 무거운 주제일수록 재미있게 풀어낸다. “많이 설명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해입니다. 짧을수록, 단순할수록 오래 기억됩니다.” 프레젠테이션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설득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할 때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주제와 어울리는 명언을 내레이션한다. 실력이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지난해‘2006 지방행정혁신 한마당’에 나가 영등포구의 혁신사례인 ‘관급공사 품질관리 OK시스템’을 발표할 직원으로 7급 공무원이던 김씨가 뽑혔다. 파격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김씨는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하며 조수미의 ‘챔피언’을 틀었다. 그리고 이렇게 내레이션했다. “쉽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저희가 하겠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기본을 튼튼히 하는 일에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품질 대한민국을 위한 최고의 길, 바로 우리 영등포구가 힘차게 열어 가겠습니다.” 박수가 쏟아졌다. 결국 영등포구는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후 강의 요청이 쏟아졌다. 김씨는 ▲웃으면 행복해집니다 신바람 혁신폭소운동 ▲樂 소리나는 영등포구 혁신이야기 ▲변화와 성장 ▲리더십 등 10여가지 프레젠테이션을 강의한다. 지난달 22일에는 구청에 ‘프레젠테이션 동아리’를 창단했다.50여명이 김씨의 프레젠테이션 노하우를 배울 계획이다. “지식은 나눈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유할수록 늘어나죠. 저를 뛰어넘는 직원이 5명,10명씩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김씨의 소망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외환위기 딛고 일어선 근로자·기업들] 샘솔정보기술 양태준 사장

    [외환위기 딛고 일어선 근로자·기업들] 샘솔정보기술 양태준 사장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사무실. 샘솔정보기술 양태준(40)사장의 출근길은 활기차다. 그에게 구조조정 대상자라는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다. 10년 전 외환위기 한파 속에 정든 직장을 떠나야 했던 그는 오늘날 우수 중소기업인으로 성장했다. 1988년 현대전자에 입사한 양 사장은 94년 현대정보기술로 자리를 옮긴 뒤 영상기기와 네트워크 영업을 해왔다.97년 말 외환위기가 몰아닥치자 현대정보기술은 그가 몸담았던 영상팀을 해체했다. 하루아침에 10여년을 몸담았던 직장에서 쫓겨난 그는 막막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옛 직장에서 동고동락하던 동료 5명과 퇴직금을 모은 1억원으로 빔 프로젝터를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렇다 할 아이템이나 기술도 없이 의지만으로 출발했던 그들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결국 2년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탈출구는 ‘블루오션’을 찾는 것이었다.“믿을 만한 것은 몸뿐이고 열심히 뛰는 것”이라는 양 사장은 실패에 좌절할 틈도 없이 방방곡곡을 누볐다. 그는 종합상황 관제시스템 분야에 도전하기로 했다. 국내산 장비가 없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따라서 일본기업의 신뢰를 얻는 일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한국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일본기업의 불신의 벽은 높기만 했다. 지인이었던 일본 전문가와 일본기업의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양 사장과 샘솔정보기술이 도입한 관제시스템은 방재센터, 재난센터에 50·70인치 대형스크린 6개를 기본세트로하는 대형스크린디스플레이(LSD)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었다. 2002년 본격적으로 관제시스템 시장에 뛰어든 샘솔정보기술은 선발주자들을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지난해 매출액은 106억원.5명이었던 직원들은 40명으로 늘어났다. 그가 내세운 경영원칙은 신뢰, 책임, 권한이다. 양 사장은 “자신이 잘하는 일만 하고 나머지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스스로를 “내 회사가 아닌 우리의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직원의 한 사람”이라고 겸손해했다. 양 사장은 10년 전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를 지탱해준 것은 가족들의 믿음이었다. 양 사장의 아내는 “언젠가 그만둘 일이 오히려 잘됐다.”며 해고당한 남편에게 용기를 줬다. 그는 “멀지않아 수입국인 일본에 역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지난 1년 우리가족에 무슨일이…

    지난 1년 우리가족에 무슨일이…

    12월 달력이 온갖 송년모임 약속으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레 ‘폭탄주’가 돌고,2차∼3차 ‘마냥 고’를 외치다 보면 다음날은 하루 종일 쓰린 속을 추스르느라 후회막심. 이제 먹고 마시기만 하는 송년모임은 가라!가족이나 친구, 회사 동료들과 함께 간단한 파티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파티 플래너 이경목(34)씨가 추천한 파티방법을 소개한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1. 가족들과의 러브송 파티 파티주제 지난 1년간 가족들에게는 무슨일이? 가족들에게 1년간 일어났던 중요한 일들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주된 주제로 만들어 볼 수 있는 파티. 각자가 미리 준비한 종이에 1년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 중 가장 행복했거나 재미있었던 일, 또는 가장 슬펐던 일 등에 대한 제목만을 쓴다. 그리고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제목 외에 자세한 내용을 글로 쓰게 되면 가족들의 대화시간이 줄어들게 되므로 가급적 제목만 기재하고 나머지 내용은 가족들에게 직접 말로써 들려줄 것을 권한다. 가족들의 이야기가 모두 끝난 다음, 내년 한해 온가족의 행복을 위해 소망풍선을 만들어 날려 보내는 것도 좋다. 2. 연인과의 스위트 파티 파티주제 보드게임 함께 하기 사랑하는 사이라면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보는 하루는 어떨까?요즘 젊은층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체스게임은 보드게임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킹, 퀸, 나이트, 비숍 등의 체스말들을 움직이는 규칙과 각종 전략, 그리고 체스만이 가지는 캐슬링 등 특별 규칙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 체스의 세계로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 둘만의 사랑도 커져갈 듯. 3. 친구들과의 프렌드십 파티 파티주제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 오래된 친구일수록 대화의 주제는 늘 과거로의 회상이다. 그때 그시절 사진들과 이야기들은 언제나 친구들의 좋은 이야기거리다. 디지털카메라가 없었던 시절, 각자의 사진기에 찍힌 사진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파티를 계기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추억의 사진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때 그 시절 사진들을 보면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야기시간. 정말 최고의 송년파티가 되지 않을까?사진 뒷면에 서로간의 우정을 확인하는 사인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 4. 회사동료들과의 파트너십 파티 파티주제 동료들과 함께 하는 연말 시상식∼ 지난 1년간 함께 한 회사동료들과 연말을 맞아 뜻깊은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한해 동안의 베스트 인물을 뽑고 간단한 상품도 증정해 보면 어떨까?베스트 스마일상, 베스트 드레서상, 베스트 개그맨상 등 회사직원들의 공정한 투표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선정하고, 여흥을 즐기는 것. 선발된 사람에게는 앞으로도 잘하라는 의미, 선발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음 해 더 나은 회사생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5. 각종 동호회의 테마파티 파티주제 같은 테마를 찾아라!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면 해당 동호회의 주제를 테마로 파티를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자칫 술자리와 친목모임으로 치우치기 쉬운 동호회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동호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자리가 더더욱 필요하다. 또 동호회원간의 연말시상식을 겸한다면 더욱 더 의미있는 파티가 될 것이다. <파티즌 커뮤니케이션 파티플래너>
  • 공직 재택근무 확산되나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쳇바퀴 돌듯 틀이 갖춰진 공직사회에 재택(在宅)근무가 확산 가능할까. 그동안 재택근무는 잦은 회의와 결재가 요구되고 수시로 민원이 접수되는 관가에서는 시행이 어려운 것으로 간주돼 왔다.80년대 후반 민간분야에서 재택근무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공직사회에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하는 방식 혁신과 에너지 소비 절감, 교통수요 및 환경영향 저감 대안으로 재택근무가 공직사회의 신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으로 자리잡으면서 동료 공무원들과 얼굴을 맞대지 않고 집에서도 업무를 해낼 수 있도록 온라인 근무환경이 조성된 데 힘입은 결과다. 정부도 정부가상사설망(GVPN)과 온라인 업무처리가 가능한 e나라,e사람, 정부업무관리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복무규정을 신설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나섰다.●특허청 재택심사관 목표치 초과달성 특허청은 2005년부터 정부부처 중 유일하게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재정경제부와 식약청 등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20여개 기관이 벤치마킹했고 일부 부처는 특정 업무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시행 때 54명이던 재택근무자가 늘면서 10월 현재 158명에 달한다. 재택근무 대상인 심사·심판관 800여명의 약 20%가 집에서 근무하고 있다.1∼4일로 나뉘어진 근무형태를 선택해 6개월을 기본으로 운영된다.2일 이상 재택근무 시 PC와 전용회선을 설치 지원해 준다. 특허청이 지난해 재택심사관들의 업무를 평가한 결과 상표는 월평균 263.3건, 특허와 실용신안은 77.2점으로 목표(220건,66점)를 초과 달성했다. 청내 근무자와 비교해 양·질적으로 성과를 인정받았다. 재택 근무자의 87%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같은 성과에 기초해 정보통신부는 국가적 근무모델,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대책, 건설교통부는 교통난 해소 방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한 축을 차지했다.●“공공부문에서 우선 정착돼야” 교토의정서 발효 및 대도시권 교통개선 대책과 맞물려 재택근무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국토연구원 교통연구실 정진규(43) 박사는 ‘국토정책Brief’에서 통근·통행수요 절감 및 수송에너지 절약을 위해 재택근무를 범정부적 전략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박사는 재택근무가 근로자에게 ▲자기계발 기회 확대 ▲개인에 맞는 작업환경 조성 ▲출퇴근에 따른 시간·비용·스트레스 완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회사와 사회 역시 ▲유연한 고용에 따른 인건비 절감 ▲교통에너지 및 사무실 유지비 등 자원 절약 ▲주부·장애인 등의 고용 확대로 노동인력 활성화를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했다. 반면 ▲사회적 접촉 감소로 인한 인간관계 축소 ▲자기 통제 노력 ▲여성은 가사일과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업무능률 저하 ▲지위에 대한 안정성 위협 등 부정적 요인도 지적됐다. 정 박사는 “사회·직장 문화를 감안할 때 재택근무가 단기간내 확대되기는 어렵다.”면서 “공공부문에서 시범을 보이고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보안 등 이유 “시기상조” 주장도 특허청 재택공무원은 GVPN을 거쳐 특허넷∥에 접속하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2차례 지문인증을 거쳐 확인을 받는다. 출퇴근은 중앙인사위원회가 개발 보급한 e나라로 체크된다. 메신저를 통해 수시로 사무실 근무자와 대화를 나누고, 지시도 받는다. 내년 1월부터 정부업무관리시스템도 가동된다. 매일 할 일이 시간대별로 온라인에 입력되고 개별 공무원이 하는 일에 대한 기록이 남는 등 복무의 전자 관리가 가능해진다. 특허청은 디지털저작권관리망(DRM)을 설치해 비공개문서에 대한 출력과 복사 등을 차단해 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동시에 ‘페이퍼리스’ 행정을 구현했다. 접속이 몰리는 시간대에 VPN이 가끔 끊기고 지문인증이 잘 안 되는 문제도 개선되고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지만 부처 업무 형태가 다르기에 결정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면서 “복무규정이 신설되는 등 제도적 기반은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기관의 재택근무 확산은 시기상조이다. 조직의 몰입도 및 연대의식 저하, 업무에 관한 신속한 협의의 어려움, 자료 및 프로그램 유출같이 보안 문제 등이 걸림돌이다. 특히 팀·과, 본부·국간 업무가 연계돼 있고, 평가기준이 없다는 점도 시행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한 공무원은 “업무가 정형화되지 않고 돌발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재택근무는 불가능하다.”면서 “화상회의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대면문화가 익숙하기에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20&30] 피할수 없는 지름신의 유혹이 시작됐을때

    [20&30] 피할수 없는 지름신의 유혹이 시작됐을때

    ‘나는 지른다. 고로 존재한다.’TV와 인터넷을 타고 넘실대는 광고의 유혹이 과거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한다.2030세대들에게 ‘지르다’나 ‘지름신(神)’이라는 말이 생활용어로 굳어진 것은 이런 흐름의 반영이다.‘지르다’의 사전적 의미는 ‘팔다리나 막대기 따위를 내뻗치어 대상물을 힘껏 건드리다’. 그러나 요즘엔 ‘충동구매’의 대표단어가 됐다. 지름신과 동거하며 울고웃는 2030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직장인 박재형(28)씨는 헤어진 여자친구로부터 노트북을 돌려받으면서 지름신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몇달 전 심심풀이로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둘러보던 중 눈에 확 띄는 매물을 발견했다. 바로 40만원짜리 슬림형 중고 노트북. 집과 회사에 데스크톱이 각각 한 대씩 있고 업무용 노트북도 있었지만 물건을 보는 순간 박씨는 지름신이 내려왔음을 직감했다.“당장 필요는 없지만 이 정도 물건을 이렇게 싼 값에 살 기회는 다시 없을 거란 생각에 덜컥 질러버렸죠. 나중에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란 생각에서 말이죠.” 그러나 박씨가 직접 사용한 것은 몇 번 되지 않는다. 노트북이 없어 불편해하는 동료와 여자친구에게 빌려주는 ‘대여용’으로만 전전했다. 그 이후에도 박씨는 LCD 모니터가 딸린 데스크톱 컴퓨터 1대,MP3플레이어 3개, 디지털카메라 3개 등 각종 전자제품으로 지름신을 초대했다. 박씨는 “지름신을 거부했더라면 그 돈으로 지금쯤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왔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지름신은 박씨를 쉽게 떠나지 않았다. 요즘 박씨는 PMP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지름신이 찾아오면 자꾸만 얄팍해져 가는 은행통장을 열어 잔고를 확인하면서 마음을 추스릅니다.” ●지름신을 부르는 ‘카드 신공’ 하지만 지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수중에 돈이 없다고 못할까. 통장 잔고가 없을 때 지름신을 부르는 것이 바로 ‘(신용)카드 신공’이다. 회사원 이모(32)씨는 집에 가기 전 다짐을 하고 또 한다. 이씨의 별명은 ‘홈쇼핑 마니아’.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이면 전화 수화기를 들어 카드결제하기 바쁘다.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기만 하면 지름신이 강림한다는 그는 ‘오늘은 맹세코 홈쇼핑과 절연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카드 신공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만다. 보다 못한 여자친구가 이씨의 신용카드를 빼앗아갔지만 이씨는 비밀 카드를 갖고 있다. 이씨는 “홈쇼핑 채널을 볼때 만큼은 모든 물건들이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것처럼 보인다.”면서 “홈쇼핑이 제발 나를 버려주기만을 애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름신도 가끔은 필요해 ‘지를 때 괴로워 말고 즐겁게 지르자.’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김지현(27·여)씨는 2주일에 한번 자발적으로 지름신을 초대한다. 백화점으로 나가 지름신과 함께 옷과 화장품 등을 사며 스트레스를 푼다. 김씨는 “굳이 지름신의 유혹을 피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서모(28·여)씨가 주로 지르는 대상은 핸드백이다. 명품을 고집하지 않는 서씨에게 새로운 디자인의 핸드백은 참을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온다. 서씨에게 지름신이 강림해 떠나는 기간은 1주일 정도다. 지름신이 일찍 떠나 충동구매에서 벗어난 적도 있지만 대부분 지름신의 부름에 묵묵히 따르고 있다. 서씨는 “핸드백을 질러서 경제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 후회한 적은 없다.”면서 “사고 싶은 것을 안 사서 괴로워하는 것보다 사는 게 정신건강에도 더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체면을 세우기 위해 지르기도 한다. 직장인 김모(27·여)씨는 소개팅을 앞두고 작정하고 옷과 신발 등을 사들인다.“소개팅의 성사 여부를 떠나 상대방에게 얕잡아 보이고 싶지 않거든요. 이 옷을 입으면 더 돋보이겠구나 싶을 때 그냥 질러버리죠.” 전문가들은 “‘지르기’라는 행위가 갖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음으로써 자신이 처한 불만족스러운 현 상황을 잠시나마 잊기 위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강북성심병원 정신과 임세원 교수는 “지르면서 잠시나마 정신적인 위안을 받는다면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반복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중독으로 의심될 때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윤설영 김준석기자 snow0@seoul.co.kr
  • 한나라소장파 도덕성 바래나

    한나라당 소장·개혁파인 ‘수요모임’이 휘청거리고 있다. 일부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존립 기반이나 다름없는 개혁성까지 의심받는 형국이다. 모임 대표를 지낸 박형준 의원은 사행성 오락게임인 ‘바다이야기’ 파문에 휘말린 상태다.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으로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과 함께 게임 관련 협회 초청으로 지난해 9월 미국 LA에서 열린 국제게임박람회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항공료 등 경비 수백만원을 주최측이 부담했다는 것이다. 문광위를 통한 공식 초청이었고, 게임업계의 로비나 청탁과는 무관하다고 부인했지만 여론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박 의원은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부산디지털문화축제에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어뮤즈먼트협회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아 구구한 억측을 자아냈다. 이성권·김명주 의원 등도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라 ‘개혁성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안영일 전 부산진구청장으로부터 해외 출장비와 명절 떡값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은 최근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김명주 의원은 지난달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70만원에 추징금 46만원을 선고받았다. 의원직은 유지하게 됐지만 개혁을 외쳐온 초선 의원으로서 도덕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수요모임의 핵심 리더나 다름없는 A·B 의원 등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갖가지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A의원의 경우, 부인의 사업과 관련한 의혹이 제법 그럴싸한 뒷얘기와 함께 동료 의원 사이에 퍼지고 있어 속을 태우고 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시네드라이브] 태권브이·천둥이 ‘충무로 카타르시스’

    충무로가 영리해졌다.‘꿈보다 해몽’이라고 핀잔할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의 몇몇 시도들은 확대해석의 근거가 확실하다. 충무로 참새들의 입방아에 오른 에피소드 둘.●‘영리해진 충무로-에피소드1’ “태권브이만도 못한…” 탄생 30돌을 맞은 토종 애니메이션 영웅 로보트 태권브이가 일을 냈다. 태권브이의 저작권과 판권을 지닌 영화사 신씨네가 지난 24일 매니지먼트사(나무엑터스)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나무엑터스는 문근영 김태희 김주혁 김지수 등 대한민국 대표스타들을 보유한 파워 매니지먼트사. 이제 태권브이는 문근영, 김태희와 회사동료가 되어 영화,CF,TV시리즈, 뮤지컬, 게임 등 전방위 엔터테이너로 뛴다는 얘기다. 여기서 문득 연결되는 할리우드 영화가 ‘시몬’이다. 턱없이 콧대세우는 여배우(위노나 라이더)때문에 영화가 엎어질 위기에 처하자 감독(알 파치노)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사이버 배우를 만들어 대체해버린다. 물론 초점이 사이버 배우의 탄생에 맞춰진 영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스타들의 몸값거품으로 만성두통을 앓는 충무로 현실에서 영화 속 사이버 배우는 카타르시스였다.태권브이가 그런 뉘앙스의 존재가 됐다. 영화 한편 찍을 때마다 근거없이 개런티가 수직상승하는 스타파워에 조만간 ‘비인간’배우들이 제동을 걸어줄 날이 올까.‘디지털 액터’가 이미 영화에 등장하고 있다는 외신이 들리니 우리에게도 ‘사이버 전지현’‘사이버 김태희’가 나오지 말란 법 없다. 그때 거품 몸값의 콧대높은 스타들은 이렇게 꼬집힐지 모른다.“에잇! 태권브이만도 못한∼.”●‘영리해진 충무로-에피소드2’ “천둥이보다 못한…” 새달 10일 선보이는 ‘각설탕’은 말과 인간의 우정을 그린 휴먼드라마이다.1000대1의 오디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된 경주마 ‘천둥이’의 화면분량은 여주인공 못지 않다. 말이 충무로 최초로 ‘투톱’영화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여주인공과 우정을 엮는 천둥이에 카메라는 애정을 듬뿍 담았다. 최고 기수의 꿈을 이루려는 주인을 위해 목숨바쳐 달리고, 새끼를 낳다 죽어가는(실제 출산과정을 다큐처럼 보여준다) 어미말을 통해 눈물겨운 모성의 모티프를 건져올린다. 동물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도가 속속 이어진다. 강아지가 주연하는 ‘마음이…’도 추석쯤 개봉한다. 스크린의 새로운 시도들이 메타포로 이어지는 건 어쨌건 즐거운 일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스크린 밖의 사람들은 또 이런 유행어를 들이대지 않을까.“천둥이보다 못한∼.”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서울신문 제정 제14회 공초문학상 수상 성찬경 시인

    서울신문 제정 제14회 공초문학상 수상 성찬경 시인

    서울 은평구 응암동 성찬경(76·예술원 회원) 시인의 집에는 수많은 ‘고아들’이 산다. 생김새는 저마다 제각각이다. 낡은 헬멧, 녹슨 타자기, 고장난 라디오, 세탁기, 깨진 유리조각들…. 몽땅 길에서 주워 온 것들이다. 남들 눈에는 쓸모없는 고물이지만 시인에게는 마치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자식처럼 측은한 ‘고아들’이다. 마당 입구에 걸린 ‘응암동 물질 고아원’이라는 간판이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 ●40평 마당 가득 채운 ‘물질 고아들´ “사람에게 인권(人權)이 있듯 물질에도 물권(物權)이 있습니다.‘물질 고아원’은 물질 학대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표시이지요.” 40평 남짓한 마당을 가득 채운 ‘물질 고아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빛이 빛났다.“꼭 보여줄 게 있다.”며 인터뷰 장소를 집으로 정한 이유를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구상 시인을 문학 스승으로 여긴다.”는 성 시인에게 이번 공초문학상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구상 시인이 가장 흠모하는 분이 공초 선생이셨는데 그 분의 뜻을 기리는 상을 받다니 과분한 영광”이라며 기뻐했다.1956년 조지훈 시인의 추천으로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성 시인은 “당시 명동 청동다방에서 하루종일 담배를 물고 선후배 동료 시인들에게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는 공초 선생을 먼발치서 바라보곤 했다.”고 회상했다. “흔히 ‘마음을 비운다’고 표현하는 데 공초 선생만큼 완벽하게 무욕,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다 간 시인은 없습니다. 그때는 젊어서 잘 몰랐는데 요즘에 와서야 그 분의 크기와 깊이를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시인은 공초의 시 가운데 ‘방랑의 마음’ 첫 구절인 “흐름위에/보금자리 친/오, 흐름위에/보금자리 친/나의 혼”을 “우리 시문학 100년사에 가장 빛나는 절창”으로 꼽았다. ●과학자 꿈꾸다 문학에 눈떠 진로 수정 시인은 올해로 등단 50년을 맞았다.‘마음과 얼굴’이 수록된 시집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한국문연)는 시력 반세기를 기념해 지난 3월에 출간한 신작 시집이다.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를 꿈꿨던 시인은 고교 시절 외사촌인 서기원(소설가), 박희진(시인)과 어울리며 문학에 눈을 떠 문과로 진로를 바꿨다. 그리고 서울대 영문과 재학중이던 스물일곱살 때 시단에 이름을 올렸다. 등단 초기부터 시인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했다.‘밀핵시(密核詩)’라는 실험적인 시 이론에 몰입했다.“밀핵시는 시가 담을 수 있는 의미의 밀도를 극대화한 것입니다. 금, 다이아몬드, 라듐 등 부피는 작지만 중량은 큰 광물처럼 최소한의 단어에 최대한의 의미를 담으려는 것입니다.” 말의 낭비를 줄이고,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시도는 의미의 핵심 부분만을 간명하게 남기는 ‘요소시’로 이어졌고, 마침내 오직 한 글자로만 이뤄진 ‘일자시’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출간한 일곱번째 시집 ‘논 위를 달리는 두 대의 그림자 버스’(문학세계사)에 수록된 ‘똥’이나 ‘흙’은 단어 자체가 그대로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다. 이같은 독특한 시적 경향은 그를 시단의 주류에서 한 발짝 멀어지게 했다. 시인은 이에 대해 “우리 시단의 시가 주로 여성적이고, 식물성인 데 비해 내 시는 남성적이고 광물성”이라며 “시단에 순순히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요소들이 섞여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년 시를 써왔지만 그에게 시란 여전히 ‘목숨의 피와 땀을, 그리고 심로(心勞)의 제물을 먹으며 자라는 그런 것’이다.“고뇌를 밥으로 바꾸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평생 이 직업에 매달려 왔는데도/나는 아직도 이 직업이 돌아가는 얼개를 잘 모른다.”는 시인은 “고뇌의 뿌리에/해학을 꽃피게 하는 것이 이 직업 최고의 기술이지만/그 유현한 핵심적 골자를 터득하려면 멀었다.”(‘고뇌와 밥’중)고 고백한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시를 쓰는 일 역시 공짜가 없고, 속임수도 통하지 않습니다. 좋은 시는 무게와 깊이가 있으면서도 읽을 때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야 합니다. 현상에 혹하지 않고 차분하게 사물을 들여다보는 태도가 요즘 젊은 시인들에겐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시낭독회 313회… 독자와 소통 넓혀 창작뿐만 아니라 독자와의 소통을 넓히는 일에도 열심이다.1979년 구상(2004년 작고), 박희진과 함께 창설한 시 낭독행사 ‘공간시낭독회’가 이번 달로 313회를 맞는다. 시낭독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취지의 문학 퍼포먼스 ‘말예술’ 공연도 1996년부터 꾸준히 열고 있다. 시인 일가는 예술가족으로도 유명하다.4남1녀 중 장남 기완씨는 시인, 차남 기선씨는 지휘자, 셋째인 딸 기영씨는 시나리오 작가다. 아내 이명환(68)씨도 얼마 전 수필집 ‘지상의 나그네’를 냈다. 아들의 시에 대해 묻자 아버지는 “우리 세대와는 다른 디지털 감성에 깜짝 놀란다. 나는 쓸 수도 없고, 쓰지도 않을 시”라며 웃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심사평 올해로 시력(詩歷) 반세기를 맞는 성찬경 시인은 전통적인 서정시나 역사적 현장성의 사회의식의 시가 주류를 이뤄온 한국 시단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시학의 이단아인데, 따지고 보면 공초 선생 또한 근현대 시단의 한 이단아였다. 이단이어서 좋다는 뜻이 아니라 두 시인이 추구해온 역정은 다른데도 도달점에 가까워지면서 이렇게 닮을 수가 없다는 점이 새삼 소중하게 평가받은 것이다. 가히 한국 현대시단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특이한 ‘시학적 개성’이 돋보인다는 뜻이다. 공초 선생이 불교를 중심한 동양사상의 주관적 인식론에서 출발했다면, 성 시인은 가톨릭적 가치관으로 자연과학적인 존재론에서 시적 형상화 작업을 시작했다. 전자가 인과응보에 의한 존재의 총체적인 인식론에 자리했다면, 후자는 약간은 난삽한 과학과 문학이 혼음한 듯한 존재의 분석론에 치중해 왔다. 공초의 시가 서정적 감성만으로는 근접하기 어려운 불교와 동양사상의 합성 위에 펼쳐지는 오묘한 사유의 언어라면, 성 시인의 시세계는 모더니즘 이론만으로는 근접이 어려운 요인을 간직한 ‘광물성’적인 미의식의 결정체로 구축돼 있었다. 그런데 성 시인은 최근 시집에서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둔 탁류 속의 은둔자였던 공초의 시세계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그는 가톨릭과 불교는 물론이고 과학과 문학, 식물학과 광물학까지도 핵 융합시켜 모든 존재의 진실을 인식하는 방법론을 터득한 것 같다. 시 ‘마음과 얼굴’은 바로 이런 성찬경 문학의 한 꼭짓점을 이루고 있다.“보아서 좋은 것은 본질도 곱다./ 착한 모습은 착한 마음의 거울”이라고 외모만 보고도 속내의 가치를 판단하는 비의를 전수하는 이 시는 가히 화엄의 세계에 이른 시인의 원숙함이 스며 있다. 설사 “판독을 잘못하여 더러 속긴 하지만/풀밭에 둥실 뜨는 달빛처럼/모습을 칠하는 본질”이라는 구절에서 존재와 본질이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임을 깨닫는 선시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런 단계에 이르기까지 이 시인은 우주율(宇宙律), 밀핵시(密核詩), 요소시(要素詩), 반투명 이론이라는 숱한 관문을 거쳤다. 그 미학적 고행이 시인으로 하여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들 수 있다는(시집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를 연상하시라) 터득을 가져온 셈이다. 실로 반세기 만의 득도로 이룩된 이 시집은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세대에게 두루 읽힐 수 있는 명상시의 오롯함을 간직하고 있다. 즐거운 상상 여행길 같다. 문단 선배에게 드리는 공초문학상의 의의가 여기에 있다. 심사위원 이근배·임헌영·천양희 ■ 성찬경 시인은 ▲1930년 충남 예산 출생 ▲1956년 ‘문학예술’에 조지훈 추천 시 ‘미열’‘궁’‘프리즘’으로 등단 ▲1964년 서울대 대학원 영문과 졸업 ▲1979년 구상·박희진 등과 함께 ‘공간시낭독회’ 창설 ▲1995년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 정년퇴임, 월탄문학상 수상 ▲1996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서울시문화상 수상 ▲2000년 보관문화훈장 수상 ▲200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작품집 시집 ‘화형둔주곡’(1966) ‘그리움의 끝을 찾아서’(1989) ‘묵극’(1995) ‘논 위를 달리는 두 대의 그림자 버스’(2005)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2006)등
  • 버시바우 “개성공단 발전상봐 유익”

    “개성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워싱턴의 내 동료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12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76명의 주한 외교사절단 가운데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남측 출입사무소(CIQ)에서 “개성공단의 발전상을 볼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제이 레프코위츠 미 대북인권 특사의 개성공단 방문과 관련해서도 “새달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초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프코위츠 특사 등 미측 인사들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적인 장소인 개성공단의 근로조건과 임금 직불 문제를 공개 비판하고 있으며, 양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개성공단상품의 한국산 인정을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북한 근로자에게 지불되는 임금의 지불방식에 대해선 버시바우 대사 역시 비판적. 그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함께 공단을 견학하면서도 임금 직불과 관련한 논란이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우리은행 개성공단 지점장에게 북한 근로자들이 임금을 수령해가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은행은 개성공단 진출 남측 기업들이 이용하는 은행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개성공단을 둘러보는 내내 취재 중인 카메라 기자들과 ‘경쟁이라도 하듯’디지털 카메라를 눌러대 눈길을 끌었다. 우리 정부 인사에게 북한 근로자들을 배경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하고, 카메라 기자들 틈에 섞여 반 장관의 사진을 찍으며 “잘 안찍힌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특히 북측 여성 안내원으로 나온 김효정(24)씨는 능숙한 영어로,10여분간 버시바우 대사를 ‘집중 마크’해 관심을 끌었다. 김씨는 개성공단 방문 소감과 함께 “미측이 개성공단 발전을 위해 지원할 의사가 있냐.”고 거듭 물었고 버시바우 대사는 “아주 복잡한 문제다. 이곳엔 미국 장비들도 있다.”며 얼버무렸다. 김씨는 이어 ‘북한 인권’관련 문제도 물었다. 미국의 대북 인권공세를 지적하는 듯 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취재진을 돌아다 보며 “내 뒤에는 언론 친구들이 있다.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다.”며 농담섞인 대답으로 답을 피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김씨에게 “어디서 영어를 배웠느냐. 아주 잘한다.”며 칭찬을 하며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김씨는 개성 사리원 외국어대 어문학부를 2004년 졸업한 재원. 개성공단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통역 및 브리핑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측 추천을 받아 현대아산이 고용한 직원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최근 방문한 한 당국자에게는 “다음에 만날 땐 제 사인을 받아야 할 겁네다.”라고 유쾌하게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개성공단 공동취재단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등단 10년만에 자전적 단편집 ‘진해벚꽃’ 펴낸 김탁환씨

    등단 10년만에 자전적 단편집 ‘진해벚꽃’ 펴낸 김탁환씨

    소설 창작을 집 짓는 일에 비유하자면 김탁환(38)은 매우 치밀하고, 성실한 건축가다. 건축에 청사진과 설계도가 필수이듯 그는 집필에 들어가기전 구체적인 장면전환까지 미리 계획을 짜놓는다. 그리고 한장한장 벽돌을 쌓아가듯 매일 정해진 시간에 원고지 20매를 채운다. 잘 써진다고 더 많이 쓰거나 안 써진다고 빼먹는 일은 없다. 숨 쉬고, 밥먹는 일처럼 그에게 글쓰기는 일상이자 습관이다. 그렇게 10년 동안 쓴 작품이 11편이다. 거의 장편 역사소설이다 보니 권수로는 30권이 넘는다.‘불멸의 이순신’‘허균, 최후의 19일’‘나, 황진이’‘방각본 살인사건’등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 이야기들은 ‘스토리’에 목말라 있는 영상매체의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신작 ‘진해 벚꽃’(민음in)은 그래서 여러모로 뜻밖이다. 등단 10년만에 처음 펴내는 단편집이라는 것도 그렇고, 책에 실린 8편 대부분이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도 흥미롭다. 작가 스스로도 이런 글쓰기에 익숙지 않은 듯 “다른 소설들은 대충 판단이 서는데 이 책은 객관화가 되지 않는다.”면서 “책이 어떠냐.”고 되물었다. 수록작들은 저마다 작가의 어느 한 시절 풍경과 내면을 담고 있다. 진해가 고향인 소년은 축구선수와 마라토너가 꿈이었지만 폐결핵으로 더이상 운동장을 뛸 수 없게 되자 대신 책을 읽었다(‘진눈깨비’). 열여덟에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유학온 청년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평론가로 등단했으나 95년 진해 해군사관학교 교수로 내려오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진해로부터 29년´ ). “10년간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걸 업으로 삼았는데 그 이야기를 쓰는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어쩌다가 직업적으로 이야기를 팔어먹고 사는 사람이 됐을까’에 대한 자문자답입니다.” ‘매설가(賣說家)’를 자처하는 그에게 이야기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누가 이야기를 잘 만드는가가 판도를 좌지우지하며, 활자와 영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야기 산업’이 본격적으로 뜨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기성 문단의 외면과 우려에 대해서는 “문학이 죽는 게 아니라 해체·재구성되는 과정”이라며 “한가지 틀에서 벗어나 문학의 종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봄학기부터 한남대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문화과학기술대학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실로 이사하면서 무려 3000여권의 책을 옮겨 동료 교수들을 깜짝 놀라게 한 그는 “완전히 새로운 연구분야라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나부터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첨단 공학, 산업디자인, 인문학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카이스트의 연구 환경이 무척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맡은 전공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다. 책에 한정됐던 이전의 아날로그적 글쓰기와 달리 디지털매체의 발달이 글쓰기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연구하는 과목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작업이 과거에서 현재를 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미래에서 현재를 보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gpod@seoul.co.kr
  • [이사람] 線으로 禪그리는 고희청년 박서보

    [이사람] 線으로 禪그리는 고희청년 박서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추상미술을 이끌어온 박서보(75) 화백.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줄곧 색면 회화로 표현해 온 미니멀리즘의 대가다. 그의 작업은 구도자가 욕망을 끊고 엄격함과 절제로 자신을 다스리는 것과 비슷하다. 한지 위에 볼록하고 가늘게 세운 실오라기 같은 선(線)의 향연이 반복된다. 선(禪)의 세계에 맞닿아 있는 듯하다. 묵상과 명상의 시간이 필요한 현대인들이 애정을 갖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박 화백의 작업실을 세 차례나 찾았다. 그림이 좋아, 또 그의 매력적인 모습을 만나는 것이 즐거워 이뤄졌던 방문이 인터뷰로 이어졌다. ●손의 흔적을 쌓아가는 작업 처음 만난 박 화백의 느낌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정열의 느낌이 확 풍겨 나와 무척 놀랐다. 지긋한 나이이지만 젊은이 못지않게 색(色)의 기운도 넘치는 정력적인 모습이다.“너무 섹시해요.”라는 말이 툭 튀어나온다. 그는 “에이, 무슨 소리야.”라고 하면서 싫지 않는 듯 환하게 웃는다. 반들반들한 머리에서 풍겨 나오는 다이내믹함,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넘쳐나는 힘…. 솟구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청년 예술가의 모습이 따로 없다.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늘 작업복 차림에 손에는 물감을 묻히고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하루라도 거르는 날이 없다. 그것도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되는 작업이다. 오전 9시에 작업실로 출근, 집에서 싸 온 과일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저녁은 근처 식당에서 먹는다. 미대생 몇 명이 작업실을 들락날락하며 박 화백의 작업을 돕다가 어둠이 내려앉자 퇴근했건만 그의 작업은 계속된다. “곁눈질하지 않고 바보처럼 외길로 50년 넘게 작업을 해왔어요. 휴가도 없어요. 가끔 해외 전시회 갈 때 잠시 쉰다고나 할까요.” 그의 작업은 일견 단순과 반복의 노동처럼 보인다. 한 가지 바탕색을 칠한 뒤 다른 색으로 간격을 맞춰 밭의 고랑을 세우는 듯 선을 입체화시키는 작업이다. 보기에는 단순한 작업 같아도 사전 작업은 철저하다. 색깔의 조화를 시뮬레이션해 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친다.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손맛’을 느끼도록 손의 흔적을 쌓아가는 작업이에요.” 따라서 그의 그림을 보노라면 무엇인가를 그렸다기보다 어떤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작가는 자신의 ‘묘법’(描法·일종의 긋기) 시리즈에 대해 “그리지 않고 그린 그림이라고나 할까요.”라고 하면서 “그림은 수신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지요.”라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 예술가는 일회용처럼 쓰고 버려져 그는 최소한의 것만 표현하는 서구의 미니멀리즘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즉 자기를 비워내는, 부단한 자기 수행을 통해 자연과 합일되는 것을 추구해 왔다고 부연한다. 그는 또 디지털 시대 미술의 어려움을 토로한다.“아날로그 시대에는 표현이라는 이름 아래 캔버스에 자기 것을 마구 쏟아내면 됐거든요. 강력한 이미지로 관람객들을 압도했지요. 지금의 예술가는 일회용 컵처럼 한번 쓰여지고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버려집니다.” 시대를 앞서가던 예술가가 뒤돌아서면 폐기처분 당하는 시기가 바로 요즘의 디지털 시대라는 것.“지금의 작가들에게는 예술에 테크놀로지를 결합하는 작업을 하려면 오히려 아날로그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시대 예술의 존재에 대해서는 목소리가 높아진다.“21세기 우리 사회는 스트레스로 정신 병동화됩니다. 예술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치유하는 역할을 해야지요.” ●평면예술은 끝나지 않아 요즘 영상·설치예술 등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평면예술은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지붕 아래 사는 한 평면 예술은 존재합니다. 지붕이 있으면 벽이 있고, 빈 공간에 공포감을 느끼는 우리들은 뭔가를 곁에 두고 즐기려고 합니다. 그것이 그림이지요.” 박 화백의 작품들은 디지털 시대인 요즘에 더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휑한 벽에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으로 동·서양의 미를 통합한 그의 작품을 걸어 놓으면 철학적 조형미가 살아난다는 것. 요즘 들어 화려한 색채감까지 입혀져 더욱 생명력이 꿈틀댄다는 평가다. 한때 젊었을 때 선배들을 보고 “똥차 좀 비키시오.”라고 했다던 그.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후배들이 아무리 비키라고 해도 그럴 생각이 없어요. 자신 있으면 추월해 가구려.” ■ 박서보 그는… 박서보 화백은 화단의 멋쟁이로 소문나 있다. 추운 겨울에는 짧은 밍크 재킷에 여우꼬리가 달린 털 모자를 쓰고, 화려한 봄날에는 실크 양복으로 멋을 낸다. 게다가 프라다 크로스백을 가슴에 둘러맨 모습을 보면 원로화가가 아닌 열정 넘치는 젊은 대학생과 다름없다. 홍익대 서양학과 출신의 그는 1956년 26살에 동료 예술가들, 그리고 국전과의 결별을 과감히 선언했다. 기존의 가치·형식을 부정하면서 58년 ‘뜨거운 추상’으로 불린 앵포르멜운동의 기수가 된다.70년대 들어 그 유명한 묘법 시리즈를 선보이며 단색회화로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오랫동안 홍대 미대 교수로 재직해 이른바 우리 화단의 중심축인 홍대 미대 사단의 대부로도 불린다. 수첩에 부인의 신발, 블라우스 사이즈 등이 빼곡히 적혀 있을 정도의 소문난 애처가로 2남 1녀를 뒀다. 자녀 모두 미술을 전공했으며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공교육 정상화] (7) 참교육 앞장 교사 자율모임

    [공교육 정상화] (7) 참교육 앞장 교사 자율모임

    ‘철밥통’. 언제부터인가 선생님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단어다. 갈수록 먹고 살기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교직만큼 안정적인 직업은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부정적인 표현이다. 그리고 이런 철밥통은 대개 현실안주형이다. 하지만 대다수 교사들은 여전히 아이들 가르치기에 혼신의 힘을 다 쏟고 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승진 점수를 따기 위한 것도 아니다. 공교육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 모임을 소개한다. “중요한 것은 그날 얼마나 공부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해주는 것입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광장동 장로회 신학대 6층.40여명의 교사들이 강사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하나라도 놓칠 새라 열심히 메모하는 교사들의 열기로 강의실은 후끈거렸다. 이날 강의는 학습지도 상담을 위한 교사 자율연수.‘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깨미동)이 마련한 겨울방학 연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옆 강의실에서는 교사들의 분임토의가 한창이었다. 광고를 이용한 수업 기법을 배우는 연수다.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교사에서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교사에 이르기까지 연수 참가자들의 눈은 막 입학한 초등학생처럼 반짝였다. 깨미동은 2000년부터 매년 두 차례 방학 자율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기독교 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의 활동으로 시작해 벌써 6년째다.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미디어를 학생들이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학교에서부터 제대로 가르치자는 취지다. 처음에는 미디어교육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학급운영, 놀이로 하는 교육, 협동학습 등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깨미동 자율연수의 큰 특징은 연수 참가자인 교사들의 요구에 맞춰져 이뤄진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중심으로 교사부터 경험해보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동료 교사들이 강사로 참여해 토론식으로 연수가 진행된다. 깨미동이 결성된 것은 1999년. 당시 기독교윤리 실천운동 소속 교사들이 교사를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만든 게 시작이다. 대중문화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 아이들을 이해하고 미디어 교육을 위해 출범했다. 현재 회원은 1370명. 기독교 교사들의 모임이 시작이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다. 미디어교육에 대한 깨미동의 활동 성과는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03년 청소년위원회에서 청소년들의 미디어감시 프로그램인 ‘유스 패트롤’이 출범 당시 사용한 교재는 깨미동 소속 교사들이 개발한 것이다. 일부 교사들은 교육청의 미디어교육 연수 프로그램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희한한 수업’,‘미디어로 여는 세상’ 등 미디어교육을 위한 각종 교재를 펴내기도 했다. 용산고 옥성일 교사는 “학생들이 미디어를 접하면서 느끼는 것을 표현해보고 서로 생각을 나누면서 자신의 기준을 마련하는 데 미디어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TV에만 국한했지만 지금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문화소비자운동 차원으로 활동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대부분 교사들 열정적… ‘철밥통’ 아닙니다- 김성천 교사 “자발적인 교사들의 활동이 이어지는 한 우리 교육계의 가능성은 많습니다.”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집행위원인 경기도 안양 충훈고 김성천(34) 교사는 교사들의 열정이 교육을 바꿀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습니다. 방학 때 논다, 승진에 목맨다, 철밥통이다, 이런 말들이지요. 그러나 대다수의 교사들은 이런 평가와는 달리 매우 열정적입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활성화되고 있는 교사들이 주축이 된 각종 커뮤니티가 그 증거라고 했다. 승진점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비 부담으로 참여하는 연수에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지금까지는 교사 스스로 주인의식이 부족해 자신감도 없고 전문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금처럼 폐쇄적인 학교 분위기에서는 서로 자극을 줄 수도 없고 전문성을 기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일선 학교 현장과는 달리 인터넷을 중심으로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모인 교사들의 욕구와 활동이 결국 학교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였다. “같은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서로 만날 시간조차 없습니다. 교사들이 학생을 어떻게 가르치고 만날까 고민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전문성 있는 교사들조차 학교에서는 정작 인정을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는 “학교가 바뀌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주인의식과 함께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학교 문화부터 달라져야 한다.”면서 “연구수업과 보충수업을 어떻게 할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정규수업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인디스쿨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해 준 연수는 인디밖에 없었습니다. 참여자 모두가 강사도, 연수생도 될 수 있는 곳, 인디밖에 없었습니다. 밝은 웃음 지으며 연수에 함께하는 선생님을 볼 수 있는 곳은 인디밖에 없었습니다.’(인디스쿨 게시판 연수 후기 중에서.) ‘인디스쿨(www.indischool.com)을 아시나요?’ 초등학교 교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벌써 6년째다.2000년 12월 문을 연 초등교사들의 온라인 모임이지만 초등교사들 사이에서는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인디스쿨은 초등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참여하는 인터넷 모임이다. 초등교사들이 수업 자료를 비롯한 각종 교육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시작했다. 지금은 교사들의 연수, 인터넷 강의, 같은 학년 모임 등 초등교사들을 위한 알짜 정보로 가득 찬 ‘보물창고’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8만 8200여명. 전국 초등교사 수가 16만 146명이니까 전체 초등교사의 절반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인디스쿨을 처음 시작한 이는 경기도 고양 상탄초등학교 박병건(37) 교사다. 개인적으로 초등교육 관련 사이트를 운영하다 교사들간 정보 공유의 한계를 느껴 초등교사 서너명과 함께 만들었다.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나누는 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인디스쿨에서 모든 교사들은 접속자이자 운영자다. 서버 유지비와 연수비 등 운영비는 모두 회원들의 자발적인 회비로 충당한다. 흔한 인터넷 광고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인디스쿨의 최대 매력은 다양한 온·오프라인 모임과 연수 프로그램이다. 중앙 차원은 물론 지역별로 교사들의 모임이 활성화돼 있다. 지난 4∼6일에는 겨울방학을 맞아 한자리에 모여 자율연수를 했다. 지역별로는 ‘번개 모임’으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중앙 연수가 열리면 속초와 제주, 전남, 경남 등 지방에서 비행기로 날아와 연수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디스쿨의 활동은 학계에서도 연구 대상이다. 이화여대와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에서는 인디스쿨의 인터넷 커뮤니티 성공 비결을 연구 주제로 삼을 정도다. 박 교사는 “교사들의 자발적이고 의미있는 상호작용이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물리적인 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교컴 “교컴(교실 밖 교사 커뮤니티)의 키워드는 참여와 소통입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기술을 교육에 적극 활용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교실 밖 교사 커뮤니티(eduict.org)는 이런 교사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교사들의 온라인 모임이다. 운영에서부터 각종 연수까지 모두 교사들이 주축이다. 교컴의 콘텐츠는 학습자료와 수평적 리더십을 위한 각종 연수자료로 구성돼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온라인 연수는 동영상 강좌와 디지털 카메라의 교육적 활용, 교사를 위한 수평적 리더십 강좌 등 다양하다. 일방적인 전달에서 벗어나 온라인에서 교사들끼리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는 쌍방향 연수다. 인터넷에 오르는 모든 자료는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방학에는 전국 수련회를 연다. 올해는 다음달 3∼4일 대구에서 학급경영, 교육이론, 동영상,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주제로 자율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회원은 초·중·고 교사와 예비교사, 대학 교수 등을 합쳐 모두 2만 7000여명에 이른다. 교컴을 만든 서울 신목중 함영기(46) 교사는 “전국적으로 수많은 연구·시범학교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교사들의 자발성이 없어 획일적이거나 보고서를 내기 위한 형식적인 활동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습자료의 개발이나 수업개선에 대한 노하우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교사들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을 때 실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컴이 컴퓨터 활용 수업(ICT수업)을 위한 정보와 연수 제공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기본 취지는 교육의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사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나눔으로써 각종 교육 현안에 대해 교사들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교육을 바꿔 나가자는 것이 교컴의 목표다. 엄청난 인기에 비해 수익사업을 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사이트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만 운영된다. 함 교사는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입시 메커니즘을 둘러싼 상업주의”라고 전제한 뒤 “교육을 바꾸는 것은 현 제도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교사들의 내적 동력을 통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면서 “아직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목소리가 미미하지만 앞으로 교육계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향임(34) 교사는 “답답한 학교 현실에 안주하거나 타성에 젖지 않고 교사로서의 내 스스로를 항상 가다듬을 수 있다는 점이 교컴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서울이야기] (33) 축제 신명나게 즐기기

    [서울이야기] (33) 축제 신명나게 즐기기

    ‘참여경험 14%,1년 평균 참여횟수 0.23회, 만족도 70점.’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서울시민의 문화욕구 및 향유실태 보고서(2002)’에서 밝힌 2001년 서울시민들의 축제 향유실태다. 시민 10명 가운데 1명이 5년에 한번 꼴로 축제에 참여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시간이 없거나(40%), 정보가 없거나(36%), 흥미로운 축제가 없기(20%)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02년 시청앞 광장을 비롯한 거리 곳곳에서 붉은 악마들의 축제가 펼쳐졌다. 바로 월드컵이다.230만명의 서울시민들이 거리에 몰려들었다. 시간이 없는 시민들은 밤 늦게라도, 정보가 없는 시민들은 입소문으로, 붉은 옷이 없는 사람들은 태극기를 온 몸에 휘감고 축제 현장으로 달려갔다. 신명나는 축제의 본질을 제대로 체험해보지 못한 시민들에게 월드컵은 축제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었다. ●축제로 가득찬 서울 월드컵에는 16강,8강,4강 진출이라는 연이은 간절한 소망(제의성)이 있었고, 축구 경기 자체의 짜릿한 즐거움 외에도 재미를 주는 응원전과 공연 등 즐길거리들(유희성)이 있었으며, 거리와 광장에서 기획되지 않은 수많은 행위들(현장성)이 있었으며, 함께 응원하고 즐기고 만들어가는 화합과 단결(대동성)이 있었다. 이러한 축제의 경험 때문이었을까. 이후 서울에서 개최되는 축제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의도벚꽃축제에는 500만명, 하이서울페스티벌에는 160만명, 세계불꽃축제에는 130만명, 동대문패션페스티벌에는 100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축제의 수도 늘어났다. 서울시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축제만 해도 2005년 현재 145개에 이르며 한해 지원예산도 210억원에 이른다. 그 가운데 전문가들이 서울대표축제, 이른바 서울형 축제로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선정한 축제도 35개에 이른다. 축제 유형도 천차만별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종묘대제와 설렁탕의 역사를 재현하는 선농제향과 같은 역사전통형 축제가 있는가 하면, 서울의 연극계와 무용계가 하나가 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비주류 문화예술인들이 총집결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미디어와 같은 순수예술형 축제가 있다. 이 외에 1월 설날 민속축제에서 12월31일 송년축제에 이르기까지 실로 서울은 1년 내내 축제가 열리는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모 페스티부스(homo festivus)를 꿈꾸는 시민들 왜 이렇게 많은 축제들이 열리는 것일까. 시민과 지역사회, 정부, 문화예술계 모두에게 축제는 관심꺼리인 탓이다. 시민들에게 축제는 문화적 욕망을 충족하고 삶을 성찰하며 일상을 새롭게 일구는 기회가 된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호이징하(Huizinga)는 인간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 축제라고 정의하면서 놀이하는 인간의 본성을 가리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 칭한 바 있다. 이를 발전시킨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Harvey Cox)는 일상에서 억압되고 간과된 감정표현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기회를 축제로 정의하면서 축제하는 인간의 본능을 가리켜 호모 페스티부스(homo festivus)라 부른다. 일상의 이성적 사고와 축제의 감성적 욕망 사이를 넘나들며 경험과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는 이러한 호모 페스티부스들에 의해 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 만큼 축제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휴식과 카타르시스와 욕망 분출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시민들은 축제를 열망한다. 도시정부와 지역사회의 입장에서 축제는 장소정체성 형성과 주민통합의 계기를 부여 함과 아울러 지역 이미지의 재창출을 위한 도시 및 장소마케팅의 정책적 수단이 된다. 지역의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고 주민화합을 도모하는 한성백제문화제와 강동선사문화축제, 송파다리밟기 같은 역사전통형 축제나 하이서울페스티벌과 청룡문화제 같은 시민화합형 축제, 지역이미지 재창출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이태원지구촌축제나 산업경제형 축제들이 여기에 속한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축제는 시민들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문화교류와 소통,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의 인류학적 풍속을 교류하는 세계통과의례축제, 아시아의 비주류문화예술인들에게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여성들의 삶을 공유하는 서울여성영화제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축제 이렇게 즐겨라 이렇게 다양한 축제들이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도 시민들에게 축제는 다가가기 어렵고 제대로 즐기기도 녹록치 않다. 이름만 축제일 뿐 축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벤트성 행사가 판치는 것도 문제지만 축제의 진정한 의미를 잘 몰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다. 축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축제의 여섯가지 키워드, 즉 의례성, 집단성, 현장성, 유희성, 일탈성, 창조성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게 참여하고 실천하면 된다. 우선 의례성은 축제의 소망과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16강 진출을 열렬히 기원했던 월드컵 축제, 등불을 밝히며 한해 소망과 염원을 비는 송파다리밟기처럼 자신이 일상 속에서 애절하게 기원하는 것이 있다면 축제에 참여해 온몸으로 그 희망을 빌어보자. 집단성은 축제가 비슷한 삶과 희망을 지닌 개개인이 모여 능동적, 자발적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대동제라는 것이다. 혼자가 아닌, 연인이나 친구와 혹은 가족이나 친지와 혹은 동네이웃이나 직장 동료와 축제에 참여해 보자. 현장성의 경우 축제는 열린 공간에서 개최되며 그 장소는 고유성과 역사성을 지닌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종묘대제가 종묘에서 열리고, 홍대앞에서 프린지페스티벌이 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모든 축제에는 축제의 꽃이라 일컫는 거리퍼레이드가 있다. 현대판 지신밟기라 할 수 있는 퍼레이드에 참여해 축제공간의 의미도 생각해보고, 축제현장의 역사와 정서를 탐색해 보자. 유희성은 ‘축제는 즐거움과 재미와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축제는 한판 놀이판이다. 제기차기, 널뛰기 같은 전통민속놀이를 실컷 즐길 수 있는 남산골단오민속축제나 타악기에 온몸의 리듬을 실어 즐기는 드럼페스티벌, 화려한 조명과 불꽃의 화려함을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루미나리에와 불꽃축제, 친구에게 엽서를 쓰며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을 즐기는 하늘공원억새축제에서 때론 동적으로 때론 정적으로, 때론 시각적으로 때론 청각·촉각적으로 한판 신나게 놀아보는 것은 어떨까. 일탈성은 축제는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체험의 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에는 항상 기획되지 않은 즉흥적인 행위와 사건들이 존재한다. 모두가 잠든 심야에 홍대 클럽데이에서 테크노와 국악의 협연에 맞춰 신명나게 음악과 춤에 젖어보면 어떨까. 하이서울페스티벌의 퍼레이드에서 열린 도심을 활보하며 평소 차량으로 가득했던 공간을 맘껏 장악해 보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창조성의 경우 축제는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꿈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이라는 것이다. 호모 판타지아라는 말이 있듯이, 최첨단 미디어와 예술이 만나는 실험이 전개되는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나 만화적 상상력으로 일상을 성찰하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처럼, 현대 도시의 삶 속에서 잉태되는 다양한 꿈과 상상력을 축제를 통해 체험하고 발산해 보자. ●축제의 문화관광상품화를 위해 축제는 우리끼리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는 관광상품이자 자원이다. 아쉽게도 아직 서울은 대표적인 관광축제로 손꼽힐만한 축제가 별로 없다. 해외의 유명 축제들처럼 축제를 관광자원화하려는 노력들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해외사례들을 통해서 축제의 관광상품화 전략을 몇가지 세워볼 수 있다. 우선 축제의 역사성을 복원해야 한다.2002년 월드컵에 버금가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즐겼던 조선시대 다리밟기나 석전(돌싸움)에서 보듯, 지금은 사라져버린 우리의 고유성, 우리만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창출해야 한다. 또한 주류페스티벌에 참여하지 못한 젊은 문화예술가들이 변두리 구석에서 자기들만의 축제를 개최한 데서 비롯한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보듯, 기획되지 않은 즉흥적이고 때론 일탈적인 축제의 성격을 충분히 살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축제의 콘텐츠는 쉽고 단순명료해야 한다. 테크노음악과 그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자체가 관광상품인 베를린의 러브퍼레이드처럼 백화점식 축제가 아닌 핵심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공간과 지역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6개 도시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호주의 빅데이아웃 축제나 도시를 음악장르에 따라 테마공간화한 파리의 음악축제처럼 공간패키지 기획을 통해 관광객을 유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환경과 예술, 민속을 활용해 계절별로 축제화함으로써 이벤트의 천국이라 불리고 있는 일본의 삿포로 축제에서 보듯 무엇보다 지역의 개성, 즉 지역성을 충분히 활용해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축제도시 서울을 위해 문화도시를 꿈꾸는 서울은 그 꿈이 축제가 되고 축제를 통해 그 꿈이 실현되는 진정한 축제도시를 갈망한다. 서울시는 축제유형별로 특화된 서울형 축제를 개발해 서울의 대표축제로 만드는 축제정책을 구상 중이다. 하이서울페스티벌과 서울불꽃축제 같은 대형축제의 정례화를 통한 축제의 서울성 확립,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알리는 고유축제 개최, 디지털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한 축제의 산업화 도모, 순수기초예술을 육성하는 순수예술축제 개최, 자치구 축제의 특성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축제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대표축제 개발과 같은 프로그램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축제 전담조직 마련 및 민·관파트너십의 구축, 전문인력 양성과 축제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 축제 주체적 요소와 거리퍼레이드 지원, 공공문화시설의 축제공간화, 인프라 지원 등 축제 공간적 요소도 아울러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축제 프로그램과 주체, 공간의 삼각네트워크를 통해 서울성과 축제성을 고루 겸비한 축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축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서울축제의 임무와 비전, 목표와 전략, 실행사업과 평가에 이르는 일련의 서울 축제지원정책 체계를 마련해, 보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서울축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를 통해 축제와 일상이 결합되는 서울, 서울다운 축제와 축제다운 서울을 기대해 본다.
  • [시사 키워드] 포인트 저작권법 강화 논란

    [시사 키워드] 포인트 저작권법 강화 논란

    인터넷 파일공유(P2P) 프로그램을 규제하고 친고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문광위원회에서 지난 6일 통과돼 시민단체와 인터넷업체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정법안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강력해서 인터넷 이용과 문화활동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법 개정안의 내용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우상호 의원(열린우리당)이 동료의원 9명과 함께 마련한 저작권법 개정법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작물 등을 복제ㆍ전송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저작물의 저작권에 대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법성을 알고도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104조). 이에 따라 P2P 이용자들은 방송프로그램이나 영화, 음악 등의 콘텐츠를 주고받지 못하게 된다. 둘째, 저작권 등의 이용질서를 훼손한다고 판단되면 문화관광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불법 복제물을 수거, 폐기 및 삭제할 수 있다(133조). 셋째, 영리를 위해 반복적으로 저작물을 복제ㆍ전송하는 경우 저작권자의 요청 없이도 형사처벌할 수 있다. 고소 고발 없이도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친고죄의 폐지를 뜻한다(140조). 이밖에도 개정안에 따르면 외국 음악을 사용할 때도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지금까지 방송사들은 국내의 경우 음원제작자협회와 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에 사후 보상금을 지급해 왔지만 외국의 음반이나 실연자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보상금 지급이 명문화됨으로써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시민단체들, 왜 반발하나 정보공유연대(IPLeft)·진보네트워크센터·문화연대·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은 개정안이 인터넷을 죽인다며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는 조항은 파일 공유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104조. 법안 발의자들은 이메일, 메신저, 게시판은 이 조항과 관련이 없다고 한다. 이메일 등은 저작물을 복제ㆍ전송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를 든다. 피어투피어(P2P)나 웹하드와 같은 것만 기술적 보호조치를 의무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 조항이 모호해 확대 해석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게시판은 웹하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의 게시판이 여기에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미국에서 도입하려다 반발에 부딪혀 입법화되지 않은 홀링스 의원의 소비자 브로드밴드 디지털TV 촉진법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반대자들은 또 133조는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검열권을 과도하게 인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행정권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게시물을 직접 삭제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반감이 크다. 사실상의 검열 효과를 낳으며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친고죄 폐지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권리자가 고소해서 법원이 판단하는 방식이었지만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자유롭게 이용한 사람을 국가기관이 나서서 처벌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해 선의의 범법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작권자들은 “찬성” 반면 저작권자들이 주축이 된 문화예술 단체들은 개정안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라며 내심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기업협회 및 정보공유연대 등은 금번 저작권법 개정안의 본질을 더 이상 흐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개정안은 P2P 및 웹하드 등 불법업체들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며 네티즌들을 겨냥한 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봐야 할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음반이나 영화, 도서, 출판 등의 저작권이 심각하게 피해를 당한 것은 사실이다. 음반 판매량은 크게 떨어졌고 출판물도 네티즌들이 쉽게 돌려보기를 하면서 잘 팔리지 않고 있다. 저작권도 상품의 특허와 같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정안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처벌의 주된 대상이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는 자료들을 불법으로 배포해 이익을 얻으려는 사업자들이 되어야지 선의의 네티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포인트저작권법을 개정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터넷 관련 시민단체들은 왜 반대할까. 바람직한 개정 방향을 생각해 보자.
  • 연말 해외로 뛰는 CEO들

    연말 해외로 뛰는 CEO들

    ‘연말연시는 국제선 항공기에서’ 가족, 동료들과 함께 보내야 할 연말연시를 해외 현장에서 일로 지새는 CEO들이 적지 않다. 연말 해외 현장 점검을 통해 내년 경영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고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박정원 한진해운 사장은 13일부터 8박9일간의 일정으로 뉴욕, 워싱턴, 시카고,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지역본부와 지점 방문 길에 오른다. 올들어 12번째 해외출장이다. 박 사장은 방미 기간에 워싱턴에서 열리는 WSC(세계선사협의회) 이사회에 참석, 머스크 시랜드, 하팍로이드 등 전세계 9개 주요 해운사 사장단들과 미국의 해운관련 입법 현황, 각종 해상보안규정, 환경 문제 등 해운관련 주요 현안들을 협의할 계획이다. 현지 주재원들을 격려하고 미주 지역의 올해 사업 성과를 재검토하는 한편 내년 사업 방향도 점검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요즘 국내외 경제 상황이 연말연시에도 느긋하게 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면서 “연말에 주요 해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더욱 독려해 발 빠르게 내년을 준비하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문화 LG전자 사장은 오는 19∼20일 중국을 방문,LG전자 휴대전화 사업을 둘러보며 현지 딜러를 만나 시장점유율 확대 등을 논의한다. 박 사장은 지난 2일 일본 출장을 시작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말레이시아·필리핀 순방에 동행, 동남아시아 휴대전화 시장 개척을 진두지휘하는 등 12월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고 있다. 박세흠 대우건설 사장은 15∼16일 필리핀 세부에서 대우건설이 공사에 참여한 화력 발전소 기공식에 참석, 현지 관계자들과 우호를 다진다. 1년의 3분의1을 해외에서 보내는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등 조선업계 CEO들은 연말 수주 계약을 앞둔 물량이 남아 있어 언제든지 해외출장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노르웨이에서 발주한 해양원유설비 계약이 마무리단계여서 조만간 김 사장이 출장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첫 해외출장은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등 전자업계 CEO들의 몫이다. 김 부회장과 최 사장은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 1월 초에도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06’에 참석, 전 세계 전자업계 CEO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전 세계 150개국에 100만대가 넘는 차를 수출하는 GM대우 닉 라일리 사장은 이달 초 유럽출장을 끝으로 120일이 넘는 올해 해외출장을 마무리했다. 라일리 사장은 내년 1월 초 미 디트로이트 모터쇼 참가를 시작으로 숨가쁜 해외경영을 다시 시작한다. 주현진 류길상 김경두기자 ukelvin@seoul.co.kr
  • [20&30] 디지털 세대 占에 빠지다

    회사원 이모(29·여)씨는 평소 흠모하던 직장동료에 대한 ‘작업’의 성공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타로점을 시작했다. 그는 “타로카드를 통해 남자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모두 사실이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타로 카드에 심취해 관련 서적을 읽으며 매일 타로 카드점을 보고 있다. 그러나 맹신(盲信)은 아니고 자기를 되돌아보는 방법으로 타로 카드를 이용한다. 점을 보고 사주를 따지는 것이 중년 이상 어르신들의 전유물이던 때는 지난 지 오래다. 디지털 세대들에게도 역학은 매력적인 삶의 소품이다. 최근 들어서는 역학에서 자아(自我)를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점성학이 가져다 주는 ‘재미’에서 ‘나’를 찾는 부산물을 얻고 있는 셈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막연하게 대비하기보다 인생의 흐름을 읽고 이에 걸맞은 미래를 기획하겠다는 생각도 크게 작용한다. 사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이들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역학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는다. 일부에서는 생업의 도구로 관심을 갖기도 한다. ●남성 ‘취업형’ vs 여성 ‘취미형’ 일반적으로 사주와 점성학에는 여성들이 더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점성술을 배우는 점성술 학원이나 문화센터에는 남성들의 숫자가 더 많다. 대개 남자들은 창업의 안목에서 사주 카페 등을 운영하기 위해 점을 배운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6)씨는 최근 점성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정씨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것을 해소하기 위해 점성술에 관심을 가졌다가 아예 이를 노후 대비책으로 삼았다. 정씨는 “점성술은 일종의 통계학”이라면서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고 창업까지 생각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라고 예찬론을 폈다. 반면 여자들은 취미삼아 배우는 경우가 많다. 웹디자이너 김모(29·여)씨는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할 좋은 수단”이라면서 “오늘의 운세를 살피자는 취지에서 타로 카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점성술을 통해 인간관계를 넓히는 ‘친목도모형’도 있다. 박모(30·여)씨는 “소개팅에 나가면 수다 떠는 것을 빼면 마땅히 할 일이 없는데 이런 어색한 만남에서 카드점을 통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타로 카드는 사람들을 쉽고 빠르게 사귈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고 평했다. 한국점성학회 이현덕 대표는 “젊은 층이 점성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기존 역학보다 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식상한 것을 싫어하는 젊은 사람들이 화려한 그림 등을 통해 목성과 토성, 수성 등으로 미래를 꿰뚫어볼 수 있어 몰리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인터넷에 부는 역술 바람 온라인에서도 점 열풍은 이어진다. 인터넷 검색창에 ‘사주’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주 사이트가 떠오른다. 궁합과 토정비결 등 일반적인 서비스에서 1대1 맞춤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제공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3000원에서 1만원 안팎이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회사원 민모(30)씨는 사주 마니아다. 민씨는 연애운을 비롯해 승진과 가족문제 등 개인적인 문제를 인터넷 사주를 통해 해결한다. 민씨는 “인터넷 사주가 얼마나 맞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대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안목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일의 결과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주사이트 ‘사주와 궁합’ 안태준 대표는 “지난해에 비하면 다소 주춤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손쉬운 매개체를 통해 젊은이들이 꾸준하게 자신의 사주 팔자를 검색한다.”면서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특유의 불안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타로와 점성술 등 서양의 점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역술을 통해 미래를 알아보려는 젊은 층도 이어진다. 한국역술인협회 관계자는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직업이 불투명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역술인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한 뒤 철학원을 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 불황과 맞물려 점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경향이 짙다.”고 밝혔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美학생 수학·과학 과외 인도교사 ‘e-러닝’ 인기

    인도의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이용한 아웃소싱 붐이 온라인 교육에까지 뻗치고 있다. 인도는 영어가 통하는 데다 IT 인력도 풍부해 그동안 고객을 상대하는 기업 콜센터의 입지로 각광받아 왔다.AP통신은 인도의 ‘e가정교사’를 찾는 미국인 가정이 3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는 수천명의 인도 교사가 수학과 과학·영어 등을 가르친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남부 도시의 코얌푸라드 나미타는 새벽 4시 반쯤 일어나 교외의 ‘강의실’로 출근한다. 커피 한 잔을 뽑아 들어가면 20여명의 동료 교사들이 컴퓨터 부스에 나란히 앉아 있다. 1만 1000㎞ 떨어진 미국 일리노이주 글렌뷰는 전날 저녁이다. 프린스턴 존(14)은 헤드셋과 마이크로폰을 착용하고 인터넷 수업을 준비한다. 나미타가 내주는 기하학 연습문제가 팝업으로 뜨면 프린스턴은 타이핑하거나 디지털 펜슬을 이용해 푼다. 숙제나 교과서에서 모르는 부분은 스캔해서 묻기도 한다.그의 여동생도 이렇게 1주일에 2번씩 수학을 배운다. 남매의 어머니는 시간당 15∼20달러를 나미타의 회사에 송금한다. 미국 가정교사에게는 보통 40∼100달러를 줘야 한다. 나미타와 같은 풀타임 교사가 버는 230달러의 월급은 인도에서 적지 않은 돈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도 교사는 과학과 수학 실력이 훌륭한데 이런 과목은 문화적 차이가 없다.”면서 “온라인 가정교육의 성장잠재력이 높다.”고 말했다. 인도의 온라인 교육업체가 지난해 벌어들인 수입은 1000만달러로 80%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정부가 사교육에 재정 지원을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지역 공동화 방지 ‘유격수’ 자처

    지역 공동화 방지 ‘유격수’ 자처

    ‘왕년의 야구선수가 이끌어가는 풀뿌리 의회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26일 집무실에서 만난 서울 중구의회 오세홍(61·회현동) 의장은 대학교 중퇴 학력에 얽힌 사연을 묻자 야구 이야기부터 꺼냈다. 선친이 내로라하는 야구인이며, 고교생으로 대학 선배들을 울린 명투수이자 야구협회 창립 산파역으로 한국야구 100년사에 한 획을 그은 오윤환 전 감독이 아버지라고 소개했다. 오 의장도 선친의 뜻에 따라 중학교 때 야구공을 잡기 시작해 공군을 거쳐 대학 2년까지 유격수로 뛰었다. ●‘돌아와 살고 싶은 중구´만들기 온 힘 “젊었을 때의 호기 때문에 일찍 선수생활을 접었지요. 그러나 뒤늦게 지역발전을 위해 기초의회에 몸담으며, 유격수라는 포지션이 그렇듯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뒷받침하려고 동료들과 애쓰다 보니 보람도 큽니다.” 그는 중구 관내의 특수한 사정 얘기로 되돌아갔다. 집행부가 역점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도심재생 프로그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다. 도심재생 사업이란 세계적으로도 공동화가 심각한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현실을 타개, 시민 전체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청사진이다. 도시화로 상주인구가 빠지면서 슬럼화한 지역을 과거처럼 주거 중심지로서 역할을 되찾도록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구 의회는 집행부와 손잡고 ‘돌아와 살고 싶어하는 중구’로 만드는 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생활 보조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물론, 실정법의 그늘에 가려 그런 혜택조차 입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을 돕는 게 목적이다.15개 동별로 사회안전망 협의회를 설치, 장애인 및 홀로 사는 노인 등 5015가구 1만 100여명을 돕는다. “동네 주민들의 삶을 손금보듯 하는 구의원들이어서, 실제 누가 어떤 실정인지 너무 잘 압니다. 당장 도움이 절실한 주민을 발굴하는 것만 해도 작지만 보람찬 것이지요.” 오 의장 본인도 오랫동안 회현지구에서 사업을 하면서 접한 저소득층 주민들과의 인연이 의회로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됐다.2대 때 입문해 3대를 건너뛰어 의정생활을 하며 보기 드물게 의장을 두 차례나 역임하고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 최대한 지원 의원들은 공동화 방지 노력과 함께 청계천 복원사업 등에 힘입어 이 지역이 오랜 침묵에서 깨어나 부활할 움직임이 엿보여 채찍질을 더할 각오라고 입을 모은다. 남대문·동대문시장 등 재래시장이 힘을 되찾도록 조례안을 비롯한 정책상 모든 뒷받침을 통해 힘이 실리도록 할 생각이다. ●남산 고도제한 완화 특위 가동 구 의회에는 아주 특별한 특별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다. 다름아닌 ‘남산 고도제한 규제완화 특위’다. “규제 일변도는 중구뿐 아니라 서울 전체를 특색없는 곳으로 만들기 쉽습니다. 게다가 중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 아닙니까. 남산 주변도 경관을 해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묶인 발을 풀어줘야 합니다.” 의원들의 말에는 역사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실제 정부의 지원은 태부족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역차별’이 심한 데 대한 원망이 담겼다. 산적한 현안만큼이나 의원 모두가 ‘유격수’처럼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는 중구의회는 덕분에 지난 7월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선정하는 ‘지방자치 경영대상’ 지방의회 부문을 수상했다. 전국 234개 기초의회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다. 서울시의 남산 도시자연공원 내 안기부 건물을 유스호스텔로 활용하려던 계획과 동대문운동장 돔 구장 건설, 삼일고가도로 재설치 방침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철회토록 노력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각종 세미나와 연찬회를 열어 의원들 자질을 높이고 의사 진행과정에서 빔 프로젝트와 노트북 사용으로 ‘디지털 선진 지방의회’ 실현에 앞장선 점도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만들어진 지 오래 돼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다른 것과 겹치는 조례를 정비하는 일에도 나서 32건을 제·개정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만 의안 65건 가운데 의원발의가 37건에 이릅니다. 부끄러운 성적은 아니라는 방증이지요.” 오 의장은 저소득층 자활 사업 등 집행부에서 잘 한다고 평가받는 일에는 당연히 소매를 걷어붙여 돕되, 충무아트홀과 같이 긴요한 시설이면서도 덩치가 큰 사업이 시민들 편익에 맞게 굴러가는지 감시하는 등 본연의 견제기능에도 힘써 이런 평가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글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유가족·죽은 소대원에 죄송”

    “유가족들이랑 죽은 소대원들, 지금 마음 고생하는 소대원들한테 다 죄송하고, 죽는 날까지 반성하면서 살겠다.” 경기도 연천 최전방 경계초소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김동민 일병이 28일 처음으로 사과했다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이 전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실에서 “오늘 오후 2시 28사에 가서 범행 동기 등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김 일병을 만났다.”면서 “김 일병이 과거와 달리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주변에 사과하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면회 중에 마침 김 일병의 부모와 누나가 면회를 와 김 일병이 동료 사병과 유가족, 죽은 소대원들에게 사과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김 일병의 이같은 발언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허락을 받아 공중파로 동영상을 방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 일병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 ‘GP 총기사고 진상조사 소위원회’에서 진행한 비공개 면담 조사에서 “숨진 동료들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 위해 절이라도 한번 하는 것이 어떠냐.”라는 안 의원의 제안에 대해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었다.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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