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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뉴 아반떼’ 뽑은 고객 98%가 ‘능동안전기술’ 택했다

    준중형 시장 대표 모델인 아반떼(AD)를 현대자동차가 신차급으로 다듬어 내놓은 ‘더 뉴 아반떼’가 지난 6일 출시 이후 10일(영업일) 만에 누적계약 약 4000대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400대 수준이다. 구형 아반떼(일평균 270대) 대비 하루 평균 판매량이 약 130대 이상 증가한 수치다. 눈에 띄는 것은 새로워진 아반떼를 선택한 고객들 중 약 98%가 ‘능동안전기술’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 전방 충돌 경고,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이탈 경고, 운전자 주의 경고’ 등 능동안전기술이 모두 적용된 모델을 골랐다. 능동안전기술은 사고를 줄이고 더 나아가 자율주행을 안전하게 구현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또 고객 중 약 93%가 가솔린 엔진을 선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동력 손실을 줄이고 연료 효율성을 향상시킨 차세대 엔진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이 적용돼 디젤 수준의 연비 15.2㎞/ℓ(15인치 타이어 기준)를 보이기 때문에 굳이 디젤 엔진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솔린 엔진 중 ‘가솔린 Style 트림’을 선택한 고객 중 90% 이상이 ‘스마트 초이스 패키지’를 선택했다. ‘스마트 초이스 패키지’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옵션 사양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이 패키지는 ‘무단변속기+버튼 시동 및 스마트 키+앞좌석 열선시트+스마트 트렁크+오토라이트 컨트롤+아웃사이드 미러 전동 접이+후측방 충돌 경고+후방 교차충돌 경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외장 색은 흰색을 고른 고객이 가장 많았다. ▲폴라 화이트 60% 이상 ▲아이언 그레이 17% ▲플래티늄 실버 8% ▲스파클링 메탈 6% ▲팬텀 블랙 2% 순이었다. 준대형 차급은 통상 차량의 크기가 커 보이는 흰색을 선호한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이름 빼고 다 바뀐 너… 아반떼, 무한변신

    이름 빼고 다 바뀐 너… 아반떼, 무한변신

    액셀 ‘쭉’ 밟으면 속도감 부드럽게 ‘쑤욱’ 규정속도 지키면 연비 ℓ당 19.4㎞ ‘깜놀’ 자로 잰 듯한 헤드램프 외양도 개성만점 “다른 디자인의 신차라고 봐도 될 정도”1995년에 나온 아반떼는 새초롬하니 동그란 ‘고양이 눈’을 닮은 파격적인 테일램프로 유명했다. 이후 아반떼는 몇 번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쳤다. 3년 만인 이번엔 얼굴을 날카롭게 가다듬고 편의성을 강조한 첨단사양으로 무장해 ‘더 뉴 아반떼’(The New Avante)로 돌아왔다. 구민천 외장디자인실장은 “아반떼가 아니라 다른 디자인의 신차라고 봐도 될 정도”라고 강조했다. 물론 디자인에 관한 평가는 엇갈린다. 공식 판매에 앞서 회사가 잠깐 외장 디자인을 공개했는데 “너무 못생겼다”는 관전평도 없잖았다. 하지만 실제로 본 아반떼는 날카롭고 진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눈에 가장 띄는 부분은 단연 전면 디자인이다. 자로 잰 듯한 직각삼각형 헤드램프가 개성 있어 보였다. 부분변경 시에는 잘 바꾸지 않는 펜더(바퀴 덮개)와 후드(엔진룸 덮개)도 새롭게 변경됐다. 어쨌든 기존 아반떼(AD)와의 차별화에 있어서는 확실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하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경기 남양주시 스튜디오 담에서부터 강원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까지 왕복 134㎞를 타봤다. 준비된 차량은 스마트스트림 1.6 가솔린과 무단변속기인 아이브이티(IVT) 조합의 최상위 차급인 프리미엄이었다. 액셀을 고속으로 쭉 밟으면 기어 변속이 따로 필요 없는 무단변속기의 특성에 따라 부드럽게 속도감이 붙었다. 고성능 차량처럼 ‘부앙’ 하는 순간 가속의 느낌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잘 간다는 느낌이다. 노면 소음과 진동은 약간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연비다. 운전 경험이 오래되지 않아 무리하지 않고 정규 속도와 신호를 칼같이 지켰더니 연비가 ℓ당 19.4㎞까지 나왔다. 가솔린 모델의 공인연비(15.2㎞/ℓ)보다 높다. 개인적으로 차로이탈방지보조(LKA)의 차선 중앙 유지 능력도 마음에 들었다. 운전이 능숙하지 않으면 통상 중앙선이 있는데도 맞은편에 큰 차가 달려올 때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차선에 너무 바짝 붙을 때마다 운전대가 알아서 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제어해 줘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었다. 이 밖에 안전하차보조(SEA), 운전자주의경고(DAW), 후방교차충돌경고(RCCW) 등 다양한 첨단 주행지원 시스템도 새로 탑재됐다. 아반떼 고객 10명 중 7명이 ‘생애 첫 차’로 구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전이 미숙한 이들에게 필수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주행 속도를 고정시켜 놓았을 때 앞차의 속도에 따라 거리를 유지하며 차가 알아서 가속과 감속을 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 역시 아반떼 가격대를 생각하면 참 요모조모 쓸모 많은 차라는 게 개인적인 견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미인형’ 얼굴은 아니지만 개성 있는 외모에 모나지 않은 승차감, 뛰어난 연비, 가격 대비 알차게 들어찬 편의사양까지 어디 소개해 줘도 욕먹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준중형 세단에서 아반떼의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게 업계 평가이기도 하다. 시승한 더 뉴 아반떼의 판매가격은 가솔린 1.6 모델로 ▲스타일 1551만원(IVT 적용 기준, MT 기준 1404만원) ▲스마트 1796만원 ▲프리미엄 2214만원으로 구성됐다. 디젤 1.6 모델의 경우 ▲스타일 1796만원 ▲스마트 2037만원 ▲프리미엄 2454만원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100년 전 화학식으로 원유 없이 최고급 휘발유 만든다

    [달콤한 사이언스] 100년 전 화학식으로 원유 없이 최고급 휘발유 만든다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 이탈리아, 일본 제국주의 국가들이 세계 제패라는 야욕에 사로잡혀 일으킨 전쟁이다. 특히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아프리카나 중동에 식민지를 갖고 있지 않아 원유 확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독일이 유럽 정복을 위해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은 풍부한 석탄을 석유화할 수 있는 화학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공군기 연료의 90% 이상, 그리고 국가 전체 석유 수요의 절반 이상을 이 같은 석탄화 석유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바로 석탄을 석유로 만든 이 마법 같은 기술은 1920년대 독일 화학자 프란츠 피셔와 한스 트롭슈가 개발한 ‘피셔-트롭슈 공정’ 덕분이다. 석탄의 탄소와 공기 속 산소를 결합해 일산화탄소를 만든 뒤 여기에 수소를 넣어 반응시키면 탄화수소(석유)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동의 석유가 전 세계에서 널리 쓰이면서 이 공법은 많이 쓰이지 않고 있었는데 일본과 중국 화학자들이 이 반응을 개선해 바이오매스에서 가솔린과 항공기 연료를 직접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일본 토야마대 응용화학과, 국립재료과학연구소, 중국 과학원, 샤먼대 화학공학부 공동연구진은 100여년 전 독일 화학자들이 석탄에서 합성석유를 만들어 낸 피셔-트롭슈 화학공정을 개선해 석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바이오원료에서 액체 연료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촉매’ 18일자에 실렸다. 석탄이나 잘게 분쇄된 땅콩껍질 같은 바이오매스를 천연가스와 비슷한 성분으로 전환시키는데 피셔-트롭슈 공정은 매우 유용하지만 실제로 가솔린이나 디젤, 항공유처럼 직접 사용되기 위해서는 분리 정제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피셔-트롭슈 공정으로 연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공정으로 인공석유를 만드는 나라들은 석탄 같은 원료가 지나치게 저렴하거나 원유 수입이 어렵다는 등의 상황이 아닌 이상 사용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연구팀은 기존 피셔-트롭슈 공정에서 철이나 코발트를 이용한 촉매 대신 다공성 물질인 제올라이트와 코발트 나노입자를 혼합시킨 촉매를 사용했다. 이렇게 되면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실제 사용이 가능하고 순도가 높은 액체 연료를 다량 생산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연구팀은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순도 74%의 가솔린과 순도 72%의 항공유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순도 50%가 넘기가 어려웠다. 츠바키 노리타츠 토야마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솔린과 항공유처럼 석유를 기반으로 나올 수 있는 액체연료를 다른 방식으로 원스톱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아직 촉매 문제나 합성연료의 수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석유라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수소전기 열차 시대가 열렸다

    수소전기 열차 시대가 열렸다

    세계 최초로 수소를 연료로 움직이는 수소전기 열차가 운행을 시작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 등에 따르면 수소 열차는 지난 17일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의 브레머푀더역을 출발해 첫 운행에 들어갔다. 2대의 수소열차는 니더작센주의 쿡스하벤과 쿡스테후데를 잇는 100㎞ 구간에서 기존의 디젤 열차를 대체한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생기는 전기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아 움직이는 차량이다. 수소 자동차는 이미 상용화됐으나 수소 열차가 실제로 운행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에서는 쾰른 등의 도시에서 일부 구간에 수소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코라디아 아일린트’(Coradia iLint)라고 불리는 이 수소 열차는 프랑스의 알스톰이 제작했다. 차량 천장에 수소연료 탱크와 연료 전지를 탑재하고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모터를 돌리는 데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 저장된다. 최고 속도는 시간당 140㎞이며 1000㎞를 연료 공급 없이 달릴 수 있다. 주행 중에는 증기와 물만 배출하는 덕분에 환경친화적이다. 수소 열차는 특히 철로 위 전선을 통해 공급받는 전기로 이동하는 전기 기관차에 비해서도 경제적이다. 현재 유럽에서 전기 기관차 운행을 위해 철로에 전선을 설치하는 비용은 1㎞당 120만 유로(약 15억 7300만원), 쿡스하벤과 쿡스후데 구간의 경우 전기 기관차를 도입한다면 1억 2000만 유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반면 이번 수소 열차 12대 도입 예산은 8000만 유로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TT)는 “수소전기기차가 기존 화석연료 기관차를 대체할 저렴한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니더작센 주는 오는 2021년까지 12대의 수소열차를 구매해 디젤 열차를 완전히 대체할 방침이다. 알스톰 측은 영국과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캐나다 등에서 수소열차의 구매 문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열차를 도입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3천톤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 전략무기가 될 수 있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3천톤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 전략무기가 될 수 있나?

    지난 9월 14일,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주관 하에 대한민국해군의 3,000톤급 중(重)잠수함 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형 잠수함 진수식이 있었다. 2005년 소요가 제기된 이래 13년 만에 장보고-III 사업의 첫 번째 결과물이 일반 대중에 공개된 것이다. 도산 안창호함(SS-083)으로 명명된 이 잠수함은 지난 2007년부터 설계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따라 몇 차례 작전요구성능(ROC)이 바뀌며 당초 계획보다 훨씬 큰 덩치로 등장했다. 일반적으로는 3,000톤급 잠수함으로 불리지만 수중 배수량이 3,700톤을 훌쩍 넘으며, 전체적인 크기는 4,200톤급 잠수함인 일본의 소류급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초도함인 도산 안창호함과 같은 설계를 취하는 배치(Batch) I 3척을 비롯해 확대 개량형인 배치 II 3척, 추가 개량형인 배치 III 3척 등 총 9척이 도입될 예정인 3,000톤급 잠수함은 과거 해군이 보유했던 그 어떤 잠수함보다 강력한 작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화된 선체의 전면부에는 533mm 어뢰발사관이 6기 설치됐다. 여기에서 차세대 중어뢰 ‘범상어’와 잠대함 미사일 ‘하푼(Harppon)’은 물론 지상 공격용 순항 미사일 ‘천룡’이 발사된다. 필요할 경우 어뢰발사관에 기뢰를 탑재해 기뢰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 즉, 어뢰발사관을 통해 적 잠수함과 수상함, 지상 표적까지 공격 가능한 우수한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도산 안창호함에는 어뢰발사관에서 운용되는 무장들보다 더 강력한 히든카드가 숨겨져 있다. 바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즉 SLBM이다. 선체 상부에 설치된 6기의 수직발사관(VLS)에는 사거리 500km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2B를 기초로 개발된 한국형 SLBM이 탑재될 예정이다. SLBM은 아음속 비행을 하는 순항 미사일과는 달리 탄도 비행을 하며 초고속으로 낙하하기 때문에 신속한 타격이 가능하며 방어도 어려운 전략무기로 분류된다. 이처럼 강력한 무장능력과 더불어 도산 안창호함이 주목받고 잇는 이유는 기존 잠수함보다 강화된 지속잠항능력, 즉 물속에서 오래 버티는 능력이다. 오랜 기간 우리 해군의 주력 잠수함이었던 장보고(209-1200형)급 잠수함은 길어야 이틀, 개량형인 손원일(214형)급 잠수함은 열흘 정도 수중 작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대형화된 선체 덕분에 더 많은 배터리를 적재하면서도 개선된 성능의 공기불요추진(AIP : Air Independent Propulsion) 장치를 탑재한 도산 안창호함은 최대 3주 정도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해군의 설명이다. 외부에 공개된 스펙만 놓고 보자면 도산 안창호함은 그동안 해군이 보유했던 그 어떤 잠수함보다도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으며, SLBM 운용능력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략무기 성격으로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계획대로 이러한 성능의 잠수함 9척을 보유하게 되면 북한은 물론 주변국에 대해서도 강력한 억제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도 곳곳에서 보인다. 정말 이 3,000톤급 잠수함은 미래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질 ‘21세기 거북선’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비교적 준수한 지속잠항능력과 SLBM이라는 강력한 타격 능력을 보유한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이지만, 결국 이 잠수함도 재래식 잠수함이기 때문이다. 잠수함의 성능을 나타낼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수중에서 00일 작전 가능’이라는 문구는 실전에서는 별 의미 없는 스펙이다. 우리가 휴대폰으로 높은 사양의 게임을 하거나 난청지역에서 통화를 할 경우 휴대폰 배터리가 빠른 속도로 소진되는 것처럼 잠수함의 동력원인 배터리 역시 사용 동력에 비례해 방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때문이다. 국내외 잠수함 운용 사례를 살펴보면 카탈로그 데이터상으로 수중에서 4노트(약 7.4km/h) 정도의 속도를 유지했을 최대 2주를 버틸 수 있는 잠수함은 수중 속도를 10노트로 올렸을 때는 사흘 정도밖에 버티지 못하며, 위험 수역 이탈을 위해 최대 속도인 20노트까지 속도를 올릴 경우 1시간 이내에 배터리가 방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언론에서 원자력 추진 기관을 대신할 수 있는 만능의 수중 동력원으로 칭송받고 있는 AIP 시스템은 연료전지(Fuel cell) 방식, 스털링(Stirling) 방식, 폐쇄회로디젤(Close Cycle Diesel) 방식, 리튬전지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4노트 이상의 속도를 내는 상황이라면 그 어떤 방식도 배터리 충전 속도가 방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즉, AIP를 탑재하더라도 속도를 조금만 올리면 수중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급격하게 짧아진다는 의미다. 이렇게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물 위에 올라와서 디젤엔진을 켜고 발전기를 돌리는 스노클(Snorkel)을 해야 하는데, 손원일급 잠수함 기준으로 배터리 완충시간은 약 10시간에 달한다. 즉, 10시간동안 물 위에 떠서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재보급 문제도 AIP 방식 재래식 잠수함의 약점 중 하나다. 손원일급의 원형인 214형 AIP 잠수함의 사례를 살펴보면 AIP 기관용 수소연료를 잠수함에 완충하는데 3일, 무장과 보급품 적재에는 각각 2일이 소요된다. 즉, 모항에 복귀하면 최소 7일간 재보급 때문에 꼼짝없이 항구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재래식 잠수함은 그 구조적 특성상 모든 부두에서 재보급이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국이 해당 잠수함의 모항의 부두 시설만 공습으로 파괴해버리면 모든 잠수함이 가동 불능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처럼 재래식 잠수함은 배터리 재충전 및 연료 재보급 시간이 매우 길다. 이러한 재보급 시간이 길면 길수록 물 위에 무방비로 떠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점에서 재래식 잠수함은 전략무기로서의 가치를 크게 상실할 수밖에 없다. 즉, 도산 안창호함과 같은 대형 재래식 잠수함은 몇 척을 만들더라도 북한이나 주변국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억제 수단이 될 수 없다. 해군은 이미 지난해 수행한 용역연구과제 『한반도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유용성과 건조 가능성 연구』에서 재래식 잠수함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작전환경에서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제한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은 바 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도입할 경우 국외도입과 국내 개발 등 다양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으며, 특히 국내 기술적 여건이 충분히 성숙했기 때문에 자체 개발도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 결과도 도출된 바 있었다. 중·소형 잠수함 일색이던 해군에 3천톤급 중(重)형 잠수함이 도입된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현재 수준의 잠수함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급변하는 안보 상황 속에서 진정 ‘21세기 거북선’이라 불릴만한 군함을 도입해야 한다면 기존 재래식 잠수함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안녕 딱정벌레” 폭스바겐 내년부터 단종, 그러나 부활 가능성도

    “안녕 딱정벌레” 폭스바겐 내년부터 단종, 그러나 부활 가능성도

    이제 도로 위를 달리는 ‘신차 딱정벌레’를 볼 수 없게 됐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인 비틀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셀레브레이션 모델만 내놓다가 내년 7월 이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 더 이상 팔리지 않는다는 게 단종 이유였다. 올해 들어 8월까지 1만 1151대가 팔렸는데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2.2%가 줄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 작은 차 대신 제타 세단이나 티구안 캠팩트 SUV를 더 찾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폭스바겐은 디젤 배기가스 추문에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투자가 계속 부담이 돼 모델을 줄이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힌리히 보엡켄 폭스바겐 그룹 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3세대에 걸쳐 70년 가까이 팬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던 비틀을 잃게 된 것은 많은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고 털어놓았다. 나치 독일이 “국민차”로 개발한 이 자동차는 1960년대와 70년대 디즈니 영화에 ‘허비’란 이름으로 몇 차례 등장하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됐다. 전설적인 엔지니어 페르디난드 포르셰가 1938년 처음 내놓았는데 그는 스포츠카 포르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비틀 생산은 중단됐다가 다시 제조 라인을 돌리곤 했다. 보엡켄 CEO 역시 언젠가 부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라곤 말하진 못하겠다”고 했다. 이미 이 회사는 전기자동차 버전으로 이 모델이 재탄생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기업 상대 소송, 내부 자료 요구 ‘디스커버리’ 도입해야”

    “기업 상대 소송, 내부 자료 요구 ‘디스커버리’ 도입해야”

    현대차 법무실장 경험… 외제차 소송 전문 “EGR 결함 관련 문서·증언 확보 쉬워져야 징벌적 손해배상, 입증 못하면 그림의 떡”“올 여름은 BMW소송에 매달리느라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BMW에 화재 책임을 묻는 이번 손해배상소송은 폭스바겐 사건보다는 빠르게 진행될 겁니다.” 13일 서울신문과 만난 하종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제조물책임법 전문가로 통한다. 외국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은 대부분 하 변호사의 손을 거쳤다. 2년 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 맞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벤츠·볼보·만 트럭 차주들을 대리해 법적 다툼에 나선 것도 하 변호사다. 하 변호사가 차량 결함 소송 전문 변호사가 된 데에는 1986년부터 10년 동안 현대자동차 법무실장으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1986년에 현대차가 미국 수출을 시작했는데 한·미 모두에서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을 찾았어요. 그때는 현대차 입장에서 방어하는 역할이었는데, 그러면서 자동차를 많이 알게 됐죠.” 잇단 화재 사고를 겪은 BMW 차주들도 하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지난 7월 30일 1차 소송이 마무리됐다. 이날까지 BMW와 관련해 소송을 의뢰한 사람만 900명에 달한다. 하 변호사는 “BMW는 자신들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에서 발생한 사고만 배상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화재가 우려돼 차를 세워 놓는 과정에서 발생한 ‘운행 이익 상실’에 대한 배상, 중고차 가격 하락에 따른 손해까지 소송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BMW가 일부 과실은 시인을 해서 상대적으로 쉬운 소송이 됐다”며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와 경찰 수사가 연말에 마무리되면 내년 상반기에는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베테랑 변호사마저 고개를 젓게 만드는 것은 소비자에 불리한 우리나라 소송 과정이다. 하 변호사가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스커버리 제도란 재판에 앞서 원고가 피고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피고 측 관계자를 불러 심문까지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증거 찾기 과정이다. 국내에서는 소비자가 기업 내부 자료를 얻기 힘든 탓에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여겨진다. 하 변호사는 “피고에게 EGR과 관련된 모든 설계 변경 문서를 제출하라거나 담당이 누구인지 물어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꼴”이라며 “미국에서는 원고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쟁점이 되는 부분을 피고가 자백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최악의 경우 패소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 변호사는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도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 없이는 큰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10배 늘리겠다고 해도 결함 입증이 안 되면 그림의 떡 아닌가요? 외국 자동차 기업들이 우리나라 소송을 무서워하게끔 만들어야 결함을 둘러싼 분쟁도 줄어들 겁니다.” 글 사진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르노삼성 ‘마스터’ 새달 국내 출시

    르노삼성 ‘마스터’ 새달 국내 출시

    르노삼성자동차가 국내 소형트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르노삼성은 상용차 주력 모델인 ‘마스터’를 다음달 국내 출시한다고 11일 밝혔다. 마스터는 1980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됐고 2011년 선보인 3세대 모델이 현재 전 세계 43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2014년에는 3세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고 현재 유럽 지역 내 상용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에는 마스터 S(숏보디 모델)와 마스터 L(롱보디 모델)의 두 가지 형태로 출시된다. 한국형 마스터는 2.3ℓ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적용해 최고출력 145마력(ps), 최대토크 34.7㎏·m의 힘을 발휘한다. 국내 상용차 시장은 연간 약 25만∼26만대 규모이며, 1t 트럭으로 대표되는 경상용차 모델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드러난 신형 무기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드러난 신형 무기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결국 ICBM은 등장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의 특사단 파견에 북한은 처음으로 전략무기를 뺀 열병식이라는 카드로 화답했고,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SNS를 통해 북한의 이러한 조치가 매우 긍정적인 성명(statement)이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간 북한은 열병식 때마다 최신 전략무기를 공개하며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압박 메시지를 던져왔지만, 이번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으로 상당수의 전략무기를 뺀 열병식을 거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었으며, 열병식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하고 있으나, 열병식에 등장한 ‘재래식’ 무기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북한이 던진 메시지는 국제사회에게는 ‘평화’, 대한민국에게는 ‘압박’이라고 해석하는 쪽이 더 적절할 듯 하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자신들의 재래식 군사력이 빠른 속도로 현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군종과 부대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전투복과 개인화기, 방탄복과 광학장비 등을 착용하고 등장했으며, 기계화부대와 포병부대 역시 기존의 낙후된 북한군과는 거리가 먼 신형 장비들로 무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열병 제대의 선두에 선 장비는 북한군의 신형 전차 선군호였다. 선군호 전차는 북한이 2005년부터 약 900여대를 생산했다고 알려진 두 종류의 신형 전차 중 하나로 한국군의 K-1 전차를 근거리에서 격파할 수 있는 신형 125mm 주포와 대전차미사일, 지대공 미사일까지 갖춘 북한군 최강의 전차다. 장갑차 제대에서는 우리 군의 최신형 K151 소형전술차량과 흡사한 신형 전술차량은 물론, 신형 차륜형 장갑차와 여기에 신형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한 화력지원차량, 122mm 방사포를 탑재한 자행방사포도 등장했다. 지난 2012년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이 차륜형 장갑차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10여 대를 입수해 이를 역설계한 M2010 장갑차로 기존의 노후 장갑차들을 대체해 병력수송용, 지휘용, 화력지원용 등 다양한 파생형이 제작되고 있는데, 이번 열병식에는 신형 대전차 미사일 8발을 탑재한 화력지원용 장갑차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의 HJ-10 미사일 8연장 발사기를 얹은 ZBD-04A 화력지원차량과 유사한 형상을 가지고 있는 이 차량에는 차체 외부에 미사일 조준 및 유도를 위한 별도의 광학장비가 달려있지 않은데, 이는 우리 해병대의 스파이크 NLOS(Non Line Of Sight) 미사일처럼 발사 전 사전에 표적 좌표를 입력하거나 특수부대가 휴대하는 레이저 표적지시기 등의 수단을 통해 미사일을 조준 및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실제 HJ-10 미사일 또는 그 모방형일 경우 북한군은 한국군보다 더 긴 사거리의 대전차 미사일을 보유한 셈이 된다. 포병 전력 역시 현대화된 장비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2월 열병식에 이어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낸 신형 240mm 24연장 방사포는 기존의 M1991 240mm 방사포를 개량한 무기로, 최대 120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수도권 전역에 대한 타격이 가능하다. 생물탄두와 화학탄두도 탑재 가능하며, 동시에 대량의 로켓탄을 투사하기 때문에 요격도 어려워 수도권 전역을 아비규환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전략무기다. 240mm 방사포의 능력을 더욱 보강하기 위해 개발된 KN-09 300mm 방사포는 최대 200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240mm 방사포와 마찬가지로 화학탄두와 생물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개량형인 KN-16의 경우 중국판 GPS인 베이더우(北斗)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한 정밀 타격도 가능하다. 유사시 한국군의 주요 전쟁지휘소와 대부분의 공군기지에 대규모 화력을 투사할 수 있고, 현존 한국군 전력으로는 방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ICBM보다 더 위협적인 전략무기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이러한 로켓무기 외에도 신형 자주포 2종도 선보였다. 우리나라의 K-9 자주포와 닮아 북한판 K-9이라는 의미의 ‘NK-9’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신형 152mm 자주포와 기존 자주포를 개량해 만든 122mm 자주포가 그것이다. 신형 152mm 자주포는 기존 자주포보다 포신이 더 길어졌으며, 완충기도 기존 152mm 자주포의 2개에서 4개로 늘어났다. 즉, 포구압력과 반동이 크게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사거리 연장도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체와 포탑은 기존의 북한군 자주포들보다 크게 대형화되어 마치 한국이나 서방 선진국들의 신형 자주포와 같은 외형을 취하고 있다.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보병 장비들 역시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다. 특수부대는 98식 개량형 카빈 소총, 신형 복합소총과 개량형 백두산 권총을 들고 나왔다. 98식 개량형 카빈 소총은 북한군의 주력 화기인 88식 보총(AK-74)에 접이식 개머리판과 대용량 헬리컬 탄창 개량이 이루어졌으며, 휴대가 간편하도록 총열을 짧게 만든 카빈소총 구조를 취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병식에서부터 북한군 특수작전군 병사들이 휴대하고 등장한 신형 복합소총은 98식 보총에 유탄발사기, 사격통제장치와 조준경을 결합한 물건이다. 한국군의 K-11 복합소총과 구조가 매우 흡사해 한때 기무사령부(現 안보지원사령부)에서 K-11 기술유출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실물이 아닌 위력 과시용 목업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대북 제재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이 도대체 무슨 돈과 기술로 이러한 신형 무기들을 확보했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은 6차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제재에는 모든 유형의 무기뿐만 아니라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전자장비나 동력기관도 포함되는데 북한은 보란 듯이 외국산 기술과 부품을 얹은 신형 군사장비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차나 장갑차 등 군사용 장비에 들어가는 고출력 디젤엔진과 변속기는 세계 정상급 기술을 보유한 한국조차도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술이기 때문에 북한은 거의 모든 기갑차량과 선박용 엔진을 수입에 의존해 왔다. 국제제재로 이러한 수입 루트가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신형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는 물론 신형 전투함까지 선보이고 있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북한은 UN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가 가해지기 시작한 2006년부터 다양한 유형의 신형 무기체계들을 보란 듯이 내놓고 있다. 신형 디젤엔진과 변속기, 고성능 서스펜션과 완충기, 대형 포탑 구동용 유압장비 등 북한의 공업기술 수준에서 제조가 어려운 부품과 기술이 적용된 신형 전차와 장갑차, 화포들이 끊임없이 공개되고 있는데, 북한이 내놓는 신형 무기체계 대부분은 중국제 장비의 판박이거나 중국의 기술·부품을 이용해 제조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즉, 북한군 현대화의 배후에는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수 차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성실히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면서도 뒤로는 북한과 이란 등 불량국가에 대량살상무기 부품을 비롯한 UN 금수품목을 대량으로 공급해온 무기상 리팡웨이(李方偉)의 신변을 보호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해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리팡웨이가 중국 랴오닝성 다롄 소재 자신의 사업장에서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국무부 외교 라인을 통해 그의 신병을 인도해 줄 것을 중극 측에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수 년째 이를 거부하며 노골적으로 리팡웨이를 보호해 왔다. FBI가 공고한 현상수배 사유에 따르면 리팡웨이는 북한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와 핵연료봉 제조에 쓰이는 특수합금과 알루미늄 등을 제공해 왔을뿐만 아니라, ICBM 이동식 발사사량(TEL)도 공급하는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조와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즉, 북한은 중국을 통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하고,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도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ICBM 등 미국을 겨냥한 전략무기를 빼는 로우키 전략을 취하면서도 UN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의 발목을 잡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국 중국이 있는 한 북한에 대한 고사(枯死) 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미·중 패권경쟁 구도를 이용해 특사 및 친서교환, 정상회담 등의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도모하는 영리한 외교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판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고 있는 지금,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했던 우리 정부에게는 운전대를 되찾아올 수 있는 묘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디젤엔진 배기가스 조작 게이트’ 폭스바겐, 12조원 소송 직면

    ‘디젤엔진 배기가스 조작 게이트’ 폭스바겐, 12조원 소송 직면

    ‘디젤엔진 배기가스 조작 게이트’로 파문을 일으킨 독일 폭스바겐이 92억 유로(약 12조원) 규모의 소송에 직면했다. 주주들이 디젤엔진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에 따른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 낸 소송에서다.BBC방송 등에 따르면 독일 니더작센주 브라운슈바이크 지방법원은 10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을 상대로 주주들이 92억 유로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의 심리 절차를 시작했다. 주주들은 2015년 9월 배기가스 시스템 불법 조작 스캔들이 터지고 나서 폭스바겐 주가가 40% 폭락하고 벌과금 납부 등으로 274억 유로(약 35조 8000억원)의 비용을 치른데 대한 손실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원고 측 안드레아스 틸프 변호사는 브라운슈바이크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우리는 폭스바겐이 2008년 6월까지 미국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을 만들 수 없었음을 말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2015년 9월 폭스바겐의 위법 사실을 폭로하기 전에 해당 시스템이 미국 규정을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했다는 얘기다. 소송은 데카투자펀드가 제기했으며 소송 건수는 모두 1670건이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디젤엔진 배기가스 조작 게이트로 영향을 받은 고객들에게 140억 달러(약 15조원)를 배상한 바 있으나 독일에서 재판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이 일반적이나 독일 법은 올해 초까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성명을 통해 “소송은 단지 폭스바겐이 주주와 자본시장에 대한 공개 의무를 준수했는지에 대한 것일 뿐”이라면서 “회사는 의무를 올바르게 이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크리스티안 예대 브라운슈바이크 지방법원 판사는 공소시효 때문에 소송들 중 단지 일부에 대해서만 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재판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BBC는 늦어도 내년까지는 법원 판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예데 판사는 폭스바겐이 2005~2007년 디젤 엔진 차량에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기로 한 결정은 불법이라며 다만 주주들이 이러한 점 때문에 손실을 보게 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당국은 폭스바겐과 포르쉐, 아우디의 전 임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군수산업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군수산업

    지난 6일 중국 선박중공업그룹(CSIC)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조선소는 한껏 들떠 있었다. 선박중공업이 지난해 5월 태국 왕립 해군이 주문한 디젤엔진 추진 잠수함인 S26T 건조식을 갖고 본격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 잠수함은 2005~2006년에 취역한 중국 해군의 위안(元)급 039B형에 해당한다. 배수량 2600t인 S26T는 최대 속도가 18노트이며 물 속에서 20일 연속 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 대당 가격은 4억 1100만 달러(약 4640억원)이며 인도 예정 시기는 2023년이다. 중국은 앞서 방글라데시에 두 척의 밍(明)급 잠수함을 수출했고, 파키스탄에 오는 2028년까지 8척의 위안급 잠수함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중국 군수산업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국방 현대화에 총력을 펼치고 있는데 힘입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무기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게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상위 30대 군수기업(매출액 기준)에 중국 군수기업 8곳이 포함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영국 싱크탱크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IISS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30대 군수기업에 진입한 중국 군수기업은 선박중공업그룹(세계 14위)을 비롯해 중국병기장비그룹(CSGC·5위), 중국항공공업그룹(AVIC·7위), 중국병기공업그룹(NORINCO·9위), 중국항천과공그룹(CASIC·11위), 중국전자과기그룹(CETC·15위), 중국항천그룹(CASC·18위), 중국선박공업그룹(CSSC·22위) 등 8곳이다. 중국 군수기업은 모두 국가가 소유하고 있고 수출은 산하 전문 자회사가 맡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3~2017년 중국의 무기 수출 규모는 이전 5년간보다 38% 증가했다. 세계 무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7%를 점유해 미국(34%) 러시아(22%) 프랑스(6.7%) 독일(5.8%)에 이어 5위에 올랐다.중국 최대 군수업체인 병기장비그룹은 2016년 기준 22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소총과 탄약, 수류탄, 대테러 장비 등 경무기를 제조하는 병기장비의 매출은 미 보잉사(295억 달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군수업체 미국 록히드마틴(매출액 408억 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투기와 폭격기, 헬리콥터, 여객기, 수송기 등을 제조하는 항공공업그룹(209억 달러)과 전차를 비롯해 로켓탱크, 유도탄, 미사일 등 중무기를 만드는 병기공업그룹(132억 달러)도 10위 안에 진입했다. 항공공업의 경우 2010~2017년 사이 매출이 무려 93%나 급성장했다. 특히 병기공업그룹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연구시설에서 F-22, F-35 등 미국 스텔스 전투기를 무력화시키는 ‘테라헤르츠 방사선’ 생성기를 시험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T-레이’로 불리는 테라헤르츠 방사선은 우편물에 숨겨진 폭발물, 마약을 찾거나 수백m 떨어진 군중 속에 감춰진 무기를 찾는 데 이용된다. 스텔스 전투기는 특수 도료를 표면에 칠해 적의 레이더파를 흡수하는데 T-레이는 이 특수 도료를 투과해 전투기 금속 표면에 반사되는 성질을 이용해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해낸다. 중국 우주탐사계획을 추진하는 중국항천그룹(69억 달러)은 우주로켓과 액체 및 고체연료 등 우주동력기술, 인공위성, 우주선, 우주정거장을 담당한다. 항천과공그룹(98억 달러)은 방공망과 대공미사일, 탄도미사일, 미사일 이동발사대, 미사일 엔진 등을 제조한다. 항천과공 산하 공기동력기술연구원(CAAA)이 개발한 극초음속 비행체(무기) ‘싱쿵(星空)-2호’가 지난달 3일 첫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중국 서북부의 한 시험장에서 발사된 싱쿵 2호는 고도 3만m 상공에서 400여초 간 마하 5.5의 속도로 날다가 최고 마하 6의 속도에 도달했다. 발사된지 10분 뒤 공중에서 분리돼 예정 낙하지에 안착했다. 싱쿵-2호는 날개가 아니라 비행 중 발생하는 충격파를 양력(揚力)으로 사용하는 ‘웨이브 라이더’라는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미국이 가장 먼저 선보인 이 기술을 중국이 따라잡기에 성공한 것이다. 마이클 그리핀 미 국방부 차관은 지난 3월 “중국은 10년간 미국보다 20배나 많은 극초음속 비행체를 시험했다”며 “중국이 극초음속 무기체계를 실전 배치하면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은 큰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국이 긴장하는 것은 미사일 방어시스템(MD)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까닭이다. 극초음속 비행체는 최대 속도 마하 5 이상, 곧 음속보다 최소 5배 이상 빠르다. 초당 1.7㎞ 이상 주파하는 엄청난 속도 때문에 적이 발사 사실을 알아도 대처할 시간이 없다. 특히 현재의 탄도미사일보다 낮거나 높은 고도로 날아가고 원격 조종으로 수시로 궤도를 바꿀 수도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예측 불허의 궤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타격 당하기 전까지는 진짜 타깃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같은 기존 MD체계로는 방어할 길이 없는 셈이다. 선박공업그룹(48억 달러)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유조선, LNG선과 각종 군함을 제작하고 선박중공업(98억 달러)은 잠수함과 구축함, 호위함, 순양함, 쾌속정, 수륙양용함정, 항공모함 등을 건조한다. 전자과기그룹(84억 달러)은 군용 데이터시스템과 데이터장비, 통신장비, 소프트웨어를 담당한다. 지난해 6월 119대의 무인기를 동원한 ’드론 스웜’(인공지능 기술로 소형 드론들을 떼지어 비행시키는 기술)을 선보인 전자과기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스웜 비행으로 종전 미국 기록을 깼다. 군사적으로 ‘드론 스웜’ 기술은 무인기들을 대거 띄워 올려 항공모함이나 전투기를 벌?처럼 ‘공격’한다. 중국은 상대가 반격하기 어려운 이 전술을 미국의 첨단무기에 대항하는 비대칭 작전수단으로 집중 연구 중이다. 이에 미국은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중국제조 2025’(첨단산업 육성책)에 이어 군수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전략인 ‘군민융합(軍民融合·군산복합체)정책을 타깃으로 삼았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1일 ’수출통제 대상‘에 등 중국 기업과 연구소 44곳을 추가한 것은 미국이 중국제조 2025 못지 않게 군민융합정책에 대한위기감을 반영한다. 중국 군수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과 규모에 더해 민간의 첨단기술로 무장하면 미국의 경쟁력 우위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한몫했다. 이번에 수출통제 대상에 추가된 기관은 중국 최대의 미사일시스템 개발 기업인 항천과공그룹 산하 연구소, 통신시스템 제조업체인 위안둥(元東)통신(HBFEC), 반도체와 레이더 기술을 개발하는 전자과기그룹 산하 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수출통제 대상에 오르면 거래금지 제재를 당했던 통신설비업체 중싱(中興)통신(ZTE)처럼 핵물질과 통신 장비, 레이저, 센서 등 민수·군수용으로 모두 쓰이는 핵심 부품을 미 기업에서 구매할 수 없다. 군사 무기·장비를 개발하는 중국 기업과 연구소들이 미국의 첨단기술, 부품을 확보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은 그동안 민간기술을 도입, 민간·군사기술의 접목함으로써 군수산업 역량을 높이는 ’군민산업융합정책‘을 통해 록히드마틴과 같은 군산복합체를 만드는 구상을 추진해왔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임을 맡는 당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를 신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및 기술발전의 요체가 군산복합체에 있다고 파악하고 이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얘기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운전석도 디젤 엔진도 없다…볼보 자율주행 전기 트럭

    [고든 정의 TECH+] 운전석도 디젤 엔진도 없다…볼보 자율주행 전기 트럭

    오랜 세월 스스로 알아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는 SF 영화나 미래 사회를 그린 상상도의 단골 소재였지만, 최근에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 구글이나 바이두 같은 IT 회사에서 자율 주행 기술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10-20년 이내로 운전자가 가끔 조작하거나 혹은 아예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올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자율주행 기술이 운전이 더 편해지거나 아예 운전할 필요가 없는 편리한 승용차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자율주행 기술이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분야는 물류 운송 및 자원 채굴 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볼보의 건설 장비(Construction Equipment, CE) 연구소는 HX라는 자율 주행 전기 트럭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공개한 HX02 자율주행 전기 트럭(사진)은 아예 운전석과 디젤 엔진 부분을 생략한 버전으로 자율 주행만 가능한 트럭입니다. 덕분에 채굴한 자원을 싣고 내리기가 더 수월합니다. 아직 개발 중인 프로토타입이므로 구체적인 스펙은 밝히지 않았지만, 볼보에 의하면 이 자율 주행 트럭은 전기 배터리를 사용한 덕분에 온실가스 배출을 95% 줄이고 비용도 25%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배터리가 비싸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용 절감효과는 다소 의문이지만,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과 대형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 유지 보수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어 보입니다. 전기 배터리와 모터는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해 고장의 가능성이 적어 가동률이 높고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트럭이 문제없이 현장에서 자원을 실어나를 수 있는지는 역시 직접 운용을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습니다. 볼보는 스웨덴의 건설 및 자재 회사인 스칸스카(Skanska)와 협력해 10주에 걸쳐 비칸 크로스(Vikan Kross) 채굴장에서 8대의 HX02 자율 주행 전기 트럭을 테스트할 계획입니다. 채굴장에는 관련된 중장비와 일부 차량 외에는 다른 차량이 없고 HX02 역시 정해진 경로만 주행하므로 현재 수준의 자율 주행 기술로도 충분히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볼보는 10주간 테스트를 통해 이를 검증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상용화가 가능한 자율 주행 전기 트럭을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부분은 채굴을 담당하는 굴착기 역시 전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중장비라는 사실입니다. EX1 하이브리드 굴착기는 이동을 위해 디젤 엔진을 지니고 있지만, 굴착 장소에서는 전력선을 연결해 전기 모터로 채굴을 합니다. 따라서 채굴 및 수송 과정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및 온실가스가 거의 없습니다. 친환경 북유럽 국가다운 발상인데, 다만 EX1 하이브리드 굴착기 자체는 사람이 조종하는 형태로 자율 채굴 시스템은 아닙니다. 그래도 EX1과 HX02가 협업하면 채굴에 들어가는 인력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테스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자율 주행 전기 트럭 및 중장비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이 분야를 연구하는 것은 볼보만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자율 주행 트럭 및 중장비 분야 역시 경쟁이 예상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 상용화가 앞당겨질 것입니다. 자율 주행 전기 트럭과 중장비는 비용 절감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비록 일자리 감소의 우려도 존재하지만, 결국 자동화의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아반떼급’ 아우디 놓쳤니? ‘가성비甲’ 수입차 노려봐

    ‘아반떼급’ 아우디 놓쳤니? ‘가성비甲’ 수입차 노려봐

    BMW가 유독 한국에서만 불이 났을 때 업체 측 답은 “그만큼 많이 팔려서”였다. 리콜 대상인 520d의 한 차주는 “구입 당시 프로모션 행사 등을 통해 500만~1000만원을 파격적으로 할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가 소형 세단 ‘A3 40 TFSI’ A3 모델을 인증 중고차 형식으로 ‘아반떼급’인 2000만원대에 내놓는다고 한 것도 장안의 화제였다. ‘착한 가격’에 수입차 오너가 되고 싶은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아우디 대기명단 접수 종료와 함께 ‘일장춘몽’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아직 2000만~3000만원대 수입차가 남아 있다. 가성비 뛰어난 저렴한 수입차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졌다. 가격 차가 꽤 좁혀졌다. 수많은 SUV 준중형 모델 중 단연 인기 있는 차는 폭스바겐의 ‘신형 티구안’이다. 디젤게이트로 국내 시장 판매를 중단했던 폭스바겐의 대표적 복귀작이다.●신형 티구안, 안전·편의사양 다 갖췄다 신형 티구안의 인기 비결은 SUV인데도 300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과 최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안전·편의 사양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다. 신형 티구안은 2014년부터 2년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년 연속 판매 1위를 차지한 기존 모델을 바꾼 2세대 모델로, 기본기부터 탄탄하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도 사전예약 후 3000여명의 고객이 계약의사를 밝혔을 정도다. 지난 5월 중순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지금까지 4480대가 팔렸다. 1세대까지 포함해 곧 총누적 판매량 4만대를 넘길 예정이다. ‘가장 안전한 SUV’라는 티구안의 명성에 걸맞게 신형 티구안에는 최첨단 안전 및 편의기술도 대거 적용됐다. ▲최대 시속 약 160㎞/h까지 설정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보행자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 경고 및 긴급제동을 보조할 수 있는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정체 상태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한 채 정속 주행을 보조해 주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 ▲사각지대를 모니터링해 주는 사이드 어시스트 플러스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 ▲피로 경보 시스템 등이 장착됐다. 이전 모델의 가장 약점으로 여겨졌던 실내 및 적재 공간도 대폭 늘어났다. 4485㎜인 전장은 이전 대비 55㎜ 길어졌다. 휠베이스는 76㎜ 늘어난 2680㎜다. 전폭은 1840㎜로, 이전 모델 대비 30㎜ 확장됐다. 실내 전장은 26㎜, 뒷좌석 레그룸은 29㎜ 늘어났다. 트렁크 공간의 크기도 커졌다. 신형 티구안의 적재용량은 5명을 태우고도 최대 615L까지 적재 가능하다. 뒷좌석은 개별적으로 접이가 가능하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은 1655L로 늘어난다. 가격은 3800만원(2.0 TDI 기준)부터 시작된다.●‘저공해車’ 알티마, 경제적 혜택은 ‘덤’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차 하면 떠오르는 전통의 강자는 닛산 ‘알티마’다. 중형 세단이라는 높은 실용성,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수십년간 검증받은 월드카라는 장점에 기본형 2960만원이라는 ‘착한 가격’까지 더해져 과거부터 높은 인기를 누렸다. 현재까지도 알티마는 5개월 연속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한 수입 가솔린 세단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이다. 인기 요인은 간단하다. 가격은 싼데 잘 달리고 잘 서는 데다 안전하고 편안하다. 2.5모델에 탑재된 QR25DE 엔진은 엑스트로닉 CVT와 최적의 조화를 통해 최고출력 180ps, 최대 토크 24.5kg.m의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닛산 모델 최초로 ‘액티브 언더 스티어 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돼 젖은 노면, 빙판길이나 비포장도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코너링할 수 있다. 또 동급 최초로 적용된 인텔리전트 전방 충돌 경고는 물론 인텔리전트 비상 브레이크, 인텔리전트 사각지대 경고 등으로 자신감 있는 주행을 돕고 탑승자의 안전도 보호한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에서 영감을 얻은 ‘저중력 시트’가 운전자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해 준다. 닛산 관계자는 “우수한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2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합리적인 가격을 토대로 지난해에는 가성비, 올해는 가심비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알티마는 저공해 자동차로 분류돼 공영 주차장 및 공항 주차장 50% 할인 등 경제적 혜택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프리우스C, 톡톡튀는 외장 컬러 눈길 하이브리드차인 도요타 ‘프리우스C’도 빼놓을 수 없다. 2490만원이라는 낮은 가격에 톡톡 튀는 12가지 외장 컬러, 민첩한 주행성능 덕에 생애 첫 차를 고려하는 젊은 고객에게 인기다. 특히 19.4㎞/ℓ의 우수한 도심연비를 감안하면 초기 비용도, 보유 기간 유류비도 모두 경제적이다. 올해 3월에 출시돼 7월까지 553대가 팔렸다. 특이한 점은 은퇴 시기를 맞은 고령층도 이 차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차를 잘 아는 소비자이자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이 차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이 차의 실용성과 경제성을 대변한다는 설명이다. 정부 보조금 50만원과 세제 혜택도 최대 310만원을 받을 수 있다.●벤츠 A200, 이름값 하네 메르세데스벤츠는 그 ‘이름값’ 때문에 절대 저렴한 가격대에 못 살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A200’이 있다. 벤츠 브랜드를 3000만원대에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다. 브랜드의 막내 라인업인 A클래스 중에서도 주행성능과 효율성을 강조한 알짜배기 모델이다. 체구는 작지만 벤츠라는 브랜드가 가진 프리미엄과 고성능으로 무장한 이 차는 올해만 A200, A200AMG 합쳐 892대가 팔릴 정도로 잘나간다. 충돌방지 어시스트 플러스 등 안전을 위한 편의사양은 운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차를 타면 탈수록 ‘작지만 벤츠는 벤츠구나’라는 생각에 만족감이 든다는 게 차주들의 ‘간증’이다. 푸조 208도 2000만원대 수입 해치백이다. 알뤼르 2559만원, GT 라인 2757만원이다. 올해 판매량은 94대로 많지는 않다. 하지만 99마력의 1560㏄ 디젤엔진으로 복합연비 16.7㎞/ℓ의 우수한 효율을 자랑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베이징에서 윈난까지/이석우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베이징에서 윈난까지/이석우 국제부 선임기자

    베트남과 국경을 맞댄 광시성의 성도(省都) 난닝시는 출퇴근길이면 오토바이들로 가득했다. 거리를 달리는 300만대 남짓한 오토바이들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디젤 엔진 방식은 찾기 어려웠다. 전기충전식 이륜차를 의무화한 결과였다.도시 면적의 절반 가까이가 녹지로 생태 도시를 지향하는 인구 760만명의 난닝은 동남아 10개국과 직항으로 연결된 아세안의 관문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올 연말 세계정원박람회를 준비 중인 저우훙포 시장은 “자매결연 맺은 과천시로부터 생태 도시 조성 등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한·중 관계가 요동칠 때도 두 도시의 인적 교류와 협력은 지속됐다”고 강조했다. 난닝에서 남쪽으로 잘 닦인 고속도로로 1시간 반쯤 달리니 헝시엔이 나왔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리화(자스민)차의 80%, 전 세계 모리화차 60%의 산지였다. 달려도 달려도 차밭이 이어진 헝시엔은 자스민을 원료로 한 향수, 오일, 건강보조식품들을 생산하며 달라진 농촌 모습을 보여 줬다. 올해 마흔인 정펑신 헝시엔 시장은 “기업을 운영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일한다”면서 “한국 화장품 회사 및 연구소와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이 잘사는 방법은 고부가가치의 실현”이라며 “농민들에게 이런 생각을 불어넣는 게 내 임무”라고 덧붙였다. 명문 칭화대를 나와 화웨이 등 정보기술 업체에서 일하다 정부에 들어간 그는 농민 대상 전자상거래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기자를 안내한 중국 외교부 직원은 “SNS의 활용과 전산 교육을 농촌 개발 및 빈곤 퇴치 수단으로 활용해 온 시진핑 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 실현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헝시엔 자스민차의 브랜드 가치는 최근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오는 12월로 개혁개방 40주년을 맞는 중국이 그 기간 국내총생산(GDP)을 200배 이상 높인 것도 현장에 발붙인 실용적인 중간 관리들의 헌신에 힘입은 바 컸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덩샤오핑 이후 역대 지도자 모두가 현장을 거쳤고 실무에도 밝았다. 한·중 갈등 기간에도 한국의 앞선 것을 배우고 따라잡으려는 중국 실무자들의 안간힘은 흔들리지 않았다. 난닝에서 비행기로 1시간 10분여 거리인 윈난성 성도 쿤밍도 거대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속에서 동남아 물류 거점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연간 4100만명의 탑승객이 이용하는 최첨단의 쿤밍공항에서 라오스, 미얀마 등과 국경을 접한 윈난성의 역할과 동남아를 향한 중국의 몸짓을 엿볼 수 있었다. 베이징에서 쿤밍까지 모바일 전자결제가 뿌리내려 있었고, 현금을 받지 않는 상점들 탓에 외국 여행객들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중국 정부 초청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뤄진 중국 체류 일주일은 개혁개방의 에너지가 변방 도시들에까지 깊고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새삼 확인한 계기가 됐다.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초강대국 중국’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이런 흐름을 한국은 어떻게 동반상승의 기회로 활용하며 우리의 자존도 지켜 나갈 수 있을까. 우리 앞의 화두는 절박성을 더해 가고 있다. jun88@seoul.co.kr
  • 야심작도 안 통한 GM ‘주춤’ 신차 쌍끌이 폭스바겐 ‘질주’ 달리는 폭탄차 BMW ‘추락’

    야심작도 안 통한 GM ‘주춤’ 신차 쌍끌이 폭스바겐 ‘질주’ 달리는 폭탄차 BMW ‘추락’

    내수 침체에 높은 인건비 부담,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시장 철수로 수출길마저 막힌 한국GM은 수년간 경영난을 겪어왔다. 군산공장이 폐쇄됐고 구조조정도 이어졌다. 이후 한국GM은 지난 5월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회복에 시동을 걸었다.●GM 이쿼녹스 부진… 전년 대비 44% 감소 이때 경영 정상화를 이끌 묘안 중 하나로 한국GM이 야심 차게 내놓은 차가 바로 중형 SUV인 ‘이쿼녹스’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쿼녹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지난달 고작 97대 팔렸다. 출시 달인 6월 385대로 반짝했으나 지난 7월엔 절반(191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영향 탓인지 한국지엠은 지난달 국내외 시장에 2만 3101대의 차량을 판매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하면 44.1%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9월 한국으로 부임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의 1주년도 조용히 지나갔다. ●폭스바겐 파사트·티구안으로 자존심 회복 경영난이나 사회적 문제가 된 사건 사고를 겪은 후 자존심 회복에 나선 자동차 회사들의 상황은 저마다 엇갈린다. 반면 디젤 차량 배기가스 장치 조작으로 국내 시장 판매를 중단했다가 재개한 폭스바겐은 희색이다. 폭스바겐은 파사트 GT 하나로 4월 809대 판매고를 올린 이후 7월까지 총 2415대를 팔았다. 대표적인 상징성을 띤 신형 티구안은 5월(1561대) 등장 후 6월 1528대, 7월 1391대 등 총 4480대가 팔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한국GM의 국내 시장 철수 우려와 애프터서비스(AS) 불안 등이 판매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반면 폭스바겐은 ‘디젤 게이트’ 이후 독일 소비자들의 애국심 구매나 중국 내 친환경차에 대한 끊이지 않는 수요 등으로 1년도 안 돼 전세계적으로 판매 회복세에 접어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BMW 판매량 4개월 새 절반 ‘뚝’ 주행 중 화재사고로 몇 달째 논란을 일으켰던 BMW의 경우 8월 판매량이 정식 공개되지 않았지만 타격을 입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3월엔 7000대 이상 팔렸지만 7월엔 3959대만 나갔다. 8월엔 더 줄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BMW 주차금지 확산 움직임으로 차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다 집단소송, 차량 결함 은폐 의혹 등으로 부정적 여론이 거세진 것도 판매 감소의 한 원인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불타는 BMW’ 이후 자동차별 성적표…그래도 ‘독일차’?

    ‘경영난’ GM의 야심작 이쿼녹스 한달간 고작 97대 판매 ‘디젤게이트’폭스바겐의 티구안은 3개월만 4500대 불티 내수 침체에 높은 인건비 부담, 2013년 말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시장 철수로 수출길마저 막힌 한국GM은 수년간 경영난을 겪어왔다. GM본사는 군산공장 폐쇄 계획을 갑작스레 발표했고 뼈아픈 구조조정도 이어졌다. 이후 한국GM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함께 지난 5월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회복에 시동을 걸었다. 이때 경영 정상화를 이끌 묘안 중 하나로 한국GM이 야심차게 내놓은 차가 바로 중형 SUV인 ‘이쿼녹스’다. 지난 6월 한국GM은 ‘2018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이쿼녹스를 국내 시장에 공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쿼녹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지난달 고작 97대 팔렸다. 출시달인 6월 385대로 반짝했으나 지난 7월엔 절반(191대)로 쪼그라들었다. 6~8월 누적판매량은 673대에 불과했다. 이런 영향 탓인지 한국지엠은 지난달 국내외 시장에 2만 3101대의 차량을 판매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하면 44.1% 감소한 수치다. 현대자동차가 내수와 해외판매가 모두 증가하며 9%대 판매증가세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9월 한국으로 부임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의 1주년도 조용히 지나갔다. 경영난이나 사회적 문제가 된 사건 사고를 겪은 후 자존심 회복에 나선 자동차 회사들의 상황은 저마다 엇갈린다. 한국GM과 달리 디젤 차량 배기가스 장치 조작으로 국내 시장 판매를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한 폭스바겐은 희색이다. 파사트 GT 하나로 4월 809대 판매고를 올린 이후 7월까지 총 2415대를 팔았다. 대표적인 상징성을 띤 신형 티구안의 경우 5월(1561대) 등장 후 6월 1528대, 7월 1391대 등 총 4480대가 팔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GM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란 근본적 우려와 이에따른 애프터서비스(AS) 불안 등이 판매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반면 폭스바겐은 ‘디젤 게이트’ 이후 독일 소비자들의 애국심 구매나 중국 내 친환경차에 대한 끊이지 않는 수요 등으로 1년도 안돼 판매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주행 중 화재사고로 몇달째 논란을 일으켰던 BMW의 경우 8월 판매량이 정식 공개되지 않았지만 타격을 입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4월부터 조금씩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 3월엔 7000대 이상 팔렸지만 7월엔 3959대만 나갔다. 8월엔 더 줄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BMW 주차금지 확산 움직임으로 차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다 집단소송, 차량 결함 은폐 의혹 등으로 부정적 여론이 거세진 것도 판매 감소의 한 원인이다. 이항구 위원은 “하지만 BMW같은 고급차는 고정 고객이 있어서 소비자 이동이 크지 않고 회복력도 빠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독일, 배기가스 제어장치 문제 BMW에 130억원 벌금 부과

    독일, 배기가스 제어장치 문제 BMW에 130억원 벌금 부과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결함 문제로 한국과 유럽 등에서 리콜을 동시 진행하고 있는 BMW가 독일에서 배기가스 제어장치 문제로 1000만 유로(약 13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3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FAZ) 등에 따르면 독일 검찰은 지난달 초 BMW에 배기가스 조작 혐의로 1000만 유로의 벌금 처분을 내렸다. 독일 검찰은 앞서 2월 BMW측이 교통 당국에 자진해서 배기가스 장치 문제를 신고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BMW는 1만 1000여대의 750xd와 M550xd 모델을 리콜하고, 배기가스 조절 장치에 실수로 불법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이뤄졌다고 시인했다. 이에 검찰은 뮌헨의 BMW 본사와 오스트리아의 엔진 공장을 압수수색했고, 최종적으로 BMW가 제조 과정에서 실수로 불법적인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고 가닥을 잡았다. 배기가스 장치에 대한 의도적 조작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BMW가 검찰의 요구대로 1000만 유로의 벌금을 납부할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이번 문제는 한국의 BMW 차량 화재 사태와 다르다. BMW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차량화재 사태의 원인이 소프트웨어 설계 문제가 아닌 EGR의 하드웨어적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고 시인한 폴크스바겐이 독일과 미국에 내야하는 벌금은 각각 10억 유로(약 1조 2900억원), 20억 유로에 이른다. 임직원 40여명이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BMW, 주행 중 닫혀야 하는 배기가스 밸브 열리게 설정해 화재 가능성”

    “BMW, 주행 중 닫혀야 하는 배기가스 밸브 열리게 설정해 화재 가능성”

    리콜차 탄력주행·감속 때 열려 엔진 과열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 맞추려 세팅한 듯 국토차관 “연내 규명·징벌적 손배 강화”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리콜 대상 BMW 디젤차의 ‘바이패스 밸브’의 설정 오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BMW 화재 원인 공방이 재점화됐다.한국소비자협회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MW가 배기가스 배출 감소를 위해 주행 중에 바이패스 밸브를 열리게 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설정을 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이 화재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부품인 바이패스 밸브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EGR 쿨러로 보내 식히지 않고 곧바로 엔진룸으로 보내는 ‘우회로’다. 연비 효율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에 도움을 주지만 엔진룸의 과열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소비자협회는 이호근 대덕대 교수와 최영석 선문대 교수 등 자동차 전문가들과 함께 리콜 대상인 520d와 320, 320GT와 리콜 대상이 아닌 520d와 320d 등 디젤차 5종에 대해 주행 테스트를 벌였다. 실험 결과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은 주행 중 바이패브 밸브가 닫혀 있었지만 리콜 대상 차량은 주행 중 열리는 현상이 발견됐다. 특히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2013년 유럽·2015년 국내 적용)에 맞춰 출시된 모델은 고속 주행 시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는 탄력주행이나 시내운전 시 감속 운전 때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는 “주행 중에 바이패스 밸브를 열어 탄력주행 거리를 늘리고 산화질소를 저감하기 위해 BMW가 이 같은 세팅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비 효율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바이패스 밸브 개폐 설정에 BMW의 노하우를 적용했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 다소 빈번하게 밸브가 개폐됐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BMW는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 나와 EGR 밸브 등에 침전물이 쌓이고 바이패스 밸브가 열려 고온의 배기가스가 유입돼 화재로 이어진다고 설명해 왔다. 이에 최 교수는 “바이패스 밸브는 오작동에 의한 압력으로 열릴 수 없다”면서 “오작동이 됐는데도 경고등이 켜지지 않았다면 환경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관련 부처가 이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앞서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화재 원인과 대책을 둘러싸고 국토교통부와 BMW코리아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EGR 모듈뿐 아니라 다른 부품이나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분석해 원인 규명을 연내 완료하겠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하고 리콜 지연에 대한 벌칙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디젤차 배출가스 측정 기준 새달부터 강화

    ‘SCR’ 추가 탑재로 車가격 인상 가능성 국내 시장도 디젤차 설 자리 좁아질 듯 다음달부터 한층 엄격해진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 방식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디젤 자동차에 적용된다. BMW 연쇄 화재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데다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까지 더해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입지가 점차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다음달부터 새로운 배출가스와 연료효율 측정 방식인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을 모든 승용 디젤차에 적용한다. 주행 패턴이 단순해 배출가스 측정값이 실제와 차이가 있었던 기존의 유럽연비측정방식(NEDC)보다 실제 주행에 가깝게 측정 방식을 개선한 것으로, 가속과 감속 패턴 등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주행시험 시간도 기존 20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난다. 신차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부터 적용됐고, 다음달 1일부터는 기존 방식으로 인증받은 디젤차도 새로운 방식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자동차 업계는 까다로워진 규제에 맞춰 기존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희박질소촉매장치(LNT) 등 배출가스 저감장치 외에 요소수를 사용하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 등을 추가 장착하고 있다. 이달 출시된 현대차의 ‘투싼 페이스리프트’와 쌍용차의 ‘G4 렉스턴’ 등에는 SCR이 적용됐다. 기아차와 한국GM도 쏘렌토와 스포티지, 이쿼녹스 등에 SCR을 적용했다. 르노삼성은 주요 차종의 디젤 모델에 SCR 대신 기존의 LNT를 개선해 적용하며 새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탈(脫)디젤’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까다로워진 규제가 국내에서도 디젤차 퇴출에 가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SCR 장착이 완성차 업계에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차량 가격이 100만~200만원가량 오를 수 있다. 이 같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현대차는 그랜저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 4개 차종의 디젤 모델을 단종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데다 비용 상승 부담까지 더해져 디젤차 판매 유인이 떨어진다”면서 “점차 디젤차를 줄이고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국산 콩 25% 보복관세가 부메랑…中, 美와 무역전쟁 딜레마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국산 콩 25% 보복관세가 부메랑…中, 美와 무역전쟁 딜레마

    中 돼지사료의 20%·식용유 주원료가 콩 수입 줄여 육류 생산 줄면 사회적 파장 中 관세 올리자 콩값 급등…식품값 들썩 콩 수입 3위 회사는 경영난에 파산 신청 내년 3월까지 콩 1500만t 美서 들여와야 美 콩 재배 줄면 中 축산업계 줄도산 우려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여긴 대두를 정조준해 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했지만, 오히려 이를 다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이 속절없이 다가오는 것이다. ●미국콩 수입 50% 감소 전망 대두(大豆)는 돼지에 단백질을 공급하는 주요 원천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육류인 돼지의 사료 성분 20%를 차지하고 식용유의 주원료로도 이용된다. 대두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대두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미국 대두 수확량의 3분의1을 수입했을 만큼 중국은 글로벌 대두업계의 큰손이다. 액수로 따지면 139억 5900만 달러(약 15조 6173억원)에 이른다. 중국의 미국산 수입제품 가운데 보잉 여객기(370억 달러) 다음으로 액수가 많다. 이런 까닭에 미국산 대두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가 미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중국농업과학원은 중국의 보복관세 조치로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이 5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현지의 세계 최대 대두 가공업체 싱가포르 윌마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대두 관련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유기업 중량(中糧)그룹(COFCO)의 자회사 중국량유(糧油)지주(China Agri-Industries Holdings)도 4년래 최고의 호황을 구가했다. 지난달만 해도 미국산 대두를 가공하는 업체들의 수익 척도인 분쇄 마진은 12%나 증가해 3년 반 만에 가장 좋은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대두 가격에 25%의 관세가 추가되더라도 마진이 조금 줄겠지만 안정적인 흑자 유지는 가능하다. 이 점도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보복관세를 과감하게 부과하게 한 또 하나의 이유다. 중량그룹과 주싼량유궁예(九三糧油工業·Jiusan Oils & Grains Industries Group) 같은 중국 업체들은 한동안 마진 축소 또는 무마진이 되더라도 ‘애국적 의무를 수행한다’고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브라질 등 남미서 콩 공급량 줄어 대안 없어 그러나 중국은 지난달 6일 대두를 포함한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이후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대두 수입을 추진해 왔지만 주요 대체지인 남미 대륙이 수출의 한계를 보이면서 대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은 지난 9일 보도했다. RFI는 “전 세계에서 중국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미국밖에 없다”면서 “중·미 양국의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중국은 수주 내에 다시 미국산 대두를 수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은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1500만t의 미국산 대두 수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등 남미 대륙의 대두 공급 감소로 중국 내 대두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미국산 대두 수입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중국이 대두 수입량을 떨어뜨리기 위해 억지로 돼지고기 생산을 줄이면 육류 가격 상승 등 파장이 커지는 만큼 이 선택 또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정부 보조금을 올려 주요 대두 생산 지역인 헤이룽장(黑龍江)성과 지린(吉林)성 등지에서 대두 경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린·헤이룽장성 등서 콩 경작지 확대 추진 중국 상무부는 앞서 4월 헤이룽장성과 지린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농민들에게 대두 농장의 규모를 늘릴 것을 지시했다. 지린성 창춘(長春) 당국이 발표한 긴급 공지에 따르면 모든 지구와 마을은 최우선적으로 대두 농장을 늘리기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일일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헤이룽장성과 네이멍구 당국도 이와 비슷한 지침을 내려 농민들에게 더 많은 대두를 재배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해관(세관) 당국도 나서서 가축사료 공급을 늘리기 위해 대두 외의 다른 농산물 검역까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입장에선 가공을 거친 두박(콩깻묵)을 수입해 대두를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두박 수입을 늘릴 경우 아르헨티나가 다시 미국산을 수입해 이를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미국산 대두 수입과 같은 효과를 내게 된다고 RFI가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두 가격이 크게 올라 중국 축산업계가 타격을 받으면서 식료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두부와 두유로 대두를 접하고 있지만 대두 교역을 지배하고 있는 분야는 돼지고기 등 동물사료용이다. 동물사료용이 세계 대두 수확량 중 80%를 차지한다. 나머지 15~20%는 식용유와 바이오 디젤 생산 등에 사용된다. 중국은 주요 원자재에 대해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거나 공급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두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수입에 기대고 있는 형편이다. 대두 수입의 85%를 미국과 브라질 두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 북반구와 남반구가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남미 농민들이 내년 수확용 대두를 재배하느라 여념이 없는 겨울철에는 대두의 거의 전량을 미국산 수입 물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두유의 경우 식용유 시장에서 야자유와 유채유, 해바라기유 등과 비교적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만큼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대두의 대두분은 축산 농가에 압도적으로 차지하는 동물용 사료다. 대두분의 단백질 함량은 다른 곡물보다 최대 4배 이상 높다. 이 때문에 대두분을 첨가한 사료로 가축을 사육하면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고 시장에서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동물사료에 단백질을 첨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대두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더군다나 중국인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육류 공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중국의 육류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다. 미국 농민들이 대두 대신 다른 작물로 전환해 대두 가격이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보이고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면 중국 축산업자들은 줄줄이 도산할 수도 있다. 이런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중국 최대 대두 수입업체의 하나로 꼽히던 식용유 기업이 파산을 신청했다. 산둥(山東)성 지방법원은 지난달 재정통지서를 통해 산둥성 천시(晨曦)그룹이 만기 도래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며 파산 신청했다고 밝혔다. 천시그룹의 파산 신청은 중국 당국의 금융 리스크 관리 강화로 중국의 기업 대출이 급격히 위축돼 시장 환경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중국재경보(財經報)가 분석했다. 미국산 대두에 대한 중국 당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 대두 가공업체의 경영난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中 관세폭탄에 콩 가공업체 경영난 가중 1999년 산둥성 르자오(日照)시에 설립된 천시그룹은 석유화학과 식용유, 무역,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6년 매출액 규모는 432억 위안(약 7조원)에 이른다. 이 중 60%를 대두 수입 등을 통해 벌어들인다. 대두 수입량으로 보면 중국내 3위 기업이다. 특히 2012년에는 551만t의 대두를 수입해 중국 수입 총량의 9.4%를 차지하며 최대의 대두 수입 기업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중국의 500대 민영기업 중 26위에 오른 천시그룹의 사오중이(邵仲毅) 회장은 지난해 130억 위안(약 2조 1222억원)의 자산으로 부호 순위에서 26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상황은 윌마 인터내셔널과 번지, 카길, 루이스 드레이퍼스 같은 글로벌 대두 가공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갈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도 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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