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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의 뜻을 찾아 헤매던 철부지… 과분한 은총 입어”

    “인생의 뜻을 찾아 헤매던 철부지… 과분한 은총 입어”

    정진석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18일 사제 수품(受品) 50주년(금경축)을 맞았다. 정 추기경은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사제 300여명, 신자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경축(慶祝) 미사를 가졌다. 그는 1961년 3월 18일 명동성당에서 노기남 주교의 주례로 사제품을 받았다. 현직 추기경으로 금경축을 맞은 것은 정 추기경이 처음이다. ●베네딕토 16세·MB 등 축하 메시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1951년 사제 수품을 받은 뒤 1998년 은퇴해 현직에서 금경축을 맞지는 못했다. 금경축 행사에서는 정 추기경과 함께 14명 신부들이 사제 수품 50주년을 맞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황청 인류 복음화성 장관인 이반 디아스 추기경, 주한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신학교 동창 사제인 최창무 대주교 등이 축하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인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이 대신 읽은 메시지를 통해 “50년 전 오늘, 이곳 명동성당 제대에 엎드려 온 생애를 봉헌하신 추기경님은 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흔들림 없는 중심이 되어 주셨다.”고 축하했다. ●“추기경님 취미는 방콕” 농담에 폭소 강우일 주교는 “내가 등산을 즐기듯 보통 사제들은 한 가지씩 사는 낙이 있는데, 추기경님은 참 무슨 낙으로 사셨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추기경님의 유일한 취미는 ‘방콕’(방에 머무는 것)”이라고 농담을 던져 폭소를 자아냈다. 정 추기경은 “인생의 뜻을 찾아 헤매던 철부지를 주님께서 제자로 불러 존엄한 사제직에 올려주셨다.”면서 “지난 50년을 생각하면 보잘것없는 저에게 과분한 은총을 주셨음에 감격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TV보다 재미있는 역사책

    책이 TV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따분한 책이 화려한 영상의 TV에 도전한다고? 그것도 국사책이? 고등학교 수업에서조차 반드시 공부해도 되지 않는 신세로 전락할 뻔하다가 가까스로 필수과목으로 살아남은 것이 우리 사회 국사의 현주소인데?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역사문제연구소 기획,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전 5권)는 마치 TV 다큐멘터리를 보듯 역사를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2000점이 넘는 사진과 입체 지도, 연표, 그래프 등을 한데 버무려 만든 다양한 디자인 기법은 역사가 더 이상 어지러운 숫자 혹은 낯선 이름의 나열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못지않게 눈길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음을 보여 준다. 게다가 조선시대 외국어 열풍, 남편 위에 군림했던 여인들 이야기, 해방의 순간 이승만·박헌영·김구가 보여 준 반응 등 재미와 흐름을 동시에 담은 100여개의 특강을 곳곳에 끼워 넣어 입체성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 펄떡펄떡 뛰는 사람들이 튀어나오고, 끊어질 듯 이어지며 사람 속을 간질거리는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 역사는 더 이상 딱딱하거나 지루하지도, 시험 성적을 위해 달달 외워야 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 대신 소설로, 음악으로, 연극으로, 영화로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보고(寶庫) 그 자체임을 웅변한다. 그러나 ‘미래를’가 갖는 진짜 미덕은 따로 있다. 통시적인 시각 속에서 세계사적 맥락과 외부 문화와의 교류사를 강조하며 한국의 역사를 고찰하고 있는 것. 예컨대 5권에서는 일본 도야마현에서 일어난 쌀 소동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일제가 조선에서 펼친 쌀 증산정책의 원인을 찾기 위함이다. 공업화를 진행하던 일본이 ‘다분히 합리적인 판단으로’ 같은 품종의 쌀을 재배하는 조선을 찾았다는 사실과 이로 인해 조선 민중들이 겪어야 하는 비참함을 함께 설명한다. 3권에서도 임진왜란의 발발을 단순히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욕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16세기 동아시아 무역 체제의 변화를 배경 삼아 얘기한다. 조선의 집시가 된 거란의 유민 양수척(2권), 19세기 조선의 명품 소동(4권), 세계화와 함께 들어온 콜레라(4권), 하와이 이주 노총각들의 결혼 작전(5권) 등도 등장한다. 세계와 교류·소통하며 살았던 한국사 이야기를 재미와 함께 풀어낸 대목이다. 불가피하게 디아스포라(離散)로 살아야 했던 해외 이민자들의 삶을 조명하기도 했다. 역사문제연구소가 기획하고 각 분야 전문가 17명이 3년에 걸쳐 만들어낸 공동 작업의 결과물이다. 각 권마다 기획위원 1~2명씩을 따로 두며 역사 서술의 균질성을 담보하도록 했다. 중·고등학생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이유다. 각권 1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
  • 중앙亞 ‘고려인 문학’ 찾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사는 한민족의 역사는 150년을 헤아린다. 50만명이 넘는 이들은 ‘고려인’으로 불린다. 구 소련 지역에서 살아온 그 후예들은 소수민족으로 살며 벌써 5세, 6세까지 거슬러 내려왔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도 문학을 누리고 산다. 러시아어가 아닌, 어머니 나라의 언어로 시를 쓰고, 소설을 쓴다. 우리 민족 문학사의 지워진 조각, ‘고려인 문학’이다. 국제한인문학회장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는 최근 고려인들이 쓴 문학 작품을 발굴, 집대성해 ‘중앙아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문학’(국학자료원 펴냄)을 내놓았다. 강태수, 리 왜체슬라브, 리시연 등 고려인 작가 8명의 시 46편, 소설 4편, 수필 2편, 희곡3편 등 모두 55편의 새로 발굴한 작품들이 실렸다.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고려인 첫 정착지 우슈토베 등을 방문해 국제학술회의를 갖는 한편 자료 발굴 및 수집한 결과물이다. 그동안 문단에서도 파편적으로나마 개별 작가론, 작품론 등을 통해 고려인 문학이 드문드문 소개되고 다뤄진 바 있다. 반면 ‘…디아스포라문학’은 이것을 뛰어넘어 한민족 문화권이라는 구도 속에서 고려인 문학의 위상과 의의를 총체적으로 살펴봤다는데 의미가 있다. 고려인 문학의 뿌리 역할은 조명희(1894~1938)의 몫이었다. 연해주 한인 신문인 ‘선봉’에 문예면을 마련했고, 카자흐스탄으로 옮긴 이후에는 ‘선봉’의 후신으로 ‘레닌기치’, ‘고려일보’를 창간해 고려인 문단 형성의 화수분 역할을 했다. 강태수, 조기천, 연성용 등 고려인 문인 후배들도 이끌었다. 실제로 이정숙 한성대 국문과 교수, 정호웅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고인환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등 국제한인문학회, 중앙아시아한국학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 소속 고려인 문학 연구자들의 연구 논문이 실린 책의 1부가 고려인 문학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한다면, 발굴 작품들의 원문이 실린 2부는 구체적인 생김을 만지고 접할 수 있게 해준다. 김종회 교수는 “현지 고려인들의 연령 분포나 새로운 세대의 의식 변화 등을 감안하면 이번 성과는 아마도 우리말로 창작한 세대의 마지막 유품에 해당할 것”이라면서 “발굴된 작품들이 문학적 성취나 예술적 가치가 다른 디아스포라 문학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부분을 상회하는 역사적 삶의 자료로서 존재 의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인사만 잘해도 성공한 대통령이다/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인사만 잘해도 성공한 대통령이다/김종면 논설위원

    감사원장 자리가 비어 있다. 개각설도 나온다. 또 인사 회오리가 몰아치지는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지난 인사의 잘못을 따져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망각 모드다. ‘처갓집 청문회’니 뭐니 난리를 치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 태평하다. 투기의혹 등으로 일부 여당의원조차 외면한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야당의원에게 협조를 구하는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소통의 진정성이 읽힌다. 한데 그 전화 정치의 알맹이가 고작 ‘공직 부적절’ 인물에 대한 부탁이라니….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에 초당적 협조를 구한다든가 하는 것 같은 내용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누가 뭐가 되든 하루하루 부대끼며 살아가는 서민의 삶은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럼에도 마치 자기 일이라도 되는 양 공직인사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층이 바로 서민이다. 가진 게 많은 이들은 도리어 무관심하다. 진정 서민과 친한 정부라면 마땅히 인사 정의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거창한 지사형 인물을 바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도덕적 자질만 좀 갖춰 달라는 것이다. 한번 낙마했으면 다음에는 더욱 엄정한 잣대로 후보를 뽑고 청문을 거치게 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다. 앞선 자의 낙마가 오히려 인사 장애를 넘는 지렛대 구실을 하니 ‘당한’ 쪽만 억울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청문회는 한갓 구경꾼이나 불러 모으는 푸닥거리가 아니다. 잘못을 지적받으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낙마가 또 다른 낙마의 방패막이가 되는 현실은 부당하다. 공정사회가 아니다. 안정적인 국정운영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읽는 일은 더 중요하다. ‘그들’만의 인사에 국민은 분노한다. 상처 입은 맹수처럼 독이 올라 있다. 잘못된 인사로 인한 불신의 병이 국가의 건강을 얼마나 좀먹고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회전문 인사도 할 때는 해야 한다. 국가에 꼭 필요한 인재라면 언제든 불러 다시 쓸 수 있다. 그러나 분리 수거를 할 때도 꺼림칙하지 않은 재활용품(recyclables)만 따로 골라 쓰는 법이다. 그런 물건이 흔한가. 왜 길을 두고 뫼로 가려 하나.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 새로운 인사의 변경을 개척하려 흔쾌히 나서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스스로 쳐놓은 울타리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자폐적’ 인사관부터 극복해야 한다. 고질화된 인사 난맥이 누구 탓인가. 어떤 이는 참모가 쓴소리를 못한다고 질타한다. 누가 있어 한 번이라도 자리를 걸고 죽을 힘을 다해 극간하는지는 알 수 없다. 세종대왕은 간행언청(諫行言聽)했다고 한다. 간하면 행하고 말하면 들어줬다는 얘기다. 지금은 애써 간하는 사람도 없는 듯하니 뭘 기대하겠는가.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려 사과했느니 안 했느니 논쟁을 벌이는 수준이니 딱한 노릇이다. 옛 사대부들은 자신의 능력 부족을 절감할 때는 물론 어쩌다 비판의 도마에 올라 조정을 시끄럽게 하기만 해도 그게 부끄러워 스스로 물러나길 고집했다고 한다. 조선 선비의 전형이라 할 퇴계 이황도 일흔아홉 차례나 임금에게 사직을 청했다지 않는가. 온갖 허물을 부여안고도 창피한 줄 모르고 자리만 탐하는 요즘 세태와 어찌 이리 다른가. 그야말로 사직상소가 그리운 세상이다. 천산지산할 것 없다. 다시 대통령이다. 곡재아(曲在我), 잘못은 내게 있다는 그런 자성의 마음 한 조각만 살아 있어도 인사가 이토록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집권 4년차, 시간은 누구 편인가. 이제 인사로 승부해야 한다. 인사로 통합해야 한다. 나의 붓 대롱으로 보는 허공이 하늘의 전부가 아니다. 경청의 리더십을 발휘하라. 낙점의 유혹을 떨쳐 버려라. ‘나쁜’ 인사 하나 때문에 어렵사리 쌓아올린 공적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새 감사원장 인사에서는 정말 일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제발 그 지긋지긋한 인사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풀기 바란다. 아직도 국민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jmkim@seoul.co.kr
  • “한국의 어머니가 꿈속에서 독일어로…”

    “한국의 어머니가 꿈속에서 독일어로…”

    “모어(母語)는 잊혀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언어의 현장과 떨어져 있어 스스로 자기 운동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인 허수경(47)이 지난 19일 서울 서교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꼬박 10년 만의 고국 방문이다. 문학동네 시인선집을 통해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을 낸 데 이어 자전적 성장소설 ‘아틀란티스야, 잘 가’를 조만간 내놓는다. ●독일어는 일상언어… 한국어는 어머니의 언어 19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허수경은 1992년 독일로 건너가 뮌스터대학에서 고대 근동고고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4월 잠시 들른 이후 다시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2005년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을 내놓았고, 6년 만에 다섯 번째 시집으로 돌아왔다. 조국을 떠난 시인은 고향의 안락함을 포기한 대가로 모국어를 사용해 디아스포라(離散)로서 인류 보편의 사유와 시상에 다다를 수 있게 됐다. 그는 ‘빌어먹을’을 통해 고스란히 이를 보여준다. 허수경은 “낯설 줄 알았는데 다들 반갑게 맞아줘서 집에 돌아온 것 같다.”고 경상도 사투리가 여전한 말투로 환국의 감회를 밝혔다. 그의 고향은 경남 진주다. 파격적 형식의 이번 시집에 대해서는 “늘 내 시가 수다스러운 게 마음에 걸렸는데 여기서 구해줬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에게 독일어는 생활 속 일상 언어다. 또한 수메르어와 아카드(메소포타미아 고대어)는 고대의 흔적들과 대화하기 위한 학문의 언어다. 하지만 한국어는 허수경을 비로소 시인이게 하는 어머니의 언어다. 그러나 그가 어느날 꿈속에서 만난 어머니 얘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에 살고 있는 어머니는 독일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데, 어느 날 내 꿈에 나타나 독일어로 말하고 있었지요.” ●젊은 후배들 없는 길 가는 사람되길… 판타지와 같은 상황까지 담아낼 수 있는 문학동네 시인선에 대한 칭찬이었건만 그날 새벽녘 문득 잠자리에서 깨어나 허탈해했을 허수경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사무쳤을 그리움과 먹먹함도 함께 느껴지니 짠함이 앞선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진짜 있는 길인지, 없는 길인지 스스로 묻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죠. 젊은 후배 시인들이 없는 길을 가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불현듯 시단에 등장해 정련된 민족과 민중의 정서를 보여준 뒤 홀연히 독일로 떠난 시인이 젊은 후배들에게 건네는 당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국경 무너뜨린 자본 짙어진 국력의 경계

    국경 무너뜨린 자본 짙어진 국력의 경계

    서로 다른 것들의 사이에는 늘 경계가 있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산 또는 바다 등의 울타리가 있고, 빼앗음과 빼앗김 사이에는 폭력과 탐욕이 경계로서 둘을 가르고 있다. 민족과 민족의 경계, 자본과 노동의 경계, 세대와 세대의 경계, 인간과 자연의 경계, 개인과 집단의 경계, 과거와 현재의 경계, 굶주림과 배부름의 경계 등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렇게 약간은 모호하게, 때로는 명징하게 나뉘어 있다. 하종오(57)의 시집 ‘제국’(문학동네 펴냄)은 세상의 모든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며 또한 그 경계를 거부한다. 시인은 일찌감치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입국자들’ 등을 통해 우리 사회 현실 안에 엉켜 있는 세계화의 문제, 자본의 문제, 인간의 문제를 통찰한 바 있다. ‘제국’의 시 전편을 통해 문제의식은 전 지구적 범주로 확장된다. 그리고 시인의 시선이 향하는 통찰의 지점은 ‘제국(諸國 또는 帝國)의 공장’ 연작시를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리즘은 늘 그렇듯 인간이다. 연작시 중 ‘소액주주들’이라는 소제목의 시편에서는 ‘자사주 가진 소액주주’가 공장 폐쇄로 인해 직장을 잃어버렸음에도 보유하고 있는 주가는 올라가는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노동자 개인들이 자본주의 질서 안에 깊숙이 편입됐음을 보여 준다. 또한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서 인도로, 또 더 가난한 나라로 옮겨 가는 ‘어패럴 공장 관리책임자’의 탄식(‘갠지스 강’ 중)을 통해 더욱 많은 이익을 위해 국경을 무화(無和)하는 자본의 생리를 명확히 짚어 낸다. ‘숙련공’에서는 ‘수트리스나 씨’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자연에서 살며/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믿으면서도/ 크나큰 자연을 이룬 나무들 베어내는/ 목재공장에 취직하려고 이력서’를 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낸다. 하지만 거기에 그친다면 수면 위로 드러난 현상을 그저 시로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시인은 경계 너머에 있는 경계에 주목한다. 스스로 몸을 불리려는 자본은 이미 국가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자본은 자신의 국적을 애써 숨기려 하지 않는다. 한국 혹은 미국이 차려 놓은 공장을 다니건 한국으로 건너와서 공장에서 일을 하건 인도, 베트남, 체코, 파키스탄 등 사람들은 각자 조국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다. ‘…서아프리카 출신 청장년들과 / 동남아시아 출신 청장년들은 / 독재와 가난에서 조국을 구할 수 있다면 / 역난민으로 귀국하여 저항’(‘한국의 공장에서’ 중)하려는 꿈을 키운다. 이는 ‘젊은 고려인’의 ‘김예카테리나 씨’ 일가의 얘기를 하며 비극적인 한국식 디아스포라(離散)를 상기시킨 이유와 마찬가지다. 시인은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최소한의 자존을 지켜낼 수 있는 경계를 만들고픈 약자의 역설적이지만 소중한 꿈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 / 한국에서 몸푼 베트남인 산모와 / …필리핀 산모와 / …태국인 산모와 / …캄보디아인 산모는 시어머니가 끓인 미역국을 먹고요 / 시방 / 아기들은 똑같은 소리로 우네요’(‘지구의 해산바라지’ 중)라며 함께 어우러져 있는 세상을 그린다. 시인은 자서(自序)를 통해 확장된 자기 시 세계의 정수를 밝힌다. ‘같은 시각에 다른 장소에서 좌절하고 환희하는 세계의 시민들에게 제국(諸國)은 공존해야 하고, 제국(帝國)은 부재해야 한다.’고 말이다. 차별 짓고 착취하는 수단으로서의 경계가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다양성으로서의 경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中 남부 먀오족은 고구려 후예다”

    “中 남부 먀오족은 고구려 후예다”

    중국이 동이족 수장으로 꼽히는 치우(蚩尤)를 중화 3대 시조로 모시는 것은 만주 등 동북지방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여기에는 남부 산악지역에 살고 있는 먀오(苗)족 문제도 있다.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러 중국 56개 소수민족 가운데 다섯 번째로 크다는 먀오족은 자신들의 조상으로 치우를 내세운다. 그런데 먀오족이 치우의 후손이 아니라 패망한 고구려 유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인희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전임연구원이 지난 10여년간 중국 남부지역을 현지답사한 결과를 총정리한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푸른역사 펴냄)에 담긴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역사상 최초의 ‘코리안 디아스포라(Diaspora)가 먀오족”이라고 주장한다. 디아스포라는 이산(離散), 흔히 국가 소멸 뒤 세계 각지로 흩어진 유대인을 뜻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재일교포나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카레이스키 등을 지칭한다. 김 연구원의 주장은 구당서, 신당서, 자치통감 등 중국 측 기록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당나라 장수 이적은 평양성을 함락한 뒤 668년 보장왕과 함께 20만명의 유민들을 끌고 귀국했고, 이듬해인 669년 이들을 남쪽 공한지(空閑地)에 배치했다. 고구려 핵심 지배층을 고구려 본토와 머나먼 곳에 살게 해서 재기 의욕을 끊고, 포로들을 투입해 변경지역을 개발하려는 의도였다. 중국 문헌에 먀오족에 대한 기록이 일절 없다가 10세기 이후 송나라 시대 때부터 갑자기 “고구려와 풍속이 닮았다.”면서 언급되는 까닭은 이때서야 중국 남부에 자리잡은 먀오족을 중국인들이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먀오족이 고구려 유민이라는 증거로 우선 전통 바지 ‘궁고’를 든다. 고대 복식을 보면 중국 남방지역은 무덥고 습하기 때문에 대개 엉덩이와 허벅다리 뒤쪽을 그대로 노출하는 개방형 바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먀오족만 유일하게 바지 위에다 또 한번 큰 천을 덧대는 방식의 바지, 궁고를 입고 있다. 이는 고대 흉노족 복식이나 고구려 벽화에서 발견되는 복식과 비슷하다. 종아리 부근은 바짝 조이고,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은 통을 크게 넓힌 뒤 그 위에다 바지 천 하나를 덧씌워 두르다 보니 엉덩이 부분은 뾰족하게 솟아나도록 한 모양새다. 이는 추운 곳에서 말을 타야 하는 북방 유목민의 전형적인 복장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는 형사취수(兄死娶嫂) 문화, 장례 전에 집안에 시신을 모셔 두는 풍습, 동명왕 신화처럼 아시아 동북부의 대표적 설화인 난생신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 다양한 근거를 든다. 결정적으로 먀오족은 옷에다 조상에 대한 옛 기억을 그려 뒀다. 이는 인디언 이러쿼이족 출신 미국 학자 폴라 언더우드(1932~2000)가 ‘몽골리안 일만년의 역사’라는 책을 남긴 것과 비슷하다. 문자가 없던 인디언들은 옛 조상들의 대이주 행렬을 장대한 구전 서사시로 남겨 뒀고, 언더우드는 집안 어른들로부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적 얘기’라고 들어왔던 이 서사시를 기록으로 남겼다. 먀오족 옷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여자들의 주름치마에 두 개의 강을, 웃옷 뒤편에는 큰 성을 그려 뒀다. 구전설화에 따르면 이들은 추운 곳에서 적에게 패배해 노란 물과 맑은 물을 건너 남쪽으로 왔다. 이게 바로 황하와 장강을 뜻한다는 것이다. 또 조상들이 머물렀던 곳을 잊지 않기 위해 고향에 두고 온 옛 성을 그려뒀다. 이 성의 문양은 장방형인데, 고대 성곽에서 장방형으로 지었던 성은 고구려 성이 가장 대표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서부 먀오족과 달리 동부 먀오족에게서는 ‘큰 강’에 대한 얘기 대신 ‘동쪽의 해 뜨는 바닷가’ 얘기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를 고구려 패망 뒤 만주 일대에서 남쪽으로 끌려온 이들은 서부 먀오족, 고구려 평양성에서 바다 건너 끌려왔던 이들은 동부 먀오족이라고 해석한다. 동부 먀오족이 서부 먀오족보다 더 반항적이고 남방문화와 비교적 덜 섞여 든 이유와도 연결된다. 한마디로 평양성에 거주했던 고구려의 핵심 지배층이었던 까닭에 서부 먀오족에 비해 문화 자존심이 유달리 강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고구려가 아니라 치우를 조상으로 내세웠을까. 이는 만주족 청나라를 붕괴시키고 한족 중심의 근대국가를 성립시키려 했던 반청 운동가들의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먀오족을 이민족으로 정벌했던 고구려로 보기보다, 한때 다투었던 형제인 치우의 후손이라고 하는 것이 편했다는 것이다. 문자가 없어 옛 조상에 대한 희미한 기억만 갖고 있는 먀오족 역시 중국과는 조상이 다르다는 민족 자주성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는 해석이다. 실제 저자는 먀오족의 조상이 치우라는 주장을 주로 한족 학자들이 내놓는 반면, 먀오족 스스로는 치우에 대해 그다지 알지 못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는 동북공정이 최근 들어와 시작된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1950년대부터 이미 시작됐다는 학계 일부 주장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마오쩌둥이 꿈꾼 것은 공산주의 정권이 아니라 한족 패권 정부였다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0)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0)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은 국내에 ‘노틀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곱사등이 종지기 카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의 러브 스토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원작에서 이는 주제를 떠받치는 다양한 소재 중의 하나일 뿐이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자유와 낭만을 외치던 스물아홉의 위고는 15세기로 거슬러 가 복잡하게 얽힌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곳에는 아름답고 정교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고, 성당의 닫힌 문을 두드리는 이교도들이 있으며,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교수대와 지하 감옥이 있다. 인간들은 그곳에서 나고, 자라고, 죽고, 미친다. 위고는 15세기 노트르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을 조감하듯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세기의 진통을 고찰하고자 했던 것이다. 작품 첫 장은 1482년의 ‘광인절’ 묘사에 할애된다. 그레브 광장에서는 광인들의 교황을 선출하는 일이 한창이고, 파리 재판소에서는 한 판 풍자극이 벌어진다. 이런 날이면 학생들과 장사꾼, 거지들이 한마음이 되어 귀족과 성직자들을 조롱하기에 여념이 없다. “타도하라, 앙드리 나리를, 교회지기들과 서기들을, 신학자들을, 의사와 교회법 박사들을, 소송대리인들을, 선거인들과 총장을!” 이 소리에 불쾌해진 대학 서적상이 말한다. “이 시대의 빌어먹을 발명품들이 모든 걸 망쳐놓고 있다 이겁니다. 대포며 세르팡틴 포며, 구포, 그리고 특히 저 독일에서 온 또 하나의 가증스러운 발명품인 인쇄술 같은 것 말이지요. 이젠 수사본도 없어지고 서적도 없어졌소! 인쇄술이 서점을 죽이고 있어요. 말세가 왔어요, 말세가.” ●‘마녀사냥’ 유행한 15세기 프랑스 배경 1450년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세상에 내놓은 이래 이렇게 ‘말세’가 왔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이렇게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혁명이 왔다, 해방이 왔다! 위고는 거리의 시인 그랭구아르, 곱사등이 카지모도, 거지들의 왕초 클로팽 등을 통해 노트르담 뒤편에서 꿈틀거리는 이 기운을 포착해낸다. 신에게 바치는 숭배의 표현이었던 노트르담 대성당은, 실은 신에게 보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등 뒤에 가리고 있었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 끝에 ‘기적궁’이라는, 이름과 맞지 않는 거지들의 아지트도 수많은 은폐물 중 하나다. 도시에 더럽게 얹혀 사는 이들이야말로 광인절에 가장 적합한 주인공들이며, 아름다운 도시와 성당을 의도치 않게 위협하는 세력이었을 것이다. 15세기에 사람들은 이들을 광인, 이교도라 불렀다. 프랑스 대혁명과 7월 혁명을 거친 뒤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을 이루게 되는 것 역시 그들이다. 그곳은 예외지대로, 국가의 통치권은 결코 거기까지 닿지 못한다. 헝가리,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온 인간들은 프랑스 국민도, 파리의 시민도, 성당의 신도도 아니다. 영토 안에 있지만 사실상 외부에 존재하는 그들은 모두 집시이고, 일종의 디아스포라(Diaspora, 離散)이며,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불법체류자들이다. 그런데 작품 초반 비럭질과 사기를 일삼는 존재들에 불과했던 이들의 양상이 후반부에 이르러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에스메랄다를 구출하고 동시에 못마땅했던 성당을 노략질하기 위해 기적궁을 나선다. 그리고 진입 시도 중 나이 어린 학생 하나가 무참히 살해당하자, 그 분노에 힘입어 미친 듯 전진하기 시작한다. 광인절에 광장 위를 시궁창처럼 흐르던 이들이 바야흐로 거센 급류가 된 것이다. 이것이 ‘파리의 노트르담’의 시작이고 어쩌면 모든 것이다. 위고는 어떤 문이 아주 잠깐 열리려는 바로 그 순간을 그려냈다. ●개인의 욕망이 모두의 혁명으로 이어진다 잠재되어 있던 것들이 어떤 촉발에 의해 느닷없이 발현될 때가 있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때 혁명계수는 최대치가 된다. 아름다운 여성을 욕망하면서 이루어진 카지모도의 변신을 보자. 그는 눈물과 슬픔을 알게 되고,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인간임을 느낀다. 그런데 이때의 변신은 그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변화시킨다. 희희낙락 교수형을 구경하던 군중들은, 교수형에 처해지기 직전 에스메랄다를 구출한 뒤 노트르담을 오르는 카지모도에게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 순간 카지모도는 왕과 사법에 저항하는 민중 영웅이 되고, 구경꾼들은 그에게 동조함으로써 평범했던 어느 날을 광인절로 되돌려버린다. 귀족과 성직자를 흉내내며 한껏 비웃는 불경한 날로. 이렇듯 혁명은 다른 삶과 다른 나를 욕망하기 시작한 누군가가 다른 이들의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어나게 하는 순간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혁명의 지속성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혁명이 모든 사람들을 영원히 안락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도 허상이다. 잠시 왕을 위협하는 세력이었던 거지들은 이내 흩어지고, 카지모도는 무지 속에서 아군인 기적궁 거지들을 죽인다. 잠시 일어났던 소요로 성당이 무너지거나 파리가 함락될 턱이 없다. 위고가 보여주는 건 여기까지다. 작품은 교수형 당한 에스메랄다의 시신을 껴안은 채 아사한 카지모도의 백골을 보여주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어쩌면 작품 전체는 서문에서 언급된 ‘숙명’(ANAΓKH)이라는 단어에 대한 긴 주석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고는 숙명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헛된 시도와 미망을 보여주기 위해 펜을 들었던 게 아니다. 기적궁 거지들과 카지모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생명이 본능적으로 만드는 혁명의 기운 그 자체다. ●존재의 생사·존재의 변신 모두 숙명 존재의 생사가 숙명이라면, 존재들의 변신 또한 숙명 아니겠는가. 사랑이 본능인 한 혁명은 언제까지고 그와 함께한다. 마구잡이식으로 마녀사냥을 하던 15세기, 혁명과 반혁명이 이어지는 어지러운 19세기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싸웠다.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 박애사상의 대두, 그러나 곧바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1830년 7월 혁명과 영광의 3일, 다시금 왕의 부활…. 구체제와 혁명의 끊임없는 갈등과 긴장관계, 그 한복판에서 위고는 무지하고 추한 인간들을 대거 등장시킨 이 작품을 집필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쓰는 행위가 곧 싸움이고 숙명이었던 셈이다. 오늘도 시궁창은 도시를 가로지르고 호텔과 백화점들 뒤에는 기적궁이 엎드려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사랑이 있고, 하루하루 만들어지는 삶이 존재한다. 21세기에도 화려한 빌딩숲 뒤에 사는 수많은 존재들이 언제 어디서 더 나은 생을 위해 성문을 부수려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 순간이 오면, 사랑과 혁명의 에너지가 폭발하듯 솟구칠 것임은 물론이다. 안명희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 · 수유+너머 공동기획
  • 시간·국가 뛰어넘는 문학적 사유

    특히 통각(痛覺)이 좋다. 시대가 아파하는 지점, 사회적 약자들이 힘겨워하는 지점, 위기 앞에 둔감한 문학의 현장, 중심 바깥으로 밀려나 있는 주변부의 것들, 야심 차게 도전했다가 주저앉은 지점, 쌩쌩 돌아가는 속도에 미처 따라가지 못해 뒤처지는 지점, 정확히 이 모든 지점들에 그의 감각이 놓여 있다. 단순한 공감 능력과는 다른, 타자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공유할 수 있는 감각이다. 삶이 늘 힘겹고 쉬 잠 못 이룰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학비평가 고명철(41)의 첫 산문집 ‘잠 못 이루는 리얼리스트’(삶이보이는창 펴냄)는 정색하고 쓴 문학평론은 아니다. 하지만 오장환, 황석영, 현기영, 김현 등에 이르는 국내 문인들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중국 옌벤의 소설가 김학철,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재일(在日) 디아스포라 시인 김시종, 베트남의 젊은 작가 등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경계도, 국가의 경계도 훌훌 뛰어넘으며 작가와 작품에 대한 무변한 문학적 사유를 펼친다. 그렇게 고명철이 문학을 붙잡고 쓴 글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제사 마치고 아버지 등에 엎혀 집으로 돌아가는 다섯살 고명철의 새벽길에 다다르고, 그의 고향 제주의 바람 타는 억새와 구멍 뚫린 돌담길에 닿는다. 또한 서울 청계광장을 뒤덮은 촛불들이 부성의 언어, 모성의 언어를 뛰어넘어 우애(友愛)의 언어로 세상을 비평하는 현장, 혹은 울부짖는 용산의 칼바람과도 조우하게 된다. 여기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는 한국 사회, 여전한 분단 모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반도 등 여러 시대의 과제에 대한 문학인으로서 소명의식이 주제마다 담겨 있다. 문학평론으로 읽어도 관계없는 작가론·작품론인 듯싶다가도 4·3항쟁의 기억을 문학과 간접 체험 통해 품고 있는 제주 출신 문학비평가의 생활글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최근 3~4년 사회 현안에 빠짐없이 발 맞춰 간 한 대학교수의 시론으로 여겨도 이상할 것이 없다. 고명철은 광운대 교양학부 교수이며 한국작가회의 산하 민족문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그는 “현실과 절연된 비평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현실과의 급진적 관계를 통해 비평과 부딪치는 현실을 어떻게 넘어설 것이냐 하는 점”(90쪽)이라며 비평가로서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밝혔다. 문예지, 학술 세미나 등에 발표한 여러 글들을 모아 낸 이번 첫 산문집 역시 그가 원하는 비평가의 삶에 복무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커피 마시는 것도 정치행위다

    커피 마시는 것도 정치행위다

    기업형 커피전문점 문화의 아이콘인 스타벅스가 세계 커피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이상이다. 2000년 4월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운동가들의 요구에 두 손을 들고 미국 전역의 2300여개 매장에서 공정무역 인증 커피를 판매하기로 합의한다. 이는 공정무역 운동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을 움직여 고급 커피 시장의 흐름을 바꿔 놓는 데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2008년 스타벅스 전체 커피 판매량에서 공정무역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6%다. 이러한 낮은 비중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공정무역 모델을 개척한 이른바 ‘착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스타벅스는 기업 이미지와 공정무역을 성공적으로 결합해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공정무역을 이용했을 뿐이다. ‘커피의 정치학’(대니얼 재피 지음, 박진희 옮김, 수북 펴냄)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 정치적 행동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단순히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연구서가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강요되는 불공정한 무역 체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공정무역은 세계의 소농들이 더 나은 대가를 받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만들어졌으며 현재 빠르게 성장 중인 대안 시장이다. 공정무역 커피는 농민들의 피땀이 아니라 ‘정의가 담긴 커피’를 마시자는 것이 목표다. 저자인 대니얼 재피는 미국 워싱턴 주립대 사회학 교수로 멕시코 오악사카 지역의 커피 농부를 연구했다. “비참한 기분입니다.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우리에게 돈을 쥐어 주는 것은 커피뿐이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낮아진 이후로 우리가 슬픈 것도 그 때문이고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멕시코 야가빌라 지역의 커피 생산자 페드로의 말) 공정무역 커피 생산은 유기농 재배 때문에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따라서 임금 노동자 고용을 늘려야 했다. 공정무역을 통한 경제적 수익은 농가로 가기보다는 대부분 지역 공동체 전체로 분배되는 형편이었다. 책에 따르면 공정무역 생산농민의 실질적 경제 수준은 많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사람들은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며 그들의 빈곤 사슬을 끊는 데 힘을 보탠다고 믿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공정무역에 편입되는 것이 결국 가난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책은 말한다. 그저 더 악화하지 않게 해줄 뿐이라는 얘기다. “내가 보기엔 공정무역 가격은 전혀 공정하지 못해요. 거의 20년 전에 정한 가격이니까요. 20년간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대부분의 수익은 생산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물건을 사가는 중간 상인의 손에 떨어졌어요.”(멕시코 커피 농민 콘트레라스 디아스) 커피광들은 공정무역 커피의 맛을 칭찬한다. 멕시코의 농민들에게 커피 농사는 60년 이상 이루어진 문화적 행위다. 단체의 일원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자각, 커피를 경작한다는 자랑스러움이 힘든 커피 농사를 계속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폭넓게 정의를 실현할 무역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상 품목과 지역 등 공정무역의 범위를 더욱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1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스턴 건’ 김동현 UFC 5연승 행진

    ‘스턴 건’ 김동현 UFC 5연승 행진

    한국 격투기 간판 ‘스턴 건’ 김동현(29)이 미국 종합격투기대회 UFC에서 5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김동현은 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UFC 125’ 웰터급 네이트 디아스(25·미국)와의 경기에서 3-0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김동현은 UFC에서 5연승을 거뒀다. UFC 통산 14승1무1무효를 기록했다. 김동현은 3라운드 내내 그라운드에서 디아스를 압도했다. 1라운드 시작 1분 만에 상대를 쓰러뜨린 뒤 강하게 압박했다. 주짓수가 특기인 디아스는 밑에 깔린 채 서브미션 기술을 걸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라운드를 14초 남긴 시점 풀려날 때까지 완벽하게 제압당했다. 김동현은 2라운드에서도 두 차례 테이크다운을 뺏는 등 디아스를 눕혀 놓고 승기를 이어갔다. 3라운드 막판 체력이 떨어진 게 흠이었다. 라운드 중반 상대 반칙성 무릎 공격을 허용한 뒤 주춤했고 막판 소나기 펀치를 허용했다. 그러나 벌어 놓은 점수가 많아 무난하게 승리했다. 3명의 부심 모두 29-28, 김동현의 우세를 선언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LPGA] 최나연 2관왕 달성…상금왕 이어 최저타수상 영광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왕 최나연(23·SK텔레콤)이 마침내 ‘베어 트로피’까지 품었다. 최나연은 6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그랜드 사이프레스 골프장(파72·6518야드)에서 막을 내린 시즌 최종전 LPGA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언더파 287타로 대회를 마친 최나연은 로라 디아스(미국)와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다. 시즌 상금 187만 1166달러를 쌓아 전날 확정된 상금왕을 다시 확인한 최나연은 평균 타수에서도 이번 시즌 69.87타를 기록, 69.95타를 기록한 크리스티 커(미국)를 불과 0.08타 차로 제치고 시즌 최저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 트로피를 받았다. 한국 선수가 베어 트로피를 받은 건 2003년 박세리, 04년 박지은에 이어 세 번째. 최나연은 “사실 이번 시즌 가장 받고 싶은 상이 최저타수상이었다. 올해의 선수상보다 더 갖고 싶었다.”면서 “최저타수상만 받으면 다른 상도 따라 온다고 생각했다. 뜻을 이뤘다. 정말 아쉬움이 하나도 남지 않는 시즌을 보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나연은 7일 귀국한다. “12월 말까지 골프를 잊고 휴식을 취하겠다. 그 다음에 미국으로 건너가 1월 1일부터 새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나연과 격차를 3타 차 이상 벌려야 최저타수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경쟁자 커는 최종 합계 2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청야니는 21위(5오버파)에 그쳤지만 타이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유대인 삶 파헤치다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 등 세계를 떠돌아야 했던 비운의 디아스포라, 여러 박해 속에서도 각종 노벨상을 독점하다시피하는 사람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금융을 쥐고 흔드는 사람들, 오롯이 성경에 근거해 2000년 동안 평화로이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내고 학살도 서슴지 않으며 중동 한복판에 이스라엘을 세운 사람들, 정치공작·정보 수집·납치·암살 등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인 정보기관 모사드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부터 상원·하원 의원까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들. 바로 유대인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유대인 파워’(박재선 지음, 해누리 펴냄)는 유대인의 삶과 문화, 역사, 정치, 금융, 언론 등의 내용을 촘촘히 담고 있다. 하지만 유대인은 국제정치, 국제경제 한복판에 있는 이들이다. 쏟아지는 찬사만큼이나 비판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은 유대인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책은 어느 한쪽에 쏠림 없이 사실과 진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냉철한 균형감을 유지한다. 특히 유대인의 국제비밀결사체인 ‘프리메이슨’, 정보기관 ‘모사드’, 그리고 에이팩, 사이몬 비젠탈 센터, 캠퍼스 워치 등 미국 내 숱한 이스라엘 로비스트들이 미국 사회에서 수행한 역할과 활동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학계 또는 국제사회에서 터부에 가깝게 치부되는 ‘유대인 문제’에 대한 용기 있는 접근이 돋보인다. 저자 박재선은 주 세네갈, 주 모로코 대사 등 수십년 동안 외교관으로 지내며 유대인 문제에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너무 민감하기에 거북하게 여겨졌던 주제를 이론과 실천적 측면에서 오랫동안 천착해왔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책 끄트머리에 실린 분야별 유대인 ‘명사록(인명록)’이다. 한국의 정·관·재계, 비정부기구에서 유대인과 관계를 맺는 데 매우 유용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1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스페인 무장단체 ETA 무력투쟁 중단 휴전선언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분리독립을 주장해온 바스크 분리주의 무장단체 ETA가 5일(현지시간) 40여년에 걸친 무력투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ETA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더이상 무장행동을 하지 않겠으며 민주적 절차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들에 대해 합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1959년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분리독립을 외치며 결성된 ETA는 북아일랜드 아일랜드공화군(IRA)이 1994년 휴전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유럽의 마지막 무장 분리조직으로 활약해 왔다. 복면을 쓴 ETA 조직원 3명이 성명을 낭독하는 화면은 영국 BBC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엘파이스 등 현지 언론들은 성명을 낭독한 이가 최근 ETA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지도자 이라트제 소르자발 디아스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스페인 안팎에서는 ETA의 성명만으로 휴전 성사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ETA는 앞서 두 차례나 휴전을 선언했다가 스스로 이를 깨고 테러행위를 재개한 적이 있다. 알프레도 페레스 루발카바 스페인 내무장관은 이날 스페인 공영TV TVE를 통해 “세력이 약해져 공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휴전을 선언한 것일 뿐”이라면서 “ETA는 무력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멕시코시티 ‘게이 프랜들리’ 선언

    멕시코시티 ‘게이 프랜들리’ 선언

    멕시코시티가 ‘게이 프랜들리’를 선언하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게이와 레즈비언을 위한 관광천국이 목표다. 멕시코시티는 최근 중남미 최초의 동성연애자 관광사무소를 개설했다. 사무소는 동성연애자 여행관광을 돕기 위한 멕시코시티 공공기관이다. 사무소에는 게이와 레즈비언 여행·관광 전문가들이 배치돼 안내업무를 본다. 알레한드로 디아스 멕시코시티 관광국장은 “중남미의 대표적인 ‘게이 프랜들리’ 여행지가 될 만한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도시가 바로 멕시코시티”라면서 “뒤늦은 감이 있지만 동성연애자 관광객을 위한 사무소를 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가 이처럼 동성연애자 관광객 유치에 발벗고 나선 건 이 분야 관광수입이 워낙 짭짤하기 때문. 멕시코시티 관광국 관계자는 “통계를 내보니 동성연애자 관광객이 일반 외국인관광객보다 씀씀이가 47%나 높았다.”고 귀띔했다. 동성연애자가 세계 여행·관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엄청나다. 멕시코시티에 따르면 세계를 여행하는 관광객 100명 중 15명은 동성연애자다. 중남미에서 최초로 동성혼인을 허용한 국가는 최근 법을 개정한 아르헨티나다. 동성부부 합법화에선 멕시코가 아르헨티나에 선수를 빼앗긴 셈이다. 하지만 멕시코시티는 바로 반격(?)에 나섰다. 멕시코시티는 아르헨티나에서 최초로 법정혼인을 치른 동성부부에게 항공료와 여행비 전액을 지원해 세계적인 휴양지 칸쿤으로 신혼여행을 보내줬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당신들과 우리들의 대한민국] 난민 신청 2600명중 네팔·중국·미얀마 출신 많아

    [당신들과 우리들의 대한민국] 난민 신청 2600명중 네팔·중국·미얀마 출신 많아

    1992년 유엔의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1994년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 난민 인정은 2001년에야 이뤄졌다. 대한민국 난민의 오늘을 숫자로 풀어본다. ●올해는 현재까지 108명 신청 법무부에 따르면 올 6월18일 현재 우리나라에 난민을 신청한 사람은 2600명이다. 1999년까지는 신청자가 53명에 불과할 정도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점차 늘었고, 특히 2003년부터는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최원근 난민인권센터 사업팀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종교단체가 폭넓은 선교활동을 펼친 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난민 신청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7년으로, 무려 717명이 대한민국의 문을 두드렸다. 그 전해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으로 뽑혀 국가적 신인도가 올랐다. 올해는 현재까지 108명이 신청했다. ●캐나다선 난민 인정률 40% 넘어 정부로부터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202명으로 집계됐다. 미얀마 출신이 86명으로 가장 많고 방글라데시(45명)·콩고민주공화국(15명)·에티오피아(15명) 등이 뒤따랐다. 미얀마의 경우 지난해에만 37명이 새로 인정받았다. 방글라데시 출신 역시 2008년 19명에서 지난해 40명으로 늘었는데 소수족인 ‘줌머족’의 영향이다. 20세기 ‘디아스포라’인 줌머족 50여명이 우리나라로 건너왔고 ‘재한 줌머인 연대’를 결성하는 등 활발히 활동한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턱없이 낮다. 1992년부터 2010년 현재까지 난민신청자는 2600명, 심사를 완료한 사람은 2319명이다. 나머지 281명은 심사 중에 있다. 2319명 중 202명이 인정받았으니 난민 인정률은 8.7%밖에 되지 않는다. 캐나다의 난민 인정률은 40%가 넘고, 미국도 33%에 달한다. 정부가 난민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인권 협약 내용을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법무부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최근 부쩍 늘었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법무부의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은 2008년 15건에서 지난해 223건으로 급증했다. ●한국국적 취득한 난민 1명뿐 한국 국적을 취득한 난민은 에티오피아 오로모족 출신 A(38)씨가 유일하다. 법무부는 반정부 활동을 했던 그에 대해 3월 난민 인정자로서는 처음으로 국적 취득을 허용했다. 그의 귀화에 대해 유엔난민최고대표 사무소(UNHCR)는 “아시아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인도적 지위’ 취득자 126명 난민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인도적 지위’를 취득한 사람은 126명이다. 인도적 지위는 난민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일정 기간 체류를 허가하는 것이다. 법률이 아니라 법무부 지침으로 시행되는 것이어서 신분이 불안하지만 당장 추방될 걱정은 준다. 인도적 지위는 2008년부터 취득자가 늘었고 올해에만 33명이 지위를 얻었다. 난민 신청자는 네팔 출신이 가장 많다. 381명이 접수했다. 중국이 344명으로 뒤를 이었고 미얀마(252명)·스리랑카(200명)·나이지리아(200명) 등의 순이다. 네팔이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국가에 포함되지 않았을 때 국내에 체류하던 네팔 근로자가 난민 신청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파키스탄(2008년 76명→2009년 171명)과 방글라데시(90명→131명) 출신이 크게 증가했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세력을 확대해서, 방글라데시는 정권교체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난민을 양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난민을 신청한 이유는 ‘정치적 박해’가 가장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신청자의 44.8%인 1116명이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들었다. ‘종교’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은 349명(14%), ‘인종’은 250명(10%)으로 나타났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 학술대회

    국제한인문학회(회장 김종회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9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 청운관에서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 연구’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경희대 국어국문학과가 공동 개최하는 이 대회에는 이명재 중앙대 교수가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의 지형도와 접근 과제’를 주제로 기조 발제를 맡았다. 이 밖에도 중앙아시아 고려인, 재중·재일 조선족, 재미 한인들의 문학에 관해 8명의 연구자가 발표를 진행한다. (02)961-2167.
  • 조국떠나 50년 맑은 詩語로 인류애 읊다

    조국떠나 50년 맑은 詩語로 인류애 읊다

    원망도 회한도 없다. 디아스포라(이산·離散)의 삶은 그저 운명이었다. 일본에서 나고, 개성으로, 서울로, 마산으로 떠돌며 자란 것은 오히려 시(詩)의 자양분에 가까웠다.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조국을 떠나 미국에서 소아방사선과 의사 생활을 한 것도, 낯선 언어의 홍수 속에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것도 고통스러운 노력의 결과였지만 그 역시 그저 운명이었다. 그렇게 꼬박 50년의 시간이 흘렀다. 시는 어두운 밤길 밝은 등불처럼 오롯한 희망이었다. 물이 흘러가듯 자유롭고 맑은 언어(言語)와 문장의 운용은 아버지가 물려준 자산이었다. 마냥 순응하지도, 거절하지도 않고 맞닥뜨렸다. 그러다 문득 돌아보니 자신의 시(詩)가 어머니 나라의 국경도, 순혈을 고집하는 민족의 협애함도 뛰어넘고 보편의 인류애로 나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종기(71)가 4년 만에 펴낸 열두 번째 시집 ‘하늘의 맨살’(문학과지성 펴냄)은 등단 50년을 맞은 노() 시인이 품을 수 있는 회한과 그리움, 새로운 전망을 가득 담고 있다. 그는 내친 김에 1950년대부터 써왔던 수백편의 시 중 50편을 직접 골라 에세이 형식으로 시작(詩作) 노트를 펴냈다.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비채 펴냄)는 가슴이 더웠던 어린 시절 신문기자가 되고 싶었고, 그냥 시인으로 살려고 했건만 의사가 되었고, 그 뒤 우여곡절을 겪었던 그의 삶과 가족의 비사(悲史), 시 세계의 바탕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게 한다. 조국을 너무나 뜨겁게 사랑한 죄로 44년 전 조국을 떠나야 했던 그는 “세상을 사는 게 내 의지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만 얘기했다. 그는 군의관 시절이던 1965년 한·일회담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고,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어야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겪은 일을 발설하지 말고, 미국으로 가서 의사 생활에만 전념하라.”는 조건으로 조국을 떠났다. 그렇게 그리움만 품고 살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재미(在美) 시인이라고 불렀다. 한시도 모국어의 아름다운 결을 잊은 적이 없건만 이따금씩 한국을 찾아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모아뒀던 시를 슬그머니 꺼내곤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늘 곁에 있었다. 게다가 시작 에세이 덕분에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느낌의 시어 속에서 구사되는 따뜻한 시정(詩情)은 4년 전 펴낸 시집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등 지금까지의 시편들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디아스포라의 황혼’, ‘이별’, ‘내 나라’ 등 시편에서 보여주는 정서는 늘 결핍됐던 조국애를 훌쩍 넘어섰음을 여실히 확인시킨다. 그는 “조국의 땅 자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극복한 것 아닌가 싶더라고요. 강박관념처럼 핏줄의 순결함만을 강조할 이유가 없어요. 문학에서 순혈주의를 넘어서고자 하는 움직임이 더 많으면 좋겠어요.”라고 얘기했다. 치매에 걸려 ‘울지도 웃지도 않으시고 물끄러미/ 긴 세월을 돌아 나를 보시는 어머니’(‘자장가’)이자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 만나신다고/ 박명의 빈 들판을 향해 매일/ 먼 길 떠나시는 내 어머니’(‘치매’)를 위해 슬픈 자장가를 부르는 시인의 모습을 떠올리면 문득 울컥해진다. 또한 에세이에는 창졸간에 세상을 떠나버린 동생, 비행기 표값이 없어 임종하지 못한 아버지, 치매에 걸려 과거로만 돌아가는 어머니, 그립고 원망스러운 조국에 대한 회억까지, 이역의 밤에 시를 쓰는 마종기의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그의 시는 쉽고 편안한 입말로 이뤄져 있다. 시를 모른다고, 시는 시인들만의 것이라고 외면하기엔 너무도 쉽게, 따뜻하게, 가슴이 절로 움직이게 쓰여져 있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시는 인간과 세상의 비의(秘意)를 수줍지만 정직하게 담고 있다. 그의 아버지가 국내 문단에서 동화의 영역을 개척했던 마해송이었음을 떠올려 보면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재능이 천부(天賦)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그리스 240억유로 추가 긴축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 및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 있는 그리스가 240억유로 규모의 추가 긴축 재정에 합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그리스는 향후 3년간 공공부문 임금 동결을 포함하는 240억유로 규모의 긴축 재정안을 큰 틀에서 합의했다. 이는 IMF·유럽연합(EU) 집행위·유럽중앙은행(ECB)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감축하라는 요구를 그리스가 받아들인 것이다. 협상 타결 시기에 대해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30일 “그리스 지원안 협상이 견고하고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면서 며칠 내 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게오르기오스 페탈로티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도 이번 주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구제금융 협상이 종료되면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각 정당에 이를 브리핑할 것”이라면서 “이후 오는 6일 의회에 구제금융 협상안을 제출,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지원금을 분담할 국가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독일 의원들을 만나 그리스 지원 필요성을 설명했고 녹색당이나 사민당 등 주요 야당들이 지원 관련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추가지원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유럽 증시는 30일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100 지수가 0.09% 하락한 5,612.97의 보합세로 출발하는 등 진정 기미를 보였다. 한편 유럽발 재정위기의 당사자 중 하나로 거론되는 스페인의 엘레나 살가도 재무장관은 이날 일간 ‘신코 디아스’와 인터뷰에서 “스페인의 재정상태는 건전하다.”며 구제금융 요청 가능성을 일축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책꽂이]

    ●현대 영미시 산책(김구슬 지음, 서정시학 펴냄) T S 엘리어트 전문 연구자이자 시인인 김구슬 협성대 영문과 교수가 엘리어트를 비롯해 예이츠, 윌러스 스티븐스, 한국계 미국 시인 수지 곽김 등 영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당대의 시인 12명을 중심으로 현대 영미시 전체를 개관했다. 박제화된 영미시의 인식을 훌쩍 뛰어넘어 동양시학, 여성시학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간다. 디아스포라(離散)의 표출로서 미국시단의 흐름도 포착한다. 2만 1000원. ●러시아의 자본주의 혁명(안데쉬 오슬룬드 지음, 이웅현·윤영미 옮김, 전략과문화 펴냄) 1980년대 말 소련의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택했다. 하지만 ‘사회주의의 조국’으로서 체제의 건강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보완하고자 했던 그의 소박한 바람과 달리 소련은 붕괴했고, 부박하게 풍요로운 자본주의 사회로 옮겨갔다. 스웨덴 출신 경제학자인 저자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이 같은 변화를 ‘자본주의 혁명’이라 일컫는다. 2만 5000원. ●해석이론1(박상준 지음, 잉글리쉬비주얼 펴냄) 단어 하나하나의 뜻은 얼추 알겠는데 이것들이 줄줄이 묶여지면 머릿속은 그저 하얗게 변하고 만다. 영어다. 저자는 현대언어학을 동원해 영어 논리가 우리말 논리와 다름을 보여준 뒤, 자신이 직접 정립한 ‘문장 문법’ 체계를 갖고 영어에 대한 입체적 시각을 던져준다. 문법, 독해, 작문이 각기 떨어진 것이 아닌 한 묶음임을 알게 해준다. 오는 6월까지 모두 4권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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