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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바른 걸음걸이/“발 뒤꿈치 먼저 디디세요”

    ◎발바닥 디디면 뼈·발가락 기형 우려/저녁때 높은곳에 발 올려놓고 쉬게 정상적인 걸음걸이는 발의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은 다음 발바닥,발가락 순으로 땅에 닿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발바닥이 먼저 땅에 닿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동세브란스 재활의학과 문재호교수는 최근 정상적인 걸음걸이를 가진 75명과 무지외반증 환자 6명,평발환자 7명을 대상으로 족저압 측정기계를 이용해 발의 어느 부위에 압력이 많이 가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정상군은 제2·3중족골에 압력이 가장 높았으나 무지외반증 환자들은 정상군에 비해 제1중족골 두부와 무지부(엄지발가락)에,평발인 사람은 중족부에 압력이 높았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 뼈가 바깥으로 휘는 증상으로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거나 하이힐을 신는 여성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또한 정상군에서 연령과 체중이 증가함에 따라 중앙 전복부와 중족부 즉 발바닥부분의 압력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문교수는 『발바닥 보행은 정상적인 「힐토」(heel­toe)보행에 비해 충격흡수가되지 않아 조금만 걸어도 쉽게 피로해진다』면서 『특히 활동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발에 맞는 편한 신발을 신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피로해진 발의 근육을 풀기 위해 아킬레스건을 펴주는 운동을 하고 발을 올려놓아 쉬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며,씻을 때도 반드시 비누를 칠하고 씻은 뒤에는 크림을 발라 다리쪽으로 밀어 올려주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기 때문에 엄지발가락이 변형되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에는 굽이 낮은 편한 신발을 하나쯤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 인삼 농약잔류/허용기준 신설

    보건복지부는 25일 인삼과 양식어류에 각각 농약 및 항생제 잔류허용기준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식품위생법상의 식품의 기준 및 규격개정안을 입안예고하고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 개정안은 인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수출입자유화에 따른 불량인삼의 유통을 없애기 위해 현재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 디디티 등 5종을 포함,모두 12종의 농약잔류 허용기준을 신설했다.
  • 휴가문화와 시민의식(사설)

    해마다 이맘때면 보는 현상이지만 올해도 피서차량 행렬로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고 전국의 해수욕장과 유원지는 인파로 뒤덮여 있다.주말인 5일과 일요일인 6일 서울을 떠난 40만대 가까운 피서차량이 고속도로를 메웠고 지난 2일에는 김포공항을 통한 해외피서여행객도 사상처음으로 5만명을 돌파했다. 늦더위 때문에 피서인파가 예년보다 다소 늦게 몰리고 있어 이같은 현상은 다음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도시민들에게 있어 피서휴가는 가장 기다려지는 즐거움의 하나다.공해로 찌든 도시를 벗어나 자연의 품속에서 가족과 함께 즐긴 다는 것은 심신의 피로를 풀수 있을 뿐 아니라 삶의 의욕을 재충전시켜주는 활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휴가를 제대로 즐길만한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았고 휴가문화에 대한 시민의식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피서지마다 만원을 이루고 혼잡과 무질서가 판을 치고 있다.엄청난 인구이동에 따라 발생하는 쓰레기는 아름다운 산하를 극도로 오염시키고 있다. 해수욕장모래밭에는 먹다 버린 음식찌꺼기가 널려파리떼가 몰려들고 계곡에는 갖가지 오물로 발디디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피서지의 바가지상혼도 여전하다.지역상인들의 자발적인 협의로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상혼은 피서객들의 기분을 잡쳐놓는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중도덕이다.자기본위로만 생각하여 남의 즐거움을 망치게 해서는 안된다.남이야 잠을 설치건 말건 자기만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사고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시점에서 또하나 유의해야 할 것은 유명피서지에만 몰려갈 것이 아니란 점이다.고향을 찾아 농민들의 일손을 거들어 주고 근처 유적지 등을 돌아보면서 산교육의 기회를 갖는다면 그 자체가 유익하고 보람있는 휴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사려깊은 계획과 남도 생각할줄 아는 행동이 요청된다.
  • 농산물 잔류농약 기준 강화/복지부/규제농약 64종 새로 추가

    보건복지부는 살균·살충제인 다이아지논 등 64개 농약과 이 농약을 쓰고 있는 농산물 3백96종의 잔류 허용기준치를 국제식품규격(CODEX)에 따라 새로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마련,31일 입법 예고했다. 이처럼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지난 88년 이후 지금까지 1백12종의 농약에 대해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했으나 최근 수입 농산물이 급증함에 따라 국민건강을 보호할 필요성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농산물 3백96종 가운데 1백96품목은 잔류허용치를 강화했으며,1백81개는 완화,19개 품목은 새롭게 기준을 정했다. 예컨대 마늘 멜론 배 포도의 다이아지논의 허용기준은 0.1ppm에서 0.5ppm으로 완화한 반면 파인애플은 0.5ppm에서 0.1ppm으로,키위는 0.7ppm에서 0.2ppm으로 강화했다. 대표적인 살균·살충제인 디디티(DDT)는 쌀을 비롯,보리,기타 감귤류,옥수수에서 0.2ppm에서 0.1ppm으로 강화했다. 복지부는 해외 이해 당사국의 의견을 수렴한 뒤 식품위생 심의원회의 자문을 받아 12월쯤 이같은 개정안을 확정한 뒤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내년 12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 일일일선운동을 생각해 본다(박갑천 칼럼)

    국민학교때의 교장선생님이 생각난다.자그만 몸집의 전형적 일본사람.그는 어느날의 조회에서 일일일선운동을 역설했다.하루에 좋은일 하나씩만 해나가자는 말이었다.멀쩡한 자기돈 1전짜리를 가지고 교장실에 들어가 운동장에서 주웠노라고 했던 「거짓말선행」이 민주스러워진다. 그는 어쩌면 고대로마의 황제 티투스의 행적을 읽었던 것인지도 모른다.인두세·통행세등 갖은 명목으로 세금을 거둬들이다가 나중에는 공중변소세까지 받자고한 아버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영바람을 눌렀던 사람이다.그가 아버지 뒤를 이어받자마자 곧 저 유명한 베수비오화산 폭발이 일어난다.이때 헌신적으로 구제와 뒷수습에 나섬으로써 그는 국민들의 경모를 받는다. 이 티투스황제의 생활철학이 일일일선이었다.그는 국민을 위해 혹은 인류를 위해 이바지할수 있는 일을 하루 하나씩만이라도 해나가자고 마음먹었다.또 그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도 기울였다.그러나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어떤날 그런 뜻이 펴지지 않았다고 생각되었을때 그는 측근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푸념했다고 전해진다.『아미키,디엠 페르디디(Amici,diem perdidi:친구여,오늘을 헛되이 보냈구나)』 「명심보감」을 펼치면 그 첫머리 계선편에 다음과 같은 귀절이 나온다.『하루라도 착한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악한 마음이 스스로 싹터 일어나느니라』 그러기 때문에 날마다 착한 마음을 일으키라는 뜻이다.말하자면 일일일선운동의 탯줄을 이루는 말이었다고도 하겠다.그것은 바로 「하늘이 복으로써 갚는」(천보지이복)길을 여는 일이기도 하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피어난 자원봉사하며 헌혈의 물결은 일일일선 아닌 십선·백선의 마음들이었다.설사 그런 재난의 현장에까지 마음쓰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서분서분한 마음들을 가꾸어 나갔으면 한다.굳이「거창한 선행」만을 생각할 일은 아니다.거리에서 쓰레기 하나 줍는 일이나 버스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일도 선행이라 못할 것이 없다.「명심보감」의 가르침 그대로 그러한 선의는 염의없고 주접스런 마음을 누르는데로 이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선을 행하면서 선임을 의식할때 벌써 선에서 멀어진다는 말은 지나치게 철학적이다.선을 의식하는 선이라도 얼마나 목마르게 기다려지는 오늘의 각박함인가.「자그만 선 하루 4천만가지」의 우리사회에는 명지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 불 집권당 인사국장 구금/치안판사/「정치자금 비리」 수사뒤 석방

    【파리 로이터 AFP 연합】 프랑스 집권당 공화국연합(RPR)의 정치자금 모금과 관련해 수사를 하고 있는 에릭 알펜 치안판사는 7일 RPR 중앙당사무실에 대한 두번째 수색을 실시한 뒤 루이스 이본 카세타 인사국장겸 재무담당관을 경찰서에 구금했으나 경찰에 의해 하루만에 풀려났다. 경찰소식통들은 그러나 카세타국장에 대한 추가조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세타국장은 알펜판사가 지난 3일 RPR 중앙당사에 대해 1차 압수수색을 실시할 당시 피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프랑스의 좌파신문인 리베라시옹은 자크 시라크대통령의 선거참모의 말을 빌려 RPR과 프랑스 주요기업 사이에 상당액의 돈이 자주 오고갔으며 카세타국장이 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고 보도했다. 알펜 치안판사는 지난 5일 당관계자 디디에 들라포르트씨를 5시간가량 조사했는데 들라포르트씨는 시라크대통령후보의 시청각선거운동을 담당하는 회사에 봉투를 전달해달라는 카세트국장의 부탁을 받았을 때 그 봉투에는 적어도 25만프랑(미화 5만달러)이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 고베지진1백일/“세계적부흥모델 만든다”/본사 강석진특파원 현지르포

    ◎“전화위복 삼겠다”… 「10년 계획」착착 실천/영업재개 교민들 “열심히 산다 써주오” 대지진으로 황폐화했던 일본 효고현에 지진 1백일이 지난 요즘 부흥의 깃발이 높이 펄럭이고 있다. 고베시의 거리에는 부서진 건물들을 철거하는 건설중장비의 굉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거리를 걷다보면 건물철거 작업에서 발생한 먼지로 목이 잠기고 눈이 쉬 피로해진다.가라오케의 깨진 입간판에도 불이 들어오고 신고베역 앞 광장에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남자어린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잉어 깃발이 바람을 받으며 힘차게 휘날린다. 지진과 화재로 삶의 터전을 한꺼번에 잃었던 재일동포들도 재기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피해가 컸던 나가타구에서 가설주택을 빌려 다시 불고기 식당 영업을 재개한 김아주머니는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교민들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써 주이소』라고 당부하면서 『어서 돈 벌어서 한국에 놀러 가야지』하고 밝게 웃어 보인다.고베시에서 만난 동포들은 『우리가 돈 갖고 일본에 왔느냐』고 반문하면서 『지금은 당시보다 훨씬 여건이 좋다』고 자신감을 내보인다. ○여전히 인내심 발휘 산노미야지역은 통행이 어려운 인도를 피해 차도로 내려간 사람과 차량으로 뒤범벅돼 혼잡을 빚고 있지만 누구도 성내거나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차량들은 걷는 사람 뒤를 천천히 뒤쫓아갈 뿐이다.여전히 인내심이 발휘되고 있고 질서는 잘 지켜지고 있다. 효고현 전체의 희생자는 지금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5천5백여명을 넘어섰다.행방불명자도 아직 2명이 남아있고,부상자는 3만7천명을 기록하고 있다.4만8천여명의 주민들이 여전히 피난생활을 계속하고 있다.총피해액은 10조엔에 달한다. 그래도 그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그들은 단순한 복구작업을 거부한다.오히려 지진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부흥을 이루겠다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각종 계획도 복구계획이 아니라 모두 「부흥」계획이다.효고현 「진재부흥부」의 사이토 가즈미치씨는 복구에 얼마나 걸릴 것이냐는 질문에 먼저 한자로 「복구」가 아니라 「복흥」이라고 다시 써 보인다. 부흥10개년계획은 21세기를 맞아 세계에 대해 열린,문화가 풍부한 지역으로 비약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그들은 부흥이 완료되면 세계의 모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원봉사 손길 뜸해 하지만 부흥에 이르는 그들의 길은 아직 험난하다. 우선 피난민들을 위한 가설주택 마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자영업자인 나카다니씨(60)는 집이 전파돼 친척집에 기거하고 있다.그는 『시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스러워한다.지진 발생후 일본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 답지한 구호물자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에 힘입어 기력을 회복했지만 개학을 맞아 자원봉사자들도 대다수 돌아가고 구호의 손길도 가늘어지고 있다.이제 모든 것이 당연하게도 자신들의 몫이 되고 있다. 또 피해시설의 철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효고현에서 나오는 건물 등 파괴시설의 철거 쓰레기는 모두 1천8백50만t규모로 추산된다.쓰레기를 실은 트럭의 행렬이 3∼4㎞나 늘어서기도 한다.피해건물 철거에만 2년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세민들의 경우 전망이 막연하기만 하다.또 집은 시가 철거해 준다고 해도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 재건축 비용은 커다란 부담이다.가옥이 전파된 나카야마씨는 『일본의 건물은 담보로 잡혀 융자받은 경우가 많은데 담보물인 건물이 부서져 담보가치가 없어진 경우 은행이 새 건물 지으라고 융자를 주겠느냐』면서 고개를 흔든다.도로와 공원을 넓히려는 당국의 재개발계획과 주민들의 이해도 충돌하고 있다. ○영세민들엔 부담 커 재일동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한국으로부터의 의연금 등은 가구당 5만엔 수준이고 50억엔의 대출금도 담보물이 튼튼한 경우일수록 이용에 유리하다.효고현 민단 사무국장 김준태씨는 『정작 1백만엔에서 5백만엔이라도 절실하게 필요한 가난한 동포는 대출받을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고 문제점을 지적한다.부흥이 전체적으로는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차원으로 내려오면 부딪히는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닌 것이다. 한신대지진 1백일.어둠속에 한줄기 빛이 비쳐오고 있지만 한편으로 빛과 그림자가 점점 선명히 대비돼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 문학평론가 김훈씨 첫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무의미에 대항한 허무주의자의 죽음/화재 진압하다 숨진 소방관의 삶 회고/“에세이식 소설의 독특한 장르 개척” 평가 문학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김훈씨(47·시사저널 사회부장)가 계간「문학동네」 봄호에 장편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연재를 마쳤다. 문학기자 또는 문학평론가로서 섬세한 언어의 운용과 사유깊은 문장으로 독특한 경지를 이룩했던 김씨는 소설가로서 첫발을 내디디며 선보인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리 만족치 않는 모습이다.기자와의 만남에서 그는 『나의 소설은 실패로 끝났다』고 되뇌었다.시간상의 문제 등으로 석연찮게 마무리했던 소설의 결말부가 끝내 부담으로 남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문학동네」에 2회 분재된 그의 소설은 이제까지 산문작업에서의 자신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으며 한국소설로는 드물게 에세이식 소설로 독특한 경지를 획득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장편「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은 한 소방서장이 화재진압과정에서 부하 소방관의 사고사를 계기로 부하의 삶을 되새기는 회고담이다.작가가 한때기자직을 그만두었던 89년말부터 1년반에 걸쳐 3분의 2가량 썼다가 5년의 공백기간을 딛고 지난해 마무리한 소설로서 소방관과 중장비기사에 대한 내밀한 묘사가 돋보이고 있다.일간신문 사회부 사건기자를 지낸바 있는 작가의 체험과 관련수험서 읽기,수년전 시화지구 간척사업에서 십장일을 맡았던 친구 동생의 경험에 빚지고 있는 부분이다.하지만 이 소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질긴 사유로써 사물의 본질을 파고드는 문장들이다. 『질료의 죽음과 함께 불꽃도 죽는 것이어서,그것들의 삶과 죽음,생성과 소멸은 같은 축 위에 놓여 있었지만,불은 타오름으로 질료를 죽였고 질료는 스러짐으로 불꽃을 타오르게 하다가 이윽고 저 자신의 죽음으로 불꽃을 죽이는 것이었다』 이처럼 불을 비롯해 바람,수직의 구조,한낱 쇳덩어리에 불과할 중장비들이 그의 언어 부림에 의해 사물의 비릿한 속살을 드러낸다.『3인칭으로 소설을 쓰는 일에는 자신이 안선다』고 그는 말했지만 이 소설의 1인칭 시점은 특유의 사유깊은 문장을 구사하는데 좋은 기반이 되고 있음이분명하다. 또한 이전의 산문작업으로 허무주의라 규정지어졌던 작가의 세계관은 이 작품에 독특한 분위기를 부여하고 있다.타오르는 불꽃에 속수무책인 인간,화재현장에서의 맥없는 죽음들,그리고 애완 청거북의 죽음처럼 삶에 언뜻언뜻 끼어드는 죽음 등….그의 생각은 신석기시대의 인간이 도구인 돌도끼로부터 벗어나는데 수천년이 걸린,최신 소방장비조차 불끄는데 별로 소용되지 못하는 문명에 대한 답답함과 불신에 닿아있는듯 하다.그러나 허무주의는 세상에 대항하는 방법일뿐,그는 결코 허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는 않는다. 작가는 화재현장에서 불에 이끌리는 소방수,자신의 몸짓이 하릴없는 줄 알면서도 불의 발화점을 향해 돌진하는 장철민을 세상의 무의미함에 대항하는 「허무주의의 전사」로 내세운다.그러나 그 전사는 세상에 부딪혀 깨어지듯 화재현장의 무너지는 콘크리트천장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다. 대리인은 죽고 『언어와 실제는 배반이다』『나의 글의 메시지가 남에게 과연 전달될 수 있을까』하고 회의하는 또다른 허무주의자 김훈이 남아있다.『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세계변혁의 도구로서 발명된 무기(철기)와 악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음을 다룬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앞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버려진 탄피처럼 혹은 시체처럼 수북이 쌓여있다.그의 허무주의가 어떤 변모를 겪었는지는 다음 작품이 말해줄 것이다.
  • 프랑스판 워터게이트 파문/경찰의 불법도청 증거 드러나

    ◎발라뒤르 개입… 대선정국 혼미/하원서 조사위 구성 【파리=박정현 특파원】 대통령선거를 불과 두달여 앞둔 프랑스 정계가 「프랑스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리는 도청 스캔들로 떠들썩하다.필립 세겡 하원의장은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규정짓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전 교육장관,자크 시라크 파리시장 등 대선 출마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는 이번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발라뒤르가 승리할 경우 차기 총리로 유력시됐던 샤를 파스콰 내무장관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마레샬­쉴러 도청사건」의 전말은 이렇다.발라뒤르 총리가 소속된 공화국연합(RPR)부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에릭 알펭 판사의 장인인 정신과의사 장 피에르 마레샬은 지난해 11월 수사대상인 RPR 간부 디디에 쉴러로부터 수사중단 대가로 금품 제공을 제의받고는 사위에게 손을 쓰겠다고 약속했다.경찰은 전화를 통해 이뤄진 「검은 거래」내용을 도청,녹음했다.그 뒤 두사람은 공항 로비에서 1백만프랑(약 1억5천만원)의 돈가방을 주고받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문제는 국민의 통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안보,테러,조직범죄와 관련된 불가피한 경우로 도청을 제한하는 프랑스 국내법 때문이다.이번 사건은 이처럼 「긴급」을 요하는 법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 9일 재판에서 도청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마레샬에 대한 법적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발라뒤르 총리는 이번 스캔들과 관련,20일 태도를 바꿔 경찰을 비난함으로써 사태 진화에 나섰다.발라뒤르 총리의 한 보좌관은 이날 경찰이 문제의 불법도청을 허가받기 위해 『조직범죄단에 의한 금품갈취 사건』이 포착됐다고 거짓말을 했다면서 만약 경찰이 내용을 정확히 알렸더라면 도청을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슬람교 상륙 거점… 에이티갈시원 웅장(서역문화기행:8)

    ◎동서문물 교류 실크로드의 중심지/중국 서쪽끝 도시 카시갈/녹색돔의 전도사 호오쟈가족묘… 궁전 방불/중국최초의 석굴시원 삼선동도 시외곽에… 생불벽화 유명 호탄에서 중국 최서단 도시로서 이슬람교의 중심지인 카시갈까지 5백9㎞는 필자에게 신선한 체험을 안겨주었다. 그밤이 팔월 한가위 어스름 저녁,고물딱지 장거리버스에 올랐다.승객은 온통 위구르족.꼬박 밤을 새우면서 열두시간을 달렸다.차창의 깨진 창틈으로 몰아치는 고춧바람에 기침이 나도록 맵디매운 담배연기,그리고 양고기 노릿내,그것들이 시간마다 코란의 독경소리와 범벅이 되어 눈과 귀를 찌르는데 창밖의 몽롱한 달빛에 스쳐가는 부연 모래빛,가도 가도 불빛 없는 바다에 뜬 느낌이었다. 카시갈은 옛날 소륵국의 도읍지.우전이나 마찬가지로 한나라 때는 36국의 하나요,당나라 때는 안서사진의 하나였다.「한서」,서역전의 기록대로라면 장안에서 9천3백50리(4천6백75㎞)지점,벌써 2천년전의 호구가 1천5백호에 인구 8천6백여명,거기다 시열,그러니까 오늘의 바자,곧 장을 말하는데 카스갈의 바자는 아직도 전중국을 대표하고 있다. 중국은 한나라 때부터 그들의 국토방위를 위한 최서단 요새로 생각했었다.후한 때의 명장 반초(33∼103)가 파미르고원을 넘어 쳐들어온 쿠샨왕조(대월씨국)를 대파하고 그의 부하인 감영을 무역의 사절로 로마에 파견한 것도 여기였었다.인도의 불교가 동점한 최초의 거점도 여기요,중동의 이슬람교가 상륙한 최초의 거점 또한 이곳이었다. ○로마로 넘어가는 관문 그도 그럴것이 카시갈은 알타이산맥으로부터 시작한 타림분지가 솟아오르면서 파미르고원으로 달려가는 바로 해발 1,294m의 낮은 고원지대라는 지리적 특색을 살린 곳이다.거기서 파미르고원을 넘으면 곧장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란·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기스탄 등의 관문으로 통한다.그러니까 로마로 넘어가는 실크로드의 중국측 마지막 역참인 것이다. 중국에서 실크로드의 의의를 동서의 교통과 무역외로 서역의 침입을 막고 중원을 지키겠다는 국방에 두지만 그에 못지않은 의의는 예술에 있다.예술의 가시적인 성취는 무엇보다 석굴이다. 석굴은 사실상 「석굴사」 혹은 「석굴암자」의 약칭이다.그것은 벼랑이나 석굴속에 설시한 불교사원으로 초기불교가 「이진수행」을 제창함에 비추어 석굴은 적지였었다.석굴은 속세의 잡음이 들리지 않는데다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한 이점 탓에 불교의 고사와 원리를 벽화로,석가를 비롯한 보살·미륵을 조각하기에 좋았었다. 기원 3세기전부터 인도에서 성행했던 석굴 개착은 그로부터 대략 5세기 뒤인 동한말,그러니까 기원 200년 전후해서 중국에 출현했으니 그 최초의 석굴이요,최서단의 석굴이 카시갈에 있다.바로 「삼선동」. 삼선동은 위구르말로 「투쿠자우지라」.그 이름 그대로라면 세사람의 신선이 사는 동굴이지만 실상은 세개의 석굴을 말했다.카시갈에서 북쪽으로 18㎞지점,차크마크(흡극마극)강을 따라 황막한 사막을 달리다 문득 그 강둑에 멈추었다.대절한 택시기사는 남쪽 벼랑을 가리킨다.파미르고원에서 흘러내리는 설수의 강인데 강폭은 1백50m를 넘을 만큼 넓었다.필자 혼자서 차크마크를 건너서 조금전 택시기사가 가리키는 곳까지 족히 20여분을 헐레벌떡 뛰었다. 삼선동은 하상으로부터 15m쯤 벼랑,그 12m쯤 높이에 1m 남짓의 간격으로 나란히 뚫린 세개의 석굴이어서 필자는 지붕위에 매단 비둘기집 상자를 보는 느낌이었다.중간석굴이 약간 컸지만 대체로 높이 2m 남짓에 너비 2m쯤.거기서 벼랑끝도 3m 남짓 보였다. 그속에 한말 불교미술이 아직도 남았다니 나그네의 속을 태울 수밖에 없었다.옛날 인수봉 타던 가락으로 적갈색 그 벼랑을 올랐지만 겨우 4m 높이서 쩔쩔매고 말았다.그 나머지 수직의 암벽은 어쩔 수 없었다.미리 알았더라면 조립식 사다리를 준비하거나 아예 벼랑의 상단에서 자일을 묶고 낙하할 것을. ○전래 불교미술의 원형 자료에 따르면 석굴은 굴마다 전후 2실로 나뉘었다고.서굴과 중간굴은 텅텅 비어 있고 오직 동쪽 석굴만이 진귀한 미술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특히 70여개의 불상이 사방을 벽화로 메운데다 조정(물풀을 그린 천장)에는 연꽃이 그려졌다고.그중에도 미술사적·불교사적 초점의 벽화는 그 벽화중의 좌불한 컷으로 ,그 좌불은 방격무늬의 가사를 입고 거기에 녹색·남색·홍색 등 세가지 색깔이 어울린 채색의 구성이라고 했다.그것은 인도불교가 중국 전래당시 불교미술의 초기적인 원형을 보인 것이다.무엇보다 쿠츠의 키질천불동이나 돈황의 막고굴보다 연대가 앞선데다 간다라의 영향조차 보이지 않는 점에서 주의를 받아왔었다. 삼선동 그 석굴에 발을 디디지 못한 채 돌아서는 필자는 청나라 시인 철보(1752∼1825)가 카스갈의 지방관으로 귀양살이하던 1810년 무렵에 쓴 「유삼선동」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칠십이동천,무지용탁석. 내찬소륵서,착공의암벽. 응고적선인,도명둔공적. 산황운불서,석쇄사여격. 위제고백인,욕상심전탕. 선인불가견,선동차친력. 적환여적선,탑연경수적.」 (세상엔 72동천의 선계가 있다지만,중 하나 설 곳 없네. 카시갈 서쪽으로 숨어,석굴을 파고 암벽에 기댔네. 신선이 여기로 귀양와서,명예를 피한 채 적막세계로 숨은 거지. 산이 거칠어 구름조차 깃들지 못하고,돌이 부서져 모래는 여울처럼 흐르네. 백길되는 아스라한 사다리에,발을 딛자 후들거리는 마음. 신선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고,사람은 여기 삼선굴에 올랐네. 귀양살이 이 사람도 속세의 신선처럼,우두커니 다시 누굴 따를까?) 근 2백년이 지났건만 차크마크강은 예대로 황량했다.예전의 사다리마저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매일 다섯차례씩 예불 카시갈에서 불교의 유적이 삼선동에 상징적으로 남았다면 이슬람교의 유적은 카시갈이 이슬람교의 중심지답게 웅장하고 찬란하다.우선 이슬람의 예배당으로 4백50여년의 역사에 1만7천㎡의 면적을 지닌 맘모스의 에이티갈(애제□이)사원이 있고,이슬람의 일개 무덤으로 아바호오쟈(아파곽가)같은 궁전식 능묘가 그것이다. 카시갈시의 해방북로에 있는 에이티갈사원은 중국 최대의 청진사다.아랍어와 이란어의 복합사인 「에이티갈」은 곧 예배당을 뜻하는데 1426년 당시 카시갈의 통치자였던 사크서즈 미잘의 후예가 세운 것이다. 그 사원은 넓은 땅에 돔과 첨탑을 배합한 예배당·독경당·문루·연못 등의 장엄한 외형이 나그네의 시선을 끌지만 사원의 광장으로부터 중정·본전까지 사원 전역에매일 새벽부터 드리는 다섯차례의 예배,더구나 매주 금요일 하오에 드리는 주말예배의 성황은 열렬하다.신도 모두가 깔개를 깔고 이맘(예배의 인도자)이 암송하는 코란에 따라 무겁게 화창하는 군중의 소리는 파도되어 출렁이고,다시 신도들이 대지에 이마를 조아리며 무엇인가 외치는 장면은 경련을 일으킬 정도였다. 카시갈시 동북쪽 5㎞지점의 하오한(호한)촌에 있는 호오쟈의 무덤은 우리의 상식과 너무 달랐다.작은 개울을 건너 낮은 언덕을 올라 고목 서너그루 아래로 말굽형의 아치를 들어서면 왼쪽으론 줄줄이 높은 기둥의 예배당이요,바른편에는 기다란 담안으로 마치 궁전을 방불케 초록빛 타일의 돔이 우뚝 솟아 있다. 궁궐의 문을 열 듯 대문을 열자 그 안에는 침침한 광선에 무거운 침묵이 덤벼오면서 울긋불긋 현란함을 느꼈다.그러나 가만히 보면 그것들은 야외의 봉분이 아닌 옥내의 설단식 무덤이었는데 강렬한 채색의 주단이 그 관을 덮고 있는 모습은 마치 1인용 텐트를 치고 있는 야영장을 방불케 했다. 3백50여년전 이슬람교 전도사였던 호오쟈로부터 5대에 걸친 그의 가족 72명의 집단 묘지였다.그 안에는 청나라 건륭황제의 부름으로 궁궐에 갔다가 황제의 구애를 거절하고 자살하였다는 호오쟈의 딸 향비의 묘도 있다.비록 전설이지만.
  • 서민에 등돌린 변협/박은호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대한변협의 각종 변호사 수임료 대폭 인상 발표는 인상률(%)이 3단위 나 돼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형사사건 착수금과 성공사례비를 비롯해 20여가지 항목에서 최고 5배까지 수임료를 인상했다. 물론 명분도 뒤따랐다.첫째는 수임료의 「현실화」라는 것이다. 83년 제정된 이래 한번도 개정되지않은 현행 보수기준 규칙은 그동안의 물가상승분을 따라잡지 못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궁핍」해진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이다. 또 다른 명분은 변호사업계의 「자정」을 들었다. 사문화된 보수기준을 「강제규정」으로 전환함으로써 뒷거래를 통한 과다수임료의 병폐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변협은 『과다수임료 근절묘안은 이 방법밖에 없다』며 「개혁」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스스로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변협의 이러한 명분을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다. 우선 한건당 5백만원의 수임료는 대부분 서민들에겐 큰 액수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집단인 변협과 일반 서민들의 「경제적 체감」은 다를 수도 있다.문제는 이 체감의차이가 납득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는데 있다.변협은 이를 못본체했다. 또 강제규정으로 전환한 것을 강조했지만 얼핏 살펴봐도 허울만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정직·제명 등의 징계정도를 결정하는 세부규정이 전혀 없다.어떤 경우에 어떤 징계를 선택하고 과태료는 얼마를 물린다는 등 구체적 내용이 없이 단지 징계위의 「자의적」인 판단에만 의존할 뿐이다.엄격한 징계를 담보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변협은 이 개정안을 『2년 가까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이라고 부연했지만 결국 선언적 의미에 그친 「졸속작품」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법률전문가로서 소명으로 삼아야 할 봉사정신은 도외시하고 가뜩이나 높은 변호사 사무실 문턱을 더 올려야 하는지,새해를 시작하는 첫발을 잘못 내디디지는 않았는지 되새겨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 역사의 새 단계에 서서/고은 시인(일요일 아침에)

    역사 안에는 방보다 계단이 더 많다고 했다.그 말은 역사가 결코 안온한 휴식을 제공해주는 일은 거의 없다는 뜻도 머금고 있으니라. 하기는,우리가 살아온 한반도 근현대사의 어느 단면을 돌아다보아도 거기에 휴식으로서의 역사가 있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 혹은 호남고속도로를 달려간다.동해 해돋이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서 영동고속도로를 간다. 하지만 목적지에 당장 닿을수 없으므로 우리는 군데군데 있는 휴게소에 멈추게 된다. 거기에서 차 한 잔을 자판기에서 빼내어 마시든 어물 한 그릇을 사먹든 한동안 쉴 수 있다. 쉰 뒤 다시 남아있는 길을 달려가는 것이다. 아무리 역사의 길이 쉴 참 없는 벅찬 것이라 하더라도 그 길은 시발과 도착 사이의 직행만으로 갈 수 없으리라.거기에도 안온한 휴식의 방은 아닐 망정 한동안이나 쉬었다 가는 나그네의 휴게소는 있게 마련이다. 선정에 드는 것도 그 시간의 한가운데에 결가부좌를 풀고 다리를 뻗거나 세워 거닐어보는 포행이 있다.휴식이다. 그런데 역사이건 선이건 그런 일만이 아니라 여느 사람의한 생애에도 이런 계단이 있는 것 같다. 그 계단을 반드시 휴식이나 휴게소 따위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때 마다 계단이라는 삶의 일단락이 있게 마련이다. 어린 시절 역시 10대후반에 이르러 젊은 시절이라는 단계로 마감되는 것이다. 젊음이라는 것도 일차적으로 30세를 넘기면서 훨씬 그 열도가 달라진다.언젠가 마틴 루터의 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나이 설흔을 전후해서 「나도 이제 늙었나보다.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라는 구절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구절을 읽으며 고소를 금치못한 일이 있거니와 젊음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새삼 깨치게 하는바 없지 않다. 아무튼 사람의 생애 가운데도 이런 몇시기의 단계가 역사의 계단처럼 갖추어져 있어서 그 단계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삶을 살게 되는지 모른다. 이와 함께 사람의 생애에는 몇번인가의 결정적인 기회가 있다.그 기회를 지나쳐 버릴 때의 회한도 있을 것이다. 한해를 보내고 한해를 맞이하는 때이면 우리 겨레는 으레 낡은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시간을 맞는데 있어야 할 축복의 정서를 나눈다. 나이 아래짜리가 어른한테 찾아가 세배하는 풍속은 한없이 아름답다.나이 차이가 있거나 나이 차이가 없거나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마다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도 그것이 입에 달라붙은 인사치례일망정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비록 말 한마디의 덕담이지만 그런 말은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데서 새벽의 닭 우는 소리와 아침의 새소리,그리고 지난밤 어둠에 대고 컹컹컹 짖어대던 개의 힘찬 소리들과 더불어 없어서는 안될 삶의 신호인 것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 까닭이 없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은 다를 까닭이 없는 것과 본질적으로 달라져야 할 까닭이 있다. 그것이 삶의 한 단계인 것이다. 우리 근현대사 1백년 이상의 파란만장의 역정이 조국광복 민족해방의 50년 세월로 귀결된다고 할진대 우리가 지난 50년을 성찰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러나 오늘은 지난 날의 50년을 성찰하는 것만으로 끝날수 없다.바로 거기에서 새로운 50년을 시작하는 삶의 약진이 요청되는 것이다. 역사에 대해서 나는 누군인가를 묻는 일은 어느새 세계에 대해서 나는 무엇일수 있는가라는 준엄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서 역사의 가장 중요한 계단을 내디디는 힘의 미학이 있어야겠다. 우리 하나하나의 힘이 이루어 놓은 역사에 의해서 축복받은 다음의 역사가 이어진다면 그 이상 바랄 나위 없으리라.
  • 에스피농무 수뢰수사/클린턴·힐러리에 확대

    ◎향응제공 아칸소주 타이슨식품사/행정부거래 집중 수사/특별검사/CNN 등 보도 【워싱턴 로이터 연합 특약】 식품회사로부터 부당하게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지난 10월 사임의사를 밝힌 마이크 에스피 농무장관을 수사중인 특별검사는 수사를 클린턴 대통령과 힐러리 여사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미CNN방송이 10일 보도했다. CNN방송은 수사 상황에 밀접한 소식통을 인용,도널드 스몰츠 특별검사는 아칸소주에 있는 닭고기 회사인 타이슨식품사와 클린턴 대통령및 힐러리 여사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아칸소 주지사였다. CNN의 보도에 대해 백악관의 디디 마이어스 대변인은 클린턴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에게 알아보라고만 할 뿐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았으나 대통령의 변호사와는 전화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에스피 농무장관은 지난봄 농무부의 통제를 받는 타이슨사가 제공하는 여행티켓을 받고 스포츠 이벤트에 참석하는 등 법률을 위반해 처음 조사를 받았다. 전 미시시피주 하원의원으로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농무장관이 된 에스피장관은 이 사건과 관련,이달말 물러날 예정이다. 한편 뉴욕타임스지도 10일 스몰츠 특별검사가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타이슨사의 총체적인 운영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몰츠 검사가 보낸 소환장과 타이슨사 직원들및 관련자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스몰츠 검사는 타이슨사와 미행정부간의 거래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지는 덧붙였다.
  • 불 올해 공쿠르상 코엘라에르 선정

    【파리 AFP 연합】 프랑스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콩쿠르상의 올해 수상자로 작가 디디에 반 코엘라에르(34)가 결정됐다고 10인 심사위원회가 14일 발표했다. 코엘라에르는 「편도승차권」을 포함,모두 7편의 소설과 몇몇 희곡작품을 발표한 프랑스문단의 중견작가다. 한편 또 하나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르노도상은 소설 「당신의 아버지처럼」을 쓴 기욤 르 투즈(26)에게 돌아갔다.
  • 불 젊은 판사들 사정에 앞장/정치인·각료·재계거물 등 잇따라 엄벌

    ◎실력자 손 못대던 수사관행 일대혁신 유럽각국에 공직자 부정스캔들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탈리아에서 부패추방 운동의 불꽃을 올렸던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 정신이 프랑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정계및 재계 실력자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수사에 한계력을 보여온 프랑스에서 최근 정·재계 인사들에 대한 사정작업에 착수한 젊은 판사들이 공정한 수사를 천명하고 유명 정치인이나 지방시장들의 부정을 잇따라 밝혀내는 등 맹활약을 하고 있다. 프랑스 제5공화국 36년 역사상 전직장관으로서 부정행위 혐의로는 최초로 구속된 알랭 카리뇽 전 체신부장관이 그 대표적인 예.카리뇽은 이달초 필립 쿠르와 판사(35)에 의해 구금됐다. 또 우파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공화당 당수 제라르 롱게 산업장관 역시 카리뇽의 구금 하루만에 휴양지 생 트로페의 별장구입을 둘러싼 부정및 공화당의 불법 자금조달 혐의로 사임했다.롱게는 수사가 끝나는 대로 조만간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롱게의 사임을 이끌어낸 르노 반 륌베크 역시 올해 42세의 소장판사.륌베크는 지난 92년 사회당의 불법자금조달 혐의를 포착,사회당 당사를 급습해 앙리 엠마뉘엘리 당시 회계국장을 기소하기도 했었다. 한편 쿠르와 판사는 카리뇽 전 체신장관 경우외에도 리용시 시장인 미셀 느와르를 사위의 파산을 둘러싼 부정행위혐의로 TV 인기앵커 파트릭 프와브르 다르보와 함께 현재 재판에 회부해 놓은 상태다. 젊은 판사들의 과감함 사정의 손길은 재계에도 확산돼 유리및 건축자재 회사인 생­고뱅사의 장 루이 베파 회장이 지난 9월 7일 반 륌베크 판사에 의해 사기혐의로 기소됐으며 이밖에도 입생 로랭사의 피에르 베르쥬 회장,알카텔사의 피에르 쉬아르 회장,전기회사인 슈나이더그룹의 디디에 피노 발렌시에느 회장등이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소장판사들은 현역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의 의원이나 유력자들에 대한 사정수사도 진행,지난 2월 툴롱시에서 발생한 공화당 이안 파아 의원의 암살사건 수사 결과 이 지방 유력자였던 모리스 아렉스 상원의원과 두명의 지방시장,지방 상공회의소의 소장및 부소장을 체포했다. 이같은 일련의 사정수사는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정부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가한 것으로 여론조사결과 나타났다. 이에따라 발라뒤르 총리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사법부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을 것』이라며 소장판사들의 활약을 마지못해 지지하는 등 신뢰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처럼 사정작업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선거에서의 사회당의 참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당시 사회당의 패배는 사회당 자체의 부패행위에 원인이 있었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 중국 핵실험 우려/미·영·러·일

    【런던·빈·북경 로이터 AFP 연합】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가들은 7일 중국의 지하핵실험 강행에 우려를 표시했으나 전문가들은 이번 핵실험으로 인해 포괄 핵실험금지조약(CTBT) 타결,또는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연장이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이날 호주 지진센터가 핵실험 사실을 탐지한지 6시간이 지난 뒤 이를 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이번 핵실험은 올들어 지난 6월에 이어 두번째,지난 1년사이에 3번째이다. 이에 대해 미백악관의 디디 마이어스 대변인은 깊은 유감을 표시하면서 『우리는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CTBT를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중국도 핵실험실시를 자제하고 나머지 핵강국들의 핵실험유예 정책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핵실험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핵실험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의 데라다 데루스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중국이 다시 핵실험을 실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며 『현재제네바 군축회의에서 진행중인 CTBT 협상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카터대사/남북정상회담 다시 엮어낼까/남북대사 연쇄접촉 의미와 전망

    ◎한·미·북 문제 풀려면 정상대좌 필요/“빠르면 새달 남북연쇄방문” 전망도 「국제문제 해결사」카터의 남­북한 중재외교가 활발해질 것 같다.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이 19,20일 잇따라 남­북한의 대사를 만난것은 자신의 남북중재외교개시를 앞둔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고 할수 있다. 물론 카터가 19일 북한대표부의 박길연대사를 만난 것은 생전의 김일성주석이 팩스를 통해 자신에게 보냈던 편지의 원본을 전달하겠다는 북측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또 20일 한승수주미대사를 만난 것은 자신이 지난 16일 김영삼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의 답장을 전달하겠다는 한대사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아이티방문의 분주한 일정 직후 카터전대통령이 하루걸러 남­북한대사를 잇따라 만난 것은 단순히 두통의 서한을 전달받기 위해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서한이상」의 메시지전달과 관련,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없으나 외교소식통들은 카터의 남­북한 연쇄방문이 멀지않아 다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의 근거는▲북한이 김일성사망 직후 카터의 재방북을 희망했고 ▲김대통령이 답신의 통해 「가까운 시일내에」 그의 방한을 초청했으며 ▲카터전대통령도 남­북한 양측이 자신의 중재역을 기대할 때는 언제든지 이를 수행할 태세가 되어있다고 한 점을 들수 있다. 카터의 남­북한 연쇄방문은 연내,빠르면 내달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워싱턴의 전망이다.국무부의 한 관리는 카터전대통령이 23일부터 제네바에서 속개되는 제3차 미­북고위급회담이 일단락되면 방북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전하고 있다.따라서 그의 남­북한 연쇄방문은 미­북고위급위회담의 진전과 맞물리는 함수관계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령 미­북 3단계 2차 고위회담이 성과속에 끝난다면 결국 미­북한은 연내 연락사무소를 상호개설할 것으로 예상된다.미­북한 수교의 전단계라고 할수있는 연락사무소개설이 남­북한의 관계개선없이 미­북한간에 독자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뿐만 아니라 북한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특별사찰과 경수로지원문제가 확실하게 풀려야한다.또한반도의 비핵화선언의 이행이 뒤따라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대화가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사후 남­북한간 상황은 이러한 당면 문제들을 풀어나갈만한 분위기가 아니며 일거에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남­북정상의 만남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카터전대통령의 남북한 연쇄방문은 바로 이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한 남­북정상회담 주선이 그 목적인 셈이다. 특히 카터의 평양방문은 클린턴행정부의 대북한정책과 정비례적 함수관계를 갖고있다.카터전대통령이 애틀랜타의 카터센터에서 한승수대사를 만난뒤 『북한을 당장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은 카터가 클린턴행정부 및 한국정부와 보조를 일치시켜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계소식통들은 미정부가 북한에 대해 고위급회담에 포커스를 맞추고있는 판에 카터가 일방적으로 다른 곳에서 딴전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있다.이는 카터의 남북한 중재외교가 어느 일방의 요청에 의해 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과 미정부의 「동시 요청」이 있을때 가동될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미·북 제네바회의 어찌 될까/“양측 유화분위기”… 낙관론 우세/경수로·특별사찰 등 난항 전망도 23일 제네바에서 재개되는 미국과 북한의 3단계회담 2차회의도 1차회의와 마찬가지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 보다는 해결로 가는 여러 과정 가운데 한 단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아직도 곳곳에 난제가 도사리고 있는데다 이미 드러나 있는 북한 경수로 지원 문제,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 문제,특별사찰 문제등 주요 과제들이 모두 쉽게 풀기 어려운 것들이다.설령 미국과 북한이 이번에 포괄적인 논의를 매듭짓는다 하더라도 경수로의 지원방식이나 관계개선 절차등 구체적인 사안에 들어가면 다시 분야별 회의를 계속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염두에 둔듯 지난 14일 방한했던 미국 국무부 차관보인 로버트 갈루치 핵담당대사도 이한회견에서 2차회의가 1주일 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면서 상황에 따라 3,4차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회의 자체의 한계성에도 불구,2차회의의 앞날에 대한 전망은 어떤 점에 보다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여전히 크게 엇갈리고 있다.미국과 북한사이에 형성된 유화적인 분위기등에 초점을 맞추는 쪽은 2차회의 역시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특히 평양과 베를린 전문가회의에서 드러났듯 북한의 새체제를 인정하는 듯한 미국의 자세와 미국과의 접근을 서두르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놓고서는 『곡절이야 있겠지만 결국 합의에 도달할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2차회의는 전문가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을 토대로 포괄타결의 틀을 짜는 자리이다.그리고 양측은 주요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서로의 속사정을 파악해 놓고있는 상태이다.따라서 미국과 북한이 대화의 기초를 유지하면서 서로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의 대화국면을 다시 제재로 되돌리는 것은 미·북 모두에 부담』이라고 설명했다.즉 현 궤도에 대한 전면수정이 아니라면 둘다 경수로및 남북대화,과거핵 규명등 어려운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묶는 미묘한 조합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경수로의 모형등 전문가회의에서 드러난 미·북의 이견과 특별사찰에 대한 북한의 거부발표,이에 대한 갈루치대사의 반격등 일련의 움직임을 들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섞인 관측도 만만치 않다.베를린회의가 끝난뒤 북한이 「경수로 모형 선택권은 북한에 있다」고 주장하자,미국은 즉각 「이는 협의 대상이 아닌 미국의 결정사항」이라고 반격에 나서 일찍부터 서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한­미 두나라가 어느 때보다 중시 하고 있는 남북대화를 애써 무시하면서 어떻게든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할 기세다.이번 회의에서 양측이 합의에 도달한다면 그 내용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면서 핵문제가 구체적인 실천단계에 들어서게 된다.각론 부분에 대한 세부 이행계획,즉 사안별 실천 시간표도 합의문 속에 포함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미국과 북한 모두 내부 사정,또는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해야 하는 처지여서 시간표를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과북한은 한발짝만 잘못 내디디면 위기를 맞게되는 벼랑 끝에 서서 협상을 해야한다.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절충점을 만들어 내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최근의 밀고당김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제스처의 성격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 “북 핵보유 확인땐 「비핵화」 무효”/이 통일부총리

    ◎정부,안보차원서 대책 마련할것/남북정상회담 현재론 고려안해/「경수로」 러형 선택땐 국민동의 안할것/어제 관훈클럽토론회서 밝혀 이홍구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26일 『북한의 핵무기보유가 확인되면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무효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 경우 정부로서는 국가안보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부총리는 이날 저녁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하고 대북경수로지원문제와 관련,『만일 한국형경수로가 아닌 러시아형이 선택될 경우 우리 국민 아무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이같은 입장을 우방들에게도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통일방안에 언급,『앞으로 북한이 현재의 연방제보다 훨씬 느슨한 연방제를 제시할 경우 우리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2단계인 남북연합과의 차이가 흐려질 수도 있다』면서 『따라서 극단적으로 느슨한 연방제는 남북연합단계로 가는 것으로 고려할 수도 있으나 문제는 이를 향해 북한이 어떻게 첫발을 내디디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부총리는 남북정상회담 재추진시 평양을 먼저 방문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난 7월25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한 것은 김일성의 고령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또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이 제안한대로 클린턴 미대통령의 중재하에 미국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현단계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부총리는 이날 토론에 앞서 행한 기조연설에서 『우리의 평화유지노력을 볼모로 삼는 식의 위협효과는 무한한 것이 아니며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북핵카드」의 한계를 지적하고 『북한은 바로 지금이 평화와 타협을 위한 가장 적절한 시기임을 이해해야 한다』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또 『남북간 체제경쟁은 북한에게 ▲대세의 불리 ▲남북간 국력의 불균형 ▲체제의 불안정이라는 「3불현상」의 결과로 나타났다』면서 『북한은 이를 핵개발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반도에서의 공동번영의 길을 찾아나서는 방향으로 태도를 선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문제의 완전해결을 위해서는 과거·현재·미래의 핵투명성이 확보돼야 하며 이에는 특별사찰이 필수요건이라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북한의 핵투명성확보는 타협할 수 없는 원칙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부총리는 이어 일문일답에서 『김정일체제는 남북대화나 남북관계개선 없이 북한이 직면한 어떠한 중대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핵문제해결과 함께 군사공동위 등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각종 공동위 재가동에 호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김정일의 권력승계과정에서 큰 파문이나 쿠데타 등은 없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변화와 개혁을 통해 경제난 등 등 대내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체제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다.
  • 「여성」은 지고 「아내」는 이긴(송정숙칼럼)

    선거라는 무대가 없었으면 사람들은 무엇으로 한풀이를 하고 무엇으로 역전의 드라마를 볼 수 있었을까. 대구와 경주 그리고 영월 평창지역에서 있은 이번의 보선도 아주 볼만한 무대를 연출했다.우선 대구 수성갑에서는 정치에는 아무 지식도 없는 한 한맺힌 아녀자가 뛰어들어 남편의 잔여임기를 차지하게 되었고 경북 경주에서는 4전5기의 제1야당 후보가 불모지 진출의 교두보를 쌓았다.그런가하면 정직하고 소박한 강원도 주민들의 신의는 이번에도 건재했다.접적지역의 사람들은 여전히 좀처럼 곡예적 변신놀이에 취하지 않았다. 이번 보선이 여당으로 하여금 표에서는 졌지만 공명에서 이기는 승리를 가져왔다고 말한다.그 말은 맞다.누구도 이번 선거에서 공명을 의심하지는 않는다.그것은 아주 소중한 성과다.그러나 여당의 패배가 「공명」의 시금석처럼 되는 불리한 고정관념을 고착시키지 않았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선거는 여성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선거였다.그런데 그 특별한 「의미」를 무산시킨 선거가 되고만 것 또한 사실이다.그점이 이번 선거의 아주 큰 애석함이다. 이번 선거를 놓고 여성후보가 두사람 나와서 한사람은 됐으니까 50%는 성취한 것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그러나 우리 모두 알다시피 대구에서의 여성후보는 누가 뭐래도 「남자의 여자」였다.그는 「박아무개의 아내」로서 나온 것이지,여성으로서 하고많은 어려움을 디디며 성장해온 정치지망생은 아니다.또한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하여 한사람의 지도자로 성장한 경력여성도 아니고 성차별에 각성한 열혈 여성운동가 출신도 아니다. 오히려 이 여성의원 당선이 여성의 진출로 의미를 갖자면 경주에서도 여성당선자가 나왔어야 했다.이번의 대구지역 여성표는 다소 기묘하고 불완전한 여성표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이 표는 또 하나의 여성표가 나오면 「둘」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면서도 혼자서는 「하나」로조차 독립하기가 불실한 표였다.그러므로 경주지역에서 여성이 당선되었더라면 당당히 「지역구의 두여성의원」시대가 열렸을 터였는데 그 실패로 「한 여성지역의원」의 자부심도 떳떳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따라서 경주에서의 여성의원 당선 실패는 여성계에 여러가지 타격을 안겨 준 셈이다.당장 여당안에 『여자는 아직 안된다』는 정서를 확산시킬지도 모른다.선거에서 여성의원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모든 논평가들이 첫번째로 하는 말은 『여성이 여성을 안찍어주니 남성인들 어쩔수가 없다』는 것이다.이런 식으로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기회만 덧붙이게 되고 말았다.아마도 여당안에서는 여성후보를 공천한 일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분분한 여론이 출몰할 것이다.그런 일들로 해서 반여성의 정서를 더욱 확산시킬 소지도 있다.그런 점에서는 경주의 여성후보 실패의 책임은 너무 크다. 이렇게 여성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함으로써 여성은 물론 여당자신이 실패를 키운 것에는 누가 뭐래도 여당 자신의 불찰이 크다.특히 「여성자신이 여성을 외면하는」 우리같은 형편에서는 여성후보를 공천했으면 총력을 기울여 성원하지 않으면 이기기가 매우 어렵다.『하겠댔으니 어디 한번 해봐라』하고 던져둔 채 고군분투하게 한다면 여성을 공천한 것에 별 의미가 없다. 역설적으로 그것을 증명한 것은 대구에서의 여성후보 당선이다.시키고 싶으면 여자라도 배수로 당선시키는 것이 유권자임을 보여주었다.더구나 경주의 여성후보는 개표 초반에 계속 선두를 유지할만큼 선전했고 아주 근소한 표차로 패배했다.이 지역의 표분포는 마치 총선때의 전국의 표분포상황과 유사해서 당선된 야당표는 고정되어 있었고 나머지를 가지고 나눠갖게 되어 있었던 것같다.그런 정세쯤은 당이 유능하면 이미 분석하고 파악해서 공천과정에 참작되었어야 했고,멱을 치받치며 뒤따라오던 3위의 무소속후보에 대한 대처도 마련했어야 했다.그러고도 여성의원의 당선을 기대한 것은 너무했다. 무엇보다도 기왕에 여당이 여성인력의 활용을 당의 시대적 책임으로 선택한 것이라면 그러기에 충분한 체질부터 갖췄어야 한다. 아무리 적대한 남의 당이라도 여성후보를 너무 원색적으로 깎아내리거나 겸손하지 못한 빈정거림을 중앙의 지도자가 하는 것은 여성후보를 낸 정당이 삼갔어야 할 일이다.여성후보를 내려면 여성인력을 소중하게 존중하는 면모를 정당 전체가 보여주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본의가 잘못 전달되어서라도 여성장관을 쥐어박는 여성멸시 비슷한 것은 더구나 같은 여권안에서 보이거나 해서는 안된다. 어쨌든 이번 선거는 야당에는 기가 살게 했고 여당에는 따끔하게 곪은 뾰두라지처럼 다가왔다.생명도 앗아갈 수 있는 급소의 「발찌」는 아니었음을 잘 음미해본다면 여당에도 아주 의미깊은 예고지표가 될 것이다.
  • 미,아이티·쿠바난민 비상/「원안작전」 계획 수립

    ◎대량유입 위기 대응 【워싱턴·포르토프랭스 AP AFP DPA 연합】 클린턴 미대통령은 1일 아이티 탈출 선상난민의 급증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보좌관들과 긴급협의를 가졌다고 디디 마이어스 백악관대변인이 말했다. 국무부는 지난달 30일 하루동안 1천명이 바다에서 구조된 것을 포함,지난 2주간 구조된 아이티인들의 수가 5천명을 넘는다고 말했는데 이날 백악관대책회의는 최소한 30명의 아이티인들이 아이티를 탈출하려다 경찰의 경고사격에 놀라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보도에 자극받아 열린 것이다. 한편 미행정부는 쿠바,아이티를 비롯한 외국난민들의 대량유입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극비계획안의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지등 미국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원안작전」으로 명명된 이 계획안은 13년전 12만5천명의 쿠바난민들이 플로리다주에 도착한 이래 계속 작성중에 있었으나 지난해 플로리다주 관리들이 또다시 쿠바난민들이 대거 미국으로 유입될 경우를 우려하고 공식 입안을 요구함으로써 가속화됐다. 일부에서는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정권의 붕괴나 내전이 있을 경우 최고 30만명의 난민이 쿠바를 탈출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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