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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도 맑았는데” 인도 난다 데비 등반대의 마지막 모습

    “날도 맑았는데” 인도 난다 데비 등반대의 마지막 모습

    비극적 운명을 맞기 전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날씨는 맑았고, 대원들은 서로의 몸을 묶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지난 5월 26일(이하 현지시간) 이후 인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난다 데비의 동봉 근처 이름 없는 봉우리 아래에서 실종됐다가 한달 만에 주검 일곱 구만 돌아온 다국적 등반대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됐다. 인도-티베트 국경경찰(ITBP)이 8일 공개한 1분 55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4명의 영국인, 두 미국인, 호주인과 인도인 가이드 한 명씩이 서로의 몸을 로프로 묶은 채 천천히 봉우리로 향하는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발 5719m 근처 눈 속에서 일곱 구의 주검을 찾아냈던 곳 근처에서 수색대원들이 눈 속에 파묻힌 메모리 저장장치를 발견했는데 동영상이 담겨 있었다. 비벡 쿠마르 판데이 ITBP 대변인은 원정대의 무거운 짐들이 눈 쌓인 능선에서 산사태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동영상을 통해 원정대가 왜 조난을 당하게 됐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 P S 남바디아 ITBP 조사 부국장은 기자회견 도중 “(아웃도어용 디지털 카메라인) 고프로(Gopro)는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등반가들의 마지막 순간을 들여다보게 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며 “우리는 뭔가에 홀린 듯 동영상을 발견했다”고 털어놓았다. 스코틀랜드의 등반 회사 ‘모란 마운틴’을 운영하며 인도 히말라야 지역에서 수많은 탐사를 진행한 전설적인 산악 가이드 마틴 모란이 이끄는 등반대는 지난 5월 13일 등정을 시작해 존 매클라렌, 루퍼트 훼웰, 요크 대학 강사 리처드 페인 등 영국인 셋, 미국 국적의 앤서니 수데쿰과 로널드 베이멜, 호주인 루스 맥캔스, 인도인 가이드 체탄 판데이가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고 모란의 시신은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사학비리’ 겨냥한 교육부…연·고대 등 16개 사립대 종합감사

    ‘사학비리’ 겨냥한 교육부…연·고대 등 16개 사립대 종합감사

    그동안 교육부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주요 사립대학들을 대상으로 교육부가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감사에 착수한다고 24일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개교 이래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사립대학은 일반대학 61곳·전문대학 50곳 등 총 111곳이다. 전체 사립대학 중 약 40%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 사립대학은 일반대학 152곳·전문대학 126곳 등 총 278곳이다. 종합감사를 받은 적이 없는 사립대학 중에 학생 수가 6000명 이상인 학교 16곳이 우선 감사 대상이다. 16곳은 경희대·고려대·광운대·서강대·연세대·홍익대(이상 서울권), 가톨릭대·경동대·대진대·명지대(경기·강원권), 건양대·세명대·중부대(충청권),동서대·부산외대·영산대(영남권) 등이다. 다음 달부터 2021년까지 대학별로 감사가 차례로 실시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의 관리·감독이 미흡한 사이 일부 사학에서 회계·채용·입시·학사 등 전 영역에서 교육기관인지 의심스러운 사건이 반복됐다. 교육부가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면서 잘못을 인정했다. 유 부총리는 또 교육공무원이 사학과 유착 관계라는 이른바 ‘교피아’ 의혹을 언급하면서 “교육부가 사학과 연결돼있다는 오명을 확실히 씻겠다”면서 “상시 감사 체계를 구축하고 종합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연간 종합감사 대상 학교 수를 기존 3곳에서 올해 5곳, 2020년 이후는 매년 1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민감사관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해 감사 인력을 늘렸다. 시민감사관은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성 있는 직군과 교육 및 감사 분야에 실무경험이 있는 이들로 총 15명 선발됐다. 이들은 다음 달부터 사학 감사를 시작한다. 이날 교육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주요 사립대학 종합감사 계획을 발표함과 동시에 함께 성신여대가 학생을 수차례 성희롱한 교수를 재임용한 사건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성신여대 실용음악학과 A교수는 지난해 4∼5월 학생들을 성추행·성희롱한 사실이 교내 성윤리위원회·교원징계위원회·교원인사위원회 등에서 확인됐다. 징계위원회에서는 ‘경고’ 결정이 나왔고 인사위원회는 ‘재임용 탈락’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사회가 재임용 탈락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올해 1월 재임용됐다. 교육부는 A교수의 성비위 사실 및 학교의 사안 처리과정, 징계·인사 절차 적정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지연 교육부 양성평등정책관은 “A교수 행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사립학교법에 따라 법인에 징계를 요구하고, 필요할 경우 (수사기관에) 수사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인도 난다 데비 오르다 실종 산악인 7명 주검 한달 만에 찾아

    인도 난다 데비 오르다 실종 산악인 7명 주검 한달 만에 찾아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간) 인도 히말라야의 난다 데비 봉에서 실종된 7명의 산악인 주검을 안전한 곳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BBC가 23일 전했다. 난다 데비는 인도에서 두 번째 높은 봉우리로 해발 고도 7816m에 이른다. 영국인 4명에 미국인 둘, 호주와 인도인 한 명씩으로 구성된 등반대는 지난달 13일 베이스캠프를 떠나 난다 데비 동봉을 오른다고 떠난 뒤 행적이 묘연했다. 스코틀랜드를 근거지로 두고 인도에서의 탐사 성과를 여럿 남긴 산악 가이드 마틴 모란이 등반대를 이끌었다. 모란은 지난달 13일 님 카롤리 바바 사원 근처 언덕에서 출발한다며 탐사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지난달 22일에 인간이 한 번도 오르지 못한 미답봉 등정에 나선다며 해발 4870m 지점에 있는 캠프 2에서의 사진을 올렸다. 나머지 영국인은 존 매클라렌과 루퍼트 훼웰, 요크 대학 강사 리처드 페인이며 미국인은 앤서니 수드쿰과 로널드 베이멜, 호주인 루스 맥캔스, 인도인 가이드 체탄 판데이 등이다.이들의 주검이 구조대 눈에 띈 것은 이달 초 해발 5380m의 두 빙하 사이 계곡 아래에서였다. 하지만 워낙 크레바스도 많고 위험천만한 곳이라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았다. 구조대원들이 일일이 시신을 하나씩 로프로 끌어올리느라 힘이 들었다. 구조대는 나머지 한 명의 주검을 계속 찾아 가급적 8구의 주검 모두 산 아래로 옮기길 바라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구조대는 이들이 조난당한 뒤 다음날 눈사태에 떠밀려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티베트 국경경찰(ITBP)과 인도산악연맹(IMF) 소속 산악인과 포터, 의료진 등 50여명이 수색에 참여해 안간힘을 써서 시신을 일단 안전한 곳으로 올렸다. 이어 베이스캠프로 시신을 운반하는 데 적어도 사흘 정도 더 소요된다고 ITBP 간부는 전했다. 한편 구조대는 이달 초 정상 등정에 나섰던 4명의 다른 산악인 마크 토머스(44), 이언 웨이드(45), 케이트 암스트롱(39), 자커리 퀘인(32) 등을 구조해 문시야리 베이스캠프까지 안전하게 후송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몽블랑 정상 아래 400m에 경비행기 착륙, 등정 나선 ‘몰염치’

    몽블랑 정상 아래 400m에 경비행기 착륙, 등정 나선 ‘몰염치’

    18일(현지시간) 서유럽 최고봉 몽블랑(해발 4809m) 정상으로부터 불과 400m 아래 동쪽 사면에 경비행기 한 대가 착륙했다. 물론 이곳은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니었다. 스위스 등반가 둘이 내려 정상으로 향했다. 무람하게도 이들은 정상을 손쉽게 밟겠다는 일념으로 몽블랑 정상 바로 아래 착륙이 불허되는 지점에 비행기를 착륙시킨 것이다. 이들이 내린 지점의 해발 고도는 4450m. 경찰이 뒤를 쫓았고 이들은 설원을 가로질러 달아나다 도중에 붙잡혔다. 설원에서 코미디 같은 추격전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은 두 사람의 신원을 확인한 뒤 곧바로 하산할 것을 요구했고 둘은 다시 비행기를 이용해 산 아래로 떠났다. 몽블랑 등 프랑스 알프스의 관문 도시 샤모니의 에릭 푸르니에 시장은 개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온갖 보호 조치를 취했지만 고산 환경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전례 없는 도발”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현지 경찰은 둘에게 어떤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48m) 못지 않게 몽블랑도 여름 시즌 1만 5000명 가까운 산악인들이 정상을 밟겠다고 앞다퉈 나서 골치를 앓고 있다. 일부 산악인은 안전한 등반에 필수적인 장비를 갖추지 않고 등반 경험도 없이 모험만을 좇아 몽블랑 정상으로 올라붙고 있다. 지난해 등반 시즌에만 15명이 몽블랑에서 숨을 거뒀고, 지난달 31일에도 슬로바키아에서 온 25세 등반가가 ‘루트 로얄’(Route Royale)로 잘 알려진 등반 코스에서 25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이에 따라 몽블랑을 관할하는 프랑스 오트사부아 당국은 등반가들이 몽블랑에 위치한 세 곳의 산장 가운데 한 곳에 방을 예약하지 않으면 등반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지난 1일부터 9월 말까지 시행하고 있다. 등반 루트에서 불법으로 캠핑을 하다가 적발되면 징역 2년이나 벌금 30만 유로(약 3억 9000만원)를 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규제 강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상으로부터 불과 400m 떨어진 지점에 경비행기를 내려 편안하게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사람까지 나타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파키스탄 힌두쿠시 눈사태에 갇힌 6명 하루만에 무사 구조

    파키스탄 힌두쿠시 눈사태에 갇힌 6명 하루만에 무사 구조

    파키스탄 북부 힌두쿠시 산을 등정하다 눈사태에 갇힌 등반가 여섯 명이 하루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구조 헬리콥터가 18일(이하 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이 가까운 기저 지구에서 네 명의 이탈리아인, 두 명의 파키스탄인 원정대원들을 발견해 무사히 구출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이들은 전날 힌두쿠시 정상 중 하나를 등정한 뒤 눈사태를 만나 파키스탄 대원 한 명을 잃었다. 하지만 이날 구조된 여섯 명 모두 목숨에 지장을 줄 만큼 부상을 입지 않았다고 현지 관리들은 전했다. 이들은 길기트의 야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파키스탄 어드벤처 투어의 나이크남 카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이번 원정대는 이탈리아 산악인 타르치시오 벨로가 이끌고 있는데 그의 아내 이사벨라는 이탈리아 안사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편이 몇 군데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임티아즈란 이름의 파키스탄인 희생자 주검은 나중에 산 아래로 끌어내려질 예정이라고 한 관리는 AP통신에 밝혔다. 파키스탄 북부 카라코람 일대는 첨봉들이 즐비해 산악인들이 즐겨 찾으며 곧잘 희생자가 발생한다. 지난 3월에도 이탈리아인 다니엘레 나르디와 영국인 톰 발라드가 낭가 파르밧의 해발 6300m 지점에서 실종된 뒤 2주 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특히 발라드는 어머니가 K2에서 목숨을 잃은 지 24년 뒤 어머니 앨리슨 하그레이브스의 뒤를 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인도 난다 데비 오르던 영국인 넷 등 8명 실종돼 수색 나서

    인도 난다 데비 오르던 영국인 넷 등 8명 실종돼 수색 나서

    인도 히말라야의 난다 데비 봉을 오르던 8명의 산악인이 지난달 13일(이하 현지시간) 이후 지금까지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영국 BBC가 1일 전했다. 난다 데비는 인도에서 두 번째 높은 봉우리로 해발 고도 7816m에 이른다. 영국인 4명에 미국인 둘, 호주와 인도인 한 명씩으로 구성된 등반대가 지난달 13일 베이스캠프를 떠나 난다 데비 동봉을 오른다고 떠난 뒤 예정됐던 일시에 베이스캠프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등반대는 스코틀랜드를 근거지로 두고 인도에서의 탐사 성과를 여럿 남긴 영국인 산악 가이드 마틴 모란이 이끄는 팀이다. 이에 따라 수색과 구조를 위해 2일 아침 인도 공군 헬리콥터를 띄울 예정인데 집중호우와 눈 때문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모란은 출발일 님 카롤리 바바 사원 근처 언덕에서 출발한다며 탐사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지난달 22일에 여태까지 한 번도 인간이 한 번도 오르지 못한 미답봉 등정에 나선다며 해발 4870m 지점에 있는 두 번째 베이스캠프에서의 사진을 올렸다. 이들이 언제 베이스캠프에 돌아올 예정이란 사실에는 엇갈리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등반대는 지난달 31일 베이스캠프에 돌아와 다음날 근처 문시바리 마을까지 내려올 예정이었다. 영국 외무 및 커먼웰스 오피스(FCO) 대변인은 “영국인 다수가 인도 히말라야에서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인도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섯 번째로 네팔 히말라야의 세계 4위 봉인 로체 남벽 등정에 나섰던 홍성택 대장이 이끄는 2019 로체 남벽 원정대는 지난달 27일과 28일 베이스캠프를 떠나 2일 정상 도전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9일 시속 75km 강풍과 폭설이 내려 다시 베이스캠프로로 돌아왔다. 등반대는 지난달 18일 1차 정상 공격에 이어 이날 2차 정상 공격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계속된 악천후로 결국 지난달 30일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고 전원 무사히 하산했다고 알려왔다. 홍 대장은 6월 몬순(장마)이 시작돼 더 이상 무리하게 도전했다가는 많은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다거 판단해 물러서기로 했다. 그는 여섯 번째 도전에 실패한 원인을 분석해 가을에 일곱 번째 도전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등반대는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에베레스트 대기 행렬에서 살아남은 여성 “기본 안된 이들이 남의 목숨까지”

    에베레스트 대기 행렬에서 살아남은 여성 “기본 안된 이들이 남의 목숨까지”

    “난 20분 밖에 안 기다렸지만 다른 이들은 4시간씩 선 채로 하산 행렬이 풀리길 기다렸다고 하더라. (등반 기술의) 기본이 안 돼 있는 이들을 봤다. 산소가 떨어지더라도 정상에 오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이도 봤다. (네팔) 정부는 자격 기준을 바로잡아야 한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m)를 오른 뒤 동상에 걸려 카트만두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인도 산악인 아미샤 차우한(29)이 27일(이하 현지시간) AF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은 얘기다. 2주 남짓 동안 에베레스트에서만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AP통신과 CNN방송은 이날 미국 콜로라도주 출신 변호사 크리스토퍼 쿨리시(62)가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 사우스 콜 캠프에서 숨을 거뒀다. 봄철 381명에게 등반 허가를 내주고 날씨가 좋은 날에 몰리게 마련이라 정상 바로 아래 데스 존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다 체력이 소진되고 산소도 부족해 적어도 4명은 인간 정체 탓에 세상을 등진 게 확실해 보인다. 동상 때문에 발가락 모두가 검푸른 색이고 얼굴은 비바람에 많이 상한 차우한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이들이 네팔인 셰르파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잘못된 결정으로 “본인은 물론 셰르파들의 목숨까지 위험에 빠뜨린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단호하게 “훈련 은 등반가들만이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우한은 “많은 산악인들이 산소가 모자라 고생했다. 몇몇은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죽어갔다. 그들은 산소가 떨어지더라도 정상에 오르고야 말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결국 목숨을 빼앗겼다”고 말했다.탐험 영화제작자로 등정에 성공한 엘리아 사이칼리는 26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통해 “내가 정상에서 본 것들을 믿을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죽음. 주검. 캐오스, 대기 줄. 루트와 캠프 4 텐트안의 시신들. 내가 할 수 있는 건 죽어가는 이들을 외면하는 것뿐이었다. 사람들은 타락해 갔다. 시신들을 넘어 걸어갔다”고 적었다. 사이칼리는 “선정적인 기사를 통해 여러분이 읽은 모든 것은 그날 밤 정상에서 있었던 일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많은 이들이 버킷 리스트로 꼽으며 네팔 정부로선 놓칠 수 없는 외화 획득 수단이 된 지 오래다. 등반 허가에 일인당 1만 1000달러를 받고, 또 등반 기술이 떨어지는 이를 정상에 ‘올려주는’ 상업 등반 회사가 일인당 8000만원 정도를 챙긴다. 그렇게 위험한 여정을 부추긴다. 네팔 정부가 4월과 5월 381명에 등반 허가를 내줘 셰르파가 한 명씩 붙는다고 가정하면 750명이 넘는 인원이 되고 중국 티베트 쪽에서는 140명에게 등반 허가가 내려졌다니 양쪽을 합치면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 지난해 정상 등정자 807명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올 봄 사망자 가운데 인도가 4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 두 명에 영국, 네팔 한 명씩이며 정상 가까이에서 실족해 사망한 것이 확실한 아일랜드 한 명이다. 인도인 니할 바그완(27)은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모두 합쳐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도널드 린 캐시는 정상에서 사진을 찍던 중 졸도해 죽었고, 또다른 인도 여성 안잘리 쿨카르니(이상 55)도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많은 시간을 지체한 것이 죽음을 부른 것으로 셰르파들은 보고 있다. 티베트 쪽에선 오스트리아와 아일랜드 산악인이 숨졌다. 히말라야의 다른 8000m 이상 봉우리에서도 9명이 숨지고 한 명이 실종됐다. 이미 에베레스트에서의 사망자 숫자는 2014~15시즌 지진과 산사태에 희생된 이들의 숫자를 넘어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에베레스트 등정 후 숨진 英 산악인, ‘데스 존’ 정체 피하려 했는데”

    “에베레스트 등정 후 숨진 英 산악인, ‘데스 존’ 정체 피하려 했는데”

    그는 마치 운명을 예감했던 것 같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m) 정상을 밟은 뒤 하산하다 운명을 달리한 영국 산악인 로빈 헤인스 피셔(44) 얘기다. 버밍엄 출신인 피셔가 지난 21일 소셜미디어에 이른바 정상 바로 아래 ‘데스 존(death zone)’의 인파 정체를 우려해 25일을 정상 공격일로 정한 사연을 털어놓아 안타까움을 더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6일 전했다. 그런데 그는 나흘 뒤 정확히 데스 존에서 고산병 증세를 호소하다 숨졌다. 그는 생애 마지막이 된 이 글에다 ‘정상에 이르는 루트가 단 하나라 인파 정체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내가 25일을 정상 공격일로 잡은 것은 인파가 적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똑같이 기다리는 게임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적었다. 당시 이미 그는 고소 때문에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이어 ‘그 고도에서는 감기가 다시 도지기 시작했고 몸이 심하게 좋지 않은 위험 없이 날씨가 풀리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난 이전에 캠프 3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과정에서 고산병 증세로 고생했다가 내려와 다시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베이스캠프부터 캠프 2까지 하루 13시간 올라붙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해볼 참’이라고 했지만 정상으로부터 15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생을 마쳤다. 피셔의 가족들은 고인이 전도유망한 산악인이었다고 돌아봤다. 짧은 생애 몽블랑, 아콩카구아, 에베레스트 등을 모두 발 아래 뒀다. 트라이애슬론과 마라톤을 즐겼다. 채식주의자였고 셰익스피어 문학을 좋아했다.네팔 관광국의 단두 라지 기미레 사무총장은 최근 2주 사이 10명이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목숨을 잃은 사태와 관련, 인파 정체 때문만은 아니라며 악천후 같은 다른 요인들이 겹친 것이라고 항변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그 역시 이번 시즌 381명에게 등반 허가를 내준 것이 맞다며 좋은 날씨가 주어지는 기간이 너무 짧아 특정 루트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인당 1만 1000달러씩 내고 등반 허가를 받은 사람에게 일인당 한 명씩 네팔 셰르파가 따라붙으면 750명 가량이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기미레는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절절한 애도와 아직도 실종된 이들에게 기도를 드린다”며 “히말라야 등반은 그 자체로 모험적이며 모든 주의를 다 기울여야 하는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이며 비극적인 사고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기미레의 지적이 영향을 미쳤는지 텔레그래프는 지금까지 알려진 이번 시즌 에베레스트 사망자 8명 가운데 적어도 4명이 인파 정체 탓에 숨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미국 상업 등반회사 매디슨 마운티니어링의 개릿 매디슨은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많은 이들이 자격이 모자라고 준비가 덜 된 데다 안전한 등하산을 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매디슨은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통해 “강하고 경험이 풍부한 팀과 함께 한다며 좋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도움만 받는다면 뭔가 하나만 잘못돼도 제 궤도에 올라서는 게 무척 어렵다”고 경고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에베레스트에 2~3시간 줄, 산소통 도둑에 말리는 이와 입씨름

    에베레스트에 2~3시간 줄, 산소통 도둑에 말리는 이와 입씨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고도 8848m) 정상 부근에 400명 가까이 몰리는 날도 있고 지난 일주일 새 일곱 명이나 대기 줄에 2~3시간씩 묶여 있다가 탈진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은 놀랍기만 하다. 영국 남성 로빈 하인스 피셔(44)가 25일(이하 현지시간) 아침 일찍 정상을 밟고 하산하다 정상 아래 150m 지점에서 졸도해 의식을 잃고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고 BBC가 전했다. 그를 돕던 셰르파 가이드도 몸이 좋지 않아 더 낮은 캠프로 옮겨져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전날에도 아일랜드 남성 케빈 히네스(56)가 정상 등정을 포기하고 북쪽 티베트 쪽으로 하산하다 해발 7000m 텐트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번 주에만 인도인 넷, 네팔, 오스트리아, 미국인 한 명씩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아일랜드 남성 시머스 롤리스는 지난주 실종돼 아직까지 주검을 수색 중인데 성과가 없다. 올 봄시즌에만 벌써 네팔 히말라야 8000m 이상에서 숨진 사람만 스무 명에 이르러 정상에 도달한 이나 목숨을 잃는 이 모두 지난해 통계를 넘을 것 같다고 BBC는 전했다. 네팔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의 사진은 24일 국내에도 널리 소개됐다. 우리네 북한산 백운대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의 모습은 세계 최고봉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드러내 보인다. 재정이 부족한 네팔 정부는 일인당 1만 1000달러(약 1300만원)를 받고 등반 허가를 내주며 체력적 준비도 덜 된 아마추어 산악인들을 정상에 데려다주는 상업 등반 회사는 일인당 7000만~8000만원을 챙기고, 필생의 꿈을 이루겠다는 열망이 빚어낸 ‘웃픈(웃기도록 슬픈)’ 에베레스트 모습이다. 23일 하루에만 정상을 밟은 이가 120명이 넘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세븐 서미츠 트렉이라고 제법 이름이 알려진 회사의 밍마 셰르파 사장은 24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늘 사람으로 북적거린다”며 보통 20분에서 90분까지 줄 서서 정상에 오르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했다. 제트기류가 심하게 부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 이삼일 계속되다 날이 좋으면 한꺼번에 산에 달라붙어 대기 시간이 엄청 길어지게 된다.다른 사진 둘이다. 지난 4월 9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바로 위 쿰부 빙폭 모습이다. 여기에서도 사람들이 한 줄로 선 채 올라간다. 2012년 독일 산악인 랄프 두지모비츠가 촬영해 많은 이들이 보고 깜짝 놀란 사진도 있다. 8000m 고봉을 여섯이나 오르고 1992년에야 이 산의 정상을 밟았던 두지모비츠는 “줄을 서다 산소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하산길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1992년 하산 도중 산소가 부족해 “누군가 내 머리를 나무 망치로 두들기는 느낌을 받았다. 한치 앞도 나아갈 수 없다는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천만다행으로 체력을 회복해 무사히 내려왔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시속 15㎞의 바람을 맞으며 산소마저 없다면 해낼 수 없다. 체온마저 뺏긴다”고 덧붙였다.그토록 소중한 산소통을 슬쩍 집어가는 이도 있다. 정상을 세 차례 밟은 마야 셰르파는 “그 높이에서 산소통을 훔치는 것은 누군가에게 죽으라는 것과 같다. 정부는 셰르파들이 규칙을 지키는지 단속할 수 있도록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정상을 밟은 뒤 남편 노르부 셰르파와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안드레아 우르시나 지머먼은 체력 준비도 안 된 아마추어 산악인들의 욕심이 셰르파들의 목숨마저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노르부는 체력을 소진한 산악인이 부득불 정상까지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8600m 지점에서 말싸움을 벌였던 기억을 떠올렸다. “큰 말싸움을 했다. 당신 자신은 물론이고 두 셰르파의 목숨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똑바로 걷지도 못했다. 결국 그를 로프로 묶어 끌고 내려왔다. 베이스캠프에 돌아온 뒤에야 정말 고맙다고 하더라.”일곱 차례나 정상을 밟은 노르부는 비교적 한적한 티베트 쪽보다 남쪽 네팔 루트가 더욱 북적이는 이유로 정상을 앞두고 마지막 릿지에 고정 로프가 딱하나인데 내려오는 줄과 올라가는 줄이 오직 이 로프 하나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보기에 내려오는 이들이 더욱 위험한데 많은 이들이 올라가는 데만 신경을 써 “동기나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려오면서야 자신이 훨씬 길고 북적이는 여정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랜 세월 하산 길에서 많은 친구들을 잃었다. 사람들이 집중력을 잃어 하산 길에 많은 사고가 일어나는데 특히 오르내리며 많은 정체가 빚어지는 에베레스트에서는 더욱 그렇다. 진짜 정상은 베이스캠프에 돌아오는 것이다. 베이스캠프에 돌아와야 당신이 이룬 모든 것들을 진짜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가이드들은 체력적으로 준비돼 있으며, 등반 시간을 적절히 선택하고, 위험을 줄이며 먼 길을 가야 정상에 이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르부는 7000m급과 8000m급 봉우리를 올라 경험을 쌓으면 스스로의 몸이 고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게 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아주 일찍” 출발해 정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머먼은 티베트 쪽으로 올랐지만 며칠 동안 시간을 보내며 덜 붐빌 것으로 예상되는 날을 택일했다고 털어놓았다. “세계의 지붕에 나홀로란 심경으로, 남편과 함께 있던 순간의 기분을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는 새벽 3시 45분 정상에 이르러 기다렸다가 남편과 함께 일출을 봤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에베레스트 정상 아래 체증 묶여 죽음 맞는 산악인들

    에베레스트 정상 아래 체증 묶여 죽음 맞는 산악인들

     23일(이하 현지시간)에만 네 명이 스러지는 등 이번 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m)에서 모두 일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베레스트는 5월에나 정상 등정 허가가 내려지는데 벌써 지난해 희생자 숫자를 넘어섰다.  인도의 두 산악인 칼파나 다스(52)와 니할 바그완(27)이 정상을 밟고 돌아오다 체력이 소진돼 희생됐다. 현지 투어 조직자인 케샤브 파우델은 AF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바그완이 12시간 넘게 정상 부근에 형성된 체증에 발이 묶여 고생하다 기진맥진한 것이 죽음을 부른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65세 오스트리아 등반가도 정상을 밟은 뒤 중국 티베트쪽으로 하산하다 목숨을 잃었다. 네팔 가이드 한 명도 소중한 생을 마쳤다.사진을 보면 여기가 세계 최고봉이 맞나 싶을 것이다. 네팔 구르카 용병 출신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가 이끄는 프로젝트 파서블 탐사대가 지난 22일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는 이들이 형성한 긴 줄을 카메라에 담았다.  22일 에베레스트를 등정해 일곱 대륙 최고봉을 모두 발 아래 둔 도널드 린 캐시(55)이 해발 8770m의 힐러리 스텝에서 기나긴 체증이 풀리길 기다리다가 고산병과 저체온증이 동시에 겹쳐 의식을 잃었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고 등반 전문업체 파이오니어 어드벤처가 밝혔다고 미국 ABC뉴스와 영국 BBC가 24일 전했다.  네팔 정부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연락관인 갸넨드라 슈레스타는 그의 주검이 산에 그대로 남겨졌다며 날씨가 허락하면 24일 더 많은 시신 수습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출신 안잘리 쿨카르니도 22일 에베레스트 등정 뒤 하산하다 숨졌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일인당 1만 1000달러(약 1300만원)씩 내고 일생의 한 번뿐인 에베레스트를 오르겠다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네팔 당국은 올 봄 시즌 외국인 367명과 네팔 국적 14명에게 등반 허가를 내줬다. 스스로 체력이 안 된다며 필생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룰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다 세르파 등 네팔 스태프 400명이 따라붙어 이날 이렇게 엄청난 체증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지난주 등정 뒤 하산 도중 숨진 라비 타카르, 이달 중순 실종돼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일랜드 등반가 시머스 롤리스까지 치면 이번 시즌 에베레스트에서만 여섯 명이 숨지고, 바로 근처 로체에서 한 명이 숨졌다. 히말라야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12명이 세상을 등졌다고 슈레스타는 밝혔다.  지난해 봄 시즌에 에베레스트에서 다섯, 로체에서 한 명이 숨졌다. 올해 에베레스트 등정자 숫자는 지난해 807명을 간단히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네팔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너무 많은 등반 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경험 없는 산악인들이 상업 등반 회사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오르다 경험과 체력 부족으로 목숨을 잃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탐험가이며 방송 진행자인 벤 포글은 지난해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는데 트위터에 “등반 허가를 따내려고 런던 마라톤식 로또가 진행되더라”고 개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1주일 새 두 번이나 예베레스트에 오른 세계 최다 등정 기록 셰르파

    1주일 새 두 번이나 예베레스트에 오른 세계 최다 등정 기록 셰르파

    세게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해발 8848m) 최다 등정 기록을 보유한 네팔 셰르파가 1주일 만에 또다시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21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셰르파(등반 가이드) 카미 리타(49)는 지난 15일에 이어 이날 오전에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 22번째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며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게 된 그는 이로써 24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이 같이 ‘화려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네팔 셰르파의 삶은 대부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세계 최초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은 영국 에드먼드 힐러리로 기록하고 있지만, 그와 함께 정상에 오른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의 존재는 ‘미미’하다. 정상 등정 후 둘 중 누가 먼저 정상을 밟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힐러리와 노르게이는 “함께 올랐다”고 답했다. 사실 히말라야의 8000m급 정상 등정은 셰르파의 도움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수시로 바뀌는 기상과 인간이 적응하기에 너무 가혹한 환경에서 셰르파들의 헌신적인 역할은 정상 등반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련하고 경험 많은 셰르파의 유무에 따라 정상 등정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네팔 쿰부 지역의 타메 마을에서 태어난 리타의 가족 대부분은 산에 관한 한 대기록 보유자들이다. 아버지는 1950년 네팔이 외국 원정대에 히말라야 등반의 문을 개방한 이후 최초의 전문 가이드 중 한 명이었다. 그의 형은 에베레스트를 17번 올랐으며, 2009년에는 네팔 최초로 한 시즌에 7번 정상에 오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가족과 친척 중 남자는 적어도 한 번 이상은 8000m급 히말라야 정상을 밟았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24번이나 밟은 리타는 어린 시절 공부나 등반에 관심이 없고 수도사가 되려고 했다. 16살 때 수도원에 들어갔으나 4년 만에 집으로 되돌아온 그는 형의 권유로 1992년 베이스 캠프에서 요리사 보조 일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매년 등반대를 따라 산에 올랐다. 24살 때인 1994년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등정했고. K2와 마나슬루, 로체 등 8000m급 고봉 정상에 35번이나 올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홍성택 원정대, 로체 남벽 여섯 번째 정상 공격에, 22일쯤 등정 목표

    홍성택 원정대, 로체 남벽 여섯 번째 정상 공격에, 22일쯤 등정 목표

    홍성택(53) 대장이 이끄는 로체(해발 고도 8516m) 남벽 원정대가 18일(이하 현지시간) 정상 공격에 나섰다. 원정대의 최수진 행정대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19 로체 남벽 원정대가 인간이 한 번도 발을 딛지 못한 네팔 히말라야 로체 남벽 정상 공격에 나선다고 밝혔다. 홍 대장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로체의 남벽 등정에 도전하는 것은 벌써 여섯 번째다. 1999년, 2007년, 2014년, 2015년, 2017년까지 모두 다섯 차례 아쉬움을 삼켰다. 특히 2년 전에는 8300m 지점까지 이르러 정상 앞 200여m를 남기고 아쉽게 돌아섰다. 원정대는 지난 3월 네팔에 입국, 지난달 10일부터 등반에 나서 8200m 지점까지 루트를 개척해 캠프 5를 구축한 뒤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정상 공격에 가장 적정한 날씨를 기다려 이날부터 다시 정상 공격 여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원정대는 18일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캠프2, 4, 5를 거쳐 정상 부근의 제트 기류가 티벳쪽으로 밀려나는 22일 정상 도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캠프4 에서 정상까지의 길은 누구도 오르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이다. 홍성택 대장과 호르헤 에고체아가(스페인) 대원이 선등을 서고, 성낙종 대원, 허징(중국) 대원, 우타 이브라히미(코보소) 대원, 가브리엘 모란트(콜롬비아) 대원이 그 뒤를 따를 예정이다. 보통 단일 국적으로 꾸미는 히말라야 원정대 관행을 깨고 다국적 원정대를 꾸린 것도 눈길을 끈다.높이가 무려 3300m에 이르는 로체 남벽은 지금까지 내노라하는 유명 산악인들이 도전했지만 한 번도 인간의 발자국을 받아들인 적이 없다. 산악계의 큰 인물 라인홀트 메스너(이탈리아)는 두 차례 실패한 뒤 “이 산은 21세기의 산”이라며 발걸음을 돌린 일로 유명하다. 폴란드의 산악 영웅 예지 쿠쿠츠카는 이 벽에 도전하다 운명을 달리 했다. 1990년 옛 체코슬로바키아 산악인 토모 체젠이 단독 완등을 주장했으나 거짓으로 판명됐고, 같은 해 10월 러시아 팀이 등정했다고 주장했으나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따라서 로체 남벽을 누가 처음 등정하느냐는 세계 산악계의 관심사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공식 탐험가 홍성택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는 지난달 내내 예년과 달리 많은 눈이 내려 고생을 했고, 이달 초에는 태풍 판티(Fanti)의 영향을 받는 등 하이 캠프 구축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열악한 날씨에도 홍성택 대장과 다국적 대원들은 지난달 26일 7200m에 위치한 캠프2, 지난 3일에는 캠프3를 구축, 지난 13일에는 캠프4를 구축해 정상 공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원정은 텔로미어 연장 기술 특허를 바탕으로 생명연장과 노화방지에 도전하는 디파이타임 홀딩스(대표 조나단 그린우드)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모든 과정을 촬영해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영할 계획이며, 중국 영화 제작진이 극장용 다큐멘터리 작품을 계획하고 있다. 홍성택 대장은 “완전한 성공이란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정상에 갔다 내려오는 것이다. 정상을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안전하게 등반하는지에 중요성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와 원정대가 흠결 없는 인류 최초 완등에 성공하고 무사히 하산하길 기원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인사] 교육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 김지연 △기획조정실 강정훈 △휴직 최미선
  • 정부의 새 시도 ‘양성평등 전담 부서’… 전문인력이 성패 가른다

    정부의 새 시도 ‘양성평등 전담 부서’… 전문인력이 성패 가른다

    성차별 등 지속적 개선 체계 구축 기대 현장 실태 조사·제도 모니터링 등 역할 “내부 승진용 자리라고 생각하면 안 돼 성평등 정책 전문가가 부서 장 맡아야”이르면 이달부터 정부 주요 부처에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신설된다. 양성평등 관점에서 정부 정책과 제도가 특정 성(性)에 편향적이거나 시대착오적이지 않은지를 감독할 전담 실무기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각 영역의 성차별·성폭력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대검찰청, 경찰청, 국방부 등 8개 기관에 양성평등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직제안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각 부처가 양성평등부서를 제대로 운영한다면 정책과 제도 전반에 깊게 뿌리내린 성차별 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 새로운 시도가 정책과 연관된 사회 각 분야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성평등부서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예를 들어 교육부의 양성평등부서는 ‘스쿨 미투’(학내 성폭력 고발)로 불거진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현장 점검과 예방 교육을 한다. 소관 분야의 성희롱·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도 수립하고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양성평등과 성희롱·성폭력 관련 대내외 협의와 총괄 조정 업무도 맡는다. 아울러 정책 분야에서는 부서 내 양성평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부처가 생산하는 정책과 제도에 성차별적 요소가 없는지 모니터링하며 제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부처의 모든 정책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양성평등부서는 정책 총괄 기능을 하는 기획조정실 산하에 개설된다. 여가부는 8개 부처의 양성평등부서를 모아 상설협의체를 꾸릴 계획이다. ●여가부 “미투 때 임기응변… 전문가 필요해” 여가부 고위 관계자는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해 잘 아는 공무원이 없다 보니 각 부처 소관 분야에서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발생하고 여기저기에서 미투가 터졌을 때 그야말로 임기응변하는 모습만 보였다”며 “범부처 차원에서 전문 인력이 이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성평등부서의 성패는 얼마나 전문성 있는 인력이 부서의 장을 맡느냐에 달렸다. 성평등 정책 전문가가 아닌 내부 공무원이 부서장을 맡는다면 부서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초 먼저 ‘성평등정책담당관실’을 신설한 경찰청은 공개모집을 통해 외부 전문가를 담당관으로 임명했다. 이 담당관은 경찰 분야의 정책 전반에 성평등 관점을 적용할 수 있는 기본계획을 만들고 모든 지방청에도 성평등 추진 체계를 구축해 나가면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경찰청의 경우 성평등정책담당과의 검토 대상이 아닌 보고서도 청장이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과에 반드시 성평등정책담당과의 검토를 받아오라고 지시한다”며 “청장 의지가 확고하다 보니 중요 정책에 성평등 정책이 반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단순히 부서 하나를 신설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장차관이 양성평등 부서장 임명부터 운영 과정까지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복지부·문화부·법무부·고용부 등 공개 공모 서울신문이 조사한 결과 공개 공모로 양성평등 부서장을 뽑기로 한 부처는 복지부, 문화부, 법무부, 고용부 등이다. 교육부는 내부 공무원을 임명할지, 공개모집을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직제안 국무회의 의결에 앞서 먼저 양성평등담당관을 신설한 대검찰청은 부서장에 검사를 임명했고, 국방부도 대령이 과장을 맡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 부서장 임기 종료 후 새 과장 모집 방식을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부처가 처음부터 공개모집으로 방향을 정했던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지난해에 이미 대외 공모 방식으로 부서장을 뽑겠다고 밝혔으나 다른 부처들은 마지막까지 부서장 임명 방식을 놓고 내부 승진과 외부 인사를 저울질했다. 정부 관계자는 “양성평등 전담 부서는 공무원들이 내부 승진하라고 만든 자리가 아닌데, 큰 부처는 과장을 달지 못한 서기관들이 수두룩하다 보니 이런 자리가 생기면 외부에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직제 협의를 할 때 행정안전부가 이 자리를 인사 적체 해소용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는 지적까지 했다”고 말했다. 업무 특성상 내부 인사는 조직 감시와 정책 관리자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1~2년 주기로 담당자가 바뀌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기도 어렵다. 만약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폐지론이 고개를 들 수도 있다. 김대중 정부 때도 6개 부처에 여성정책담당관을 설치했지만 무용론이 불거져 폐지됐다. ●복지부 “전문가 와야 부처 내 문제·개선 가능” 가장 먼저 부서장 공개모집 의사를 밝힌 복지부는 “양성평등 전문가가 와야 부처 내의 양성평등 문제와 개선할 점을 잘 볼 수 있고, 그것이 양성평등 전담 부서를 만든 취지에도 맞는다”면서 “공모를 하면 부서장을 선발할 때까지 두 달여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를 감수하더라도 외부 전문가를 모시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양성평등 전담 부서 신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애초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신설을 약속했지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보다 각 부처에 전담 부서를 둬 실정에 맞게 현장 맞춤형으로 운영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계획을 변경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군대가 오히려 성인지 정책·성폭력 경계 더 정확히 알아”

    “군대가 오히려 성인지 정책·성폭력 경계 더 정확히 알아”

    軍 시각보다 ‘국민 눈높이’서 정책 추진 육아시간 활용男 73% 일·가정 양립 효과 상담 환경·여군에 대한 고정관념 변해야최근 군에서도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 개선 요구가 높아지면서 국방부는 양성평등정책 강화와 군 내부의 성차별 근절 등을 위해 각 군에 설치된 양성평등센터에 민간인을 센터장으로 위촉하며 객관적 시각의 정책 마련을 꾀하고 있다. 이갑숙(53) 공군 양성평등센터장은 지난 1월 최초로 민간 출신으로 센터장에 임용됐다. 군인이 맡았던 센터장을 민간인으로 임용한 것은 성평등 정책에 대해 군의 시각보다는 양성평등 관점에서 처리해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정책을 추진한다는 배경이다. 이 센터장은 과거 지방자치단체 성평등정책보좌관 등으로 활동하며 민간의 시각으로 군 내의 성 관련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그는 29일 “민간 조직에 있었을 때는 군이 철저한 계급사회이기 때문에 성평등 인식이 민간보다 상당히 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막상 군에 들어와 보니 오히려 군대가 성인지 정책과 성폭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계선을 민간보다 더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성평등센터는 크게는 성인지 교육사업,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사후관리 등의 업무를 관장하지만 작게는 일·가정 양립 지원과 여성인력 및 여성 편의시설 확충 등 세밀한 정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 공군에서 만 5세 미만의 자녀를 두어 하루 2시간 육아시간을 활용하는 군인과 군무원 중 여성이 26.7%, 남성이 73.3%로 남성이 2.7배 더 높게 나타나는 등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 등에 대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위급 지휘관의 부하 여군에 대한 성폭력 사건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피의자가 진급이나 장기선발 등 인사권을 가진 경우 피해자나 목격자가 성폭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 많은 제한점이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센터장은 “장병들이 마음 놓고 상담하고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제도적 장치를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고위직 가해자에 대한 더욱 엄격한 처벌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능력있는 여군의 진출 기회 보장에도 선입견 등 인식의 전환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현재 전체 공군 간부 중 여군 비중은 약 7%로 공군은 여군 비율을 2022년까지 9.3%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센터장은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싶은 여성이 정말 많지만 진입의 벽은 너무 높다”며 “여군이 확대되면 전투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더 많은 여성들이 군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김균미 칼럼] 양성평등 전담 부서의 성공 조건

    [김균미 칼럼] 양성평등 전담 부서의 성공 조건

    “아빠, 꼭 남자가 돈 벌어야 돼? 난 그냥 ‘취가’(취업 대신 장가) 할래” “20대 남성, ‘남성은 강하고 성공해야 한다´ 동의 안 해” “20대 남성 72%, 남자만 군대 가는 징병제는 성차별” 지난 1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개원 36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발표된 ‘변화하는 남성성과 성차별’ 연구보고서를 다룬 언론들의 기사 제목이다. 50대 아버지와는 생판 다른 20대 아들의 생각을 주제목으로 달았다. 연구원이 우려했던 ‘젠더 갈등’을 ‘부각’시킨 제목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연구원은 세미나 당일까지도 연구보고서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았다. 행여 특정 항목만 뽑아 남녀, 특히 20대 남녀 갈등과 반페미니즘적 정서를 과도하게 다룰까 부담을 느낀 것 같았다. 지난해 12월부터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고 올 들어 여성가족부가 제작해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와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을 둘러싸고 잇따라 논란이 일면서 신중해진 여가부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여러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성평등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높다. 하지만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해 물으면 세대별로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여성정책연구원의 남성성에 대한 이번 조사는 저간의 사회 인식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특히 20대 남성의 50.5%가 적대적 성차별 및 반페미니즘 성향을 보였다. 동시에 모든 연령대 중에서 비전통적 남성성이 38.5%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도 20대였다. 상반된 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는 20대 남성에게 우려와 기대를 함께 갖게 되는 이유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도 일반적이지 않은 한국 20대의 성평등 인식에 주목했다.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27개 국가 3만 13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다양성과 성평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20대의 성평등에 대한 지지도가 50대 이상보다 낮았다. 다른 국가들은 20대의 성평등 지지도가 50대 이상보다 10~22% 포인트 높은데, 특이하게 한국만 9% 포인트 낮다고 지적했다.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한국 20대 남녀에서 젠더 담론이 양극화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 간극을 좁히고, 성평등 공감 수준을 전격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남녀가 관련된 사건·사고가 터지거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과 언론이 너무나도 쉽게 ‘젠더 갈등’ 프레임을 들고나와 극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20대 남녀를 표로만 의식해 갈등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경제학자 우석훈이 ‘88만원 세대: 절망의 세대를 쓰는 희망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낸 게 2007년. 10년 넘게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외쳤지만 시큰둥하다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국회와 정부에서 대책 마련에 나선 걸 곱지 않게 보는 배경이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과거 10년 보수 정부와 다르다는 걸 말이 아닌 제도로 보여 줄 수 있다. 양성평등 전담 부서의 신설이다. 제대로만 한다면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여가부는 오는 30일 국무회의에 8개 부처에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신설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다음달 7일 7~8명 규모의 전담 부서가 생긴다. 부서 명칭을 놓고 이견을 조정하느라 계획보다 한 달가량 늦어졌다. 여하튼 지난해 전담 부서를 신설한 경찰청과 대검찰청에 이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법무부에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생긴다. 국방부는 여성가족과를 양성평등과로 확대, 개편한다.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부서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 여가부는 4급인 담당관에 외부 전문가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현재까지 복지부만 개방형 직위로 명시했고 다른 부서들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참에 새로 생긴 과장 자리에 내부 인사를 보내 인사 적체를 해소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그 안이한 생각을 접길 바란다. 경험과 사명감을 가진 전문가에게 맡기고 장관은 담당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각급 회의에서 여가부가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부서로 눈총을 받고, ‘성평등’ ‘여성친화적’이라는 단어조차 꺼내기 불편한 분위기는 대통령이 나서 잡아 줘야 한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촉망받던 산악인 셋, 캐나다 밴프 산사태 실종 닷새 만에 주검으로

    촉망받던 산악인 셋, 캐나다 밴프 산사태 실종 닷새 만에 주검으로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로키의 밴프 국립공원에서 일어난 산사태로 실종됐던 전문 산악인 셋이 21일 숨진 채 발견됐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데이비드 라마(28)와 한스요르그 아우어(35·이상 오스트리아), 제스 로스켈리(36·미국)는 하우즈 피크의 동사면(이스트 페이스)를 등반하려 했지만 산사태에 휩쓸렸다. 숨졌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악천후 탓에 주검조차 수습하지 못하다 이날에야 겨우 수습됐다. 캐나다 당국은 공중에서 접근하던 구조대가 이들의 주검이 발견된 곳에 “여러 차례 산사태가 일어난 흔적”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숨진 이들은 글로벌 의류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후원을 받아 조직된 ‘글로벌 애슬레트’ 팀의 일원이었다. 이들은 전에 딱 한 번 등정에 성공했던 ‘M16’이란 루트를 택해 오르고 있었으며 모두 등반계에서 촉망받던 산악인들이었다. 라마는 파타고니아 남쪽 세로토레의 콤프레서 루트를 처음으로 자유 등반했던 듀오 가운데 한 명이었으며, 아우어는 최근 파키스탄 카라코람의 룹가르 사르 서봉(해발 고도 7181m)을 단독 등반하는 데 성공했다. 2003년 로스켈리는 스무살 나이에 에베레스트를 올라 미국인 최연소 등정 기록을 작성했으며 아버지 존 역시 1970년대 하우즈 피크를 다른 루트로 발 아래 뒀던 산악인이다.안타깝게도 로스켈리는 지난주 현지 일간 스포크스맨-리뷰와의 인터뷰를 통해 “적당한 여건을 만나지 못하면 한 순간에 악몽으로 바뀔 수 있는 그런 루트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마치 비명에 스러질 것을 예감하고 있었던 듯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이영실 서울시의원 “성평등 노동환경을 위해 항상 함께 할 것”

    이영실 서울시의원 “성평등 노동환경을 위해 항상 함께 할 것”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영실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1)은 지난 11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주관하고 좌장을 맡았다. 이날 토론회는 김혜련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의 인사말과 장인홍 교육위원회 위원장, 문미란 여성가족정책실 실장의 축사가 이어졌으며, 박귀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의 발제와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변현석 서울투자출연노동조합협의회 사무처장,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부회장, 이광재 서울시 성평등노동팀장의 토론이 있었다. 토론회를 주관한 이영실 의원은 “기존 성별임금격차 개선 관련 법·제도는 있으나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과 그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말하며 “이에 성평등한 일자리 정책 추진의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적인 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오늘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참고하고자 이 자리를 만들었다.”며 토론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발제를 맡은 박귀천 교수는 법·제도에서 평등 임금을 말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러한 문제를 반영해 서울시가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조례를 만들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연구위원은 서울시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에 대해 참고할 만한 캐나다, 영국, 독일 등 해외 각국의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설명하며 서울시가 지향해야 하는 바에 대해 토론했다. 전기택 연구위원은 서울시 성평등 임금공시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안하며, 서울시의 선도적인 노력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변현석 사무처장은 성평등 임금공시제도의 세부적인 항목까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며, 민간부문까지 확산시킬 수 있는 사회적 운동의 병행과 성별의 역할을 강요하는 비계량적 요소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현숙 부회장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노동정책, 성평등정책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나비효과를 불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팀장은 성평등임금공시제는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되며 성별임금격차개선 추진을 선도해 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이 의원은 “이번 개정조례안은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성평등임금공시제, 성평등 노동정책 시행계획 수립,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 차별조사관 등을 신설하여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의미 있는 의견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조례안에 반영하여 서울시의 성별 임금격차해소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정치인들이 제일 처음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은 지양해야한다.”며 “처음으로 시작하는 성평등 정책인 만큼 어려움과 진통이 많을 것이 예상되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항상 함께할 것이며 성평등한 서울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성평등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포부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에베레스트의 관문 루클라 공항에 참사 끊이지 않는 이유

    에베레스트의 관문 루클라 공항에 참사 끊이지 않는 이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에서 또 참사가 빚어졌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루클라 마을의 힐러리-텐징 공항에서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경비행기가 착륙한 뒤 헬리콥터와 충돌해 셋이 목숨을 잃고 셋이 다쳤다. 위험하기로 악명 높은 공항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트레킹을 하려 해도 반드시 에베레스트 초등자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세르파 텐징 노르가이의 이름을 딴 이 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수도 카트만두 공항에서 에베레스트 등정이나 트레킹의 기점까지 가는 방법은 셋 정도가 된다. 일본인들은 일본인이 운영하는 에베레스트 뷰 호텔 위쪽까지 헬리콥터로 이동한다. 두 번째로 루클라까지 보통 14명 정도 타는 경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고, 마지막으로 지리 공항까지 보통 70명쯤 타는 중형 비행기를 타고 지리까지 이동한 뒤 루클라까지 캐러밴을 운영하는 방법인데 일주일쯤 시간과 비용이 더 드는 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산악인들과 트레커들, 현지인들이 눈물을 머금고 루클라까지 가는 조그만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기자는 2008년 10월 EBC를 다녀오며 이곳 공항을 이용했다. 아찔한 경험이었다. 카트만두를 출발하면서부터 동체가 심하게 요동쳤다. 건너편 독일인 청년은 2리터 물병을 들고 탔다. 내릴 때 보니 거의 비워져 있었고 얼굴이 백짓장이었다. 키가 190㎝는 될 것 같은데도 그랬다. 뒷좌석에서도 기장과 부기장이말다툼을 하는 것이 보였다. 기기 정보를 담은 책자를 서로의 무릎팍에 던지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런 판국에 루클라 공항이 가까워졌다. 해발 고도 2845m. 활주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데 짧아도 정말 너무 짧았다. 나중에 물으니 250m 밖에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비행기는 활주로보다 훨씬 아래 고도의 계곡 밑으로 내려간 뒤 동체를 끌어올려 활주로 위에 올라 앉았다. 보통의 착륙 방법과 정반대다.짧은 활주로 위에서 격하게 브레이크를 걸어 보잘것 없는 담벼락이 눈앞에 닥치자 급히 기수를 오른쪽으로 꺾으니 계류장이 나왔다. 활주로는 30도 각도로 기울어지게 만들어져 오르막을 내달리며 속도를 줄이게 만들어졌다. 물론 떠날 때는 정반대다. 시동을 걸고 계곡 아래로 곤두박질치다 갑자기 양력을 이용해 동체를 솟구쳐야 한다. 이륙하거나 착륙하거나 모두들 낯빛이 파리해지게 마련이다. 거의 모두의 표정이 죽다가 살아난 표정이었다. 독일 청년은 욕지기가 올라오는 것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기자가 트레킹을 거의 마무리할 즈음, 우연히 만난 한국 분이 “혹시 그 참사 순간을 목격하셨나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영문을 몰라 했더니 우리 일행이 착륙한 다음날에 “독일인 등을 태운 비행기가 착륙을 위해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가 양력을 얻지 못해 그대로 계곡에 추락, 몰살했다”고 전했다. 활주로 밑 벼랑 높이는 무려 700m나 된다고 영국 BBC는 14일 전했다. 가이드에게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것이었다. 순간 화가 나 목소리가 커졌다. “그걸 왜 말하지 않았느냐. 집에서들 얼마나 걱정하겠느냐”고 따졌더니 “얘기하면 뭐가 달라지는데요?”라고 되물어 할 말을 잊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이번 사고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날씨도 좋아 운항이 재개된 시점이었다. 두 경찰관은 헬리콥터 옆에 서 있다가 변을 당했다. 방송은 에베레스트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 항공 수요가 폭증한 것을 지적했다. 앞의 2008년 참사 때 독일인 12명 등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2년 전부터 지금까지 두 기장이 비슷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베테랑 조종사들만이 루클라에 착륙하도록 허가를 받는다. 이렇게 짧은 활주로에 100회 이상 이착륙 경험이 있어야 하며 네팔에서 일년에 한 번 이상 비슷한 조건에서 이착륙을 해본 사람만 가능하다. 하지만 네팔은 항공 안전이 형편 없다. 지난 2월 헬리콥터 추락으로 라빈드라 아드히카리 문화관광민간항공부 장관 등 일곱 명이 숨졌다. 세계 최고봉을 찾기 위해선 너무 값비싼 것들을 감수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모든 네팔 여객기들의 영공 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잊지 말아야 할 여성 15인 1] ‘호랑이 소녀’와 ‘미친 마벨’

    [잊지 말아야 할 여성 15인 1] ‘호랑이 소녀’와 ‘미친 마벨’

    세계 여성 역사의 달이 저물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15명의 여성을 돌아봐 눈길을 끈다. 신문은 기록된 역사 가운데 0.5%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여성들의 역사라고 연구자들이 보고 있다며 학교에서조차 들어본 적 없는 15명의 삶과 유산을 통해 이들이 사회에 남긴 족적을 따라가보자고 권하고 있다.모험가 마벨 스타크 “호랑이 소녀”와 “미친 마벨”로 통했던 그는 20세기 초 남성들이 지배했던 동물 조련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조련사였다. 거의 팔순 가까이까지 호랑이들과 함께 공연했는데 키 153㎝에 45㎏의 몸에 물린 뒤 꿰맨 것이 700바늘이 넘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호랑이들을 탓하지 않았다. 모험가 베시 스프링필드 “마이애미의 모터사이클 여왕”으로 불렸던 그는 1940년대 미국 육군의 전령으로 복무했는데 당시만 해도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은 “숙녀답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뭇 여성들이 집안일로 돌아갔을 때 그는 플로리다의 야자수 거리를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다니며 포효했고 오프로드를 달리거나 축제 스턴트 묘기를 펼치곤 했다. 오늘날 수백 명의 여성들이 그를 기리며 연례 크로스컨트리 대회를 열곤 한다.운동선수 재키 미첼 열일곱 살이던 1931년 뉴욕 양키스의 시범경기를 보러 갔다가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의 플레이에 반했는데 같은 해 양키스와 계약을 맺은 유일한 여자선수다. 오늘까지도 진위를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 당시 커미셔너가 계약을 없던 일로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미 소녀 프로야구연맹이 만들어진 것은 그로부터 9년 뒤였다. 운동선수 미키 고먼 다섯 차례의 좌절 끝에 1975년 뉴욕시티 마라톤에 그가 처음 참가 신청을 했을 때 미치코 미키 고먼은 전혀 우승 후보 감이 아니었다. 엘리트 선수라 해도 이미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마흔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같은 해에 딸까지 낳은 터였다. 그 해 2위를 차지한 다음 이듬해와 그 다음해 대회 연패에 성공했다. 산악인 앨리슨 하그레이브스 1995년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세르파 도움 없이 단독으로 올랐다. 세계 최고봉을 발 아래 둔 뒤 아들 톰과 딸 케이트에게 무전기로 전화를 걸어 “사랑하는 아이들아, 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있단다. 그리고 너희들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다. 영국이 들썩거렸지만 기쁨도 잠시, 몇달 뒤 파키스탄 K2 등정 후 하산하다 조난해 운명했다. 그리고 지난달 아들 톰마저 어머니가 스러진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낭가파르밧에서 역시 조난해 어머니를 뒤따랐다. 팝스타 글래디스 벤틀리 높은 모자와 턱시도 정장을 늘 갖춰 입었던 그는 젠더 통합을 노래하는 블루스 히트곡들과 히트곡들을 익살맞게 패러디해 1920년대 뉴욕 할렘 문화를 선도했다. 1930년대 초 레즈비언 가운데 가장 유명했고 흑인 엔터테이너 가운데 가장 성공한 이가 됐다.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껴안는 데도 앞장섰다.메이크업 아티스트 밀리센트 패트릭 1952년에 유니버설 영화사에 기용돼 영화 ‘검은 석호의 괴물’의 분장을 맡게 됐는데 그는 ‘길 맨’이란 이 괴생명체가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했다.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하자 상급자는 그를 해고하고 크레딧에서도 그의 이름을 빼고 자기 이름을 집어넣었다. 그의 작업은 몇십 년 동안 호러와 공상과학 영화 감독들에게 영감을 선사했고, 최근에는 2017년 아카데미 수상작인 ‘셰이프 오브 워터’에도 영향을 미쳤다.오페라 가수 마리안 앤더슨 195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좌에서 흑인으로는 처음 무대에 올랐다.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지만 이미 목소리가 최절정이었을 때를 넘긴 쉰일곱 살 때였다. 당시 NYT 논평은 기립박수가 터져나왔고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눈을 의심했다”고 적었다. 그는 내처 2년 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 무대에도 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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