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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고로 착착 쌓아올린 대한의 보물들

    레고로 착착 쌓아올린 대한의 보물들

    ‘종묘제례악’유희무인 포구락신라 용 기와 재현“향토색 짙은 농악정조 화성행궁 행차 계획가장 한국적 작업 할 것” 집에 한두 개쯤은 쉽게 굴러다니는 레고 조각. 단순명료한 형태와 색, 규격화된 패턴에서 ‘무한한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이가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1호이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제례악’을 레고로 처음 구현한 레고 아티스트 콜린 진(49)이다. 최근 서울 중구 소공로 모리함에서 진행되고 있는 그의 첫 개인전 ‘콜린 진의 역사적인 레고’를 찾으면 여기저기서 관람객의 탄성이 들려온다.종묘제례악, 고려사에 기록돼 조선까지 이어진 유희무인 포구락, 소리꾼과 고수, 학춤, 신라시대 유물인 용 얼굴 무늬 기와, 호족반과 책상반 등 우리 전통문화와 유물 그리고 그 안에 어우러진 사람의 이야기를 레고로 되살렸기 때문이다. 작업에만 18개월이 걸린 종묘제례악은 국립국악원 자료를 샅샅이 찾아 문무·무무의 일무들, 악사들의 의복과 행사에 등장하는 14가지 악기를 세세히 빚어냈다. 악기를 연주하는 손동작 하나하나도 직접 작가가 자세를 취해 보며 완성한 결과물이다. 분명 흔하게 보는 레고 조각으로 쌓아 올린 것들인데 은은한 조명으로 비춘 작품에선 옛 복식의 곡선미와 색감, 종묘제례악의 장중하고 경건한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박영택 미술평론가(경기대 교수)가 “문화유산의 단순한 모방이나 복제가 아니라 그것들이 지닌 빼어난 미의식의 재현에 대한 의욕이 얹혀 있다”고 평한 이유다. 작가가 태어나던 해 장난감회사(한립토이스)를 세운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갖가지 장난감을 갖고 노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25살 때부터 자신만의 설계도로 레고 작품을 만든 것이 300여점 이상 쌓이며 이번 전시 2~3층을 채웠다. 그가 한국 문화를 작품 소재로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12년 네덜란드 황태자 부부가 방한했을 때 레고에서 출시한 ‘숭례문’을 보고 나서였다.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재현하지 못한 디자인에 실망한 데다 그마저도 금방 단종되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는 그는 “세계 랜드마크 제품만 해도 아시아 시장인 중국, 일본은 있지만 한국은 없어 우리의 보물들을 레고로 만들어 보여 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형화된 레고 조각에서 ‘표현의 한계’를 느끼진 않을까. 그는 “제한된 것에 생각과 의식을 불어넣고 작품이 만들어질 때 희열을 느낀다”며 “정해진 형태와 색상 안에서 구현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게 나의 창작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앞으로도 그는 인간의 역사와 진화를 가장 한국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담는 작업을 이어 갈 예정이다. 벌써 전국 팔도 각 지역의 향토성을 품은 농악을 구현하고 레고로 지어진 배흘림기둥의 한옥에 1700여명으로 이뤄진 정조의 화성행궁 행차를 선보일 계획을 품고 있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장난감인 레고로 만든 ‘한국의 보물’들이 주는 흥분이 앞으로도 아이들이 우리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찾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제 작품이 ‘우리 것’에 대한 공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자연스러운 매개체이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되면 좋겠어요.”
  • 한국 선수단 감싼 ‘오스만투스 꽃다발’…개막식으로 펼쳐진 아시안패러게임의 새 페이지

    한국 선수단 감싼 ‘오스만투스 꽃다발’…개막식으로 펼쳐진 아시안패러게임의 새 페이지

    오스만투스 꽃다발 22개로 이어진 거대한 고리가 경기장에 들어서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을 감쌌다. 맨 앞에 나란히 선 태권도 주정훈(29·SK에코플랜트)과 골볼 김희진(29·서울시장애인체육회)은 관중들의 환대와 함께 아시안패러게임의 새로운 페이지를 넘겼다. 2022 항저우아시안패러게임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장애가 있는 어린이 2명과 없는 어린이 2명이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눈을 가린 어린이 한 명은 손을 뻗어 허공을 더듬었고, 오스만투스 꽃다발은 그 주변을 둘러쌌다. 선수단이 입장을 마친 뒤엔 휠체어 무용수 36명과 비장애인 무용수 36명이 열을 맞춰 무대 위에 올랐다. 음악에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몸동작을 선보였다. 안무를 펼치는 동안 그들 사이에 경계와 구분은 서서히 사라졌다. 22일 연꽃을 형상화한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의 주제는 ‘마음이 만나 꿈이 빛난다’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참여하는 공연을 통해 아시안패러게임의 취지를 되새겼으며 하나의 감각으로 선수들과 관중들이 모두 단결할 수 있도록 오스만투스 꽃의 살구 향을 경기장에 퍼트렸다.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마지막 중국까지 44개국의 5121명(선수 3020명, 임원 2101명)이 차례로 입장했다. 각 국기가 펄럭일 때마다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고, 선수들은 손을 들어 화답했다. 15번째로 등장한 한국 국가대표 159명의 선수단(선수 71명·경기 임원 88명)은 단복과 붉은 넥타이를 입고 경기장을 가로지르면서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여자 골볼 대표팀 주장 김희진은 “기수를 맡아 영광스럽다. 이번이 세 번째 출전인데 설레고 각오가 남다르다”고 말했고, 첫 정식종목인 태권도의 초대 정상 자리를 노리는 주정훈도 “부담스러운 자리라 많이 떨리지만 한국을 대표해서 멋지게 걷겠다”고 전했다. 샤 사오란 개막식 총감독은 지난 19일 의도했다고 말한 “따뜻한 햇살처럼 조화롭고 끈기 있는 정신”을 출연자들의 인사를 통해 경기장 곳곳에 전달하는 것으로 그 마지막을 장식했다.
  • ‘공룡군단’ NC, 대타 김성욱 ‘투런포’ 앞세워 준PO 1차전 승리…빛바랜 SSG 엘리아스의 불꽃투

    ‘공룡군단’ NC, 대타 김성욱 ‘투런포’ 앞세워 준PO 1차전 승리…빛바랜 SSG 엘리아스의 불꽃투

    ‘공룡군단’ NC 다이노스가 대타 작전 성공으로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 SSG 랜더스를 물리쳤다. NC는 22일 2만 2500명의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찬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8회에 터진 대타 김성욱의 선제 결승 2점 홈런을 앞세워 4-3으로 SSG를 꺾었다.사흘 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14-9로 격파하고 준PO에 오른 NC의 가을 야구 2연승. 지난해까지 5전 3승제로 치러진 준PO에서 1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71%(14번 중 10번)다. 7회까지는 치열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SSG의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는 7회까지 NC 타선을 꽁꽁 묶었다. 4회 1사 후 박민우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10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또 8회 NC 서호철에게 내야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11타자 연속 범타로 막아냈다.NC 선발 신민혁 또한 포스트시즌 데뷔 무대에서 5와 3분의2이닝 무실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엘리아스와 달리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기도 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며 잘 막아냈다.승부의 균형은 8회 초 NC의 공격 때 깨졌다. NC 선두 타자 서호철이 유격수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진 김형준의 보내기 번트 때 서호철이 2루에서 잡혀 찬스를 날렸지만, 강인권 NC 감독이 꺼내든 대타 카드가 적중했다. 오영수 대신 타석에 들어선 김성욱이 엘리아스의 초구 체인지업을 퍼 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쳤다. 김원형 SSG 감독도 공수교대 후 대타 카드로 맞불을 놨다. NC 세 번째 구원 투수인 우완 류진욱을 겨냥해 내세운 추신수가 우전 안타로 추격의 포문을 열었다. 오태곤의 대타로 등장한 최주환이 깨끗한 중전 안타를 쳤고, SSG는 박성한의 보내기 번트로 1사 2, 3루 동점 기회로 이었다. 그러나 최정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격하는데 그쳤다. 위기에서 벗어난 NC는 9회 초 선두 박민우의 우전 안타와 희생 번트, 그리고 박민우의 기습적인 3루 도루로 잡은 1사 3루에서 마틴의 우전 적시타로 1점을 보탰다. 마틴은 도루 뒤 서호철의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아 4-1을 만들었다. SSG는 9회 말 NC의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한유섬의 우전 안타, 하재훈의 좌월 2점 홈런으로 3-4로 따라붙었지만, 대타 김강민이 삼진으로 돌아서며 1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 겨울점퍼 등장한 명동 [서울포토]

    겨울점퍼 등장한 명동 [서울포토]

    전국적으로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진 22일 오전 서울 명동을 찾은 어린이가 엄마와 장난을 치고 있다.
  • ‘미우새’ 김희철 “저 장가갑니다”.. 결혼 발표에 母 눈물

    ‘미우새’ 김희철 “저 장가갑니다”.. 결혼 발표에 母 눈물

    그룹 슈퍼주니어 김희철이 어머니도 몰랐던 결혼식을 진행한다. 22일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김희철의 미스터리 결혼식 현장이 공개된다. 최근 진행된 녹화에서 김희철은 의문의 결혼식을 하겠다고 선언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신랑은 검정 턱시도를 입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밝히며 새빨간 턱시도를 입고 등장해 스튜디오를 술렁이게 했다. 뜬금없는 결혼식 발표에 “희철이 어떻게 된 거야?”, “장가가는 거야?”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어머니들 사이에서 희철 母는 “무슨 일을 벌이는 거냐?”면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희철의 결혼식에 초대받은 MC 탁재훈, 김종국, 허경환, 최진혁은 새빨간 신랑·신부 입장 통로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신부, 어딘가 이상한 결혼식 현장을 보고 궁금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의 주인공 김희철의 등장과 함께 미스터리 결혼식의 정체가 공개되자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희철 모친은 “쟤 진짜 미쳤다”며 눈물까지 흘렸는데, 과연 희철이 꾸민 이상야릇한 결혼식은 무엇일지 궁금증이 고조된다. 한편 결혼식에 참석한 최진혁은 “과거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깜짝 고백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놀라움도 잠시, 최진혁의 충격적인 이별 이야기가 밝혀졌다. 사랑했던 그녀가 1년 넘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 충격적인 사건을 고백한 최진혁의 사연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희철의 미스터리 결혼식 정체와 최초 공개되는 진혁의 가슴 아픈 이별 이야기는 22일 오후 9시 5분, ‘미운 우리 새끼’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결혼 생각했는데”…배우 최진혁 前여친, 1년 넘게 양다리 걸쳤다

    “결혼 생각했는데”…배우 최진혁 前여친, 1년 넘게 양다리 걸쳤다

    배우 최진혁이 가슴 아픈 이별의 기억을 고백했다. 최근 진행된 SBS ‘미운 우리 새끼’ 녹화에서 김희철은 의문의 결혼식을 하겠다고 선언해 출연진을 놀라게 했다. 김희철은 “신랑은 검정 턱시도를 입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밝히며 새빨간 턱시도를 입고 등장해 스튜디오를 술렁이게 했다. 뜬금없는 결혼식 발표에 어머니들은 “희철이 어떻게 된 거야?”, “장가가는 거야?”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김희철 모친은 무슨 일을 벌이는 거냐”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희철의 결혼식에 초대받은 탁재훈, 김종국, 허경환, 최진혁은 새빨간 버진 로드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신부, 어딘가 미스터리한 결혼식 현장을 보고 궁금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의 주인공 김희철의 등장과 함께 미스터리 결혼식의 정체가 공개되자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김희철 어머니는 “쟤 진짜 미쳤다”라며 눈물까지 보였는데, 과연 희철이 꾸민 미스터리한 결혼식은 무엇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결혼식에 참석한 최진혁은 “과거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친구가 있었다”라고 깜짝 고백을 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놀라움도 잠시, 최진혁의 충격적인 이별 스토리가 밝혀졌다. 사랑했던 그녀가 1년 넘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 충격적인 사건을 고백한 최진혁의 사연에 母벤져스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희철의 미스터리 결혼식 정체와 최초 공개되는 최진혁의 가슴 아픈 이별 스토리는 22일 오후 9시 5분 방송되는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공개된다.
  • “수천 대 1 경쟁 뚫었다”…박세리 호텔 찾아온 185㎝ 훈남 누구

    “수천 대 1 경쟁 뚫었다”…박세리 호텔 찾아온 185㎝ 훈남 누구

    박세리의 첫 남자 매니저 등장에 스튜디오가 술렁였다. 지난 2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박세리의 호텔방으로 훈남이 찾아오는 모습이 그려졌다. 의문의 남성이 방에 들어서자 박세리는 활짝 웃으며 “피지컬이 되니까 되는구나”라고 칭찬했다. 남성의 정체는 다름 아닌 박세리의 새로운 매니저였다. 일한 지 3개월이 됐다는 박세리의 매니저 박원철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20년간 야구선수로 활동했다. 이후 트레이너 생활을 하다가 스포츠 모델 그랑프리 2관왕을 했다. 운동 잡지 표지 모델도 했다”라고 자신의 경력을 밝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박세리의 스태프들은 “방송 나가고 나서 입사 문의가 빗발쳤다. 수천 개의 이력서가 들어왔다”며 박원철 매니저가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입사했다고 밝혔다. 박세리는 차려입은 매니저의 모습에 “너 오늘 옷이 왜 이래. 주인공이 바뀐 거 아니냐”며 만면에 미소를 보였다. 이 모습을 본 전현무는 “쭉 봐 왔던 이래로 제일 행복한 표정”이라고 강조했고, 홍현희 역시 “나 (박세리) 치아 처음 봤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 우주 항공 기술의 게임 체인저? ‘회전 폭발 엔진’에 투자하는 미국 [고든 정의 TECH+]

    우주 항공 기술의 게임 체인저? ‘회전 폭발 엔진’에 투자하는 미국 [고든 정의 TECH+]

    2차 세계 대전은 현대 문명의 가장 큰 비극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 등장한 신기술들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했습니다. 제트 엔진이나 로켓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전자는 세계 곳곳을 하루 안에 연결하는 여객기가 가능하게 했고 후자는 인류의 우주 탐사 시대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공학자들에 봤을 때 제트 엔진이나 로켓 엔진 모두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트 엔진은 공기를 압축하기 위한 팬의 구조가 복잡해 비용이 상승하고 무게가 많이 나갑니다. 따라서 소형화에 한계가 있으며 한 번 쓰고 마는 미사일의 엔진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로켓 엔진은 팬은 필요 없지만,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고 크기가 큰 액체 로켓의 경우 구조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기 중 산소를 사용하기 힘들어 별도의 산화제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공학자들은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회전 폭발 엔진 (rotating detonation engine, RDE)입니다. 연속으로 작은 폭발을 일으켜 추력을 내는 폭발식 엔진은 이전부터 연구되어 왔지만, 폭발 제어가 힘들어 상용화되지 못했습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회전 폭발 엔진입니다. 이름에서 다소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회전 폭발은 엔진이 회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연료/공기 혼합물이 원을 따라 연쇄적으로 폭발한다는 뜻입니다. 원통형의 실린더 안에 원을 따라 배치된 노즐이 연속으로 연료/공기 혼합물을 분사한 후 나선형으로 빠르게 작은 폭발들이 일어나므로 눈으로 볼 때는 원통형 불길이 나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회전 폭발 엔진의 장점은 엔진에서 움직이는 부분이 없어 구조가 매우 단순하고 고장이 날 가능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덩달아 엔진의 크기도 작고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기존의 엔진보다 25%까지 효율이 올라가 같은 연료로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회전 폭발 엔진은 일찌감치 나사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나사는 이미 몇 년 전 3D 프린터로 출력한 프로토타입 회전 폭발 엔진을 지상 연소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기존의 로켓 엔진을 회전 폭발 엔진으로 전환할 경우 로켓 제조 비용은 낮추고 발사 시 고장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료 효율을 높여 우주에 더 많은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만약 우주선에 탑재할 경우 크기가 작고 가볍다는 것이 또 다른 큰 장점입니다.미국 고등 연구 계획국 DARPA 역시 회전 폭발 엔진의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DARPA가 생각하는 것은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실용적인 소형 회전 폭발 엔진입니다. 이를 위해 미사일 분야에 대표적 방산 기업인 레이시온과 계약을 맺고 소형 회전 폭발 엔진 개발에 나섰습니다. DARPA의 정확한 요구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개된 이미지를 보면 토마호크 미사일처럼 소형 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순항 미사일을 대체할 목적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기술적으로 초기인 만큼 대형 항공기 엔진보다는 소형 미사일 엔진으로 개발하는 것이 더 적합한 데다 구조가 단순해 한 번 쓰고 버리는 미사일용 소형 엔진으로 제격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은 더 높은 연료 효율로 인한 사거리 증가, 단순한 구조로 인한 생산 단가 절감과 고장률 감소 등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상용화 수준의 회전 폭발 엔진 기술을 확보해 더 큰 미사일이나 항공기, 로켓 등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우주 항공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회전 폭발 엔진은 이론적으로는 이미 20세기 중반에 제시되었으나 상용화에 가까워진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21세기의 최신 기술을 이용해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 김민종, 6억원 롤스로이스 사고 선처 후…‘이것’ 받았다

    김민종, 6억원 롤스로이스 사고 선처 후…‘이것’ 받았다

    김민종이 미담 후일담을 전했다. 20일 방송인 김구라는 유튜브 채널 ‘그리구라’를 통해 ‘이 정도 품격은 있어야 롤스로이스를 몰지! 화제의 미담 속 주인공 김민종의 롤스로이스를 직접 타봤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게재했다. 김구라는 앞서 화제를 모았던 김민종의 미담을 언급했다. 지난 9월 김민종은 6억원에 달하는 롤스로이스에 사고를 낸 차주를 쿨하게 선처하며 박수를 받은 바 있다. 김민종은 이후 “연락해줘서 감사하다”는 답장을 전하며 오히려 그를 안심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구라는 “요즘 람보르기니나 롤스로이스 차주들이 사회면 같은 부정적인 이슈에 연루됐다. 차의 이미지가 떨어지는데 최근 (김민종이) 신사의 품격처럼 롤스로이스의 품격을 보여줘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담의 주인공 김민종이 등장했다. 김민종은 “조용히 타고 다녔는데 이번에 어쩌다 만인에게 공개가 됐다”며 “수리비 꽤 나온다. 수리비도 수리비인데 차 렌트비가 많이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민종은 “너무 크게 미담으로 나와서 부끄럽긴 하다”고 덧붙였다. 김구라는 “사실 롤스로이스는 쉽지가 않다”며 “연예인들이 그런 경우들이 종종 있다. 나도 내 차를 누가 와서 받았다. 받히니까 확 열이 받더라. 내 차가 찌그러졌다. 그런데 택배 일하시는 분이라 차 수리만 해주고 대차 안할 테니까 그냥 가시라고 했다”고 비슷한 경험을 전했다. 김민종은 “레인지로버 같은 경우도 긁고 그냥 가시는 분들도 더러 있었는데 고맙게도 연락을 해주신 게 오히려 고맙더라. 동네 주민이고 하니까. 그분 차는 경차였다. 반찬 가게를 하는 분이셨다. 잠시 (배달) 오신 것 같다”며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집앞에 반찬을 잔뜩 주고 가셨다. 전에다가, 여러가지 맛있더라. 아주 잘 먹고 있다”고 훈훈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 백종원, 남의 가게서 ‘고추 도둑질’하다 적발

    백종원, 남의 가게서 ‘고추 도둑질’하다 적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실수로 남의 농작물에 손을 댔다가 적발돼 고개를 숙였다. 백종원은 지난 19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충북 충주시에 있는 한 막창집을 찾았다. 백종원은 “희한하게 호수를 보면 매운탕에 소주를 먹어야 하는데 고기가 먹고 싶다”며 간판은 분식집이지만, 막창을 파는 식당에 들어갔다. 사장은 백종원의 등장에 “여길 왜 오냐. TV에서 맨날 보는데 여길 다 오신다니 말도 안 된다”며 놀랐다. 이어 “아저씨 오면 난리 나겠다. 손님 많이 오면 어떡하냐. 더워 죽겠는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장은 막창을 내오더니 “밑반찬인 고추는 밖에 있으니까 따다 먹어라”고 했다. 이에 백종원은 식당을 나와 고추를 땄지만, 옆에 있던 식당 사장은 “ 왜 남의 고추를 따냐”고 호통을 쳤다. 백종원이 위치를 혼동해 옆 식당 고추를 딴 것이다. 막창집 사장 역시 “그걸 따면 안 된다. 이쪽 고추를 따야지”라고 말했다. 백종원은 “여기 고추가 아니었냐”며 당황하더니 곧바로 고추를 반납했다. 다만 옆 식당 사장은 “TV 나온 사람 아니냐. 나 엄청 좋아한다. 고추는 도로 가져가라”며 훈훈한 인심을 보여줬다. 이에 백종원은 연신 감사를 표하면서도 “죽도록 혼났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 위대하게 은밀하게…공안 검사가 말하는 ‘생계형 간첩’과 ‘중대재해 수사’[법벌이]

    위대하게 은밀하게…공안 검사가 말하는 ‘생계형 간첩’과 ‘중대재해 수사’[법벌이]

    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 최창민 변호사 인터뷰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한다.’ 검찰 공안부는 이러한 목적에 따라 국가 안보와 관련한 대공·테러 사건, 선거와 노동 관련 사건 등을 전담한다. 과거에는 주로 대공 사건을 처리해왔는데, 시대 변화에 맞춰 선거·노동·학원·집회·시위 사건까지 아우르게 됐다. 1967년 동백림(東伯林) 사건, 1971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수사로 대표됐던 검찰 공안부가 지금은 선거법 위반 사건, 산업재해 등 노동 분야 사건 수사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는 이유다. 서울신문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을 지낸 최창민 법무법인 인화 형사총괄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를 만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공안 수사와 노동 관련 수사의 뒷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전기와 비상식량, 총을 배낭에 넣어 휴전선을 넘었던 간첩들의 모습은 이제 보기 어렵죠. 단파 라디오와 난수표로 지령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인터넷의 발달은 간첩들의 활동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작원들은 요즘 북한으로부터 ‘스테가노그래피(Steagano Graphy)’ 방식으로 지령을 받는다고 한다. 스테가노그래피는 기밀 정보를 파일, 메시지, 이미지 등에 숨기는 심층 암호 기술을 말한다. 연락 빈도는 통상 월 1회, 연 4~6회 정도. 주고받는 지령문 안엔 대한민국 동향, 특이사항 등이 담기는데 서두엔 공화국에 대한 충성, 김일성 부자에 대한 찬양이 기재된다. 절대 빠지지 않는 사항이 또 있다. 공작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국의 통일과 인민혁명의 완성을 위해 불철주야(不撤晝夜) 노력하나 어려운 자금난으로 풍찬노숙(風餐露宿)하고 있다. 공화국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와 같은 말로 호소한다. 최 변호사는 “스테가노그래피가 처음 등장한 사건인 ‘일심회 사건’, ‘유학생 간첩 사건’, 현재 청주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충북동지회 간첩 사건’(국숫집 간첩 사건) 등도 모두 공작금 부족을 호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몇몇 사건은 공작금 분배와 사용처 문제로 분쟁이 나서 간첩 활동이 들통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이 아닌 자생 국내 간첩은 동남아시아에 1년에 한 번 정도 간다고 한다. 주요 목적은 ‘공작금 수령’이다. 북한에서 외화 반입이 어려우니 여행객이 많은 동남아로 가서 1만달러 정도의 공작금을 받아온다. 때때로 전달해주는 공작원에게 리베이트로 10~20% 정도 수수료를 주기도 한다. “과거 정보기관에선 국내 간첩이 해외에서 공작금을 받는다는 첩보를 입수해 귀국하는 간첩을 세관에서 검색해 외화를 몰수한 경우도 있었다.” 위장 탈북 이외에도 허위 중국 국적을 이용해 국내에 입국한 뒤 불법체류하는 형태로 간첩을 남파하는 사례도 있었다. 북한 국적의 A씨는 중국 국적을 허위로 만들어 국내에 입국한 후 한국 여성과 결혼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후 임무를 완수하라는 지령을 받고 국내에 입국했다. 하지만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정한 직업을 얻지 못한 그가 한국 여성과 결혼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북한의 지령을 실행하지 못했던 A씨는 검거됐다.과거엔 ‘공안검사’라고 하면 조작·고문·종북몰이를 떠올렸지만,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대공 사건은 공안 분야에서 1% 남짓이라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나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를 제외하면 대공 사건 처리하는 공공수사부는 거의 없을 정도다. “현재는 공안 분야에서 제일 많은 사건은 노동이다. 절반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선거는 한철이지만, 노동사건 중 개별적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계속한다고 보면 된다.” 노동은 집단적 노사관계(노조·파업·부당노동행위), 개별적 근로관계(임금체불·갑질·성희롱)로 나뉜다. 대부분 사건은 개별적 근로관계에서 파행하지만, 사회적 영향이 큰 것은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다. 대규모 철도 파업이나 버스·의료·화물노조 파업 등이다. “대부분 공안검사는 개별적 근로관계에서 파생하는 노동 사건을 처리하면서 실력을 익힌 후 대규모 파업 등 중요 사건에서 현명한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 선거 사건까지 경험한 이후에야 대공 사건을 할 수 있다. 대공 사건을 처리하는 검사는 수석급이라고 보면 된다.”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중요해지면서 중대재해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레 공안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도 대공 사건보다 노동 사건이 더 많이 들어온다. 최 변호사는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노동재해실무’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기간과 안전은 반비례하는 것 같다”면서 “회사들도 하청을 줬다거나 회사의 작업구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을 소홀히 할 것이 아니라 안전이 최우선이란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백종원, 남의 가게서 ‘고추 도둑질’하다 적발…“죽도록 혼났다”

    백종원, 남의 가게서 ‘고추 도둑질’하다 적발…“죽도록 혼났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실수로 다른 사람의 농작물을 따가려다가 걸려 혼이 났다. 지난 19일 백종원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백종원은 충북 충주의 한 막창집을 찾았다. 백종원은 “희한하게 호수를 보면 매운탕에 소주를 먹어야 하는데 고기가 먹고 싶다”며 간판은 분식집이지만, 막창을 파는 식당에 들어갔다. 막창집 사장은 백종원의 등장에 “여길 왜 오냐. TV에서 맨날 보는데 여길 다 오시다니, 말도 안 된다”라며 놀라워했다. 이어 “아저씨(남편) 오면 난리 나겠다. (앞으로) 손님 많이 오면 어떡하냐, 더워 죽겠는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사장은 막창을 내오더니 “밑반찬인 고추는 밖에 있으니까 따다 드시라”라고 했고, 백종원은 식당을 나와 식당 앞 화분에 심어진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그러나 백종원이 따고 있던 고추는 이웃 식당의 화분에 심어진 것이었다. 누군가 고추를 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옆 식당 사장은 “왜 남의 고추를 따냐”고 호통을 쳤다. 백종원은 깜짝 놀라 이웃 식당에 들어가 연신 사과했다. 곧 백종원을 알아본 이웃 식당 사장은 “TV에 나오신 분이네. 나 엄청 좋아하는데”라며 반겼다. 이어 “악수했으니 고추 가져가슈”라며 인심을 보였다. 백종원은 연신 감사를 표하면서 “죽도록 혼났다”며 멋쩍어했다.
  • 금통위에 등장한 ‘비둘기파’? … 증권가 “여전히 매파적”

    금통위에 등장한 ‘비둘기파’? … 증권가 “여전히 매파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6개월만에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서 금통위 내부에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가 목소리를 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금통위가 여전히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며 금리 인하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거둬들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K-점도표’에 등장한 ‘금리 인하’ 언급 20일 한은에 따르면 19일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나머지 5명은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목표 수준에 수렴할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긴축 강도를 높이는 것을 지지했다. 또다른 한 위원은 ‘가계부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며 더 강한 ‘매파’적 목소리를 냈다. 이창용 총재가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제시하는 ‘K-점도표’상에서 한은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6개월만에 처음이다. 지난 4월 금통위에서는 6명 중 1명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5월과 7월, 8월 금통위에서는 6명 전원이 기준금리를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을 지지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 상승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의견이 다시 고개를 들며 금통위 내부에서 의견의 분화가 감지된 것이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해당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를 지지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금통위는 여전히 매파적이라고 평가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당 위원 역시 인하를 주장한 게 아니라 정책의 유연성에 대한 의견이었기 때문에 이를 완화적 시그널로 해석할 수 없다”면서 “오히려 위원 한 명이 가계부채에 대한 선제적 대응 의지를 밝혀 매파적 의견을 좀 더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등장했지만, 한편으로 선제적 대응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파적이고 이전보다는 매파의 강도가 좀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금통위 여전히 물가에 방점 …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안 내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높은 기준금리를 장기간 이어갈 의지를 공식화한 가운데, 증권가는 한은 역시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크며 내년 3분기에야 금리 인하를 점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지나 연구원은 “견조한 미국 경기와 연준의 ‘더 높게 더 길게’ 기조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높이고 있다”면서 “물가의 상방 요인이 많고 가계부채 증가로 금융 불안정에 대한 금통위의 의구심이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5명의 금통위원들은 물가에 더 방점을 둘 것이라고 했으며 한은 총재도 한은은 물가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물가 안정임을 분명히 했다”면서 “전기요금과 지하철 요금 등 시차를 두고 계속 나타나는 공공 요금 인상 등으로 2%대의 물가 확인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며 이 경우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은 2024년 4분기 혹은 2025년까지 지연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내다봤다.
  • 국내 최초 어린이가 디자인한 글자체 등장

    국내 최초 어린이가 디자인한 글자체 등장

    경기 고양시 산하 고양어린이박물관이 국내 최초로 어린이들이 직접 디자인한 디지털 서체 ‘와글와글체’를 출시했다. ‘와글와글체’는 고양어린이박물관 서체 제작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고양어린이박물관 창작자(크리에이터) 동아리 ‘와글팸’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다문화 가정 어린이, 서체 디자이너들이 함께 제작에 참여했다. 박물관 측은 9월 2일 ‘와글와글 서체 제작 워크숍’을 열어 서체 제작 과정을 배우고 각자의 이름을 활용해 서체를 디자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린이들은 토끼 무당벌레 등 자신이 좋아하는 생물과 태극기 수박 같은 사물을 이용해 자신의 이름을 디자인 했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이 듬뿍 담긴 글씨는 타이포그래피 전문 스튜디오 ‘엉뚱상상’과 1989년부터 한글 글자체 문화와 기술을 이끌어온 ‘윤디자인’의 손을 거쳐 디지털 글자체 ‘와글와글체’로 거듭났다. 글자 1만 1172자에 질감과 색감까지 들어가토끼, 무당벌레 등 똑같은 모양 없이 다채로워 와글와글체는 1만 1172자 라는 방대한 글자 수와 그에 따른 용량의 한계를 뛰어넘어 글자체에 질감과 색이 구현된 것이 특징이다. 30년 이상 경력을 지닌 글자체 개발 전문 엔지니어의 노력과 아이들의 상상력이 결합해 다채로운 질감과 색상, 글자꼴을 지닌 서체가 탄생했다. 와글와글체는 고양어린이박물관 누리집(www.goyangcm.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와글와글체는 무료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영문, 숫자 및 특수문자를 포함하여 블랙(모노) 버전과 컬러 버전 총 2종으로 배포된다. 와글와글체는 고양어린이박물관 공식 박물관 정체성(MI, 뮤지엄 아이덴티티)로 채택되어 박물관 포스터, 기념품 등의 디자인에 적용될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똑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는 엉뚱하고 귀여운 글자들로 완성된 와글와글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어린이 그 자체”라며 “각자의 개성을 간직하고, 어린이와 가족이 세대와 문화를 넘어 즐겁고 색다르게 소통할 수 있도록 고양어린이박물관이 모두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 발길 닿는 곳마다 ‘혼불’의 서정이 스치네… 눈길 닿는 곳마다 춘향의 사랑이 머무네 [권다현의 童行(동행)]

    발길 닿는 곳마다 ‘혼불’의 서정이 스치네… 눈길 닿는 곳마다 춘향의 사랑이 머무네 [권다현의 童行(동행)]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지작가를 아끼는 주민들 마음 모여노봉마을은 ‘혼불마을’로 재탄생젊은 연인들의 포토존 된 서도역‘미스터 션샤인’으로 핫플 떠올라광한루 연못 위 오작교도 가볼 만 개인적으로 좋았던 여행지는 아이와 함께 꼭 다시 찾는다. 사랑스런 공간에 추억을 덧대고 훗날 같이 나눌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두기 위함이다. 이번에 찾은 전북 남원 노봉마을이 그러했다. 최명희 작가의 ‘혼불’에 매료되었던 대학 시절 기억을 더듬어 어느 추운 겨울 노봉마을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해설사 어르신 이야기에 흠뻑 빠져 남원 시내로 나가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발을 동동 구르던 내게 어르신은 기꺼이 방 한 칸을 내어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껏 남원을 지날 때마다 안부를 묻는 오랜 친구가 되었다. 그 추억이 너무도 소중해 남편과 한 번, 첫째와 다시 한번 찾았다. 이번에는 둘째와 함께였다. 노봉마을은 남원 사매면 서도리에 속한다. 노봉(露峰)이란 이름은 마을 뒤에 우뚝 솟은 노적봉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데, 1917년 발행된 지명 자료에 노봉마을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비교적 최근에 불리기 시작한 것으로 짐작된다. 노봉마을은 삭녕 최씨 세거지(世居地)로 알려져 있는데, 수양대군을 도와 계유정난을 이끌었던 공으로 영의정에 두 차례나 올랐던 최항이 대표적 인물이다. 그의 손자 최수웅이 이곳 마을에 은거하면서 대대로 명문을 형성했는데, 최명희 작가도 그의 17대손이다.●노봉마을에 번진 ‘혼불’의 감동 전주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1980년 단편소설 ‘쓰러지는 빛’으로 등단했고 이듬해 ‘혼불’ 제1부를 완성하며 전업 작가로 나서게 된다. 다른 작품 연재는 모두 중단한 채 오로지 ‘혼불’ 집필에만 몰두했던 그녀는 무려 17년 세월을 쏟아부어 5부작, 10권의 대하소설을 펴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부터 1943년까지 매안 이씨 가문을 지키려는 종부 3대와 빈민촌인 거멍굴 사람들 이야기를 그린 ‘혼불’은 출간 당시 150만부가 팔릴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노봉마을은 ‘혼불’에서 매안마을로 그려지는 실제 배경으로, 1999년부터 주민들이 직접 나서 ‘혼불마을’을 알리기 시작했다. 추수를 끝내고 마을 주민들끼리 관광에 나섰는데, 노봉마을은커녕 남원도 잘 모르던 사람들이 ‘혼불’ 이야기를 하니 대번에 알아보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덕분에 주민들은 혼불문학관을 짓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대로 갈아오던 기름진 논을 헐값에 내놓았다. 마침내 지난 2004년 ‘혼불’의 배경이 되었던 노봉마을에 혼불문학관이 들어섰다. 아이에게 혼불마을에 갈 거라고 했더니 혼불이 무슨 뜻이냐 묻는다. 혼불은 사람의 혼을 이루는 푸른빛을 뜻하는 전라도 지역 방언이다. 국어사전에 사람이 죽기 전 혼불이 빠져나가는데, 그 크기가 작은 밥그릇만 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이에겐 죽음이란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는지 대뜸 “그럼 우리 귀신마을에 가는 거예요?”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진다. 황당한 오해에 피식 웃음이 났다. 문득 십수 년 전 혼불문학관에서 만난 해설사 어르신의 설명이 떠올랐다. “가수는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는데, 최명희 작가도 그랬던 모양이에요. 혼을 불살라 ‘혼불’을 완성하고 끝내 사그라들었으니….” 최명희 작가는 1943년 이후 ‘혼불’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전쟁과 민주혁명까지 수많은 글감이 그의 책상 앞에 쌓여 있었다. 하지만 해설사 어르신 말처럼 ‘혼불’ 집필에 혼을 불살랐던 탓일까, 탈고를 앞두고 난소암 진단을 받게 된다. 무서운 질병과 싸우면서도 끝내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던 그녀는 앞으로 써야 할 수많은 이야기를 남겨둔 채 1998년 삶의 마침표를 찍었다. ‘혼불’이 완간이 아닌 미완성의 대하소설인 이유다. 혼불문학관 입구에는 글쓰기를 대하는 작가의 처절한 완벽주의를 엿볼 수 있는 글귀가 있다.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생애를 기울여 한마디 한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라고 했더니 아이는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은가 보다. 나이는 몇인지, 어디에 사는지, 아이와 함께 자주 여행을 다니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문학관 한편에 재현된 작가의 작업실을 보면서 “엄마도 이런 책상 좋아해요?”, “엄마가 좋아하는 작가님은 왜 컴퓨터가 없어요?” 질문이 꼬리를 문다. 예전에는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썼고, 작가가 그 과정을 바위를 뚫어 손가락으로 글씨를 새기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느꼈다고 설명하자 아이 낯빛이 어두워진다. 온 마음을 다해 ‘혼불’을 완성하고 결국 죽음을 맞았다는 이야기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내 손을 꼬옥 잡는다. “엄마는 너무 열심히 글 쓰지 마요. 엄마 좋아하는 만큼만, 아주 조금만 써야 해요!” 아이의 순박한 진심이 작가의 글귀만큼이나 내 마음을 울린다. ●간이역 향수 가득한 가을의 서도역 혼불문학관 내부에는 ‘혼불’ 속에 그려진 당시 세시풍속이나 관혼상제, 음식, 노래 등을 디오라마로 구성한 공간도 자리한다. 작가의 치밀한 취재와 생생한 묘사 덕분인지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글로 적힌 것이 더 풍부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혼불’은 문학뿐 아니라 민속학, 인류학, 언어학 등 다양한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특히 전라도 지역의 다채로운 방언과 사라져 가는 순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풍화 마모되지 않는 모국어 몇 모금을 그 자리에 고이게 할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우리 정신의 기둥 하나 세울 수 있다면” 바랐던 작가의 소망이 이뤄진 셈이다. 혼불문학관에서 인연을 맺었던 해설사 어르신은 ‘혼불’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말에 서도역에서 문학관으로 이어지는 길을 꼭 한번 걸어 보라고 권했다. 넓게 펼쳐진 논 한가운데 기차역이 있는데, 그 앞 삼거리가 소설 속에서 천민들의 거주지인 거멍굴과 양반들의 공간인 매안마을을 나누는 길목이다. 서도역은 강모의 아내 효원이 순천에서 신행 올 때 처음 발 디딘 공간으로 묘사된다. ‘혼불’의 주요 배경인 매안 이씨 종가는 여기서부터 한 식경이나 걸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지금은 자동차로 5분 남짓한 거리다. 첫날밤 신부 옷고름도 풀지 않은 채 잠든 강모의 무심한 뒷모습에서 효원은 그녀 앞에 놓인 처연한 운명을 짐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터벅터벅, 매안마을로 걸어 들어가 혹독한 운명에 맞섰던 그녀는 스무 살의 내게 큰 위로가 되었던 인물이다. “어느 한 사람 나에게 마음을 나누어 주지 않는다 하여도, 내 속에 내 먹일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비루하고 누추하게 남의 문전에서 동정을 얻으려고 서성거리지 않을 것이다”란 구절 때문이다.몇 년 새 서도역은 꽤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구동매(유연석 분)가 철길에 앉아 고애신(김태리 분)을 기다리는 장면에 등장했는데, 여인을 향한 애틋한 마음과 지난한 세월을 품은 목조건물이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 ‘혼불’을 기억하는 이들만 가끔 찾아오던 낡은 간이역이 이제는 젊은 연인들의 포토존이 되었다. 이들을 위한 피크닉 용품 대여 서비스까지 이뤄지고 있으니 말이다. 덕택에 나도 둘째와 피크닉 매트를 펴고 앉아 예쁜 추억을 남겼다. 언젠가 아이가 ‘혼불’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이렇게 마주 앉아 두런두런 오늘을 떠올려도 좋겠다.●춘향전의 무대, 광한루의 낭만 ‘혼불’에 앞서 남원을 대표하는 이야기, 바로 ‘춘향전’ 아닐까. 아이는 아직 ‘춘향전’을 읽지 않았는데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꾸민 상설 공연이 있어 광한루로 향했다. 작품 속에서 성춘향과 이몽룡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로 등장하는 광한루는 가상의 공간, 혹은 재현된 곳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명정승인 황희가 남원으로 유배 왔을 때 지은 엄연한 건물로, 정유재란 때 불탄 것을 인조 16년인 1638년에 복원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원래는 광통루로 불렸는데, 조선 전기 문신인 정인지가 달나라에 있다는 궁전(廣寒淸虛府)에 빗대어 광한루로 이름을 고쳤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규모도 웅장하고 그 앞으로 펼쳐진 연못과 그림처럼 놓인 오작교가 낭만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에 선보이는 상설공연 ‘신관사또 부임행차’는 춘향테마파크 입구 사랑의 광장에서 시작해 광한루를 오가는 제법 큰 행사다. 신관사또를 위한 육방과 기생의 다채로운 공연과 퍼레이드가 흥을 돋우는데, 100여명에 이르는 배우는 모두 오디션을 거친 지역 주민들이다. 사실적인 분장과 의상, 천연덕스런 연기 덕분인지 아이는 마치 과거로 여행을 온 것처럼 어안이 벙벙하다. “엄마, 남원은 옛날 사람들이 사는 곳이에요?” 광한루 근처에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아이와 함께 찾았다. 남원의 근현대 기록물을 모아놓은 복합문화공간 남원다움관이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혼불문학관에서 만난 해설사 어르신의 인터뷰 영상이 소개되고 있었다. ‘혼불 지킴이’, ‘혼불 할매’ 등으로 불리는 황영순씨다. 내게도 스스로를 촌아낙이라고 소개했던 그녀는 우연히 읽게 된 ‘혼불’로 인생이 바뀌었다. 자신이 사는 동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고 하니 호기심에 펼쳐 든 책이었다. 전주 이씨 문중 종부이기도 한 그녀는 청암부인과 효원의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혼불’에 흠뻑 빠지게 되면서 효원의 실제 모델인 삭녕 최씨 종가 며느리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청호저수지, 근심바우 등을 하나하나 조사하고 찾아냈다. 덕분에 혼불문학관의 해설사로, ‘혼불’ 문학기행의 안내자로 제2의 인생을 맞게 되었다. 지금도 그의 서가에 꽂혀 있던 너덜너덜한 ‘혼불’ 초판과 이튿날 기차를 타고 떠나는 내게 쥐여 줬던 따뜻한 누룽지 한 덩이를 잊지 못한다. 내게 남원이 ‘춘향전’ 대신 ‘혼불’로, 추어탕 대신 누룽지 한 덩이로 남은 이유다.●아이는 호기심, 어른은 추억의 세계로 아쉽게도 황영순 어르신의 영상은 그새 다른 전시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1층 야외에 마련된 물놀이터 덕분에 신이 났다. 땀으로 범벅이 될 때까지 뛰어놀고는 그제야 전시관 안으로 들어섰다. 남원다움관 1층에는 남원 시내 지도와 함께 공간 하나하나에 쌓인 주민들의 소소한 기억들을 수집해 뒀다. 2층은 아이와 함께 둘러보기 좋았다. 인력거를 타고 남원의 근현대 거리를 달려 보는 가상체험 콘텐츠를 비롯해 엄마아빠의 학창 시절 추억까지 떠올리게 하는 오락기, 1960~70년대 만화방과 다방, 사진관 등이 재현돼 남원의 정체성은 물론 아련한 복고 감성도 즐길 수 있다. 특히 옛 만화를 따라 그리는 데 관심을 보인 아이가 ‘독수리 오형제’를 쓱쓱 그림으로 담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엄마가 어릴 때 재미있게 봤던 만화라고 하니 완성된 그림을 선물이라며 건넨다. 전시는 바뀌었어도 또 하나의 기억을 덧댄 셈이다.●굽이치는 지리산 능선이 발아래 남원은 지리산이 품은 도시다. 산을 즐겨 오르는 편은 아니지만 언젠가 아이와 함께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면 그 첫 번째는 지리산 아닐까 싶다. 훌쩍 자란 아들과 서로를 밀고 끌어 주며 지리산을 종주하는 꿈을 마음 한편에 간직했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아이를 위해 이번 여행에선 정령치를 골랐다. 정령치휴게소 주차장에서 계단만 오르면 굽이치는 지리산의 능선을 발아래 담을 수 있는 명소다.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내면 개령암지 마애불상군까지 걸어 보길 추천한다. 대부분 평탄한 숲길이어서 아이가 걷기에도 부담이 적다. 무엇보다 절벽에 새겨진 12구의 불상이 신비로운 감동을 자아낸다. 오랜 세월 비와 바람에 깎여 온전한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바위에 새긴 온화한 눈매와 부드러운 옷 주름이 경건함만은 잃지 않았다. 고려시대 불상으로 밝혀진 이들은 현재 보물로 지정돼 관리 중이다.
  •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명품 에너지는 없다/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명품 에너지는 없다/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화석연료가 일으킨 지구온난화 재앙 시대에 등장한 그럴듯한 명품은 ‘절약’이었다. 절약의 도덕을 개인에게 씌우고 확보한 전기를 산업 성장의 동력으로 이용하면서 탄소 거래 등의 탄소 기반 비즈니스 모델까지 만들어 냈다. 이런 모델은 녹색기후기금을 통해 전 지구 차원의 도덕성을 제공했다.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 명품이 등장했다. 녹색 옷을 입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이라는 명품 소비는 기후재앙 극복 실천이라는 도덕성까지 확보했다. 에너지는 명품이기만 하면 마음껏 쓰면서도 기후재앙을 극복할 수 있고 심지어 산업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하지만 기후변화 위기를 실천하는 개인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에너지 절약이 어떻게 기후변화 재난을 막는 시나리오에 연결되는지 분명하지 않다. 기후재난 극복 에너지 절약은 사회 현상으로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일상 속 개인의 자아실현 모습으로까지는 연결되지 못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사수 실천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힘들고 오직 사회 현상과 정치적으로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세계 시민은 그 어떤 에너지 정책과 기후 국제기구의 실천안에도 더이상 ‘심각하게’ 기대하지 않게 됐다. 일상 속 절약 실천과 기후재난 극복 시나리오 사이의 틈새 때문이다. 마치 석유 시대의 도래로 에너지 생산에서 밀려난 석탄 노동자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노동자가 직접 캐내는 석탄에서 어떻게 채굴되는지 노동자는 알 길 없는 석유 시대 말이다. 석유 시대 이후 생산과 소비 연결선이 끊어져 생산 노동자 민주주의는 소비 민주주의로 이념이 건너갔다. 여전히 기후변화 정치의 중심인 영어권 서구 국가들과 이들이 주도하는 기후 국제기구는 이제 소비에 초점을 맞추어 재생에너지, 기후 실천안, 녹색기금, 탄소중립을 강조한다. 그 결과 석탄 시대 종식과 함께 에너지 생산에서 배제됐던 개인은 이제 소비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기후재난 극복은 요원하고 도덕으로 무장한 온갖 산업 성장 모델을 만든 거대 에너지 자본의 목소리만 높다. 그들의 현란한 이론 뒤에는 어김없이 자유가 철저하게 보장돼야 공공이익도 확보된다는 자유방임주의 신자유주의가 자리한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그렇게 자유를 신봉하면서 왜 전기 에너지 소비에는 개인이 에너지원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자유는 보장하지 않는가? 여기서는 효율을 따져 개인의 자유를 제약해도 된다면 이보다 더한 이율배반이 어디 있는가. 어떤 에너지가 명품인지 논쟁하는 순간 그 논리 속에서 성장이 지상 목표인 에너지 자본은 싹튼다. 그러니 대안은 오직 하나, 에너지원을 소비자 개인이 직접 선택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 소비 민주주의 개념의 재설계 없이는 그 어떤 기후재앙 극복 실천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쓴다 안 쓴다는 코드만 가진 에너지 소비로는 어림없다. 오히려 빅데이터 기반 빅테크와 에너지 정치에 이용만 당한다. 에너지 소비 민주주의 개념만이 기후재앙 극복의 유일한 대안이다.
  • [열린세상]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생각한다/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열린세상]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생각한다/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10월 3주차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권자 57%의 지지를 얻어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43% 포인트 가까이 따돌리고 압도적 우위에 섰다. 지난 4월 이후 벌어지기 시작한 두 후보 사이 지지율 격차는 점점 더 커지는 추세다. 큰 이변이 없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차지할 개연성이 매우 높아졌다. 동일한 시점에 실시한 미국 대선 예측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권자 43%의 지지를 얻어 37% 지지에 그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제압했다. 미국 유권자의 민심 동향을 놓고 보았을 때 2024년 미국 대선 결과가 2016년 미국 대선 결과에 근접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까닭이다. 미국 유권자들에게 내년 대선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의 두 전역(戰域)에서 벌어지는 지역 군사분쟁의 한복판에서 치러진다. ‘전쟁 피로감’이 정점에 다다를 시점에 지역 군사분쟁 관리 전략을 결정할 미군의 총사령관을 선출하는 기회가 유권자들에게 주어지는 셈이다. 전쟁의 발발은 대체적으로 지역 군사분쟁 관리 전략과 관련한 미국의 국제주의적 개입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비율을 높인다. 전쟁의 장기화는 반대로 전쟁 피로감을 높여 미국의 고립주의적 축소로 군사분쟁 관리 전략의 전환을 촉구하는 유권자의 비율을 늘린다. 실제로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지난해 3월 79%에서 지난달에는 63%로 16% 포인트 이상 줄었다. 중요한 사실은 미국 유권자들의 전쟁 피로감이 한반도 안보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북한이 한국을 침략할 경우 미군 개입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2021년 63%에서 2022년 55%, 2023년 50%로 크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북한이 한국을 침략할 경우 미군 개입을 지지하는 유권자 비율이 2021년 68%에서 2022년 54%, 2023년 46%로 내려앉았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공화당 지지자의 다수가 열망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현실화할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떠한 방향에서 한반도 정책 기조를 설정할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외교정책 수단의 차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네트워크를 미국의 안보 자산으로 이해하는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동맹 네트워크를 미국의 안보 부채로 이해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쿼드, 오커스, 한미일 삼국 협력으로 이어지는 소다자주의 네트워크에 기반해 중국에 대한 집합적 억제를 추구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안보 구상을 기초부터 허물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조기 정전 및 평화 협정을 목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및 동맹국들의 지원을 축소하고, 러시아와의 양자 담판을 통해 미국의 국제주의 개입을 단절하려는 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전략적 명료성을 발신해 왔던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서 탈피해 가능한 한 관여의 수준을 낮추는 정책 전환 신호를 발신하고 거래를 유도할 개연성이 크다. 워싱턴 선언 및 캠프 데이비드 합의가 행정부 간 협약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내세워 미국이 새롭게 지불해야 하는 안보 비용에 대한 한국 및 일본의 부담 증가를 집요하게 요구할 가능성 또한 예측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 결국 동맹국과 적성국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미국 국가 차원의 안보 이익을 중심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리셋’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 가능성이 한국의 안보 전략에 짙은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는 까닭이다.
  • [기고] 지속가능 자족도시, 부천/조용익 부천시장

    [기고] 지속가능 자족도시, 부천/조용익 부천시장

    부천시는 올해 시 승격 50년을 맞았다. 시 승격 이전에 부천시는 ‘부천군 소사읍’이었다. 1973년 7월 1일 법률 제2597호 ‘시 설치와 군의 폐지 분합에 관한 법률’ 제정·공포로 부천군은 폐지됐고, 그 일부였던 소사읍이 부천시로 승격했다. ‘부천’ 지명은 이때의 부천군과 연관이 깊다. 1914년 행정 체제 개편에 따라 경기도 부평군이 폐지되고 부천군이 탄생하면서 등장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부평의 부(富)와 인천의 천(川)을 따와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7년 경인고속도로 완공, 1974년 경인철도 전철화가 이뤄지자 서울과 인천을 잇는 지리적 입지가 주목받았고, 1990~2000년대 중동신도시, 상동지구가 개발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제 부천은 ‘지속가능 자족도시’로의 대전환을 준비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일자리 확충을 위해 첨단기업 유치와 기존 5대 특화산업(금형·조명·로봇·패키징·세라믹) 고도화 지원에 역량을 쏟는다. 영화·만화·비보이·애니메이션 등 훌륭히 자리잡은 4대 국제문화축제와 클래식 공연장 부천아트센터 등 지역 곳곳에 문화예술을 화사하게 꽃피웠다. 2017년에는 동아시아 최초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선정됐다. 이를 기반으로 문화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대대적인 도시 이미지 혁신에도 나섰다. 1990년 지자체 최초로 도시 아이덴티티(CI) 개념을 도입했던 부천시는 새로운 통합 도시 브랜드를 통해 다시 한번 혁신을 도모한다. 부천은 복지·안전·돌봄 선도도시다. 특히 취약계층 챙기기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5일 ‘부천 온(溫)스토어’ 등 시민과 손잡고 복지·안전 사각지대 문제 해결에 나선 노력을 인정받아 ‘2023년 대한민국 자치발전대상’을 수상했다. 부천 온스토어는 시민이 위기가구를 우선 찾아내고, 공무원이 대상자를 찾아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모델이자 부천시만의 복지 시그니처 사업이다. 슈퍼마켓·식당·공인중개사사무소 등을 마을가게로 지정해 복지·안전 취약계층을 우선 발굴하고 긴급생필품 등을 지원한다. 부천시는 2019년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노인 분야 선도 자치단체에 선정돼 4년간 선도모델로서 사업을 펼쳤다. 2021년 장애인·정신질환자까지 포괄하는 융합형 선도사업 지자체로 추가 선정됐다. 이 같은 성과로 복지부 주관 복지행정상 지역사회 통합돌봄 부문에서 2020·2021년 2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지역복지사업 평가에서는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올해부터는 시 자체 사업으로 전환한 ‘부천형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을 펼치고 있다. 복사꽃 피던 부천지역 복숭아밭에는 어느새 문화의 꽃이 피고 산업의 열매가 자라고 있다. 복지·안전·돌봄이 견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빈틈없는 계획과 추진으로 작지만 강한 수도권 서부 주요 도시, 나아가 세계 속에서도 경쟁력을 보여 주는 글로벌 선도도시로 도약할 것이다.
  • 서사 중독된 호모나랜스… 이야기꾼이 역사가 된다

    서사 중독된 호모나랜스… 이야기꾼이 역사가 된다

    전 세계 수천 개의 신화 똑같은 패턴 진행… ‘강력한 이야기’가 인류 미래 좌우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2020)에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한 사람당 10센트를 받고 신문을 읽어 주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남북전쟁 참전 장교 출신 주인공이 등장한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단순히 신문 뉴스를 읽어 주는 것뿐인데 서커스를 보는 것처럼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면은 낯설다. 반백 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신문이 거의 유일했지만 디지털 기술 덕분에 이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소셜미디어(SNS), 오디오북, 전자책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야기가 쏟아진다. 이야기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이야기까지 넘쳐난다.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 용량을 넘어서는 수준의 이야기가 있음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스토리를 찾는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에 ‘중독’됐을까.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전 세계 수천 개에 이르는 신화와 전설을 분석한 결과 이야기의 패턴은 예외 없이 똑같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지역의 신화와 전설들이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이유는 인간에게 ‘이야기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자도 ‘뇌리에 박히는 강력한 이야기가 인류 생존에 도움이 됐기 때문’에 인류가 이야기에 빠져들었다는 진화론적 설명에 동의한다. 원시시대 동굴에 살았던 고대인들은 커다란 동물이나 사나운 육식동물 사냥에 나섰다가 돌아온 사냥꾼 주위에서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들었을 것이다. 재미도 있지만 사냥을 나갔다가 살아 돌아오는 방법에 대한 교훈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인간은 슬기로운 사람(호모 사피엔스)이 아니라 이야기를 좋아하는 ‘호모 나랜스’(homo narrans)라고 주장한다.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 속에만 있지 않다. 뉴스, 교육, 광고를 비롯해 정보가 교환되는 모든 곳에는 경쟁, 구원, 변신, 복수, 약자, 러브스토리, 자기희생 등 서사 구조가 존재한다.이런 서사가 정치인이나 정치에 이용되면 단순한 재미를 넘어 치명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책은 지적한다.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각종 음모론과 가짜뉴스들이 대표적이다. 가짜뉴스, 음모론 같은 서사가 위험한 것은 이야기 속 숨은 부정적 관념이 뇌리에 박혀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사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이미 서사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 사람이 있긴 했다. 바로 플라톤이다. 그는 ‘국가’라는 책에서 “이야기꾼들을 폴리스에서 추방해야 한다”며 ‘시인 추방론’을 주장했다. 스승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선고받아 죽게 되는 과정에 당시 이야기꾼이었던 시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희극 시인 아리스토파네스는 ‘구름’이라는 작품에서 소크라테스를 사기꾼으로 묘사했고 아테네 시민들은 이 가짜뉴스를 믿고 소크라테스의 사형에 적극 동의했다. 이야기는 삶을 구할 수도, 투표 결과를 좌우할 수도, 사회를 바꿀 수도 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우리 미래를 좀더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는 희망적 서사를 만들고 거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우리 이야기를 잘못 전하고 있다는 단순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 막다른 골목에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잘못된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이성’의 끈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 러 외무 “조건 없는 한반도 안보 협상 지지”…북 외무상 초청

    러 외무 “조건 없는 한반도 안보 협상 지지”…북 외무상 초청

    ‘방북’ 러 외무장관, 최선희 北외무상과 회담…“최고위급 접촉 계속”러 외무부 “북한과 미국 패권적 야망에 저항 결의”“내달 지질조사·에너지 협력 논의…러 관광객에 北 휴가지 추천” 러시아는 한반도 안보 문제 논의를 위한 전제 조건 없는 협상 프로세스 구축을 지지한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북한을 방문한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 후 단독 기자회견에서 “이곳(한반도)에서 미국·일본·한국의 군사활동 증대와 핵을 포함한 미 전략 인프라의 한반도 이전 노선 등이 우리와 북한 동료들의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이같이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북한, 중국과 함께 한미일이 추진하는 “비건설적이고 위험한 노선”에 반대해 “긴장 완화와 긴장 고조 불용 노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긴장 고조에 대한 대안을 건설적으로 제안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제 조건 없이 한반도의 안보 문제 논의를 위한 정기적인 협상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한미일이 안보 협력을 강화한 가운데 지난 7월 미국 핵잠수함이 한국에 입항하고 최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 전략폭격기가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하는 등 미국 첨단 전력이 한반도에 등장한 상황을 “위험하다”고 비난한 것이다. 그러면서 조건 없는 협상을 지지하는 북·중·러의 한반도 문제 해결 방안을 강조한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면서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와 무기 개발을 인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최선희 외무상이 한반도 상황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황을 악화할 수 있는 미국의 패권적 야망에 저항하겠다는 결의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북러 간 고위급 인사 교류 전망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한 달 전 최고위급 접촉(정상회담)이 이뤄졌고, 오늘은 고위급 접촉(외무장관 회의)이 있었다”며 “이러한 접촉이 계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답방이 조만간 성사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러시아 극동 지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하고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했고, 푸틴은 이를 수락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도 라브로프 장관이 최선희 외무상과 정치적 접촉 일정을 포함한 양국 관계 발전 현안을 논의했다면서 “최선희 외무상에게 편한 시기에 모스크바에 방문하도록 초청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각종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북러 경제 협력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경제·과학·기술 협력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 제10차 회의가 다음 달 예정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여기에는 지질조사와 북한 친구들에게 필요한 에너지 및 기타 물품 공급 계획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모든 협력 분야가 이 회의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관광객들에게 북한을 휴가지로 추천하겠느냐는 북한 기자의 질문에 “그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긴장이 고조된 중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변 여러 국가가 참여해 평화를 보증하자는 튀르키예의 제안을 논의하고 고려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를 위해 양국이 계속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균형을 이루는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며 튀르키예의 제안이 균형을 보장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며칠 내에 분쟁 해결을 위한 이해 당사국들의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브로프 장관은 가자지구의 위기가 중동 전체의 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하면서 “모든 것을 이란 탓으로 돌리려는 시도는 매우 도발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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