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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날 꿈과 환상의 세계로…

    어린이날 꿈과 환상의 세계로…

    가정의달, 5월이다. 가장 먼저 맞게 될 5일 어린이날, 가족 나들이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주말을 끼고 있으니 더욱 고민이 될 법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공연들을 눈여겨 보자. ●국악과 클래식, 고전을 찾아서 어린이 국악공연의 스테디셀러인 ‘오늘이’가 5월 3~6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어린이들을 만난다. 제주 신화 ‘원천강 본풀이’를 바탕으로, 학이 키운 아이 오늘이가 사계절을 주관하는 신이 되기까지 여정을 그렸다. 매일 책만 읽는 매일이, 꽃을 하나밖에 피우지 못하는 연꽃나무 뽀글이, 여의주가 있어도 용이 되지 못하는 이무기 등 친구들의 문제를 풀어가면서 삶의 가치를 깨닫는 내용이다. 공연 후에는 야외마당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연희를 펼치고, 공연 주인공들과 함께하는 포토타임, 한지인형 만들기 등을 준비했다. 1만~2만원. (02)580-3300. 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어린이음악회‘가 열린다.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클래식 음악으로 표현한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아리아가 아름다운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관현악의 악기와 특성을 소개해 주는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등 클래식 기초 레퍼토리로 꾸몄다. 배우 김지호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일러스트와 관련 이미지를 보여주며 작품을 설명한다. 로비에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과 페이스페인팅 코너를 마련했다. 어린이동화 전문출판사에서 음악 관련 시리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 1만~3만원. (02)580-1300. ●우아하면서도 쉬운 발레 서울발레시어터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발레로 만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4~6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에서 공연한다. 발레단의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이 2000년 첫선을 보인 뒤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160여회 올렸다. 루이스 캐럴의 동명소설을 기본 틀로 잡고 배경을 한국 가정으로 옮겨왔다. 공부가 지겨운 소녀가 토끼굴이 아닌 TV 속으로 빠져들고 과거와 현재, 현실과 비현실, 클래식과 테크노음악 등 시공간과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을 환상의 나라로 이끈다. 2만~7만원. (02)3442-2637. 이 기간 국립발레단은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전막으로 올린다. 기존 공연과 다른 것은 발레단 소속 무용수 정현옥이 해설을 곁들이고, 막과 막 사이에는 샌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며 독특한 가족발레 형식으로 꾸몄다는 점. 달빛에 비치는 백조의 움직임을 샌드 애니메이션 전문가 윤혜진이 신비롭고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2만~6만원. (02)2230-6613, ●신명나는 뮤지컬과 연극 경기도 고양어울림누리에서는 한·일 공동제작 뮤지컬 ‘피터팬’(2~6일·어울림극장)과 명작연극 ‘강아지똥’(4~6일·별모래극장)을 선보인다. ‘피터팬’은 피터팬과 팅커벨, 후크 선장 등 등장인물들을 정교하게 표현한 마스크를 쓰고 공연하는 마스크플레이. 무대를 날아다니는 묘기와 블랙아트, 경쾌한 음악이 어우러져 상상력을 높이고 신명나는 무대를 선사한다. 2만 5000~3만 5000원.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 작가의 동명 동화로 만든 ‘강아지똥’은 부모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연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1만 2000원. 고양어울림누리는 5~6일 광장 곳곳에서 그림자인형과 손가락인형, 전통책 제작 등 30여 가지 문화체험 놀이터로 변신하는 ‘고양어린이세상’을 만든다. 1577-7766. 경기도 성남아트센터는 5일과 6일, 어린이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앙상블시어터)와 액션 라이브쇼 ‘파워레인저’(오페라하우스)를 연다. ‘넌 특별하단다!’는 지나친 경쟁의식과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우리에게 각각의 존재만으로 큰 가치가 있음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1만원. ‘파워레인저’는 인기 TV시리즈를 무대로 옮겨 생동감과 화려한 볼거리를 더했다. 1만 5000~2만원. 이 기간에 성남아트센터는 ‘아트랜드‘로 변신한다. 세계 각국 민속악기와 재생 에너지를 체험하고, 폼클레이와 전통 대나무 활을 만드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031)783-80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2) 1950~60년대 만화를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2) 1950~60년대 만화를 말하다

    우리 만화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영화 등 다른 대중문화와 비슷하게, 만화도 신문물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던 때 국내에 첫발을 들였다. 1909년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렸던 이도형의 한 칸짜리 그림을 국내 첫 시사만화이자, 근대만화의 기원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17~18세기 조선시대 풍자화나 풍속화, 또는 그보다도 오래 된 민화(民畵)를 우리 만화의 뿌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 만화는 이미 1926년 첫 ‘원소스 멀티유스’(하나의 소재를 여러 장르에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 사례가 나올 정도로 일찌감치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초 풍자영화로 인정받는 ‘멍텅구리’라는 작품이 개봉했는데 이는 1924년 한 일간지에서 선보였던 노수현의 네 칸짜리 만화 ‘멍텅구리 헛물켜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일제시대 만화는 짧은 시사 풍자만화가 주류를 이뤘고, 호흡도 짧았다. 우리 만화가 대중과 본격적으로 호흡하며 역사를 써나간 것은 1945년 해방 이후다. 일제에 의해 폐간됐던 신문과 잡지가 복간되고 새 간행물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에 만화가 실렸다. 첫 단행본과 첫 만화전문 잡지도 등장했다. 특히 만화방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의 작품이 쏟아진 1950년대 중후반에서 1960년대 초중반을 첫 황금기로 본다. ●‘코주부’ 김용환·‘고바우’ 김성환 선구자 해방 뒤 우리 만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바로 코주부 캐릭터로 유명한 김용환(1912~1998)이다. 일본에서 그림 유학을 했던 그는 일찌감치 일본 최고 원고료를 받는 톱클래스 삽화가로 활동했다. 해방 직후 출간한 ‘토끼와 거북이’(1946)는 국내 단행본 만화의 효시로 남아있다. 김용환은 1948년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전문 잡지 ‘만화행진’ 창간을 주도했다. 협회를 만들어 만화가 권익향상과 후진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히트작 ‘코주부 삼국지’(1952)가 서울신문·한국만화영상진흥원 선정 ‘한국만화 명작 100선’에 포함됐다. 또 다른 거목으로는 시사만화의 대가 김성환(80)이 있다. ‘고바우 영감’(1950)으로 유명한 그는 3권짜리 반공만화 ‘도토리 용사’(1951)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김용환과 김성환은 우리 현대만화의 개척자이자 아버지다. 김용환은 과장법을 사용한 그림에서부터 섬세한 그림까지 만화의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능력을 갖췄다. 김성환은 과장법 위주의 가벼운 그림을 그리는 데 완벽했고, 호흡이 길지 않은 신문과 잡지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를 이뤘다. 이들의 그림을 교과서 삼아 연구하고 따라하며 많은 작가들이 탄생하게 됐다.”(박기준) 이 시기 작품 19편이 한국만화 명작 100선에 포함됐다. 김용환을 비롯해 ‘엄마 찾아 삼만리’(1958)의 김종래, ‘만리종’(1959)의 박기당, ‘조국을 등진 소년’(1964)의 이근철, ‘땡이의 사냥기’(1965)의 임창 등 일본 유학을 했거나 일본에서 나고 자랐던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100선에는 들지 못했지만 국내 순정만화의 어머니 엄희자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만화방(만화가게)은 만화의 유통과 소비를 확산시켜 만화가 대중적인 오락거리로 떠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만화 자체의 질을 떨어뜨려 ‘불량’, ‘저질’ 이미지를 덧씌우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만화방이 등장한 것은 1950년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만화 단행본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자, 이를 빌려주는 노점 좌판이 먼저 나타났다. 서점에서 실비를 받고 진열돼 있던 만화책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쟁 뒤 사서 보기 힘들던 힘겨운 경제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화방, 기폭제이자 부작용 양산도 작가들이 단행본으로 몰려 발행부수가 폭증했으나, 만화방이 생겨나며 판매부수가 줄어들자 서점들은 오히려 만화 취급을 꺼렸다. 만화 소비가 만화방 중심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전국 유통망을 갖춘 총판이 잇따라 등장하며 만화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959년 전국 2000 곳이던 만화방은 1960년대 말에는 9.5배인 1만 9000곳으로 늘었다. 만화방이 성황을 이루자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찾는 수요가 생겨났다. 이에 맞춰 부엉이문고, 제일문고, 크로바문고 등 만화전문 출판사가 등장했다. 이 출판사들은 인기작가를 전속으로 두고 만화책을 펴냈다. 부작용도 나타났다. 만화가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저가·저질 만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1950년대 초반 20쪽 안팎의 딱지만화가 유행했지만, 중후반에 두꺼운 고급 양장 단행본이 성공을 거두며 시장을 재편했다. 그러나 만화방용 만화는 고급 양장본과 달리 분량도 50~60쪽 안팎에 그쳤고, 싸구려 느낌이 강했다. 특히 1967년 중소 출판사들이 뭉쳐 ‘합동’이라는 이름으로 만화 출판과 유통을 독점하게 되자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신촌대통령 합동의 등장 이후 더 열악해졌다. 단가를 낮추면 그만큼 이익이니 크기도 줄이고, 종이도 싸구려를 썼다. 인쇄도 조악했다. 인기작이 나오면 대충 베끼기 일쑤였다. 만화 자체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박기준) ●검열의 시작… 20~30년 후퇴기 1961년 5·16 군사 쿠테타는 문화계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작가들의 창작력을 옥죄는 사전심의, 즉 검열이 시작된 것이다. 만화도 예외일 수 없었다. 1961년 12월부터 원로 만화가들과 출판사 관계자로 구성된 한국아동만화자율회가 이름만 ‘자율심의’인 검열을 맡았다. 그러나 명목상의 자율도 오래가지 않았다. 1967년 박정희 정부는 밀수, 도벌, 탈세, 폭력, 마약과 함께 만화를 ‘사회 6대 악(惡)’으로 규정했다. 이듬해 8월 한국아동만화자율회 해체 뒤 문화공보부 산하 한국아동만화윤리위원회가 생겼고 이들은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소재와 내용은 물론 어린이 건강을 보호한다며 종이 종류와 판형, 쪽수, 편수까지 통제하고 강제했다. 이름과 달리 폐휴지나 다름없던 선화지(仙花紙) 대신 갱지(紙)를 사용하게 하고 국판에서 4X6배판으로 책 크기를 키웠다. 권당 최대 130쪽까지 내용을 늘리게 하는 대신 편수는 무제한으로 이어가지 말고 ‘상·중·하’로 끝내게 했다. 아동만화윤리위원회는 1970년 1월 한국도서출판윤리위원회, 한국잡지윤리위원회와 함께 한국도서잡지윤리위원회(현 간행물윤리위원회)로 통폐합됐다. “남자와 여자가 손만 잡아도 풍기문란이라고 빨간 색연필이 그어졌다. 심지어 가족이라도 남녀가 한방에서 자는 것은 그릴 수 없었다. 전쟁만화를 그리면 북한 장교가 잘생겼다고 트집 잡아 늑대 같이 그리게 했다. 필명을 쓰던 작가들은 사람 이름 같지 않다는 지적에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만화 속 등장인물도 마찬가지였다.”(박기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 기사는 박기준 화백 인터뷰를 바탕으로 최열 ‘한국 만화의 역사’, 손상익 ‘한국만화통사㈛’, 박기준 ‘박기준의 한국만화야사’, 박인하·김낙호 ‘한국현대만화사’를 참고해 재구성했습니다.
  • 러시아서 ‘녹색구름’ 출현에 시민들 공포…정체는?

    러시아 모스크바 일대에 녹색구름이 출현해 시민들이 불안에 떠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26일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 등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녹색구름은 이날 오전 모스크바 남쪽에서부터 목격되기 시작해 오후에는 시내 중심부까지 도달했다. 녹색 구름이 뜬 지역에는 도로와 차량 위에 녹색의 먼지가 덮혔고 시내와 근교 주민 중에는 “외계인의 침략이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왔다.”며 패닉을 일으키고 신고하는 사람도 나왔다고 전해졌다. 이에 러시아 기상 당국은 “오늘 모스크바 시민들은 외계인이 침략해 오는 공포 영화의 등장인물 기분을 맛보았다. 시 남·서부에서 녹색으로 물든 하늘이 목격됐다.”면서 “사실 이 구름의 정체는 꽃가루이며 외계인의 침략이 아니다.”고 발표했다. 모스크바 남부에 있는 산업도시 포돌리스크 당국도 구름이 녹색으로 나타난 원인은 산업 사고로 생겨난 위험 물질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기상 당국에 따르면 주민 대부분은 자연현상의 가능성을 완전히 잊고 공장 사고가 원인이라고 단정 지은 것 같지만 먼지의 정체는 오리나무와 자작나무에서 나오는 꽃가루다. 올해는 봄이 늦게 찾아와 최근에야 꽃가루가 날리는 현상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재난대책기구인 비상사태부는 “기온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나무에서 꽃이 개화된 결과 연두색 꽃가루가 길거리나 창문, 차량을 덮는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꽃가루 알레르기나 천식을 가진 사람에 영향이 나타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일시적으로 불편을 초래뿐”이라고 전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어벤져스’ 만화팬 로망 현실로 vs 영웅 여섯 따로 놀아

    ‘어벤져스’ 만화팬 로망 현실로 vs 영웅 여섯 따로 놀아

    할리우드에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려고 이렇게 많은 떡밥을 던져놓은 전례가 없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인크레더블 헐크’(2008), ‘아이언맨2’(2010), ‘토르: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져’(이상 2011)까지 마블코믹스 만화를 원작으로 둔 일련의 영화에는 한결같이 제3의 영화를 암시하는 힌트가 등장한다. 슈퍼히어로 만화(혹은 영화) 팬에게는 꿈의 프로젝트인 ‘어벤져스’다. 영화는 신들의 나라 아스가르드 왕국 후계자에서 밀려난 로키가 외계 종족과 손을 잡고 강력한 에너지원 ‘큐브’를 탈취하면서 시작한다. 인류를 위기에서 구하려고 비밀조직 쉴드의 국장 닉 퓨리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슈퍼영웅들을 규합하는 ‘어벤져스’ 작전에 착수한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까지 모으는 데는 성공한다. 하지만, 개성 넘치는 이들을 ‘팀’으로 묶는 일이 절대 만만치 않다. 오는 26일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한국에서 개봉하는 ‘어벤져스’를 짚어봤다. [UP] 아이언맨·토르·헐크 다 나와…고수끼리 싸우는데 완전 신나 1963년 출간된 만화 ‘어벤져스’의 영화화는 2000년대 중반까지 꿈도 못 꿀 일. 마블코믹스 캐릭터를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격인 ‘어벤져스’의 주요 등장인물-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은 올드팬의 추억 속에서 존재할 뿐이었다. 요즘 세대의 입맛에 맞는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낼 동력이 없었다. 하지만 2008년 ‘아이언맨’의 성공(전 세계 흥행 5억 8517만 달러)은 죽은 자식을 살려내기에 충분했다. 2007년 ‘아이언맨’ 캐스팅 단계에서 마블 프로듀서 케빈 페이지가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아이언맨’은 모든 캐릭터들을 한데 모을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이라던 예언이 현실이 된 셈. ‘어벤져스’를 기다린 이들의 피가 끓어오른 건 단순한 이유다. 김일과 무하마드 알리, 리샤오룽 같은 고수들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란 발상에서 비롯된 이종격투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아이언맨과 토르, 헐크 등이 맞붙거나, 제3의 존재에 맞서 편을 먹는다면 어떨까란 상상을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욕망 때문일 터. 영화 ‘어벤져스’는 이 같은 팬들의 욕구를 완벽하게 짚어냈다. 과시욕이 강한 아이언맨과 안하무인인 토르가 죽기 살기로 맞붙거나, 발군의 몸짱인 헐크가 토르의 이복동생 로키를 장난감처럼 패대기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어벤져스’의 또 다른 강점은 천방지축 캐릭터들의 개성을 갈등 요인인 동시에 활력으로 수렴했다는 점이다. 프로야구·축구의 ‘올스타전’이 눈요깃거리만 있을 뿐, 경기 수준은 형편없는 게 보통. 하지만 ‘어벤져스’는 각각 캐릭터들이 가진 스토리와 전체 이야기가 시너지를 발휘한다. ‘에이리언4’ ‘토이스토리’의 각본에 참여했던 조스 웨던 감독의 솜씨가 제법이다. 물론, 클리블랜드 시내를 4주간 통제하고 찍었다는 외계종족과 ‘어벤져스’ 팀의 마지막 전투 신과 쉴드의 비밀요새 헬리케리어의 디자인은 마블의 종합선물세트답게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자막이 올라간 뒤 속편을 암시하는 보너스 영상도 담겨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DOWN] 마니아 아니면 캐릭터 몰라… 코믹헐크 빼면 그놈이 그놈 욕심이 과했던 걸까. 2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동안 6명의 영웅은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따로 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구의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슈퍼히어로를 불러모아 세상을 구한다는 소재는 참신하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초반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아메리카 등을 소개하고 그들이 한 팀으로 모이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 하지만 많은 주인공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지 않았던 관객이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동시에 이미 영화를 섭렵한 관객에게는 영화의 절반 이상이 지루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어벤져스’는 분명 캐릭터의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한 영화다. 마블코믹스의 마니아라면 흥미로울 장치들이 촘촘하게 깔렸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은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인지도가 현격하게 떨어지는 캡틴 아메리카를 ‘중용’한 것이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의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미국색이 짙은 이름과 성조기를 차용한 쫄쫄이 의상 탓에 한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반미정서가 강한 일부 국가에서는 ‘캡틴 아메리카’란 제목조차 쓰지 못했던 터(한국에서는 ‘퍼스트 어벤져’로 개봉). 하이테크 갑옷으로 중무장한 아이언맨이나 감마선을 쬔 후 놀랄 만한 능력을 얻은 헐크, 신들의 왕국에서 온 토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역부족인 그가 ‘어벤져스’ 팀의 리더 역할을 하는 데 대해서는 마블 유니버스(마블코믹스의 세계관)의 팬들도 불만이 많을 것이란 얘기다. 클라이맥스에서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붓지만, 슈퍼히어로의 개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쉽다. 코믹함을 담당하는 헐크를 제외하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가 없다. 기대보다 3차원(3D)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분단·체제의 희생양 북녘동포의 수난 그대로…

    북한에서 중학교 교사였던 정선화는 한국의 탈북자 지원기관인 하나원에 있다. 북한에서는 대학교수였던 아버지와 현숙한 어머니 사이에서 어려움을 모르고 살았다. 어렵사리 들어온 한국에서 자유를 찾은 듯하지만, 밤이 오면 전신을 으깨던 치욕과 고통 속으로 끌려간다. 선화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성 탈북작가 김유경은 선화의 몸과 시선을 빌려 탈북자의 삶을 그린 첫 장편소설 ‘청춘연가’(웅진지식하우스 펴냄)를 냈다. 북 조선작가동맹 출신으로, 2000년대에 탈북한 작가는 체제 유지를 위해 문학이 존재하는 곳에서 벗어나 자유를 담은 글쓰기를 시도했고, 자신과 같은 탈북자들의 현실을 알리는 것으로 글재주를 풀어냈다. 북한에는 1990년대 중반 경제난이 닥쳤다. 소위 ‘고난의 행군’이다. 선화네 가족에도 배급이 끊겼다. 거리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넘쳐 났고, 아이들은 꽃제비가 되거나 도둑질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병을 얻자 선화는 돈 몇 푼에 중국에 팔려갔다. 덜컥 딸까지 낳았지만 선화는 견딜 수 없어 결국, 딸을 두고 탈출했고,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선화는 대학교수 딸도, 중학교 교사도 아니다. 그저 탈북자일 뿐이다. 선화처럼 중국에 팔려 갔다가 딸과 함께 탈출한 복녀, 꽃제비였던 경옥, 평양음악무용대학에 다니며 부유했던 미선 등도 하나원에서는 모두 같은 처지이다. 작가는 선화뿐만 아니라 복녀와 경옥, 미선 등 등장인물들의 삶에 골고루, 또 생생하게 힘을 쏟았다. ‘있을 법한’ 인물이 아니라, ‘분명 존재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책날개에는 작가의 말이 담겨 있다. “숨어서 간신히 손만 내밀고 세상에 이 소설을 보낸다.”고 돼 있다.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터라, 작가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이 삶은 현재진행형이며 그 자체가 인간사회에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이자 우리 민족이 숙명적으로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라는 작가는 “분단시대와 체제의 희생양인 북한인들, 탈북자들의 수난을 흘러가는 물처럼 그냥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늘 갖고 있고, 작가로서 문학으로 이에 동참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고 집필 의도를 털어놨다.“ ‘청춘연가’라는 제목에는 “그곳에도 청춘연가가 울리길 바라는 희망과 가능성을 담았다.”고 했다. 하지만 주인공 선화는 치유할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처지다. 탈북자의 행복은 허용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탈북자들은 죽음 이상의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입니다. 처절한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신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선화가 겪은 고통은 그중 하나일 뿐 특별한 아픔이 아닐 겁니다.” 작가의 말은 다소 냉정해 보이지만, 독자는 선화의 죽음으로 선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치유와 희망을 던져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목숨과 욕망, 그 덧없음을 속삭이다

    목숨과 욕망, 그 덧없음을 속삭이다

    엽기적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쭉쭉’한, 그러나 모델답게 ‘빵빵’하지는 않은 헐벗은 여인네들이다. 그런데 엑스레이로 찍은 듯 몸뚱어리 곳곳에다 해부학적 특성을 모두 다 드러내고 있다. 말이 고상해 해부학적 특성이지, 피부 아래 숨겨진 근육, 힘줄, 뼈대 같은 것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징그러운 건 기본이고 투시도처럼 되다 보니 어느 부분에서는 약간 어색한 감도 있다. 알고 봤더니 패션계의 바이블로 통하는 잡지 보그(Vogue)를 찢어서 고스란히 썼다. 잡지를 장식하고 있는 멋진 모델들 위에다 볼펜 등을 이용해 드로잉을 올린 것이다. 미의 기준을 되묻는 작업이다. ●모델 몸 위에 새긴 죽음의 기호 5월 27일까지 서울 신림동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보그 모멘트’(Vogue Moment)전에 출품된 후미에 사사부치의 작품이다. 비슷한 톤의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지막에는 ‘죽음의 무도’(Totentanz) 도상들이 나타난다. 모델들의 해부학적 깊이를 드러내 보이는 게 아니라, 그 모델 옆에다 죽음의 이미지를 볼펜 등으로 그려넣는 것이다. 중세 시대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그 어느 누구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도상이다. 목숨을 수확해 가겠다는 듯 낫을 든 모습이 끔직해 보인다. 불멸성은 인간이 아닌 신의 속성이라는 재확인이다. 김행지 선임학예연구사는 “보그를 이용한다면 굉장히 팝적인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이 작가의 경우 오히려 전통적인 드로잉에 충실한 작품을 선보여서 유럽에서 상당히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그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는 도상들의 현대적 변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현목 작가는 사진작업 ‘속물화’(Still of Snob) 연작을 통해 17세기 네덜란드의 정물화를 현대적으로 바꿨다. 네덜란드 정물화는 세상의 귀하고 아리따운 그 모든 것이 덧없다(Vanitas)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는데, 정 작가는 그 정물화의 구도 속에 샤넬 백 같은 요즘 시대의 명품을 배치해 뒀다. 고급스러운 사진 질감 위에서 정물화의 구도를 보는 맛이 새롭다. 양문기 작가의 ‘고급 돌’(Luxury Stone)은 아예 돌덩이들을 가방 모양으로 깎아낸 뒤 그 위에다 명품 로고를 새겨 뒀다. 돌을 깎아낸 모양새가 제법 명품스럽긴 하지만, 하기야 따지고 보면 명품 값은 상표 값 아니던가 싶어 피식 웃음이 난다. ●돌덩이로 깎은 명품가방, 비틀어진 탐욕 그럼에도 우리는 저마다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 다 죽어가던 유럽의 소규모 공방들을 일본에 이어 한국과 중국이 다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지만, 그래도 일단 한번 써 보고나 싶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 욕망을 잘 즈려밟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약간의 위화감도 느끼지 않던가. 그래서 작가들의 비판적인 시선보다는 김지민 작가의 ‘바니타스홀릭’(Vanitas-holic)이 더 재미있다. 훈계조로 일러주기보다 슬쩍 비틀어 놔서다. 마치 일가족처럼 서 있는 인물 군상들인데, 이들 몸은 온통 하얗게 균질하게 칠해져 있는데다 복장이나 액세서리도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 그런데 얼굴에만은 뭔가가 잔뜩 모여 있는 형상이 붙어 있다.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남자의 얼굴에는 멋진 자동차가, 한 여자의 얼굴에는 화장품 로고가, 남자 아이 얼굴에는 닌텐도 게임기가, 개와 고양이 얼굴에는 맛난 먹을거리가 들어앉았다. 사진이나 상표 같은 것을 수백개씩 동그랗게 이어 붙여져 있다. 우리가 사는, 몽롱한 모습이다. (02)880-950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충격의 ‘인육만두 사건’ 식인 동영상도 찍었다

    브라질 사회를 경악케 한 인육만두사건이 확대되고 있다. 사람을 죽인 뒤 인육으로 만두를 만들어 먹고 팔기까지 한 3명 용의자 중 2명이 카니발리즘(식인주의) 영화(동영상)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현지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공포의 영화가 실제 카니발리즘을 여과 없이 촬영한 것인지, 언제 제작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혼령’이라는 제목이 붙은 동영상은 53분짜리로 잡힌 용의자 중 2명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이 지금보다 훨씬 젊게 나와 동영상은 이미 오래 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언론은 “경찰이 수사 중이지만 촬영된 카니발리즘 장면이 실제 상황인지, 언제 촬영된 것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끔찍한 인육만두사건은 최근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코에서 발생했다. 작가와 음악가, 무술강사로 활동하던 51세 남자와 50세 부인, 남자의 애인(사진) 등 3명이 사람을 죽여 인육을 먹고 판 혐의로 체포됐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2명은 50대 부부다. 사이비종교의 신자들로 알려진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살인혐의를 순순히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중국의 혼이 담긴 중화예술의 꽃 ‘경극’

    중국의 혼이 담긴 중화예술의 꽃 ‘경극’

    중국의 화려한 역사와 활기찬 오늘을 보여 주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 ‘베이징에서 발전한 연극’이라는 뜻을 가진 경극은 화려하고 심오한 예술성으로 200년 넘게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13일 오후 7시 35분에 방송되는 EBS ‘세계의 무형문화유산’에서는 중국의 혼을 살아있는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경극을 매란방 경극단의 단장 리훙투와 그의 제자인 장진을 통해 만나 본다. 경극은 중국의 고대 역사를 기본으로 노래, 낭송, 연기, 무예가 합쳐진 중화예술의 꽃이다. 또한 별다른 장치가 없는 텅 빈 무대에 연기자들이 노래, 낭송, 연기, 무예라는 네 가지 기예와 입, 손, 눈, 몸, 걸음으로 만드는 다섯 가지 표현법로 연극을 화려하게 수놓는 ‘4공 5법’의 종합예술이다. 경극은 그 기원이 어느 시점부터 시작되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18세기 청나라 건륭의 80세 생일잔치를 기념해 ‘안후이성’이라는 극단이 펼친 연극이 경극의 시발점이라고 전해진다. 경극을 이해하려면 나름의 심미안과 사전지식이 필수다. 경극에는 고전 문학인 삼국지부터 기존 역사 이야기를 재구성한 패왕별희까지 중국의 고대사, 전통, 문화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또한 남성인 생과 여성인 단, 폭력적인 악한 역할의 정과 감초 역할의 축, 네 개 배역이 펼치는 ‘과장의 예술’ 속에서 등장인물의 성격과 기질을 파악해야 한다. 연기자가 펼치는 걸음걸이, 안색, 말투, 몸짓, 눈높이, 신발 모양, 얼굴 분장색 하나하나가 상징하는 함의를 관객이 이해해야 비로소 하나의 경극이 완성되는 것이다. 현대의 중국인들에게 경극은 친밀하지 않다. 서민이 접하기에는 공연관람가격이 비싸고, 구성요소들도 난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극은 그들에게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 볼 수 있는 조국의 혼, 그 자체이자 전통 예술이다. 북경 경극원에 입단한 지 벌써 20년차인 매란방 경극단의 리훙투(50) 단장은 연극계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매화상 18회 수상자이다. 경극에 있어서 베테랑이 된 그이지만, 그는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모래주머니를 차고 연습에 매진한다. 경극을 더 나은 길로 발전하게끔 이끌고 후대에게 올바르게 전승해야겠다는 소명의식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3년 전, 진지하게 경극을 배워보고 싶다는 제자가 찾아왔다. 바로 장진(28)이다. 12살 무렵부터 경극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몇 년 전 다리 부상을 입으면서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매란방 같은 경극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한평생을 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심오한 경극에 빠져들어 스승의 뒤를 따라 묵묵히 경극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카오스(CHAOS)의 힘/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카오스(CHAOS)의 힘/오일만 경제부 차장

    4월 11일, 남북한 모두 주요한 정치 일정이 있다. 남한은 4년간의 의회권력, 나아가 대권의 향배를 결정하는 19대 총선을 치르는 날이고 북한은 세습 3대째인 ‘김정은 체제’ 굳히기를 위한 제4차 당대표대회가 열린다. 날짜가 겹친 데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그리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분단 64년 동안 각자 걸어온 체제의 특징이 농축돼 있다. 선거는 원래 시끄럽다. 정반대의 견해와 이데올로기가 공존하니 갈등으로 표출되기 일쑤다. 여야 모두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정책대결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상대방을 욕하고 깎아내려야 더 관심을 끄는 것이 선거판의 생리다. 초단위로 전달되는 스마트폰 혁명이 멱살잡이식 네거티브 전략에 활용되면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일사불란함 그 자체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제4차 대표자회 대표자선거를 위한 조선인민군, 도·시·군 당대표 선거가 조용하고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이미 내정된 후보가 100% 당선되니 싸울 일도 없을 것이다. 아마 11일 당대표대회에서도 김정은 군사 부위원장이 위원장이나 당 총서기로 승진할 것이 확실하다. 북한 체제의 단결과 안정성을 대내외에 선전하는 좋은 호재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끄러운 민주주의가 좋다. 당장 내일 지구가 망할 것같이 싸우더라도 우리는 미래를 낙관한다. 무정형의 혼돈 속에서 정형의 질서를 찾아가는, 바로 카오스(Chaos·혼돈)의 질서를 믿기 때문이다.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생생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민주주의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오스가 질서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원칙이 있다. 바로 법치주의 시스템의 작동이다. 법이 전제되지 않은 카오스는 억압된 질서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인간이 자랑하는 문명사회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끔찍함이다. 요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을 보자. 연일 언론들이 그 심각성을 외치고 동네 술집마다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안주 삼아 울분을 토로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법치 시스템을 허무는 권력 남용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권력은 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속성이 있다. 권력은 국가 보위라는 거창한 명목을 앞세운다. 법이라는 것은 자신들의 통치행위를 가로막는 방해물이 되기도 하고 일반 국민들이나 지키는 권력의 부속품쯤으로 치부한다. 온갖 이유를 만들어 권력은 법망 저 밖에서 손짓하는 인치의 유혹에 빠져든다. 마치 수학공식처럼 권력의 농단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런 의미에서 1974년 닉슨 미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대통령이 몰래 하수인들을 시켜 불법 도청을 했는데 그들 중 일부가 법망에 걸렸다. 처음엔 단순한 절도사건으로 알려졌지만 최고 권력자와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 백악관을 향해 수사망이 좁혀진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권력을 이용해 증거를 은폐 조작하고 돈으로 범인들의 입을 막으려 하는 등 온갖 탈법을 저질렀다. 등장인물은 다르지만 지금 맹렬하게 번지는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의 ‘데자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38년 전 당시 미국의 사법부가 살아 있는 권력을 단죄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미국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좌파 쪽 사람들조차 미국의 결연한 법치 시스템에 박수를 보낸 것도 이런 이유였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요즘 이른바 ‘깃털’들이 속속 구속되는 상황이지만 아직도 몸통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역대 권력형 비리처럼 유야무야, 용두사미 격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력이 법의 감시망을 벗어나는 순간 카오스의 에너지는 파괴의 본질을 드러내게 된다. 민주주의의 역린(逆鱗·용의 노여움)을 건드리는 권력은 결국 우리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다. oilman@seoul.co.kr
  • [리뷰]타이타닉 3D를 극장서 ‘다시’ 봐야 할 이유

    [리뷰]타이타닉 3D를 극장서 ‘다시’ 봐야 할 이유

    제임스 카메론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 ‘타이타닉’은 1997년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2~3번 관람한 ‘충성 관객’외에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와 TV를 통해 보고 또 본 ‘헤픈’ 영화 중 하나다. 때문에 타이타닉이 3D로 재개봉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볼만 할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굳이 5년간 2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3D로 컨버팅하는 작업이 왜 필요한지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일을 벗은 타이타닉 3D는 기존의 타이타닉이 아니었다. 그저 추억을 회상할 옛 영화라고 하기엔 타이타닉 3D는 너무나 색다르고, 더욱 아름답다. 카메론 감독과 3D 컨버팅 작업팀은 한 장면을 3D로 변환하기 위해 길게는 2주일가량을 소모해야 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단 한 장면에는 디카프리오나 윈슬렛의 얼굴 클로즈업 씬 등이 포함돼 있는데,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듯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두 사람의 얼굴이나 침몰 전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타이타닉 호 내부가 등장하는 장면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입이 벌어질 만큼 선명하고 화려하다. 마치 리모델링을 통해 전혀 다른 공간으로 다시 탄생한 집을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3D 기술을 마치 내 코앞에서 물체가 움직이는 듯한 입체영상으로만 여긴다면 오산이다. 타이타닉 3D는 보다 또렷해짐과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움직임과 배경에 볼륨이 더해지면서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이미 지난 15년 간 수많은 평론가와 업계 관계자, 관객들의 찬사를 받아온 만큼 이제와 구성의 치밀함을 논하는 것은 부질없다. 다만 15년 전 이 영화를 본 많은 관객 중 어떤 이들은 이미 결혼해 중년이 되었을 수도 있고, 당시 극적인 러브스토리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이들은 어느새 다양한 사랑을 경험한 성인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관객 저마다에게 흐른 15년의 시간은 타이타닉 3D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 15년 전 이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근래의 웃음유발에만 급급한 로맨틱코미디에 익숙한 젊은 관객에게도 타이타닉은 달리 다가간다. 타이타닉이 ‘잠들어있던’ 지난 15년간, 역시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이외에는 어떤 영화도 ‘잭’(디카프리오 분)과 ‘로즈’(윈슬렛 분)의 사랑기록(전 세계 역대 흥행 수익 2위 기록)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타이타닉이 흔하디 흔한 로맨스 영화와는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에 할리우드 대표 꽃미남이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15년 전 생생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 역시 스크린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후회할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타이타닉 호 침몰 100주년이자 15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는 타이타닉 3D는 오는 5일 개봉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민간사찰·증거인멸 ‘영포·노동부 라인’ 합작품

    민간사찰·증거인멸 ‘영포·노동부 라인’ 합작품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등장인물이 ‘영포라인’(경북 영일·포항 출신)과 ‘노동라인’으로 압축되고 있다. ‘몸통’을 자처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필두로 한 고용노동부 출신 영포라인이 ‘주역’을 맡고 영포라인과 노동라인이 ‘조연’에 나선 양상이다. 사실상 영포라인과 노동라인이 ‘2인3각’ 형식으로 겹치면서 무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 등에게 건네진 돈과 관련해서는 고용부나 노동계 출신 인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실제 2010년 9월 장 전 주무관에게 변호사 비용 명목으로 4000만원을 건넨 인물은 이동걸 고용부장관 정책보좌관이다. KT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 보좌관은 고용부장관을 지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다. 임 전 실장은 비슷한 시기에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가족에게 직접 ‘금일봉’을 건넸다. 이 보좌관은 “노동계 인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라고 해명했고 임 전 실장은 “고용부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구속돼 가족들이 힘들어한다는 보고를 받고 위로금을 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는 않다. 게다가 당시 임 전 실장은 이미 고용부를 떠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이 전 비서관 역시 잘 알고 지내던 공인노무사 이모씨를 통해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전달했다. 노동라인이 왜 이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며 사건 관련자들에게 돈을 건넸는지는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임 전 실장이 여전히 대통령실장이던 지난해 4월에는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5000만원을 조성해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했다. 임 전 실장의 등장 빈도가 많아지면서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 의혹 또한 커지고 있다. 영포라인은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의 처음과 끝이다. 현 정권 출범 초기에 조직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포항 출신의 이 전 비서관이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의 지시로 직접 포항과 영일 출신 인맥을 뽑아 조직 곳곳에 배치한 ‘비선라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비서관의 직속 부하인 조재정 전 선임행정관 역시 경북 영일 출신이며 이 전 비서관의 지시로 장 전 주무관에게 증거인멸 등을 종용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 역시 포항 출신이다. 두 사람은 이후 고용부로 복귀해 각각 기획조정실장과 주미대사관 주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2010년 검찰의 1차 수사 당시 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인규 전 지원관 역시 포항고 출신으로 ‘영포라인’으로 분류되며 직접 실무를 담당한 김충곤 점검 1팀장과 원충연 조사관도 모두 포항 출신이다. 또 증거인멸 지시 혐의로 기소된 진경락 전 과장도 이 전 비서관이 직접 선발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본업인 공직 감찰 대신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광범위하게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동향 출신의 사찰팀을 꾸려야 했고 정권실세의 신임이 두터웠던 이 전 비서관이 중심이 돼 ‘영포라인’을 전면 배치한 것으로 보여진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해리포터 마법씬 본 아이들, 창의력↑”과학적 증명

    “해리포터 마법씬 본 아이들, 창의력↑”과학적 증명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 영화 ‘해리포터’를 본 아이들은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또래에 비해 실제로 창의력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과학전문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가 20일 보도했다. 영국 랭커스터대학연구팀은 4~6세 어린이 5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제1그룹에게는 해리포터 속 등장인물들이 빗자루를 타거나 마법지팡이로 요술을 부리는 장면을 15분간 시청하게 했고, 제2그룹에게는 같은 영화지만 마법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장면만 모아 15분을 보게 했다. 그 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에게 어떤 사물을 주고 그것을 표현해보는 미션을 줬더니, 제1그룹 아이들은 사물을 의인화하는 등 더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했으며, 사물과 현상을 보는 ‘기발한’ 시각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팀은 동물과 사람이 언어로 대화한다거나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이고 더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또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마법적’(magically)으로 생각한다면, 현실의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배가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산타클로스나 마법사, 이의 요정(tooth fairy)등이 아이들에게 노출될 경우 교육적인 측면에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해리포터 속 마법이 등장하는 장면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학교가 아이들에게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영화나 책을 자주 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막장’가족의 잔혹한 삶과 사랑

    요즘 하도 막장드라마가 많아서 웬만한 상황에는 꿈쩍하지 않을 줄 알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우선멈춤’이라는 말이 읽는 이에게 하는 걸까 생각하는 순간에 맞닥뜨린다. 다음 장면으로 가기 전에 우선 멈춤. 그리고 마음 단단히 먹고 읽어 내려가야 할 거라고. 책 속에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 끝까지 버티면, 작가가 왜 ‘이래야’ 했는지 더 확실히 이해된다. ‘악어떼가 나왔다’, ‘오즈의 닥터’, ‘사소한 문제들’ 등 전작에서 잔혹한 사회의 일면을 드러낸 안보윤(31) 작가는 장편소설 ‘우선멈춤’(민음사 펴냄)에서도 여전히 그 표현방식을 유지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 모두 마음 편하게 대할 수가 없다. 자신의 폭력성으로 상대를 상처 입히고, 또 상처 입는다. 고등학생 해정은 첫 시험-비록 쪽지시험이지만-에서 나쁜 인상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거실에서 초등학생 동생 해수는 일본 애니메이션 ‘철콘 근크리트’를 보면서 키득댄다. 평범하다, 여기까지는. 기업 사장 아빠가 찜질방에서 딸만한 여자아이를 더듬다가 지구대에 끌려가고, 사람들에게 ‘변태새끼’라는 말을 듣는 것을 목격한 뒤로 모든 게 꼬였다. 해정은 위로가 필요해 만나기 시작한 30대 회사원 박기영과 모텔을 드나든다. 해수는 ‘변태 아들’이라는 따돌림과 학대에 못 이겨 반년째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엄마는 젊은 애인과 여행 중이다. 해정에게 가족은 ‘조건부 임시 동거인’일 뿐이다. 이들뿐인가. 박기영의 모친 순임은 산파인 할머니에게 배운 기술로 불법 낙태를 일삼는다. 해수의 상담교사 선주는 순임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각자, 또 한데 모이는 매순간에 머리가 띵해진다. 과연 이런 것들을 나열하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 상세하게 묘사했다가 걷어내는 작업을 몇 번 거쳤다.”는 작가는 자신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마치 경험한 듯한 세밀한 표현에 대해서는 “우리는 요즘 매시간 폭력에 노출되면서 간접적 폭력을 경험하지 않았는가.”라고 되묻는다. “우리에게는 자기제어가 필요해요. 해정의 아빠가 여자를 만질 때, 순임이 아이를 꺼낼 때, 기영이 해정을 때릴 때, 우선멈춤을 해야하지만 보통은 끝장이 나서야 멈추게 되죠. ‘잠깐만요!’ 외쳐야할 그 순간들을 쓰고 싶었습니다.” 낙태를 돕는 순임 할머니의 일은 결국 아들에게 버림받는 순임을 만들었고, 성추행을 일삼은 해정 아빠는 두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 자신의 핏줄조차 성가신 존재이기만 했던 선주 역시 악행이 들통났다. 아이를 가진 해정을 죽도록 팬 박기영도 어느 모텔에서 해정을 기다리다가 경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잠깐만’이나 ‘우선멈춤’을 하지 않은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업보’다. “그게 네 업보야.”로 끝난다면 작가는 단지 세상을 팍팍하게 보는 사람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작가가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세련된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런 극단적인 장면들 속에서 지켜내야할 가치를 끄집어 보여줄 줄 안다는 데 있다. 경찰서에 모인 가족들 사이에서 아기를 꼭 끌어안고 있는 해수와 등 뒤에 닿는 뜨거운 아기 숨결이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해정을 만나게 되는 순간, 극도로 잔혹하고 긴장된 세상에서 한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1만 1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현대인의 ‘헛된 욕망’ 치유

    2012년 세계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전민식(47)은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은행나무 펴냄)에서 산업사회에서 상처 입은 존재들, 현대인의 헛된 욕망을 그린다. 잘나가는 컨설팅 회사의 일등사원, 임도랑은 산업스파이인 여자친구에게 자료를 유출시킨 실수로 회사에서 잘렸다.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다. 기껏 하는 일이 일당 2만 5000원 받는 식당 불판닦이다. 그에게 온 기회는 돈 많은 이혼녀의 값비싼 개 ‘라마’를 산책시키는 것.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는 개를 돌보면서 도랑은 내심 인생역전을 꿈꾸면서 엉뚱한 상황들과 맞닥뜨린다는 내용이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두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정서를 지닌 소설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패배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파토스(연민을 끌어내는 힘)로 작용해 감동을 준다.”면서 “방법론적으로 언어나 플롯의 낭비 없이 경제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웰 메이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작가 이력을 훑으면 ‘늦깍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 학창시절 작가의 꿈을 품고, 이십대 후반에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문단의 문을 두드렸다. 수차례 신춘문예에 낙방한 뒤 장편소설 공모에 집중했지만 최종심에서 떨어진 게 아홉번이다. 이번 수상으로 ‘9전 10기’를 이룬 것이다. 그런 열정이 만들어내서인지 소설 속 패배한 삶들이 치유를 찾아내는 과정이 훈훈하다. 역할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삼손, 애견센터 몽몽 원장, 미스터리한 은행나무집 여주인 등 인상적인 인물들이 대부분 실존 인물이라고 하니, 묘사가 생생한 것에도 이유가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착한 피로’가 새로운 공동체를 연다

    전작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권력의 억압성 대신 생산성 개념에 대한 천착을 보여줬던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 교수이자 한국인 철학자 한병철(53)이 이번엔 ‘피로사회’(김태환 옮김, 문학과 지성사 펴냄)로 한국 독자들을 찾았다. 저자는 권력이란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게 아니라 북돋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본다. 권력의 생산성에 도움돼서다. 직접 억압하고 강제하면 비용이 커진다. 혁명으로 되치기당할 위험성도 높다. 그래서 권력은 자유에 스며든다. 끊임없는 야근과 어제보다 더 나은 성과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개인 역량의 자유로운 발현이라 칭송한다. 그래야 손쉽게 더 많이 착취할 수 있다. 이런 내용 때문에 독일 현지에서 8쇄를 찍어 지난해 가장 많이 읽힌 철학책으로 꼽혔다. 요즘 독일 최대 유행어 ‘번아웃 신드롬’(업무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생긴 극도의 피로감으로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에 빠지는 것)과 맞물려서다. ‘내 머릿속 자동 태엽’ 같은 이런 분석은 사실 포스트모던 이론가들이 언급해 왔던 문제다. 현대인들은 ‘주체적인 나’를 내세우지만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만들어낸 만큼, 무력감도 퍼뜨렸다. 누가 대항할 것이냐다. 뒤늦게 아직 왕의 목은 잘라지지 않았다고 독려해 봐도 그러다 네 목부터 잘릴 것이라는 경고음이 워낙 컸던 탓에 응답이 나올 리 없다. 책 전반부에서 포스트모던 이론가들보다 권력의 생산성 논의를 더 정교하게,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저자에게 궁금해지는 점은 바로 그러한 사회의 미래상이다. 마지막 장 ‘피로사회’에서 문학가 페터 한트케의 ‘피로에 대한 시론’을 인용하면서 펼치는 논의가 인상적이다. 한트케는 “(예수 부활 뒤) 성령을 맞는 오순절의 사람들은 언제나 피로한 모습일 거라 상상한다.”면서 그 피로를 “나는 너한테 지치는 게 아니라 너를 향해 지친다.”라고 정리한다. 말 못하고, 보지 못하고, 분열시키는 피로가 아니라 “말 잘하고, 보는, 화해시키는 피로”가, “근본적인 피로”가, “눈 밝은 피로”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피로에 대해 “깊은 우애를 낳고 소속이나 친족에 의존하지 않은 공동체의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평한다. 이어 “오순절 사회가 미래사회의 동의어라고 한다면, 도래할 사회 또한 피로사회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끝맺는다. 저항하라는 손쉬운 외침 대신 피로로 피로를 다스리라는 이 진술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저자는 “일부러 모호하게 남겨두고 싶었다.”고 답했다. 니체, 푸코, 아감벤 등 등장인물은 다양하지만 책 분량은 본문만 60여쪽이다. “이론은 없고 정보로 가득찬 1000여쪽짜리 책 대신, 이론만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는 뜻이 반영돼서다. 1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리뷰]왕을 노리는 ‘가비’(커피) 실화와 허구사이

    [리뷰]왕을 노리는 ‘가비’(커피) 실화와 허구사이

    일본에게 왕비를 잃고 백성과 자신의 목숨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 왕(고종)이 있다. 어린 시절 먼 이국땅 러시아에서 의문의 자객단에게 아버지를 잃고 커피와 금괴를 훔치며 살아온 여자(따냐)가 있다. 그리고 역시 어린 시절부터 한 여자만 바라보며 목숨을 다해 지키려는 남자(일리치)가 있다. 영화 ‘가비’(장윤현 감독)는 나라가 혼란한 시기에 위 세 사람과 이들을 둘러싼 위기를 가비(커피의 고어)라는 매개체로 그려냈다. 1896년 고종(박희순 분)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해 대한제국을 준비하던 혼돈의 시기, 러시아 대륙에서 커피와 금괴를 훔치다 러시아군에게 쫓기게 된 일리치(주진모 분)와 따냐(김소연 분)는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 분)의 음모로 조선으로 오게 된다. 고종의 곁에서 커피를 내리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가 된 따냐,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사카모토란 이름의 이중스파이가 된 일리치, 그들은 사다코로 인해 고종을 암살하는 은밀한 작전에 휘말린다. ‘가비’에는 실화와 허구가 교묘하고 오묘하게 뒤섞여 있다. 그 차이가 근소하다보니 실제 사진에 가짜를 감쪽같이 더한 ‘합성사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가비’의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영화의 큰 줄기는 일리치와 따냐의 ‘허구의 멜로’지만,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 이곳에서 커피를 처음 맛보고 즐기게 됐다는 점, 고종이 커피를 즐긴 카페(덕수궁 정관헌), 등장인물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사다코 등은 모두 역사가 증명하는 실화이자 실존 인물이다. 비록 일리치와 따냐라는 인물과 그들의 사랑은 허구지만, 혼돈의 시기에 숱한 유혹에 흔들리고 생명을 위협 받으며 가족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했던 ‘실제의’ 일리치와 따냐가 얼마나 많았을까. 때문에 ‘가비’는 아관파천 시기의 시대적 아픔을 그린 실화이자 허구로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 영화는 쓰라린 역사의 상처가 주는 애절한 스토리 외에도, 서구의 문화가 적절하게 배합된 앤티크(antique)한 세트와 배우들의 의상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특히 김소연은 영화 초반 컷마다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달라져 흡사 패션쇼를 연상케 한다. 영화 ‘황진이’에서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감으로 눈길을 끈 장윤현 감독답게 공사관 세트부터 주인공들이 줄기차게 마시고 또 마시는 커피의 작은 잔까지, 동서양의 미술을 한 폭의 그림에 담은 듯한 착시를 선사한다. 하지만 영화 ‘체인지’(1997)이후 첫 성인역할로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김소연과 남성성을 한층 더 강화한 주진모, 그리고 연기파 배우 박희순과 유선의 앙상블은 다소 아쉽다.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동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스토리의 약점 탓이다. 전작과 비슷비슷한 캐릭터에서 머물고 있는 주진모와 관객의 신뢰도가 불분명한 김소연의 책임도 있다. 게다가 ‘접속’(1997) ‘텔미썸딩’(1999) 등에서 보여준 장윤현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이 ‘가비’에서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소설 ‘노서아 가비’를 원작으로 한 영화 ‘가비’는 오는 15일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인기 웹툰 ‘패션왕’ 주인공 ‘11번가’ 실제 모델로 기용

    인기 웹툰 ‘패션왕’ 주인공 ‘11번가’ 실제 모델로 기용

    패션 리더를 꿈꾸는 만화 주인공들이 실제 세상에서 패션모델의 꿈을 이루게 됐다. 인터넷 오픈마켓 11번가(www.11st.co.kr)는 인기 웹툰 ‘패션왕’의 주인공 우기명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의류 모델로 기용키로 하고 만화의 작가인 ‘기안84’와 계약했다고 6일 밝혔다. ‘패션왕’은 매주 목요일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웹툰으로 공부만 하던 평범한 고등학생 우기명이 패션왕으로 성장하는 내용으로, 조만간 드라마로도 전파를 탄다. 11번가는 “패션왕은 패션을 소재로 하고 있는 만화인 데다 오픈마켓 주요 이용자인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랑을 폭넓게 받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들을 모델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패션왕 주인공들은 11번가의 패션 상품 중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무명 브랜드 제품이나 각종 기획전에서 모델로 활약하게 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송강호·이나영 ‘하울링’의 3대 의문과 해답(리뷰)

    송강호·이나영 ‘하울링’의 3대 의문과 해답(리뷰)

    “분명 뭔가 있다”는 이나영의 대사처럼, 영화 ‘하울링’(감독 유하)은 뭔가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울림이 있다. 전작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에 이어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 주변인을 다뤘다는 유하 감독의 말은 그저 해명이 아니었다. 승진 때마다 후배에게 밀리는 강력계 형사 상길(송강호)은 신참 여형사 은영(이나영)과 분신 자살사건을 맡게 된다. 얼마 뒤 짐승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은영은 지난번과 이번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팀에서 괄시 받는 은영과 매번 ‘물 먹는’ 상길은 수사 과정 내내 난관에 부딪히던 중 유력한 ‘용의자’인 늑대개의 실체를 목격하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하울링’의 대략적인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유념해보자면, 다음 몇 가지 의문점을 떠올릴 수 있다. 첫째. ‘하울링’의 주연은 누구인가. 답은 ‘늑대개와 이나영’이다. 늑대개가 이나영보다 앞서 서술된 이유는 영화 속 늑대개가 실존하며, 촬영 당시 95%이상 ‘직접’ 연기를 소화해 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에서는 카메라를 오롯이 바라보는 늑대개의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그 파란 눈빛은 보는 이마저 가슴을 먹먹하고 쓸쓸하게 한다. 눈빛연기가 압권인데다 쉴 새 없이 뛰는 액션까지 무리없이 소화해 낸 늑대개는 단연 영화의 주연명단에 이름이 올라야 한다. 이 의문의 포인트는 송강호가 주연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애초 시나리오상 송강호의 분량은 조연에 해당할 만큼 훨씬 적었다. 제작 과정에서 유하 감독과 배우들의 논의 하에 송강호의 분량이 늘어 형사 투톱이 등장하는 영화로 발전했다. 스토리 상 송강호의 역할은 크지 않지만 생계형 형사 캐릭터의 대부 격인 그는 이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연과 조연을 떠난 ‘특별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미스터리 장르인 ‘하울링’은 왜 착한 영화인가. 승진에서 매번 미끄러지는 상길과 가족도 없이 남편과 이혼한 은영, 그리고 늑대도 개도 아닌데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인견으로 길러진 늑대개,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살인사건. 사방으로 피가 흐르고 목이 뜯겨져 나가는 잔혹한 장면이 이어짐에도 이 영화가 착한 이유는 내 주위의 소외되고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늑대개가 자신을 길러 준 가족과 한 밥상에서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들의 겸상에는 혈연도, 인간적인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한 가족일 뿐이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나와 다르게 생겼어도 가족은 가족이라고 감독은 말한다. 은영이 “개는 가족이 아닙니까”라고 묻는 장면은 감독이 영화 전반을 통틀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라고 손꼽았을 정도. 영화는 다른 것이 틀린 것이 되고, 틀린 사람은 무조건 주변으로 떠밀려야 하는 지금 우리 사회가 반드시 재고해야 할 아픈 현실을 이야기 한다. 셋째. 이나영이라는 배우를 신뢰할 수 있는가. 이나영은 ‘하울링’의 핵심이자 성패를 가늠케 할 키를 가졌다. 지금까지 여배우를 정면에 내세워 성공한 국내 상업영화가 없다는 불문율을 깰 수 있는지의 여부 역시 그녀에게 달렸다. 이나영은 ‘아는 여자’(2004),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등 필모그래피에서도 알 수 있듯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고수해 온데다, 활동기간 대비 적은 작품수 탓에 관객은 여전히 그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기존 작품 속 여형사들처럼 지나치게 남성화(化)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전작들처럼 4차원에 사는 여자나 비운의 여주인공 같은 가녀림은 볼 수 없다. 이나영은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여형사 모습 그대로를 관객 앞에 쏟아낸다. 다만 관객들은 ‘여배우의 액션’을 대표하는 하지원의 활약에 눈이 높아진 터라 이나영의 액션이 다소 성이 차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액션을 넘어선 ‘하울링’ 속 은영은 누가 뭐라 해도 이나영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동물 느와르’이자 ‘인간 드라마’로서 적잖은 울림을 주는 영화 ‘하울링’은 오는 16일 관객과 만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좀비로 부활한 ‘오사마 빈 라덴 영화’ 논란

    좀비로 부활한 ‘오사마 빈 라덴 영화’ 논란

    최근 미국의 한 영화사가 지난 해 숨진 오사마 빈 라덴을 ‘좀비로 되살린’ 영화를 제작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오사마 빈 라덴과 ‘좀비’를 합쳐 제목을 만든 영화 ‘오솜비’(Osombie)는 좀비로 변한 빈 라덴과 그의 부하들로 이뤄진 테러리스트 집단이 미국군과 전쟁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케이넌 그리핀은 “‘오솜비’는 장편영화로, 지난 해 빈 라덴이 사망하기 전 각본을 쓴 것”이라고 소개했다. 영화에는 등장인물간의 소소한 로맨스도 포함돼 있지만, 미국과 좀비로 구성된 빈 라덴 군대의 대결이 주를 이룬다. 영화 관계자는 미국 ABC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단순히 재미를 위해 만든 영화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실존 인물이 사망한 뒤 좀비로 부활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화에는 역시 좀비로 등장하는 빈 라덴의 부대원이 미군의 총에 맞아 머리가 완전히 날아가는 등의 끔찍한 장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사 측은 좀비를 보다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할리우드의 분장 전문가와 함께 작업했으며, 현재까지는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좀비로 ‘부활’한 빈 라덴이 등장하는 영화 ‘오솜비’의 공식 티저 트레일러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영화프리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영화프리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냉전이 절정에 이른 1970년대. 영국 정보부(MI-6) 국장 ‘컨트롤’은 비밀요원 짐 프리도에게 헝가리로 잠입해 장군의 망명을 도우라고 지시한다. 장군은 서커스(영국 정보부)에 잠입한 소련 간첩의 이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정보가 새 나간 탓에 프리도는 작전 중 총을 맞는다. 작전 실패의 책임을 지고 컨트롤과 2인자 조지 스마일리는 은퇴한다. 얼마후 컨트롤이 숨지고서, 스마일리에게 고위관료가 찾아온다. 서커스 내 두더지(스파이)를 밝혀달라는 것. 혐의자는 정보부장을 비롯한 MI-6의 최고위 간부 4명이다. 오는 9일 개봉하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이하 ‘팅커’)는 스파이소설의 거장 존 르카레의 동명 작품을 영화화했다. 르카레는 1961년부터 MI-6 비밀요원으로 일하면서 소설을 썼다. 찰나의 실수로 생사가 뒤바뀌는 첩보 일선의 생생한 경험을 녹여낸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1961)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1963) 등 걸작을 쏟아낸다. 특히 스마일리는 르카레가 가장 아끼는 캐릭터다. ‘팅커’를 시작으로 스마일리와 소련 정보부 수뇌 ‘칼라’의 대결을 다룬 3부작을 내놓기도 했다. 1979년 BBC에서 알렉 기네스를 앞세워 7부작 미니시리즈로 제작한 ‘팅커’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로 압축한다는 건 다른 얘기다. 과거와 현재를 부지런히 오가는데다 경계가 모호하다. 주요 인물만 8명에 이르기 때문에 캐릭터 묘사에 품을 들여야 하고 인물들의 역학관계도 복잡다단하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본다면 곤혹스러울지도 모른다. 잠깐 한눈을 팔면 진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첩보물이지만 ‘본 시리즈’ ‘007시리즈’에서 봤음직한 현란한 액션, 경쾌한 편집과는 거리가 멀다. 외려 느릿한 발걸음으로 등장인물에 대한 밑밥을 뿌린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는 후반부에 가서야 비로소 뒷목을 잡게 된다. 할리우드 첩보영화의 장르적 규칙에 익숙한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터. 원작을 읽고 영화를 봐야 재미를 더할 수 있는 경우다. 르카레의 복잡한 설계도를 2시간 7분에 녹여낸 건 뱀파이어 장르를 새롭게 해석한 스웨덴판 ‘렛미인’의 토머스 알프레드손 감독이다. 원작과 감독에 대한 신뢰로 ‘드림팀’이 뭉쳤다. 오스카 트로피를 장식장에 쌓아놓았을 것 같은 게리 올드먼은 스마일리 역으로 데뷔 30년 만에 처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콜린 퍼스와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악당 베인 역을 맡은 톰 하디, BBC의 ‘셜록 홈즈’로 스타덤에 오른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이 호흡을 맞췄다. 제목은 영국 동요에서 따왔다. 외투 단추, 꽃 잎사귀 따위를 하나, 둘, 셋 하고 셀 때 숫자 대신 순서 삼아 부르는 동요다. 1~8까지를 팅커(땜장이) 테일러(재단사) 솔저(군인) 세일러(선원) 리치맨(부자) 푸어맨(가난뱅이) 베거맨(거지) 시프(도둑) 순이다. 영화에서는 정보부에 잠입한 간첩 혐의자 4명을 지칭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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