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등장인물
    2026-05-27
    검색기록 지우기
  • 순환버스
    2026-05-27
    검색기록 지우기
  • 경전선
    2026-05-27
    검색기록 지우기
  • 주택정책
    2026-05-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25
  • [단독] “스토리텔링은 내 삶의 시작이자 끝… 이제는 AI가 라이벌”[월요인터뷰]

    [단독] “스토리텔링은 내 삶의 시작이자 끝… 이제는 AI가 라이벌”[월요인터뷰]

    “저는 지금까지 이야기 만드는 일에 제 삶을 바쳐 왔습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죠. 앞으론 인공지능(AI)과 누가 더 이야기를 잘 만드나 경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 ‘러브레터’(1995)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의 거장 이와이 슌지(61) 감독이 AI 영화에 대한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자기 생각을 밝혔다. 10일까지 열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심사위원 자격으로 방한한 그는 지난 7일 충북 제천 포레스트 리솜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영화와 음악에 대한 그동안의 생각을 풀어냈다. 그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진출에 대해 “항상 길을 열어 두고 있다”고 했다. 한국과의 협업에도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방한은 지난해 11월 개봉한 ‘키리에의 노래’로 7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뒤 9개월 만이다. 이를 두고 “한국에 대해서는 즐거운 기억이 가득하다”며 웃었다. “부산영화제 당시 해변 인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2017년에는 배우 배두나씨와 서울에서 단편영화 ‘장옥의 편지’를 찍기도 했습니다. 당시 겨울이었고 워낙 추웠는데요. 촬영 후 갔던 사우나가 아주 즐거웠습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심사위원에부산영화제 후 9개월 만에 방한‘키리에의 노래’ 등 3편 특별상영이번 방한 중에는 포레스트 리솜에서 묵으며 주변 경치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산도 멋지고 풍광도 아름답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음악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온 것에 대해 “그동안 제 영화에서 음악에 많은 신경을 썼으니 저를 불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이 감독 방한에 맞춰 영화제에서는 그의 작품 가운데 음악 비중이 큰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1991),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키리에의 노래’(2023)를 특별 상영한다. ‘키리에의 노래’는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으로 말을 잃고 노래로 소통하는 길거리 음악가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 분)와 꿈을 잃고 방황하는 잇코(히로세 스즈 분)가 냉정한 세상을 견뎌 내는 모습을 그렸다. 지난 5월에는 ‘8일 만에 죽은 괴수의 12일 이야기’도 개봉했다. 코로나19로 집에 갇힌 이들이 화상대화 프로그램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개되는 저예산 페이크 다큐 형식 영화다.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시대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저도 사회의 일원이니까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문제들이 제 안으로 들어오고, 안으로 들어온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작품들에 반영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이름에는 언제나 대표작 ‘러브레터’가 따라붙는다. 이 영화가 그의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30년 동안 들었던 질문이라 지겨울 수도 있겠다”고 농담을 건네며 묻자 빙긋 웃었다. “대학 시절 때부터 영상을 만들었지만 사실상 ‘러브레터’가 첫 극장 영화였습니다. ‘실패하면 더는 영화를 만들기 어렵다’ 생각했고 그래서 ‘이 작품은 실패하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알다시피 개봉 후 예상 이상의 반응이 나왔고요. 그래서 ‘러브레터’는 말하자면 제게 ‘상상 이상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지난 30년간 그는 스무 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간 작품 활동을 꿰뚫는 단어 하나만 꼽으라면 ‘감수성’이다. 자연광으로 빚어낸 영상미에 풋풋한 배우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펼친다. 때론 죽은 이들을 그리워하며 숨겨진 비밀이 나오기도 한다. 그의 영화를 보는 내내 느껴지는 감정은 따뜻함일 수도, 애틋함일 수도, 애잔함일 수도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심지어 AI 시대에도 빛나는 그 ‘무엇’이 있다. 30년 넘은 첫 영화 ‘러브레터’“‘실패는 안 된다’ 각오로 작업상상 이상의 터닝 포인트였죠”“제가 해 온 일들은 사실 열여덟 살부터 일관된 편입니다. 말하자면 ‘변함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엔 좀더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접근법을 취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사람들에게 잘 전해지지 않으면 어쩌지’ 고민도 했으니까요. 대학 시절 한발 앞서 다양한 시도를 했고 그 시행착오들이 쌓이면서 지금의 스타일이 확립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사실 저는 꽤 많이 억누르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분출한다면 관객들은 ‘이게 도대체 뭔가’ 싶을 거다. 도무지 영문도 모르는 그런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웃었다. 다만 자신의 감정이 영화에 솔직하게 표현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바로 ‘음악’이다. ‘러브레터’ 후 30년간 20여편 61세에도 실험적 영화 쏟아내“많이 억누르지만, 음악엔 솔직”“영상은 관객들이 보고 이해할 만한 이야기가 없으면 잘 전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가급적 억누르며 작업합니다. 그런데 음악은 사실 설명이 필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 영화 속에서 음악을 (제 감정에 따라) 꽤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영화계 주요 키워드로 OTT, 한국 영화 등이 꼽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굉장히 재밌게 봤다”고 밝힌 그는 ‘더 글로리’도 좋은 작품으로 꼽았다. “평소 OTT에는 웬만하며 손을 대지 않으려 합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거든요. 빠지기 시작하면 일할 시간이 없을 정도니까요. 그런 점에서 ‘더 글로리’는 제 일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매번 보지 말자 다짐하는데 이거 참 어렵네요.”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극장용 영화든 OTT 영화·시리즈든 본질이 비슷할 터다. 그는 여기에 대해 “앞으로의 활동에서 OTT도 하나의 선택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설도 간간이 쓰는데 200~250쪽 정도 됩니다. 계산해 보니 2시간짜리 영화에는 150쪽 정도의 분량이 담깁니다. 그러니 2시간 안에 제 이야기를 도저히 모두 담아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3~4시간 정도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와 관련해 그는 “3시간 이상 작품이라면 아무래도 관객들이 화장실에도 가야 하는데 중간에 쉬는 시간(인터미션)에 대해 저는 상당히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야기이기 때문에) 저는 제 영화를 어떤 식으로 상영해도 문제시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다만 영화가 바로 OTT로 가 버리면 영화관에서 보는 일이 줄어들 수 있어서 “가능하면 양쪽 버전을 내놓으면 어떨까 싶다”고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한 ‘키리에의 노래’는 개봉 당시 119분이었지만 몇 달 뒤 등장인물의 사연과 공연 장면 등을 붙여 178분짜리 감독판으로 다시 나왔다. 그는 “처음부터 양쪽 버전을 다 작업하려 시도한 영화다. 우선 영화관에서 개봉한 뒤에 이야기를 더 길게 해 OTT에서 재상영해도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프로덕션이나 감독, 배우들과 공동 작업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보였다. 그는 “사실 일부 기획은 한국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좀처럼 성사되지는 않는다”며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 한국과 꼭 함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 자기소개 글에는 ‘I’m a film maker since 18 years old’라고 적혀 있다. 그의 말마따나 40년 넘게 활동하고 있지만 최근 AI로 영화까지 만드는 모습에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음악업계에 신시사이저가 등장했을 때부터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나아가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악기 연주는 물론 그림도 그렇고 이제 영상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러면 창작자들도 자신의 분야에서 ‘나는 이제 AI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기가 AI와 싸울 분야에 대해 ‘스토리’라고 단언한 그는 “영화를 업으로 하는 후배들에게도 ‘실력’이라고 할까, 자신의 창작 능력을 높여 나가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AI의 시대가 오더라도 사람들이 여전히 무언가를 마음속에 품고 있을 거란 ‘기대’도 내비쳤다. OTT 진출도 하나의 선택지로“2시간에 제 이야기 다 못 담아 한국과 협업 포기하지 않을 것”“어쩌면 ‘오징어게임 3’은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다고 사람들이 모두 다 기계에만 창작을 맡길 것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뭔가를 하고자 하는 그런 본능은 마음속에 다 있기 때문이죠. ‘내 손으로 악기를 연주해 보고 싶다’든가, ‘직접 그림을 그려 보고 싶다’ 혹은 ‘내 손으로 영상을 찍어 보고 싶다’ 이런 마음들. 이런 본능이 남아 있는 한 사람들은 인간의 창작에 대한 가치를 저버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 “내용증명 보낸다며 협박해놓고…‘뉴진스 지우기’인가”

    “내용증명 보낸다며 협박해놓고…‘뉴진스 지우기’인가”

    그룹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대표가 유튜브에 올렸던 뮤직비디오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한 가운데, 영상의 삭제 경위를 놓고 신 대표와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도어가 민희진 전 대표를 해임한 것을 시작으로,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 갈등이 장외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4일 가요계에 따르면 신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어도어에 귀속된 저작권과 초상권을 가진 영상은 공식 계정에만 공개할 수 있고, 제3자 채널에는 존재할 수 없다며 삭제 요청을 해온 것은 어도어”라며 “모든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어도어의 입장을 정면 반박했다. 신 대표는 “일요일 저녁에 일방적으로 ‘월요일 오전까지 삭제하지 않으면 돌고래유괴단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위약벌로 용역대금의 2배를 청구하겠다’며 협박을 해놓고 이제 와서 뭐라는 것이냐”며 “이는 광고업계의 불문율을 무시하는 처사임과 동시에 비즈니스의 기본적인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반희수 채널은 제가 연출한 ‘디토’라는 작품의 연장선이었고, 어도어에 굳이 자청해 아무 보수 없이 팬들을 위해 만든 채널과 영상들”이라며 “상식적으로 세상에 어떤 감독이 자신이 만든 작품을 스스로 불태워버리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대표는 반희수 채널에의 영상 업로드는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 광고주 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 대표는 “당시의 합의 사항도 모르면서 대체 뭐가 불만이길래 돌고래유괴단을 계약 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자로 만드는 것이냐”라며 “제가 (민 전 대표의) 탄원서를 써서 이러는 건지, 하이브 뮤직비디오 제작 (요청)을 거절해서인지, ‘뉴진스 지우기’에 나선 것인지 모르겠지만 더러운 언론 플레이로 진실을 호도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탄원서 써서 이러는건가”앞서 신 대표는 지난 2일 ‘디토’ 등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관련 영상을 올리던 유튜브 ‘반희수’ 채널의 모든 영상을 삭제했다. 신 대표가 이끄는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디토’, ‘ETA’, ‘쿨 위드 유’, ‘OMG’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신 대표는 이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경영진이 바뀐 어도어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어도어 측의 삭제 요구에 의해 그동안 작업해 업로드했던 뉴진스 뮤직비디오 및 관련 영상, 앞으로 업로드할 예정이었던 영상들을 모두 공개할 수 없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에 어도어는 입장문을 내고 “돌고래유괴단이 자체 채널에 올린 ‘ETA’ 뮤직비디오 감독판은 과거 광고주와도 이견이 있었던 부분이 포함된 편집물로, 광고주와의 협의 없이 무단으로 게시됐다”면서 “해당 영상에 대해 게시 중단 요청을 한 것일 뿐 해당 채널의 모든 영상에 대해 삭제 혹은 업로드 중지를 요구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뉴진스에 관련된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및 이와 관련된 모든 저작물의 저작권은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 간 계약상 어도어에 귀속되어 있다”면서 “‘ETA’ 뮤직비디오 및 편집물은 당사의 공식 채널에 게재돼야 하며, 이는 아티스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반희수’ 채널은 뉴진스의 ‘디토’ 뮤직비디오의 등장인물인 ‘반희수’가 현실에서 개설했다는 설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뮤직비디오 속 반희수는 뮤직비디오의 배경인 1998~1999년 뉴진스 멤버들의 학교 친구로 등장하며, 캠코더를 들고 멤버들의 일상과 춤 연습을 하는 모습 등을 촬영한다. ‘반희수’ 채널에는 뮤직비디오 속 반희수가 20여년 전 촬영한 것처럼 연출한 뉴진스 멤버들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뮤직비디오의 세계관을 현실로 끌어왔다는 참신한 기획력은 물론, ‘반희수’라는 이름이 뉴진스의 팬덤 이름인 ‘버니즈’에서 따왔다는 점에서 뉴진스 멤버들과 팬들이 영상을 통해 교감할 수 있는 채널로 여겨져왔다. 2022년 12월 개설된 채널은 현재 65만여명이 팔로우하고 있다.
  • “音이 흐르는 셰익스피어 작품… 제대로 살리려 30년 매달렸다”

    “音이 흐르는 셰익스피어 작품… 제대로 살리려 30년 매달렸다”

    대부분 운문인 셰익스피어의 대사한국시의 ‘삼사조’로 최대한 살려총 10권 5824쪽에 이르는 ‘대장정’“산문 위주 번역된 일본어 영향서100년 만에 완전히 독립하는 셈” 죽은 지 400년이 넘었지만 요즘 더 새롭고 재밌게 읽힌다. ‘불멸’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단 한 명의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이야기다. 멈추지 않고 ‘영원히 새로워지고 있는’ 대문호의 문학세계에서 무려 30여년간 헤맨 사람이 있다. 셰익스피어 전집을 한국어로 옮긴 최종철(75) 연세대 영문과 명예교수다. 1993년 ‘맥베스’를 시작으로 최근 10권짜리 전집을 완간한 최 교수가 3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비극 10편, 희극 13편, 역사극·로맨스 등 15편, 시 3편, 소네트 154편 등이 빠지지 않고 실린 5824쪽짜리 책 앞에서 노학자는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서 셰익스피어 번역이 처음 이뤄진 게 1923년 일제강점기였어요. 일본어를 통해서 수입해야 했으니까 원어의 리듬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죠. 만약 우리 선배들이 ‘직구’할 수 있었다면 일찍이 저처럼 했을 거예요. 이번 번역으로 100년 만에 일본어의 영향에서 완전히 독립한 셈이죠.” 외국어로 된 희곡을 번역할 땐 대사 전달에 치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극작가인 동시에 위대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가 쓴 대사를 영어로 읽으면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리듬이 느껴진다. ‘햄릿’의 명대사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존재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다)이 대표적이다. 한국어 독자도 이걸 느낄 순 없을까. 최 교수가 국내 영문학자 중 처음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운문으로 번역한 이유다. 셰익스피어가 구사한 형식을 ‘약강 오보격 무운시’라고 하는데, 최 교수는 이걸 한국시의 기본 운율인 ‘삼사조’로 옮겼다. 영문학과 국문학의 오묘한 절충이다. “등장인물의 계급이 높거나 감정이 격하고 아름다울 땐 운문을, 반대로 하층민이 말하거나 분위기가 심각하지 않을 땐 산문을 썼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운문입니다. 음에 뜻을 맞추다 보니 예상치 못한 긴장감이 생기죠. 시나 대사 한 줄의 밀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세계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인간 본연의 감정을 표상한다. 사랑의 환희, 이별의 비탄, 죽음의 공포. 그래서인지 이들은 활자 안에 잠들어 있기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무대 위에 되살아난다. 특히 올해 한국 공연계는 셰익스피어가 없었다면 대단히 심심한 시기였을지도 모르겠다. 국민배우 황정민은 탐욕에 눈먼 비운의 왕 ‘맥베스’로 관객과 만났고, 국립극단은 여성 배우 이봉련을 앞세워 왕자가 아닌 강렬한 ‘공주 햄릿’을 선보였다. 모두 지난 7~8월의 이야기다. 이런 생명력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가. 셰익스피어의 무엇이 현대인을 이토록 매혹하는가. “오이디푸스왕을 보면 신이 인간의 운명을 다 정해 놨잖아요. 셰익스피어는 다릅니다. 계급이 엄격히 나눠진 시기에 쓴 작품임에도 인간의 감정에 집중하는 인본주의의 정신을 담고 있죠. 복수를 꿈꾸면서도 끝없이 회의하는 ‘햄릿’, 딸에게 집착하는 ‘리어왕’…. 인간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감정, 그 진실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작가입니다. 그가 천재라고 불리는 이유의 핵심이 여기에 있습니다.” 강산이 세 번 변할 시간, 최 교수는 이토록 오랜 세월 헤맸던 이유에 대한 ‘변명’도 덧붙였다. “밀도가 워낙 높아서 번역을 끝낸 지금도 해석되지 않는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자리에 앉아서 들여다봤자 내 능력의 한계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틀렸는지, 또 어색한지 분간이 잘 안 됩니다. 6개월이나 1년쯤은 잊어버리고 있다가 다시 보죠. 그제야 어디를 잘하고 못한 건지 보이거든요. 그런 게 끊임없이 나옵니다.”
  • 유튜브서 사라진 뉴진스 ‘디토’ 영상…삭제 경위 놓고 공방

    유튜브서 사라진 뉴진스 ‘디토’ 영상…삭제 경위 놓고 공방

    그룹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감독이 유튜브에 올렸던 뮤직비디오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한 가운데, 영상의 삭제 경위를 놓고 감독과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가 상반된 입장을 내놓아 팬들이 혼란에 빠졌다.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가 자사와 분쟁을 벌인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해임한 데 이어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3일 가요계에 따르면 지난 2일 뉴진스의 ‘디토’, ‘ETA’, ‘쿨 위드 유’, ‘OMG’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대표는 지난 2일 ‘디토’ 등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관련 영상을 올리던 유튜브 ‘반희수’ 채널의 모든 영상을 삭제했다. 앞서 해당 채널에는 ‘ETA’ 뮤직비디오의 감독판이 공개됐지만 이날 삭제됐다. 이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경영진이 바뀐 어도어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어도어 측의 삭제 요구에 의해 그동안 작업해 업로드했던 뉴진스 뮤직비디오 및 관련 영상, 앞으로 업로드할 예정이었던 영상들을 모두 공개할 수 없게 되었다”고 전했다. ‘반희수’ 채널은 뉴진스의 ‘디토’ 뮤직비디오에서 배우 박지후가 연기한 등장인물인 ‘반희수’가 현실에서 개설했다는 설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뮤직비디오 속 반희수는 뮤직비디오의 배경인 1998~1999년 뉴진스 멤버들의 학교 친구로 등장하며, 캠코더를 들고 멤버들의 일상과 춤 연습을 하는 모습 등을 촬영한다. ‘반희수’ 채널에는 뮤직비디오 속 반희수가 20여년 전 촬영한 것처럼 연출한 뉴진스 멤버들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뮤직비디오의 세계관을 현실로 끌어왔다는 참신한 기획력은 물론, ‘반희수’라는 이름이 뉴진스의 팬덤 이름인 ‘버니즈’에서 따왔다는 점에서 뉴진스 멤버들과 팬들이 영상을 통해 교감할 수 있는 채널로 여겨져왔다. 2022년 12월 개설된 채널은 현재 65만여명이 팔로우하고 있다. 어도어의 삭제 요구가 있었다는 신 대표의 주장에 어도어는 “모든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어도어는 3일 입장문을 내고 “돌고래유괴단이 자체 채널에 올린 ‘ETA’ 뮤직비디오 감독판은 과거 광고주와도 이견이 있었던 부분이 포함된 편집물로, 광고주와의 협의 없이 무단으로 게시됐다”면서 “해당 영상에 대해 게시 중단 요청을 한 것일 뿐 해당 채널의 모든 영상에 대해 삭제 혹은 업로드 중지를 요구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뉴진스에 관련된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및 이와 관련된 모든 저작물의 저작권은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 간 계약상 어도어에 귀속되어 있다”면서 “‘ETA’ 뮤직비디오 및 편집물은 당사의 공식 채널에 게재돼야 하며, 이는 아티스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B급 감성’의 광고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던 돌고래유괴단은 민 전 대표와의 협업으로 처음으로 K팝 뮤직비디오에 뛰어들었다. 신 대표는 민 전 대표의 어도어 대표직 해임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 ‘폭군’, 액션·연기 좋았지만, ‘마녀 1·2’와 연계성은 글쎄…[영화잡설]

    ‘폭군’, 액션·연기 좋았지만, ‘마녀 1·2’와 연계성은 글쎄…[영화잡설]

    박훈정 감독의 시리즈 ‘폭군’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 따르면 공개일인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열흘 동안 글로벌 OTT인 디즈니+ 한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 1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OTT어워즈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폭군’은 인간을 월등한 육체적 힘을 지닌 초인으로 만드는 국가정보원의 비밀 프로젝트이자, 바이러스 이름입니다. 마지막 바이러스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뒤 각기 다른 목적으로 이걸 차지하려 모여든 이들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일을 그렸습니다. 4부작의 시리즈이지만, 앞뒤 중복되는 장면을 제외하면 사실상 2시간 30분 정도의 영화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인기 이유는 우선 액션일 겁니다. 주인공 자경은 암살자인데, 가냘픈 체구의 여성이지만 누구보다 총을 잘 쏘고, 칼이나 무기를 능숙하게 사용합니다. 어지간한 남성들 몇쯤은 손쉽게 제압하죠. 그뿐인가요. 실력만큼 배짱도 두둑합니다.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갑니다. 폭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어지간한 사람은 괴물이 된 뒤 몸이 터져 죽어버리지만, 자경은 여기에 적응하고 초인이 됩니다. 자경이 이후 격투 장면은 파워가 한층 올라갑니다. 어지간한 사람은 한 방에 저만치 날려버립니다. 자경 역의 신인 배우 조윤수를 비롯해 박 감독의 전작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을 빛나게 합니다. ‘낙원의 밤’(2021)에서 마 이사로 나왔던 차승원 배우가 연기한 국정원의 청소부 임상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는, 그렇지만 실력은 최고인 암살자 역이 독특했습니다. 여기에 ‘귀공자’(2023)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김선호·김강우 배우가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해 열연합니다. 정상적인 인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괴상한 캐릭터가 잔뜩 모여 벌이는 암투에 도파민 호르몬이 펑펑 나옵니다. 칼과 총, 맨주먹 액션에 피가 튀고 사지가 찢기고 사람이 날아가고 주변 사물이 와장창 박살납니다.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를 등장시켜 빠르고 파괴적인 액션을 선보인 ‘마녀 1’, ‘마녀 2’에서 보여줬던 장면을 극대화한 느낌입니다. 시간을 이리저리 오가면서 과거 숨겨졌던 사건들을 보여주는 식으로 재미를 더합니다. 여기에 일조하는 게 바로 힘을 숨긴 캐릭터, 이른바 ‘힘숨캐’들이겠죠. ‘폭군’ 시리즈는 사실 박 감독의 전작 ‘마녀 1’, ‘마녀 2’와 맞닿아 있는 작품입니다. ‘마녀’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극비리에 진행하던 초인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립니다. 이른바 2세대 프로젝트의 실험체였던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실험체 중 몇몇은 막강한 힘을 얻었지만, 힘을 계속해서 사용하면 머리가 터져 죽게 됩니다. ‘마녀 1’의 주인공인 자윤(김다미 분)은 실험실에서 도망 나와 지내다 일부러 TV쇼에 출연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결국 진정제 같은 파란 약물을 얻는다는 결말이었죠. 평범해 보였지만 ‘자윤이는 계획이 다 있구나’ 생각이 들게 만들면서 재미를 줬습니다. ‘마녀 2’는 자윤의 동생인 이름 없는 소녀(신시아 분)가 등장합니다. 1편에 이어 애초부터 초능력을 타고난 오리지널 초인, 그의 유전자로 조합한 집단 유니언 등을 추가했습니다. 1편에서 4년 만에 개봉한 2편은 1편의 이야기를 조금 확장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초인들이 더 나오고, 조금 있다가 더 굉장한 캐릭터가 등장해 깜짝 놀라게 만들고 과거를 보여주며 ‘사실 이런 일이 있었지’ 하는 식입니다. ‘폭군’은 ‘마녀 1·2’와 이어지지만 실험 주도는 미국이 아닌 한국이라는 설정을 추가해 이야기를 벌려놓습니다. 수십 년 전부터 국정원 내에 미국에 대항하는 파벌이 있었고, 이 그룹을 이끄는 게 바로 최 국장(김선우 분)입니다.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미국 몰래 개발했지만 미국에 번번이 발각돼 저지당했습니다. 이들이 어느 날 우연히 폭군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죠. 실험이냐 바이러스냐의 차이일 뿐 ’폭군‘이나 ’마녀‘의 이야기 구조는 비슷합니다. 가냘픈 소녀가 초인이 되고, ’알고 보니 얘가 가장 힘이 쎄‘ 하는 식입니다. 그런 점에서 ‘폭군’은 마녀의 이야기를 조금 비틀어 만들었지만, 그게 그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을 겹치게 만든 건 큰 실수 같습니다. 예컨대 ‘폭군’에서 최 국장이 흔적을 지우기 위해 죽인 자신의 은사 최 교수는 ‘마녀 1’에서 자경의 아버지로 등장했습니다. ‘마녀 2’에서 나왔던 유니언의 톰은 ‘폭군’에서는 미국팀 실력자로 나옵니다. 보는 내내 저 인물들이 왜 겹치고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배우 돌려막기’였다 합니다. 이야기의 진행 상황이나 배우 돌려막기 등을 보면, ‘마녀 1’, ‘마녀 2’, ‘폭군’은 박 감독이 이야기를 다 짜놓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벌려만 놓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매 영화의 말미마다 던져놓은 힌트들 역시 제대로 해소하지 않은 상황이고요. 영화를 보는 관객이 스스로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을지 몰라도, 이야기를 좀 더 빈틈없이 만들었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마블의 히어로 무비는 ‘어벤져스’ 이후 여러 캐릭터가 난립하고 이야기가 꼬이면서 몰락했습니다. ‘마녀’ 시리즈든 ‘폭군’ 시리즈든 좀 더 촘촘한 다음 편을 기대해봅니다. 김기중 기자의 ‘영화잡설’은 놓치면 안 될 영화, 혹은 놓쳐도 무방한 영화에 대한 잡스런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격주 토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 스페셜 포스터·뮤비 들고 다시 온다…‘러빙 빈센트’, ‘비긴 어게인’

    스페셜 포스터·뮤비 들고 다시 온다…‘러빙 빈센트’, ‘비긴 어게인’

    과거 개봉했던 영화들이 특별한 선물을 들고 다시 극장가를 찾는다. 여러 차례 개봉하는 데에 식상해할 관객을 위해 스페셜 포스터, 뮤직비디오 등을 내세워 관심을 다시 한 번 끌고 있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다룬 영화 ‘러빙 빈센트’는 다음달 5일 개봉을 앞두고 최근 ‘바라본다’와 ‘밤하늘’의 스페셜 포스터 2종과 특별 영상을 공개했다. ‘바라본다’는 고흐의 터치가 다분히 느껴지는 영화 속 장면을 여러 개의 액자처럼 엮었다. 등장인물들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궁금케 한다. ‘밤하늘’은 고흐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따라가며 그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아르망과 집배원 조셉 룰랭이 밤하늘에 일렁이는 별빛을 함께 응시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의 대표작을 전시 콘셉트로 볼 수 있는 ‘아트 디스플레이 영상’도 눈여겨볼 만하다. 강렬하고 화려한 붓 터치, 화려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감이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돈 맥클린의 곡 ‘Vincent(Starry, Starry Night)’와 어우러져 그림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영화는 107명의 화가들이 10년에 걸쳐 고흐의 그림 130여 점을 스크린에 재현해 화제가 됐다. 앞서 2011년 11월 국내 개봉한 뒤 2021년 3월 재개봉, 이번이 세 번째 개봉이다. 명성을 잃은 스타 음반 프로듀서와 스타 남친을 잃은 싱어송라이터가 뉴욕에서 만나 노래로 다시 생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영화 ‘비긴 어게인’은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18일 관객을 찾는다. 앞서 2020년 12월 재개봉했고, 이번에 재재개봉한다. 영화는 2014년 한국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348만명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그룹 ‘마룬5’ 애덤 리바인 등 할리우드 톱스타와 정상 가수들의 호연, 귀에 붙는 음악으로 호평받았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외국 독립예술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 있다. 이번에 팬들을 위해 영화의 명장면과 주연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어우러진 ‘Lost Stars’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 곡은 2015년 영화음악 OST 종합 1위를 차지하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음악’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원작에선 리바인이 부르지만, 나이틀리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가 음반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 분)에게 음반 제작을 제안받는 장면으로 시작해 나이틀리의 합주와 가창, 추억을 상기시키는 영화 속 장면을 엮었다.
  • 디즈니랜드 가느라 빚지는 부모들…그래도 “후회 없다”는 이유

    디즈니랜드 가느라 빚지는 부모들…그래도 “후회 없다”는 이유

    최근 미국에서는 휴가철을 맞아 어린 자녀와 함께 유명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나 디즈니월드 등 ‘디즈니 휴가’를 가기 위해 빚까지 지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에 돈을 들여서라도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디즈니 휴가를 위해 빚을 지고 있는 가족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온라인 금융 서비스 기업 렌딩트리의 조사 결과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2000명 이상의 부모 중 45%가 디즈니 테마파크에 방문하기 위해 빚을 졌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59%는 이러한 지출에 대해 ‘후회 없다’고 답했다. 디즈니 방문에 따른 부채 규모는 평균 1983달러(약 264만원)이었다. 미 개인 금융전문업체인 너드월렛에 따르면 4인 가족이 디즈니에서 일주일간 휴가를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항공편을 제외하고 숙박, 디즈니 이용 비용 등을 포함해 최소 6463달러(약 859만원)에서 많게는 1만 5559달러(약 206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이 자랄수록 추억이 전부…후회 없다”미국 여성 앨리사 리치는 아들이 태어난 지 2년째가 되던 해인 2022년 12월 아들, 남편과 함께 2주간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다. 이 여행에서 숙박, 입장권, 렌터카 등의 비용으로 총 6000달러(약 797만원)가 필요했다. 리치는 이 비용을 신용카드로 우선 결제했다. 아이오와에 사는 레베카 미첼 역시 자녀와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 수년간 신용카드 빚을 졌다. 2008년 처음으로 자녀와 함께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그는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다녀왔다. 여행하는 데는 2500달러(약 332만원)가 필요했지만, 예약 당시 모든 비용을 낼 수 없어 우선 최소 보증금 200달러(약 27만원)를 냈다. 이후 돈이 생길 때마다 신용카드 빚을 갚아나갔고, 6개월이 지난 후에야 모두 청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미첼은 디즈니 휴가를 위해 빚을 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는 젊었고 아이는 어렸다. 우리에겐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기가) 그때뿐이었다”며 “아이가 자랄수록 추억이 전부가 된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추가비용도 발생…“과도하다”리치와 미첼처럼 디즈니랜드 방문을 만족하는 부모가 있는 반면, 과도한 지출에 부담감을 토로하는 부모도 있다. 앨라배마주 헬레나에 거주 중인 남성 조니 에스펠러는 지난 2022년 2월 아내와 4세 딸과 함께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다. 에스펠러가 애초 예상한 예산은 6000달러였다. 그러나 막상 현장을 가니 놀이기구를 빠르게 탑승할 수 있는 ‘패스트패스’ 구매 등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생겼고, 결국 패스트패스 비용만 하루 1인당 15달러를 내야 했다. 그는 “이미 디즈니랜드에 있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지 않냐”며 “(추가 비용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무조건 써야 하는 비용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다. 참자. 비용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NYT는 “디즈니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채우는 등장인물들은 미국 대중문화에 깊이 새겨져 있다”며 “많은 가족들은 디즈니랜드 여행을 통과의례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 “父 위암, 母 유방암 투병” 고백한 유명 배우

    “父 위암, 母 유방암 투병” 고백한 유명 배우

    배우 온주완이 부모의 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19일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 출연한 온주완은 “20년 전 아버지가 위암 수술을 하셨고, 4년 전에는 어머니마저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부모님의 투병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암이 얼마나 힘든 병인지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방송은 인류가 가장 정복하고 싶은 난치병인 ‘암’을 주제로 진행됐다. 온주완은 “다행히 아버지가 건강검진을 통해 초기에 암을 발견해 복강경수술로 빠르게 제거할 수 있었고, 어머니도 샤워 중 멍울이 만져지며 병원에 갔는데 유방암을 초기에 발견하신 편이라 예후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검진을 제때 받아,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암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헸다. 한편 온주완은 이날 ‘암의 역사’를 고찰하며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 ‘미이라’ 속 등장인물인 ‘빌런’ 이모텝이 실제 이집트의 천재 의사이자 ‘치유의 신’으로 불린 ‘임호텝’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라면서 “외과 수술을 하는 이발사들로 인해 흰색(붕대)-파란색(정맥)-빨간색(동맥)으로 구성된 삼색등이 유래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 이재명 “KBS, 광복절에 기미가요? 정신 잃었거나 의도된 도발”

    이재명 “KBS, 광복절에 기미가요? 정신 잃었거나 의도된 도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KBS가 광복절 당일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한 데 대해 “제 정신을 잃었거나 의도를 가진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필 광복절에 기미가요?”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독도 방어훈련 실종, 독도조형물 철거, 일본해 표기 방치, 독도 침탈 사례 게재 중단, 독도 근해 한일군사훈련, 독도를 외국(소재 공관)으로 표기,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인정 등등 셀 수조차 없는 독도침탈 방치와 동조는 국토참절 행위”라고 지적하며 “지하의 독립투사들이 통탄할 일이다. 대체 왜 이러는거냐”고 직격했다.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KBS는 친일 정권에 순국선열을 조롱하는 ‘공물’을 바쳤다”며 “광복절과 독립정신, 대한민국과 국민을 향한 의도된 조롱”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순국선열의 헌신과 희생으로 ‘되찾은 빛’(光復)을 가리지 말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의해 조롱당한 제79주년 광복절을 마주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 독립정신을 지키기 위해 제2의 독립운동을 펼친다는 심정으로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앞서 KBS는 이날 0시 ‘KBS 중계석’을 통해 일본을 배경으로 한 ‘나비부인’ 오페라를 방송했다. 등장인물이 일부 장면에서 기모노를 입고 있는 데다, 일본 국군주의 상징인 기미가요도 나와 광복절에 방송하기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KBS는 “당초 7월 말 방송 예정이었다가 올림픽 중계 때문에 뒤로 밀려 광복절 새벽에 방송됐다”며 “바뀐 일정을 고려해 방송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시의성이 적절한지 확인하고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송 경위를 진상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등 제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 [노은주·임형남의 K건축 이야기]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건축

    [노은주·임형남의 K건축 이야기]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건축

    전 세계에 ‘K’ 열풍이 불고 있다. 건축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 건축가가 해외 유력 상을 거머쥐고 우리 기업이 세계 곳곳에 랜드마크를 짓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해 잘 모른다. 지금, 우리 건축을 돌아보는 일은 그래서 의미있다. 서울신문은 그동안 우리 건축의 본류를 찾아온 노은주·임형남 건축가 부부의 글을 연재한다. 33년 전 방영한 ‘사랑이 뭐길래’라는 인기 드라마가 있었다. 상반된 가정환경에서 자란 대발이(최민수), 지은이(하희라) 그리고 그 둘을 둘러싼 양쪽 가족이 펼치는 이야기로, 기록적인 시청률 속에서 55편이나 방송됐다. 여기서 집은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설명해 주는 하나의 상징처럼 등장한다.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대발이네 집은 가운데 마당이 있는 전형적인 도심형 한옥이었고, 민주적인 분위기의 지은이네 집은 평슬래브의 반듯한 2층 양옥이었다. 한옥에 사는 아버지는 깐깐하고 고루하며 매사에 강압적이었고, 양옥에 사는 아버지는 온화하고 다정했다. 당시의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이 그랬다. 한옥, 한복, 한식은 고루하고 불편하며 빨리 타파해야 하는 낡은 관습으로 치부되던 것이 그리 머지않은 과거 일이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며 북촌이나 익선동 등 오래된 동네 낡은 한옥을 사람들이 고쳐 쓰면서, 갤러리가 되고 카페가 되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한옥은 이제 ‘귀하신 몸’, 선망하는 ‘비싼 집’이 돼 버렸다. 그 시간을 관통하며 살아온 이로서는 조금은 어안이 벙벙하다. 문제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것은 낡은 것’이라는 틀을 씌워 무시하고 없애버려 그 맥이 끊어진 문화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다시 잇고 싶어도 방법을 알 수 없어 상상으로 메우거나 껍데기만 답습하기도 한다.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끓어오르는 요즘, 다시 부랴부랴 우리 전통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K’로 시작하는, 한국적인 것은 과연 무엇일까. 흔히 우리의 문화에 대해 중국처럼 크거나 화려하지 못하고 일본처럼 정교하고 섬세하지 못하다고 평하기도 한다. 꼭 그런 것일까. 분명 우리가 추구하는 ‘우리만의 미학’이 있었을 것이고 나름의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건축의 경우 우리 땅의 특성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한반도는 무척 오래된 땅이다. 지구에 남은 공룡 발자국의 반 이상이, 고인돌 역시 전 세계에서 발견된 수의 절반이 넘게 이 땅에 남아 있다. 오래전에 끝난 화산 활동이 남긴 깊은 자국들이 산을 이뤄 국토의 70%가 산지이다. 지질은 대부분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돌인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계절이 뚜렷하다 못해 연교차가 50~60℃를 넘나든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려면 수많은 도전이 필요하다. 단단한 지반은 건축재료의 가공이나 집을 앉히기 위해 땅을 파는 굴토가 어렵다. 큰 연교차, 집중형 강우에 대비한 방수와 단열 재료의 선택에도 무척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그런 땅에서 오랫동안 환경에 최적화된 건축의 형태가 흔히 한옥이라 부르는 우리의 옛집일 것이다. 한옥은 북쪽 지방 온돌 방식과 남쪽 지방 고상식 주거(마루 방식)가 결합한 독특한 형태로, 지리적 환경에 적합한 주거 방식과 자연과 조화를 꾀하는 배치 형태를 지니게 됐다.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가 동양 문화의 특징이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더욱 강한 편이다. 한옥에는 자연은 경외의 대상이고 인간보다 훨씬 강한 존재이며 그 안에 들어가 사는 사람은 조화와 순응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담겼다. 그렇다고 자연과 인간 사이에 어떤 명쾌한 선을 긋고 구분한 것은 아니다. 한국 전통 예술의 두드러진 특징은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데 있다. 예컨대 숨죽이며 조용히 감상해야 하는 서양 클래식 공연과 달리 판소리 같은 우리의 공연예술에서는 관객들이 ‘얼쑤’ 하며 추임새를 넣어 주며 흥을 돋우는 전통이 있다. 그때 객석과 무대의 경계는 어느새 사라진다. 그것이 객석에서 열렬한 ‘떼창’을 불러주어 아티스트들을 감동시키는 한국만의 공연문화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공간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도 모호하다. 건축에서도 마당을 통해 혹은 툇마루나 대청을 통해 공간에 자유롭게 자연이 스며들고 넘나든다. 그러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치 땅이 봉긋 솟아 건물이 된 것 같은 형태를 취한다. 조경에서도 명쾌한 경계를 나누고 감상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의 경우 어디서부터 마당인지 혹은 자연인지 모호하다. 충남 금산에 우리가 설계한 ‘금산주택’은 민가 살림집의 방식을 따라 지은 집이다. 규모는 살림을 담은 세 칸의 방과 두 칸의 대청으로 이루어져 단출하다. 집을 남향으로 앉혀 햇빛을 받아들이고 바람이 지나가기 쉽게 얇게 만들었다. 맞바람이 불도록 앞뒤로 창을 두기도 했다. 지붕은 비가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마당으로 흘러 내려가도록 경사를 조정한 맞배지붕으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어딘가 국도를 지나며 흔히 만날 수 있는 길옆에 핀 들꽃처럼, 건강하고 씩씩한 집이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주 선 높은 산에 포근히 안겨 있는 집을 만들고자 했다. 우리의 옛집이 대부분 그러하듯, 여기에는 산이 집에 담기고 하늘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가 무심히 지나간다. 여기서 대단한 이론이나 건축적 담론은 사실 필요없다. 자연과 조응하고 서로를 인정하며 적당히 서로에게 양보하는 그런 우리의 집이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지은 집이다. 사람은 그 안에서 자연과 같이 흐른다. 노은주·임형남 부부 건축가
  • 아이들극장에서 온 가족 함께 즐기는 ‘종로 가족공연축제’

    아이들극장에서 온 가족 함께 즐기는 ‘종로 가족공연축제’

    서울 종로구가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근사한 공연 상차림을 마련했다고 9일 밝혔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전용 극장인 종로 아이들극장에서 9일부터 ‘종로 가족공연축제-여름’이 열린다. 앞서 공모를 통해 접수한 128개 작품 가운데 전문가 심사를 거쳐 엄선한 우수작으로 꾸며졌다.방학을 맞아 극장 나들이를 온 어린이 관객과 가족을 위해 창작뮤지컬 ‘달님이 주신 아이’와 시네마음악극 ‘빨간풍선’ 두 개 작품을 소개한다. 먼저 8월 9일부터는 전통 설화 ‘바리데기’와 ‘선녀와 나무꾼’을 창작뮤지컬로 재창조한 ‘달님이 주신 아이’를 만나볼 수 있다. 4명의 이야기 광대가 출연해 옛이야기 속 버려진 아이가 아닌,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진 아이’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등장인물들을 바라본다. 이어서 9월 1일까지는 아이와 풍선의 우정을 그린 프랑스 고전영화 ‘빨간 풍선’을 밴드의 연주와 함께 감상하는 시네마음악극 ‘빨간풍선’을 공연한다.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연극적 상상에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밴드음악이 어우러져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예매는 종로 아이들극장 누리집과 인터파크에서 하면 된다. 두 작품 모두 관람을 원한다면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올패스 패키지’ 구입을 추천한다. 선착순 한정 판매한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종로 아이들극장 홈페이지을 참고하거나 종로문화재단으로 문의하면 된다. 종로구 관계자는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공연 성찬을 즐기고, 어린이와 가족이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문화적 어린이]“자세히 보는 사람만이 가 닿을 수 있는 세계, 어린이에게 보이고 싶었죠”…최향랑 작가가 빚어낸 숲속 재봉사의 작업실

    [문화적 어린이]“자세히 보는 사람만이 가 닿을 수 있는 세계, 어린이에게 보이고 싶었죠”…최향랑 작가가 빚어낸 숲속 재봉사의 작업실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내 어린이정원학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치수를 재는 자벌레, 레이스 뜨는 거미, 가위질하는 거위벌레와 함께 일하는 ‘숲속 재봉사’의 작업실에 초대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숲속 재봉사’(2010) ‘숲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2013), ‘숲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2016)에 이어 올해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숲속 재봉사의 옷장’으로 돌아온 최향랑(54) 그림책 작가는 이곳에서 ‘다정히 눈 맞추면 보이는 것들’이란 제목의 원화 전시를 오는 30일까지 진행한다.전시에는 그림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손톱 스케치’(작품 구상 초기의 내용을 엄지손톱 크기로 가볍게 그린 것)부터 입체로 구성된 무대 세트, 작가가 직접 채색해 만든 색종이, 모빌, 도장, 손수 수집한 씨앗까지 만날 수 있다.3일 작가와 전시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번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등장인물은 물론 배경, 작은 소품까지 그리고 오려 무대에 배치한 뒤 사진으로 찍어 그림책을 만드는데, 이번에는 입체 작업에 촬영까지 겹쳤다. “전작들은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작업이 끝나고도 항상 미진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도대체 왜 그럴까’. 아무래도 제 시선으로 찍은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엔 제 시선을 담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해 사진 작업까지 했는데, 촬영이 너무 어려웠어요. ‘조화로운 한순간’을 찾기 위해서 하도 많이 찍다 보니 눈을 감고 있어도 계속 조명 잔상이 남아있었죠.”작은 씨앗과 꽃잎, 나뭇잎을 활용한 콜라주 작업을 꾸준히 선보인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직접 말린 식물을 활용해 사계절의 매력을 옷장에 담았다. 그는 “처음에 옷장을 만들고 나니까 그 안에 계절에 맞는 옷들을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어 ‘이 옷을 입은 동물들은 뭘 하고 놀까’ 생각하다 보니 이야기가 점점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서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자연물을 오려 붙이고 직물을 엮는 공예적인 것에 더 집중하게 된 이유는 뭘까. “과거 공예적인 요소가 들어간 그림책 ‘십장생을 찾아서’ 작업을 하면서 어린시절 무언가 만들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어릴 때 천식이 심해서 방안에서 주로 혼자 노는 아이였거든요.” 어머니와 추억도 영향을 미쳤다. “겨울 초입이면 늘 실 가게로 어린 딸을 데려가 마음대로 색을 고르게 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목도리 등을 만들어 주셨는데요, 사람 손이 만들어내는 따뜻함이 각인됐던 것 같아요. 또 식물의 씨앗을 거두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셨는데 저를 풍성하게 채워줬던 그 아름다움이 각별해서 ‘나 혼자 보긴 아쉽다’, ‘자세히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전시장에는 관람객을 위한 작은 옷장도 준비돼 있다. 마치 숲속 재봉사가 된 것처럼 어린이들이 꽃잎, 나뭇잎으로 옷을 디자인해 만들고 옷장에 직접 걸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림책 전시는 단순히 그림만 걸려 있는 전시여서는 안 되고 관람객이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관람객이 전시를 완성하는 거죠. 어린이들이 채워가는 옷장을 보면서 매번 감탄하게 돼요.”전시에서는 또 ‘봄의 옷장’ 장면에서 다리가 됐던 꽃양귀비 씨앗부터 ‘겨울 옷장’ 장면에서 청설모 망토가 된 박주가리 씨앗까지 만날 수 있다. 그는 “꽃양귀비 씨앗은 뚜껑 밑에 작은 창문들이 있어서 씨앗이 건조되고 마침내 뚜껑이 열리고 흔들리는 바람에 씨앗이 튀어나오는 구조”라며 “사람들이 ‘이 씨앗의 구조를 건축에 참조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조형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주가리 씨앗은 자체로도 엄청 곱고 아름답지만, 꼬투리에서 퍼져 나올 때 모습이 마치 눈이 내리는 것과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쯤 되니 작가가 왜 이토록 작은 것들에 천착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씨앗에서 어린이의 모습을 발견한다. “먼지같이 생긴 씨앗도 루페로 자세히 보면 각자의 아름다운 모양을 가지고 있고 발아하기 좋도록 생겼어요, 이런 부분이 어린이와 닮았죠. 작은 것들이 가지고 있는 위대함을 발견해 내고 어린이의 마음이 좌절되지 않게 지켜주고 싶어요. 요즘 어린이들이 굉장히 바쁜데, 제 책과 전시를 통해 자세히 보는 사람만이 가 닿을 수 있는 세계, 그런 세계에 어린이들이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문화적 어린이’는… 어린이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문화(공연, 전시, 어린이책)에 대해 소개하고 나누는 자리입니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높은 수준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습니다.
  • “완벽하지 않아도 모두를 위한 마음이면 돼”…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알로하, 파!’

    “완벽하지 않아도 모두를 위한 마음이면 돼”…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알로하, 파!’

    어른들의 편견에 큰 목소리로 한 방을 날리는 동화 ‘나는 마음대로 나지’의 나지부터 반에서 가장 작은 목소리를 내는 ‘소곤소곤 회장’의 조영이까지 한결같이 어린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온 강인송(32) 작가가 이번엔 훌라를 통해 마음껏 내면을 드러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어린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을 계속해 온 작가답게 등장인물의 이름에서부터 편견을 깬다. 남자아이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태양이는 이름처럼 환히 자신이 품은 빛을 내비치는 소녀이고, 여자아이 이름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재재는 하고 싶은 것이 넘쳐나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 소년이다. 재재가 남자아이라서 훌라를 부끄러워하거나 도전하지 않을 것이란 착각도 무참히 깨 버린다.전문 댄서가 되려 하는 태양이는 딱딱 맞아떨어지는 안무, 실수 없는 무대로 ‘고급반’에서 ‘댄서 준비반’으로의 승급을 기다리지만 “춤에 멋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껏 옳다고 믿어 왔던 자신의 방식을 되돌아본다. 이후 춤과 노래를 밀어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훌라의 매력에 빠져든다. 정원 미달인 훌라 동아리, 세상에서 제일 긴 물고기 이름이 붙기도 한 ‘후무후무누쿠누쿠아푸아아’에 들어가게 된 태양이와 재재는 이 동아리를 손수 만들고 이끄는 리나를 만나면서 배척하지 않고 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춤을 춘다. 무조건 어른에게 기대기보다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주체적인 어린이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태양이의 할머니, 동아리 담당인 담임 선생님, 재재의 엄마까지 어른들의 역할은 묵묵히 곁에서 이들을 지켜봐 주는 보조자 역할이다. 예상치 않게 경연 대회에 나가지 못할 위기를 겪기도 하며 행사 장소, 현수막 제작, 참가 인원, 홍보 방법 등 서로 머리를 맞대고 어른이 개입하지 않는 훌라 페스티벌을 만든다. 위기의 순간마다 “선은 부드러운데 힘이 느껴”지는 “유연하지만 굳”센 훌라로 말이다. 하와이어로 시작을 뜻하는 ‘파!’, 인사 이외에도 배려, 조화, 기쁨, 겸손, 인내 등 수많은 뜻이 담긴 ‘알로하’, 그리고 모두를 위한 마음을 뜻하는 ‘알로하 정신’까지 생소한 훌라의 세계에 빠져드는 어린이들을 좇다 보면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된다. 동화는 관용과 존중, 사랑과 배려를 지닌 사회라면 그 무엇도 어려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독자는 마음놓고 “카홀로, 카홀로 훌랄랄라” 노래를 흥얼거리며 손끝으로 강물을 어루만지듯이 이 동화를 즐기면 된다. “파!”
  • 광장 따라… 걷다 보면 마주하는 걸작, 운하 따라… 일상 속의 동화 같은 풍경[조현석 기자의 투어노트]

    광장 따라… 걷다 보면 마주하는 걸작, 운하 따라… 일상 속의 동화 같은 풍경[조현석 기자의 투어노트]

    세계적인 미술관을 돌아보는 테마 여행이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과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등 유명 작품들이 국내에 잇따라 선보이며 세기의 걸작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젊은 여행자들이 몰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운하의 도시’, ‘풍차와 튤립의 도시’를 넘어 ‘문화·예술의 도시’로 사랑받고 있다. 인구 90만명의 도시 암스테르담에는 한해 20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다. 반고흐 미술관, 안네 프랑크 하우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담 광장, 렘브란트 하우스 등 암스테르담 인기 명소 상위 5곳 중 3곳이 미술관이다.암스테르담에서는 렘브란트 판레인(1606~1669)의 ‘야경’,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해바라기’, 프란스 할스(1582~1666)의 ‘기분 좋은 술꾼’, 요하네스 페이메이르(1632~1675)의 ‘우유 따르는 여인’ 등 네덜란드 출신 화가들의 세기의 걸작을 만날 수 있다.12세기 후반 작은 어촌에서 시작한 암스테르담은 17세기 세계 무역의 중심지로 ‘황금시대’를 누렸다. 이로 인해 부유한 상인들의 초상화를 그려 주는 상업 미술도 크게 번성했다. 이 시기 ‘인간의 영혼을 그리는 화가’ 렘브란트를 비롯해 경쾌한 붓터치로 순간의 표정을 묘사한 할스, 서민 일상을 사실적으로 화폭에 담은 페르메이르 등 초상화의 거장들이 탄생했다.네덜란드 황금시대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네덜란드 회화의 메카로 불리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이다.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5000여점의 작품과 기록물 등을 소장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중심인 담 광장에서 도보로 20분(1.8㎞) 떨어진 뮤지엄거리에 있다. 담 광장에서 암스테르담 왕궁, 신교회, 마담투소 박물관 등을 돌아본 뒤 운하를 따라 걸어가는 것이 좋다. 국립미술관에서 인기 있는 작품은 2층 중앙홀에 자리잡은 렘브란트의 ‘야경’(1642)이다. 빛과 그림자를 적절히 사용해 인물들의 심오한 감정을 담아냈다. 등장인물들을 동일한 크기로 표현한 기존 군상화(집단 초상화) 방식에서 벗어나 중심인물을 부각하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렘브란트가 초상화가로서 내리막길을 걷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렘브란트의 ‘책을 읽는 노인’(1631), ‘기수’(1636), ‘사도 바울의 모습을 한 자화상’(1661), ‘포목상 조합의 이사들’(1662) 등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인기 작품은 페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1658~1660)과 ‘연애편지’(1669), 할스의 ‘이삭 마사 부부의 초상’(1622), ‘기분 좋은 술꾼’(1628~1630), ‘남자의 초상’(1630~1633), ‘하를럼의 성아드리안 시민군의 장교들’(1633) 등이다.#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17세기 황금시대 상업미술 번성‘야경’ 등 5000여점 작품들 소장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1665·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소장)를 그린 페이메이르는 생전에 남긴 작품이 35점에 불과하지만 평범한 인물들의 특징을 포착해 고요하고 아름답게 화폭에 담았다. 할스는 경쾌한 붓 터치로 순간의 표정을 화폭에 담아 살아 있는 듯 생생한 인물을 묘사했다. 이는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 반 고흐의 ‘자화상’(1887)과 ‘밀밭’(1888), 안토니 반다이크의 ‘윌리엄과 메리 스튜어트 초상’(1641), 바르톨로메우스 판데르 헬스트의 ‘로엘로프 비커 대위가 지휘하는 8구역 민병대’(1640~1643) 등도 볼 수 있다. 미술관 2층 끝에 있는 난간에서는 거대한 책장이 있는 웅장한 도서관 내부를 내려다볼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이 도서관에는 국보급 희귀도서와 자료 50만여점이 소장돼 있다. ⓘ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이며 입장료는 성인 22.50유로다(2024년 7월 현재).#렘브란트 하우스 화실 등 공간과 200여점 작품도‘하우스 캐비닛’ 고가 골동품 주목 렘브란트의 걸작들이 탄생한 작업실을 보려면 렘브란트 하우스로 가야 한다. 렘브란트 하우스는 그가 20년간 거주했던 5층짜리 저택을 개조한 박물관이다. 담 광장에서 도보로 10분(750m) 정도 걸리는 유대인 거주 지역 요덴브레이 거리에 있다. 렘브란트 하우스에서는 렘브란트의 굴곡진 삶을 돌아볼 수 있다. 그는 1606년 암스테르담 서쪽에 있는 레이던의 방앗간 집 아들로 태어났다. 해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예술가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20대에 미술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부유한 상인들로부터 초상화를 주문받으며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그는 1634년 사스키아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뒤 1639년 대출을 받아 당시 암스테르담 평균 집값의 10배가 넘는 호화주택을 매입했다. 하지만 ‘야경’을 그린 이후 초상화 주문이 줄고, 고가품 수집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 가다 1656년 파산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렘브란트 하우스에서는 화실과 거실, 식당, 침실 등 그가 생활하고 작업했던 공간을 볼 수 있다. 공간마다 200여점의 판화, 소묘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주목해서 봐야 할 곳은 ‘하우스 캐비닛’으로 불리는 방으로 그가 수집한 고가의 골동품과 조류 박제, 조각품 등이 전시돼 있다. 렘브란트의 파산을 불러온 수집품들이다. ⓘ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이며 입장료는 성인 19.5유로다.#반고흐 미술관유화·드로잉 등 700점 이상 보유‘꽃피는 아몬드 나무’ 눈여겨볼 만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5분 거리(350m)에는 반고흐 미술관이 있다. 1973년 문을 연 미술관은 반 고흐의 유화와 드로잉, 스케치 등 작품 700점 이상을 보유한 세계 최대 반고흐 미술관이다. 반 고흐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삶을 살아간 화가다. 그는 스무 살의 늦은 나이에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평생 그림 한 점 제대로 팔지 못했지만, 광기가 어린 내면의 본능을 캔버스에 쏟았다. 1853년 네덜란드 남부 그루트쥔데르트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았다. 평생을 괴롭혀 온 불안과 발작 증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890년 7월 27일 37세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젊은 나이에 요절했고 화가로서의 인생을 산 것도 10여년에 불과했다. 5개 층으로 이뤄진 본관 1~2층에는 1882년부터 1890년까지의 회화, 3층에는 데생, 4층에는 그가 수집한 고갱 작품과 그의 화풍에도 영향을 미친 일본 판화 우키요에 등을 전시하고 있다. 반고흐의 편지 등은 기획전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동생 테오가 형과 주고받은 편지를 보관하던 장식장도 있다. 주요 작품은 ‘감자 먹는 사람들’(1885), ‘성경이 있는 정물’(1885), ‘자화상’(1887), ‘노란 집’(1888), ‘주아브 병사’(1888) ‘해바라기’(1889), ‘까마귀 나는 밀밭’(1890) 등이다. 반 고흐가 프랑스 외곽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 방안의 이젤에 놓여 있던 마지막 작품이자 미완성 작품인 ‘나무뿌리와 기둥’(1890), 폴 고갱이 그린 ‘해바라기를 그리는 반고흐’(1888)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꽃피는 아몬드 나무’(1890)이다. 남프랑스 아를에서 고갱과 불화 끝에 귀를 자르고 인근 생레미 정신병원해 입원했을 당시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조카(동생 테오의 아들)의 탄생을 기념해 그린 작품이다. 반고흐 미술관의 탄생에는 고흐의 그림을 모두 상속받은 조카의 공이 컸다. ⓘ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며 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다. 입장료는 성인 22유로다.#가 볼 곳과 피할 곳‘안네의 집’ 보고 수제 맥주 맛보고홍등가·대마초 파는 커피숍 주의 암스테르담은 운하의 도시답게 160여개의 운하가 도심 속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운하를 따라 빼곡하게 늘어선 중세시대 고풍스러운 건물은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한다. 운하 크루즈를 이용하면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운하지구를 돌아볼 수 있다. 또 세계적인 치즈 수출국답게 다양한 치즈도 맛볼 수 있고 하이네켄 맥주의 본고장답게 다양한 수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브루어리가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안네 프랑크의 집이다.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 프랑크(1929~1945)와 가족들이 독일 나치를 피해 숨어 살던 곳이다. 규모가 크지 않아 예약이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다. 입장료는 성인 23유로다.반면 피해야 할 곳은 ‘홍등가’다. 해상무역 강국으로 떠오른 17세기 뱃사람들로 인해 형성된 곳이다. 일대는 치안이 좋지 않고 대마초 냄새가 진동하는 곳인 만큼 특히 밤에는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커피숍이라고 쓰인 곳은 커피와 대마초를 판매하는 곳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 [여행수첩] ⓘ 항공 : 인천에서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까지는 대한항공과 네덜란드 항공에서 직항편을 운항한다. 갈 때는 14시간, 올 때는 12시간 걸린다. 공항에서 중앙역까지 직통열차를 이용하면 20분 걸리며 요금은 5.9유로다. ‘NS 철도’ 앱에서 1유로 저렴하다. ⓘ 호텔 : 암스테르담은 유럽에서도 숙박비가 비싼 편이다. 중앙역 인근 구도심 지역 호텔은 1박에 20만~50만원대지만 미술관이 있는 뮤지엄플레인 주변은 10만~30만원대로 약간 저렴한 편이다. ⓘ 교통 : GVB 교통패스를 사면 편리하다. 1일권(24시간) 9유로, 2일권(48시간) 15유로, 3일권(72시간) 21유로다. 1회권(1시간)은 3.4유로다. ⓘ 미술관 : 뮤지엄카드(Museumkaart)를 네덜란드 박물관협회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사면 네덜란드 내 박물관 500여곳을 1년 동안 무제한 입장할 수 있다. 성인 75유로, 18세 이하 39유로다. 각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티켓을 구매하거나 뮤지엄카드가 있어도 홈페이지에서 2~3주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 ‘한여름 밤의 꿈’ 같은 도전… 행복 ‘첫’ 사랑의 몸짓으로

    ‘한여름 밤의 꿈’ 같은 도전… 행복 ‘첫’ 사랑의 몸짓으로

    “새로 시작하는 발레단의 첫 작품인 만큼 부담감이 없지는 않지만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 서울시발레단이 오는 8월 23~25일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은 국내 세 번째 공공 발레단으로 두 단체와 달리 컨템포러리 발레단의 정체성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컨템포러리 발레는 ‘백조의 호수’, ‘지젤’ 같은 클래식 발레의 형식과 테크닉을 바탕으로 하되 동시대의 정서에 맞게 움직임이 보다 자유로운 발레다.발레단의 첫인상을 좌우할 창단작의 연출과 안무를 맡은 이는 미국에서 무용수와 안무가, 교육자로 3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주재만(52)이다. 광주 태생으로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그는 1996년 프랑스 바뇰레 국제무용축제에서 최고 무용수상을 받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컴플렉션즈 컨템포러리 발레단에 입단했다. 무용수로 활약하면서 안무를 병행해 2009년 미 프린세스 그레이스재단 안무가상을 받았다. 현재 발레단의 전임안무가이자 펜실베이니아주 포인트파크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에서 영감을 얻어 다채로운 사랑의 형상을 환상적이고 서정적인 몸짓으로 재해석한 전막 창작 컨템포러리 발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최근 만난 주재만은 “창작자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 보고 싶었고, 미래로 나아가는 서울시발레단의 꿈이라는 상징성도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는 원작의 등장인물 중 요정 ‘퍽’만 유일하게 나온다. 엇갈린 사랑의 소동극을 일으키는 부주의한 장난꾸러기 요정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신성한 캐릭터다. 주재만은 “현대사회에서 순수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찾게 해 주는 안내자 역할”이라며 “내가 상상한 사랑의 모습들이 퍽의 시선을 통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안무를 구성했다”고 했다. 슬픈 사랑, 어긋난 사랑,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의 감정과 저마다 제각각인 꿈을 형상화하기 위해 고전발레부터 현대무용까지 폭넓은 움직임을 활용했다. 슈만의 클래식 음악과 미국 작곡가 필립 대니얼의 피아노 신곡 등 음악 선정에도 공을 들였다.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는 한 폭의 그림처럼 꾸민다. 주재만은 “환상의 공간을 만들어 관객이 꿈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 [인터뷰]‘한여름 밤의 꿈’으로 빚어낸 다채로운 사랑의 몸짓…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 안무가 주재만

    [인터뷰]‘한여름 밤의 꿈’으로 빚어낸 다채로운 사랑의 몸짓…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 안무가 주재만

    “새로 시작하는 발레단의 첫 작품인 만큼 부담감이 없지는 않지만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 서울시발레단이 오는 8월 23~25일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은 국내 세 번째 공공 발레단으로 두 단체와 달리 컨템포러리 발레단의 정체성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컨템포러리 발레는 ‘백조의 호수’, ‘지젤’ 같은 클래식 발레의 형식과 테크닉을 바탕으로 하되 동시대의 정서에 맞게 움직임이 보다 자유로운 발레다. 발레단의 첫인상을 좌우할 창단작의 연출과 안무를 맡은 이는 미국에서 무용수와 안무가, 교육자로 3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주재만(52)이다. 광주 태생으로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그는 1996년 프랑스 바뇰레 국제무용축제에서 최고 무용수상을 받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컴플렉션즈 컨템포러리 발레단에 입단했다. 무용수로 활약하면서 안무를 병행해 2009년 미 프린세스 그레이스재단 안무가상을 받았다. 현재 발레단의 전임안무가이자 펜실베이니아주 포인트파크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에서 영감을 얻어 다채로운 사랑의 형상을 환상적이고 서정적인 몸짓으로 재해석한 전막 창작 컨템포러리 발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최근 만난 주재만은 “창작자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 보고 싶었고, 미래로 나아가는 서울시발레단의 꿈이라는 상징성도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는 원작의 등장인물 중 요정 ‘퍽’만 유일하게 나온다. 엇갈린 사랑의 소동극을 일으키는 부주의한 장난꾸러기 요정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신성한 캐릭터다. 주재만은 “현대사회에서 순수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찾게 해 주는 안내자 역할”이라며 “내가 상상한 사랑의 모습들이 퍽의 시선을 통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안무를 구성했다”고 했다. 슬픈 사랑, 어긋난 사랑,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의 감정과 저마다 제각각인 꿈을 형상화하기 위해 고전발레부터 현대무용까지 폭넓은 움직임을 활용했다. 슈만의 클래식 음악과 미국 작곡가 필립 대니얼의 피아노 신곡 등 음악 선정에도 공을 들였다.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는 한 폭의 그림처럼 꾸민다. 주재만은 “환상의 공간을 만들어 관객이 꿈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이번 공연은 그가 국내에서 안무한 네 번째 작품이다. 와이즈발레단 초청으로 2018년 ‘인터메조’와 2021년 ‘비타’(VITA)를 선보였고 2023년 광주시립발레단의 5·18광주민주항쟁 소재 컨템포러리 발레 ‘디바인’(DIVINE)을 초연했다. ‘디바인’은 제30회 무용예술상 작품상을 받았다.
  • ‘부산행’이랑 ‘에이리언’은 재밌는데, ‘탈출’은 왜 별로일까[영화잡설]

    ‘부산행’이랑 ‘에이리언’은 재밌는데, ‘탈출’은 왜 별로일까[영화잡설]

    12일 개봉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성적이 좋질 않습니다. 제작비 185억원이 들어간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4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일주일 동안 누적 관객이 고작 47만명입니다. 그야말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든 이 영화, 뜯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영화는 자욱한 안개 탓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항대교에 대규모 추돌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작합니다. 사고 차들이 얽히고설킨 이곳에 정부가 극비리에 이송 중이던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군사용 실험견 11마리가 풀려납니다. 머릿속에 칩을 넣어둔 덕에 개들을 통제해왔는데, 오류가 생기면서 개들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괴물과 사투를 벌인다는 골격에서 몇몇 영화가 떠오릅니다. 우선 리들리 스콧 감독의 명작 ‘에이리언’(1987)을 들 수 있습니다. 우주선이라는 공간에서 정체불명 괴물의 습격을 받은 대원들이 위기에 처합니다. 연상호 감독 ‘부산행’(2016)도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들의 습격을 받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류입니다. 다만, 두 영화는 괴물 수준부터 차원이 다릅니다. 어렸을 적 비디오로 ‘에이리언’을 봤는데, 심장이 두근거렸던 경험이 생생합니다. 사람에게 기생하다 몸을 뚫고 나오는 괴물, 입속에서 또 다른 입이 나오는 괴물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부산행’의 좀비들은 또 어떤가요. 육체가 썩어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그저 그런 좀비가 아니라 관절을 우두둑 꺾으면서 아크로바틱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향해 질주합니다. 유튜브에서 ‘부산행 해외반응’을 검색해보시면 외국인들이 ‘K-좀비’라면서 칭찬하는 모습을 여럿 볼 수 있을 겁니다. 다시 ‘탈출’로 돌아가 볼까요. ‘사람을 습격하는 개’라는 소재는 영화를 연출한 김태곤 감독이 실제 겪었던 경험에서 출발했다 합니다. 김 감독이 이십 대 시절 도보여행하다 스무 마리 정도의 들개에게 쫓긴 일이 있었고, 그때의 공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네요. 영화 속 군견은 굉장히 빠르고 흉포합니다. 그런데 딱히 무섭지가 않습니다. 머리가 아주 영리해 보이지도 않고, 가끔은 컴퓨터그래픽(CG) 티가 너무 나기도 합니다. 다리 위에는 자동차처럼 숨을 곳도 많은데다, 여러 사람이 동행하고 있어 개가 두렵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어디서 꿔온 보릿자루처럼 움직이면서 공포를 또다시 반감시킵니다. 마음씨 좋은 노부부가 나오는데요, 재난 영화에선 이런 캐릭터는 대개 희생당하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자매가 나옵니다. 이 중 동생은 프로 골프 선수입니다. 축구도 야구도 배구도 아닌 왜 하필 골프 선수일까 싶었는데, 영화 후반부에 그 궁금증이 풀립니다. 굳이 골프 선수로 설정한 이유가 이거였나 싶어서 제 맥도 같이 풀리더라고요. 영화 주연급인 주지훈 배우는 레커차 기사 조박으로 등장합니다. 건들거리면서 주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괴짜입니다. 속물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착한 구석이 있는 캐릭터인데요. 하필이면 그가 직전에 출연한 영화 ‘비공식 작전’(2003)의 캐릭터와 흡사합니다. 그래서 그다지 새롭지 않은 느낌을 줍니다.주인공은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정원으로, 고인이 된 배우 이선균이 맡았습니다. 유력 차기 대권 주자인 청와대 안보실장 정현백(김태우 분)의 오른팔인 정원은 상당히 정치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사고가 난 다리 위에서 이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원 양 박사(김희원 분)를 만나 감춰졌던 진실을 알게 됩니다. 너무 전형적인 전개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무렵, 정원은 이야기를 뻔한 결말로 끌고 갑니다. 제대로 된 반전이 없어 등장인물들은 죽을 위기인데, 관객은 하품이 날 지경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딱히 흠잡기 어렵습니다. 특히 고 이선균 배우를 화면에서 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그러나 배우들 연기의 좋고 나쁨을 떠나 영화 속 캐릭터는 하나 같이 밋밋합니다. ‘에이리언’의 시고니 위버같은 여전사라든가, 좀비를 맨손으로 두들겨 패버리는 ‘부산행’의 마동석과 같은 인상적인 캐릭터가 부재합니다. 여기에 영화 초반부 나왔던 안개의 이점도 잘 살리지 못했습니다. ‘안개‘ 하면 떠오르는 영화로는 ‘미스트’(2008)가 있는데요, 안갯속에서 인간을 공격하는 괴물, 그리고 얼핏얼핏 보이는 그 모습이 주는 긴장감이 팽팽합니다. 안개라는 소재를 이처럼 기가 막히게 활용한 영화도 있는데, ‘탈출’은 초반부 사고 장면에서만 활용하는 데 그칩니다. 한 마디로 영화 ‘탈출’은 전형적이고 뻔한 캐릭터들이 무섭지도 않은 개들에 쫓겨 다니고, 식상한 서사에서 허우적거리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185억을 투자했다니, 극장을 나오면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김기중 기자의 ‘영화잡설’은 놓치면 안 될 영화, 혹은 놓쳐도 무방한 영화에 대한 잡스런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격주 토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 ‘소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나이 들 뿐

    ‘소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나이 들 뿐

    어느 경기에 내보내도 듬직한 언제나 3할 이상의 타율은 기록하는 타자. 요즘 한국에서 일본 소년만화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노 재팬’의 기억은 잊은 지 오래. ‘귀멸의 칼날’부터 ‘하이큐’까지 다채로운 소재로 무장한 애니메이션들이 한국인의 일상에 다시 스며들고 있다.●장르적 다양성으로 극장가·OTT 점령 9일 기준 ‘귀멸의 칼날: 합동 강화 훈련편’은 국내 넷플릭스 시리즈 3위를 기록 중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지난 5월 12일 공개 이후 무려 7주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한국 예능이 강세인 티빙에서도 이날 기준 15위로 상위 20위권 내 유일한 애니메이션이다. 텔레비전애니메이션(TVA) 4기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혈귀’로 불리는 괴물에게 가족을 잃은 주인공 ‘탄지로’가 악당 ‘키부츠지 무잔’과의 대결에 앞서 혈귀를 상대하는 ‘귀살대’ 대원들과 합동으로 훈련하는 과정을 담았다. 동명의 원작 만화는 2020년 정식 연재가 이미 끝났는데도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여전히 하늘을 찌른다.배구 만화 ‘하이큐’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도 지난 5월 국내 개봉 이후 71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주인공 ‘히나타 쇼요’가 속한 ‘카라스노 고등학교’와 오랜 라이벌인 ‘네코마 고등학교’가 벌이는 경기를 박진감 있게 담았다.얼마 전 넷플릭스에 공개된 ‘라이징 임팩트’는 조금 희한한 방식으로 화제를 몰고 있다. 일부 장면이 인스타그램 릴스(짧은 동영상)로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국내 골퍼들 사이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4화에서 ‘유미코’가 친 공이 연못 앞에서 갑자기 강력한 백스핀으로 그린을 타고 오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소년만화 특유의 과장된 상황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진지한 모습이 대비되며 묘한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냈다. ●인스타 챌린지·팝업스토어까지 인기 국내 인디밴드 위아더나잇의 원곡 ‘티라미수 케익’에 맞춰 일본 소년만화의 고전 ‘헌터x헌터’의 주인공 ‘곤’의 율동을 따라 춤을 추는 정체불명의 ‘티라미수 케익 챌린지’도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한 바 있다. ‘주간 소년 점프’ 등 일본 소년만화지에 연재되며 주로 소년을 독자층으로 삼는다는 데서 유래한 장르인 소년만화는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 콘텐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소년기 주인공을 앞세우고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최고를 향한 열정과 거기에 달성하기 위한 노력, 그 과정에서 얻는 우정이 이 장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2019년 ‘일본산 불매운동’ 당시에는 열기가 잠시 뜸했다. 이후 국내에서 다시 일본 소년만화의 불씨를 틔운 건 지난해 초 국내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다. 콘텐츠를 향한 열기는 소비로 확인된다. 국내 백화점 업계가 앞다퉈 애니메이션 팝업을 유치하고 나서는 이유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 이어 얼마 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 ‘주술회전’ 팝업을, 신세계백화점도 ‘하이큐’(강남점·센텀시티점) 팝업을 각각 열었다. ●언어·국경 뛰어넘는 문화로 자리매김 전문가들은 한국 내 일본 애니메이션의 열풍을 꼭 한일 간 콘텐츠 경쟁의 구도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백수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팀장은 “2020년 이후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쉽게 접하면서 ‘오타쿠’를 비롯한 소수의 문화라는 인식의 틀이 깨진 것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막연한 두려움은 있지만 콘텐츠의 국경이 허물어지는 가운데 ‘우리 것’만 보는 건 불가능하다. 타 문화를 그 자체로 즐기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망가’(일본의 만화)는 웹툰, 제이팝은 케이팝 등 한국은 일본의 콘텐츠를 한 번씩 넘어선 바 있는데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일본의 아성을 넘어서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 서로의 연인을 뺏으려는 남녀…19금 연극 ‘클로저’

    서로의 연인을 뺏으려는 남녀…19금 연극 ‘클로저’

    “왜 그랬어요?”(앨리스) “난 그냥 사랑에 빠진 것뿐이야.”(안나)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많은 일이 생기곤 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간관계며 감정들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고는 한다. 때로는 남의 인생까지도. 서로의 연인을 탐내는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연극 ‘클로저’의 네 남녀가 그렇다. 첫눈에 반했다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원망하면서도 그 사람을 놓지 못하고, 서로의 연인에 집착하는 등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 파란만장하다. 극의 큰 설정만 보면 막장 치정극이 따로 없는데 재미난 구석도 생각할 구석도 많다. ‘클로저’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패트릭 마버의 작품으로 1997년 5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8년에는 이브닝 스탠다드 올해의 최고 코미디상,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 최우수 창작연극상, 런던 비평가협회 최우수 창작연극상 등을 수상했고, 1999년에는 미국 브로드웨이로 진출해 6개월간 흥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4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골든글로브 남녀 조연상을 받는 등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거머쥐었다. 작품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안나와 앨리스, 래리, 댄 네 남녀의 관계를 그렸다. 부고 기사를 쓰는 남자 댄이 사랑스러운 매력이 넘치는 앨리스와 사랑에 빠질 때만 해도 두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인가 싶지만 작품은 이내 더 복잡하고 농밀한 세계로 관객들을 이끈다. 사진작가 안나, 의사인 래리는 부부인데 두 사람의 사연이 댄과 앨리스와 얽혀들면서 복잡한 관계가 펼쳐진다.상대의 연인을 탐하는 관계 속에서 서로의 신경을 긁느라 바쁜 인물들을 보면 당장 머리채를 잡고 싸우지 않을까 싶은 긴장감이 넘친다. 래리가 이혼 서류에 사인하기 전 안나에게 잠자리를 요구하는가 하면 서로 다른 사람과 잤는지 캐묻고 이로 인해 폭발하는 감정들이 솔직하게 표현되는 등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작품의 관람 연령 또한 19세 이상이다. 다만 이런 이야기가 자칫 심각한 법정 드라마로 이어지지 않게 작품 곳곳에서 유머가 번뜩인다. 김지호 연출은 “어떻게 하면 한국 관객이 이 작품을 웃으면서 볼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며 원작이 지닌 코믹한 요소를 최대한 살려 한국적 정서에 맞게 재구성해냈다. 김 연출은 “작품을 보고 웃고 난 뒤 씁쓸한 감정까지 끌어내야 이 작품이 가진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차별적이고 폭력적이며 음담패설과 같은 대사를 통해 (등장인물을) 비웃고 놀리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잠자리에 집착하는 복수 치정극 같지만 작품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작품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의 본질을 따져 들면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 서로를 향한 다정한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기에 작품을 보며 돌아보게 만드는 힘도 있다.집착, 분노, 배신감 같은 감정들을 중심으로 솔직한 내면을 다룬 점도 흥미롭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시각화한 무대 연출 역시 볼거리. 나온 지도 꽤 됐고 보통의 연극에서 다루기 불편한 관계를 소재 삼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여전히 동시대 관객들에게 매력 있게 다가올 수 있는 힘을 지닌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탄탄하지만 특히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닌 앨리스를 맡은 안소희의 연기가 흥미롭다. 원더걸스 이후 연기자로 변신한 그의 첫 연극 작품인데 앨리스의 캐릭터를 잘 살리면서 관객몰이의 중심에 서고 있다. 서울 종로구 플러스씨어터. 14일까지 한다. 앨리스는 안소희·김주연, 댄은 최석진·유현석, 래리는 이상윤·김다흰, 안나는 이진희·진서영이 맡았다.
  • 답안 고치게 금고 열어달라는 막장 학생…선생님의 대답은

    답안 고치게 금고 열어달라는 막장 학생…선생님의 대답은

    “난 점수를 팔지 않아요.”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해준답시고 찾아온 학생들인데 어째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선생님이 사라지면 뒷담화가 시작되고 음모를 계속 논의하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시험 답안지가 보관된 금고 열쇠를 얻어 답안지를 고쳐 점수를 높이는 것. 아무리 진학 문제가 급하다지만 이만한 월권과 막장이 있나 싶다. 4년 만에 돌아온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러시아 출신 극작가 류드밀라 라쥬몹스까야의 작품으로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4명이 엘레나 선생님의 집을 찾아가 시험 답안을 고치기 위해 시험지가 있는 금고 열쇠를 달라고 요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가는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불완전하고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비도덕적인 일도 정당화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라쥬몹스까야가 1980년 구소련 당시 문화부로부터 청소년에 대한 희곡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고 우연히 쓰게 된 작품이다. 발표 후 소련 당국의 검열로 대사의 삭제와 장면의 수정을 거듭하며 무대에 오르다가 결국 상연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화제 몰이를 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는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앞서 2005년 초연 후 2007년, 2009년, 2017년, 2020년 관객과 만났다.무대 배경은 선생님의 집이 전부고 등장인물은 5명에 이야기의 대립 구조도 단순하다. 그러나 인물 간의 대화가 결코 가볍지 않아 작품이 지닌 무게감이 상당하다. 다양한 상징을 내포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본인들이 시험을 망쳐놓고는 진학을 이유로 답을 고치게 해달라고 떼를 쓰는 학생들은 좀처럼 포기할 줄 모른다. 선생님 역시 단호하긴 마찬가지. 진척이 없을 법한 대결 구도는 답안을 안 고쳐도 되지만 “순수한 스포츠적 흥미”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발로쟈가 균열을 내면서 복잡하게 전개된다. 개인의 충만한 욕망으로 사회의 선한 의지를 꺾는 인물을 상징하는 발로쟈는 도덕성을 강조하는 엘레나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당신을 시험했고 당신이 승리했다고, 고귀하고 숭고한 존재를 보여주려 했다며 한발 물러섰던 발로쟈가 이내 유일한 여학생인 랼랴를 겁탈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달한다. 누군가를 공격할 때 그 사람과 가까운 이를 저격함으로써 고통에 빠뜨리는 법을 아는 사악함이 섬뜩하기까지 하다.‘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도덕과 관련한 선택의 문제를 다층적으로 세밀하게 보여준다. 한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삶의 태도까지 확장된 교훈을 주는 작품이다. 잘못된 리더와 그에 꼭두각시처럼 순응하고 악에 동조하고 침묵하는 시민이 결합될 때 인간성이 얼마나 파괴되고 사회가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를 일깨운다. 온갖 실험과 비틀기, 지나가는 유행을 담아내려는 요즘 연극에 비하면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그리 요란하지 않다. 그러나 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와 작품이 품은 다채로운 감각들은 연극 그 자체의 본질과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명작 연극을 찾는 관객이라면 반할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상명아트홀 1관. 30일이 마지막 공연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