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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추천 도선 100선 - 읽어라, 청춘]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서울대 추천 도선 100선 - 읽어라, 청춘]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안나 카레니나’는 ‘전쟁과 평화’ ‘부활’과 함께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이다. 1877년에 완결된 이 책은 19세기 후반 러시아 사회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다양한 등장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나아가 사랑과 결혼,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라는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온 것인가’에 대한 궁극적인 존재 의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소화해내기가 만만한 책이 아니다.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방대한 분량에 놀란다. 읽으면서 제목에서 느끼는 편견이 얼마나 유치한 것이었는지에 다시 한 번 놀란다. 그리고 읽기에 가속도가 붙을 때쯤 어느새 손에 형광펜을 쥐고 수많은 진리에 밑줄을 쫙~ 그으면서 감동한다. 이는 사자성어를 통해 얻게 되는 단순한 교훈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이 책은 대학생과 청년들에게 유효하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올바른 선택과 현명한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진부한 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래 고전이란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기에 읽는 독자의 고민과 삶의 결에 따라 얼마든지 탄력적인 해석이 가능한 것. 이것이 고전을 읽는 묘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원래 이 책의 제목은 ‘두 결혼’이었다. 안나 카레니나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안나와 대조되는 레빈의 결혼과 삶이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책의 제목을 ‘안나 카레니나’로 정한 것은 안나의 이야기를 통해 문학적 상징성을 높이고,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라고 판단된다. 이 책은 다소 통속적인 사랑이야기로 볼 수 있는 상류사회 고위 관리의 아내인 미모의 안나 카레니나와 집안 좋고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의 불륜을 다루고 있다. 안나는 모스크바에 사는 오빠 오블론스키의 집을 방문하다가 기차역에서 브론스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 없는 결혼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안나는 브론스키의 구애에 열정적으로 빠지고 브론스키의 딸을 낳는다.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랑하는 아들을 놔두고 떠난다. 하지만 사랑의 환희는 오래가지 못한다. 사교계에서 단절되고 오직 브론스키의 애정에만 매달리던 안나는 독신의 향락을 고집하는 브론스키에게 더욱 집착하고 불안해하다 스스로 기차에 몸을 던진다. 우리는 안나의 삶과 죽음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상류사회 속에서 안나의 삶은 화려하고 완벽해 보인다. 성공한 남편과 사랑하는 아들 무엇 하나 부족할 것이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랑이 없었다. 적어도 안나에게는 자신이 바라는 사랑이 없었다. 안나는 20세 연상의 엄격한 규율과 외교적인 사랑만 할 줄 아는 남편에게 애정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남편 카레린은 일에 바빠 안나를 홀로 둔 것은 사실이지만 안나의 오빠처럼 다른 여자를 만난 것도 아니었고, 브론스키의 딸을 낳고 산욕열로 고통받는 안나를 보며 그녀를 용서하기도 하며 안나가 떠난 뒤에도 법률적으로 온전한 가정을 꾸릴 수 없는 상황을 최대한 배려하고자 하였으며, 안나가 죽은 뒤 브론스키의 딸 한나를 거둔다. 이렇듯 안나 가정의 불화의 원인은 단순히 남편에게만 있지 않다. 결혼은 환상이 아니며 완벽한 상대란 없다. 불같이 뜨거운 사랑은 결혼을 성사시키는 조건은 되지만 지속시키는 데는 그 이상의 수많은 그 ‘무엇’이 필요하다. 또한 누구에게나 서로 다른 불행의 조건이 있으며 서로 간의 생각을 완벽히 이해하기도 어렵다. 결국 결혼에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온전한 믿음이다. 안나는 오직 사랑에만 집착하여 브론스키의 애정이 식어버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자신의 정체성도 함께 잃는다. 그때 목숨을 버리는 충동적인 선택보다는 조용히 내면을 돌아보고 스스로 앞길을 개척해나가는 현명함이 필요했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일단 선택한 것은 후회할 경우가 생기더라도 최대한 자신의 선택을 긍정하고 기쁨을 찾아가는 실존적 자각과 태도가 필요하다. 톨스토이는 그러한 진실을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레빈을 통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레빈은 시골에 내려가 스스로 노동의 기쁨을 찾아내는 귀족 청년이다. 키티라는 공작의 딸에게 청혼하지만 브론스키를 좋아하는 키티에게 거절당한다. 그러나 브론스키가 안나에게 가자 다시 청혼하여 키티와 결혼하고 행복한 삶을 산다. 레빈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거창하고 현실과 유리된 행복을 찾지 않는다. 사회주의자이며 이론가인 형들과는 달리 현실 속에서 기쁨을 찾고 성실한 삶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레빈의 삶은 안나의 불행과 대조되어 긍정의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러한 예는 안나와 레빈이 각각 결혼한 뒤 전개되는 상황에서 잘 대조된다. 예를 들면 안나와 브론스키의 집을 방문한 새언니 돌리는 안나를 보며 ‘과연 안나가 그러한 것으로 브론스키 백작을 매혹하여 붙잡아 둘 수 있을까? 이 여자의 드러난 팔이 아무리 희고 곱다고 해도, 이 여자의 검은 머리칼 아래 빛나고 있는 얼굴이 아무리 곱다고 해도 그 사람은 더욱더 좋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라고 안타까워한다. 안나는 과감하게 선택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겉모습에 더욱 집착하고, 사사건건 브론스키를 의심하며 더 멀어지게 한다. 반면 레빈은 키티와 결혼한 뒤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해답을 위해 깊은 사유에 빠진다. ‘결혼한 후에도 자기를 위해서라는 범위로 생활을 한정하기 시작하자 자기의 일이 필요한 것이라는 확신을 느꼈고, 훨씬 잘 진척되어 줄곧 커가고 있음을 알았다.’ ‘앞으로도 나는 역시 마부 이반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논쟁을 하기도 하고 부적절한 때에 내 사상을 드러내기도 할 것이다. 여전히 내 영혼의 지극히 거룩한 곳과 남들의 영혼 사이는 심지어 아내의 영혼과 도 장벽은 쌓일 것이다. 또한 나는 무엇 때문에 기도하는지 이성으로는 알지 못하면서 기도할 것이다. 이제야 내 삶은 내 온 삶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초월할 것이다.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내가 나의 삶에 부여하는 의심할 나위 없는 선의 의미를 지니게 하리라.’ 그는 고뇌 속에서 삶의 진실의 답을 얻고자 노력하였다. 레빈의 삶에는 19세기 러시아가 녹아있다. 톨스토이는 수많은 귀족의 사유와 행동을 통해 당시 귀족사회의 모순과 문제를 비판하고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레빈이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모습에서 잘 알 수 있다. 귀족이자 지주였던 레빈은 당시 농부들의 자발적인 노동의지와 만족을 끌어내기 위해 노동에 참여하고 모든 일을 조합식으로 변경한다. 이러한 방법은 보편적 행복을 중시하고 만인의 부를 위한 조화와 일치의 방법이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다. 이와 같이 ‘안나 카레니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여러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8부에는 톨스토이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려는 의도가 잘 담겨 있다. 레빈이 사유한 ‘이런저런 생각은 그를 의혹으로 이끌어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분간하지 못하게 방해하였지만 생각하지 않고 그저 생활하고 있을 때는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올바른 재판관의 존재를 끊임없이 느꼈고, 그 재판관이 가능한 두 행위 가운데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지 판가름해 주었다. … 인생에서의 자기 특유의 일정한 길을 굳게 지키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와 같이 삶의 순간을 올바르게 판단해 나가고 내면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깊어가는 여름. 이제 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본격적으로 휴가를 준비하는 때이다. 산과 바다로 나가 이 책을 펴고 눈보라 치는 기차역의 쓸쓸한 안나도 만나보고, 광막한 러시아의 숲 속을 누비는 레빈과 대화도 나누면서 올바름을 위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실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선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 그것이 이 더위를 가장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된다. 서은영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 [구본영 칼럼] 세상에 없는 조자룡 찾아 헤매는 공직인사

    [구본영 칼럼] 세상에 없는 조자룡 찾아 헤매는 공직인사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어렵사리 출항했다.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고,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총리가 ‘재활용’ 형식으로 복귀했다.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논문표절 의혹 등 온갖 잡음 속에 경질되고, 부동산 전매 관련 위증으로 코너에 몰렸던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입에 담기조차 싫은 내용을 폭로하겠다”는 야당의 서슬에 놀란 양 자진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면, 공직 자격에 대한 우리 사회의 도덕적 잣대가 너무 엄격해진 탓일까. 다음 두 삽화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듯싶다. #1 지난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조자룡 족자그림을 선물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이 자서전(‘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중국 고전인 삼국지의 등장인물 조자룡을 ‘첫사랑’으로 꼽은 데서 착안한 것 같다. 조자룡은 유비의 아들을 품에 안고 사지를 뚫고 나온 ‘의리’의 화신 같은 인간형이다. 또 시쳇말로 ‘바른생활 사나이’였다. 삼국지 영웅 중 무공이라면 그보다 못할 게 없었던 여포나 관우, 장비 등이 도덕적, 혹은 성격상 결함으로 비명횡사한 것과 대비된다. #2 메릴린 먼로는 전 세계 영화팬을 사로잡은 섹스 심벌이었다. 하지만 삶은 순탄치 못했다. 작가 아서 밀러 등 세 남자와 결혼했으나 거푸 실패했다. 과학자 아인슈타인,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와 배우 이브 몽탕, 존 F 케네디 대통령 형제와 염문도 뿌렸다. 그러나 진보든 보수든, 이들은 그녀를 쾌락의 대상으로만 삼았던 모양이다. 먼로는 평생 애정 결핍증과 우울증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다만 두 번째 남편, 즉 1940년대 뉴욕 양키즈의 전설적 강타자 조 디마지오는 달랐다. 1962년 재결합하려던 그녀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비명에 가자 20년 넘게 매주 무덤에 장미꽃을 바친, 순정(純情)의 사나이였다. 최근 영국의 언론인 겸 역사가 폴 존슨의 책 ‘지식인의 두 얼굴’을 읽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숱한 명사들의 위선과 이중성에 적잖게 놀랐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디마지오나 조자룡 같은 인간형이 외려 희귀종일 수 있겠다 싶었다. 어쩌면 실력과 도덕성을 겸전한, 무결점의 공직 후보자를 찾기란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는 것처럼 무망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로 심기일전하려던 박근혜 정부가 난관에 부닥쳐 있다. 잇단 인사 참사 탓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떨어지고 국정동력은 약화됐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높아진 검증기준을 통과할 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었다. 하지만 새누리당도 야당일 때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중도하차시킨 바 있다. 당시 그에게 쏟아진 논문 표절 의혹은 이번 김명수 후보에 비하면 오히려 가벼웠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가 야당 탓만 할 게 아니라 인사시스템을 되짚어봐야 할 이유다. 물론 우리의 청문회 제도가 지나친 신상털기나 여론재판식 검증에 치우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사청문회를 하는, 몇 안 되는 대통령중심제 국가 중에서도 말이다. 어지간히 양해할 만한 사안도 정략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우리의 척박한 정치 풍토도 문제이긴 하다. 야당은 흔히 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자녀 이중국적, 병역 기피, 탈세 등을 ‘비리 5종 세트’로 규정해 후보자들을 닦달하지만 같은 잣대를 선출직인 그들에게 똑같이 적용하면 성할 사람이 별로 없다면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높아진 잣대를 되돌릴 순 없는 노릇이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심판(국민의 눈)은 갈수록 엄격해지는데 자꾸 나쁜 볼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선구안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순 없지 않은가. 이제부터라도 박 대통령이 사심없는 고언에는 귀를 기울이고 비서실은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해 인사 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혁신이 성공을 거두려면 청와대의 인사시스템부터 혁신해야 한다.
  • ‘피너츠 캐릭터’ 반스 신발 예쁘죠

    ‘피너츠 캐릭터’ 반스 신발 예쁘죠

    13일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반스(VANS) 볼트 매장에서 모델들이 ‘피너츠’(Peanuts)의 캐릭터가 들어간 신발을 선보이고 있다. 피너츠는 찰리 브라운, 스누피 등의 등장인물로 유명한 미국 만화 및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지구촌 책세상] 하이힐 신은 탐정, 명화 둘러싼 음모를 쫓다

    [지구촌 책세상] 하이힐 신은 탐정, 명화 둘러싼 음모를 쫓다

    미술사학자이자 교수인 아드리앙 고에츠가 이번에는 매혹적인 시리즈 ‘페넬로프의 모험’ 신간을 통해 넘치는 지식과 재능을 보여준다. 페넬로프는 마주치는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오지랖 넓은 여성 캐릭터로서 독자들은 그녀의 모험담을 통하여 유럽 전역을 여행하게 된다. 수중도시 베니스 여정 이후, 용감무쌍한 페넬로프는 이번에는 지베르니에서 모험을 시작한다. 프랑스의 관청 직원으로 일하는 그녀는 퇴근 후에는 뾰족구두를 신고 잠행하는 탐정이다. 어느 날 마르모탕-모네 박물관의 공식 만찬 자리에서 옆 자리에 있던 한 수녀와 모네의 ‘수련’에 푹 빠진 미국 여자가 모네가 전성기에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나코시리즈의 존재 여부를 거론하는 것을 듣게 된다. “모나코시리즈라고! 난 그걸 가지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할 사람을 알고 있지….” 마리조 수녀가 말한다. 다음날 마리조 수녀의 조수 카롤린 스퀘어가 세흐클의 지하에서 목이 잘려 죽은 채로 발견되자 수녀는 자신이 했던 말을 주워담고 싶어진다. 세흐클은 기자이자 페넬로프의 약혼자인 방드릴이 자주 가는 단골 술집이다. 방드릴은 모나코의 알베르 왕자와 샤흘렌의 결혼식을 취재하러 모나코에 파견되는데, 이 성대한 결혼식을 위해 모네의 미발표작품 중 하나를 매각하려던 차에 누군가 지베르니의 모네 생가에 잠입해 액자를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진다. 방드릴이 모나코에서 그 이상한 수녀를 분명히 본 것 같다고 애기하자 페넬로프는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가 없다. 모나코공국의 태양 아래 무언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초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림엽서 같은 프랑스의 파리에서 모나코에 걸쳐 펼쳐지는 ‘페넬로프의 모험’은 어떤 탐정소설에도 어울릴 법한 음모와 기상천외한 등장인물들을 묘하게 버무려낸 소설이다. 등장인물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의혹이 차례로 제기되며 의문은 더해져만 간다. 카롤린 스퀘어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모나코시리즈가 존재한다는 의혹은 먼지구덩이 기록물에 파묻혀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학예사들의 억측일 뿐인가? 이러한 음모론은 모네와 클레망소의 우정, 또는 ‘수련’의 대부 모네의 존재까지도 의심하는 것이 아닌가? 인상파 화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영리한 자들만이 거짓에서 진실을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래티시아 파브로 주한 프랑스문화원 출판진흥담당관
  • 34살의 해리포터는 어떤 모습일까…‘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 새 단편 공개

    34살의 해리포터는 어떤 모습일까…‘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 새 단편 공개

    ‘34살의 해리포터’ ‘조앤 롤링’ 34살의 해리포터는 어떤 모습일까.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시리즈 완결 7년 만에 34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국 유명작가 조앤 캐슬린 롤링이 웹사이트 ‘포터모어’(www.pottermore.com)에 30대 중반이 된 해리 포터와 친구들의 모습을 그린 1500자 분량의 짧은 이야기를 올렸다고 영국 BBC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법사 세계 신문 ‘예언자 일보’에 실린 칼럼 형식의 이 글은 이제 곧 34살이 되는 포터와 그의 친구인 론 위즐리,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포터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마의 번개 모양 흉터와 동그란 안경은 여전하지만, 오른쪽 뺨에는 새로운 흉터가 생겼으며 흰 머리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이 글은 전했다. 머리숱이 줄어든 위즐리는 마법부의 ‘오러’(죄지은 마법사·마녀를 잡는 사람)를 그만두고 쌍둥이 형이 운영하는 장난감 가게에서 일하며, 그레인저는 마법 법률 강제집행부 차관으로 승승장구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이 글에 따르면 포터는 최근 아들인 알버스, 제임스와 함께 2014년도 ‘퀴디치’(빗자루를 타고 공중에서 공을 넣는 마법사 세계의 인기 스포츠) 월드컵 토너먼트를 관람했으며, 부인인 지니 위즐리는 동행하지 않았다. 예언자 일보 기자인 리타 스키터는 칼럼을 통해 “포터 가족의 결혼 생활에도 균열이 시작되는 것일까”라며 불화를 언급했다. 이번 글은 롤링이 포터모어 웹사이트에 올리는 퀴디치 월드컵 시리즈 중 하나로, 11일에는 브라질과 불가리아의 퀴디치 결승전을 다룬 글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지난 2007년 완결됐지만, 롤링은 팬들을 위해 포터모어 웹사이트에 소설 속 등장인물과 해리포터의 세계관에 대한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정도전과 어느 총리 후보자/김경운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정도전과 어느 총리 후보자/김경운 정책뉴스부장

    “삼봉이 생각하는 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태조 이성계) “듣는 것이옵니다.” “참는 것이옵고 품는 것이옵니다.”(삼봉 정도전) 요즘 TV 대하사극 ‘정도전’이 인기를 끄는 데에는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명대사도 한몫한다. 곱씹을수록 절묘하고, 또 지금 현실 정치를 빗댄 것 같기도 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도전이 꿈꿨던 조선은 백성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민주적 복지국가였다. 그런 조선의 건국을 민본대업(民本大業)이라고 했다. 권력과 부를 모두 거머쥔 족당들의 수탈 아래서 노비에 가깝던 농민들은 조선에 이르러 비로소 제 땅을 갈고 천하의 근본으로 대접받았다. 출산한 관비의 남편도 육아휴직을 보장받은 곳이 조선이다. 당시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시대를 앞선 이상국가, 이상향이 아닐 수 없다. 느릿느릿 쟁기질을 하고, 아무 때나 흥얼거리는 구한말 농부의 모습이 영국의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에게는 게으른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어린 아이들마저 공장에 나와 값싼 노동력을 보태야 했던 산업혁명기의 본국과 비교하면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동양의 낯선 나라에 점차 애정을 느꼈고 돌아갈 땐 아쉬움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요새 입에 오르내리는 국무총리 후보자는 정도전의 앞선 조선을, 비숍 여사의 다정한 조선을 애써 폄하하는 데 열을 올렸던 모양이다. 구한말에 우왕좌왕하다가 일제강점을 맞은 사실이 분하고 뼈아픈 교훈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낯익은 교인들에게 한 것이라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 뭐가 있다. 일관된 논리로 우리 역사에 대해 자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조선을 헐뜯고 싶었던 세력은 아마 일본의 국가주의자들이었을 것이다. 일본은 16~17세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막부시대를 열면서 조선과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즉 수도를 신도시 도쿄로 옮긴 뒤 군사정권의 특성대로 산업과 상업을 중시하며 국력 양성에 매진한다. 이 과정에선 민본 등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일본이 제국주의로 치달을 때도 여유를 부리던 조선은 기계문명 중심인 근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만다. 당시 일본은 조선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게으른 나라를 산업화로 구제한 것이라는 식민사관을 필요로 했다. 여기에는 어느 한 시기에 개방화, 산업화, 군사화 등이 뒤처졌다고 조선의 가치를 통째로 무시하는 태도가 담겼다. 총리 후보자가 말하는 ‘게으르고 남(일본)한테 신세나 지는 우리 민족의 DNA’에도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구석이 엿보인다. 역사시대 이래 세계 문명의 흔적은 거의 예외 없이 반도에서 열도로 넘어갔다. 이는 반도인들의 DNA가 더 우수해서가 아니고, 열도인들의 그것이 열성이어서도 아니다. 신문명이 세계 대륙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흘러드는 과정일 것이다. 하물며 근세기에 얼마간 열도의 기술력이 반도를 앞질렀을 뿐인데, 이를 두고 DNA까지 운운하는 것은 기어코 역사인식을 의심받을 만하다. 더욱이 할 말이 없는 게 ‘일본군 위안부 배상 요구는 떼쓰기’라는 말이 피해 할머니들을 울렸고, ‘욕망의 땅 세종시’가 충청인들을 뿔 나게 했으며 끝내 ‘표현을 잘하지 못해서’라는 해명은 표현도 직업 기술인 후배 기자들을 속 터지게 했다. 정승감으로서 민심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것 같다. 김경운 정책뉴스부장 kkwoon@seoul.co.kr
  • 인간도 잘린 팔·다리 재생 가능하다? 비밀은 ‘도롱뇽’

    인간도 잘린 팔·다리 재생 가능하다? 비밀은 ‘도롱뇽’

    영화 엑스맨의 주요 등장인물인 울버린은 자체 피부재생능력이 있어 웬만한 타박상은 물론 팔·다리가 절단되더라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원상 복구된다. 언뜻 보면, 그저 만화 속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 우리 자연 생태계에도 손상된 신체를 자체적으로 재생시키는 동물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도롱뇽’이다. 의료전문매체 메디컬엑스프레스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구조분자생물학 연구진이 도롱뇽의 신체조직 재생능력 원리를 밝혀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도롱뇽, 영원(蠑螈) 같은 양서류는 위기상황에 빠지면 꼬리나 다리부분을 떼어내고 도망친 뒤, 그대로 재생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같은 방식으로 턱, 눈은 물론 장기와 척수까지도 필요에 따라 재생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오랜 세포 프로그래밍 분석을 통해 이 특수 재생능력이 ‘세포외 신호조절인산화효소(extracellular signal-regulated kinase)’ 즉, ERK의 영향을 받는 것임을 밝혀냈다. 이는 일종의 세포증식인자로 식물, 고등동물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도롱뇽에게는 ERK를 자유자재로 활성화할 수 있는 유전통로가 존재한다. 유전 물질이 함유된 세포 표면으로부터 ERK 효소 신호를 받아 손상된 부위를 재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도 분명 ERK효소가 있지만 도롱뇽처럼 신체조직을 재생시킬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인간의 ERK효소가 활성화될 수 있는 통로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꿔 생각해보면, 인간 성인 세포가 ERK효소의 재생 프로세스를 수신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다면 도롱뇽 같은 재생능력이 발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에게는 칼에 살짝 베이거나 다른 물질에 미미하게 손상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체적으로 손상부위를 치료해내는 생체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연구를 주도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구조분자생물학 연구소 수석과학자 맥스 윤 박사는 “도롱뇽의 생체 메커니즘은 인간 세포도 재생 가능함을 암시 한다”며 “ERK효소의 활성화를 돕는 통로가 신체재생을 어떻게 통제하고 다른 분자에는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밝혀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줄기세포 리포트(Stem cell reports)’에 발표됐다. 사진=University College London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채만식 ‘탁류’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채만식 ‘탁류’

    ‘서울대 추천도서 100선’이라는 이름으로 서울대에서 공부하려는 학생들이라면 이 정도는 읽어야지 하며 발표한 책들에 많은 수험생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는다.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는 우리 국민 전체의 로망이며 성공이라는 이름과 동격으로 통하기도 한다. 그런 서울대에서 좋은 책 중에서 고르고 골라 추천한 책들이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추천 도서 해제를 소개한 책조차 2만원 넘는 정가에도 불구하고 잘 팔린다. 추천 도서들의 목록 중 제일 재미있다고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채만식의 ‘탁류’다. 나는 책의 평가를 묻는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신용을 잃었다. 재미있으니 읽어보라고 할 때마다 ‘네가 재미없는 책이 있냐’고 ‘흥’ 하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물론 내가 말하는 재미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세상살이의 모습이 다양해지는 것에 반비례해 재미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시대라 어렵게 느껴지는 책들의 면면에서 재미를 발견하는 일이 쉽게 공감을 사지 못한다. 그래도 ‘탁류’는 재미있으니 읽어 보시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 저리 가라 하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니. ‘탁류’의 내용은 이렇다. 선비의 후손으로 한때 군청에서 일하기도 했던 정주사는 도박의 일종인 미두장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다. 그의 큰딸 초봉은 하숙생 남승재를 좋아하지만 아버지의 장사밑천을 대주겠다는 사기꾼이자 난봉꾼 고태수와 결혼한다. 하지만 고태수는 초봉을 탐내는 장형보의 계략으로 맞아 죽게 된다. 졸지에 과부가 된 초봉은 장형보에게 강간을 당하고, 군산을 떠나 아버지 친구인 박제호의 첩이 돼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딸을 낳고 살아간다. 박제호는 초봉에게 싫증을 느끼던 차에 장형보가 초봉이 낳은 딸의 아비라 주장하자 초봉을 형보에게 냉큼 넘겨 버린다. 형보와의 삶이 힘겨웠던 초봉은 형보가 자신의 동생 계봉까지 넘보자 형보를 죽이고 자결하려 하나, 계봉과 승재의 권유로 자수를 결심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주인공 중심으로 벌어지는 독하디 독한 스토리, 수많은 사건과 단순한 해결, 권선징악, 살벌한 복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가는 등장인물들이 요새 자주 접하게 되는 막장 드라마를 많이 닮았다. ‘탁류’를 굳이 막장 드라마에 비유하는 것은 이 작품을 비하하려는 뜻보다는 친숙하게 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사람들이 드라마를 말이 안 된다, 지겹다며 욕을 하면서도 보는 근저에는 우리 삶에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실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봉의 결혼을 빌미로 한밑천 잡으려 했던 자신의 욕심 때문에 딸의 인생을 그르치게 한 정주사,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손에 쉽게 맡겨 버린 초봉, 남의 것을 죄의식 없이 가지려 한 태수와 형보. 이런 인물들의 공통점은 모두 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의식이 없었다는 점이다. ‘탁류’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숱하게 저지르는 실수들을 보며 쯧쯧, 하고 혀를 찬다. 사건 속에 있는 인물들로서는 보기 어려운 것들을 독자는 또렷하게 볼 수 있어 각 인물들이 그릇된 판단을 하는 대목에서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후회스러운 감정에 휩싸일 때가 많다. 지나간 일들에 대한 미련이 진해질 때면 과거 어느 대목에서 ‘그렇지 않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라고 곱씹게 마련이다. 그때는 그 길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고 행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다른 길도 있었고 그 길로 갔더라면 다른 결과에 이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시시비비는 익숙한 우리의 후회와 만나며 몰입도를 높인다. 채만식의 문장은 참 맛이 있다. 맛 중에서도 진미다. 인물들의 대사가 살아있어 읽으면서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인물의 외양을 묘사하고 됨됨이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너나 할 것 없이 같이 쓰는 훈민정음 스물넉 자로 어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싶게 감칠맛이다. 막노동을 하자고 해도 힘이 달려 하지 못하고 미두장의 천덕꾸러기로 지내며 양식을 구하지 못하면 처자를 데리고 굶고 앉아 있는 정주사를 표현하기를 입만 가졌지 손발이 없는 사람에 비유한다. ‘진도라고 하는 섬에서 나는 개(珍島犬)하며, 금강산의 만물상이며, 삼청동 숲속에서 울고 노는 새들이며, 이런 산수고 생물이고 간에 천연으로 묘하게 생긴 것이면 ‘천연기념물’이라고 한다. 그럴 바이면 입만 가졌지 수족이 없는 사람, 정주사도 기념물 속에 들기는 드는데 그러나 사람은 사람이니까 ‘천연기념물’은 못 되고 그러면 ‘인간기념물’이겠다’는 대목은 무릎을 탁 치며 박장대소하게 한다. 이런 부분은 쌔고 쌨다. 채만식의 ‘탁류’는 1937년부터 이듬해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풍자적인 장편 소설이다. 금강을 서사의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탁류가 금강의 혼탁한 흐름을 연상하게 하지만 사실상 좁게는 개인의 삶을, 넓게는 식민지의 역사적인 흐름을 빗댄 것이다. 이 작품은 국가의 주권은 물론이고 삶의 터전마저 잃어버린 채 탁한 물결에 휩쓸려 살아가던 식민지 아래서의 우리 민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정주사와 그의 딸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사의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이를 넓게 보면 당대의 시대상과 우리 민족의 삶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각 인물들은 그 시대를 대표할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무능하지만 가부장적 권위를 행사하는 정주사,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물질에 희생되는 초봉, 부도덕의 전형을 보여주는 태수와 형보, 혼란 속에서도 희망을 바라보는 승재, 이런 인물들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은 탁하지만 그 속에서 물고기가 살고 그 물은 온갖 물류를 나르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람들도 산다. 물이 흐름을 멈추지 않는 한 삶도 계속되듯이 어느 시대에나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인물들의 이야기여서 더 공감이 간다. 요즘 시절이 어수선하고 경기가 안 좋다고들 한다. 내가 체감하는 경기가 좋았던 적이 없어 새삼스럽게 흔들릴 것도 없지만 나 또한 전체 속에 묻혀 비슷한 삶을 살게 마련이어서 중심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불안하니 자꾸 안 좋은 사건들에 눈이 더 가고 쉽게 화가 난다. 안 그래도 울고 싶은데 때려주니 옳다구나 울음을 터뜨린 격이라고나 할까. 살면서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지나고 보면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살아있고 또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젊음은 인생을 꽃피우는 시기인 반면 그만큼 시련도 따르는 시기다. 꼭 꽃이 필 때 비바람도 함께 온다. 슬퍼하고 분노하지만 그걸 견뎌내는 꽃이 열매를 맺는다. 강물이 탁하든 그렇지 않든 그래도 흐르듯 우리의 삶도 흘러갈 터인데 인생의 대하드라마 같은 ‘탁류’를 보며 묵묵히 견뎌 봄이 어떠할까 싶다. 최영주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소설가 채만식은… 냉소·풍자적 문체 돋보여 10여년간 기자 생활 대표적 친일 작가 ‘태평천하’ 등을 쓴 채만식(1902~1950)은 냉소적, 풍자적 문체를 활용한 작가다. 막이나 장에 대한 설명이나 지문 없이 대화와 대사로 이뤄지는 ‘대화소설’ 형식을 즐겨 사용했다. 1924년부터 동아일보, 개벽,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하며 창작 활동을 병행한 채만식은 1936년 기자를 그만두고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기자 시절 발표한 작품은 ‘인형의 집을 나와서’와 ‘레디메이드 인생’이 있고, ‘태평천하’와 ‘탁류’ 등을 전업 작가 시절에 썼다. 일제시대 농촌의 수탈상이나 룸펜으로 전락하는 조선 지식인들의 실상을 풍자하던 채만식은 일제 말기 친일 작품으로 분류되는 ‘아름다운 새벽’과 ‘여인전기’를 발표했고, 1943년 조선문인보국회 평의원으로 가담했다. 해방 이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채만식을 포함했고,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도 그의 이름을 오르며 대표적인 친일 작가로 규정됐다. 채만식은 1947년 자전적 성격의 단편인 ‘민족의 죄인’에서 스스로의 친일 행위를 변명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친일 행적을 최초로 인정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영화, 바둑에서 ‘한 수’를 배우다

    영화, 바둑에서 ‘한 수’를 배우다

    “너는 입단을 못 해서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난 인생을 잘못 살아서 인생 아마추어다. 그래도 넌 아직 나이가 있으니까, 꼭 프로가 돼서 살아라.” 조직 보스로 살아온 남해는 자신의 아들뻘인 민수를 바둑 선생으로 들인다. 조직 생활 끝에 온 회의, 프로 바둑기사의 꿈을 접은 채 암울하게 살아가는 민수에 대한 연민을 품은 남해는 소주를 한 잔 따르며 털어놓는다. “정말 인생이 바둑이라면 첫수부터 다시 한번 두고 싶다.”(영화 ‘스톤’) 영화가 바둑에서 ‘한 수’를 배울 참이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 ‘스톤’과 ‘신의 한 수’가 연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웹툰 ‘미생’의 인기에 이은 두 영화의 개봉은 바둑을 통해 인생과 세계를 논하는 스토리텔링의 가능성도 엿볼 기회다. 다음 달 12일 개봉하는 ‘스톤’은 자신의 인생을 한 수 한 수 바로 잡아가는 인생 아마추어들의 이야기다. 바둑 선생인 민수(조동인)는 잃어버렸던 프로 바둑기사의 꿈을 되찾고, 제자인 조직 보스 남해(김뢰하)는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그러나 고수(高手)와의 대국이 늘 그렇듯 이들 앞에 뜻하지 않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7월 개봉을 앞둔 ‘신의 한 수’는 곪을 대로 곪아버린 내기 바둑판에서 범죄 누명을 쓴 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이 벌이는 복수의 한 판을 그린다. 정우성, 안성기, 이범수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361개의 점 위에서 하나의 선택이 승부를 좌우하는 바둑은 흔히 ‘인생의 축소판’으로 이야기된다. 영화의 소재로 제격인 이유다. 차영구 한국기원 차장은 “바둑은 처음부터 끝까지 실수를 하지 않아야 이길 수 있으며, 초반의 실수보다 후반 실수가 더 치명적”이라면서 “꾸준히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생에 비유된다”고 설명했다. “초읽기, 사활 등 바둑 용어는 실생활에서도 자주 쓴다”고 덧붙였다. 바둑의 격언을 인생에 대입하는 묘미는 ‘스톤’에서 발견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위기십결(圍棋十訣)과 대마불사(大馬不死)와 같은 격언들을 언급하는가 하면, 폭력적인 재개발 사업에 참여해야 하는 비굴한 상황에서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를 두고 언쟁을 벌인다. 정적인 스포츠인 바둑의 이면에 팽팽한 긴장감과 스릴이 숨어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차 차장은 “바둑판에서 경우의 수는 우주에 있는 별보다 많다고 할 정도로 변화무쌍해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대국에서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가는 순간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신의 한 수’를 홍보하는 호호호비치 이채현 실장은 “화려한 색감이나 묘기도 없는 바둑이 액션 누아르와 결합한다는 점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바둑을 다루는 영화에서는 감독과 배우들의 바둑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스톤’의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보지 못한 채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고(故) 조세래 감독은 일찌감치 바둑소설 ‘역수’를 집필한 ‘바둑 고수’였다. 조 감독의 아들인 주연배우 조동인 역시 상당한 바둑 실력을 갖췄다. ‘신의 한 수’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틈틈이 모임을 만들어 바둑의 원리와 규칙을 공부하기도 했다. 바둑 마니아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만큼 리얼리티도 생명이다. 바둑판 위 알의 배치부터 바둑알을 놓는 손동작, 상대의 ‘한 수’에 반응하는 표정까지 실제 고수들의 대국처럼 흐트러짐이 없도록 신경 썼다. ‘신의 한 수’는 영화에 쓰일 바둑 기보(棋譜·바둑 대국의 수순을 기록한 그림)를 수십 개 만들고, 실제 바둑 대국을 보면서 기사들의 각기 다른 표정과 바둑알을 굴리는 손동작까지 콘티에 넣었다. 이를 프로 바둑기사 2명에게 검증받았다. ‘스톤’에서는 바둑알을 놓는 손을 클로즈업할 때 조 감독과 조동인이 직접 손 대역을 맡기도 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어린 시절부터 애정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에게는 어떤 사랑이 올까’를 꿈꾸던 숙녀가 있었다. 따분하기 만한 농장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사람은 당연히 꿈꾸던 미래를 만들어 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비록 결혼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외지인이며 의사인 그와 흔쾌히 결혼했다. 하지만 현실은 바라던 미래가 아니었고 남편은 그저 시골 의사일 뿐이었다. 상류 사교계를 향한 그녀의 꿈은 결국 다른 남자에게서 사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정하다고 믿었던 사랑은 언제나 버림받았고 결과는 엄청난 빚만 남았을 뿐이었다. 파산을 맞은 그녀는 비소를 먹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미련하게도 아내의 변화를 감지조차 못했던 남편 또한 아내가 남자들과 주고받은 연서를 읽고 충격인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인지 모를 모호한 이유로 벤치에 앉아 쓸쓸히 죽는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담 보바리’의 내용은 단순하다. 제목이나 내용이 주는 통속적이고 외설적인 분위기 때문에, 1857년 출간된 후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법정까지 갔다는 명성(?)을 믿고 성큼 다가선 독자들은 은밀한 내용을 희망하다 결국 허탈감만 안게 된다. 부푼 호기심은 허무감이 된다. 마담 보바리처럼. 어찌 보면 순수하고 어찌 보면 철없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어떻게 혁명과도 같은 문학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고전소설을 문학적 가치로만 읽기에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게 사실이다. 문학적 의의만으로 접근한다면 고전 문학을 읽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전 읽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작품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지나치게 의미를 부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모르고 읽는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해서 지루할 수 있는 ‘마담 보바리’가 왜 사실주의 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지 한 번쯤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실주의 문학의 탄생 배경은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구제도가 붕괴하면서 급격하게 떠오른 부르주아 사회, 즉 시민사회의 성장에 있다. 시민사회는 자연과학에 기초를 둔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생겨난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학적 정신이 문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이 새로운 물결을 새로운 소설 쓰기로 만들어냈다. “형식은 바로 내용 그 자체다”라는 그의 말은 그가 이 작품을 어떻게 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며 그것이 왜 사실주의 문학으로 연결되는지 알려 준다. 플로베르에게 소설의 소재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 있었던 ‘들라마르 사건’을 별다른 가미 없이 작품의 스토리로 사용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을 번역한 김화영 교수의 말처럼 ‘스타일’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위해 문장의 리듬과 묘사를 중시했는데 한 문장에서 같은 음의 어절이 겹치지 않도록 조율할 만큼 아름다운 문장을 위해 공들였다. 엠마의 삶을 가운데 두고 남편인 샤를르를 처음과 끝에 둔 구성도 독특한 스타일의 완성에 일조했다. 플로베르는 감정이 과장되고 주관적이며 이상적 세계를 추구하는 낭만주의가 아닌, 시민사회, 자연과학적 정신이 요구하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완성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건의 흐름을 중시하기보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를 집요하게 추구했고 주인공 엠마 보바리의 파멸도 그렇게 그려냈다. 자연과학자처럼 대상에 대한 냉철한 관찰과 객관적 인식을 표현해 독자가 등장인물들의 불행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을 사실주의의 대표작으로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도덕적이고 절제된 여성의 삶에서 크게 벗어난 주인공 엠마의 격정적인 사랑 타령은 그 시대에서는 파격 그 자체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문체의 아름다움을 원서가 아닌 번역서로 느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불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실제 프랑스 문학 작품이 어떠한지 물으면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는 만큼 ‘멋지다’라고 말한다. ‘마담 보바리’만 해도 플로베르가 공들여 선택한 서술어의 변화는 미묘한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드러내는 데 한몫한다고 한다. 우리말 ‘까맣다’, ‘새까맣다’, ‘거무스름하다’ 등이 같은 형용사인데도 전하는 의미가 조금씩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번역된 ‘마담 보바리’에서는 얼마만큼 치열하게 객관적인 묘사를 하고 있고 단어의 차이가 어떻게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지 충분히 느끼기는 어렵다. 물론 번역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주의 완성이라는 가치를 찾기에는 어떤 번역이든 언어의 차이를 완벽하게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과 다른 시대를 이해하는 것도 다가섬을 저해한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고전을, 현재와 동떨어진 시대의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 고전 문학은 시대를 관통하며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문학이든 해외 문학이든 고전은 인생의 깊이를 간접 경험하면서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가도록 하는 일종의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다. 무엇보다 인간 본질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다. ‘마담 보바리’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세월호 선장’이 우리 사회 안에 있는 것처럼 ‘엠마 보바리’ 또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로지 과거와 미래만 좇는 ‘보바리즘’에 빠져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모성애마저도 자신의 감정에 따르는 허약한 엠마나 쾌락을 누릴 수 있다면 도덕과 윤리는 저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엠마의 두 연인 레옹과 루돌프, 친절마저도 자신의 손익계산서로 보는 오메와 뢰르의 모습은 150여년이 흘러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모두 한 번도 상대방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 자신의 생각이 중요하고 그 생각으로 행동한다. 작품에서 가장 피해자일 수 있는 샤를르조차도 엠마에 대한 사랑이 일방적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그럴 것이라 믿어버린다. 자기가 주는 사랑의 실체만을 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현실을 보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절망적인 결과가 올 수 있음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그의 책 ‘말’에서 “사람은 저항함으로써만 자신을 확정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속속들이 불확정적인 존재였다”라고 했다. 아홉 살 때부터 ‘마담 보바리’를 읽었다는 그의 말에 비쳐 보면 플로베르는 주어진 인생을 저항해 새롭게 자신을 확정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권위적인 아버지와 냉정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늘 주눅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일곱 살까지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집안의 골칫거리였던 그가 결국 자신과의 투쟁을 통해 위대한 작가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엠마 보바리는 불행하게도 자신의 삶에 저항하지 못한 가녀리고 ‘불확정한’ 인물의 표상일 뿐이다. 엠마가 곧 자신이라고 말한 플로베르의 말은 어떤 의미인지, 마지막 장면만 스무 번 넘게 읽었다는 사르트르의 몰두는 무엇 때문인지 이 책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 *팁:글에 제시된 <마담 보바리>는 민음사에서 출간된 제목을 따른 것이다. 출판사에 따라 제목이 ‘마담 보봐리’, ‘보바리 부인’, ‘보봐리 부인’일 수도 있다. ■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佛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 스스로를 열성적 낭만주의로 규정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90)는 시립병원 외과 의사의 아들로 프랑스 루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로부터 과학적 사고를 이어받으며 플로베르는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가 될 수 있었다. 사실주의는 사물과 현상의 올바른 모습을 묘사하려는 사조를 말한다. 한편으로 플로베르는 낭만주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작품 속 문구의 심미성에서 이런 측면이 드러난다. 플로베르 자신은 ‘마담 보바리’로 인해 사실주의 작가로 자신을 평가하는 데 거부하며 스스로를 열성적인 낭만주의로 규정했다고 한다. 플로베르는 파리대학 법학부에 다니던 중 간질과 비슷한 증세의 발작을 한 뒤 본격적으로 문학 작품을 썼다. 1957년 ‘마담 보바리’ 때문에 ‘악의 꽃’을 쓴 샤를 보들레르와 함께 풍기문란죄로 법정에 서면서부터다. 소송이 진행될수록 소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 소설이 됐다. ‘살람보’, ‘감정교육’, ‘세 가지 이야기’ 등의 작품을 남겼다. ‘비계덩어리’, ‘목걸이’ 등을 쓴 모파상에게 영향을 끼쳤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미술·전시] 서양화가 변선영 전시회

    [미술·전시] 서양화가 변선영 전시회

    ‘가치 전도적’ 회화에 천착해 온 변선영 작가가 오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이어 간다. 국내외에서 꾸준히 활동한 작가는 고정관념을 뒤집기 위해 배경이 더 돋보이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중심부의 등장인물이 아닌 주변부의 배경에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문양을 씌워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엄청난 시간과 노동을 요구하는 작업은 혼돈과 다양성의 시대에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02)544-8585.
  • ‘참 좋은 시절’ 쇼핑몰 러브콜 받은 김지호, 드디어 디자이너 변신?

    ‘참 좋은 시절’ 쇼핑몰 러브콜 받은 김지호, 드디어 디자이너 변신?

    김지호가 패션 디자이너로 스카우트되며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기회를 찾았다. 24일 방송된 ‘참 좋은 시절’ 27회에서는 쇼핑몰 ‘조아맘’의 패션 디자이너로 함께 일하자는 러브콜을 받는 동옥의 모습이 그려졌다. 마리(이엘리야)의 옷을 직접 만들어 준 것을 계기로 마리의 지인을 소개받은 동옥은 우진(최웅)과 함께 미팅 자리에 나갔다. 마리의 지인은 “제가 생각한 쇼핑몰 ‘조아맘’과 동옥 씨 옷이 진짜 딱이에요! 편하면서도 예뻐요”라며 당장 같이 일하자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지능이 7세 수준인 동옥은 “쇼핑몰에서 옷을 판다”는 것이 어떤 개념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고, 이에 함께 나간 우진이 나섰다. 우진은 “계약조건은 내 메일로 보내라”며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고, 동옥에게 든든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참 좋은 시절’ 조아맘은 동옥과 우진의 풋풋한 러브라인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25일 ‘참 좋은 시절’ 28회에서는 ‘조아맘’의 홈페이지를 보여준다는 구실로 동옥을 찾아간 우진이 순진무구한 동옥을 보며 가슴 설레하는 모습이 그려져 달달함을 더했다. “보여줄 게 있어서 왔다”고 둘러대며, 동옥이 만든 옷이 올라와 있는 조아맘 홈페이지를 동옥에게 보여준 우진은 “신기하다”며 기뻐하는 동옥의 모습에 어쩔 줄을 모르며 얼굴을 붉혔다. ‘참 좋은 시절’은 최근 등장인물들의 다채로운 러브라인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김지호 쇼핑몰’의 등장과 연하남과의 러브라인이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극은 흥미를 더해 가는 중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엑스맨이 실제로? ‘거꾸로 천장 걷는 부츠’ 등장

    엑스맨이 실제로? ‘거꾸로 천장 걷는 부츠’ 등장

    지난 22일 개봉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는 각종 초능력을 지닌 돌연변이, 즉 엑스맨들이 등장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모으는 등장인물은 마블 코믹스 ‘브라더후드 오브 뮤턴츠’의 지휘자인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이안 맥켈런)인데 그는 금속과 전자기장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능력이 있어 각종 철과 자석을 자기 몸처럼 지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매그니토의 능력이 현실화된 것일까?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한 배관공이 금속 제어가 가능한 ‘초강력 자석 신발’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잉글랜드 중동부 링컨셔 스탬포드에 거주 중인 배관공 콜린 퍼즈(34)는 신발모양으로 절단된 극초단파 변압기에 자동차 배터리를 접선, 이를 강력한 자석 신발과 탈바꿈 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근 유튜브에 공개된 관련 영상을 보면, 놀랍게도 퍼즈는 작업실 천장을 이 신발을 이용해 거꾸로 매달려 걷고 있다. 매우 위험해보이지만 12볼트의 전자기력이 퍼즈의 몸무게를 충분히 지탱해주고 있어 큰 불상사는 발생되지 않았다. 이 아마추어 발명가의 작품은 이것이 첫 번째가 아니다. 지난 번에도 퍼즈는 엑스맨 속 울버린의 아다만티움 금속 갈고리를 30㎝스테인리스로 재현한 바 있다. 이쯤 되면 퍼즈가 엑스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이 상당함을 짐작하게 한다. 퍼즈는 “처음 아내가 작업실 천장을 걷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란 적이 있다”며 “이 신발은 복잡한 쇼핑센터의 일방통로를 벗어나 혼자만의 길을 걷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영상 보러가기 동영상·사진=유튜브/데일리메일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엑스맨의 현실화? 천장 걷는 ‘초강력 자석 신발’ 등장

    엑스맨의 현실화? 천장 걷는 ‘초강력 자석 신발’ 등장

    지난 22일 개봉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는 각종 초능력을 지닌 돌연변이, 즉 엑스맨들이 등장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모으는 등장인물은 마블 코믹스 ‘브라더후드 오브 뮤턴츠’의 지휘자인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이안 맥켈런)인데 그는 금속과 전자기장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능력이 있어 각종 철과 자석을 자기 몸처럼 지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매그니토의 능력이 현실화된 것일까?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한 배관공이 금속 제어가 가능한 ‘초강력 자석 신발’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잉글랜드 중동부 링컨셔 스탬포드에 거주 중인 배관공 콜린 퍼즈(34)는 신발모양으로 절단된 극초단파 변압기에 자동차 배터리를 접선, 이를 강력한 자석 신발과 탈바꿈 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근 유튜브에 공개된 관련 영상을 보면, 놀랍게도 퍼즈는 작업실 천장을 이 신발을 이용해 거꾸로 매달려 걷고 있다. 매우 위험해보이지만 12볼트의 전자기력이 퍼즈의 몸무게를 충분히 지탱해주고 있어 큰 불상사는 발생되지 않았다. 이 아마추어 발명가의 작품은 이것이 첫 번째가 아니다. 지난 번에도 퍼즈는 엑스맨 속 울버린의 아다만티움 금속 갈고리를 30㎝스테인리스로 재현한 바 있다. 이쯤 되면 퍼즈가 엑스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이 상당함을 짐작하게 한다. 퍼즈는 “처음 아내가 작업실 천장을 걷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란 적이 있다”며 “이 신발은 복잡한 쇼핑센터의 일방통로를 벗어나 혼자만의 길을 걷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영상 보러가기 동영상·사진=유튜브/데일리메일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설희’ 강경옥 작가, ‘별에서 온 그대’ 상대로 손해배상 요구

    ‘설희’ 강경옥 작가, ‘별에서 온 그대’ 상대로 손해배상 요구

    20일 법무법인 강호에 따르면 강경옥 작가는 소장에서 “만화 ‘설희’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3억 원을 배상하라”고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와 박지은 작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강경옥 작가의 법적대리인 강호 측은 “만화와 드라마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들 두 저작물의 주요 등장인물, 줄거리, 사건 전개과정이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만화 ‘설희’는 400년 전 조선시대에 외계인이 등장했다는 ‘광해군일지’를 바탕으로, ‘별에서 온 그대’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UFO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외계인과 현대인의 사랑을 그려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강경옥 작가, ‘별에서온그대’ 표절 결국 법적대응

    강경옥 작가, ‘별에서온그대’ 표절 결국 법적대응

    20일 법무법인 강호에 따르면 강경옥 작가는 소장에서 “만화 ‘설희’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3억 원을 배상하라”고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와 박지은 작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강경옥 작가의 법적대리인 강호 측은 “만화와 드라마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들 두 저작물의 주요 등장인물, 줄거리, 사건 전개과정이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만화 ‘설희’는 400년 전 조선시대에 외계인이 등장했다는 ‘광해군일지’를 바탕으로, ‘별에서 온 그대’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UFO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외계인과 현대인의 사랑을 그려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설희 별그대 소송, 강경옥 작가 “3억 원 배상하라” 결국 법적대응

    설희 별그대 소송, 강경옥 작가 “3억 원 배상하라” 결국 법적대응

    ‘설희 별그대 소송’ 만화 ‘설희’의 강경옥 작가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일 법무법인 강호에 따르면 강경옥 작가는 소장에서 “만화 ‘설희’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3억 원을 배상하라”고 ‘별그대’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와 박지은 작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강경옥 작가의 법적대리인 강호 측은 “만화 ‘설희’와 드라마 ‘별그대’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들 두 저작물의 주요 등장인물, 줄거리, 사건 전개과정이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강호 측은 “강경옥 작가는 ‘별그대’의 방송 초기 권리 침해 사실을 알고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소송 이전 단계에서 원만한 분쟁 해결이 되지 않아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됐다”고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설희 별그대 소송, 과연 누가 승소할까”, “설희 별그대 소송, 강경옥 작가 정말 억울했나보다”, “설희 별그대 소송, 3억 원 받으면 대박이네”, “설희 별그대 소송, 별그대에 오점 남길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만화 ‘설희’는 400년 전 조선시대에 외계인이 등장했다는 ‘광해군일지’를 바탕으로, ‘별그대’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UFO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외계인과 현대인의 사랑을 그려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칸투 트위터 논란, 동양인 비하…칸투 “오해” 구단 “칸투도 멕시코계” 사과

    칸투 트위터 논란, 동양인 비하…칸투 “오해” 구단 “칸투도 멕시코계” 사과

    칸투 트위터 논란, 한국인 외모 비하…칸투 “오해다” 구단 “칸투도 멕시코계” 사과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용병 타자 호르헤 칸투(32)가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칸투는 2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우려던 사진을 실수로 리트윗했는데 오해가 있었다. 사과한다”고 밝혔다. 칸투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로 지인이 올린 사진에 리트윗했다. 이 사진은 비슷한 생김새의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동양인이 여럿이 모여 있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한 남성의 얼굴을 사진 속 모든 등장인물들의 얼굴에 붙여 합성한 것으로 인종차별적 유머를 담고 있다. 상대적으로 눈이 작은 동양인을 빗대어 ‘동양인들은 다 똑같이 생겨 구분할 수 없다’가 유머의 주요 골자다. 칸투가 리트윗한 사진을 본 많은 야구팬들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칸투는 논란이 일자 사진을 삭제하고 “인종차별 의도는 없었다”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구단 역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두산 관계자는 “멕시코계 미국인인 칸투 역시 백인들에게 인종차별을 받았다”면서 “칸투는 절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새뮤얼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새뮤얼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지하철 1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도봉산역 승강장에서 흰색 정장 차림의 중년 여성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근처에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사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저녁 7시 3분. 여인:(혼잣말로) 워매~. 귀신이 물어가겄네. (스마트폰을 입쪽으로 대고) 여보세요? 아, 거그 워디여? (스마트폰을 귀로 옮겨) 뭐? 도봉역? 아, 어쩌자고 여적치 거그 있디야? (목소리를 높여) 뭔 소리여 시방? 내에~ 거그 있다가 없어서 여그로 왔구만. (더 큰 소리로) 내 참, 여그가 워디긴 워디여? 도봉산역이랑게. 도봉이 있고, 도봉산이 있당게. (들리는 않는 듯) 여보세요? 여보세요? …. (발이 아픈지 구두에서 한쪽 발을 빼내 꼼지락거리며)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오, 아이고오~. 한 시간을 이러고 돌아댕겼네. 다시 여인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여인:(악을 쓰다시피) 여보세요? 아, 여그 도봉산여억~! 거그서 하나 더 오믄 도봉산역이랑게…. 그라믄 거그서 택시를 타고 일로 오등가. 승강장의 사람들은 모두 여인을 쳐다본다. 여인:(기운이 빠진 듯) 그라믄 아예 수락산역에서 만나. 그래, 수!락! 산! 역!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아, 워치케든 와. 이러나저러나 거그로 가야항게. (전화를 끊고) 귀신이 물어가겄네. 워매 환장하겄네. 수락산행 전철이 승강장에 들어서고 여인이 전철에 탔다 닫히는 출입문 사이를 비집고 다시 내린다. 여인:(통화를 하며) 그라믄, 거그 있어. 내 도로 갈랑게. 전철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닫히고 전철은 수락산역을 향해 출발한다. 승강장엔 흰색 정장의 여인이 저녁 어스름에 희미한 흰빛으로 남아 있다. 통하지 않는 통화를 하던 어떤 아주머니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아주머니는 그 사람을 만났을까.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한 시간이나 헤맸다는데 안타까웠다. 생각만 하고 있는 사이에 전철이 들어오고 사람들은 무심히 타고 떠났다. 나는 건너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은 나도 내가 타야 할 전철을 타고 도봉산역을 떠났지만 아주머니가 그 사람을 만났는지 계속 궁금했다. 나는 왜 그 사실이 궁금했던 것일까. 어찌 해서 승강장의 흰빛이 아련하게 남는 것일까. 이런 잔상은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떠올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새뮤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전체 2막으로 구성된 희곡이다. 무대는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있는 시골길이다. 그 나무 아래서 떠돌이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이 누군가를 기다린다. 기다림이 지루한 두 사람이 헛소리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죽인다. 이 둘의 대화와 행동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블라디미르는 모자를 벗었다 썼다 하고 에스트라공은 구두를 벗었다 신었다 한다. 무슨 이야기를 열심히는 하는데 서로 잘 알아듣는 것 같지 않다. 독백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듯하다. 하루가 끝나갈 무렵 한 소년이 와서 고도는 오늘 못 오고 내일은 꼭 온다는 말을 전한다. 그다음 날에도 두 사람은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고 고도 역시 오지 않는다. 연극은 2막에서 막을 내리지만 영원히 이 기다림은 계속될 것만 같아 책장을 자꾸만 넘겨보게 된다. 우리는 이 작품을 책으로, 연극으로, 영화로 만날 수 있다. 디디와 고고, 이 두 사람이 고도가 오니 마니 하며 만담처럼 지껄이는 헛소리들이 화제가 되고 회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도를 기다리며’를 이야기할 때 부조리극이라는 형식이 꼭 따라다닌다. 부조리극이란 인간의 삶이 본질적으로 의미나 목적이 없고 인간은 서로 간에 소통이 불가하다는 전제 아래 논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뜻조차 없는 말, 때론 침묵으로 인간 존재의 무의미함을 전달하려는 전위적 극을 말한다. 특별한 서사 구조가 없는 이 작품은 소통의 어려움을 자각하기 시작한 현대인의 어려움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같은 공간에 있으나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단절의 상태, 말은 끊임없이 이어지되 교감은 없는 허무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게 되는 것들이 지독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베케트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 프랑스어를 배웠다. 공부는 물론 못하는 스포츠가 없었고 대학에선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전공으로 수석 졸업했다. 파리의 고등사범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시집을 출간했다. 번역을 하고 소설을 발표하기도 하면서 모교의 교수가 되지만 곧 회의를 느끼고 사직했다. 2차 대전 중에는 프랑스 친구들과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하면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 무의식인 기다림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베케트는 196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을 때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체의 인터뷰도 사양했다. 노벨상 수상은 그가 작품에서 그렸던 하루와 또 하루처럼 무의미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화는 그의 작품에 드러난 편집증적 폐쇄성을 막연하게나마 이해하게 한다. 그가 살았던 더블린 근교의 집은 숲과 나지막한 언덕 사이에 바닷바람이 나뭇잎에 스치는 소리만이 있는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곳이었다. 이런 환경은 아일랜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고 그의 작품 곳곳의 배경이 됐다. 그 어느 곳에나 있지만 그 어떤 곳도 아닌 공간과, 국경과 특정 언어의 뉘앙스를 넘어 그 누구도 아닌 사람들의 언어를 구사하는 떠돌이의 모습은, 무엇인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자신만의 고도를 기다리고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나누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설을 완성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다 보면 내 삶에서의 고도는 누구인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신이라든가 희망, 자유, 미래, 죽음 등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정답은 없다. 삶을 견디게 해 주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고 막연하게 그려볼 뿐이다. 고도는 누구였을까. 베케트는 “내가 알면 작품에 썼겠지”라고 답했다. *팁: 이 작품은 연극으로 상연된 동영상을 보며 책을 들고 등장인물이 돼 대사를 쳐 보기라도 하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DVD도 있다. 디지털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스마트하게 고전을 읽어보자. www로 연결되는 사유를 책읽기에도 적용해 보자.
  • “소수가 불시에 쳐라” 국가 장악의 기술

    “소수가 불시에 쳐라” 국가 장악의 기술

    쿠데타의 기술/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지음/이성근·정기인 옮김/이책/400쪽/2만원 “국가 장악을 위해서는 정부, 의회 등 국가 권력 기관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공공 서비스, 기간 시설(교통·통신 시설, 발전소 등)을 점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수 대중의 총봉기가 아닌 소수의 잘 훈련된 인원으로 불시에 공격을 가해야 한다.” 새 책 ‘쿠데타의 기술’ 86쪽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권력의 쟁취와 수성에서 필요한 건 목적적인 전략이 아니라 기술적인 전술이라고 봤다. 예전의 쿠데타 시도처럼 궁전이나 의회 등 권력이 집중된 상징적 장소를 장악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그보다는 국가의 주요 ‘동맥’들을 끊는 게 더 주효하다. 따라서 발전소, 방송국, 수도 등 권력의 흐름이 전달되는 ‘선’들을 탈취하는 것에 전력을 기울여야 쿠데타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제 나라의 어린 학생들이 어른들의 무책임한 안전불감증에 희생되도록 두 눈 멀거니 뜨고 쳐다만 보는 정부나, 제 나라 국민들의 안전을 담보할 법령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는 국회를 점령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쿠데타의 기술’은 바로 이처럼 국가를 어떻게 장악할 것인가, 혹은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책이다. 20세기 초 유럽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벌어진 쿠데타의 격랑에 휩쓸려 있었다. 저자는 당시 유럽에서 일어난 쿠데타의 다양한 사례와 방법을 분석해 책으로 펴냈다. 저자가 기본적으로 살핀 건 권력을 쟁취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1931년 출간된 책은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 무솔리니, 히틀러 등 당대를 살던 인물들이 국가 권력을 어떻게 빼앗고 수성하는지를 짚고 있다. 저자 스스로 파시즘을 따르다 그 정권으로부터 버림받았고, 이후 공산주의 정치 이상에 경도됐지만 죽기 직전까지 공산당원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니 정치사상가들의 속내를 그 누구보다 잘 알 터다. 한편 역자들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의 정치사회상을 각 장의 도입부마다 개관으로 넣었고 등장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권말에 제공했다. 책이 쿠데타의 성공법칙만 제시하는 건 아니다. 권력자들의 실수, 쿠데타 저지 세력들을 위한 지침 등도 통찰력 있게 짚어낸다. 시민권이 확장된 현대국가라 해서 쿠데타가 불가능할 것이란 견해에도 일침을 가한다. 저자는 “현대 국가는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것보다 혁명의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다”며 “질서가 자유에 기반한 나라들에서 여론은 쿠데타의 가능성에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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