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등장인물
    2026-06-08
    검색기록 지우기
  • 소방시설
    2026-06-08
    검색기록 지우기
  • 경쟁자
    2026-06-08
    검색기록 지우기
  • 멜라니아
    2026-06-08
    검색기록 지우기
  • LTE
    2026-06-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26
  • 블랙홀 주변 ‘바람’이 새로운 별 탄생 막아

    블랙홀 주변 ‘바람’이 새로운 별 탄생 막아

     우주의 은하 중에는 거대한 블랙홀의 영향으로 별을 만드는 재료인 가스가 식지 않는 바람에 새로운 별이 생겨나지 못하는 곳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6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도쿄(東京)대학 카블리수물(數物)연대우주연구소(IPMU)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우주관측을 통해 이런 새로운 사실을 발견, 영국 과학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별은 수소를 비롯한 여러 가지 가스가 냉각돼 서로의 중력에 의해 모여 형성된다. 그러나 우주의 은하 중에는 이런 가스가 풍부하게 존재하는데도 새로 생겨나는 별이 없는 곳도 있어 그동안 천문학계의 수수께끼로 꼽혀왔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3억 광년 떨어진 곳에 서로 이웃해 있는 2개의 은하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세계적 인기만화가인 오토모 가쓰히로(大友克洋)의 ‘아키라(AKIRA)’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따 이은하를 ‘아키라’와 ‘데쓰오’로 명명했다. 이들은 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천체망원경에 새로운 기기를 부착해 이들 2개의 은하를 관측했다.  관측 결과 아키라의 중력에 의해 데쓰오에 있는 가스가 아키라의 중심부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블랙홀 주변에 있는 가스가 바깥쪽을 향해 고속으로 확산하는 ‘바람’이 발생, 은하 내에 있는 가스가 뜨거워지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스를 뜨겁게 만드는 이 바람이 새로운 별의 형성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카블리(Kavli)수물리연대우주연구소는 수학과 물리학 분야 연구진이 함께 우주의 근원을 규명하는 연구를 추진하는 도쿄대학 총장 직속의 국제고등연구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군복 입은 것이 죄가 되는 나라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군복 입은 것이 죄가 되는 나라

    인류가 의복을 입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3만년 동안 만들어냈던 수많은 옷 가운데 가장 미스터리한 옷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면 열에 아홉은 ‘군복’이라고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 남성들에게 있어 군복은 심리적으로 특별한 영향을 발산하는 마력이 넘치는 옷이기 때문이다. 군복은 전투를 목적으로 특별히 디자인된 옷이지만, 우리나라의 군복은 전투에서의 효용성보다는 심리적인 파급 효과가 더 강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누구든 이 옷을 입으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우며, 시간대와 상관없이 배고프고 졸리게 된다. 특히 전역 후 이 옷을 입게 되면 모범생도 반항아가 되며 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 옷을 갈아입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든다. 도대체 군복 속의 그 무엇이 착용자를 이렇게 변하게 만드는 것일까? 군복이 부끄러운 이유 군복을 입으면 ‘불편’해지는 것은 의무 복무하는 병사들뿐만이 아니다. 직업으로 군인을 택한 간부들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국방부와 가까이 있는 용산역 2층 화장실에 가면 옷을 갈아입는 고급장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기차를 타고 국방부나 합참에 출장 다녀가는 사람들이다. 부대 밖에서 업무 차 만나는 군인들도 예외 없이 사복을 입고 나오며, 심지어 사복을 입고 출퇴근하며 부대에서만 군복을 입는 간부들도 대단히 많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가 여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병원에 찾아갈 때 종종 군복을 입고, 극중 군인인 등장인물들이 군복을 입고 시내를 활보하는 모습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우리 장병들로 하여금 이토록 군복을 불편한 옷으로 생각하게 만들었을까? 의심할 여지없이 그 원인은 바로 국민들이다. 국민의 절반이 남성이고 그들 중 상당수는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군인을 ‘군인’보다는 ‘군바리’라고 부른다. ‘군바리’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바리’라는 접미어에 ‘군’이 붙어 만들어졌다는 설이 지배적이며, 실제로도 이런 의미로 쓰이고 있다. 군인에 대한 비하와 경멸은 호칭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군인은 누군가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이자 자식이고 형제자매지만, 국가로부터 홀대받고 있고, 국민들로부터는 가장 만만한 대상이자 ‘봉’ 취급을 받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밤낮으로 훈련과 경계근무, 진지공사 등 각종 잡무에 동원되는 우리 병사들은 한 달 월급으로 병장 기준 19만 7100원을 받는다. 옛날에 비하면 많이 올랐다지만 이와 덩달아 물가도 올랐기 때문에 PX 가서 군것질 몇 번 하면 금세 빈털터리가 된다. 직업군인인 간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9급 공무원의 초임연봉이 기본급과 수당을 포함해 2500만~2600만원 선인데 반해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하사는 기본급과 수당을 합쳐도 2200만원 선, 소위는 2500만 원 선이다. 최근 현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병영생활관과 달리 간부숙소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지금도 전후방 각 지역에서는 벽에 금이 가거나 천장에서 물이 새는 숙소나 관사에서 거주하는 간부들도 많다. 국가만 군인을 이리 홀대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도 군복 입은 자를 죄인 또는 ‘봉’으로 보고 있다. 최근 훈련 중인 해병대 병사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주민들에게 붙잡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폭언을 듣는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군인들은 민간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에 출입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민원이 올라온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양구에서는 주말 외박을 나온 병사들을 고등학생들이 집단 폭행한 사건도 발생했었다. 군부대 인근 주민들 역시 군인들을 ‘봉’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외출 또는 외박 군인들이 일정 시간 내에 부대에 복귀해야 하는 ‘위수지역’ 개념 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군인들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 군부대가 많은 강원도 모 지역 소재 PC방들은 장병들이 외출·외박을 나오는 주말에 30% 이상 요금을 더 받고 있으며, 요금 논란이 제기되자 ‘주3회 이상 이용자’, ‘주중에만 가능한 회원 가입자 할인’ 등 장병들은 불가능한 할인제도를 도입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외박 장병들이 이용하는 숙박업소는 여인숙이나 다름없는 허름한 시설을 갖춰놓고 주말 숙박비 8~10만원, 숙박인원 1인 추가 시 1만원 추가요금을 받아 분대 단위로 외출을 나오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객실 하나당 1박에 10~15만원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 최근 모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모 신병훈련소 인근 주민들은 6시간으로 제한된 영외면회제도를 악용, 온수도 나오지 않는 미신고 컨테이너 박스를 갖다놓고 6시간 대실료로 15만원을 받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바가지를 씌우며 장병들과 가족들을 울상 짓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부대 차원에서 위수지역을 좀 더 멀리까지 확대해주거나 부대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복지시설을 건립하겠다고 하면 주민들은 군이 지역 상권을 죽인다고 집단행동에 나서며 군을 곤혹스럽게 몰아간다. 장병들을 괴롭히는 것은 상인들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군부대가 시골에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이나 유관단체로부터 끊임없이 대민지원 요구가 들어온다. 대민지원의 형태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농번기에 모내기나 추수를 돕거나 폭우·폭설이 내렸을 때 복구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농사일부터 시설보수, 심지어 과외 선생님 업무까지 다양해졌다. 병력 감축으로 인해 항상 일손이 부족한 부대 입장에서 대민지원을 내보내는 것은 적잖이 부담스러운 일이고, 장병들 역시 훈련과 업무를 하면서 휴식을 쪼개 대민지원에 나가는 경우가 많아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군인들이 자신들을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때때로 더 많은 일손을 요구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군복을 입고 살아간다는 것은 이등병부터 장군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가 된다는 의미한다. 장병들은 불합리한 일을 당하더라도 군복을 입었기 때문에 침묵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 누가 군복을 입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까?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바뀌어야 선진국, 이른바 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이처럼 군인을 비하하거나 경멸하는 국민들이 많은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의 나라에서 군인은 비하와 경멸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과 우대의 대상이다. 선진국 국민들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안팎의 적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주는 군인을 존경하고 감사를 표하며 그 사회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를 제공한다. 우선 급여 체계가 일반 공무원들과 다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군의 하사나 소위의 연봉이 2200만~2500만원 수준인 것과 달리 미군은 갓 입대해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한 이등병(Private E1) 기준 기본급만 1만8802달러(약 22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식비(연 2000~2400달러), 주택수당, 의류수당이 더해지고, 해외 파병, 군함 또는 항공기에 타는 병사들은 직종에 따라 월 70~1000달러의 추가 수당이 더해지기 때문에 해외 파병 근무에 투입되는 병사들은 이등병이라 할지라도 실제 연봉이 우리 돈으로 따지면 3000만~4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급여에서만 혜택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본인과 직계가족은 무료로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면 복무기간 중 연간 4500달러(약 526만원) 안팎의 학비가 지원되며, 전역 후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면 최대 8만3000달러(약 9700만원)을 지급받는다. 결혼한 병사에게는 주택 구입비용 또는 임대비용과 가족에 대한 식비가 지원되며, 거의 모든 생필품과 가전제품, 차량 등을 면세 혜택으로 구입할 수 있다. 임무 수행 중 전사한 장병의 가족에게는 각종 기금과 보상금을 합쳐 약 100만 달러(약 11억 7000만원)이 지급되며, 사망 후 6개월 간 주택 및 주택비용을 제공하고, 1년 간 군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과 더불어 평생 계급에 따른 연금이 지급된다. 군복을 입은 사람을 예우하는 것은 국가만이 아니다. 선진국에서 군인은 존경과 예우의 대상이며, 시민들이 군인을 대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가령, 군복을 입고 식당에 가면 식사비용을 대신 계산하는 사람이나 음식 값을 아예 받지 않는 식당 주인도 종종 찾아볼 수 있고, 길거리에서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Thank you for your service"라는 감사인사 세례를 받기 일쑤다. 극장이나 운동경기장에 훈장을 받은 군인이라도 나타나면 행사를 시작하기 전 기립박수를 받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가는 군인에게 항재전장(恒在戰場), 즉 언제나 전쟁터 한 가운데에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강조하며 군복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지 죽을 수 있는 군인을 위한 수의(壽衣)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군복에 부여하는 의미는 수의(壽衣)가 아니라 수의(囚衣), 즉 죄수복에 가깝다. 군복이라는 수의를 입은 청년들은 최저시급의 1/10도 안 되는 봉급과 수용소 같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국민과 사회로부터 군바리라는 조롱과 호구 대접을 받으면서 2년을 버텨야 한다. 이를 거부한 청년들은 죄수복이라는 수의(囚衣)를 입고 옥살이를 한 뒤 평생을 전과자로 살아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죄수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군인도 군복 입은 자이기 이전에 시민이고 사람이다. 군복 입은 자를 비하하고 손가락질하며 푸대접하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자신의 목숨과 가족의 앞날을 내던져 희생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타인을 위해 희생한 사람을 의인(義人)이라 칭송하면서 목숨과 청춘을 바쳐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군인에게는 왜 이러한 인식과 처우가 주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이일우 군사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지금, 이 영화] ‘몽 루아’

    [지금, 이 영화] ‘몽 루아’

    장면 하나-현재: ‘토니’(엠마누엘 베르코 분)는 오른쪽 다리 인대가 끊어졌다. 스키로 빠르게 활강하다 당한 사고다. 그녀는 재활센터에 들어가 다시 걷기 위한, 고통스럽고 기나긴 치료를 시작한다. 장면 둘―과거 : 토니는 ‘조르조’(뱅상 카셀 분)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이혼의 아픔을 한 번 겪은 적이 있지만, 첫눈에 반한 그와 평생을 함께한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토니와 조르조는 결혼식을 올린다. 영화 ‘몽 루아’(Mon roi)는 토니의 입장에서 현재와 과거 장면이 번갈아 진행된다.(감독 마이웬 르 베스코가 등장인물과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이라는 사실과 관련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눈치챘겠지만, 결혼한 뒤부터 토니와 조르조의 관계는 삐걱댄다. 예컨대 이런 일이 있었다. 한밤중에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은 조르조가 급히 나가 봐야겠다고 토니에게 말한다. 그의 전 여자 친구 아녜스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토니의 임신 소식을 알고 나서 칼로 손목을 그었다. 그때부터 조르조는 아녜스를 돌보는 데 열심이다. 아이를 밴 아내는 뒷전이다. 그런 남편에게 실망한 토니가 화를 내자, 조르조는 이렇게 항변한다.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하루 종일 같이 있다간 미치겠어.” 그는 따로 집을 얻어 나가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니와 조르조의 결혼 생활은 유지된다. 여전히 그녀에게 그는 사랑의 대상, 명실상부한 ‘나의 왕’(Mon roi)이다. 그러면서 토니는 망가져 간다. 조울증에 시달리는 그녀는 마모해 가는 삶을 약물에 의지해 겨우 견뎌 낸다. 한참 자신을 파괴하고 나서야 토니는 조르조와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첫 번째 이혼과 두 번째 이혼은 양상이 다르다. 두 사람은 부부에서 남이 되었으나, 아들 신바드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토니와 조르조는 사랑과 불화의 과정을 되풀이한다. 예전과는 똑같지 않은, 차이를 내재한 반복이다. 같이 있어서 그들은 뒤뚝뒤뚝한다. 어찌됐든 앞을 향해 나아가며. 내가 아는 한, 부부를 절뚝발이에 비유한 원조는 작가 이상(李箱)이다. 그는 소설 ‘날개’에서 이렇게 쓴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나나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logic)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辯解)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조르조와 토니뿐만 아니라, 많은 부부가 오히려 둘이어서 절름발이로 사는 것 같다. 그래서 토니의 현재 상황―재활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언젠가 목발 없이도 잘 걸을 수 있듯이, 언젠가 조르조 없이도 그녀는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를 볼 때마다 설레는 마음이야 시간이 지나도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 토니는 혼자 똑바로 걷기(살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 26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이주의 문화 레시피] 클래식·무용

    ●오를란도 핀토 파쵸 국립오페라단이 비발디 초기작 ‘오를란도 핀토 파쵸’로 1700년대 바로크 오페라의 신비롭고 매혹적인 환상으로 객석을 이끈다. 7명의 등장인물이 사랑과 질투, 복수 등 7각 관계로 얽힌 이야기를 생동감 넘치고 화려한 바로크 음악이 감싼다. 18~20일 오후 7시 30분. 21일 오후 3시. LG아트센터 2만~12만원. (02)580-3540. ●키예프 국립발레단 내한공연 볼쇼이, 마린스키와 함께 러시아 3대 극장으로 꼽히는 키예프 셰브첸코 극장 소속 키예프 국립발레단이 9년 만에 내한한다. 14일부터 6월 6일까지 대구를 시작으로 청주, 여수, 천안, 고양, 서울 등 전국을 순회하며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을 선보인다. 2만~10만원. (02)749-1300.
  • 마리텔 모르모트 PD, 양정원과 남매 케미 “누나 미쳤어?” 후반전도 1위

    마리텔 모르모트 PD, 양정원과 남매 케미 “누나 미쳤어?” 후반전도 1위

    ‘마리텔’에서 모르모트 PD와 양정원이 남매 케미를 발산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7일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에서 양정원에게 필라테스를 배우던 모르모트 PD는 인터넷 생중계 시청자들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아바타’로 양정원과 남매 상황극에 나섰다. 이날 양정원은 집 세트장에서 드라마 ‘계약결혼’을 보면서 등장인물에 따라 다른 포즈를 취하는 독특한 운동법을 소개했다. 이를 본 마리텔 모르모트 PD는 양정원에게 “누나 미쳤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리텔 모르모트 PD는 “나 나갈래. 아무래도 누나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라며 “난 동생이지 필라테스 회원님이 아니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동생이니까 청소나 해”라고 반격하는 양정원에게 “누나가 운동 좋아하니까 청소해”라고 대꾸하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 의외의 남매 케미를 선보였다. 사진=MBC ‘마리텔’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러시아서 출시된 ‘오바마 아이스크림’ 국제적 논란

    러시아서 출시된 ‘오바마 아이스크림’ 국제적 논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꾸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러시아에서 이번엔 오바마라는 이름의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출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관계는 지난 2014년 있었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사태 지속적인 악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국영 언론과 친정부 운동가들은 그동안 꾸준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모욕하고 조롱해왔으며, 이에 대해 미 정부는 인종차별적이고 무도하다는 평가를 내려온 바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아이스크림은 짙은 갈색의 초콜릿으로 뒤덮인 제품으로 포장지에는 아프리카 출신으로 보이는 소년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둔 오바마의 인종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의 생산업체인 슬라비차는 해당 제품이 ‘명랑한’ 캐릭터를 앞세워 어린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 중 하나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들은 “다양한 맛으로 출시되는 이 아이스크림 제품은 지구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종을 표현하고 있다”고 밝히고, 포장지의 그림 역시 한 러시아 영화의 등장인물에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오바마’라는 제품명을 사용한 것에 대해 기업은 “아이스크림의 이름은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이어야 한다”며 “일부 상상력 풍부한 자들이 우리 제품의 이름을 보고 다양한 생각을 떠올릴 수야 있겠지만, 아동용 제품인 만큼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 인사들은 그러나 이 제품이 명백한 반미정서를 표방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성명을 밝히지 않은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문제가 러시아가 근래 반복하고 있는 불쾌한 반미 관행의 일부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이 제품이 시판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우리는 러시아에 지난 몇 년간 팽배한 언론 주도의 반미정서에 실망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처럼) 인종차별적 요소가 가미된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고 전했다. 사진=ⓒ가제타.ru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사설] ‘정운호 구명 로비’ 수사 특검이 맡아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은 법조 비리 수준을 넘어섰다. 정 대표의 감형 또는 석방을 둘러싼 로비에 법원과 검찰, 경찰, 변호사, 브로커까지 직간접적으로 얽히고설킨 새로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등장인물이 고위직 전·현직 판사와 검사인데다 재벌인 정 대표를 중심으로 오가는 돈도 수십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에서처럼 권력과 돈에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마저 휘둘리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그제 이례적으로 현직 판검사 10여명을 한꺼번에 고발함과 동시에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 필요성을 제안한 것도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과 서울지하철 내 매장 확장 등을 위한 로비 의혹도 불거졌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나 다름없다. 변협은 정운호 사건에 대해 전관예우를 이용한 총체적 부패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변협의 고발장에는 2014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내사를 받던 정 대표를 무혐의 처분한 당시 검사, 지난 4월 선고된 항소심에서 1심보다 낮은 형량을 구형한 항소심 공판 검사, 정 대표의 브로커와 만난 항소심 재판장, 검사들에게 청탁한 의혹을 사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 수임료로 20억원을 받은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전방위 로비에 동원된 관계자들이 총망라된 것이다. 심지어 2014년 정 대표를 수사했던 경찰이 정 대표에게 100억원대의 투자를 제의했던 주장도 나왔다. 항소심 재판장은 비위 사실이 없다면서도 사의를 표명했다.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구명 로비에 관련된 5~6명을 출국금지하고, 정 대표를 조사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관건은 검찰이 전·현직 법조인들이 관여된 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느냐는데 있다. 수사는 광범위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변협이 특검을 제안하고, 정치권이 특검을 거론하는 이유다. 특검은 법에 따라 정치적 중립성과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공정성을 들어 국회와 법무부장관이 각각 발의할 수 있다. 검찰총장은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법 신뢰와 함께 수사의 엄정성을 담보하는 민감한 사건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검찰 수사의 한계가 불가피하다면 애초부터 특검에 맡기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는 게 마땅하다.
  • 엑스트라 같은 주인공들·엄마 같은 작가, 그 따스한 만남

    엑스트라 같은 주인공들·엄마 같은 작가, 그 따스한 만남

    단편 10편 모은 5번째 소설집 상처 품은 이들 마음 다독여내 “등장인물 행복 선사하고 싶어” 남자의 아버지는 구두를 닦다 즉사했다. 아버지의 구둣방을 덮친 건 참외 트럭이었다. 구두 닦다 죽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슬리퍼 말고는 아무것도 신을 수 없게 된 남자. ‘나’의 언니를 향한 남자의 고백은 이랬다. “야망도 없고, 욕심도 없지만, 당신에게만은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날씨 이야기) 여기 야망도 없고, 욕심도 없지만, 삶의 의미와 재미로 반짝이는 이야기가 있다. 윤성희(43)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 ‘베개를 베다’(문학동네)이다. 2012년부터 고여온 열 편의 단편이 모였다. 윤성희 소설의 인물들은 ‘백 부작 드라마의 엑스트라 같은 사람들’이다. 진딧물이 끼지 않도록 맥주로 화초를 닦는 엄마를 위해 매일 퇴근길 맥주를 사가는 딸이 있고(못생겼다고 말해줘), 뭔가 이상해진 언니의 집에 가 학생들이 지각하는 모습을 함께 구경해 주는 동생이 있다(날씨 이야기). 엑스트라가 되고 싶어 이혼해 놓고 전처의 집을 봐 주러 가는 남편이 있고(베개를 베다), 삼십 년 넘게 함께 일한 사장의 죽음 이후 이틀간 결근하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이틀). 작가는 어딘가 모자라고 중심에서 일찌감치 밀려난 이들의 삶의 풍경을 인상주의 점묘화처럼 촘촘하게 채워 나간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언니의 죽음이거나 아버지의 죽음이거나 저마다의 상처, 고통, 비극을 품고 있다. 하지만 서사는 사건 그 자체와 직후 밀어닥치는 소용돌이에 붙들리지 않는다. 비극의 전모를 밝히지 않은 채 남겨진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내는 한 컷 한 컷의 풍경을 수식어 덜어낸 간명한 문장으로 포착한다. 5000원짜리 백반집 반찬처럼 보잘것없고 지리멸렬한 일상은 그가 들이대면 들이댈수록 기묘하게 따스하고 아름다운 빛을 낸다. “내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한 번쯤은 행복한 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이유가 드러났다. “단편을 한 번 쓰면 인물하고 한 달 정도 놀다가 이별하는데 소설이 잘 안 써지면 주인공을 계속 생각해 봐요. 주인공이 하루 종일 뭘 할까, 점심은 뭘 먹었을까, 프로야구는 뭘 봤을까, 그렇게 주인공이 내 곁으로 가까이 오도록 해요. 그리고 그에게 어떤 행복한 장면을 만들어 줄까 상상하죠. 그게 소설의 완성도를 해치더라도 인물의 마음을 다독여 줄 그 장면만은 꼭 넣어 줘야 돼요.”(웃음)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모의 손자를 만나 “너희 할머니는 목련 풍선을 세상에서 가장 잘 불던 사람”이라고 말해 주는 장면(가볍게 하는 말), 동네 할머니가 회사를 이틀째 결근한 중년의 남자에게 ‘듣기만 해도 행복해진다’는 동화구연이 흘러나오는 집을 일러주는 장면 등은 이런 작가의 바람으로 탄생했다. 이런 장면들에서 위악적일 정도로 극단을 치닫는 거대한 서사와는 다른 결과 에너지를 품은 윤성희 소설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윤성희의 이야기들이 환기하는 (삶의) 의미의 리듬 혹은 리듬의 의미는, 그 자체로 소소하고 흥미롭고 수수하게 아름답지만, 그 삶의 에너지랄까, 파워랄까, 그것까지 소소하고 수수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일상을 의례화하는 그 세계는 낮술을 마시고 길을 걸을 때처럼 무엇이나 환하고 선명하게 보이게 한다.”(백지은 문학평론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기고] ICT의 즐거운 상상을 기대한다/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전 한국언론학회 회장

    [기고] ICT의 즐거운 상상을 기대한다/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전 한국언론학회 회장

    지난해 영화 ‘백 투 더 퓨처’가 개봉 30주년을 맞이해 재개봉했다. ‘백 투 더 퓨처’는 1985년 1편을 시작으로 총 세 편이 제작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가 이처럼 큰 사랑은 받은 이유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이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내용을 그린다.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미래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스크린 속엔 구글 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웨어러블 기기와 공중부양 스케이트보드, 자동으로 끈이 조여지는 운동화, 드론, 벽걸이 TV와 화상대화 등 ‘즐거운 상상’이 가득했다. 이 모든 상상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로부터 30년 후 놀랍게도 과거의 상상들이 현실이 됐다. 이것이 바로 정보통신기술(ICT)이 가진 힘이자 ICT의 역할이다. ICT엔 미래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현실로 바꿔 낼 수 있는 힘, 바꿔 내야 하는 역할이 있다. 오늘날에도 그 힘과 역할은 여전하다.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선 인공지능(AI)이, CES와 MWC에선 가상현실(VR)이 큰 주목을 받았다. 상상만 했던 기술들이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 곁에 또 다른 미래가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간 우리나라의 ICT 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지만 화려한 외양의 이면엔 즐겁지 않은 현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업계에선 소모적 논쟁과 불필요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입으론 규제 완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행동은 지지부진하다. 최근 방송통신시장의 최대 화제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문제 역시 즐거운 상상과는 거리가 멀다. 인수·합병이 발표된 지 6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진전이 없다. 사업자와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 노조, 학계까지 가세해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히면서 각종 비방과 흑색선전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어디에서도 ICT 산업의 미래와 변화에 대한 설렘, 즐거운 상상은 찾아볼 수 없다.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이 이뤄지면 대기업이 방송통신시장을 독점하게 돼 방송의 공공성·공정성이 훼손되고 국가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객관적인 근거와 실체가 부족한 ‘과장된 상상’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케이블TV의 지역 채널로 여론을 장악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지역 채널의 시청률은 0.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론 장악이나 선거 영향 등을 주장하기에는 너무나 빈약한 수치다. 물론 반대 측의 모든 우려를 왜곡이나 엄살로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실을 호도하는 자극적인 주장, 도 넘는 비방, 흑색선전은 사안의 본질을 흐릴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구태의 관행에서 벗어난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이다. 이번 인수·합병을 계기로 우리나라 ICT 산업을 살찌우고 소비자 편익을 키울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이 필요한 때다. 정부는 소신을 갖고 ICT 경쟁력을 저해하는 인수·합병의 소모적 논쟁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ICT 시장에선 때를 놓쳐선 더더욱 안 된다.
  • “첫 멜로, 느리지만 격정적일 걸요”

    “첫 멜로, 느리지만 격정적일 걸요”

    장편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출간… 아프리카 배경으로 낯선 사랑 그려 “책을 낼 때마다 한 권이 돌덩어리처럼 보여요. 제가 건너가야 할 강이 있다면 던져 놓고 지나가는 징검돌 같아서요. 그래야 또 한 발자국 디딜 수 있으니까요.” 소설이라는 강에 징검돌을 놓은 지 29년째. 그간 35권의 책을 내며 성실한 이야기꾼으로 독자 곁을 지켰던 구효서(58) 작가가 스무 번째 장편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해냄)을 들고 돌아왔다. 이번엔 작심하고 ‘멜로’다. “원래 멜로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지만 소설을 쓰면서는 극구 방어했어요. ‘너는 이쪽(순문학)에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대중소설, 상업소설을 쓸 수 있느냐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겠죠. ‘뻔뻔하게 무슨 자신감일까’라고도 하실 거예요(웃음). ‘멜로’라고 하면 멜로디, 음악성을 품은 원래 뜻과 다르게 속되고 상업적으로 변질된 것 같아요. 흔히 등장하는 이야기 패턴도 교통사고, 기억상실증 아닙니까. 이것도 나오지만 멜로 요소를 도구적으로 도입한 것이지 그게 목적은 아닙니다. 아다지오(매우 느리게)의 흐름으로 가면서 팽팽한 긴장을 드러내는 게 제 목적이었죠.” 작품의 배경은 아프리카, 주요 등장인물은 한국계 미국인, 케냐인이다. 사고로 얼굴도 기억도 잃어버린 여자 수와 그녀의 친구 엘린 플레처, 수의 연인이었다가 엘린의 연인이 된 남자 리,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국내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에겐 생뚱맞은 설정이다. “감동 혹은 정서의 인프라”를 거세하기 위한 작가의 전략이다. “영화 ‘명량’을 보면 우리가 공감하고 감동하는 바탕, 이유가 있잖아요. 아프리카로 이야기를 갖다 놓으면 그게 싹 ‘포맷’되면서 기존에 갖고 있는 사회적 배경과 감정의 전제 없이 낯선 이야기를 읽어 나가야 하죠. 감각의 인프라는 민족, 인종별로 체계화돼 있잖아요. 이야기를 다른 인종, 다른 국가에 던져 놓음으로써 ‘내 신념의 주체가 정말 나일까’, ‘우리가 흔히 받아들이는 신념이란 학습의 결과가 아닌가’하는 질문을 던져본 거죠. 이번 작품은 그 믿음이 배반당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윤여정, 김고은 주연작 ‘계춘할망’ 메인 예고편

    윤여정, 김고은 주연작 ‘계춘할망’ 메인 예고편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쳐도 내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 영화 ‘계춘할망’에서 할머니(윤여정)가 손녀(김고은)에게 하는 말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창 감독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자식으로서 죄송한 부분이 많다. 지금 아니면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담은 영화를 못 만들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연출 계기를 밝힌 바 있다. ‘계춘할망’은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손녀 혜지(김고은)와 오매불망 손녀 바라기 계춘할망(윤여정)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감동 드라마다. 최근 공개된 메인 예고편을 통해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예고편은 12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잃어버린 혜지를 그리워하는 계춘의 안타까운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어 12년 만에 제주도로 돌아온 혜지와 그 사이 훌쩍 커버린 손녀에게 다가가는 계춘의 모습은 뭉클함을 자아낸다. 그러나 혜지는 할머니의 무한한 애정에 부담스러워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 12년 만에 극적으로 만난 계춘과 혜지에게 또 한 번의 이별이 찾아온다. 특히 “할머니, 사랑해”라고 말하는 김고은의 눈물 고백으로 끝나는 예고편은 따뜻한 감동을 예고한다. ‘계춘할망’은 제작단계 초, 시나리오 단계에서 중국 리메이크 판권이 사전 판매되면서 시나리오의 단단함을 입증했다. 지난 19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창 감독은 “영화를 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 한 통 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유쾌한 웃음과 뜨거운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계춘할망’은 5월 19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영상=콘텐츠 난다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철원기행’

    [지금, 이 영화] ‘철원기행’

    가족은 제국이고, 가족 구성원은 식민지이다. 가족주의라는 이름의 제국주의는 부부·부모·자식·형제·자매 관계를 식민화한다. 가족 체제는 가족 구성원이 서로가 서로를 은밀히 수탈하며 유지된다. 이것은 가족에 관한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예민한 시인은 이러한 시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80년 전, 이상(李箱)의 시구이다. “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수명을헐어서전당잡히나보다. 나는그냥문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 문을열려고안열리는문을열려고.”(‘가정’의 일부) 식민지 조선 청년은 일본과 가족-두 개의 제국에 압사당하고 있었다. 이제 한 개의 봉인은 풀렸다. 그러나 아직 한 개의 봉인이 남았다. 80년 후, 우리는 모두 그 문 앞에 서 있다. 철원에서 평생 고교 교사로 일하던 아버지가 정년퇴임을 하는 날이다.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어머니, 큰아들 부부, 작은아들은 오랜만에 철원으로 왔다. 초라한 퇴임식이 끝나고 궁상맞은 중국집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한다. 아버지와 큰아들은 말이 없고, 늦게 온 작은아들은 쩝쩝대며 먹느라 바쁘다. 퇴임식도, 중국집도 못마땅한 어머니는 연신 투덜대기만 한다.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큰며느리는 여러 가지 말을 꺼내지만 별로 신통치 않다. 술잔을 기울이던 아버지가 마침내 침묵을 깬다. “이혼하기로 했다.” 가족이라는 제국으로부터 독립할 것을 선언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비추며, 영화 ‘철원기행’은 진짜 시작을 알린다. 영화 제목은 어쩔 수 없이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떠올리게 한다. 이때 ‘기행’이라는 단어의 쓰임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알고 있는 대로, 기행은 여행한 기록이라는 뜻이다. 한데 그렇게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철원과 무진은 등장인물들에게 전혀 생소한 곳이 아니라, 그들의 연고지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직장이 달라 전부 떨어져 살지만 원래 철원은 (큰며느리를 제외한) 가족의 보금자리였고, 무진은 주인공의 본적지였다. 애초에 기행은 고향과 연결시킬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두 작품은 모순된 표제를 내세운다. 낯익은 동네에서 등장인물들은 정말로 낯선 여행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가족-타인을, 또한 조금도 의심치 않던 자기 자신을 하염없이 헤맨다. 갑작스럽게 눈이 푹푹 쏟아진다. 철원에서 나갈 수 있는 길이 막힌다. 형식적으로만 이어져 있던 가족 해체를 공표한 바로 뒤, 식구들이 한집에서 며칠 동안 얼굴을 맞대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펼쳐진다. 가족이 가진 제국의 속성과, 가족 구성원이 가진 식민지의 속성이 저마다 부딪치고 뒤섞여 엉클어진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해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며느리, 아들과 며느리의 입장이 중첩된다. 내면의 그늘이 조금씩 서로에게 드리워진다. 각자 감추고 피차 모른 척해 왔던 것이다. 눈이 그친다. 이들은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아무것도 해결된 문제 없이, 다만 서로의 그늘이 마주 겹쳤던 흔적을 지닌 채로. 12세 관람가. 21일 개봉.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日 애니메이션 ‘원펀맨’에 세월호 노란 리본 등장… “의도적 연출 가능성”

    日 애니메이션 ‘원펀맨’에 세월호 노란 리본 등장… “의도적 연출 가능성”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가 2주기를 맞이한 가운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뜻의 ‘노란 리본’이 등장했던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정식 발매한 일본 애니메이션 ‘원펀맨’ OVA 4화 초반에는 원펀맨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실버 팽(Fang)이 차량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장면이 그려졌다. 특히 팽이 몸을 숨긴 차량의 창에는 노란 리본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장면은 시작한 지 4분 16초쯤 등장했다. OVA(Original Video Animation)의 약자로 TV 방송과 극장의 상영 없이 소매 전용으로 출시한 만화 비디오를 뜻한다. 이와 관련, 일본 매체인 라이브도어는 세월호를 추모하는 리본 장면이 의도적인 연출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지난 2일 라이브도어는 “노란 리본은 한국에서 2014년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면서 “해당 장면이 4분 16초에 등장하고, 세월호 침몰 사고가 4월 16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의도적으로 삽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 영화] ‘바쿠만’

    [새 영화] ‘바쿠만’

    ‘소년 점프’는 만화 천국 일본의 최고 만화 잡지다. 3대 출판사 중 하나인 슈에이샤에서 50년 가까이 발간되고 있다. 1995년 3, 4호 합본호는 653만부라는 전무후무한 판매 부수를 기록했다. 바로 이 주간지를 통해 한국에서도 익히 알고 있는 ‘닥터 슬럼프’, ‘북두의 권’, ‘드래곤볼’, ‘시티헌터’, ‘슬램덩크’, ‘나루토’, ‘원피스’, ‘헌터X헌터’, ‘블리치’ 등의 인기 만화가 줄줄이 탄생했다. 만화깨나 그린다는 작가들은 여기에 연재하는 게 꿈이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바쿠만’은 소년 점프 연재에 도전한 두 청춘의 열정과 고뇌를 다루며 치열한 일본 만화계의 현실을 흥미진진하게, 한편으론 철저하게 해부해 보여 준다. 만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또 만화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봐야 할 영화. 우정, 노력, 승리라는 소년 만화 히트 공식이 영화에도 그대로 이식된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 작가, 그림 작가, 편집자의 협력 과정과 경쟁자의 협력까지 이끌어 내 위기를 극복하는 내용은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세트로 만들어졌으나 실제와 다름없다는 소년 점프 편집부 공간에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묻어난다. 독자 투표 1위 경쟁과 만화를 그리는 모습을 절묘하게 결합해 소년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틀 형식으로 표현한 장면이 압권이다. 소년 점프가 배출한 각종 인기 만화들과 명장면들이 영화 곳곳에서 튀어나와 즐거움을 준다. 책장에 가득 꽂힌 만화책을 활용한 엔딩 크레디트도 재기발랄하다. ‘바람의 검심’ 시리즈에서 운명의 라이벌을 연기한 사토 다케루, 가미키 류노스케가 이번 작품에선 고교생 콤비로 나온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바람의 검심’ 또한 소년 점프에서 연재됐던 인기 만화가 원작이다. 단행본 20권으로 완결된 원작 만화의 7권 안팎 분량을 두 시간으로 압축했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성격과 숫자, 관계 등이 크게 단순해졌다. 원작 팬이라면 아쉬워할 대목이다. 원작은 ‘데스노트’로 유명한 오바 쓰구미(이야기)-오바타 다케시(그림) 콤비의 작품이다. 단행본은 일본 내에서 1500만부가 넘게 팔렸다. 오바 쓰구미는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지금도 그가 누구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오바타 다케시는 ‘데스노트’ 이전에 호타 유미와 호흡을 맞춘 ‘히카루의 바둑’(한국명 ‘고스트 바둑왕’)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작가다. 지난해 말부터 다시 오바 쓰구미와 손잡고 ‘플래티넘 엔드’를 선보이고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한국적으로 돌아온 세계적 연극 ‘엘리펀트 송’

    지난 1월 호평 속에 막을 내렸던 연극 ‘엘리펀트 송’이 3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엘리펀트 송’은 정신과 의사 로렌스의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이 스릴감 있게 펼쳐진다. 병원장 그린버그와 로렌스 실종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환자 마이클, 마이클을 보살피는 수간호사 피터슨의 고독과 외로움, 사랑에 대한 갈망도 강렬한 이야기로 담아냈다. 동명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본래 연극이 원작이다. 2004년 캐나다 초연 이후 10년 넘게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해 11월 처음 무대에 올랐다.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앙코르 공연이 확정될 정도로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마이클의 결핍과 외로움에 초점을 맞춘 초연과 달리 앙코르 공연에선 그린버그와 마이클, 마이클과 피터슨, 피터슨과 그린버그, 세 인물의 관계 형성을 더욱 치밀하게 그려 등장인물 모두가 극을 이끌어 가도록 구성했다. 음악도 풍성해지고 새로워진다. 초연에선 기타 하나로 쓸쓸함을 표현했지만 이번 공연에선 다양한 악기로 감정의 변화상을 세밀하게 전달한다. ‘엘리펀트 송’ 노래도 국내 관객들이 마이클의 정서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도록 한국어 가사로 새롭게 작곡됐다. 코끼리에 대한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와 사랑에 대한 지독한 집착을 가진 마이클 역은 초연 배우 박은석·정원영이 다시 맡았고 전성우가 새롭게 합류했다. 마이클과 게임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로렌스 실종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그린버그 역은 이석준·고영빈이, 수간호사 피터슨 역은 정재은·고수희가 열연한다. 연출을 맡은 김지호는 “기본적인 극의 콘셉트는 바뀌지 않지만 새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이런 변화를 통해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더욱 감각적이고 사실적으로 전달하려 한다. 초연과 비교하기보다는 이번 공연 자체를 초연이라 생각하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3만 5000~5만 5000원. (02)3672-090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창작소설 쓰는 인공지능… 日문학상도 넘본다

    “2년내 인간 도움 없이 집필 목표” “그날은 구름이 드리운 잔뜩 흐린 날이었다. 방안은 언제나처럼 최적 온도와 습도. 요코씨는 그리 단정하지 않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시시한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둑을 섭렵한 알파고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일본에서는 소설까지 쓰는 AI까지 출현했다. 일본의 한 유명 SF문학상에 AI를 활용한 작품이 11편이나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한 편이 1차 심사까지 통과했다. SF작가의 이름을 따 만든 이 문학상은 일반 응모작이 1450편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인간 이외에” AI에도 문호를 개방해 왔는데 AI가 창작에 도전한 것은 처음이다. 2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마쓰바라 진 하코다테미래대 교수 등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AI를 활용해 쓴 4편의 단편 소설을 ‘호시 신이치’ 문학상에 응모해 1편이 1차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작품 제목은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로, 심사위원들은 AI가 관여했다는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설은 AI와 인간의 공동 작품이다. 연구팀이 이야기 구성이나 등장인물 등을 설정하면 주어진 틀 안에서 AI가 단어와 형용사 등을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소설을 써 내려갔다. 연구팀이 ‘언제’, ‘어떤 날씨에’, ‘무엇을 하고 있다’는 등의 요소를 포함하도록 지시하면 AI가 관련 있는 단어를 자동으로 골라 문장을 만드는 식이었다. 마쓰바라 교수는 “현재 AI는 미리 줄거리를 결정해야 하는 등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응모작에 사용된 AI를 개발한 나고야대 사토 사토시 교수는 “수천자에 달하는 의미 있는 문장을 (AI가) 쓸 수 있었던 것은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연구진은 향후 이야기를 자동으로 생성해 인간의 도움 없이 소설을 쓸 수 있는 AI를 2년 안에 개발한다는 목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공연리뷰] ‘아랑가’

    [공연리뷰] ‘아랑가’

    ‘삼국사기’ 도미설화 재창작…개로왕의 사랑·파멸 이야기 국악 장단과 연주에 맞춰 뮤지컬 노래를 부르고, 서양 음악 반주에 맞춰 판소리를 한다? 어느 누군가는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지만 이를 작품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서로 잘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을까. 창작뮤지컬 ‘아랑가’는 이 물음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드라마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여러 측면에서 이질적인 뮤지컬과 판소리를 단순히 섞기만 한 게 아니라 서로의 태생 원천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도 조화를 이뤄 냈다. 서정적인 국악 선율은 뮤지컬 노래의 애잔함을 더욱 짙게 했고, 서양음악은 우리 소리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더욱 깊게 했다. 뮤지컬과 가깝다는 평을 듣는 최근의 창극 흐름이 한발 더 나아간다면 ‘아랑가’가 되지 않을까. 이 작품은 ‘삼국사기’의 도미설화를 재창작했다. 백제 개로왕이 꿈속 여인인 아랑의 환상에 사로잡혀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랑은 자신이 왕이 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저주에 시달려 온 개로에게 유일하게 위안을 주는 꿈속 여인이다. 시작부터 뮤지컬이라는 느낌을 확 깬다. 창극에서 극을 이끄는 해설자인 도창이 나와 판소리로 막을 열고 극을 이끌어 나가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도창의 역할은 크다. 등장인물들 간 심리적 갈등, 백제와 고구려의 전투장면, 전쟁으로 인한 처참한 민초들의 삶 등을 걸쭉한 우리 소리로 풀어 나간다. 도창의 중요도에 비해 도창 역을 맡은 국악인의 소리가 명확하지 않은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배우들의 대사나 노래와 달리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무대 세트가 전혀 없는 점도 색다르다. 판소리와 창극의 원형을 살리려는 듯 무대에는 배우들만 등장한다. 소품도 부채 하나뿐이다. 부채는 단도, 활 등 여러 소품이 되기도 하고 배우의 죽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배우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와 가창력이 텅 빈 무대를 가득 메우고도 남는다. 아랑에 대한 사랑으로 파멸해 가는 비운의 왕 개로 역은 강필석·윤형렬이, 아랑의 남편으로 개로와 맞서게 되는 도미 역은 이율·고상호가, 아랑 역은 최주리·김다혜가 열연한다. 도창 역은 박인혜·정지혜가 맡았다. 2013년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23개국 37개 대학 연극교육기관이 참가한 제2회 ‘아시안 시어터 스쿨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지난해 제4회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 작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음달 1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4만 4000~6만 6000원. (02)541-711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치인트 ‘사라진 주인공’ 박해진 “분량보다 캐릭터 변질이 아쉽다”

    치인트 ‘사라진 주인공’ 박해진 “분량보다 캐릭터 변질이 아쉽다”

    치인트 논란, ‘사라진 주인공’ 박해진 입장 들어보니 “분량보다 캐릭터 변질이 아쉽” ‘치인트 논란’ ‘치인트 논란’에 주인공 박해진이 심경을 털어놨다. 박해진은 26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주인공인 유정의 분량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해진은 유정 역을 맡아 달콤, 살벌한 매력을 뽐내며 ‘치인트’ 인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방송 중반을 넘어서면서 백인하(서강준 분)의 비중이 커지며 유정의 비중이 원작과 달리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 13회, 14회 방송에서는 유정의 등장이 백인호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많은 이들이 ‘주인공이 사라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논란이 일었다. 박해진은 이같은 치인트 분량 논란에 “방송 분량, 편집에 대해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라고 해도 방송 회차에 따라 비중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며 “사실 저는 비중이나 편집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맡은 유정 캐릭터가 변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유정은 남에게 밝힐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있다. 이를 감추기 위해 웃고,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 등장인물이 가진 외면,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원작과 달랐다”고 털어놨다. 앞서 ‘치인트’는 결말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치인트’ 제작사와 원작 웹툰 작가 순끼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이에 제작사 측은 25일 “논란이 되고 있는 웹툰 원작자인 순끼 작가에게 우리쪽 입장을 설명했고 원만히 잘 해결 중이다. 순끼 작가와 또 불편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죄송하다. 15·16회는 만족스럽게 나왔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치인트’는 오는 3월 1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한다. 사진=‘치인트’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과감해진 김태희, 섹시 화보 대방출..다리 벌리고 ‘아찔’ 포즈 ▶“여기 90%와 해봤다” AV스타의 충격 인증샷
  • [단독] 류준열의 속마음… “배우자 삼고 싶은 여성상은 라미란”

    [단독] 류준열의 속마음… “배우자 삼고 싶은 여성상은 라미란”

    배우 류준열이 ‘응답하라 1988’ 등장인물 가운데 배우자로 삼고 싶은 여성상으로 극중 ‘정환이 엄마’ 열연한 라미란을 꼽았다. 류준열은 25일 오전 서울신문사에서 ‘앙케이트 인터뷰’를 갖고 ‘쌍문동 태티서’ 3인방 가운데 배우자로 삼고 싶은 여성상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러면서 “울 엄마 최고!”라는 글을 덧붙였다. 앙케이트 인터뷰는 서울신문 페이스북(☞자세히 보기 )을 통해 팬들이 직접 류준열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고 이 가운데 몇 가지 물음을 선별해 류준열이 답을 적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위해 서울신문 소셜뉴스팀이 지난 17일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응답해줘, 류준열’ 댓글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구성해 보면서, 답을 적는 동안 류준열의 반응도 덧붙인다.  -준열 오빠, 요즘 관심있는 걸그룹이 누구예요? →모든 걸그룹을 응원합니다!  류준열은 ‘걸그룹’에 대한 첫 질문지를 받자 “특별히 좋아하는 걸그룹이 없는데요”라고 말하며 잠시 머뭇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기자가 “걸스데이나 혜리라고 적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웃기만 했다. 그러더니 “모든 걸그룹을 응원한다”는 센스 있는 답변이 나왔다. -다음 ‘응팔’ 캐릭터 중에 나중에 배우자로 가장 괜찮을 것 같은 여성상은? ① 정환이 엄마 (라미란) ② 덕선이 엄마 (이일화) ③ 선우 엄마 (김선영)→① 정환이 엄마 (라미란) “울 엄마 최고!”  -tvN ‘꽃보다 청춘’을 통해 아프리카를 다녀오셨는데요. 20대 청춘들에게 꼭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여러분 모두 사랑을 주고 받으세요. 아프리카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①세수 ② 스마트폰 ③ 하루 스케줄 확인 ④ 먹고 본다 ⑤ 멍때림 →⑤멍때림 “명(상) 때림” -내가 멋있어 보일 때는? ① TV에 출연할 때 ② 팬들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 ③ 샤워한 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④ 화보 찍을 때 ⑤ 항상 멋있다 →⑤ 항상 멋있다  이 질문을 보며 류준열은 쑥스러운 듯 머뭇거렸다. 주변에서 “항상 멋있다고 하라”고 말하자 ‘내가’라는 부분에 거듭 동그라미를 그리고 별 표시를 하더니 ‘5번’ 아래에 살짝 밑줄 표시와 함께 ‘점’ 세 개를 찍었다. 다른 답변은 과감하게 동그라미로 표시하던 것과 달랐다. 그러면서 “항상 멋있는데…쑥스러워서”라며 웃었다. 류준열은 특히 이 질문을 보면서 “질문이 너무 정성스게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찍고 싶은 CF가 있다면? ① 휴대폰 ② 치킨 ③ 커피 ④ 술 ⑤ 공익광고 →⑤ 공익광고 “고맙습니다”  류준열은 CF 관련 질문을 보자마자 “여기 제 답이 바로 있네요”라면서 곧바로 공익광고에 표시를 했다. 그리고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외우는 전화번호가 있다면? ① 엄마 ② 첫사랑 ③ 매니저 ④ 대리운전 ⑤ 간첩신고 →① 엄마 ⑤ 간첩신고  류준열은 ‘엄마’라는 선택항목 옆에 바로 ‘010-xxxx-xxxx’라고 적었고, 나머지 선택항목에도 모두 멘트를 남겼다. ‘첫사랑’에 대해서는 “잘 사니…”, 매니저에는 “미안해 상철아.”, ‘대리운전’에는 “차가 없어요…”라고 썼다. 마지막 ‘간첩신고’ 선택항목을 보자 “간첩신고, 111 아닌가요?”라며 마치 퀴즈의 답을 적어내듯 자신있게 ‘1’ 세 개를 써내려갔다. 111은 국가정보원의 간첩신고 긴급 전화번호다.  앙케이트 인터뷰를 마친 류준열은 팬들로부터 전달된 질문이 적힌 종이를 들어 그 안에 적힌 팬들의 이름을 향해 손가락 하트를 보내며 일일이 인증샷을 남겼다. 그러면서 거듭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이날 인사를 나눈 기자들에게도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거듭 인사를 했다. 그는 “아직 감기가 덜 나았다”면서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독감 후유증으로 여전히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류준열은 먼저 “제가 어제 큰 일을 겪어서요”라고 말하며 전날 불거졌던 ‘일베 논란’을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기사가 쏟아져서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죠?”라고 물으니 “그게 다 일이신데요, 뭐”라며 의연하게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자찬묘지명’ 통해 본 다산과 18세기 조선

    ‘자찬묘지명’ 통해 본 다산과 18세기 조선

    정약용의 고해/신창호 지음/추수밭/256쪽/1만 4000원 조선시대 가장 존경받는 철학자이자 관료이자 과학자인 다산 정약용. 그는 나이 마흔에 지금으로 치면 국무총리의 자리까지 오른 유능한 관료였지만, 정쟁에 휘말려 20년가량 옥살이를 한 뒤에 세상으로 돌아왔다. 갇혀 지낸 생이 삶의 3분의 1이나 차지했다. 유배에서 돌아오고 나서 4년 뒤 회갑을 맞은 정약용이 자신이 직접 쓴 묘지명인 ‘자찬묘지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신창호 고려대 교수의 ‘정약용의 고해’는 ‘자찬묘지명’을 통해 그의 삶과 사상을 돌아본 책이다. 그의 고해는 크게 고백과 연민, 용서 등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살얼음판을 걸으며 생의 한 갑자를 버틴 정약용은 마치 스스로에게 건네는 고해성사처럼 자신의 인생을 진솔하게 반추한다. “내 나이 예순이다. 나의 인생 한 갑자 60년은 모두 죄에 대한 뉘우침으로 지낸 세월이었다. 이제 지난날을 거두려고 한다. 거두어 정리하고 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자서전도 유언도 아니지만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이 책에서 정약용은 삶의 의미를 간절히 찾으면서도 반생 가까이 갇혀 지냈던 자신의 삶에 용서를 구하며 다독인다. 특히 그의 삶 자체가 격정과 혼돈의 18세기 조선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자찬묘지명에는 당대 인물이 모두 소환되고 화성 행차부터 신유박해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은 크고 작은 사건이 등장인물들과 함께 연결되기 때문에 18세기 조선사도 함께 조망해 볼 수 있다. 자찬묘지명은 무덤에 넣는 간략한 ‘광중본’과 문집에 싣는 자세한 ‘집중본’으로 나뉘는데 이번에 발간된 책은 집중본을 소개했다. 정약용이 쓴 글이지만, 책은 역자인 신 교수를 지은이로 올렸다. 출판사는 “자찬묘지명을 충실히 번역하고자 시작된 글은 어느 순간 지은이와 옮긴이의 목소리가 겹쳐지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