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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뚜기 3세 함연지, 웹뮤지컬 ‘보름 오는 날’로 인사

    오뚜기 3세 함연지, 웹뮤지컬 ‘보름 오는 날’로 인사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딸로 잘 알려진 배우 함연지가 웹뮤지컬 ‘보름 오는 날’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웹뮤지컬 ‘보름 오는 날’은 타로를 소재로 한 일상 판타지 뮤지컬로 총 네 편으로 구성됐다. 이 작품은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사업 아트 체인지업’ 홈페이지를 통해 감상이 가능하다.‘보름 오는 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함께하는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사업 아트 체인지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지난해의 경우 모두 175개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예술 작품이 선보였다. ‘보름 오는 날’은 동네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정오’에게 타로 마스터 ‘보름’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유영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걱정, 고민, 애환, 사랑, 잊고 있던 꿈을 되새기는 과정은 서정적인 음악과 진솔한 가사가 더해져 뭉클함을 전한다. 밝은 에너지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고민을 해결해주는 타로 마스터 ‘보름’ 역에는 함연지가 출연한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카페 사장 ‘정오’ 역에는 최재혁이 캐스팅됐다. 만년 벤치에만 있던 후보 투수이자 야구 선수 ‘동빈’ 역은 박종찬이 맡았다. 이외에도 김리아, 김다원, 김소영, 오미준, 한승규가 출연한다. 이 작품은 ‘나의 존재’를 잊고 있던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고민과 걱정의 해결책을 자신의 내면에서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김형식 작가는 “일상에서 고민과 걱정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마음의 짐을 덜고자 타로 점괘를 보는 것처럼 작품을 통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제작사 아르뜨락 고윤진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공연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던 중 온라인 콘텐츠를 고민하고 웹뮤지컬 ‘보름 오는 날’을 제작하게 됐다”며 “앞으로 타로와 관련된 1분 이하의 짧은 영상을 제작할 예정으로, 다양한 형태로 공연 예술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나우뉴스] “왜 구매하는지 나도 몰라”…NFT 셀카 사진으로 돈방석 앉은 인니 대학생

    [나우뉴스] “왜 구매하는지 나도 몰라”…NFT 셀카 사진으로 돈방석 앉은 인니 대학생

    인도네시아의 한 20대 대학생이 평범한 셀프카메라 사진으로 수십 억 원을 벌어들였다. 2022년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덕분이다. AFP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세마랑의 한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술탄 구스타프 알 고잘리(22)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타임랩스 영상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자신의 모습을 담은 셀카 사진을 찍어왔다. 자신의 방이나 책상 앞 등 평범한 배경에서 무표정한 얼굴을 사진에 담아 온 그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공부한 뒤 NFT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약 1000장에 달하는 얼굴 셀카 사진을 NFT 거래 플랫폼에 올렸다. 사람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그는 사진 한 장의 가격을 3달러로 책정했다.하지만 예상외로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한 유명 요리사가 고잘리의 사진을 구매한 뒤 자신의 SNS에 이를 알리면서 폭발적인 구매가 시작됐다. AFP에 따르면 그가 NFT 거래 플랫폼에서 셀카 사진 수백 장을 판매해 벌어들인 수익은 317이더리움, 한화로 14억 원이 훌쩍 넘는다. NFT 플랫폼에서 팔린 고잘리의 사진 중 최고가는 0.9이더리움으로,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한화로 약 358만 원에 달한다. 고잘리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하루 동안 230장 이상의 셀카 사진을 팔기도 했다. 여전히 나는 사람들이 왜 나의 NFT 사진을 사고 싶어하는 지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하지만 5년 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며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판매 수익금은 평소 꿈이었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설립 및 학비에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NFT는 기존의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고 있어 상호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는 만큼, 특정 디지털 파일이 원본임을 증명해주는 일종의 원본 증명서의 가치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에서 약 9억 명이 시청한 유튜브 영상의 NFT 소유권이 경매에서 76만 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약 8억 5700만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해당 영상의 등장인물은 갓 돌이 지난 아기 찰리와 당시 3살이었던 찰리의 형 해리이며, 갓난아기였던 동생이 어린 형의 손가락을 깨무는 평범한 모습을 담고 있다. 또 스포츠 의류 브랜드 언더아머와 아디다스가 내놓은 NFT 데뷔작은 지난달 모두 매진됐다. 해당 상품은 NFT 거래 플랫폼에서 수백억 원대의 수익을 냈다. NFT로 만들어진 한정판 상품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NFT 마켓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라인의 NFT 자회사인 라인 넥스트와 카카오 등이 NFT 스토어 구축을 시작했거나 이미 오픈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2위 빗썸도 NFT 마켓 개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왜 구매하는지 나도 몰라”…NFT 셀카 사진으로 돈방석 앉은 인니 대학생

    “왜 구매하는지 나도 몰라”…NFT 셀카 사진으로 돈방석 앉은 인니 대학생

    인도네시아의 한 20대 대학생이 평범한 셀프카메라 사진으로 수십 억 원을 벌어들였다. 2022년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덕분이다. AFP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세마랑의 한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술탄 구스타프 알 고잘리(22)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타임랩스 영상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자신의 모습을 담은 셀카 사진을 찍어왔다. 자신의 방이나 책상 앞 등 평범한 배경에서 무표정한 얼굴을 사진에 담아 온 그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공부한 뒤 NFT에 관심을 가졌다.그리고 지난해 12월 약 1000장에 달하는 얼굴 셀카 사진을 NFT 거래 플랫폼에 올렸다. 사람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그는 사진 한 장의 가격을 3달러로 책정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한 유명 요리사가 고잘리의 사진을 구매한 뒤 자신의 SNS에 이를 알리면서 폭발적인 구매가 시작됐다. AFP에 따르면 그가 NFT 거래 플랫폼에서 셀카 사진 수백 장을 판매해 벌어들인 수익은 317이더리움, 한화로 14억 원이 훌쩍 넘는다. NFT 플랫폼에서 팔린 고잘리의 사진 중 최고가는 0.9이더리움으로,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한화로 약 358만 원에 달한다.고잘리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하루 동안 230장 이상의 셀카 사진을 팔기도 했다. 여전히 나는 사람들이 왜 나의 NFT 사진을 사고 싶어하는 지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하지만 5년 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며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판매 수익금은 평소 꿈이었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설립 및 학비에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NFT는 기존의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고 있어 상호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는 만큼, 특정 디지털 파일이 원본임을 증명해주는 일종의 원본 증명서의 가치도 가지고 있다.지난해에는 전 세계에서 약 9억 명이 시청한 유튜브 영상의 NFT 소유권이 경매에서 76만 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약 8억 5700만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해당 영상의 등장인물은 갓 돌이 지난 아기 찰리와 당시 3살이었던 찰리의 형 해리이며, 갓난아기였던 동생이 어린 형의 손가락을 깨무는 평범한 모습을 담고 있다. 또 스포츠 의류 브랜드 언더아머와 아디다스가 내놓은 NFT 데뷔작은 지난달 모두 매진됐다. 해당 상품은 NFT 거래 플랫폼에서 수백억 원대의 수익을 냈다. NFT로 만들어진 한정판 상품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NFT 마켓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라인의 NFT 자회사인 라인 넥스트와 카카오 등이 NFT 스토어 구축을 시작했거나 이미 오픈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2위 빗썸도 NFT 마켓 개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술,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향한 투쟁

    술,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향한 투쟁

    ‘어나더 라운드’(Another round)는 술집에서 쓰는 표현이다. 번역하면 “한 잔 더”라는 뜻인데,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이 영화(사진)의 소재는 술이다. 덴마크어 원제(druk)도 그렇다. ‘음주’가 제목이다. 토마스 빈테르베르가 연출했다. 그는 아동 성폭력 누명을 쓴 남자에게 가해지는 스산한 집단 폭력을 다룬 영화 ‘더 헌트’(2012)와 집단생활 실천의 명암을 다룬 영화 ‘사랑의 시대’(2016)를 만든 유명 감독이다. 전작에서도 드러나지만 빈테르베르 영화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 탐색이다. 어떻게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인 동시에 개인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그는 ‘어나더 라운드’에서 한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음주다. 음주는 감정을 가장 손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술 한잔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용기가 생겨 조금 더 편하게 세상살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일상을 술 한잔 마신 상태로 계속 지내보면 어떨까? ‘어나더 라운드’의 등장인물 마르틴(마스 미켈센)을 비롯한 중년의 네 남자는 한 정신과 의사가 펼친 이론을 검증해 보기로 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5%로 유지되면 보다 침착해지고 개방적으로 변한다는 주장이 맞는지 그른지 따져 보자는 것이다. 이들은 몰래 술 한 잔을 마시고 근무에 임한다. 참고로 네 남자의 직업은 고등학교 교사다.0.05% 알코올 섭취의 효과는 만족스러웠다. 특히 마르틴에게 유용했다. 학생들은 그에게 불만을 갖고 있었다. 마르틴의 열정 없는 수업 태도 탓이다. 언제부터인가 휩싸인 무기력은 학교와 가정에서 그를 갉아먹었다. 그런데 술 한 잔을 마시자 무기력이 사라진다. 그는 학교에서는 수업을 흥미롭게 진행하는 교사로, 가정에서는 활력 넘치는 남편이자 아버지로 변했다. 마르틴의 삶은 술 덕분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알코올 0.05%의 효능이다. 그러나 문제도 생긴다. “한 잔 더”의 유혹이다. 술을 마시고 시간이 지나면 혈중알코올농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0.05%를 유지하려면 일과 중에 틈틈이 술을 마셔야 한다. 짐작하겠지만 이는 알코올의존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초기에는 술 한 잔만 마셔도 흥이 난다. 하지만 전과 비슷한 정도의 흥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차츰 알코올 섭취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마르틴이 적절하게 즐긴다고 여기던 술은 어느새 그를 지배하고 있다. 빈테르베르는 ‘어나더 라운드’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위한 투쟁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술이 중심이기는 하나 술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늙음이 그렇다. 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마르틴은 술을 마신다. 청춘으로 돌아간 듯한 마음에 흠뻑 취하고 싶어서다. 잠깐이면 괜찮은데 지속하려고 할 때 부작용이 생긴다. 술 한잔은 공동체와 개인을 조화시킬 수 있다. “한 잔 더”가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끊는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202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나의 우주에게(Dear My Universe)/김마딘

    [202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나의 우주에게(Dear My Universe)/김마딘

    ■등장인물  유성  남자. 35세. 다소 건조한 언어 습관을 지니고 있다. 해미  여자. 35세. 선배   천문학도   친구 *선배, 천문학도, 친구는 일인 다역이 가능하다. 무대 해미가 사는 지구, 유성이 모험하는 우주. 특정 공간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해미의 지구와 유성의 우주가 적절히 섞여야 한다. 시간 가까운 미래. 1장 갤러리. 해미, 꼿꼿한 자세로 손을 배꼽 근처에 모으고 서 있다. 선배가 그런 해미를 지켜보고 있다. 해미와 선배는 단정한 근무복 차림이다. 해미 안녕하십니까! 선배 음…. 우주의 어딘가를 모험하고 있는 유성, 등장한다. 선배 다시. 유성, 허공에 드래그1)한다. 유성 해미. 해미 안녕하십니까. 선배 잘 좀 해봐. 해미 안녕하십니까. 유성 해미야. 해미 어! 잠깐만…. 선배 해미씨! 정신! 잠깐은 무슨. 해미 아, 네. 유성 알았어. (드래그하며) 연결 종료. 선배 자세 무너진다. 유성 (드래그하며) 녹음. 해미 죄송합니다. 유성 바쁜가 보네. 선배 허리! 손은 배꼽 아래로 내리지 말고. 해미 네. 유성 열심히 산다는 증거겠지? 선배 이렇게 인사까지 교육해 주는 선배 없다. 유성 편할 때 연락해…. 해미 감사합니다. 선배 기본적으로 예의가 중요한 거 알지? 거기다 우린 보러 오는 사람들 수준이 있잖아. 유성 우린 어제도 연락하고…. 해미 아… 네. 선배 근데 혹시…. 유성 어제의 어제도 연락하고…. 선배 남자친구 있어? 해미 어…. 유성 목소리는 선명한데, 요샌 네 얼굴이 잘 안 그려져. 너도 그래? 선배 그냥 궁금해서. 해미 …있습니다. 유성 갑자기 너무 감상에 젖었나? 결론은! 연락해. (드래그하며) 전송. 선배 (사이) 그래? 아쉽네…. 음… 잠깐 쉬자. 해미 네! 선배, 퇴장한다. 해미, 허공에 드래그한다. 해미 유성. 유성 지금 막 녹음 남겼는데. 해미 아, 그래? 정신이 없었어…. 유성 괜찮아. 해미 … 갤러리에 일 구했어! 유성 갤러리? 해미 응, 그냥 작게 전시…. 유성 전시? 해미 아… 응. 유성 곧 네 그림도 걸리겠네. 해미 어… 오늘은 뭐 했어? 유성 나야 매일 똑같지. 해미 그니까 뭐 하셨냐구요. 유성 일지 쓰고, 밥 먹고, 간간이 멈춰 있을 땐 관측도 하고. 해미 목적지는? 유성 아직.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구. 해미 너무… 막연한 거 아니야? 유성 새삼스럽게 왜 이래.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해미 춥진 않고? 유성 알잖아, 추울 일이 없어. 지금도 셔츠 하나 입은 게 끝이야. 해미 여긴 추운데. 뭔 우주선이 그리 좋냐! 유성 그러게. 사이. 해미 진짜, 갑자기, 그냥 궁금한 건데, 찾고 있는 그거… 얼마짜리야? 유성 응? 해미 가치가 있는 거냐고. 사이. 유성 … 이해 안 되지? 해미 아니야, 그래도 네 일인데. 유성 솔직히 말해도 돼. 해미 … 진짜 솔직히 말한다? 유성 나도 그걸 원해. 해미 모래 찾으러 육년째 돌아다니는 거… 이해 안 돼. 유성 나도 어쩔 땐 그래. 해미 이제 좀 힘들지? 유성 지금도 설레. 해미 아, 설레? 유성 말했잖아. 처음 보는 모래였어, 성분이 뭔지 전혀 알 수도 없고 지구에선 본 적도 없는. 사실 ‘모래’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미안할 정도야. 그게 모래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거든. 해미 쓸모없이 생겼나 보네? 사이. 유성 … 화났어? 해미 아니야…. 뉴스에서 널 종종 봐, 물론 옛날 모습이지만. ‘우주로 떠난 젊은 남자’라는 타이틀이 계속 올라와. 떠난 지 육년이 넘었는데도 사람들은 널 추앙해 주더라. 너, 다른 일 해볼 생각은 없어? 이 정도 관심이면 네가 콧노래만 불러도 빌보드 일등일 거야. 유성 나 노래 못해. 해미 말이 그렇단 거지. 어쨌든… 좀 맹목적인 느낌이야. 사실 사람들은 네가 뭘 하는지 제대로 모르잖아. 네가 고작 모래 찾으러 갔다는 걸 알아도 사람들이 좋아할까? 유성 우주의 구성단위를 연구하는 것도 내가 할 일 중 하나야. 해미 어째 부업이 더 그럴싸해 보인다. 사이. 유성 무슨 얘기 해볼까? 해미 음…. 유성 … 할 말이 점점 없어지네. 해미 할 말이 남아 있는 게 이상하지. 유성 그건 그래. 해미 아, 동창회를 갔었는데, 이제 막 결혼한 애들이 자기 남편 지방으로 출장 갔다고 징징거릴 때마다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 유성 가소로웠겠네. 사이. 해미 넌 왜 날 선택한 거야? 유성 응? 해미 한 번은 물어보고 싶었어. 유성 오늘은 질문들이… 평소랑 다른 거 같네. 해미 대답해 줘. 한 명만 선택할 수 있었잖아. 유성 그러니까 널 선택했지. 해미 어머니도 계시고, 아버지도 계시고, 동생도 있는데? 유성 가족보단 너랑 정신을 연결하는 게 좋을 것 같단 결론이 떨어졌거든. 해미 고마워해야 할 포인트인가? 유성 내가 고마워해야지. 해미 그럼 너희들 말로, 그런 결론을 도출하도록 만든 전제는 뭔데? 유성 에이, 그래도 넌 내 여자친군데…. 해미 솔직하게 말하세요, 아저씨. 유성 … 오해하지 말고 들어. 해미 우리 사이에 오해는 무슨 오해야. 유성 넌 가족이 아니니까. 사이. 유성 너 지금 오해했지? 해미 어… 아니. 유성 목소리가 딱 오해한 목소린데. 해미 … 무슨 뜻이야? 유성 말 그대로. 엄마, 아빠, 동생은 우주가 반으로 쪼개져도 가족이잖아. 해미 …. 유성 해미야? 해미 난? 유성 넌 언제든 남이 될 수도 있잖아. 해미 …. 유성 섭섭해? 해미 그럴 리가. 유성 다행이네. 해미 가봐야겠다. 쉬는 시간 끝났어. 유성 쉬는 시간이 신기하네. 누가 보면 내 얘기 끝나길 기다린 줄 알겠다. 해미 …. 유성 해미야, 걱정하지 마. 해미 (드래그하며) 종료. 해미, 퇴장한다. 침묵. 유성, 허공에 드래그한다. 유성 녹음. 지금 너무 멀리 와 있어. 지구는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야. 그런데도 한 번씩 잠에서 깨. 이상한 중력이 느껴질 때가 있거든. 지구가 날 부르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 그건 아마 너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기도 하고. 말도 안 되지? 그럴 때마다 창밖으로 보이는 별들에 집중하는 편이야. 좀 낯간지럽네. 그냥… 그렇다고. (드래그하며) 전송. 유성, 퇴장한다. 2장 거리. 저녁의 가로등 불빛 아래로 해미, 등장한다. 천문학도, 해미의 반대편에서 등장한다. 천문학도 손… 해미씨? 해미 … 아, 네. 천문학도 전 그… 학생인데…. 해미 그래서요? 천문학도 몇 가지 질문을 좀 드릴 수 있나 해서요. 해미 아… 조상님들 잘 지내십니다. 천문학도 아니요! 아니요! 한유성 박사님, 아시죠? 사이. 해미 아니요. 모르는데요. 천문학도 아, 모르시는구나. 해미 네, 수고하세요. 천문학도 티비에 그렇게 많이 나오셨는데 모르시는구나. 사이. 천문학도 간단한 질문입니다. 해미 네? 천문학도 통신이 가능한 거죠? 해미 무슨…. 천문학도 박사님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가족분들도 답을 안 주시고. 해미 어… 제가 좀 바빠서…. 천문학도 그래도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정보를 긁어 모았습니다. 해미 이해 안 되는 소리만 늘어놓으시네요. 천문학도 어떤 여자가 한유성 박사님과 이어져 있다는 소식까지 들었고요. 해미 …. 천문학도 정말 다른 게 아니고, 인터뷰만요. 궁금한 게 많습니다. 해미 왜 사람들이 걔한테 집착하는 거예요? 천문학도 상상하고 인식할 수 있는 범위, 그 밖에 있는 분이잖아요. 홀몸으로 우주에 나간다는 게 쉬운 선택도 아니고. 해미 유성이가 정확히 뭘 하는지 알아요? 천문학도 그분의 세계를 어떻게 저 같은 학생이 이해할 수 있겠어요. 해미 생각보다 초라할걸요. 천문학도 그럴 리가요. 지구보다 더 큰 가치가 있으니까 떠나셨겠죠. 해미 (사이) 인터뷰, 해봅시다. 도대체 뭘 상상하는진 모르겠지만. 천문학도 정말요? 저 앞 카페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알려주세요,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천문학도, 퇴장한다. 해미, 허공에 드래그한다. 해미 녹음 수신… 삭제. 암전. 3장 한적한 카페. 해미와 천문학도, 마주 보고 앉아있다. 천문학도 일단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해미 아, 네. 사이. 천문학도 전 한유성 박사님을 존경합니다. 해미 아… 예. 그건 잘 알았어요. 천문학도 아, 그렇군요. 해미 왜 그런 거에 목숨을 걸어요? 천문학도 네? 해미 뭐… 우주라든가, 별이라든가. 천문학도 멋지잖아요. 해미 아… 멋. 천문학도 무슨 일을 하시죠? 해미 저요? 그림 관련된…. 천문학도 아, 예술을 하시는군요. 해미 네, 뭐, 예, 엇비슷하게. 천문학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제가 공부하는 분야도. 해미 언제까지 거기에 목숨 걸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일도 좀 하고, 돈도 좀 벌어야 할 텐데. 천문학도 아… 조언 새겨듣겠습니다. 그래서! 한유성 박사님은…. 해미 새겨들은 거 맞죠? 천문학도 네. 박사님은 어쩌다가 우주로 나가게 되셨죠? 해미 할 일이 없었나 봐요. 천문학도 어… 그러면 한유성 박사님은 왜 지구를 떠나신 거죠? 일종의 문제의식이라던가…. 해미 말만 바뀌었지, 방금 하셨던 질문이랑 뭐가 다르죠? 천문학도 …. 해미 진짜 유성이를 존경해요? 천문학도 네. 해미 걔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셨죠? 천문학도 논문은 많이 읽어 봤습니다. 해미 제가 진짜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걔는 일상생활이 안 되는 애예요. 현실감각이 없는 애라고요. 천문학도 예술을 하신다 했죠? 해미 왜요? 천문학도 전 잘 몰라서요. 해미 아. 천문학도 그니까… 제 눈엔 그쪽도 썩 현실감 있어 보이진 않아요. 해미 …. 천문학도 그냥 각자 집중하는 게 다른 거죠. 해미 … 아, 그렇죠. 천문학도 부탁합니다. 사이. 해미, 허공에 드래그한다. 해미 유성. 유성, 등장한다. 천문학도 설마 연락을 취하신 건가요? 유성 응. 해미 어, 나 지금 어떤 학생을 만났어. 너랑 비슷한 거 공부한다는데… 좀 이상해. 유성 괜찮겠어? 천문학도 박사님, 저는! 해미 그래봤자 들리지도 않아요. 제가 무슨 전화기도 아니고. 천문학도 아. 유성 사람들이 아는 거 싫어했잖아. 해미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너 팬이래. 원래 너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좀 특이하잖아. 유성 칭찬으로 들을게. 해미 뭐 물어볼까요? 천문학도 어… 잠시만요. 왜 우주에 나가셨는지요! 해미 거기까지 간 이유 좀 알려 달래. 유성 고등학생이야? 해미 그건 왜? 유성 어렵게 대답해도 돼? 해미 어려 보이진 않는데…. 천문학도 저 대학교 일학년…. 유성 아, 그래? 해미 그래도 쉽게. 전달하기 힘들어. 천문학도 뭐라 하십니까! 해미 기다려봐요. 천문학도 알겠습니다…. 유성 어… 모든 별엔 중력이 존재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단 거야. 하지만 왜 서로 부딪치지 않는 걸까, 생각해 본 적 있어? 해미 아니. 유성 그보다 더한 각자만의 움직임이 있어서야. 서로 간의 끌림마저 덮어버리는 회전운동처럼. 별들은 자기만의 궤도가 있고, 그걸 서로가 알고, 덕분에 각자의 영역을 지켜낼 수 있는 거지. 해미 음… 그럼 절대 안 부딪치는 거야? 유성 꼭 그런 건 아닌데… 좀 어렵나? 해미 거리를 둔다는 거잖아. 유성 뭐… 그치. 나름 신이 만든 초기 세팅 값이랄까? 해미 신도 믿어? 유성 아직 못 밝혀낸 게 산더미라 믿진 않아도 부정할 순 없지. 해미 예상 밖이네. 유성 ‘회전운동’이라는 전제가 무너지면 그 아래 딸린 모든 게 무너지잖아. 해미 근데? 유성 신기하더라. 해미 응? 유성 회전운동을 멈추고 서로를 끌어당기다가 충돌해버린 별이 나타났거든.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내가 말한 모래가 생겨났는데, 이게 지금 온 우주를 떠돌고 있어. 난 그걸 찾고 싶고. 사이. 해미 사명감이라든가 명예라든가… 그런 건…. 유성 그런 게 의미가 있나? 고밀도의 기체 속에서 나타난 모래 알갱이들, 아름답지 않아? 천문학도 어떤 답이…. 해미 우주에서 가장 사소하고 쓸모없는 걸 찾으러 갔답니다. 천문학도 오! 시적인 답변이군요. 유성 전달했어? 해미 …. 천문학도 그러면 두 번째 질문! 박사님은 언제쯤 돌아오시나요? 사이. 유성 해미야? 천문학도 저기…. 해미 아, 네. 천문학도 언제쯤 돌아오시는지…. 해미 너, 언제쯤 와? 유성 아마…. 해미 아냐! 말하지 마. 유성 … 알겠어. 천문학도 언제쯤…. 사이. 해미 … 오긴 와? 유성 변덕은 여전하네. 말할까, 말하지 말까? 해미 어…. 유성 … 안 돌아갈 수도 있어. 사이. 천문학도 저기요? 유성 물론 돌아갈 수도 있겠지. 해미 너 지금 그게…. 유성 확정은 아니야. 모든 걸 확신할 순 없으니까. 해미 몇 퍼센트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것도 없어? 유성 퍼센트를 너무 믿지 마. 확률은 항상 오류를 범해. 단지 나한테 두 가지 보기가 있음을 알려주는 거야. 돌아가는 것과 돌아가지 않는 것. 해미 …. 천문학도 혹시 무슨 말씀을…. 해미 왜 그런 질문을 해요? 질문을 준비라도 해오시던가요! 유성 대답이 됐어? 천문학도 아… 죄송합니다. 해미 죄송하면 앞으로 찾아오지 마세요. 유성 옆에 계신 분한테도 좋은 말 많이 해줘. 천문학도 그럼 연락처라도…. 유성 미래엔 나 대신 여기에 있을 수도 있잖아. 해미 본인이 우주로 가든 뭘 하든, 전 관심 없어요. 근데… 본인 욕심 채우자고 고통스럽게 기다리는 사람 파헤치고 다니진 마세요. 그거 되게… 이기적인 거잖아요. 천문학도 … 네. 죄송했습니다. 천문학도, 퇴장한다. 사이. 유성 왜 말이 없어? 해미 이제 점점 짜증이 나. 유성 화났어? 해미 연결을 아예 끊어버리고 싶어. 유성 (사이) 나도 힘들어. 해미 퍽도 그러시겠어요, 박사님. 유성 그거 알아? 지구에 있는 인간보다, 나뭇잎보다, 사막의 모래보다 별의 숫자가 더 많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해미 어쩌라는 건데? 신기하다고 놀라줄까? 유성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단 거야. 해미 넌 희소성도 없는 별들 사이에서 그것보다 더 쓸모없는 알갱이를 찾는 거네? 유성 … 그래, 맞아. 해미 누가 너한테 그런 거 찾으라디? 누가 너 위인전에 올려준대? 유성 그런 건 바란 적 없어…. 그냥 살면서 하나쯤 이루고 싶은 게 있는 거잖아. 해미 유성아, 현실적으로 생각해. 유성 충분히 현실적이야. 해미 난 안중에도 없어? 유성 네가 제일 소중하지. 해미 거짓말 작작해. 사이. 유성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너한테 상처 주려는 건 아니야. 잠시… 각자가 지나온 궤적을 돌아보잔 뜻이야. 해미 기다려. 유성 (드래그하며) 연결 종료. 유성, 퇴장한다. 해미 유성 아, 유성아. 4장 공항. 친구, 커다란 배낭을 메고 등장한다. 친구 야! 해미 어! 사이. 친구 뭔 일이야? 해미 응? 친구 거울 좀 봐라, 네 표정이 어떤지. 해미 아냐! 오늘은 너만 신경 써. 친구 야, 가방 가지고 타는 건 안 되냐? 좀 불안한데. 해미 비행기 처음 타보냐? 친구 어…. 해미 사람들은 네 가방에 관심도 없어. 친구 하루이틀 가는 거면 말을 안 하겠는데…. 해미 걱정 마시라고요! 친구 …그래도 진짜 고맙다. 와줄 줄은 몰랐어. 해미 아니야. 너 미친 건 내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잖아. 친구 그래, 나 미쳤다. 해미 어디로 가? 친구 태국부터 시작하려고. 해미 최종 목적지가 어디야? 친구 안 정했어. 그냥 세계를 돌 거야. 해미 밥은 먹었니? 친구 아니, 안 넘어갈 거 같아. 해미 선경이는? 친구 회사에 있겠지. 해미 놔두고 가도 되겠어? 친구 방법 있냐? 해미 욕 엄청 먹었을 거 같은데. 친구 주위에서 무진장 욕하더라, 멀쩡한 와이프를 집에 혼자 두고 어딜 쏘다니냐면서. 해미 틀린 말도 아니네. 너도 나이가 이제 서른다섯이야. 친구 해미야, 너한테까지 잔소리 들으려고 부른 거 아니야. 사이. 친구 난 가야겠어. 진짜 마지막 기회 같아. 해미 가든지 말든지. 친구 그래서… 너한테 부탁이 있어. 해미 뭔데? 친구 선경이 좀 챙겨줘. 해미 너 진짜 미친놈이니? 친구 이해가 안 되지? 그래도 너희 둘만 한 친구가 없잖아. 해미 내 주변엔 정상이 없는 거 같아. 친구 결혼하고 알았어, 내가 집구석에 붙어 있을 수 없다는 걸. 해미 와… 말하는 거 진짜 이기적이다. 친구 어제 걔도 나한테 그러더라. 자기도 사업하면서 나까지 신경 쓰긴 힘들 거 같대. 해미 그걸 믿어? 옆에서 도와줄 생각은 안 해봤어? 친구 해미야, 난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야. 가본 적도 없는 외국의 도시 풍경이 꿈에도 나온다니까. 해미 가관이다, 정말. 친구 가족을 버리는 건 아니야. 해미 너 그거 합리화다. 친구 선경이랑 밤새 술을 같이 마셨어. 그때 알겠더라, 내가 걔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해미 네 말에서 논리라곤 찾아볼 수가 없네. 친구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 난 와이프를 그리워하고 걔도 날 그리워하고, 차라리 그게 제일 아름다운 형태 같아. 해미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지. 친구 왜? 사이. 해미 그건… 보고 싶지는 않겠어? 친구 보고 싶겠지. 근데… 난 알아. 그런 순간적인 마음에 휩쓸려서 얼굴 봐봤자… 할 말이 없어. 해미 그게 와이프 사랑한다는 놈이 할 소리냐. 친구 야, 원래 그럴수록 할 말이 없는 거야. 해미 진짜 너희 전부 다 이해할 수가 없다. 친구 이해를 바라진 않아. 그래서… 내 부탁은? 해미 하… 생각은 해볼게. 네가 내 남편이었으면 지구 반대편까지 가서라도 끌고 왔을 거야. 친구 다행히도 아니네. 친구, 주먹을 내민다. 친구 안 쳐? 팔 아파. 해미 나쁜 새끼. 해미, 주먹을 툭, 가져다 댄다. 친구 뭐라 생각해도 좋아. 나… 간다. 친구, 퇴장한다. 긴 침묵. 해미, 허공에 드래그한다. 해미 유성. 유성, 등장한다. 유성 어떤 생각을 했어? 해미 떠나지 않는 내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내 주위를 떠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건지 고민하게 되더라. 유성 둘 다 이상하진 않지. 해미 넌 지구에서 얼마만큼 떨어져 있어? 유성 멀리. 해미 정확히 얼마만큼. 유성 계속 이동 중이야. 너랑 말하고 있는 지금도 점점 멀어지고 있어. 해미 네가 만약 다른 세상에 있는 거라면, 나는 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유성 …. 해미 넌 있는 거야? 사이. 유성 “넌 있는 거야?” 뭔가 말이 어렵게 들리네. 해미 돌려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유성 지금 나랑 너랑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잖아. 이보다 더한 증명이 필요한가? 해미 난 네 목소리만 듣잖아. 이젠 네가 있는지 없는지도 헷갈려. 어떻게 생각해? 유성 어느 정도 공감해. 해미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봤어. 근데 내가 널 무슨 수로 이해할 수 있을까. 넌 항상 참으라는 듯이 말하잖아. 우주의 원리, 별의 규칙 같은 이상한 소리나 늘어놓고. 기억은 나? 어떤 생각이 드냐면, 넌 이제 나랑 다른 세상에 사는 존재 같아. 유성 … 그런 결론에 도달한 이유가 뭘까? 해미 뉴스나 주변 사람들 말로는, 이젠 네가 탄 우주선의 속도와 위치를 가늠할 수가 없대. 솔직히 어떤 면에선 신기하고 위대하다고도 느꼈어. 근데 이런 생각은 하게 되더라. ‘그럼 넌 다른 시공간에 있다는 건가?’ ‘하루에도 몇십 광년을 이동하는 네가, 나랑 똑같은 시간 개념을 공유한다고 말할 수 있나?’ 좀… 무서워. 사이. 유성 의외다. 지금 네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한 가설이네. 그래도 주변을 너무 믿진 마. 걔들도 잘 몰라. 본인들의 상상 밖이라고 해서 다른 세상이니 뭐니 소설 쓰는 거? 그냥 우스워. 결과만 생각해. 지금 너랑 나랑 정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거. 해미 내가 너랑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유성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마. 해미 그래! 너 말 잘했다. … 너 지금 무섭지? 사이. 해미 혹시라도 못 돌아올까 봐. 유성 재밌네. 해미 정말 미안한데… 이제 힘들어. 유성 넌 다 잘하는 애잖아. 능력도 있고. 해미 봐. 넌 나에 대해 아는 게 없어. 현실이 어떤지도 모르고. 유성 나도 가끔 현실이 버거울 때가 있어, 너만큼. 사이. 유성 그래, 네가 보기엔 내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예전의 지식으론 나처럼 우주를 여행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원래 인간이란 거 자체가 본인이 이해할 수 없으면 틀리거나 다른 존재인 걸로 규정해버리잖아. 해미 누가 그런 거 가르쳐 달래? 유성 하지만 언제까지 예전에 멈춰 있을 순 없지 않겠어? 해미 그래서 네가 뭘 찾았는데. 뭐가 보이긴 해? 유성 사실 답은 안 보여. 여긴 너무 넓고 공허하거든. 그런 막막함을 안고서라도 내가 할 일은, 뭔가를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겠지. 그리고 그 앞에 네가 있을지 내가 찾던 모래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 해미 (드래그하며) 연결 종료. 해미, 퇴장한다. 유성 그래도 딱 하나 믿어줬으면 하는 건, 내 모든 선택의 대전제는 언제나 널 포함하고 있다는 거야. 암전. 5장 일 년 후. 다시 갤러리. 해미와 선배가 마주하고 있다. 선배 그땐… 미안했다. 원래 예절을 교육한다는 게…. 해미 아, 이해합니다! 예전엔 저도 답답하게 일했는데요, 뭐. 선배 뭐… 그래. 그림은 원래 계속 그렸던 거야? 해미 아, 네. 여기서 제 그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선배 갑자기 그만두더니… 이렇게 돌아왔네. 일년 만에. 사람 인연이 참…. 유성, 등장한다. 선배 그림… 아름답더라. 우주를 가본 사람 같달까? 해미 아… 감사합니다. 선배 여기서만 전시하긴 아까워. 해미 여기도 과분해요. 선배 작가님이라 불러야 하나? 해미 부담스럽습니다. 우연히 좋은 기회를 잡은 거뿐인데요, 뭐. 선배 (사이) 괜찮으면… 오늘 밥이라도 먹을래? 해미, 유성을 보고 얼어붙는다. 선배 싫어? 해미 (사이) 사람이란 건 참 안 바뀌나 봐요. 선배 나쁜 뜻은 아니었는데. 해미 먹어요, 밥. 선배 진짜? 맛있는 거 먹자. 좋은 곳으로 알아 놓을게. 선배, 재빨리 퇴장한다. 유성, 허공에 드래그한다. 유성 해미야. 긴 사이. 유성 내가 원하던 반응이 아닌데? 방금 나간 분은… 새로운 인연인가? 해미 … 손은 왜 움직이는 거야? 유성 아직은 이게 익숙하달까? 아니! 반응이 어떻게 이래? 뭔가 드라마틱한 반응을 원했는데. 해미 그니까… 나도 내가 왜 이럴까 생각 중이야. 차분해지네. 유성 사실 나도… 엄청 고요해. 아직도 우주에 있는 것 같아. 사이. 유성 그래서 결론은! 잘 지냈어? 사이. 해미 내가 연결을 왜 끊었냐면! 유성 괜찮아. 이해해. 해미 (사이) 돌아왔네. 유성 찾았거든. 해미 아, 그… 모래? 유성 응. 해미 어땠어? 유성 반가웠지. 해미 돌아왔단 소식은 한 번도 못 들었는데, 뉴스에서도. 유성 몰래 왔어. 모래는 찾았는데, 모래의 의미를 못 찾았거든. 날 기다려준 사람들이 이해할 만한 의미. 해미 힘들겠네. 유성 힘들긴. 난 오히려 좋아. 해미 왜? 유성 신비로움. 해미 응? 유성 의미를 못 찾아야 내가 다시 우주로 가지. 해미 의미를 찾는 과정이 너한텐 의미인 건가? 유성 신비로움, 그 자체가 의미인 거지. 해미 참… 끝까지 이해를 못 하겠다. 그러면 거기 계속 있지, 왜 왔어? 유성 널 보러, 마지막으로. 사이. 유성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해미 나도 마찬가지야. 유성 이젠 네 근처를 맴돌지 않을 생각이야. 더 멀리 가게. 해미 나도 널 끌어들이지 않을 생각이야. 유성 여기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우주가 편하게 느껴질 정도야. 중력도 아직 적응이 안 돼. 땅바닥은 날 계속 끌어당기는데, 내 몸은 붕 떠서 어딘가로 날아가려고 하거든. 해미 솔직히 나도… 별자리나 행성, 이런 거 관심 없었다. 유성 알아. 그래도 막상 들으니까 섭섭하네. 해미 너도 내 그림엔 관심 없었잖아. 유성 … 들켰네. (사이) 마지막으로 우주 이야기 좀 들려주려 했는데! 해미 남자들 군대 얘기보다 재미없어. 유성 나 군대 안 갔잖아. 해미 아! 사이. 유성 … 잘 가! 해미 … 너도! 해미, 퇴장한다. 에필로그 우주로 향하는 길. 유성, 모래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꺼낸다. 유성, 허공에 드래그한다. 유성 녹음. 연결은 끊어졌지만, 마지막 편지를 남겨볼까 해. 불가능한 게 가능해질 수도 있으니까…. 너무 미련한가? 이 모래의 발견이 나한텐 생명의 탄생보다 경이로운 순간이었어. 근데 넌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뭔가 의미가 부여된다면 네가 날 기다렸던 모든 순간에도 가치가 생기는 걸까? 오히려 무의미가 너한텐 의미일 수도 있겠더라. 신비로움이 날 다시 우주로 떠나게 하는 것처럼, 이 모래의 무의미는 네가 택한 현실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줄 거야. 난 이기적이었어. 널 두고 떠난 만큼 빈손으로 돌아가기 싫었거든. 그리움을 발판 삼아 하루에도 수십 광년을 도망쳤거든. 그래도 난 다시 우주로 갈 거야. 이번에도 넌 이해하기 힘든, 목적지 없는 여행일지도 몰라. 우린 너무 다르고, 이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렸어. 다만 한 가지, 우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단 거야. 네가 나에겐 버팀목이자 동력이었던 것처럼, 나의 한 부분이 너의 작품에 아름다운 영감이 되기를 기도할게. 유성, 허공에 드래그한다. 유성 전송. 막. 1)이 작품에서 ‘드래그’는 상대방과의 정신 연결을 위한 일종의 수신호다.
  • 넷플릭스 화제 ‘돈룩업’의 실존 인물은

    넷플릭스 화제 ‘돈룩업’의 실존 인물은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명의 천문학자가 6개월 후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공멸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지만 아무도 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정치인들과 언론은 이 불편한 진실을 왜곡하고 가공해 각자의 욕망에 이용하려 할 뿐이다.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현실을 풍자한 애덤 맥케이 감독의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이 화제다. 지난 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1억 1103만 시간 재생되며 94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1위에 올랐다.블랙코미디인 돈 룩 업은 지구가 멸망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로 실존 인물을 그리지 않았다. 하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어디선가 많이 본 현실 속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인터넷 영화매체 스크린랜트(Screenrant)와 영국 연예매체 덴오브긱(Den of Geek)을 참고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실존 인물과 닮았는지 분석했다. ● 제니퍼 로렌스는 그레타 툰베리를 연기했다?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지구와 충돌할 ‘행성 침략자’ 디비아스키 행성을 처음 발견한 천문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이다. 냉소적인 성격의 디비아스키는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연상케 한다. 디비아스키는 다이어트 앱에 지구와 혜성의 충돌 시간을 입력해놓고 6개월 후면 인생이 끝장난다는 사실에 하루 5번씩 울음을 터뜨리며 괴로워한다. 인기 있는 생방송 토크쇼에 출연해 혜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지만 이를 가벼운 농담으로 다루는 진행자들에게 화를 내며 “우리 모두 100% 죽고 말 거다”라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그를 미치광이, 웃음거리로 소비할 뿐이다.디비아스키는 혜성 충돌의 진실에 관심이 없는 미국 대통령과도 설전을 벌인다. 인류를 구원할 수만 있다면 중간선거에 이길 목적으로 활용해도 좋다며 적극적으로 돕기도 한다. 그의 모습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탄소배출을 중단해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는 툰베리와 닮았다. 학교에 가는 대신 기후위기 대책을 요구하는 ‘금요결석시위’로 주목받은 툰베리는 국가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고 호소하고 탄소 감축에 무신경한 지도자들은 ‘블라 블라’ 떠들기만 한다며 냉소한다.기후위기를 부인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며 파이터의 면모도 과시했다. 기후위기를 믿지 않거나 위험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기후 회의론자들은 툰베리가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요구한다고 비판하거나 감정에 소구한다며 조롱하고 공격한다. 욕하며 비웃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대중 콘서트와 집회를 열고 연대하는 디비아스키와 툰베리는 상당히 흡사하다. ● 영락 없는 여자 트럼프, 메릴 스트립메릴 스트립은 돈 룩 업에서 미국 대통령인 재니 올린을 맡았다. 언뜻 힐러리 클린턴을 떠올리게 하지만 보다 보면 영락 없는 여자 트럼프다. 리얼리티 TV쇼의 스타로 떠올라 백악관까지 입성한 올린은 TV쇼 어프렌티스에서 “넌 해고야”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킨 트럼프에 대한 패러디다. 국가수반이지만 과학적 진실을 무시하는 그의 모습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를 연상케 한다. 중간선거 캠페인에서 야구모자를 쓰고 지지자들 앞에서 손을 흔드는 올린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쓴 트럼프와 똑 닮았다.미국의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를 꼬집는 장면도 등장한다. 부시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을지 모른다는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구실 삼아 이라크 침공을 준비한다. 2003년 3월 미군의 침공이 시작됐고 후세인 정권은 두달 만에 무너진다. 승리에 의기양양해진 부시는 전투기 조종복을 입고 항공모함인 링컨함에 내리는 등 정치 쇼를 벌인다. 그는 ‘임무 완료(mission accomplished)’라는 배너가 걸린 항모에서 종전을 선언한다. 돈 룩 업에서 올린 대통령이 항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혜성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며 비장미를 연출하는 장면과 유사하다.맥케이 감독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도 빼놓지 않았다. 대중 앞에 금연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백악관 회의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올린의 모습은 2016년 주요7개국(G7) 회담에서 담배를 들고 있는 듯한 사진이 찍힌 오바마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백악관은 오바마가 들고 있던 물건이 담배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린이 혜성을 최초 관측한 천문학자 두 사람이 미시건주립대 출신이라고 하자 하버드, 프린스턴 등 명문대에 다시 알아보라고 지시하는 것도 아이비리그 출신들을 신뢰하고 중용한 오바마에 대한 풍자로 읽힌다. ● 엄마 대통령 옆에 아들 비서실장=트럼프의 아이들올린 대통령의 아들이자 백악관 비서실장인 제이슨 올린은 트럼프의 자녀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쉬너를 한데 합친듯한 인물이다. 조나 힐이 대통령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백악관에 들어가 주요 정책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 일정을 관리하는 문고리 권력을 밉상스럽게 소화했다. 트럼프의 자녀들은 그림자 대통령, 퍼스트레이디라고 불릴 정도로 트럼프를 가깝게 보좌하며 정책 결정을 주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여행에 매료된 억만장자는 머스크? 마크 라이언스가 연기한 피터 이셔웰은 해마다 최첨단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배시(Bash)의 최고경영자(CEO)이다. 올린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대는 후원자로 혜성 폭파 계획까지 좌지우지한다. 우주여행에 빠져 민간 우주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기후위기보다는 돈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전형적인 기업인의 모습을 보인다. 2026년 화성 이주 계획을 세우고 우주 탐사에 올인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라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이셔웰이 배시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한 사람의 죽음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장면에서 지금은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를 떠올린 관객도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8년 이용자 5000여만명의 개인정보 수집해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내부 고발이 터져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 뉴욕타임스와 아침 토크쇼도 풍자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브리 에반티와 틸러 페리가 연기한 잭 브레머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토크쇼 ‘더 데일리 립’의 진행자로 등장한다. 무겁고 심각한 뉴스라도 무조건 가볍게 다루는 이들의 모습은 미국의 아침 토크쇼들을 흉내낸 것처럼 보인다. 브리 역은 MSNBC ‘모닝 조’의 여성 진행자 미카 브레진스키와 흡사하며 브레머 역은 ABC ‘굿모닝 아메리카’의 마이클 스트라한 또는 모닝 조의 조 스카버러를 본뜬 캐릭터에 가깝다.하지만 맥케이 감독은 베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언론 전반을 풍자한 것이지 특정 인물을 묘사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천문학자들의 주장을 보도하려다 철회한 매체 뉴욕 헤럴드는 뉴욕타임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시인했다. 맥케이 감독은 뉴욕타임스가 기후 회의론자인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슨을 고용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뉴욕타임스가 그를 고용한 것에 엄청난 수치심을 느낀다”며 “당신이 그 신문의 편집국장이라면 ‘우린 (기후변화 때문에) 망했다’라는 제목을 달자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美만화 지고 한드 흥하는 이유… 지나친 PC주의” 러 매체 분석

    “美만화 지고 한드 흥하는 이유… 지나친 PC주의” 러 매체 분석

    서구의 많은 독자·시청자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른’(PC주의) 미국 만화·영화를 외면하고, 대신 일본 애니메이션과 한국 드라마에 끌리고 있다는 분석을 러시아 매체가 내놨다. 러시아 관영방송 RT는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 메인에 띄운 ‘아니메와 망가가 서양을 정복한 이유’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만화 산업이 쇠퇴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과 한국 영화가 서구의 독자·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으는 이유를 분석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만화책 시장을 양분하는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가 수많은 영화·TV쇼·게임 등을 쏟아내는 동안, 정작 핵심 상품인 만화책은 품질·독자성·수익성 면에서 극적인 하락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최근의 만화책 작가들은 매력적인 줄거리, 독특한 캐릭터 대신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현상의 바탕에는 창작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 정의 검열’이 있다고 기사는 주장한다. 오늘날 미국에서 발매되는 만화책들은 오래전부터 확립돼온 등장인물을 정치적 논점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파이더맨과 스파이더걸이 친이민 집회에 참여하거나, 백인들이 ‘라틴스’(미국 내 라틴아메리카인을 지칭하는 말로 남성형 라티노나 여성형 라티나를 대체한 무성 명사)라는 용어를 학습하는 장면 등에서다.기사는 또 마블과 DC 모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패러디한 만화를 내놓고 그를 핵심 악당으로 묘사한다고 전한다. 미국 만화에서의 메시지는 이렇듯 진보좌파에 의해 독점적으로 전달되며 이로 인해 많은 독자들이 소외되고 미국 만화 배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수년에서 수십년 된 작품들이 현재에 변용되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한다고 기사는 설명한다. 넷플릭스 ‘위쳐’의 경우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파란 눈과 빨간 머리의 트리스 메리골드는 소설과 게임에서 묘사된 것과는 외적으로 완전히 동떨어진 인물이 연기한다. 반면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정치·사회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것이 기사의 주장이다. 일본 작품들 역시 이면의 정치적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이야기를 이탈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진다.예를 들어 ‘강철의 연금술사’는 작가가 홋카이도의 실향민인 아이누족으로부터 영감을 얻었지만 반드시 현실의 특정 사건과 연결짓지는 않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정치적 메시지로 인식하지 않고 작품에 공감할 수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 등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대부분은 강력한 환경론자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관객들은 그것을 반드시 현실 세계의 생태 정치로 이해하지 않고도 환상적인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도 정치적인 주제를 탐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만화나 영화와 달리 그것을 독자·시청자에게 노골적으로 설파하는 대신 맛깔나게 작품에 녹이는 방법을 택한다고 기사는 주장한다.한국의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오스카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역대 최고 시청률의 ‘오징어 게임’, 한국형 좀비 영화 ‘부산행’ 등은 한국 영화인들이 미국 영화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한국 영화들은 상당히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우선시되기 때문에 시청자의 ‘목구멍’에 정치적 선전을 밀어넣지 않아도 관객은 진정성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기사를 쓴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자 드미트리 파우크는 2021년은 엔터테인먼트에의 접근성이 유례없이 높아지면서 관객들이 ‘최종 심판’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수십억 달러짜리 영화사들이 정치적 설교를 위해 리메이크 영화를 남용하고 있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일본 고전 애니메이션 또는 한국 영화 등에서 자유롭게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글을 마쳤다. RT는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다국어 방송으로 미국과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 비중이 큰 매체로 알려져 있다.
  • 중국 ‘검은머리 외국인’ 색출…유역비‧이연걸‧공리 퇴출될까

    중국 ‘검은머리 외국인’ 색출…유역비‧이연걸‧공리 퇴출될까

    중국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와 스태프 중 외국 국적을 가진 경우 자막에 국적을 표기하는 방안을 의무화했다. 대중문화계 ‘정풍운동’(잘못된 풍조를 바로잡는 쇄신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을 버리고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한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을 잡아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중국 광전총국이 공개한 ‘드라마 제작 규범’에 따르면, 드라마 시작 또는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등장인물 소개 자막에 외국 국적 출연자나 스태프의 국적을 표기해야 한다. 특히 대만·홍콩·마카오에 적을 둘 경우에도 해당 지역을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 방송사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출연자의 국적을 표기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당국이 의무화 기준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외국 국적이나 대만 출신 연예인의 경우 중국 내 활동이 제약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중국 대중문화계 ‘정풍 운동’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을 잇달아 퇴출하며 연예계 기강을 잡아왔다. 시작은 인기배우 판빙빙이었다. 그는 지난 2018년 탈세혐의로 1400억원대 벌금을 부과받았다. 최근에는 유명배우 정솽이 고액의 출연료를 받고도 은폐했다는 혐의로 벌금 2억 9900만 위안(약 539억원)을 부과받았고, 드라마 ‘황제의 딸’, 영화 ‘적벽대전’ 등에 출연한 여배우 자오웨이도 탈세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모든 기록이 사라졌다. 연예인 뿐만 아니라 몇몇 문제가 된 인플루언서들도 줄줄이 퇴출당했다. 이번 조치는 외국 국적 연예인을 정풍운동의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중국 내에선 외국 국적을 취득한 배우들이 중국에서 활동하며 고액 출연료를 받는 것과 관련한 비판 여론이 제기돼 왔다. 특히 미국 국적을 취득한 유역비,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공리·이연걸 등 인기 배우들의 활동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세 사람은 공교롭게도 영화 ‘뮬란’에 나란히 출연, 미국 할리우드 작품에 참여한 것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밖에 장톄린, 웨이웨이, 쑨옌쯔, 대만의 왕리훙, 판웨이보, 자오유팅 등이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 당국 정풍운동 대상이 될지 주목된다.
  • 100% 행복 없어… 가혹한 진실… 암흑 속의 마지막 촛불은 ‘양심’

    100% 행복 없어… 가혹한 진실… 암흑 속의 마지막 촛불은 ‘양심’

    美이민자 운영 시설 배경방화 사건의 진상 파헤쳐선의 기반한 삶 희망 기대인생을 살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희생도 무릅쓰고자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한 헌신이 때로는 사회 정의에 반하고 진실을 감추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를 온전한 행복이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국계 미국인 작가 앤지 김(52·한국명 김수연)의 장편소설 ‘미라클 크리크’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선의에 대해 고찰한다. 변호사인 작가는 데뷔작인 이 책을 통해 지난해 미국 최고 권위의 추리문학상인 ‘에드거상’ 신인상 부문을 받았다.미국 버지니아의 작은 마을 미라클 크리크가 배경인 소설은 한국인 이민자 유씨 가족이 운영하는 고압 산소 치료시설 ‘미라클 서브마린’의 화재로 시작한다. 자폐, 뇌성마비, 불임 등을 치료하는 이 대체의학 시설은 장애 아동의 부모에겐 기적을 향한 한 줄기 희망이었지만, 어느 날 산소 탱크가 화재로 폭발하면서 치료 중이던 자폐아 헨리와 또 다른 환자 아이의 어머니 킷이 사망하고 네 명이 중상을 입는다. 화재는 담뱃불에 의한 방화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놀랍게도 죽은 헨리의 어머니 엘리자베스가 살인 용의자로 재판을 받게 된다. 엘리자베스가 방화에 사용된 것과 같은 브랜드의 담배와 성냥을 사용하고, 친구 테리사에게 “때로 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까지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과 관계된 유씨와 유씨의 딸 메리, 이웃 맷 등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진실을 고수하며 각자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모든 인물들이 방화할 수 있는 동기가 충분한 가운데 사건의 진상이 서서히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롭다. 나흘간의 살인 재판을 다룬 이 책은 법정에서 진실이 얼마나 쉽게 모습을 바꿔 가는지도 보여 준다. 무엇보다 작가는 유씨 가족을 비롯해 치료를 받던 특수 아동과 보호자들, 불임 부부의 애틋한 마음과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특수한 돌봄이 필요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삶의 고단함에 지쳐 극단적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번 거짓말을 하면 이를 지키고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인간의 습성도 적나라하게 펼쳐진다.열한 살 때 미국에 이민 와서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작가는 “책 속의 무수한 맥락들이 내 인생의 궤적과 맞닿아 있는 사적인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민자 아이들이 겪는 문화 충격과 고충을 녹여 냈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교육열로 자식의 성공을 열망하면서도 여전히 미국 사회의 이방인으로서 자괴감만 느끼는 한인 부모들의 자화상도 꼬집었다. 죄와 죄 아닌 것의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에서도 작가는 불의에 굴하지 않은 선의의 힘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지만, 모든 희망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순간에도 돋보이는 한 줄기 양심은 결국엔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이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하찮기 짝이 없는 사소한 것들 수백 개가 모여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다”(506쪽)라는 한 인물의 고백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잘못된 선택에 대한 책임은 결국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강조한다. 정의의 가혹한 본질과 인간의 나약함을 명쾌한 법정 드라마로 풀어놓은 통찰력이 날카롭다.
  • 제2의 ‘조선구마사’ 될까…‘설강화’ 지원·협찬 중단 속출 [이슈픽]

    제2의 ‘조선구마사’ 될까…‘설강화’ 지원·협찬 중단 속출 [이슈픽]

    안기부 미화 등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영 중단 요청이 쏟아진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와 관련해 제품 협찬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에 비판적인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제작 지원에 참여한 기업에 불매 운동 조짐이 보이면서 협찬사들이 ‘손절’에 나선 것이다. 3대 제작지원사 중 1곳 “자막광고 철회 요청”20일 현재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드라마 설강화 지원 회사 리스트’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이 글에는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거나 제품 협찬, 장소 협조에 참여한 업체명과 업체의 공식 소셜 계정 등이 담겨 있다. 목록에 언급된 업체들을 대상으로 일부 시청자들이 불매 운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일부 업체는 협찬 또는 제작 지원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강화’ 3대 제작지원사 중 하나인 P&J그룹 넛츠쉐이크 측은 자막 광고 철회를 선언했다. P&J그룹 정경환 대표는 이날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접한 후 방송이 나간 직후 제작사에 협찬 고지 철회 요청을 드렸고, ‘3회부터 자막 광고에서 빼주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홍보 에이전시의 소개로 ‘블랙핑크 지수, 정해인이 나오는 드라마’라며 협찬 제안을 받았다”면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홍보 효과가 좋을 거라는 말을 듣고 내용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투자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방영 전 논란에 대해선 “드라마 담당자님이 문제가 될 내용은 편집돼 심의가 통과돼 방송된다고 해서 더 자세히 체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으로 손해가 막심하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망해라’라는 글이 올라오고, 투자까지 물 건너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손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협찬사들도 잇따라 협찬 철회·사과협찬사인 떡 브랜드 ‘싸리재마을’도 19일 공식홈페이지에 ‘JTBC 드라마 설강화 소품 협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협찬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업체 측은 “작년 12월 지자체로부터 소개를 받아 연락한다는 드라마 제작 소품팀의 전화가 있었다. 그동안 한번도 협찬을 진행해본 경험이 없는 저희들은 떡 홍보가 될 거라는 단순한 기대로 협찬을 결정했다”며 “출연 배우와 제목을 들었을 뿐 어떤 내용이 제작될 거라는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설강화가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많은 분들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담당자에게 바로 협찬 철회를 요청했다”면서 “철회는 바로 적용이 되었으나 화면에 노출되는 로고는 12회까지 편집이 완료되어 바로 수정이 어렵다고 한다. 역사왜곡이 될 수도 있는 드라마 제작에 제품을 협찬한 점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패션 브랜드 ‘가니송’ 측도 “역사 왜곡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본사는 협찬 요청 당시 드라마 대본이나 시놉시스를 사전에 고지 받은 적이 없다”며 “의상팀으로부터 ‘블랙핑크 지수씨가 1980년대 인기 많은 대학생 설정으로 출연한다. 감독님 전 작품으로는 스카이캐슬이 있다’는 내용만 전달받았다. 연예인 유가협찬(비용이 발생하는 협찬)을 진행한 적이 전무하며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에게 관련 내용 삭제를 요청했다. 사전제작 드라마이다보니 제품 노출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나 최대한 노출을 막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꼼꼼한 사전조사 없이 협찬에 응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저희 쪽 불찰이다. 이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협찬을 진행하겠다”고 사과했다. 기능성차 전문 브랜드 ‘티젠’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접적인 제작 협찬이 아닌 채널에 편성된 단순 광고 노출이었으나 해당 이슈에 대해 통감하며 해당 시간대 광고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협찬사 ‘도평요’와 ‘한스전자’ 측도 “협찬사 게시 중단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가구 브랜드 ‘흥일가구’는 이미 방영 전인 지난 3월 협찬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영 중지 국민청원, 게시 첫날 20만명 동의전날 ‘설강화’의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이 올라온 당일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20일 오후 1시 30분 현재 26만 3000여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임수호와 위기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은영로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3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을 겪을 때 제작 단계에 있던 ‘설강화’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설강화’에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JTBC는 ‘설강화’가 역사 왜곡을 담지 않을 것이라며 드라마 제작과 방영을 예정대로 진행했는데, 지난 18일 첫 회가 방영된 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미 ‘드라마 곳곳에 역사 왜곡이 심어져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간첩을 쫓는 안기부의 일부 등장인물이 강직한 인물로 그려지는 데 대해 당시 독재정권의 수족 역할로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던 안기부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남파 간첩이 접촉을 시도하는 인물이 야당 대표의 측근으로 설정된 데 대해서도 민주화 진영에 북한의 남파 간첩이 침투한 것으로 묘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JTBC는 앞서 ‘설강화’는 민주화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 역시 첫 방송 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 있는데 그런 부분은 정치적이나 이념적인 것보다는 어떤 사람 자체에 대해 굉장히 깊고 밀도 있게 들여다보려고 했던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 종로, 다양한 ‘차이’ 인정… 문화다양성연극제 개최

    인권침해, 이웃 간 갈등 등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혐오와 차별을 다룬 ‘2021 종로문화다양성연극제’가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서울 종로구는 다양한 삶의 가치와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종로문화다양성연극제’를 개최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극제는 네이버TV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구는 앞서 서류 심사와 인터뷰를 통해 작품 3편을 선정했다. 선정된 작품은 ▲창작집단 상상두목 ‘굴뚝에서는 열흘 전부터 연기가 나고 있다’ ▲키르코스 ‘오이디푸스 온 더 튜브’ ▲극단 산수유 ‘종로구 창신동’이다. 특히 29~30일 중계되는 ‘종로구 창신동’은 사소한 오해로 빚어진 이웃 간 갈등을 다루고 있다. 성격과 가족관계, 생활패턴, 취향 등이 다른 등장인물들이 이웃이 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관람료는 무료다. 자세한 내용은 종로문화재단 누리집으로 문의하면 된다.
  • ‘설강화 방영 중단’ 국민청원, 첫날 20만명 동의 넘어

    ‘설강화 방영 중단’ 국민청원, 첫날 20만명 동의 넘어

    JTBC 드라마 ‘설강화’의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9일 청원 게시 당일에 답변 기준인 동의 20만명을 넘어섰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방영 전 이미 시놉시스 공개로 한차례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된 바 있으며, 2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해당 드라마의 방영 중지 청원에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설강화’는 앞서 지난 3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역사왜곡 논란 당시에도 제작 단계에서 이미 비슷한 우려가 제기돼 국민청원 동의 20만명을 넘긴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지나친 역사왜곡 등 방송의 공적책임을 저해할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번 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지난 논란) 당시 제작진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으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면서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또 “간첩인 남자주인공이 도망가며, 안기부인 서브 남주인공(장승조)이 쫓아갈 때 배경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왔다”라며 “이 노래는 민주화운동 당시 사용된 노래이며, 그런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를 연기한 사람과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드라마는 OTT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다수의 외국인에게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욱 방영을 강행해서는 안된다”라며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드라마의 방영은 당연히 중지되어야 하며,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방송계 역시 역사왜곡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원은 올라온 당일 청와대·정부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임수호와 위기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은영로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설강화’는 지난 3월 시놉시스가 일부 유출되면서 민주화 운동을 비하하고, 안기부를 미화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았다. JTBC는 앞서 두 차례 입장문을 발표해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JTBC는 ‘설강화’가 역사 왜곡을 담지 않을 것이라며 드라마 제작과 방영을 예정대로 진행했는데 지난 18일 첫 회가 방영된 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미 ‘드라마 곳곳에 역사 왜곡이 심어져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첫 회에서 여주인공인 영로(지수 분)를 비롯해 여대생들이 모여있는 호수여대 기숙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대선을 앞둔 독재정권의 정치 공작과 ‘대동강 1호’로 불리는 간첩을 쫓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민주화 투쟁과 학생운동 등 시대 배경을 반영한 모습도 그려졌다. 남자 주인공 수호(정해인)는 재독교포 출신 대학원생으로 등장해 영로와 짧은 로맨스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6개월 후 북에서 받은 임무를 수행하는 간첩 신분임이 드러났다. 안기부는 수호를 ‘대동강 1호’로 의심하고, 결국 덜미가 잡힌 수호는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호수여대에 잠입했다. 드라마는 그런 수호를 발견한 영로의 모습으로 엔딩을 맞으며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도 수호를 감싸줄 것이란 전개를 예고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간첩을 쫓는 안기부의 일부 등장인물이 강직한 인물로 그려지는 데 대해 당시 독재정권의 수족 역할로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던 안기부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남파 간첩이 접촉을 시도하는 인물이 야당 대표의 측근으로 설정된 데 대해서도 민주화 진영이 북한과 내통한 것으로 묘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확대 재생산을 막으려는 JTBC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JTBC는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네이버 콘텐츠 홈의 ‘TALK’ 창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설강화’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의 글 40여건도 비공개 처리한 상태다. 방송사가 방영 중인 드라마의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시청자들의 소통 채널을 늘리려고 애쓰는 것과 반대되는 조치인 셈이다. JTBC는 앞서 ‘설강화’는 민주화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 역시 첫 방송 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 있는데 그런 부분은 정치적이나 이념적인 것보다는 어떤 사람 자체에 대해 굉장히 깊고 밀도 있게 들여다보려고 했던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 한한령 풀어지나?...韓드라마 칼럼 포털 전면에 노출

    한한령 풀어지나?...韓드라마 칼럼 포털 전면에 노출

    중국에서 한한령 해빙 무드가 본격화된 분위기다. 중국 최대 규모 포털 사이트 바이두 연예뉴스 전면 상위에 한국 드라마를 소개하는 칼럼과 사진이 배치돼 눈길을 모았기 때문. 중국 유력매체 펑몌신원(封面新闻)은 최근 한국 tving에서 방영 중인 웹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에 출연한 여배우 3인과 캐릭터,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한 칼럼을 지난 14일 보도했다. 방영된 드라마 속 사진을 다수 배치한 해당 칼럼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출고된 지 3일째인 16일에도 여전히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 연예면 상위에 노출돼 누리꾼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는 상태다.이 매체는 지난 14일 출고한 문예평론에서 지난 2019년 한국에서 방영됐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멜로가 체질’ 등의 드라마에 이어 또 한 편의 청춘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이 방영 중이라며 한국 드라마 방영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해당 칼럼에는 ‘청춘과 여성의 삶에 주목한 드라마는 대박을 터트린 지 오래됐다’면서 ‘최근 한국에서 방영 중인 웹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에는 중국에서도 유명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출연했던 걸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와 배우 이선빈, 시크릿의 전 멤버 한선화가 출연해 술로 인연을 맺고 술을 계기로 갈등하고 화해하는 여성들의 우정을 다룬 드라마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 술과 여성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제작, 방영돼 대박을 터뜨린 사례는 극히 드물다’면서 ‘술이라는 주제와 등장인물의 독특한 캐릭터가 더해져서 <응답하라 1988>과 같은 힐링 드라마가 될지 주목할만 하다. 어떤 이야기가 참신한 캐릭터와 함께 시청자들의 관심을 계속해서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우리 모두 지켜볼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중국 내 뜨거운 관심은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국내외 연예 소식을 전하며 다수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아이디: WZ八卦小子)가 2021년 연말을 기념해 반드시 관람해야 하는 한국 드라마 9편을 소개하는 등 한국 드라마에 대한 분위기와 이전과 다르게 해빙 무드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이 유명 인플루언서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sns 채널을 통해 ‘올해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시청해야 할 한국 수작’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 △유미의 세포들 △DP △술꾼도시여자들 △낭만닥터김사부 △구미호뎐 △스위트홈 △복수대행써비스-모범택시 △결혼작사 이혼작곡 △오징어게임 등을 차례로 소개했다.특히 해당 작품들 중 후속편 제작이 예고된 ‘오징어게임’ 등 다수의 작품에 대해서도 상세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2022년 속편을 추가로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져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증폭된 상황이다’면서 ‘아직도 시즌1 작품을 시청하지 못한 시청자가 있다면, 서둘러 한국 드라마 관람을 시도해야 한다. 더 멋진 속편이 기다리고 있다’고 적었다. 이 인플루언서는 또 16일 추가 칼럼을 게재하면서 ‘꼭 봐야 할 힐링이 되는 한국 드라마 5편’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꼽은 반드시 시청해야 할 5편의 힐링 한국드라마 리스트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갯마을 차차차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나빌레라 △멜로가 체질 등이 꼽혔다. 이에 대해 현지 누리꾼들은 “칼럼에 소개한 모든 한국 드라마가 사랑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응답하라’ 시리즈의 덕선이는 한국의 정서와 중국 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을 느낀 작품이었다. 응답하라를 보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적극 추천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나 영화 대부분이 따뜻한 감성을 담아 낸 것들이 많다”면서 “얼마 전 한국인 친구가 소개한 한국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봤는데, 한 번도 안 쉬고 연달아 최종회까지 봤을 정도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한국 드라마에 대해서 어떤 편견을 가진 사람이 아직도 있다면, 일단 한 번 보고 나서 그 편견을 부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도스토옙스키를 다시 읽으며/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도스토옙스키를 다시 읽으며/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지난달 초에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컬렉션을 덜컥 구매했다. 올해가 작가가 세상에 태어난 지 20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는 점에 덧붙여 드물게도 멋진 책 장정에 내 마음이 움직였다. 내친김에 두문불출한 채 약 2주 동안 장편소설 ‘죄와벌’,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악령’을 독파했다. 앞의 두 작품은 어언 30년이 넘게 흐른 뒤에야 다시 읽은 셈이다. 20여년 전에는 미처 마치지 못했던 ‘악령’을 이번에는 드디어 완독했다. 신뢰할 만한 고전 읽기가 그러하듯이 마치 처음 접한 것처럼 여러 장면과 구절이 참으로 새롭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모든 고전이 시대적 맥락에서 재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다시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에는 지금 이 시대에 관한 예언서라 해도 무방한 생생하고 현실적인 문장이 편편이 박혀 있었다. 가령 ‘죄와벌’과 ‘까라마조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혐오’와 ‘비열’이다.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수시로 타인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며, 때로는 자신의 비열함을 문득 깨닫기도 한다. 이런 대목은 생각을 달리하는 타인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고, 대선후보들을 둘러싼 비호감이 팽배한 이즈음의 현실을 그대로 되비춘다. 자신의 삶을 엄정하게 되돌아보는 이라면 누구나 자기혐오나 자신의 비열함을 둘러싼 착잡한 마음에 빠진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치적 상황에서 자신의 비열함을 섬세하게 인식하는 사람은 정치에 발을 담그기가 쉽지 않다. 정치의 세계에서 그런 태도는 미덕이 아닐 수도 있다. 정직함 이면에 스며 있는 자신의 비열함을 인식하는 것은 문학이나 예술이 한층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할 영역에 가깝다. “우리 중에 가장 견고한 지성을 가진 사람들도 이제 와서는 어떻게 그때 그런 과오를 범했는지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다”는 ‘악령’의 구절이나 “‘사람들은 의인의 타락과 그의 수치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라는 ‘까라마조프…’의 한 대목은 우리 시대 정치적 사건과 욕망의 어떤 풍경에 그대로 부합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통찰력이 아닌가. 1866년에 발표된 ‘죄와벌’의 에필로그에는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꿈 내용이 다음과 같이 서술돼 있다. “병중에 그는 이런 꿈을 꾸었다. 전 세계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번지는 어떤 전무후무하고 무시무시한 전염병의 희생물이 돼야 할 운명에 놓여 있었다. … 어떤 새로운 섬모충이 나타났는데, 이것은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존재로 사람들의 몸속에 기생했다. … 온 마을이, 온 도시가, 모든 사람들이 감염되어서 미쳐 갔다. 모두들 불안에 빠졌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오로지 각자 자기 속에만 진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선인지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없”고 “어떤 무의미한 증오심 속에서 서로를 죽여” 가며, “저마다 자신의 생각과 대책을 제안했지만,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라스콜니코프의 꿈은 작품이 발표된 지 155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 즉 코로나19와 강고한 진영 논리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병리학적 상황과 정치·문화적 대립을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다. 이런 깊은 통찰력과 예지가 고전의 힘이 아닐까 싶다. 장구한 세월이 흐르고, 기술 문명이 발전하며, 정치·문화적 현실이 변화해도 인간을 둘러싼 근본적 욕망과 권력욕, 인간의 비열함과 고결함은 여전하다는 사실을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새삼 일깨운다. 아무리 정치의 세계가 후안무치하다 해도 조금이라도 자신의 비열함과 불안, 부족함을 인식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 고전을 읽으며 인간의 모순과 아름다움을 직시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후보를 지지하고 싶다. 마지막 청파동 통신을 쓰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 [2030 세대] 공감과 상상력/한승혜 주부

    [2030 세대] 공감과 상상력/한승혜 주부

    요즘 자주 들려오는 표현 중에 ‘라떼’라는 말이 있다. “나 때(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 훈계와 설교를 늘어놓는 사람에 대한 풍자의 의미가 담긴 신조어다. 하지만 옛날이야기를 꺼내는 행위 전반에 두루 사용되기도 한다. 그만큼 타인의 과거를 지루하고 지겹게 느끼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나 역시 군대나 학창 시절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사람, 혹은 지나간 이야기를 거듭 반복하는 사람들을 보며 왜 현재나 미래에 집중하는 대신 과거에 매달려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타인의 과거에는 무신경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과거에는 상당한 관심과 애정을 갖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기회가 될 때마다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어떤 기억에 대해 설명하려 든다. 나 또한 마찬가지. 누군가의 과거 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어 하지 않았던 반면 나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느꼈던 때가 적지 않았는데, 이것은 아마도 어떠한 ‘맥락’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현재의 자신이 과거의 어떤 순간들이 축적돼서 이루어졌음을 안다. 타인의 과거는 그저 흘러간 시간, 빛바랜 기억, 추억의 한 장일 뿐이지만 자신의 과거는 일종의 역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시점의 자신을 이해받기 위해, 자신을 입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깊은 부분을 내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를 되새기고 설명하려 드는 것 같다. 현재의 나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그런 의미에서 과거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이해받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공감 연습’의 저자인 레슬리 제이미슨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제이미슨은 공감이란 “정말 힘드셨겠어요”란 추임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과거를 상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자기 시야 너머로 끊임없이 뻗어간 맥락의 지평선을 인정하면서”,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이 어찌하여 그런 상태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상상할 때 비로소 공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를 보며 등장인물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물의 생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그가 하는 행동과 선택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반대로 말하자면 과거의 맥락을 알지 못한 채로는 타인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와 다르고, 우리는 눈앞에 있는 타인의 역사를 알지 못한다. 그가 어떤 일을 통과해 오늘에 도달했는지 우리는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는 누군가의 선택이나 행동을 쉽사리 비난하기가 어려워졌다. 내 기준에서는 불합리하거나 부당해 보이는 선택 역시 당사자의 상황에서는 최선이었을 수 있으므로. 타인은 내가 아니며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 계명대 최종렬 교수, ‘니는 내맹쿠로 살지 마래이’ 사회학 소설 펴내

    계명대 최종렬 교수, ‘니는 내맹쿠로 살지 마래이’ 사회학 소설 펴내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가 ‘니는 내 맹쿠로 살지 마래이’를 발간했다. 이 소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머니와 어머니, 딸을 등장인물로 해‘젠더’를 기저로 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사회학자 특유의 관찰자적이면서도 시집살이, 동생돌봄, 십대여공, 남편폭력, 사회적 천대와 괄시, 동거, 섹스와 자위 등의 실제 사례(현장 인터뷰)를 다양하게 변주해냄으로써 소설적 재미를 더해‘사회학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최 교수는 “소설을 통해 남녀간 젠더 갈등을 같이 고민하고, 가족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한,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딸로 이어오는 3대에 걸친 여성의 시스템 복제에 대한 연결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 ‘러브 액츄얼리’, ‘아멜리에’, ‘타짜’…추억의 히트작 재개봉 열풍

    ‘러브 액츄얼리’, ‘아멜리에’, ‘타짜’…추억의 히트작 재개봉 열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영화계가 침체되며 신작 개봉이 뜸해진 가운데 지난 히트작들의 재개봉이 계속되고 있다. 크리스마스 대표 영화로 꼽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크리스마스 성수기를 겨냥해 오는 23일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2003년 처음 개봉한 ‘러브 액츄얼리’는 크리스마스 연휴 영국 런던에 사는 다양한 커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콜린 퍼스, 휴 그랜트, 키라 나이틀리, 에마 톰슨, 리암 니슨, 앤드루 링컨 등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주목을 받았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스토리와 더불어 스케치북 고백 장면 등 다수의 명장면을 남기기도 했다. 연출은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어바웃 타임’ 등 유명 로맨스 영화를 선보인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맡았다. 프랑스 감독 장 피에르 죄네의 대표 로맨스 영화인 ‘아밀리에’도 리마스터링을 거쳐 오는 15일 재개봉한다.이 영화는 올해로 개봉 20주년을 맞았다. 2001년 개봉 당시에는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최근 재심의에서는 15세 관람가로 등급이 조정됐다. 영화 ‘아밀리에’는 동명의 여자 주인공 아밀리에가 운명적인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파리 몽마르트르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사랑스러운 주인공 아밀리에의 서사와 매력적인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로 사랑을 받았다. 한국 영화 중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타짜’도 지난 1일 15년 만에 재개봉했다. 허영만, 김세영의 만화가 원작인 이 작품은 타고난 도박사인 주인공 고니(조승우)가 타짜의 경지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실감 나는 도박 현장과 입체적인 등장인물, 극적인 서사가 특징이다. 2006년 개봉한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약 56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크게 흥행했다. 최동훈 감독을 스타 감독으로 만들어 줬으며 여러 배우들의 ‘인생 캐릭터’를 배출해낸 작품이다. 최근 15주년을 맞이해 영화 잡지 씨네21에 배우, 감독이 커버를 장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민식이 중국 배우 장바이즈와 호흡을 맞춘 멜로 영화 ‘파이란’도 개봉 20주년을 맞아 지난달 재개봉해 관객들을 찾았다.
  • [오늘마음읽기]시궁창 같은 세상, 마음 관리 어떻게 해야할까요?

    [오늘마음읽기]시궁창 같은 세상, 마음 관리 어떻게 해야할까요?

    #편집자 주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하루 마음읽기’에서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마음속 이야기를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명이 친절하게 읽어 드립니다. 열 여섯 번째 회에서는 판타지 드라마와 영화 등이 이 시대의 현실을 어떻게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가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지 정정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설명드립니다.‘현시창’의 뜻을 알고 있고, 이 조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겪는 현실을 자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시창은 ‘현실은 시궁창’의 줄임말로 각종 소셜미디어(SNS)의 댓글에서 자주 보인다. 퍽퍽한 현실 탓에 좌절하는 일이 많아진 현시대를 ‘현시창’만큼 압축적이고도, 강렬하게 표현한 단어는 없다. 현실이 나아질 기미가 없을 때 우리는 판타지를 상상하며 현실과 비교하기도 한다. 넘어진 노인을 도와줬는데, 알고 보니 재벌가 일원이어서 내게 후계자 자리를 권한다면? 골동품점에서 산 오래된 시계가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 있는 마법의 시계라면? 이처럼 실제 일어난 일과 다른 가상적 대안을 떠올리는 것을 ‘사후가정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라고 한다. 사후가정사고는 특히 부정적인 사건 겪은 뒤 흔히 나타난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자신감이 있었다면 유튜브 스타가 되었을 텐데’, ‘친구에게 그렇게 나쁜 말을 하지 않았으면 멀어지지 않았을 텐데’와 사후가정사고는 후회와 실망감 등을 동반한다. 만족스러운 선택을 했다면 후회를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사후가정사고’ 담은 우리 시대 판타지물들 판타지는 결국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 때문에 특정 시기에 드라마 등에서 유행하는 판타지 요소를 살펴보면, 그 시대 현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최근 유행해온 웹소설이나 웹툰에 자주 등장하는 판타지 요소는 뭘까. 2000년대 들어 눈에 띄는 판타지는 환생, 빙의, 회귀 장르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2008년)처럼 동시대에서 인물만 바뀌는 회귀 장르, ‘고백 부부’(2017년)처럼 인물이 과거로 시간을 거스르는 환생 장르가 큰 인기를 얻었다. 또,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년)와 ‘철인 황후’(2020년)는 주인공이 아예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차원 이동 환생 장르다. 이 드라마들은 얼핏 비슷한 판타지 요소가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마주하는 주인공의 태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아내의 유혹’의 주인공 민소희는 살해당할 뻔하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여자다. 이후 전혀 다른 인물인 척 나타나 복수를 위해 노력하고 애쓰며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노력으로 얻은 능력을 통해 자신을 죽이려 한 사람들에게 복수한다. ‘고백 부부’는 과거로 돌아가 그때 했던 결정을 바꾸기 위해 애쓴다. 후회되는 현재의 결과를 바꾸기 위한 것으로 판타지 요소가 작용한다. ‘보보경심 려’와 ‘철인 황후’는 어떨까? 이들의 공통점은 인물들이 원래 세계에서 가진 능력이 새로운 세계에서도 먹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보경심 려’의 주인공 ‘해수’는 21세기 ‘고하진’이었을 때 했던 메이크업 능력을 활용해, 10세기 고려에서 황자 ‘왕소’의 흉터를 가려준다. 이처럼?慕?유행하는 판타지는 각고의 노력 끝에 능력치를 얻는 모습이 아니라, 능력을 유지하되 환경이 달라져서 능력이 배가되는 방향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장르는 사후가정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네덜란드의 경제 심리학자 마르셀 질렌버그(Marcel Zeelenberg)는 사후가정사고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비난적 귀인을 유발한다고 했다. 쉽게 말해, 일이 잘못된 원인이 환경이나 타인보다는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했다면 ~했을 텐데’에서 ‘~’에는 보통 더 나은 가상 상황이 담긴다. 예컨대 ‘기억을 그대로 지닌 채로 다시 태어난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주식도 미리 사 놓고, 첫사랑과 헤어지지도 않을 거야’와 같이 말이다.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었던 대안적 행동이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해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자책하게 되는 것이다. ●‘…해서 다행이다’ 식의 하향적 사후가정사고가 심리 안정에 도움 사후가정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나 소설 등은 두가지 전제를 깔고 있다. 우선 ▲일을 그르친 건 내 잘못 때문이며 ▲능력은 노력을 통해 기르는 게 아니라 이미 주어진 것라는 전제다. 이 두 가정은 사실일까?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는 타임 루프(등장인물이 일정한 시간을 계속 반복해서 겪게 되는 상황)에 갇힌 주인공 ‘빌 케이지’가 등장한다. 빌 케이지는 매번 자신이 죽었던 끔찍한 날에 다시 깨어나게 된다. 그리고 미친 듯이 노력해 현실을 바꿔 나간다. 이 영화는 위 드라마들과 같은 환생 장르이지만 전혀 다른 지점이 있다. 주인공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변화를 위한 시간을 얻어내고, 많은 우연히 겹쳐 일어난 사건들을 하나씩 바꿔나간다. 빌 케이지는 한 사람의 잘못만으로 일이 잘못되지 않는다는 것과 자신의 능력을 노력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셈이다.사후가정사고에는 상향적과 하향적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상향적은 ‘…였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와 같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결과를 두고 가정하는 사고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니 후회와 회한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 반대로 하향적은 ‘내가 …해서 다행이다’ 또는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와 같이 나쁜 결과를 가정해 현 상태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으려는 사고다. 이같은 사고는 만약 그 사건이 없었다면 배우지 못했을 삶의 교훈을 깨닫게 해 인생의 의미를 찾도록 한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주인공은 하향적 사후가정을 통해 될 때까지 계속 배우고 수행해 능력을 키워나간다. 판타지는 현실을 반영해 만들어진다. 어쩌면 판타지 요소에는 사회 현실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 또한 반영돼 있는지 모른다.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향적 사후가정사고이다. 당장 당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바꾸고 싶거나 나아가고 싶은 미래는 그 능력이 아니라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필자인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광화문숲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을 맡고 있다. 현직 의사들이 직접 글을 쓰는 정신의학신문을 창간했으며 마음 아픈 사람들이 주저 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없애려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가 있다.
  • “北, ‘오징어게임’ 밀수업자 사형…구입한 학생 무기징역”

    “北, ‘오징어게임’ 밀수업자 사형…구입한 학생 무기징역”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북한에서 유통한 판매자가 사형 판결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 판매자로부터 드라마 파일을 구입해 시청한 학생들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젊은층 사이의 ‘제국주의 문화 침투’를 경고하는 노동신문 논설이 24일 나오면서 해당 외신 보도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교사도 탄광행…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소년 첫 적용”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3일 함경북도의 한 사법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주 당국이 ‘오징어 게임’ 복제본을 고등학생에게 몰래 판매한 밀수업자를 체포해 사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밀수업자는 ‘오징어 게임’ 불법복제본을 중국에서 들여와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 밀수업자에 대해 총살형이 집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주 한 고등학생이 밀수업자에게서 구매한 ‘오징어 게임’을 수업시간에 몰래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시청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고 한다. 이 친구가 다른 몇몇 학생들에게 이야기했고, 결국 관심을 갖게 된 학생들 사이에서 ‘오징어 게임’ 파일이 담긴 USB가 돌고 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밀이 새어나갔고, 제보를 받은 109상무 연합지휘부 검열에 적발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사건은 중앙에 보고됐다”면서 “USB를 구매한 학생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함께 시청한 나머지 학생들은 5년간의 노동교화형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교사와 학교 관리자도 해고된 뒤 오지의 광산으로 끌려가거나 시골로 유배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청소년이 적발된 사례다. 북한은 경제난이 가중하는 속에서 지난해 말 남측 영상물의 유포자에 사형을, 시청자에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하는 등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외부문물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이 지목하는 반동사상문화는 주로 한국이나 미국의 영화·드라마·음악 등이다. “피바람 불 것”…“부잣집 자녀는 처벌 면해” 소문도소식통은 “코로나19 여파로 국경이 폐쇄된 상황에서 어떻게 ‘오징어 게임’ 파일이 밀반입됐는지 당국이 파악할 때까지 연루된 자들을 무자비하게 조사할 예정이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곧 피바람이 불게 될 것이라는 뜻”이라며 “조사 대상자들은 파일을 어디서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추궁받을 것이며, 기나긴 조사를 통해 유통 사슬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파일을 판매하고 영상을 돌려본 이들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교 관계자까지 처벌을 받게 되면서 다른 학교 교사들도 학생 중 한명이라도 비슷한 문제에 휘말릴 경우 자신들에게도 불똥이 튈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익명의 소식통은 RFA에 “소규모라도 USB를 몰래 사고팔다가 적발되면 무자비한 처벌을 받게 돼 주민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당국의 단속이 아무리 엄중해 보여도 검거된 학생 7명 중 부유한 부모를 둔 1명이 당국에 3000달러를 뇌물로 제공해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부모가 돈과 권력이 있으면 사형선고를 받은 자녀도 석방될 수 있다며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도 전했다. 노동신문 “젊은층, 제국주의 문화 표적되고 있다”공교롭게도 2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외부문물에 호기심이 많은 젊은층이 ‘제국주의 문화 침투’의 핵심 표적이 되고 있다며 사상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설을 냈다.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 공식 통로가 아닌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외부로 전해질 때 종종 사실이 왜곡되거나 과장이 섞이곤 하는데, 이날 노동신문 논설이 RFA의 보도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논설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부로부터 변질 와해시키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은 갈수록 더욱 교활하고 악랄하게 감행되고 있다”며 “주되는 과녁은 혁명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새 세대들”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혁명대오 내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질수록 사상사업의 도수(수위)와 실효성을 부단히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그래야 청소년들이 퇴폐적인 사상문화를 배격하고 우리식 혁명적 도덕과 문화를 향유해 나갈 수 있다”며 “다른 것을 허용하게 되면 나라의 운명을 망쳐먹게 된다. 도덕적으로 부패한 나라는 붕괴되기 마련”이라고 경계했다. “오징어게임, 남한 실상 폭로”라면서도 경계 ‘모순’북한은 앞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지난달 12일 ‘오징어 게임’ 열풍을 분석한 바 있다. 메아리는 “최근 약육강식과 부정부패가 판을 치고 패륜패덕이 일상화된 남조선 사회의 실상을 폭로하는 TV극 ‘오징어 게임’이 방영돼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극단한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 만연된 남조선과 자본주의 사회 현실을 그대로 파헤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1등이 아니면 죽어야 한다는 약육강식의 경기규칙을 만들어놓고 처참한 살육이 벌어지는 경기를 오락으로 여기며 쾌락을 느끼는 부자의 형상을 통해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격분을 자아내게 한다”고 했다. 메아리의 분석대로라면 ‘오징어 게임’은 남한의 부정적 단면을 파헤친 작품이기에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에 좋은 도구가 된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이들이 처벌됐다는 RFA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메아리의 ‘오징어 게임’ 비평은 모순이 되는 셈이다.북한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 콘텐츠의 만듦새와 세계적 인기, 그리고 작품 속에 녹아든 한국의 발전된 모습과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이기 때문에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K팝을 북한 젊은이들의 복장, 헤어스타일, 언행을 타락시키는 ‘악성 암’으로 규정하거나 북한 젊은이들에게 남한 은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종종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남측 프로그램에 대한 보도를 해왔다. 지난해에도 북한을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영화 ‘백두산’ 등에 대해 “우리 공화국을 헐뜯는 내용으로 일관된 영화와 TV극”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오징어 게임’에 앞서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D.P.’에 대해서도 메아리는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폭력행위와 가혹행위로 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해 탈영한 대원들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남조선 군에 만연된 기강해이와 폭력행위, 부패상을 그대로 폭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평양 상류층, ‘오징어게임’에 푹 빠져” 앞서 RFA는 지난 15일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요즘 평양의 한다 하는(돈,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남조선(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빠져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소식통은 “큰돈을 벌겠다고 목숨을 내걸고 게임에 참여하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평양의 돈주(부자)들은 돈이 너무 많으면 비사회주의 시범 꿰미에 걸려 언제든지 처형당할 수 있는 (북한의)현실을 알면서도 돈벌이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돈주들의 처지와 같다며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드라마의 내용이 너무 끔찍한데다 등장인물 중에 탈북민도 포함되어 있어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밤에 이불 속 에서 몰래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에는 배우 정호연이 탈북민 ‘강새벽’으로 등장한다.
  • “평양서 돈·권력 있는 사람들? 모두 ‘오징어게임’에 빠져 있다”[이슈픽]

    “평양서 돈·권력 있는 사람들? 모두 ‘오징어게임’에 빠져 있다”[이슈픽]

    北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불법 유통중국 불법 복제물 밀반입탈북자 캐릭터 나와 관심 증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북한에도 불법 유통돼 인기를 끌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북한은 중국, 시리아와 함께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 정부 소속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에서 불법 복제된 ‘오징어 게임’이 북한으로 밀반입돼 평양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에서 USB, SD카드 등 메모리 저장장치로 밀반입된 ‘오징어 게임’ 영상이 북한에 유포되고 있다. 특히 평양의 부자들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평안남도의 한 주민은 RFA와 인터뷰에서 “평양에서 환전상을 하고 있는 동생 집에서 ‘오징어 게임’을 봤다. 요즘 평양에서 돈 권력 있는 사람들은 모두 빠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징어 게임이 담긴 USB나 SD카드 등이 밀무역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작은 크기의 노트텔(휴대용 영상 장비)로 몰래 시청한다”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에는 탈북자 등장인물이 포함돼 있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우 정호연이 맡은 인물 강새벽은 탈북자 출신으로 나온다. 한국에서 밑바닥 삶을 살던 중 오징어 게임에 참여해 인생 역전을 노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이 북한 주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북한매체, K시리즈? “남조선식 잡탕어” 앞서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한국 정부가 주요 정책에 코리아(Korea)를 의미하는 ‘K’를 붙여 홍보하는 것에 대해 어두운 실상은 숨기고, 없는 것을 자랑하는 행태라고 비난한 바 있다. ‘K시리즈를 논하고 싶다면’ 제목의 글에서 K시리즈에 대해 “들어보면 영어도 조선어도 아닌 괴이한 신조어들, 저들이 마치 여러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표본’이나 되는 듯 꾸며대고 있는 말 그대로 남조선식 잡탕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매체는 “더욱이 쓰겁고 역겨운 것은 정작 남조선이 ‘세계 최고’로 되는 분야는 다 빼놓은 채 미꾸라지국 먹고 용트림하는 격으로 놀아대고 있기 때문”이라며 “남조선의 정치권과 언론이 새망(경망)스럽게 ‘K시리즈’를 연발하는 것은 그들에게 사회의 부패상을 터놓을 담이나 정의감 따위는 전혀 없고 대신 없는 것을 자랑하며 명예의 신기루에라도 오르고 싶은 헛된 욕망만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월에는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두고 한국과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을 드러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채택 등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위해 외부 문물 유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과 관련 있어 보인다.잡히면 최대 사형…“北 주민 70%, 남한 드라마 본다” 북한에서는 반 사회주의 문화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에서 들여온 드라마, 영화들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겨 단속반에 걸릴 경우 최대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노동당의 동영상 강연회가 진행됐는데 영상에 나온 중앙당 간부가 주민의 70%가 남한 드라마와 영화를 본다고 말했다”는 북한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평양 사법기관 간부 “한국 문화 차단, 이미 늦었다” 한국식 말투와 글은 이미 평양 시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평양시 사법기관 간부라는 소식통은 “지난 5월 최고존엄(김정은)이 ‘이색적인 사상문화와의 투쟁을 강도 높게 벌이라’는 지시문을 하달한 뒤 사회안전부가 두 달 동안 단속을 벌여 평양시에서만 70여 명의 청소년들을 체포·구속했다”고 전했다. 당국에 붙잡힌 청년들의 혐의는 ‘언어생활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지키지 않고 반동적인 단어와 발음, 어휘, 표현을 따라하고 유포한 죄’라며 “평양시 사회안전부는 이 과정에서 남한 말과 글을 따라하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국은 지난주 평양을 비롯한 전국 각 도시에 남한 말을 따라하는 사람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라고 또 한 번 강력히 지시했다”고 덧붙였다.소식통은 “평양에서는 남한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고, 말과 글을 따라하는 유행이 젊은 층 사이에 뿌리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되며 단속이 살벌했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간부들도 먹고살기 힘들어져 뇌물을 찔러주면 무마된다. 이에 ‘오징어 게임’ 시청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국의 단속과 처벌이, 한국 문화 콘텐츠가 중국 등을 통해 흘러드는 현상까진 막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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