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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46) 새끼 반달곰의 방사 훈련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46) 새끼 반달곰의 방사 훈련

    동물원에서 살던 동물을 야생에 풀어 놓는다면 먹고살 수 있을까.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부정적인 쪽으로 기운다. 이유는 간단한데 사육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동물은 혼자 먹고살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동물원에서 오래 살고, 사람과의 관계가 좋을수록 자연에서의 생존능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동물원 출신 새끼곰의 대모험 6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선 ‘의미있는 이사(移徙)’가 감행됐다. 올 1월7일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 반달곰(♀·생후 10개월)을 지리산에 방사하는 훈련을 위해 전남 구례군 국립공원연구원 멸종위기종보존센터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그동안 러시아나 북한 등 야생에서 잡아온 새끼 곰을 자연에 풀어놓은 적은 있지만 국내 동물원에서 태어난 곰을 방사하는 일은 없었다. 사람 손을 탄 동물은 자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성공만 하면 국내 멸종위기종 복원에 동물원이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먼길 떠나는 새끼 옆엔 다행히도 어미가 동행했지만 둘의 운명은 곧 엇갈릴 예정이다. 이미 오랜기간 동물원에서 전시돼 사람에 너무 익숙해진 어미는 방사할 수 없다. 단 생식능력은 동물원에서도 손꼽히는 녀석인 만큼 다른 방사용 곰을 낳기 위해 멸종위기종센터에 남는다. 하지만 새끼는 몇 달간 관찰과 훈련기간을 거쳐 방사여부가 결정된다. 방사를 위한 테스트는 혹독하다. 우선 새끼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도토리나 으름, 다래 같은 먹이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모방하며 배울 어미가 없는 만큼 수없는 시행착오가 곧 교과서다. 물론 동물원에서처럼 풍족하게 먹을 수는 없으니 배고픔을 참는 법도 배워야 한다. 좋든 싫든 농가 옆 전기울타리를 건드리면 ‘짜르르’한 전기가 온다는 것도 경험해야 한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없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피하는 태도다. 훈련과정에서 냄새는 물론 소리까지 사람과의 접촉은 철저히 차단된다. 송동주 멸종위기종보존센터장은 “사람과의 접촉을 제한하지 않으면 방사 후 자연이 아닌 사람에게서만 먹이를 구하려 한다.”면서 “쓰레기장을 뒤지거나 등산객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곰은 이미 자연방사에 실패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방사 새끼 곰은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지만 10여개월동안 외부와 차단된 채 어미와 내실에서만 생활했다. 덕분에 사람을 보면 급히 피하는 등 새끼 동물들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내년 4월 어쩌면 새끼 곰은 동물원에서 태어났지만 자연으로 돌아가 자유를 만끽하게 되는 ‘운 좋은 놈’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미국에서 흑인 노예들이 해방됐을 때 어떤 노예들은 다시 농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자유가 주어졌지만 이를 행사할 힘도 준비도 없었기 때문이다. 새끼 곰이 훈련을 잘 이겨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새끼 곰 파이팅.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미스·해병대」선희자(宣喜子)양-5분데이트(123)

    「미스·해병대」선희자(宣喜子)양-5분데이트(123)

    서글서글하고 쾌활한 성품의「미스·해병대」선희자(宣喜子)양(22). 올 봄에 우석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발랄하고 애교넘치는 아가씨다. 해병대에 들어간지는 이제 불과 두달 남짓. 해병대 사령부 정보부에 근무하고 있다. 『직장 일이 아주 재미 있어요. 더구나 선배님들이 어찌나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 주시는지 여간 고맙지않아요』 직장에 재미를 붙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낸다고. 선덕창(宣德昌)씨(50)와 장진실(張眞實)여사(46)의 무남독녀. 취미는 그림 그리기, 책읽기, 음악듣기,「스케이팅」,등산 등 다양하다. 3개월전부터 일요화가회에 가입, 한달에 세 번 정도는「캔버스」를 메고 야외로「스케치」를 나간다. 그런가 하면 퇴근후 집에 돌아와서는 대개 책을 읽는다. 특히「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재미있게 보는 영화는「드릴」있는 첩보영화들. 성격이 발랄하고 쾌활해서 학교때는 학생회 간부를 역임하는 등 활동력이 강한 키 163cm 의「글래머」다. [선데이서울 71년 3월 14일호 제4권 10호 통권 제 127호]
  • 지리산 방사 반달곰 ‘절반의 성공’

    지리산 방사 반달곰 ‘절반의 성공’

    지난 1일 지리산에 새끼 반달가슴곰 4마리가 추가 방사됐다.2001년 4마리를 시험삼아 풀어준 이후 네번째 방사다. 그동안 풀어준 반달가슴곰은 모두 20마리. 이 가운데 11마리가 현재 활동 중이다. 나머지는 야성적응에 실패해 다시 잡아들였거나 자연 폐사했다. 다행히 두 마리가 커플을 맺은 것으로 추정돼 6년째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희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적응률이 높지 않아 종 복원 사업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한반도 반달가슴곰과 같은 혈통 러시아산 방사 이번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풀어준 반달가슴곰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연해주에서 들여왔다. 몸무게 20㎏ 안팎의 암컷 4마리와 수컷 2마리를 들여와 기생충에 감염된 2마리를 빼고 4마리를 풀어줬다. 나머지 2마리는 구충제를 먹여 기생충을 없앤 뒤 추가 방사할 예정이다. 새끼 곰들은 유전자 분석결과 한반도 곰과 같은 혈통을 가진 개체로 골랐다.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간단한 검역을 마친 뒤 곧바로 지리산 근처 자연적응훈련장에 도착했다.1주일 동안 수의사와 공단 직원들의 보살핌 속에서 깐깐한 건강검진도 받았다. 자연적응 훈련을 받는 동안 건강하고 야생성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최종 확인한 뒤 자연에 풀어줬다. 송동주 멸종위기종복원센터장은 “인간의 간섭이 적고 서식 공간이 넓은 공간, 먹이가 많은 곳을 골라 반달곰을 풀어줬다.”며 번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동안 풀어준 새끼 곰들의 적응률은 절반에 불과해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2001년 시험 방사 4마리 중 한 마리는 50일 만에 등산객들을 따라다니고 먹을 것을 얻어먹는 등 자연 적응에 실패해 산을 내려왔다. 다른 한 마리는 10개월 만에 실종됐다가 죽은 채 발견됐다. 2004년 풀어준 연해주산 6마리는 3마리가 사고를 당해 죽었고 3마리만 활동 중이다.2005년 7월에 풀어준 북한산 8마리도 2마리가 죽고 1마리는 산을 내려와 5마리만 남았다. 같은 해 놓아준 연해주산 6마리도 2마리는 죽고 한 마리는 행방이 묘연하다. ●연애 커플 추정, 이르면 내년 봄 번식 기대 방사한 지 3년 이상 지난 반달가슴곰은 사고사만 없다면 지리산 자연에 적응하고 야성으로 길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리산에 풀어준 곰 중에는 사랑의 싹을 틔우는 커플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풀어줄 때 달아준 전파 발신기를 통해 두 마리가 가깝게 지내는 것이 확인됐다. 짝짓기에 성공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공단은 이들이 겨울잠에 들어가면 부부의 연을 맺어 임신을 했는지 자세하게 관찰할 방침이다. 만약 임신이 확인되고 새끼를 무사히 분만하면 6년간 공들여온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셈이다. ●종 복원 사업 공방도 가열 낮은 적응률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계속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든다. 시민단체는 “전국 국립공원에 도로와 탐방로가 늘어나 곰 서식환경이 열악해졌고 서식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달가슴곰을 풀어주는 것은 복원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서식 환경이 양호하지 못한 탓에 곰과 사람이 충돌하는 것도 복원사업을 어렵게 한다. 벌꿀과 가축에 피해를 주는가 하면 자연 적응력이 떨어져 민가로 내려오는 바람에 다시 붙잡아 인공사육장으로 보내기도 했다. 올해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은 지리산 반달가슴곰 종 복원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안 의원은 “야생동물 복원은 단순히 개체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먹이사슬과 서식환경 등이 맞물려야 한다.”면서 “곰과 인간의 충돌을 줄여야 하는데,49%에 이르는 사유지에 대한 매입·관리계획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단 종복원센터는 그러나 생각이 다르다. 지리산은 곰이 서식하기에 좋은 지역으로 꼽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야생곰 5∼6마리가 살고 있어 추가 방사하면 자연 상태의 곰과 짝을 짓고 번식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기존 야생곰의 개체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상태로 방치하면 근친 교배로 멸종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추가 방사를 계획하고 있다. 공단은 종 복원사업은 적어도 30년 이상 길게 내다보아야 한다고 말한다.2012년까지 지리산 곰 개체수를 50마리까지 늘릴 계획이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빛의 화가’ 방혜자 재불 여류작가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빛의 화가’ 방혜자 재불 여류작가

    ‘마음을 비우고, 우주를 향해 걸어갑니다. 텅빈 가운데, 어무도 없는 어두운 길’ 빛을 좇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것도 태초의 빛이다. 어쩌면 인간은 우주의 깊디깊은 어둠에서 한 줄기의 빛에 의해 태어났을 게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동 터오르는 어느 새벽녘, 누렁이 소의 등에 편안하게 올라타고 그 빛을 향해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습을…. ●고암 이응로 선생과의 인연 1958년 어느 날이었다. 고암(顧庵) 이응로 선생이 유럽으로 떠나기 전 미술공부를 하는 여대생에게 ‘소를 끌고 가는 사람’이라는 그림을 그려줬다. 한 손으로는 고삐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채찍을 든, 아주 힘이 넘치는 그림이었다. 고암이 장래가 촉망되는 미술학도에게 소처럼 꾸준하면서도 묵묵히 그림에 정진하라는 뜻을 담았다. 얼마 후 그 여대생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국비장학생 1호’라는 명함과 함께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이곳에서 다시 고암을 만났음은 물론이다. 그로부터 1989년 고암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늘 한 가족처럼 지내며 예술적 스승으로 따랐다. 특별한 인연은 또 있다.‘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유명한 수화(樹話) 김환기(1974년 작고) 선생과도 자주 만나 미술적 영감을 얻곤 했다. 요즘들어 그의 작품세계가 수화의 후기작과 다소 연결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빛의 화가’로 잘 알려진 방혜자(71) 재불화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정열로, 앞만 보고 무던히 걸어가는 소처럼 생명의 빛을 좇는다. 올해만 해도 파리와 브뤼셀 등에서 4개월 동안 개인전을 가진 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 환기미술관(종로구 부암동)에서 ‘방혜자-빛의 숨결’이라는 제목으로 고국의 팬들을 위해 한 달반 동안 개인전을 가졌다. 한국에서의 전시는 2년만이다. 이번 전시에는 앞·뒷면을 같이 쓸 수 있는 무직천 위에 석채, 흙 등 천연 안료로 그린 ‘빛의 회화’를 선보여 관람객들을 감동시켰다. 평론가들도 “무직천의 앞과 뒷면에 천연 안료를 스며들도록 하는 기법으로 빛의 효과를 함축적이면서 극대화했다.”고 표현했다. 방 화백은 1961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뒤, 파리 국립미술학교와 파리 국립응용미술학교 등에서 벽화와 색유리화 수업을 받았다. 지금까지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무려 110여 차례에 걸쳐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다. ●후불탱화 그려 ‘빛의 구도자´로 불려 특히 그는 내면의 세계를 ‘빛’으로 표현해내는 특유의 기법으로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지에서 주목되는 현대미술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비평가 질베르 라스코는 “우주를 경탄하는 그 시선은 우리가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을 감상하도록 도모한다. 그녀는 또 우주의 아름다움, 조화, 다양함을 증언하기 위해 깨어 있다.”라고 평가했다. 시인 샤를 줄리에 등 프랑스 여러 현대 시인들과 시화집을 내며 대중적 인기까지 높였다. 그는 10년 전 빛 그림으로 파리교외의 길상사, 그리고 서울 보각사와 개화사의 후불탱화를 조성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빛의 구도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시차 내한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 요청을 했다. 약간 바쁜 모양이다. 그래서 전시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29일 경기도 광주시 영은미술관에서 만났다.10만평 부지에 지난 2000년 개관한 영은미술관은 대유문화재단에서 운영하며 다른 미술관과는 달리 작가들을 위한 창작스튜디오 공간까지 마련했다. 방 화백이 한국체류시에는 주로 여기에 머문다. 일흔 넘은 나이로는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까만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키는 작고 왜소했으며, 목소리는 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지듯 또렷하고 청아하게 들려왔다. 이런 체격으로 우주의 빛을 빚어내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방 화백은 하루 일과를 명상에서 시작한다. 정신을 집중해 내면의 빛을 찾아내는 일이고 또 작업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또한 자라면서 일제 강점기와 6·25 등 시대적 고통을 견뎌냈던 상흔 또한 ‘여정의 힘’에 큰 보탬을 주고 있을 터이다. 그의 뒤를 따라 작업실로 자리를 옮겼다. 가을 햇살이 창 너머로 스며들면서 작업의 흔적, 즉 ‘빛의 숨결’로 가득했다. 자리에 앉자 도쿄에서 전시가 있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동안 유럽 전시는 많았지만 일본 전시는 처음이라고 했다. 여러번 전시 요청도 많이 왔지만 그때마다 거절했단다. 일제 때 외삼촌과 할아버지가 심한 고문을 받았던 일, 초등학교 시절 우리 말을 썼다가 혼났던 일, 태평양 전쟁을 핑계로 온갖 훈련에 동원됐던 일 등등 당시의 악몽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제가 일생동안 가장 고심해온 것은 어떻게 하면 예술을 통해 평화에 이르는 길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죠. 세상에 환한 빛을 고루 비추는 것이지요.” ●15일부터 日서 첫 전시회 이러한 예술가적 사명이 그동안 닫혔던 문을 열게 했다. 예술의 경지에서 일본행을 결심했다는 것. 전시는 오는 15일부터 12월1일까지 도쿄시내 긴자(銀座)미술관에서 열리며 40여점이 전시된다. 그는 이어 “인간은 빛으로부터 왔고, 빛에서 살고, 빛으로 돌아가는 존재가 아니냐.”고 반문한 뒤, 빛은 생명의 원초적인 에너지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내면에 빛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 이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게 도와야 한다. 이 또한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빛과의 인연을 묻자 “어릴 적 시냇물 속 조약돌에 비친 햇빛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다. 이후 빛에 감탄하고 빛의 존재를 느끼면서 살았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특히 6·25 때 얻은 병으로 죽기 직전까지 갔을 무렵, 수덕사 노스님에게서 전해들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얘기도 자연스레 ‘빛의 숨결’의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방 화백은 시인인 외사촌 오빠(김돈식·대표시집 석화촌)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적엔 그림보다 시를 무척 좋아했다. 학창시절에는 랭보와 보들레르 같은 프랑스 시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러던 경기여고 시절 김창억 미술선생의 권유로 미술반에서 활동한 것이 계기가 되어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파리에서는 고암과 수화를 만나면서 작품세계의 깊이를 한층 더했다. “김환기 선생과는 대학시절 처음 만났고 뉴욕에서도 여러번 만났지요. 고암은 동양미술학교를 세우는 등 정말 한 세기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훌륭한 분이지요. 파리에 있을 때는 저를 친딸처럼 아껴주셨지요.” 방 화백의 화실은 파리14구역에 위치해 있다. 인근 자택에서 매일 아침 걸어서 오고간다. 남편은 프랑스 한국학연구소 교수로 있던 알렉상드로 기예모즈. 피레네 인근에 등산을 갔다가 인연이 됐다. 남편은 한국의 무속까지 연구할 만큼 방 화백보다 더 한국을 좋아한다. 슬하에 건축가인 아들과 딸(승마학교 조교)을 두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깊은 계곡, 물그림자는 신비의 누드

    깊은 계곡, 물그림자는 신비의 누드

    ‘붕괴되고 있는 계곡 그 아름다움 화폭에라도 남기겠다. 비경의 계곡들이 파괴되고 있다. 아니 이미 붕괴되었다. 도시는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살아야 하니 집을 지어야 하고 길을 내어야 하지만 깊은 산속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까지 망가뜨려야만 한다는 것은 죄악이다. 이것은 인간의 허황된 욕심이 불러오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다.’ 골수 산꾼인 배종호(裵宗鎬.58) 화백은 스스로를 ‘산과 계곡’을 그리는 화가임을 자임한다. 그렇지만 옆에서 엄밀하게 살펴보면 그는 ‘산과 계곡’이 아니라 ‘계곡과 산’을 그리는 화가다. ‘산보다는 계곡이 먼저’라는 뜻이다. 산행의 형태에 비유를 한다면 그는 ‘등정주의(登頂主義)’가 아니고 ‘등로주의(登路主義)’다. 산행길, 그의 직관에 포착된 계곡의 표정은 맑고 깨끗하고 건강했다. 화가의 길에 오르기 전 그는 대구시가지 도심의 빌딩과 상가, 소음공해 속에서 생업으로 상업미술을 했다. 이러한 환경이었기에 산과 계곡이 더욱 그리워졌을지도 모른다. 주말이면 산을 찾았고 산행길, 계곡의 물가에 앉아 때묻은 일상을 훌훌 털어 버리고 캔버스 위에 계곡의 아름다움을 담기 시작했다. 미술대학에서 정규 미술공부를 한 바가 없다.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하고 상업미술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하다가 마흔 살, 불혹의 나이가 되어 화가의 길로 뛰어 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입문한 화가의 길에는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 그 산속의 계곡들이 무궁무진 펼쳐져 있었다. 지리산을 찾았다. 지리산 북쪽자락, 경남 함양군 마천면 - 이곳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계곡, 셋 중의 한 곳인 칠선계곡이 있다.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에서 발원한 급류가 절벽을 뚫고 깊은 계곡을 이루는 곳으로 지리산 10경 중 하나로도 꼽힌다. 화백은 이 골짜기에서 한번 더 꺾인 더 깊은 광점동 계곡으로 들어가서 진을 쳤다. 그림 한 점 담아 오는데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이 때부터 그의 계곡그림산행은 이어졌다. ‘운문산학소대’에서 ‘가야산홍유계곡’으로, 또 더 멀리 ‘설악산천불동계곡’으로, 그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고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1997년, 드디어 ‘계곡의 선경’들이 담긴 그림들로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제1회 개인전 - 대동은행 본점) 이 그림들을 보고 어느 시인은 ‘계곡은 그 자체로 자연의 가장 은밀한 처소, 깊은 협곡과 맑은 물이 어우러져 빚어낸 신비로운 누드’라고 했고 ‘물은 때로 희게 부서지며 급하게 굽이쳐 흐르거나 폭포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한없이 느리게 흘러 내리다가 깊은 소(沼)를 만들기도 한다. 배화백은 이러한 계곡의 신비로운 자태를 정감어린 눈으로 어루만지며 정교한 필치로 캔버스에 옮겼다’고도 했다. 제1회 개인전에서 각계 각층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은데 힘을 얻은 배화백은 2000년 제2회, 2004년에는 제3회 개인전을 열었고 2005년에는 현대미술 체코프라하전, 한일작가 교류 아오야마 초대전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배정숙(바르나바수녀) & 배종호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 빛과 그림자’라는 주제의 이 전시회는 1956년에 문을 연 대구파티마병원 개원 50주년의 기념전이었다. 바르나바수녀는 배화백의 친누님이시고 남매전의 성격이었던 이 전시회에서 누님은 양초공예가로 양초작품을 전시했다. 네 차례의 전시회를 여는 동안 배화백은 미술평론가와 시인들 그리고 여러 언론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배종호, 그를 보면 자연이 떠오른다. 그의 손을 거치면 또 하나의 자연이 된다. 버려진 들녘의 풀 한 포기도, 이름 모를 들꽃과 산야에 나 뒹구는 돌맹이조차도, 그를 만나면 자연의 생명력을 가진다. - 정인열(매일신문정치부장) 화가 배종호는 산수(山水)의 초상화가(肖像畵家)다....늘 그의 그림 산수속에서 등산복 차림으로 불쑥 나타날 것 같은, 즉 자연의 내밀(內密)함을 매우 조심스럽게 표출하는 그에게 ‘산수의 초상화가’라는 말을 붙이는데 대하여 어느 누구도 이견(異見)이 없을 것이다. - 김태수(시인) 바위와 물의 흐름, 그리고 수면에 비친 정경 등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는 그의 필치는 범수(凡手)가 아니다…그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숨겨진 계곡을 그리러 자주 산을 오른다. 비경을 감추고 있는 그 계곡들처럼 배종호의 그림 세계 또한 신비한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는 숲으로 우거져서 우리 화단을 더욱 풍성하게 할 그날을 기다려 본다. - 박원식(미술평론가) 황금분할, 수평적 구도의 캔버스, 그 위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의상을 두르고 떠오르는 산과 계곡, 넉넉한 모성애로 그 맑은 계곡을 어루만지며 흐르는 맑은 물…, 그는 아직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원시적 살결을 지니고 있는 계곡을 편애하는 소박하고 감성적인 리어리즘 화가다. - 김선굉(시인) 찬사를 보낸 분들은 ‘아직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원시적 살결을 지니고 있는 계곡’이라는 표현들을 했지만, 막상 계곡 현장에서 배화백이 보고 있는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는데서 배화백은 가슴 아파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억만년 동안 간직되어 온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이 비극을 어떻게 막아야 하나. 그리고 화가인 자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100년, 200년 후, 후손들이 추하게 망가진 계곡만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화백의 등에는 땀이 흐른다고 했다. 그래서 산으로 계곡으로 향하는 그의 발길은 더 바빠지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살아 숨쉬고 있는 계곡의 아름다움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은 그림을 많이 남겨야겠다고 했다. 칠곡미협 회원이자 한국미술전업작가협회 회원이기도 한 배종호 화백은 대구광역시산악연맹 부회장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글 박재곤《산따라 맛따라》《이렇게 사는 인생》저자, www.sanchonmirak.com     월간 <삶과꿈> 2007.09 구독문의:02-319-3791
  • 도봉구 “멧돼지 조심하세요”

    도봉구가 최근 산에서 자주 출몰하는 ‘야생멧돼지 주의보’를 내렸다. 도봉구는 31일 ‘즐거운 산행, 야생멧돼지 조심하세요’라는 제목의 포스터와 산에서 멧돼지를 만났을 때 대응요령을 적은 주의문을 공고했다. 이 주의문에는 야생동물 보호 의식의 확산과 함께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는 번식기를 맞은 멧돼지가 가을 산행에 나선 등산객 앞에 불쑥 나타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7일 북한산에 새끼를 포함한 멧돼지 5마리가 출몰, 등산객들을 위협한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주의문은 이때 멧돼지 앞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등을 보이며 달아나지 말라고 경고했다. 멧돼지는 직감적으로 상대방이 겁을 먹은 것으로 알고 순식간에 덤빈다는 것이다. 또 돌이나 나뭇가지를 던져도 멧돼지가 위협을 느끼고 저돌적으로 공격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멧돼지와 갑자기 마주쳐도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응시하면서 천천히 뒤로 물러서야 한다. 빛나는 눈동자에 멧돼지가 겁을 먹는다는 것이다. 특히 배낭 등에 넣어둔 우산을 천천히 꺼내 멧돼지 앞에 펼치면 시력이 나쁜 멧돼지는 우산이 바위처럼 느껴져 뒤로 돌아간다는 점이 재미있다. 우산 색깔은 멧돼지가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빨간색이 더욱 좋다는 것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깔깔깔]

    ●딴 사람 없나요? 어느 목사가 혼자 등산을 하다 발을 헛디뎌 절벽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목사는 용케 손을 뻗어 절벽 중간의 소나무 가지를 움켜 쥐었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목사가 절벽 위에 대고 소리쳤다. “사람살려! 아무도 없나요?” “아들아, 염려말아라. 내가 여기에 있노라. 나는 하나님이다.”라는 대답이 위에서 들렸다. 목사가 다급하게 말했다. “저를 구해 주시면 하나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나이다.” “좋다. 그러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그 나무를 놓아라.”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걸 놓으면 저는 떨어져 죽습니다.” “아니다 아들아. 네 믿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믿음을 갖고 그 나무를 놓아라!” 잠시 침묵을 지키던 목사가 또다시 소리쳤다. “위에 하나님 말고 누구 딴사람 안 계세요?”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9) 강원도 정선 동면 북동마을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9) 강원도 정선 동면 북동마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굽이굽이 돌아가는 동강처럼 늘어지고 이어지는 아리랑 자락이 청승맞은 땅. 팍팍한 삶의 애환이 녹아, 슬프고 구성진 노랫자락이지만 이맘때 정선의 아리랑은 온 천지에 피어 있는 노란 산국처럼 향기가 난다. 외지다는 ‘아라리’의 고장 강원도 정선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동면 북동마을. 정선읍에서 동면 쪽으로 25㎞ 정도를 들어가 왼쪽의 큰 재를 넘어 숨어 있는 마을이다.20여 가구에 60여 명이 살고 있지만 집들이 워낙 떨어져 있어 몇 ㎞는 가야 한 채씩 볼 수 있다. 근처에 민둥산, 화암동굴이 유명해 등산객들이 자주 찾지만 북동마을은 까마득한 재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다. 한때 새파랗던 너른 고랭지 배추밭에는 수확이 끝나 바싹 마른 옥수숫대가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밭 한쪽에서는 6년생 황기 수확이 한창이다.13만 2000㎡(4만평)의 땅에 옥수수며 더덕 등을 키우고 있는 이장 윤창옥(54)씨.“농가 수익은 정말 보잘 것 없드래요.1년 동안 죽어라 밭농사 지어봐야 1,2천만원 버니까…. 그나마 고랭지 배추 한 번 잘못 하면 빚더미에 오르기 일쑤지요.” 배추농사는 특히 수급 예측이 어려워 수십년 농사꾼들도 위험이 크다. 때문에 수확하기까지 4∼6년 걸리더라도 안정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더덕, 황기 등 약초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북동마을 더덕과 황기는 전국 최고로 친다. 윤씨는 인터넷을 통해 인진쑥을 달여 낸 진액도 판매한다. 간(肝)에 특효라는 인진쑥은 세 가마솥 분량을 사흘 동안 끓여 내야 겨우 다섯되 정도를 얻을 수 있다. 인진쑥 진액이 좋다는 소문이 나자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 북동마을 깊숙한 골짜기 끝에는 ‘함바위골(흰 바위골)’이라 불리는 계곡이 있고 세 집이 모여 산다. 바위틈에서 나오는 일명 ‘옻물약수’로 유명한 곳이다. 옻나무 독을 치료할 만큼 효험이 좋다는 데서 유래한 것 같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 약수물은 어린이 아토피 등 피부병에 특히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퍼가는 이들이 많아졌는데 반년치 먹을 물을 떠가는 사람도 있고 물을 떠다가 파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1년을 받아놔도 물때나 이끼가 안 끼지요.10년 넘게 치마를 한번 못 입어 볼 정도로 아토피가 심했던 처녀가 이 물을 먹고 바르고 해서 병이 나았다고도 하니까요.” 창원에서 살다가 작년 4월에 함바위골로 들어온 이동환(55)씨의 자랑이다. 그는 지난해 지은 흙집을 보수하고 있었다. 여름 한낮 뙤약볕에 있다가 들어와도 시원한 흙집은 겨울에는 반대로 따뜻하다고 한다. 흙벽 두께가 40㎝나 되지만 환기성이 좋아 술 먹고 대취한 사람이 자고 일어나도 방에서 술냄새가 나지 않고 숙취도 없다고 흙집 예찬론을 편다. 마을 입구에는 전교생이 다섯명인 화동초등학교 북동분교가 있다. 교사는 두 명. 그나마 내년에 6학년 아이가 졸업하면 서로 의지해온 두 선생님 중 한 명은 다른 곳으로 떠날 처지다. 작년에 이곳에 부임한 김기동(36) 선생님은 “틀에 박힌 도시에서 살다가 이곳에 오니 여유롭고 좋지요. 이런 저런 잡무나 통제도 없어 자유롭고요.”라며 웃는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은 체조를 대신해 줄넘기를 한다. 점심시간에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각자 싸온 도시락을 한 군데 펼쳐놓고 나눠 먹는다. 가족처럼, 친구처럼 스스럼없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한낮의 짧은 햇볕에 새콤한 산골의 냉기가 조금 훈훈해진다. 점심식사 후 축구공을 차고 야구공을 주고받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산골에 메아리친다. 그들의 머리 위엔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이 그림처럼 흘러간다. 사진 글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박근혜 “무럭무럭 마음 키워 사랑에 보답”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모처럼 주말 나들이에 나섰다. 그는 27일 서청원 전 대표 지지 산악회인 ‘청산회’의 경기도 양평 용문산 등반대회에 참석했다. 서 전 대표는 경선 때 박 전 대표 캠프 상임고문을 맡았고, 경선 이후에도 박 전 대표 지지자 결집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한 어린이가 건네는 꽃다발을 받은 박 전 대표는 “이런 어린이들이 부모님이나 이웃들의 사랑을 받고 자라나듯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저도 무럭무럭 마음을 키워 여러분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축사를 통해 “경선 기간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깊이 마음 속에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날씨에 즐거운 마음으로 무사히 등산을 마치시길 바란다.”는 덕담을 잊지 않았다. 지난 9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대구·경북 경선선대위 해단식 이후 박 전 대표가 연단 위에서 연설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지만, 그는 정치적인 언사를 자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와 같은 훌륭한 지도자와 뜻을 같이 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악회 회원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서 축사를 마친 박 전 대표는 돗자리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 등산객들의 시선을 끌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길섶에서] 설악 유감/ 임병선 체육부차장

    설악에 다녀왔다. 한밤에 설악동에 들어가 주차하는데 어김없이 문화재관람료 2500원씩을 걷는다. 별을 보며 비선대 쪽으로 오르다 ‘문화재 관람을 위해’ 신흥사를 힐끗 쳐다보는데 숲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공룡능선으로 올라붙었다. 몇년 전만 해도 질척거려 궂기 짝이 없던 길에 돌을 깔고 목재데크를 설치해 길이 아주 편해졌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진 마당에 무슨 돈으로 이런 친절을 베풀까 싶기도 했고, 편해진 길이 더욱 많은 발길을 불러들여 때를 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아등바등 오른 뒤, 동해와 내설악을 시원하게 조망하는 맛도 반감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 해질 무렵, 대다수 등산객처럼 신흥사 쪽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설악동을 빠져나오기 바빴다. 그날 경북 문경 봉암사에선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는 60년 전 결사(結社)의 참뜻을 되돌아보는 법회가 열렸다. 부처님 법대로 살려면 제 손에 쥐어진 것부터 놓고 볼 일 아닌가 싶었다. 임병선 체육부차장 bsnim@seoul.co.kr
  • [데스크시각] 공직자도 춤을 추어야 한다/정기홍 지방자치부장

    공직자는 근엄해야 한다. 처신이 가벼워서는 안 된다. 분수에 맞지 않게 요란스럽지도 않아야 한다. 공직 또는 공직자를 통칭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공직자는 또한 먼저 전화를 안 하는 편이다. 세간에서 말하는 공직사회의 좋지 않은 이미지의 사례들로 보인다. 이같은 공직사회의 부정적 틀을 떨쳐내려는 행사가 지난 19일 있었다.‘지방행정혁신 경진대회’란 타이틀의 지방자치단체 행사다. 행사장인 경기 일산 킨텍스에 700여명의 관계자가 모였으니 초등학생의 학예발표회장 같은 잔치 모임이라 할 만했다. ‘상전’인 주민 고객을 어떻게 만족시키고, 업무 과정을 혁신할 것인가 등을 발표하고 고민하고, 배워가는 자리다.246개 광역·기초단체 사례 중 본선에 오른 19개가 이 자리에서 선을 보였지만 전국의 지자체 관계자가 다 모였다. 공직의 동아리, 연구모임, 포럼 등의 다양한 활동에 근거해 내놓은 작품 내용들이다. 지자체들이 준비한 이 날의 발표 사례 모두가 공직 내부에서만 나왔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벤트 회사의 조언을 받아 준비한 곳도 여럿 있다고 했다. 주목을 받은 것은 참석자들의 흥미를 끌어야만 점수를 더 받는다는 점이다. 우수 사례들이 제대로 파급되려면 쉽게 전달돼야 한다는 뜻일 게다. 충북도의 한 기초단체는 공직자들이 주민속에 들어가 ‘행정과 현장’을 성공적으로 접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공직자들은 ‘셰르파’ 역할을 자처했다. 셰르파는 등산객이 산을 오르는 데 꼭 필요한 존재이다.‘청개구리 셰르파’는 마을 주민들을 수시로 만나 마을 발전 묘책들을 숙의했다고 한다. 지금은 8개 지자체 팀과 마을이 자매결연을 하고 마을이 먹고살 것을 고민한다. 지자체의 동아리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니 보다 새로웠다. 이번 행사의 목적은 이처럼 공직의 경직성을 유연성으로 바꿔가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행정기관은 그동안 권위와 함께 도식적, 사무적인 것에 얽매여 왔던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현장이 들어설 틈이 없었다. 행사에 참가했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상을 못해 “아쉬웠다.”는 말을 몇번을 되뇌었다고 전했다. 시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갈등과 장애요인을 만지작거리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는 뜻이었다. 현장을 가슴에 넣으니 넓게 보이고 생각이 달라지더라고 했다. 현장에는 감동이 많다. 또 ‘창조적 변화와 파괴’에는 기쁨이 따른다. 그동안의 공직사회가 ‘근엄’이란 단단한 틀을 갖고 있었다면 이제는 창조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시대는, 주민은 지금 이같은 요구들을 수없이 쏟아내고 있다. 지방 행정은 주민과 동고동락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민을 편안하고, 만족케 해야 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지역의 현실과 특성을 잘 파악한 시책들이 눈길을 많이 끌었다. 광주의 한 지자체는 군부대가 나간 곳에 행정기관이 자리하고, 금융 등 비즈니스 시설이 들어서는 점을 직시, 행정·금융 합동민원실을 1년내 운영하면서 ‘비즈니스 허브’를 만들었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이는 다른 지자체 것을 단순히 옮겨놓는 기존의 틀이 깨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행정 시책은 주민이 이용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주민 고객이 감동해야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공직은 주민에게 흥이 나게 하고 여기에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 서울 강남에서 사업체를 운영 중인 40대는 최근 다음의 말을 했다.“광화문 길에서는 폼을 잡을 수 없지만, 강남 길에서는 폼 잡고 다닐 수 있다.” 웃어 넘길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공직자가 많은 광화문에는 권위적 분위기가, 벤처기업이 많은 강남에는 창의적 분위기가 있다는 뜻이다. 지자체들의 ‘창조적 혁신대회’를 달리 바라본 이유가 이 말 속에 있다. 정기홍 지방자치부장 hong@seoul.co.kr
  • 전북 임실 옥정호

    전북 임실 옥정호

    갖가지 색으로 가을이 익어갑니다. 퇴락해가는 계절의 끝자락이 어찌 이리 아름다울까요. 그런가하면 수채화처럼 담담하고 차분하게 가을을 이야기하는 것도 있습니다. 물안개지요. 낮과 밤의 기온차가 극심한 이맘때 물안개도 절정을 이룹니다. 단풍들의 현란한 색깔에 멀미가 난다면 한번쯤 물안개 피는 호숫가를 찾는 것은 어떨까요. 도시생활에 찌든 손 내밀어 호수의 촉촉한 뺨을 어루만져 보세요. 손가락을 타고 온 몸으로 자연이 퍼져감을 느끼실 겁니다. 내 몸의 수분이 물안개와 어우러지려는 게지요. 전북 임실의 옥정호는 자연이 선물한 수채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아침 햇살이 물안개와 자리바꿈할 때 쯤 옥정호는 믿기 힘든 또다른 광경을 선사합니다. 호수 가득 파란 하늘이 담기는 장관을 펼쳐 보입니다. #자연이 선물한 수채화 물안개는 물과 대기의 온도차이에 의해 생긴다. 물 위의 따뜻하고 습도높은 공기가 찬 공기와 만나면서 미세한 물방울로 응결된다. 이 물방울들이 빛에 산란되면서 하얀 구름처럼 보이는 것. 요즘처럼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 아침이 물안개를 만나기 좋은 때다. 전날 가을비가 흩뿌리고, 다음 날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지면 십중팔구 물안개가 벌이는 풍경의 축제와 만날 수 있다. 운암호, 섬진호, 갈담저수지 등으로도 불리는 옥정호는 섬진강 최상류의 호수다. 전북 임실군과 정읍시 등에 넓게 걸쳐져 있다. 면적은 26㎢ 남짓. 여느 대형 호수들처럼 넓게 펼쳐져 있지 않고, 물뱀이 유영하듯 산자락 구비구비를 에둘러 돌아간다. 옥정호가 지닌 매력의 절반은 물안개의 몫.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물길 위로 물안개가 차분히 내려 앉은 모습은 어디서고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경치좋은 곳이면 흔히 갖다 붙이는 ‘선경(仙境)’이란 단어가 상투성의 나락에서 벗어나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옥정호의 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단연 국사봉. 특히 동 트기 전에 올라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운암대교를 지나 5㎞남짓 구불구불 호반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운암면 입안리에서 국사봉 전망대 주차장과 만난다. 표지판이 없는데다 물안개에 가려져 자칫 그냥 지나기 십상.200m 아래 있는 국사봉 휴게소를 표지판 삼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새벽 6시. 등산로 초입의 주차장은 이른 시간인데도 전국 각 지의 번호판을 단 차들로 가득차 있다. 첫번째 전망 포인트는 국사봉 전망대. 주차장에서 잰 걸음으로 15분 거리다. 된비알을 쉽게 오르도록 조성해 놓은 230여개의 나무계단 끝에 송신탑이 있고, 여기서 5분 정도 더 오르면 목재로 조성된 전망대가 나온다.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지답게 새벽을 기다리는 서너명의 작가들이 진을 치고 있다. 어디서 밀려왔는지 새하얀 운무가 호수를 장악하고 있다. 산허리 골골마다 하얀 솜이 감싸안은 듯한 모습.1000m 이상의 고산준봉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이다. 내친 김에 국사봉 정상까지 올랐다. 해발 475m. 전망대에서 능선을 따라 30분 거리다. 정상에 서자 구름바다위로 방울토마토를 닮은 빠알간 해가 솟아 올랐다. 구름 아래서 주인의 아침을 깨우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구름위로는 철새 서너마리가 헤엄치듯 날아간다. 몽환적인 풍경이다.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서울에서 295㎞를 달려온 노고에 대해 넘치도록 보상을 받는 순간이다. #물안개와 함께 한 호반도로 옥정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중 하나가 호반도로. 가을바람따라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는 물안개를 보는 맛이 여간 각별하지 않다. 물안개는 아침햇살이 호수 전체에 퍼지는 오전 9시쯤이면 대부분 자취를 감춘다. 따라서 국사봉에서 장엄한 일출을 감상하고 난 다음, 곧바로 내려와 호반도로 드라이브에 나서길 권한다. 운암대교를 기준으로 강진면을 지나 태인 방향으로 가다 산내삼거리에서 산외 방향으로, 종산삼거리에서 운암 방향으로 가면 다시 운암교에 닿는다. 쉬엄쉬엄 달리면 2시간 가량 걸린다. 특히 범어리 들어가는 강변길은 반드시 가봐야 할 곳. 차 한 대 지나갈 정도로 좁고 험한 길이지만 옥정호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명경지수 같은 수면 위로 수암리와 발아산 등 시골마을이 겹쳐지며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때마침 제철을 맞은 구절초와 함께 사진을 찍어 놓으면 그대로 그림엽서가 된다. 호반도로에서 운암대교를 지나면 덕치면으로 이어지는 섬진강변길(27번 국도)과 호수를 끼고 도는 섬진댐 길(30번 국도)로 나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섬진강변길을 따라 덕치면 회문산 자락의 장산마을, 더 멀리 천담마을과 구담마을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물안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오전 10시. 구름에 가려졌던 옥정호 전경을 조망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국사봉에 올랐다. 붕어 모양의 섬(외안날)을 가운데 두고 호수의 물길과 주변 산자락들이 풍경화처럼 펼쳐져 있다. 파란 하늘과 채 걷히지 앉은 구름들이 그대로 호수에 담긴 모습이다. 아침 풍경이 담백한 수채화였다면, 이번엔 진한 색감의 유화와 마주하는 듯하다. 옥정호에서는 가을이 참 멋진 계절이다. 글 사진 임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전주나들목→17번국도 남원방향→21번국도 구이방향→광곡터널→신덕방향 우회전→749번 지방도→순창·구이·운암방향 우회전→30번국도 임실·운암방향→운암마을→순창·마암방면 우회전→새터삼거리→국사봉 전망대, 또는 호남고속도로→태인나들목→30번국도 임실·강진 방향→칠보읍내→27번국도→운암대교→운암삼거리 우회전→749번 지방도로→국사봉 전망대. # 가볼 만한 곳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이 지척이다. 관촌면 덕천리 임실 치즈마을(www.appenzell.co.kr)에서는 모차렐라 치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063)644-2008. # 잠잘 곳 운암대교 주변에 숙박업소들이 몰려 있다. 아침 일찍 국사봉에 오르려면 국사봉 산장에 묵는 것이 좋다.643-4912. # 먹거리 운암대교 오른쪽 전망 좋은 곳에 양식당들이 몰려 있다. 범어리 들어가는 길의 강나루식당은 붕어찜(1만원,2인 이상)으로 유명한 곳.221-6274. 산외한우마을에서는 질좋은 한우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임실군청(www.imsil.go.kr) 문화관광과 640-2641.
  • 「미스·을지 전화국」김정덕(金渟德)양 - 5분데이트(121)

    「미스·을지 전화국」김정덕(金渟德)양 - 5분데이트(121)

    「미스·을지 전화국」김정덕양(24)은 안내과 번호계(114)에 근무한지 만 1년 3개월째. 하루에도 4백개 이상씩 바뀌는 서울시내 전화번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해서 114교환양들에게 재빨리 제공하는 일을 맡고 있다. 똑같은 일을 매일같이 반복하기 때문에 싫증을 느끼기 쉽지만 그래도 정덕양은 일이 지리하지 않단다. 오히려 전화번호를 몰라 쩔쩔매는 이들에게 바뀐 새 번호를 빨리 알려 준다는 뿌듯한 보람에 산다고. 어려서부터 노래에 소질을 보인 그녀는 지난해 12월에 교환양들로 만 조직된「114 중창단」에 가입, 낮 점심시간과 휴게시간을 이용해서 노래연습에 바쁘다. 요즘은 TV에도 가끔 출연하는데「레퍼터리」는 각국 민요가 대부분. 『지휘자를 모실만한 예산이 없어서 순전히 우리「멤버」6명끼리 모여 연습을 하고 있어요』 훌륭한 선생님의 지도가 절실히 아쉽다고 말한다. 69년 서울 신광여고 졸업. 취미는 등산과 뜨개질. 역시 음악을 좋아해서 서울YMCA의「싱· 얼롱Y」반에서는 빠져 본 적이 없는 열성파. 요즘은「보이·프렌드」가 있어야 부끄럽지 않다는데 자기는 그럴만한 사람이 없어 무척 외롭고 쓸쓸하다고. [선데이서울 71년 2월 28일호 제4권 8호 통권 제 125호]
  • 지방 도심하천 되살아난다

    지방 도심하천 되살아난다

    서울 청계천 복원 등의 영향으로 지방의 각 자치단체도 도심 하천 살리기에 안간힘이다.18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하천의 콘크리트 옹벽을 걷어 내고 자연형으로 되돌리는 사업을 활발히 펴고 있다. 이 때문에 10여년 전만 해도 악취를 풍기던 하천의 생태환경이 서서히 되살아 나고 있다. ●악취 옛말… 수영대회 열리는 태화강 울산의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태화강은 1991년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1.7으로 심한 악취를 풍겼다. 하지만 울산시가 10여년간 강살리기 사업에 나서면서 2005년부터 수질이 상류 0.8, 하류는 2.7을 기록하는 등 1∼2급수 수준으로 맑아졌다. 한때 사라졌던 물고기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은어·참몰개·누치·버들치·꺽지 등 많은 어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 하류엔 매년 청둥오리·고니·괭이갈매기·쇠백로·가마우지 등 48종 4만 2000여마리의 철새가 날아 든다. 대숲 8만 5000㎡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고 호안도 자연형으로 바꿨다. 지금은 매년 수영대회가 열릴 정도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도심공원으로 변모했다. ●광주천 중류 2급수 수준 회복 무등산 계곡에서 발원한 광주천은 19.2㎞의 도심을 가로질러 영산강과 만난다. 그러나 수원 부족으로 상류의 평균 수심이 10㎝에 불과하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오폐수 등으로 한때 각종 부유물이 떠다니는 ‘죽은 강’이었다. 광주시는 2004∼2009년 모두 626억원을 들여 전 구간을 자연형 하천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상류인 원지교∼중류인 광천 2교 4.7㎞의 호안 콘크리트를 걷어 내고 부들 등 수생식물을 심고 억새 군락지를 조성하는 등 자연형으로 복원했다. 수질은 상류가 1급수인 1.5∼1.8으로 측정됐고, 중류는 5.2에서 3.4으로 2급수 수준으로 회복됐다. 최근부터 황조롱이·새매·말똥가리·왜가리 등 62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류 역시 줄몰개·버들치·갈겨니·잉어 등 6과 13종이 살고 있다. 요즘은 낚시꾼이 간간이 눈에 띄며, 시민들이 산책코스로 애용하고 있다. ●대전 갑천선 멸종위기 조류 다수 확인 대전에는 갑천(73.8㎞), 유등천(44.4㎞), 대전천(24㎞) 등 142.2㎞의 3대 하천이 도심을 가로지른다. 몇년 전부터 이곳에는 철새가 수천 마리씩 떼지어 찾아 오는 도래지로 변했다. 최근 3대 하천의 조류를 조사한 결과 갑천만 해도 논병아리 등 여름철새 47종 및 겨울철새 53종이 관찰됐다. 천연기념물인 원앙(327호)·황조롱이(323호)·큰고니(201호)와 말똥가리·흰목물떼새·흰꼬리수리·새홀리기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도 눈에 띈다. 신상순(33·여·대전시 동구 삼성동)씨는 “최근 흰새 등이 하천에 날아 다니면서 몇년 전까지도 삭막하던 도시가 낭만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내년 4월 말까지 3대 하천이 만나는 한밭대교 아래 물을 대천천 상류로 끌어 올려 현재 최저 5㎝인 대전천 수심을 10∼30㎝까지 높이고, 콘크리트 호안을 자연상태로 바꿀 계획이다. ●생활하수 차단·물 끌어들여 정화 대구 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 수질도 크게 개선됐다.1993년 18.2이던 BOD가 지난 7월 1.2으로 대폭 낮아졌다. 이로 인해 버들치 등 36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쇠백로 등 23종의 조류가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다. 청정수역에서만 서식하는 천년기념물 330호 수달도 확인됐다. 대구시는 1991년 ‘페놀사건’ 이후 신천으로 유입되는 모든 생활하수를 차단하는 등 수질 개선사업을 꾸준히 추진했다. 하류의 물을 도심쪽 상류로끌어 들여 유량 부족을 해소했다.2010년까지 신천의 수질을 1급수로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구 한찬규·대전 이천열·울산 강원식·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별난 일 별난 사람들] (11) ‘암벽 사나이’ FnC코오롱 원종민 차장

    [별난 일 별난 사람들] (11) ‘암벽 사나이’ FnC코오롱 원종민 차장

    FnC코오롱 스포츠마케팅팀 원종민(45) 차장은 ‘암벽의 사나이’다. 암벽을 탈 만한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그의 손이 거쳐갔다고 봐야 한다. 사람들에게 암벽타기와 등산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동안 길러낸 제자가 4000명을 헤아린다. 전문서적도 여러 권 냈다. 그의 암벽타기는 취미가 아니라 생업이다.FnC코오롱에서 만드는 등산용품을 출시 전에 테스트하고 더 나은 제품 개발의 아이디어를 찾는 일이다.1992년 입사 이후 올해로 16년째다. “등산복과 등산기구는 반드시 현장에서 써 보고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제품이 조금만 부실해도 커다란 인명사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암벽 타기에 입문한 것은 대학(동국대 산업공학과) 2학년 때였다. 처음에는 “공부나 하지 뭐하러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하느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장비를 감춰놓는 바람에 집안에서 ‘보물찾기’를 해야 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결국 부모님을 설득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철저한 안전의식이었다. 헬멧, 암벽화 등 안전장구가 없으면 절대로 등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25년 동안 암벽을 타면서 단 한 차례도 다쳐본 적이 없다. 그는 ‘코오롱 등산학교’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등산학교는 1985년 홍보 차원에서 발족됐다가 지금은 등산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등산사관학교’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서 4000명의 제자도 길러냈다. 그는 대한산악연맹의 등산교수도 겸하고 있다. 원 차장은 3년 전 히말라야 아마다블람(6812m)과 드리피카(6447m)를 등반했다.‘암벽등반의 세계’(1995년)와 ‘등산’(2001년) 등 전문서적도 냈다. 여름에는 암벽을,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폭포 빙벽을 탄다. 그는 “빙벽은 미끄러운 데다 쉽게 깨져서 더 위험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더 짜릿한 희열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동양 최대 높이인 설악산 토왕성폭포(350m)를 겨울 빙벽 등반의 으뜸으로 꼽는다. “암벽을 탈 때보다는 비행기 탈 때가 더 무서워요. 암벽에서는 내 몸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지요. 누구라도 한번 도전해 보면 보기보다는 그렇게 무섭거나 어렵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지리산 노고단 정상 외래 수종 제거

    전남 구례군 지리산 노고단 정상(해발 1507m) 일대에 심어진 외래 수종이 제거된다.17일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노고단 일원에 분포한 잣나무, 일본 잎갈나무(낙엽송) 등 외래수종 3000여그루를 제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노고단 일대 2㏊에는 1983년 인공 녹화 목적으로 잣나무와 일본 잎갈나무 등이 식재됐다. 이후 상록수인 잣나무 등이 갈수록 커지면서 주변 고유 수종인 철쭉·신갈나무 등과 잘 어울리지 않아 ‘경관 부조화’를 연출했다. 또 이들 외래수종으로 인해 고유 수종 성장이 방해돼 생태계 파괴의 우려도 제기돼 왔다. 남부사무소 관계자는 “앞으로 10년 동안 연차적으로 외래수종을 제거해, 고유 수종이 그 자리에 자연스레 복원되도록 할 것”이라며 “별도로 인공 식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고단 일대에서는 1990년대 이후 다양한 복원사업이 추진돼 왔으며 대단위 면적의 인공림을 제거하는 자연경관 복원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노고단은 연간 80여만명의 등산객이 찾는 곳으로, 복원사업 이후 자연환경 교육장으로 활용된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수원 광교산 생태통로 조성 추진

    수원 광교산 생태통로 조성 추진

    영동고속도로로 단절된 경기도 수원 광교산 산림구간에 생태통로를 건설하자며 수원시의회와 시민들이 발벗고 나섰다. 16일 수원시의회 광교산 보전을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정동근)에 따르면 지난달 23일과 지난 14일 두 차례 광교산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생태통로 설치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1만 3624명의 서명을 받았다. 광교산 특위 소속 시의원들은 이날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방문해 시민들의 서명부를 전달하며 생태공원 건설을 촉구했다. 광교산 특위가 건설하려는 생태통로는 지난 1991년 11월 4차선으로 건설된 뒤 2001년 5월 6차로로 확장되면서 광교산 자락 120m를 관통하고 있는 구간이다. 이 구간이 단절되면서 광교산 10개 등산로 가운데 가장 긴 구간인 광교헬기장∼한철약수터∼거북바위∼금당약수터∼청련암 코스 중 거북바위에서 청련암 구간이 끊겼고 동물의 이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생태계도 교란되고 있다고 광교산 특위는 주장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경남 고성 ‘엄홍길 전시관’ 27일 개관

    경남 고성 ‘엄홍길 전시관’ 27일 개관

    산악인 엄홍길(47)씨의 이름을 딴 전시관이 경남 고성에 건립됐다. 경남 고성군은 15일 거류면 송산리 거류산 자락 1만 7000여㎡에 건립된 ‘엄홍길전시관’을 오는 27일 개관한다고 밝혔다. 군은 2003년 12월 국비와 지방비 등 33억 4000여만원으로 기념관을 조성했다. 고성군 영현면이 고향인 엄씨는 지난 5월31일 히말라야 로체샤르봉(8400m) 등정에 성공,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히말라야의 8000m급 16개 봉우리를 모두 등정한 세계 최초의 산악인으로 기록됐다. 전시관은 지상 1층 면적 663.3㎡ 규모로 엄씨가 등정했던 히말라야 8000m급 고봉의 원판 사진과 당시 사용했던 텐트와 피켓, 산소 마스크 등 등산 장비 108점이 전시된다. 또 엄씨가 출연, 자신이 정복한 히말라야 16개 봉우리에 대한 설명과 등반체험을 소개하는 6분짜리 영상물도 볼 수 있다. 고성군은 2차 사업으로 전시관 부지 안에 인공 암장을 설치하기로 하고, 사업비 24억원을 내년 예산에 확보할 계획이다. 한편 경기도 의정부에도 산악인 엄홍길전시관이 있어 엄씨는 자신의 이름을 딴 2개의 전시관을 갖게 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고성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미스·로테공업(工業)」이명숙(李明淑)양-5분데이트(120)

    「미스·로테공업(工業)」이명숙(李明淑)양-5분데이트(120)

    「로테」공업의 수백명 남성 사원들 사이에 가장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가씨가 바로 「미스·로테공업」이명숙양(李明淑·22). 갸름하고 윤곽이 커서 시원스러운 현대적 미모. 거기에다 164cm의 늘씬한 키, 53kg의 몸무게를 가진 표준형 체격. 오똑한 콧날과 검고 큰 눈이 매력적이다.「타이피스트」로 근무한지 꼭 6개월째. 67년 영등포여고 졸업. 홀어머니 윤흥애여사(47)의 3남매중 맏딸. 위로 오빠 한분이 있다. 『취미요? 그림 그리기와 잡문쓰는것 정도예요』학교때 미술성적은 언제나 100점 가까이 받았다. 책읽기도 좋아해서 시 수필 「콩트」등 되는대로「끄적거려」본다고. 그녀의 글솜씨는 서울의 일간신문 몇군데에 투고해서 뽑힐 정도로 만만찮은 수준. 명숙양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취미가 등산. 일요일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서울 근교의 산을 찾는다. 결혼에 대해선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잡아떼는 모양이 귀엽고 천진스럽다. [선데이서울 71년 2월 21일호 제4권 7호 통권 제 124호]
  • 「미스·KBS」사무화(史武花)양 - 5분데이트(119)

    「미스·KBS」사무화(史武花)양 - 5분데이트(119)

    『사생활이 공개되는 건 질색이에요』 「미스·KBS」사무화양(23)은 좀처럼 말을 꺼내려 들지 않는다. 복사꽃처럼아름다운 연분홍 피부, 터질 듯 팽팽하게 탄력이 넘친다. 동그스름한 얼굴에 웃을 때마다 옴폭 파이는 보조개가 귀엽다. KBS-TV 업무과장실에 근무한지 꼭 1년째. 주로 「텔레비전」시청료 관계의 일을 맡아보고 있다. 성격이 온순해선지 말소리 조차도 낮고 조용하기만 하다. 전화를 걸 때나 받을때도 언제나 부드럽고 상냥하다. 한번도 화내본 적이 없고 얼굴을 찡그리는 법이 없다. 67년에 부산 혜화여고를 졸업.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 사덕선(史德先)씨(51)와 어머니 신영자(申英子)여사(41)의 5남매중 둘째 딸. 『남성과의 「데이트」…?』 채 묻기도 전에 얼굴을 붉히며 펄쩍 뛴다. 집에서 방송국만을 왕래할뿐 친구들과도 별로 만나는 일이 없단다. 취미는 등산과 수예. [선데이서울 71년 2월 14일호 제4권 6호 통권 제 1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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