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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한국 찾는 뮤지컬 ‘위키드’ 싱가포르 공연 미리 보니…

    5월 한국 찾는 뮤지컬 ‘위키드’ 싱가포르 공연 미리 보니…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꼭 봐야 할 작품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뮤지컬이 하나 있었다.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위키드’(Wicked·마녀)다.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초연된 ‘위키드’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영국 런던), 독일, 호주, 일본 등에서 공연되며 전 세계적으로 25억 달러(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관객이 3000만명이 넘은 화제작으로, 지금도 브로드웨이에선 당일 공연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시계와 브로드웨이의 시계가 동시에 움직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 오른 유명 뮤지컬 대부분은 한국에 소개됐다. 이점을 생각하면 ‘위키드’는 우리에게 신비감과 희소성을 지닌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다. 오는 5월 국내에서 ‘위키드’를 경험해 볼 귀한 기회가 온다. ‘위키드’의 호주 프로덕션 투어팀의 공연이 5월 31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종료일을 정하지 않는 오픈런으로 무대에 오른다. 한국 관객이 처음으로 맞게 될 ‘위키드’는 어떠할까. 서울 공연을 석 달가량 앞둔 ‘위키드’(호주 프로덕션)의 싱가포르 공연을 지난 7일 미리 맛봤다. 태어날 때부터 초록색 피부를 지닌 엘파바(왼쪽)는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악한 존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용감하다. 동물들이 말을 하고 인간처럼 전문직에 종사하는 ‘오즈의 나라’에서 엘파바는 사람과 동물 중간의 정체성을 갖고, 동물에게 강한 연대감을 느낀다. 그녀가 재학 중인 시즈 대학에서 유일한 동물 교수인 염소 ‘딜라몬드’는 마법사 여교장 ‘마담 모리블’이 ‘동물은 보는 것이지 듣는 것이 아니다.’(Animals should be seen and not heard)는 구호를 앞세워 동물의 사회적 활동을 저지하려고 하자 분노한다. 엘파바 역시 학생 가운데 유일하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고자 애쓴다. 그녀는 또한 하반신 불구로 휠체어 신세를 지는 여동생 네사로즈의 일이라면 엄마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 시대의 장녀이자, 큰 언니의 모습이다. 마치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 ‘엘 우즈’의 쌍둥이 같은 금발미녀에 인기녀인 ‘글린다’(오른쪽)는 룸메이트 엘파바를 왕따시키지만, 곧 죄책감을 느끼며 엘파바를 친구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 ‘피에로’가 어느 순간 자신보다 엘파바를 더 사랑한단 사실을 알게 되자 여자로서 엘파바를 질투하며 그녀를 곤경에 빠뜨리는 데 일조한다. ●‘오즈의 마법사’ 맛깔나게 비틀어 뮤지컬 ‘위키드’의 재미를 제대로 맛보려면, 먼저 유명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줄거리 파악이 우선이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기발한 발상으로 패러디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1995년작 소설 ‘위키드: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이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고전 ‘춘향전’의 진짜 남자 주인공은 ‘이몽룡’이 아닌 ‘방자’였다는 상상력에서부터 출발한 영화 ‘방자뎐’처럼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180도 뒤집어 두 마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관객은 두 작품을 비교하며 즐길 수 있다. 패러디 된 부분과 반전,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로시가 물을 뿌려 없애버린 초록색의 사악한 마녀가 실은 나쁜 짓을 저지른 오즈의 마법사에 맞서 싸운 ‘정의로운 마녀’였고, 도로시에게 도움을 준 착한 마녀 글린다는 알고 보면 철없는 공주병 환자에다 남자 때문에 친구를 배신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추녀 엘파바와 미녀 글린다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선과 악을 구분할 때 선입견은 없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능을 얻고 싶어 하는 허수아비와 심장을 원하는 양철 나무꾼,겁쟁이 사자의 탄생 비화가 밝혀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두 마녀의 우정과 인생 여정은 판타지를 뛰어넘어 친구 간의 우정과 사랑, 질투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적절히 잘 표현하였다. 또 곳곳에 코미디 요소가 스며들어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관객 홀리는 무대… 귀에 맴도는 멜로디 투어팀의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 무대 세트의 정교함, 조명의 환상적인 효과가 살아 있는 판타지 무대 연출 등이었다. 글린다 역의 수지 메이더스와 엘파바 역의 젬마 릭스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청아했으며 매력적이었다. 그녀들은 시쳇말로 ‘미친 가창력’을 뽐내며 관객의 집중력을 높였다. 무대 장치는 여느 작품에서와 달리 극장 천장까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판타지 세계 ‘오즈’를 맛깔나게 표현하였다. 원작 소설 속에서 엘파바의 아버지 프렉스가 엘파바 출생 당일 모욕을 겪게 되는 ‘타임 드래건’의 형상도 꽤 비중 있게 표현했다. 노래의 선율도 좋았다. 글린다가 엘파바를 메이크오버시켜 줄 때 나오는 ‘파퓰러’(Popular)를 비롯해 엘파바가 온 힘을 다해 마법사와 싸우겠다고 약속하며 부르는 ‘디파잉 그래버티’(Defying Gravity) 등은 한참 동안 멜로디가 귀에 맴돌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북미의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뒤집어본 ‘위키드’는 마법사의 이야기인 데다, 소녀감성이 진하게 묻어난다는 점에서 한국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인 데다 한국에 처음 들어오기에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데 충분한 메리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드라마와 판타지 영화 및 소설을 동시에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이다. 싱가포르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뮤지컬 ‘위키드’ 5월 31일부터 오픈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5만~16만원. 1577-3363. 티켓 예매는 오는 28일부터.
  • ‘청소 셔틀’ 강요·폭행 중학생 입건

    후배들을 집으로 불러 화장실 청소 등 이른바 ‘청소 셔틀’을 시키고, 말을 안 듣는다며 때린 중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9일 중학생 박모(15)군을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군은 지난달 13일 친구 김모(16)군의 집 청소를 하라는 지시를 후배 박모(14)군이 따르지 않자 종로구 숭인동의 한 PC방으로 찾아가 박군의 뺨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서울 도봉경찰서는 같은 학교 동급생에게 ‘전단지 셔틀’을 강요하고 돈을 뺏은 윤모(15)군 등 11명을 공동공갈 등의 혐의로 이날 불구속 입건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중견 탤런트서 경기민요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 변신 양금석

    [김문이 만난사람] 중견 탤런트서 경기민요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 변신 양금석

    국민성과 민족성이 담겨 있다. 어버이에서 자식으로, 다시 손자로 이어진다. 대체로 악보는 없다. 노동과 상여 등 일상의 사설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가락이 향토적이고 소박하다. 하여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다. 문제 1 경기민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답 서울, 경기도, 충청도 등 중부 지역의 민요다. 노랫가락, 경복궁타령, 방아타령, 한강수타령, 창부타령, 청춘가, 양산도, 닐리리야, 노들강변, 태평가 등이 있다. 흥겹고 경쾌한 맛을 풍기며 부드럽고 유창하다. 문제 2 그렇다면 서도민요는? 답 평안도, 황해도 주변 지역에서 불리는 민요다. 황해도의 산염불, 난봉가, 몽금포타령, 해주아리랑과 평안도의 긴아리, 배따라기, 수심가 등이 서도민요에 속한다. 문제 3 남도민요는? 답 전라도, 충청도 남부, 경상도 서남부 지역에서 불리는 민요다. 육자배기, 농부가, 진도아리랑, 화초사거리, 보렴, 새타령, 흥타령, 개고리타령 등이 있다. 문제 4 한 가지 더, 제주도민요는? 답 당연히 제주도 지역에서 불리는 민요다. 오돌또기, 이야홍, 이어도사나 등이 제주도민요에 속한다. 중견 탤런트 양금석씨는 요즘 팔도 민요에 푹 빠졌다. 경기민요는 물론 서도민요, 남도민요, 제주민요까지 열심히 익히고 닦고 있다. 특히 경기민요는 이춘희(중요무형문화재 57호) 선생의 이수자로 인정받을 만큼 전문 소리꾼에 버금가는 실력까지 갖췄다. 연극배우에서 탤런트, 영화배우, 그리고 가수에 이어 우리 전통 민요를 부르는 소리꾼까지 폭넓은 인생을 살고 있다. 특별히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민요가 좋아서 소리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래도 까닭이 있을 터.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찻집에서 양씨를 만났다. 청바지에 검은 재킷 차림이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보인다고 하자 “정말요?” 하며 미소짓는다. 평소 옷차림에 대해 물었더니 “가꾸고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잠시 그의 연기 이력을 생각했다. 1981년 연극배우로 발을 들여놓았으니 올해로 31년 세월을 맞는 셈이다. 1989년 서울연극제 신인상을 받으면서 TV드라마에 출연해 특유의 카리스마를 갖춘 연기자로 이름을 알렸다. 지금까지 드라마 50여편, 영화 5편 등에 출연했다. 특히 1997년에는 신곡 5곡을 포함한 첫 음반을 내면서 숨어 있던 노래 실력까지 드러냈다. 최근에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경기민요 이수자로 소개돼 주목을 끌었다. 사실 양씨는 그동안 개인 발표회만 세 차례나 했을 정도로 프로 못지않은 소리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스승인 이춘희 선생은 “재주가 남다르다. 얼마든지 무대에 서도 하자가 없다. 숨은 실력을 가지고 있고, 본인이 하기에 따라 더 많이 발전할 것이다. 충분히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양씨는 “요즘 (스승님을) 뵙지도 못했는데….”라며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어떤 계기로 민요를 배웠는지 궁금증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습니다. 안비취(1926~1997) 선생이 TV에 나와 경기민요 부르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가톨릭 집안인 데다 보수적인 분위기여서 선뜻 소리하고 싶다는 말을 못 꺼냈습니다. 그러던 1997년 김성녀씨와 연극 공연을 같이 할 때 분장실에서 소리하고 싶다는 말을 했더니 그 자리에서 경기민요를 권하더군요. 그래서 무작정 이춘희 선생한테 찾아가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3개월 동안 열심히 배우다가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에 출연하면서 잠시 멈췄다. 이때 그는 삼류 가수 역할을 맡았고 드라마가 끝날 무렵 가수 설운도씨가 작사, 작곡한 ‘파랑새’ 등이 포함된 ‘메모리’라는 제목의 음반을 냈다. 이 가운데 ‘남자의 향기’와 ‘파랑새’는 지금도 노래방에서 불리고 있다. 양씨는 음반을 낸 후 드라마 출연으로 바쁘게 지내다가 2005년 다시 경기민요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그때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였고 어떤 돌파구가 필요했다. 소리가 다시 생각났다.”면서 “잠잘 때에도 민요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술회했다. 하루 5~6시간씩 꼼짝하지 않고 앉아 소리하는 재미에 푹 빠졌던 것이다. “소리를 하다 보니 저절로 책임감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아마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소리는 끝이 없습니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새로움을 느끼고 점점 몰입을 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하나둘씩 찾아가는 재미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눈뜨면 제가 부른 민요를 듣고, 운전할 때도 듣고, 저녁에 잠잘 때도 귀에 (녹음기를) 틀어놓곤 했지요.” 그러던 2009년 10월 서울 중구 남산국악당에서 처음으로 개인 발표회를 했다. 1시간 30분 이상 경기민요 위주로 꾸며졌던 무대는 당초 걱정했던 것보다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듬해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경기민요 12잡가 중 6잡가를 발표하는 무대를 가졌고, 다시 5개월 뒤 남산국악당에서 경기민요와 서도소리를 혼합한 개인 발표회를 열면서 소리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서도소리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명창 김광숙 선생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는 어떤 것이었을까. 잠시 망설이더니 “살다 보니 종합적으로 삶의 무게가 무거웠다. 연기를 하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그런 것이 있었는데 소리를 찾고 무대에 서다 보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리가 좋다. 경기민요가 내게 맞는 것 같다. 귀가 밝은 편이고 다른 사람보다 (소리 배우는 것이) 빠르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웃는다. 개인 발표회뿐만 아니라 KBS 인기 프로그램 ‘열린음악회’ ‘가요무대’ ‘국악 한마당’ 등에도 출연할 만큼 그를 부르는 곳도 점점 많아졌다. “경기민요는 화려하고 경쾌합니다. 반면 서도소리는 내면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지요. (서도소리는) 경기민요처럼 대중성은 없지만 깊은 맛이 있습니다. 서도소리의 예술성과 경기민요의 대중성이 합쳐지면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지요.” 소리의 매력을 흠뻑 느낀 그는 내친김에 요즘 남도민요와 제주민요까지 익히고 있다. 말 그대로 팔도 민요를 섭렵하는 셈이다. 이 정도면 제자는 없을까. 양씨는 웃으면서 “아직도 배우는 입장인데요, 뭐.”라고 하더니 “드라마 ‘산 넘어 남촌에는’에서 마을 이장으로 나오는 황범식씨가 소리에 관심이 많아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을 부른 녹음테이프를 선물했더니 계속 그것만 듣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수준, 그러니까 소리 공부를 80%까지 했다고 생각될 때 음반도 내고 공연도 계속하고 그럴 계획입니다. 상업 목적이 아니라 공부의 한 차원으로, 흉보지 않을 사람들만 초청하는 그런 무대이지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연기로 버는 돈을 몽땅 소리에 투자하고 있지요(웃음).” 양씨는 민요를 하면서 북을 동시에 배웠다. 처음에는 승무북을, 지금은 삼고북을 익히고 있다. 고요한 승무북과 역동적인 삼고북을 느끼면서 또 다른 국악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올 연말 공연에서는 북춤까지 곁들여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벌써 연기 생활한 지 31년이 됐네요. 연기와 소리 모두 힘든 일이긴 하지만 소리 한 곡엔 책 한 권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무척 재미있습니다. 또 소리를 하다 보면 저 자신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고나 할까요. 소리를 안 했으면 아마 그림을 했을 겁니다. 언젠가는 그럴지도 모르지요.” 연기하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KBS 사극 ‘대조영’의 측천무후 역할”이라고 말했다. 내성적인 성격인 데다 자신의 카리스마를 잘 담아내서 그런 것 같다고 해석했다. 연기자가 꿈이었냐고 묻자 “어렸을 때는 영화배우가 멋있었다. 영화배우랑 결혼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이보다 젊어지는 비결에 대해서는 “가끔 청계산 등산을 하고 복식호흡 하는 것 외에 별다른 운동은 안 한다.”고 했다. 신상에 대해 얘기가 나온 김에 인생의 동반자는 언제쯤 찾게 될 것인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연스럽게 운명적으로 다가오면 좋은 인연이 되지 않겠습니까. 저도 나이가 있는 만큼 멀리 있지 말고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네요(웃음). 이상형이라고 굳이 얘기하자면 존경할 만한 사람, 그리고 저를 지켜봐주고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면 되겠지요. 지성과 야성, 유머를 갖춘 사람이면 더 좋겠죠. 주변에서 가끔 소개를 받고 그러긴 하는데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소리에 관심이 있었고, 내가 알고 있는 소리의 세계에 어느 정도 근접했을 때 그걸 알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전달해주고 싶다.”며 후배 양성에 대한 관심을 내비쳤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양금석은 충남 아산에서 1961년 태어났다. 영화배우와 가수의 꿈을 갖고 자라 1981년 연극계에 입문했고 1989년 서울연극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1991년 SBS 드라마 ‘마늘’을 통해 탤런트로 데뷔했다. 그러는 한편 다수의 연극에 출연하며 연기의 깊이를 쌓았다. 특히 1995년 출연한 뮤지컬 ‘넌센스’는 장기간 흥행 기록을 세웠다. 1990년대 후반 들어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고, KBS연기대상을 수상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인정받았다. 1998년 KBS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에서 밤무대 가수로 출연해 평범하지 않은 노래 실력을 자랑했고 드라마가 끝날 무렵 음반을 발표하며 가수 활동까지 했다. 이후 드라마 ‘금쪽같은 내 새끼’와 ‘대조영’ ‘너는 내 운명’ 등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농촌드라마 ‘산 너머 남촌에는’에서 자신의 일보다 집안을 더 많이 생각하는 며느리 역할을 맡아 인기를 끌었다.
  • 지자체 너도나도 ‘서울 장학숙’

    지자체 너도나도 ‘서울 장학숙’

    자치단체들이 수도권에 ‘장학숙’을 건립하는 붐이 일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광역단체들이 향토인재 육성 차원에서 서울에 장학숙을 건립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기초단체까지 가세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장학숙은 시설과 환경이 좋을 뿐 아니라 이용료(월 15만원 안팎)가 하숙비보다 훨씨 저렴해 인기가 높다. 경쟁률이 치열해 성적과 학부모의 경제적 능력을 감안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입사할 수 있다. ●장학숙에 입사하면 효자 자치단체의 서울 장학숙은 강원도가 설립한 ‘강원학사’가 효시다. 1974년 서울 관악구 신림3동에 건립돼 37년째 운영되고 있다. 식당, 체력단련실, 도서실, 농구장, 세탁실 등을 갖추고 있다. 대학 기숙사 이상으로 규율이 엄격하다. 수용인원은 265명으로 그동안 3000여명이 강원학사를 이용했다. 월 이용료는 3끼 식사비를 포함해 15만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서울지역 하숙비가 평균 50만원 선이고 대학가 원룸은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 50만원 정도를 내야 해 강원학사에 입사하는 것만으로도 효자 소리를 듣는다. 선발방식은 학부모 경제수준(저소득 우선), 성적(수능·내신)을 종합해 평가한다. 부모가 강원도 내 7년 이상 거주하고 학생은 초·중·고 가운데 2개 단계 이상 학교를 강원도에서 나와야 한다. 경기도의 경우 오는 3월 신학기를 앞두고 160명의 신입생을 모집 중인데 1200여명이 몰려 7.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군별로 나눠 배정하면서 경쟁이 뜨겁다. 수원의 경우, 4명 모집에 129명이 지원한 상태다. ●4~5개 기초단체 공동학사 운영도 지역 주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광역 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초 지자체도 장학숙 건립에 뛰어들었다. 광역 지자체에서는 강원 외에 경기, 전남, 전북, 충북, 제주도가 장학숙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 구례군, 전북 전주시, 충북 제천시 등 기초단체들도 장학숙을 운영 중이다. 전북 고창군의 장학숙은 관악구 남현동에 60명 수용 규모로 이달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정읍시도 성동구 마장동에 80명을 수용하는 ‘대학생공동학사’를 2014년 완공할 예정이다. 서울시 성동구가 부지를 제공하고 정읍시 등 전국 4~5개 자치단체가 건립비를 공동 부담해 30년간 공동 이용하는 방식이다. 남원시도 성북구 보문동에 애향장학숙을 건립하기 위해 2009년 33억원을 들여 토지 966㎡를 매입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입사하는 장학숙은 향토인재 배출의 전당으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전북장학숙의 경우 개관 이후 각종 고시합격생 150명을 배출했다. 현재까지 사법고시 76명, 행정고시 32명, 입법고시 2명, 회계사 40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고시합격생들이 많이 나오자 전북장학숙은 고시준비생들을 위한 특별시설인 ‘청운관’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종합·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용어 클릭] ●장학숙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지역 출신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자치단체가 예산을 투입해 건립한 기숙사다. 숙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학업과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서실, 운동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 “정책연대로 정권교체 꿈꾼다, 렌고처럼”

    “정책연대로 정권교체 꿈꾼다, 렌고처럼”

    “한국노총을 한국의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 총연합회)로 만들겠습니다. 렌고는 일본 민주당과의 정책 연대를 통해 54년 만의 정권교체에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노동계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힘을 다하겠습니다.” 노동계의 정치세력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이용득(60) 한국노총 위원장을 7일 서울 여의도 노총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달 초 가벼운 뇌경색 증세로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했지만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실려 있었다. 지난달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를 성사시킨 뒤 현재 당 최고위원을 겸하고 있는 그는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략적 차원에서 민주통합당과 연대를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무위원회나 대의원회의에 15%까지 진출할수 있는 지분을 활용해 정책 입안 단계부터 우리의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노조 정치세력화 일반화 →노동계가 정치세력화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용자들과 싸워서 물적 배분만 요구할 게 아니다. 보다 큰 차원의 복지가 정치권과 정부의 전유물은 아니다. 영국 노동당의 구호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당시 영국 노총의 요구 사항이었다. 노동조합은 임금투쟁만 하는 조직이 아니다. 정책 자체에 노조의 영향력을 행사해 노동자의 권리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계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에 불안한 시각도 있는데. -정부와 재계에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경제발전 수준에 비춰 노동과 정치의 직접적인 결합이 늦은 편이다. 선진 외국들은 다 노조와 기존 정당이 밀접한 관계다. 한마디로 노동의 세력화가 이뤄진 것이다. 110년 전에 영국노총(TUC)이 노동당을 만든 전례가 있다. 북유럽의 경우 노동조합의 정치세력화는 일반화돼 있다. 일본의 경우 렌고는 원래 정치권과 직접 연계가 없었다. 간헐적 연대를 하다가 민주당을 재창당하는 2008년에 렌고와 정치 연대를 했고 일본 노총 출신들이 대거 정치권에 진출했다. 일본에서 노동계의 정치세력화가 되고 나니까 오히려 노사 현장에서 직접적인 마찰과 갈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한국노총의 모델은 렌고다. 일본 집권당인 민주당은 중의원 480석 중 308석을 얻었는데 이 중 41명이 렌고 출신이다. 렌고는 민주당 집권 후 관방장관과 경제산업상, 문부과학상 등 각료 7명을 배출할 정도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민주와 진보개혁 성향 맞아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는 정치세력화의 출발점인가. -5년 전인 2007년에 한국노총은 정치세력화에 대한 장기 플랜을 세웠다. 2012년 대선에서 과도기를 거쳐 2017년 대선에서 특정 정당과 영구 정책 연대를 한다는 청사진이었다. 2008년 일회성으로 한나라당과 정책 연대를 했지만 실패했다. →민주통합당을 택한 이유는. -세부적인 정치 문제는 사실 잘 모른다. 그동안 사안별로 민주당과 협의를 해 보니 우리의 진보개혁 성향과 맞았다. 여론조사를 했더니 현장에서 민주당 지지가 60% 이상이 나왔다. 이런 판단으로 한국노총과 민주통합당이 연대했다. 노동 문제에 관해서는 민주통합당이 진정성을 가진 전문 정당이 될 것이다. →과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도 정책 연대를 하지 않았나. -한나라당에 한국노총이 배출한 의원은 4명이지만 현실적으로 당론을 따른다. 시집을 가면 시부모 말을 듣지 노동계 말을 안 듣는다. 그래서 한국노총은 이번에 당 조직속으로 들어가 정책과 당론을 직접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당 조직 속으로 스며들 것인가. -우선 민주통합당의 취약 지구에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조직적으로 당원으로 가입하는 방안이다. 당 노동위원회를 확대 강화하고 친노동 중진급 인사가 위원장을 맡아 노동이 존중받는 정치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사무처에도 노동국을 신설해 노동 관련 당의 현안들을 밑바닥부터 취급하도록 하겠다. 당원과 사무처, 노동위원회라는 3박자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노동계 몫으로 약속받은 15%의 지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 이번 총선의 예비후보로 노동계 출신이 10여명 뛰고 있다. →민주노총과 정치세력화를 위해 협력할 것인가. -물론이다. 최근 민주노총 수뇌부와 만나 야권 연대를 위해 각자 소속된 정당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 ●노동계 10여명 총선 도전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선. -지난달 11일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대책은 2년 이상 계속 고용된 기간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핵심인데, 이는 당연한 법적 의무의 이행 수준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차별 개선과 임금,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주목할 만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장기근로 근절 대책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12시간)에 포함시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가 그동안 지침을 통해 장시간의 휴일근로를 묵인하다 갑자기 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는 일종의 꼼수에 불과하다. 대담·정리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뮤지컬 ‘엘리자벳’ 女주인공의 ‘나는 나만의 것’ 음원 공개

    뮤지컬 ‘엘리자벳’ 女주인공의 ‘나는 나만의 것’ 음원 공개

    오는 2월 8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엘리자벳’이 첫 공연을 앞두고, 여주인공 김선영과 옥주현 두 배우의 버전으로 ‘나는 나만의 것’ 음원을 공개했다. ‘나는 나만의 것’은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엘리자벳의 심정이 절실하게 담긴 노래다. 자유롭게 살아왔던 엘리자벳의 모든 것을 왕실에 맞추라고 강요하며 그녀를 죄여 오는 시어머니에게 지친 엘리자벳은 남편인 요제프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요제프는 그녀의 편이 되어 주지 못한다. 험난한 왕실에서 홀로서기 해야함을 알게 된 엘리자벳이 스스로의 자유를 찾고자 하는 감정을 담아 부르는 노래로,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할 만큼 뛰어난 가창력과 감정을 폭발시켰다. ‘엘리자벳’의 두 히로인 김선영과 옥주현의 뛰어난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음원은 뮤지컬 ‘엘리자벳’의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 유튜브, 네이버 카페 ‘공연보는 날’ 등을 통해서 공개되면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가장 아름다웠던 황후로 손꼽히는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의 일생을 죽음과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발상으로 2012년 최고 기대작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김선영, 옥주현, 류정한, 송창의, 김준수 등 한 무대에서 보기 어려운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여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5월 13일까지 공연되며,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자살 예방 상담원의 눈물

    자살 예방 상담원의 눈물

    #1. 1년 전부터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A(27·여)씨는 자살의 유혹을 받을 때가 있다. ‘한강으로 나와라. 말리지 않으면 죽겠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로 욕설을 퍼붓는 남성만 생각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든다. 언제부턴가 TV에서 말다툼하는 장면만 나와도 채널을 돌린다. 작은 견해차를 겪거나, 남의 고민을 듣는 것도 두렵다. 최근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려진다. A씨는 “방금 전에도 가족 간 불화로 생을 마감하려는 30대 여성을 설득했지만 정작 내게 남는 것은 잘했나 하는 불안감뿐”이라고 했다. 그녀는 오늘도 잠을 설친다. #2. 3년째 자살예방 단체에서 일하는 B(31)씨는 작은 문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센터로 찾아와 칼을 휘두르며 협박하던 30대 남성이 떠올라서다. 도박중독자였던 남성은 돈을 달라고 요구했고, 거절당하자 막무가내로 센터를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B씨는 “‘같이 죽자’며 달려드는 민원인 때문에 큰일이 날 뻔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자살 상담이 최근 급증하면서 자살예방센터 상담원들이 ‘남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자살시도자들의 사연에 동화돼 일상생활에서도 괴로움을 느끼고, 성격장애 상담자들에게 시달리며 트라우마 등 업무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노출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공감피로’나 ‘연민피로’라고 설명한다. 공감피로란 상담사 등 제3자가 실제 고통을 받았던 이와 같은 감정 상태를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연민피로는 더 심한 경우다. 동정심이 만성화돼 아예 슬픔에 무뎌지는 것을 말한다. 연민피로를 호소한 한 상담원은 “해결책이 안 보이는 전화 상담이 계속되면 심지어 ‘그냥 죽어버리지 왜 전화를 해 날 귀찮게 하나’라는 무서운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일부는 자살시도자의 요구에 급히 현장에 출동했다가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한 상담원은 “야간 당직을 서다 보호장비도 없이 혼자 응급상황에 투입되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마음고생 말고도 고충은 또 있다. 직무 특성상 24시간 연속 교대업무를 하기 때문에 여성 상담원은 육아문제 등 가정적 부담도 갖는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의 연간 상담건수는 2009년 1만 5062건, 2010년 1만 9820건, 2011년 2만 1176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상담원 숫자는 12명뿐이다. 권한도 부족하다. 통상 정신보건전문요원인 자살예방상담센터 직원은 자살시도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이런 이유로 자살시도자의 위치추적은 물론, 응급 입원조차도 강제할 수 없다. 정신적·육체적 위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연구나 설문조사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신보건전문요원 자격증 소지자는 총 1만 987명. 일부가 지자체나 사립 상담센터에 소속돼 상담원으로 근무 중이지만, 전국적인 상담원 현황은 파악되지 않는다. 이수정(43) 중앙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우리나라도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상담원을 일대일로 만나 상담하고 고민을 듣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이성원기자 white@seoul.co.kr
  • 세븐 “박진영은 내 롤모델”

    세븐 “박진영은 내 롤모델”

    최근 가요계에 작은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YG의 대표가수 세븐과 JYP의 수장 박진영이 의기투합한 것. 박진영이 세븐의 라이벌이었던 가수 비를 키워냈고, 국내 최대 가요기획사인 YG와 JYP가 경쟁사임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둘의 ‘의외의’ 조합에 대한 결과도 좋은 편이다. 박진영이 작사·작곡한 세븐의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내가 노래를 못해도’는 국내 음원차트와 미국·캐나다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세븐은 이날 발매된 자신의 앨범을 들고 들뜬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앨범 디자인 콘셉트부터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작업을 내 힘으로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가운데 가장 만족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R&B 스타일의 신곡 ‘내가 노래를 못해도’는 평소 직설적인 박진영의 화법답게 ‘내가 노래를 못해도/ 내 인기가 떨어져도/ 더 이상 노랠 못하고 다른 직업을 가져도/ 나라는 이유만으로 날 계속 사랑해줄 수 있니’라는 후렴구의 가사가 가장 먼저 귀에 꽂힌다. “진영이 형이 자기 이야기를 쓴 것이지만, 저도 가수이기 때문에 무척 와닿았고, 제 상황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이 가사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의 분들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인기가 올라갈 수만은 없잖아요.” 이 곡은 원래 가수 손호영에게 갔었다. 하지만 그가 사정상 부를 수 없게 되자, 박진영이 직접 부르려고 아껴뒀다가 세븐에게 돌아간 것이다. 세븐은 2~3년 전부터 가까워진 박진영과 “언제 함께 작업해보자.”라는 말을 덕담처럼 나눴는데, 지난해 말 “진짜 해보자.”라는 단계로 발전했다. “양현석 사장님도 진영이 형에게 곡을 받겠다고 했더니 좋다고 하셨어요. 한번 ‘K팝 스타’ 녹화장에 놀러간 날, 진영이형이 곡을 여러 개 들려줬고 처음 이곡을 듣는 순간 ‘촉’이 왔죠.” 디렉터로서 박진영은 의외로 “노래를 너무 잘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세븐은 “진영이 형이 ‘K팝 스타’에서 늘상 얘기하듯이 진심을 담아 감정에 충실하라고 했지만, 노래를 못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면서 웃었다. 이어 “기교보다 가사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고,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면서 “이런 음악적 교류는 새로운 시도였고, 두 기획사에도 발전을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래 가사처럼 인기가 떨어질 때를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언젠가 올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만족하기 위해서 노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가수와 연기자로 활발히 활동하던 세븐은 지난 2007년 미국에 진출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아쉬움이 남지는 않을까. “위기감은 없었는데, 몸이 좀 근질근질했어요. 미국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한국에서 보여지는 것이 없으니까 잊혀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물론 팬클럽 수가 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 가수로서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연습생 시절까지 합쳐 총 13년을 YG에서 보낸 그는 어느덧 고참 가수가 됐다. 그는 “빅뱅, 투애니원 등 후배들에게 누가 하라고 해서 하기보다 자기 스스로 열심히 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잔소리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면서 웃었다. 데뷔 10년차가 된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저는 발라드도 좋아하지만, 댄스가수이기도 합니다. 진영이형처럼, 아니 나이가 더 들어도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했을 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줄기세포 치료제

    [Weekly Health Issue] 줄기세포 치료제

    근래 들어 국내에서 줄기세포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면서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전문 기업인 메디포스트가 동종(타가)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 연골 재생 치료제 ‘카티스템’을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획득했다. 세계적으로도 줄기세포 치료제 1∼3호가 잇따라 국내에서 선을 보이는 ‘무서운 질주’가 시작된 셈이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기존 질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질병 치료의 혁명’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난치와 불치의 영역도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줄기세포 치료제의 개발 현황과 전망에 대해 임상병리학 전문의이자 줄기세포 전문 기업 메디포스트의 대표인 양윤선 박사로부터 듣는다. ●먼저, 줄기세포 치료란 무엇인가. 줄기세포란 신경, 혈액, 연골 등 인체의 특정 세포로 분화되기 전의 상태에 있는 세포로, 이를 이용해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그중에서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증식하거나 선별하는 등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방법으로 조작해 제조하는 의약품을 줄기세포 치료제라고 한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지금까지 화학 성분의 의약품으로는 극복하지 못했던 각종 난치성 질환 치료의 열쇠가 될 수 있어 현대 의학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배아 또는 성체(제대혈, 지방, 골수 등)줄기세포를 분리하여 계대 배양을 통해 증폭시킨 후 치료 효과에 대한 사전 실험과 함량, 순도, 오염 여부 등 품질검사를 거쳐 엄선된 세포로 원료를 조성한다. 이를 냉동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부형제(투여 전에 줄기세포 원료 의약품과 섞어주는 약품)와 함께 주입한다. ●현재 임상 적용 가능한 치료제는. 현재 세계적으로 3종의 줄기세포 치료제가 공급되고 있으며 모두 국내에서 개발됐다. 지난해 7월 자가골수 줄기세포를 이용한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파미셀)가 나온 데 이어 올 1월 동종(타가)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 연골 재생 치료제 ‘카티스템’(메디포스트)과 자가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한 크론병 누공 치료제 ‘큐피스템’(안트로젠)이 품목 허가를 취득했다. ●이들 치료제의 확인된 성과는. 현재 출시된 3개 치료제 외에도 국내에서는 7개 업체가 13개 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메디포스트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뉴로스템’과 발달성 폐 질환 치료제 ‘뉴모스템’을 임상 1상 투여를 마치고 분석 중인데, 특히 ‘뉴로스템’의 경우 세계적으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치료제가 없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적응증으로 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뉴로스템’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이상단백질의 축적을 차단하고 뇌신경세포를 재생시키는 치료제로, 삼성서울병원 신경과에서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제1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메디포스트의 조혈모세포 이식 보조치료제, 파미셀의 급성 뇌경색 치료제와 만성 척수 손상 치료제, 안트로젠의 복잡성 치루 치료제 등이 임상 2∼3상 단계에 있다. ●줄기세포 치료의 한계는 없는가. 성체 줄기세포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드러난 부작용이나 한계는 없다. 단 배아 줄기세포의 경우 종양 발생 위험이 있고 이식 시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줄기세포 치료는 어디까지 확장될까. 줄기세포의 치료 영역을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3∼5년 후 현대 의학의 주요 화두는 줄기세포를 통한 재생의학이 될 것이며, 특히 아직까지 현대 의학이 극복하지 못한 뇌·신경·뼈·연골·심장·혈관·폐·척수 등에 생기는 각종 난치성 질환이 줄기세포의 주요 대상 영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30여종의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임상 2∼3상 이상 단계에 있는 치료제만 해도 90여종에 이른다. 품목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우리나라가 가장 많으며, 임상시험 상위 단계에서는 미국이 가장 앞서 있고 한국과 스페인, 벨기에, 이스라엘, 네덜란드, 프랑스, 인도, 캐나다 등이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 비용과 향후 추이는.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의 경우 1800만원, 최근 출시된 무릎 연골 재생 치료제 ‘카티스템’은 1바이알에 600만원, 크론성 누공 치료제는 1바이알에 300만∼400만원 선의 비용이 예상된다. 이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용이며 향후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면 환자 부담은 크게 낮아질 것이다. 여기에다 단 1회 투여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율 면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다. 아직은 1세대 줄기세포 치료제만 출시되고 있지만 향후 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제형과 시술 방법을 경제성 있게 개선하면 치료비는 훨씬 낮아질 것이다. ●최근 국내 연구 성과가 이어지는데….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 환경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편이다. 우선 정부가 줄기세포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생명공학 분야의 우수한 연구 인력도 풍부하다. 또 벤처 투자가 활성화되어 있고 산학연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개방형 혁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정책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이나 정책이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의 성공 사례를 늘리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으며 희귀 질환 치료제 지정 등 각종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기업과 대학이 연구·개발에 더욱 활발히 나서야 하며, 민간 연구·개발 자금이 줄기세포 분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부동산플러스]

    포스코 ‘더샵 그린워크2’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업무단지 D11블록에 ‘더샵 그린워크2’를 이달 중 분양한다고 5일 밝혔다. 지하 2층, 지상 23~32층 6개동 규모에 전용면적 74~124㎡ 665가구로 구성돼 있다.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형이 436가구로 전체 물량의 65%에 달한다. 송도 더샵 그린워크2가 들어서는 D11블록은 인천 송도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국제업무단지(IBD)에 위치해 있으며, 센트럴파크와 채드윅 국제학교, 커낼워크 등 송도국제도시의 핵심시설이 집중돼 있다. 1577-1512. 대구 쌍용예가 657가구 쌍용건설은 대구 북구 침산동 2차 쌍용예가 단지를 분양하고 있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59~102㎡, 657가구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18층 8개동으로 이뤄졌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700만원대 초반이다. 안방에는 대형 드레스룸이, 각 방에는 붙박이장이 제공된다. 주변보다 분양가가 낮고 교육과 상권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단지 전체에 데크형 설계를 적용, 지상에 차가 없어 보행안전을 높였다. 북구 중심 상업지구인 침산네거리와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홈플러스, 이마트 등 생활편의시설과 오페라하우스, 시민운동장 등 문화·체육 시설도 풍부하다. 080-015-0777. 삼성 ‘래미안 도곡 진달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오는 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진달래 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도곡 진달래’를 분양한다. 지하 2층, 지상 17~21층 8개동으로, 총 397가구 중 57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공급주택은 전용면적 기준으로 59㎡ 81가구(일반분양 1가구), 71㎡ 100가구(일반분양 23가구), 84㎡ 59가구(일반분양 3가구), 93㎡ 37가구(일반분양 1가구), 106㎡ 120가구(일반분양 29가구) 등이다. 분당선 한티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으며, 3호선 도곡역과 2호선 선릉역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입주는 2013년 2월 예정. (02)742-7737.
  • 감추어진 삶과 현실에 대한 따뜻한 성찰

    시인 이시영이 5년 만에 펴낸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는 제목만으로는 박노해 식의 뜨겁고 거친 시어를 토해 낼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순(耳順)을 넘긴 시인은 천지만물의 이치를 통달해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하는 듯 물 흐르듯이, 때론 압축적으로, 때론 여백을 잔뜩 남긴 시를 풀어놓는다. 생로병사 우주의 이치 때문에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모 생각에 가슴이 싸하기도 하다. 2010년 1월에 구제역으로 죽은 암소와 송아지를 기억하고, 2009년 1월 새까맣게 타버린 채 발견된 용산재개발지역의 세입자들과 2008년 유모차 시위를 벌인 젊은 엄마들에 대한 기억이 딱딱한 기사체가 아니라 문학적 문체로 다가왔다. 타는 듯한 더위에 뒤덮인 중동 가자지구의 일상적인 폭력과 북극 툰드라에서 봄을 기다리는 북극곰과 새끼의 목마름, 아이티의 독재자 뒤발리에에 대한 회상까지, 대한민국에서 이시영 시인은 독자들에게 지구를 한 바퀴 뺑 돌려 구경시킨다. 문학평론가 이숭원은 이 신작 시집을 두고 “1994년 ‘무늬’ 이후 이어진 짧고 압축된 서정시의 흐름, 2003년 ‘은빛 호각’ 이후 전개된 시대와 인물에 대한 회상 시편, 2007년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에서 선보인 책이나 신문기사를 재구성한 시편 등 다양한 양식적 실험이 종합돼 있다.”고 평했다. 만인보가 살짝 떠오를 뻔한 인물에 대한 회상시를 접하고, 장난 삼아 누가 등장했나 읽어나가며 적어 보기 시작했더니, 상당하다. (김)용택 시인, 도종환 시인, 송기원 소설가와 그의 법명 공릉 스님, (이)용악 시인, 정치인 김상현, 김남조 시인, 문익환 목사와 부인 박 장로, 노향림 시인, 권정생 동화작가…다 적을 수가 없다. 시 속에서 이런 이름을 찾는 것은 소풍날 보물찾기하는 것 같은 묘미가 있다. ‘누군가 내 생을 다 살아버렸다는 느낌! (중략)…잘 구르지 않는 수레에 시커먼 연탄 같은 것을 싣고 가파른 언덕길을 죽어라 밀고 왔다는 느낌뿐. 그런데 코 밑에 연탄가루 잔뜩 묻은 그것을 생이라 부를 수 있을까.’라고 63세 시인이 묻고 있다. 1949년에 태어난 시인이나 1980년대나 1990년대에 태어나 한국에서 살아가는 20·30대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시인은 우리에게 이렇게 투덜댄다. ‘전투하듯이 걷고 전쟁하듯이 밥 먹고 오로지 일밖에 모르는 나라의 행복지수가 몇 위인지나 알아? 조사대상 178위 중 103위야.’ 시보다는 감추어진 세계의 진실을 드러내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시인은 기자보다 훨씬 명징하게 세상을 읽고 기록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특파원 칼럼] 어느 미국 할머니의 질문/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어느 미국 할머니의 질문/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10일 미국 뉴햄프셔주 내슈아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날 아침 나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현장을 취재하러 한적한 마을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 들어섰다. 거의 백인 일색인 이 동네 투표소에 웬 동양인이 불쑥 나타나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니 책상에 앉아 있던 할머니 중 한 분이 대뜸 “누구냐.”고 묻는 건 당연했다. 70대로 보이는 할머니는 투표진행 자원봉사자인 모양이었다. “한국에서 온 특파원”이라는 대답에 얼굴에서 경계심을 지운 할머니는 이내 “북한에 20대 젊은이가 우두머리로 등장했는데, 한국인들은 그런 상황을 얼마나 위험하게 보느냐.”, “3대 세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을 물었다.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거푸 질문을 쏟아내는 할머니의 표정은 내 의견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측은함과 노여움이 절반씩 섞인 오묘한 얼굴이었다. 말하자면, 한국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과 북한의 3대 세습을 경멸하는 심경이 얼굴에 잔뜩 반죽돼 있는 듯했다. 그 전날 저녁 내슈아의 한 중학교 강당 유세장에서 만난 60대 할아버지의 표정은 아예 험악했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응원하러 왔다는 그는 다짜고짜 “그 토마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하자 그 할아버지는 “토마토처럼 뚱뚱하게 생긴 북한의 그 애송이 있잖아.”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정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 기저귀나 차고 있어야 할 바보(nut)가 지도자는 무슨 지도자냐.”라며 독설을 마구 쏟아냈다. 그 앞에서 차마 공화당 경선 얘기는 꺼낼 수 없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달라진 것은 시사에 관심이 별로 없는 평범한 미국시민들도 “김정일”,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얼추 정확히 발음할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북한을 거침없이 비난하는 세태도 달라진 점이다. 전에는 주로 한국사람의 얘기를 듣는 편이었다면, 지금은 자신의 의견을 더 많이 말한다. 그만큼 ‘굶어 죽는 백성 앞에 등장한 칼로리 과잉의 앳된 지도자’에 대한 비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공화당 성향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필립 크롤리 전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현직에 있을 때 기자들이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 등을 질문하면 “아는 게 없다.”면서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4성 장군인데 어디인들 못 가겠느냐.”고 비아냥대곤 했다. 독재를 혐오해 온 미국의 역사를 알고 나면 이런 태도가 이해된다. 미국인들이 ‘대통령 3선 금지’ 조항을 헌법에 넣은 것은 나쁜 대통령을 만났기 때문이 아니다.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재임 1933~1945년)가 높은 인기로 4선에 성공하면서 거의 ‘종신 대통령’처럼 재임하다 사망하자 미국인들은 이러다 왕정이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헌법을 고친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이면서도 의회의 권한이 막강한 것 역시 영국 왕정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이런 미국인들 눈에 현대사에 유례 없는 3대 세습과 ‘어린 지도자’의 등장이 어떻게 비칠지는 불문가지다. 중요한 건 격앙된 여론이 축적되고 일반화되면 선거로 뽑히는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공화당 경선 선두주자인 롬니가 지난달 29일 플로리다 유세에서 김정은을 “최악의 지도자”라며 거칠게 비난한 것은 이미 민심의 밑바닥을 읽었다는 얘기다. 역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새 지도부를 자극하지 않고 살살 다루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악재를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와 함께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저지를 경우 미국 국내 정서가 폭발할 수 있음을 직감한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 김정은은 아버지가 앉았던 책상에 앉아 ‘도발’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책상 위에 미국의 민심은 아버지 김정일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보고서도 하나 올라와 있었으면 좋겠다. carlos@seoul.co.kr
  • 세 남자의 축구가 뜬다

    세 남자의 축구가 뜬다

    한국축구의 운명을 가를 쿠웨이트전(29일)이 4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면 2014 브라질월드컵은커녕 최종예선 무대도 밟지 못한다. 최강희 신임 감독의 러브콜을 기다리는 세 ‘전북맨’을 전지훈련 중인 브라질에서 만났다. 대표팀과의 인연도, 각오도 남다른 이동국(33), 김상식(36), 김정우(30)세 사나이의 얘기를 들어봤다. “무조건 이겨” 닥공본색 동국 화려한 비상을 준비하는 ‘라이언킹’ 이동국이 믿는 구석은 최 감독이다. 둘의 인연은 각별하다. 성남에서 바닥을 찍은 이동국은 전북에서 최 감독과 3년새 두 차례 통합우승을 합작했다. 최 감독은 이동국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부상을 당했을 때도 한결같은 신뢰를 보냈다. ‘닥공’(닥치고 공격)의 중심이었다. 중동 쪽의 손짓을 물리치고 전북과 재계약한 것도 최 감독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런 최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앉았다. “분명 대표팀 안 가신다고 했는데….”라고 서운한 척했지만, 사실 은사의 ‘이직’은 그에게도 기회다. 이동국은 “3년 동안 감독님 밑에서 배웠으니까 아무래도 전보다는 편할 것 같다. 감독님이 믿음을 주신 만큼 보답하려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눈을 빛냈다. 강한 확신도 있다. 이동국은 “같은 선수를 가지고 다른 팀을 만들 수 있는 지도자가 최 감독님이다. 분명 다른 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선수의 자질을 최대한 끌어 내는 특별한 ‘매력’이 있단다. “프로에 온 선수라면 어느 정도 실력이 있고, 인정받으며 볼을 찬 선수들이다. 감독님은 압박하지 않으면서 확실히 동기부여를 한다.” 그에게도 어려운 대표팀 상황은 충격이다. “자칫 잘못하면 대한민국 축구가 후퇴하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최종예선도 아닌 3차 예선에서 이러는 건 상상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쿠웨이트전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경기다. 이기는 경기를 해야겠고, 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5년만이야” 회춘노장 상식최 감독은 “경험 많고 노련한 베테랑을 ‘원포인트릴리프’로 부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노골적이진 않았지만 ‘식사마’ 김상식을 가리킨 말이었다. 18일쯤 발표될 명단 한 자리를 예약한 셈. 김상식은 전북의 ‘믿을맨’. 최고참의 카리스마와 악착같은 근성, 영리한 플레이까지 ‘닥공’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탄탄한 중심을 잡았다. 나이가 무색하게 체력도 좋아 회춘했다는 말을 듣는다. K리그 챔피언에 오른 최 감독이 숨은 주인공으로 꼽은 터. 그는 독일월드컵을 포함해 A매치 58경기(2골)에 나선 베테랑이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아시안컵 이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음주파문에 휘말려 자격정지를 받았고 자연스럽게 명단에서 사라졌다. 이번에 소집되면 5년 만의 복귀다. 김상식은 “이 나이에 대표팀에 뽑힌다면 정말 멋진 일이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라고 웃었다. “태극마크에 큰 미련은 없지만,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건 상상만 해도 좋다.” ‘깡’도 대단하다. 김상식은 “한국축구의 운명이 걸린 경기라 부담이 크다.”면서도 “긴장되는 경기가 더 재밌다. 그런 경기를 못 해본 선수도 많은데 해본다는 것 자체가 짜릿하다.”고 했다. 최강희호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최근 대표팀에 가는 선수들을 보면 마지못해 끌려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최 감독님이 지휘하시면 분위기가 많이 좋아질 거라고 확신한다.” “자존심 회복” 일개미 뼈정우 김정우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일개미’로 주가를 올렸다. 주전 미드필더로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 참 부지런히도 뛰어다녔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축구인들은 입을 모아 김정우를 칭찬했다. 첫 원정 16강 진출의 일등 공신으로 인정받았지만, 조광래 감독 체제에서는 철저히 ‘찬밥’이었다. 2010년 9월 이란전에는 교체 투입됐다가 21분을 뛰고 다시 교체 아웃되는 수모를 당했다.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직후라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그의 축구인생에 교체를 두 번 당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이후 태극마크는 ‘남의 떡’이 됐다. 김정우는 “몸이 워낙 안 좋아서 감독님을 탓할 수가 없었다. 상처받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창피하고 조금 섭섭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이제는 “그 사건 이후에 더 열심히 했다. 차라리 잘된 것 같다.”는 여유까지 부렸다. 그만큼 몸 상태도 올라왔고, 정신적으로도 성장했다. 지난해 상주에서는 골잡이로 변신해 ‘뼈트라이커’란 별명도 얻었다. 리그 23경기에서 15골을 터뜨려 숨겨진 공격 본능을 뽐냈다. 지난 연말에는 연봉 대박을 터뜨리며 전북으로 둥지를 옮겼다. 대표팀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최 감독은 사석에서 “어차피 중앙 미드필더는 김정우-기성용(셀틱) 조합”이라고 했다. 그래서 쿠웨이트전이 중요하다. 실추된 자존심을 곧추세울 절호의 기회. 김정우는 “내가 뛰고 이겼으면 좋겠다. 감독님이 맡으시고 첫 경기인 만큼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글 사진 이투(브라질)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가산단지에 영화관 등 확충 친환경 무상급식 역점 추진”

    “가산단지에 영화관 등 확충 친환경 무상급식 역점 추진”

    “‘이슬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積成海)의 자세로 주민이 만족하는 복지도시, 미래에 투자하는 교육도시, 활력이 넘치는 경제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올해는 용처럼 승천하는 금천의 해가 될 것”이라며 복지와 교육, 일자리 만들기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대학에서 사회학과 교수였고,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맡아 누구보다 현장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는 평을 받아온 그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내세우기 보다 주민과 직원의 의견부터 듣는다. 직원들의 의견이 적힌 메모지가 집무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다. 그는 “작은 일 하나, 마주치는 눈길 하나가 모여 신뢰가 쌓이면 주민들이 구정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고, 국가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올해는 일과 삶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금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복지 체감도를 높인다고 했는데. -주민들이 구청에 오면 관련 부서를 여러 군데 옮겨다녀야 해 불편이 많다. 수십명의 공무원이 주민 수만명을 챙겨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우선 복지종합콜센터를 만들어 주민들이 어렵게 구청 각 부서를 돌아다니는 일이 없도록 만들었다. 복지통합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하고 상담에서 복지혜택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면 주민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는 동 단위로 자원봉사단인 ‘통통희망나래복지단’을 구성해 이웃간 소통을 통해 복지대상자들을 적극 발굴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교육복지사업을 강조하는데. -과거 급식을 제한적으로 실시할 때 보면 일부 학교는 전체 학생의 30%가 급식을 제공받을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았다. 이에 따라 지역 기업에 학생을 3년 동안 책임지고 후원하고 정신적인 격려도 해줄 수 있는 결연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70억원을 투입해 방과 후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 예술을 하고 싶은 학생, 운동을 하고 싶은 학생이 각자 공교육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교육 인프라 구축에 대한 비전은. -친환경무상급식 사업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겠다. 단순한 재정지원에 그치지 않고 먹거리 문화를 개선하고자 한다. 또 구청에 평생학습관을 건립해 올해 다양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독산3동에 청소년을 위한 금천청소년지원센터를 3층 건물로 세울 예정이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협력해 청소년에게 기계공작 등을 가르치는 창의공작플라자를 상반기에 건립할 계획이다. 구립도서관 3개와 동사무소의 작은 도서관을 확충해 민간도서관과 연계하는 네트워크 구축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완성되면 모든 주민이 10분 안에 도서관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가산디지털단지 발전방안과 일자리 정책은. -단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결과제는 지하철 1호선 지중화다. 교통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단지에 쇼핑·휴식·거리공연 공간인 ‘패션-IT 문화존’을 마련했고, 앞으로 영화관과 음식점을 확충해 주민들이 더 많이 찾게 만들겠다. 일자리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육성이 핵심이다. 협동조합 강좌는 서울 자치구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또 일하고 싶은 사람과 기업을 연계하는 일자리 정보망을 구축해 일자리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사회변혁 의지 강남좌파가 中民 해당”

    “사회변혁 의지 강남좌파가 中民 해당”

    “그게 바로 ‘중민’이죠. 보수가 늘 한탄하는 게 그거잖아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는 것.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뭡니까. 중상류에 속해 있지만 하층민에 대해 늘 부채의식을 가지고 그들을 위해 무얼할까 고민하는 거잖아요. 보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고 한탄하다가, 진보가 진짜 고민하고 행동하면 위선적인 좌파라고 낙인 찍어 버립니다.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대립적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은 바로 보수 그들 자신이에요.” 중민과 ‘강남 좌파’에 대해 묻자 한상진(67)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한 교수의 트레이드 마크는 중민(中民)론이다. 중산층 개념이 소득수준을 기초로 귀속감을 묻는 사회통계조사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중민은 거기다 하나 더 추가한다. “자신이 거둔 성공과 발전이 자신만의 노력이나 자질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희생에 근거해 이뤄졌다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민중을 전면에 내세우되 민중은 아닌 이들이다. 중산층을 정말 계급적인 이해관계에 충실한 보수적인 중산층과 부채의식을 가진 중민층, 두 계층으로 나눈 뒤 중민에게 사회변혁의 힘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중민론을 한 교수가 1987년에 내놨다. 민주화투쟁 와중에 온갖 변혁이론들이 쏟아져 나올 때다. 그때 민중에 의한 변혁 가능성을 부정했다. 이론적으로 마르크스 역사철학에 대해 “어떤 집단도 변혁 주체로서 특권적 지위를 선험적으로 부여받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노동계급의 전위성 운운하던 때 이런 이론을 내놨으니 엄청난 비판도 받았다. 하나 현실 사회주의권 붕괴는 중민론에 판정승을 안겼다. 한 교수는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을 만들었다. 2010년 정년퇴임 뒤 본격적 연구를 위해서다. 지난 30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재단 사무실에서 첫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 교수는 중민론을 한 단계 더 격상시킨 ‘제2근대화론’을 들고 나왔다. 그간의 급격한 근대화를 반성해 보자는 차원이다. 반성이긴 하되 근대화를 포기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과는 다르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비판만 할 뿐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해서”다. 한 교수는 “근대화의 문제점은 실패해서가 아니라 너무 성공적이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한 뒤 “그로 인한 문제 역시 근대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제2근대화의 중심에도 중민이 있다. 세미나에서 나온 발표와 질의, 응답을 문답으로 재구성했다. →1987년 이후 25년이 흘렀다. 1987년 체제의 해체가 요즘 화두다. 백낙청 서울대 교수는 2013체제를 얘기하고 있다. 1987년 중민론을 제창한 입장에서 어떻게 보나. -2013체제라는 얘기가 나오게 된 배경과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한다. 그런데 올해 총선과 대선이라는 현실정치적 일정과 맞물려 있다 보니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신 1960년대 근대화 이후 우리는 어떤 결실을 맺었고, 어떤 상처를 안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는 어떤 단계에 진입해야 하는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더 포괄적이고 큰 문제라고 본다. 제2근대화를 얘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제2근대화에서는 박정희와 김대중이 화해해야 한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민론은 시민사회의 합리성을 전제로 한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믿음에 기초한 것 아닌가. 더구나 요즘 아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개인화되고 있는데. -이전 세대와 현재의 디지털 세대를 지나치게 단절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촛불시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여러 움직임 등이 대표적 현상이다. 우리 아이들은 나름대로 판단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잠재력을 지나치게 과신해서는 안 되겠지만, 지나치게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관건은 그런 요소들을 어떻게 잘 이끌고 나가서 전면에 내걸 수 있느냐다. 그걸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중민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차원에서 우석훈이 제기한 ‘88만원 세대’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중민들도 결국 기득권 세력화됐다는 게 88만원 세대의 주장 가운데 하나인데. -기득권화됐다고 보지 않는다. 여전히 중민적인 자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고 본다. 기득권화됐다는 것 역시 세대 간 단절론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 몇몇 인물들의 정치적 부침이 아니라 세대의 기층에 깔린 정서 같은 것을 봐야 한다. 이제까지 축적된 자료를 보면 보수적 중산층과 중민층은 50대50 정도의 비율이었는데 지금은 중민층이 압도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지금 세대와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 →어떤 사회현상을 볼 때 대립이나 모순을 지나치게 희석하는 것 아닌가. -나는 거꾸로 말하고 싶다.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알력이 생겨서 갈등하고 투쟁하겠지만 그 현상적으로,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것 못지않게 수면 밑에 있는 의식을 봐야 한다. 부채의식, 공동체의식 같은 것이다. 그 부분을 찾아내고 지원해 계급갈등이나 투쟁을 내부에서부터 해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모호성은 있다. 시민들이 변화의 욕구를 자연스레 표출하면, 책임 있게 대응해 성과를 내는 제도정치의 능력도 따라줘야 한다. 그러기에는 아직 제도정치의 역량이 낙후됐다. 그럼에도 중민을 기초로 한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Weekly Health Issue]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아주 흔한 질환은 아니다. 각막에 미세한 상처가 날 경우 여기에 단백질이 지속적으로 엉겨 붙어 발생하며, 방치할 경우 실명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유전성 안질환으로, 최근 라식과 라섹이 유력한 시력 개선 치료법으로 부각되면서 함께 유명세가 따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런 논란이 수그러들었지만 라식·라섹 초창기만 해도 종종 이 질환이 문제가 됐다. 일부 안과에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라식·라섹수술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 전에 간단하게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법이 개발돼 그런 부담을 크게 줄였다. 이런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안과 김응권 교수로부터 듣는다. ●먼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란 어떤 질병인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정식 병명은 ‘제2형 과립형 각막이상증’이다. 1988년 이탈리아 아벨리노 지방에서 이민을 온 가족에게서 처음 발견돼 붙여진 이름이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양쪽 눈의 각막 중심부에 비정상적으로 단백질이 축적되어 생긴 각막 혼탁이 점점 진행되다가 종국에는 시력을 잃기도 하는 유전 질환이다. ●최근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의 유전자는 쌍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가운데 하나의 유전자에만 이상이 있으면 이형접합자, 두개의 유전자에 모두 이상이 있으면 동형접합자라고 한다. 이형접합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10대에 각막 혼탁이 생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심해지다가 50∼60대에 이르면 시력 저하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평균 수명이 50대였던 옛날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병이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시력에 대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인식을 하게 됐다. 여기에다 이 병을 사전에 검진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법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라식이나 라섹 같은 시력교정술이 보편화되면서 사전 검사 없이 수술받은 이형접합자에게 시력 저하가 발생한 점도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 관심을 끈 계기가 됐다. ●유병률은 얼마나 되며, 발생 추이의 특징은 무엇인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서양보다 동양에 더 많은 질환으로, 한국·베트남·일본에서는 가장 흔한 기질 각막이상증이다. 국내에서는 아벨리노 이형접합자의 발생 빈도가 870명당 1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를 4900만명이라고 가정하면 약 5만6000명 정도가 환자라는 의미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자기 생활을 시작해 일찍 아이를 낳아 기르던 시절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유병률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인구가 늘든 줄든 한국인이 존재하는 한 ‘870명당 1명꼴’이라는 국내 유병률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인은 무엇인가.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5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형질 전환 생장인자인 베타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유전자의 일부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변이된 ‘βigh3’ 유전자의 생성물인 ‘βigh3 단백질’이 중심부 각막 기질에 침착하면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단계별 증상과 스스로 감지할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을 짚어 달라. 동형접합자의 경우 3∼5세부터 심한 각막 혼탁이 발생하고, 병증이 빠르게 진행해 밝은 조명 아래에서는 육안으로도 각막 중심부가 하얗게 보인다. 이런 증상이 부모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경우 대개 양쪽 부모 모두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이형접합자의 경우 자각 증상만으로는 조기 발견이 어렵다. 대개 10대부터 각막에 흰 점이 몇 개 나타나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수가 많아지고 넓어져서 시력 감소와 눈부심, 명도 대비 감소로 인한 불편감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런 이상증상은 병증이 많이 진행되기 전에는 거의 못 느낄 뿐 아니라 자외선 노출이나 콘택트렌즈 사용 여부에 따라 진행 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가졌다면 미리 안과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진단 방법과 진단 기준을 설명해 달라. 과거에는 안과에서 주로 사용했던 현미경을 통해 혼탁 양상이나 깊이를 파악하는 등 임상적인 진단을 했다. 능숙한 안과 의사는 이런 방법으로도 어느 정도 병명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병의 유전자 이상 부위가 밝혀져 예전과 달리 진단이 간편하고 정확해졌다. 구강 상피세포나 채혈을 통해 환자의 세포를 채취한 후 유전자검사를 통해 확진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과의 결혼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가. 그렇지 않다. 인간은 무수한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완벽한 인간은 없다. 또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가졌더라도 젊을 때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을 못 느낀다. 다만 나이를 먹은 뒤가 문제인데, 그것도 크게 걱정할 건 없다고 본다.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어서 치료법에도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형접합자끼리 혼인할 경우 자녀 중 4분의1의 확률로 동형접합자가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과 관련한 정책상의 문제는 없는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국내에 비교적 흔한 유전질환으로, 앞으로도 일정한 비율로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조기에 찾아내 악화 요인을 개선하는 것이 국민 건강 차원에서 필요하다. ‘유전 질환인데 두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병증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연구에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측면을 바로 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일선 안과 의사들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전파해야 한다. 또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심화시키는 환경은 정상안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이런 점을 도시 건설의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서울광장] 박희태 의장, 명예를 안다면 사퇴하라/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희태 의장, 명예를 안다면 사퇴하라/김종면 논설위원

    사마천의 ‘사기’ 항우본기에 지오기사(支吾其詞)라는 말이 나온다. 애매모호한 말로 실제의 정황을 얼버무려 회피한다는 뜻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중심에 서 있음에도 “현재로선 모르는 얘기”라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 비서실이 압수수색당하고 주변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도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방관자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이게 정치지도자로서 온당한 처신인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아는 일을 혼자서만 세월이 지나 기억이 희미하다고 강변하니 ‘치매의장’이란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개인의 수치를 넘어 나라 망신이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건 헌법은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당연한 얘기다. ‘공직DNA 결핍증’이라도 앓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치 초짜도 아니고 일흔이 넘은 노정객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 만도 한데 헛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자리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사람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 지금 입법부 수장의 자리가 정녕 도덕적 권위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퇴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야권은 물론 여권도 박 의장의 무모한 버티기에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엊그제에는 국민 65.9%가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위해 국회의장직 사퇴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쯤 됐으면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고 당장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그러고 나서 수사를 지켜봐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니 국회의장이라는 보호막을 거두고 일개 시민의 자격으로 성실하게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 검찰도 칼집만 만지작거리며 속 끓이지 말고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법이 결코 작은 파리만 걸려드는 거미줄이 아님을 진정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치적 후폭풍 같은 건 계산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명운을 걸어야 한다. 이번 사건이 명쾌하게 매듭지어지지 않는 한 정치권이 아무리 쇄신을 부르짖어도 믿어줄 국민은 없다. 박 의장은 ‘돈 봉투 관행’에 대해 왜 나만 당해야 하느냐고 억울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사 다 지은 대로 받는 거다. 끝내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 지나간 ‘고문의 시대’를 잠시 떠올리며 마음을 추슬러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언론인의 사표로 존경받는 청암 송건호는 독재정권 시절 받은 고문 후유증으로 죽은 피를 두 사발이나 빼냈다고 한다. 고문의 트라우마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온 민주인사가 한둘이 아니다. 이들이 스스로 밀알이 돼 썩고 모퉁이돌이 돼 한편을 지탱했기에 이 땅의 민주주의가, 정치가 이만큼이나마 발전한 것이다. 정작 억울해하여야 할 그들이 언제 대의를 그르치면서 구차하게 군 적이 있는가. 박 의장에게 그런 대인의 풍도를 기대해 본다. 다시 말하건대, 이면 체면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당장의 위기를 모면해 정치적 잔명을 유지하려 하는 것은 최악의 길이다.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가 의전서열 2위 인사의 무책임한 행태에 국민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하루라도 빨리 벼슬도 정치도 버려야 산다. 물러날 때를 놓치면 낭패를 보고 만다는 사실을 역사는 생생히 증명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정치가 범려는 제때 물러날 줄 알았기에 세 번이나 다른 선택을 하고도 천하에 이름을 떨칠 수 있었다. 반면 그의 친구인 대부 문종은 어땠는가. 선택의 기로에서 머뭇거리다 결국 자살검을 받아들게 되지 않았나. 선택은 박 의장 몫이다. 역사에서 배우기 바란다. 양심의 명령을 따르라. 허무하면 허무한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있는 그대로 내려놓아야 한다. 요지경 같은 정치를 떠나 임천(林泉)에 집을 짓고 은인자중하는 삶을 살겠다는 귀거래사라도 한 조각 남기는 것이 그나마 명예를 아는 자가 취할 태도 아닐까. jmkim@seoul.co.kr
  • [씨줄날줄] 기퍼즈 의원/최용규 논설위원

    정치 9단이라는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파란만장한 자신의 정치 이력을 회상하면서 1992년 국회의사당에서의 의원직 사퇴연설을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으로 꼽았다. 약관인 26세에 국회에 입성해 9선을 기록하며 한국 정치사에 새 획을 그은 그였지만 이때만큼은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1월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다. YS는 “이 박사(이승만) 때 국회의원을 시작했으니까 정치를 오래했다. 대통령에 출마하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는데 국회의사당에서 사퇴연설을 할 때 눈물이 났다. 그때가 극적인 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정치인에게 의원직 사퇴는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선언적 의미와 내일을 기약하겠다는 일종의 복합어다. 전자든 후자든 비장함과 진한 회한이 서려 있다. 잘하면 그보다 잘 듣는 약도 없다. 달인의 경지에 오른 YS조차 심경이 이럴진대 초짜가 쉽게 던질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의원직 사퇴를 두고 ‘배수진을 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것이다. 선거용 의원직 사퇴가 줄을 잇고 있다. 무슨 화투판의 흑싸리 껍데기처럼 휙휙 날린다. 비장함의 비자(字)도 느낄 수 없으니 감흥이 있을 턱이 없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리 만무하다. 정치적인 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선진당을 탈당한 김창수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엊그제 밝혔다. 민주당 복당을 신청했지만 당의 결정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어서란다. 진정성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는 김 의원의 주장에 선진당은 철새라고 맞받아친다. 김 의원은 내일을 기약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과연 그에게 찬란한 내일이 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용으로 의원직 사퇴 카드를 이용했다. 말리는 손학규 당시 대표에게 ‘제왕적’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충돌했다. 천 의원은 4월 총선에서 지역구를 서울 동작을로 옮겨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1년 전 발생했던 미국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으로 부상한 가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이 25일(현지시간) 의원직을 사퇴했다. 기퍼즈는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애리조나를 위한 최선의 일을 하기 위해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편한 몸으로 지역구민에게 폐가 되는 만큼 몸이 회복되면 돌아오겠단다. 이런 기퍼즈를 위해 수백명의 동료 의원들이 하원 본회의장을 가득 메웠고, 박수와 눈물로 그녀를 환송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미 하원 역사상 가장 밝은 별”이라고 그녀에게 찬사를 보냈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27일 TV 하이라이트]

    ●허트로커(KBS1 밤 12시 20분) ‘폭발물 제거반’이라는 특수 임무를 띠고 이라크에 파병된 샌본 병장과 엘드리지 상사. 임무 수행 중 불의의 사고로 톰슨 팀장을 잃는다. 톰슨에 대한 신의가 깊고 끈끈한 우정까지 쌓았던 두 병사는 죽은 톰슨을 대신해 제임스라는 새 팀장을 맞이한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제임스는 폭발물 제거 현장에서 독단적이고 무리한 행동을 일삼는데…. ●의뢰인 K(KBS2 밤 7시 55분)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벌어지는 어린이집 학대사고. 올해 1월, 자신의 아이가 어린이집 원장에게 학대당했다는 엄마들이 ‘의뢰인 K’의 문을 두드렸다. 엄마들의 설명에 의하면 이들은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어린이집 원장의 학대사실을 들었다고 했다.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학대사건. 과연, 법원에서는 어떤 처벌을 내릴까. ●아침드라마 위험한 여자(MBC 오전 7시 50분) 동민에게 지원의 접촉사고 소식을 전해듣는 유라. 한편 지원은 소라가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수소문하고, 지원의 집을 찾아간 유라는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사고에 대해 물어본다. 지원이 자신을 찾는다는 소리에 소라는 창숙에게 전화를 걸고, 창숙은 지원에게 소라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도롱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SBS 밤 11시 5분) 한밤 중, 현금 많기로 소문난 도롱뇽 도사집에 찾아온 불청객 선달과 원삼. 겁만 주려다가 하필 떡을 먹고 있던 도롱뇽도사 범규의 목에 떡이 걸려 숨을 쉬지 않게 된다. 그때 갑자기 찾아온 손님에 놀란 선달과 원삼은 급히 범규의 시체를… 한편 여형사 경자는 2인조 도둑 마포루팡의 범행현장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희망풍경(EBS 오전 11시 30분) 마술사의 재빠르고 민첩한 손놀림은 우리를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세계로 이끌어 준다. 마술사에게 손이란 ‘손’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한 손 마술사’ 조성진씨의 마술은 우리의 가슴에 신기함을 넘어선 파문을 일으킨다. 단 한 손으로 기적 같은 마술을 펼치며, 우리를 희망으로 인도하는 그의 마법 속으로 빠져본다. ●올리브(OBS 밤 11시 10분) 체조계의 ‘인간승리’ 여홍철과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레슬링계의 ‘작은 거인’ 심권호가 함께한다. 여전히 살아있는 입담을 과시하며, 결혼 13년차 여홍철은 전 체조 국가대표 선수 김윤지를 아내로 맞이하기까지 비밀 연애 스토리를 공개한다. 한편 아직 인생의 반려자를 찾지 못한 심권호는 또 한 번 공개 구혼에 나선다.
  • 데뷔·솔로앨범 동시 발매한 하모니시스트 박종성

    데뷔·솔로앨범 동시 발매한 하모니시스트 박종성

    해마다 크리스마스에 장난감을 사주던 할머니가 그해에는 하모니카를 건넸다. 어찌나 실망했던지 소년은 하모니카를 서랍에 처박아놓았다. 다시 꺼낸 건 3년이 흐르고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모니카를 배웠다. 이전에도 바이올린, 플루트를 배웠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그다. 그런데 하모니카는 달랐다. 입술을 옮겨가며 바람을 불어넣으면 원하는 소리가 났다. 소년의 재능을 눈여겨본 이는 문화센터 스승인 하모니시스트 최광규씨. 처음에는 치킨이나 빵 같은 먹거리를 주섬주섬 챙겨 집까지 바래다줬다. 1년 수업과정이 끝나고서는 레슨비를 받지 않고 개인교습을 해줬다. 연주용 하모니카와 악보까지 안겼다. 외환위기로 소년의 집 살림이 기울었다. 한가롭게 하모니카를 배울 형편이 아니었다. 소년이 하모니카를 손에서 놓지 않은 건 오롯이 최씨의 덕이었다. 2002년에는 최씨의 권유로 아시아·태평양 하모니카대회에 출전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청소년 트레몰로(1개의 구멍에서 두 개의 울림판이 공명하는 복음 하모니카. 반음은 연주할 수 없어서 전문연주자들은 반음 차이가 나는 2~3개의 하모니카를 같이 들고 연주한다) 독주 부문 금상을 받았다. “그때 결심했어요. 선생님께 보답하는 길은 연주자로 성공하는 것뿐이라고.” 이후 수상이력을 빼곡하게 채워갔다. 2008년 아시아·태평양 하모니카 대회 성인 독주·2중주·앙상블 등 3관왕, 2009년에는 세계 하모니카대회 솔로 부문 1위, 재즈 크로매틱(하나로 모든 음계를 표현할 수 있는 하모니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6월에는 전 일본 하모니카대회 트레몰로 부문에서 우승했다. 15㎝ 남짓한 악기로 영혼의 울림을 전달하는 박종성(26)의 얘기다. 크로매틱 하모니카로 녹음한 정규 데뷔앨범 ‘딤플’과 트레몰로 하모니카로 녹음한 솔로앨범 ‘런 어게인’을 27일 동시 발매한 하모니시스트 박종성을 최근 서울신문사에서 만났다. 첫인상은 영락없는 소년. 하모니카는 구슬프고, 애잔한 음색이 있다. 아일랜드 음악이나 남미 탱고가 하모니카와 찰떡궁합이란 점을 떠올리면 될 듯하다. 연주자의 캐릭터가 다루는 장르와 악기의 특성에 동조화된다는 점에서 의외였다. 게다가 수많은 ‘한국 최초’ 타이틀을 얻기까지 헤쳐나간 길이 만만치 않았을 터. 그는 한국에선 처음으로 하모니카로 음대(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생이 됐다. 고 2까지는 작곡과 진학을 준비했다. 그런데 수능시험이 끝나고 경희대에서 관악기 전공자를 5명 뽑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행히 경희대에서 기회를 줬고, 그는 놓치지 않았다. 대학에서 하모니카를 배운 건 아니다. 색소폰 연주자 임달균 교수에게 재즈의 화성악과 즉흥연주 등을 배웠다. 단과대 수석졸업까지 한 박종성의 영향인지 경희대는 물론 동덕여대, 서울예대 등에는 하모니카 전공자가 7~8명으로 늘어났다. 그에게 레슨을 받은 학생들이 다수다. 선구 역할을 해낸 셈이다. 하모니카의 장점은 어떤 장르와도 어울린다는 점. 재즈와 클래식, 가요와 록까지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천한 역사 탓에 하모니카만을 위한 곡들은 턱없이 부족하다. 박종성이 작곡에 열을 올리는 까닭이다. 이미 자작곡이 40곡을 넘어섰다. 그는 “하모니카 협주곡 등 오케스트라곡을 만들고 싶어 지휘와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음반시장이 불황이다. 유명가수의 피처링도 없이 연주곡만으로 된 앨범을 동시에 두 장이나 내놓는 건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그는 “보여드리고 싶은 게 워낙 많다.”면서 “혼자 상을 받고 유명해지는 건 의미가 없고 하모니카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 초등학생 장난감 정도, 집안에 굴러다니는 가벼운 악기란 인식을 깨뜨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호인층은 점점 두꺼워지지만,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새로운 수요층을 발굴하는 게 내 임무”라고도 했다. 정규앨범 ‘딤플’에 대해 “나만의 소리를 담고 싶었다. 11곡 중 9곡이 자작곡”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런 어게인’은 트레몰로로 유명한 곡 중심으로 담았다. 동호인층이 두껍기 때문. 음반 발표에 맞춰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딤플-하모니카의 예술’ 콘서트를 연다. 공연이 처음은 아니지만 600석 규모의 클래식 공연장이라 부담이 크다. 하모니카로 듣는 피아졸라의 탱고를 비롯해 클래식 피아노, 재즈 밴드와의 협연 등 색다른 무대가 펼쳐진다. 관람료는 3만∼5만원. 070-7553-5770.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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