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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으로 소리 듣는 ‘신비의 개구리’ 찾았다

    입으로 소리 듣는 ‘신비의 개구리’ 찾았다

    말을 하는 기관인 입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프랑스 연구팀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개구리인 ‘가드너 세이셸 개구리’가 고막이 없이도 입을 이용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등 다리가 네 개 있는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소리를 받아들이는 고막 등 청각기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이셸 제도에 서식하는 이 개구리는 몸길이가 1㎝에 불과하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각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구 결과 이들은 머리와 입을 통해 소리를 인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NRS), 푸아티에대학(University of Poitiers)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엑스레이로 정밀 분석한 결과 이 개구리는 머리를 통해 소리를 받은 뒤 큰 입이 공명을 증폭시키고, 증폭된 음파는 두개골의 뼈와 조직을 통해 내이(內耳)로 전달한다. 개구리의 입이 공명기 또는 확성기의 역할을 하는 것. 연구팀은 이 개구리의 입과 내이 사이에 있는 조직이 다른 개구리 종(種)에 비해 두께가 얇으며, 구강과 두개골을 통해 음파가 내이로 전해지면서 고막 없이도 소리를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 개구리는 고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굴개굴 소리를 내거나 다른 개구리들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개구리가 고막이 없이도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어떻게 동족과 의사소통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면서 “이는 특별한 진화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호텔따라 떠나는 그리스

    호텔따라 떠나는 그리스

    좋은 호텔은 좋은 여정을 만든다. 아테네와 펠로폰네소스반도의 이오니아해, 에게해에 자리한 좋은 호텔 세 군데를 소개한다. ●Athens 아테네 올림픽을 기억하는 신의 도시 ▶hotel 고대 도시의 품격을 품다 호텔 그랜드 브르타뉴Hotel Grande Bretagne 공항에서 아테네 시내로 접어드는 길은 혼잡하다. 얼키설키 얽힌 도로 위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노라면 신들의 도시 아테네에 대한 막연한 로망은 흐려지고 만다. 로망 이전에 아테네는, 전 세계에서도 매연으로 이름 높은 그리스 제일의 도시인 것이다. 호텔 그랜드 브르타뉴는 그런 아테네의 심장부에 자리하면서도 혼잡한 도심의 기운을 뒤로하고 당당하게 서 있다. 그랜드 브르타뉴가 문을 연 건 1874년. 140년이 넘는 세월은 호텔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 고대 도시 아테네로의 여정을 알린다. 로비의 와이파이 존을 찾아다니며 현실의 끈을 놓지 못하는 현대인은 그래서 그랜드 브르타뉴에서 초라해진다. 그랜드 브르타뉴가 세워진 이래 아테네에서는 두 번의 올림픽이 열렸다. 최초의 근대 올림픽인 1896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그것이다. 그랜드 브르타뉴는 두 번의 올림픽 당시 모두 공식 호텔로 지정됐다.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기록이다. 호텔의 유명세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소피아 로렌 등 왕족들과 할리우드 스타들의 방문도 한몫 했다. 그랜드 브르타뉴는 클래식과 디럭스 타입의 객실을 비롯해 7개 타입의 스위트 객실을 선보인다. 비교적 좁은 편인 낮은 등급의 객실이라도 고풍스럽기는 한결같다. 완벽한 조망을 바란다면 디럭스 스위트가 제격이다. 객실은 디럭스 타입과 동일하지만 아크로폴리스를 조망하는 넓은 발코니를 지녔다. 세세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았는데, 객실에는 각각 다른 5종류의 베개가 비치돼 있다. 부대시설로는 인도어 수영장과 아웃도어 수영장, 스파 등이 자리했다. 압권은 레스토랑이다. 멀리 아크로폴리스를 품은 ‘GB 루프 가든’의 풍경은 시간과 빛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진다. 그곳에서는 한낮에는 태양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어두운 밤에는 조명으로 환하게 물든 아크로폴리스를 맞게 된다. GB 루프 가든에서의 식사는 맛을 음미하고 배를 채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여행의 참맛을 되뇌게 하는 행복한 각성이다. 그랜드 브르타뉴에는 GB 루프 가든을 포함해 7개의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찾아가기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호텔까지는 차로 45분 정도 걸린다. 신타그마 광장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면 호텔까지 쉽게 닿을 수 있다. 시내에서 이동한다면 지하철 신타그마역을 이용해도 된다. 호텔의 위치는 호텔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 그런 의미에서 그랜드 브르타뉴는 백 점 만점에 백 점이다. 호텔은 국회의사당과 신타그마 광장 바로 옆에 자리했다. 신타그마 광장은 아테네의 트렌드와 미식 중심지인 에르무, 미트로폴레오스 거리와 이어진다. 아크로폴리스, 제우스 신전, 판아테나이코스 근대 올림픽 경기장 등 아테네의 굵직굵직한 볼거리 또한 차로 10분여 거리로 가깝다. 홈페이지 www.grandebretagne.g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h Drive 코린토스Corinth 그리스 본토와 펠로폰네소스 반도 사이에는 코린토스 운하가 흐른다. ‘육지에 파 놓은 물길’이라는 운하의 뜻 그대로 코린토스 운하는 인공적으로 판 물길이다. 1881년에 시작된 공사는 1893년에 끝나 코린토스에서 살로니코스까지 700km 바닷길을 단 6.3km로 줄였다. 운하를 파려는 노력은 기원전부터 있어 왔지만 매번 여러 반대에 부딪쳤다. 신이 막아 놓은 것을 왜 파느냐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고, 살로니코스에 비해 코린토스의 해수면이 높아 살로니코스가 잠기고 말 거라는 비과학적인 이유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었다. 67년, 네로 황제는 포로 6,000명을 동원해 공사에 착수했지만 그들은 모두 수장되고 만다. 이리저리 한눈에 담기는 코린토스 운하는 펠로폰네소스를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지나는 길이다. 코린토스 운하만 스쳐 지나기 섭섭하다면 루트라키 해변이나 아크로코린트로 향하는 것도 괜찮다. 한적한 루트라키 해변에는 그리스 대중 음식점인 ‘타베르나’가 줄지어 서 있다. 입맛 당기는 해산물 요리는 시끌벅적하게 그리스 스타일로 즐겨야 그 맛이 배가 된다. 아크로코린트는 아크로폴리스의 3배 높이인 해발 575m에 세운 도시국가다. 코린토스와 살로니코스를 모두 굽어보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해 여러 차례 땅의 주인이 바뀌는 비극을 겪었다.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쌓았던 아크로코린트의 성벽은 길이가 4.6km, 두께가 무려 두께 7m에 달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0min Drive 아크로폴리스Acropolis 아크로폴리스는 폴리스의 높은 곳이라는 의미다. 각 폴리스에는 아크로폴리스가 존재하지만 오늘날 아크로폴리스는 흔히 아테네를 일컫는다. 아테네는 1,000여 개에 이르는 도시국가 중 하나인데, 대표적인 도시국가로는 아테네, 스파르타, 테베 등이 있다. 아크로폴리스로 향하기 전 여행자들은 으레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들른다. 이전에는 파르테논 신전 옆에 자그마하게 자리했지만 지금은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웅장하게 변모했다. 아크로폴리스의 변천사와 출토 유물 등의 전시물도 볼 만하지만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가 참여한 박물관 건물은 그 자체로도 유명하다. 아크로폴리스는 이름 그대로 높은 언덕에 자리했다. 박물관에서 나와 언덕까지는 걸어야 하고, 그 길 중간에는 음악당인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있다. 닫힌 문 사이로 일부 모습을 드러내는 음악당은 아크로폴리스에 입장한 후에야 제대로 된 반원형의 모습을 보여 준다. 불레의 문을 통과하면 양쪽으로 선 에레크테이온 신전과 파르테논 신전을 보게 된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남쪽 벽의 여인 조각상 가리아티드로 유명하다. 파르테논은 아크로폴리스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도리아식 기둥의 황금 비율을 선사해 최고의 신전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늘 그래 온 것처럼 파르테논 신전은 공사 중이다. 입장료┃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5유로 아크로폴리스 전망대 12유로 ●Pylos 필로스 이오니아 해의 숨결 ▶hotel 상상 그 이상의 리조트 코스타 나바리노Costa Navarino 코스타 나바리노는 단순한 리조트가 아니다. 오랜 열정과 땀의 결실이다. 코스타 나바리노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는 1987년. 그리스의 해운 선주 바실리스는 펠로폰네소스 남서쪽에 자리한 메시니아 주의 땅을 일부 구입하며 코스타 나바리노의 서막을 올렸다. 코스타 나바리노가 첫 손님을 맞이한 해는 2010년. 2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리조트에는 1만6,000그루가 넘는 올리브 나무와 8,000그루가 넘는 과실수가 옮겨 심어졌다. 황량했던 황톳빛 땅은 나무가 우거진 푸른 땅으로 변모했다. 코스타 나바리노의 골프 코스는 일대를 더욱 푸르게 꾸민다. 2009년에 선보인 코스타 나바리노의 듄 코스는 푸르름의 결정판이다. 티박스에 서면 골프 코스와 조화를 이룬 바다와 강, 언덕의 푸르름이 한눈에 담긴다. 듄 코스는 US 마스터스 챔피언인 베른하르트 랑거와 골프 매니지먼트 회사인 트룬 골프가 설계했다. 듄 코스 외에 코스타 나바리노에는 2011년에 완성된 베이 코스가 하나 더 있다. 코스타 나바리노의 골프 코스가 특별한 이유는 코스타 나바리노는 골프 리조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하며 내세우지 않은 시설조차 코스타 나바리노에서는 이리도 훌륭하다. 코스타 나바리노는 그 밖에도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수영장은 기본. 리조트 내에는 워터 슬라이드를 갖춘 아쿠아파크까지 자리했다. 정규 테니스 코트에 어린이 전용 테니스 코트까지 갖췄으니 기타 스포츠 시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오니아 해를 마주한 1km 길이의 해변이 자리했지만 리조트에 머물며 해변에 나갈 일은 흔치 않다. 코스타 나바리노의 건물은 돌로 된 성채를 연상케 하는 메시니아의 전통 양식을 따랐다. 건물들이 미로처럼 연결된 까닭에 무심코 길을 나섰다가는 헤매기 일쑤다. 리조트 지도는 필수. 리조트 내 시설은 상상을 초월한다. 코스타 나바리노에는 18곳에 달하는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그리스 정통 요리에서 아시아 요리까지, 전 세계 맛 기행이 리조트 내에서 이뤄진다. 스시 등 아시아 요리를 선보이는 라운지 바인 ‘인비’와 야외극장과 인접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다 루이지’는 특히 인기다. 조식은 뷔페 레스토랑인 ‘모리아스’에서 진행된다. 코스타 나바리노에서 직접 만드는 신선한 요구르트와 다양한 종류의 꿀과 잼이 특징이다. 객실은 로마노스 리조트에 320개, 웨스틴 코스타 나바리노에 444개가 마련돼 있다. 모든 객실에는 리조트 시설과 바다가 조망되는 넓은 발코니가 딸려 있다. 일부 1층 객실은 전용 인피니티 수영장을 갖췄다. 찾아가기 아테테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 45분 거리다. 아테네 공항에서 출발하는 리조트 전용 택시는 한 대에 280유로. 국내선을 이용, 칼라마타 공항에서 리조트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칼라마타 공항에서 48km 거리로 리조트 전용 택시는 한 대에 70유로다. 홈페이지 www.westincostanavarino.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3h 20min Drive 모넴바시아 Monemvasia 육지에서 섬이 됐다가 다시 육지와 연결된 모넴바시아. 필로스에서는 3시간, 칼라마타에서는 2시간 30분 거리다. 아테네에서 모넴바시아로 가려면 무려 5시간이 걸리지만 당일치기로 모넴바시아를 찾는 이들도 꽤 된다. 길에 버리는 시간조차 아깝지 않을 만한 가치가 모넴바시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넴바시아는 펠로폰네소스 남동쪽 라코니아 주에 우뚝 선 섬이다. 본디 반도에 속한 땅이었지만 375년의 대지진을 겪으며 섬으로 분리됐다. 이 섬은 수백 년이 지난 6세기, 다시 육지와 400m 둑으로 연결된다. 모넴바시아는 그리스어 ‘모네Mone’과 ‘엠바시Emvassi’가 합쳐진 말로 ‘하나의 입구’라는 뜻이다. 실제 모넴바시아로 들어가려면 단 하나의 입구를 지나야 한다. 그렇게 닿은 모넴바시아는 식물의 뿌리처럼 뻗은 고샅으로 이어진다. 입구의 고샅은 중앙 광장으로, 또다시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연결된다. 모넴바시아는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구분된다. 아랫마을을 굽어보며 선 윗마을은 옛 모습을 잃은 지 오래. 여행자들의 발길이 잦은 아랫마을에는 보수를 거친 800여 채의 옛집과 4곳의 교회가 남아 있다. 중앙 광장에서 바다 쪽 절벽을 굽어보면 절벽에 매달린 집들의 모양새에 모넴바시아는 역시 그리스 섬이구나 싶다. 그러다가 눈을 돌려 고샅을 훑으면 육지의 어디인가 싶기도 하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조금이라도 얻어 먹겠다고 얌전히 테이블 옆을 지키니 여행자들에게 길들여진 ‘섬 고양이’인가 싶다가도 다가서면 흠칫 놀라 몸을 낮춰 피하니 ‘육지 고양이’인가 싶다. 육지 혹은 섬. 풀리지 않는 숙제다. 모넴바시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고샅을 훑고 바다를 감상하고, 레스토랑과 카페,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는 일이 전부라면 전부다. 하루 이틀 더 묵어 간다 해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고샅을 품은 그 집, 바다를 안은 저 집의 정취가 모두 달라 며칠 머물며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모넴바시아는 그런 곳이다. 스페체스 섬은 자동차가 없는 곳이다. 천천히 오가는 마차가 이곳의 예스러운 정취를 더해 준다. ●Spetses 스페체스 오토바이가 넘실거리는 섬 ▶hotel 그리스 최초의 리조트 호텔 포세이도니온 그랜드 호텔The Poseidonion Grand Hotel 정기선이든 전셋배든 수상택시든, 스페체스로 향하는 배들은 크기와 형태를 막론하고 다피아 선착장Dapia Port으로 향한다. 멀리, 배에서 바라보는 스페체스는 늘 바라 온 그리스 섬이다. 에게해를 비추는 햇빛은 청록빛에 물들고, 바다로 쏟아질 듯 섬의 언덕에 다닥다닥 붙어 자리한 집들은 파스텔톤 황톳빛을 머금었다. 선착장에서 내려다본 스페체스의 풍경은 또 다르다. 선착장에서 걸어서 1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포세이도니온 호텔이 떡 하니 자리하고 있어 스페체스의 전형과는 조금은 다른 스카이라인을 그려 낸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은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연안의 휴양지인 코트다쥐르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아테네의 호텔 그랜드 브르타뉴와도 동일한 양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빌리자면 ‘그리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급히 지은, 외견만 고급스런 호텔이 아니라 제대로 정성을 들여 세운 품격 있는 본격적인 호텔이다.’ 비즈니스 개념의 호텔만이 존재했던 19세기. 포세이도니온은 그리스 최초의 리조트호텔로 1914년에 문을 열었다. 유럽 각국의 왕족들이 호텔을 다녀갔고 그들의 흔적은 호텔의 옛 장부에 생생하게 남았다. 숙박객들의 이름과 숙박료를 꼼꼼하게 적은 옛 장부는 로비 한 편을 장식하며 호텔의 역사를 말해 준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은 웅장하고 화려하다. 방과 거실을 분리한 듯한 형태의 로비는 고급스러운 소파와 테이블로 꾸몄다. 로비 천장은 화려한 샹들리에로 장식하고 층과 층은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했다. 포세이도니온은 6층은 됨직한 3층 건물이다. 현대의 실용성만 놓고 본다면 형편없는 건물이겠지만 사치스럽기에 웅장하고 화려할 수 있었다. 다만 1914년에 머물렀다면 호텔은 낡아 버렸을 것이다. 호텔은 2004년부터 5년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시행해 2009년 6월에 다시 문을 열었다. 타일, 벽돌 등의 자재는 기존의 것을 유지했기에 웅장하고 화려한 옛것과 깨끗하고 편리한 새것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은 히스토릭 윙Historic Wing과 포세이도니온 뉴 윙Poseidonion New Wing으로 구분된다. 각 건물에는 슈피리어, 디럭스, 스위트 등급의 객실이 자리한다. 정원, 바다의 조망에 따라 객실 등급은 또다시 세분화된다. 낮은 등급의 객실은 아담한 침실과 욕실이 있는 단출한 시설이지만 편안한 침대와 침구를 갖췄다. 반면 스위트 등급의 객실은 사치스러울 정도로 고급스럽다. 그중 전용 엘리베이터로 닿을 수 있는 로열스위트는 호텔에서도 단 하나뿐인 객실이다. 3개의 침실에는 각각 욕실이 딸려 있으며, 넓은 거실은 값비싼 가구로 채웠다. 압권은 에게 해를 끌어안은 발코니. ‘발코니의 넓이가 부의 기준’이라는 그리스의 문화를 몸소 깨닫게 하는 장소다. 포세이도니온 그랜드 호텔은 ‘베스트 클래식 부티크 호텔Best Classic Boutique Hotel In The World’ 등 2012년에만 호텔 어워드 3관왕을 차지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찾아가기 펠로폰네소스 아르골리스 주 남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코스타 항에서 스페체스까지 가는 페리를 매일 4회 운항한다. 소요 시간은 15분. 운항 시간은 수시로 바뀌므로 호텔에 문의하는 게 좋다. 수상 택시는 코스타 항을 비롯해 포르토 헬리 등지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24시간 운항하지만 늦은 밤이나 새벽에 타려면 따로 문의해야 한다. 아테네에서 스페체스 섬으로 바로 간다면 피레에프스(피레우스) 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면 된다. 배의 종류에 따라 2시간 30분~3시간가량 소요된다. 홈페이지 www.poseidonion.com 유의사항 그리스의 2,000여 개의 섬 중 사람들이 살아가는 섬은 200여 개다. 그리스 섬 사람들은 연중 섬에 살지만 11~4월에 여행자들이 섬을 찾기는 힘들다. 이 시기에는 호텔은 물론 카페나 레스토랑 등 여행자 편의시설이 모두 문을 닫는다. 이유는 다름아닌 날씨 때문. 강수량이 집중되는 시기라 그리스의 찬란한 햇빛은 고사하고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진다. 포세이도니온 호텔 또한 같은 이유로 이 시기에 문을 닫는다. 1~10min Walk 스페체스Spetses 스페체스 섬에는 차가 없다. 호텔에서 짐을 나르는 데 사용하는 개조 트럭이 존재하지만 일상적으로 운행되는 차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섬이라는 단어는 고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법. 자동차마저 사라져 버린 섬의 정적은 가보지 않고는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스페체스 섬의 실상은 정적과는 거리가 멀다. 섬은 차가 없는 대신 오토바이로 넘쳐난다. 10초에 한두 대의 오토바이는 반드시 보게 되니 하릴없이 섬을 왔다갔다 하는 이들이 있음이 분명하다. 여행자에게 오토바이를 빌려 주는 가게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오토바이를 타면 섬 구석구석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겠지만 작은 섬에서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천천히 섬을 걷다 보면 섬의 풍경과 일상이 느리지만 여유롭게 눈에 담긴다. 조금 멀리 이동할 일이 있다면 마차를 타면 된다. 섬의 정취에 예스러운 정취를 더하는 아주 멋진 교통수단이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에서 걸어서 1분이면 다피아 선착장이고, 다피아 선착장 인근에는 스페체스 섬의 다운타운이 형성돼 있다. 말이 다운타운이지 걸어서 10분이면 훑을 만한 기념품 가게, 카페,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다. 기념품 가게의 단골 메뉴는 마차, 집, 고양이 등 스페체스의 풍경이 새겨져 있는 마그네틱이다. 여기에 영어로 휘갈겨 적은 ‘스페체스’라는 글씨는 기념만 되지 않는다면 지워 버리고 싶을 정도로 조악하다. 신발, 의류, 모자,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도 많다. 무언가를 사고 말고를 떠나서 모든 가게들은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스페체스의 풍경에 녹아 있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제외하면 한산하다. 스페체스의 ‘그리스’ 할아버지들은 한산한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나른한 그들의 일상은 여행자들에게 그리스를 말하는 풍경이 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17~18세기의 스페체스는 ‘부富’로 대변되는 섬이었다. 스페체스의 작은 섬에는 범선을 만드는 큰 조선소가 있었고 이곳에서는 화물과 대포를 모두 실을 수 있는 범선을 생산했다. 17세기 이전, 그리스는 해적으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러한 범선이 생산되며 순조로운 무역이 가능해졌다. 스페체스 섬에 부를 가져다준 본거지는 올드하버다. 오늘날 제일 항구의 명예는 다피아 선착장에 내줬지만 당시 올드하버의 영화로운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올드하버에는 요트 등 개인 소유의 배들이 즐비하고, 인근에 자리한 부유한 선박 소유주들이 지은 호화로운 집들이 스페체스 특유의 풍경을 만든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 가옥은 그리스에서 가장 비싼 집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올드하버는 다피아 선착장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다. 다피아 선착장과 가까운 락사리나 부부리나Laksarina Bouboulina의 집도 스페체스 섬이 풍요로웠던 시절에 지어졌다. 부부리나는 1821년 투르크와 맞선 독립전쟁에 전 재산을 내어 놓고 독립군을 이끈 여걸이다. 그리스에서 그녀의 이름을 듣는 건 어렵지 않은 일. 유로를 쓰기 이전 그리스의 화폐인 드라크마에도, 거리 이름에도 부부리나는 살아 있다.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이 부부리나를 존경하는 그리스인들 덕분에 스페체스는 풍요로움과와 더불어 영광의 섬으로 불리게 됐다. 부부리나의 집은 1991년에 부부리나 박물관으로 선보였다. 집 안에 오래된 무기와 책, 도자기, 편지와 문서, 그림, 개인 소장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부부리나의 후손이 40분간 영어가이드 투어를 진행하며 6유로의 입장료는 옛 집을 유지, 보수하는 데에만 쓰인다고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h 15min 에피다브로스Epidaurus 에피다브로스는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병의 치유를 기원하던 장소다. 에피다브로스에 모인 환자들은 일상의 즐거움을 찾았고, 대규모 반원형 극장은 그렇게 탄생했다. 에피다브로스는 그리스, 로마의 오케스트라 극장 가운데 유일하게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기원전 4세기경에 지어진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음향 시스템 또한 완벽하다. 에피다브로스의 무대에는 당시의 음향 시스템을 시험하고자 전 세계 여행자들이 줄을 선다. 소리를 치는 이들도,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있다. 객석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도 소리는 잘 들린다. 소리가 벽을 치고 증폭돼 울리는 것마냥 아주 잘 들린다. 에피다브로스의 반원형 극장은 1만4,0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입장료 6유로 1h 30min 나프플리온Nafplion 펠로폰네소스 반도 아르골리우스 주에 자리한 나프플리온. 투르크와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후 그리스 임시정부가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나프플리온은 아테네와도 2시간 30분가량 거리로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나프플리온을 기점으로 삼고, 에피다브로스를 함께 돌아보면 된다. 타운 홀이 자리한 신타그마 광장은 나프플리온 여정의 출발점이다. 여유가 된다면 나프플리온이 한눈에 조망되는 아크로 나프플리온과 팔라미디 성채에 올라 본다. 아크로 나프플리온의 언덕 아래로는 바다 혹은 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이 여러 갈래로 펼쳐진다.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가 늘어서 있는 나프플리온의 골목은, 일상이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그런 일이 늘 그렇게 일어나는 것처럼 골목 사람들은 여유롭다. 나프플리온의 개들도 골목 개 행세를 한다. 원색의 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프플리온의 골목에서는 여행자가 아닌 척, 그들의 생활에 녹아 들어 골목 사람처럼 굴고 싶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꽃보다 화려하게 치장한 기념품 가게에서 꺾이고 만다. 어느 관광지에나 있는 그저 그런 기념품이 아니라 꽤 괜찮은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몇 있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골목을 벗어나 바다로 난 길로 향하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성채가 보인다. 부르지 섬이다. 베네치아인들의 요새였던 곳으로 19세기에는 사형 집행인들이 은퇴 후 이곳에서 생활했다 한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터키항공 02-3789-7054 www.turkishairlines.com ▶travie info 항공 한국에서 그리스로 가는 직항은 없다. 터키항공을 이용해 인천, 이스탄불, 아테네를 연결하면 빠르고 편리하다. 인천과 이스탄불 구간은 매일 1회, 이스탄불과 그리스 구간은 매일 4회 운항된다. 시차 그리스가 한국보다 6시간 느리다. 화폐 유로를 사용한다. 2013년 7월 기준, 1유로는 1,477원. 전압 220V, 50HZ. 한국의 전기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 [속보]통합진보당, 오후 3시 ‘이석기 녹취록’ 관련 기자회견

    [속보]통합진보당, 오후 3시 ‘이석기 녹취록’ 관련 기자회견

    통합진보당은 30일 오후 3시 국회 정론관에서 이석기 의원 관련 녹취록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는다.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의원 관련 녹취록이 날조됐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기자회견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합진보당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5.12 모임 녹취록 관련 당사자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밝혔다. 다만 기자회견에 이석기 의원은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석기 의원 관련 녹취록에 대한 브리핑에서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이 RO를 소집해서 내란을 모의했다고 발표하고 그 증거로 녹취록을 제시했으나 이는 경기도당 위원장이 소집한 당원모임에서 이 의원을 강사로 초빙해 정세에 대한 강연을 듣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의원의 어떤 발언에도 내란음모에 준하는 발언은 없다”면서 “국정원은 내란음모 증거를 단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을 문제삼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특히 “녹취록은 일부 참가자의 발언이 날조 수준으로 왜곡돼 있다”면서 “이는 국정원이 NLL(북방한계선) 포기라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 정상회의록 짜깁기를 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은 (RO 녹취록의) 입수경위를 밝혀야 한다”면서 “피의사실을 공포한 것에 대해서는 국정원은 물론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언론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현장 행정] 개관 100일 맞은 동작아트갤러리

    [현장 행정] 개관 100일 맞은 동작아트갤러리

    29일 오전 11시 보라매공원을 지나자 언덕에 솟은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각형 뿔 모양 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개관 100일을 맞아 본격적으로 역할을 맡은 동작아트갤러리다. 1964년 지어져 1985년까지 공군사관생도들이 이용하던 성문교회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393㎡ 규모로 1층 전시관에서는 동작문인협회 시화전과 동작구사진작가협회 회원전이 한창이다. 한쪽 벽면에 전시된 동작구 거주 문인들의 작품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서울대 교수를 거쳐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지낸 구인환(84)씨의 ‘산딸기’가 바로 그것이다. ‘산이 부끄러워/산이 탐이 나서/두견새 피움을음 삼키며/안에서 토해 내는/한 떨기의 장미’로 시작하는 작품은 동작구사진작가협회 회원들이 제공한 사진 위에 한 글자 한 글자 새겨졌다. 이 밖에 아마추어로 시인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작품도 다수 전시돼 있다. 반대쪽 벽면에는 수준급 사진들이 내걸렸다. 주로 자연을 찍은 것들이다. 동작구를 상징하는 새 백로와 선유도에서 바라본 여의도, 아기 새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 새, 예술 공연 등 다양한 장면을 안정감 넘치는 앵글의 사진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듣는다. 동작아트갤러리 관계자는 “특히 주말이면 보라매공원을 찾은 주민들이 갤러리까지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작품은 물론이고 유명 작품도 전시할 계획”이라며 “먼저 다음 달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별곡 전시회를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 관계자는 “다른 자치구에는 아트센터나 직영 갤러리가 많은데 동작구의 경우 주택지 비율이 높아 문화 공간이 협소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동작아트갤러리에 전시돼 있는 작품들이 이전에는 보건소와 문화복지센터 건물 벽면에 걸려 전시됐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 등 예술가들이 꾸준히 의견을 제시, 숙원사업이던 갤러리를 개관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며 웃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CJ ‘비비고’ 한식의 맥도날드로 육성

    CJ ‘비비고’ 한식의 맥도날드로 육성

    “전 세계인들이 매주 1회 이상 비비고 한식을 먹고, 매월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일 K팝을 듣는 등 일상에서 한류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 CJ의 꿈입니다.” CJ그룹이 식(食)문화 한류를 선도한다는 각오를 세웠다. CJ주식회사 이관훈 대표는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하얏트호텔에서 그룹의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CJ그룹 식품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식 통합 브랜드 ‘비비고’(bibigo)를 앞세워 2020년에는 식품 부문의 전체 매출을 15조원으로 끌어올리고 이 중 절반 이상인 8조원을 해외 시장에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50여 개국에서 5만개 이상의 매장(가공식품·유통점·레스토랑)을 확보하면 전 세계 소비자들이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이상 한식을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CJ는 비비고를 레스토랑과 가공식품 등 ‘투 트랙’ 전략으로 육성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비비고 매장에서 한식을 경험한 고객들이 비비고 브랜드 가공식품을 집에서도 즐기도록 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0년에 비비고의 해외 매장을 740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해외 매출 1조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비비고 등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민관 협동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재 비비고의 주요 공략지는 식품 트렌드를 선도하는 미국이다. 이곳에서의 비비고 가공식품 첫 작품은 만두로, 대형 유통점을 통해 판매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 내 만두 제품 매출액은 올해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국내 시장의 매출액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전체 만두 시장에서 중국식 만두인 ‘링링’에 이어 2위다. 올해 말 LA 인근 플러턴 공장이 증축되면 총 3곳의 만두공장에서 연간 3만t의 만두를 생산하게 돼 전 세계 만두 시장 1위에 오를 것으로 회사는 자신했다. 이 대표는 “비비고 만두를 ‘제2의 초코파이’로 만들 것”이라며 “이를 통해 비비고를 한식의 맥도날드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WWE 로우(FX 밤 10시) 대니얼 브라이언과 웨이드 배럿의 오프닝 경기에 브래드 매덕스가 특별심판으로 등장한다. 과연 브라이언은 매덕스의 방해를 극복하고 배럿을 이길 수 있을까. 또 양대 머니 인 더 뱅크의 승자 랜디 오턴과 대미언 샌도우가 대결을 펼치고 코디 로즈가 특별한 해설자로 나선다. 한편 미즈TV의 게스트로 존 시나와 대니얼 브라이언이 출연한다. ■벼락 맞은 문방구(투니버스 밤 8시) 다빈과 인서는 좋아하는 인기 아이돌 엠아이비의 차량이 털렸다는 소식을 듣고, 오빠들을 걱정하며 침울해한다. 그러던 중 엠아이비 매니저로부터 잃어버린 트로피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고, 번개탐정단은 트로피의 행적을 찾아 나선다. 과연 번개탐정단은 인기 아이돌이 잃어버린 트로피를 찾을 수 있을까. ■실전! 근접 전투 CQB(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2시) 근접전투를 지원하는 저격수 스나이퍼에 대해 알아본다. 저격수 활용에 관한 이론과 과학적 근거를 짚어보고, 그들의 무기도 면밀히 분석한다. 특히 무기 시그 자우어 3000의 일반 모델과 소음기 모델을 직접 비교한다. 실제 저격수 시각에서 경험하는 작전인 아프가니스탄 국경에서 목표를 제거하는 과정도 소개된다. ■계절의 식탁(올리브 밤 9시) 한국인의 대표 식재료인 호박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마트에서 애호박을 구입하면서 지금껏 무심코 지나쳤던 비닐 애호박과 일반 애호박의 차이점이 뭔지 알아본다. 스님과 함께 만들어본 사찰 음식부터 애호박 고명을 올린 건진국수, 맛도 영양도 두 배인 애호박 민어곰탕, 호박을 이용한 디저트까지. 호박의 다양한 변신이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틴울프 3(AXN 밤 10시 50분) 스캇은 앨리슨과 함께 앨리슨의 할아버지를 찾아가고, 그에게서 과거의 이야기와 듀캘리언이 눈이 멀게 된 사연을 듣는다. 그리고 듀캘리언이 앞을 볼 수 있을 때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한편 스타일즈는 피터로부터 데릭의 과거 얘기를 듣고, 데릭이 사랑했던 여자 때문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하로 킥오프(애니맥스 오후 5시) 보람 초등학교 축구팀은 킥오프 대회 준결승을 지나 결승전까지 순조롭게 통과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소영이의 부상으로 팀에 큰 위기가 닥쳐온다. 태양은 소영이가 다친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여기고 마음을 잡지 못한 채 방황한다. 과연 축구팀은 각자의 장점을 살린 플레이로 위기를 무사히 극복하고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 [김문이 만난사람] 고전소설 낭독하는 이 시대 ‘마지막 전기수’ 정규헌 선생

    [김문이 만난사람] 고전소설 낭독하는 이 시대 ‘마지막 전기수’ 정규헌 선생

    전기수를 아시나요? 예나 지금이나 ‘이야기’(스토리 텔링)는 흥미롭기 마련이다. 조선후기 때 전기수(傳奇·기이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노인)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고전소설을 낭독해주는 일을 했다. 단순히 책을 보고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문장에 가락을 붙여 마치 시를 읊으며 1인극을 하듯이 소설을 낭독했다. 때문에 대부분 머릿속에 외워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과 말투를 실감 나게 흉내 냈다. 그러다 보면 하하 웃는 사람, 훌쩍훌쩍 우는 사람이 생겨났고 그들은 다음 편을 손꼽아 기다렸다. 조선시대 후기에는 ‘심청전’ ‘구운몽’ ‘사씨남정기’ 등 고전소설이 많이 등장했으며 아울러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런 소설을 읽고 싶어했다. 하지만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자들이 많았던 터라 이들을 위해 소설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던 것. 김홍도의 풍속화에도 시골 사랑방에서 책을 읽어주는 광경이 등장할 만큼 전기수는 서민사회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전해진다. 당시 전기수는 직업적으로 돈을 받느냐 안 받느냐에 따라 강담사(講談師) 또는 강독사(講讀師) 등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전기수는 대부분 사라졌다. 그런데 딱 한 사람이 있다.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하고 문명화된 사회에서 우리의 전통 전기수의 맥을 유일하게 잇는 정규헌(77) 선생. 말 그대로 이 시대의 마지막 전기수인 셈이다. 28일 오전 서울도서관(서울시청 자리)에서 모처럼 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에 앞선 지난 22일 충남 계룡시의 자택에서 정 선생을 만났다. 그는 집에 소중히 간직해 온 고전소설을 여러 권 꺼내 펼친다. ‘사씨남정기’ 등 김만중의 소설을 비롯해 ‘춘향전’ ‘심청전’ ‘옥루몽’, 그리고 1930년대 나온 ‘삼국지’도 있었다. 대부분 표지와 속지 등은 세월만큼이나 색이 바랬다. 그의 집에는 이 같은 고전들이 30권 정도 보관돼 있다. “1960년대에는 이런 책들을 육전소설이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당시 쌀 한 되가 3전이었는데 6전을 주고 책을 사서 읽는 소설이란 뜻에서 그랬지요. 일부에서는 딱지본(딱지치기할 때 사용한다는 뜻)이라고도 했는데 그건 정석이 아닙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딱지본이라고 하면 안 되지요.” 그가 고전소설을 얼마나 애지중지 여기는지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정 선생의 앞에 놓인 고전소설은 대부분 한글로 쓰였으되 띄어쓰기가 전혀 안 된 것이어서 읽기가 쉽지 않았다. 어떻게 이 책으로 줄줄이 읽어 나갈까. 그러자 “지금은 나이가 들어 그러지 못하지만 한창 젊었을 때는 100권 정도는 달달 외웠다”고 말한다. 잠시 시연을 부탁했다. “자, ‘심청전’ 중간 부분에 나오는 대목이여.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팔려나가는 날 아침 선인(뱃사공)들이 도착해 심청이를 데려가려고 하는 장면이지. 심청이가 읊는다. ‘여보시오 선인네들, 오늘 행선(배가 나간다는 뜻)하는 줄은 내가 이미 알거니와 부친이 알지 못하오니, 잠깐 지체하옵시면 불쌍하신 우리 부친 진짓상을 올려 잡수신 후에 말씀 여쭙고 떠나리다’, 선인들이 불쌍하고 가엽게 여겨 ‘그리하오’ 허락하니 심청이 들어와서 눈물 섞인 밥을 지어 진짓상을 올려,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부친 귀에 들리지 않게 속으로 흐느끼며~.’ 고저장단이 있어 얼핏 창(唱) 같기도 하고 이야기 전개의 자세한 상황과 감정 묘사가 있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도 하다. 그 옛날, 글을 모르던 마을 사람들이 모여 흥미진진하게 들었음직한 광경 또한 어렴풋이 그려진다. 이에 대해 그는 “얘기책을 읽는 데는 우리만의 독특한 방법, 즉 사연에 가락을 붙여 읽었다. 이렇게 하면 음악을 즐기며 내용을 감상하고 듣는 사람에게 더욱 흥취를 돋우고 실감 나게 했다”면서 이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문화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어느 지역이나 고전소설을 읽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한 마을에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 한두 명만 있어도 그들이 책을 읽어줌으로써 비록 글을 모르는 사람도 지식을 쌓고 인성을 갖추고 지혜를 터득할 수 있었지요.” 당시 소설은 대부분 양서(良書)로 사필귀정, 고진감래의 철학을 담고 있어 올바른 삶을 살면 나중에 반드시 영화(榮華)가 있다는 신념을 갖게 해줬다고 그는 말한다. 고전소설을 읽는 시기는 추수를 끝낸 농한기로 마을 사랑방에 모여 읽었으며 내용에 심취해 밤을 지새우는 일도 많았다면서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밤이 깊어지면 제사를 모신 집에서 제삿밥을 갖다주고 사랑방 주인은 고구마를 삶아 주고 그것도 모자라면 동치미라도 꺼내 먹으며 따뜻한 정과 훈훈한 인심으로 날을 밝혔다. 또한 심청이가 아버지의 만수무강을 빌며 인당수에 뛰어드는 대목에서는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의 지혜로 조조 군사를 쳐부술 때에는 통쾌하게 손뼉을 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랑방을 빌려준 주인은 방 안 가득히 앉아 있는 소설책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대·소변을 얻고자 하는 속셈(?)도 있었다. 왜냐하면 비료가 귀했기 때문이다. “한 마을에서 사나흘 머물다가 다른 마을로 가는 경우도 많았지요.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때라 이 마을 저 마을 소식도 전해주고 때로는 중매까지 서주면서 후한 대접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정월 초에는 동네 아줌마들에게 토정비결을 읽어줬는데 서로 붙잡아 놓지 않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책을 읽게 됐을까. 고전소설 강독은 그의 부친한테 전수받았다. 부친은 충남 청양에서 주로 활동했다. 당시 고전소설 강독을 하는 사람들이 집에 자주 찾아올 만큼 부친의 활동 범위는 넓었다. 일주일에서 열흘 이상 외지로 돌아다니는 날이 많았다. 강독의 대가로 받은 것은 약간의 용돈과 명주옷 등이었다. 부친은 일흔 살까지 활동했다. 부친이 주로 읽었던 작품은 ‘삼국지’와 ‘유충렬전’ 같은 군담류였고 ‘은방울전’ 등 생소한 소설을 자주 선택해서 읽었다고 회고한다. 이러한 영향을 받은 정 선생은 8살 때 부친한테 한글을 터득하고 고전소설을 읽는 법을 몰래 배웠다. 일제강점기여서 한글을 배우는 것을 금기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밖에 나가서는 절대 비밀로 했다. 9살이 되자 하루는 부친이 고전소설 한 권을 주면서 한 번 읽어보라고 했다. 재미가 그만이었다. 11살 때 광복이 되자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고 동네 마을 어른들한테 불려가 책 읽는 실력을 발휘했다. 이를 대견스럽게 여긴 부친은 틈틈이 강독의 가락에 대해 지적을 해주기도 했다. “제가 책 읽는 법을 배우게 된 건 이야기 책을 아주 잘 읽으셨던 선친 덕분이었습니다. 아버님이 안 계실 때는 이따금 혼자서 읽어 보고 어머님 앞에서도 읽어 보았으며 이 소문이 차차 동네에 알려지면서 어머님 친구분들에게도 읽어 드리고 동네 사랑방에 가서 어른들에게 읽어 드리기도 했습니다. 칭찬하시는 소리에 무릎이 아픈 줄 모르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지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그의 행동반경은 더욱 넓어졌다. 10리 밖 마을에서도 초청받을 만큼 그의 이름이 알려졌다. 게다가 11살 때 터득한 토정비결로 여러 동네 아줌마들한테 인기가 ‘짱’이었다. 지금은 TV나 라디오 등 볼거리와 들을거리들이 많지만 그 당시에는 이야기 책이 아니면 전혀 세상만사를 알 수 없을 때였다. 그런 까닭에 어려서부터 귀둥이 대우를 받으며 신명 나게 책을 읽었다고 술회한다. 세월이 좀 지나자 마을마다 스피커가 설치되면서 스피커를 통해 책을 읽어 주기도 했다. 그는 책 읽는 것만으로는 생활이 안 돼 29살 때 대전에서 종이 만드는 일을 하면서 잠시 책 읽는 일을 멈춘다. 55살 되던 해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책 읽는 일을 시작했다. 헌 책방을 돌아다니며 고전을 뒤졌고 여러 곳에서 초청을 받아 1인극에 출연했다. 대학에서 주최하는 세미나 등에 가서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근래에는 1997년과 2003년 공주 민속극 박물관에서 주최한 아시아 1인극 대회에 초청받아 30분씩 강독을 하며 진가를 발휘해 주목을 끌었다. “고전낭독은 판소리의 어머니요, 아버지입니다. 판소리 무형문화재는 여러 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전기수)은 인정을 잘 안 해줍니다. 원래 동네마다 책 읽는 사람이 다 있었는데 이젠 아무도 없어요.” 5년 전쯤 전북 임실에 고전소설을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지만 이미 작고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웠다. 이제 유일하게 혼자 남은 그는 지나온 세월을 돌이키면서 “후세에 전해주려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아무런 욕심 없이 양심껏 책을 읽었다”면서 지금이라도 후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면서 이렇게 호소한다. “요즘에는 눈과 귀를 황홀하게 현혹하는 기상천외한 오락물들이 많아 이 소중한 문화를 전수받고자 희망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회 지식인이나 관계 당국의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남을 위해 음악적으로 글을 읽는 세계 유일한 이 문화가 끊기게 될까봐 애석할 따름입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정규헌 선생은 1936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청양중학교를 졸업했다. 일제 강점기인 8살 때 한글을 몰래 익혔다. 9살 때부터 아버지한테 고전소설 강독을 배웠다. 11살 때 토정비결을 터득했다. 광복이 되면서 고전소설 낭독을 본격적으로 익혔고 13살 때부터 인근 마을 등지에서 책 읽기를 했다. 29살 때 생계유지를 위해 직장을 잡아 책 읽기를 중단했으나 55살 때부터 다시 책 읽기에 나섰다. 1997년과 2003년 공주 민속극 박물관에서 주관한 아시아 1인극 대회에 초청받아 강독공연을 펼쳤다. 이 밖에도 여러 세미나 등에 초청을 받아 고전소설 강독의 문화와 역사성을 강조했다. 2008년 2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9호로 등록됐다.
  • [옴부즈맨 칼럼] 한여름 날의 전기 쇼/안혜련 주부

    [옴부즈맨 칼럼] 한여름 날의 전기 쇼/안혜련 주부

    블랙아웃이니 순환단전이니 하는 생소한 용어들을 알아듣는 유식한 사람이 된 지 2, 3년쯤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여름에만 들리던 전력난 뉴스가 겨울에도 심심찮게 들리더니 올여름에는 관심이니 주의니 하는 경고 메시지를 수시로 듣게 되었다. 급기야 컴퓨터 화면만 스산하게 밝혀진 불 꺼진 사무실의 모습을 방송 뉴스에서 접하고는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이 2013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는다는 대한민국 정부 종합청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쟁도, 테러도, 금융위기도, 심각한 발전소 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매우 평화로운 2013년 8월 오늘이기 때문이다. 그 하루인 8월 22일 서울신문의 전기 관련 기사들은 1, 2, 5, 14, 18, 19, 31면 사설까지 7개 면에 걸쳐 있다. 이 같은 전력난의 원인은 어디 있을까? 가전제품 용량은 점점 커지고 냉난방을 전기에 의존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수요의 80%는 산업용과 공·상업용이며 가정용은 16%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전기를 많이 써서 전력난이 심각해졌다는 식의 위협 내지 읍소 끝에, 정부와 여당이 전력수급 방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기껏해야 가정용 전기료 인상이라니 참으로 어설프고 안타까운 대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의 전기 수요 예측이 잘못되었다면, 지금이라도 거시적 관점에서 장기·중기·단기 대책을 세우고 국민에게 동의와 양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서울신문은 요즈음 ‘2013 공직열전’ 시리즈를 싣고 있다. 22일자 10면에도 기획재정부 국장들의 면면이 소개돼 있는데, 전력을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이 나라의 그 많은 유능한(?) 공무원들, 아니 그들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서울신문이 좀 더 관심을 기울여 업무를 확인하고 채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력난에 엘리베이터와 냉방기 가동도 못하는 환경에서 공무원부터 희생양이자 피해자가 된다는 불평 이전에, 이 상황에 누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24일 사설 “툭 하면 멈춰서는 원전 근본 대책 세워라” 역시 고대하던 의견이었지만 늦은 감이 있고, 원전을 넘어 전력의 근본 대책에 대한 주문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18일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가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청와대는 절전을 위해 냉방을 끈 상태였고, 양복을 차려 입은 저커버그는 연신 물을 들이켜며 더위를 참아야 했다. 8월 12일 전등을 절반만 켠 채 컴퓨터 화면만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정부종합청사의 모습은 납량특집에서나 볼 수 있을 장면이었다. 지난 정부들이 손에 잡히는 통계를 갖고도 전력 수요를 예측하지 못했다면, 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확한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확실하게 대안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절전’ ‘우선 전기료 인상’ 식의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초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있는지 아니면 신흥국 지위를 벗어났는지 모르겠으나 애국심에 호소하여 전력난을 넘긴 것에 안도하는 한, 한여름 낮의 전기 쇼나 한겨울 밤의 전기 쇼를 걱정하는 한, G7 진입이니 선진국 편입 지수인 20-50클럽 회원이니 하는 이야기들은 숫자놀음에 불과할 것이다.
  • “박근혜 정부, 유신독재 선포”…통합진보당, 이석기 등 압수수색 반발

    “박근혜 정부, 유신독재 선포”…통합진보당, 이석기 등 압수수색 반발

    통합진보당은 28일 국가정보원의 압수수색에 대해 “박근혜 정권이 2013년판 유신독재체제를 선포했다”면서 “현재 진행되는 모든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국회 긴급브리핑을 통해 “하나 둘 드러나는 대선 부정선거 의혹 앞에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책임지라는 국민 목소리를 듣는 대신 색깔론, 공안탄압이라는 녹슨 칼을 꺼내들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홍 대변인은 “박근혜 정권이 박정희 정권이 내린 긴급조치를 대를 이어 발동했다”면서 “70년대처럼 총칼로 억누른다고 해서 국민들의 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오산”이라면서 “지난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요구는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정원은 오전 6시30분부터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김홍열 경기도당위원장을 포함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 등 관련 인사의 자택·사무실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석기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는 이 의원의 보좌진들이 검찰 직원들의 출입을 막아 1시간 가까이 대치가 이어지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의정 포커스] 조남진 서울 마포구 의원

    [의정 포커스] 조남진 서울 마포구 의원

    “현장의 목소리를 열심히 들어서 최적의 대안을 마련해 왔다는 게 저의 자랑입니다.”26일 조남진(57) 서울 마포구의회 의원은 6대 구의원으로서의 의정 활동 소감을 이처럼 밝혔다. 첫발을 떼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복지사업. 2010년 첫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2년간 복지도시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지금까지도 복지도시위원회에 몸담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조 의원의 장기는 현장행정이다. “평상시 복지시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각 시설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꼼꼼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마포복지관, 장애인종합복지관, 지역자활센터, 보육정보센터 등 지역 내 복지시설을 모두 쫓아다니면서 세세한 얘기들을 청해 들었다. 복지정책을 위해 꼭 복지시설만 돌아다닌 것은 아니었다. 마포자원회수시설, 와우산배드민턴장 같은 주민 편의시설은 물론, 초·중·고교 같은 곳도 꼭 직접 다녔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민과 학생, 근무자들에게서도 배울 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경험들은 구체적 성과로 나오게 마련이다. 2011년 공동발의한 ‘서울시 마포구 지역아동센터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와 ‘마포구 아동·여성 보호에 관한 조례’ 같은 것은 마포구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여성과 아동의 복지정책 개선에 도움을 줬다. 이 조례들을 토대로 마포구는 여성과 아동의 안전을 위해 여성·아동 폭력 관련 서비스 기관 간의 연계강화, 사전 예방과 보호·치료 등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추진할 수 있었다. 조 의원의 또 다른 관심 분야는 교육이다. 4년제 대학 진학률 등을 따져봤을 때 마포구의 교육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교육특구 지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교육에 대한 꾸준한 관심은 지난해 ‘교육발전 자문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조 의원은 “교육발전자문위를 통해서 마포구의 교육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어떤 정책이 좋을까 논의하는 것은 물론, 소소한 학교 환경 개선 문제까지 함께 의논하는 것 등이 가능해지면서 주민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일이 가장 가슴에 남는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인터뷰] 후지와라 다쓰야 “또 악역…에너지를 주니깐 절로 끌렸죠”

    [인터뷰] 후지와라 다쓰야 “또 악역…에너지를 주니깐 절로 끌렸죠”

    “악인에 끌려요. 에너지를 주니까.” 후지와라 다쓰야(31)의 배역은 매번 강렬했다. 국내 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배틀로얄’에서 그는 반 아이들을 모두 죽이고 살아남는 고등학생 나나하라 슈야 역할이었고, ‘데스노트’에서는 이름을 적어 넣으면 사람이 죽는 데스노트를 입수해 전 세계의 범죄자를 죽이는 야가미 라이토를 연기했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퍼레이드’에서는 연쇄 폭행범 이하라 나오키 역을 맡으며 마지막까지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었다. 29일 개봉하는 ‘짚의 방패’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연기하는 기요마루 쿠니히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악으로 일관하는 연쇄 살인범이다. 후지와라에게 손녀를 잃은 재계의 거물이 기요마루에게 100억원을 내걸면서 전 국민이 그의 목숨을 노리게 된다. 26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후지와라는 기요마루를 두고 “이해하려 해도 좀처럼 이해되지 않고 점점 더 멀어지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인간 쓰레기’라는 말까지 듣는 인물인데, 약간 공감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던 캐릭터라고 할까요.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분명히 어린 시절에 생긴 어떤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강하고 악한 인물이 된 데는 역시 감독님의 영향이 가장 컸죠.” 지난 5월 제 66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화제를 모은 ‘짚의 방패’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했다. ‘오디션’ ‘착신아리’ 등으로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오른 그는 호러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품마다 거친 에너지를 쏟아냈다. 지난 22일 먼저 국내 개봉한 ‘악의 교전’에서는 연쇄 살인마의 이야기를 다뤘다. 후지와라는 “무엇보다 미이케 감독님의 작품이라는 점에 끌렸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짚의 방패’는 기요마루를 축으로 악과 정의의 문제를 다룬다. 1조원 넘는 자산을 보유한 재계의 거물은 기요마루를 죽이려다 실패하기만 해도 10억원을 주겠다고 공표한다. 동료와 간호사, 심지어 경찰까지 기요마루의 잠재적 살인자가 된다. 경시청의 특수 요원 메카리(오사와 다카오)와 시라이와(마쓰시마 나나코)에게 기요마루를 경시청까지 호송하라는 임무가 떨어지면서 48시간의 호송 작전이 벌어진다. 메카리와 시라이와는 악인을 죽이려 달려드는 집단적 악인들 틈에서 악인을 보호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100억원이라는 큰 현상금은 물질 만능주의에 익숙해져 있는 이 시대의 인간을 더욱 나약하게 만들 수 있겠죠. 우리 사회에서는 정의란 무엇인지 종종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타인과 살아가는 게 역시 정의가 아닐까요. 메카리는 직업에 대한 신념이 강한 캐릭터죠. 기요마루조차도 메카리를 보고 ‘대단하다’고 여기는 면이 있어요.” 후지와라는 연기에 가장 몰입했던 장면으로 메카리와 기요마루가 처음 만나는 순간을 꼽았다. 동료에게 죽을 뻔하다 살아난 기요마루가 호송 작전을 설명하는 메카리에게 “당신들이 나를 지킬 수 있겠냐”고 묻는 장면이다. 기요마루의 질문은 정의의 한계를 시험하는 말로 들린다. 영화 속 악행을 거듭하며 악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고 있는 후지와라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살인자 역이 또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네 저요!’ 할 겁니다. 물어보자마자 ‘저요, 저요!’”(웃음)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등록금과 전쟁’ 오바마 “美 로스쿨 2년제로 축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현행 3년제인 미국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2년제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학 등록금과의 전쟁을 선포한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 빙엄턴대학 연설에서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얘기지만, 두 번째 임기인 만큼 할 말은 해야겠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를 지낸 오바마 대통령은 로스쿨 3년차 때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대신 법률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한다는 점을 들어 “2년제로 단축하면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수업을 듣지도 않으면서 엄청난 등록금만 내는 3년차 로스쿨 수업을 아예 없애는 게 타당하지 않으냐는 얘기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법조계의 핵심 논란 가운데 하나인 로스쿨 학제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2013 공직열전] 안전행정부 (상)1차관 산하 실·국장급 간부들

    [2013 공직열전] 안전행정부 (상)1차관 산하 실·국장급 간부들

    안전행정부는 박근혜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에서 이름을 바꾸었다. 태생은 내무부와 총무처의 결합이다.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지방자치제도 지원 역할을 맡아 1998년에는 행정자치부로 불리기도 했다. 내무부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고건(고등고시 행정과 13회) 전 총리다. 고 전 총리가 내무부를 지원하면서 꾼 꿈은 군수였다. 직선 지방자치가 자리 잡은 지금도 17개 광역 지자체장 가운데 5명이 안행부 출신이다. 안행부 체제의 첫 수장이 된 유정복 장관 역시 내무부 출신이다. 유 장관의 인사 특징은 ‘일을 제대로 하자’며 지역에 가 있던 인재를 불러모았다는 것이다. 우선 자신의 뿌리인 경기도에서 부지사 두 명을 데려와 국정과제 수행의 핵심 역할을 맡겼다. 이전에 맡았던 일을 다시 하는 ‘업무 재수’도 많다. 김성렬(55) 창조정부전략실장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인사다. 김 실장은 행안부 조직실장,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거쳐 현 자리에 앉았다. 조직실이 창조정부전략실로 이름을 바꾸면서 ‘정부3.0’ 업무를 하고 있다. ‘정부3.0’은 대통령이 던진 화두에서 새로운 정부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이다. 옛 총무처 출신으로 업무추진력이 뛰어나 정부3.0 업무의 적임자란 평을 듣는다. ‘정부3.0 전도사’로 불리는 박찬우(54) 1차관 산하의 실, 국장은 모두 지자체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부3.0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안행부 기조실장은 다른 부처 기조실장과 다르다.’ 중앙부처 기획조정실장 회의에서 역대 안행부 실장들이 듣던 평이다. 각 중앙 부처들이 고유 업무에 따라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는 것에 비해 안행부 기조실장은 국정 전반을 아우른다는 점을 의미한다. 강원도 부지사로 있다가 안행부 기조실장을 맡은 최두영(53) 실장은 내무부 출신으로 합리적이고 소탈하며 지방 사정에 밝아 유 장관이 발탁했다. 지방자치뿐 아니라 국정 전반을 통솔한다는 안행부의 자부심은 기조실장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 장관은 간부회의에서 “안행부는 단지 17개 부처 중 하나가 아니다. 전 직원이 청와대적 시각을 가지고 정부 전체 운영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안행부 인사실장은 전체 공무원 인사정책의 방향을 세운다. 정부 전체 인사를 담당했던 옛 중앙인사위원회 기능을 맡고 있다. 고졸 공무원 양성 정책 등을 뒷받침하는 김승호(50) 인사실장은 최고의 인사 전문가다. 김 실장은 이상적인 공무원상을 ‘자기 혼자 일을 잘하는 것보다는 부처 간의 협조와 협력에 뛰어나며 적재적소에 능력을 표출할 줄 아는 역량을 갖춘 공무원’이라고 제시했다. 안행부에서 가장 해외 출장이 많은 사람은 전자정부 수출로 바쁜 심덕섭(50) 전자정부국장이다. 이미 정보화기획관을 지낸 적이 있어 전자정부 업무에 밝다. 심 국장은 영국 버밍험대에서 3년 만에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 주캐나다대사관 등 해외 근무 경험이 많아 국제 감각이 빼어나다. 전자정부 수출업무를 맡은 행정 한류의 책임자로 적임이다. 정부3.0 업무의 주무국장인 조욱형(46) 전략기획관은 대인관계에 적극적인 마당발이자 퀴즈왕이다. 고시에 합격했을 때 일주일 만에 동기 200여명과 모두 인사를 나눴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모든 공무원이 정부3.0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데 그 친화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10년 전 방송사의 퀴즈 프로그램에서 연말 왕중왕을 차지해 받은 상금 6300만원을 모두 기부한 것은 그의 또 다른 됨됨이를 보여준다. 공무원 전체의 조직과 인사 업무를 맡은 안행부 직원들은 공무원이지만, 다른 공무원들로부터 각종 민원에 시달린다. 업무가 거친 만큼 내무부가 생긴 이래 여성 공무원이 거의 없었는데, 김혜순(52) 노사협력관은 기록을 깬 안행부 최초의 여성 국장이다. 공무원 노조를 상대해야 하는 노사협력관은 공무원을 상대로 협상을 벌여야 하는 대표적인 직책이다. 공무원 노조원들로부터 ‘소통이 된다’라는 긍정적인 평을 듣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남북관계선 대화국면 열매… 야당과 ‘허니문’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허니문’ 기간 없이 처음부터 야당과 충돌했다. 인사 파동과 정부조직 개편 문제 등으로 출범 전부터 야당과 대립각을 세웠고 이후에도 ‘스킨십’ 부재로 야당의 원만한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현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경제 활성화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법안들이 야당의 반발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 등으로 소통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지난 6개월은 최악의 ‘대야(對野) 관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이 난항을 겪자 취임 열흘도 안 돼 대(對)국민 담화를 통해 야당을 몰아세웠고 이에 민주당은 “오만과 불통의 일방통행”이라고 반발했다.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 등 현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것도 야당의 비판을 자초한 대목이다. 여당 내에서조차 더 적극적으로 야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단독 회담 제의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3자 회담 제안을 수용하는 대신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 회담을 고수하는 것은 ‘야당 존중’과 거리가 먼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반면 긴장과 대치 상태의 남북 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돌려놓고 미국, 중국 등 주요 2개국(G2)과의 정상외교에서 북한 비핵화의 공조 기틀을 마련한 점은 성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 취임 전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개성공단 폐쇄 등 최고조로 치달은 한반도 긴장을 ‘신뢰’라는 원칙을 갖고 관리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 6월 대표의 ‘격’ 문제로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고 개성공단이 파국 직전에 이르는 고비를 반전시키는 결과물을 도출했다. 개성공단은 7차례의 실무회담을 거쳐 발전적 정상화의 기틀을 다졌고, 다음 달 25~30일에는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3년 만이다. 이는 대립 속에서도 원칙을 고수하고유연성을 발휘한 전략적 접근이 주효했다는 평을 듣는다. 물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 위기는 잠시 진정됐지만 북핵 해법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대일 관계 ‘안정화’ 또한 시급하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남북 및 대외 관계에 대한 국정 평가가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청와대의 과도한 관여와 컨트롤 타워 역할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면서 “대야 관계 등 내치와 외치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점은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남북 관계가 진전될수록 민간 분야까지 다양한 행위자가 참여해야 하고 여야 간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한경일에 혹평 조권 “심사평으로 이렇게 심한 욕 속상해” 해명 (전문)

    한경일에 혹평 조권 “심사평으로 이렇게 심한 욕 속상해” 해명 (전문)

    조권이 ‘슈퍼스타K5’에서 한경일에게 혹평을 한 뒤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해명했다. 조권은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 올리는 것 자체를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한다”면서 “저라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밖에 평가되는 현실이 참혹해 저의 생각을 적어본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권은 “심사위원이라는 자리가 주어졌다는 건 권한이 주어지고 심사를 평할 수 있다는 자격이 생긴다”면서 “심사위원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저도 쉽지 않았지만 편집된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권은 그러면서 “선배님보다 까마득한 후배이지만 제 노래가 어느 누군가에겐 감동을 줄 수도 있고 ‘조권 따위’라고 생각이 들만큼 형편없는 보컬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각자의 살아온 인생이 다 다르고 저는 정말 열심히 버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에 대한 권한과 기준은 어떻게 보면 누구에게나 다 주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심사위원이라는 자리에 있었고 최선을 다해 심사했다”고 밝혔다. “저 또한 어려운 자리였지만 개인적인 심사평으로 인해 이렇게 심한 욕을 듣는 것에 대해 너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조권은 “개인의 의견과 생각이 각각 다르듯 존중해주고, 생각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동의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후배가 선배님을 심사했다는 이유가 저의 심사위원 자격논란으로 불거진 것에 대해선 유감”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조권은 한경일을 향해 “시간이 많이 흘렀고 시대가 바뀌었지만 선배님을 못 알아봬서 정말 죄송하다”면서 “이승철 선배님이 ‘한번 가수는 영원한 가수’라고 하셨듯 저에게도 영원한 선배님”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권은 23일 방송된 슈스케5에서 박재한이라는 본명으로 참가한 한경일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승철의 ‘열을 세어 보아요’를 부른 그에게 혹평을 쏟아냈다. 조권은 심사평을 통해 “노래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늘어진 브이넥 때문인지 노래가 느끼했다”면서 “사실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노래방 가서도 노래 잘하는 사람들 있지 않나. 그런데 본인의 개성도 조금 부족한 것 같고 감동이나 여운도 느껴지는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경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조권은 매우 당황하며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고 당락을 좌우하게 된 이승철에게 “기회 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조권의 해명 트위터 전문. 이런글 올리는 것 자체를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합니다. 저라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밖에 평가되는 현실이 참혹해 저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심사위원이라는 자리가 주어졌다는 건, 권한이 주어지고 심사를 평할 수 있다는 자격이 생깁니다. 저 또한 학창시절 때 친구들과 자주 부르곤 하였고.그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저도 8년이라는 연습 끝에 데뷔를 하였고 지금은 데뷔 5년차 가수가 되었습니다. 선배님보다 까마득한 후배이지만..제 노래가 어느 누군가에겐 감동을 줄 수도 있고, ‘조권 따위’라고 생각이 들만큼 형편없는 보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살아온 인생이 다 다르고 저는 정말 열심히 버텨내고 노력해서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비록 누구는 아이콘이라고도 해주시고,누구는 그냥 깝치고 끼부리는 애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냥 저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감사히 잘 쓰고있습니다. 노래보단 깝으로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다라는것 잘 알고있습니다. 심사위원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저도 쉽진 않았지만, 편집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평가에 대한 권한과 기준은 어떻게 보면 누구에게나 다 주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심사위원이라는 자리에 있었고 최선을 다해서 심사를 했습니다. 저 또한 그 자리가 어려운 자리였지만 저는 저의 개인적인 심사평으로인해 이렇게 심한 욕을 듣는 거에 대해 너무 속상합니다. 개인의 의견과 생각이 각각 다르듯 존중해주고, 생각이 틀리고 다르다 생각이 들어 동의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후배가 선배님을 심사했다는 이유가 저의 심사위원 자격논란으로 불거진 것에 대해선 유감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선배님을 못알아뵈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승철 선배님이 말씀하신 한번 가수는 영원한 가수라고 하셨듯이 저에게도 영원한 선배님입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늘 웃던 바이든이 굳었다…부인·딸 이어 아들 잃을까봐

    늘 웃던 바이든이 굳었다…부인·딸 이어 아들 잃을까봐

    지난해 9월 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장. 조 바이든(71) 부통령의 장남 보 바이든(44)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이 연단에 올라 “오늘 나는 내 아버지이자 내 영웅인 조 바이든을 부통령 후보직에 지명하는 무한한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말하자 VIP석에 앉아 있던 바이든 부통령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평소 웃음이 너무 많아 무게감이 없다는 핀잔을 듣는 편인 바이든의 이 같은 모습에 미 언론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이날 바이든의 눈물은 그의 특별한 가족사를 알고 나면 이해가 된다. 바이든은 1972년 11월 30세의 나이에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혜성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불과 한 달여 뒤인 12월 18일 처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던 부인 나일리아가 두 아들과 한 살 된 딸을 차에 태우고 크리스마스 쇼핑에 나섰다가 교통사고로 부인과 딸이 사망하게 된다. 장남 보도 다리 등을 다쳤다. 충격을 받은 바이든은 의원직을 포기하려 했지만 당 지도부가 만류했다. 바이든의 의원 선서식 때 장남 보는 휠체어를 타고 참석했다. 1975년 현재의 부인 질을 만날 때까지 5년 동안 바이든은 싱글대디로서 의정활동과 두 아들 양육을 병행해야 했다. 의사당 회의 도중이라도 아들의 전화라면 지체 없이 받을 정도로 자식에 대한 그의 애정과 책임감은 각별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키운 보의 뇌에서 종양이 발견돼 텍사스주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21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대통령보다 더 바쁘다는 부통령 바이든은 열 일 제쳐놓고 병원에서 아들의 곁을 지켰다. 그는 22일로 예정된 정치자금 모금 행사 등 3건의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그는 성명에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지금 아들은 굉장히 좋은 상태”라고 밝혔다. 보는 2010년에도 경미한 뇌졸중을 겪은 바 있다. 바이든은 2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교육개혁 행사에 배석하는 것으로 부통령으로서의 일정을 재개할 예정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늦여름 밤 서울 고궁에 발자국 소리 요란하다는데… 대체 무슨 일이

    늦여름 밤 서울 고궁에 발자국 소리 요란하다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입추, 말복도 훌쩍 지나 처서를 넘어선 늦여름의 서울 도심 궁궐.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 궁궐의 전각은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어스름 달빛에 물든 창경궁 통명전에서 사람들은 ‘한중록’을 읽고, 깊어가는 그 달빛을 벗 삼아 수런수런 창덕궁 곳곳을 완상하는 발자국 소리가 고아하다. 궁궐은 더 이상 역사 속의 장소가 아니다. 소리 소문 없이 시민들의 참여 열기로 달아오른 ‘창경궁 통명전 인문학 강좌’와, 번번이 매진행렬에 못 가봐서 더 안타까울 ‘창덕궁 달빛기행’ 현장을 가봤다. ■ ‘보름달’에 취한 창덕궁 궁녀 해설사와 함께하는 ‘달빛기행’ “저기 보이는 달 속 토끼가 무얼 만들고 있는지 아세요? 불로초입니다. 선녀 ‘항아’를 돕기 위해서라죠. 항아는 옥황상제의 아들을 죽인 죄로 땅으로 귀양 온 남편 ‘예’를 배신했다가 달로 쫓겨납니다…. 그런데 이런 전설들은 1969년 싹 자취를 감췄다죠? 아폴로 11호의 달착륙 때문이랍니다.” 궁녀 ‘방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문화유산해설사 김지애(31)씨의 나지막한 해설에 관람객의 귀가 쏠린다. 고즈넉한 궁궐의 낮은 소나무 가지 위로 살짝 걸린 보름달. 달빛 아래서 만나는 궁궐의 풍광은 낮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온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달빛과 청사초롱에 의지해 밤길을 걷던 관람객들의 입에선 절로 탄성이 터진다. 지난 21일 저녁 8시 서울 창덕궁. “문을 열어라”는 우렁찬 수문장의 외침에 돈화문이 활짝 열렸다. 기다리던 궁녀와 차비(差備·특별한 사무를 맡은 임시 벼슬) 차림의 직원들이 관람객을 살갑게 맞았다. 100여명의 관람객은 20여명씩 무리지어 궁에 들어섰고, 이들의 손에는 청사초롱이 들렸다. 이렇게 ‘달빛기행’은 시작됐다. 현존하는 궁궐 다리 중 가장 오래됐다는 금천교를 지나 진선문에 이르니 ‘궁녀’가 나직이 이른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왕족이 돼 구중궁궐을 돌아볼 것입니다. 문을 지나 돌길이 나오면 꼭 가운데 길로 걸으셔야 합니다. 가운데는 왕족, 갓길은 문무백관이 걷던 길입니다.” 어둠에 잠긴 궁궐의 침묵을 헤쳐 닿은 곳은 인정전. 8명의 조선왕이 즉위했던 이곳에선 ‘건달불’ ‘물불’이라 불리던 구한말 전깃불과 드라마 ‘해품달’에서 보던 ‘일월오봉도’를 만난다. 해설사의 목소리는 들릴 듯 말 듯 낮아진다. “달빛기행이란 달빛 아래서 소원을 빌며 명상을 즐기기 위한 행사이기 때문”이란다. 헌종이 중전을 마다하고 짝사랑했던 김씨 여인을 후궁으로 맞아, 처소로 선물했던 낙선재를 지나 함양문을 건너자 왕의 휴식처인 후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창덕궁 면적의 60%를 차지하지만 평소에는 단체 예약객에게만 공개되는 비밀 공간이다. 문에 들어서면 늙지 않는다는 불로문을 건너 연경당에 닿으면 다과와 판소리, 춘앵전 등의 공연이 기다린다. 연경당은 창덕궁을 재건한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가 양반가 집을 본떠 궁궐 안에 지은 120여 칸의 집이다. 두 시간의 달빛기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올해로 4년째인 ‘창덕궁 달빛기행’은 입소문을 탈대로 탔다. 해마다 3~5월, 8~10월 보름달이 뜰 무렵 매달 4~5회씩 이어진다. 연간 내국인 대상 18회, 외국인 대상 10회로 1회 입장객은 100여명으로 제한된다. 3만원의 적지 않은 참가비에도 지난 6일 시작된 하반기 온라인 예매(인터파크)는 발매 개시 2분여 만에 1500여장의 입장권이 동났다. 쌍쌍의 연인들이 점령하다시피 한 관람객들 사이에 멀리서 걸음한 가족을 만났다. 두 딸, 남편과 함께 온 최지은(60·경주시 성건동)씨는 “밤의 고궁이 이렇게 운치 있고 색다를지 미처 몰랐다”며 환한 미소로 답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창경궁에 물든 ‘인문학’ 밤바람과 함께하는 통명전 강의 “효명세자가 태어나자 순조는 크게 기뻐하며 ‘고금에 드문 경사’라는 교지를 반포합니다. 숙종 이후 150년 만에 왕후의 몸에서 난 적통 왕자였기 때문입니다.”(심승구 한국체육대 교수)지난 21일 밤 서울 창경궁의 통명전. 내전의 으뜸 건물인 이곳은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 60여명의 남녀노소로 가득 찼다. 한적한 밤 고궁에 홀로 불 밝힌 통명전에서는 역사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를 듣기 위해 홍화문을 지나 행각을 건너온 이들은 불과 5분여의 짧은 시간에 수백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온 셈이다. 이날의 주제는 ‘효명세자의 삶과 예술’. 심 교수는 조선 순조의 장남이자 헌종의 아버지인 효명세자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갔다. 19세기 초 세도정치의 풍파 속에서 영·정조를 따라 탕평정치를 꾀했던 효명세자가 22세 젊은 나이에 절명했다는 대목에선 사람들의 한숨이 절로 터졌다. 심 교수의 목소리는 통명전을 밝힌 6개의 한지등 불빛을 타고 잔잔히 퍼져 나갔다. 건물 앞 ‘월대’(돌마당)는 달빛을 머금고, 건물 뒤 ‘화계’(꽃과 돌로 만든 계단)는 늦더위를 식히는 청명한 바람을 몰고 와 천장에 매달린 들문을 들썩거렸다. 통명전이 어떤 곳인가. 장희빈은 인현왕후가 죽기를 바라며 죽은 쥐와 붕어, 인형 따위를 통명전 일대에 묻었고 그 일로 사약을 받았다.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는 이곳에서 첫날밤 술잔을 기울이는 예를 치렀다. 효명세자가 원대한 꿈을 꾸던 곳도 통명전이다. 강의는 문화재청이 마련한 ‘2013 인문학으로 배우는 궁궐’ 프로그램. 이날부터 오는 10월 2일까지 매주 수요일(오후 6시 30분)마다 6회에 걸쳐 이어진다. 지난해 시작된 강의는 참석자들의 호응이 좋아 올해부터 1회 90분에서 180분으로 시간을 늘렸다. 창경궁 입장료 1000원만 내면 강의와 교재, 음료까지 제공받는다. 지난 7일 오후 1시, 문화재청이 홈페이지에서 강의신청을 개시하자 불과 5시간 만에 예약이 마감됐다. 홍화문, 조선후기 창경궁에 얽힌 정치·사회 이야기 등 녹록지 않은 주제로 채워졌기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인문학 열풍으로 봐야 할까. 이곳을 찾은 공기업 직원 안정란(44)씨는 “통명전 문을 활짝 열고 밤바람을 맞으며 듣는 강의가 색다르다”면서 “퇴직 후 문화유산해설사로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를 전공하는 김유나(19·인하대)씨는 “이곳 강의를 들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김대환 창경궁 관리소 주무관은 “참석자 10명 중 7명이 여성과 20, 30대”라며 “의외로 전문적인 역사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중요한 역사자료가 많이 공개되면서 우리 사회에 역사학(인문학) 강의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며 “역사인식을 갖춘 이들이 강의를 통해 진지하게 자기성찰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슈&논쟁] 자사고 신입생 선발권 폐지

    [이슈&논쟁] 자사고 신입생 선발권 폐지

    교육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의 실효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심해지고 있다. 평준화 지역에 있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신입생 성적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신입생 선발권을 박탈당한 자사고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반고가 슬럼화된 원인을 자사고에서 찾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반면 자사고의 신입생 선발권 폐지에 찬성하는 이들은 지금이라도 고등학교 서열화 문제를 조율해 일반고 슬럼화 분위기를 차단한 건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사고 교육협의회장인 김병민 서울 중동고 교장과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에게 찬반 입장을 들어봤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 “자사고로 인해 학교 서열화 심화… 엄격한 평가로 지정 취소 등 필요” 새 정부 출범 이후 중등교육과 관련해 발표한 첫 정책이 다름 아닌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이다. 과거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작스럽게 추진했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로 인해 일반고의 슬럼화가 심각하게 진행됐다. 이제 일반고의 정상화를 위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자율형 공립고(자공고)에 부여했던 특혜를 줄임으로써 고교 교육의 서열화 문제를 줄여 보겠다는 것이 이번 방안의 주요 내용이다. 따라서 만시지탄이 없지 않지만 이 정도로라도 고등학교 서열화 문제를 조율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고 판단한다. MB 정부가 시작되면서 자사고가 본격 확대돼 지금은 전국적으로 50개에 가깝게 존재하고 있다. 기존의 특목고(과학고, 외국어고) 51개교, 국제고 4개교를 합치면 선발형 고등학교가 100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고등학교를 만든 것은 등록금 차별화, 성적 차별화로 인해 상층의 4분의1만을 위한 정책이 됐고, 이들에게만 학교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나머지 75%에게는 열패감만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이러한 학교들은 교육과정 특성화라는 본래의 취지보다는 명문대학 진학 중심의 입시 위주 교육을 강화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편적 교육기회를 제공해야만 하는 공교육 체제에서 이러한 특수유형의 고등학교로 인해 교육기회의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학교 다양화 정책의 정당화 논리로 제시됐던 것에는 ‘학교 선택권 보장, 사교육 감소, 학교 특성화 유도, 사학 자율성 보장’ 등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운영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논리는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만을 보여 줄 뿐이다. 이를테면 학교 선택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지 않고,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기회의 차별화만 강화했다. 학교 특성화 역시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는 입시 명문고로의 지향만을 강화시켜 왔다. 사학의 자율성은 어떠한가. 자사고 진학을 둘러싼 입시 비리는 교육에 대한 근본적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결과만을 초래했다. 2014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교육 무상화가 실시된다. 이는 새 정부의 교육공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무상교육 수준으로 우리 교육의 공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전진이다. 지금까지는 교육에 드는 비용을 학부모가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었다면, 이제는 공적(公的) 지원을 통해 진정한 공교육의 위상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등록금을 일반고의 세 배나 받는 자사고의 존재 이유는 더욱 모호해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방안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설립 초기의 취지를 위반하면 일반고로 전환시킨다고 했지만 이에 관한 뚜렷한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다. 내년부터 자사고가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재지정 취소의 조건을 분명히 제시하고 엄격한 평가를 통해 일반고 전환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정을 취소해 나가는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비평준화 지역의 자사고에 대한 정책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 오히려 쏠림현상이 발생하여 더 심각한 경쟁이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교육에 대해서만은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공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 준거를 통해 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사고는 그러지 못했다. 상위 계층에게 절대 유리한 불공정한 제도이다. 교육은 현재 세대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다. 향후 우리 사회를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교육기회의 분배 방식만은 공정하고 평등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김병민 서울 중동고 교장 “일반고 위기는 똑같은 수업 때문… 교육의 하향평준화 이끄는 패착” 일반고의 위기가 심각하다.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원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도 점점 늘어만 간다. 왜 이렇게 일반고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가. 교육 당국은 그 원인을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에서 찾는 듯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 따르면, 자사고에서 우수학생을 휩쓸어 가는 바람에 일반고의 학업 분위기가 나빠졌다는 식의 논리가 엿보인다. 그래서 교육 당국은 ‘중학교 성적 상위 50% 이내’라는 서울 자사고의 진학 제한을 없애려 한다. 앞으로 고교평준화 지역의 자사고들은 ‘선(先)지원 후(後)추첨’ 방식으로 학생들을 뽑도록 하겠다는 것이 교육 당국이 주장하는 바다. 하지만 이는 매우 납득하기 힘들다. 먼저 일반고의 어려움이 과연 자사고 때문에 비롯되었는지부터 따져 보아야 한다. ‘학교 붕괴’, ‘교실 붕괴’는 요즘 와서 오르내리게 된 말이 아니다. 오히려 평준화 정책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대 초반에 교실 붕괴라는 말이 가장 많이 통용되었다. 학업 성취도와 상관없이 한 교실에서 똑같은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 소질이나 적성과는 무관하게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수업을 듣는 상황은 학생들을 무기력 속으로 몰아넣었다. 자사고, 자율형 공립고(자공고) 등 여러 유형의 고교를 설립한 것은 이러한 평준화의 문제를 풀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제대로 살려 보자는 취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교 평준화 문제의 해법을 되레 ‘교육 문제의 원흉(元兇)’으로 내몰고 있는 꼴이다. 정책방향은 고교 평준화 때문에 생긴 문제를 평준화를 강화해서 풀겠다는 이해 못할 처방으로 치닫고 있다. 혹자는 전체 학생의 71.5%가 다니는 일반고가 자사고나 특목고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정반대인 얘기다. 적어도 28.5%의 학생들은 이제 학교에 만족하며 다니게 되지 않았는가. 보수건 진보건,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사례를 먼저 육성한 후 이를 일반화시키는 전략을 쓴다. 자사고의 역할도 다르지 않다. 많은 자사고들의 우수한 교육프로그램과 높은 학부모 만족도는 공교육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은 28.5%의 성공한 학교를 무너뜨려, 71.5%의 어려운 학교 쪽으로 몰아가려 한다. 눈앞의 현상에만 주목하여 원인을 치료하지 못하는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이끄는 패착인 셈이다. 교육 당국은 “성적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거나, 성적을 반영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현행 자사고 입시제도로는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 당국의 방안대로 추첨으로 학생을 뽑으면 과연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 가능할까. 사학(私學)들에는 저마다 설립 취지와 교육 목표가 있다. 고교는 초등학교와 상황이 다르다. 열일곱 살이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이 상당 부분 형성되어 있는 나이다. 따라서 각 고교는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 목표에 적합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 ‘추첨’으로 학생들을 무작위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 수월성 교육은 불가능하다. 애초부터 ‘해당 분야의 소질과 적성을 가진 학생’이 아니라 ‘보통 학생’들을 위한 교육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기존 서울 자사고의 ‘성적 50% 이내 제한’이란 학생 선발 규정도 불완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이 내놓은 ‘추첨’ 선발 방안은 최악이다. 이는 결국 그동안 자사고가 쌓아 왔던 교육적인 성과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다. 그 결과가 과연 ‘일반고의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우리의 평준화 정책이 과연 성공적인지를 물어보면 그 결과는 자명해 보인다. 자사고 신입생의 선지원 후추첨 선발 방식이 일반고 위기의 해법은 아니다. 교육 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 조건 까다로워…결혼이민자들 “귀화 늦어지고 불편”

    수도권 소재의 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 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왕모(36·여)씨는 귀화 등을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러 센터에 오는 이민자들을 많이 접한다. 센터는 자체 한국어 교육과 더불어 법무부에서 2009년에 만든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왕씨는 결혼 이민자가 프로그램을 듣는 일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직장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여성 결혼 이민자가 출석 조건 등이 엄격한 사회통합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민자의 조속한 한국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개발된 사회통합프로그램이 운영상의 경직성을 보이며 귀화하려는 결혼 이민자들로부터 불편을 사고 있다. 결혼 이민자가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귀화면접시험 면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보통 2년 이상 걸리는 귀화심사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 체류의 안전성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결혼 이민자에게는 충분한 이점이다. 하지만 이수 조건이 까다롭다. 결혼 등으로 30일 이상 출석이 불가능할 경우 사용 가능한 이수 정지 신청 기회는 단 1회다. 또 프로그램 운영 기관에 직접 나와야 출석이 인정된다. 임신, 출산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직장에 다니는 결혼 이민자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을 이수하려면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운영 기관까지 가야 한다. 이에 지난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국정감사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자체 운영하는 한국어 교육 이수 시간을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여성가족부에 요청했다. 센터의 한국어 교육은 교육 지도사의 직접 방문 서비스를 제공해 교육 접근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 3월 이래로 여가부는 여전히 법무부와의 협의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3년째 혁신기업 한곳도 배출 못한 한국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 우리나라는 올해도 끼지 못했다. 상위권은 고사하고 100위 안에 든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2011년부터 명단을 뽑고 있으니 3년째 입성 실패인 셈이다. 포브스의 순위가 혁신을 재는 절대 잣대는 아니지만 조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그 어떤 한국 기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쫓아 가는 일본이 11개, 우리를 쫓아 오는 중국이 5개를 배출한 것과도 대조된다. 포브스가 밝힌 ‘혁신’ 평가기준은 최근 1년간 매출 성장률, 5년간의 연간 투자 총수익, 자체 산정한 혁신지수 등이다. 아시아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등수인 6위를 차지한 중국 검색포털사 바이두는 외형(매출 성장률 44.6%)과 내실(5년간 투자총수익률 32.8%), 혁신지수(60.6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1위를 차지한 미국 소프트웨어사 세일즈포스닷컴은 199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신생기업이지만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최우선순위에 두면서 제품이 아닌 서비스(소프트웨어)를 빅히트시켰다. 반면,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 사후 혁신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듣는 애플은 79위로 추락했다.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곧바로 도태되는 게 혁신의 요체인 것이다. 현 정부는 창조경제를 핵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아직도 개념 정의가 분분하기는 하지만 창조경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혁신이다. 혁신기업이 없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부터 치우는 게 우리나라의 급선무다. ‘이러이러한 것만 해라’(포지티브 방식)에서 ‘이러이러한 것만 하지 마라’(네거티브 방식)로 한 단계 진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넘쳐나는 규제들과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기업환경 등이 혁신 의욕을 꺾는다. 벤처 1세대로 꼽히는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가 “혁신은 보상하되 혁신이 없는 과도한 수익은 제한하라”고 촉구한 것이나, ‘혁신의 아이콘’ 구글이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은 각각에 따르는 논란을 떠나 이런 점에서 새겨들을 만 하다.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기업가정신의 회복도 혁신의 필수요소임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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