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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약계층 청소년 진로·경력 관리는 CollA로”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진로를 가정을 대신해서 어린 시절부터 독립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지속적이며 체계적으로 관리해 줄 수 있는 공적 돌봄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이며 의미 있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한정애 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과 공동으로 지난 11일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진로·경력관리 시스템 CollA 구축을 위한 세미나’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박병석 국회부의장, 신학용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위원장, 오영수 한국경제교육학회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세미나는 홍근태 교사(인하사대부증)가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한 데 이어 최은수 교수(숭실대 인문대 학장)의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진로·경력관리 시스템 구축’을 제안, 관련부처 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주병 한경 경제교육연구소장은 “CollA는 꼭 필요한 시스템이지만,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단순한 진로교육보다 합리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경제교육이 그 바탕을 이룬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했다. 과거 취약계층 청소년이었다가 대학에 입학한 엄상현(국민대 경제학과)씨는 취약청소년들에겐 진로와 관련된 단기성 교육이나, 혹은 단순 직업교육이 아닌 이들이 꿈을 가지고 그것을 가꾸어 나갈 수 있게 꾸준히 관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의원은, “우리 취약청소년들은 아무리 외부적 지원이 있다 해도 그 가정의 역할부분이 취약해 사회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CollA는 바로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겐 가정의 지속적인 돌봄 역할을 대신 수행해 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CollA는 공동으로 제공한다는 의미의 Collaborate와 이를 통해 청소년 스스로 도움을 받는다는 의미의 Aid의 합성어로서 이미 제공되고 있지만, 잘 활용되지 않은 것들을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이끌어주며 청소년 스스로 교육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통합적 운용체제다. 김성곤 기자 sunggone@seoul.co.kr
  • 채동욱 사퇴배경 비판 봇물…진중권 “대통령, 그냥 나가라고 하세요”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를 둘러싼 배경을 놓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법무부가 이날 오전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 착수라는 강수를 발표한 것이 채 총장이 자진 사퇴하도록 한 결정적인 압박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채 총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된 데에는 정치적 의도가 작용했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에 대해 “한마디로 버티지 말고 자진사퇴하라는 압박”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그러면서 “검찰이 주제 넘게 독립성을 가지려 한 게 화근이 된 듯”이라면서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에 ‘선거법 위반’을 건 게 문제가 됐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죄”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 그냥 솔직하게 채동욱 총장 나가라고 하세요. 이게 뭡니까? 너절하게”라고 말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혼외자’ 빌미로 몰아내고 말 잘듣는 총장을 앉히려?”라면서 “사실이면 국가적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결국 조선일보의 ‘혼외자녀’ 보도는 정권 차원에서 치밀하게 준비된 각본에 따라 진행된 것이었나”면서 혼외 자식 의도를 최초로 보도한 조선일보와 정권 차원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한 네티즌도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입니다. 결국 국정원 댓글 사건, 정부의 뜻대로 ‘선거법상 무죄” 판결이 나겠군요. 그럼 되는 겁니까? 조선일보 애쓰셨네요. 대단한 박근혜 정부”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채동욱 검찰총장, 법무 장관 사상 최초 총장 감찰 지시에 사퇴! 또 다시 불행한 검찰역사의 반복? 박근혜 정부 6개월 만에 권력투쟁의 산물로 희생? 국정원 대선 개입 재판은 어떻게?”라면서 향후 사태를 걱정했다. 다만 박 전 원내대표는 “태풍은 강하지만 길지는 않다”며 여운을 남겼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co.kr
  • KT ‘지속가능한 통신 1위’ 자부심

    KT ‘지속가능한 통신 1위’ 자부심

    KT가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유·무선 통신 분야에서 3년 연속 전 세계 1위에 해당하는 ‘인더스트리그룹리더’에 선정됐다. DJSI는 미국 다우존스와 스위스 투자평가사 로베코샘이 전 세계 2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성을 측정한 평가지수다. 올해는 KT와 함께 유통 분야의 롯데쇼핑이 인더스트리그룹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DJSI는 재무·비재무 성과를 종합 평가한다. 비재무적 요소에는 지배 구조의 투명성, 동반성장 확산, 환경경영 추진 정도, 사회공헌 노력 등이 모두 포함된다. KT는 특히 전사적인 사회공헌 노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매년 임직원 200명을 선발해 정보기술(IT) 나눔 업무에만 전념토록 하고 있으며, 연간 40만명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10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11개 지역 본부를 찾아 ‘현장경영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퇴진 압박설’ 등으로 안팎이 시끄러운 가운데 사퇴설을 일축하고 ‘현장 추스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2일 있었던 결의대회에서도 “자기의 울타리, 회사, 집이 무너져 가는데도 바깥에다 대고 회사를 중상모략하고 회사가 어쨌다 저쨌다 끊임없이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많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1.8㎓ 황금주파수 획득 이후 회사 주요 현안과 사업 전략을 공유하고 직원 고충을 듣는 자리”라며 “광대역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트(LTE-A)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전사 차원의 결집이 필요한 때라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고 전했다. 설명회에서는 이달 중 도입될 유·무선 통합 영업지원시스템 ‘BIT BSS’도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은 그동안 유선, 무선으로 분리돼 있던 영업지원 시스템을 통합한 것으로, 비용 절감과 고객 만족도 향상의 이점이 있다고 KT 측은 설명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시론] 2013년 하반기 남북관계 기상도/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시론] 2013년 하반기 남북관계 기상도/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근혜 대통령 취임 6개월에 대한 언론의 다양한 평가가 있었다. 그 내용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대북 정책을 포함한 대외 관계 분야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신뢰라는 다분히 가치 지향적인 정책수단을 대외관계에 적용하여, 한반도 수준에서는 신뢰프로세스 그리고 지역 수준에서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실천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성공적인 첫발을 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에 승리한 지도자는 대체로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량을 각종 정책에 투영시키고자 할 것이고, 또한 단임인 한국의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 영역보다도 지도자의 의지와 정체성이 강하게 반영되는 분야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이 합쳐진 결과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인 것이다. 새로 임명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며칠 전 취임 인사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몇 가지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전반적으로는 듣는 이로 하여금 크게 혼돈을 주는 사안들은 없었는데, 다만 6자회담 개최 가능성 여부와 관련하여 상당히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입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과 그 결과로 빚어지는 남북관계 현상들을 존중하고 또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분명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근본적으로 워싱턴 정가에 팽배해 있는 북한 정책결정자들에 대한 불신, 그리고 핵 문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엄격한 스탠스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핵 문제에는 여러 가지 성격의 이중성이 존재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 당사자인 우리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핵의 성격상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주요국의 개입을 일정 부분 정당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우리 사회 내부에는 북한의 핵개발을 핵보유국 지위를 위한 일관된 노력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외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외교수단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이 점과 관련하여 전자의 경우라면 비핵화는 북한의 의지에 달려 있고, 후자의 경우라면 비핵화는 우리와 미국이 하기에 달려 있다는 대처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이중성을 더 추가하자면, 북핵 문제는 핵 문제만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는 보다 거시적인 ‘북한 문제’이기 때문에 비핵화 전략과 북한 정상화 전략이 조화를 이루며 추진되어야 한다는 시각과, 핵 문제의 개선과 진척 없이 남북 관계가 발전하는 것은 결국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 성공적인 첫발을 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직면할 다음 과제는 바로 이러한 다양한 이중성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느냐의 문제이다. 개성공단에서 다시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추석을 바로 지나 고령의 이산가족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우리 국민과 국제 사회가 신뢰프로세스의 다음 챕터가 무엇인지 궁금해할 때, 또 북한의 입장에서 강온전략 카드 두 장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면서 우리 정부의 다음 수(手)를 바라보고 있을 때, 바로 이러한 순간이 곧 다가오고 있다. 박 대통령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은 침착함과 차분함이다. 신뢰프로세스의 다음 단계 역시 진지함과 성실한 노력에 그 해답이 있다고 본다. 동북아시아는 일일이 손에 꼽기조차 힘든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이 뒤섞여 있고, 그 한가운데에 한반도 문제가 놓여 있다. 큰 명절인 추석을 앞둔 지금 올 하반기 남북 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기상도는 쾌청까지는 아니더라도 구름은 조금씩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 [문화마당] 바이러스의 경고/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바이러스의 경고/김재원 KBS 아나운서

    숫자 제목을 달고 나온 소설책이 제법 잘 팔린다기에 그녀의 전작을 재미있게 본 터라 단순 호기심으로 책을 읽었다. 남성적 필체와 힘 있는 스토리 전개,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책에서 눈을 못 떼게 했다. 배경은 바이러스 대재앙이었다. ‘세계의 끝’과 ’더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즐겨본 터라 재미와 충격은 두 배였다. 급기야 바이러스 대재앙이 한여름 극장가를 강타했다. 감기는 불치병이라더니,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재앙에 심지어 애국심까지 고취시킨 영화는 행복한 결말을 보였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바이러스 열풍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하는 사소한 궁금증에 사로잡혔다. 또 다른 바이러스가 생각났다. 대한민국을 강타한 공부 바이러스는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혀 놓는다. 피 토하듯 폭력적인 언어를 내뱉으며, 고열이 나듯 교육열에 지치고, 붉은 점이 온 몸에 돋듯 체력 저하에 시달린다.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식구들에게 짜증을 쏟아내며 친구들과도 으르렁거린다. 극심한 경우 스스로 세상을 포기하기도 한다. 항체를 지닌 아이들은 극소수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주입하고 그들을 격리시킨다. 공부 바이러스에 의도적으로 감염시켜 학원, 도시 사방에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서 있는 군인들이 바로 아이들의 부모이다. 유능한 PD는 청소년 시절 텔레비전에 빠져들었고, 훌륭한 작가는 책 속으로 파고들었다. 괜찮은 연극배우는 학교 대신 극장에 개근했고, 정상급 연주자들은 굳은살 잡힌 손에서 악기를 놓지 않았다. “청소년기에 텔레비전을 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어른이 되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어요?” 예능 PD가 되겠다고 꿈꾸는 우리 집 아들의 주장이다. 자신의 TV 시청은 미래 직업을 위한 준비 작업이라나 뭐라나. 이런 얘기를 듣는 아나운서 아빠는 아이가 텔레비전 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제 공부 바이러스에 감염된 대한민국의 미래에 이렇게 꿈과 끼로 차곡차곡 훈련된 문화예술인을 기대하기란 빙하기의 햇살이다. 아이들이 타고 있는 것은 설국열차인지도 모른다. 뜨거운 교육열을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처방이 교육의 빙하기를 가져온 것이다. 태어나면서 받은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설국열차의 논리가 대한민국 교육계를 장악하고 있다. 한 등급이라도 올라서기 위해서는 피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춥고 차가운 현실이 두려워 설국열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울루 코엘류는 일찍이 인생은 기차역이 아니라 기차라고 했다. 우리 인생은 달리고 있다. 달리는 기차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타고 있는 아이들을 구해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추석 명절이 긴 탓에 극성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단다. 학원 일정 조정과 진도 맞추기가 쉽지 않고 자칫 아이들이 공부 흐름을 놓칠까봐 노심초사란다. 아마도 자녀들을 친척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핵가족화로 친척 간 만남은 그야말로 일 년에 한 두 번이다. 사촌도 옆반 아이만큼 덤덤하다. 이제 아이들에게 긴 격리 끝에 오는 부작용이 나타날 때가 됐다. 그들이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밀려올 날이 머지않은 것 같아 걱정이다. 이번 추석만이라도 바이러스의 경고를 들어주자.
  • “인문학을 경제활성화 도구로 전락시켜 위기 심화”

    “인문학을 경제활성화 도구로 전락시켜 위기 심화”

    가히 인문학 전성 시대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의 고가(高價) 강좌부터 동네 주민을 위한 구청의 무료 강좌까지 시중엔 인문학 대중 강의가 넘쳐나고, 서점에는 분야와 상관없이 ‘인문학’을 제목에 내건 책들이 즐비하다.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인문학을 강조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인문학 열풍은 있으되 인문학의 위기는 더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학계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문학평론가 오창은(43)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는 저서 ‘절망의 인문학’(이매진)에서 이런 불균형적이고 왜곡된 인문학의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책은 오 교수가 2001년부터 12년간 인문학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내부 고발 목소리를 담아 쓴 현장 보고서 성격을 띠고 있다. 그는 “대학원생 때 무크지 ‘모색’을 창간해 사회 현실과 거리를 둔 인문학 연구를 비판하면서 문제의식이 싹텄고, 이후 비정규직 시간강사 시절 지행네트워크를 구성해 실천 인문학 관련 활동을 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면서 “특히 수년간 교도소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면서 절감했던 인문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공론화하고 싶었다”고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오 교수는 위기에 처한 한국 인문학의 현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판한다. 인문학 열풍의 이면에는 인문학을 경제활성화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자기계발서를 대체하는 교양 상품으로 취급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가 창조경제의 원동력으로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도 인문학을 본연의 가치가 아닌 경제적 효용에 한정하는 근시안적 태도”라면서 “정치권력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건 좋지만 이는 경제적 이익이 아닌 학문의 자유를 위한 진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학의 산실인 대학 내부에도 메스를 들이댄다. 취업률에 따라 학과가 통폐합되고, 실용수업이 교양 교육을 대체하는 현실에서 인문학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전문성을 찾기 힘든 대학원 시스템은 학생들을 해외로 눈돌리게 하고, 시간강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인문학의 토대를 약화시켰다. 오 교수는 성장주의와 양적 팽창을 부추기는 한국연구재단의 편협한 학문 지원 체계도 인문학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절망(絶望)은 희망의 반대말이지만, 절망(切望)은 간절한 희망을 의미한다. 책 제목은 두 가지 뜻을 모두 품고 있다. 상품과 도구로 전락한 인문학을 신랄하게 고발하면서도 인문학의 본령을 지키려는 ‘희망의 인문학’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오 교수는 “인문학 위기의 해법은 결국 대학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대학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인문학의 가치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인문학 강의를 혼자 듣는 데서 그치지 말고 동료를 만들어 같이 읽고 적극 토론하라”고 권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전설의 기타’를 멘 51세 ‘기타 키드’ 김종진

    ‘전설의 기타’를 멘 51세 ‘기타 키드’ 김종진

    “이렇게 기타 얘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겨서 얼마나 신나겠어요”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김종진과의 인터뷰 도중 부인인 배우 이승신이 무심코 던진 얘기다. 그가 가지고 있는 하이럼 블락의 기타를 보고 싶다는 요청에 흔쾌히 응한 김종진이 눈빛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한 말이었다. 실제로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기타에 대한 그의 열정은 18살 소년의 그것과 다를 것 없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51세의 ‘기타 키드’ 김종진을 만난 것은 지난달 27일 서울 도곡동 자택에서였다. ●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전설의 기타를 입수한 ‘축복받은 남자’ 김종진과의 인터뷰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진 그의 기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종진의 기타는 1980년대 미국 최고의 재즈·블루스 기타리스트인 하이럼 블락이 연주하던 것이다. 김종진이 기타를 입수하게 된 것은 지난 1994년. 원래 주인이었던 블락은 그 후로 2008년 인후암 합병증으로 사망할 때까지 14년 동안 기타를 잡지 않았다. ‘세상에 하나뿐인 거장의 기타’가 김종진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처음 이 기타가 시장에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것이죠” 1994년 당시 미국에서 녹음작업을 하고 있던 김종진은 버클리음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동료 기타리스트 한상원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블락이 연주하던 기타가 뉴욕 맨하탄의 빈티지 악기점에 들어왔다는 내용이었다. 한상원은 김종진을 ‘빈티지 기타’의 세계로 인도한 사람이었다. 한상원은 마약에 찌들어 있던 블락이 한 클럽에서 기타와 바꿔 마약을 샀고, 이 기타가 중고 시장에 팔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절친인 김종진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블락은 당시 난다긴다하는 뮤지션들이 모여있는 뉴욕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기타리스트였다. 김종진 역시 미국에 건너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그의 공연을 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블락이 자신의 눈 앞에서 기타를 치는 모습을 보고 한눈에 넋을 잃었다고 전했다. 공연이 끝나고 말이라도 한 마디 건내볼까 하는 생각에 클럽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토록 동경하던 기타리스트의 애장품을 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 ‘위 바이 기타즈’(We Buy Guitars)란 이름의 악기점으로 달려간 김종진은 기타를 확인하고 환희에 가득찼다. 악기상이 제시한 가격은 단돈 8000 달러. 당시 우리 돈으로는 650만원 정도의 사실상 ‘헐값’이었다. 김종진이 기타를 입수한 뒤,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난 기타를 그리워하던 블락은 함께 밴드 활동을 하던 베이시스트 윌 리를 통해 기타를 되팔수 없느냐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직접 윌 리를 만난 김종진이 “블락이 다시는 마약에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그냥 돌려 주겠다”고 말하자 윌 리는 “그냥 네가 간직해라”라며 포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전설의 기타’는 김종진의 것이 됐다. 김종진의 기타가 화제가 된 것은 지난 2007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1억원의 감정가를 매기면서부터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떠돌던 기타가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제가 이 기타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일본인 수집가가 ‘꼭 갖고 싶으니 가격을 제시해라. 원하는 가격을 말하면 사겠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팔 생각이 없고 조금 더 이 녀석을 연주하고 싶어서 거절했었습니다” 지금도 모든 공연에 이 기타를 매고 나가는 김종진은 ‘전설’이 주는 소리의 마법에 아직도 매료된 듯 보였다. 그는 “이렇게 좋은 기타를 연주하는 저도, 소리를 듣는 청중들도 모두 축복받은 셈”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명확히 소리가 좋은’ 기타가 풍기는 아우라 군데군데 흠집이 난 김종진의 낡은 기타가 풍기는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발터 벤자민이 말한 ‘아우라’라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고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김종진은 이 기타를 구입한 뒤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바로 기타의 바디(몸통) 윗부분과 픽업(줄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 소리를 증폭시키는 부품) 주변을 누군가 깎아낸 것이다. 실제로 그냥 우연히 닳았다고 볼 수 없는 자국이 눈에 띄었다. “아마 이 기타를 만든 장인, 혹은 하이럼 블락이 소리를 조율하기 위해 일부러 자국을 낸 듯 해요. 그만큼 소리에 신경을 쓴 물건이란 것이죠” 김종진의 기타는 외관 상으로 팬더사의 대중적인 모델인 스트라토캐스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기타는 1962년판 스트라토캐스터의 바디에 1961년판 깁슨사의 험버커 픽업(싱글 픽업을 두개 겹쳐놓은 부품)이 달려있는 수제 기타다. 김종진은 “1961년에 넥(기타의 목)을 만든 뒤 이듬해 바디에 끼워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에는 이렇게 각자의 부품을 조합해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1년에 한번 하이럼 블락이 사용할 때부터 이 기타를 세팅해주던 로저 사도스키라는 루티어(현악기 제작자)에게 기타를 맡긴다. 사도스키의 세팅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소리를 내게 해주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 기타의 소리는 어떨까? 김종진은 “저음에서는 뭉글대고, 중음에서는 사람의 소리가 나며 고음에서는 배음(원음보다 몇배의 진동수를 가진 음)이 일반적인 것보다 확장돼서 들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해하기 쉽지는 않은 부분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에게 김종진은 “쉽게 말하자면 ‘명확히 소리가 좋은’ 기타죠. 숫자로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집니다”라고 다시 설명했다. ● “데이터로 평가할 수 없는 최상의 기준, ‘좋은 것’에는 항상 ‘안목’이 따르죠” “이 기타를 들고 연주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퍼져요. 소위 말하는 ‘음악혼’이 불타는 기분이랄까요” 김종진은 일종의 ‘토테미즘’(무속신앙)과 같다는 말과 함께 “이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라가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10%는 더 연주가 잘되는 듯 하다”는 말을 했다. 육상의 우사인 볼트가 ‘마법의 신발’을 신고 자신의 최고 기록을 10% 단축하는 것쯤으로 설명하면 될까. 반신반의하는 기자를 향해 그는 말을 이어갔다. “데이터로 표현할 수 없는 상위의 기준은 존재하고 있어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니콜로 파가니니가 연주를 하자 청중들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는 기록도 있잖아요. 저도 이 기타를 연주하면서 ‘정말 그런 것이 있구나’란 느낌을 받았어요. 경이롭다고 할까요” 김종진은 이 기타를 손에 넣은 뒤 자신의 음악도 한단계 끌어올리게 됐다고 했다. “하이럼 블락의 기타를 가졌으니 그와 같은 수준의 음악을 해야한다”는 목표의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김종진은 가장 많이 반복했던 단어는 ‘좋은 것’과 ‘안목’이었다. 그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것은 분명히 있다”면서 “그 좋은 것을 찾아내서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은 ‘안목있는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 “진짜 예술은 진정한 안목이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는데서 시작된다”면서 “그들의 안목을 빨리 파악하면 당대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다음 세대로 넘어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 ‘안목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종진 역시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다만 “재능과 경험을 모두 갖춘 사람”이라는 말로 설명을 마쳤다. 인터뷰를 마친 뒤 김종진은 기자를 위해 직접 즉흥 연주를 들려줬다. ‘안목’이 떨어지는 ‘범인(凡人)의 귀’로 듣기에도 확실히 다른 울림을 가진 소리였다. 비단 악기 본연의 소리 뿐이랴. 국내 최정상 기타리스트의 연주에는 그의 영혼도 담겨 있었다. 넋을 놓고 연주를 감상하고 난 뒤에야 “명확히 좋은 소리”라는 김종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음악 들으며 공부하면 학습효과 높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부 학생은 공부할 때 음악을 듣는 것이 더 집중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 이러한 주장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팝가수 마일리 사이러스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일부 노래도 뇌의 학습 능력을 높여 새로운 내용을 쉽게 기억하도록 돕는다고 한 과학자가 주장했다. 런던에 있는 ‘브리티시 CBT(인지행동치료) 앤드 카운슬링 서비스’의 임상심리학자 엠마 그레이 박사는 세계적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스포티파이(Spotify)의 의뢰를 받아 음악이 학습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50~80비트 사이의 팝송이 학습 능력이나 집중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마일리 사이러스의 ‘위 캔트 스톱’(We Can‘t Stop)과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미러스’(Mirrors)와 같은 비교적 잔잔한 팝송은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과학이나 인문학 등의 과목에 적합했고, 케이티 페리의 ‘파이어워크’(Firework)와 같은 팝송은 듣는이를 일종의 흥분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창의력을 자극하는 언어와 드라마, 예술 등의 학습에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단, 수학 같은 계산 능력을 요구하는 과목에는 분당 60~70비트의 클래식 음악이 효과를 보였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수학 공부 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와 같은 곡을 감상했는데 추후 수학 성적이 평균 12% 상승했다. 이에 대해 그레이 박사는 “공부할 때 음악을 듣지 않는 것보다 듣는 것이 학습 효율이 더 높았다”면서 “음악이 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절한 곡을 선택하면 학습 능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19대 초선 의원-정치와 도전] (7) 새누리 박인숙

    [19대 초선 의원-정치와 도전] (7) 새누리 박인숙

    “여성의 말에 귀 기울이십시오. 그 속에 모든 답이 들어 있습니다.” 박인숙(65·서울 송파구 갑) 의원은 지역에 나갈 때마다 ‘아줌마’들의 말을 유심히 듣는다고 했다. “교육, 복지, 동산 문제와 관련해 피부로 직접 느끼는 그들이 쏟아내는 목소리에 해법이 들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박 의원은 자신의 생각에 의문이 들 때마다 아줌마들에게 묻고 해답을 찾는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박 의원은 자신의 정치 철학도 ‘현실 정치’를 내세웠다. “모든 현안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원은 ‘민생’이라는 전쟁터의 야전사령관”이라고 정의했다. 박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몇 안 되는 지역구를 가진 여성의원이다. 김을동(재선), 김희정(재선)·권은희(초선) 의원과 함께 지역구 여성의원 4인방 중 하나다. 박 의원은 ‘남성일색’의 새누리당 의원 틈바구니 사이에서 여성과 의료계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데 애쓰고 있다. 물론 한계도 뼈저리게 느낀다고 했다. 지역구 현안 해결 문제라면 ‘예산 확보’에서의 기술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올림픽 공원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25년 동안 서서히 망가지고 있어 올림픽 공원을 세계 제일 가는 스포츠 공원으로 바꿔 놓겠다”고 결심했으나, 예산이 문제였다. 박 의원은 “다선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가져가는 모습을 볼 때 초선 의원으로서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국회 내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 “공원 인근에 있는 스크린 경륜·경정장도 정리해 올림픽이라는 역사의 현장을 되살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방이동 모텔촌 정비, 잠실관광특구 지정 등의 추진 계획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다선 의원들이 갖는 정치적 ‘감’(感)도 박 의원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전문분야가 아닌 교육뿐만 아니라 복지, 부동산, 지역개발 등까지 모두 파악하고 이해하고 입장을 내기가 어려운데 어떤 다선 의원들은 척 보면 딱 하고 즉각 입장을 내더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후로 “국회의원은 슈퍼맨이 돼야 한다”는 지론을 갖게 됐다. 나아가 “병원에서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있다며 달려가면 모든 것이 용서되지만, 국회에서는 일정이 겹쳐 일정 하나를 빠트리면 변명할 수가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박 의원은 울산의대 소아심장과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선천성 심장병 센터장을 지냈고 한국여자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보건복지위를 택하지 않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로 갔다. 의료계의 문제를 근본부터 고치려면 전공 교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랐다. 박 의원은 “커피전문점 내듯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부실·엉터리 의대의 신설을 막아야 한다”면서 “보건 의료인 양성이 제대로 돼야 보건·복지도 잘된다”고 주장했다. 글 사진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깔깔깔]

    ●외국어와 거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공연장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불량스러워 보이는 거지가 멀구에게 다가와 한 푼 보태 달라고 했다. 멀구는 급하기는 했지만, 너무 무례하게 대하기는 싫어서 그가 못 알아듣는 중국어를 흉내 내며 돈이 없다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거지가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이거 참, 이제는 구걸해 먹으려도 2개 국어는 해야 되니 말이야.” ●난센스 퀴즈 ▶둥근 얼굴에 꼬리만 달린 것이 놓으면 하늘로 도망치는 것은? 풍선. ▶내려가기만 하고 올라오지 못하는 것은? 폭포. ▶동그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은? 포도.
  • [이석기 수사] 고유번호 파악후 회선통해 통화내용 빼내

    국가정보원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핵심 조직원들의 대북 접촉 증거를 찾기 위해 공중전화를 감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중전화 감청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중전화 감청은 납치범죄 등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만 허용되는 만큼 국정원이 공중전화 감청이 어렵다고 생각한 RO의 허를 찌른 셈이다. 8일 국정원 감청 시설 등을 관리했던 감청 전문가 A씨와 과거 공중전화 감청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공중전화는 해당 전화의 고유번호를 파악한 뒤 KT기지국을 통해 그 전화의 회선(코드)을 통해 감청한다. A씨는 “공중전화는 해당 지역과 전화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아 감청이 상당히 어렵지만 고유 번호가 있어 감청은 가능하다”면서 “KT기지국에 장비를 물린 뒤 음성을 빼온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감청 영장은 ‘회선’에 대한 감청이지 특정인에 대한 감청이 아니기 때문에 회선을 통해 감청한다”면서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특정 지역의 공중전화를 이용한다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그 지역 전화 몇 개를 다 감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중전화에 감청장비를 설치한 뒤 통화를 감청하는 방법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은 감청기를 공중전화에 설치해서 통화내용을 들을 때도 있다”면서 “큰 기계 같은 게 아니라 소형 장치를 이용해 감청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기기 발달이 빨라 요즘은 어떤 장치가 동원되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주로 전화 부스에 스티커처럼 붙이는 장치 등이 이용됐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이 센터장이었던 수원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실 전화를 감청한 방법도 공중전화 감청 방법과 유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정원은 RO 총책인 이석기 진보당 의원을 비롯해 이 고문,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한동근 전 진보당 수원시위원장 등 RO 핵심 3인방과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소속 여직원 등의 휴대전화도 감청했다. A씨는 “스마트폰은 100% 다 감청이 되고, 방법도 굉장히 간단하다”면서 “휴대전화마다 부여된 고정 시리얼(일련 번호)을 토대로 주파수대를 파악하고, 그 주파수대를 통해 음성을 듣는 식으로 감청한다”고 설명했다. 감청 영장을 토대로 이동통신사에 협조를 구한 뒤 해당 휴대전화 번호의 주파수를 통해 음성을 해독하는 것이다. 공중전화 감청은 불특정 다수의 모든 통화 내용을 듣는 만큼 사생활 침해가 커 범죄 혐의가 입증되고 사안이 중대할 때 극히 이례적으로 발부된다. 국정원이 3년간 내사를 하면서 이 의원 등 RO 핵심 조직원들의 혐의를 상당 부분 밝혀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괴범, 탈주범 등 주로 흉악범을 잡는 데 활용했지만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최근에는 공중전화 감청 영장 청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들도 “누가 몇 시에 통화할지 모르고 범죄 혐의가 없는 불특정 다수의 전화 통화 내용까지 모두 듣게 되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엄격하게 판단한다”면서 “해당 공중전화 번호, 감청 필요성, 제보가 있다면 제보내용 등을 모두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5데이즈 오브 워(스크린 밤 11시) 조지아의 대통령이던 미하일 사카슈빌리가 사회개혁에 실패한 뒤 국민들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자 국면전환용으로 조지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해온 친러시아 성향의 자치주 남오세티야 공화국을 무력 침공하는 카드를 꺼낸다. 이에 남오세티야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고 있던 러시아가 자국민 보호를 주장하고 나서는데…. ■성범죄수사대: SUV 14(OCN 밤 11시) SUV 요원 아만다의 여동생이 임신한 몸으로 갑자기 나타난다. 여동생이 구타를 당한 흔적을 보게 된 아만다는 그녀의 전 남자 친구인 제프에 대해 접근 금지 명령을 신청한다. 그러던 중 집 앞에서 여동생의 비명을 들은 아만다는 동생을 덮치려는 전 남자 친구를 보고 총을 겨눈다. 여동생의 진짜 남편은 과연 누구일까. ■고스트 위스퍼러(FOX 밤 10시) 야심한 시간에 멜린다네 집 건너편에 수상한 이웃 토드가 이사를 온다. 같은 시각, 복수심에 가득 찬 혼령이 그 집으로 들어간다. 이웃집의 동정을 살피던 멜린다는 혼령으로부터 토드가 자신의 손녀를 죽인 살인자라는 말을 듣는다.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토드를 미행하는 멜린다는 토드의 행동은 갈수록 수상함을 느낀다. ■와타나베 건물탐방(홈스토리 밤 11시) 도쿄에 있는 오오우치씨 댁을 찾아간다. 도쿄 근교에 자리한 이 집 앞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벚나무 가로수가 늘어서 있다. 마침 벚꽃이 만개한 때라 집 안 어디에서나 벚꽃 구경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다. 게다가 수 많은 책들이 꽂힌 독특한 책꽂이와 아담하면서 안락한 시청각실도 볼 수 있다. ■수상한 쇼(SBS MTV 오후 5시) 폭염이 유난히 길었던 올 여름, 공포영화와 스릴러 영화는 무더위를 식혀주는 근사한 방편이었다. 동대문 영화관에서 관객들에게 공포영화의 법칙 베스트 5가 뭔지 물어봤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안 듣고, 하지 말라는 일을 혼자 해서 낭패겪는 주인공에서부터 섹시해서 죽음을 당하는 주인공까지. 공포영화에 꼭 등장하는 법칙 1위는 과연 무엇일까. ■원피스 4(애니맥스 밤 8시) 샨디아족 사람들은 갑자기 차가운 태도를 보이곤 한다. 이들이 왜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 영문을 모르는 놀랜드 일행은 그 상황이 답답하고 두렵기까지 하다. 무스는 놀랜드와 카르가라 사이가 소원해진 것을 안타깝게 여겨 선의를 찾아와 그 이유를 말해준다. 선의 또한 놀랜드가 카르가라에게 한 행동에 대한 이유를 말해 준다.
  • [오늘의 눈] 화려한 뮤지컬, 텅빈 속/김소라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화려한 뮤지컬, 텅빈 속/김소라 문화부 기자

    “개막하는 대작은 많은데 정작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은 별로 없어요.” “아이돌을 캐스팅해도 흥행 성공이 꼭 보장되지는 않더라고요.” 뮤지컬을 취재하면서 공연기획사의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이야기들이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뻔한 이야기라 기삿거리로 삼기에도 애매하다. 그런데도 공연계는 큰 변화가 없다. 비슷비슷한 대작들, 아이돌 캐스팅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그리고 나서 티켓 판매 부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3000억원 규모라는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공연되는 작품 수는 해마다 200~300편씩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느 대중문화 시장이 그렇듯 ‘돈 되는 작품’에 대한 쏠림현상이 뚜렷하다. 스타 캐스팅, 유럽 사극, 화려한 무대세트와 의상은 뮤지컬의 전형적인 3요소가 됐다. 공연 시장을 좌우하는 여성 관객의 입맛에 맞춘 작품들이 줄을 이었고,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너도나도 대극장 뮤지컬 주연을 꿰찼다. 그렇다고 이런 작품들이 ’대작’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아니다. 넘쳐나는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은 관객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외면받기 십상이고,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은 더 이상 이슈조차 되지 않는다. 뮤지컬 시장에 정확한 흥행 성공 통계는 없다. 하지만 공연계 여기저기서 들리는 ‘앓는 소리’와 뮤지컬 티켓 판매 페이지에 덕지덕지 붙는 각종 할인 혜택이 간접적으로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공갈빵’ 같다. 한껏 부풀어오른 겉모습이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정작 한입 베어 물면 드러나는 텅 빈 속에 허무해진다. 공갈빵은 텅 빈 속을 발견했을 때 의외의 재미라도 있지만, 뮤지컬의 텅 빈 속은 뼈아프기만 하다. 공연기획사들의 수익을 걱정해서가 아니다. ‘그 나물에 그 밥’ 식의 작품들 사이에서 느낄 관객들의 피로감 때문이다. 관객의 외연을 넓히는 데도 장기적으로는 걸림돌이다. 공연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이제 막 뮤지컬을 보기 시작한 관객들은 처음에는 화려함에 끌리지만, 얼마 못 가 뮤지컬에 대한 고정관념에 빠지기 쉽다”고 털어놓았다. 공연계에 다양성이 절실하다. 관객들에게는 더 나은 볼거리를, 공연기획사들에게는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나마 최근 ‘애비뉴 큐’(Avenue Q)와 같이 독특한 소재와 형식의 뮤지컬이 선보이고,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창작 뮤지컬들이 주목받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안 되는 작품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양성에 기여하는 작품들을 내놓되 적절한 흥행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공연기획사들은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뮤지컬 ‘구텐버그’는 화려한 1막에 비해 2막이 부실하고, 스토리와 무관한 역사적 사건을 끼워넣어 진지한 척하는 브로드웨이 대작 뮤지컬들의 뻔한 표현 방식들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손뼉을 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웃는 관객들은 그저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재미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sora@seoul.co.kr
  • 11일 개봉하는 하반기 기대작 ‘관상’ UP & DOWN

    11일 개봉하는 하반기 기대작 ‘관상’ UP & DOWN

    하반기 기대작으로 극장가 대목인 추석 연휴를 10여일 앞둔 11일 개봉하는 영화 ‘관상’이 베일을 벗었다. 사람의 얼굴 생김새를 보고 운명, 성격, 수명까지 알아맞히는 관상을 소재로 한 영화.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대상을 수상한 김동혁 작가의 작품으로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등에서 생활형 소재를 독특한 감각으로 버무려온 한재림 감독이 연출했다. 송강호, 김혜수,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시선을 압도하고 보는 ‘팩션 사극’이다. 영화의 강점과 약점을 짚어봤다. ■ <UP> 파격 소재, 특급 스토리 역사적 사건에 녹인 관상쟁이 삶 ‘긴장감’… 코믹·스릴러 버무려 시나리오 공모 대상 ‘저력’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많았다. 관상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개연성 있는 스토리,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 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웰메이드 사극에 대한 기대감을 무리 없이 충족시켰다. 영화는 극 초반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과 그의 처남 팽헌(조정석)의 코미디로 주의를 환기시킨다. 연홍(김혜수)의 계략에 휘말려 졸지에 한양의 한 기생집에서 관상을 보게 된 내경과 팽헌. 내경과 팽헌이 기생집에서 술에 진탕 취해 기괴함에 더 가까운 코믹한 춤을 추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둘의 조합은 마치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의 명콤비 김명민과 오달수에 비견될 정도로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영화는 중반부에 돌입하면서 스릴러물로 빠르게 옷을 갈아입는다. 조선 최고의 권력자 김종서(백윤식)는 역모를 꾸미는 수양대군(이정재)을 견제하기 위해 관상가 내경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내경이 관상으로 역모를 꾸밀 상을 구분하거나 얼굴만 보고 살인을 저지른 범인, 부정축재한 관리를 잡아내는 장면 등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왕권을 둘러싸고 일명 ‘호랑이상’인 김종서와 ‘이리상’인 수양대군의 대결이 고조되면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서 있었던 한 관상쟁이의 삶이 그럴듯하게 묘사된다. 특히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아들 진형(이종석)에 대한 진한 부성애는 내경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시킨다. 관상을 믿지 않고 관직을 만류하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 채 궁에 입성한 진형도 후반부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요소다. 한 편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배경에 담백하면서 아련하게 흐르는 음악은 영화의 잔상을 깊이 남긴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영화 ‘도둑들’을 떠올리게 한다. 톱스타들의 멀티 캐스팅에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인기 상종가를 친 막내 이종석의 합류는 지난해 ‘해를 품은 달’로 인기를 얻은 뒤 ‘도둑들’의 흥행에 한몫했던 김수현을 연상시킨다. 배우들은 적재적소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김혜수는 “두 작품 모두 캐릭터가 빛나지만 ‘도둑들’은 스타일, ‘관상’은 스토리가 강조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제 관객이 그 차별성을 판단할 차례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DOWN> 스토리에 짓눌린 139분 감독 “이야기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길어졌다”… 시나리오 욕심이 재미 줄이고 후반엔 피로감 ‘관상’의 상영 시간은 139분이다. 길다. 감독과 배급사도 염두에 둔 부분이다. 감독은 “앞부분을 자르면 내경의 이야기가, 뒷부분을 자르면 수양대군의 이야기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야기에 대한 욕심에 상업 영화의 재미는 반감된다. 상영 시간이 길어진 데는 감독이 하고 싶은 말과 등장인물이 많은 이유가 크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래서 영화는 별다른 말을 전하지 못한다.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인물들 간의 사연이 설명되는 시퀀스도 늘어난다. 하지만 시퀀스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외따로 기능한다. 장면마다 감정적 고양과 배출이 잦아 후반부에 이르면 피로해진다. 거의 모든 시퀀스에서 음악이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은 영화가 관객에게 감정의 고조를 여러 번 요구한다는 방증이다. 특히 결말에서는 관객의 감정을 쥐어짠다는 인상이 강하다. 해학과 색(色)의 미학이 어우러진 초반부의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를 생각하면 전반적인 영화의 호흡이 들쑥날쑥한 점은 더욱 아쉽다. 인물의 깊이감도 떨어진다.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내경과 팽헌 정도다. 어떤 의중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알기 어려운 연홍이나, 비운의 가족사에 한을 품고 벼슬에 의욕을 보이는 것 외에는 특징이 없는 진형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소비된다. 절대악에 가까운 수양대군이나 대척에 있는 김종서의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이다. 초호화 배우의 멀티 캐스팅으로 흔히 ‘도둑들’에 비견되지만 김혜수의 말처럼 ‘관상’과 ‘도둑들’이 강조하는 바는 다르다. 문제는 ‘관상’이 이야기의 층위 속에서 주제를 말하려는 것과 달리 인물들의 사연에서는 깊은 파토스가 전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상쟁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차용했지만 이야기의 얼개는 실제 역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감독이 “계유정난을 다른 방식으로 다뤄 보려 했다”고 말한 것과 달리 영화가 “계유정난의 예정된 결말을 향해서만 달려간다”는 평을 듣는 것은 그래서다. 감독의 우아한 세계를 기대해 온 관객들에게 ‘관상’이 역사를 다루고 해석하는 방식은 아쉬울 것 같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11) 남산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11) 남산

    남산 하면 벼슬길 진출을 위해 ‘열공’하던 딸깍발이 선비와 그들이 살던 낭만적인 남촌 풍경이 떠오른다. 조선 신궁과 통감부, 헌병사령부, 일본인 거주지 같은 좋지 않은 상념도 꽈리를 튼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라는 애국가 구절이나 한때 ‘남산’으로 불리던 옛 중앙정보부의 추억도 있다. 케이블카와 도서관, 어린이회관, 서울타워도 빠지지 않는다. 한강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기에 이렇게 다양한 이미지가 겹쳐 떠오르는 것이리라. 남산은 사대문 안에서 고개만 들면 보이는 산이기에 익숙하고 친근하다. 풍수지리학상 342m 높이의 백악(북악)이 조선 한양의 주산(主山)이었다면 265m의 남산은 안산(案山)이었다. 쉽게 풀면 나라(임금) 앞에 놓인 밥상이나 책상 같은 개념의 산이다. 팔도에서 올리는 봉수대의 마지막 종착점이어서 남산 5개 봉수대에서 피어오르는 한 줄기 연기가 태평성대를 의미하는 평화의 산이기도 했다. 남산 위에 오르면 도성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기에 오르지 못하도록 금했다. 덕분에 산림이 우거지고 울창해 서울의 허파가 되었다. 서울의 팽창에 따라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자연지리적인 요건을 갖췄다. 우리가 남산에 대해 꽤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 아는 것도 있다. 일례로 남산 소나무이다. 산림청에 등록된 4440개의 우리나라 산 이름 중 남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31개에 이른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마을 앞산을 남산 또는 앞산이라고 불렀다. 남(南)자를 ‘남녘 남’ 자가 아닌 ‘앞 남’으로 썼다. 남산은 앞산을 한자로 쓴 것이다. 목멱(木覓)의 유래도 흥미롭다. 남산의 다른 이름은 ‘마뫼’였다. 마뫼의 ‘마’는 ‘앞’, 뫼는 산의 우리말이다. 독립지사이자 역사학자였던 안재홍에 따르면 목멱은 이두식 표기다. 목(木)은 ‘마’를, 멱(覓)은 ‘뫼’를 적었다는 얘기다. 남산=앞산=마뫼=목멱이 같은 뜻 다른 이름이다. 방방곡곡 동네 앞산의 소나무가 모두 ‘남산 위의 저 소나무’인 셈이다. 샌님이 살던 남촌에 언제부터 왜색의 기운이 드리웠을까. 남산과 일본의 악연은 뿌리 깊다. 조선 초부터 임진왜란(1592~1598) 이전까지 일본 사신이 머물던 동평관이 남산 기슭 인현동 2가에 있었다. 남산은 7년 전쟁기간 동안 왜군 진지였다. 마스다 나가모리 등 왜장이 살았다고 해서 왜장터(왜성대)라고 불렸다. 그들의 진지는 지금의 정동에까지 이르렀다. 일제는 그로부터 292년이 지난 1884년 갑신정변을 틈타 남산 기슭 녹천정 자리를 영사관자리로 제공받아 화려하게 ‘컴백’했다. 이곳에 일본공사관, 통감부, 총독부가 속속 들어섰다. 지금의 예장동, 주자동, 충무로1가인 진고개(본정)일대는 일본인 거주지였다. 진고개를 거점으로 남대문, 회현동, 명동(명치정), 을지로(황금정)쪽으로 주택가와 상가가 확장됐다. 화려한 남촌 일본인 상가는 북촌 조선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오늘날 일본인 관광객이 유독 명동을 즐겨 찾는 까닭도 그들이 누렸던 옛 영화를 그리워하는 회귀본능이 아닐까. 해방 직후 본정(本町)을 일본인이 두려워하는 이순신 장군의 호를 딴 충무로(忠武路)로 바꾼 것은 이를 차단하려는 속뜻이 작용한 것 같다. 남산과 남촌은 조선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일본인촌으로 변했다. 종로 우미관을 주름잡던 김두한 패가 청계천을 경계로 진고개 일본 건달과 세력을 다투던 시절이다. 19가구 89명(1885년)에 불과하던 일본인은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자 1986가구 7677명(1905년)으로 늘었다. 강제병 탄이후 8794가구에 3만 4468명(1910년)으로 무서운 팽창세를 보였다. 일제의 남산 잠식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1898년 예장동에 대성궁(경성신사)이라는 작은 신사를 세우더니, 1904년에는 2만여 평을 임대해 필동에 헌병대사령부를 구축했다. 1908년에는 30만 평을 영구 무상임대, 한양공원을 조성하고 조선 신궁을 세웠다. 그들이 잠식한 땅이 현재 남산공원(87만 6000평)의 3분의 1을 넘는다. 일제가 열도를 창조했다는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天照大神)와 명치 천황을 모신 조선 신궁은 한반도 전역에 있는 일본 신사의 총본부였다. 신궁은 사대문 안 어디에서나 보이는 남산 꼭대기에 있었으며 시내에서 전차가 신궁 밑을 지나갈 때는 승객 전원이 일어서서 묵념을 올려야 했다. 1918년 남산중턱 13만평의 수목을 베어내고 조성에 들어가 1925년 완공됐다. 지금의 남산식물원 자리이다. 일본의 성지 조성을 위해 남산은 깔아뭉개졌다. 남산 중턱 힐튼호텔에서부터 384개의 계단을 만들어 올라가도록 꾸몄다. 남대문에서 조선 신궁에 이르는 참배로를 조성하려고 남대문에서 남산을 잇는 성곽을 부수고 자동찻길을 냈다. 지금의 소월로이다. 남산생태계를 파괴한 주범이다. 조선신궁과 황국신민서사탑은 광복 직후 서울시민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 파괴할 정도로 원성이 높았다. 남산의 동쪽 기슭 장충단은 명성황후시해사건(1895) 당시 일본자객에 맞서 순직한 호국영령을 기리는 곳이다. 장충단(奬忠壇)이란 글씨는 고종의 친필이다. 일제는 창경궁, 덕수궁과 함께 이곳을 공원으로 희화화하고서 장충단 동편 지금의 신라호텔 영빈관 터에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박문사를 세웠다. 일본 1000엔권 지폐에 얼굴이 등장하기도 한 이토의 업적을 영구히 기념한다는 구실로 내선일체를 꾀했다. 당시 여행안내책자에서 경성 제일명소로 칭송했다. 총독부를 지을 때 헐어낸 경복궁 선원전을 부속건물로, 경희궁의 정문 흥화문을 정문으로, 광화문 양옆 궁성벽 석재를 가져다가 담으로 쌓았다. 박문사 건물은 해방 후에도 동국대 기숙사로 쓰였고 흥화문은 신라호텔 정문으로 쓰이다가 1988년에야 제자리로 돌아왔다. 중구 필동 남산한옥마을은 악명 높은 헌병통치의 본산인 조선헌병대사령부 터였다. 조선 초 박팽년의 사저였던 한국의집은 조선총독부의 2인자 정무총감의 관저로 쓰였다. 이들은 남산 중턱 왜성대에 총독관저를 세우고 그 아래 조선헌병대사령부를 뒀다. 서울유스호스텔은 일본공사관과 통감관저,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통감부와 총독관저가 각각 자리했었다. 남산은 경복궁 안에 총독부와 총독관저를 지어 옮겨가기 전까지 일본 식민통치의 심장부였다. 남산꼭대기 N타워 옆 팔각정은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평범한 정자에 불과하지만, 내력은 간단치 않다. 이 자리는 조선 태조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할 때부터 천하의 명당이었다. 태조가 남산의 산신을 모시려고 지은 국사당(國師堂)이 있던 자리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무속사당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민속신앙 터인 국사당이 일본 토착신앙의 대표인 신궁에 쫓겨 인왕산으로 강제로 옮겨진 것이다. 일제는 ‘일본 최고 신과 살아있는 신인 천황을 모시는 신궁에 식민지 나라의 굿 집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1925년 오백년 내내 있던 자리에서 내쳐버렸다. 한국의 무속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신도(神道) 역시 원시종교에 가깝지만, 정부나 국민이 대하는 태도는 극과 극이다. 일본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을 건 야스쿠니 신사참배 행렬에서 엿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도 국사당을 원상회복시키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못 얘기를 꺼냈다간 종교전쟁이 일어날 판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보고 싶어하는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명동을 거쳐 남산타워에 오른 일본인 관광객들이 국사당 축출 사연을 듣는다면 무엇이라고 할까? 광복 후 이승만, 박정희 독재정권도 남산을 그냥 두지 않았다.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이승만은 국사당 터에 국사당을 되돌리기는커녕 자신의 호를 딴 우남정을 만들었고, 당시 세계최대 규모의 동상을 세웠다. 조선 신궁 터를 국회의사당 신축부지로 결정해 1959년 기공식까지 가졌지만 2년 뒤 5·16 쿠데타로 백지화됐다. 3500가구 2만 5000명이 정착한 서울 최초의 판자촌인 해방촌이 남산의 북쪽 기슭 12만 6000평을 차지하도록 사실상 허가해 남산의 피폐를 가속화했다. 이런저런 압력과 로비를 통해 숭의학원, 리라학교, 동국대학교가 남산에 틈입했다. 박정희 정권을 거치면서 가장 집중적으로 훼손된 곳은 장충단공원이었다. 장충체육관, 신라호텔, 자유센터, 타워호텔(반얀트리),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옛 재향군인회(동국대), 옛 중앙공무원교육원(동국대) 등이 줄줄이 들어선 것이다. 장충단공원은 21만평이 넘던 서울시내 최대 근린공원에서 9만평의 평범한 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1984년 남산공원으로 흡수합병당하는 신세가 됐다. 1994년 외인아파트 2동이 폭파 철거되는 등 남산제모습찾기운동이 시작됐고 2009년 남산르네상스를 내세운 오세훈 전 시장이 찢어진 남산녹지축 연결을 시도했지만 마무리짓지 못했다. 남산에는 지금도 동상 10기, 기념비 14개를 비롯한 각종 시설물 28개, 체육시설 269개가 촘촘하다. 그러나 남산은 이들에게 마른 품을 기꺼이 내주고 있다. 아! 남산이여…. joo@seoul.co.kr
  • [박현갑의 시시콜콜] 바닥 드러낸 지방재정 채울 방안 찾아야

    [박현갑의 시시콜콜] 바닥 드러낸 지방재정 채울 방안 찾아야

    “정부는 2011년 취득세 감면액을 보전해 준다고 했지만 235억원이 보전이 안 되고 있다. 이번에도 보전해 준다지만 믿을 수 없다.”, “자치권을 침해할 때, 중앙정부를 제소할 수 있어야 한다.”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한국지방세연구원 등의 주최로 열린 ‘취득세 인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목소리다. 지방의 중앙행정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줬다. 지방살림이 이중고에 빠졌다. 취득세 인하로 세입은 줄고, 무상보육 확대로 세출은 느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8월 22일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영구인하를 결정했다. 동시에 결손액 보전도 약속했다. 하지만 과거 감면액도 다 보전해 주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영유아 무상보육 재원 문제로 서울시는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근본대책을 세울 때다. 언제까지나 지방채 발행 후 국가 인수, 추경 편성 등의 땜질식 살림을 되풀이할 순 없다. 출발점은 정부의 약속 이행이다. 2009년 지방소비세를 올해까지 5% 포인트 올리기로 했다면 지켜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보육료·양육수당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초노령연금 못지않게 영유아 보육도 국가시책이다. 재원을 중앙과 지방이 분담하는 기초노령연금은 국비보조율이 평균 75%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각종 급여에 대한 국비 보조율도 79%다. 그런데 같은 전국 사업인 영유아 보조율은 서울은 20%, 지방은 50%다. 정부 스스로 영유아 보육사업을 확대해 놓고 이에 따른 예산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는 건 정부에 대한 불신감만 키운다. 근본적으로는 지방의 재정여건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지자체가 자체 재원으로 살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현재의 지방살림은 자체 재원이 부족하면 정부에서 각종 교부세로 메워주다 보니 지방의 경영합리화 의지가 작동되지 않는 구조다. 알뜰하게 살림을 산 지자체는 정부 지원을 덜 받고, 방만경영을 하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합리적이지 않다. 정부 필요에 따라 감면해온 취득세는 국세로 바꾸고, 소득세를 지방세로 돌리는 등 재정여건 개선을 위한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지자체 또한 세외수입 확대 등 경영합리화에 나서야 한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 지방재정에 차질이 생길 정책을 세울 땐 지방 의견을 미리 듣는 절차도 강화해야 한다. 지방재정에 변동이 생길 법안은 지방예산 추계를 명문화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다른 중앙부처에서 지방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땐, 지자체 목소리를 대변할 안전행정부 장·차관이 참석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 발표 전 중앙과 지방 간 소통 강화로 행정 차질을 줄일 수 있다.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이석기 체포동의안 가결] 진보당 해명 잇단 말바꾸기… 스스로 입지 좁혀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의원의 해명은 상황에 따라 ‘진화’를 거듭했다. 처음에는 내란 음모 혐의 등에 대해 “허위 날조”라고 전면 부정하다가 이후에는 국정원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의 비밀 회합이었다고 지칭한 5월 모임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등 오락가락하더니 마침내 5월 모임에서 나온 총기 발언 등에 대해 “농담이었다”는 이해하기 힘든 변명까지 나왔다. 이정희 진보당 대표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12 회합’ 녹취록에 나오는 ‘총기탈취’, ‘시설파괴’ 발언에 대해 “130여명 가운데 한두 명이 총기탈취니 시설파괴 등을 말했을 뿐이고, 농담처럼 말하거나 누군가 말해도 웃어넘겼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또 “(문제의 발언이 있었다는) 분반에서도 반대하는 취지의 말도 나왔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석기 의원은 RO 모임 녹취록 일부가 공개되자 “총기 운운한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었다. 이후 지난 3일 공개된 체포동의요구안에 첨부된 녹취록 등에서 “한 자루 권총이 수만 자루의 핵폭탄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는 등의 발언이 공개되자 “몇몇 단어를 가지고 짜깁기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해명의 진화는 여러 장면에서 확인된다. 국가정보원의 압수수색 다음 날 모습을 드러낸 이 의원은 “혐의 내용 전체가 날조된 것”이라며 5월 모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녹취록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홍성규 대변인은 “경기도당 차원에서 이 의원을 강사로 초빙해 정세 강연을 듣는 자리였다”며 모임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같은 당 김재연 의원도 5월 12일 모임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다가 해당 모임에 참석했다고 말을 바꿨다. 같은 당 김미희 의원은 RO 비밀 회합 의혹을 받고 있는 지난 5월 10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 모임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며 “경기도당 행사는 100% 간다”고 말했다가 다시 “제가 출처를 알 수 없는 문서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며 답변을 거부하는 등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진보당은 국정원의 당원 매수설을 제기해 상황을 타개하려 했으나 이는 사실상 녹취록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역풍을 맞았다. 이상규 의원은 지난 1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이 수원에서 활동하는 (진보당) 당원을 거액으로 매수해 수개월에서 최대 수년간 (진보당을)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역공을 통해 반전을 노렸지만 결국 스텝이 꼬였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2013 공직열전] 국토교통부 (상)1차관 산하 실·국장급 간부들

    [2013 공직열전] 국토교통부 (상)1차관 산하 실·국장급 간부들

    국토교통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업무가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했다. 이번 정부에서는 해양수산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옛 건설교통부 조직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조직 규모는 여전히 매머드급이다. 국·실장 자리만 45개에 이를 정도다. 1차관 산하는 주택·국토·건설·수자원정책을 다룬다. 옛 건설부에 뿌리를 둔다. 박기풍(57) 1차관 역시 토지·도시·국토업무 등 건설부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박상우(52) 기획조정실장은 아이디어가 많고 논리가 강하다. 때로는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주택토지실장으로 보금자리주택건설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인물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고시 동기인 박 차관과 함께 차관 승진이 유력한 인사로 물망에 올랐었다. 도태호(53) 주택토지실장은 도로·건설·주택정책국장 등 요직을 거쳤다. 건설인맥의 줄기를 쥐고 있다. 일찌감치 차기 주택토지실장 자리는 도 실장 몫이라는 얘기가 돌았을 정도다. 정책을 직선적으로 추진하는 성격. 국회 및 타 부처와의 업무 협의 능력도 탁월해 국토부 내 차세대 리더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정병윤(49) 국토도시실장은 이력이 잘 대변해 주듯 기획통이다. 국토정책 등 선이 굵은 정책을 다뤘다. 김정렬(52) 정책기획관은 도시·주택 전문가이다. 이전에는 경기도에 파견돼 도시주택실장을 맡았다. 광교신도시 등의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다. 박선호(47) 국토정책관은 논리가 분명한 주택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정부 대부분의 주택정책이 박 국장의 손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김재정(50) 주택정책관은 오자마자 ‘4·1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후속조치와 ‘8·28 전월세 대책’을 만드느라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아직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아 속이 탄다. 정책을 다듬을 때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성격이다.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한밤까지 보고서를 다듬는 스타일이다. 손병석(51) 수자원정책국장은 ‘천재’ 소리를 많이 듣는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툭툭 던지는 스타일.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얘기다. 국토정책관 시절 새 정부 국가 발전축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수자원국장을 맡고서는 댐 건설 과정에서 주민·전문가의 의견을 먼저 듣는 절차를 제도적으로 마련해 좋은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소탈한 성격으로 유머감각도 갖췄다. 부인도 조달청 고위 공무원이다. 전병국(53) 기술안전정책관은 자신이 맡은 파트는 물론 곁가지 업무까지 공부해 살을 붙이는 스타일. 행복도시 기반시설을 설계하면서 세종시의 지리·역사를 찾아내 지금도 역사 해설가 수준으로 설명할 정도다. 새 정부 중점추진업무인 사회 안전망 확충 작업 중 건설·사회기반시설 안전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박민우(52) 도시정책관은 건설·도시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다소 다혈질적으로 보이지만 정책 추진에는 빈틈없다. 해외건설 수출 지원 정책수립에 일조했다. 이화순(50) 건축정책관은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출신으로 교환근무로 들어와 기술안전정책관을 마치고 잔류한 케이스. 정책을 꼼꼼하게 다듬는 성격이다. 유병권(53) 토지정책관은 도시정책 전문가로 차분한 성격이다. 송석준(49) 대변인, 박무익(48) 국토정보정책관은 나이나 고시 기수로 보아 젊은 피로 분류된다. ‘정부 3.0’ 정책의 국토부 업무를 주고받은 케이스다. 한창섭(53) 공공주택건설추진단장은 행복주택사업을 최일선에서 이끌고 있다. 다급하게 일을 몰고 갈 때도 있지만 본인이 앞장서 직접 주민·지자체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고 협조를 받아내느라 입이 부르텄을 정도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경제 블로그] 어쩌다… 대부업체에 넘어가는 저축은행

    [경제 블로그] 어쩌다… 대부업체에 넘어가는 저축은행

    경제부 은행 담당 기자로서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저축은행의 안전성에 대한 질문입니다. 워낙 금리가 낮다 보니 0.1% 포인트라도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 예·적금을 들고 싶은데 불안하다는 거죠.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만큼 2011년부터 이어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심각했다는 겁니다. 고객 감소로 힘든 시기를 겪는 저축은행에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주쯤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가뜩이나 ‘부실’, ‘부패’ 이미지가 박힌 저축은행 업계에 대부업체의 부정적 이미지가 겹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미지뿐만 아닙니다.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공격적 영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요즘 러시앤캐시 TV 광고를 보면 정말 교묘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세련된 마케팅을 구사하는 곳이 저축은행 중에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가뜩이나 여신, 수신 모두 부족한데 고객들이 모두 옮겨갈까 걱정된다”면서 “솔로몬이나 토마토 저축은행이 무너진 뒤 1위라고 할 만한 곳이 없었는데 업계 판도가 바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침체된 시장에 새로운 활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영세한 규모의 저축은행들은 파상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울 것으로 비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때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으로 꼽혔던 저축은행이 대부업계에 넘어간다는 박탈감이 큽니다.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면 수천억원 이상 자본금을 갖춰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리드코프 등이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으로는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예성·예쓰·예주·예신·예나래저축은행이 있습니다. SC저축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도 매각을 기다리고 있어 어느 대부업체가 어느 저축은행을 가져갈지 주목됩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호텔따라 떠나는 그리스

    호텔따라 떠나는 그리스

    좋은 호텔은 좋은 여정을 만든다. 아테네와 펠로폰네소스반도의 이오니아해, 에게해에 자리한 좋은 호텔 세 군데를 소개한다. ●Athens 아테네 올림픽을 기억하는 신의 도시 ▶hotel 고대 도시의 품격을 품다 호텔 그랜드 브르타뉴Hotel Grande Bretagne 공항에서 아테네 시내로 접어드는 길은 혼잡하다. 얼키설키 얽힌 도로 위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노라면 신들의 도시 아테네에 대한 막연한 로망은 흐려지고 만다. 로망 이전에 아테네는, 전 세계에서도 매연으로 이름 높은 그리스 제일의 도시인 것이다. 호텔 그랜드 브르타뉴는 그런 아테네의 심장부에 자리하면서도 혼잡한 도심의 기운을 뒤로하고 당당하게 서 있다. 그랜드 브르타뉴가 문을 연 건 1874년. 140년이 넘는 세월은 호텔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 고대 도시 아테네로의 여정을 알린다. 로비의 와이파이 존을 찾아다니며 현실의 끈을 놓지 못하는 현대인은 그래서 그랜드 브르타뉴에서 초라해진다. 그랜드 브르타뉴가 세워진 이래 아테네에서는 두 번의 올림픽이 열렸다. 최초의 근대 올림픽인 1896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그것이다. 그랜드 브르타뉴는 두 번의 올림픽 당시 모두 공식 호텔로 지정됐다.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기록이다. 호텔의 유명세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소피아 로렌 등 왕족들과 할리우드 스타들의 방문도 한몫 했다. 그랜드 브르타뉴는 클래식과 디럭스 타입의 객실을 비롯해 7개 타입의 스위트 객실을 선보인다. 비교적 좁은 편인 낮은 등급의 객실이라도 고풍스럽기는 한결같다. 완벽한 조망을 바란다면 디럭스 스위트가 제격이다. 객실은 디럭스 타입과 동일하지만 아크로폴리스를 조망하는 넓은 발코니를 지녔다. 세세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았는데, 객실에는 각각 다른 5종류의 베개가 비치돼 있다. 부대시설로는 인도어 수영장과 아웃도어 수영장, 스파 등이 자리했다. 압권은 레스토랑이다. 멀리 아크로폴리스를 품은 ‘GB 루프 가든’의 풍경은 시간과 빛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진다. 그곳에서는 한낮에는 태양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어두운 밤에는 조명으로 환하게 물든 아크로폴리스를 맞게 된다. GB 루프 가든에서의 식사는 맛을 음미하고 배를 채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여행의 참맛을 되뇌게 하는 행복한 각성이다. 그랜드 브르타뉴에는 GB 루프 가든을 포함해 7개의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찾아가기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호텔까지는 차로 45분 정도 걸린다. 신타그마 광장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면 호텔까지 쉽게 닿을 수 있다. 시내에서 이동한다면 지하철 신타그마역을 이용해도 된다. 호텔의 위치는 호텔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 그런 의미에서 그랜드 브르타뉴는 백 점 만점에 백 점이다. 호텔은 국회의사당과 신타그마 광장 바로 옆에 자리했다. 신타그마 광장은 아테네의 트렌드와 미식 중심지인 에르무, 미트로폴레오스 거리와 이어진다. 아크로폴리스, 제우스 신전, 판아테나이코스 근대 올림픽 경기장 등 아테네의 굵직굵직한 볼거리 또한 차로 10분여 거리로 가깝다. 홈페이지 www.grandebretagne.g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h Drive 코린토스Corinth 그리스 본토와 펠로폰네소스 반도 사이에는 코린토스 운하가 흐른다. ‘육지에 파 놓은 물길’이라는 운하의 뜻 그대로 코린토스 운하는 인공적으로 판 물길이다. 1881년에 시작된 공사는 1893년에 끝나 코린토스에서 살로니코스까지 700km 바닷길을 단 6.3km로 줄였다. 운하를 파려는 노력은 기원전부터 있어 왔지만 매번 여러 반대에 부딪쳤다. 신이 막아 놓은 것을 왜 파느냐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고, 살로니코스에 비해 코린토스의 해수면이 높아 살로니코스가 잠기고 말 거라는 비과학적인 이유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었다. 67년, 네로 황제는 포로 6,000명을 동원해 공사에 착수했지만 그들은 모두 수장되고 만다. 이리저리 한눈에 담기는 코린토스 운하는 펠로폰네소스를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지나는 길이다. 코린토스 운하만 스쳐 지나기 섭섭하다면 루트라키 해변이나 아크로코린트로 향하는 것도 괜찮다. 한적한 루트라키 해변에는 그리스 대중 음식점인 ‘타베르나’가 줄지어 서 있다. 입맛 당기는 해산물 요리는 시끌벅적하게 그리스 스타일로 즐겨야 그 맛이 배가 된다. 아크로코린트는 아크로폴리스의 3배 높이인 해발 575m에 세운 도시국가다. 코린토스와 살로니코스를 모두 굽어보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해 여러 차례 땅의 주인이 바뀌는 비극을 겪었다.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쌓았던 아크로코린트의 성벽은 길이가 4.6km, 두께가 무려 두께 7m에 달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0min Drive 아크로폴리스Acropolis 아크로폴리스는 폴리스의 높은 곳이라는 의미다. 각 폴리스에는 아크로폴리스가 존재하지만 오늘날 아크로폴리스는 흔히 아테네를 일컫는다. 아테네는 1,000여 개에 이르는 도시국가 중 하나인데, 대표적인 도시국가로는 아테네, 스파르타, 테베 등이 있다. 아크로폴리스로 향하기 전 여행자들은 으레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들른다. 이전에는 파르테논 신전 옆에 자그마하게 자리했지만 지금은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웅장하게 변모했다. 아크로폴리스의 변천사와 출토 유물 등의 전시물도 볼 만하지만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가 참여한 박물관 건물은 그 자체로도 유명하다. 아크로폴리스는 이름 그대로 높은 언덕에 자리했다. 박물관에서 나와 언덕까지는 걸어야 하고, 그 길 중간에는 음악당인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있다. 닫힌 문 사이로 일부 모습을 드러내는 음악당은 아크로폴리스에 입장한 후에야 제대로 된 반원형의 모습을 보여 준다. 불레의 문을 통과하면 양쪽으로 선 에레크테이온 신전과 파르테논 신전을 보게 된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남쪽 벽의 여인 조각상 가리아티드로 유명하다. 파르테논은 아크로폴리스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도리아식 기둥의 황금 비율을 선사해 최고의 신전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늘 그래 온 것처럼 파르테논 신전은 공사 중이다. 입장료┃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5유로 아크로폴리스 전망대 12유로 ●Pylos 필로스 이오니아 해의 숨결 ▶hotel 상상 그 이상의 리조트 코스타 나바리노Costa Navarino 코스타 나바리노는 단순한 리조트가 아니다. 오랜 열정과 땀의 결실이다. 코스타 나바리노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는 1987년. 그리스의 해운 선주 바실리스는 펠로폰네소스 남서쪽에 자리한 메시니아 주의 땅을 일부 구입하며 코스타 나바리노의 서막을 올렸다. 코스타 나바리노가 첫 손님을 맞이한 해는 2010년. 2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리조트에는 1만6,000그루가 넘는 올리브 나무와 8,000그루가 넘는 과실수가 옮겨 심어졌다. 황량했던 황톳빛 땅은 나무가 우거진 푸른 땅으로 변모했다. 코스타 나바리노의 골프 코스는 일대를 더욱 푸르게 꾸민다. 2009년에 선보인 코스타 나바리노의 듄 코스는 푸르름의 결정판이다. 티박스에 서면 골프 코스와 조화를 이룬 바다와 강, 언덕의 푸르름이 한눈에 담긴다. 듄 코스는 US 마스터스 챔피언인 베른하르트 랑거와 골프 매니지먼트 회사인 트룬 골프가 설계했다. 듄 코스 외에 코스타 나바리노에는 2011년에 완성된 베이 코스가 하나 더 있다. 코스타 나바리노의 골프 코스가 특별한 이유는 코스타 나바리노는 골프 리조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하며 내세우지 않은 시설조차 코스타 나바리노에서는 이리도 훌륭하다. 코스타 나바리노는 그 밖에도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수영장은 기본. 리조트 내에는 워터 슬라이드를 갖춘 아쿠아파크까지 자리했다. 정규 테니스 코트에 어린이 전용 테니스 코트까지 갖췄으니 기타 스포츠 시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오니아 해를 마주한 1km 길이의 해변이 자리했지만 리조트에 머물며 해변에 나갈 일은 흔치 않다. 코스타 나바리노의 건물은 돌로 된 성채를 연상케 하는 메시니아의 전통 양식을 따랐다. 건물들이 미로처럼 연결된 까닭에 무심코 길을 나섰다가는 헤매기 일쑤다. 리조트 지도는 필수. 리조트 내 시설은 상상을 초월한다. 코스타 나바리노에는 18곳에 달하는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그리스 정통 요리에서 아시아 요리까지, 전 세계 맛 기행이 리조트 내에서 이뤄진다. 스시 등 아시아 요리를 선보이는 라운지 바인 ‘인비’와 야외극장과 인접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다 루이지’는 특히 인기다. 조식은 뷔페 레스토랑인 ‘모리아스’에서 진행된다. 코스타 나바리노에서 직접 만드는 신선한 요구르트와 다양한 종류의 꿀과 잼이 특징이다. 객실은 로마노스 리조트에 320개, 웨스틴 코스타 나바리노에 444개가 마련돼 있다. 모든 객실에는 리조트 시설과 바다가 조망되는 넓은 발코니가 딸려 있다. 일부 1층 객실은 전용 인피니티 수영장을 갖췄다. 찾아가기 아테테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 45분 거리다. 아테네 공항에서 출발하는 리조트 전용 택시는 한 대에 280유로. 국내선을 이용, 칼라마타 공항에서 리조트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칼라마타 공항에서 48km 거리로 리조트 전용 택시는 한 대에 70유로다. 홈페이지 www.westincostanavarino.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3h 20min Drive 모넴바시아 Monemvasia 육지에서 섬이 됐다가 다시 육지와 연결된 모넴바시아. 필로스에서는 3시간, 칼라마타에서는 2시간 30분 거리다. 아테네에서 모넴바시아로 가려면 무려 5시간이 걸리지만 당일치기로 모넴바시아를 찾는 이들도 꽤 된다. 길에 버리는 시간조차 아깝지 않을 만한 가치가 모넴바시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넴바시아는 펠로폰네소스 남동쪽 라코니아 주에 우뚝 선 섬이다. 본디 반도에 속한 땅이었지만 375년의 대지진을 겪으며 섬으로 분리됐다. 이 섬은 수백 년이 지난 6세기, 다시 육지와 400m 둑으로 연결된다. 모넴바시아는 그리스어 ‘모네Mone’과 ‘엠바시Emvassi’가 합쳐진 말로 ‘하나의 입구’라는 뜻이다. 실제 모넴바시아로 들어가려면 단 하나의 입구를 지나야 한다. 그렇게 닿은 모넴바시아는 식물의 뿌리처럼 뻗은 고샅으로 이어진다. 입구의 고샅은 중앙 광장으로, 또다시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연결된다. 모넴바시아는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구분된다. 아랫마을을 굽어보며 선 윗마을은 옛 모습을 잃은 지 오래. 여행자들의 발길이 잦은 아랫마을에는 보수를 거친 800여 채의 옛집과 4곳의 교회가 남아 있다. 중앙 광장에서 바다 쪽 절벽을 굽어보면 절벽에 매달린 집들의 모양새에 모넴바시아는 역시 그리스 섬이구나 싶다. 그러다가 눈을 돌려 고샅을 훑으면 육지의 어디인가 싶기도 하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조금이라도 얻어 먹겠다고 얌전히 테이블 옆을 지키니 여행자들에게 길들여진 ‘섬 고양이’인가 싶다가도 다가서면 흠칫 놀라 몸을 낮춰 피하니 ‘육지 고양이’인가 싶다. 육지 혹은 섬. 풀리지 않는 숙제다. 모넴바시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고샅을 훑고 바다를 감상하고, 레스토랑과 카페,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는 일이 전부라면 전부다. 하루 이틀 더 묵어 간다 해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고샅을 품은 그 집, 바다를 안은 저 집의 정취가 모두 달라 며칠 머물며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모넴바시아는 그런 곳이다. 스페체스 섬은 자동차가 없는 곳이다. 천천히 오가는 마차가 이곳의 예스러운 정취를 더해 준다. ●Spetses 스페체스 오토바이가 넘실거리는 섬 ▶hotel 그리스 최초의 리조트 호텔 포세이도니온 그랜드 호텔The Poseidonion Grand Hotel 정기선이든 전셋배든 수상택시든, 스페체스로 향하는 배들은 크기와 형태를 막론하고 다피아 선착장Dapia Port으로 향한다. 멀리, 배에서 바라보는 스페체스는 늘 바라 온 그리스 섬이다. 에게해를 비추는 햇빛은 청록빛에 물들고, 바다로 쏟아질 듯 섬의 언덕에 다닥다닥 붙어 자리한 집들은 파스텔톤 황톳빛을 머금었다. 선착장에서 내려다본 스페체스의 풍경은 또 다르다. 선착장에서 걸어서 1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포세이도니온 호텔이 떡 하니 자리하고 있어 스페체스의 전형과는 조금은 다른 스카이라인을 그려 낸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은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연안의 휴양지인 코트다쥐르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아테네의 호텔 그랜드 브르타뉴와도 동일한 양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빌리자면 ‘그리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급히 지은, 외견만 고급스런 호텔이 아니라 제대로 정성을 들여 세운 품격 있는 본격적인 호텔이다.’ 비즈니스 개념의 호텔만이 존재했던 19세기. 포세이도니온은 그리스 최초의 리조트호텔로 1914년에 문을 열었다. 유럽 각국의 왕족들이 호텔을 다녀갔고 그들의 흔적은 호텔의 옛 장부에 생생하게 남았다. 숙박객들의 이름과 숙박료를 꼼꼼하게 적은 옛 장부는 로비 한 편을 장식하며 호텔의 역사를 말해 준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은 웅장하고 화려하다. 방과 거실을 분리한 듯한 형태의 로비는 고급스러운 소파와 테이블로 꾸몄다. 로비 천장은 화려한 샹들리에로 장식하고 층과 층은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했다. 포세이도니온은 6층은 됨직한 3층 건물이다. 현대의 실용성만 놓고 본다면 형편없는 건물이겠지만 사치스럽기에 웅장하고 화려할 수 있었다. 다만 1914년에 머물렀다면 호텔은 낡아 버렸을 것이다. 호텔은 2004년부터 5년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시행해 2009년 6월에 다시 문을 열었다. 타일, 벽돌 등의 자재는 기존의 것을 유지했기에 웅장하고 화려한 옛것과 깨끗하고 편리한 새것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은 히스토릭 윙Historic Wing과 포세이도니온 뉴 윙Poseidonion New Wing으로 구분된다. 각 건물에는 슈피리어, 디럭스, 스위트 등급의 객실이 자리한다. 정원, 바다의 조망에 따라 객실 등급은 또다시 세분화된다. 낮은 등급의 객실은 아담한 침실과 욕실이 있는 단출한 시설이지만 편안한 침대와 침구를 갖췄다. 반면 스위트 등급의 객실은 사치스러울 정도로 고급스럽다. 그중 전용 엘리베이터로 닿을 수 있는 로열스위트는 호텔에서도 단 하나뿐인 객실이다. 3개의 침실에는 각각 욕실이 딸려 있으며, 넓은 거실은 값비싼 가구로 채웠다. 압권은 에게 해를 끌어안은 발코니. ‘발코니의 넓이가 부의 기준’이라는 그리스의 문화를 몸소 깨닫게 하는 장소다. 포세이도니온 그랜드 호텔은 ‘베스트 클래식 부티크 호텔Best Classic Boutique Hotel In The World’ 등 2012년에만 호텔 어워드 3관왕을 차지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찾아가기 펠로폰네소스 아르골리스 주 남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코스타 항에서 스페체스까지 가는 페리를 매일 4회 운항한다. 소요 시간은 15분. 운항 시간은 수시로 바뀌므로 호텔에 문의하는 게 좋다. 수상 택시는 코스타 항을 비롯해 포르토 헬리 등지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24시간 운항하지만 늦은 밤이나 새벽에 타려면 따로 문의해야 한다. 아테네에서 스페체스 섬으로 바로 간다면 피레에프스(피레우스) 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면 된다. 배의 종류에 따라 2시간 30분~3시간가량 소요된다. 홈페이지 www.poseidonion.com 유의사항 그리스의 2,000여 개의 섬 중 사람들이 살아가는 섬은 200여 개다. 그리스 섬 사람들은 연중 섬에 살지만 11~4월에 여행자들이 섬을 찾기는 힘들다. 이 시기에는 호텔은 물론 카페나 레스토랑 등 여행자 편의시설이 모두 문을 닫는다. 이유는 다름아닌 날씨 때문. 강수량이 집중되는 시기라 그리스의 찬란한 햇빛은 고사하고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진다. 포세이도니온 호텔 또한 같은 이유로 이 시기에 문을 닫는다. 1~10min Walk 스페체스Spetses 스페체스 섬에는 차가 없다. 호텔에서 짐을 나르는 데 사용하는 개조 트럭이 존재하지만 일상적으로 운행되는 차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섬이라는 단어는 고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법. 자동차마저 사라져 버린 섬의 정적은 가보지 않고는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스페체스 섬의 실상은 정적과는 거리가 멀다. 섬은 차가 없는 대신 오토바이로 넘쳐난다. 10초에 한두 대의 오토바이는 반드시 보게 되니 하릴없이 섬을 왔다갔다 하는 이들이 있음이 분명하다. 여행자에게 오토바이를 빌려 주는 가게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오토바이를 타면 섬 구석구석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겠지만 작은 섬에서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천천히 섬을 걷다 보면 섬의 풍경과 일상이 느리지만 여유롭게 눈에 담긴다. 조금 멀리 이동할 일이 있다면 마차를 타면 된다. 섬의 정취에 예스러운 정취를 더하는 아주 멋진 교통수단이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에서 걸어서 1분이면 다피아 선착장이고, 다피아 선착장 인근에는 스페체스 섬의 다운타운이 형성돼 있다. 말이 다운타운이지 걸어서 10분이면 훑을 만한 기념품 가게, 카페,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다. 기념품 가게의 단골 메뉴는 마차, 집, 고양이 등 스페체스의 풍경이 새겨져 있는 마그네틱이다. 여기에 영어로 휘갈겨 적은 ‘스페체스’라는 글씨는 기념만 되지 않는다면 지워 버리고 싶을 정도로 조악하다. 신발, 의류, 모자,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도 많다. 무언가를 사고 말고를 떠나서 모든 가게들은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스페체스의 풍경에 녹아 있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제외하면 한산하다. 스페체스의 ‘그리스’ 할아버지들은 한산한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나른한 그들의 일상은 여행자들에게 그리스를 말하는 풍경이 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17~18세기의 스페체스는 ‘부富’로 대변되는 섬이었다. 스페체스의 작은 섬에는 범선을 만드는 큰 조선소가 있었고 이곳에서는 화물과 대포를 모두 실을 수 있는 범선을 생산했다. 17세기 이전, 그리스는 해적으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러한 범선이 생산되며 순조로운 무역이 가능해졌다. 스페체스 섬에 부를 가져다준 본거지는 올드하버다. 오늘날 제일 항구의 명예는 다피아 선착장에 내줬지만 당시 올드하버의 영화로운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올드하버에는 요트 등 개인 소유의 배들이 즐비하고, 인근에 자리한 부유한 선박 소유주들이 지은 호화로운 집들이 스페체스 특유의 풍경을 만든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 가옥은 그리스에서 가장 비싼 집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올드하버는 다피아 선착장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다. 다피아 선착장과 가까운 락사리나 부부리나Laksarina Bouboulina의 집도 스페체스 섬이 풍요로웠던 시절에 지어졌다. 부부리나는 1821년 투르크와 맞선 독립전쟁에 전 재산을 내어 놓고 독립군을 이끈 여걸이다. 그리스에서 그녀의 이름을 듣는 건 어렵지 않은 일. 유로를 쓰기 이전 그리스의 화폐인 드라크마에도, 거리 이름에도 부부리나는 살아 있다.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이 부부리나를 존경하는 그리스인들 덕분에 스페체스는 풍요로움과와 더불어 영광의 섬으로 불리게 됐다. 부부리나의 집은 1991년에 부부리나 박물관으로 선보였다. 집 안에 오래된 무기와 책, 도자기, 편지와 문서, 그림, 개인 소장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부부리나의 후손이 40분간 영어가이드 투어를 진행하며 6유로의 입장료는 옛 집을 유지, 보수하는 데에만 쓰인다고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h 15min 에피다브로스Epidaurus 에피다브로스는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병의 치유를 기원하던 장소다. 에피다브로스에 모인 환자들은 일상의 즐거움을 찾았고, 대규모 반원형 극장은 그렇게 탄생했다. 에피다브로스는 그리스, 로마의 오케스트라 극장 가운데 유일하게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기원전 4세기경에 지어진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음향 시스템 또한 완벽하다. 에피다브로스의 무대에는 당시의 음향 시스템을 시험하고자 전 세계 여행자들이 줄을 선다. 소리를 치는 이들도,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있다. 객석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도 소리는 잘 들린다. 소리가 벽을 치고 증폭돼 울리는 것마냥 아주 잘 들린다. 에피다브로스의 반원형 극장은 1만4,0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입장료 6유로 1h 30min 나프플리온Nafplion 펠로폰네소스 반도 아르골리우스 주에 자리한 나프플리온. 투르크와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후 그리스 임시정부가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나프플리온은 아테네와도 2시간 30분가량 거리로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나프플리온을 기점으로 삼고, 에피다브로스를 함께 돌아보면 된다. 타운 홀이 자리한 신타그마 광장은 나프플리온 여정의 출발점이다. 여유가 된다면 나프플리온이 한눈에 조망되는 아크로 나프플리온과 팔라미디 성채에 올라 본다. 아크로 나프플리온의 언덕 아래로는 바다 혹은 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이 여러 갈래로 펼쳐진다.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가 늘어서 있는 나프플리온의 골목은, 일상이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그런 일이 늘 그렇게 일어나는 것처럼 골목 사람들은 여유롭다. 나프플리온의 개들도 골목 개 행세를 한다. 원색의 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프플리온의 골목에서는 여행자가 아닌 척, 그들의 생활에 녹아 들어 골목 사람처럼 굴고 싶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꽃보다 화려하게 치장한 기념품 가게에서 꺾이고 만다. 어느 관광지에나 있는 그저 그런 기념품이 아니라 꽤 괜찮은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몇 있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골목을 벗어나 바다로 난 길로 향하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성채가 보인다. 부르지 섬이다. 베네치아인들의 요새였던 곳으로 19세기에는 사형 집행인들이 은퇴 후 이곳에서 생활했다 한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터키항공 02-3789-7054 www.turkishairlines.com ▶travie info 항공 한국에서 그리스로 가는 직항은 없다. 터키항공을 이용해 인천, 이스탄불, 아테네를 연결하면 빠르고 편리하다. 인천과 이스탄불 구간은 매일 1회, 이스탄불과 그리스 구간은 매일 4회 운항된다. 시차 그리스가 한국보다 6시간 느리다. 화폐 유로를 사용한다. 2013년 7월 기준, 1유로는 1,477원. 전압 220V, 50HZ. 한국의 전기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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