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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 속 희망을 말하다

    어둠 속 희망을 말하다

    독일 사실주의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1813~1837)의 희곡 ‘당통의 죽음’(1835)은 혁명 이면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 혁명 정부하에서 동지였던 당통과 로베스피에르는 각각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뉘어 갈등한다. 민중들은 여전히 굶주리는데도 현실에 대한 관용과 쾌락을 추구했던 당통과 피비린내 나는 공포 정치에 몰두했던 로베스피에르는 민중의 삶과는 동떨어진 정치적 공방을 벌이다 1년 간격을 두고 단두대에 오른다. 혁명의 이면에 대한 실망, 지도층의 무능력에 대한 환멸의 정서는 혁명이 몰고 온 폭력과 진정한 혁명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프랑스혁명을 다룬 독일 작가의 작품을 루마니아 출신 연출가와 한국 배우들이 호흡을 맞춰 한국 무대에 올린다. 다음 달 3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당통의 죽음’이 그것. 이 독특한 조합의 공연은 예술의전당이 뷔히너 탄생 200주년을 맞아 루마니아 출신 연출가 가보 톰파(56)에게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가보 톰파는 루마니아의 클루지 헝가리안 시어터 예술감독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를 겸하며 지금까지 160여개 작품의 제작과 연출에 참여한 세계적인 연출가다. 2011년 연극 ‘리처드 3세’를 들고 한국을 찾아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출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뷔히너는 일찍이 세상의 그로테스크함과 권력의 모순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혁명적인 언어로 표현해 냈죠.” 지난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뷔히너의 작품에 대해 “어려우면서도 대담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이미 뷔히너가 남긴 네 편의 희곡 중 ‘보이체크’와 ‘레옹세와 레나’를 연출하거나 기획했을 정도로 뷔히너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런 그가 ‘당통의 죽음’의 첫 시도를 자국도, 유럽도 아닌 지구 반대편의 한국에서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모험이다. 그가 한국 공연을 구상하면서 염두에 뒀던 것은 한국적인 것과의 조우다. 프랑스혁명을 다룬 작품이 현대 한국을 사는 관객들에게도 빛을 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실험의 결과물은 소리꾼 이자람을 통해 드러난다. 100명에 달하는 원작의 인물을 14명으로 줄이면서 이자람은 수많은 군중들을 한 몸으로 빚어낸 ‘거리의 광대’를 연기한다.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군중이면서도 모든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해설자로 극 전반을 관통하며 당시 프랑스와 현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작품에서 이자람은 판소리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운율과 리듬으로 가득한 대사를 쏟아내며 끊임없이 관객들과 소통한다. 판소리는 아니지만 판소리를 듣는 듯한 묘한 느낌이다. “자람씨가 ‘억척가’나 ‘사천가’에서 보여 준 판소리 기술을 잘 알지만, 그와 똑같은 판소리를 이 작품에서도 하는 걸 바라지는 않았어요. 제가 주목한 건 방대한 이야기를 말로 풀어 내는 판소리의 서사적 역할이었습니다.” ‘레미제라블’이 이미 영화와 뮤지컬로 흥행한 데서 보듯 한국 관객들에게 프랑스혁명 그 자체는 낯선 소재가 아니다. 하지만 ‘당통의 죽음’이 던지는 메시지는 혁명 속에 피어나는 사랑도, 중세 유럽의 가슴 뛰는 광경도 아니다. “학교에서는 프랑스혁명을 높게 평가하지만, 뷔히너는 혁명 이면의 잔혹한 인간 본성과 허영심을 파헤치고 싶어 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 프랑스혁명의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 중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박애를 자람씨를 통해 그리려 합니다. 어두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는 깨달음이 되길 바랍니다.” 윤상화(로베스피에르), 박지일(당통) 등 출연. 3만~5만원. (02)580-1300.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낙향하면 어떠하리/노주석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낙향하면 어떠하리/노주석 선임기자

    지독한 ‘서울중심주의’가 판치는 것이 우리 사회이다. 서울 가는 것을 상경(上京)이라고 하고, 반대를 낙향(落鄕)이라고 부를 정도다. 목민관의 전형으로 삼는 정약용조차 서울 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유배 중 아들에게 “너는 사정이 어지간만하면 한양 사대문 밖에 살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사대문 안에 살아라…. 그것도 힘들거든 사대문 가까운 곳에서는 살아야 한다. 그래야 여러 가지 듣는 게 많고 기회들이 많다”라는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낙향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68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기를 맞은 요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듯하다. 수도권의 유출인구가 유입인구를 앞섰다는 통계도 나왔다. 바야흐로 ‘이촌향도’(離村向都)가 ‘이도향촌’(離都向村)으로 바뀌는 것인가. 낙향이 곧 귀향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고향이 아닌 제3의 장소를 낙향지로 삼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수도권을 떠난 사람 중 대부분이 서울에서 가까운 충청도를 택했다고 한다.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성공적인 낙향에 대해 언급했다. “서울의 사대부가 세력을 잃고 집안이 빈곤하게 되어 경기도로 낙향하면 더욱 가난해질 수가 있지만, 호남과 충청지역으로 낙향하면 집안을 잘 보존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작금의 낙향 세태를 조선시대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금의환향(錦衣還鄕)이나 안빈낙도(安貧道) 차원이 아니라 노후자금이나 일자리 부족 등 반강제적 귀농·귀촌 위주여서다. 낙향문화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결국 대형 로펌의 고문 변호사로 돌아갔지만 정년퇴임 이후 부인과 함께 동네 편의점을 운영해 칭송받았던 김능환 전 대법관이 생각난다. 그는 맹자의 양혜왕편에 나오는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을 화두로 던졌다. 일정한 소득이 없어 먹고살기 어려우면 올바른 마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 전 대법관은 “공직을 마친 사람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평생 해왔던 영역에서 일하는 것이 맞는다고 봤다”라면서 “도덕군자 행세를 하고 싶지 않다”라고 털어놓았다. 애로를 모를 바 아니나 아쉽다. 그는 ‘무항산 무항심’ 의 핵심을 간과했다. 맹자는 “항산이 없는 데도 항심을 유지하는 것은 오직 선비만이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던 것이다. 권력 주변부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물론 사기업에 이르기까지 자리를 노리는 정치 낭인들이다. 대개 ‘누릴 만큼 누린’ 부나비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항산이 없어도 항심을 유지해야 하는 선비의 체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껍데기’ 무항산 무항심만 외친다. 차라리 인재난을 겪는 고향으로 내려가 기초자치단체나 의회직에 도전하거나, 교육기관에서 후학을 가르치거나, 봉사단체에서 일하는 것이 어떠할는지…. 서원과 향교에서 후학을 키우면서 지역문화를 창달한 우리 선비들의 낙향문화는 비판과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성찰과 교훈의 대상이다. joo@seoul.co.kr
  • 종로구 26일 문화유적 탐방… 권율장군 생가터~서울성곽

    서울 종로구는 오는 26일 ‘저자와 함께 걷는 우리 고장 탐방’을 실시한다. 이번 행사는 우리 문화와 역사, 잘 알지 못했던 종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세종마을과 서울 성곽 일대를 탐방하며 강의를 듣는 형식이다. 행사 주제는 ‘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서울 문화 이야기’로 같은 제목의 책을 출간한 김영조 한국문화사랑협회장과 이윤옥 한일문화 어울림연구소장, 김동현 한양성곽 전문해설사가 강사로 나선다. 탐방 코스는 체부동 골목길 사직단에서 시작해 권율 장군 생가 터, 딜쿠샤 가옥, 서울 성곽으로 이어진다. 인왕산 성곽 공원에서 점심을 먹은 뒤 수성동 계곡, 청운동 공원, 통의동 백송 터 등을 돌아보는 것으로 끝난다. 김영종 구청장은 “종로의 역사, 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 통증 감소한다(영국 연구진)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 통증 감소한다(영국 연구진)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은 진통제와 비슷한 효과를 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제약회사 로이드파머시(LloydsPharmacy)의 연구자들은 두통과 같은 만성적인 통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통증을 가라앉히고 기분을 나아지게 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팝 음악은 21%의 환자에게 효과를 보였으며, 클래식(17%)과 록 또는 인디 음악(16%)이 그 뒤를 이었다. 가장 효과적인 노래로는 사이먼&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와 로비 윌리엄스의 ‘Angels’, 플리트우드 맥의 ‘Albatross’ 등이 있었다. 또한 음악을 통한 진통 효과는 어릴수록 더 큰 효과를 나타냈다. 16세에서 24세 사이 환자의 66%가 고통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혀졌다. 로이드파머시의 약사 앤드류 마휘니는 “만성적인 통증을 다스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약뿐만 아니라 운동이나 휴식 등 생활습관의 변화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유타 대학교의 대이비드 브래드쇼 교수는 “아플 때 다른 일에 집중하려고 시도해야 한다”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따라부르는 등 집중하면 통증을 몰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폭언·폭행 급증… 떨고 있는 복지공무원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19년차 사회복지 공무원 김선옥씨에게 민원인한테 전화로 욕을 듣는 건 거의 매일 겪는 일상이나 다름없다. 김씨는 “내가 담당하던 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내연남이 있었는데, 그 내연남은 애인과 헤어지게 되자 그 뒤로 2년간 전화로 폭언과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 내연남한테서 ‘그 X 왜 수급자격을 안 떨어뜨리느냐, 밤길 조심해라, 내가 예전에 임신부를 발로 차서 낙태시킨 사람이다’ 같은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야 했다”고 했다.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극심한 마당에 민원인들한테서 폭언과 협박, 심지어 폭행을 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22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3월까지 복지담당 공무원이 당한 폭언·폭행 피해 사례는 모두 3379건으로, 월평균 87건이었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11개월 동안 발생한 피해 사례는 하루 평균 6건꼴이었다. 그 이전 28개월 동안 하루 평균 1.7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을 위협하는 것은 단순한 폭언·폭행에 그치지 않는다. 3379건 가운데 계획적으로 흉기나 가스통을 준비해 가해한 사례도 200건이 넘었다. 피해장소도 사무실이 2860건, 상담실이 335건이어서 주민센터 자체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에겐 안전한 장소가 아닌 셈이다. 또 다른 사회복지 공무원은 “정신질환자가 사무용 가위나 칼을 툭하면 집어던진 적도 있고 여성공무원 앞에서 옷을 벗어젖히며 난동을 부린 적도 있다”고 전했다. 폭언과 폭행이 늘어나는 반면 고발조처는 191건(5.7%)에 불과했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인천 남동구 복지급여관리팀장은 “주민센터 사무실에 폐쇄회로(CC)TV 설치, 청원경찰 혹은 안전요원 배치, 상담실에 비상벨 설치 등 민원인 폭언·폭행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 노원구처럼 구청장 재량으로 CCTV와 비상벨을 설치한 곳도 있지만 대다수 주민센터는 이마저 없는 실정이다. 김씨는 “민원인들은 대부분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있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는 분들”이라면서도 “우리를 무시하고 막 대하는 건 솔직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민원인들에게 무조건 친절하라고 하지만 그건 억지 친절을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악성 민원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6·25 북한군 남침, 9·28 서울 수복 1보 방송한 전설의 아나운서 위진록

    [김문이 만난사람] 6·25 북한군 남침, 9·28 서울 수복 1보 방송한 전설의 아나운서 위진록

    [상황 1] 1950년 6월 25일 오전 7시. “임시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임시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새벽 북한 공산군은 38선 전역에 걸쳐서 전면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안심하십시오. 우리 국군이 건재합니다.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상황 2] 1950년 9월 28일 일몰 직전. “여기는 서울중앙방송국입니다. 여기는 서울중앙방송국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그리고 서울시민 여러분, 오늘 새벽 유엔군과 대한민국 국군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완전히 탈환하고 패주하는 공산군을 추격하며 북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남침과 서울 수복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제1성은 이렇게 다급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시 KBS 아나운서 위진록(85)씨. 북한군이 점령한 서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또한 1950년 11월 도쿄에 자리한 유엔군총사령부(VUNC) 아나운서 생활을 하면서 우리나라 격동의 현대사의 물줄기와 함께 파란만장한 삶의 길을 걸었다. 그의 이력을 얼핏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28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한다. 월남한 뒤 경성역(서울역)에서 역부로 근무하다가 8·15 해방을 맞이하고 만 19세때 서울중앙방송국(KBS)의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한 이후 대한민국 정부수립 초창기의 현장 일선에서 활약했다. 김구 선생 장례식 실황중계, 이승만 대통령의 수행기자 등 현대사의 한복판을 지켰던 것이다. 현재 미국 LA에 거주하고 있는 위씨가 잠시 귀국했다. 자서전 ‘고향이 어디십니까’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 15일 그를 만났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인다고 인사를 건네자 “규칙적인 생활과 생각, 그리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꾸준히 기록한다. 아마 늙지 않는 비결인 것 같다”면서 웃는다. 주로 어떤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번역물도 읽고 영어와 일어로 된 책도 읽는다”고 대답한다. 그는 평소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최근 펴낸 자서전도 그동안 열심히 메모해둔 결과물이다. 그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 미국 이민길에 올라 LA 해변에서 햄버거 장사를 하면서 고군분투하며 살았다. 지금은 현지에서 수필가, 방송인,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수필집과 음악 에세이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어떻게 해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됐을까. 한창 전쟁중인 1950년 11월 일본 도쿄와 오키나와에 있는 유엔군총사령부 방송 아나운서로 가게 된 배경부터 설명한다. “연희송신소(당시 고양군 연희면)에서 기거하면서 방송을 할 때였습니다. 하루는 도쿄의 맥아더사령부 심리작전국 방송담당자 매튜 중령을 만났습니다. 그는 제 방송을 자주 듣는 편이며 2차대전때 종군 아나운서로 이름을 날린 CBS의 월터 크롱가이트와 목소리가 아주 닮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한국전쟁도 이제 끝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면서 한달정도 도쿄에 가서 방송일을 할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하더군요.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좋다고 대답했지요.” 맥아더 사령부의 심리작전국은 6·25전쟁이 일어나자마자 도쿄에 유엔군총사령부 방송국을 창설하고 NHK 방송망을 통해 이미 방송을 시작하고 있던 터였다. 남한과 북한으로 보내는 별도의 송신소가 작동이 됐음은 물론이다. 방송은 NHK 본사의 여러 스튜디오를 필요에 따라 사용했다. 방송은 전쟁에 관한 뉴스가 최우선이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소식, 스탈린 독재하의 소련의 내막, 김일성이 소련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해설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방송원고는 모두 미국인이 작성한 것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서울을 떠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아군 수중에 있던 평양에 공산군이 다시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평양시민들이 대동강 철교를 더듬으며 필사적으로 피난하는 모습을 보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흥남 지역에서 미 해병1사단의 해상탈출 등을 보도하면서 한달 예정이었던 체류기간이 무기한 연기 됐지요. 그렇게 도쿄에서 8년을 보낸 뒤 오키나와 사령부로 옮겨 14년을 더 근무하고 자식들 교육을 위해 식구들과 미국 이민을 가게 됐습니다.” 그는 오키나와 시절을 회고하면서 베트남 전쟁과 연관된 일화를 떠올린다. 1968년 가을 한달동안 종군기자로 베트남에 파견된다. 이때 비둘기 부대가 주둔한 나트랑 외에 맹호와 청룡부대 주둔지 등을 두루 방문했고 사이공에서는 주월한국군 채명신 사령관과 수차례 만나기도 했다. 또 베트남 전쟁이 확전되면서 한국군의 파병은 계속됐다. 자연스럽게 오키나와는 베트남에 주둔해 있는 한국군을 위해 위문차 오가는 연예인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 됐다. 이때 길옥윤과 패티 김 등 여러 연예인들과 친분을 맺기도 했다. 얘기를 다시 ‘6·25 남침 제1성’으로 돌렸다. 방송국장의 지시로 38선상(경의선의 한 중간역)에 있는 여현역에 도착한 것은 1950년 6월 10일이었다. “민심을 살피기 위해 38선이 보이는 지점에 중계차를 세우고 38선을 오가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일을 했지요. 특이 동향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6월 24일 밤 저는 아나운서실 숙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후배 아나운서와 11시에 야간방송을 끝내고 다음날 아침 방송순서를 점검하고 숙직실로 쓰고 있는 제2 스튜디오로 가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퉁탕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것은 새벽 5시 10분이었습니다. 방송국 수위와 육군대위가 스튜디오에 급히 들어왔던 것이지요.” 육군대위는 종이 한장을 내밀면서 즉시 방송하라고 명령하듯이 말했다. 종이에는 ‘오늘 새벽 북한 공산군이 38선 전역에 걸쳐 공격을 시작했다. 국군은 모두 원대에 복귀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방송시작이 6시 30분이고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상부의 허락 없이 방송할 수 없다고 했다. 잠시후 민재호 방송국장이 국방부 정훈국장에게 확인한 뒤 원고를 급히 작성하고 제1보를 내보냈다고 위씨는 회고했다. “서울수복이 됐는데도 그해 6월 말에 이미 행방불명되거나 처형됐다고 알려진 선배 아나운서들의 소식은 여전히 알 수 없었습니다. 평양에서 온 방송요원을 상대로 열성적으로 도운 아나운서들은 그들과 함께 도주하듯이 북쪽으로 갔고 자백서를 쓰고 포섭당해 그들 밑에서 방송한 아나운서들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으니까요.” 필사적으로 숨어 다니며 살아남은 그는 동료와 선배들이 하던 일을 도맡아 하는 등 한동안 연희송신소에서 기거하면서 열심히 방송을 하게 된다. 이국땅에서 60여년을 살고 있지만 그 기억의 편린까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2남 9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군청 토지측량기사로 일하던 아버지는 42세때 늑막염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들과 평안북도 선천으로 이사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난 때문에 직업전선에 뛰어들 생각이었지만 돈이 없어도 학교에 갈 수 있다는 말에 평양사범학교에 입학했다. 이때 좋은 목소리와 뛰어난 노래 실력을 인정받아 합창과 독창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학교 브라스 밴드에서 트럼본 연주를 했다. 아울러 문학서적에 심취했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들자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등 학교생활에서 일탈, 모란봉 주위를 쏘다녔다. 결국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발각돼 3학년때 퇴학당했다. 이후 형이 있는 남신의주역으로 가서 역부로 생활한다. 톨스토이와 헤르만 헤세 등의 문학서적은 꾸준히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얼마 후 어머니와 누이가 살고 있는 서울에 온 그는 낙원동 근처의 한 회사에서 사환으로 일하다 경성역의 역부로 취직한다. 이어 해방이 되면서 누이가 종로2가 근처에 술집을 열자 외상값 받으러 다니는 일을 하게 된다. 1947년 서울중앙방송국에서 ‘방송극 연구생’ 모집공고를 보고 응시해 합격한다. 그후 2주일 만에 방송드라마에 출연한다. 당시 동기생으로는 장민호, 민구, 송영란, 윤길숙 등이었다. 같은 해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하면서 아나운서의 길을 걸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20세기 격동기를 한 마리 늑대처럼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조국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아직도 내 마음의 눈물 줄기에는 희망의 꽃망울이 살아 있다”면서 ‘백년동안의 고독’을 쓴 남미의 작가 마르케스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또한 유대교 랍비이자 시인인 사무엘 울만의 말처럼 “청춘이라고 하는 것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가 아니냐”라고 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위진록은 1928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개성, 평북 선천 등을 전전하며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1940년 평양사범학교에 입학하고 1942년 3학년때 중퇴했다. 남신의주역 역부, 서울의 한인회사, 일본광고회사 대리점 등의 사환을 거쳐 서울역 역부로 일하면서 1945년 해방을 맞았다. 1947년 KBS 제1회 ‘방송극 연구생’ 모집에 합격했다. 장민호, 민구, 조남사 등과 라디오 드라마에 출연했다. 같은 해 9월 KBS 아나운서 모집에 합격해 만 19세로 최연소 아나운서 기록을 세운다. 1948년 KBS 제1회 방송극 대본 공모에 입선했으며 김구 선생의 장례식 중계 등 격동기의 방송 일선에서 활약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 남침, 9월 28일 서울수복의 제1보를 방송한 아나운서로 기록에 남아 있다. 그해 11월 일본 도쿄의 유엔군총사령부방송(VUNC)에 파견돼 22년동안 도쿄와 오키나와에서 근무하다 미국으로 이민했다. LA에서 햄버거 장사 10년, 서점 등을 경영하면서 동네 신문을 발행했다. 재미 방송인협회 고문 등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수필집 ‘하이! 미스터 위’(1979년), ‘잃어버린 노래’(1993년), ‘낙타의 속눈썹’(1997년), ‘위진록의 커먼센스’(1999년), ‘클래식, 내마음의 발전소’(2011년) 등이 있다.
  • [케이블 하이라이트]

    ■대통령 스캔들(FOX 밤 12시) 올리비아는 드레이크 목사의 아내 낸시에게서 남편을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목사를 찾아 나선 올리비아 일행은 그가 이미 사망했으며 덕망 높은 목사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15년 동안이나 외도를 해왔음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막으려고 올리비아는 목사의 시신을 집으로 옮기고, 목사와 함께 있던 여자를 설득해 비밀을 지키게 한다. ■맥베드(스크린 밤 11시) 스코틀랜드 갱단의 보스 던컨은 맥베드의 활약으로 배신자를 처단하게 되자 그에게 코더의 구역을 맡긴다. 한편 맥베드는 우연히 세 마녀를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서 그가 장차 보스가 될 것이란 말과 뱅코의 아들 플리언스 역시 보스 자리를 물려받게 될 거란 예언을 듣는다. 이를 전해들은 맥베드 부인은 던컨을 살해할 음모를 꾸민다. ■제7회 렉서스 골프 아카데미 최강전(J 골프 밤 11시) 대회 최고의 우승 후보와 다크호스의 용호상박 승부가 펼쳐진다. 수많은 아마추어 대회들을 우승으로 장식한 아마추어 골프계의 살아 있는 전설들이 한데 모인 ‘기흥C.C.’와 인천지역의 우승 후보들을 모두 물리치고 대회에 다크호스로 처음 등장한 ‘웅진 B&G 72’팀의 대결이 이뤄진다. ■크로싱 라인(AXN 밤 10시 50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은행에 간 히크만은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이어 은행 강도가 들이닥칠 것을 예상한다. 아니나 다를까. 동물 가면을 쓴 강도들이 들이닥쳐 감시 카메라를 부수고 은행 안의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린다. 한편 국제형사재판팀이 전화로 정보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강도들은 이를 눈치채고 만다. ■블러드 페이스-연쇄살인마(FX 밤 11시) 신문기자인 라나는 희대의 살인마 블러드 페이스를 취재하려고 수녀들을 속이고 정신병원에 잠입하지만 곧 쫓겨난다. 그렇게 기삿거리를 찾아 병원 근처를 서성이던 중 다른 수녀의 약점을 잡아 병원에 다시 들어가지만 이내 공격을 받아 쓰러지게 된다. 한편 병원의 원장 수녀는 라나를 평생 정신병원에 가두려 하는데…. ■원피스 4(애니맥스 밤 8시) 사토리가 최후의 공격 무기로 구슬 드래건을 내놓는다. 루피는 구슬 드래건은 손가락만 살짝 대도 폭발한다는 것을 알고 도망 다니기 바쁘다. 그러다 루피는 마침내 사토리가 구슬 드래건에다 끈을 매달아서 조종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그 끈을 끊어버린다. 한편 배를 뒤쫓아간 우솝은 마침내 출구의 위치를 알아낸다.
  • 안행부 ‘작은 인사실’ 가동… 부처 애로 해결

    공무원 인사 정책의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가 일선 기관과의 ‘스킨십’을 강화한다. 안전행정부는 부처 인사실의 5급 사무관 이상 직원이 47개 중앙행정기관을 1대1로 전담하는 ‘작은 인사실’을 운영한다고 20일 밝혔다. 안행부 관계자는 “일선 기관의 담당자들은 인사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법령이 개정되거나 제도가 바뀌어도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실시한 직종개편 관련 권역별 설명회도 일부 기관이 설명을 요청해 이뤄졌다. ‘작은 인사실’은 수시 설명회의 성격이다. 전담관 47명은 각 중앙부처와 외청 등 인사담당자들과 주기적으로 직접 면담하고 관련 제도의 변경·개선 사항이나 민원을 수시로 듣는다. 또 안행부는 인사실 과장과 사무관 등 3~4명을 팀으로 구성해 소수직렬 및 소외 지역을 방문하는 ‘인사 도우미 제도’도 만든다. 이들은 산림청 소속 기관의 현장 요원이나 국립병원 간호사 등을 직접 찾아간다. 교도소와 등대 등 특수 근무 지역과 소수직렬을 대상으로 한 현장간담회도 개최할 방침이다. 최근 일부 기관들의 인사 관련 건의사항을 접수한 안행부 관계자는 “일선 부처가 안행부를 방문해 협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운영하자는 취지”라며 “본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소수 직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행부는 앞서 조직정책관 산하에 ‘조직SOS팀’을 신설하고 분기별로 ‘찾아가는 신문고’를 운영해 일선 기관들로부터 조직 관련 의견을 들은 바 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마음은 이렇게도 가르친다/박주택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마음은 이렇게도 가르친다/박주택

    마음은 이렇게도 가르친다 오래 겨울이 머물다 가는 사람처럼 두려워하고 잔고를 더듬는 사람처럼 쓸쓸해라 침대에 앉아 옆 침대 신음을 듣는다 햇살은 여리도록 창에 스미고 건성으로 연속극은 돌아간다 다친 각막으로 건너편 병동을 본다 육체를 떠나는 마음이 목례를 하고 마음이 없는 육체는 적요하리라
  • [주말 인사이드]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 새내기 주무관 4명에 들어본 ‘그들의 얘기’

    [주말 인사이드]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 새내기 주무관 4명에 들어본 ‘그들의 얘기’

    ‘시간제 공무원’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계약직으로 일하는 시간제 공무원이다. 이들은 월~목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금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근무하면서 주 35시간을 일한다. 2870여명(지난해 12월 기준)이 공직사회에서 일하고 있다. 다른 시간제 공무원은 ‘일반직’이다.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목표에 따라 탄생하게 될 공무원이다. 주 20시간(하루 4시간) 근무하면서 정년은 일반직 공무원처럼 보장되는 자리라 관심이 크다. 업무 형태나 일자리 질적인 수준 등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궁금증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의문을 해소할 길은 비슷한 일을 한 경험자에게 듣는 것뿐. 경기 고양시 각 동(洞)에서 일하는 새내기 주무관 4명을 만나 ‘시간제 공무원’의 모든 것을 낱낱이 풀어 봤다. 지난 16일 고양시청 앞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각자 다른 곳에서 일해 얼굴 마주칠 일이 없었던 터라 다들 데면데면했다.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는 동안 살짝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각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공직의 보람과 동병상련의 공감을 나누더니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의 일상을 편안하게 털어놨다. 현종원(46·여)씨는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했다. 2011년 큰아들이 대학에 입학하자 비싼 등록금이 신경 쓰였다. 더이상 남편에게만 가계 수입을 맡길 수 없었다. 결국 현씨는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찾은 것이 덕양구청 육아 휴직자 대체인력 자리였다. 대체인력으로 일하면서 공무원 세계를 살짝 경험하고는 지난 9월부터 행신3동 주민센터에서 정식 공무원이 됐다. “일반직 공무원처럼 저도 제 이름으로 공문서를 작성해요. 시간제 계약직이라고 해서 보조 업무를 하는 게 아니에요. 책임을 덜 지는 것도 아니고요. 민원 처리 과정에서 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모두 처리해야 돼요. 책임감이 따를 수밖에 없죠.” 일산서구 일산3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김미진(40·여)씨 역시 맏아들 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앞치마를 벗고 직장일을 시작했다. 그는 공무원이 되기 전과 후의 차이를 실감했다. “주민으로 (주민센터에) 왔을 때는 공무원들 모습이 마냥 평온해 보였어요. 퇴근 시까지 편하게 앉아서 일하다가 귀가하는 줄 알았는데, 일과 후에도 계속 일을 하더라고요.” 김씨가 하는 일은 많았다. 미술, 댄스스포츠, 요가 등 주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 기획부터 강사 섭외, 프로그램 운영 및 교육 시설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앞으로는 예산 부분까지 직접 챙겨야 한다. 김씨는 “저도 지금은 일과 중에 민원 처리하다가 미처 다른 업무를 못 해서 야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고두환(31)씨는 일산동구 풍산동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 일을 하고 있다. 그 역시 쉴 틈이 없다. 기초생활비, 양육수당, 보육료, 장애인 연금 신청을 받으면 수급 기준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또 실태조사를 위해 저소득 가정을 방문하는 일도 필수다.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다. “복지 부문에서는 특히 정보를 잘못 알려 주면 큰일 나요. 가령 매월 15일 이전에 보육료를 신청하면 신청한 달부터 보육료가 지급돼요. 그런데 16일 이후에 신청하면 보육료가 그 다음 달에 나와요. 만일 16일 이후에 신청해도 그 달 보육료가 나간다고 말하면 주민이 피해를 보잖아요.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실수하지 않으려고 매일 공부해요.” 이들 중 가장 어린 고아름(26·여·덕양구 능곡동 주민센터)씨는 대학 졸업 후 민간복지관에서 근무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지난 8월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내 합격했다. 공무원이 된 뒤 전에 없었던 걱정이 하나 늘었다고 했다. “채용 형태만 계약직일 뿐이지 일반 공무원이 하는 일은 다 해요. 주말에 동네에서 나눔장터 등의 행사가 열리면 일하러 나가고요, 대설주의보 등이 발령되면 비상 근무도 같이 서요. 눈 오면 새벽부터 나와서 제설 작업을 해야 하는데, 곧 겨울이 오잖아요. 이제는 눈이 언제 오나, 눈 언제 치우나 벌써 이런 걱정을 하고 있어요.”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은 금요일에는 오전만 근무한다. 하지만 금요일 오후까지 남아서 초과 근무를 하는 일이 잦다. 이때 초과 근무 수당은 지급된다. 하지만 이들에게 성과금은 없다. 상여금이 이미 연봉에 반영돼 있어 명절 상여금도 없다. 공무원연금 적용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이게 불평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다들 만족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전임 업무가 정해져 있어서 좋다”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고아름씨도 “내가 사는 동네 일을 하니까 일에 더욱 관심이 가고 책임감도 생긴다. 이제는 갖가지 동네 행사를 주위에 적극 알리고 있다”고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현씨는 “주위 공무원들이 계약직이라고 차별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민원인을 상대하기 때문에 서로 경쟁 상대가 아니라 협력 대상이다. 견제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일하면서 겪은 독특한 경험을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고씨는 “주민들이 간혹 철물점 어디 있느냐, 교통카드 어디서 만들어야 하느냐, 카센터가 어딨냐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다 아는 게 아니라서 난감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대답을 거절할 수는 없다. 최대한 설명해 드리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동안 대화는 어느덧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시간제 공무원 제도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들은 각자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정부에서 시행하려는 주 20시간 시간제 공무원이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죠. 제 근무 시간에 한 주민이 기초생활비 수급 신청을 하러 왔는데 서류가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다른 서류도 챙겨 와야 한다고 했는데, 그 주민이 제가 이미 퇴근한 이후에 주민센터에 온 거예요. 그때는 새로운 사람이 일을 하고 있겠죠. 주민은 다시 설명해야 하고, 제 다음 근무자는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를 수 있죠. 가뜩이나 일이 많은데 인수인계를 매번 하는 것도 불편하고, 결국 업무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어요.”(고두환씨) “시간제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매일 민원을 접하는 일의 경우에는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제 공무원 일로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고아름씨) “스스로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하루에 4시간 정도 일하는 것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특히 본격적인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시간제 공무원 일자리가 어쩌면 (취직 기준에) 부족할 수도 있죠.”(현종원씨) 다소 우려하는 시각 속에서 발전적인 의견도 나왔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노후 준비를 하는 것도 녹록지 않은데 만일 시간제 공무원 일만 한다면 경제적으로 계속 어렵겠죠. 현재 시간제 공무원에게 겸직 및 영리 행위를 허용할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일단 (영리 행위 등을) 허용해 주고 대신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직업에 한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김미진씨) 또 시간제 일자리가 경력단절 및 20대 후반~40대 초 기혼 여성에게는 좋지만 청년들에게는 자칫 외면당할 수도 있다. 고아름씨는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가 단순 업무 위주로 생긴다면 청년들의 자기 계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 같다. 전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일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여야 의원들 ‘정책감사’ 딜레마

    “정책감사? 하면 재미없고 안 하면 욕만 먹고….” 국정감사를 하고 있는 의원들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정책감사’를 하겠다는 다짐을 지키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17일 “정책감사라는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부처가 추진하는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준비를 했는데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도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책감사는 재미없다”는 말이 적잖이 오르내렸다. ‘착한 국감’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증인에게 정책 관련 질의를 하면 고작 ‘잘하겠습니다’ ‘확인하겠습니다’ 정도의 답변을 듣는 데 그친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언론과 국민들이 의원들의 자극적이고 센 발언에 높은 관심을 갖기 때문에 정치적 공세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세운다는 말에 온갖 이목이 집중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막상 존재감을 내보이겠다며 정치적 발언을 꺼내기도 쉽지 않다. 정치 공세를 폈다간 구태 국감이라는 비판이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재선 의원은 “국감이 정치 공세로 얼룩졌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피감 기관을 제대로 파헤쳐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국감을 경찰이나 검찰의 압수수색처럼 뒤져 가며 할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책감사 딜레마’에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까닭에 의원들은 정치 공세를 정책감사로 포장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지난 14일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민주당은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의 사퇴 배경을 밝히고 기초연금 공약이 후퇴한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화법으로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국가 중대사인 기초연금과 관련됐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정책감사가 어디 있느냐”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명백한 정치 공세”라고 맞받았다. 여권의 한 3선 의원은 “따져 보면 정책감사와 정치 공세를 구분 짓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의원들이 언론에 자신의 이름 한 줄 내 보겠다며 경쟁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는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정책감사가 제대로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정경호, 툭하면 욕하는 센놈 내가봐도 얄미워서 한대 쥐어박고 싶었죠

    정경호, 툭하면 욕하는 센놈 내가봐도 얄미워서 한대 쥐어박고 싶었죠

    배우 정경호(30)는 지난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바쁜 남자였다. 그는 자신이 주연한 영화 ‘롤러코스터’(17일 개봉)를 알리느라 감독 하정우와 부산 바닥을 누비고 다녔다. 그가 한 달 내내 각종 인터뷰와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홍보에 매진한 것은 이 영화가 그의 절친한 대학 선배인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이유도 컸다. 최근 만난 그는 “한국 영화 사상 가장 힘든 홍보 스케줄이지만 (하)정우 형도 예전에 이런 것을 다 견뎠고, 또 견뎌야 한다고 얘기해 주더라”면서 웃었다. ‘롤러코스터’는 안하무인 한류스타 마준규(정경호)가 자신이 탄 비행기가 추락 위기를 겪으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다. 영화 ‘육두문자맨’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마준규는 입에 욕을 달고 다닐 뿐만 아니라 스캔들 메이커에 결벽증을 지닌 특이한 캐릭터다. 그동안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대, 웃어요’에서 부드러운 역할을 해 온 그의 화끈한 변신이 눈에 쏙 들어온다. “그동안 순하거나 무거운 역할을 주로 했는데 처음 해 보는 센 캐릭터였어요. 마준규는 제가 배우로 활동하면서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인물이죠. ‘연예인병’에 걸려 매니저에게 욕을 하거나 선후배, 팬들에게 가식적으로 행동하기도 하고요. 얄미워서 한 대 때려 주고 싶다가도 귀엽고 재밌기도 했어요.(웃음)” 정경호와 하정우는 7년 전 부산영화제에서 함께 영화를 만들어 내려오면 좋겠다고 농담처럼 얘기했던 것이 결국 현실이 됐다. 하정우는 작년 이맘때쯤 정경호가 군에서 제대하자 ‘너를 두고 썼고, 너밖에 할 수 없다’면서 ‘롤러코스터’의 시나리오를 내밀었다. “대본을 읽자마자 바로 하자고 했어요. 정우 형은 놀라면서도 고마워했죠. 형도 모든 작품을 그렇게 선택했고 앞으로도 너무 재거나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인간관계를 가장 중시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제대 이후 많이 불안하고 초조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고3 때 중앙대 연극학과에 재학 중인 하정우의 공연을 보고 후배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정경호. 그는 “그때 정우 형은 사람이 컸고 서 있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로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그는 “혹시 연기 못하는 후배로 보일까 봐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세 달 동안 매일 아침 7시부터 감독과 배우들이 모여 대본 리딩 연습을 했어요.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지루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배우들끼리의 호흡이 무척 중요했거든요. 이번에 정우 형에게 준비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세를 배웠어요. 감독 하정우는 세심하고 치밀하지만 계산적이지 않은 사람이죠.” 마준규뿐만 아니라 비행기의 승무원, 승객들은 과장되고 만화 같은 캐릭터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애매한 신체 부위에 사인을 요구하는 ‘진상팬’ 등은 웃음을 유발한다. “물론 저와 정우 형의 경험담도 들어 있죠. 공공장소에서 뽀뽀를 해 달라거나 속옷에 사인을 해 달라는 팬, 집 앞 호프집에서 제가 출연한 영화에 투자를 했다면서 뜬금없이 인사를 시키시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그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목욕탕집 남자들’ ‘부모님 전상서’ ‘엄마가 뿔났다’ ‘천일의 약속’ 등을 연출한 정을영 PD의 아들이다. 하정우가 유독 정경호를 챙겼던 것은 정 PD가 자신의 아버지인 배우 김용건과 절친한 사이였던 것도 한몫했을 터. 하지만 정 PD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정경호가 스타덤에 올랐을 때도 아들이 배우가 되는 것을 결사반대했다. “아버지는 제가 한두 번 하다가 연기를 그만둘 줄 아셨나 봐요. 그런데 이번에 영화 ‘롤러코스터’를 보시고는 ‘노력하는 배우가 돼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배우 생활 10년 만에 처음 듣는 말이었죠. 아버지의 마지막 작품은 의리상 꼭 제가 출연해야죠(웃음).” 결론적으로 ‘롤러코스터’는 B급 정서를 담은 하정우식 코미디다. 정경호는 “정우 형이 배우로 설 때보다 몇 배 더 긴장하는 것 같다. 앞으로 결코 대중을 벗어나지 않는 특별한 감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늘 그 나이대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제 목표였어요. 이 작품을 통해 그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느낌입니다. 앞으로 마준규처럼 캐릭터가 강한 역할에도 과감하게 도전해 보고 싶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2013 공직열전] 법무부 (하) 대검찰청 간부 및 고검장

    [2013 공직열전] 법무부 (하) 대검찰청 간부 및 고검장

    대검찰청은 법무부 소속의 외청이지만 수사권과 기소권 등 형사사법 권한을 독점한 일선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최고 사정(司正) 기관이다. 지난 4월 중앙수사부가 폐지되면서 직접 수사를 하지는 않지만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 원자력발전소 비리, 이재현 CJ그룹 회장 탈세 사건 등 전국 검찰청의 수사와 관련해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방향을 이끈다. 검찰 조직을 이끌어야 할 총장 자리는 지난달 ‘혼외 아들 의혹’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이후 지금까지 공석이다. 길태기 대검 차장이 직무대행으로 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길 차장은 평소 엄격한 지휘로 후배 검사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조세 및 탈세 수사 분야에 탁월하고 법무부 대변인, 차관 등을 거치면서 정책 판단 및 기획 능력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검 서열 3위인 이창재 기획조정부장은 올 초부터 검찰의 핵심 과제였던 검찰 개혁과 관련해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사 전문화 등 향후 검찰의 방향을 설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수사와 기획 능력을 두루 갖췄으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법무부 검찰과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직제상 법무연수원 소속인 오세인 연구위원은 대검 특별수사체계개편 태스크포스(TF)를 이끌면서 특별 수사 사건을 지휘하는 등 사라진 중수부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 수사, 원자력발전소 비리 수사 등 굵직한 사건을 지휘했다. 대검 간부 중 유일한 강원 출신으로 공안 분야 수사와 기획 능력이 특히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최근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 음모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한 송찬엽 공안부장은 대검 공안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을 지낸 공안통이다. 소탈하고 반듯한 성품까지 겸비해 검찰 내부의 신망이 두텁다. 다만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과 민간인 불법 사찰 재수사를 처리해 ‘봐주기 수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민표 형사부장은 검찰 처리 사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고소, 고발 등 형사사건을 총괄한다. 최근 형사부 팀제를 시범 운영해 기존 검사 한 명이 사건을 담당하던 형사사건 운영 체계의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김해수 강력부장은 불법 사채업 및 조직폭력배 단속 등의 기존 업무뿐 아니라 폭력사범 삼진아웃제 도입, 보복 범죄 방지 대책 등 다양한 과제를 추진했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공소 유지 등 공판 업무 전반을 관할하는 이건리 공판송무부장은 업무 처리에 있어서 치밀함과 꼼꼼함이 돋보인다. 대검 간부 중 유일하게 외부 인사 출신인 이준호 감찰본부장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차기 총장 후보가 주로 배출되는 고검장급으로는 법무연수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해 서울·대전·대구·광주·부산고검장 등이 있다. 최근 공판 중심주의 강화와 일선 지검에 대한 감찰 기능 확대 등으로 고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소병철 법무연수원장은 법무부 검찰1·2과장, 기조실장 등을 거치면서 기획 분야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로 ‘검사를 하려면 소병철처럼 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범적인 검사상으로 꼽힌다.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인 임정혁 서울고검장은 투철한 국가관을 바탕으로 업무 수행 능력과 열정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김현웅 부산고검장은 수사와 기획 능력, 지휘 통솔력을 두루 갖췄으며 검찰 내 ‘중국통’으로 불린다. 이득홍 대구고검장은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 등을 거쳐 첨단 과학수사에 탁월한 특수통이라고 평가받는다. 김경수 대전고검장은 이용호 게이트, 한보그룹 특혜 비리 등 대형 특수수사 분야에서 활약했다. 박성재 광주고검장은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횡령 사건 등 기업 관련 수사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일선 검사 시절 지존파 수사 등 강력사건을 처리했고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장, 대검 강력부장 등을 거쳤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쓸쓸한 가을, 아프리모 ‘페로몬향수’ 써볼까?

    쓸쓸한 가을, 아프리모 ‘페로몬향수’ 써볼까?

    가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요즘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이럴 때 사랑하는 연인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위로가 될까. 하지만 그렇게 가만히만 앉아 있으면 그런 연인은 ‘안 생긴다’. 그렇다면 올 가을 솔로 탈출을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흔히 화려한 외모, 배려, 든든한 재력이 이성에게 어필하는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데는 이런 이성적, 감성적 요소 외에도 다른 비밀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후각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페로몬 향수다. 사랑의 묘약이라 불려온 페르몬은 동물이나 인간의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물질로, 후각 신경을 통해 이성의 뇌로 전달돼 화학반응을 일으켜 이성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혹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와 시간에 처음 보는 이성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페로몬의 장난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페르몬의 효과를 증명하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왔는데, 미국 버팔로 대학교의 심리학자 마크 크리스탈 박사에 따르면 남녀가 연인관계로 발전하기 위해는 몇 가지 화학물질의 작용이 필요하다. 인간이 특정한 이성을 선택하는 데는 페르몬의 영향과 함께 만지고, 냄새 맡고, 듣는 등 감각적인 신호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달콤한 사랑의 기운을 선물하는 페르몬 향수 중 가장 핫한 향수를 꼽으라면 단연 ‘아프리모 페로몬 향수(www.afrimo.co.kr)를 들 수 있다. 연애전문가 박코치와 텐미닛녀 조수아가 상품기획 및 개발에 참여한 아프리모 페로몬 향수는 명품향수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프랑스 그라스산 최고급 농축 원료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특히 ‘아프리모 페르몬 향수’ 개발 단계부터 이성에게 어필하는 것에 최적화된 향수로 잔향이 오래가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향수의 잔향이 5시간인데 반해 아프리모 페르몬 향수는 데이트 시간이 평균 5시간 30분인 점을 감안해 잔향 유지시간을 늘려 연인과의 데이트 내내 기분 좋은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가을이 되면 아프리모 페로몬 향수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진다. 과학적으로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뇌의 갑상선 호르몬 대사가 줄어드는 대신 노에피네프린, 세로토닌, 가바와 같이 정신적으로 차분하게 만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증가한다. 이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가을철이면 페르몬향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아프리모 페로몬향수를 개발한 ㈜한국생활건강 관계자는 “아프리모 페르몬향수는 가을철에 필요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며 “은은한 연출을 하는 정도로 살짝 뿌려주거나, 패션의 포인트로 넥타이 끝이나 스커트 안쪽에 뿌려주면 당신의 향기가 은은하게 상대에게 전해져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다산 정약용선생 조명 다큐멘터리 시사회 열린다

    다산 정약용선생 조명 다큐멘터리 시사회 열린다

    위대한 사상가 다산 정약용을 조명하는 영상 시사회가 열린다. 다산학술문화재단(정해창 이사장)은 17일 다산 정약용 다큐멘터리 특별시사회를 서울 글로벌문화관광센터 해치홀에서 연다.‘21세기를 걷는 다산 정약용’을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는 문화관광체육부의 ‘문화콘텐츠 개발 및 이용 사업’의 일환이다.정약용관련 영문 다큐 동영상(약 30분)과 영문 브로셔 관련 문화 컨텐츠 등을 개발하여 시사회 및 외국인 대상 홍보행사를 펼친다. 다산은 우리나라 지성사를 대표하는 학자로서 정치․경제․역사․문화․언어․풍속․의학․지리․법학․문학 등을 총망라한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본 동영상은 ‘다산 정약용’이라는 인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조망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현대를 살아가는 17명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서 다산의 이야기를 듣는다. 시사회 종료 후 다산 선생이 자란 고향 ‘마재’(경기도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판소리 단가 형식으로 만든 창작판소리 ‘마재풍경가’ 공연과 김영란과 신지영, 이기본, 배인숙 작가가 참여한 현대미술 발표회도 진행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클래식음악 대중화 이끄는 성악가 바리톤 김동규

    [김문이 만난사람] 클래식음악 대중화 이끄는 성악가 바리톤 김동규

    자연이 온통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들에도 산에도 바쁜 도심에도 그렇다. 광화문 사거리 교보문고 빌딩에 내걸린 글판이 눈에 띈다. ‘또로 또로 또로/책속에 귀뚜라미 들었다/나는 눈을 감고/귀뚜라미 소리만 듣는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도 귀뚜라미…. 한번쯤 누구나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겠다. 옷깃에 선선하게 닿는 바람, 떨어지는 낙엽,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 감미로운 노래가 내면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10월에는 무슨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저마다 좋아하는 곡이 있겠지만 결혼식 때 축가로 널리 불려지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문득 떠오른다. 그 유명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다. 가사를 잠시 음미해 본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저 하늘이 기분 좋아/~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사랑은 가득한걸/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모두가 너라는걸/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저녁 무렵 반달이 얄밉게 모습을 드러낼 때 들으면 더욱 낭만적이다. 지난 11일 저녁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는 10월을 맞아 ‘참 좋은 음악회’가 열렸다. 무대 첫 순서로 등장한 사람은 성악가 김동규(49)씨. ‘박연폭포’, ‘홀로 아리랑’을 부른 다음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불렀다. 김씨 특유의 감성적인 목소리에 서정적 노랫말이 깊어가는 가을밤의 선율을 아름답게 선사한다.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큰 박수와 함께 앙코르 소리가 객석에 울려퍼졌다. 그도 그럴 것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은 10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계절과 관계없이 각종 행사 때 축가의 단골 레퍼토리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김씨는 재치 있는 입담과 호탕한 웃음소리로 늘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등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열정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이날 무대에 오르기 직전 김씨와 잠시 만났다. 출연자 대기실에서 도시락으로 저녁 식사를 막 마친 상태였다. 콧수염은 여전했다. 언제부터 콧수염을 길렀을까. 오페라에 출연하면서 무대 역할에 맞게 콧수염을 길렀고 벌써 20년이 됐다고 했다. 매일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게 콧수염을 관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지 묻자 “아침에 세수할 때 1~2분 정도면 된다”며 웃었다. 공연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달에만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라는 제목으로 독창회가 여러 차례 열렸다. 앞으로도 큰 무대가 세 번 더 있다. 17일 세종문화회관, 28일 예술의전당, 30일 부산시민회관 공연이다. 그는 집에서 조용하게 쉴 틈이 거의 없다. 1년에 130회 정도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원래는 노르웨이의 뉴에이지그룹인 시크릿가든이 만든 ‘봄의 소야곡’(Serenade to Spring)이라는 연주곡에 한혜경씨가 가사를 붙였고 김씨가 편곡하고 불렀다. 개인적인 사연도 있다. “1999년 가을에 부인과 헤어졌어요. 20~30년 동안 유럽 무대에서 활발하게 생활하고 싶었지만 그 꿈이 깨졌어요. 한국에서 초청 공연도 자주 오고 또 이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굉장해서 서둘러 귀국하게 됐지요. 일생의 꿈이 이루어지는구나 하고 생각할 즈음에 결혼의 실패로 부인, 아들과 헤어져 혼자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와 쪽방에서 지내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지요. 1년 가까이 노래를 하지 않으면서 ‘인생이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 한 지인이 찾아왔습니다.” 그 지인은 다름 아닌 당시 MBC 라디오 ‘골든디스크’ 진행자 김기덕 국장이었다. 김 국장은 김씨에게 “클래식이 아닌 좀 쉬어가는 노래, 편안하게 가는 노래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 형태의 음악을 말하는 것이었다. 김씨는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며칠 동안 고민하던 중 우연히 시크릿가든의 ‘봄의 소야곡’을 듣게 됐다.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한 김씨는 작사가한테 부탁하고 봄 노래를 가을풍으로 바꿔 부르게 된다. 돈을 벌거나 인기를 얻고 싶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우울증이 있을 때라 다시 일어서겠다는 일념에서 ‘10월의 어느 멋진 날’로 다시 시작하게 된다. 제목을 ‘10월의 어느 멋진 날’로 정한 까닭은 그가 사계절 중 가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10월의 어느 멋진 날’은 예상치 못할 만큼 빠르게 인기가도를 달려 결혼식은 물론 생일, 돌잔치에 단골로 등장하게 됐다. 특히 조수미와 김동규의 환상적인 듀오를 비롯해 임태경과 박소연, 휘진 등 여러 대중가수들이 잇따라 부르면서 국민 애창곡으로 인기를 굳히게 된다. 아울러 2002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크릿가든과 함께 호흡을 맞춰 주목을 끌었다. “제자들이 많은데 만날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자주 받아요.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아르바이트로 축가를 부를 때 항상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부른다고 하더군요. 어떤 학생은 계절에 맞게 10월을 3월, 5월, 9월 등으로 달만 바꿔 불러도 다들 좋아한다고 말하더군요. 하긴 노래방에도 나올 정도가 됐으니 말입니다. 매년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캐럴을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잖아요(웃음).” 그는 10월을 대표하는 대중가요 중에 이용의 ‘잊혀진 계절’도 있다고 하자 “그 노래에는 ‘10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가사가 있어 언제든지 숫자만 바꿔 부를 수 있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보다는 음반이 덜 팔리지 않을까요”라며 웃는다.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가을은 정서적으로 뭔가를 생동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또 가을이 되면 여름에 많았던 더운 습기를 가져가고 자연만물이 쉴 수 있는 겨울을 앞두고 있어 좋다”고 대답한다. 또 있다. 가을이 되면 노래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잊어버릴까봐 곡을 쓰든 노래를 부르든 곧바로 행동에 옮긴다고 했다. 장르는 무의미하다. 오페라는 오페라대로, 재즈는 재즈대로 음감이 생각나면 일단 그림을 그려 놓는다. 그는 작곡가인 아버지와 성악가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음악을 자주 접했다. 중학생 때부터 오페라를 좋아한 그는 어머니의 제자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고, 집에 있던 오페라 관련 책과 자료들도 자연스럽게 보게 됐다. 고등학교 때 삶의 목표를 이미 오페라 가수로 정했다.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을 졸업하고 1991년 오페라 ‘토스카’를 시작으로 10여년 동안 유럽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오페라 40작품을 외워 부르기도 했고 어떤 오페라든 사흘 정도 시간을 주면 바로 공연할 수 있도록 말 그대로 피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1년에 10작품 정도 출연했다. 1995년 이탈리아 베니스 오페라극장 등에서 남자 주인공 루돌프의 친구인 마르첼로 역으로 ‘라 보엠’ 무대에 여러 차례 오르기도 했다. 그는 오페라를 좀 더 쉽게 감상하려면 성악가들의 음성에 따른 전형적인 캐릭터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테너, 소프라노, 바리톤, 메조소프라노 등 다양한 성부에 따라 연기하는 배역과 성격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왜 바리톤이 됐을까. 그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성대가 바리톤으로 타고났기 때문이다. 그는 바리톤은 노래와 연기의 폭이 넓어서 좋고 목소리 때문에 노심초사 걱정하지 않아도 돼 편안하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얘기로 돌아섰다. 앞으로 계속 혼자 살 거냐고 물었다. “집에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운명적으로 누군가 다가오면 (다시 결혼해서)같이 살고 싶다”면서 라디오를 진행할 때마다 청취자들이 결혼 생활에 대해 얘기할 때면 정말 부럽다고 한다. 그는 요즘 KBS 제2라디오(FM) ‘매일 그대와 김동규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17일 세종문화회관 공연 때 작곡한 노래를 새로 선보일 것”이라는 그는 제2의 음악인생에서는 노래도 노래지만 작곡가로 더 많은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음악적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 시간이 나는 대로 ‘대니보이’가 나온 아일랜드 같은 곳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바리톤 김동규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성악과를 거쳐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음악원을 졸업했다. 1991년 베르디 콩쿠르 1위에 입상했고 그해 오페라 ‘토스카’로 데뷔했다. 한국인 최초로 라 스칼라좌 오디션에 합격했다. 유럽 무대에서 10여년 동안 오페라에 출연했다. 1995년 이탈리아 베니스 오페라극장 등에서 남자 주인공 루돌프의 친구 마르첼로 역으로 ‘라 보엠’ 무대에 수차례 올라 명성을 얻었다. 주요 수상으로는 1997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음악 부문’, 2008년 제25회 ‘코리아 베스트 드레서 스완어워드 문화인 부문’ 등이 있다. 현재 강남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KBS 제2라디오 FM ‘매일 그대와 김동규입니다’(오전 9~11시)를 진행하고 있다.
  • 가을 소풍? 동네축제 있잖아~

    가을 소풍? 동네축제 있잖아~

    서울 성북구 마을 곳곳이 약 한 달 동안 릴레이 축제를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음 달 8일까지 계속되는 제1회 마을주간행사 ‘마을로 마실가자’가 주축이다. 구가 주최하고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주관한다.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생생한 17곳의 마을 주민들이 크고 작은 축제에 직접 참여해 공연하거나 체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로 재능을 뽐내는 자리라 마을의 개성을 빛내는 효과도 본다는 평가를 듣는다. 길놀이, 골목공연, 건강체험 공간이 마련됐던 상월곡동 삼태기마을축제가 지난 10일 출발을 알렸다. 12일에는 지역 문화유산인 부마가옥을 활용해 전통 혼례를 치르며 전통의 멋을 살린 장위동 부마축제가 열렸다. 마을주간행사는 아니지만 13일 열린 삼선동 선녀축제도 인기를 끌었다. 모두 화려한 복식으로 이름난 축제라 전국 사진 애호가들이 대거 몰려들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19일 두부·메주 만들기, 소망새끼줄잇기 등 다채로운 체험활동과 성북동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전을 준비한 북정마을 월(月)·월(wall) 축제를 비롯해 11개 축제가 남았다. 오는 31일 정릉동 벧엘교회에서 범종교연합합창단 등 7개 단체가 참여해 열리는 정릉골사랑나눔합창제도 빼놓을 수 없다. 다음 달 8일 길음뉴타운 분수광장에서 벼룩시장 격으로 열리는 힐링장터가 대미를 장식한다. 성북문화재단에서도 10월 한 달 내내 성북진경페스티벌을 펼치며 흥을 돋우고 있다. 12일 역사 탐방과 공연이 버무려진 한양도성문화유산축제 풍류순성(風流順城)을 개최했다. 성북동, 정릉, 의릉, 아리랑고개, 미아리고개를 중심으로 각종 워크숍과 포럼, 사생대회, 공모전, 전시, 공연, 장터 등이 주말마다 봇물을 이룰 예정이다. 김영배 구청장은 “꾸준히 추진한 공동체 재생 사업을 통해 마을마다 개성 넘치는 독특한 문화가 형성됐다”며 “일정을 미리 살피고 방문하면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마을 곳곳에 숨은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학교 밖에서 배운다] 문화예술·아빠교육 현장속으로

    [학교 밖에서 배운다] 문화예술·아빠교육 현장속으로

    학교 밖 문화시설을 활용한 ‘문화·예술 교육’과 아빠의 참여로 인해 가족이 함께 성장하는 ‘아빠 교육’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신문이 지난 8월부터 ‘학교 밖에서 배운다’ 기획 기사를 통해 찾은 현장에서 참가자들은 새로운 방식의 교육에 만족하고 잘 적응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문화·예술 교육’과 ‘아빠 교육’ 유행에 제대로 참여하고 있는 것인지 조바심도 감지된다. 현장에서 만난 교육 전문가들은 두 가지 새로운 교육 흐름이 어려운 게 아니라고 조언했다. 돈을 들여 멀리 교육을 위한 구색이 갖춰진 장소를 찾지 않고, 그저 가족이 함께 집 주변을 돌며 환경을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더 좋은 교육 효과를 내고 아이를 성장시킨다는 설명이다. 절대 어렵지 않은 ‘문화·예술 교육’과 ‘아빠 교육’의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현장 3곳을 찾아봤다. ■ 예술옷 입는 새싹들 “우리도 그림 그릴 수 있어,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거야.” 지난 10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1930~4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인 애싱턴 지역의 광부들이 그림을 통해 화가로 변신하는 모습을 그린 연극 ‘광부화가들’의 한 대사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공연에 초대받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들이 대사에 공감을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연을 보고 나오던 한 교장 선생님은 “평범한 생활 속에서 광부들이 그림이라는 예술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나를 포함한 교사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껴진다”면서 “학생 모두가 예술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열린 ‘2013 예술꽃 씨앗학교 학교장 워크숍’ 행사의 하나였다. 워크숍에는 200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진행 중인 예술꽃 씨앗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30개교 학교장이 참석했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소규모 초등학교 전교생이 학교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국악, 서양악, 시각예술, 공연예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워크숍에서 예술꽃 씨앗학교로 지정된 초등학교 학교장들은 한목소리로 학생들이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변하고 인성 함양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전교생이 50명에 불과한 부산 강서구 배영초교의 이승희 교장은 “소규모 학교라 그런지 아이들이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부산 자랑 10개를 하라고 하면 그중 하나가 우리 학교일 정도로 자부심이 많이 생겼다”면서 “예술교육이 꼭 엘리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2011년 예술꽃 씨앗학교로 선정된 대전 중구 대신초교는 실력 또한 인정받고 있다. 3~5학년 학생 35명으로 이뤄진 국악반은 올해 열린 대전광역시동부교육청 주최 학생음악경연대회에 나가 10여개 팀을 물리치고 금상을 받았다. 정상원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교육과 과장은 “예술꽃 씨앗학교를 통해 부산 금정초교, 전남 여수북초교가 폐교위기에서 벗어나는 건 물론 학생들이 몰릴 정도로 성공하자 해를 거듭할수록 지원학교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기능 교육이 아닌 소통·공감 교육에 방점을 두고 교육하면 아이들의 소통 능력이 증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감성 자라는 꿈나무 “오늘 뮤지컬에는 열심히 꿈을 향해 노력하는 시골 소녀가 나와요. 그 소녀를 보면서 ‘ 평소 준비가 된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가 찾아 오고, 진짜로 준비가 됐다면 그 기회를 낚아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배우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꼭 교훈을 얻지 않아도 돼요. 탭댄스가 많이 나와 흥겨운 공연이니까 흥이 나면 박수를 많이 보내주세요. 노래나 춤이 끝난 다음에 ‘와’ 하고 손뼉을 쳐주면 정말 힘이 날 것 같아요.” 지난 12일 경기 광주시 송정동에 있는 문화스포츠센터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막이 오르기 직전 주연 배우 남경주가 초등학생들에게 뮤지컬 관람법을 설명했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50여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전국 43개 문예회관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토요 예술 감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연말까지 1만 5000명이 참여해 문예회관에서 열리는 미술 전시회나 각종 공연 감상법을 배우고 직접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50여명 안에 포함된 차상위계층 12명을 포함해 학생 대부분이 성인용 뮤지컬을 관람하는 건 처음이다.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 몰라서, 비용 부담 때문에 부모 손을 잡고 함께 뮤지컬을 관람하는 게 녹록하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생애 첫 뮤지컬 관람’을 위해 예술문화회관 측은 4주 동안 교육을 통해 무대장치를 보거나 미술 전시회를 본 뒤 감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임선주 광주시문화스포츠센터 문화예술팀 대리는 “그동안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와 같은 체험형 문화예술 교육이 많이 활성화됐기 때문에 이제는 예술 감상법에 대한 교육이 가능한 시점이 됐다”면서 “하반기부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서 예술감상 교육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전했다. 고난을 겪은 주인공이 끝내 성취를 이루는 내용이 대부분인 뮤지컬을 보다 보면 주인공이 시련을 겪는 과정을 보는 게 지루할 법도 했지만, 이날 주연 배우 설명을 듣는 ‘특전’을 누린 탓인지 학생들은 끈기있게 공연을 관람했다. 중간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줄거리를 놓고 서로의 생각을 털어놓는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경영기획부의 이종현 담당자는 “학생들이 앞으로도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나 공연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공연을 관람하는 게 마음만 먹으면 아주 쉽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이 학생들이 성인이 된 뒤에도 좋은 관객이 되고 예술 후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내 아이 믿는 아빠들 “여러분은 좋은 아빠입니까.”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서울시유아교육진흥원 3층 강당에 모인 100여명의 아빠들은 강사인 홍웅식 한국직무능력개발원장의 질문에 멋쩍게 웃었다. 유치원생 아이를 둔 아빠들은 토요일도 반납하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이 자리를 찾았다. 강연자인 홍 원장이 먼저 “좋은 아빠가 되려면 우선 자녀들과 소통을 잘해야 한다. 그러려면 콩깍지를 벗어 던져야 한다”고 하자 아빠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콩깍지가 뭐지?” 홍 원장은 “콩깍지는 ‘인식의 기준선’”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춤·노래를 배우고 싶은 콩깍지가 씌었다. 아빠는 아이가 반듯하게 공부 잘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길 원하는 콩깍지가 씌었다. 서로 콩깍지가 다르니 대화가 통할 리 없다. 홍 원장은 “아이들 콩깍지를 벗기려면 아빠부터 콩깍지를 벗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이를 잘 관찰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라”고 조언했다. 홍 원장은 두 번째로 권위를 내려놓으라고 강조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아빠, 어디가.’ 영상이 이어졌다. 김성주, 성동일, 이종혁, 윤민수, 송종국 등 다섯 아빠가 추운 겨울 시골에서 아이를 씻기고 재우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나는 성동일 같기도 하고, 가끔은 이종혁 같기도 한데….” 이 모습을 보던 홍 원장이 설명을 이어간다. “요즘 트렌드는 윤민수 같은 ‘프렌대디’(Friend+Daddy·친구 같은 아빠)입니다. 친하게 지내며 아이의 개성과 능력을 발견해 주고 키워 줘야 성공합니다.” 홍 원장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중물 같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저는 늦둥이 아들을 얻은 후 둘째 딸에게 거의 신경을 못 썼어요. 학교에선 중학교 졸업도 어렵다고 했어요. 이런 딸을 대학에 보내기까지 과정은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아이를 되돌리려고 직장도 그만두고 이해하고자 정말 노력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앞으로는 아이들한테 많이 실망할 겁니다. 가끔은 배신당하는 기분도 들 겁니다. 하지만 아이를 믿어주세요. 지금 시작하는 여러분은 저보다도 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습니다.” 참석자들은 이날 자신들만의 ‘좋은 아빠’ 상을 지니고 돌아갔다. 신형철(37)씨는 “믿고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딸 아이가 이유 없이 고집을 피울 때면 ‘우리 애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도 많이 났다. 아이를 믿는 일이 새삼 어렵지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CEO에게 듣는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아트경영’

    [CEO에게 듣는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아트경영’

    국내에서 손꼽히는 과자회사인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윤영달(68) 회장. 그를 만나기 전 두 가지 소문을 들었다. ‘직원들에게 강제로 국악, 미술을 배우게 한다’ ‘본업인 경영보다는 예술활동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제 맘대로인 오너, ‘독재자’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윤 회장을 만났다. 크라운·해태제과가 해마다 주최하는 국악대공연 창신제의 최종 연습이 한창이었다. 100명의 직원이 한목소리로 심청가를 부르는 ‘떼창’ 리허설을 위해 무대에 앉아 있었다. 건장한 체격의 윤 회장은 쩌렁쩌렁 울리는 큰 소리로 “줄 맞춰!” “웃어야지!”라며 세심하게 코치했다. 경직된 얼굴의 직원들은 어색한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문이 맞았구나.’ 마침내 떼창이 시작됐다. 윤 회장은 “옳지, 잘한다”는 추임새를 중간중간 넣어 가며 개인용 소형 캠코더로 연습 장면을 담았다. 그 표정이 흐뭇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연습이 끝난 뒤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시작했다.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많지요?” 윤 회장은 먼저 질문을 던졌다. 당황한 기색을 애써 숨기며 냉큼 말꼬리를 잡았다. “안 그래도 강제로 국악, 미술을 배우는 바람에 정작 일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자산업의 어두운 미래 때문이라며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윤 회장은 “제과업계는 성숙할 만큼 성숙했다”고 했다. 옛날처럼 신제품이 왕성하게 나오지 않고 광고도 활발하지 않다는 것은 곧 업계 자체가 정체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는 “과자는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닌 기호식품인데, 과자에 들어가는 원재료가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비만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면서 “예전처럼 많이 팔아서 돈을 버는 전략보다는 조금 먹어도 건강하게 즐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자산업이 지금처럼 머물러 있으면 100년이 아니라 50~60년 안에 아예 없어질지 모른다는 게 윤 회장의 위기 인식이다. 그는 과자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으려면 직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직원들의 예술 감성, 즉 AQ(Artistic Quotient) 지수를 높이는 아트경영이었다. 윤 회장은 2005년 주 1회 외부 강사를 초청해 시문학, 조각, 국악 등 예술관련 강연을 듣는 사내 모닝아카데미를 열었다. 벌써 200회가 넘었다. 국악 명창의 공연을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대신 직원들이 직접 공연에 참여하는 ‘떼창’을 처음 제안한 사람도 윤 회장이었다. 그는 “회장인 나부터 시작해 임원, 부장, 팀장 등 직급별로 1~100순위를 먼저 뽑아 예외 없이 창을 시켰다”면서 “해보기도 전에 못 한다, 시간이 없다며 빼달라는 직원들이 있었지만 일단 시작하면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강제적으로 참여하게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8회 창신제에 크라운·해태제과 직원 100명은 판소리 ‘사철가’를 함께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윤 회장이 창을 이끄는 도창자로 나섰다. 연습에만 7개월이 걸렸다. 직원들은 업무시간을 쪼개 가사를 외우고 북을 배웠다. 윤 회장은 “창신제는 크라운·해태제과의 과자를 많이 팔아준 우수 거래처 8만~9만개 가운데 6000곳의 점주를 초대하는 공연”이라면서 “떼창 공연을 본 점주들의 호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수익성도 향상됐다. 올 상반기 크라운제과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증가한 19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제과와 오리온의 영업이익이 각각 21%와 2%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윤 회장은 “과자사업은 사람 장사”라면서 “많은 과자를 눈에 잘 띄는 진열대에 배치해야 잘 팔리는데, 창신제를 통해 스킨십을 한 점주들이 우리 과자를 잘 배치해 주는 건 인지상정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아트경영이 본격화하면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크게 향상됐다. 예술 강의와 연습은 근무시간 중에 이뤄진다. 영업이나 마케팅 등 본연의 업무를 할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윤 회장은 “일할 시간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딴짓을 할 새가 없어지고 업무 집중력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이 아트경영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005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한 때였다. 해태제과 노동조합이 크게 반발하며 크라운제과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내분이 깊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회사 직원들을 다독이고 화학적인 융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윤 회장은 힐링(치유)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미술공부였다. 그는 “버려지는 과자상자와 포장지로 구조물을 만드는 ‘박스아트’를 두 회사 영업사원들에게 가르쳤다”면서 “색깔부터 구조, 비례 등 조각에 필요한 공부를 하고, 양쪽 직원들이 힘을 합쳐 작품을 만들면서 화합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 이후 크라운·해태제과는 전국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 박스아트 작품을 설치하는 이벤트를 연간 5000회 이상 열고 있다. 박스아트 설치를 시작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회사의 대형마트 매출은 매년 15% 이상 성장했다. 아트 마케팅은 과자제품에도 적용됐다. 해태제과는 2007년 오예스 포장박스에 장미꽃 그림을 인쇄했다. 심명보 작가의 미술작품 ‘패션 포 뉴 밀레니엄’의 원본을 5억원에 구입하고 제품 패키지에 활용하기 위해 모든 판권을 양도받았다. 오예스는 3개의 제품을 진열하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해태제과는 이런 특성을 살려 대형마트 등에 과자상자로 커다란 장미를 그리는 박스아트 마케팅을 펼쳤다. 크라운제과의 쿠크다스는 무늬가 없는 평범한 비스킷이었지만 과자 표면에 초콜릿으로 S라인을 그려 넣은 뒤 월 매출이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윤 회장은 최근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논란에 대한 의견을 처음 밝혔다. 과자값을 급격히 올리는 것보다 기존 가격을 유지하되 담는 양을 줄이는 방법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 회장은 “한 끼에 먹는 밥의 양이 수십년간 계속 줄어온 것처럼 한번에 먹는 과자의 적정 섭취량도 줄어드는 게 맞다”면서 “예전에는 100g을 먹었다면 지금은 80g을 먹어야 속이 부대끼거나 느끼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과자 양이 줄면 여론은 업체가 눈속임을 했다며 거세게 비판한다”면서 “하지만 물류비, 관리비 등을 생각하면 중량을 반으로 줄여도 가격 인하 여지는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제과업체의 가격 인상안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윤 회장은 “그동안 원가 공개는 철저한 영업기밀에 부쳐 왔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정보공개 요구가 커진 만큼 적정한 선에서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설명할 기회를 만들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암을 말하다 - 유방암(상)] 평균 발병 40대 30대는 20% 젊은 가슴 주의보

    [암을 말하다 - 유방암(상)] 평균 발병 40대 30대는 20% 젊은 가슴 주의보

    흔히 유방암이 유방 조직에서만 생기는 것으로 알지만 그렇지 않다. 엄연히 다른 조직이면서도 유방과 인접한 겨드랑이 부위도 유방암에 취약한 곳이다. 유방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의 90% 이상은 흔히 유관이라고 부르는 젖샘관에서 시작되는데 유방의 주변부에 생긴 종양은 대부분 림프관 쪽, 즉 겨드랑이 방향으로 퍼지는 반면, 유방 가운데 생긴 병소는 가슴으로 퍼진다. 림프관은 림프절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 림프절 중의 하나가 바로 겨드랑이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방암이 최근 들어 급증해 빨간불이 켜졌다. 진단기기의 발달로 잘 찾아내는 것도 한 이유지만 새로운 환자가 늘어난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유방암에 대해 서울대병원 암병원장인 노동영 교수로부터 듣는다. →유방암이란 어떤 암인가. -유방암이란 유방에 생긴 암으로, 대부분 유관과 소엽에서 발생한다. 다른 암종에 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된 덕분에 상대적으로 좋은 치료성적을 낼 수 있지만 그런 만큼 조기검진이 중요하며, 최근 지속적으로 발병률이 상승하고 있어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유방암의 종류를 구분해 달라. -분류법은 다양하다. 치료 및 예후에 영향을 주는 분류로는 호르몬수용체 발현 유무나 ‘HER2’ 유전자 증폭 유무에 따른 분류가 있다. 호르몬수용체가 양성인 유방암의 경우 항호르몬 치료를 5년, 상황에 따라 10년 정도 시행하는데, 수용체 발현이 없는 유방암보다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특성을 보인다. HER2 유전자 증폭을 보이는 유방암은 허셉틴이라는 표적치료제를 함께 쓰는데, 이를 통해 치료 성적이 좋아진 유형이다. 호르몬수용체가 음성이고, HER2 유전자 증폭이 없는 삼중음성유방암은 아직까지 효과적인 표적치료제가 없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유형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발생 추이는. -유방암은 생활수준에 비례하는 선진국형 암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급증 추이를 보여 환자 수가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아시아권 발병률이 최근 10년 새 2배나 급증해 2000년대 들어서는 여성암 중 점유율 16%로 1위를 점하고 있다. 6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서구와 달리 아시아 여성은 20∼40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특히 국내의 경우 환자 대부분이 60대인 미국과 달리 평균연령이 40대이며, 30대 환자가 전체 유방암의 20%에 이르는 등 서양에 비해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생비율이 높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이의 원인은 무엇인가. -비만과 발육 및 영양상태의 호전에 따라 빨라진 초경, 그리고 늦은 폐경과 출산 기피 등이 문제다. 특히 40대 이하에서 유방암이 많은 것은 젊은 여성들이 고지방·고칼로리의 서구식 음식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발생 원인을 상세히 짚어달라. -유방암 위험인자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나이·출산경험·수유 여부·음주·방사선 노출과 가족력 등이 꼽힌다. 유방의 상피세포는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성장하고 분열하는데, 유방의 상피세포가 에스트로겐에 오래 노출될수록, 다시 말해 출산·모유 수유 경험이 없거나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어 생리를 오래한 여성이 유방암에 취약하다. 또 폐경 후에 비만해진 여성도 여성호르몬이 늘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다. 환자의 5∼10%는 유전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기별로 증상은 어떤가. -병기에 따른 특별한 증상은 없다. 단, 병기가 높아질수록 유방암 진행도 역시 높아 유방의 종괴가 더 잘 만져질 수 있고, 유방 부위의 피부 궤양이나 함몰 등이 생길 수 있다. 전신 전이가 있으면 장기에 따라 골통증·호흡곤란 등이 나타나거나 암이 더 진행돼 뇌나 간 등에 전이될 경우 시야가 흐려지거나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각증상은 무엇인가. -종괴(덩어리)는 유방암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유방에서 종괴가 만져지면 확인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종괴는 2∼3㎝ 정도로 커져야 만져지므로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 유두 분비물은 종괴 다음으로 흔한 증상이다. 분비물은 유즙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혈성 분비물도 유두종 등 양성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유방암일 때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특히 한쪽 유관에서 짜지 않아도 저절로 분비물이 나온다면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 유방통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경험하는 증상으로, 유방암과 연관되는 경우는 드물다.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발견되는 경우도 20% 정도 된다.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을 보면 0기는 100%에 가까우나 4기는 20% 미만이다. 매달 자가검진을 하고, 정기적인 의사 검진과 유방 촬영이 필요하다. 검진에서 의심스러운 병변이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유방촬영술은 유방을 압박한 뒤 유방 상하측 및 내외측 방향으로 X선 사진을 찍는 검사로 자가 또는 의사의 검진에서 찾을 수 없는 작은 크기의 유방암을 발견하는 데 유용하고, 정기적으로 시행해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음이 입증된 유일하고도 기본적인 검사다. 그러나 한국 여성의 유방은 지방조직이 적은 대신 치밀한 섬유조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아 유방촬영술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는데, 이때는 초음파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된다. 두 검사는 서로 보완적인데, 초음파는 촬영술에 비해 유방의 종괴나 낭종 등을 찾는 데 탁월하지만 유방암의 중요한 조기징후 중 하나인 석회화 병변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밖에도 최근에는 자기공명영상(MRI)이 특수한 상황에서 민감한 검사로 활용된다. 특히 보형물 때문에 통상적인 검사로 확인이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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