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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상도 “文대통령 처남 추정 김씨, 그린벨트 투기 30억 차익”

    곽상도 “文대통령 처남 추정 김씨, 그린벨트 투기 30억 차익”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이 2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문재인 대통령 처남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토지보상금으로 시세차익 수십억원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조사를 촉구했다. 정 총리는 “답변할 가치를 느끼지 못 한다”고 일축했다. 곽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 총리와 설전을 벌였다. 곽 의원은 “그린벨트로 묶인 토지를 매수했다가, 해제 후 토지보상금을 받아 3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둔 김모씨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성남시 농지 2500평을 매입했는데, 이 토지는 2010년 보금자리 택지로 지정됐고 2011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됐다. 김씨는 2014년 7월부터 2015년 1월 사이 58억원의 토지보상금을 한국주택공사(LH)로부터 받았다고 한다”며 “이게 투기가 맞나”고 질문했다. 정 총리는 “제가 부동산 투기 여부를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 필요한 기관이나 당국에서,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곽 의원이 “이분이 거둔 차익이 얼마인지, 양도세 등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조사해볼 필요가 있나”라고 재차 질의하자 정 총리는 “(김씨에게) 범죄 혐의가 있나. 저는 이 사안을 처음 듣는다. 국력을 낭비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곽 의원은 “지금 언급한 토지보상금 받은 사람은 김○○씨로 관보에 게재됐는데, 문 대통령의 처남으로 추정된다”면서 “대통령 처남이라서 조사하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정 총리는 잠시 발언을 멈추었다가 “답변할 가치를 느끼지 못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총리는 “지금까지 곽 의원이 어떻게 의정활동을 해왔는지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며 비난했다. 곽 의원은 “나보다 총리가 어떻게 했는지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고 응수했다. 곽 의원은 “하루가 멀다하고 튀어나오는 거짓말, 위선, 내로남불 이제 지긋지긋하다. 문재인 정권은 이런 기만이 언젠가 국민의 큰 회초리로 돌아올 걸 명심해야할 것”이라면서 질의를 마쳤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길섶에서] 낯설어지는 말하기/전경하 논설위원

    재택근무할 때나 주말에 가끔 가던 커피전문점에 무인자판기가 생겼다. 카운터에서 대면주문도 받지만 무인자판기에서 메뉴를 고르고, 카드로 결제하고, 진동벨까지 골라 자리에 앉는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음을 진동벨이 알려 줘 음료 픽업대로 가면 “감사합니다”라는 기계적 음성이 그 가게에서 누군가에게 듣는 유일한 말이다. 바쁜 시간에는 그 말도 없다. 나는 말 한마디 할 필요가 없다. 음식을 배달시키려면 전화를 걸어 메뉴와 주소를 말했는데 요즘은 이러면 구식이다. 스마트폰에 깔린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열면 전에 배달시켰던 식당과 메뉴 목록이 저장돼 있다. 많이 시켜서, 때론 이런저런 이유로 배달이 늦어져 받은 할인쿠폰도 있다. 맛있게 먹었던 메뉴나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카드로 결제하고 현관 벨이 울리길 기다리면 된다. 벨이 울리면 “누구세요”라고 묻고 받기만 하면 된다. 낯선 사람에게 말할 일이 줄어든다. 낯선 사람의 말에 반응하기보다 손가락 움직임이 더 편하다. 가게 주인은 직원을 기계로 바꿨으니 비용이 덜 들 것이다. 종업원도 컴퓨터 화면에 뜬 주문에 반응하는 것이 더 편할 것이다. 이러다가 낯선 사람과 말하는 것 자체가 낯설어지는 상황이 올 것 같다. lark3@seoul.co.kr
  • “화장실서 빗물 쓰면 하수 요금 5% 감면을”

    서울시의회는 5월 의정모니터링 시민의견 심사회의에 접수된 50건 가운데 박호언씨의 ‘빗물 활용 하수 요금 감면 제도를 도입하자’를 최우수 의견으로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박씨는 “빗물을 저장하는 시설을 설치해 활용하는 경우 하수도 요금을 감면해주자”고 제안했다. 박씨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빗물을 저장하는 시설을 주택에 설치해 화장실에 변기를 내리는 등의 용도로 활용하고, 하수도 요금도 일정부분 감면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빗물 저장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서울시나 자치구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유량계도 설치해 빗물 저장량을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건물을 새로 지을 때 많은 양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자고도 제안했다. 박씨는 “빗물을 활용하는 경우 5% 정도 하수도 요금을 감면해주자”며 “폭우 예상 직전에 빗물을 저장하는 시설을 의무적으로 비워두면 홍수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창호씨도 빗물 저장고를 추가로 신설하자는 의견을 냈다. 오씨는 “집중 호우 때 빗물을 저장해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보다 더 많이 보관해 빗물을 다양하게 이용해야 한다”며 “신축되는 학교에 저장고를 만들어 조경, 청소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자”고 밝혔다. 이어 “저장해둔 빗물을 폭염, 미세먼지 특보 때 노면 살수용으로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의회는 의정 발전과 선진 의회 구현을 위해 20세 이상 시민 233명을 모니터 요원으로 위촉해 시 정책이나 의정 활동에 대한 의견을 매달 듣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3세 여아 식탁으로 밀쳐 때린 어린이집 교사 집행유예

    3세 여아 식탁으로 밀쳐 때린 어린이집 교사 집행유예

    말을 안 듣는다며 3세 아동을 플라스틱 식탁으로 밀고 때리는 등 16일간 11차례 학대한 어린이집 교사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6단독(부장 강세빈)은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 A(28)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보육교사 B(47)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경남 창원의 한 어린이집에서 만 3세 여자아이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9년 7월 3일부터 16일 동안 아이를 11차례 학대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말을 듣지 않는다며 아이의 등을 플라스틱 식탁으로 때리고 서 있는 아이를 향해 식탁을 강하게 밀어 다치게 했다. 또 친구를 괴롭힌다는 이유로 장난감으로 머리를 때리거나 몸을 강하게 잡아채 억지로 앉힌 것으로도 조사됐다. B씨 역시 같은 아이의 몸을 강하게 잡아채 벽을 보게 만들고 머리를 때리는 등 학대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나이 등을 비추어 이들의 행위가 아동의 인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고, 피해 아동 가족도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들이 모두 현재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고, 범행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피해 아동의 가족은 아이가 친구를 괴롭히는 등 문제 삼을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CCTV를 확인했을 때 아이가 친구를 괴롭힌 정황은 없었다”며 “항소해서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서울포토]휘문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 관련 청문회

    [서울포토]휘문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 관련 청문회

    23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위가 박탈될 입장에 놓인 휘문고등학교의 입장을 듣는 청문이 진행되고 있다. 휘문고는 검찰 조사 결과 53억원가량의 회계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밟게됐으며, 청문 후에도 결과가 바뀌지 않으면 교육부의 동의를 구해 지정 취소가 결정된다. 2020. 7. 23 박지환 기자popocar@seoul.co.kr
  • 팀킴 불이익 준 경북체육회 김 모 부장, 최숙현 선수 부친 회유 의혹 일부 인정

    팀킴 불이익 준 경북체육회 김 모 부장, 최숙현 선수 부친 회유 의혹 일부 인정

    김모 경북체육회 부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고 최숙현 선수의 부친 회유 시도 의혹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김 부장은 이날 관련 의혹을 적극 부인했으나 아버지 최영희씨의 지인과 통화하면서 최 선수 문제를 거론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컬링 은메달을 따낸 팀킴에게 항공료 지급을 미루는 등의 불이익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부장은 ‘경북체육회로부터 최 선수 부친을 회유하라는 지시를 받았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의 오전 질문에 “전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후에 같은 질문을 또 받자 “부친을 통해서 회유한 내용이나 이런 내용은 전혀 없다”면서도 “단지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이 금년에 경북에서 개최 예정이었고 해서 최 선수 아버지의 지인 되는 분과 통화를 하다가 관련 얘기를 들어서 (한 번) 알아봐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버지 최씨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경북체육회 관계자가 지난 4월 지인 등을 통해서 세 번이나 만나자고 연락이 왔었다”며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합의를 보자는 소리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청문회를 지켜본 아버지 최씨는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관계 기관들이 숙현이 말을 잘 안 들은 것 같다. 2차 피해가 심각하니까 빨리 조치를 해달라고 간곡한 부탁에도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담당자는 참고인이 전화, 문자도 안받는다는 식으로 대응했다”면서 “숙현이가 가장 힘들어 한 부분이 자기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추미애, 김태흠과 설전... “망신 주기 위한 질문 삼가달라”

    추미애, 김태흠과 설전... “망신 주기 위한 질문 삼가달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래통합당 김태흠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 의원은 추 장관을 향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 대해 “주무 장관이 왜 침묵하느냐”며 이번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특히 “며칠 전 기사를 보니 장관님 아들 문제는, 신상 문제는 더는 건드리지 말라고 세게 말하던데”라며 개인 신상 보호 문제를 꺼냈다. 이에 추 장관은 “이 사건과 아들을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질의에는 금도가 있다”고 응수했다.이후 질의는 법무부 장관 입장 가안문이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에게 유출됐다는 논란으로 옮겨갔다. ‘수명자’(법률 명령을 받는 사람)라는 법률 용어가 유출 증거라는 김 의원의 주장에 추 장관이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라고 거칠게 응대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김 의원은 즉각 “왜 자꾸 따지려고 하느냐, 답변만 하면 되지. 지금 국회에 싸우러 나왔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의원이 “장관님 기분 가라앉히고, 여기 와서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다”라고 지적했고, 추 장관은 “싫은 소리를 들을 자세는 충분히 돼 있지만, 모욕적 단어나 망신 주기를 위한 질문은 삼가 달라”고 받아쳤다. 김 의원은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의미에서의 ‘조적조’, 추미애의 적은 추미애란 뜻에서 ‘추적추’라는 말을 항간에서 들어봤냐”고 몰아붙였고, 추 장관은 “김 의원으로부터 처음 듣는 얘기다”라고 맞섰다. 김 의원은 물러서지 않고 수명자라는 표현에 대한 지적을 계속했고, 추 장관은 김 의원의 말을 끊고 “(해당 표현이) 법률 사전에 있다니까요”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급기야 김 의원은 “내 말 끊지 마시라”라고 소리치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주의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장석까지 직접 가서 항의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국민을 대표해서 하는 질문이기에 정중하게 답변해 달라”며 “의원들도 지역이나 정당 소속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질문하는 것”이라며 양측에 주의를 줬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46층 발코니에서 고속도로와 인도 향해 의자 던졌는데 실형 모면

    46층 발코니에서 고속도로와 인도 향해 의자 던졌는데 실형 모면

    지난해 2월 캐나다 토론토의 고층건물 발코니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향해 의자를 집어 던져 무수한 이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린 여성이 징역형을 모면했다. 의자를 던진 곳의 높이는 45층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눈길을 끌기 위한 짓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현지 언론에 의해 ‘의자 소녀’로 불린 마르셀라 조이아(20)가 21일(현지시간) 법정과 연결된 변호사 사무실에 앉아 화상 재판을 받았는데 보호관찰 2년과 사회봉사 150시간, 벌금 2000 캐나다달러(약 177만 5720원)를 선고 받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같은 해 11월에야 과실치상죄로 기소한 검찰은 어처구니 없는 그녀의 장난 때문에 많은 이들이 횡액을 당할 뻔했다며 징역 6개월형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한 점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양형을 부과했다. 그녀의 선고 재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으로 여러 차례 지연됐다가 이날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변호인 그레고리 레슬리는 취재진에게 선고량이 적정하며 공정한 것이라고 반긴 뒤 의뢰인도 소송이 끝나 무척 고무돼 있다고 전했다. 또 그녀가 진즉부터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걱정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며 선고를 듣는 순간 “눈가에 눈물 한두 방울이 맺힌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인이 됐기 때문에 전과 기록이 남는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주문했다. 현지 CTV 뉴스에 따르면 레슬리 변호인은 조이아가 문제의 장면을 찍히기 전 밤에 술을 마셔 덜 깬 상태에서 동료들이 “던져봐”라고 부추겼기 때문에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벌였다고 변호해왔다. 동영상이 처음 공개된 것은 10대들이 즐겨 보는 스냅챗에서였다. 그녀가 던진 의자는 이 나라에서도 차량들이 가장 몰리는 가디너 익스프레스웨이와 그 옆 인도에 떨어졌는데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동영상은 그 뒤 페이스북에 업로드돼 많은 이들이 혀를 끌끌 차게 만들었고 당국도 그녀의 신원을 파악해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해 못할 일도 있었다. 동영상이 많은 관심을 끌자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가 조이아의 유명세를 이용해 뮤직비디오에 출연시킨 것이었다. 당연히 소셜미디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고 결국 그녀가 출연한 분량은 편집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조이한의 종횡무애] 변한 세상에서, 변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조이한의 종횡무애] 변한 세상에서, 변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박원순 전 시장의 죽음이 남긴 파장이 크다. 죽음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다지만 ‘사람은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는 점에서만 평등할 뿐 모든 죽음이 평등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이의 죽음은 모든 과오를 덮을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고, 어떤 이의 죽음은 하찮게 쉬이 잊힌다. ‘죽음으로 죗값을 치렀다’고 할 때도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때로 죽음은 결백의 증명이거나 믿음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비겁한 도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숭고해지지만 경험과 입장이 다른 이에게까지 애도를 강요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본인이 애도하지 않겠다고 남들의 애도까지 막을 수는 없다. 또한 죽음으로 모든 게 끝나는 것도 아니다. 죽음은 죽은 당사자에게만 끝일 뿐 남겨진 사람들은 살아가야 하고, 더 잘 살아가기 위해 그가 남긴 유무형의 잔여물과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의견이 극단으로 갈린 사람들이 격렬하게 싸운다. 나는 그때마다 오래 침묵하곤 했다. 평소에 존경하던 분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고 세계관이 같다고 여겼던 친구나 지인들도 의견이 갈려 상처 나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한두 명이 사는 세상이 아니니 의견이 다른 거야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 ‘다름’이 곧바로 절교나 절연으로 이어지는 걸 보는 게 놀랍고 슬프다. 수년간 학생들과 토론 수업을 하면서 강조했던 것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토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앙인과 종교에 대해 토론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요즘의 논박을 지켜보자면 자기 의견을 종교적 믿음처럼 확고하게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과는 토론할 수가 없다.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처럼 지금 상황은 극단적이다. 나와 의견이 같지 않으면 무조건 적이다. 그런데 잠깐만 멈춰서 생각해 보면 어떤 것들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문제제기다. 지금까지 나온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이 어떤 이에게는 ‘별것 아니’지만 어떤 이에게는 ‘참담한 지경’이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토론을 할 수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 박 전 시장이 한 일은 과거에는 ‘별것 아니’었을지 몰라도 요즘에는 더이상 저지르면 안 되는 ‘성추행’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된다. 시간강사로서 매년 반복해 듣는 ‘성폭력 예방 교육’에는 직장에서 상대에게 야한 사진을 보내거나,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하거나, 음담패설을 하는 것 모두 성폭력이라고 나온다. 성폭력에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이 포함되며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이 모든 가해행위를 의미한다. 매년 지겹게 반복해서 듣는 강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그 정도는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게 아니라면 이제는 인정하자. 세상은 변했다. 그리고 한 가지!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소했을 뿐이다. 박 전 시장의 죽음은 매우 유감스럽지만 피해자의 책임은 아니다. 당신이라도 그 일은 고소했어야 한다.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 아이 때문에 떠나지 마세요… ‘맹모’ 마음 훔친 교육 특구 중구

    아이 때문에 떠나지 마세요… ‘맹모’ 마음 훔친 교육 특구 중구

    상업 도시… 복지·교육·공공서비스 취약중학교 진학 자녀 둔 가정만 18% 유출 저녁 8시까지 운영 초등돌봄교실 도입 학부모 만족도 99.9%… 신입생도 늘어유아~중고생 대상 ‘직영 교육 4종’ 운영洞정부 활성화 위해 70가지 권한 이양“남은 2년 부족한 공공시설 복합화 전력” “남은 2년 동안 주민 삶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과감하게 펴 더욱 값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매일 오전 5시에 집을 나서 3시간을 걸어 집무실로 출근한다. 구청장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취임 전 중구를 100바퀴 걸었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남은 2년도 꾸준히 걸어서 출근하겠다고 한다. 서 구청장은 지난 15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서울신문과의 가진 인터뷰에서 “중구의 인구가 12만 6000명인데 서울에서 인구 전출이 가장 많은 자치구 중 한 곳”이라며 “노인들의 복지에 힘쓰는 한편 젊은 사람들이 떠나지 않도록 자녀 교육 문제에도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서 구청장은 아울러 “중구는 상업지역이라 공공시설을 짓기가 힘들다”면서 “후반기에는 정부투자기관이나 국비 지원을 받아 공공시설을 재배치(복합화)해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에서 주민들이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취임 2주년을 맞은 소회와 함께 그간의 성과를 꼽는다면. “아직도 숙제를 다 못 끝내고 개학을 맞은 학생의 심정이다. 중구는 물류와 유통 등 경제를 하기 좋은 곳이지만 거주하기에는 애로 사항이 많다. 우선 복지, 교육, 공공서비스가 타구보다 현저히 취약하다. 특히 중구는 상업지역이다 보니 임대료 수입으로 유지하는 전통시장이나 건물이 많다. 또 주거용 재개발이 일어나지 않아 오래된 노후 주택이 많다. 새집을 선호하는 젊은 사람들이 안 오고, 그나마 살고 있는 젊은층도 자녀들이 성장하면 떠난다. 게다가 중구는 노인 비율이 서울시 평균인 14%대보다 높은 17.4%의 초고령사회다. 결국 노인복지와 자녀 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다. 이에 지난 2년 동안 빈곤 노인복지를 위한 어르신 공로수당, 전국 최초 ‘구 직영 초등돌봄교실’ 등을 실시해 성과를 인정받았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성과와 향후 계획은. “중구만의 방역 전략은 ‘먼저 한다, 과감하게 한다, 꾸준하게 한다’는 세 가지 원칙이다. 첫째, 중구는 타구보다 먼저 서울시 최초로 지역 호텔에 해외 입국자 임시생활시설을 지정했다. 서울시와 일부 타구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나 중앙정부 지침 이전에 선제적으로 방역활동을 해 왔다. 둘째, ‘과감하게 한다’의 사례는 지역 내 콜센터에 확진자가 생겼을 때 임시선별진료소를 차려 건물 전체를 코호트 격리하고 건물 이용자 2000명 전원을 전수조사한 것을 들 수 있다. 셋째, ‘꾸준하게 한다’는 것은 강화된 자체 방역 기준을 수립해 지키는 것이다. 구는 1월부터 전체 공공시설의 출입구를 일원화하고, 모든 방문객의 명단을 6개월간 꾸준히 작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면인식 체온감지기와 QR코드 전자방명록도 도입했다. 그 결과 확진자는 15명에 그쳤고, 지역사회 감염은 단 한 건도 없다.”-중구에는 전통시장만 30여개인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은. “아직도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명동, 동대문·남대문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지역경제 타격이 심각하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주로 찾는 골목상권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등에 힘입어 조금씩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중구는 지역경제 해결을 위해 특히 어려운 자영업자 가운데 1년에 매출 1억원이 안 되는 아주 영세한 소상공인 20%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의 긴급생계지원금을 투입했다. 지금까지 1만 6000명의 소상공인이 접수를 완료했고, 약 100억원의 예산 중 75억원이 지급됐다. 이는 서울시가 긴급생존자금 정책을 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젊은 세대의 유출을 막기 위한 구 직영 초등돌봄교실 도입 성과는. “중구의 젊은 인구 유출은 심각하다. 지역 내 초등학교 6학년생이 중학교로 진급하는 사이 18%나 중구를 빠져나간다는 통계도 있다. 열악한 주거와 교육환경이 문제였다. 이에 흥인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구 직영 초등돌봄교실을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운영 시간이 오후 5시에서 8시로 대폭 연장된 것이다. 늘어난 돌봄시간에 맞게 친환경 급식과 간식을 제공하고, 야간 돌봄보안관도 배치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학부모 만족도는 99.9%가 나왔고, 흥인초는 올해 신입생만 20여명이 늘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뒤 지역 내 국공립초등학교 9곳 중 8곳이 설치를 앞두고 있다. 그것만 보더라도 젊은 신혼부부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게 느껴진다.”-초등돌봄 외에 보다 넓은 학령층을 포괄하는 교육정책이 있다면. “영유아부터 중고생까지 아우르는 ‘구 직영 교육 4종세트’라는 교육정책을 하고 있다. 초등돌봄교실, 국공립어린이집, 진학상담센터, 진로체험버스를 모두 구에서 직접 운영한다. 진로체험버스는 강당에서 형식적 강의를 듣는 기존 진로체험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다. 25인승 버스에 학생들을 태우고 직접 지역 기업이나 문화시설을 방문한다. 지역에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32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점과 국립극장, 충무아트센터 등 중구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진학상담센터는 대형 브랜드 학원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갈증을 채우고자 시작됐다. 1회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일대일 전문 컨설팅을 무료로 해 주고 있다.” -‘우리 동네 관리사무소 도입’ 등 동정부 사업의 진행 상황은. “동정부의 핵심은 주민 중심이라는 것이다. 이에 구청에 있는 70여 가지 권한을 동으로 내렸다. 주민들이 직접 동네에 필요한 사업들을 제안하고 예산까지 편성하는데, 이렇게 편성된 예산이 약 87억원이다. 참여 규모가 전년 대비 37배로 늘었다. 앞으로 오래된 주택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같은 우리 동네 관리사무소를 설치하려고 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여성안심귀갓길, 쓰레기 배출 문제, 불법 주차 문제, 통학 안전 등을 책임지게 할 생각이다.” -지난 2년을 돌아볼 때 미흡했던 점과 향후 보완책은. “교육 문제에 비해 공공서비스 정책은 미흡했다. 주민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상업시설 투자에 밀려 공공시설을 짓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2년 동안 정부투자기관이나 국가 예산을 받아 정부가 추진하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정책에 맞는 공공시설 복합화를 이뤄 낼 수 있도록 하겠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서양호 중구청장은 ▲경남 창녕 출생(1967) ▲서울 석관초, 서울 경희중, 서울 청량고, 숭실대 철학과 졸업 ▲김대중 대통령 후보 선대위 청년특위 부위원장(1997) ▲김희선 국회의원 보좌관(2000)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실 메시지전문위원(2002)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비서실 행정관(2003)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조직특보(2011)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2016)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2018) ▲민선 7기 서울 중구청장(2018~) ▲저서 ‘길 위에서 만난 중구’
  • ‘사교육은 필수?’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꼭 보아야 할 교육자들의 이야기

    ‘사교육은 필수?’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꼭 보아야 할 교육자들의 이야기

    흔히들 사람들은 학교 선생님과 학원 강사를 두고 “친해질 수 없는 적대적 관계다”, “학교 선생님은 학원 강사보다 못 가르친다”라고 말하곤 한다. 이러한 그릇된 선입견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유에도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 실제 학교 선생님과 학원 강사로 활동하는 이들에게도 마치 첨예한 대립적 감정을 만들어 내는 사회적 구조를 양산하기도 한다. 그들은 정말 서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걸까? 우리가 진정 그들을 제대로 알긴 하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을 계기로, 학교 선생님으로 근무 중인 4년 차 초등 교사 채승현 씨와 9년 차 영어 강사 김지원 씨에게 직접 속마음을 물어보았다.코로나로 인해 초중고 수업에 큰 차질이 생겼는데, 최근 근황은 어떤지? 김지원 강사: 올해 3월까지는 출강을 나갔었지만, 사실 현재는 출강하고 있는 학원이 없다. 그래서 더 자유롭게 학원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최근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는 학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학원 강사분들은 수입 측면에서 조금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채승현 교사: 현재 초등학교는 학급당 홀짝제를 운영해서 홀수 학생들이 등교를 하면 짝수 학생들은 온라인 학습을 하는 상태이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도록 하고 밥 먹을 때만 벗게 한다. 학생들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지 못하게 거리를 유지시키기 때문에,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서로 띄엄띄엄 자리에만 앉아 얼어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평소 학교 선생님/학원 강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김지원 강사: 보통 서로에 대해 어떤 ‘억하심정’ 같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나는 정반대 입장에 있다. 학교 선생님들이야말로 학생들의 교육에 있어서 최우선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있어 선생님의 역할이 누구보다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채승현 교사: 학원 강사는 학교 선생님에게 있어 ‘동반자이자 조금은 질투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강사분들의 수업 영상을 통해서 도움을 얻기도 하고, EBS 영상과 같은 교육 영상을 참고를 하거나 사용할 때도 있기 때문에 동반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이 엄청난 학원 숙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아이들에게 있어 학교보다 학원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 조금은 질투심이 나기도 한다. 직접 학교 선생님/학원 강사가 되어보니 어떤지? 김지원 강사: 우선 기본적으로 ‘학원에는 장사꾼들이 많구나’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분명 계시지만, 적어도 나의 경험상으론 그렇다. 학원 강사로서 아이들과 자주 상담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싶었는데, 한 학원의 원장님께서 “그럴 시간에 강의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라”라는 발언에 속상해서 정말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 뒤로도 아이들을 정말 돈으로만 보시는 분들을 학원가에서 여럿 보게 되자 많은 충격을 받았었다. 채승현 교사: 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될 줄 알았는데 다른 업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례로 체육 업무를 맡으면서 운동회 준비를 한다고 여러 업체들을 알아보고 물품을 구매한다고 여기저기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수업 이외의 업무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각자에게 ‘학부모’란 어떤 존재인지? 김지원 강사: 학부모는 ‘고객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모든 해결의 핵심을 갖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찾아오는 많은 학생들을 보면 공부를 못하게 되는 이유가 공부를 하는 방법이나 습관 등 공부 자체에 있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부모님 간의 어떤 이혼 등의 문제나 친구관계 문제, 이성관계 문제 등 학생 주위의 환경적인 문제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을 못 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부모는 이러한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학부모와 학생을 모시고 셋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너무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결국 학부모는 학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쥐고 있고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채승현 교사: 나에게 있어 학부모란 ‘상당히 조심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학교 선생님으로서 학부모를 대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고,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올 때면 심장이 두근대기도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전달한 사실들이 학부모들에게 왜곡되어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을 생각하게 되면 아이들에게도 더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게 된다. 마치 내게 있어서는 현재 30명의 무서운 상사가 계신다는 것과 같다.(웃음)민감한 그 주제, ‘사교육은 필수인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지원 강사: 사교육은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기 위해서, 혹은 보충하기 위해서 듣는 사교육이면 괜찮다. 하지만 ‘남들이 가는 학원이니까’, ‘집에 있으면 놀 것 같으니까’라는 식의 생각을 지닌 학생들은 학원에 오더라도 본인이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사교육이 절대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학습 수준에 따라서 ‘하고 싶은’ 사교육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사실은 누구보다도 특히 학부모들이 알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강제적으로 학원에 보낸다고 해서 그것이 학원 강사에게도 좋은 일은 분명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안 하려는 아이와 그 아이를 이끌고 수업을 해야 하는 학원 강사의 고달픔도 존재한다. 학부모분들이 학생들을 강제로 학원에 보내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모든 학생들이 모두 같을 순 없기에 실력이 월등하여 더 노력하고 싶은 친구나, 실력이 부족해서 더 키우고 싶은 친구들만 사교육을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채승현 교사: 이 주제에 대해 학급 학생들에게 설문 조사와 토론까지 진행해 봤는데 결과적으로 반 29명 학생들 중에 2명 빼고 모두 학원을 다니고 있고, 4개 이상의 학원을 다니는 학생도 4명이나 있었다. 또한 ‘학원을 왜 다니는가?’에 대한 설문에서는 ‘스스로 원해서’라는 항목에 체크한 학생들이 제일 많았지만 대부분 피아노와 미술 등 예체능과 관련한 학원이었고, ‘부모님의 강요’ 항목에 체크한 학생들도 많았다. 물론 강요로 다니는 학원들은 대체적으로 영어나 수학 등 중요 교과목 관련 학원들이었다. 학생들과의 토론에서도 ‘학원을 다니는 것이 도움은 되지만 꼭 다닐 필요는 없다’라고 결론이 도출되었는데, 선생님 입장에서 학생들의 결론이 상당히 공감되었다. 나 또한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채우기 위해 부모님께 ‘학원을 다니고 싶다’라고 말씀드리는 건 괜찮지만, 무작정 학원을 다닌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 선생님/학원 강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김지원 강사: 첫 번째로, 돈만 좇으려는 분들에게는 학원 강사를 권해드리고 싶지 않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칭하는 만큼 특히나 청소년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는 돈이 우선인 사람은 자격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진심이 아이들에게도 분명히 전달되기 때문에 더욱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학원 강사라는 직업을 쉽게 보고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모든 강사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인데, ‘나 미국에서 살다 왔는데’, ‘나 캐나다에서 살다 왔는데’, ‘강사나 해볼까?’라며 강사에 도전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학원이라는 업계는 그렇게 녹록지 않다. 내가 열심히 대비하고 노력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강사로서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자신만의 스킬이나 방법을 고민해보지 않고 무작정 강사를 준비하려는 분들에게는 강사라는 직업을 쉽게 봐선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채승현 교사: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되는 존재인 만큼, 자신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예를 들자면, 나는 반 학생들에게 “조용, 쉿!”이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다 대는 제스처를 많이 사용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학생들끼리 “조용, 쉿!”이라며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는 모습을 보고, ‘나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게 되었다. 결국 학교 선생님이라는 역할은 보람도 많이 느끼지만 책임감도 같이 느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사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었는지? 김지원 강사: 평소에도 학교 선생님과 학원 강사 모두 서로 대립하고 적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실 굉장히 비슷한 점들이 많고 많은 부분들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대화를 나누어 보니 ‘역시 나의 생각이 맞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대화로 인해 강사로서 학교 선생님의 역할에 대해 많이 존중하게 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채승현 교사: 학원 강사에 대해 평소에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학원 강사분들도 엄청 고생하시는구나,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교육과 공교육이라는 이중 잣대로 생각하기보다는 학교 선생님과 학원 강사 모두 ‘교육자’라는 측면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같이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강사분들과 소통하면서 지낼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학원 강사분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나에게 ‘교육자’란? 김지원 강사: 교육자란 ‘다리(Bridge)’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한 가정에서 자라더라도 부모님과 자녀 사이의 문제, 학생들의 친구, 이성문제 등이 점점 더 벌어지는데 이 문제를 잡아줄 수 있는 존재가 ‘선생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 선생님이든 학원 선생님이든 교육자라면 가정 안에서 혹은 친구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을 잘 지켜봐 주고 보듬어 주고, 그들이 더 나아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교육자라고 생각한다. 채승현 교사: 나에게 있어 교육자란, ‘두 발 자전거를 처음 가르쳐줄 때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거창한 멘트라고 비웃으실 수도 있지만, 두 발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뒤에서 부모님이 잡아주시다 어느 순간 ‘탁!’하고 놓아주시듯이, 학생들이 언젠가는 나의 곁을 떠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답변하게 되었다. 학교 선생님과 학원 강사에게는 사실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강사는 자신의 수업이 수익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으며, 학원이라는 집단에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와 발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인과관계에 놓여있다. 반대로 학교 선생님은 해마다 같은 내용의 암기화된 교과목들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수업을 해야 하는 환경과 수업 이외의 넓은 범위의 업무(인성 교육이나 체육 활동, 놀이, 상담 등)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수업에만 온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그들 모두가 ‘교육자’라는 점이다. 일부 학생들을 돈으로만 생각하는 강사 업계 관련자들이나, 학교 선생님으로서 도리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업무에 불성실한 교사들로 인하여 교육자라는 본질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제자들이 무사히 가르침을 받고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 아이들에게 있어 교육자라는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책임감을 가지려는 이들의 마음은 강사나 교사 구분 없이 하나같이 같은 ‘스승’의 마음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교육 현실에 힘든 사태들이 발생되고 있는 지금, 학부모와 학생들은 두말할 것 없이 학교 선생님과 강사 모두 힘들고 지쳐있는 상황일 것이다. 현재와 같은 시기에 학생들에게 누구보다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격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싶다. 글/편집 임승범 인턴 seungbeom@seoul.co.kr촬영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장민주 인턴 goodgood@seoul.co.kr
  • 중등인강 엠베스트, 강의 이상의 진화된 학습 서비스로 ‘인기’

    중등인강 엠베스트, 강의 이상의 진화된 학습 서비스로 ‘인기’

    흔히 ‘중학생 인터넷 강의’라고 하면 교과 과정을 보충하는 강좌 서비스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수업을 보강하는 강좌를 제공하는 정도라고 생각해 시작을 망설이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중등인강 1위(2019년 중등유료인강 공시매출 기준) 엠베스트 역시 ‘인강’이라는 명칭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곤 하지만, 오히려 기존 인터넷 강의의 개념보다 한 발 더 나아가 확장된 의미의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화제다. 실력 있는 강사진의 고품질 강의는 기본, 우수한 멀티미디어 및 진로·진학 컨텐츠까지 중학교 학습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갖춘 것이다.엠베스트는 ‘좋은 강사가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중등 전 과목에 스타 강사진을 배치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중학교 내신 대비에 꼭 필요한 전 과목 강좌에 1타 강사를 섭외했다. 뿐만 아니라 한 과목당 2인 이상의 강사를 두어 학생들이 자신의 성향에 맞는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선택권까지 넓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수행평가, 특기/적성, 글로벌리더십 등 멀티미디어 자료까지 보유해 탄탄한 내신 준비를 돕는다. 특히나 중학교 시기에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수학과 영어 과목은 전용 어플리케이션 컨텐츠인 ‘탄탄기본수학’, ‘스마트매쓰+’, ‘스마트그래머+’ 등으로 흥미와 실력을 동시에 잡도록 했다. 중등인강 엠베스트는 ‘중학교 인터넷 강의는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갖춘 학생만 듣는다’는 편견을 깨고자 1:1 맞춤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초·중등 학습 전문가가 1:1로 아이의 학습 상태를 분석한 후 단계별 컨설팅을 제공하니 실력에 맞는 학습이 가능하다. 또한 학교 공부 보충을 넘어, 더 큰 목표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입시 대비반을 따로 마련했다. 일명 ‘프라임특목반’으로 특목고 합격생의 비교과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리를 실시한다. 여기에 대치동 최상위권 학생들의 필수 강의를 수강할 수 있으며, 1:1 영어 첨삭, 수학 실시간 게시판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엠베스트 관계자는 “중등인강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이유는 ‘강의’ 서비스에 안주하지 않고, 학습앱과 멀티미디어 자료 등을 보강하며 꾸준히 성장했기 때문이다”며 “1타 강사들의 우수한 강의로 실력을 다지고, 다채로운 컨텐츠로 학습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어 중학생 사이에서 ‘학습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가장 완벽하게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로 자리매김했다”고 전했다. 중등인강 1위 엠베스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7일 무료 체험 신청을 받고 있다. 5000여 개의 초·중등 강좌를 모두 무료로 수강할 수 있으며, 전용 서비스나 1:1 맞춤관리까지 유료회원과 동일하게 제공된다. 자세한 사항은 메가스터디교육㈜ 엠베스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피아니스트 김선욱, 코로나로 취소된 리사이틀 9월 열어…베토벤 후기 소나타 연주

    피아니스트 김선욱, 코로나로 취소된 리사이틀 9월 열어…베토벤 후기 소나타 연주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코로나19로 취소됐던 리사이틀을 오는 9월 다시 갖는다. 자신이 오랜시간 꾸준히 탐구해 온 음악가인 베토벤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로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김선욱은 오는 9월 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10일 고양아람누리, 11일 부산 영화의전당에 이어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연다. 당초 지난 3월 6일 예술의전당 공연이 예정됐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연기됐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2009년),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2012~2013년), 3대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2017년) 등 계속해서 베토벤을 연주하며 독보적인 곡 해석으로 팬들을 만나온 김선욱은 이번에는 베토벤의 피아노 작품 32곡 가운데 최후의 소나타로 알려진 후기 피아노 소나타를 선보인다. 청력 손상이 매우 심해진 베토벤이 오로지 감성과 상상력에 의존해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안단테 파보리, 피아노 소나타 30번, 31번, 32번이 인터미션 없이 차례로 연주될 예정이다. 김선욱은 후기 소나타에 대해 “베토벤은 청각 소실이라는 음악가에게 치명적인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극복하려 노력하고 모든 정열을 음악으로 분출시켰다”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담긴 음악들이 후기 소나타에서 더 짙게 표현되는데 단순히 악기를 통해 연주하는 음악이 아닌 듣는 이로 하여금 침잠하게 만들며 현실을 초월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선욱은 오는 9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내한공연 실황 음반 발매에 이어 11월에는 독일 본의 베토벤하우스에서 베토벤 리사이틀을 가질 예정이다. 김선욱은 2013년 베토벤 하우스 멘토링 프로그램의 첫 수혜자로 선정돼 베토벤 하우스 소장품을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정은 이틀의 행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고 있다?

    김정은 이틀의 행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달라진 것들이 눈에 띈다. 조금 이상한 구석들도 발견된다. 우선 지난 18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와 비공개회의를 연달아 주재했는데 주된 행사인 확대회의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이어진 ‘비공개’ 회의 현안을 공개한 사실이다. 조선중앙통신 사진을 보면 바짝 군기가 든 것처럼 보이는 간부들이 일어선 채 김 위원장으로부터 호통을 듣는 것 같은 모습이 있고, 중앙통신이 오전부터 신속히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말미에 비공개회의 장면을 포함한 것 역시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19일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와는 별개의 당중앙군사위원회 비공개회의 개최 사실과 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비공개회의를 별도로 개최했다면 그만큼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과 결정들이 논의 결정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 5월 하순에 개최된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 이어 북한의 ‘핵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유지하며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더욱 결정적으로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들이 결정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북한이 이처럼 구체적인 군수생산계획 목표를 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지난 7월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서 언급한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구체화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이 외면하는 비핵화 협상에만 계속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이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통해 말하는 새로운 화법을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말하는 것만 갖고 해석하는 우를 범하지 않나 모르겠다. 김 위원장은 19일에는 평양종합병원을 현지 지도하면서 자재 반입이 안돼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며 호된 질책을 하고 지휘부를 전원 교체하라고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역시 가감 없이 보도했다. 그동안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돌연 남쪽을 공격하기 시작했던 지난달 2일부터 북한 내부에 뭔가 심상찮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많았는데 이제는 북녘의 최고 지도부가 느끼는 위기감이 이렇게 밖으로 스스럼 없이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 보이기도 한다.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는 군인들의 정치사상 생활, 인사 문제 등이 논의됐다고 밝혀 전반적으로 군내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현안을 논의했음을 시사했는데 평양종합병원 지휘부 교체 지시라는 같은 맥락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런 행동도 모두 치밀하게 계산된 끝에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면 앞서 중앙군사위 비공개 회의는 미국을 향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평양종합병원 질책 보도는 남쪽을 향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평양종합병원으로 트는 계기를 삼자는 것으로 들린다면 기자만의 단견일까?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서술어의 객관성

    [이경우의 언파만파] 서술어의 객관성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하려면 재고 또 재야 한다. 물리적 공간이야 수평계를 이용하면 된다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공간의 수평, 즉 공정성이나 객관성은 기계로 측정하지 못한다. 상황이나 관습,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 문화 같은 것들은 기계에 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정과 객관을 유지한다고 기치를 내걸어도 거기서 그치고 말 때가 많다. 그런 공간도 곳곳에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말하기와 글쓰기도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때그때의 감정이나 시각, 태도를 말이나 글에서 지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공정과 객관에 가까워야 설득하고 소통하고 공감으로 갈 수 있다. 그러려면 자신은 이해관계에서 멀어져야 하고 묻고 듣는 과정을 끝없이 거쳐야 한다. 이전의 관행, 관습들을 돌아보는 일 또한 중요한 과제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으레 그런 것’이어서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인용하는 문장의 서술어들도 이런 영역에 들어 있다. 거의 정해져 있어서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고 했다’나 ‘~고 말했다’, ‘~고 밝혔다’ 같은 말들이 주로 쓰이고 ‘~고 덧붙였다’, ‘~고 전했다’가 같이 쓰인다. 무미건조하다고 여겨지면 ‘~고 강조했다’, ‘~고 지적했다’, ‘~고 주장했다’, ‘~고 토로했다’, ‘~고 비판했다’, ‘~고 비난했다’, ‘~고 일축했다’를 끼워 넣는다. 한데 무미건조함에서 변화를 주려고 한 서술어들은 문장의 맛에는 변화를 줬겠지만 공정성과 객관성은 잃고 말았다. ‘~고’ 앞에 인용한 말들에 대해 전달자의 생각을 넣은 것이다. ‘강조’, ‘지적’, ‘주장’ 등은 모두 전달하는 이의 판단이다. 사건이나 상황에 전달자가 개입한 것이 된다. ‘강조하다’는 ‘특별히 강하게 주장하거나 두드러지게 하다’는 뜻이다. 국어사전의 이러한 풀이는 일상의 쓰임새와도 다르지 않다. 일상에서도 가치중립적인 말은 아니다. ‘고 강조했다’라고 하면 사태를 잘못 읽게 한다. 누군가는 강조하지 않았는데 전달자 때문에 강조한 것으로 변한다. 강조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어도 ‘강조하다’에는 신중해야 신뢰를 유지한다. ‘지적하다’도 그렇다. ‘지적하다’는 단순히 가리킨다는 뜻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소설이 아니라면 “그는 창의성이 없다고 ‘지적했다’”가 아니라 ‘했다’, ‘말했다’가 객관적이다. ‘강조’나 ‘지적’, ‘비판’, ‘비난’인지는 청자와 독자의 몫일 때가 대부분이다. 더 본질적인 가치가 공정과 객관에 있다면 이를 먼저 살피는 게 중요하다. wlee@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자녀 학업성적 높이려면 꾸준한 글쓰기, 독서 지도하세요

    [달콤한 사이언스] 자녀 학업성적 높이려면 꾸준한 글쓰기, 독서 지도하세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전집으로 위인전이나 동화책, 세계문학책을 구입해 억지로 읽히려고 든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더라도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으면 ‘공부 안하고 책 읽고 있다’며 수학, 영어 등 다른 공부를 하라고 혼내는 경우도 많다. 또 글쓰기 능력이 강조되면서 뒤늦게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 성인들도 늘고 있다. 작문 실력 향상을 위한 가장 기본 중 하나는 ‘다독’(多讀), 많이 읽기이다. 성인 독서량은 매년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글을 잘 쓰고 싶어한다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실험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은 학업성적이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연습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미국 인디애나대, 펜실베니아주립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시카고 일리노이대, 스탠포드대 공동연구팀은 글쓰기 연습과 독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학습 성취도와 지속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19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16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미국 중서부 지역대학에 다니는 1학년에 입학한 남녀학생 1063명을 대상으로 글쓰기와 독서능력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들 중 글쓰기와 독서 관련 수업을 듣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학업성적과 학교생활, 일상생활 변화를 3년 동안 장기 추적관찰했다. 연구팀은 특히 흑인계, 라틴계, 미국원주민계, 동양계 학생들의 변화에 주목했다. 관찰 조사 결과 독서와 글쓰기 연습을 한 학생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학업성적이 11~19% 가량 향상됐고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9~10% 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독서와 글쓰기 연습을 꾸준히 한 학생들은 지역대학을 졸업하고 주립대학 등으로 진학해 공부를 지속하거나 취업도 쉽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메리 머피 인디애나대 교수(사회심리학)는 “요즘 같은 불확실한 시기에 각급 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집중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머피 교수는 또 “이번 연구는 지역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관찰실험이지만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연습은 초중고등학교에서도 학업 기초능력을 치워주는 중효한 부분으로 다른 어떤 과목의 학습보다 중요하며 학업성적과 학습태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왕도”라며 “성인들의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서 독서와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쉽게 간과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리뷰] 김설진이 하면 다르다…예술이 된 장난스런 몸짓들 ‘자파리’

    [리뷰] 김설진이 하면 다르다…예술이 된 장난스런 몸짓들 ‘자파리’

    신발 한 짝을 벗는 것도 평범하지 않다. 잘 벗겨지지 않는 신발을 따라 발을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그 자체가 리듬을 타는 움직임이 됐다. 김설진, 그의 몸에서 반복되는 장난같은 사소한 몸짓들이 쌓여 하나의 예술이 되어갔다. 지난 15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자파리’는 그렇게 모든 순간을 집중하게 만든 움직임들로 1시간 동안 짧지만 굵게 채워졌다. ‘자파리’는 장난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으로, 무대에선 제주 출신인 김설진의 장난인 듯 장난아닌 시간들이 흘러간다. 휴지를 뽑고 색종이를 접으며 사부작대는 장난들이 이어지다 점점 그의 이야기로 가까워진다. 발레를 해도 스트릿 댄스를 해도 “이거 기본이 안 돼 있네?”라는 지적을 듣는 김설진은 춤과 무용이라는 짜여진 틀이 아닌 경계에서 자유롭게 움직여 온 김설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장르라는 틀을 철저히 거부하고 자신만의 움직임을 만들어낸 그는 결국 클래식과 힙합, 국악을 모두 합한 음악을 배경으로 완벽한 몸짓을 만들어냈다. 극 후반에도 김설진의 장난은 계속 이어지지만 그 메시지는 좀 더 분명하게 나온다. 고물상으로 등장하는 차용학이 고물을 줍는 경험들을 주절주절하는 사이에도 김설진은 고물을 모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간다. “기본이 안 돼 있네?”라는 지적을 들어온 김설진에게 고물상은 “멋있다”, “잘한다”고 거듭 추켜세워준다. “쓰레기도 모이면 예술이 된다”는 감탄도 더했다. ‘자파리’의 의미가 한 시간의 무대에서 조용하지만 꽉 차게 전달됐다.‘자파리’는 세종문화회관의 기획공연인 ‘컨템포러리S’의 시리즈로 선보인 공연이다. 지난해 발레리나 김주원의 탱고 발레 무대에 이어 올해는 현대무용가 김설진의 피지컬 모노드라마가 펼쳐졌다. 독특한 모양의 프로그램북에도 김설진의 낙서 같은 그림이 그려졌고, 무대 밖 포토존에는 김설진이 접은 큰 종이학이 매달려 있어 눈길을 끈다. 김설진의 무대는 19일까지 만날 수 있다. 민준호 연출가는 프로그램북에 이렇게 적었다. “그의 자파리는 20년 전부터 기괴하고 특별했다. 그랬던 스무살의 그 또한 참 좋았고 몇 살 많았던 난 그에게 다가가 너의 생각과 춤이 다른 친구들과 다르고 특별해서 좋다며 그를 부담스럽게 했던 걸 기억한다. 자랑스럽게도 김설진의 자파리는 더 이상 어학사전에 나온 뜻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한 뛰어난 춤, 연기, 움직임 꾼의 다름의 원천이고 창작의 근원일 뿐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울산 초등생 원어민 영어교육 대면 대신 전화로

    울산 초등생 원어민 영어교육 대면 대신 전화로

    울산지역 초등학생들의 원어민 영어 수업이 대면 교육 대신 전화로 진행된다. 학교에 근무하는 원어민 교사가 참여하는 방식의 전화 영어 교육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울산시교육청은 지역 초등학생 3∼6학년 128명을 대상으로 ‘다듣 전화 영어’를 운영한다고 17일 밝혔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원어민 교사와 전화 통화하면서 영어로 소통하는 체험을 통해 영어 듣기와 말하기 능력을 키우고, 영어에 대한 흥미와 친숙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애초 울산외국어마을에서 집합 교육 형태로 예정했던 원어민 교사 영어교육이 코로나19 여파로 진행하기 어려워져 전화로 원어민 교사와 학생들을 연결하기로 했다. 시교육청는 지난 4일 오전 9시부터 온라인으로 참가자를 모집한 결과, 시작 1분도 안 돼 신청이 마감됐다. 이후에도 추가 참여가 가능한지를 묻는 학부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화 영어 교육은 1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4주간 매주 토요일에 이뤄진다. 시교육청은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일선 학교에서 근무하는 원어민 교사 1명과 한국인 교사 2명으로 구성된 총 8개팀을 구성했다. 팀별로 하루에 학생 16명을 맡아 총 128명에게 전화 교육을 한다. 교육은 한국인 교사 1명이 먼저 당일 진행할 내용을 안내하고, 이어 원어민 교사가 1학기 복습과 함께 관련된 영어 동화를 10분 안팎 동안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한국인 교사가 학습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으로 교육은 마무리된다. 학생 반응과 평가는 다음 프로그램에 반영, 개별 맞춤형 교육 제공에 활용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울산형 초등 영어교육인 ‘다듣 영어’는 학생들에게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인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전화 영어 프로그램은 ‘많이 듣는’ 환경 구축에 효과적일 것”이라며 “단순히 녹음된 원어민 목소리를 듣는 것과 달리 원어민 교사와 실제 대화하는 방식의 교육이어서 학생들의 집중력이 올라가고 교육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데스크 시각] 우리의 특권은 그들의 고통과 같은 지도상에 존재한다/이두걸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우리의 특권은 그들의 고통과 같은 지도상에 존재한다/이두걸 사회부 차장

    정치부 기자는 정치 행위로 세상을 본다. 경제부 기자는 숫자로 세상을 본다. 사회부 기자가 세상을 보는 창은 주로 수사와 판결이다. 공소장이나 판결문을 읽어야 하는 건 사회부 기자의 숙명이자 고통이다. 판결문 안에는 ‘생살’이 찢겨져 나가는 순간 피해자들이 내뱉는 신음소리로 가득하다. 내 심신에 똑같은 폭력이 가해지는 걸 상상하면 눈앞이 아득해진다. 숨이 턱턱 막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실종 사실이 전해진 이후 지난 일주일은 마치 외면하고 싶은 판결문을 눈앞에 둔 심정이었다. 시민운동을 이 땅에 뿌리내린 거인의 ‘자발적 퇴장’도 믿기지 않았지만, 그를 성추행 가해자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의 절규를 듣는 것 자체가 미안하고 또 미안했기 때문이다. 요설(妖說)들도 난무했다. “4년간 왜 침묵했냐”, “피해자는 왜 뒤에 숨었냐”는 것 등이다. “김학순 할머니는 성착취 피해를 겪은 지 40년이 지난 1991년에 비로소 목소리를 냈다. 할머니께도 왜 이제서야라고 물을 것인가”(A씨 측 김재련 변호사)라는 항변은 그들에게는 조롱의 대상일 뿐이다. ‘공론장의 소멸’이라는, ‘조국 사태’를 거치며 익숙해진 풍경을 다시 목도하고 있다. 박 전 시장의 ‘과’를 일부러 들추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럼에도.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박 전 시장이 2000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여성법정에 참여해 남긴 말이다. 피해자 A씨와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정의’와 ‘일상회복’을 되찾게 하는 건 우리 사회의 의무이자 국가의 존재 이유다. 따라서 수사기관, 특히 강제 수사권이 있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일종의 ‘피의자’에 해당하는 서울시와 경찰은 그 주체가 될 수 없다.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리하는 것은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른 조치다. 공소권이 소멸됐음에도 ‘국민의 알권리’에 따라 수사가 재개된 전례가 있다. 고 장자연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자체가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만일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가 쉽지 않다면 피소 유출 의혹 등과 관련한 고발 사건에 검찰이 적극 임해야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추 장관이 주력하고 있는 ‘검언유착’ 의혹 해소나 ‘검찰개혁’이 중요치 않다는 게 아니다. 이 과제들은 잠시 내려놓거나, 아니면 병행해도 큰 문제는 없다. 국민들이 추 장관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각료로서 여성들의 눈물을 손수 닦아 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도 바람직하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진면목을 보여 줄 절호의 기회 아닌가.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는 ‘시민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박 전 시장은 “‘민중에서 시민으로’의 시대, 90년대 이후 중산층/시민/운동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이른바 ‘86세대’는 일련의 선거를 통해 정치·경제적 기득권을 획득했고, 앞으로 상당 기간 권력을 유지할 테지만, 도덕적 우위는 파산을 맞았다. 다만 어둠은 가시고 있어도 아침 해는 떠오르지 않는 형국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새 세대가 중심에 놓을 가치는 공감과 연대라는 점이다. 공감과 연대만이 인류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문명을 가꿀 수 있었던 유일한 무기라는 믿음에서다. 미국 평론가 수전 손택의 명저 ‘타인의 고통’ 중 한 대목을 다시 떠올린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같은 지도상에 존재한다는 것,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숙고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다.” douzirl@seoul.co.kr
  • 즐기다 보니 내 체질…어느새 고수

    즐기다 보니 내 체질…어느새 고수

    프랑스 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저서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문학과지성사)에서 자동화 기술 확산으로 조만간 임금 고용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뭔가를 성취함으로써 앎을 키워나가는 것’으로 ‘일’을 새롭게 정의했다. 직업도 노동도 아닌 그저 좋아서 하는 게 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의 일에 관한 정의에 가장 들어맞는 게 취미 생활이라 할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가 도입되고,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여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이는 40대와 50대에게 남다르게 다가온다. 경제력이 부족한 20대와 육아와 일에 치인 30대를 넘어선 이들은 여가가 장래에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대한민국의 4050에게 여가생활은 어떤 의미일까.●제2 인생 위해 주말 반납하고 목공 “여기 가운데 가로지르는 부분을 어떻게 조립해야 하는지 고민하세요. 나사못을 어디에 넣어야 할까요?”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일산 내디내만 목공학원. 송근성 강사의 말을 듣는 수강생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하나라도 놓칠까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이들이 만드는 십자문 서랍 수납장은 목재가 겹치는 곳을 어떻게 조립하는지가 관건이다. 수강생들은 지난 5월 23일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목공을 배우고 있다. 모니터 받침대 제작 업체에서 일하는 이상준(49)씨는 “목재를 다루는 일이 적성에 잘 맞았다. 직장에서는 단순 조립을 주로 하는데, 좀더 심도 있는 기술을 배우려 학원을 찾았다”면서 “공구 사용은 물론 설계부터 마감까지 전체적으로 배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을 더 배워 애완견 집 만드는 사업을 해 보려 한다. 예전에는 막연했지만 이곳에서 배우니 미래가 더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일산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윤종윤(59)씨는 내년 퇴직을 앞두고 있다. 경찰서 내부 시설을 고치고, 인테리어 일을 하다 목공을 더 배우고 싶어졌다. 그는 “퇴직 이후엔 동료들과 관계가 끊어지게 마련이고, 그러면서 상실감이 크다고 한다. 그런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목공방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했다. 오진경 내디내만 원장은 “40대와 50대가 전체 수강생의 60~70%에 이르는데, 장래에 목공과 연관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 “목공 교육이 바로 창업이나 이직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40대와 50대의 경우 여가생활이 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들에게 좀더 다양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아빠 없이도 텐트 ‘척척’… 캠핑의 진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밀폐된 공간을 피해 전국 유명 해변과 휴양림, 캠핑장 등으로 야외활동에 나서는 캠핑족이 크게 증가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올해 3∼5월 자사 신용카드 사용 실적을 분석한 결과, 캠핑장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1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00명)에 비해 209% 증가했다. 캠핑에 관한 열기와 함께 캠핑은 이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중 하나가 아빠 없이 엄마와 아이가 함께 떠나는 ‘미즈캠’이다. 회원 수 8000여명의 네이버 카페 ‘미즈캠퍼’를 운영하는 이찬실(43)씨는 10여년 전부터 다른 엄마들, 아이와 캠핑을 다녔다. 이씨는 “남편의 주말 근무로 함께 캠핑을 즐기기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장비도 다 있는데 왜 혼자서는 못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네 친구와 함께 엄마와 아이만 캠핑을 갔다가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텐트 하나 치는 데도 전전긍긍했던 초보 시절을 지나 지금은 전문 장비 설치도 척척 해내며 다른 회원들에게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회원이 늘면서 캠핑은 그저 취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애초 캠핑 카페 소모임으로 출발했던 미즈캠 모임은 규모를 확장, 2012년 별도 커뮤니티를 꾸려 지금에 이르렀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카페의 정모(정기모임)에서는 이제 캠핑장 전체를 빌리는 ‘전세캠’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핼러윈 때는 69개 팀이 참여,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은 캠핑장에서 아이들 헌옷과 장난감 등을 사고파는 벼룩시장, 각자 들고 온 먹을거리를 십시일반하는 포트럭 파티 등도 개최한다.●독서, 아이 위한 공부에서 나를 위한 공부로 4050은 배움의 욕구가 폭발하는 시기다. 독서모임은 한발 더 나아가게 하는 촉진제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있는 노작홍사용문학관에 개설한 문예강좌 정원의 50~80%는 4050세대다. 지난해 운영했던 ‘소설창작의 기초’ 세미나 정원 중 80%가 40~50대였다. 최영희 노작홍사용문학관 차장은 “창작 욕구가 있는 주부와 워킹맘들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시와 동화, 소설 강좌를 수강했던 김수연(47)씨는 마을 교육 공동체인 ‘그물코’의 일원이기도 하다. 동탄 근교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씨는 한창 바쁜 농번기를 지나고 나면 우울해졌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책 읽기는 마흔이 넘어서는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공부로 바뀌었다. 2016년 발족한 그물코는 현재 회원만 106명에 열성 회원이 20명 이상에 이른다. 특히 마을 기록 사업의 일환으로 2018년과 2019년 마을 주민들을 인터뷰한 책 ‘간직한 마음’을 출간했다. 서울 신도림 지역에서 8년째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주순진(41)씨는 2주에 한 번씩 여는 독서모임이 생활에 활력을 주고, 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작가들이 독서모임에 참여하곤 하는데, 그들을 보면서 ‘나도 글을 열심히 써야지’ 하는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는 그는 최근 아이들과 함께 반대말, 사투리, 외래어를 활용해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 ‘말놀이’(꼬마 싱긋)를 냈다. 3년 전에 주제를 꺼냈을 때 독서모임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응원해 준 덕이다. 주씨는 “독서모임은 그저 취미활동이 아닌, 생산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일종의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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