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에 「영화전쟁」 선포/에밀졸라 원작 「제르미날」 영상화…개봉
프랑스에서는 요즘 유럽과 미국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 「영화전쟁」이 불붙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 공원」의 유럽 상륙에 맞서 프랑스 거장 클로드 베리 감독이 만든 영화 「제르미날」의 맞불작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제작비 1억6천5백만 프랑,상영시간 2시간 40분,예상 관객 5백만…』
프랑스 전역에 나붙은 「제르미날」선전 포스터의 현란한 문구다.
프랑스의 영화평론가 오귀스트 드잘레는 「제르미날」을 일컬어 『현대판 「레미제라블」』이자 『인간조건의 대로망』,『비참한 생활속에서 형제애를 다져가는 노동자의 생활 서사시』라고 평하고 있다.유럽 언론들은 요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과 「제르미날」간의 대결을 『공룡과 광부,비인간성과 인간성,야만과 문명의 싸움』으로 묘사하고 있다.
「운명 공동체의 씨앗」이란 뜻을 담고 있는 「제르미날」은 19세기말 프랑스 북부 광산촌 노동자들의 삶과 고뇌를 다룬 작품.같은 이름의 에밀 졸라의 소설을 영상화한 것으로 일찍이 앙드레 지드는 「제르미날」을 졸라의 최고 걸작이자 프랑스 10대 걸작소설의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이 영화의 주연배우는 「마농의 샘」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드파르디외(에티엔느 랑티에 반).
영화는 실직한 에티엔느가 프랑스 북부 한 광산의 광부로 변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에티엔느는 마유 일가를 비롯한 광산촌 광부들의 비참한 생활에 분노,그들을 의식화시켜 파업을 일으킨다.그러나 산업공황의 물결에 밀린 회사측은 촌보도 물러서지를 않는다.흥분한 광부들은 점차 폭도화하여 이곳저곳의 탄광을 습격한다.회사는 마침내 군대를 끌어들여 파업을 진압한다.1천99명의 사망자를 남긴채….
광부측이 무참하게 꺾이고 있을 무렵 때마침 그곳에 망명해 있던 러시아출신의 한 아나키스트가 지하탄광의 방수벽을 무너뜨리고 갱내에 물을 처넣어 탄광을 파괴해 버린다.에티엔느는 애인 카트린과 갱도속에 갇혔다가 10일만에 구출되는데 이미 애인은 숨을 거둔 뒤였다.
「제르미날」에 부어지고 있는 관심은 비단 영화인과 언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제르미날」의 무대였던 프랑스 북부산업도시 릴에서 최근 개최됐던 이 영화 시사회에는 이례적으로 미테랑 대통령과 발라뒤르 총리를 비롯,1천6백여명의 프랑스 정치인과 지식인,기업인들이 참석했다.「제르미날」을 프랑스의 국민영화로 승화시켜 우루과이라운드(UR)에 맞서게 하자는 뜻에서였다.
근래들어 미국영화의 물량공세로 고전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정은 유럽 전체 영화계도 마찬가지다.미국영화 시장 점유율이 59%에 이르고 있는 프랑스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이탈리아는 68%,독일 77%,스페인 75%,포르투갈 90%,그리고 영국은 93%를 점유,그야말로 미국영화가 유럽의 영화산업을 철저히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반면 미국내 영화시장은 자국산이 99%를 차지,영화산업에 관한한 미국이 일방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게 요즘의 실정이다.
이때문에 프랑스의 영화 종사자들은 「쥬라기 공원」이 개봉되자 『신대륙 공룡이 구대륙을 집어삼키려 한다』고 아우성을 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