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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영 자책골 맘고생 날린 프리킥

    박주영 자책골 맘고생 날린 프리킥

    2004년 10월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축구선수권 결승 한국-중국전.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등번호 ‘10번’이 전반 37분 문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며 수비수 4명을 차례로 제치고 골을 터뜨렸다. 이제껏 한국 선수가 보여 주지 못했던 아름다운 몸놀림에 팬들은 물론 동료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국은 우승컵을 차지했고, ‘10번’은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상을 휩쓸었다. 그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최우수 신인상도 받았다. 한국 공격수의 새로운 모델을 창조한 박주영(25·AS모나코)이 주인공이다. 5년여가 흘렀다. 23일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한국-나이지리아전. 박주영은 1-1로 맞선 후반 4분 대니 시투(볼턴)의 파울로 아크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 냈고 직접 키커로 나섰다. 한 번 숨을 고른 그는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찼다. 예리하게 휘어진 공은 오른쪽 네트를 출렁였다. 그동안 그의 어깨를 짓누르던 월드컵 불운을 말끔히 털어버리는 순간. ‘축구천재’ 박주영의 인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5년 K-리그 FC서울에서 데뷔한 박주영은 18골을 몰아치면서 득점 2위에 올랐다. 그를 보기 위해 구름관중이 몰렸다. 한 박자 빠른 슈팅과 폭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패스 능력, 유연한 드리블은 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한 골 결정력까지. 스트라이커의 모든 덕목을 갖춘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은 ‘박주영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2005년 6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박주영은 또 한 번 진가를 드러냈다. 왼쪽 팔꿈치 탈골 부상을 안고 출전한 나이지리아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3분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실축했다. 하지만 후반 44분 프리킥 동점골을 터뜨렸다. 인저리 타임에는 강력한 슈팅으로 백지훈의 역전골을 만들어 냈다. 당연히 2006독일월드컵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그러나 막상 본선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외려 스위스와의 3차전에서 선제골의 빌미가 된 프리킥을 허용했다. K-리그에서도 혹독한 ‘2년차 징크스’를 겪는 등 시련이 찾아왔다. 의욕을 잃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천재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2008~09시즌 박주영은 프랑스 리그1의 AS모나코에 입단했다. 첫 시즌 31경기에서 5골 6도움, 2009~10시즌 26경기에서 8골 3도움. 완전히 다른 레벨의 선수로 올라섰다.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의 투톱 한 자리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부담이 너무 컸던 것일까.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끊임없이 찬스를 만들어 내고도 정작 마무리를 못 지었다. 2차전에서는 세트피스에서 수비에 가담했다가 공이 그의 무릎을 맞고 골문으로 빨려들어 갔다. 웬만한 선수라면 주저앉을 상황. 하지만 박주영은 눈물을 닦고 일어서 첫 원정 16강의 일등공신이 됐다. 아르헨티나 팬들이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를 ‘축구의 메시아’라고 부르듯 이젠 박주영을 한국 축구의 메시아라고 불러도 될 듯싶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용·표 삼각 특급소방수 맹위

    김·용·표 삼각 특급소방수 맹위

    나이지리아의 공격은 부부젤라의 모양처럼 펼쳐졌다. 공을 따낸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은 하프라인 근방에서 왼쪽 미드필더 딕슨 에투후(풀럼)나 오른쪽의 치네두 오바시(호펜하임)에게 공을 연결했다. 에투후, 오바시는 측면의 좁은 공간을 뚫고 진격한 뒤 측면이나 아크 근방에서 칼루 우체(알메이라)나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버턴)에게 공을 연결, 공간을 벌려 주는 공격 패턴을 보였다. 불은 번지기 전에 꺼야 하는 법. 에투후와 오바시의 드리블 상황에서 공을 끊어 낼 필요가 있었다. 또 우체와 아이예그베니에게 이어지는 패스를 차단해야 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 한국의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에투후와 오바시에게 공간을 열어 줬고,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 득점 이후 16강 진출 희망의 빛을 본 나이지리아는 더욱 맹렬히 한국 진영을 파고들었다. 추가 실점은 곧 16강 진출 좌절을 의미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대한민국 육군 일병 김정우(광주)가 초동진화에 나섰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느왕쿼 카누(포츠머스)를 전담마크하던 김정우는 좌우로 활동폭을 넓히며 에투후와 오바시에게 연결되는 패스를 끊었다. 또 이들이 스피드를 올리기 직전 지능적인 가로채기로 공격의 맥을 끊고 역습을 시작했다. 이도저도 안 될 것 같을 땐 파울로 막았다. 전후반 90분 동안 10.67㎞를 뛰면서 83.33%의 경이적인 패스 성공률을 보였다. 딱 한 번의 파울만 범하는 야무진 경기운영으로 대한민국 육군 일병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큰 불은 조용형(제주)이 막았다. 공격에 가담한 미드필더, 수비수들이 수비 전형을 갖추기 전 문전으로 파고드는 나이지리아의 패스를 재빨리 끊었다. 수문장 정성룡(성남)과 찰떡같은 호흡으로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 오른쪽 차두리(프라이부르크)와 왼쪽 이정수(가시마)가 공격본능을 주체하지 못해 전방으로 달려갈 때도 조용형은 역습상황에서 공이 돌아올 위치를 2선에서 차분하고 정확하게 선점하고 있었다. 잔불을 정리하고 맞불을 지피는 것은 이영표(알 힐랄)의 몫이었다. 공이 그의 발앞에 있을 때만큼은 안심할 수 있었다. 위험지역에서 공을 깔끔하게 처리했고, 왼쪽 측면에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콤비플레이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었다. 때때로 흔들리는 수비진을 지휘하고,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90분 동안 10.29㎞를 뛰었다. 패스 성공률은 무려 82.09%. 많이 뛰면서도 신중했다는 뜻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마라도나, 그는 축구의 神인가 괴짜인가

    마라도나, 그는 축구의 神인가 괴짜인가

    이렇게까지 엇갈릴 수 있을까. 누군가에겐 신이지만 다른 이에겐 조롱거리일 뿐이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감독 디에고 마라도나. 찬사와 저주로 뒤범벅된 인생을 살고 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비슷하다. 기행의 연속이다. 자동차로 기자를 치고 공개훈련에선 선수 대신 프리킥을 찬다. “펠레는 박물관에나 가야 한다.”, “한국은 애초에 아르헨티나를 이길 방법이 없었다.” 등 거침없는 입담도 여전하다. 사람들은 그런 마라도나에게 열광하거나 불편해한다. 무엇이 진짜일까. 우리는 마라도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르헨 빈민가 출신… 16살 프로무대 데뷔 마라도나는 1960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다른 빈민가 아이들처럼 축구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재능이 있었다. 16살 어린 나이에 프로선수로 데뷔했다. 마라도나가 택한 팀은 보카주니어스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부두노동자들이 만든 클럽이다. 하층민과 가난한 자들의 상징이다. 반대편에는 리버플레이트가 있었다. 중산층과 부자의 팀이다. 마라도나는 빈민가 출신인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았다. 그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마라도나의 전성기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 우승 당시였다. 잉글랜드와 8강전이 하이라이트였다. 유명한 ‘신의 손’ 사건이 있었다. 마라도나는 “내 손이 아니라 신의 손이 골을 넣었다.”고 했다. 딱 10분 뒤 마라도나는 정말 축구의 신으로 변했다. 50여m를 단독 드리블해 수비수 5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열광했다. 잉글랜드에 포틀랜드를 뺏긴 울분을 축구로 풀었다. 마라도나는 약자 아르헨티나의 상징이었다. 이탈리아에 진출해서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북부의 부유한 클럽 AC 밀란-인테르 밀란-유벤투스를 거부하고 가난한 남부 클럽 나폴리를 선택했다. 반골기질은 천성이었다. 나폴리는 마라도나가 뛰던 1987년과 1990년 이탈리아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마라도나의 축구인생은 약자-빈민-노동자와 함께 얽히고 설켜 있다. ●94년 美월드컵 당시 중도하차… 교황에 욕설 퍼붓기도 선수 생활이 끝난 뒤엔 내리막이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약물 복용으로 중도 하차했다. 교황에게 욕설을 퍼붓고 기자들에게 공기총을 난사했다. 2004년 보카주니어스 경기를 보다 약물 후유증으로 실신하기도 했다. 언론은 그를 기인으로 묘사했다. 의미없고 기이한 행동을 반복하는 반미치광이로 여겼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마라도나는 2005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반대하는 시위 선봉에 나섰다. 빈민층과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을 조롱하고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를 추앙했다. 왼팔에는 카스트로에 대한 찬양 문구를, 오른쪽 팔에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얼굴을 새겼다. 완연한 혁명가의 면모다. 그는 분명히 괴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특이한 천재다. 그러나 그런 모습으로만 마라도나를 규정할 순 없다. 마라도나는 신과 기인 사이의 어느 지점에 미묘하게 서 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디펜딩 챔프’ 이탈리아 16강 탈락 위기

    ‘디펜딩 챔프’ 이탈리아 16강 탈락 위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가 28년 만에 월드컵 무대를 다시 밟은 FIFA랭킹 78위 뉴질랜드와 20일 넬스프뢰이트의 음봄벨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이로써 2무(승점 2)가 된 이탈리아와 뉴질랜드는 각각 슬로바키아, 파라과이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짓게 됐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경기는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 뉴질랜드는 경기 시작과 함께 각각 188㎝, 185㎝, 183㎝의 장신 공격수 로리 팰런(플리머스), 셰인 스멜츠(골드코스트), 크리스 킬런(미들즈브러)을 앞세워 압도적인 높이와 스피드로 이탈리아의 ‘낡은 빗장수비’를 흔들었다. 뉴질랜드는 전반 7분 이탈리아 진영 전방 40m 부근에서 얻어낸 세트피스 상황에서 사이먼 엘리엇이 전방 깊숙히 찔러 넣은 크로스를 최종 수비수 뒷선으로 재빨리 뛰어 들어간 스멜츠가 오른발로 골을 성공시켰다. 선제골을 내 준 이탈리아는 공세적으로 나왔다. 이탈리아는 전반 29분 공격수 다니엘레 데로시(AS로마)가 뉴질랜드 골문 앞에서 수비수 토미 스미스(입스위치)에게 페널티킥 파울을 얻어냈고, 빈센초 이아퀸타(유벤투스)가 차분하게 골로 연결시켰다. 이후 이탈리아는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뉴질랜드 골문을 두드렸지만,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뉴질랜드는 골키퍼 마크 패스턴(웰링턴)의 신들린듯한 선방과 주장 라이언 넬슨(블랙번)의 몸을 던지는 수비에 힘입어 이탈리아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앞서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라과이-슬로바키아전에서는 파라과이가 2-0으로 승리, 1승1무(승점 4)로 F조 선두에 올라서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전반 27분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중앙으로 드리블해 들어가던 루카스 바리오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송곳 같은 침투패스를 페널티지역 안쪽으로 찔러넣었고, 엔리케 베라(LDU 키토)는 오른발 아웃 프런트로 절묘하게 방향을 틀어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초반 슬로바키아의 블라디미르 베이스(맨체스터시티)가 오른쪽 측면을 부지런히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뿐. 남미예선 18경기 동안 16점밖에 내주지 않은 파라과이의 촘촘한 수비 그물을 뚫기에는 무디고 느렸다. 외려 후반 41분 페널티박스 안 혼전 중에 흘러나온 공을 파라과이의 크리스티안 리베로스(크루스 아술)가 왼발 쐐기골을 터뜨렸다. 승부는 이 순간 끝났다. 임일영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16강행 마지막 일전…나이지리아전 변수들은?

    16강행 마지막 일전…나이지리아전 변수들은?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이 오는 23일 새벽 3시30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에서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 대표팀은 “나이지리아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결의를 거듭 밝혔다. ☞[화보] 환하게 웃는 허정무…이 웃음 계속 이어가길  한국 대표팀은 조별예선 B조에서 현재 1승1패로 아르헨티나에 이어 B조 2위다. 나이지리아를 꺾으면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면 16강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 역시 한국을 큰 골차로 이기면 16강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더반은 한국에겐 ‘행운의 땅’이다. 복싱 스타 홍수환씨가 1974년 7월 WBA(세계복싱협회) 밴텀급 세계 타이틀매치에서 승리한 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외친 곳이 바로 더반이다. 하지만 자력으로 16강에 오르기 위한 최종전은 그 어느 대회 때보다 전술 등에서의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격력 강화에 초점…박주영 짝은 염기훈? 이동국?  허정무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비기겠다고 생각하면 더 어려워진다. 이기는 전술을 써야 한다.”며 공격에 힘을 쏟을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수비 강화를 위해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지만 압도적인 화력 앞에 무릎을 꿇었던 허 감독은 이번 나이지리아전에서 4-4-2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박주영과 호흡을 맞출 두번째 공격수다. 염기훈의 골 결정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부상에서 회복한 ‘라이언킹’ 이동국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공격수들의 골 결정을 지적받고 있는 대표팀으로서는 박주영이 나이지리아 진영을 휘저으며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는 동안 이동국이 빈틈을 파고들어 골로 연결하는 시나리오가 매력적일 수 있다. 염기훈에 비해 골 결정력이 단연 앞서는 이동국이 한국의 16강을 이끌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하지만 허 감독은 21일 새벽 더반 프린세스 마고고 스타디움에 치러진 훈련에서 주전조의 투톱에 박주영-염기훈 조합을 세웠다. 활동량과 수비력에서 이동국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염기훈이 나이지리아전에도 선발로 나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전 퇴장·부상에 신음하는 나이지리아  나이지리아는 주전 선수들의 퇴장과 부상으로 최악의 상태로 최종전을 치러야 해 대표팀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핵심 미드필더인 사니 케이타가 퇴장당하면서 최종전에 나서지 못한다. 수비수들의 부상도 문제가 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카를로스’라고 불리는 타예 타이우는 그리스전에서 갑작스럽게 고통을 호소하며 교체 아웃돼 한국전 결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타이우를 대신해 들어온 우와 에치에질레도 부상으로 실려나가 수비진에 비상이 걸려있는 상태다.   ●수중전 확률 높아…첫 야간 경기도 관건  남아공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한국-나이지리아전이 벌어지는 22일 밤 더반에는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습도는 무려 87%이며 바람은 거의 불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나이지리아전이 수중전이 될 확률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졌다.  비가 올 경우 축구장 잔디와 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기를 먹은 잔디는 미끄러워져 공의 스피드를 높인다. 가뜩이나 역대 월드컵 공인구 중 탄성이 가장 큰 자블라니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골키퍼들에겐 더욱 큰 부담이 된다. 하지만 비가 와 그라운드가 미끄럽다는 점은 대표팀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뛰어난 개인기와 드리블을 자랑하는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또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야간 경기를 갖는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야간 경기를 치를 때는 신체리듬을 낮 경기와 달리해야 하기 때문에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원정 경기…일방적인 응원 넘어라  나이지리아전은 사실상 원정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중 6만 9957명을 수용하는 더반 스타디움의 한국-나이이지리아 경기 입장권이 사실상 매진된 가운데 스탠드는 대부분 열광적인 나이지리아 응원단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주남아공 한국대사관이 파악한 붉은악마 응원단은 65명. 여기에 아리랑응원단 40여명과 프리토리아와 요하네스버그에서 각각 대형 버스 1대씩 나눠타고 올 교민 80여명, 더반에 사는 교민 80여명을 합쳐도 한국 응원단은 300여명에 불과하다.  이날 경기에는 나이지리아 자국 팬들뿐 아니라 아프리카 팀을 응원하는 남아공 홈팬들까지 가세할 것이 보인다. 현재 동반 부진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팀들을 응원하는 남아공 홈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판 판정도 미세하게나마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표팀은 혹독한 원정 경기를 감내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1.5군 아르헨티나…그리스에게 호재?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잡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나이지리아에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꺾는다면 골 득실에서 대표팀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경고 누적과 부상 선수를 염려해 그리스전에 베스트 멤버를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중앙 수비수 왈테르 사무엘은 부상으로 결장이 확정됐고, 오른쪽 풀백 구티에레스도 경고 누적으로 그리스전에 나설 수 없다. 또 왼쪽 풀백 가브리엘 에인세, 수비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도 최종전에 나오지 않고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골잡이 곤살로 이과인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가 그리스전에 사실상 1.5군을 내보낼 확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승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나이지리아와의 1차전에서 부상을 입었던 플레이 메이커 후안 베론이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서 그리스전에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공격의 핵 리오넬 메시도 건재함을 과시할 예정이다. 메시를 막는다고 해도 디에고 밀리토, 세르히오 아게로가 기다리고 있다. 밀리토와 아게로는 이번 월드컵에서 주로 벤치를 지키고 있지만 골 결정력은 주전 공격수인 이과인, 카를로스 테베스에게 뒤지지 않아 그리스전에서도 막강한 화력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관련기사 대표팀 더반 입성… 4-4-2 전술로 16강 뚫는다 ‘디펜딩 챔프’ 이탈리아 16강 탈락 위기 23일 새벽 다함께 “대~한민국”
  • 이과인 대회 첫 해트트릭

    이과인 대회 첫 해트트릭

    아르헨티나엔 리오넬 메시(23·FC바로셀로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곤살로 이과인(23·레알 마드리드)도 있었다. 이과인은 17일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2라운드 한국-아르헨티나전에서 혼자 3골을 넣으며 한국 축구를 격침시켰다. 메시는 종횡무진 드리블과 감각적인 슛으로 한국 수비진을 뒤흔들었지만, 골을 결정지은 건 이과인의 발끝과 머리였다. 이과인은 전반 33분 헤딩으로 첫 골을 넣었고, 후반 31분과 35분 연이어 2골을 터뜨리는 등 모두 3골을 쓸어넣었다. 이로써 이과인은 이 대회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또한 이과인은 이날 남아공-우루과이전에서 2득점을 올린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31·아틀레티고 마드리드)을 제치고 이번 대회 최다 득점 선수로 단숨에 등극했다. 이과인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올 시즌 그는 메시와 스페인리그에서 득점왕 경쟁 끝에 메시에 이어 득점 2위(27점)에 오르는 활약을 보였다.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이과인은 중용되지 않았지만,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최근 그를 최전방 공격수로 낙점했다. 볼터치와 슈팅, 순간 돌파력, 볼 집중력 등이 뛰어나다. 측면과 중앙 공격을 모두 잘 활용하는 그는 메시, 테베스와 호흡이 잘 맞은 점도 다득점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메시 169㎝, 카를로스 테베스(26·맨체스터 시티) 169㎝ 등 대체로 단신 공격수가 많은 아르헨티나에서 이과인은 184㎝로 비교적 큰 편이다. 큰 키를 활용해 위협적인 헤딩슛을 날리는 것이 장점이다. 이과인은 첫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에서는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공격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득점 기회를 잡는 것이다. 나이지리아전에서도 기회는 있었다. 나머지는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면서 “나는 골이 반드시 따라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그 상대가 한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화려한 개인기·과감한 돌파력…역시 메시!

    역시 ‘마라도나의 재림’ 리오넬 메시(23·FC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웠다. 17일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이 열린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 아르헨티나는 메시와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등을 앞세워 막강 공격 라인을 구축했다. 공격의 ‘핵’은 메시였다. 메시는 쉴 새 없이 현란한 드리블로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배분하며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산소탱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비롯해 김정우(광주), 오범석(울산) 등 한국의 수비진들이 협력수비를 통해 집중마크했지만, 메시의 화려한 개인기와 과감한 돌파력을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르헨티나의 골폭풍은 대부분 메시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메시는 전반 15분 앙헬 디마리아(벤피카)를 수비하던 오범석의 파울로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전반 17분 메시가 왼쪽 진영에서 중앙으로 감아올린 프리킥이 박주영(AS모나코)의 오른쪽 무릎을 맞고 그대로 골대로 향했다. 결국 박주영은 자책골을 기록하며 선제골을 아르헨티나에 내줬다. 이후에도 한국은 메시에게 다시 한번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반 31분 왼쪽 페널티 지역을 돌파한 뒤 감각적인 왼발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골키퍼 정성룡(성남)이 손으로 쳐낸 것을 재차 골문으로 쇄도하면서 강슛을 날렸다. 공은 왼쪽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하지만 골문 정면으로 흐르는 공을 이과인이 오른쪽에서 쏜살같이 달려들며 빈 골문에 다시 차 넣었다. 사실상 메시가 만들어낸 골이었다. 박지성은 10.8㎞를 뛰었지만, 메시는 8.6㎞를 기록했다. 많이 뛰지 않고도 화려한 발재간으로 한국의 수비진을 농락한 것. 메시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7개의 슈팅을 날리며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다. 메시가 왜 세계를 주름잡는 특급 공격수인지를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우상 마라도나 앞에서 작은 마라도나 잡는다

    어릴 적 우상이었던 디에고 마라도나를 드디어 만난다. 어느덧 세 번째 월드컵에 그의 나이 벌써 서른 셋. 너무 늦었지만 다행이다. 강원도 홍천에서의 어린 시절. 유일한 재미는 친구들과 함께 산길을 뛰어노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기도 안양초등학교 4학년 시절. 축구공이 운명처럼 꼬맹이 이영표(알 힐랄)에게 다가왔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맨 바닥에서 공을 찼다. 한참 나중에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헛다리 짚기 드리블’. 그가 이 시절부터 유난히 드리블에 정성을 쏟은 건 당시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마라도나 때문이었다. 마라도나의 현란한 드리블에 마음을 뺏긴 이 꼬맹이는 그의 경기 장면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헤질때까지 반복해 보며 훈련에 열중했다. 그리고 10년 뒤. 1999년 4월 올림픽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체격(177cm·66kg)도 축구선수치곤 보잘 것 없었고, 더욱이 청소년대표 경력조차 없는 무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 7월 한·중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신고하며 아주 천천히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시작했다. 사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 타고난 부지런함과 끈질긴 수비, 정확한 패싱으로 일찌감치 히딩크 감독의 눈길에 들었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던 건 ‘부상’이란 반갑잖은 손님이었다. 평가전 일정을 모두 마치고,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전치 3주의 진단. 모두들 “아무래도 어렵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세 번째 경기인 포르투갈전으로 시작, 이후 4경기를 내리 출전하며 히딩크 감독과 함께 ‘4강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8년 뒤 2006년 독일대회에 이어 연속 세 차례 출전하고 있는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와의 1차전 때 9861m를 뛰면서 11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패스를 주고 받을 만큼 부지런함의 대명사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시켰던 그는 이제 자신의 우상과 만난다. 마라도나 뿐이 아니다. 그의 대를 잇는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도 함께 있다. 메시는 동료들과 함께 잡아야 할 ‘공공의 적’이지만 그 중심에 있는 건 ‘맏형 수비수’인 이영표다. 그는 “마라도나 앞에서 어떻게 ‘작은 마라도나’를 잡는 지 보여주겠다. 이게 어릴 적 우상이었던 그에 대한, 늦었지만 첫 인사가 될 것이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요하네스버그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조은지기자의 월드컵 토크]90·94년 월드컵 수문장 최인영 코치

    [조은지기자의 월드컵 토크]90·94년 월드컵 수문장 최인영 코치

    8년 만의 세대교체였다. 최고참이 된 이운재(37·수원)는 정들었던 골문을 정성룡(25·성남)에게 물려줬다. 1990·1994년 월드컵에서 골문을 짊어졌던 최인영(48) 현 전북 골키퍼 코치의 감회도 새롭다. 16일 최 코치와 ‘아르헨티나에 맞서는 골키퍼의 자세’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조은지 기자(이하 조) 자체훈련 때도 평가전 때도 이운재와 정성룡을 번갈아 기용해서 누가 주전으로 뛸까 막판까지 궁금했는데…. 선수들도 김현태 골키퍼 코치한테 경기 당일 아침에 들었다고 할 정도니까 마지막까지 코칭스태프가 얼마나 고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인영 코치(이하 최) 누가 나갈 거라고 예상하긴 힘들었죠. 다만, 그리스는 평균신장이 190㎝로 크니까 고공 공격에서 이운재가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어요. 정성룡은 신장이 좋으니까. ●조 세대교체할 타이밍이 훨씬 지났잖아요. 이운재는 94년 미국월드컵 때도 나왔던 선수인데. 물론 그때는 풋풋하고 야리야리한(!) 대학생이었지만요. 그때가 벌써 16년 전이니까 ‘참 오래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골키퍼는 키우는 데 10년이 걸린다고들 하잖아요. 실전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독특한 포지션이죠. ●최 그런 특수성이 있어서 난 국가대표 골키퍼 자리에 부담이 컸어요. 실제로 월드컵 전에 그만두려고 했고. 94년 미국월드컵 전에 당시 김호 감독님을 찾아가서 “난 더 이상 대표선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후배들한테 길도 열어 주고 싶다.”고 했죠. 욕도 엄청 먹었죠. 선수가 은퇴한다 만다 하는 게 어딨느냐고요. 뽑히면 국가대표 하는 거지, 네가 뭔데 건방지게 그만둔다고 하냐, 그래서 월드컵 갔어요. 그때 운재는 참 어렸는데 지금 최고참이라니…. ●조 이운재 선수가 최근 경기력 논란에 시달리긴 했지만, 그래도 2002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의 일등공신이잖아요. 8강 스페인전에서 PK를 막았을 때의 그 듬직한 웃음. 그때의 강렬한 기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정성룡의 선방을 보면서도 내심 불안했죠. 물가에 아기 내놓은 심정이랄까. 이는 경기력보다는 이운재가 수비라인 리딩이나 경기 조율면에서 더 노련하지 않나 하는 부분이었잖아요. ●최 그렇죠. 뒤에 선배가 있으면, 아무래도 말을 더 잘 듣겠죠. 그래도 월드컵은 국가 중대사니까 골키퍼가 어려도 수비라인이 정신 바짝 차리고 말 잘 들어요. 성룡이가 나이는 어리지만 프로에서 150경기 넘게 뛰었어요. 이 정도 하면 나이랑 관계없이 다 경기운영은 잘하니까요. ●조 코치님도 월드컵에서 스페인, 독일 같은 강팀을 상대했었잖아요. 솔직히 후들거렸을 것 같은데. ●최 당시 유럽이랑 교류가 별로 없었어요. 창피한 얘기지만 전력분석할 사람도 없었고 주의해야 할 선수가 누군지도 몰랐죠. 상대 특징도 당연히 몰랐고. 그래서 무서울 게 없었어요. 하하하. 약팀이 강팀을 이기려면 무조건 ‘지피지기’를 해야 됩니다. 강팀은 정보가 없어도 약팀을 이길 수 있지만요. ●조 그런데도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팀들을 혼쭐냈던 걸 보면 더 대단하다 싶고요. 지금은 오히려 상대를 너무 잘 알아서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돼요. 메시가 드리블하는 거 보니까 마치 실을 묶어 놓은 것처럼 볼이 발에 붙어서 가던데요. 어떻게 막나 싶더라고요. ●최 골키퍼는 무조건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메시? 테베스? 어디 한번 차 봐라! 내가 다 막아줄게.’ 이 정도의 배짱을 갖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믿고, 동료들을 믿어야 해요. 물론 아르헨티나, 강하죠. 공격진 대부분이 어느 타이밍이든 슈팅을 때릴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메시는 강한 슛에 로빙슛에 커브슛까지 겸비했어요. 골키퍼가 조금 앞쪽에 나와 있으면 로빙슛을 하고, 한쪽으로 쏠려 있으면 커브슛으로 구석을 노려요. 그런 걸 막으려고 골문에 버티고 있으면 강력한 슈팅을 날리더라고요. 골키퍼는 위치를 아주 예민하게 잡아야 해요. ●조 골키퍼 혼자 할 수 있을까요. 수비라인이 유기적으로 잘 막아 줘야 되는데요. 슈팅 순간 태클을 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태클이 실패하면 오히려 완벽한 찬스를 내줄 위험성이 있잖아요. ●최 골키퍼와 각도가 좁아지는 쪽으로 몰아서 슈팅하게 해야죠. 각도를 좀 비껴서 찰 수밖에 없는 위치로 몰면 그나마 골키퍼가 선방하기 낫지 않을까 싶어요. 아, 그리고 자블라니도 변수가 될 것 같아요. zone4@seoul.co.kr
  • 아르헨 허술한 포백… 옆구리 노려라

    17일 허정무호가 상대할 아르헨티나의 최대 불안요인은 ‘포백라인’이다. 남미예선 18경기에서 23골을 넣는 동안 20골이나 내주는 등 제구실을 못한 것. 2009~10시즌 세리에A와 챔피언스리그, FA컵 등 트레블(3관왕)을 달성한 ‘통곡의 벽’ 왈테르 사무엘(인테르 밀란)이 대표팀을 떠났던 게 결정적이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여러 조합을 테스트했지만, 답이 안 나왔다. 결국 지난 3월3일 독일과의 평가전 때 사무엘이 복귀하면서 아르헨티나의 포백라인은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지난 12일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는 사무엘과 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를 중앙에 세우고 왼쪽에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 오른쪽에 호나스 구티에레스(뉴캐슬)를 세웠다. 센터백은 문제가 없었다. 불안요인은 양쪽 윙백에 있다. 에인세와 구티에레스 모두 혈관 속에 ‘공격 DNA’가 끓어 넘친다. 에인세는 나이지리아전에서 헤딩 결승골을 낚기도 했다. 구티에레스 역시 경이적인 순간 스피드와 현란한 발재간을 활용해 폭발적인 드리블을 구사한다. 마라도나 감독도 이 점을 고려해 윙백들의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시켰다. 하지만 수비 전환이나 커버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문제점을 몇 차례 드러냈다. 나이지리아와의 후반전에서 아르헨티나는 상대의 빠른 역습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호흡을 맞춘 시간이 짧았던 탓에 종종 엇박자를 보였다. 특히 오른쪽 미드필더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전환한 구티에레스는 나이지리아의 피터 오뎀윙기에에 뚫리는 등 온전히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는 공격을 지휘하는 후안 베론(에스투디안데스)의 몫까지 해내느라 활동공간이 중앙에 제한된다. 측면은 상대적으로 공간이 많이 남는 셈이다. 결국 한국은 상대 측면의 뒷공간을 노리는 정확한 패스로 활로를 뚫어야 한다. 역습 때 측면으로 침투하는 이청용(볼턴)이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한 박자 빠른 패스가 연결된다면 상대 수비의 밸런스를 흔들어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 수도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정대세의 ‘발칙한 도전’ 한반도 아픔도 날린다

    정대세의 ‘발칙한 도전’ 한반도 아픔도 날린다

    북한의 주전 공격수 정대세(26)는 ‘축구’라는 소재로 한국과 소통한다. 한국과 함께 남아공월드컵 B조에 속한 그리스,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을 치른 뒤 한국에다 그들의 장단점과 필승전략을 전했다. 낙관적 예상까지 더했다. 한국의 한 포털사이트에 칼럼도 연재한다. 천안함 사태로 꽁꽁 얼어붙은 정세 속, 유일한 남북한의 소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정대세는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는다. ‘7000만 한민족의 공격수’로 떠오른다. 마냥 밝고 당당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재일교포 3세인 정대세의 삶에는 지난 100년 동안 우리 민족이 겪었던 아픔과 이로 인한 모순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일제강점기, 전쟁과 분단, 이념갈등, 그리고 재일 조선인에 대한 차별 등…. 일본 나고야에서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 2세 아버지와 ‘조선’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정대세는 우리말을 가르치는 조총련계 조선학교에 입학했다. 여학생들의 치마·저고리가 찢기는 뿌리깊은 차별과 ‘조센진’이라는 놀림 속에 오롯이 공을 찼다. 일본은 싫었지만 축구는 계속하고 싶었다. 2006년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에 입단해 2년 만에 최고의 공격수가 됐다. “꿈꾸던 무대”인 월드컵 무대를 ‘조선의 스트라이커’로 누비고 싶은 정대세의 욕심은 점점 커졌다. 어머니의 나라, 북한의 국가대표로 뛰기 위해 아버지의 나라,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 국적을 인정하지 않아 국적은 그대로 한국. 재일조선인축구협회의 도움 속에 국제축구연맹(FIFA)에 남북한의 상황과 자신의 독특한 가족사를 설명한 자필 청원서를 보내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북한 국가대표가 됐다. 정대세는 축구에 대한 열망 하나로 삶의 질곡을 정면으로 돌파한 것이다. 몸싸움을 피하지 않는 저돌적인 드리블과 폭발적인 슈팅으로 설명되는 그의 플레이스타일과 꼭 닮았다. 드디어 꿈의 무대를 밟는 정대세는 불행하게도 엄청난 상대들을 만난다.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 축구 를 잘하는 팀들만 있는 ‘죽음의 G조’다. 조별리그에서 결승상대를 만난 셈. 또 그가 존경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경기를 하려면 결승까지 가야 한다. 한국과 북한은 월드컵에서도 이렇게 만나기 힘들다. 그러나 정대세는 “브라질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16일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파크에서 오전 3시30분 열릴 조별리그에서 브라질을 상대할 정대세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정대세 ▲출생 1984년 3월2일 일본 나고야생 ▲신체 181㎝, 80㎏ ▲국적 대한민국 ▲소속 북한 월드컵대표팀 /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성적 20경기 12골(A매치) / 83경기 27골(J-리그)
  • 악바리 지성, 메시 잡는다

    악바리 지성, 메시 잡는다

    2008년 4월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누캄프 경기장에서 열린 2007~08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바르셀로나가 격돌했다. 맨유의 박지성은 노장 라이언 긱스, 신예 나니를 제치고 왼쪽 미드필더로 나섰다.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를 봉쇄하는 게 임무 가운데 하나였다. 결과는 0-0 무승부. 일주일 뒤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 경기장. 준결승 2차전에서 박지성은 다시 왼쪽 미드필더로 중용됐다. 메시를 의식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선택이었다. 박지성은 90분 동안 11.962㎞를 뛰며 메시의 측면 공격을 차단했고, 팀의 1-0승리에 한몫했다. 세계 언론은 박지성을 두고 ‘수비형 윙어’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맨유는 첼시마저 거꾸러뜨리며 우승컵을 품었다. 이듬해 5월28일 이탈리아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 2008~09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맨유와 바르셀로나가 다시 맞붙었다. 박지성은 오른쪽윙으로 자리를 옮겼다. 메시가 오른쪽 측면으로 나서는 바람에 둘의 격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지성은 후반 21분 교체됐고, 4분 뒤 쐐기골을 터뜨린 메시는 팀의 2-0 승리를 이끌며 활짝 웃었다. 17일 오후 8시30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캡틴’ 박지성이 부여받을 임무에 관심이 쏠린다. 허정무호는 그리스전에서 공격적인 면모를 보였고 박지성도 이에 앞장서며 쐐기골을 터뜨렸지만,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는 전술 변화가 필수적이다. 당연히 박지성의 임무도 달라진다. 아르헨티나전 키워드는 단연 메시 봉쇄다. 메시는 4-4-2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지만 사실상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는다. 한국은 메시에게 이어지는 패스의 맥을 미리 끊어내고, 발에 접착제로 공을 붙인 것처럼 드리블하며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템포 슈팅을 자랑하는 메시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야 한다. 아르헨티나 전력의 절반 이상을 맡고 있는 메시에 대해 박지성은 태극 전사 가운데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특히 박지성은 맨유 유니폼을 입었을 때 ‘두 개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철 체력을 앞세워 상대 에이스를 악착같이 막아내는 임무를 수행하곤 했다. 박지성이 4-2-3-1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로 나오든, 4-4-2 포메이션의 측면 미드필더로 나오든 메시 봉쇄의 한축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메시 압박·패턴패스 중간 차단하라

    메시 압박·패턴패스 중간 차단하라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의 다음 과제는 ‘영원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을 과연 어떻게 푸느냐다. 한국은 17일 오후 8시30분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2일 1차전에서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1-0 승리에 그쳐 화려한 공격과 전술을 펼치면서도 골 결정력에선 빈곤함을 드러냈다. ‘외화내빈’.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어느 팀에게나 ‘난적’이다. 허정무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을 통해 ‘아르헨티나 해법’을 어디까지 구상했을까. 아르헨티나는 1차전에서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이 원톱으로 나서고 그 뒤를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받치는 ‘4-2-3-1’로 포진했다. 중앙 미드필드는 후안 베론(에스투디안테스)과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가 맡았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결국 메시의 쓰임새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낙점, 공격 패턴에 변화를 준 것. 그러나 마스체라노는 수비에만 집중했고, 공격의 시발점은 베론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베론이 공을 잡으면 곧장 메시로 연결했고, 메시는 빠른 드리블로 중앙을 돌파했다. 혹은 오른쪽으로 파고드는 테베스와 전방에 포진한 이과인에게 ‘킬패스’를 배달,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이과인-메시-베론-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앙헬 디마리아(벤피카) 등 5명이 주고받는 패스로 일정한 형태의 공격을 전개했다. 따라서 한국은 베론과 메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 공격 속도를 늦추는 게 급선무다. 방법은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리는 것인데, 이를 위해 허 감독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왼쪽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시키고 김정우(광주 상무)와 기성용(셀틱), 또는 김남일(톰 톰스크)을 중앙에 배치하는 4-2-3-1 전술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보]통쾌한 그순간! 이정수 선취골! 박지성 추가골! [화보] “이겼다” 그리스전 승리에 전국이 들썩 아르헨티나의 수비에도 허점은 있었다. 좌우 풀백은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와 호나스 구티에레스(뉴캐슬 유나이티드). 그러나 중앙 수비 경험이 많은 탓에 이 둘의 수비 위치는 무의식적으로 가운데로 쏠렸다. 그러다 보니 포백의 폭이 좁아졌고, 측면 공간을 내줘 실점 위기를 몇 차례 맞기도 했다. 한편 베론은 나이지리아전에서 후반 29분 장딴지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돼 다음 경기 출전이 불투명하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부상은 심각하지 않다. 근육 경련일 뿐이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메시와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공격의 물꼬를 튼 베론이 결장한다면, 공백은 하비에르 파스토레(팔레르모)가 메울 것으로 전망된다. 포트엘리자베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관련기사 아르헨 공략법 ‘패턴 패스를 차단하라’ 월드컵 응원 ‘新풍속도’…코엑스 떴다 김남일, 라커룸의 숨은 ‘캡틴’ 일본 감독 “한국의 선전이 큰 자극”
  • 호날두 “부부젤라, 존중하고 익숙해져야”

    호날두 “부부젤라, 존중하고 익숙해져야”

    포르투갈의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10 남아공 월드컵 양대 논란거리인 현지 악기 ‘부부젤라’와 공인구 ‘자블라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호날두는 현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많은 선수들이 부부젤라 소리를 싫어한다. 경기장에서 누구도 집중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그것들에 익숙해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선수가 감당할 몫’이라는 의미다. 부부젤라는 유독 큰 소리 때문에 대회전부터 선수들과 각국 서포터들의 불평거리가 될 것으로 우려되어 왔다. 현재 부부젤라 연주는 경기 시작 전 국가가 연주될 때와 안내방송이 있을 때에만 금지돼 있다. 이에 호날두는 “같이 즐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끄러운 분위기와 악기 부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남아공 팬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막 전부터 선수들이 불평한 공인구 자블라니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호날두는 “처음에 비하면 많이 익숙해졌다.”면서 “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익숙해지려 충분히 연습했고 이제는 드리블이나 슛, 코너킥 등 모두 괜찮다.”고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은 오는 15일 밤 11시(한국 시간) 코트디부아르와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를 펼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3대회 연속골 박지성

    그가 있어 행복하다. 12일 남아공월드컵 B조 그리스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7분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터뜨린 쐐기골은 한국 축구사에 영원히 남을 명장면이다. 아름다웠다. A매치에서 한국 선수가 올린 득점 가운데 첫손에 꼽을 만큼. 후반 7분 상대 진영에서 루카스 빈트라의 어설픈 볼터치를 파고들어 공을 낚아챘다. 20여m를 내달렸다. 페널티 지역에서 수비수 아브람 파파도풀로스가 태클로 덮쳤지만 못 미쳤다. 찰라의 순간. 박지성은 뒤따라온 빈트라의 태클과 각을 좁혀 나온 골키퍼 알렉산드로스 조르바스의 틈을 엿봤다. 왼발로 방향을 완전히 꺾어 골대 반대쪽 모서리에 박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결승골, 2006년 독일대회 프랑스전 동점골에 이어 3회 연속 본선 득점이다. 아시아 선수가 월드컵 본선에서 3개 대회 연속 골 맛을 본 것은 그가 처음이다. 역시 그는 큰 경기에 강했다. 사실 컨디션이 썩 좋지는 못했다.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90여분 내내 공간을 만들고, 패스를 찔러 주며 상대를 압박했다. 슈팅 2개(유효 슈팅 2개)를 시도했고 10.8㎞(1만 844m)를 뛰었다. 39차례의 패스를 시도해 24회 성공(성공률 61.5%)했다. FIFA는 그를 ‘맨 오브 더매치’(경기 MVP)에 선정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일병본색·변신로봇·택배 프리킥… 유쾌한 업그레이드

    일병본색·변신로봇·택배 프리킥… 유쾌한 업그레이드

    그리스전이 열린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태극전사들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본선 진출 32개 나라 736명의 선수 가운데 ‘최저연봉’의 ‘일병’ 김정우(광주상무). 네 차례에 걸친 평가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차두리(프라이부르크)와 기성용(셀틱)은 실전인 그리스전에서 ‘스페셜리스트’의 본색을 보여 줬다. ●가로채기 귀재…연봉95만원 ‘뼈정우’ 대한민국 육군 일병 김정우의 공식 월급은 7만 9500원. 프로필상 71㎏이라는 체중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랐다. 그래서 별명은 ‘뼈정우’. 이 ‘가난’하고 ‘앙상한’ 선수가 그리스의 유로 2004 우승 주역 미드필더 요르고스 카라구니스와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이상 파나시나이코스)를 철저히 봉쇄했다. 이들의 이적료는 122억원. 체격 조건에서 밀리는 김정우는 엄청난 활동량으로 두 선수를 압도했다. 전후반 90분 동안 김정우가 그라운드를 뛰어다닌 거리는 1만 949m.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 영리한 가로채기의 귀재인 김정우는 숨겨 놨던 ‘일병본색’, 즉 부지런함까지 보여줬다. 몸값 대비 최대효율을 자랑한 김정우가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와 후안 베론(에스투디안테스)에게 어떤 ‘가혹행위’를 선보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완벽한 체력·광대역 수비수 차두리 출중한 ‘하드웨어’(체력조건) 때문에 ‘로봇’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차두리. 최근까지 그는 오직 공격 드리블을 위해 존재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그리스전에서 차두리는 ‘변신’했다.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선발 출장한 차두리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하드웨어로 그리스의 측면 공격수로 출장한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를 철저히 마크했다. 사마라스는 차두리의 괴롭힘에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다 결국 후반 14분 교체됐다. 김정우와 함께 10㎞ 넘게 뛰어다니며 카라구니스를 막아냈고, 활동반경이 넓은 테오파니스 게카스(헤르타 베를린)까지 골고루 마크하는 ‘광대역’ 수비폭까지 선보였다. 후반 18분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박주영(AS모나코)의 머리에 정확하게 배달하며 ‘드리블은 잘하는데 킥이 엉망’이라는 세간의 비판까지 완벽히 잠재웠다. ●부활한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기성용 이영표(알 힐랄)가 전반 7분 그리스 진영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관심은 누가 키커로 나설지에 모아졌다. 이청용(볼턴), 염기훈(수원), 기성용이 대기 중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주저 없이 부진논란에 휩싸였던 기성용을 선택했다. 볼을 조심스레 프리킥 지점에 놓고 골문 앞을 살핀 기성용은 단 한번의 스텝을 밟은 뒤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차 올렸다. 제대로 회전을 먹은 자블라니는 그리스 선수들이 머리나 발로 걷어내기 가장 어려운 높이로 날아가다 헤딩하러 들어왔던 이정수(가시마)의 오른발에 제대로 걸렸다. 이른바 ‘택배 프리킥’이라고 불리는 이 프리킥 한 방으로 기성용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부활한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기성용의 킥이 골망을 흔들 시간도 머지않았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메시 봉쇄 결론은 ‘협력수비’

    “메시의 환상적인 활약이 없다면 축구는 아름다울 수 없다.”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50) 감독은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 경기가 끝난 13일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활약상에 대해 이렇게 만족감을 표시했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메시는 나이지리아의 수비수를 허무는 화려한 드리블과 이동하는 동료의 동선에 정확하게 찔러 주는 패스로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이지리아의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은 메시에게 전담 마크맨을 붙이지 않았다. 메시뿐 아니라 좌우 날개인 앙헬 디마리아(벤피카)와 테베스, 중원을 전담한 후안 베론(에스투디안테스) 등 막아야 할 대상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 메시가 잡으면 동시에 2~3명이 달려드는 협력수비로 대처했다.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이정수(가시마)는 “메시는 1대1로 막아서는 안 된다. 서로 도와가며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조별리그 1차전 그리스와의 경기 때처럼 철저한 압박과 스피드 있는 정교한 패스를 이어 간다면 메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트엘리자베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100만 붉은 악마 응원·시민의식 모두 “퍼펙트”

    100만 붉은 악마 응원·시민의식 모두 “퍼펙트”

    “퍼펙트!” “퍼펙트!” 12일 저녁 서울광장을 찾은 미국인 이안(26)·첼시아(25·여) 부부는 “거리응원은 처음인데 한국팀이 국민 응원의 힘을 많이 받을 것 같다.”면서 “완벽하다는 단어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온종일 비가 내린 서울에서만 19만명, 전국적으로 약100만명이 287개 길거리 응원장에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전반 이정수, 후반 캡틴 박지성 선수의 득점포가 그리스의 골망을 흔들자 국민들은 춤추고, 열광했다. 17일 아르헨티나전은 강수예보가 없어 열기가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서울광장에는 5만명(경찰 추산)의 인파가 몰려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경기 2시간여 전인 오후 6시10분부터 크라잉넛, 레이즈고, 진주 등의 가수가 출연해 응원분위기를 달궜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수비수 이정수가 첫 골을 터뜨리자 응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주장 박지성이 후반 초반 환상적인 드리블로 그리스 선수들을 제치고 쐐기골을 넣자 응원은 절정에 달했다. 서로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광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종학(51)씨는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돼 너무나 기쁘다. 이런 분위기라면 16강이 아닌 8강까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반면 영화 ‘300’을 연상시키는 방패를 들고 나와 서울광장에서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던 그리스인들은 2대0으로 패하자 아쉬운 듯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도 열광의 도가니였다.빗줄기가 거세졌지만 응원객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자리를 뜰 줄 몰랐다. 대학생 김연희(22·여)씨는 “대표팀이 큰일을 해낼 것 같다.”고 좋아했다.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는 국내 최초로 가로 22m, 세로 13m의 1000인치 초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피서객 등 3만여명의 응원객이 운집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과 부산역 광장 등 부산시내 곳곳에서도 수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2002년 4강신화를 이뤄냈던 광주월드컵 경기장에도 2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응원전이 끝난 직후 시민들은 서울광장에서 나온 쓰레기 30여t을 붉은악마가 나눠주거나 직접 준비해 온 비닐봉지에 젖은 신문지, 맥주캔 등을 담아 치웠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응원열기가 이어졌지만 붉은악마 등 응원단이 앞장서 ‘청소하자.’고 외치며 쓰레기를 치우자 대부분 동참했다. 중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13일 새벽 1시30분까지 지켜봤지만 시민들이 이번처럼 열심히 청소를 도와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 “덕분에 마지막 뒷정리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출신 영어강사 로렌(23·여)은 “한국의 거리응원을 사랑한다. 경기에 열광하면서도 곧바로 청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17일 아르헨티나전에는 서울광장과 코엑스 앞 도로에 각각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붉은악마는 환경부와 ‘Green is Victory’를 진행, 응원객들의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당부하는 등 환경친화적 응원을 추진하고 있다. “자랑스럽습니다. 대한의 전사들…역시 대한민국!” 첫 승을 거둔 태극전사들에 대해 누리꾼의 격려와 성원도 쇄도했다. 포털 사이트마다 16강을 점치는 글과 선수들에 대한 칭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또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일본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2ch’ 등에서는 “과연 한국이다.” “박지성이 있는 한국 팀이 너무 부럽다.”는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정현용·백민경·김양진기자 junghy77@seoul.co.kr
  • 박지성 쐐기골, FIFA선정 ‘오늘의 골’

    박지성 쐐기골, FIFA선정 ‘오늘의 골’

    ’산소탱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그리스전에서 터뜨린 골이 최고의 골로 인정받았다. 박지성은 12일(한국시간) ‘2010남아공 월드컵’ B조 예선 1차전 그리스와의 경기 후반에 한국의 2번째 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박지성의 쐐기골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뽑은 ‘오늘의 골’에 선정됐다. FIFA는 이날 열린 세 경기에서 나온 5골 중 단독 드리블로 수비수 2명을 제치고 멋지게 골 모서리에 꽂아 넣은 박지성의 골을 최고의 골로 뽑으며 “맨유의 미드필더 박지성이 한국과 그리스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멋진 플레이를 선보였다.”고 평했다. 박지성은 이날 FIFA 공식후원사인 캐스트롤이 매긴 평점에서 골키퍼 정성룡(9.15점), 첫 골을 넣은 이정수(9.12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9.06점을 받기도 했다. 한편 박지성의 골 외에도 이날 경기에서 그리스의 미드필더로 활약한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31.파나티나이코스FC)는 파헤쳐진 그라운드 잔디를 손으로 꾹꾹 눌러 야무지게 정돈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그리스 잔디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또 이어 열린 잉글랜드와 미국의 경기에선 잉글랜드의 골키퍼 로버트 그린이 미국 클린트 뎀프시(풀럼)의 평범한 중거리 슛을 잡았다 놓치며 실점을 허용하자 데이비드 베컴이 정색하는 표정을 지어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 = SBS 화면캡처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축구의 아이콘-그리스 중원사령관 ‘캡틴전쟁’

    한국축구의 아이콘-그리스 중원사령관 ‘캡틴전쟁’

    “누구 완장이 더 센지 한 번 붙어보자.”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맞붙는 한국-그리스의 ‘캡틴(주장) 대결’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주장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그리스의 주장은 인테르 밀란(이탈리아), 벤피카(포르투갈) 등에서 뛰었던 요르고스 카라구니스(33·파나티나이코스)다. 박지성은 ‘허정무호’의 키 플레이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통산 세 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그는 ‘한국축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측면 미드필더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최전방 공격수 등 팀이 원하는 자리에서 늘 제 몫을 해내면서 헌신적인 플레이로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박지성은 큰 경기에 강하다. 그리스전은 사상 첫 원정 16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경기. 얼어붙은 동료, 후배들을 자신감에 날뛰게 할 선제골의 유력한 후보다. 그의 발끝에서 골이 터지는 순간 승부는 기운다. 그리스는 월드컵 유럽지역예선 10경기에서 선제골을 내 준 3경기에 1무2패. ‘역전’을 모르는 팀이다. 그리스는 최근 세네갈,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선 선제골을 내준 뒤 무리하게 공격에 나서다 수비진은 무너졌고 추가골까지 내줬다. 그리스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대승을 위해 박지성의 지능적인 패스와 과감한 돌파가 절실하다. 그리스의 ‘중원사령관’ 카라구니스도 경험과 기량을 두루 갖춘 그리스의 핵심 전력이다. 1995년 18세의 나이에 그리스 명문 클럽 파나티나이코스에 입단한 카라구니스는 청소년대표팀(21세 이하)을 거쳐 1999년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4)에서 챔피언이 될 때 주역이었고, 남아공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는 팀이 치른 12경기 중 10경기를 뛰며 본선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그리스의 공격은 슈팅, 드리블, 패스 능력을 모두 갖춘 카라구니스의 발끝에서 시작된다. 팀의 ‘전담 키커’로 프리킥과 코너킥도 도맡아 찬다. A매치 93경기 가운데 6골. 이 가운데 절반이 포르투갈의 골문에 꽂힌 게 흥미롭다. 유로2004 조별리그 1차전 선제골로 정상의 디딤돌을 놓았고, 2008년 3월 친선경기(2-1 승)에선 프리킥으로만 두 골을 터트리는 등 포르투갈은 카라구니스의 슈팅에 두 차례나 무너졌다. 한국으로서는 중원에서의 강력한 압박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의 미드필드에서 공수를 조율하고 있는 건 바로 박지성이다. 넓은 활동 반경으로 왼쪽 미드필드와 중앙을 오가며 카라구니스와 어쩔 수 없이 부딪쳐야 하는 그다. 박지성과 카라구니스. 12일 ‘캡틴의 자존심’을 걸고 부딪쳐야 하는 이들 둘의 손 가운데 누구의 것이 올라갈까. 포트엘리자베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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